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자살’의 문제이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 위라는 불명예는 2003년부터 2016까지 13년간 이어졌고, 이듬해인 2017년엔 2위, 그리고 2018년부터 다시 1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자살에 의한 사 망자 통계는 1만 3,352명으로 2020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였고1, 2021년 10대에서 30대의 한 국인의 가장 높은 사망원인은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 1위를 기록하였다.2
온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살의 원인은 어느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근본이 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우울증’이다.
자살 시도를 한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생 주요 우울증을 경험할 위험이 자살 시도 1회 한 경우에는 6.5배, 여러 번 한 경우에는 7.9배 높은 것으로 났다.3
더욱 중요한 사실은 우울증이 교회 안에서도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목회자와 목회 자 가정 가운데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4, 성도들 가운데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 람들과 우울증을 진단받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1“2021년 자살사망자 1만 3,352명,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page=1&CONT_S EQ=373035, 2023년 2월 9일 접속.
2“작년 한국인 사망원인 1위, 10∼30대는 자살·40대부터는 암”, 작년 하루 평균 3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 었다. 40대와 5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지만, 2위는 역시 자살이며, 60대의 사망원인 4위 역시 자살이다. https://webzine.kacpta.or.kr/news/articleView.html?idxno=12535, 2023년 2월 9일 접속.
3삼성서울병원 우울증 센터 질병 상식 우울증 질환 정보 게시판, http://www.samsunghospital.com/dept/medical/healthSub02View.do?content_id=1661&cPage=1&DP_ CODE=DEP&MENU_ID=004025&ds_code=D0001673&main_content_id=406, 2023년 2월 9일 접속. 4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중 지난 1년간 불안증, 수면장애, 우울증 경험 여부’에 대하여 2023년 2월 13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응답자 589명 중 거의 절반의 수치인 48%가 ‘있다’라 고 응답했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_h6z8ahgmnPeROk31EQtgnxbhw4xGiA=, 2023 년 3월 16일 접속. 이외에도, 목회자의 우울과 탈진에 관련된 자료들이 많이 있다. 88%의 우울증 경험률을 자랑하는 그룹은 바로 ‘목회자 사모 그룹’이다. 하재성, 『우울증, 슬픔과 함께 온 하나님의 선물』 (서울: 도서 출판 이레서원, 2014), 59-69.
그들의 마음을 더욱 어 렵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울 현상을 겪는 것에 대하여 죄책감을 갖거나 그런 자신 을 지나치게 자책하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에 대하여 ‘귀신 들림’의 현상, ‘불신앙의 결과’, ‘나 태함과 죄’의 현상 등으로 이해하는 잘못된 인식도 그리스도인들의 우울증을 바르게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5
5앞의 책, 159-165.
이런 현 상황에서 우울증과 신앙, 특별히 믿음과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고찰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교회 안에서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을 진단받아 앓고 있는 성도들 과 사역자 자신의 영, 혼, 육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돌보기 위하여 우울증과 믿음에 관하 여 웨슬리 신학의 관점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우울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와 현재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우울증을 앓는 인간에 대한 웨슬리의 이해를 분석할 것이다. 웨슬리의 믿음의 개념을 통해 구원의 단계에서 관찰되는 우울과 믿음의 현상은 무엇인지 그리 고 그 관계는 어떠한지 1차 자료를 위주로 분석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현대인들의 영과 육의 생명을 위협하는 우울증에 대한 신학적인 이해의 폭을 넓혀 생명을 살리는 교회의 역할 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2. 우울증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연구 동향
현대의 가장 흔한 정신장애 중 하나로 알려진 우울증(Depression)은 고대에서부터 관찰 되어 온 현상으로써 인간의 감정과 활력의 저하 또는 조절의 어려움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주요우울장애’는 유병률이 12∼25%에 이르는 정신장애 중 하나로, 정상인의 기분 고저(高低)와 달리 슬픔, 불행감, 절망감, 외로움, 무가치함, 걱정, 죄책감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로 심한 증상과 식욕 감퇴, 체중 감소,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경우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고의적 자해’ 즉,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이와 같은 정신 문제에 대하여 고대에는 “신과의 소통이나 징벌로 보는 시각과 신체적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하였다.”6
이후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서양은 기독교의 영향력 아 래 우울은 7대 죄악 중 하나인 ‘나태(acedia)’로 간주해 징벌의 대상으로 여겨졌다.7
6.박원명, 민경준, 『우울증』 (서울: ㈜시그마프레스, 2013), 5.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는 정신질환(mental illness)을 플라톤으로 대표되는 철학자들의 관념적, 도덕적 차원의 시각과 히포크라테스로 대표되는 의학자들 의 자연과학적, 물질주의적 시각이 공존하였다.
7.4세기 수도사 에바그리우스(Evagrius of Pontus, 345-399)에 의하여 처음 작성된 치명적인 죄의 목록은 ‘탐욕, 슬픔, 분노, 태만, 허영, 교만, 탐식, 정욕’ 이렇게 여덟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후에 그레고리 대제 (Gregory the Great, 540-604)에 의하여 ‘허영, 분노, 시기, 우울, 탐욕, 탐식, 간음’ 이렇게 ‘일곱 가지 대죄 (the deadly seven sins)’로 정리되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우울은 아케디아(acedia)인데, 슬픔, 낙담 그리고 나태와 연관되어 영적 죄악으로 여겨졌다. 이것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Solomon Schimmel, The Seven Deadly Sins (New York an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7)을 참고.
20세기에 들어와서 두 가지 시각, 즉 “기술정신의학(Descriptive psychiatry)과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으로 대변되는 과학적 의학(Scientific medicine), 그리고 정신분석 (Psychoanalysis)으로 대변되면서 심리학과 철학을 아우르는 역동정신의학(Dynamic psychiatry)”8의 시각으로 접근하였다.
생물학적 이론과 심리학적 이론이 갈등하면서 발전한 정신의학은 현재, 뇌 자체에 초점을 맞춘 생물학적 패러다임이 주류가 되어 우울증을 뇌의 문 제로 파악하여 연구하고 있다.
