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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디지털 시대 종교예술과 기억의 서사:잃어버린 예수를 찾아서/김요섭.군산대

I. 들어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디지털이라는 말은 거

의 매일 너무나 흔하게 듣는 단어이지만, 정작 이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IT를 비롯한 공학 분야에서는 데이터

를 0과 1의 두 가지 상태의 이분법으로 설정 및 생성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디지

털이라고 정의한다. MIT의 미디어기술 담당 교수이자 MIT 미디어랩의 창설자

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디지털이다􋺸(Being Digital)

에서 디지털을 0과 1로 이루어진 컴퓨터 정보 전달의 최소 단위인 비트(bit)로

정의한다(14). 네그로폰테는 비트를 기존의 정보의 전달의 매체이자 손으로 취

급하던 물질인 원자(atom)와 구분하면서, 비트로 이루어진 디지털 정보의 전달

속도가 기존의 종이책보다 훨씬 빠를 뿐 아니라 이러한 변화가 매우 급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보의 DNA로 볼 수 있는 비트의 영향력은 대단

한데, 비트와 비트가 합쳐져서 새로운 비트를 만들기도 하고 원자의 세계에 있

는 물질을 비트가 다른 형태로 변환하기도 한다(Negroponte 11, 18). 손으로 연

주하는 피아노 음악의 경우, 비트의 정보처리과정을 통해 녹음되어 파일에 데이

터로 담기면 원자인 미디어(피아노 음악)가 이제 정보처리과정을 통해 멀티미디

어로 디지털화되어 우리에게 피아노 음악으로 들려지게 된다. 네그로폰테는 비

트의 정보처리과정을 통해 창출되는 비트 경제 원리와 비트 시장을 통해 “지리

적 한계”(limitations of geography)를 없앨 것이라고 예상한다(166).

디지털 시대의 지식은 비트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서의 변화는 지속적

일 뿐 아니라 급격하기에 이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지, 그래픽, 비디오, 애니메이션, 사운드 등의 다양

한 데이터들은 오늘날 디지털로 변환하여 처리하며, 이 자체를 파일로 송수신할

수 있다.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인 1980년대 후반까지는 영화, 음악, 사진 등이

디지털화될 수는 있었지만 이를 종이, 테이프, CD 등과 같은 원자의 형태의 매

개체에 담아야 했기 때문에 당시의 디지털의 의미는 오늘날의 디지털의 의미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디지털은 고정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

속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 시대의 삶은 지리적 한계를 없앴을 뿐만 아니라 “시간

(에) [...] 대한 의존도도 점차로 줄일”(166)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디지털 시대의

종교 예술 역시 지리적 한계뿐 아니라 시간에 대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

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고정되지 않고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종교예술도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종교로 볼 수 있는 기독교1)와

불교, 그리고 좀 덜 대중적인 도교가 디지털 시대에 처한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여기서 기독교는 개신교를 의미한다.

 

 

먼저 도교의 경우,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재 정의된 ‘도교’라는 용어

를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서 ‘도술’로서 도가/도교 철학을 향유”하고 “도술의

전통을 삶의 기술의 차원으로 이해”(291-92)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유동환은 불

교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17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불교문화유산을 4가

지 단계로 디지털화하고 있는데, 먼저 발굴 및 전승된 문화유산을 디지털정보화

하며,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인문, 사회, 예술적 지식을 동원해서 복원하

고, 대중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모바일 체험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 한다(79). 불교처럼 기독교 역시 모바일의 관점에서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명찬은 “새로운 모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 디지

털 시대의 변화에 대한 예배의 세대별 대응 모색”에서 미디어가 기독교 예배에

미친 영향을 통해 한국교회가 어떤 변화를 겪었으며 그 변화를 통해 예배가 어

떻게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고, 특히 2010년을 전후로 “모바일 중심의 소셜네트

워크서비스”가 예배에 가져다 준 변화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 김명찬은 2010

년 전까지 한국교회의 예배를 콘서트 무대에 비유하며, 그는 오늘날의 교회를 콘

서트 예배와 미디어를 결합한 형식의 “컨버젼스 교회”(337-39)라고 부른다.

물론 김명찬과 같이 음악, 영상, 설교가 혼합된 예배 자체를 일종의 종교예술

로 볼 수 있다. 그와 달리 네그로폰테가 정보의 DNA라고 부르는 비트의 관점

으로 종교예술을 바라본다면 오디오, 비디오, 데이터 등이 혼합된 형태의 비트

혹은 멀티미디어의 형태인 종교예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멀티미디어의 가장 흔

한 예로 영화와 음악이 있으며, 미술 작품의 경우도 사진파일과 같은 데이터의

형태로 저장될 수 있다. 이 글에서 종교예술이란 종교인이 아닌 일반 대중이 흔

히 접할 수 있는 영화, 음악, 미술 같은 매개체를 의미하는데, 특히 종교에 대한

영화를 다루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 글의 제목의 후반부에 있는 “기억의 서사”

에 대해 궁금해 할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본 논문에서 개신교의 정경 및 가톨릭 성경2)에 드러나지 않는 예수의 30년간의 행적에 대한 서사, 특히 신약성서

에서 알려지지 않은 예수의 탄생 전후의 사건들을 추적하고자 한다.

