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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생태학적 정치신학에 관한 연구: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박성철.경희대

 

{한글 초록]

오늘날 생태 위기는 팬데믹부터 기후 위기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인류 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산업 혁명 이후 탄소 의존 사회에서 벗어 나지 못하였던 근대 사회의 부정적인 결과이다.

근대 사회의 이념을 지탱 하는 하나의 기둥인 파괴적인 자본주의는 탄소 의존 사회를 구축하였을 뿐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를 통해 생태 위기의 전 지구화를 촉진하였다.

또 다른 기둥인 성장지상주의는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나’의 인식을 왜곡시 켜 자연과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정당화하고 하나님을 경제 성장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전락시켰다.

하지만 과거 기독교는 이에 저항 하기보다는 동조함으로써 탄소 의존 사회를 견인하였다.

그러므로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을 추구 해야 한다.

물론 왜곡된 체제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체제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상의 소금과 빛(마 5:13-14)의 소명을 가진 그리스도인은 탈성장과 파괴적 자본주의의 해체, 생태 민주주의와 대안 경제 체제의 구축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탄소 중립 사회로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생태 민주주의의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탄소 중립 사회의 실 현은 생태 민주주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생태 정책을 구체적으로 끌어낼 수 있 어야 한다.

탄소세와 공유세와 같은 조세 제도의 개혁과 강력한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의 법제화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제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남은 숙제는 생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적 집단들과 연대해 서 실천하는 생태 교회를 지원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주제어: 생태 위기, 탄소 의존 사회, 탄소 중립 사회, 탈성장, 공유지, 생태학적 정치 신학]

 

 

I. 들어가는 말

 

오늘날 생태 위기는 다양한 형태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는 인류가 산업 혁명 이후 경제 성장을 위해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 석연료로부터 대규모 에너지를 얻어 유지되는 탄소 의존 사회(CarbonDependent Society)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속에서 경제 성 장은 우상화되어 숭배의 대상으로 변질되었고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파괴 적인 자본주의(Destructive Capitalism) 체제가 구축되는 데 큰 영향을 미 24 조직신학연구 제47권 (2024년) 쳤다. 사실 경제 성장지상주의(Economic Growth Supremacy)는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살아가는 이들 에게 유효한 가치체계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성장지상주의는 기독교마 저도 종교적으로 정당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1967년에 린 화이트(Lynn T. White Jr.)는 현대 생태 위기의 역사적 근 원을 중세 기독교의 가치체계에서 찾는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큰 파장을 일으켰다.1) 물론 ‘린 화이트 테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2) 하지만 레오나 르도 보프(Leonardo Boff)가 주장한 바와 같이 생태 위기가 기독교의 단 독 책임은 아닐지라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3) 그러 므로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일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생태학적 인식론에 기초한 신학적 담론, 즉 생태 신학(Ecotheology)을 적극 전개해야 하며, 탄소 중립 사회(CarbonNeutral Society)를 위한 사회·정치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4) 신학은 시대마다 정치적 결정에 관해 기독교적 가치에 따라 모든 상황 속에서 인식하고 고수해야 하는 “방향과 노선”(Richtung und Linie)을 제 시할 사명이 있다.5) 생태 위기 시대에 교회는 생태학적 인식론에 기초하 여 정치적 영역에서의 행위와 정치의식에 대한 신학적 담론을 정립하고 1) Lynn White, Jr., “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 Crisis,” Science 155/3767 (March 1967): 1203-7. 2) John Passmore, Man’s Responsibility for Nature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1974), 186-187; 박찬호, “기독교 창조론과 생태계 위기: 린 화이트의 주장에 대한 세 가지 반론”, 「조직신학연구」 37 (2021): 62-92. 3) Leonardo Boff, Ecologia Mundialização Espiritualidade: A Emêrgencia um Novo Paradigma, 김향섭 역, 『생태 신학』 (서울: 가톨릭출판사, 2013), 68. 4) 탄소 중립이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을 통 해 흡수하거나 CCUS(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을 통해 제거해서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0(Zero)이 되는 상태를 지칭한다. 종종 ‘넷-제로’(Net-Zero) 혹은 ‘탄소제로’라고도 부른다. 최근 에는 이산화탄소 이외에도 모든 인위적 온실가스의 순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기후 중립’(climateneutral)이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5) Karl Barth, Rechtfertigung und Recht/Christengemeinde und Bürgergemeinde, Theologische Studien, Heft 104 (Zürich: EVZ, 1946), 60. 생태학적 정치신학에 관한 연구 :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 박성철 25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적 방향과 노선을 제시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바로 생태학적 정치신학(Ecological Political Theology)을 정 립하는 것이다. 1984년에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은 산업 사회 의 자연 훼손에 저항하며 자연과의 생태학적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가운 데 정치신학이 추구하는 메시아를 따르는 행위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강 조했다.6)

이처럼 정치신학은 초기부터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실마리를 포 함하고 있었다.7)

오늘날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생태학적 인식론에 기초해 생태학적 감 수성(Ecological Sensibility)을 통해 전개되는 정치신학 담론을 일컫는다. 생태학적 감수성이란 인간의 모든 활동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 식에 기초해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감각을 지칭한다. 생태학적 감수성은 생태 위기와 관련해서 인간의 경제 활동이 주요한 요 인임을 인정하고 생태 위기 시대에 삶의 질과 인류의 연대에 집중한다.8)

 

   

     6) Jürgen Moltmann, Politische Theologie-Politische Ethik (München/Mainz: Chr. Kaiser/ Matthias-Grünewald, 1984), 163-64.