우울장애는 정신병리에서 특별히 ‘감정의 장애’(Disturbance of Emotion)로 분류되며, 세부적으로는 기분장애로써 조증(Mania)과 울증(Depression)으로 나뉜 다.9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나 의학에서는 크게 유전적 요인, 신경생물학적 요인, 심리사회적 요인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의 경우, 약 70년 전에 처음으 로 이루어졌으며, 가족, 쌍생아, 입양 연구를 통해 진행되었다.
아직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 로 우울증을 유발하는 단일 유전자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세로토닌 운반체와 세로토닌 수용체 유전자,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 후생 유전 (epigenetic inheritance) 등을 연구하여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을 찾아내는 연구가 활발히 진 행되고 있다.10
우울증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에 관한 연구는 조금 더 인간의 몸(Body)에 관한 메커니즘적 연구로써 “생체아민(biogenic amine) 등의 신경전달물질, 세포 내 신호 전달, 신경 가소성, 신 경해부학, 신경 내분비, 면역학, 주기생물학적 측면”11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잘 알려진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과 우울증의 원천 규명 또는 치료에 관한 연구도 우울 증을 신경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에 포함된다.
더하여 이 분야에서는 신경해부학적, 신경 호르몬적 요인의 접근도 시도하고 있는데 특별히 뇌(brain)와 관련된 연구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하루주기리듬의 변화라든가 수면신경생리의 변화 등을 관찰하여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연 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우울증에 대한 이해는 심리사회적 접근이다. 심리사회적 접근 은 정신분석 차원의 연구와 인지행동이론 차원의 연구로 진행되고 있다.
정신분석 차원의 연구 는 프로이트(S. Freud)의 정신분석 이론, 보울비(J. Bowlby)의 애착이론, 아리에티(S. Arieti)와 벰포라드(A. Bemporad)의 대인관계 이론 등을 통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인지행동이론 차원의 연구는 벡(A. Beck)의 인지행동이론, 셀리그먼(M. Seligman)의 학습된 무력감 모델, 아브람슨(L. Y. Abramson)의 주도하에 셀리그먼과 티스데일(S. Teasdale)이 함께 발전시킨 귀인이론, 여러 연구자가 제시하는 자기 집중 모델 등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사 회적 측면에서는 탄생 후 가장 먼저 만나는 사회인 가족에서부터 경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영 향에 의한 우울장애를 이해하고 발생 요인을 연구하고 있다.12
8박원명, 민경준, 『우울증』, 9.
9강선경, 『정신병리』 (경기 파주: 집문당, 2010), 114-115.
10서미경 외 5명, “조기유해경험에 의한 우울증 발병의 후생 유전학적 기전,” 「대한정신약물학회지」(2014 25(3)): 91-100. 후생 유전이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세포분열 동안 DNA나 염색질(chromatin)의 변 형을 통해 유전자 발현 양상이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특성”이다. 후생 유전과 관련한 우울증 연구 참고자료 cf. 김재원, 윤봉준, “우울증의 후생 유전적 기전의 역할”, 「대한생물정신의학회」 (2011 18): 181-188.
11박원명, 민경준, 『우울증』, 53-65.
12각각의 이론들에 대한 참고자료 cf.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근본 개념』, 고낙범 역 (경기 파주: 112 열린책들, 2020), Bowlby, Attachment: Attachment and Loss: Vol 3, Loss, sadness and depression (New York: Basic Books, 1980), S. Arieti, J. Bemporad, “The psychological organization of depression,”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980 137): 1360-1365, 아론 벡, 『우울증의 인지치 료』, 원호택 역 (서울: 학지사, 2005), 마틴 샐리그만, 『긍정 심리학』, 김인자, 우문식 역 (경기 파주: 물푸레, 2020).
3. 웨슬리 신학으로 고찰한 우울증과 믿음의 관계
1) “신묘막측하게 만들어진 기이한 기계”13 : 웨슬리의 인간 이해
1788년 5월 2일 자로 쓰여진 웨슬리의 설교,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웨슬리는 인간을 “신묘막측하게 만들어진 기이한 기계(a curious machine, fearfully and wonderfully made)”14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설교에서 웨슬리는 인간을 영혼(the soul)과 몸(body)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보고15 진정한 정체성은 영혼임을 밝힌다.
좀 더 세부적으로 몸(body)이란 물 질의 4원소16 즉, 흙(dust), 물(water), 공기(air), 불(fire)로 이루어진 기계와 같은 물질이며, 영혼은 “전능하신 영(the Almighty Spirit)으로부터 움직임의 내적 원리를 받아 몸의 모든 부 분을 임의로 다스리는”17 진정한 인간의 자기 정체성이다.
다시 말하면, 영혼은 이해력 (understanding), 의지(will), 정서(affection)라는 기능과 수동적인(passive) 본질을 갖는 몸과 달리, ‘자유(liberty)’라고 불리는 “스스로 결정하는 힘(a power of self-determination)”18을 가지고 말과 행동을 주관한다.
13John Wesley, The Bicentennial Edition of the Works of John Wesley, edited by Albert C. Outler, (Nashville: Abingdon Press, 1984-2003), vol 4, “What is Man?,” 20. 이하 전집은 AP로 표기함.
14Ibid.
15Ibid., 20-27. 이 설교에서 웨슬리는 영, 혼, 육에 대하여 이분법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웨슬리는 영, 혼, 육을 각각 분리하여 생각한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 23절에 있는 바울의 표현에 대한 웨슬리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 “Some Thoughts on An Expression of St. Paul, in The First Epistle to the Thessalonians, Chapter Ⅴ., Verse 23”에서 웨슬리는 영, 혼, 육 각각의 개념을 설명한다. 특별히 이분법과 삼분법의 핵심이 되는 ‘혼’에 대하여 ‘영이 입고 있는 옷(the immediate clothing of the spirit)’, 살아 있을 때나 죽어있을 때나 ‘영으로부터 절대로 분리되지 않는 그런 차량(the vehicle)’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혼은 물질이지만 ‘가장 순수한 물질(the purest of all matter)’일 것이며, 몸의 죽음에 의해 사라지거나 분리 되지 않고, 오히려 ‘영과 직접 붙어 있는 형태’로써 살아있을 때는 몸 안에 있는 영을 담고 있고, 죽어 있을 때는 몸과 분리된 영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부활 시에 죽지 않는 몸을 입을 때에도, 혼은 본질 적 변화 없이 영을 감싸는 옷으로써 존재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웨슬리는 삼분법적으로 각각의 개념을 분리 하여 보고 있지만, 영과 혼을 하나의 그룹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John Wesley, The Works of John Wesley (Grand Ripids: Zondervan Publishing House, reprint), Vol. Ⅺ, 447-448.