 

  2) 개신교의 66권의 정경(구약 39권과 신약 27권)과 가톨릭 성경(구약 46권과 신약 27권)을
 미한다. 가톨릭의 구약성서는 개신교의 그것보다 7권이 더 많지만, 양자 모두 동일한 27권
의 신약성서를 인정한다. 본 논문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의 성경을 합쳐서 성서라고 부르기로 하며, 구약과 신약의 직접 인용 및 참조는 대한성서공회가 발행한 􋺷개역개정판 성경전서􋺸(2005)를 사용한다.

 

필자는 이기간 동안의 예수를 “잃어버린 예수”라고 부르고 싶다. 필자가 출석하는 침례교

회의 목사님들 중 한 분께 “잃어버린 예수를 찾고 싶어요”라고 말한다면 분명

히 그 목사님은 내게 “형제여, 기도를 통해 예수를 만나십시오”라는 주문을 할

것이다. 만약 이 문제를 불교의 스님께 이야기한다면 깨달음을 통해 내 자신이

예수가 될 수 있다고 충고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잃어버린 예수”를 찾는 시

도는 성서에 나오지 않는 예수의 30년 동안의 행적을 담은 서사를 찾고 탐구하

는 시도이다. 이는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가 􋺷예수: 깨달음의 이야기􋺸

(Jesus: A Story of Enlightenment)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예수의 잃어버린 세

월”(the lost years)(vii)의 관점과 상통한다.

예수의 잃어버린 세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30세 전의 예수

는 단 두 번 밖에 언급되지 않고 있으며 외경에서도 예수가 그리 많이 언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탄생과 12세가 되던 해에 성인식을 거행하기 위해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일어난 일만 드러난다. 성서의 저자들은 이 두 사건을 제외하고 예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며, 특히 12세에서 30세 사이에 대한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외경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예수에 대한 외경은 1945년 이집

트의 나그 함마디(Nag Hammadi)와 1947년 사해에서 1.5 km 떨어진 쿰란 지역

에서 발견된 사해문서와 같은 기록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 역

사가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상태이다. 물론 「야고보의 원복음서」(“The First

Infancy Gospel of Jesus”)와 「아랍어 유아복음: 염소로 변한 아이들」(“The

Arabic Infancy Gospel: The Children Who Were Changed into Goats”) 같은 외

경들은 1697년 캠브리지 대학교(Cambridge University)의 동양어학부 교수였던

헨리 사이크(Henry Sike)에 의해 영어로 번역된 비교적 오래된 문서들도 있다.

이러한 문서도 2세기에서 4세기 사이에 작성되어 숨겨진 문서가 많으며 구전으

로 이어진 이야기 혹은 전설이 많다. 한혜원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는데(10) 이러

한 인간의 본능 덕분에 외경들의 경우 문서로 발견되기 전에도 입으로 전해 내

려올 수 있었다. 한혜원은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하는 본능을 가진 호모 나랜스

(homo narrans), 즉 ‘이야기하는 인간’”(11)이라고 주장하는데, 문자와 문서를

접하지 못한 이천 년 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기억의 서사를 남

겼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김용성(KIM Yong-Sung)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종교가 귀환한 시대”(6)이며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호모 나랜스는 이 기억의

서사를 멀티미디어의 형태, 특히 영화의 형태로 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는 가능

성을 가지게 되었다.

잃어버린 예수를 기억의 서사와 영화감독과 작가들의 “창조적 사실”(creative

fact)(Gindin 97)을 통해 종합예술인 영화로 승화시킨 예는 여럿 있는데, <예수

의 탄생 이야기>(The Nativity Story)는 소녀인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

해서 출산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이며 <꼬마예수>(A Child Called Jesus)

는 고뇌와 역경을 일찍 경험하고 깨달은 예수를 다룬 이탈리아 영화이다. 또 다

른 이탈리아 영화인 <에덴동산>(The Garden of Eden)은 성서에 나오지 않는 12

세에서 30세 사이의 예수를 다루는 작품인데, 여기서 에덴동산은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창조한 에덴동산이 아니라 천국을 의미한다. 그리고 멜 깁슨(Mel

Gibson)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Passion of Christ)는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3일간을 담았으며, 이 영화는 예수가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아람어

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예수의 일생 전체를 다룬 작품으로는 1977년 개봉한

<나사렛 예수>(Jesus of Nazareth)와 <하나님의 아들>(Son of God)이 있다.

잃어버린 예수의 30년을 추적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방대한 시도일 수 있어

서 본 논문에서는 마리아의 출생부터 예수의 탄생 직후까지의 13-18년 정도의

행적만을 추적하고자 한다.3)

     3) 대부분 외경의 저자들은 마리아는 12세에 요셉과 약혼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임신시기에 대해서는 일치하지 않는다.예를 들어, 「마리아의 탄생 복음」의 저자는 마리아가 14세에 임신했다고 기록하는 반면,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의 저자는 그녀가 16세에 임신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윌리스 반스토운(Willis Barnstone)은 필사본에 따라 성령임신 시기를 그녀가 만 12세부터 17세까지 정도로 추정한다고 밝히고 있는데(384), 이를 바탕으로 마리아의 출생부터 예수의 탄생 직후까지의 기간을 13-18년으로 유추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영화들 중 <예수의 탄생 이야 기>만 다루려고 한다.