     7) Gerard Delanty and Stephen P. Turner, eds. Routledge International Handbook of Contemporary Social and Political Theory, 2nd ed. (London&New York: Routledge, 2022), 556.

     8) James Gustave Speth, The Bridge at the Edge of the World: Capitalism, the Environment, and Crossing from Crisis to Sustainability (New Heaven & London: Yale University Press, 2008), 6, 205. 26 조직신학연구 제47권 (2024년)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생태학적 감수성은 정치신학에 두 가지 방향을 제 시한다.

첫째는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자연에 대한 착취를 부 추기는 사회제도와 정치체제에 대한 신학적 비판이며, 둘째는 생태 위기 극복을 지향하는 사회·정치 담론과 신학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다.

그러므로 본 연구의 목적은 탄소 의존 사회와 경제 성장의 우상화를 막지 못한 근대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탄소 중립 사회와 생태 민 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그리스도인이 정치적 영역에 참여할 때 필요한 신 학적 기반과 기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내용은

첫째, 탄소 의존적 산업 사회를 떠받쳤던 파괴적인 자본주의와 성장지상주의 에 대한 생태 정치 신학적 비판, 

탄소 의존적 산업 사회를 떠받쳤던 파괴적인 자본주의와 성장지상주의 에 대한 생태 정치 신학적 비판,

둘째, 탈성장(Degrowth) 담론을 통한 파 괴적 자본주의의 해체, 생태 민주주의와 대안 경제 체제의 구축에 대한 논 의,

셋째, 생태 민주주의의 구축을 위한 정책 제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의 방법은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특성상 다양한 학제 간의 연구들에 기초한다.9)

생태학적 정치신학에 관한 국내 논문이 충분치 않기에 본 연 구는 생태 해방신학과 생태 여성 신학과 같은 신학적 담론뿐 아니라 탄소 중립과 공유경제, 사회적 경제, 탈성장 사회와 관련된 담론의 연구 방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다.10)

 

      9) 스티븐 B. 샤퍼(Stephen B. Scharper)는 『세월을 아끼라: 환경 정치신학』에서 “환경 정치신학” (political theology of the environment)의 정립을 위해 가이아 이론, 과정신학, 신우주론, 생태여 성주의 그리고 해방신학 등의 패러다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소외된 자들 과 곤궁해지고 착취당한 자연에 집중하며 이에 대한 관심이 실용적으로 혼합되어 있다. Stephen B. Scharper, Redeeming the Time: A Political Theology of the Environment (New York: The Continuum International Publishing, 1997), 52.

      10) 국내 연구논문 중 유일하게 생태 정치신학을 언급했던 논문은 본 글에서 ‘환경 정치신학’으로 번역 한 샤퍼의 용어를 “생태 정치신학”으로 번역한 후 몰트만의 신학을 분석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국현, “생태신학 담론에서의 안식일 모티프”, 「문학과 종교」 21/4 (2016): 121-140.

 

II. 탄소 의존 사회와 교회의 책임

 

1. 파괴적인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문제

 

다양한 학문적 평가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근대 사회의 기초를 떠받 치고 있는 자본주의가 생태계 전반에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 실이다.

생태학적 측면에서 현대 자본주의를 ‘파괴적인 자본주의’로 표현 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11)

 

11) John Bellamy Foster, Ecology Against Capitalism (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2002), 34, 130.

 

르네상스 후기에 등장한 연성 시 장경제(Soft Market Economy)는 18세기 말 석탄 에너지 중심의 증기 동력과 함께 시작된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자본주의 시장경제 (Capitalist Market Economy)로 전환하였다.

그러므로 근대 사회는 초기 부터 탄소 의존성이 매우 높았으며, 19세기 말 석유 에너지 체제의 등장 이후 화석연료 에너지 체제의 황혼기에도 접어들었음에도 석유 에너지 중심의 경제 구조에 대한 집착은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탄소 의존 사회 의 지속으로 인해 생태 위기는 현실이 되었다.12)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방 식이 가진 자기 파괴적 힘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13)

산업 혁명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한 사회적 변화를 낳았 고, 그 변화는 인류 생존의 기반인 지구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 로 파괴적이었다.14)

그렇기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70년대 초부 터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산업적 위험사회”(industrielle Risikogesellschaft)라고 규정한 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은 산업 화로 대표되는 근대화가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체계적으로 강화되면서 형 성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15)

게다가 1980년대부터 정치와 결합하여 강 력한 외교·안보 정책으로 변질되었던 신(新)자유주의 속에서 자본주 의의 파괴적 경향은 더욱 심화하였다.

