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학이야기

묵시적 바울이란 무엇인가? 연구 동향과 제안/ 김두석.광신대

초록

최근까지 ‘묵시적 바울’의 연구 방식은 유대주의 문헌과 바울서신을 비교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것은 바울의 묵시사상이 유대주의 종말론에서 기인했다는 전제에서 비 롯된 연구 방식이다.

하지만 본 논문은 묵시를 유대주의뿐만 아니라 그레코-로마 사회 에 공유되던 문화담화로 제안한다.

묵시는 초월적 공간과 시간에 관한 것이며, 초자연 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를 포괄한다.

그와 같은 이해는 문화 안에서 공유되며, 그것이 담화의 형태로 구체화 될 때는 유사한 형식과 내용을 나타낸다.

바울 역시 그의 서신에 서 묵시사상을 드러낼 때 동시대에 공유되고 있던 문화담화의 틀 안에서 독자들과 대 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바울은 문화담화를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담화가 가지고 있는 이질성을 통하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본 논문은 상호텍 스트적 연구를 통하여 바울의 담화와 문화담화 사이의 이질성을 발견할 때 바울의 묵 시사상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본 논문은 세 가지 대표적인 묵시담화인 ‘승천전승,’ ‘부활과 사후세계,’ ‘악의 기원과 인간 의 죄’를 연구한다.

위 담화는 바울의 서신과 유대문헌, 영지주의, 이집트, 헬라, 페르시 아 문헌에서 모두 발견되며 역사적 배경, 저자, 독자의 상이성(相異性)에도 불구하고 형식과 표현 및 주제형성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하지만 바울의 개별 담화는 다른 문헌 과의 이질적인 요소를 보이며, 그 이질성의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있다.

주제어 묵시적 바울, 묵시문헌, 문화담화, 제2성전 유대교, 그리스-로마 세계

I. 서론

묵시적 바울(apocalyptic Paul) 연구의 가장 최근 작품 중 하나인 데이비스(Jamie Davies)의 책 The Apocalyptic Paul의 서문에서 바클레이(John M. G. Barclay)는 이 주제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바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묵시사상이 최근 25년 동안 바울을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이고 영향력 있는 해석 동향이라는 것을 알 고 있다. 하지만 묵시적 바울이라는 용어의 복잡성을 직면할 때 우리는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그러고는 “묵시적 바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며 그 기원은 무엇이고 바울을 이해하는 데 도대체 왜 중요한지 명확하게 설명해 줄 사람 없나?”라고 투덜거리게 된다.1)

1) Jamie Davies, The Apocalyptic Paul: Retrospect and Prospect (Eugene: Cascade Books, 2022), xiii.

위 인용은 묵시적 바울을 연구할 때 발견할 수 있는 두 가지 어려움을 시사한다.

하나는 묵시적 바울의 정의이며 다른 하나는 연구방법론이다.

묵시적 바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묵시’(ἀποκάλυψις)는 ‘드러남’ 혹은 ‘계시’라는 의미로서 영어로는 apoclayptic으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 단어를 형용사로 사용할 것인지 명사의 형태로 이해할 것인지에 따라 묵시적 바울은 다르게 정의된다.

형용사로 이해하는 경우 ‘묵시적 종말론’의 정의를 취하는데, 이것은 이 세상과 오는 세상의 차이, 최후의 심판, 악의 멸망과 의인의 구원과 같은 마지막 때에 벌어질 일에 대한 바울의 신학적 기초를 유대주의 묵시사상에서 발견하려 한다.2)

묵시적 바울 연구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3)

2) Albert Schweitzer, The Mysticism of Paul the Apostle (New York: Holt, 1931); Ernst Käsemann, New Testament Questions of Today, trans. by W. J. Montague, NTL (London: SCM, 1969); Paul D. Hanson, The Dawn of Apocalyptic: The Historical and Sociological Roots of Jewish Apocalyptic Eschatology, rev. ed. (Philadelphia: Fortress, 1979); idem, “Apocalypticism,” 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An Illustrated Encyclopedia Identifying and Explaining All Proper Names and Significant Terms and Subjects in the Holy Scriptures, Including the Apocrypha: Supplementary Volume, ed. by Keith R. Crim (Nashville: Abingdon, 1976), 29; Adela Yarbro Collins, “The Reception of Paul’s Apocalyptic Eschatology in the Letter to the Colossians,” SEÅ 76 (2011), 21-39; J. Christiaan Beker, “The Challenge of Paul’s Apocalyptic Gospel for the Church Today,” JRT 40 (1983), 9-15; idem, The Triumph of God: The Essence of Paul’s Thought (Minneapolis: Fortress, 1990); Martinus C. de Boer, “Paul and Apocalyptic Eschatology,” The Origins of Apocalypticism in Judaism and Christianity, vol. 1. Encyclopedia of Apocalypticism, ed. by Bernard McGinn et al. (New York: Continuum, 1998), 345-83; Philipp Vielhauer, “Introduction to Apocalypse and Related Subject,” Writings Relating to the Apostle: Apocalypses and Related Subjects, vol. 2. New Testament Apocrypha, ed. by Wilhelm Schneemelcher, trans. by R. McL. Wilson, rev. ed. (Louisville: Westminster/John Knox, 1991), 542-68; J. P. Davies, “The Two Ages and Salvation History in Paul’s Apocalyptic Imagination,” Paul and the Apocalyptic Imagination, ed. by Jason Maston et al. (Minneapolis: Fortress, 2016), 339-59.

3) 묵시적 바울의 많은 연구가 종말론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의신학적 접근도 이루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2009년 SBL(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AAR(American Academy of Religion) 컨퍼런스에서 Exploration in Theology and Apocalyptic 분과를 통해 묵시적 바울의 신학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Davies, The Apocalyptic Paul: Retrospect and Prospect, 57.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상당수의 연구가 유대주의 문헌과 바울의 서신을 비교하여 바울의 묵시 사상의 근원과 핵심을 제안하려는 시도를 한다.

다시 말해서, 묵시에 대한 정의와 연구 방법론 모두 유대주의적 개념과 문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바울이 가지고 있는 묵시에 대한 이해가 유대주의의 전유물인 것처럼 다루어지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더욱이 특정 문헌과 바울서신을 비교하여 바울의 묵시사상의 기원을 제안하는 방식은 적실성 논쟁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주후 1세기 그레코-로마 사회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혼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문화와 관습을 만들어 내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유대주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대주의를 하나의 거대하면서 단일한 관습과 사상을 가진 종교라고 본다면 우리는 유대주의를 크게 오해하는 것이다.

바벨론 포로기 이후로 1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유대주의는 페르시아와 헬라주의의 영향을 받아 변형/발전되어 왔다.4)

유대교 내부에도 여러 분파가 존재하였으며,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들의 차이도 있었다.5)

더욱이 유대문헌 뿐만 아니라 헬라문헌과 페르시아 문헌도 묵시에 대한 바울의 기록과 유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존의 지배적이던 연구방법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6)

4) 박정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1세기 유대교는 페르시아와 헬레니즘의 ‘터’ 위에 세워 지고 발전하였으며, 유대주의 안에 다른 문화의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박정수, 신구약 중간사와 기독교의 기원 탐구: 고대 유대교의 터 ∙ 무늬 (서울: 새물결플 러스, 2018), 23.

5) 주후 1세기 유대주의의 다양성과 분파주의에 관한 연구는 바울의 사상적 근원과 동시에 바울의 담화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해당 연구의 방대 함 때문에 모든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몇 가지의 자료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Emil Schürer, The History of the Jewish People in the Age of Jesus Christ (175 B.C.-A.D. 135), ed. by Géza Vermès et al., trans. by T. A. Burkill, 3 vols. (Edinburgh: Clark, 1973); Martin Hengel, Judaism and Hellenism: Studies in Their Encounter in Palestine During the Early Hellenistic Period (Philadelphia: Fortress, 1974); E. J. Bickerman, The Jews in the Greek Age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88); Alan F. Segal, Paul the Convert: The Apostolate and Apostasy of Saul the Pharise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0); E. P. Sanders, Judaism: Practice and Belief, 63 BCE-66 CE (London: SCM, 1992); Daniel Boyarin, A Radical Jew: Paul and the Politics of Identity, vol. 1. Contraversion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4); Stanley E. Porter and Brook W. R. Pearson, ed., Christian-Jewish Relations through the Centuries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2000); Matthew Thiessen, Contesting Conversion: Genealogy, Circumcision, and Identity in Ancient Judaism and Christianit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Michael F. Bird, An Anomalous Jew: Paul Among Jews, Greeks, and Romans (Grand Rapids: Eerdmans, 2016).

6) 페르시아의 문화와 종교가 유대교에게 미친 영향은 Lester L. Grabbe, A History of the Jews and Judaism in the Second Temple Period, 2 vols (London/New York: T&T Clark, 2004)를 참조하라. 헬라의 문화와 종교가 유대교에 미친 영향은 T. F. Glasson, Greek Influence in Jewish Eschatology: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Apocalypses and Pseudepigraphs (London: SCM, 1961)과 M. Hangel, 유대교와 헬레 니즘, 박정수 역, 3권 (파주: 나남, 2012), 209-48을 참고하라.

이와 같은 문제 인식 위에서 필자는 묵시적 바울에 대한 정의와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다음 항에서는 50년 전부터 최근까지의 묵시적 바울 연구의 역사적 흐름을 개괄함으로 해당 주제의 연구 동향을 파악한다.

세 번째 항에서는 묵시문헌의 주요 주제인 ‘승천전승,’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 ‘악의 기원과 인간의 죄’가 유대문헌뿐 아니라 이집트문헌, 영지주의, 헬라문헌에서 발견됨을 제시하며, 동일한 담화를 바울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필자는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한다.

첫째, 바울은 동일한 시대에 다양한 문헌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화담화인 묵시를 그의 서신에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묵시사상이 그 기원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 안에서 발전해 왔으며 다양한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다양한 문헌이 묵시담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묵시에 관한 유사한 이해와 이미지가 그 시대 안에 공유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바울 역시 그의 시대에 널리 공유되고 있던 담화의 형태를 서신 안에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바울이 자신의 시대에 공유되고 있던 문화담화인 묵시를 채용했음에도 바울의 묵시담화는 중요한 차별성을 보인다.

그것은 그의 모든 묵시담화가 예수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동일한 묵시담화가 사용되는 다른 문헌에서는 각각의 담화가 독립된 특징을 보여준다.

하지만 바울은 ‘승천전승,’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 ‘악의 기원과 인간의 죄’와 같은 3가지의 묵시담화에서 그리스도를 통한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그리스도는 ‘승천전승,’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 ‘악의 기원과 인간의 죄’와 같은 묵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중심축이 된다.

바울에게 묵시는 세상, 죽음, 구원, 인류의 운명을 총망라한 바울 사상의 핵심이며, 그리스도는 바울이 이해하는 묵시의 구심점이다.

바울은 문화 안에 존재하는 묵시라는 담화와 자신의 사회적, 영적 경험 사이에서 상호텍스트적 작용을 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며, 그 중심에 그리스도가 있는 것이 바울의 묵시의 핵심이다.