16물질의 4원소설은 엠페도클레스에서 시작되어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계승되었다. cf. 한정훈, 『물질의 물리학』 (경기 파주: 김영사, 2020).
17John Wesley, AP, vol 4, “What is Man?,” 22-23.
18Ibid., 23-24.
이와 같은 인간의 영혼과 몸의 관계는 구원의 단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데, 영혼의 상태가 원죄 상태, 즉 전적 부패(total corruption)와 전적 무능의 상태에서는 몸은 그 뿌리에 서 나오는 악한 가지들로 열매를 맺는다.
반대로 믿음으로써 하나님으로부터 난 자들은 믿음이 ” 원인이 되어 그로부터 죄를 이기는 능력(power over sin)과 평화(peace), 소망(Hope) 그리고 사랑(Love)의 열매를 맺는다.
이로부터 파생되는 선행들(good works)이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 다.
이처럼 인간의 본질인 영혼의 상태에 따라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이 악행(evil works) 또는 선행(good works)된다. 영혼과 몸의 관계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원리는 이 땅에서 썩어질 육신을 가지고 사는 동안은 몸이 지속해서 영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모든 종류 의 감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육신의 욕망(the desire of the flesh),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 랑과 같은 몸으로부터 오는 수많은 악한 욕망들, 신체적 연약함으로부터 오는 수많은 무거움 들, 몸의 욕망과 연약함을 충동하여 은혜로부터 떨어져 나가도록 유혹하는 죄의 존재(being of sin, Satan)로 인해 이 땅에 살아 있는 동안 영혼은 늘 몸으로부터 눌리는 현상(press down) 을 겪으며 고통받는다.19
19John Wesley, AP, vol 2, “Heaviness through Manifold Temptation,” 225. 웨슬리는 지혜서 9장 15절의 말씀에 근거하여, ‘썩어질 몸이 영혼을 내리누르는’ 현상이 있음을 말한다. cf. John Wesley, AP, vol 2, “Wandering Thoughts”.
2)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하나님의 방법”20 : 믿음에 의한 구원
인간의 진정한 자기 정체성인 영혼이 걸려 있는 병, 곧 전적 부패, 전적 무능이라는 원죄 를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믿음에 의한 구원(Salvation by Faith)’이요, 이 방법으로써 영혼 을 치료하시는 위대한 영혼의 의사는 하나님이시다.21
영혼의 치료는 논리적인 단계를 거치며 순차적으로 일어난다.
먼저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그가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22을 주사 불신앙과 무신론을 고치신다. 이 지식은 다른 말로, ‘믿음(faith)’이다.
웨 슬리는 1738년 5월 24일 회심 이후 6월 11일에 옥스퍼드 대학의 St. Mary 교회에서 행한 설 교 “믿음에 의한 구원(Salvation by Faith)”에서 믿음의 정의를 서술하고 있다.
웨슬리에 의하 면 믿음이란, “단순히 사변적이며 이성적인 것이 아니며, 마음에도 없이 그냥 하는 생명감 없 는 동의도 아니고, 머릿속에 있는 일련의 개념들도 아니다.”23
웨슬리에 의하면, 구원받는 믿음 이란, 그리스도에 대하여 “하나님이 주시는 자명성에 의하여 확실하게 설득된(a divine evidence and conviction)”24 “마음[=영혼]의 변화된 특정한 상태(a disposition of the heart)”25이다.
20Ibid., “Original Sin,” 184.
21Ibid.
22Ibid. 이것은 곧 ‘진정 살아있는 믿음(a true living faith)’의 내용이다. 웨슬리 설교 “성경적 구원의 길” 문단 Ⅱ번에는 웨슬리가 정의하고 있는 믿음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데, 특별히 ‘특수한 의 미의 믿음,’ 즉 ‘칭의 받게 하는 믿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수한 의미에 있어서는 믿음은 ‘하나님이 세상 을 자신에게 화해시키기 위해 그리스도 안에 계셨다’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가 ‘나를 사랑하셨으며 그 자신을 나를 위해 내주셨다’라는 사실에 대하여 하나님이 주시는 자명성과 이에 의하여 설득된 확신(a divine evidence and conviction)이다.”(cf. John Wesley, AP, vol. 2, “The Scripture way of salvation,” 161). 여기에서 웨슬리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리스도가 ‘나’를 사랑하셨으며, ‘나’를 위해 내주셨다는 것이다. 그리 스도의 구속 사역이 보편적인 사실에서 나를 위한 사실로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23John Wesley, AP, vol. 1, “Salvation by Faith,” 120.
24John Wesley, AP, vol. 2, “The Scripture way of salvation,” 160-162.
25John Wesley, AP, vol. 1, “Salvation by Faith,” 120.
믿음에 이어 다음으로 의지의 부패 상태인 ‘교만’과 ‘자기 의지’는 “회개와 마음의 겸손,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 대한 온유하고 감사하는 복종”26으로 치유된다.
자신에게 돌리던 영광과 창조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주인이 되어 뜻하고 행한 의지가 전적으로 무능한 자신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치유된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님께 죄책을 용서받고 다시 자녀로 용납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포기한다. (renounce himself)”27 정서의 부패 상태인 ‘세상사랑(the love of the world)’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the love of God)’으로서 치유된다.