신약성서에서 마리아의 성령임신부터 예수의 탄생 후까지 약 2년 혹은 3년 정도의 시간을 마태복음 1장 18절에서 25절, 2장 1절부터18절까지와 누가복음 1장 26절부터 56절, 2장 1절부터 39절까지 간략하게 기록

되어 있으며, 예수의 탄생 후부터 12세가 되기까지는 누가복음 1장 40절에 “아

기가 자라며 강하여지고 지혜가 충만하며 하나님의 은혜가 그의 위에 있더라”

는 단 한 절의 구절로 간략하게 요약되어 있다. 단 한 편의 영화만으로 마리아

의 성령임신과 아기 예수의 삶을 탐구한다는 것은 부족하기에 마리아의 출생을

다룬 외경들과 예수의 탄생 전후를 다룬 외경들을 분석하려고 한다. 예수의 탄

생을 논하기 전 그의 육신의 어머니인 마리아에 대한 탐구 역시 필요하기에 본

론의 첫 장에서는 마리아의 출생부터 성령 임신까지 다루려고 한다. 이를 외경

들 중 마리아의 출생에 대한 「마리아의 탄생 복음」(“The Gospel of the Nativity

of Mary”)과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The Infancy Gospel of

James (The Birth of Mary)”) 을 살펴보려고 한다. 본론의 두 번째 장에서는 「야

고보의 원복음서」, 「라틴어 복음서: 예수의 탄생」(“A Latin Infancy Gospel:

The Birth of Jesus”)과 「마태 가명 복음: 복된 마리아의 유래와 구세주의 어린

시절에 관한 책」(“The Infancy Gospel of Pseudo-Matthew: The Book about the

Origin of the Blessed Mary and the Childhood of the Savior”) 및 「야고보의 유

아복음(마리아의 출생)」을 비교 및 분석하면서 마리아의 성령임신 후부터 예수

의 탄생 전후 시점을 추적하고자 한다.

II. 마리아의 출생부터 성령임신까지

서론에서 논했듯이 예수의 탄생을 논하기 위해서는 그를 낳아준 육신의 어머

니인 마리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마리아가 성령임신을 하면서부터 예수를

낳기까지의 기간을 다룬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마리아와 예수를 추적하기 위

한 자료로 충분하지 않기에 서론에서 언급했던 대로 몇 권의 외경을 참조하고

영화와 함께 비교하면서 마리아의 출생부터 예수의 탄생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구약의 예레미야 23장 5-6절에 나오는 메시아의 예언

으로 시작한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때가 이르리니 내가 다윗에게 한 이로운 가지를

일으킬 것이라. 그가 왕이 되어 지혜롭게 다스리며 세상에서 정의와 공의를

행할 것이며 그의 날에 유다는 구원을 받겠고 이스라엘은 평안히 살 것이며.

(렘 23:5-6)

Behold the days are coming, declares the LORD, when I shall raise up for

David a righteous Branch: and he will reign as King. In his days Judah shall

be saved, and Israel will dwell securely. (Jer. 23:5-6)

헤롯왕은 이 예언의 실현을 막기 위해 베들레헴의 2세 이하의 모든 남자아이

들을 죽이라고 명령하는데 이는 마태복음 2장 16절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영화

에 나오는 헤롯왕의 경우 동방박사들이 오기 전 이미 구약에 나와 있는 메시아

에 대한 예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 자신의 아들인 헤롯 아켈라오

(Herod Archelaus)까지도 의심을 하면서 예전에 자신의 아내와 두 아들들을 죽

였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협박을 한다. 여기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의 감독

인 캐서린 하드위키(Catherine Hardwicke)와 대본을 적은 마이크 리치(Mike

Rich)가 역사가 요세푸스(Flavius Josephus)의 역사책의 나온 역사적인 사실을

참조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요세푸스에 의하면 헤롯왕이 자신의 아내 중 한 명

인 마리암네(Mariamne)와 숙부 요셉(Joseph)의 불륜을 의심하여 두 사람 모두

죽이며(Antiquities 15.3.9, 15.7.4-5), 자신과 마리암네 사이에 태어난 두 아들들

까지 죽이는 잔인함을 보여준다(Wars 1.27.6). 하지만 마태복음에 나오는 헤롯

왕은 영화에 나오는 헤롯왕과 달리 마태복음 2장 1-2절에 등장하는 동방박사들

이 별을 보고 예루살렘에 “유대인의 왕을 경배하러 왔노라”는 말을 들은 후에

야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소집해서 미가 5장 2절에 나오는 메시아에 대한 예

언4)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4) 미가 5장 2절에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는 메시아에 대한 예언이 나오며 미가보다 먼저 이사야는

예수가 태어나기 약 700여 년 전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

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사 7:14)는 예

언을 했다.