II. 묵시적 바울의 역사적 연구개요: 정의(定義)의 문제

바울의 묵시사상의 선구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가 바울과 유대주의 신비주의와 연관성을 제안한 후 케제만(Ernst Käsemann)과 마틴(J. Louis Martyn)에 의해 절정에 이르게 된 묵시적 바울의 연구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대주의적 세계관과 종말론을 바탕으로 바울의 묵시사상을 조명한다.

반면 이 용어를 명사 형태로 이해하는 경우는, ‘묵시문헌’(apocalypse)과 혼용하여 사용한다.

롤랜드(Christopher Rowland)는 묵시를 종말론으로 국한하는 기존의 연구에 반대하며 묵시를 ‘드러난 신비’(revealed mysteries)로 정의한다.

이와 같은 정의는 묵시를 단순히 종말론으로 제한한 이해를 벗어나 텍스트의 형태로 판단하며 지혜서 안에서도 묵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것은 고대 유대주의 묵시문헌과 지혜서에 나타난 천상의 세계로의 여행, 악의 기원과 영향력, 부활과 환생과 같은 요소와 바울의 서신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갖는다.7)

7) John J. Collins, “Introduction: Towards the Morphology of a Genre,” Apocalypse: The Morphology of a Genre, ed. by John J. Collins, Semeia 14 (Missoula: Scholars, 1979), 1-20; idem, The Apocalyptic Imagination: An Introduction to Jewish Apocalyptic Literature, 3rd ed. (Grand Rapids: Eerdmans, 2016), 1-16.

마지막으로 이 단어를 ‘묵시 주의’(apocalypticism)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 움직임은 1979년 스웨덴 웁살라(Uppsala) 대학에서 개최된 묵시주의 콜로키움 이후에 묵시를 사회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동향이다.

이와 같은 이해는 묵시를 바울 공동체의 저항적 행위를 지지하는 사회적 이념으로 이해한다.8)

8) Lorenzo DiTommaso, “Apocalypticism and Popular Culture,” The Oxford Handbook of Apocalyptic Literature, ed. by John J. Collins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474; John J. Collins, “Apocalypticism as a Worldview in Ancient Judaism and Christianity,” The Cambridge Companion to Apocalyptic Literature, ed. by Colin McAlliste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0), 19-35.

1. 묵시적 종말론

필하우어(Philipp Vielhauer)가 설명하듯이 묵시적 종말론은 시간적 이중구조인 이 세대와 오는 세대의 분리와 공간적 이중구조인 지상과 천상의 분리인 이원론적인 세계관을 보인다.9)

이와 같은 세계관은 유대주의적 종말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관점으로 이 세대는 오는 세대에 의하여 전복되며 이 세대는 악하지만 하나님의 법을 지키는 의인은 오는 세대에 구원을 받게 되며 이 세대에 악하게 살아가는 자들은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세계관을 보인다.10)

9) Vielhauer, “Introduction,” 549; 박정수, 고대 유대교의 터 ∙ 무늬, 323-24. 10) 묵시적 종말론의 개념은 유대주의의 세계관에서 영향을 받은 용어이다. 그러나 바울의 묵시사상의 근원을 연구하는 일은 지금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학자들 은 유대주의, 헬라주의, 그리고 그 외의 다른 사상으로부터 바울 묵시사상의 기원 을 제안한다. 이 논쟁에 대한 소개와 구체적 예는 Kim Doosuk, The Intertextuality of Paul’s Apocalyptic Discourse: An Examination of Its Cultural Relation and Heteroglossia, LBS 24 (Leiden: Brill, 2023)을 참고하라.

다시 말해서, 세대의 구분과 역사의 종결, 의인들의 회복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유대주의 묵시사상이 보여주는 종말론이다.

에녹1서, 바룩서, 마카베오2서, 솔로몬의 시편, 쥬빌리서, 사해사본, 에스라4서와 같은 유대주의 문헌을 보면 유대주의 묵시의 핵심이 되는 두 개의 기둥을 발견할 수 있는데, 하나는 법정적 종말론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론적 종말론이다.11)

전자는 두 세대(이 세대와 오는 세대) 를 역사의 진행으로 인해 사라지고 등장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인식하면서 인간이 하나님의 율법을 지켜야 하는 책임을 강조한다.

반면, 후자는 두 세대를 세상과 인류를 지배하는 힘의 체계로서 서로 융합되지 못하며 대적하는 세대로 인식한다. 또한 새로운 시대에는 개인의 의로움으로 인한 개인론적인 구원과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우주론적 전환이 일어난다.

이와 같은 특징을 바울의 서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울은 그의 서신에서 실현된 종말론과 미래적 종말론의 모습을 모두 보인다.

바울에게 ‘이미’와 ‘아직’이라는 두 개의 시간적 개념이 그리스도 안에서 조합을 이룬다.12)

바울은 새로운 시대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이미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13)

바울은 현존하는 세대를 악한 세대로 묘사하며(갈 1:4), 하나님의 때가 되어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고(갈 4:4, 6), 이 세대와 오는 세대는 혼재되어 있다고(갈 4:8-9) 설명한다.14)

바울은 우주적인 구원과 시대의 전환의 모습도 그리고 있다.

로마서에 나타나는 바울의 묵시사상은 단순히 개인의 구원 혹은 민족적 구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우주적인 영적인 세력 싸움을 반영하고 있다.

즉 하나님과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들 사이의 갈등이며 하나님의 승리가 새로운 시대를 도래하게 한다.15)

11) De Boer, Defeat of Death, 83-91.

12) Schweitzer, Mysticism of Paul, 244-45.

13) Louis J. Martyn에 따르면 바울이 전하고자 하는 갈라디아서의 핵심 메시지는 한 세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시대의 도래하는 것이다. J. Louis Martyn, “Apocalyptic Antinomies in Paul’s Letter to the Galatians,” NTS 31 (1985), 410.

14) Louis J. Martyn, Galatians: A New Translation with Introduction and Commentary, AB 33a (New York: Doubleday, 1997), 97-105.

그 승리의 시작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며 이로 인하여 새로운 시대가 이 세대 안으로 침투했다고 설명한다.16)

유대주의 묵시문헌은 이 세대와 오는 세대 사이의 단절을 나타내지만 바울의 두 세대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공존한다.

바울에게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죽음의 세력을 이기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17)

그 전환의 중심에는 로마서 5장의 아담-그리스도 모형론이 있다.

더 나아가 바울은 유대주의 묵시문헌에 나타나는 종말의 때에 세워질 의로운 공동체의 모습도 설명한다.

하지만 바울은 유대주의 문헌에서 이야기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국한된 민족적 회복을 넘어 예수를 통해 이방인들과 인류 전체에게 도래한 새로운 시대를 이야기한다.

바울은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언약에 여전히 신실하시며 이방인 역시 예수를 통하여 언약에 접붙게 되어 아브라함 언약을 성취되는 구원의 신비를 설명한다(롬 9-11).18)

15) Beverly Roberts Gaventa, “The Shape of the ‘I’: The Psalter, the Gospel, and the Speaker in Romans 7,” Apocalyptic Paul: Cosmos and Anthropos in Romans 5-8, ed. by Beverly Roberts Gaventa (Waco: Baylor University Press, 2013), 77-81.

16) Beverly Roberts Gaventa, Our Mother Saint Paul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2007), 56.

17) De Boer, Defeat of Death, 138.

18) Beverly Roberts Gaventa, “Thinking from Christ to Israel: Romans 9-11 in Apocalyptic Context,” Paul and the Apocalyptic Imagination, ed. by Ben C. Blackwell et al. (Minneapolis: Fortress, 2016), 239-59.

2. 문학장르로서 묵시

롤랜드(Christopher Rowland)에 따르면 묵시는 지혜와 하늘의 비밀이 꿈과 환상 비전을 통해 계시되는 것이 중심이 되는 문학적 텍스트이다.19)

19) Christopher Rowland, The Open Heaven: A Study of Apocalyptic in Judaism and Early Christianity (London: SPCK, 1982), 9-10.

이와 같은 해석은 감추어졌던 하늘의 비밀을 인간이 어떻게 이해하는지 텍스트를 통하여 묘사하는지에 관심을 보인다.

즉, 시간적, 공간적 이원론과 세상의 끝에 관한 신학적 틀(theological frame)로서의 묵시뿐만 아니라 인식할 수 없는 세상과 신비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문학적인 요인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여러 학자가 묵시문학의 핵심 요소를 제안하였는데 마카스킬(Grant Macaskill)은 계시된 하나님의 지혜가 묵시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20)

스미스(J. Z. Smith) 역시 하나님의 지식과 비밀의 계시라는 측면에서 지혜서와 묵시문헌 사이의 유사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21)

이와 같은 점에서 승천전승과 신비주의적 요소(비전, 환상, 계시)가 묵시문헌에 나타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톤(Michael E. Stone) 은 유대주의 묵시문헌을 연구하여 우주론, 기상학, 천사론, 신비주의 전승, 천상의 비밀 등이 묵시문학의 핵심 요소라고 제안한다.22)

콜린스(John J. Collins)는 묵시를 문헌장르로 이해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콜린스는 묵시문헌을 “서사의 틀을 가진 계시문학 형태의 한 장르로, 그 안에는 다른 세계의 존재에 의하여 계시가 인간 수여자에게 전달되며, 종말론적 구원을 그리는 시간적 초월의 실체와 초자연적인 세상에 관한 공간적 초월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정의한다.23)

20) Grant Macaskill, Revealed Wisdom and Inaugurated Eschatology in Ancient Judaism and Early Christianity, JSJSup 115 (Leiden: Brill, 2007), 12.

21) J. Z. Smith, “Wisdom and Apocalyptic,” Religious Syncretism in Antiquity: Essays in Conversation with Geo Widengren, ed. by Geo Widengren and Birger A. Pearson, Series on Formative Contemporary Thinkers 1 (Missoula: Scholars, 1975), 140.

22) Michael E. Stone, “Lists of Revealed Things in the Apocalyptic Literature,” Magnalia Dei: The Mighty Acts of God; Essays on the Bible and Archaeology in Memory of G. Ernest Wright, ed. by Frank Moore Cross et al. (Garden City: Doubleday, 1976), 414-19.

23) Collins, “Towards the Morphology,” 9.

이와 같은 정의를 바탕으로 유대주의 문헌을 광범위하게 살핀 후 콜린스는 종말론과 승천전승을 묵시문헌의 핵심 요소로 제안한다.

콜린스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바탕으로 묵시문헌의 6가지의 하부 장르를 파악하는데

(1) 천상으로 여행이 없는 역사적 묵시문헌,

(2) 우주론적 종말론을 포함하고 있는 묵시문헌,

(3) 개인적 종말론만 나타내고 있는 묵시문헌,

(4) 천상으로 여행을 포함하고 있는 묵시문헌,

(5) 우주론적 종말론과 천상으로 여행이 함께 드러나는 묵시문헌,

(6) 개인적인 종말론과 천상으로의 여행이 함께 드러나는 묵시문헌이 그것이다.24)

24) Collins, “Towards the Morphology,” 14-15.

 

위 학자들이 제안하는 문학적 요소는 유대 묵시문헌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스라4서 12장은 비전과 하나님의 계시가 함께 등장한다.

하나님은 에스라에게 비전을 보여주시고 에스라는 비전을 통해 해석한다.

그리고 그 비전을 통해 왕과 왕국에 대한 해석을 알려주신다.

바룩2서 22장에서도 하늘이 열리고 음성이 내려온다.