“생태학적 제국주의”(Ecological Imperialism)는 생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미의 적합성에 대한 논쟁이 있 다.

하지만 서구적 근대화가 진행되지 않은 지역의 자연이 과학의 기술적 통제를 통해 발전이 필요한 대상으로 전락할 때, 식민지주의는 필연적으 로 정당화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16)

 

   12) Jeremy Rifkin,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 the Internet of Things, the Collaborative Commons and the Ecplise of Capitalism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14), 23-24, 36.

   13) Helmut Gollwitzer, Die kapitalistische Revolution (München: Chr. Kaiser Verlag, 1974), 14.

   14) David Wallace-Wells, The Uninhabitable Earth: Life after Warming (New York: Tim Duggan Books, 2019), 186.

   15) Ulrich Beck, Risikogesellschaft. Auf dem Weg in eine andere Moderne, Edition Suhrkamp 1365 (Frankfurt a. M.: Suhrkamp, 1986), 13, 27-29.

    16) Rosemary Radford Ruether, Gaia and God: An Ecofeminist Theology of Earth Healing, 전 현식 역, 『가이아와 하느님: 지구 치유를 위한 생태 여성학적 신학』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0), 236-37.

 

또한 서구 제국주의는 그 팽창의 과정에서 식민지의 천연자원에 대한 착취뿐 아니라 생물학적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심각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왔다.17)

제국주의 문제에 있어 과거 서구 기독교는 그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에 저항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동조하였기 때문이다.

‘기독 교 제국주의’(Christian Imperialism)는 개신교의 선교 운동과 결탁하였던 20세기 미국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18) 사 실 서구 제국주의는 이전부터 기독교와 밀접한 상관관계 속에서 발전하 였다.

그러므로 헬무트 골비처(Helmut Gollwitzer)는 1973년에 하이델베 르크 강연에서 생태 위기와 관련하여 기독교가 그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 함을 분명하게 밝혔다.

골비처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가져온 산 업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고 아직도 급속하게 강화되고 있는 사슬 풀린 파괴력들의 혁명”이며 그 결과 지구촌의 단계에 접어든 인류의 역사는 생태학적 파멸의 위험에 직면했다.19)

그러므로 제국주의의 팽창 문화와 그 결과인 생태 위기가 서구적으로 각인된 기독교로부터 유 래했다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20)

 

   17) Alfred W. Crosby, Ecological Imperialism : The Biological Expansion of Europe, 900-1900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4), 105, 297.

  18) Emily Conroy-Krutz, Christian Imperialism: Converting the World in the Early American Republic (Itacha: Cornell University Press, 2015), 6-13.

  19) Gollwitzer, Die kapitalistische Revolution, 8-10.

   20) Jürgen Moltmann, Ethik der Hoffnung (Gütersloh: Gütersloher Verlag-Haus, 2010), 154-56.

 

2. 성장지상주의의 문제

 

인류세 속 다양한 사회적 변화에도 산업 사회의 탄소 의존성은 낮아지 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성장지상주의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성장지상주 의란 인간의 삶에 있어 경제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이를 위한 개 발을 절대화하는 산업 사회의 이념 체계를 의미한다.21)

 

21) 조영준, “성장지상주의와 탈성장사회”, 「철학연구」 160 (2011. 11): 190.

 

성장지상주의는 경제 성장의 우상화를 부추겼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영향력을 유지하 고 있다.

물론 성장지상주의는 단지 자본주의 시장경제만의 문제는 아니 었고 산업 사회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과거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지향했 던 사회들도 그 부정적인 영향 아래에 있었다.22)

하지만 그 파급력에 있어 자본주의 체제 내 성장지상주의는 다른 경제 체제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 도로 절대적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정립과 함께 부상한 성장지상주의는 자연에 대한 착 취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였다. 근대 사회는 르네상스의 “개 인의 발견”과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계몽주의를 거쳐 등장하였다.23)

계몽 주의로 인해 붕괴한 중세의 형이상학을 대체하기 위해 18세기 말에 등장 한 독일 관념론은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재구성하 였다.24)

이러한 사유 방식은 근대 사회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통해 산업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하지 만 인간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 되어 있다. 왜냐하면, 특정한 시대의 자연에 대한 관점은 자기 자신과 사 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투사되어 있기 때문이다.25)

 

   22) Serge Latouche, Petit Traite de La Decroissance Sereine, 이상빈 역,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 는 행복할까?』 (서울: 민음사, 2015), 43-44.

   23) Jacob Burckhardt, Kultur und Kunst der Renaissance in Italien (Berlin: Deutsche BuchGemeinschaft, 1936), 127, 283.

   24) G. W. F. Hegel, “Die Positivität der christlichen Religion (1795/1796),” in Frühe Schriften,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Werke, 1 (Frankfurt a. M.: Suhrkamp, 1983), 188.

   25) Carolyn Merchant, The Death of Nature: Women, Ecology, and the Scientific Revolution (San Francisco: Harper & Row, 1983), 69.

