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알베르 카뮈의 칼리굴라는 고대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로마 황제
칼리굴라(Caligula)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강한 극적 장면들을 극대화시
키고 존재의 부조리함과 존재의 비극성을 제시하고 있는 극작품이다. 카
뮈는 칼리굴라 누이의 죽음에서 시작해서 칼리굴라의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적인 사건을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구현한다. 사실, 연극에서 배
우의 역할을 했고, 연출을 했으며, 극작품을 쓴 카뮈는 문학가운데 가장
높은 장르라고 생각했던 연극에 연극 애호가로서 열광했었다.1) 그는 자
신이 소설이나 에세이에서 표방했던 철학적 사유와 세계관을 연극에서
1) Michel Lioure, Lire le Théâtre moderne De Claudel à Ionesco, DUNOD, 1998,
p. 86.
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연극의 세계는 카뮈에게 특별한 것이었다.2)
‘왜 연극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카뮈는 연극 무대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그에게
연극은 행복의 공간이고, 행복한 장르이다. 특히 카뮈는 새로운 연극의
전망을 위해 위대한 비극의 형식이 탄생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
한 바 있다.3) 카뮈는 비록 본인이 새로운 비극의 탄생이라는 이러한 기
획을 완벽하게 완성시킬 수는 없었지만 이러한 기획의 기반을 연극에서
만들어야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했다. 그의 연극
에 대한 사유는 전통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모습을 함축하고 있다. 그는
연극에서 현대적 비극의식을 전통 연극에서 사용되었던 언어와는 근본
적으로 다른 연극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기획했지만 형식의 차원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카뮈의 연극 뒤에 오는 1950년대 프랑스 부조리
연극은 어느 정도 카뮈의 기획을 실천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지금까지
카뮈의 연극에는 극작술의 혁신이나 무대의 미학에 혁신이 없다는 점이
일반적인 의견이지만, 우리는 본 연구의 주제를 통해 무엇보다 연극 자
체에 대하여 카뮈가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점과 연극에서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그리고 특히 카뮈 철학의 근간
이 되는 부조리의 세계에 나타난 광기의 극작술과 연극미학의 관계를 성
찰하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과 철학을 대표하는
알베르 카뮈의 칼리굴라에 나타난 광기의 시학과 연극 미학을 분석하
고 그의 대표적인 사상인 부조리에 대한 인식을 연극이라는 장르와 결부
2) 아스티에르(Pierre A.G. Astier)에 따르면, 카뮈가 철학에 대한 연구를 포기하고 대
학의 경력을 거부한 것은 카뮈가 무엇보다 당대의 현실을 중시하였고, ‘모든 억압하
는 조직에 대한 투쟁’과 ‘지중해 문명의 옹호’와 특히 ‘서구 연극의 회복’에 열광했
기 때문이었다. Pierre A.G. Astier, Ecrivains Français Engagés La génération
littéraire de 1930, Nouvelles Editions Debresse, 1978, p. 168.
3) 카뮈는 칼리굴라에서 죽음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비극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특
히 오해를 통해 전통 비극의 양상을 한 ‘현대적 비극’을 말하고 있다. Albert Camus,
Théâtre, Récits, Nouvelles, textes établis annotés par Roger Quillot, Biliothèque
de la Pléiade, Gallimard, 1962, p. 1731.
시켜 탐색하고자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 카뮈의 연극이 카뮈의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카뮈는 분명 문학과
철학에서 새로운 사유와 위대한 사상을 탁월한 방식으로 보여주었을 뿐
만 아니라 연극에서도 그 역량을 보여주었다.
부조리에 대한 논의에서 알베르 카뮈가 연극을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
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선 그가 살았던 당대의 비극적 상황, 즉 전쟁
으로 얼룩진 폭력적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그의 삶의 태도와 무관
하지 않을 것이다. 폭력을 겪고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카뮈는 인간과 세
계, 존재, 죽음, 신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서 부조리라는 개념에 근거를
둔 세계관을 끌어낸다. 그의 철학과 문학이 바로 이러한 당대 인간의 비
극적인 상황과 조건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다. 카뮈는 연극을 주로 두 가
지 관점에서 작업하였다. 카뮈는 수첩carnets에서 자신의 작품을 ‘부
조리’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과 ‘저항’에 속하는 작품으로 분류했다. 주지
하다 시피, 그는 오해와 칼리굴라에서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세
계와 주체의 문제, 즉 부조리의 문제를 다룬다. 반면에, 내용의 관점에서
카뮈 연극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는 계엄령과 정의의 사람들은 사
회성이 더욱 짙은 작품으로 주로 반항과 연대(連帶)의 문제를 다룬다.4)
특히 마지막 두 연극은 자유와 공포, 용기와 사랑 등의 주제를 다루는
극작품으로 공동체의 윤리를 중시하여 저항의 존재론인 저항의 정체성
이 존재의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주장, 곧 실존적인 개인의 ‘나(je)’보다
집단적 가치를 중시한다. 이 두 극작품에서 부각된 것은 집단적 가치를
중시하는 반항하는 ‘나’에 대한 의미 탐구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획은 완
전한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 이렇듯 카뮈의 연극이 크게 두 개의 그룹으
로 나뉠 수 있는데, 우리가 카뮈의 극작품 중에 칼리굴라를 선택한 이
유는 이 극작품에서 연극미학을 형성하는 연극적 표현이 풍부하기 때문
이다. 그런데, 오해와 칼리굴라에 표현된 부조리의 세계는 그 양상
4) Patrick Brunel, La littérature française du XXe siècle, Armand Colin, 2005, p. 118.
을 달리한다. 오해에서 부조리는 의사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만들
어지고, 칼리굴라에서 부조리는 극단적으로 극화된 ‘등장인물의 정체
성’에서 시작된다.5) 칼리굴라에서 주인공인 칼리굴라의 극단적 정체
성의 모습인 광기는 자신의 여동생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이 사건은 그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
게 된다. 그는 인간은 결국 누구나 죽게 마련이고 행복하지 않다는 실존
의 무용성과 세상의 무상성을 깨닫게 된다. 카뮈에게 죽음은 생에 대한
태도와 생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는 계기가 된다. 죽음에 대한 카뮈의 사
유는 그의 모든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칼리굴라는 개인적인 체험과 보
편적인 세상의 ‘임의성(arbitraire)’을 확신하여, 자신의 절대 권력을 이용
한 기이한 행동을 통하여 임의성의 세계와 부조리한 세상의 이미지를 만
듦으로서 절대 자유에 도달하고자 한다. 광기를 통해 드러난 칼리굴라의
정체성은 복잡하고 다중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칼리굴라의 광기는 단순
히 무질서한 광기인가? 아니면 잘 정리된 광기인가? 우리를 다소 혼란스
럽게 만든다. 칼리굴라의 광기는 ‘인간의 파괴적 충동에 이르게 하는’6)
광기로 기능하여 너무 섬뜩하고 위협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다
양한 형태의 폭력을 동반하는 광기의 문제는 자유의 문제와 통한다. 왜
사람은 자유롭게 되지 못하는가? 어떻게 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
이것이야 말로 카뮈가 칼리굴라에서 제기하는 근원적인 질문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광기를 통해 전달된 부조리의 세계와 한계상황에 대응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카뮈의 부조리에 대하여 어떤 사유를 제
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카뮈가 칼리굴라에서 보여
준 부조리의 세계가 인간의 실존에 결부되어 있다는 점을 밝혀보고자 한
다. 이러한 사실들로부터 칼리굴라의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인간의 정
체성, 작품의 구조적 전략과 미학의 문제, 그리고 연극 글쓰기에 나타난
5) Jeanyves Guérain, Albert Camus Littérature et politique, Honoré champion
Editeur, 2013, p. 137.