그리고 세상의 창조에 대한 질서와 신비가 계시된다.

에녹1서에서도 에녹이 하늘로 올라간 후 하나님의 보좌를 보고(에녹1서 14), 세상과 우주의 신비를 듣고(에녹1서 17-36), 하늘의 신비를 배운다(에녹1 서 72-82).

유대주의문헌 뿐만 아니라 정경 안에서도 동일한 요소들은 발견된다.

욥기서 마지막 3장은 하나님의 음성을 통하여 창조의 신비와 우주의 질서에 관한 비밀이 욥에게 계시된다.

다니엘서에서도 독수리의 날개를 가진 사자, 4개의 날개를 가진 표범과 같은 신비한 비전과 이미지를 통하여 하나님의 계획과 비밀이 계시된다.

바울서신에서도 이와 같은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울은 자신의 복음이 인간으로부터 기인하지 않았고 그리스도의 계시라고 제안한다(갈 1:12).

그리고 바울은 셋째 하늘에 올라가 인간이 말할 수 없는 음성을 들었다(고후 12:1-4).

또한 바울은 스스로 증언하기를 하나님의 지혜의 깊음과 높음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롬 11:33).

더욱이 바울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전에는 감추어졌는데 이제는 드러났고 자신은 그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부름 받았다고 스스로를 묘사한다(롬 16:25-27; 고전 4:1; 엡 3:3).

3. 이념적 사상으로서 묵시

마지막으로 묵시를 사회적, 정치적 콘텍스트에서 연구하는 동향이 있다.

이와 같은 연구는 바울이 묵시적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다.

특히, 묵시문헌을 텍스트의 구성요소의 측면이나 신학적 틀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보다, 묵시문헌이 사회적 기능을 제안하는 것에 일차적 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바울의 서신으로 설명하자면, 바울이 사용하는 묵시적 이미지와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상황과 더불어 바울이 어떤 목적으로 그와 같은 언어와 문학적 요소를 사용하는지 고찰한다.25)

믹스(Wayne A. Meeks)에 따르면 바울이 사용하는 묵시적 요소와 언어는 바울 공동체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미래적 소망을 제공하며 공동체의 단합을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26)

고린도전서를 연구한 데이비드 쿡(David W. Kuck) 역시 고린도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분파적 상황 속에서 바울이 최후 심판과 종말론의 언어는 공동체의 연합에 대한 권면과 경고의 메시지의 역할을 감당한다고 주장한다.27)

25) Wayne A. Meeks, “Social Functions of Apocalyptic Language in Pauline Christianity,” Apocalypticism in the Mediterranean World and the Near East: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lloquium on Apocalypticism, Uppsala, August 12-17, 1979, ed. by David Hellholm (Tübingen: Mohr Siebeck, 1983), 687-705.

26) Wayne A. Meeks, The First Urban Christians: The Social World of the Apostle Paul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83), 174.

27) David W. Kuck, Judgment and Community Conflict: Paul’s Use of Apocalyptic Judgment Language in 1 Corinthians 3:5-4:5, Novtsup. 66 (Leiden: Brill, 1992), 238.

리처드 호슬리(Richard A. Horsely)도 묵시문헌은 기독교 공동체를 둘러싸고 있는 더 큰 사회에 대한 저항문학의 기능을 한다고 설명한다.

제2성전기 문헌(다니엘, 에녹1서, 쿰란, 솔로몬의 시편 등) 연구를 통해 묵시문학은 제국의 통치에 대한 반대와 순교에 이르게 하는 저항의 정신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28)

또한 유대주의 묵시문헌에는 하나님이 제국으로 대변되는 이 악한 세상에 대한 주권적인 심판을 내리실 것이라는 믿음이 반영되어 있다.

구드리치(John K. Goodrich)도 고린도전서 2장, 6장, 15장에 등장하는 묵시적인 요소를 통해 정치적 권위와 통치, 헤게모니에 대한 저항의 표현을 포함하고 있을지라도 사도는 로마제국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29)

포티에르 영(Anathea Portier-Young)도 초기 유대주의 묵시문헌에 비하여 후기 유대주의 묵시문헌은 제국에 대한 저항신학과 묵시의 관계가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저항신학적 요소를 보인다고 설명한다.30)

28) Richard A. Horsley, Revolt of the Scribes: Resistance and Apocalyptic Origins (Minneapolis: Fortress, 2010), 3.

29) John K. Goodrich, “After Destroying Every Rule, Authority, and Power: Paul, Apocalyptic, and Politics in 1 Corinthians,” Paul and the Apocalyptic Imagination, ed. by Ben C. Blackwell et al. (Minneapolis: Fortress, 2016), 275-95.

30) Anathea Portier-Young, “Jewish Apocalyptic Literature as Resistance Literature,” The Oxford Handbook of Apocalyptic Literature, ed. by John J. Collin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154, 160.

III. 문화담화로서 묵시

서론에서 제안했듯이 바울을 연구하는 많은 이들이 묵시적 종말론을 유대주의 종말론의 우산 아래에서 이해하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바울의 서신과 유대주의 묵시문헌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 내용을 제시한다.

최근 바울연구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유대교 안의 바울’(Paul within Judaism)에 속한 학자들도 바울의 묵시사상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데, 바울을 유대주의 전통 안에서 이해하면서 동시에 바울의 독특성(예, 이방인과 율법에 대한 바울의 관점)을 묵시의 측면에서 설명한다.31)

하지만 바울의 묵시사상의 형성을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이원론적 사고를 통해 하나를 취하고 다른 하나를 버리게 할 분명한 근거가 있는가? 32)

바우어(F. C. Baur)가 주장했던 초기 기독교의 분파적 그리고 이원론적 구도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헹엘(Martin Hengel)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신약 시대의 유대교는 그레코-로마의 문화 아래에서 디아스포라 유대인 그리고 팔레스타인 유대인 모두 헬라주의 영향을 받아왔다.

언어적으로도 바울이 살았던 시기에 헬라어는 로마 전 지역의 공통어(lingua franca)였으며 각 지역에서 헬라어와 토착어가 함께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33)

31) Gabriel Boccaccini, Paul’s Three Paths to Salvation (Grand Rapids: Eerdmans, 2020), 40-54; Pamela Michelle Eisenbaum, Paul Was Not a Christian: The Original Message of a Misunderstood Apostle (New York: HarperOne, 2009), 240-55; Paula Fredriksen, Paul, the Pagans’ Apostle (New Havens: Yale University Press, 2017), 5-6, 73-76.

32) 기독교의 분파주의를 최초로 주장한 학자는 F. C. Baur이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아람어와 히브리어를 주로 사용하는 헤브라이즘 아래에 있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 와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 헬라어에 더 능통한 헬리니즘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구분으로 주장한다. 전자는 베드로와 12사도의 공동체로 대변되고 후자는 사도바 울의 공동체로 대변된다. F. C. Baur, Paul, the Apostle of Jesus Christ, His Life and Work, His Epistles and Doctrine: A Contribution to a Critical History of Primitive Christianity, vol. 2 (London: Williams & Norgate, 1873), 38-60. Baur의 제안 이후 많은 학자가 동일한 분파주의적 전제 아래에서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연구했 으며 종교사학파와 Hengel이 기독교 분파주의를 구체화하였다. M. Hengel, Judaism and Hellenism; idem, Between Jesus and Paul: Studies in the Earliest History of Christianity (London: SCM, 1983)를 참고하라.

33) Naphtali Lewis, Greeks in Ptolemaic Egypt: Case Studies in the Social History of the Hellenistic World (Oxford: Clarendon Press, 2001)을 참고하라. 또한 언어의 공존과 바울 시대의 사람들이 이중언어(bilingual)를 구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에 관해서 는 이상일,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히브리파, 헬라파와 초기 기독교 기원: 종교사 학파와 마르틴 헹엘의 초기 분파 이론 재고,” Canon & Culture 4/2 (2010), 227-42를 참고하라.

이것은 바울에게도 분명 하게 나타난다.

바울은 헬라어와 히브리어 모두 완벽하게 구사한다(행 21:37-40).

또한 바울의 서신에서 엿볼 수 있듯이 바울은 유대인의 전통과 구역성경에 능통한 바리새파 유대인이다(빌 3:5).

유대인의 조상의 유전을 지키는 히브리인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고, 율법으로 흠이 없는 자였다.

다메섹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유대교의 핵심 사상이자 신학인 유일신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보였으며 아브라함의 언약에 기초한 인류의 구원을 지지하였다.

동시에 바울은 다소 태생의 로마시민권자로 헬라 철학사상을 가진 자들과 논쟁할 수 있을 만큼 헬라철학에 능통한 자이다(행 17:16-29).

즉, 바울은 두 개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가 경험한 새로운 세계인 복음의 세계를 전달할 수 있는 언어적, 문화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묵시사상은 하나의 특정 종교적 배경을 가진 문헌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묵시는 초월의 공간과 시간, 초자연적인 사건,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일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믿음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이미지가 담화의 형식으로 구체화 될 때는 일정한 틀과 표현을 공유한다.

특히 바울의 서신에서 발견되는 승천전승,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 악의 근원과 인간의 죄는 어떤 특정 문화의 배타적 산물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배경을 가진 문헌에서 발견된다.

즉, 묵시의 요소들은 1세기 그레코-로마 사회에 모두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단지 하나의 사상이나 문화의 측면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문화의 영역에서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 안에 모두 공유되고 있는 담화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울의 묵시사상의 특정 기원을 밝히는 데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 이미 담화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묵시를 바울이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묵시의 주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세 가지 전승이 얼마나 다양한 문헌에서 공유되고 있는지 아래에서 간략하게 제시한다.

1. 승천전승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바울은 셋째 하늘에 올라가 환상과 계시를 본 사건을 기록한다.

이와 같은 승천전승은 묵시문헌의 가장 대표적인 요소로서 몇 가지 특징으로 묘사할 수 있다.

하늘의 다층적 구조(삼층 혹은 칠층), 영웅적 인물이 들려 올라가는 것, 육체 혹은 영의 승천, 우주와 세상의 비밀에 관한 환상의 계시가 공통적인 특징이다.

가. 유대신비주의와 승천전승

게르솜 숄렘(G. Scholem)은 유대주의 메르카바(merkabah) 신비주의 전승과 고린도후서 12장을 비교 연구하여 바울의 기록은 유대문헌 헤칼롯(hekhalot)과 유사성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숄렘은 “기원후 58년경에 고린도후서를 작성한 바울은 그의 독자들에게 친숙한 개념, 즉 그와 고린도의 독자들이 기독교 공동체에 도입한 유대적 개념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34)

숄렘에 따르면 바울은 이미 유대교 신비주의 전승인 메르카바 전승에 친숙하며 유사한 전승을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35)

34) Gershom Scholem, Jewish Gnosticism, Merkabah Mysticism, and Talmudic Tradition (New York: Jewish Theological Seminary of America, 1960), 17.