     

 

영화는 베들레헴 대학살(the Massacre of the Innocents)로 시작하지만, 플래

시백을 사용하여 1년 전의 베들레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리아의 사촌

인 엘리사벳(Elizabeth)의 남편인 사가랴(Zachariah)가 제사장의 전례대로 제비

를 뽑아 지성소(누가복음 1장 9절에서는 “주의 성전”으로 표기)에서 분향하는

데, 천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거기서 천사가 늙고 자식이 없는 사가랴에게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라고 명령한다. 영화에

서는 천사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지만, 누가복음 1장 19절에서는 천사가 자

신을 가브리엘이라고 사가랴에게 알리면서 하나님의 명령으로 그에게 좋은 소

식을 전하러 왔다고 말한다. 가브리엘은 독수리의 모습으로 사가랴의 앞을 떠나

고, 사가랴는 지성소에서 나와서 아무 말도 못하게 되는데 이 상태는 요한의 출

생 후까지 지속된다. 엘리사벳의 임신한 지 6개월이 되던 달에 가브리엘은 하나

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의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당시 요셉과 약혼한 마

리아라는 처녀에게 성령으로 잉태하리라는 말을 전해준다. 남자를 알지 못하던

마리아는 가브리엘에게 자신이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찌 임신이 가능한지 물

었더니 가브리엘은 그녀에게 그녀의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베었다고

말하며 하나님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말을 한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받

아들이는데, 가브리엘은 여기서 다시 독수리의 모습으로 그녀의 앞을 떠난다.

이 영화에서 가브리엘은 사가랴에게는 목소리로, 마리아에게는 사람의 형상으

로 나타나지만, 그들에게 하나님의 소식을 전한 후 독수리의 모습으로 떠난다.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의 늦은 임신은 구약성서에 나타나는 이삭(Issac)의

부모인 아브라함(Abraham)과 사라(Sarah)의 노산과 성격이 비슷하다. 신약성서

에서 사가랴와 엘리사벳의 나이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누가복음 1장

36절에 보면 엘리사벳이 “임신하지 못하는”(barren) 나이라고 나와 있는데 여기

서 그녀가 이미 폐경이 지난 나이로 짐작할 수 있다. 사가랴와 엘리사벳의 아들

인 요한의 경우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않고” 그의 삶이 하나님께 바쳐지게

되는데 이는 구약시대의 마지막 사사(judge)인 삼손의 경우와 비슷하다. 삼손의

어머니인 한나(Hannah) 역시 엘리사벳처럼 아이를 생산하지 못해 슬퍼하는데,

천사가 그녀에게 나타나서 임신을 해서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천사는 한나에게 이 아이는 하나님께 바쳐질 나실인(Nazirite)이기에 그녀에게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며 어떤 부정한 것도 먹지 [말고…] 그의 머리 위에

삭도를 대지 말라”(삿 13:4-5)고 명령한다. 게다가 천사는 한나의 남편이자 삼손

의 아버지인 마노아(Manoah)에게 “[삼손이] 삼가서 포도나무의 소산을 먹지 말

며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며 어떤 부정한 것도 먹지 말”라고 명령한다. “예

수의 탄생 이야기”에서는 요한이 생후 8일이 되던 날 할례를 받는 장면을 마지

막으로 이 영화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데, 영화 <에덴동산>이나 앤 라이스

(Anne Rice)의 소설 􋺷어린 예수􋺸(Christ the Lord: Out of Egypt)에서는 요한이

나실인으로서 포도주와 독주뿐 아니라 포도가 들어간 음식도 먹지 아니하고, 몸

의 털을 밀지 않는 모습이 나온다.

「마리아의 탄생 복음」과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에 나타나는

마리아의 출생 역시 이삭과 삼손의 출생과 같은 구약성서의 전통을 따른다.

두 권의 외경에서 마리아의 아버지인 요아킴(Joachim)과 어머니인 안나(Anna)

는 늙어서까지 자식을 가지지 못하는데, 요아킴의 친족들은 자식이 없는 그를

비난하며 부정하다고까지 말한다. 그들은 요아킴이 자식이 없어서 부정하기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를 지내지 못하게 막기까지 한다. 「야고보의 유아복음

(마리아의 출생)」에 의하면 요아킴은 사막으로 가서 40일간 밤낮으로 단식기도

하며, 안나는 자신의 불임의 처지를 탄식한다. 한나에게 나타난 천사로 추정되

는 하나님의 천사(the angel of the LORD)가 요아킴에게 하나님의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말하고, 이와 동시에 천사 둘이 안나에게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말을 한다. 안나는 천사들이 나타나기 전 하나님께 “나의 주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처럼 아들이든 딸이든 내가 낳는다면 주 하나님께 바쳐서 일생 동안 그 분을

섬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서약한다. 그녀의 서원은 한나의 서원과 비슷하고,

마리아 역시 삼손처럼 어린 나이인 세 살부터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살게 되며

“천사의 손에서 음식을 받으며” 구분된 음식을 먹게 된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의 하드위키 감독은 「마리아의 탄생 복음」과 「야고보

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과 같은 마리아 출생 관련 외경은 거의 참조하지

않고 영화를 제작했을 확률이 높다. 이 두 위경의 저자들은 마리아의 아버지인

요아킴을 큰 부자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요아킴은 전혀 그

런 사람이 아니다. 외경에서 드러나는 요아킴과 달리 자식 복이 아주 많은 사람

이었으며 집안이 어려워 식구를 줄이기 위해 마리아를 요셉과 약혼시킨다. 오히

려 하드위키와 리치는 신약성서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마

리아가 요셉과 약혼한 후 1년 동안 친정에서 지내다가 1년 후 요셉과 동거를 하

게 한다. 이는 마태복음 1장 18절에 나오는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

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라는 구절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마