피조물에게 만족과 행 복을 얻고자 하는 것, 모든 종류의 육신적 욕망들, 보고 상상을 즐기는 안목의 정욕들, 칭찬을 바라고 추앙받고자 하는 이생의 자랑은 성령으로 인하여 영혼 안에 부어지는 하나님의 사랑으 로 치료된다.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하나님의 치유의 역사는 모든 단계를 거칠 때마다 앞서가시며, 동 행하시며, 뒤따라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힘입어 ‘우리 자신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전진’할 때 가능하다.
전적 부패와 무능한 병든 인간은 스스로 선한 욕망을 가질 수 없기에, 내적으로 외 적으로 선한 욕망을 불러일으켜 주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무시하지 말고 양심을 따라 반응하 며,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함으로 알맞게 응답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먼저 선한 욕망을 넣어주 시며 일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일할 수 있고, 마땅히 일해야만 한다.28
그렇게 하면서 “믿음에 의하여, 지금 너의 모습 그대로의 상태에서, 지금 변화되기를 기대하라.”29는 것이 웨슬리의 조 언이다.
그렇게 한다면, 반드시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그리스도가 나를 사랑하였고, 그 자신을 나를 위해 내어주셨다는 사실을, 그로 인해 나의 죄들이 지워졌고, 이제는 하나님과 화해되었다는 사실을 하나님의 영이 증언해주실 것이다.30
26John Wesley, AP, vol. 2, “Original Sin,” 184. 웨슬리의 회개 개념은, ‘죄에 대한 깨달음 (conviction),’ 특별히 ‘원죄 상태에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기 인식(self-knowledge)’이다. 이 깨달음으로 당사자는 또한 죄책(guilty)이 있다는 사실도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진정한 회개 은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스 스로 이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전적 무능을 깨닫고 겸손하게 되는 것이다. 웨슬리는 자기 의지(self-will)란 ‘사단의 형상(the Image of Satan)’으로 하나님의 의지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가 기뻐하는 대로 하겠다는 의 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이것을 치료하는 하나님 뜻에 대한 온유한 겸손은 예수 그리스도의 ‘내 뜻대로 마옵시 고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고백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27John Wesley, AP, vol. 1, “The Marks of the New Birth,” 418-419.
28John Wesley, AP, vol. 3, “On Working Out Our Own Salvation,” 206-209.
29John Wesley, AP, vol. 2, “The Scripture way of salvation,” 168-169.
30John Wesley, AP, vol. 1, “The Witness of the Sprit Ⅰ,” 274.
3) 우울과 믿음의 관계 : 믿음과 공존하는 상태와 공존하지 않는 상태
슬리의 구원론은 각각의 단계마다 영혼의 이해력, 의지, 정서가 깨닫고 행하며 느끼는 바의 내용이 다르다. 먼저 회개 은혜 단계에 있는 사람은 아직 칭의의 믿음의 상태는 아니지만 ‘일종의 믿음(a species of faith)’을 갖고 있는데, 웨슬리는 이를 “종의 믿음(the faith of a servant)”31이라고 말한다.
회개 은혜 단계에 있는 사람이 일종의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이유는, 그가 깨달은 내용들이 “하나님이 그것들을 우리에게 계시하시기 전까지는 볼 수도 없 고 알 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확실한 증거(an evidence of things not seen)’ 를 포함하고 있기”32 때문이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은 불가시적 세계와 영원한 세계에 대한 자명한 깨달음(a divine evidence)을 갖고 있고, 죄에 대하여 진노하시는 하나님을 알고 두려 워하며, 이 때문에 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한다.33
또한 이는 진정한 의미의 자기 인식 (self-knowledge)을 갖게 되는데 하나님 앞에서 전적으로 부패해 있는 자신의 영혼의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이요,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단 한 가지도 없는 전 적인 무능 상태에 있는 자신을 알게 된다.
이 깨달음들이 바로 ‘일종의 믿음’, 즉 ‘종의 믿음’ 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깨달음들로 인하여 회개 은혜 단계에 있는 사람의 정서는 곧 그동안 나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자비들을 무시하며 산 것에 대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 나오는 슬픔과 자책, 자기 정죄, 자신에게 임한 하나님의 진노에 대한 두려움과 그 앞에 변명 할 것이 하나도 없는 무기력함과 좌절로 가득하다.34
이 사람은 분명 심각한 우울 상태로 보이 나, 실은 하나님께서 주신 ‘종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아들의 믿음(the faith of a son)’을 간 구하고 있는 정상적인 구원의 단계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 단계에서 느끼는 정서적 어려움 은 ‘하나님의 뜻대로 생명에 이르게 하는 근심’(고후 7:10)이며 지향해야 할 우울과 슬픔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관찰할 수 있는 우울과 믿음이 공존하는 상태는 성화 은혜 단계에서 거치게 된다.
웨슬리가 ‘애통’, 이라고 부른 이 상태는 칭의 받고 중생한 사람이 자신 안에 남아있는 죄를 느끼며 발생하는 상태로 성화 은혜 단계에서 다루는 ‘믿는 자의 죄와 회개(On sin in believers and the repentance of the believers)’ ‘영혼의 무거움(heaviness of the soul)’ 의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다.
웨슬리에 의하면, 칭의와 중생을 체험한 사람은 정서적인 부분에 서도 마치도 ‘독수리 날개 위에 앉은 것처럼’ 높이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사 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정서는 곧 사라지고 애통의 단계로 들어가게 된다.
이들이 애통 하는 이유는 ‘세상적인 일’ 때문이 아니라 ‘자신 안에 남아있는 부패성을 인식하여 그로부터 완전히 건져짐을 받고자 하나님을 찾으며’ 애통한다.35
31John Wesley, AP, vol. 4, “On the Discoveries of Faith,” 34-35. 웨슬리에게 있어 믿음은 ‘하나님 이 주시는 확실한 증거이며 깨달음(it is a divine evidence, and conviction of things not seen)’이다. 육 신의 오감각(five senses of the body)이 육신의 감각으로 가시적 세계, 물질적 세계에 대한 인식 기관이라 면, 믿음은 불가시적 세계에 대한 인식이다. cf. John Wesley, AP, vol. 3, “On Faith”(1788.4.9), John Wesley, AP, vol. 4, “On the Discoveries of Faith,”(1788.6.11), Ibid., “On Faith,”(1791.1.17.).