35) Scholem 외에도 많은 연구가 유대주의 신비주의와 묵시문헌 그리고 바울의 고린도 후서 12장의 상호연관성을 연구하였다. John Bowker, “Merkabah Visions and the Visions of Paul,” JSS 16 (1971), 172; C. R. A. Morray-Jones, “Paradise Revisited (2 Cor 12:1-12): The Jewish Mystical Background of Paul’s Apostolate, Part 1: The Jewish Sources,” Harvard Theological Review 86 (1993), 177-217; idem, “Paradise Revisited (2 Cor 12:1-12): The Jewish Mystical Background of Paul’s Apostolate, Part 2: Paul’s Heavenly Ascent and Its Significance,” Harvard Theological Review 86 (1993), 265-92; J. Lietaert Bert, “Paul’s Rapture: 2 Corinthians 12:2-4 and the Language of the Mystics,” Experientia: Inquiry into Religious Experience in Early Judaism and Christianity, ed. by Flannery Frances et al., Symposium Series 40 (Boston: Brill, 2008), 159-76을 참고하라.

메르카바 전승에는 천상의 세계가 그려지고 있으며, 하나님의 영광스러움과 그의 보좌를 지키는 천사의 무리들, 그리고 보좌로부터 계시되는 하나님의 음성과 비전이 나타난다.

고린도후서 12장에서도 셋째 하늘에 대한 내용, 그리고 낙원에 올라가서 하늘의 신비로운 계시와 비전을 경험한 것이 기록되어 있다.

알란 세갈(Alan Segal) 역시 승천전승은 바룩2서, 에녹1서, 에녹2서, 에녹3서, 이사야 승천기와 같은 묵시문헌에서 자주 발견되는 담화라고 설명한다.36)

세갈은 비록 고린도후서 12장의 기록이 유대주의 메르카바 신비주의 전승과 동일하지 않지만 바울이 신비주의적 요소와 유대주의 묵시문헌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유대주의 신비주의와 바울의 결정적인 차이는 고린도후서 12장의 승천전승은 그리스도의 사건 안에서 이해하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37)

36) Segal, Paul the Convert, 22-61.

37) Segal, Paul the Convert, 35.

신비적 경험으로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유대신비주의와 다르게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경험한 것을 이야기하며 그리스도의 강함을 이야기한다.

나. 에녹1서와 고린도후서 12장

에녹1서를 고린도후서 12장과 비교해서 살펴볼 때 승천전승에 대한 두 본문 사이에 주제적, 언어적인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비전’이라는 주제적 일치가 나타난다.

에녹1서 14:1에서는 “이 비전 안에서 크신 이의 거룩한 명령을 따라 의의 말씀과 영원부터 존재한 타락한 천사들의 견책의 책이다”라고 시작한다.38)

즉, 에녹이 하늘로 올라가 경험한 것은 하나님의 비밀과 비전이었던 것처럼 바울 역시 주의 환상과 비전을 이야기한다(고후 12:1).

에녹1서 14:1의 ὅρασις와 고린도후서 12장의 ὀπτασία는 모두 비전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비록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바울은 그가 경험한 환상과 계시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묘사하지 않고 단지 그것이 인간이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한 말이라고 하지만 에녹1서는 하늘에서 보이는 환상과 계시가 우주의 시작과 끝 그리고 세상의 심판에 관한 신비로운 계시임을 기록한다(에녹1서 14:8, 14, 16-21).

두 번째로 ‘들어올림’이라는 주제적 일치도 발견할 수 있다.

에녹1 서와 고린도후서 12장 모두 천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여행자가 들어올림을 받았다고 기록한다(에녹1서 14:25; 고후12:2).

두 본문 모두 유사한 의미군에 있는 동사들을 사용하는데 ἐγείρω, ἵστημι, προσάγω, παρα- λαμβάνω, ἀπάγω, ἁρπάζω 등의 동사들을 통하여 천상을 여행하는 자들이 하나님에 의하여 이동하는 모습을 그린다.39)

38) 타락한 천사로 번역한 단어는 헬라어로 ἐγρήγορος에 해당되는 단어인데, 영어로는 Watchers로 번역되며 육적인 존재가 아닌 구별된 그룹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한글로는 감찰자, 감시자, 천사, 타락한 천사 등으로 번역된다. 본 논문에서는 에녹 1서의 문맥에 의거해 타락한 천사로 번역한다. 에녹1서의 번역은 저자가 직접한 것이며 헬라어 본문을 사용하였다. 에녹 1서의 헬라어 본문은 R. H. Charles, The Book of Enoch: Translated from Professor Dillmann’s Ethiopic Text Emended and Revised in Accordance with Hitherto Uncollated Ethiopic Mss. And with the Gizeh and Other Greek and Latin Fragments Which Are Here Published in Full (Oxford: Clarendon, 1893)을 참고하라.

39) 에녹1서 17:1에 나타나는 παραλαμβάνω는 고후 12:2의 ἁρπάζω와 같은 의미군에 포함된다. Louw-Nida의 헬라어 사전은 하나의 단어의 다의적 의미를 나열하는 다른 사전과 차별성을 갖는데, 의미군을 제안하고 동일한 의미군에 속한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다. Louw-Nida의 사전에 의하면 παραλαμβάνω와 ‘ἁρπάζω는 모두 ‘직 선적 움직임’이라는 의미군에 포함된다. Johannes P. Louw and Eugene Nida,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 Testament Based on Semantic Domains (New York: United Bible Societies, 1989), 1:192, 203-204. 또한 에녹1서 14:25에서 사용되는 προσάγω는 παραλαμβάνω와 함께 ‘붙잡음’이라는 의미군에 포함된다. Louw and Nida, GreekEnglish Lexicon, 1:220-21. 즉, 유사한 동사의 행위가 에녹1서의 에녹과 고후 12장의 바울의 승천을 묘사하고 있다.

승천전승은 일반적으로 천국을 여행한 자들의 권위를 증진하는데, 그들은 신비한 비전과 계시를 받도록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자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에녹1서와 고린도후서 12장 모두 ‘하늘의 층위’를 묘사한다.

두 본문 모두에서 하늘은 3개의 하늘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높은 곳에 거룩하신 하나님이 거하시며 그곳에서부터 하나님의 신비와 음성이 들려온다.40)

40) 에녹1서는 3개의 하늘까지 묘사하지만, 에녹2서까지 보면 하늘이 총 7개 층으로 나뉘어 있음을 묘사한다. 하지만 기록의 연대가 큰 폭으로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 할 때 후대 기독교 혹은 영지주의 사상이 에녹2서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유사한 주제가 두 본문에서 모두 등장한다.

에녹1서 14:24-15:1을 보면 에녹이 하늘로 들어 올린 후 하나님은 에녹을 부르시고 에녹에게 심판의 말씀을 맡기신다.

그리고 에녹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다.

동일하게 고린도후서 12장에서도 바울은 승천전승을 언급한 후 자신과 하나님 사이의 대화를 기록한다.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는 요청에 하나님의 은혜의 대답을 듣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 헤르마스의 목자

승천전승은 유대문헌뿐 아니라 영지주의, 헬라주의 문헌에도 발견된다.41)

41) 에녹1서, 에녹2서, 이사야 승천기, 스바냐의 묵시, 바룩3서, 아브라함의 묵시, 헤르 메스의 목자, 호머의 오디세이, 플라톤의 파이돈, 플라톤의 국가론 등의 문헌에서 하늘세계로의 여행이라는 묵시문헌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1세기 문헌 중 동일 한 요소를 포함하는 문헌의 목록은 Jan N. Bremmer, “Descents to Hell and Ascents to Heaven in Apocalyptic Literature,” The Oxford Handbook of Apocalyptic Literature, ed. by John J. Collin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365-69를 참조.

대표적으로 헤르마스의 목자에서도 고린도후서와 에녹1서가 보여주는 동일한 주제 형성이 나타난다.

콜린스(Adela Y. Collins) 역시 에녹1서와 헤르마스의 목자, 그리고 고린도후서 12장이 공통으로 갖는 묵시적 요소의 유사점을 바르게 지적한다.42)

42) Adela Yarbro Collins, “Ascent to Heaven in Antiquity: Toward a Typology,” A Teacher for All Generations: Essays in Honor of James C. Vanderkam, ed. by Eric Farrel Mason, JSJSup 153 (Leiden: Brill, 2012), 560.

세 본문 모두 신비적 경험을 한 영웅적인 인물이 중심이 되며, 에녹1서는 타락과 마지막 심판과 더불어 하늘과 우주의 신비가 드러나고 있다.

헤르마스의 목자도 우주의 비밀, 인류의 타락과 구원에 관하여 다룬다.

헤르마스의 목자는 육체와 정신의 대조, 인간 안에 있는 신적인 요소, 우주와 인류의 시작을 드러내며 영지주의 신비주의 요소를 포함한다.

에녹1서와 고린도후서 12장과 유사하게 헤르마스의 목자에서도 ‘들어올림’이라는 주제적 일치를 발견할 수 있다. 시작 부분에 “나의 정신은 존재에 관한 것이 되었고 내 마음은 크게 치솟아 올라갔다(1.1)” 라고 기록하고 있다.

헤르마스의 목자 1.24에서도 정신과 마음은 육체와 다르게 하늘에 올라가고 육체는 정신으로부터 떨어져나가 소멸됨을 이야기한다.

둘째, 헤르마스의 목자 1.4와 1.7에서는 ‘비전’이라는 공통의 주제도 발견된다.

헤르마스의 목자 1.4 ‘어둠이 물과 같은 속성을 가진 물질로 바뀌며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로 동요하며 불에서 나온 것처럼 연기를 퍼트리며 형언 할 수 없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치 불이 난 것 같은 큰 외침이 들려왔다.

’ 헤르마스의 목자 1.7 ‘무수하고 무한한 우주가 된 권능의 빛과 그 불이 큰 권능에 둘러싸여 가라앉아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내 마음에 본다.’43)

43) 헤르마스의 목자의 한글 번역은 저자가 직접한 것이며 헬라어 본문은 A. Darby Nock ed., Corpus Hermeticum, trans. by A. J. Festugière, Collection des Universités de France (Paris: Les Belles Lettres, 1945-1954)를 참고하라.

위의 진술에서 보듯이 에녹1서, 고린도후서 12장과 유사하게 헤르마스의 목자도 하늘의 권능과 형언할 수 없는 비전을 보았다고 기록한다.

마지막으로 헤르마스의 목자에도 에녹1서와 고린도후서 12장에서 나타난 하늘의 다층구조를 이야기한다.

태초의 신은 우주가 조성되기 전부터 존재했던 원형의 신이다.

그는 불과 영의 신인 정신(Mind)을 낳고 그 마음을 통하여 일곱 관리자가 만들어진다(헤르마스의 목자 1.9).

그리고 그 일곱 관리자는 때로는 사람으로(1.16) 때로는 일곱 개의 자연으로(1.17) 표현되기도 하지만 모두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일곱 개의 천상을 지칭하고 있다(1.10).

위에서 언급한 승천전승을 포함하고 있는 세 개의 본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요소를 공유한다.

<승천전승의 공통 요소>

고린도후서 12:1-10 에녹1서 14:1-15:7 헤르마스의 목자

하늘에 들어가는 방식 들어올림 들어올림 들어올림

여행자의 상태 영인지 육체인지 불분명 영과 육체 모두 정신

다층적 천상구조 3개 3개 8개

하나님이 거하시는 곳 셋째 하늘(낙원) 가장 높은 곳 가장 높은 곳(8번째)

계시의 형태 비전과 소리 비전과 소리 비전과 소리

2.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은 신약성경에만 나타나는 주제가 아니다.