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난 후 그녀의 사촌인 엘리사벳에게 가기 위해 그녀의 아

버지에게 그 다음 날 아침 엘리사벳의 집을 방문하겠다고 선언하고 추수를 시

작하기 전인 석 달 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이 역시 신약성서의 기록과 일

치하는데 누가복음 1장 36절을 보면 엘리사벳이 임신한지 6개월에 되던 때에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났으며, 누가복음 1장 56절에 “마리아가 [엘리사벳과]

석 달쯤 함께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니라”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 엘리사벳이

요한을 낳았으며, 요한의 출생 후 8일이 되던 날에 할례 의식을 행한 후 사가랴

가 “서판을 달라 하여 그 이름을 요한이라 쓰매 다 놀랍게 여기더라. 이에 그 입

이 곧 열리고 혀가 풀리며 말을 하여 하나님을 찬송하니”(눅 1:63-4)의 기록대

로 영화는 전개되면서 이 영화에서 요한에 대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신약성서에서는 마리아와 요셉의 약혼과정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지만 「야고

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에서는 요셉을 아이들이 여럿 있는 홀아비로 설

정한다. 이는 아마도 마리아를 신격화시키려는 저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되

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과 「마

리아의 탄생복음」의 마리아의 경우 구약성서의 삼손처럼 정결한 음식만 먹으며

열두 살까지 예루살렘 성전에서 머무는데, 열두 살이 넘는 소녀들은 부정하다고

여겨졌기에 성전을 나가야만 했다.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에서

제사장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도하면서 고민하는데, 천사가 제사장인

사가랴에게 나타나서 이스라엘 전역의 모든 홀아비를 모이게 하고 그들에게 지

팡이를 가지고 오도록 명령한다. 천사는 지팡이들 중 하나님의 징표가 있으면

그 지팡이의 주인이 마리아의 남편이 될 것이라고 알려준다. 모든 홀아비들이

모인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온 요셉의 지팡이에서 비둘기가 나와서 그의 머

리에 앉게 되어 그가 마리아의 남편으로 결정된다. 「마리아의 탄생복음」에서는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과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는데 다만 요셉이

미혼의 남자로 설정되어 나온다. 마리아의 성령임신이라는 소재는 신약성서에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지만 「마리아의 탄생복음」과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

의 출생)」, 특히 후자의 경우의 저자들은 이 소재를 통해 마리아의 신성을 인성

과 동시에 다루고 있다.

III. 마리아의 성령임신부터 예수의 탄생까지

마리아의 성령임신을 통해 그녀의 신성을 강조한 외경들과 달리 영화 <예수

의 탄생 이야기>의 하드위키 감독은 오히려 마리아의 인성에 초점을 맞춰 이

영화를 전개시킨다. 영화의 마리아는 신약성서와 외경의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열 두 살의 어린 소녀였으며, 그녀가 엘리사벳의 집에서 돌아오던 때 나사렛 마

을 사람들은 그녀가 이미 임신 중이라는 것을 눈치 채며 그녀를 외면한다. 예전

에 그녀와 다정하게 지냈던 마을 아주머니들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데, 신약성서보다 외경인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과 「마태 가명

복음: 복된 마리아의 유래와 구세주의 어린 시절에 관한 책」에서 마리아와 요셉

이 예기치 못한 마리아의 임신으로 인해 사람들에게서 고통 받는 인간적인 모

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 요셉이 마리아의 일로 고뇌를 겪을 당시 꿈에서 천사가

나타나 마리아의 성령임신은 구약 선지자(이사야)의 예언을 이루기 위한 것이며

태어날 아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라는 명령을 하는데, 영

화에서는 이 천사가 또 다시 독수리의 모습으로 비상한다. 신약성서인 마태복음

1장 20절에서 25절까지와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에서도 이와 같

은 기록이 있다. 마태복음의 저자는 요셉이 겪은 심적인 고통만 묘사하지만, 「야

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과 「마태 가명 복음: 복된 마리아의 유래와 구

세주의 어린 시절에 관한 책」의 저자들은 요셉뿐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은 소녀

로 임신을 한 마리아의 고통도 인간적으로 묘사한다. 위 두 권의 외경에서 요셉

은 마리아를 더럽혔다는 혐의로 고소되지만 시험의 물을 마신 후 사막을 다녀오

는데 멀쩡한 몸으로 돌아왔기에 누명을 벗는다. 이번에는 마리아가 요셉을 속였

다고 비난을 받게 되는데 그녀 역시 임산부의 몸으로 시험의 물을 마신 후 사막

을 다녀와야 하는데 그녀 역시 멀쩡하게 돌아왔기에 제사장은 그녀를 풀어준다.