6) Franck Evrard, Le théâtre français du XXe siècle, ellipses, 1995, p. 40.
연극성의 본질에 대해 검토하는 것이 이 논문의 목표이다.
2. 인간조건 인식 : 부조리와 광기의 시학
서론에서도 밝혔듯이 본 연구의 주된 목표는 1947년에 출간된 카뮈의
연극 칼리굴라에 나타난 부조리의 의미와 연극성에 대한 탐구인데, 카
뮈의 연극에는 작품에 따라 부조리의 생산 방식에 차이가 있다. 오해
에서 부조리는 서로 인식하지 못하는 주체와 타자의 몰이해라는 상황에
서 만들어지고, 칼리굴라에서 부조리는 타자를 일방적으로 다스리는
등장인물의 절대 권력에서 시작된다. 칼리굴라에서 중심인물인 칼리굴
라에 의한, 칼리굴라에 대한 스토리로부터 극의 다음성이 형성된다. 다른
등장인물들인 케소니아(Caesonia), 헬리콘(Helicon), 스피키오(Scipion),
옥타비아누스(Octavius) 등은 칼리굴라가 저지르는 광기의 대상이 된다.
이 극작품의 시작에는 무엇보다 광기의 세계를 암시하는 불안의 세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불안을 벗어나려는 등장인물들의 시도는 실
패한 기획으로 끝나지만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인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부조리의 세계를 연극무대라는 공간에서 보여준 의미는 가볍게 다
룰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실패한 기획은 성공적인 부분이 된다. 카뮈가
연극에서 보여준 부조리의 세계는 이른바 1950년대 프랑스 파리를 중심
으로 활동했던 부조리극 극작들이 보여준 부조리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른데, 우리는 본 연구의 연장으로 실존의 부조리성을 강조한 카뮈의
연극과 베케트, 아다모프, 이오네스코 등이 보여준 프랑스 부조리극과의
차이를 밝힐 수 있다. 이들의 부조리극이 부조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면 카뮈의 연극은 부조리의 세계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
져 있다. 부조리극에 대한 현재까지의 주된 분석에 의하면, 베케트와 이
오네스코를 비롯한 1950년대 프랑스 극작가들은 언어의 붕괴와 의사소
통의 불가능을 강조하였고 기존의 연극 담론 밖에서 새로운 연극을 발표
하였다. 부조리극 연구자들은 해체와 무의미, 비논리 혹은 역사적 배경
을 중심으로 부조리극에 접근하였다. 인간 조건의 공허함, 모순성, 부조
리함과 언어의 무능력을 보여줌으로써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 연극계
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는 부조리극은 기존 전통극과
는 달리 극의 전개에 있어 논리적 플롯이나 일관성 있는 사건을 전하지
않는다. 이들의 이러한 연극은 무엇보다 그 이전에 부조리한 세계를 연
극에서 보여준 카뮈의 연극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칼리굴라에서 광기의 시작은 죽음과 함께, 죽음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드라마가 죽음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
다. 칼리굴라에서 주인공인 칼리굴라는 자신의 여동생이 죽어가는 것
을 지켜보는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이 사건은 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인 여동생의 상실은 광기의 감정
을 일으키는 출발점이 된다. 그는 욕망의 대상이 사라지게 되자 결핍된
존재가 된다. 이로 인한 광기의 징후들이 나타난다. 광기가 정신과 육체
의 차원의 일탈과 위반으로 나타난다고 볼 때, 칼리굴라에서 광기는
신체적 차원의 ‘방황(errance)’과 언어적 차원의 ‘부조리함(absurdité)’에
서 시작된다. 칼리굴라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죽은 후에 궁전에서
바람처럼 나가 유령처럼 떠돌다 궁으로 돌아온다. 여기에 주인공의 광기
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호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이상한 눈빛’이다.
농부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키피오의 대사는 칼리굴라의 광기를 증언한
다. “농부들 이야기로는, 어젯밤에, 그분은 이 근방에서 소나기를 맞으며
뛰어가시는 모습을 보았다.”7) 처음에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칼리굴라가
보여주는 태도와 행동은 광인의 정체성을 부각시킨다. 지시문에 의하면,
“칼리굴라는 얼빠진 표정이고, 더러운 몸맵시에, 머리칼은 흠뻑 젖어 있
고 다리에는 더러운 것이 잔뜩 묻어 있다. (......)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
7) Albert Camus, op. cit., p. 11.
는 말을 입 속으로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왼쪽으로 가 앉아서, 두 손을,
벌린 무릎 사이에 힘없이 내려뜨린다.”8)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리굴라는
헬리콘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구나. 그건 그래 하지만 나는 미친 게 아냐.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지금처럼 머리가 말짱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9) 칼리굴
라는 끝까지 밀고 가는 광기의 힘으로 사랑과 죽음을 넘어서는 그 무엇
을, 즉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광기의 본질은 광기가 은밀한 이
성이라는 점, 적어도 광기가 이성에 의해 사전에 관리되고 소외된 상태
로만 세계에 현존한다는 것이다. 광인은 그 존재양태가 분명하지가 않지
만 다르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없이 식별된다.
칼리굴라는 여동생의 죽음을 통하여 인간의 의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한 실존의 무용성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단순한 허무주
의자는 아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결국 칼리굴라에게 진리에 대한 깨달음
이 된다. 그에게 진리는 간단하고, 명쾌하며, 다소 바보 같은 것이지만
발견하기 어렵고 감당하기 무거운 진리를 의미한다.10) 카뮈의 연극이 다
양한 관점에서 몽테를랑(Montherland)의 연극에 가깝다고 파악한 미뇽
(Paul-Louis Mignon)은 누이 드뤼실라의 죽음이 칼리굴라에게 정의 부
재의 시련을 가져다주었다고 말하고, 칼리굴라에게 이 세계에는 정의가
불가능한 때문에 이 세계는 부조리한 세계가 된다고 분석한다.11) 칼리굴
라는 정의를 위하여 불가능에 도전하였고, 황제의 절대 권한을 이용하여
악의 극단 속으로 부조리를 밀고 간다. ‘존재의 이유(pourquoi de
l'existence)’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하여 폭력의 광기까지 실천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된다. 헬리콘이 다시 한 번 이 진리라는 무엇을 의미하느냐?
라는 질문을 하는데, 칼리굴라는 “인간들은 죽는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
8) Ibid., p. 13.
9) Ibid., p. 15.
10) Ibid., p. 16.
11) Paul-Louis Mignon. Le théâtre au XXe siècle, Gallimard, 1986, p. 170.
