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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봄비에게/이해인

봄비, 꽃비, 초록비
노래로 내리는 비

우산도 쓰지 않고
너를 보러 나왔는데
그렇게 살짝 나를 비켜가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가만 가만 속삭이면
어떻게 알아듣니?

늘 그리운 어릴적 친구처럼
얘, 나는 너를 좋아한단다

조금씩 욕심이 쌓여
딱딱하고 삐딱해진
내 마음을 오늘은
더욱 보드랍게 적셔주렴

마음 설레며
감동할 줄 모르고

화난 듯 웃지 않는
심각한 사람들도
살짝 간질여 웃겨주렴

조금씩 내리지만
깊은말 하는 너를
나는 조금씩 달래고 싶단다

얘, 나도 너처럼
많은 이를 적시는
고요한 노래가 되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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