그 후, 누가복음 2장 1절부터 5절까지와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

에 기록된 것처럼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의 양자이자 당시 로마 황제였던

시저 아우구스투스(Caesar Augustus)의 호적령 때문에 요셉은 조상의 고향인 베

들레헴으로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가게 된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 역시 이 부

분을 신약성서와 다르지 않게 묘사하는데 다만 이 여정은 나흘 정도 걸리는 것

으로 영화에서는 밝히고 있다. 나사렛은 이스라엘 북부에 있고 베들레헴은 남쪽

인 유대에 있는 마을이라 정상적인 경로라면 사마리아를 통과해야 하는데 요셉

은 특이하게 나사렛의 북동쪽에 위치한 갈릴리 호수(Sea of Galilee)쪽으로 가서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길을 선택한다. 이는 이스라엘 역사를 반영하는 부분인데

솔로몬 왕국이 남북으로 갈라졌을 때 사마리아는 기원전 890년경부터 북쪽 이

스라엘의 수도였다. 기원전 722년에 이스라엘이 아시리아(Assyria)에게 멸망을

당한 후 거기에 살던 이스라엘인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민족

과 혼혈이 되어 순수 이스라엘인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남쪽 유대는 아시리아에

항복하면서 뿔뿔이 흩어짐을 면하게 되고 순수 혈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는

데 이때부터 이스라엘인들은 사마리아인들을 혼혈이라고 경멸하기 시작했던 것

이다. 신약성서에도 여기에 대한 간접증거가 나오는데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과

이야기를 시도할 때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에게 “당신은 유대인으로서 어찌하여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 하나이까 하니 이는 유대인이 사마리아인과

상종하지 아니함이러라”(요 4:9)라고 요한복음의 저자는 기록하고 있다. 요셉

역시 사마리아인과 상종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먼 길로 돌아서 베들레헴으로

가는 것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리아와 요셉처럼 별을 따라서 동방으로부터 예루살렘으로 가는 이들이 있

었는데 그들이 바로 동방박사들(Magi)5)이다.

 

   

      5) 「야고보의 원복음서」의 저자는 동방박사들을 “동방에서 온 . . . 지혜로운 사람들”(the wise

men . . . from the East; 3:1)이라고 부른다.

 

 

마태복음 2장 1절과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 그리고 「야고보의 원복음서」에서 동방박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정확히 몇 명의 동방박사가 등장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전설에 의하면 세 명의 동방박사가 나오는데, 이는 그들이 마태복음 2장

11절과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에 기록된 대로 아기 예수에게 황

금, 유향 및 몰약의 세 가지 선물을 했기에 세 명의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경

배하러 왔다고 전승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에서도 페르시아

의 멜키오르(Melchior), 발타자르(Balthasar), 그리고 개스파(Gaspar)라는 이름을

가진 세 명의 박사들이 세 개의 큰 별이 삼천년 만에 한 곳에 모이는 것을 발견

하는데 멜키오르가 이를 메시아가 태어나는 징조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두 사람

에게 별들이 만나는 곳으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발타자르는 따라가기로 하지만,

개스파는 문명이 발달한 페르시아보다 미개한 유대 땅에 가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이내 개스파는 먼저 떠난 두 사람을 따라잡고 세 사람이 함께 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대부분의 개신교회에서는 더 이상 동방박사가 세 사람이라고 가르

치지 않으며, “동방박사 세 사람”이라는 찬송을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하드위

키 감독은 동방박사 세 사람에 대한 전설을 모티프로 사용하는데, 영화에서 그

들은 104일 만에 유대 땅에 도착한다. 이천 년 전의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동

방박사 이야기6)를 지금까지 구전동화 혹은 전설의 형태로 이어주었다면 하드

위키 감독은 디지털 시대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허구로 재현한

호모 나랜스이다.

    

    6) 1895년에 헨리 밴 다이크(Henry Van Dyke)는 동방박사 세 사람의 전설을 모티프로 􋺷제 4

박사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출간했으며, 마이클 레이 로즈(Michael Ray Rhodes) 감독의 <4

번째 동방박사>(The Fourth Wise Man)이라는 영화가 발표되었다. 이는 기존의 전설을 바

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원자의 형태인 소설로 먼저 출간한 다음, 디지털 시대에 들

어서면서 영화의 형태로 만들어 영구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좋은 예이다.

 

 마태복음 2장 7절과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에서 헤롯왕이 동

방박사들을 불렀던 것처럼 “예수의 탄생 이야기”의 헤롯왕은 그들을 불러 저녁

을 대접한다. 저녁을 대접하면서 자신도 예수를 경배하러 가겠노라고 말하면서

동방박사들에게 예수가 있는 곳을 돌아가는 길에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동방박

사 세 사람은 헤롯왕의 궁전을 떠난 후 별을 따라가다가 한 동굴 위에 멈춘 별

을 보고 예수를 발견한다. 누가복음 2장 7절에 마리아가 예수를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라는 구절만 보면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다고 추측하

는데, 예수의 탄생을 기록한 대부분의 외경에서는 그가 동굴에서 태어났다고 기

록한다.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가 태어

난 마구간은 작은 동굴 마구간이라고 하며 <예수의 탄생 이야기> 역시 예수가

동굴 마구간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설정한다. 마태복음 2장 12절에서 그들이 꿈

에 헤롯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고,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

생)」에서는 천사의 경고를 받고 헤롯에게 돌아가지 않았으나, 영화에서는 발타

자르가 자신들이 목격한 것을 헤롯에게 알리지 말자고 말하며 멜키오르는 헤롯

에게 돌아가지 말고 다른 길로 페르시아로 돌아가자고 한다. 헤롯은 자신이 동

방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아채고 베들레헴에 있는 두 살 이하의 남자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가브리엘이 한 번 더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즉

시 아기 예수와 마리아를 데리고 이집트로 도망가라는 계시를 주고 그들이 도

망을 하면서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

마태복음 2장 18절에서도 동방박사들이 떠난 후에 한 천사7)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도망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7) 가브리엘이 아닐 수 있음.