하지 못하다.”12)라는 답을 말한다. 누이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칼
리굴라에게 죽음에 결부된, 죽음이 촉발한 욕망의 광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알리는 죽음과 함께 광기의 드라마가 시작된 것
이다. 칼리굴라에게 있어 여동생의 죽음은 개인적인 광기와 불가분의 것
이 된다. 그는 한계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을 통하여 자신과 보편적인 세
상의 관계가 필연적이지 못하고 우연하다는 점을 확신하여 자신의 절대
권력을 이용하여 인간의 새로운 모습, 불안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구현한
다. 카뮈는 인간현실에서 사건들은 근본적으로 우발적으로 발생한다고
본다. 칼리굴라는 세상에 존재 가능한 진리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죄
를 저지르고 윤리를 파괴하는 광기의 소유자가 된다. 칼리굴라는 비극적
세계와 실존적인 절망에 대한 반항을 이성과 타자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
라, 광기를 가장한 능동적인 자유에서 찾는다. 카뮈의 광인은 미치되 미
치지 않은 것이다. 카뮈의 광기는 이중의 의미를 구현한다. 자신의 논리
만을 따르는 칼리굴라는 세계의 무정하고 자의적인 잔인성과 폭력성을
능동적으로 행하게 되는데, 그는 자신에게도 무정함을 스스로에게도 가
할 줄 아는 단순한 폭군은 아니다. 그 결과 칼리굴라는 자신이 말하듯
자유롭게 되고, 자신의 이미지대로 자유롭게 세상을 창조하며, 자의적이
고 무정하고 타자들에게 잔인해진다. 이는 어떤 한계 상황을 경험하고
보여주는 반응인 것이다. 결국, 칼리굴라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연극적
표현은 비이성의 세계를 구조화시킨 것이 되고, 나아가 광기의 세계를
구현한 것이 된다. 이 연극의 주인공인 칼리굴라도 불안감의 표출로 무
대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의 불안은 결국 광기라는 새로운 감정의 영역
으로 변모한다. 그런데 칼리굴라는 자신이 비너스나 여자 무용수로 변장
을 하고 있을 때 광기의 장면을 연출하는데 이때에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12) Albert Camus, op. cit., p. 16. 자카르(Jacquart)는 칼리굴라의 이 대사가 카뮈의
뒤에 오는 새로운 극작가들에게 하나의 ‘신조(devise)’로 사용되었다고 보았다.
Emmanuel Jacquart, Le théâtre de dérision Beckett, Ionesco, Adamov, Gallimard,
1974, p. 83.
인식하고 있고 자신이 소유한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있다. 그의 광기는
리어왕의 광기와는 다르다. 광기는 무엇보다 등장인물 사이에서 소통을
막고 공포를 생산하는 요소로 등장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칼리굴라는 들
판을 헤매게 된다. 칼리굴라는 삶의 희망을 상실한 절망적인 주체를 구
현하고 있다. 브래드비에 따르면, “개인적인 체험과 보편적인 세상의 임
의적인 특성을 깨닫게 된 칼리굴라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 임의성의 이
미지와 부조리성을 만들어 나가면서 자유에 도달하고 한다.”13)
칼리굴라는 광기의 가면을 쓰고 부조리하고 비극적인 삶의 진실을 탐
구한다. 그가 구현하는 과대망상과 착란의 담론세계는 다른 한편으로 아
르토식의 언어를 무대화하고 있다. 그는 먼저 불가능을 요구하는 광기의
행동으로 삶에 접근한다. 그이 광기는 무엇보다 불가능과 부조리를 의미
하는 달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다. 칼리굴라의 달을 소유하고자하는 이
야기는 일 막에 시작하여 삼년의 세월이 흐른 삼 막에 이르기까지 계속
해서 진행된다.
칼리굴라 찾기가 어려웠네.
헬리콘 아니, 뭐가요?
칼리굴라 내가 갖고 싶었던 것.
헬리콘 월 그렇게 갖고 싶었는데요?
칼리굴라 (여전히 자연스럽게) 달 말이야.
헬리콘 무슨 말씀하시는지요?
칼리굴라 그래, 달을 갖고 싶었네.
헬리콘 아! (잠시 동안의 침묵. 헬리콘이 그에게로 다가간다.)
뭐하시려고요?
칼리굴라 뭐랄까...... 그건 내가 갖고 있지 않는 거니까.
헬리콘 그건 그렇군요. 그럼 이제 모든 일이 잘되셨나요?
칼리굴라 아야 그걸 손에 넣지 못했어. (......)
13) 데이비드 브래드비, 현대 프랑스 연극 1940∽1990 (이선화 역), 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1, p. 85.
칼리굴라 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구나.
헬리콘 잘 아시다시피 저는 생각 같은 것은 절대로 안 해요.
생각을 하기에는, 제가 머리가 너무 좋거든요.
칼리굴라 그건 그래! 하지만 나는 미친 게 아냐.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지금처럼 머리가 말짱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다만, 갑자기, 불가능한 것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잠시 후) 이 모든 것이 이 상태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거지.14)
헬리콘 (......) 그보다 먼저 알려드려야 할 중대한 일이 있습니다.
칼리굴라 (못 들은 척 하며) 나는 이미 그걸 가진 적이 있거든.
헬리콘 누구를요?
칼리굴라 달을.
헬리콘 아, 물론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폐하의 목숨을 노
리는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요?
칼리굴라 아무튼 그걸 손에 얻었었지. 사실, 두세 번이긴 하지만.
그러나 아무튼 가졌었어.
헬리콘 폐하께 오래전부터 말씀 드리려 했지요.
칼리굴라 그건 지난 여름이었네.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고 나서
정원에 늘어선 원주위에 비친 달빛을 애무해 주었더니
결국 달도 내 마음을 알아주게 된 거야.
헬리콘 폐하, 그런 연극은 그만하세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을 귀담아
듣지 않으셔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제 소임입니
다. 못 알아들으신다면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칼리굴라 (여전히 발톱에 열심히 빨간 물을 들이면서) 이 매니큐
어는 못쓰겠군. 그럼 다시 달 이야기로 돌아가면 말이지,
8월의 어느 아름다운 밤이었어.15)
14) Camus, op. cit., pp. 14-15.
15) Ibid., pp. 70-71.
칼리굴라는 불가능을 상징하는 달이야기를 통해 광기의 징후를 보여
준다. 달을 소유하는 것이 칼리굴라의 욕망을 충족시키게 되는 것인데,
이 경우 달은 칼리굴라에게 이상적인 대상이 된다. 그에게 죽음의 암흑
을 맞서게 할 수 있는 달은 간절한 여동생의 대용품이 된다.16) 쿠프리
(Alain Couprie)는 비극을 분석하는 자리에서 칼리굴라에서 절대에
사로잡힌 로마 황제인 칼리굴라는 시지푸스와 동등한 인물이라고 파악
한다.17) 위의 두 번째 인용문에서 헬리콘은 논리적인 인물을 구현한다.
두 번째 인용문에서는 대화의 차원에서도 광기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대화를 한다기보다 각자 자신의 독백을 늘어놓고 있다. 이 대목
에서 카뮈는 소통되지 않는 대사를 늘어놓고 있다. 이들은 결국 정상적
인 소통의 외부에 존재하는 등장인물을 구현하고 있다. 여기서 칼리굴라가
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행동도 기이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칼리
굴라에서 칼리굴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광기를 표출하여 인간의 극단적
인 양상을 심도 있게 보여준다. 그의 광기는 절대 자유의 관계 속에서
주제화되어 나타난다. 칼리굴라의 광기는 불가능의 열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 칼리굴라는 일반적인 이성의 수준에서 생각할 수 없는 달을 가지
고 싶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것은 권력과 함께 이미 주어진 이 세계의
질서에 만족하지 못해 자신의 절대 권력을 이 세상과 인간들에게 극단적
으로 펼치려는 그의 광기이다. 그는 계속해서 극복할 수 없는 자신의 한
계를 말한다. “내가 만일 이 우주의 질서를 바꿀 수 없고, 태양이 동쪽으
로 지게 만들 수 없다면 이 놀라운 권력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18)
세상의 부조리를 인식한 칼리굴라는 절대 권력을 이용하여 다양한 광
기의 행위를 실천한다. 그는 자신의 절대 권력으로 노귀족을 ‘예쁜이’라
고 부르고, 스키피오의 아버지를 살해하며, 옥타비우스의 아내를 창녀로
만든다. 계속해서 그는 레피두스의 아들을 살해하고도 레피두스가 웃도
16) Alain Costes, Albert Camus et la parole manquante, Payot, 1973, p. 41.
17) Alain Couprie, Lire le théâtre, DUNOD, 1994, pp. 182-183.
18) Camus, op. cit., p. 15.