32Ibid.
33Ibid., 35.
34John Wesley, AP, vol. 1, “The Way to the Kingdom,” 229.
35웨슬리가 세상적인 일 때문에 애통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다음의 내용을 포함한다: “명성의 실 추, 친구들을 잃은 것, 재물의 손실 같은 단순히 어떤 세상적인 고통이나 낙심 때문에 오는 슬픔이나 근심,” “어떤 일시적인(세상적인) 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 근심 걱정으로 번민하며 쇠약 해지는 사람들, 가슴을 병들게 하는 세상적인 것들에 대한 욕망 때문에 번민하며 쇠약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cf. John Wesley, AP, vol. 1, “Sermon on the Mount, Ⅰ,” 483.)
이들의 정서 상태는 “평온을 상실하고 어지럽고, 마음의 근심과 무거움이 사로잡고 있다.”36
칭의와 중생에 대하여 의심이 들기 시작 하고 그 틈을 파고든 사단의 역사에 이들은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며, 슬픔과 고뇌에 빠지게 된 다.37
이는 분명 정서적으로 슬프고, 우울하고, 절망적이며, 괴로운 상태이다. 하지만 그 영혼 은 진정한 믿음을 갖고 있고 모든 이해를 초월하는 평화와 불멸성으로 충만한 소망을 견지하 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성령 안에서의 기쁨으로 충만하며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여전히 누리고 있을 수 있고 죄를 이기는 한결같은 능력을 유지하며 거룩할 수 있다.38 또한 “당장은 즐겁지 아니하고 괴롭고 슬프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통은 이로 인하여 단련된 그들에게 그 후 평화로운 열매를 가져다준다.”39
애통하는 상태, 즉 성화 은혜 단계에 있는 사람은 남아있는 부패성 외의 다른 문제들에 의하여 힘들고 괴로울 수 있다. 먼저는 웨슬리가 “복된 애통(Blessed mourning)”40이라고 부 르는 슬픔으로 인류의 죄와 비참, 그리스도를 모르는 자들, 죄 가운데 있는 자들, 연약하고 믿 음이 부족한 자들, 실족한 자들을 위하여 가슴 깊이 슬퍼한다.
또 하나는 설교 “여러 가지 유 혹으로 인하여 힘들고 괴로움(Heaviness through Manifold Temptation, 1760)”에서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 ‘영혼의 무거움(Heaviness of the soul)’의 상태가 바로 이것이다. 영혼의 무거 움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역시나 진정한 믿음, 소망, 사랑을 잃지 않고 있음과 동시에 슬픔 (sorrow)과 근심(grief)을 갖고 영혼이 눌려있는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이 무거움의 원인은 실 로 다양한 종류이나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모든 신체적 질병들, 특히 급성으로 발생하는 질 병들, 모든 종류의 격렬한 통증, 오래 지속되는 질병이 있을 수 있다. 가난에 의하여 초래되는 많은 어려움들,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또한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님을 져버렸거나, 아직 믿음이 없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슬픔이 우리 영혼을 무너뜨리려는 사단의 기회로 둔갑 하여 영혼의 무거움을 초래한다.41
하지만 웨슬리는 무거움의 상태는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니 며, 빨리 나와야 하는 상태임을 말한다. 무거움이 지속되면 믿음을 상실하는 ‘영혼의 어두움 (darkness of the soul)’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경우들은, 지양해야 하고 피해야 할 슬픔이 아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영향받아야 마땅한”42 믿음을 갖고 “죄 없이 슬픔이 있을 수 있는”43 경우이다.
36John Wesley, AP, vol. 1, “Sermon on the Mount, Ⅰ,” 483-484.
37Ibid.
38John Wesley, AP, vol 2, “Heaviness through Manifold Temptation,” 223-224.
39John Wesley, AP, vol. 1, “Sermon on the Mount, Ⅰ,” 485.
40Ibid., 486.
41John Wesley, AP, vol 2, “Heaviness through Manifold Temptation,” 226-229.
42Ibid., 228.
43Ibid.
하 지만 이와 동시에 웨슬리는 피해야 할, 그리고 믿음과 공존하지 않는 슬픔과 어려움의 상태를 ‘영혼의 어두움(darkness of the soul)’ 즉, ‘광야 상태(The Wilderness State)’라고 칭하며 경계했다.
광야 상태는 믿음의 상실로부터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 성령 안에서의 즐거움, 평화 그리고 죄를 이기는 능력의 상실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영혼의 어두움의 상태에 빠지 게 되는 원인도 여러 가지이나 웨슬리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으로 ‘죄’가 있음을 말한다.44
또 한 ‘무지(ignorance)’도 어두움의 원인이 되는데, 성경에 대하여, 영혼 안에 하나님께서 어떻 게 역사하시는지에 대하여 알지 못하면 어두움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45
44‘죄’라고 명명한 영혼의 어두움을 발생시키는 원인에 대한 구분은 먼저 행함으로 짓는 죄(sin of commission)와 행하지 않음으로 짓는 죄(sin of omission)로 나뉜다. 하지만 웨슬리는 중생한 자의 경우, 갑 자기 외적 죄를 범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며, 오히려 행하지 않음으로 짓는 죄, 특별히 ‘태만’으로부터 시작되 는 ‘개인 기도를 중단하는 죄,’ ‘형제를 책망하지 않는 죄,’ ‘내적 죄에게 길을 내어주는 것,’ ‘영적 게으름’과 같은 것에서부터 외적 죄를 범하는 것으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cf. John Wesley, AP, vol 2, “The Wilderness State,” 208-211).