제2 성전기 유대문헌과 헬라문헌, 영지주의, 이집트, 페르시아 문헌에도 등장한다.44)

44) Jan N. Bremmer, The Rise and Fall of the Afterlife: The 1995 Read-Tuckwell Lectures at the University of Bristol (London: Routledge, 2002), 1; John Granger Cook, “Resur- rection in Paganism and the Question of an Empty Tomb in 1 Corinthians 15,” NTS 63 (2017), 60-75. 바울의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을 다른 문헌과 비교 연구한 연구물은 매우 많지만 그중 중요한 작품을 소개하자면 John Granger Cook, Empty Tomb, Resurrection, Apotheosis, WUNT 410 (Tübingen: Mohr Siebeck, 2018); A. J. M. Wedderburn, Baptism and Resurrection: Studies in Pauline Theology Against Its Graeco-Roman Background, WUNT 44 (Tübingen: J. C. B. Mohr, 1987), 167-80; Jonathan Z. Smith, Drudgery Divine: On the Comparison of Early Christianities and the Religions of Late Antiquity, JLCRS 14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0)가 있다.

예를 들어 다니엘 12:2-3, 마카베오2서 7:28, 4Q521, 4Q385, 솔로몬의 시편 16:12, 15:13, 12족장의 언약, 에스라4서 2:23, 바룩2서 50:2 등에서 부활을 “죽음에 들어갔던 동일한 육체의 회복”으로 묘사한다.45)

45) C. D. Elledge, Life after Death in Early Judaism: The Evidence of Josephus, WUNT 208 (Tübingen: Mohr Siebeck, 2006), 48.

그 중 에녹1서는 부활의 기대를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유대문헌이다.

타락한 천사들의 책(The Book of Watchers)은 죽은 자들의 사후의 상태, 마지막 심판을 기다림(22:1), 육과 영의 분리(22:9), 영원한 삶에 대한 소망(10:10)을 나타낸다.

의인의 영혼은 멸망하지 않으나 죄인의 영혼은 스올에 내려가 영원한 고통을 경험한다(103:4-8).

또한, 영혼의 불멸에 대한 내용도 에녹1서 22:9-13과 25:4-6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에녹의 서신(The Epistle of Enoch)도 종말의 때에 의인의 부활과(에녹1서 90:9-10) 의인의 영혼이 영원히 기뻐하며 살 것을 언급한다(에녹1서 103:3-4).46)

46) John J. Collins, “The Afterlife in Apocalyptic Literature,” Death, Life-After-Death, Resurrection and The World-to-Come in the Judaisms of Antiquity, part 4, Judaism in Late Antiquity, ed. by Jacob Neusner and Alan J. Avery-Peck, HOS 49 (Leiden: Brill, 2000), 121-24.

비록 유대문헌에서 죽은 자의 부활에 관한 담화가 많이 등장하지만 부활이 육체의 부활(에녹1서, 마카베오2서, 4Q521, 시빌라의 신탁 4)을 의미하는지 영의 불멸(에녹1서 91, 103, 1QH, 에스라 4서, 바룩2서)을 가리키는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공존한다.47)

47) Claudia Setzer, Resurrection of the Body in Early Judaism and Early Christianity: Doctrine, Community, and Self-Definition (Boston: Brill, 2004), 18.

그리스-헬라 문헌에도 죽은 이의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기록이 많이 등장한다.

호머의 일리아드 5.653과 오디세이 10은 죽은 자가 지옥으로 내려가는 담화를 포함한다.

플라톤의 고르기아스(523E524)와 국가론(363A-366B)에서도 영혼의 불멸과 죽은 자들이 이생에서 행한 행위에 따른 심판을 언급한다.

그러나 그리스-헬라문헌에도 죽은 자의 부활과 사후의 삶에 관한 다양성이 존재하며 규범적인 진술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플라톤의 파이돈에 수록된 죽은 자의 운명을 주제로 한 소크라테스와 케베스 그리고 심미아스의 대화는 죽은 자의 사후 위치와 영혼의 상태, 부활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생각을 나타낸다.

또한 호머의 시는 영혼이 육체의 그늘이라는 관점을 드러내는 반면 플라톤은 영혼을 육체의 본질이라고 묘사한다. 육체는 영혼 없이는 불완전한데 영혼이 육체가 존재하는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48)

48) N. J. Richardson, “Early Greek Views About Life after Death,” Greek Religion and Society, ed. by P. E. Easterling and J. V. Mui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5), 64-65.

이집트의 오시리안 신화는 놀라울 만큼 바울의 부활 담화와 유사성을 보인다.

두 문헌 모두에서 죽음과 부활을 씨를 뿌리고 거두는 것으로 유비하며,49) 부활한 몸의 영광스러운 상태를 나타내며,50) 썩을 몸과 썩지 않을 몸의 대조,51) 악에 대한 승리,52) 몸의 부활,53)

49) Gerald Bostock은 오시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비를 바울이 사용하면서 신령한 몸으 로의 부활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Gerald Bostock, “Osiris and the Resurrection of Christ,” ExpT 112 (2001), 270.

50) Alan F. Segal, Life after Death: A History of the Afterlife in the Religions of the West, Anchor Bible Reference Library (New York: Doubleday, 2004), 54; Nicholas Perrin, “On Raising Osiris in 1 Corinthians 15,” Tyndale Bulletin 58 (2007), 118-23.

51) Bostock, “Osiris and the Resurrection,” 269.

52) Bostock, “Osiris and the Resurrection,” 270.

53) G. W. H. Lampe and Donald M. MacKinnon, The Resurrection: A Dialogue Arising from Broadcasts (London: Mowbray, 1966), 58.

부활을 옷입는 것으로 비유하는 것54) 등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54) Günter Wagner, Pauline Baptism and the Pagan Mysteries: The Problem of the Pauline Doctrine of Baptism in Romans 11:1-11, in the Light of Its Religio-Historical “Parallels” (Edinburgh: Oliver & Boyd, 1967), 28-29.

그리스 철학자들이 몸을 영혼이 벗어나야 하는 감옥과 무덤으로 여긴 것과는 반대로 이집트 신화는 이생의 몸이 부활한 영적인 몸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55)

영지주의 문헌 역시 고린도전서 15장의 바울의 부활담화와 함께 연구되어 왔다.

특히 나그 함마디 코덱스에 포함되어 있는 레기노스에게 보낸 편지로 알려진 ‘부활에 관한 소고’(Treatise on the Resurrection) 는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바울의 담화와 함께 연구된다.56)

55) Bostock, “Osiris and the Resurrection,” 268.

56) ‘부활에 관한 소고’(Treatise on the Resurrection)의 영어번역은 James M. Robinson ed., The Nag Hammadi Library in English (San Francisco: HarperCollins 1990), 52- 54을 참고하라. 이 서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연구는 Malcolm Lee Peel, The Epistle to Rheginos: A Valentinian Letter on the Resurrection: Introduction, Translation, Analysis, and Exposition, The New Testament Library (Philadelphia: Westminster, 1969; Mark J. Edwards, “The Epistle to Rheginus: Valentinianism in the Fourth Century,” NovT 37 (1995), 76-91; Hugo Lundhaug, “‘These Are the Symbols and Likenesses of the Resurrection’: Conceptualization of Death and Transformation in the Treatise on the Resurrection (NHC I.4),” Metamorphoses: Resurrection, Body and Transformative Practices in Early Christianity, ed. by Seim Turid Karlsen and Økland Jorunn, Ekstasis 1 (Berlin: New York, 2009), 187-205; S. Mulder, Frederik, “The Reception of Paul’s Understanding of Resurrection and Eschatology in the Epistle to Rheginos: Faithful Paulinism, or Further Development?” Authoritative Texts and Reception History: Aspects and Approaches, ed. by Dan Batovici, Biblical Interpretation Series 151 (Leiden: Brill, 2017), 199-215를 참조.

이 문헌에는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바울의 부활담화와 유사한 표현과 단어들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바울이 부활의 실제성을 강력하게 피력하듯이 레기노스의 서신에서도 현존하는 세상이 환상일지언정, 부활이 거짓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부활의 근거를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찾는 점, 부활을 죽음에 대한 승리로 묘사하는 점, 신성과 인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인간의 아들이 사망을 삼키고 세상을 심판하는 구원자로 그려지는 것은 고린도전서 15장의 바울의 부활담화와 일치한다.

하지만 레기노스의 서신에서는 몸의 부활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고린도전서 15장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간략하게 살펴보았지만 고린도전서 15장에 나타나는 부활담화는 다른 다양한 문헌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데 ‘죽은 자의 부활,’57) ‘심판과 재위,’58) ‘두 종류의 몸,’59) ‘육체의 불완전함,’60) ‘변형’61)이라는 주제를 포함한다.

57) 에녹1서 91-92.

58) 파이돈 113d-115a; 에녹1서 1:4, 5:5-9, 10:1-10, 25:4-6.

59) 에녹1서 15:8-10.

60) 에녹1서 15:4; 파이돈 64d-69e.

61) 에녹1서 62:15-16, 104:2; 파이돈 81d-81e, 87e.

 

이와 같은 공통의 주제가 다른 텍스트에서 발견되는 것은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이라는 주제는 문화적 담화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바울이 사용하고 있는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의 담화가 유대주의, 이집트, 영지주의문헌이 사용하는 담화와 유사하더라도 바울의 담화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한 사람의 부활이 모든 인류의 부활의 근거가 된다는 사상은 동일한 담화를 사용하는 다른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상이다.

그리고 그 모든 인류의 육체의 부활의 근거가 되는 한 사람은 그리스도이다.

3. 악의 기원과 인간의 죄

악의 기원에 대한 내용은 묵시문헌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다.

바울의 서신에서는 로마서 5-7장이 죄와 악의 기원에 관한 중요한 본문으로 언급된다.62)

유대주의 문헌에서 죄와 악의 문제를 다룰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은 ‘에쩨르 하라’([rh rcy, 악한 충동)이다.

후기 랍비문헌에 따르면 ‘충동’ 자체가 악은 아니다.

오히려 충동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창조물 중 하나이다.63)

랍비들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두 종류의 충동이 있는데, 하나는 선을 향한 충동이고 다른 하나는 악을 향한 충동이며, 악한 충동은 인간의 내적 경향성으로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b. Sukk. 52b).64)

그리고 하나님은 그 악한 충동을 이겨낼 수 있는 율법이라는 도구를 주셨다(Qidd. 30b; b. B. Bat. 16a).

그렇기에 인간의 충동은 사라져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다스려야 하는 대상이다.65)

더욱이 랍비문헌은 아담을 죄의 기원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아담으로 인하여 온 인류가 죄 아래 있다는 사상은 발견할 수 없다.

각 개인은 율법의 행위에 의하여 죄인으로 발견되며 각자의 자유로운 의지적 결정과 행위로 죄를 범한다.66)

62) Emma Wasserman, “The Death of the Soul in Romans 7: Revisiting Paul’s Anthropology in Light of Hellenistic Moral Psychology,” JBL 126 (2007), 793-816.

63) George Foot Moore, Judaism in the First Centuries of the Christian Era: The Age of the Tannaim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27), 480; G. H. Cohen Stuart, The Struggle in Man Between Good and Evil: An Inquiry Into the Origin of the Rabbinic Concept of Yeṣer Hara’ (Kampen: J. H. Kok, 1984), 15.

64) W. D. Davies, Paul and Rabbinic Judaism: Some Rabbinic Elements in Pauline Theology (New York: Harper & Row, 1967), 22-23.