 

근대 사회에서 인간 은 자연을 단순한 대상으로 취급하였고, 자본주의 체제는 맹목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자연에 대한 극단적인 착취를 정당화하였다.

생태 위기는 이 러한 성장지상주의의 부정적인 결과물을 생태계가 더 이상 수용할 수 없 었기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과거 서구 교회는 창세기 1장 28절을 근대 문명의 관점에서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땅에 대한 지배 논리를 정당화함으로써 이러한 파괴 적 흐름을 용인하였다.26)

사실 기독교 전통은 땅에 대한 두 가지 가르침을 같이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땅에 대한 다스림(dominion over the earth) 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기체로서 땅에 대한 보살핌(nurturing)에 관한 것이다. 만약 서구 교회가 성장지상주의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제대 로 꿰뚫고 있었다면 후자의 가르침을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다.27)

또한 다 스림(dominion)이 곧 지배(domination)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 았을 것이다.28)

하지만 과거 기독교 신학은 충분한 생태학적 감수성을 가 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골비처에 따르면, 교회가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비판하 고 왜곡된 가치체계에서 벗어나 방향 전환을 이루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문제이다.

성장지상주의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연에 대해 통제되지 않는 폭력을 행하도록 풀어 놓았고, 그 결과 지구촌의 단계에 접어든 인류의 역 사는 생태학적 파멸의 위험에 직면했다.

하지만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되 었던 교회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지 금이라도 이러한 잘못에 대한 “메타노이아”(metanoia)가 필요하며, 그와 함께 시작되는 방향 전환은 “제자 공동체”(Jüngergemeinde)로서 교회가 생태 위기를 초래한 체제에 저항하도록 이끈다.29)

 

   26) Boff, 『생태 신학』, 69.

  27) Merchant, The Death of Nature, 3.

  28) Daniel P. Castillo, An Ecological Theology of Liberation: Salvation and Political Ecology, 안재형 역, 『생태해방신학』 (서울: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 144-45.

  29) Gollwitzer, Die kapitalistische Revolution, 115, 119.

 

III. 탄소 중립 사회와 생태 민주주의

 

생태 위기 시대의 도래는 파괴적인 자본주의와 성장지상주의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근대 민주주의의 실패이다.

또한 이러한 실패는 왜곡된 사회·경제적 현상에 제대로 인식하지도 저항하지도 못한 채 동 조한 교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교회가 탄 소 중립 사회를 위해 사회·정치 체제의 전환에 협력할 수 있도록 그 방향 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기존의 탄소 의존 사회를 단번에 대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회·경제적 체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적 패러다 임에 대한 고민 없이는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해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 더구나 소위 “생태학적 성결”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그리스 도인의 지속적인 사회적 행동을 통해 실현된다.30)

바로 이 지점에서 기독 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현재의 현실 로 바라보는 자세는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희망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 문이다.31)

 

30) 김경수, “생태학적 성결신학: 웨슬리의 ‘하나님의 형상’을 중심으로”, 「조직신학연구」 45 (2023): 217-18. 31) Jürgen Moltmann, Theologie der Hoffnung. Untersuchung zur Begründung und zu den Konsequenzen einer christlichen Eschatologie, 6th ed. Beiträge zur evangelischen Theologie, vol. 38 (München: Chr. Kaiser, 1966), 12-15.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관점에서 대안적 사회·정치적 체제를 위 해 다음의 두 가지 패러다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 탈성장 담론과 파괴적 자본주의의 해체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첫 번째 패러다 임은 탈성장을 통한 파괴적 자본주의의 해체이다.

오늘날 인류는 파괴적 자본주의의 해체 없이는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생태학적 정치신학 이 탈성장(脫成長, degrowth)의 가치에 집중해야 이유는 이를 통해 파괴 적 자본주의의 해체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세르주 라투슈 (Serge Latouche)는 탈성장(décroissance)의 길을 세계의 서구화에 대한 저항의 길이자 세계화된 소비사회에 대한 반대의 길이라고 주장하며 성장을 위한 생산 지상주의와 대량 소비사회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였 다.32)

탈성장이라는 용어가 양적인 성장의 집착을 멈추고 거기서 벗어나 는 것 혹은 양적인 성장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탈성장 담론은 무 한 생산과 무한 소비를 부추기는 성장지상주의의 왜곡된 가치체계를 거 부하고 성장지상주의가 양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받아들 여졌다.

탈성장은 종종 이상적인 개념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산업 사회가 추 종하였던 ‘무한 성장’이야말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환상이다.

앙드레 고 르스(André Gorz)에 따르면, 희소한 자원을 무한 성장을 위해 계속해서 소비한다면 결국 자원은 완전히 소모되고, 결국 성장이 없는 상태로 나 아간다.

지금 무한 성장과 무한 소비를 거부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를 위 한 자원은 보전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생태학적 현실주의(Ecological Realism)이다.33)

고르스는 자신이 지향하는 탈성장의 목적을 ‘탈산업적 사 회주의’(Post-industrial Socialism)라 규정하였다.34) 물론 탈성장은 성장지 상주의에 대한 집착을 거부하는 대안적 경제 체제에 대한 지향을 표현한 것이지 경제 무용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35)

 

32) Serge Latouche, Pour sortir de la societe de consommation: Voix et voies de la decroissance, 양상모 역, 『탈성장사회: 소비사회로부터의 탈출』 (서울: 오래된 생각, 2014), 14, 41.