록 명령하고, 무키우스가 보는 앞에서 무키우스의 아내를 강간한다. 그
는 시민들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죽임으로써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
든다. 그는 무엇보다 디오니소스적인 인물을 철저하게 구현한다.19) 이처
럼 그는 공포를 동반하는 광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누이의 죽음이
촉발시킨 칼리굴라의 광기는 가면을 쓰게 된다. 그가 이후 행하는 광기
는 의도된 광기이고 이성적인 의식을 동반한 광기이다. 그는 이중의 존
재가 된다. 극의 이야기는 광기의 가면을 쓴 칼리굴라의 행동으로 계속
된다. 카뮈는 오해와 칼리굴라에서 인간과 세계의 무의미와 근원적
인 부조리 속에 살며 감각에만 의지하던 인간이 갑자기 부조리에 대한
각성과 성찰 그에 따른 반사적인 반응으로서의 반항을 궁극적으로는 실
패하지만 제시한다. 그가 보여준 등장인물들은 비극적 실존과 부조리한
상황이라는 자신의 본래의 영토를 벗어나지 못한다. 카뮈는 궁극적으로
이들 극작품에서 절망과 반항의 구도를 보여주면서 연극미학과 부조리
의 극작술을 시도한다.
헬리콘 그럼 그 진리라는 것이 도대체 뭡니까, 폐하?
칼리굴라 인간들은 죽는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헬리콘 글쎄요. 폐하. 그건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한 진리로군요.
주위 사람들을 보세요. 그 진리 때문에 밥을 못 먹는 사람
은 아무도 없잖아요.
칼리굴라 그렇다면 그건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거짓이기 때문
이야. 나는, 모든 인간들이 진리 속에서 살기를 바라는
거야!20)
19) 브래드비는 칼리굴라라는 디오니소스적 등장인물과 아폴론적 등장인물인 케레아를
대비시켜 이렇게 분석한다. “이렇게 디오니소스적인 인간과 대조를 이루는 아폴론
적인 인물은 케레아이다. 그는 정적이고 절도 있는 인물로 칼리굴라가 지니고 있는
과도함과 광기와 대비를 이룬다. 케레아는 상대적인 가치의 서열화를 인정하는 인
물이다. 그는 어떤 사물들은 다른 사물들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믿고, 차이를 둘
수 있다는 사실과, 죽음이 정말로 인간의 모든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만들
지 않는다고 믿는다.” 데이비드 브래드비, op. cit., p. 86.
20) Albert Camus, op. cit., p. 16.
카뮈는 죽음, 행복, 진리를 결부시켜 부조리의 개념을 말한다. 주인공
인 황제 칼리굴라는 사랑하는 누이의 죽음을 통해 처음으로 삶의 덧없음
인식한다. 하지만 그는 비극적인 인간의 운명이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삶
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처지에 광기의 가면을 쓰고 맞
서려고 한다. 운명에 대한 투쟁은 결국 실패한다. 칼리굴라는 인간의 운
명에 저항하기 위하여 비합리적인 행동을 보이고, 살인을 통해 인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의 존재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에 이른다.
결국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카뮈는 스스로 ‘고차원적인 자살’이라고
칭했던 죽음으로 칼리굴라를 이끌어가게 된다. 칼리굴라는 황제라는 자
신의 위치가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유를 추구하고
이를 갈망하기에 이른다. 또한 칼리굴라는 예술, 그중에서도 연극을 통
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나타내 보이고자 애를 쓰고, 예술가들이
야 말로 신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예술
적 형태를 연출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계를 무시하고, 목적을 위해
잘못된 수단마저 정당화시키면서 강행했던 그의 다양한 시도는, 결과적
으로 칼리굴라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그를 더욱 옥죄게 한다.
칼리굴라는 인간이 진리 속에서 살기를 바라면 이를 방해하는 어떤 전제
들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자 한다. 그가 택한 해방의 창
구는 광기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광기의 가면이다.
칼리굴라에서 칼리굴라는 역사적이고 신화적인 등장인물로서 참을
수 없는 세상에 대하여 항의를 구현한 인물이다.21) 칼리굴라는 이 세상
의 비극과 허무를 인지하고 삶 그 자체가 어떤 세속의 가치와 목적이 없
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는 존재이다. 칼리굴라는 절대의 세계와 불가능
한 세계에 사로잡혀 절대 권력을 행하는데 이는 부조리에 대한 인식으로
부터 자유의 전망에 대한 조건을 찾은 것이다. 절대 권력을 부여받은 폭
군 칼리굴라는 한계 없는 지나친 자유를 행한다. 그는 심지어 불가능한
21) Michel Lioure, Lire le Théâtre moderne De Claudel à Ionesco, DUNOD, 1998,
p. 86.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그는 달을 요구한다. 신에게 동등해 지려는 욕
망은 결국 살인의 광기와 인간의 가치를 무시하게 된다. 하지만 칼리굴
라는 불가능한 것에 대한 탐색에서 실패하고, 자신의 자유가 옳지 않다
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부조리의 선택은 실패하게 된 것이다. 비극과 형
이상학의 주제가 여기로부터 탄생한다. 대단원에서 칼리굴라는 자신 역
시 죄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으며, 자신의 자유가 합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잘못된 통치로 인한 대가로 신하들에 의
해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칼리굴라는 죽는 자리에서도 신하들 모
두에게 현실 속에서 올바른 자유를 찾고, 최대한의 행복을 누릴 것을 권
하면서 운명한다. 연극 도입에 커다란 상자 곽 한 개가 객석 맨 위쪽에서
서서히 움직여 무대로 이동해 내려오고, 왕비 케소니아가 피리를 불며
등장하면, 피리소리를 좋아하는 왕 칼리굴라가 상자를 들추며 자신의 모
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카뮈는 칼리굴라의 광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여
했을까? 칼리굴라는 철학과 광기, 연극과 광기, 사유와 광기, 광기와
부조리를 다룬 작품이다. 카뮈는 광기라는 가면을 인간에게 씌워 새로운
인간의 질서와 인간의 자유를 사유한 것이다. 기존에 정립된 가치와 진
리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치와 진리를 찾기 위
하여 칼리굴라는 자신의 자유와 권력을 이용한 것이다. 절대 권력을 휘
둘러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칼리굴라는 사회를 개혁하고 부조리의 세
계를 보여주는 혁명적 인물에 가깝다. 카뮈는 광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
과 인간의 부조리를 고발함으로써 인간의 정체성을 탈영토화 시킨다. 극
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광기의 욕망은 희생을 치러야한다는
점도 그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극작품에서 광기는 이성을 근간
으로 구축했던 기존의 담론을 해체시키는 요소로 등장한다. 그에게 부조
리의 문제는 광기의 문제이고, 광기의 문제는 자유와 비극적인 인간 조
건의 문제이다. 그런데 카뮈가 보여준 광기는 무엇보다 이성 중심적인
광기, 즉 가면의 광기이다. 가면의 광기는 극중극 기법과 결합하여 의미
있는 연극미학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광기라는 욕망의 배열에 의한 미
학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광기의 세계는 주체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예술의 형식적 창조와도 결부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광기의 세계는 삶
의 의미를 묻는 카뮈의 철학적 성찰의 근간이 되는 죽음과도 관련되어
있다.
3. 구조적 전략과 연극성의 미학
3.1. 구조적 특징과 의미
카뮈는 칼리굴라에서 연극성의 깊이와 의미를 생산하기 위하여 연
극언어를 배치하는데, 이들 언어들은 상호 내적인 관계를 통해 구조적
미학을 형성한다. 급진적 미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수적 미학으로만
볼 수 없는 이 극작품에서 가장 의미 있는 전언과 장면에 사용된 기법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사실 카뮈는 이 극작품에서 새로운 형식적 혁신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공연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구조적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칼리굴라의 서사형식은 우선 전통극의 기법인 잘 짜인 극의 기
법, 즉 기승전결식 구성이다. 칼리굴라 황제 치하의 고대 로마를 배경으
로 하고 있는 칼리굴라의 스토리는 단일한 사건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전개되기 때문에 고전적인 구조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외형상
드러난 구조의 지배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요약될 수 있다.