65) Frank C. Porter, “The Yecer Hara: A Study in the Jewish Doctrine of Sin,” Biblical and Semitic Studies: Critical and Historical Essays (New York: Scribner, 1901), 119, 123.

66) Moore, Judaism in the First Centuries, 474; Davies, Paul and Rabbinic Judaism, 33; Porter, “The6 Yecer Hara,” 118.

'

그리고 그와 같은 악한 충동은 마지막 심판 때 멸망한다(b. Sukk. 52a).

제2성전기 유대문헌도 후기 랍비문헌과 유사한 기록을 포함한다.

에녹1서 10-11, 22는 죄의 기원을 타락한 천사로 규정하고 신적인 개입만이 그 죄의 세력과 악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설명한다.67)

바룩2서 54:15-19, 56:6와 솔로몬의 시편 9:7에서는 아담의 불순종으로 인해 죄가 세상에 들어온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랍비문헌과 유사하게 아담의 죄가 모든 인류의 죄의 원인이 되는 대표성 원리는 발견할 수 없다.68)

시락서 15:1-20, 27:5-6에서도 충동은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며 인간은 악한 충동을 극복하고 넘어서야 한다고 설명한다.69)

쥬빌리서 6:1-38은 악한 마음을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묘사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신적인 능력이 현존하는 악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묘사한다.70)

마카베오4서 2:21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충동 자체가 악은 아니며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라는 랍비문헌과 공통된 묘사를 한다.

쿰란 문헌에서도 악한 충동의 개념은 발견할 수 있다(1QH 13.5-6, 31-32, 15.3; CD 2.14-16, 3.2-3; 1QS 3.13-4.26, 5.3-7).71)

67) Paolo Sacchi, Jewish Apocalyptic and Its History, trans. by William J. Short, JSP 20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1990), 83-85, 109-25; Gabriele Boccaccini, “The Evilness of Human Nature in 1 Enoch, Jubilees, Paul, and 4 Ezra: A Second Temple Jewish Debate,” Fourth Ezra and Second Baruch: Reconstruction After the Fall, ed. by Matthias Henze and Gabriele Boccaccini, JSJSup 164 (Boston: Brill, 2013), 63-79.

68) Moore, Judaism in the First Centuries, 478; De Boer, Defeat of Death, 161.

69) Porter, “Yecer Hara,” 136-45; Cohen Stuart, Struggle in Man, 87-93; Johann Cook, “The Origin of the Tradition of the bwjh rcy and [rh rcy,” Journal for the Study of Judaism in the Persian, Hellenistic and Roman Period 38/1 (2007), 82-86; Jason Maston, “Sirach and Romans 7:1-25: The Human, the Law, and Sin,” Reading Romans in Context: Paul and Second Temple Judaism, ed. by John K. Goodrich et al. (Grand Rapids: Zondervan, 2015), 93-99.

70) Miryam T. Brand, Evil Within and Without: The Source of Sin and Its Nature as Portrayed in Second Temple Literature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2013), 176-78.

71) Preben C. H. Wernberg-Møller, “Reconsideration of the Two Spirits in the Rule of the Community (1QSerek III,13-IV,26),” Revue de Qumran 3 (1961), 413-41; Stuart, Struggle in Man, 94-99; Joel Marcus, “The Evil Inclination in the Letters of Paul,” IBS 8 (1986), 13-14; Mark A. Seifrid, “The Subject of Rom 7:14-25,” NovT 34 (1992), 313-33.

유대 랍비문헌과 제2성전기 문헌 외에도 헬라문헌에도 악의 기원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진다.72)

그중 플라톤의 인간학은 바울을 연구하는 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플라톤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이원론적 관점으로 영과 육을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판단한다.73)

육체는 영혼의 옷과 같은 것이며 영혼은 불멸하지만 육체는 소멸한다는 것이 플라톤의 영육이원론이다.

플라톤의 영육이원론을 바울에게 대입하는 자들은 로마서 7장에서 그 근거를 제안하는데, 바울 역시 두 가지 존재, 속사람과 육체를 구별하고(롬 7:22-23) 있으며 육체에는 선한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74)

그리고 죄는 그 두 주체의 싸움의 결과로 육체의 법이 마음의 법을 사로잡을 때 발생하는 결과라고 설명한다.75)

물론 이와 같이 플라톤의 영육이원론적인 관점으로 로마서 5-7장을 해석하는 것에 관한 비판이 존재하지만 바울과 헬라철학자들의 사상과 문헌 사이에 유사한 표현과 개념이 등장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76)

72) 헬라문헌과 바울의 로마서 5-7장의 악과 죄에 대한 기록의 비교 연구에 대한 설명 을 위해서 Hans Dieter Betz, “The Concept of the ‘Inner Human Being’ (ὁ ἔσω ἄνθρωπος) in the Anthropology of Paul,” NTS 46 (2000), 317-21을 참조.

73) Baur 역시 바울을 이해할 때, 플라톤의 영육이원론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그에 따르면 정신은 내적 존재인 영에 해당하며 그 내적 존재는 영적이고 불변의 속성 을 가지는 반면 육은 인간의 외적 존재로서 가변적이고 불완전하고 설명한다. F. Chr. Baur, Vorlesungen Über Neutestamentliche Theologie (Leipzig: Fues, 1864), 145.

74) Walter Burkert, “Towards Plato and Paul: The ‘Inner’ Human Being,” Ancient and Modern Perspectives on the Bible and Culture: Essays in Honor of Hans Dieter Betz, ed. by Adela Yarbro Collins (Atlanta: Scholars, 1998), 62-64.

75) Emma Wasserman, “Paul Among the Philosophers: The Case of Sin in Romans 6-8,” JSNT 30 (2008), 395.

76) 플라톤의 영육이원론으로 바울을 해석하는 동향에 반대하는 입장은 Troels EngbergPedersen, Paul and the Stoics (Louisville: Westminster, 2000), 244-46; Betz, “The Concept of the ‘Inner Human Being’,” 315-41을 참고하라.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악의 기원과 인간의 죄가 오랜 시간을 거쳐 다양한 문화와 종교 안에 자리 잡은 공통의 관심사라는점이다.

바울의 로마서 7장에 자조적인 고백과 죄에 대한 인식 역시, 그와 동시대 유대주의 문헌에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그리스-헬라 철학자들의 사상에도 발견되며, 후기 랍비들의 가르침에도 발견된다.

그렇기에 바울의 죄와 악의 기원, 인간과 악의 관계와 특정 종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제안할 근거는 약화된다.

오히려 이와 같은 사상은 보편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묵시사상의 한 요소로서 유사성과 차별성을 드러내며 각각의 문헌에서 표현된다.

그럼에도 바울에게는 유대문헌과 헬라문헌에서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차별성이 있다.

유대문헌은 악한 충동을 다스리지 못한 것과 율법에 실패하는 것이 죄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는 반면, 로마서 5-7장에서 인간의 충동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울은 죄를 우주적 관점에서 거론한다.

아담-그리스도 비유가 그 핵심에 있다.

바울은 죄는 한 사람의 실패와 불순종으로 인류 안에 들어와 지배력을 가지게 되었다.

유대문헌에서 이야기하는 악한 충동을 다스리지 못한 결과거나 개인이 율법의 불순종으로 인하여 갖게 되는 결과가 아니다.

바울에게 죄는 지배력을 가지며 그 지배력은 개인의 실패가 아닌 아담의 실패로 인하여 온 인류에 미치는 영향이다. 반대로 죄에 대한 승리도 개인의 성공이 아니다.

악한 충동을 잘 다스리거나 율법에 대한 순종이 선과 생명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한 사람 예수의 순종과 죽음으로서 의와 생명이 지배력을 가지고 온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한다.

즉, 유대문헌은 개인의 행동과 순종의 여부가 악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만, 로마서 5-7장은 우주적 차원의 결과로 죄와 의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리스도가 있다.

그리스도가 죄의 시대에서 의의 시대로 전환을 가져온 것이다.

헬라철학과도 바울은 차별성을 보인다.

바울이 육체와 속사람을 구분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플라톤의 영육이원론과 유사해 보인다.

또한 육체의 본성이 불완전하며 죄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않는다” “사망의 몸”과 같은 바울의 진술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바울은 육체가 정신과 영을 지배하는 결과로 죄가 도출된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바울에게 죄는 죄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서 죄 자체가 죄를 낳는 것으로 설명한다.

육체는 죄의 도구가 된다.

즉 영육이원론에서 설명하는 인간을 구성하는 두 개의 주체인 육체와 정신의 내적 싸움의 결과가 인간 밖에서 발생하는 외적전투의 결과이다.

죄가 인간을 지배할 때는 죄를 낳지만 은혜가 인간을 지배할 때는 의를 낳는다.

IV. 결론

지난 50년간 활발한 논의를 거듭해 오던 묵시적 바울을 포괄적으로 다루기에는 할애된 지면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본고에서 필자는 묵시적 바울의 주요 논쟁과 이슈들을 개괄하는 시도를 했다.

현재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몇 가지 비평적 제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다양한 정의와 접근방법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약학자는 여전히 유대주의 종말론 관점에서 바울의 묵시사상에 접근한다.

하지만 묵시와 종말론은 동의어가 아니다.

바울의 신학과 사상이 묵시적이라는 것을 세상의 끝과 그 때 이루어질 구원과 회복에 관한 주제로 한정할 수 없다. 오히려 바울의 사상이 묵시적이라는 것은 감추인 비밀이 드러나 바울의 신학과 사상을 형성한 계시의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에 묵시는 바울 신학 전체를 요약할 수 있는 용어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둘째, 현재까지 많은 연구가 바울의 묵시사상의 기원을 밝히는 노력을 해왔다.

묵시적 바울의 지배적인 연구동향은 특정 문헌과 바울의 서신을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바울의 묵시사상을 제안한다.

하지만 본 논문이 제시하듯 묵시사상은 다양한 문헌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며 바울의 시대뿐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고대 근동지역에서 발전해왔다.

더욱이 각각의 문헌은 핵심적인 요소를 공유함과 동시에 다양성과 독특성이 드러난다.

이것은 하늘, 죽음, 부활, 죄에 대한 문제가 개별문화를 초월하여 인간의 보편적 관심사이며 담화의 형태로 형성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문화와 종교적 배경 안에서 묵시사상은 차별성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비평적 입장에서 필자는 묵시를 감추어 있는 신비의 영역을 이해하고 묘사하는 문화담화의 한 형태로 제안한다.

다시 말해서, 동시대의 사람들이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공유하며 그 문화라는 우산 아래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담화의 일정한 틀과 형식을 갖추는 것이 문화담화이다.

묵시 또한 하늘의 비밀과 신비에 대한 것으로 바울의 시대에 공유되고 있던 하이퍼 이미지가 존재했으며 그것이 담화의 형태로 나타날 때 형식과 내용면에서 일정한 틀을 공유하게 된다.

담화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배경을 포함한다.

그리고 묵시담화는 공통된 사회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자들에게 하나의 기호로 작용하여 초자연적 현상과 신비에 대한 해석적 틀과 이해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묵시는 특정한 신학적 관점이나 문학적 장르 그리고 이념에 국한된 개념이라기보다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초상(hyper-image)이 담화의 형태로 형성된 것이며, 그 담화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세계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이해를 구체화하는 기호로서 의미를 전달한다.