33) André Gorz, Ecology as Politics, trans. Jonatha Cloud and Pasty Vigderman (Boston: South End Press, 1980), 13-14.

34) André Gorz, Farewell to the Working Class: An Essay on Post-industrial Socialism, trans. Michael Sonenscher (London: Pluto, 1982), 75-89.

35) 탈성장 체제의 특성에 대한 논의는 조영준, “성장지상주의와 탈성장사회”, 206-10을 참조하라.

 

서구 사회가 1970년대 국내총생산의 하락과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 을 때 성장지상주의자들은 이를 사회적 몰락의 징조라고 선동하며 모든 사회적 문제를 경제 성장으로 환원함으로써 신(新)자유주의 이념이 지 배적 경제 체제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신자유 주의는 무한 성장이 아니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전 세계 금융제도와 경제 체제에 거대한 충격을 안겨 다 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 충격으로 발생한 다양한 위기는 여전 히 진행 중이다.

승자독식의 구조를 통해 경쟁의 불공정성과 사회적 양극 화를 심화시키며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촉진한 현실 경제 체제였던 신자 유주의는 무한 성장이라는 이론적 비현실성 위에 구축되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한계와 현실을 지적하지 않으면서 탈성장의 현실성 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더구나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관점에서 신자유주의에 적극적으로 협력 하였던 교회가 자신의 과오를 외면한 채 탈성장 담론을 거부한다면 그것 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탈 성장 담론을 통해 성장지상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파괴적 자본주의를 해체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2. 생태 민주주의와 대안 경제 체제의 구축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두 번째 패러다 임은 생태 민주주의와 대안 경제 체제의 구축이다.

 

1) 생태 민주주의

 

파괴적인 자본주의에 기초한 산업 사회가 그 이전의 어떤 사회 형태보 다 자연 생태계의 파괴를 촉진하였다는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사실 탄소 의존 사회의 민주주의는 대규모 개발 정책을 중심으로 유지되었던 만큼 중앙집권적이고 위계적인 통치 구조를 지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 한 특징은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발전뿐 아니라 탈성장 정책의 시행에도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권위주의적이며 위계적인 사회 속에서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은 피해자인 ‘다수’가 아닌 관료와 같은 ‘소수’ 엘 리트의 결정에 좌우된다. 근대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 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역할을 감당했지만, 생태 위기 앞에서 그 한계를 34 조직신학연구 제47권 (2024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탄소 중립 사회는 탈성장 정책을 위한 새로운 민 주주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36)

본 연구는 이를 생태 민주주의에서 찾고 있다.

생태 민주주의는 지구 온난화나 기후변화 등이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에 민주주의가 생태주의 와 연관성 속에서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과 생태학적 감수성을 통 해 정치체제를 재구성할 때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생태 위기가 근대 자 본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한 것임을 인정할 때 시작된다.37)

물론 생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무조건 거부하지 않는다. 하 지만 생태 민주주의는 다음의 두 가지 문제를 분명하게 인정한다.

첫째,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성장지상주의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파괴 적 자본주의로 전락할 수 있으며, 둘째, 파괴적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생 태 정책은 시행될 수 없다.38)

파괴적 자본주의와의 밀접한 상관관계 속에서 형성된 민주주의 체제 에서 생태 민주주의로의 전환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충돌을 양 산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생태 민주주의는 위계적인 정치체제에서 탈 피하여 생태 정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더욱 잘 반영될 수 있는 직 접 민주주의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데, 이러한 전환은 기존의 정 치체제 내 엘리트 집단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체제의 전환은 파괴적인 자본주의의 폭주를 멈추고 탈성장의 가치를 담 아낼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39)

 

36)Ivan Illich, Tools for Conviviality, 박홍규 역, 『절제의 사회』 (서울: 생각의 나무, 2010), 37-38.

37) 김미자, “자유민주주의의 한계와 대안으로서 생태민주주의: 생태민주주의의 관점과 구성요소를 중 심으로”, 「국제정치연구」 25/1 (2022): 194-95.

38) William Collins, An Ecological Theory of Democracy: Steps Toward a Non-Equilibrium View of Politics (Heidelberg: Physica-Verlag, 1989), 36.

39) Latouche, 『탈성장사회』, 179.

 

그러나 이러한 전 환은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 기대어 막대한 기득권을 누리던 이들과의 충 돌을 가져온다.

그렇기에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충돌 속에서 생 태 민주주의를 위한 정책이 계속해서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신학 담 론을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20세기 정치신학에서 전체주의 비판 과 법치주의 국가 체제에 대한 신학적 담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 다.