 

여기서 문제는 동방박사들이 떠난 얼마 후냐는 것이다. 누가복음 2장 21절에는

예수의 탄생 8일 후 예루살렘에서 할례의식을 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야고보

의 원복음서」2장 1절에서는 예수의 탄생 8일 후 태어난 동굴에서 마리아의 처

녀성을 검사한 산파에게 할례를 받는 장면이 나오며, 예수가 태어난 지 18일이

되던 날 부모와 예루살렘으로 떠나게 되며 40일이 되던 날 모세의 율법에 따라

서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께 바쳐진다. 그 이후 동방박사들이 등장한다. 그

리고 헤롯왕이 두 살 이하의 남자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했다는 것은 예수가

어느 정도 자란 후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났다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반면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짧은 시간 안에 긴박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예수를 도피시키는 장면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 신약성서에서 나오지 않지만 마리아의 신성을 강조하기 위해 「야고보의 원복

음서」1장과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의 저자들은 요셉이 불러온

산파가 마리아의 처녀성을 손가락으로 검사하는데 이로 인해 그 손이 저주를

받아 불에 타는 장면이 나온다.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에서는 천

사가, 「야고보의 원복음서」에서는 마리아가 산파에게 아기 예수의 몸에 손을

대라는 명령을 하며, 산파는 그들의 명령에 따라 아기 예수에 손을 댄 후 치유

함을 얻게 된다. 특히 「라틴어 복음서: 예수의 탄생」에서 마리아가 피를 흘리지

않고 빛으로 예수를 낳는 장면이 나오는데, “예수의 탄생 이야기”의 하드위키

감독은 자신도 여자이기에 출산의 고통을 느끼는 인간적인 마리아의 모습을 강

조하고 있다. 「라틴어 복음서: 예수의 탄생」에 나오는 산파는 앞서 언급한 두

외경들에 나오는 산파와 달리 마리아의 처녀성을 검사한 후에도 어떠한 육체적

인 해를 입지 않았다.

이 세 외경문서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은 이 문서들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를 문자로 이후에 기록했다는 이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론에서

인간은 이야기하고 싶은 본능을 가진 호모 나랜스라고 언급했는데, 위 세 권의

외경 문서에서 공통적인 호모 나랜스가 등장하는데 이는 바로 산파이다. 「야고

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의 저자만 이 산파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그녀의

이름은 살로메(Salome)이다. 이 문서에서 하나님의 천사가 살로메에게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가기 전까지 그녀가 베들레헴에서 본 기적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두 번이나 경고하는데, 한 번은 직접 나타나서 다른 한 번은 목소리로

경고한다. 「라틴어 복음서: 예수의 탄생」의 끝부분에서 산파는 빛으로 태어난

예수에 대한 목격담을 이야기하고 「야고보의 원복음서」1장의 끝부분에서 산

파가 구세주로 태어난 예수를 목격하게 해 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 내

용이 나온다. 물론 위 세 외경 문서의 저자들 중 어느 누구도 살로메가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기록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천사는 예수가 예루살렘에

가기 전까지는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기적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

고 경고하는데, 문제는 “예루살렘에 가기 전”을 언제로 해석하느냐에 있다. 신

약성서나 􋺷야고보의 원복음서􋺸처럼 8일 혹은 40일이 되지 않은 아기 예수가 예

루살렘에 가기 전인지, 혹은 누가복음 2장 41절에서 51절에 나타나는 12세의

예수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30세 이후 구원의 사역을 시작하는 예수가 예루살

렘에 들어가는 시기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살로메는 예수가 태어난

지 30년이 되기 전에 자신이 목격한 예수 탄생의 기적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수 탄생에 대한 이야기의 1차적인 호모 나랜스가 산파 살로

메였다면, 반스토운에 의하면 외경의 저자들은 구전으로 이어진 이야기들을

200년에서 400년이 지난 3세기에서 5세기 사이 양피지나 파피루스에 문서로 남

긴 2차적인 호모 나랜스이다(Introduction xx).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와 신

약성서 및 외경문서들을 바탕으로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예수에 대

한 영화를 제작하는 하드위키 감독이나 멜 깁슨 감독과 같은 사람들은 바로 이

시대에 존재하는 3차적인 호모 나랜스이며 이러한 호모 나랜스를 통해 잃어버

린 예수에 대한 기억의 서사가 재현되는 시대가 바로 오늘날 디지털 시대이다.

IV. 나오면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를 네그로폰테가 정보의 DNA라고 정의하는

비트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디지털 시대의 문화를 비트 문화

라고도 부를 수 있다. 비트 문화의 발달로 오늘날 우리는 종교예술을 영화, 문

학, 음악, 미술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디지털 시대

에서 어떻게 신약성서에 나타나지 않는 예수의 행적8)과 마리아의 출생 및 성장

에 대한 기억의 서사를 추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해봤다.