45여기서 웨슬리는 특별히 ‘어두움(darkness)’의 상태를 긍정적으로 보고 권면하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 리를 비판하고 있다. 웨슬리 당시에도 로마 가톨릭교회의 신비주의자들, 영국국교회의 지도자들도 darkness 를 더 깊은 영적인 단계로 들어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사용함을 반대하며, 이러한 성경에 대한 무지와 하나님 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실제로 믿음의 상실로 인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cf. John Wesley, AP, vol 2, “The Wilderness State,” 208-209) 이들에 의하면, ‘어두움’은 하나님의 부재를 깊이 느끼는 것이며 영적 수 련을 통하여 세속적 감각을 버리는 것이다. ‘어두움’의 개념은 ‘조명된 믿음(luminous faith)’이라고 표현하는 빛의 상태를 ‘감각적 위로’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다. 가톨릭 신비주의에서는 이와 같은 즐거움의 상태보다 ‘어두움’, ‘메마름’을 자처하는 수련의 상태를 더 높은 단계의 신앙으로 이해한다. ‘어두움’을 긍정적으로 보고 권면하는 가톨릭 신비주의자들이 주로 인용하는 성경 구절에 대한 웨슬리의 반대의견은 그의 설교 “광야 상 태”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로마 가톨릭 신비주의의 ‘darkness’에 대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주명수, 『영혼 의 어두운 밤』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2013), 김병오, 『영혼과 우울증』 (서울: 도서출판 대서, 2012), St. John the Cross, Ascent of Mount Carmel, trans and ed, E. Allison Peers (New York: Dover Publications, 2008), 또는 St. John the Cross, The Dark Night of the Soul (Pennsylvania: Whitaker House, 2017).
영혼을 어두움에 빠지게 하는 세 번째 원인은 ‘유혹(temptation)’으로, 남아있는 부패성과 그것을 지속적으로 충동하는 세상의 어두움의 통치자들에 의하여 처음에는 무거움으로 그리고 그 상태에서 경계 를 게을리한다면 어두움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 결과 영혼의 어두움의 상태에 있는 사람은 믿 음의 상실로 말미암아 다시 두려움의 상태로, 사랑의 상실로 인해 불행과 분노 속으로, 성령 안에서의 즐거움을 상실함으로 영생의 소망을 잃고 즐거움을 잃었다.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평 화를 상실하여 다시 의심과 두려움 속으로, 결국 죄를 이기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다시 죄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웨슬리는 구원의 단계에서 믿음의 발생 및 증가 전에 자 연스럽게 거치게 되는 긍정적인 의미의 우울 현상과 믿음의 감소 및 상실을 야기하는 부정적 인 의미의 우울 현상을 세밀하게 구분하여 알고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각각 제시하고 있었음 을 확인할 수 있다.
4. 나가는 말
‘우울이라는 보편적인 현상에 대하여 구원론적 관점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비롯된 본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흔히 우울증 이라고 말하는 우울의 현상은 인간의 몸, 특별히 뇌의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작용으로 발 생한다.
둘째, 신체의 이상 작용으로 인한 우울 현상과 더불어 구원의 단계에서 특별히 믿음전 회개의 단계, 성화 은혜 단계에서 애통, 믿는 자의 죄와 회개 그리고 인생 전반에서 일어나 는 각종 무거움과 어두움의 문제로부터 우울 현상이 일어난다.
셋째,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웨슬리는 지향해야 할 우울 현상과 지양해야 할 우울 현상을 구분하였고, 그 기준은 믿음의 견 지와 상실이다.
넷째, 두 현상의 공통점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이 유사하다는 점이다. 차이 점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다.
신체 이상 작용의 우울 현상은 그 원인에 있어 실로 다양하여 한 가지 원인을 특정할 수 없으며, 치료 방법 또한 약물치료, 비약물치료, 심리상담 등의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고, 그 결과도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구원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우울의 현상은 각 단계별로 그 원인과 치료 방법이 분명하다.
믿음 전 회개의 단계는 원죄하에 있는 자신에 대한 진정한 인식과 그에 따른 죄책과 처벌을 깨닫게 됨으로부터 시작되며, ‘믿음에 의 한 칭의’의 체험이 우울의 치료 방법이다. 즉 죄책의 용서와 하나님의 총애의 자녀로 용납됨으 로 그 증상이 치료된다. 애통하는 상태의 영혼도 칭의와 중생 이후에도 그 안에 남아있는 부패 성의 문제와 여전히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전적인 무능이 우울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치료 방 법 역시 ‘믿음에 의한 완전 성화’의 체험이다.
즉 하나님께서 그 안에 남아있는 부패성을 뿌리 째 뽑아, 모든 외적인 죄로부터의 자유, 죄 된 생각들로부터의 해방, 악한 기질들로부터의 해 방, 그리고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정도에서 완전한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거하는 상태로 변 화될 때 우울의 문제가 해결된다.46
이것이 바로 의학, 심리, 사회적인 시각의 우울증과 가장 큰 차이이다.
1738년 5월 24일 회심을 경험한 후, 1791년 3월 2일 소천할 때까지, 53년간 부흥의 시 대를 경험하며 수많은 사람과 그 안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관찰하며, 한 책의 사람 (homo unius libri)으로서 성경을 연구하며 경험을 검증한 결과, 웨슬리 역시 우울의 현상이 단지 세상과 인간의 몸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님을 알았다. 동시에 구원의 단계를 정 상적으로 걸어가며 반드시 거쳐야 할 은혜를 위한 슬픔이 있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는 미 련하고 어리석은 짓이요, 또는 “의기소침이나 우울증, 간헐적 정신 이상(lunacy), 정신착란 (distraction)”47으로 여겨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원의 단계에서 겪는 이런 증상 들은 “헛된 그림자 속에서 걸어가는 것이 아니며 하나님과 영원이라는 사실적인 실재”48에 대 한 생생한 체험임을 강조하여 실제 하나님이 믿음을 주심으로 어둠을 걷어가실 때까지 전진할 것을 촉구했다.
46John Wesley, AP, vol. 2, “Christian Perfection,” 99-121.
47John Wesley, AP, vol. 1, “Sermon on the Mount, Ⅰ,” 487.