칼 바르트(Karl Barth)의 정치신학에서 중요 개념인 정치적 예배(Der politische Gottesdienst)는 “교회와 법치국가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 를, “교회와 전체주의 국가 사이의 대립 관계”를 강조하는데, 이는 국가에 대한 교회의 책임과 “교회의 예언자적 파수꾼 직분”과 연결되어 있다.40)

 

40) Barth, Rechtfertigung und Recht/Christengemeinde und Bürgergemeinde, 10.

 

20세기의 정치신학 담론은 교회가 독재에 저항하며 냉전 시대의 핵무기 정책에 거부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므로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교회와 생 태 민주주의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강조하는 신학 담론을 통해 생 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에 직면하게 될 현실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도 록 힘을 보태야 한다.

 

2) 대안 경제 체제

 

이론적 다양성에도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와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있다.

그러므로 생태 민주주의의 실현은 필연적으로 대안 경 제 체제의 구축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수많은 논쟁과 이 념적 투쟁이 진행되었던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실현 가능성에 관한 담론 은 본 논문의 연구 분야가 아니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대안 경제 체제의 구축을 위한 마중물이자 징검다리로서 공유경제와 사회적 경제에 집중한 다. 왜냐하면 양자는 과잉생산과 과잉 소비를 지양한다는 점에서 파괴적 인 자본주의의 기본 동력인 경제 성장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에 성장지상주의를 해체하도록 도우며,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 중심의 정책 전환에 적합한 경 제 체제이기 때문이다.

첫째, 공유경제란 가족, 친구, 이웃 간에 관찰되는 교환의 형태로서 화 폐 대신 인간관계의 유대감이나 자기 만족감이 교환의 매개가 되는 경제 를 의미한다.

이는 재화와 서비스의 반대급부로 화폐가 교환되는 상업 경 제(commercial economy)와 구분된다.

오늘날 공유경제는 인터넷의 발달 과 함께 위키피디아 운영, 인터넷 아카이브 구축,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상업 경제가 할 수 없는 어려운 발 전을 이루어 내고 있다.41)

그렇기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한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를 산업 사회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42)

물론 최근 들어 공유경제는 한 번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를 여러 사람 이 서로 대여해 주고 빌려 쓰는 협업 소비에 기초한 경제로 변화하고 있 으며,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경영 방식을 지칭하는 ‘상 업적 공유경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43)

일부에선 상업적 공유경제 의 본래 의미를 상실한 채 공유 개념이 여러 부정적인 사회적 현상과 혼용 되고 있다.44) 노동의 일상화, 무노조 사업장의 양산, 서비스 이용자와 노 동자 및 사업주 보호 규정의 미비 등의 문제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45)

 

41) Lawrence Lessig, Remix : Making Art and Commerce Thrive in the Hybrid Economy (London: Penguin Press HC, 2008), 118-119, 145-46.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 람은 마틴 와이츠먼(Martin Weitzman)이다. 그는 1984년 자신의 논문과 저서에서 고정 급료 지급 에 반하여 단위 노동이 이익을 증가시키는 만큼 임금을 지급하면 각 경제 주체들의 이익이 공유된 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Martin Weitzman, The Share Economy: Conquering Stagflation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84)를 참조하라.

42) Rifkin, The Zero Marginal Cost Society, 7.

43) Alex Stephany, The Business of Sharing: Making it in the New Sharing Economy (Basingstoke: Palgrave Macmillan, 2015), 4-6.

44) Russel Belk, “Sharing Versus Pseudo-Sharing in Web 2.0,” The Anthropologist 18 (2014): 7-23.

45) Eleni Katrini, “Sharing Culture: On definitions, values, and emergence,” The Sociological Review Monographs 66/2 (2018): 425-46.

 

 

하 지만 이러한 문제가 공유경제의 근원적인 한계인지 파괴적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섣불리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공유경제의 폐기에 관한 논의는 다양한 개선 노 력에도 부정적 결과들이 해결되지 않을 때 진행해도 늦지 않다.

둘째, 사회적 경제는 시민사회와 관련된 경제 체제이다.

물론 이 용어 는 아직 나라마다 개념 규정의 차이가 크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는 시민사회 부문인 ‘비영리 부문’ 또는 ‘제3영역’과 그 흐름을 같이하며 이 윤을 추구하는 사적 영역이나 국가 부문의 공공영역과 구분되는 경제 양 식을 의미한다.46)

 

46) 정관영, 『이제는 사회적 경제다 – 지역과 사람을 살리는 희망경제론 -』 (고양: 공동체, 2013), 183.

 

정책적 측면에서 생태학적 정치신학이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회적 경제가 점차 사회적 기업의 혁신 사업 분야 진출이나 사회주택과 사회연대금융, 공공부문과의 협력 사업과 같 이 시장경제의 중요한 부문을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회 적 경제의 다양한 변화 가능성은 파괴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대체하 는 새로운 체제의 등장을 촉진한다.

그러므로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대안 적 경제 체제의 구축을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한 신학 적 담론을 발전시켜야 한다.