 

      8) 특히 예수의 탄생 전후

 

모든 인간은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호모 나랜스이기에 잃어버린 예수의 행적과 마리

아의 출생 비밀까지 먼저 구전의 형태로 전해 내려온 사실을 알 수 있다. 본 논

문에서 디지털 시대 기독교의 종교예술, 특히 영화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중

심으로 잃어버린 예수에 대한 서사의 기억을 추적하고 있다. 예수의 탄생신화에

대한 논의를 펼치기 위해 그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출생을 몇 권의 외경을 통해

살펴보고 신약성서에 나오지 않는 동정녀 마리아의 인간적인 고뇌를 영화와 외

경의 기록에 비추어 고찰해본 것이다. 특히 「야고보의 원복음서」와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 그리고 「라틴어 복음서: 예수의 탄생」에서 공통의

호모 나랜스로 나타나는 마리아의 처녀성을 검사한 산파의 경험과 목격담을 통

해 위 외경들은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예수의

탄생과 마리아의 출생에 관련된 외경들은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라는 것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구전의 형태에서 문서로 작성되는 과정은 대부분 “남성의 영역”이라 여겨졌

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이러한 구전을 영화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예술로 창조

하는 것은 더 이상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다(홍옥숙 183). 양병현(YANG

Byung-Hyun)은 심지어 남성과 여성의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남성작가인 댄 브

라운의 경우 􋺷다빈치 코드􋺸에서 “여성다움의 코드[를] 은유”적인 내러티브로

사용하면서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3). 디지털 시대의 호모 나랜스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의 탄생 이야

기”의 하드위키 감독의 예를 보면, 그녀는 신약성서, 외경 그리고 구전으로 내

려오는 예수의 탄생 신화를 그녀 자신만의 상상력을 첨가해서 한 종합예술작품

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정녀 마리아의 신성을 그녀의 인성보다

 

더 강조하는 「야고보의 원복음서」와 「야고보의 유아복음(마리아의 출생)」과 같

은 외경문서와는 달리 여성감독의 관점으로 임신을 한 12세 소녀가 겪을 수 있

는 정신적인 고통을 섬세하게 다룬다. 물론 외경문서들이 요셉과 마리아가 사람

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이야기를 다루지만, 하드위키 감독은 그녀의 영화에서

한 어린 소녀의 고뇌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디

지털 기술과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면 예수의 탄생과 같은 이야기를 여전히 책

으로만 접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비트문화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이천 년 전의

이야기를 종교영화를 통해 생생한 영상과 소리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들에게 예수에 대한 종교영화가 많이 소개되었으며,

특히 예수의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영화는 학자들의 문헌 연구와 작가들의 작

품 활동과 함께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본 논문은 마리아의 출생부터 예수의 탄

생 전후까지의 15년 정도 되는 기간에 대한 기억의 서사를 고찰해 보았는데, 이

제 12세 이전의 예수와 12세부터 30세까지의 예수를 영화, 문학작품, 성서 그리

고 외경을 통해 더욱 더 활발하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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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김요섭

본 논문의 연구주제는 기억의 서사, 즉 구전되어 내려오던 종교 이야기, 특히

성서에 나타나 있지 않은 잃어버린 예수의 30년의 기록 중 그의 탄생 전후 시점

을 구전을 바탕으로 쓰여진 외경을 통해 추적하며, 이러한 구전 전통이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종교예술, 특히 영화로 승화되는지 고찰하는데 있다. 성서

에 기록되지 않은 예수의 30년의 행적에 대한 영화는 그리 드물지 않지만, 외경

을 통한 디지털 시대 기독교 종교예술을 분석하는 연구는 예가 많지 않다. 인간

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 호모 나랜스이기에 성서에 기록되

지 않았던 예수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 구전을 통해 외경의 형태로 남겨질 수 있

었다. 본 논문은 잃어버린 예수의 자취를 추적하는 그 시발점을 마련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주제어:  디지털 시대, 종교예술, 기억의 서사, 잃어버린 예수, 외경, 호모 나랜스

 

 

Abstract:

“Religious Artistry in the Digital Age and Recollective  Narrative: In Search of the Lost Jesus.”

KIM Joseph Yosup(Kunsan Univ.)

The aim of this paper is to trace the recollective narratives or the

unwritten oral traditions of the lost Jesus in the first thirty years of his life,

especially around the birth of Jesus through the Apocrypha based on the oral

traditions and to examine how such oral traditions have sublimated into religious

artistry, especially in the form of films. It is not rare to find films portraying the

unwritten history of Jesus, but it is hard to find academic papers that analyze the

Christian artistry in the digital age through the Apocrypha. Human is homo

narrans with an innate instinct to gossip so that it was possible for the unwritten

life of Jesus to be written in the form of the Apocrypha. This paper is significant

for it has prepared a starting point to trace and examine the lost Jesus in his first

thirty years of life.

Key Words: Digital Age, Religious Artistry, Recollective Narratives, Lost Jesus,

Apocrypha, Homo Narrans

 

 

 

 

문학과신앙20권2호  (2015)

접수일:  2015.4.19    수정일:  2015.6.15  게재확정일: 2015.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