앞에서 제안한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바울이 고린도후서 12장에서 셋째 하늘이 이끌려 올라간 것을 설명했을 때 그와 같은 초월적 세계와 현상에 대한 설명을 고린도교회 성도가 공유하며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바울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동일한 묵시적 이미지에 대한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바울의 대적자들이라고 불리는 자들도 초월적 세계에 대한 경험을 알고 있었고, 고린도교회 성도들 역시 동일한 문화담화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승천전승 담화는 비단 바울의 서신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타종교적 배경을 가지는 문헌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승천전승은 문화담화로 작용하여 구성원들에게 하늘이라는 초월적 세계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며 현실에서 경험하는 현상을 해석하는 틀을 제공한다.

그리고 바울은 그와 같은 승천전승과 자신이 경험한 그리스도의 계시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묵시를 문화담화로 정의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상호텍스트적 해석방식과 연결된다.

바울의 서신에 나타나는 묵시사상은 그가 사회 안에서 문화적으로 공유하던 묵시담화와 바울 개인이 경험한 계시가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과물이다.

달리 설명하자면 바울의 서신은 묵시라는 문화담화를 포함하지만, 동일한 담화를 포함하는 다른 텍스트와 차별성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바울이 경험하고 깨달은 개별적인 경험으로 인함이다.

바울은 그레코-로마 사회의 한 작은 소우주로서 당대에 공유되던 문화와 담화를 자신의 서신에서 상호텍스트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두 개의 담화 사이의 상호텍스트적 관계 속에서 바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도출된다.

그렇기에 문화와 사회 안에 공유되는 묵시라는 담화의 주제 형성(thematic formation)을 먼저 파악한 후 바울의 서신에 나타난 묵시담화의 언어적 독특성을 발견하여 바울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이 사도의 묵시사상을 바르게 파악하는 연구방법론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바울에게 묵시란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며 감추인 비 밀들을 이해하는 그의 사상적 기반이 된다.

특히 그리스도는 바울의 묵시사상의 구심점이 되어 문화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묵시의 모든 요소들을 새롭게 이해하게 하였다.

다시 말해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 율법의 기능과 역할, 인류의 구원과 종말, 세상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관하여 그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해의 틀이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하여 새롭게 형성되었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계시를 사회, 문화적 배경 안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문화적 담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제시한다.

승천전승, 부활과 죽음 이후의 삶, 악의 기원과 인간의 죄와 같은 묵시적 담화는 이미 바울의 시대와 문화 안에서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고 있던 이미지이며 담화의 형태로 존재했었다.

묵시의 각각의 요소들은 다른 문헌들에서는 독자적인 담화를 형성하지만 바울에게 각각의 담화에는 그리스도라는 동일한 구심점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바울에게 묵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형성하게 된 그의 신학의 핵심이며 바울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해하는 척도이다.

바울은 그 담화와 자신이 경험한 그리스도의 계시를 상호텍스트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의 복음을 제안하였다.