칼리굴라에서 이야기는 네 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의 관점에
서, 일 막과 이 막 사이에는 삼년의 간격이 있고 삼 막과 사 막은 이 막
의 연속이다. 막을 구성하는 길이는 균등하게 배분되지는 않았지만 이야
기의 형식은 완전히 선(線)적인 구도를 따르고 있다. 이 연극은 이른바
극적 발단과 갈등, 그리고 종말에 이르는 짜임새로 이루어져 있고, 감동
적인 장면들이 나열된 형태로 펼쳐져 있으며, 주인공 칼리굴라의 격정적
인 감정의 폭발이 여러 장면에서 계속 반복, 순환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
다. 삶의 부조리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는 일 막은 11장으로 이루어지고,
죽음의 놀이를 전달하는 이 막은 14장으로 구성되며, 음모의 세계를 전
달하는 삼 막은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인공의 죽음으로 폭정의
종말은 보여주는 사 막은 1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뮈는 칼리굴
라에서 ‘신이 부재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인 부조리’22)를 구조적 전개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일 막은 우선 극적인 차원과 심리적인 차원에서 도입부의 기능을 하
고 있다. 카뮈는 칼리굴라에서 극적인 도식은 가장 고전적인 극작술의
요구를 성실하게 지키고 희곡의 골격을 구상한다. 일 막의 모두의 장면
은 사건이 벌어진 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의 사건을
기다리는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 있는 일 막의 구조
적 상황이다. 우수한 전통 연극에서 주인공은 첫 장면들에 등장하지 않
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는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유효한
기법이다. 주인공이 등장하면 관객들은 사전 정보에 의하여 이미 그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고 그가 어떤 문제를 제시하고 풀어야할 하는지도 알
고 있다. 이들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첫 장면들에서 귀족들은 본질적으로 어떤 부재 혹
은 실종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말한다. 여기서 반복은 리듬이고 반복은
구조적 기능을 한다. 이들의 대사에서 반복된 단어는 ‘아무것도(rien)’이
다. 이 단어는 두 장면에서 13번 발화되는데 그 중에 6번이 최초의 다섯
번의 대화에서 전달된다. 이 단어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의미를 알 수 없
다. 다만 시간의 부재, 공간의 부재, 행동의 부재를 의미한다. 카뮈는 일
막에서 칼리굴라의 광기에서 쿠데타의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줄거리의
모든 요소들을 치밀하게 배치시키고 있다. 반복된 부정의 대사는 불안한
22) Arnaud Corbic, Camus L'absurde, la révolte, l'amour, Les Editions de l'Ateier/
Editions Ouvrières, 2003, p. 153.
상황으로 읽을 수도 있다. 삼 일간 사라졌다가 다시 궁에 돌아온 칼리굴
라는 무질서한 상태인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칼리굴라는 무엇보다 일
막에서 앞으로 자신이 행할 일들은 말한다. 그는 삶에서 부조리와 절망
을 발견했고, 자신에게 불가능한 것이 필요하며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위
해 자신의 절대 권력을 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다. 일 막에서 제시
된 문제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그 해결책을 찾게 된다.
사건의 모두가 되는 일 막의 일장과 이 장에서는 주인공인 칼리굴라
가 등장하지 않은 채 다른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주인공에 결부된 대화
가 전개된다. 칼리굴라가 아닌 다른 등장인물들에 의해 극행동이 주도된
다. 칼리굴라에서도 무대는 불안에 사로잡힌 등장인물들의 부조리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귀족들은 대화를 통해 칼리굴라의 누이가 죽었다는
것과 칼리굴라가 사라졌다는 밝히고 있다. 일 막의 마지막 장이 되어서
야 사라진 그라고 명명되던 사람이 우리의 칼리굴라는 불행하다는 헬리
콘의 대사에 의해 정체성이 드러난다. 칼리굴라는 삼 막에 등장하여 불
가능의 기호인 달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이는 상황이 전복되었다는 점을
밝히는 대목이 된다. 그는 미친 듯이 불가능을 요구한다. 과거의 칼리굴
라와 현재의 칼리굴라 사이에 단절이 생간 것이다. 일종의 중단의 효과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는 이전 장에서 귀족들이 보여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구현한다. 일 막에서 우리는 칼리굴라의 친구인 스키피오
의 대사를 통해 칼리굴라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 칼리굴라를 사랑하는
스키피오는 칼리굴라의 옛 애인인 케소니아와의 대화에서 칼리굴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그분이 좋아요. 그 분은 내게 잘 해 주
셨어요. 지금도 그 분이 하신 어떤 말씀들은 외울 수도 있지요. 그 분은
늘 말씀하셨죠. 인생이란 쉬운 것이 아니지만 종교, 예술, 사랑 같은 것이
있어 우리에게 힘이 된다고요. 그분은 늘, 남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은 자
기기만의 유일한 방식이라고 했어요. 그분은 올바른 인간이 되려고 노력
하셨죠.”23) 스키피오는 칼리굴라 성격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 주고 있다.
스키피오에 따르면, 칼리굴라는 지혜가 있고 종교, 예술, 사랑의 가치를
인정하는 존재이다.
반면에 케소니아는 칼리굴라를 어린애였다고 평가
한다. 이렇듯 칼리굴라의 주요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거의 칼리굴라와
현재의 칼리굴라가 다르다는 데 있다. 일 막에서 현재와 과거의 구조에
의해 드러난 칼리굴라는 양가적인 특징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로 표방된
다. 칼리굴라의 이중적인 모습에서 생산된 대립의 구조를 통해 연극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카뮈는 일 막에서 칼리굴라의 담론과 병행하여 신하들
의 음모가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이 음모가 칼리굴라에게 알려졌지
만 칼리굴라는 음모가 성공되는 것을 막지 않는다. 이러한 음모가 성공
하느냐 실패하느냐 하는 것은 이 희곡에서 극적인 관건이 아니다, 진정
한 자살이 문제가 될 뿐이다. 관건은 이미 살펴보았듯이 자유의 실행에
있다. 피(血)에서만 내적 논리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자유이다. 중심이 되
는 등장인물들의 운명은 마지막 막의 끝 부분에서 해결된다. 칼리굴라
의 일 막은 로마에 위치한 칼리굴라의 왕궁에서 시작되는데 막이 오르지
만 칼리굴라 황제는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단지 그의 이름만이 다른 등
장인물에 의해 언급된다. 이들은 마치 화자처럼 사건을 소개하는데 고대
비극의 합창대를 연상시킨다. 일 막에서 제시한 이러한 구조는 오이디
푸스 왕의 모두를 생각하게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신하들이 칼
리굴라황제를 ‘그(il)'라고 칭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칼리굴라가
자신의 누이동생인 동시에 애인인 드뤼실라를 잃었다는 사실을 언급함
으로써 칼리굴라의 불행과 비극을 의미한다. 사건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진행시키는 등장인물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의 역할을 했던 고대
비극의 코러스를 생각나게 한다.
칼리굴라가 나타나 드뤼실라의 죽음으로 인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노라고 말한다. 이 여인의 죽음은 칼리굴라의 인격을 변모시키
게 된다. 관객들은 이 죽음이 칼리굴라의 인격을 변모시켰다는 점을 이
23) Camus, op. cit., p. 19.