 

IV. 생태 민주주의를 위한 정책 생태

 

민주주의는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정책들의 법제화가 중요 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47)

 

47) 2020년 유럽연합(EU)은 기후 중립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에너지시스템 통합 전략 및 수소 전략’을 승인하였고, 2022년 4월 5일에는 IPCC 6차 제3 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완화’(Mitigation of Climate Change)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파국적인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온실가스의 감축 경 로와 감축 수단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https://www.ipcc.ch/report/ar6/wg3/. 2024 년 5월 1일 접속.

 

물론 이러한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현실에서 생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지금 당장 생태 위기를 초래한 모순적인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거나 파괴적인 자본주의를 해체하지 못한다고 해서 대안 정책을 외면한다면 인류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생태학적 정치신 학은 기득권의 저항과 현실적 한계에도 교회가 생태 민주주의를 위한 정 책에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도록 나침반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오늘날 생태학적 정치신학이 먼저 집중해야 할 생태 정책은 다음과 같다.

 

1. 탄소세와 공유세를 위한 조제 제도의 개혁

 

기후 위기가 본격화된 후 지금까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협 정들이 채택되었지만, 실질적인 목표 달성은 요원하였다.

왜냐하면 강제 성이 부족한 협정이나 협약만으로는 직면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도록 관 련 국가들과 초국가 기업들을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별 국가들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공선을 외면했던 신자유주의의 시대를 경험하고도 자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들이 아무런 규제도 없이 자율적으로 탄소 발생 감량 정책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세 제도를 개혁하여 기업의 참 여를 끌어내야 한다. 조세 제도 개편의 한 축은 탄소세(炭素稅, carbon tax)이다.

탄소세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일정 량 이상 배출할 때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산업 사회에서 탄소 발생량 은 경제 성장을 위한 생산과 연계되어 있다.

과잉생산을 지양하는 탈성장 은 높은 생태학적 감수성을 요구하기에 탄소 발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탄소세와 같이 파괴적 자본주의의 폭주를 제어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요 구한다.

디터 헬름(Dieter Helm)은 착취한 부의 올바른 사용과 생태학적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 자본 기금” (Natural Capital Fund)을 주장하면서 탄소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48)

조세 제도 개편의 또 다른 축은 바로 공유지(共有地, commons)와 관 련된 세금, 즉 공유세(共有稅)이다.

공유지란 구성원 모두가 공동의 소유 권을 갖는 유무형의 자원을 뜻한다.49)

 

48) Dieter Helm, Natural Capital: Valuing Our Planet (New York & London: Yale University Press, 2015), 232-33.

49) Charlotte Hess and Elinor Ostrom, eds., Understanding Knowledge as a Commons (Cambridge, Mass.: The MIT, 2007), ix.

 

지금까지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경 제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지를 파괴해 왔다.

왜냐하면, 자본주 의는 사유재산을 신성화하며 경제 개발의 기초로서 토지를 바라보기 때 문이다.

유재산의 신성화는 공유지 훼손을 사회·경제적 문제로 인식 하지 못하도록 포장했고 파괴적 자본주의의 탄생을 앞당겼다.

그러므로 공유세나 공유 기금과 같이 공유지 훼손에 벌금을 매기거나 그 돈으로 훼 손된 공유지를 회복하는 데 사용할 재정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tk실 탄소세와 공유세는 다른 생태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다.

예를 들어, 산업 사회에서 농·어촌의 자연환경은 한 국가의 자연 생 태계를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만약 경제 성장을 위해 농·어촌 지역 의 난개발이 진행되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경우, 도시 지역의 자연 생태 계의 파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온다.

그러므 로 정책적 차원에서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농·어민 기본생활 보장제도와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기본 소득 (Basic Income) 수준의 재정 지원과 농·어촌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 체계 를 갖추어야 하며, 이것은 탄소세와 공유세 등과 같은 조세 제도의 개혁을 통해 마련된 재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전통적 의미의 공유지는 목초지나 숲처럼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적·물리적 환경을 포함해 인간이 공유하는 공적 자원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최근에 는 특허와 저작권, 사회 기반 시설, 인터넷과 방송 전파 같은 무형의 문화적·공적 자원까지도 공유 지에 포함된다.

 

2. 강력한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의 법제화

 

탄소 중립 사회는 화석연료 에너지 체제에서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 체제로 전환할 때 실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자연을 파괴하거나 착취하지 않는 에너지 개발을 위한 관련 정책의 법제화에 관 심 가져야 한다.

유럽연합의 ‘에너지시스템 통합 전략 및 수소 전략’은 에 너지 효율이 중심이 되는 순환 에너지시스템 강화 및 직접적인 전기화 확 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전기화가 어려운 부문에 대해서는 재생가능에너지 기반 수소 및 지속 가능한 청정연료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재 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목표를 상향 할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산지전용허가와 지자체의 개발행위허가 등 관련 규제를 정비하여 주민의 수용성을 강화하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물론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 인 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에너지 정책의 전환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재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며 전기화와 섹터 커플링 기술개발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의 기술개발과 같이 대규모 공적 자금지원이 필요 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 체제의 전한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 나 사회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와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법제화를 추진 해야 하는 주체로서 국가와 그 법을 따라야 하는 경제 주체들에게 모든 권 리와 권한을 넘길 경우, 부패와 결탁, 독점 등의 문제로 인해 각각의 역할 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법제화뿐 아니라 관련 법의 시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이들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다 른 사회적 주체의 역할도 필요하다.