48Ibid., 486-487.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우울의 문제를 신학으로 고찰해 본다면 이처럼 몸의 차원과 영적인 차원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분석한 사실을 토대 로 정리해야 할 것은 교회 안에서 우울의 현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지양하고 심리, 의학적으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현상이며, 다른 하나는 기꺼 이 들어가야 할, 마땅히 경험해야 할 은혜를 위한 우울 현상이다
. 두 시각의 균형이 깨진다면 의학적 조치가 늦어 더 큰 문제를 초래하거나,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의 은혜들을 놓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놓치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교회는 우울에 대한 더 깊은 연구 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이해도 역시 높여야 할 것이며 다양한 양상의 우울 현상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성도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어 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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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웨슬리 1차 자료
약어 AP = The Bicentennial Edition of the Works of John Wesley. edited by Albert C. Outler. Nashville: Abingdon Press, 1984-2003. Wesley, John. AP. vol 1. “Salvation by Faith” -----. AP. vol 1. “Sermon on the Mount, Ⅰ” -----. AP. vol 1. “The Marks of the New Birth” -----. AP. vol 1. “The Witness of the Sprit Ⅰ” -----. AP. vol 1. “The Way to the Kingdom” -----. AP. vol 2. “Christian Perfection” -----. AP. vol 2. “Heaviness through Manifold Temptation” -----. AP. vol 2. “Original Sin” -----. AP. vol 2. “The Scripture way of salvation.” 120 제18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 3분과 김바로본, “우울증과 믿음: 웨슬리 신학으로 고찰하기” -----. AP. vol 2. “The Wilderness State.” -----. AP. vol 2. “Wandering Thoughts.” -----. AP. vol 3. “On Faith.”(1788.4.9.). -----. AP. vol 3. “On Working Out Our Own Salvation.” -----. AP. vol 4. “On Faith.”(1791.1.17.). -----. AP. vol 4. “On the Discoveries of Faith.”(1788.6.11.). -----. AP. vol 4. “What is Man?.” -----. The Works of John Wesley. Grand Ripids: Zondervan Publishing House, reprint. Vol. Ⅺ. 447-448. “Some Thoughts on An Expression of St. Paul, in The First Epistle to the Thessalonians, Chapter Ⅴ., Verse 23.”
3. 그 외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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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찬
류 재 성/서울신학大
들어가면서
우선 흥미로운 논문을 써주신 김바로본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최근 한국 사회의 병리 학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두 가지 지표. ‘자살률’과 ‘출생률’ 가운데 특별히 자살의 문제를 짚고, 그 기저에 깔린 심리-사회적 요인으로서 우울증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해주신 점.
특별히 웨슬리 신학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한국 교회를 향해 실천적 방안을 제언하여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이 점은, 저도 나름의 웨슬리 연구자로서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또 나 름의 통찰의 장을 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바라기는 이것이 비단 저뿐 아니고 다른 여러 학계 및 목회 현장에서 웨슬리 신학이 갖는 현대적 의의, 현대적 적시성에 관한 주 제 강연 및 연구를 열어가는 계기로 확장되기를 한 사람의 웨슬리 연구자로서 바라(소망해)봅 니다.
논찬 본문
먼저 김 박사님의 학술 논문 “우울증과 믿음: 웨슬리 신학으로 고찰하기”는 한 가지 문 제의식으로 출발합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자살 문제가 대체로 우울증에서 비롯되는데, 이 우울증의 문제로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절대 자유롭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울증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 지나치게 부정적이거나 편향적이란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신자 대다수가 어떤 치료 대신에 “죄책감을 갖거나 그런 자신을 지나치게 자책”하고, 그중 일부는 우울증 자체를 “‘귀신 들림’의 현상, ‘불신앙의 결과’, ‘나태함과 죄’의 현상 등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교회 내의 우울증 문제나 그 여파가 전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김 박사님의 옥고가 지닌 문제의식 입니다(109).
김 박사님께서 지닌 이 같은 문제의식은 웨슬리 신학의 관점에서 그 해결 방안이 모색됩 니다.
단, 한 가지 선행 연구가 진행되는데, 이는 우울증에 관한 일반적인 이해와 관련이 있습 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김 박사님의 선행 연구는 우울증에 관한 고대, 중세, 현대 의 이해를 제시한 뒤, 현대의 정신 병리학적 관점에서 우울증을 ‘감정의 장애’(Disturbance of Emotion)로 규정합니다(111).
그리고 감정의 장애로서의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현대 의학이 밝히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⑴ 유전적 요인,
⑵ 신경생물학적 요인,
⑶ 심 리사회적 요인(111).
우선 일반 의학의 관점에서 환자의 우울증을 진단하거나 치료 방법을 모색할 때 핵심이 되는 것은, 그 우울증 증세가 어떤 요인으로 인한 것인지를 밝히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것이 유전적 요인이냐, 신경생물학적 요인이냐, 심리사회적 요인이냐를 밝히고, 그에 따른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오늘날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느냐? 그건 아니라고 김 박사님은 말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리스도인의 우울 증 문제를 다룰 때 ‘믿음’이라고 하는 요인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당히 급 진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주장은 사실 자의적인 것이 아니고 웨 슬리의 우울증 이해에 근간한 것입니다.
아니, 더욱 정확히 말하면, 웨슬리의 믿음 이해, 감정 분류, 치료법 제시에 따라 이 우울증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가 앓고 있는 우 울증 문제, 특히 우울증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잘못된 인식 및 대처 문제를 해결할 실마 리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 김 박사님의 주장이자 김 박사님의 옥고가 지닌 학술적 기 여입니다.
김 박사님에 따르면, 웨슬리의 믿음 개념은 “단순히 사변적이며 이성적인 것”이 아니고, “생명감 없는 동의도 아니고,” “머릿속에 있는 일련의 개념들”도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영 혼]의 변화된 특정한 상태(a disposition of the heart)”곧 마음과 관련된 실존적인 또는 감정 적인 현실을 가리킵니다(113).
그리고 이 믿음 개념은 웨슬리의 구원론에서 ‘칭의 이전’ 단계는 물론이고, ‘칭의와 중생 이후의 성화 단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꿔 말하면, 신 자가 구원의 각 단계 속에서 지니고 있는 믿음은 그의 각 단계별 마음의 상태, 즉 감정의 특정 적 상태를 현상하는 표지와 같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김 박사님에 따르면, 칭의 이전 단계의 믿음은 신자로 하여금 그의 마음에 일 련의 감정적 동요를 경험하게 합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의 자비들을 무시하며 산 것에 대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슬픔과 자책, 자기 정죄, 자신에게 임한 하나님의 진노에 대한 두려움과 그 앞에 변명할 것이 하나도 없는 무기력함과 좌절” 등.