해한다. 드뤼실라의 죽음을 기점으로 칼리굴라는 다른 사람이 된다. 칼
리굴라는 돌아왔을 때 절대 진리를 깨달았다고 주장한다. 그 진리는 인
간이 죽는다는 것이고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 막의 제 8장에서
칼리굴라는 진정한 극행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권력을 절
대적인 방식으로 처음으로 사용하는 장면이다. 국가의 경제를 두 단계로
뒤집어 놓는다고 말한 칼리굴라는 첫 번째 단계로 얼마든 간에 개인 재
산을 소유하고 있는 제국의 모든 귀족과 개인은 그 재산을 절대로 자녀
에게 상속하지 않고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요지의 유언장을 작성할 것을
밝힌다. 칼리굴라의 빠른 행동의 모습은 알프레드 자리의 주인공인 ‘유
비(Ubu)’가 행하는 소극(笑劇)적인 리듬을 보여준다. 결국 일 막의 모든
장면들은 관객과 독자들에게 칼리굴라의 광기의 이유를 이해시키는 도
입부를 이루고 있다.
일 막에서 삼 년이 지난 이 막에서 칼리굴라는 의도된 자신의 정신의
상태인 광기를 표현한다. 공간의 배경으로는 케테아의 집을 보여주는 이
막의 무대의 시작은 시간의 배경으로는 칼리굴라가 광기에 빠진 삼 년
후의 사건으로 구성된다. 귀족들은 그의 집에 모여 칼리굴라의 잔혹하고
모욕적인 행동에 불만을 늘어놓고 반항을 결심한다. 칼리굴라의 죽음이
타자들에 의해 잉태되는 대목이다. 귀족들은 황제에 대한 테러행위를 준
비하고 있다. 이 막의 마지막 장에서는 젊은 스키피오가 칼리굴라의 내
면성을 알게 한다. 이 막에서 우리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칼리굴
라가 저지른 온갖 종류의 만행을 알 수 있다. 폭정에 시달린 등장인물들
의 공포와 분노를 배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케레아를 중심으로 반항의
기류가 형성되기도 한다. 황제의 광기를 조직적으로 부추기자는 대사를
통해 황제의 광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절
대 권력과 무한한 자유를 소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잔혹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고통으로 인하여 미칠 것은 상태에 처한다. 그의 옛 정
부인 케소니아는 자신의 고통과 함께 사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대답한
다. 이 막에서도 주인공인 칼리굴라보다 다른 등장인물들을 먼저 무대에
등장시키는 구조적 전략은 일 막과 동일하다. 이러한 구조는 반복의 구
조라는 기법이 사용된 곳이다. 이 장에서 전개되는 대사의 과정은 두 개
의 음성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독백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결국 등장인
물들은 타인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두 음성의 대립은 특히 칼리굴라의 대사에 의해 그 의미를 드러낸다. 칼
리굴라가 젊은 스키피오에게 전하는 대사에 의하면, “너는 이해 못해, 너
는 딴 세상 사람이야. 내가 악의 세계에서 순순하듯이 너는 선의 세계에
서 순수해.”24) 또한 칼리굴라와 젊은 케소니아의 대립을 광기의 힘과 이
성의 힘 사이의 갈등으로 보게 되면, 이 극작품에서 반복되는 갈등의 구
조를 알 수 있다. 결국 칼리굴라의 이 막은 칼리굴라가 내뱉는 ‘경멸’
이라는 비관적인 단어로 막을 맺는다.
칼리굴라의 삼 막은 배치 전략을 통해 풍부한 연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막이 오르기 전에 음향기법을 통해 무대의 상황을 제시한다. 삼 막
에서 가장 특징적인 구조는 이중의 구조이다. 이중의 구조는 먼저 극중
극 기법으로 구성된다. 삼 막에서 그로테스크한 비너스로 분장한 칼리굴
라가 귀족들 가까이에서 나타난다. 칼리굴라가 분장한 것도 일종의 이중
의 모습을 제시하는 표현이다. 그리고는 귀족들에게 빈정거리는 기도를
반복하는 역할을 맡도록 한다. 칼리굴라는 이러한 종교적 패러디와 함께
꼭두각시들인 귀족들과 공연을 하는 연출가로서 등장한다. 스키피오는
칼리굴라가 신을 모독했다고 비난하지만, 칼리굴라는 자신이 절대 자유
가 있다고 말하고, 그가 자신의 신하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또한 신이라고 주장한다. 헬리콘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칼
리굴라에게 알리려 하지만 칼리굴라는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칼리굴라
는 오히려 그에게 달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이 장면은 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인 것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면이 있다.
그 결과 이 극작품은 고전적 의미의 비극이 될 수 없다. 이 극작품은 궁
24) Albert Camus, op. cit, p. 58.
극적으로 부조리한 것이 된다. 칼리굴라는 다음으로 케레아를 맞이하여
진지할 것을 요구한다. 칼리굴라가 배반의 말이 적혀있는 서판(書板)을
녹여 사라지게 하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 극의 진행이 익살에서 비극으로
다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칼리굴라는 자신에게 닥칠 운명인 죽
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 막의 모든 장면들은 기본적으로 연장 혹은 반복의 형식을 보여준다.
귀족들은 계속해서 공모에 대해 말하면서 고통 받을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공모가 발각되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 막에서 칼리
굴라는 이전의 막에서 표현된 칼리굴라의 모든 면과 특색들이 ‘요약
(condensé)’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칼리굴라는 죽음이라는 주제로 일
분 내에 완성해야 하는 시(詩) 경합을 시켜 자신의 권력을 다시 한 번
드러낸다. 하지만 칼리굴라는 채 일분도 되기 전에 귀족들의 시를 멈추
게 하고 이들의 창조물을 거절한다. 단지 죽음의 교훈을 말한 스키피오
의 시는 멈추게 하지 않는다. 칼리굴라는 케소니아의 시도 거부한다. 이
는 사랑도 삶에 의미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카
뮈의 부조리한 세계에서 의미라는 것은 이론과 실제에 있어서 세상에서
무의미하게 된다. 황제는 단지 거울을 마주대하고서만 그 누구도 그에게
달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공포와
게으름을 고백한다. 그는 결국 죽음에 이른 것과 다르지 않은 자신이 선
택한 길이 옳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의 절대 자유는 어느 것에도
이르지 못하고 인간의 조건으로부터 그를 해방시키지 못한다. 결국 그도
보편적 인간의 운명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죽음에서 시작하여 죽음으
로 끝나는 이야기 구조도 바로 이러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극작품
에서 죽음은 파국의 드라마를 만든다. 칼리굴라는 귀족들에게 등에 칼에
꽂혀 살해당한다. 이는 칼리굴라의 운명이 비극적인 운명이라는 점을 분
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죽음은 칼리굴라에게도
작용한 것이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칼리굴라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라는 역사적 외침을 재현한다. 이는 폭군의 죽음의 장면을 극화시
키고 상징화시키는 것이다. 그는 끝내 삶의 형식을 발전시키지도 못하고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다. 자유정신에 근간을 둔 칼리굴라의 사상
은 기존의 가치를 철저하게 파괴하지만 창조에 이르지 못하여 결국 실패
하게 된다. 카뮈의 현대성은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러한 전복과 파
괴에서 드러나는데, 우리는 그의 사유를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자들이 이
해한 해체철학과 연관시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3.2. 연극성의 특징 ; 연극 기호의 두께와 극중극
칼리굴라는 어떤 연극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보여 주는가? 카
뮈는 칼리굴라에서 실제 무대 창작을 염두에 둔 지문을 적극 활용하
고 있다. 극작품의 장면의 특성과 연극성은 무엇보다 지문의 사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공연에서 시각의 대상이 되는 구멍 뚫린 텍스
트의 구멍을 메우기 위하여, 공연의 가능성을 위하여 지시 담론을 사용
한다. 이 극작품은 그 극적 효과가 강하고, 등장인물들은 다중의 정체성
을 가진다. 특히 이 극작품은 연극성을 풍부하게 하는 지시담론을 통해
특히 아르토의 잔혹극을 환기시킨다. 사실상 니체와 아르토의 사유를 엿
볼 수 있는 지시문들은 칼리굴라의 폭력을 연극성과 잔혹한 아이러니를
위한 연극 기호가 된다. 디오니소스적인 광란에 가까운 행동들이 등장한
다. 이러한 행동은 부조리한 조건의 발견에 의해 탄생된 고통에 이르는
수단인 것이다. 우리는 극작품의 지시문을 통해 강한 무대에 대한 카뮈
의 열망, 연극 무대에 대한 실천 계획도 읽을 수 있다. 지시문을 통하여
특징이 있는 무대의 극작술을 도모하는 것이다. 게다가 카뮈는 연극의
기호들 가운데 의미 있는 신체언어를 이용하여 연극담론을 전개시키고
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칼리굴라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신체에 폭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신체 기호를 통해 무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극작품의 많은 지시담론들은 관객들에게 잔혹한 스펙터클을 보게 함으
로써 핵심적인 연극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예술가로서의 황제는 신
들의 잔혹성을 패러디한다.