바울의 묵시사상은 그가 경험한 그리스도의 계시와 바울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문화적 담화 사이에 일어난 상호텍스트성의 결과인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바울의 묵시담화와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담화 사이의 상호텍스트적 연구를 통하여 바울이 나타내는 이질성을 발견할 때 우리는 바울의 묵시사상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박정수. 신구약 중간사와 기독교의 기원 탐구: 고대 유대교의 터, 무늬.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8. 이상일. “예루살렘 초대 교회의 히브리파, 헬라파와 초기 기독교 기원: 종교사학파와 마르틴 헹엘의 초기 분파 이론 재고.” Canon & Culture 4/2 (2010), 227-42. Baur, F. C. Vorlesungen Über Neutestamentliche Theologie. Leipzig: Fues, 1864. . Paul, The Apostle of Jesus Christ, His Life and Work, His Epistles and Doctrine: A Contribution to a Critical History of Primitive Christianity. 2 Vols. London: Williams & Norgate, 1873. Beker, J. Christiaan. “The Challenge of Paul’s Apocalyptic Gospel for the Church Today.” JRT 40 (1983), 9-15. . The Triumph of God: The Essence of Paul’s Thought. Minneapolis: Fortress, 1990. Bert, J. Lietaert. “Paul’s Rapture: 2 Corinthians 12:2-4 and the Language of the Mystics.” Experientia: Inquiry into Religious Experience in Early Judaism and Christianity. Edited by Flannery Frances et al. Symposium Series 40. Boston: Brill, 2008, 159-76. Betz, Hans Dieter. “The Concept of the ‘Inner Human Being’(ὁ ἔσω ἄν- θρωπος) in the Anthropology of Paul.” NTS 46/3 (2000), 315-41. Bickerman, E. J. The Jews in the Greek Age.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88. Bird, Michael F. An Anomalous Jew: Paul Among Jews, Greeks, and Romans. Grand Rapids: Eerdmans, 2016. Boccaccini, Gabriel. “The Evilness of Human Nature in 1 Enoch, Jubilees, Paul, and 4 Ezra: A Second Temple Jewish Debate.” Fourth Ezra and Second Baruch: Reconstruction After the Fall. Edited by Matthias Henze and Gabriele Boccaccini. JSJSup 164. Boston: Brill, 2013, 63-79. . Paul’s Three Paths to Salvation. Grand Rapids: Eerdmans, 2020. Boer, Martinus C. de. “Paul and Apocalyptic Eschatology.” The Origins of Apocalypticism in Judaism and Christianity. vol. 1. Encyclopedia of Apocalypticism. Edited by Bernard McGinn et al. New York: Continuum, 1998, 345-83. Bostock, Gerald. “Osiris and the Resurrection of Christ.” ExpT 112 (2001), 265-71. Bowker, John. “Merkabah Visions and the Visions of Paul.” JSS 16 (1971), 157-73. Boyarin, Daniel. A Radical Jew: Paul and the Politics of Identity. Contraversions 1.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4. Brand, Miryam T. Evil Within and Without: The Source of Sin and Its Nature as Portrayed in Second Temple Literature.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2013. Bremmer, Jan N. The Rise and Fall of the Afterlife: The 1995 Read-Tuckwell Lectures at the University of Bristol. London: Routledge, 2002. . “Descents to Hell and Ascents to Heaven in Apocalyptic Literature.” The Oxford Handbook of Apocalyptic Literature. Edited by John J. Collin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340-57. Burkert, Walter. “Towards Plato and Paul: The ‘Inner’ Human Being.” Ancient and Modern Perspectives on the Bible and Culture: Essays in Honor of Hans Dieter Betz. Edited by Adela Yarbro Collins. Atlanta: Scholars, 1998, 59-82. Charles, R. H. The Book of Enoch: Translated from Professor Dillmann’s Ethiopic Text Emended and Revised in Accordance with Hitherto Uncollated Ethiopic Mss. And with the Gizeh and Other Greek and Latin Fragments Which Are Here Published in Full. Oxford: Clarendon, 1893. Collins, Adela Yarbro. “The Reception of Paul’s Apocalyptic Eschatology in the Letter to the Colossians.” SEÅ 76 (2011), 21-39. . “Ascent to Heaven in Antiquity: Toward a Typology.” A Teacher for All Generations: Essays in Honor of James C. Vanderkam. Edited by Eric Farrel Mason. JSJSup 153. Leiden: Brill, 2012, 552-72. Collins, John J. “Introduction: Towards the Morphology of a Genre.” Apocalypse: The Morphology of a Genre. Semeia 14. Edited by John J. Collins. Missoula: Scholars, 1979, 1-20. . “The Afterlife in Apocalyptic Literature.” Death, Life-After-Death, Resurrection and The World-to-Come in the Judaisms of Antiquity. Part 4. Judaism in Late Antiquity. Edited by Jacob Neusner and Alan J. Avery-Peck. HOS 49. Leiden: Brill, 2000, 119-40. . The Apocalyptic Imagination: An Introduction to Jewish Apocalyptic Literature. 3rd Edition. Grand Rapids: Eerdmans, 2016. . “Apocalypticism as a Worldview in Ancient Judaism and Christianity.” The Cambridge Companion to Apocalyptic Literature. Edited by Colin McAlliste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0. Cook, John Granger. “Resurrection in Paganism and the Question of an Empty Tomb in 1 Corinthians 15.” NTS 63 (2017), 60-75. 김두석 _묵시적 바울이란 무엇인가?❙691 . Empty Tomb, Resurrection, Apotheosis. WUNT 410. Tübingen: Mohr Siebeck, 2018. Cook, Johaan. “The Origin of the Tradition of the bwjh rcy and [rh rcy.” Journal for the Study of Judaism in the Persian, Hellenistic and Roman Period 38/1 (2007), 80-91. Davies, Jamie. The Apocalyptic Paul: Retrospect and Prospect. Eugene: Cascade Books, 2022. Davies, J. P. “The Two Ages and Salvation History in Paul’s Apocalyptic Imagination.” Paul and the Apocalyptic Imagination. Edited by Jason Maston et al. Minneapolis: Fortress, 2016, 339-59. Davies, W. D. Paul and Rabbinic Judaism: Some Rabbinic Elements in Pauline Theology. New York: Harper & Row, 1967. DiTommaso, Lorenzo. “Apocalypticism and Popular Culture.” The Oxford Handbook of Apocalyptic Literature. Edited by John J. Collins.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475-509. Doosuk, Kim. The Intertextuality of Paul’s Apocalyptic Discourse: An Examination of Its Cultural Relation and Heteroglossia. LBS 24. Leiden: Brill, 2023. Edwards, Mark J. “The Epistle to Rheginus: Valentinianism in the Fourth Century.” NovT 37 (1995), 76-91. Eisenbaum, Pamela Michelle. Paul Was Not a Christian: The Original Message of a Misunderstood Apostle. New York: HarperOne, 2009. Elledge, C. D. Life after Death in Early Judaism: The Evidence of Josephus. WUNT 208. Tübingen: Mohr Siebeck, 2006. Engberg-Pedersen, Troels. Paul and the Stoics. Louisville: Westminster, 2000. Fredriksen, Paula. Paul, the Pagans’ Apostle. New Havens: Yale University 692❙신약논단 제30권 제4호∙2023년 겨울 Press, 2017. Gaventa, Beverly Roberts. Our Mother Saint Paul.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2007. . “The Shape of the ‘I’: The Psalter, the Gospel, and the Speaker in Romans 7.” Apocalyptic Paul: Cosmos and Anthropos in Romans 5-8. Edited by Beverly Roberts Gaventa. Waco: Baylor University Press, 2013, 77-91. . “Thinking from Christ to Israel: Romans 9-11 in Apocalyptic Context.” Paul and the Apocalyptic Imagination. Edited by Ben C. Blackwell et al. Minneapolis: Fortress, 2016, 239-59. Glasson, T. F. Greek Influence in Jewish Eschatology: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Apocalypses and Pseudepigraphs. London: SCM, 1961. Goodrich, John K. “After Destroying Every Rule, Authority, and Power: Paul, Apocalyptic, and Politics in 1 Corinthians.” Paul and the Apocalyptic Imagination. Edited by Ben C. Blackwell et al. Minneapolis: Fortress, 2016, 275-95. Grabbe, Lester L. A History of the Jews and Judaism in the Second Temple Period. 2 vols. London: T&T Clark, 2004. Hanson, Paul D. The Dawn of Apocalyptic: The Historical and Sociological Roots of Jewish Apocalyptic Eschatology. Revised Edition. Philadelphia: Fortress, 1979. Hanson, Paul D. “Apocalypticism.” 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An Illustrated Encyclopedia Identifying and Explaining All Proper Names and Significant Terms and Subjects in the Holy Scriptures, Including the Apocrypha: Supplementary Volume. Edited by Keith R. Crim. Nashville: Abingdon, 1976, 28-34. Hengel, Martin. Judaism and Hellenism: Studies in Their Encounter in Palestine During the Early Hellenistic Period. Philadelphia: Fortress, 1974. . Between Jesus and Paul: Studies in the Earliest History of Christianity. London: SCM, 1983. . 유대교와 헬레니즘. 박정수 역. 3권. 파주: 나남, 2012. Horsley, Richard A. Revolt of the Scribes: Resistance and Apocalyptic Origins. Minneapolis: Fortress, 2010. Käsemann, Ernst. New Testament Questions of Today. Translated by W. J. Montague. NTL. London: SCM, 1969. Kuck, David W. Judgment and Community Conflict: Paul’s Use of Apocalyptic Judgment Language in 1 Corinthians 3:5-4:5. Novtsup 66. Leiden: Brill, 1992. Lampe, G. W. H. and MacKinnon, Donald M. The Resurrection: A Dialogue Arising from Broadcasts. London: Mowbray, 1966. Lewis, Naphtali. Greeks in Ptolemaic Egypt: Case Studies in the Social History of the Hellenistic World. Oxford: Clarendon Press, 2001. Louw, Johannes P. and Nida, Eugene.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 Testament Based on Semantic Domains. New York: United Bible Societies, 1989. Lundhaug, Hugo. “‘These Are the Symbols and Likenesses of the Resurrection’: Conceptualization of Death and Transformation in the Treatise on the Resurrection (NHC I.4).” Metamorphoses: Resurrection, Body and Transformative Practices in Early Christianity. Edited by Seim Turid Karlsen and Økland Jorunn. Ekstasis 1. Berlin: New York, 2009, 187-205. 694❙신약논단 제30권 제4호∙2023년 겨울 Nock, A. Darby. Ed. Corpus Hermeticum. Translated by A. J. Festugière. Collection des Universités de France. Paris: Les Belles Lettres, 1945- 1954. Macaskill, Grant. Revealed Wisdom and Inaugurated Eschatology in Ancient Judaism and Early Christianity. JSJSup 115. Leiden: Brill, 2007. Marcus, Joel. “The Evil Inclination in the Letters of Paul.” IBS 8 (1986), 8-21. Martyn, J. Louis. “Apocalyptic Antinomies in Paul’s Letter to the Galatians.” NTS 31 (1985), 410-24. . Galatians: A New Translation with Introduction and Commentary. Anchor Bible 33a. New York: Doubleday, 1997. Maston, Jason. “Sirach and Romans 7:1-25: The Human, the Law, and Sin.” Reading Romans in Context: Paul and Second Temple Judaism. Edited by John K. Goodrich et al. Grand Rapids: Zondervan, 2015, 93-99. Meeks, Wayne A. The First Urban Christians: The Social World of the Apostle Paul.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83. . “Social Functions of Apocalyptic Language in Pauline Christianity.” Apocalypticism in the Mediterranean World and the Near East: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lloquium on Apocalypticism, Uppsala, August 12-17, 1979. Edited by David Hellholm. Tübingen: Mohr Siebeck, 1983, 687-705. Moore, George Foot. Judaism in the First Centuries of the Christian Era: The Age of the Tannaim.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27. Morray-Jones, C. R. A. “Paradise Revisited (2 Cor 12:1-12): The Jewish Mystical Background of Paul’s Apostolate, Part 1: The Jewish Sources.” Harvard Theological Review 86 (1993), 177-217. . “Paradise Revisited (2 Cor 12:1-12): The Jewish Mystical Background of Paul’s Apostolate, Part 2: Paul’s Heavenly Ascent and Its Significance.” Harvard Theological Review 86 (1993), 265-92. Mulder, Frederik, S. “The Reception of Paul’s Understanding of Resurrection and Eschatology in the Epistle to Rheginos: Faithful Paulinism, or Further Development?” Authoritative Texts and Reception History: Aspects and Approaches. Edited by Dan Batovici. Biblical Interpretation Series 151. Leiden: Brill, 2017, 199-215. Peel, Malcolm Lee. The Epistle to Rheginos: A Valentinian Letter on the Resurrection: Introduction, Translation, Analysis, and Exposition. The New Testament Library. Philadelphia: Westminster, 1969. Perrin, Nicholas. “On Raising Osiris in 1 Corinthians 15.” Tyndale Bulletin 58 (2007), 117-28. Porter, Frank C. “The Yecer Hara: A Study in the Jewish Doctrine of Sin.” Biblical and Semitic Studies: Critical and Historical Essays. New York: Scribner, 1901, 93-156. Porter, Stanley E. and Brook W. R. Pearson. Ed. Christian-Jewish Relations through the Centuries.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2000. Portier-Young, Anathea. “Jewish Apocalyptic Literature as Resistance Literature.” The Oxford Handbook of Apocalyptic Literature. Edited by John J. Collin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145-62. Richardson, N. J. “Early Greek Views About Life after Death.” Greek Religion and Society. Edited by P. E. Easterling and J. V. Mui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5, 50-66. Robinson, James M. Ed. The Nag Hammadi Library in English. San Fran- 696❙신약논단 제30권 제4호∙2023년 겨울 cisco: HarperCollins 1990. Rowland, Christopher. The Open Heaven: A Study of Apocalyptic in Judaism and Early Christianity. London: SPCK, 1982. Sacchi, Paolo. Jewish Apocalyptic and Its History. Translated by William J. Short. JSP 20.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1990. Sanders, E. P. Judaism: Practice and Belief, 63 BCE–66 CE. London: SCM, 1992. Scholem, Gershom. Jewish Gnosticism, Merkabah Mysticism, and Talmudic Tradition. New York: Jewish Theological Seminary of America, 1960. Schürer, Emil. The History of the Jewish People in the Age of Jesus Christ (175 B.C.–A.D. 135). Edited by Géza Vermès et al. Translated by T. A. Burkill. 3 vols. Edinburgh: Clark, 1973. Schweitzer, Albert. The Mysticism of Paul the Apostle. New York: Holt, 1931. Segal, Alan F. Paul the Convert: The Apostolate and Apostasy of Saul the Pharisee.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90. . Life after Death: A History of the Afterlife in the Religions of the West. Anchor Bible Reference Library. New York: Doubleday, 2004. Seifrid, Mark A. “The Subject of Rom 7:14-25.” NovT 34 (1992), 313-33. Setzer, Claudia. Resurrection of the Body in Early Judaism and Early Christianity: Doctrine, Community, and Self-Definition. Boston: Brill, 2004. Smith, Jonathan Z. “Wisdom and Apocalyptic.” Religious Syncretism in Antiquity: Essays in Conversation with Geo Widengren. Edited by Geo Widengren and Birger A. Pearson. Series on Formative Contemporary Thinkers 1. Missoula: Scholars, 1975, 131-56. . Drudgery Divine: On the Comparison of Early Christianities and the Religions of Late Antiquity. JLCRS 14. Chicago: The University of 김두석 _묵시적 바울이란 무엇인가?❙697 Chicago Press, 1990. Stone, Michael E. “Lists of Revealed Things in the Apocalyptic Literature.” Magnalia Dei: The Mighty Acts of God; Essays on the Bible and Archaeology in Memory of G. Ernest Wright. Edited by Frank Moore Cross et al. Garden City: Doubleday, 1976, 414-52. Stuart, G. H. Cohen. The Struggle in Man Between Good and Evil: An Inquiry Into the Origin of the Rabbinic Concept of Yeṣer Hara’. Kampen: J. H. Kok, 1984. Thiessen, Matthew. Contesting Conversion: Genealogy, Circumcision, and Identity in Ancient Judaism and Christianit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Vielhauer, Philipp. “Introduction to Apocalypse and Related Subject.” Writings Relating to the Apostle: Apocalypses and Related Subjects. Vol. 2. New Testament Apocrypha. Edited by Wilhelm Schneemelcher. Translated by R. McL. Wilson. Revised edition. Louisville: Westminster/John Knox, 1991, 542-68. Wagner, Günter. Pauline Baptism and the Pagan Mysteries: The Problem of the Pauline Doctrine of Baptism in Romans 11:1-11, in the Light of Its Religio-Historical “Parallels”. Edinburgh: Oliver & Boyd, 1967. Wasserman, Emma. “The Death of the Soul in Romans 7: Revisiting Paul’s Anthropo- logy in Light of Hellenistic Moral Psychology.” JBL 126 (2007), 793-816. . “Paul Among the Philosophers: The Case of Sin in Romans 6-8.” JSNT 30 (2008), 387-415. Wedderburn, A. J. M. Baptism and Resurrection: Studies in Pauline Theology Against Its Graeco-Roman Background. WUNT 44. Tübingen: J. C. 698❙신약논단 제30권 제4호∙2023년 겨울 B. Mohr, 1987. Wernberg-Møller, Preben C. H. “Reconsideration of the Two Spirits in the Rule of the Community (1QSerek III,13-IV,26).” Revue de Qumran 3 (1961), 413-41.

Abstract

What Is the Apocalyptic Paul? A Survey of the Recent Studies and a Proposal

Kim, Doosuk (Kwangshin University, Assistant Professor)

Most of the research on the apocalyptic Paul has utilized the comparative literature studies between Paul’s letters and Jewish literature, particularly second temple literature. Such a scholarly trend presupposes that Paul’s notion of apocalyptic originated from Jewish apocalyptic eschatology. The present research, however, does not adopt the same premise but suggests apocalyptic as a cultural discourse in the Greco-Roman world. The apocalyptic is about transcendent space and time, including the understanding of the people in the same culture regarding supernatural phenomena. When the apocalyptic imagination is materialized through a type of discourse, it has similar types, forms, and contents. When Paul introduces his notion of apocalyptic in his letters, he also invites his readers into the cultural discourse in which they share similar notions and thoughts of transcendent phenomena. Then, Paul conveys the meaning of his apocalyptic discourse by highlighting heterogeneous features compared to the cultural discourse. In light of this, this paper proposes that one may grasp the central notion of Paul’s apocalyptic through intertextual readings between Paul and cultural discourse. To corroborate such argument, the current research explores three representing apocalyptic discourses, i.e., the otherwordly journey, the resurrection and afterlife, and the origin of evil and sin. These discourses appear not only in Jewish literature but also in Paul’s letters, gnostic literature, Egyptian legends, Hellenistic literature, and Persian literature. Though they present differences regarding the date, historical background, author, and readers, they share similar forms, thematic formations, and content. Having said that, however, Paul’s discourses exhibit heterogeneous features from other discourses and Christ is the center of the heterogeneity.

Keywords the Apocalyptic Paul, apocalypse, cultural discourse, Second Temple Judaism, greco-roman world

신약논단 제30권 제4호∙2023년 겨울

(투고일: 23. 9. 19. 심사일: 23. 11. 21. 게재확정일: 23. 11. 22.)

 

묵시적 바울이란 무엇인가-연구 동향과 제안.pdf
0.5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