칭의 이전 단계의 믿음을 가 진 신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이 같은 감정적 장애, 즉 우울증의 병리학적 징후를 경험합니다 (115).
이것을 일반 의학의 관점에서 바꿔 말하면, 그 신자는 지금 치료가 매우 절실한 우울증 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김 박사님은 이 같은 종류의 우울증은 치료를 통해 지양되어야 할 감정적 장애가 아니고 도리어, 웨슬리의 견지에서, 기꺼이 “지향해야 할 우울과 슬픔”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 다(115).
다시 말해 사도 바울이 말한 ‘하나님의 뜻대로 생명에 이르게 하는 근심’(고후 7:10) 이 바로 웨슬리가 말한 칭의 이전 단계의 실존적/감정적 마음(영혼) 상태로서의 믿음이란 것입 니다.
따라서 이 같은 종류의 우울증. 즉 ‘하나님의 뜻대로 생명에 이르게 하는 근심’은 의학적 치료법을 강구할 것이 아닌, 믿음으로 말미암은 구원. 즉 신자를 죄책에서 건져 낼 믿음에 의 한 칭의 체험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김 박사님은 웨슬리에 빗대어 제언합니다(118-119).
이 밖에도 신자가 지향해야 할 우울증에는 한 가지 유형이 더 있습니다.
소위 웨슬리가 “복된 애통”이라고 부른 것인데, 이 애통은 성화의 단계에 있는 신자가 겪는 것으로서 거기에 는 아직 그리스도인의 완전에 이르지 못한 신자의 근심과 고뇌(116), 그리고 “인류의 죄와 비 참, 그리스도를 모르는 자들, 죄 가운데 있는 자들, 연약하고 믿음이 부족한 자들, 실족한 자들 을” 위한 슬픔과 우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116).
한 마디로, 이 또 다른 유형의 우울증 역시 일반 의학에서 규정한 감정적 장애의 병리학적 징후를 동반합니다.
그러나 그 치료법은 케타민 이나 에스케타민 같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에 있지 아니고 “성령 안에서의 기쁨으로 충만 하며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여전히” 그리고 “한결같이” 누리는 것에 있습니다(116).
김 박사님에 따르면, 웨슬리는 신자가 지향해야 할 우울증 외에 신자가 지양해야 할 우 울증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입니다.
특히 그의 1760년 설교 「여러 가지 유혹으로 인하여 힘 들고 괴로움」에서 이러한 유형의 우울증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데, 웨슬리는 그것을 가리켜 “영 혼의 무거움” 또는 “광야 상태”라고 말하고, 이것이 신자의 마음 속에 오래되면 믿음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합니다(116).
한데 이 같은 웨슬리의 경고를 적시하고서도 김 박사님께서는 별다른 치료 방법을 구체 적으로 명시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결론부에 가서 이 같은 유형의 우울증 문제는 “심리, 의 학적으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현상”이라고만 밝혀두고 계십니다(118).
사실 논찬자의 입장에 선 이것이 아쉬운 대목인데, 한 가지 건설적인 제안을 올리자면 이 미완의 지점을 웨슬리의 견 지에서 보완할 때 비로소 김 박사님께서 결론부에서 밝히신 본고의 기여.
즉 오늘날 한국 교회 가 그리스도인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 일반의 문제를 바르게 진단하고, 올바로 대처하고, 또 전 인적인 치료를 강구하기 위해서는 더욱 균형 잡힌 시각이라고 할 수 있는 웨슬리의 견지를 가 져야 한다는 것이 보다 더 설득력 있게 제시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논찬자의 본고 보완을 위한 제언 주지하다시피, 웨슬리는 신학이나 철학 외에 의학에도 나름의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 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옥스퍼드 대학의 학풍이나 영국 성공회 사제의 생계 수단 에서 의학이 하나의 방편으로 이해된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웨슬리가 의학에 관심을 기울 인 것은 어머니 수잔나의 아버지인 바톨로뮤 웨슬리의 영향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바톨로뮤 웨슬리는 일찍이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가 신학과 의학을 공부했지만, 영국 국 교회의 신학과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제 서품을 포기하고 비국교도 목사의 길을 걷습니다.
하지만 1645년부터는 챠모우스와 캐더스톤(Charmouth and Catherston) 마을에서 의사로 활동하는데, 이것이 웨슬리의 성장 배경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훗날 1747년에 웨슬리가 <가정 의학 처방서>를 출판하는 데 있어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1740년 이후부터 이어진 웨슬리의 야외 설교 및 순회 전도를 담은 일지를 보면, 웨슬리는 상당 수의 의료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
이를 웨슬리 는 마음의 무질서로 인한 병이라고 명칭 했는데, 이 병에 관한 대처법을 연구하면서 웨슬리는 1742년도에 출판된 체이니 박사(Dr. Cheyne)의 의학서 <몸과 마음의 무질서로 인해 생기는 병에 대한 자연치료법(Natural Method of Curing Diseases of the Body and Disorders of the Mind Depending on the Body, 1742)>을 읽고 활용하며 그 가치를 매우 높이 샀습 니다.
이에 대한 좋은 근거로는 <웨슬리 총서>에서 “저널과 다이어리” 부분을 모아든 19권 256쪽에서 257쪽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Ward and Heizenrater, Journals and Diaries, 19:256-7.
물론 웨슬리가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제로 그는 신자들에게 믿음과 관련 없이 일어 나는 감정의 문제, 즉 마음의 무질서 문제에 대해 나름의 균형 있는 치료법을 제시한 인물입니 다.
하여 만일 이 점이 조금 더 분명하게 기재 되었더라면, 김 박사님의 소중한 옥고가 소위 ‘균형’이란 관점에서 더 빛이 날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짤막한 소외를 남기며 논찬을 마치겠 습니다.
제18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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