지시자의 음성과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동시
에 중첩시키는 아이러니컬한 지시문에 따르면 황제 칼리굴라는 숭고한
동시에 그로테스크한 창조자가 된다. 카뮈는 이 극작품의 폭력의 모습에
서 아르토가 말하는 형이상학적 잔혹성을 구체화시킨다. 이러한 배가의
모습은 거울의 사용의 통해 잘 전달된다.
칼리굴라에서도 무대는 불안에 사로잡힌 등장인물들의 부조리한 상
황에서 시작한다. 카뮈는 1막의 1장의 모두(冒頭)에서 시각적 기호인 안
절부절못하는 등장인물들의 몸짓언어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불안을 표
현한다. 막이 오르고, 궁전의 방에 모인 귀족들이 ‘초조한 기색(signes
de nervosité)25)’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여서 갑자기 사라진 칼리굴라
의 소식에 초조해하고 있다. 사실 귀족들은 칼리굴라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고 주어를 생략하거나 ‘그(il)’라는 표현으로 칼리굴라의 존재를 암
시한다. ‘이상한 눈빛(regard étrange)’26)으로 궁전에서 나가는 것을 보
았다는 노귀족의 대사에서 칼리굴라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암시한다. 일
막의 육장에서 케소니아가 스키피오가 칼리굴라에게 달려가는 순간 칼
리굴라는 손짓으로 그들을 멈추게 한다. 그의 몸짓은 그가 말로 하는 명
령만큼이나 의도를 전하게 되는데, 여기서 시각기호인 몸짓언어는 대사
언어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카뮈는 ‘말하기’와 ‘보여주기’의 전략적
배치에 의한 연극을 지향하는데, 이러한 복수의 연극언어들이 만나 연극
성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카뮈가 연극에서 궁극적으로 ‘총체적 공연
(spectacle total)을 창조하려는 욕망’27)과 무관하지 않다.
칼리굴라에서 무대 오브제는 등장인물들에 의해 조작 가능하고 극
행동을 진행하는 과정에 능동적 활동의 대상이 된다. 가장 의미 있는 오
25) Albert Camus, op. cit, p. 7.
26) Ibid.
27) Mustapha Trabelsi, “Poétique de la didascalie dans L’Etat de siège d’Albert Camus”,
in Le texte didascalique à l’épeuve de la lecture et de la représentation(textes
réunis par Frédéric Calas, Romdhane Eluori, Saïda Hamzouzaoui et Tijiani
Salaaoui), Sud Editions/Presses Universitaires de Bordeau, 2008, p. 322.
브제는 거울이다. 사실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은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거울은 소리를 통해서 진
리를 말하는 곳인 동시에 이미지를 통해 진리를 보여주는 곳이다. 등장
인물은 거울에서 자기 자신을, 자신의 정체성을 듣고 보게 된다. 거울은
주체와 주체를 서로 매개하여 욕망의 정체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중
요한 오브제로 표현된 무대장치 가운데 ‘징(gong)’은 광기와 자유의 오
브제이다. 칼리굴라는 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끊임없이 마구 징을
쳐대며, ‘이 제국에서 단 하나 뿐인 자유인을!’이라고 외친다. 징은 무대
위에서 고립되어 있지 않고 공연의 다른 요소들과 관련을 맺어 무대 위
에서 의미를 생산한다. 시각의 대상에 징이 있다면, 청각의 대상인 음향
효과가 있다. 지문에 따르면, ‘징이 울려 퍼지는 소리에 따라, 궁전은 차
츰 웅성대는 소리로 가득차고, 그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지고
가까워진다. 사람 소리, 무기 소리, 발소리, 서성거리는 소리.’28)가 존재
한다. 이 장면은 무엇보다 극적이고 불안한 상황을 연출한다. 칼리굴라
는 자신의 발톱에 빨간 물을 발라야 한다는 대사 후에 ‘발가락 손질에
여념이 없는’29) 몸짓언어를 통해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다루는 ‘소극
(farce)’의 세계를 보여준다. 5막의 4장에서 칼리굴라가 ‘무희의 짧은 의
상을 걸치고 머리에 꽃을 꽂은 채 무대 안쪽에 쳐 있는 커튼 뒤쪽에서
윤곽이 뚜렷한 그림자를 던지며 몇 가지 우스꽝스러운 춤동작을 흉내 내
다가 사라지는’30) 장면은 전형적인 소극이다. 이처럼 사건이 과장되고
몸짓언어는 익살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칼리굴라에서
지적인 대사에 의해 웃음을 유발시킨다기보다 익살맞은 몸짓언어로 희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관객의 웃을 유발시키기 위하여 전도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칼리굴라가 황제라는 신분을 전도시키는 몸짓언어로 비
현실적인 세계를 제시한다. 칼리굴라의 전된 몸짓언어인 노골적인 시각
28) Albert Camus, op. cit., p. 28.
29) Ibid., p. 70.
30) Ibid., p. 88.
언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킨다. 소극이 그로테스크
한 조롱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희극적인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소
극은 부조리와 결부된다. 이러한 소극은 부조리의 메커니즘을 형상화 한
것이다.
극작품에서 지문은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 기능은 지문 속
에 작가의 존재를 명확하게 혹은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지문에
따르면, “그는 먹는다. 다른 사람들도 먹는다. 칼리굴라가 식사 중의 태
도가 좋지 않은 것은 명확해 진다. 그는 공연히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접시에 올리브 씨를 던지고 고기 찌꺼기를 음식 접시에 뱉어버리며, 손
톱으로 이를 쑤시고 정신없이 머리를 긁어댄다. 그렇지만 그는 식사하는
동안 이런 짓들을 자연스럽게 행한다.”31) 이 지시문에서 카뮈는 암묵적
으로 작가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는 무대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 경
우, 설명을 하는 지문 안에 작가가 내포되어 있다. 기술의 궁극성이나 인
과성을 명확하게 밝힌다. 지문의 기능을 활용한 이러한 기법은 극작가들
이 공연의 구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도를 드려내는 것이다. 카뮈
는 이러한 지문의 기능을 통해 사건의 양상과 등장인물의 캐릭터의 재현
을 강제하는 것이다. 공연을 목적으로 쓰인 이러한 지문은 하나의 글쓰
기에 대한 또 하나의 글쓰기로 인식될 수 있다.