바로 그 사회적 주체 중 생태 정책을 사명으로 인식하는 교회도 포함 한다.

왜냐하면, 생태 교회는 사회적 이해관계나 경제적 이윤과 관계없이 생태 정책 자체의 시행과 개선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은 이러한 교회를 위한 신학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V. 나가는 말

 

교회는 세상의 소금과 빛(마 5:13-14)으로서 사회와 국가에 대한 공적 책임과 파수꾼의 직분을 가지고 있다.50)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 역 사 속에서 교회는 언제나 손가락질과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시 대적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였다.

과거 교회는 파괴적 자본주의와 성장지상주의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기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 했을 때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했다. 그러므로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교회 가 공적 책임과 파수꾼의 직분을 생태 전반, 즉 창조 세계 전체로 확장해 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오늘날 교회는 비 로소 생태 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명을 위해 생태학적 정치신학은 그리스도인의 공적 책임과 정치 참여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인식론을 구축해야 한다.

신학이 없는 디아코 니아가 참여한 단체와 개인 전문가들의 임의적 사회사업으로 전락하는 것처럼,51) 신학적 이해가 없는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교회의 공적 책 임이나 파수꾼 직분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일상의 정치 행위로 남을 뿐이다.

 

50) Karl Barth, Politische Entscheidung in der Einheit des Glaubens, ThEx NF 34 (München: Chr. Kaiser, 1952), 3.

51) Theodor Schober, “Geleitwort: Diakonie und Theologie bedingen einandner,” in Jürgen Moltmann, Diakonie im Horizont des Reiches Gottes. Schritte zum Diakonentum aller Gläubigen, 2nd ed. (Neukirchen-Vluyn: Neukirchener Verlag, 1989), 7.

 

오늘날 교회는 생태 위기가 파괴적인 자본주의와 성장지상주의 에 기초한 산업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며, 과거 교회가 이에 저항하기보 다는 적극적으로 동조하였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왜냐하 면 그 부끄러움은 그리스도인이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정치적 영역에 참여하는데 강력한 내적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생태학적 정치신학의 필요성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생태학적 정치신학이 우선 다루어야 할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성 에 관해서 살펴보았다. 물론 본 연구의 한계는 분명하다.

본 연구는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를 강조하고 협력하기 위해 생 태 민주주의를 위한 정책을 중심으로 생태학적 정치신학 담론을 전개하 였다.

하지만 연구의 범위와 지면의 한계로 인해 그 인식론적 기반에 관한 논의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본 연구에서 다룬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저항 과 파괴적인 자본주의 해체, 교회와 생태 민주주의 사이의 긍정적인 상관 관계 등은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기독교적 정치 참여의 이론적 기반을 제 공한다.

앞으로 한국교회가 이를 기반으로 생태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 이자 최우선 정책으로서 탄소세와 공유세 중심의 조세 제도 개혁, 강력한 재생에너지 정책의 법제화 등을 위해 공적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Abstract

A Study of Ecological-Political Theology: Political Participation of Christian for Overcoming Eco-Crisis Sungchole Park (Kyung-Hee University Visiting Professor)

Today, ecological crises threaten the survival of mankind in various ways from pandemics to climate crises. This is a negative result of an modern society that has not been able to be free from a carbondependent society after the Industrial Revolution. The destructive capitalism, one of the pillars supporting the ideology of the modern society, not only built a carbon-dependent society, but also promoted the globalization of the ecological crisis through western imperialism. Another pillar, growth supremacy, justified the oppression and exploitation of nature and women and reduced God to an ideological means for economic growth by distorting the recognition of ‘I’ as a being with reason. However, Christianity in the past led a carbondependent society by sympathizing with it rather than resisting it. Therefore, from now on ecological-political theology must pursue a new socio-economic paradigm. Of course, the only single system that can solve the problem of the distorted system at once has not yet emerged. In this situation, Christians (Matthew 5:13-14) who have the vocation of salt and light in the world must move toward a carbon-neutral society through new paradigms such as degrowth and dissolution of destructive capitalism, ecological democracy and establishment of an alternative economic system. In particular, ecological-political theology should focus on the establishment of the ecological democracy. Because today, the realization of a carbonneutral society depends on the ecological democracy. To this end, ecological-political theology must be able to draw out ecological policy. Concretely, the reform of the tax system such as the carbon tax and the commons tax, and the strong enactment of a renewable energy policy are representative examples. Now, the remaining task of ecological-political theology is to support and develop an eco-church that works in solidarity with various social groups to make eco-policy a reality.

 

[Key words: Eco-Crisis, Carbon-Dependent Society, Carbon-Neutral Society, Degrowth, Commons, Ecological-Political Theology]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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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연구 제47권 (2024년)

논문 투고일: 2024.05.29. 수정 투고일: 2024.08.02. 게재 확정일: 2024.08.14

 

조직신학 47호-전자책.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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