칼리굴라의 연극적 특징을 분석하기 위하여 연극에 대한 일반적인
담론에서 그 논의를 펼칠 수 있다. 연극은 무엇보다 공간이다. 공간 예술
인 것이다. 연극은 공간의 극화에서 시작한다. 이 극작품의 공간의 극화
는 특별한 공간 구조인 극중극(théâtre dans le théâtre) 기법을 통해 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안 위베르스펠트(Anne Ubersfeld)에 의하면,
31) “Il mange, les autres aussi. Il devient évident que Caligula se tient mal à table.
Rien ne le force à jeter ses noyaux d'olives dans l'assiette de ses voisins
immédiats, à cracher ses déchests de viande sur le plat, comme à se curer les
dents avec les ongles et à se gratter la tête frénétiquement. C'est pourtant autant
d'exploits que, pendant le repas, il exécutera avec simplicité.” Albert Camus, op.
cit., p. 41.
“‘극중극’이란 두 개의 공간이 서로 끼어있는 상태에서 그중 한 공간이
다른 공간을 위한 재현일 때 만들어지는 공간의 형태이다. 이때 무대 위
에는 ‘보는 자’와 ‘보이는 자’가 있어야 한다.”32) 극중극(劇中劇)은 연극
속의 연극의 형태로 극 속에 삽입된 또 하나의 극을 말하는데, 연출 효과
를 위해서 잘 사용되는 기법이다. 카뮈는 칼리굴라에서 미학적인 장치
인 극중극기법을 다양한 배치 전략으로 구성한다. 그는 여러 차원에서
극중극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카뮈는 칼리굴라에서 특수한 공간 구조
인 극중극 장치를 통해 연극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칼리굴라의 극
중극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광대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떠 울
린다. 연극의 본질과 힘을 과시하여 연극성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카뮈
의 칼리굴라의 장면에서 카뮈는 연극과 지시대상을 동시 가리키기 때
문에 극중극의 되는 브레히트식의 연극의 게시판에서처럼 무대 장치를
활용한다. 이러한 무대 내 분할 혹은 무대 내 증식이 공연의 참 모습이
된다. 사실 극중극 기법에 대한 암시를 일 막의 칼리굴라의 대사에서 찾
을 수 있다. 칼리굴라는 흥분해서 격한 어조로 케소니아에게 다음과 같
이 말한다. “이제 내가 그대를 어마어마한 축제로, 총체적인 재판으로,
가장 멋들어진 구경꺼리로 초대하겠소.”33) 그는 연출가를, 창조주를 꿈
꾸는 것이다.
제3막의 제1장의 무대는 무대 속의 무대라는 기법으로 시작된다. 극
의 진행에서 3막은 칼리굴라가 만든 일종의 연극놀이이다. 이 장면은 극
중극 기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극중극 기법은
무대 장치를 통해 드러난다. 카뮈는 공간적 배경으로 시골 장날 같은 광
경을 연출하고, 무대 중앙에는 포장이 쳐있고 그 앞에 단을 만들어 연극
공간을 배치한다.34) 연극 공간 속의 공간을 형상화하고 있는 이러한 공
간은 특별한 공간으로써 두 개의 공간이 서로 중첩된 상태에서 연극의
32) 안 위베르스펠트, 관객의 학교 (신현숙, 유효숙 옮김), 아카넷, 2012, p. 161.
33) Albert Camus, op. cit., p. 28
34) Ibd., p. 61.
의미를 생산한다. 귀족들은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때로 관객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공연의 본질은 ‘보는 자’와 ‘보이는
자’에 의해 형성되는데, 극중극 기법은 이중의 장치를 통해 이러한 공연
의 탈 연극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극중극 기법을 이용하여 무대 공간이
일종의 거울상의 이미지를 만든다. 칼리굴라에서 광기놀이의 장면을
의미한다. 연극의 본질을 중첩의 기법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광기의 깊이
와 칼리굴라의 권력을 드러낸다. 카뮈는 극중극 기법으로 무대 공간의
분리와 배가를 통한 공간적 위상을 만들어 이중적 연극성을 제시한다.
연극의 기호인 대사에 의해 극중극을 만들어 연극성의 진실을 구현한
다. 이는 일종의 브레히트가 말하는 서사극 기법이다. 연극을 지시 대상
으로 전달하는 등장인물의 대사언어는 연극의 세계를 의미함으로써 스
스로 연극화되는 것이다. 케소니아는 ‘연극이 곧 시작됩니다.’라는 대사
언어를 통해 자신들이 연극 속에 연극을 행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계
속해서, 칼리굴라는 극중극 장치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대사를 다음과 같
이 말한다.
칼리굴라 아냐, 스키피오, 그건 연극 예술이지. 이 모든 인간들의
잘못은 연극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렇
지 않으면 인간은 누구나 천상의 비극을 연기하고 신이
될 수 있는 것을 알 텐데 말이야. 그저 마음만 모질게 먹
으면 되는 건데.
칼리굴라는 연극에 관련된 용어를 사용하고 연극의 정의에 결부된 용
어를 사용한다. 증식에 기반을 둔 ‘극중극’ 형태의 연극미학은 변전하는
바로크적 세계관과 맥을 같이 하는데 이는 칼리굴라의 광기의 세계와 그
의미를 함께 할 수 있다. 카뮈는 연극의 기본 속성인 현실과 환상의 이중
적 장치를 한 번 더 활용하는 기법을 통해 연극성을 표현하고 있다.
4. 결론
칼리굴라에서 주인공인 칼리굴라와 다른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광
기의 모습과 부조리한 삶의 이면에는, 자유의 존재론이라는 또 다른 문
제가 연극이라는 장르와 함께 제시되고 있다. 주인공의 다중적 정체성은
무엇보다 연극이라는 장르와 결부되어 있다. 극작가 카뮈가 현대 프랑스
연극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이미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 그의 극
작품이 내용상으로는 자신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전망으로 제시
한 철학적 명제들을 무대를 통해 모색하고 있지만, 형식상으로는 전통적
인 형식을 보존했다는 점이다. 작품의 구성적인 면에서 그는 전통적인
예술의 존재양식과 표현 양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누보로망이나 부조리
극 계열의 작가에 속하지 않는다. 그는 연극에서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
지 않았지만 기법적인 면에서도 흥미 있는 연극담론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문맥에서 우리는 이 글에서 카뮈가 비극인 칼리굴라에서 보여
준 광기의 극작술을 분석하여 그가 제시한 부조리의 세계를 탐색하였다.
우리는 두 개의 질서가 양립하지 못하는 불화와 이 불화에서 발생하는
존재의 균열과 광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고, 나아가 인간의 질서와 신
의 질서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불화의 세계를 검토하였다. 우리는 특히
불화의 세계로부터 인간의 광기와 비극이 탄생했다는 점을 분석하였다.
카뮈는 현대 사회에서 이성 중심의 세계가 더 이상 유효하지 못하다는
점을 밝혔고, 비극적 인간의 상황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자 부조
리와 광기의 문제를 제시하였다. 결핍의 욕망과 관련을 맺고 있는 광기
의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에게 가장 흥미 있는 주제이다. 그는
더 이상 인간과 세계 사이에 조화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삶에는 무엇
보다 부조리가 삶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이 연극에서 미친 장면을 극적인 긴장감을 보여주기 위하여 격리의 개념
을 내포하고 있는 부조리와 비극의 세계를 결합시킨다. 카뮈는 이 극작
품에서 장르로써의 비극에 충실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사실 서양연극의
전통에서 이러한 긴장이 사라지는 순간에 비극도 사라지는 것이다. 비극
은 한계상황을 넘어선다. 카뮈의 부조리 철학을 실천하는 칼리굴라에
는 인간에게 한계상황으로 주어진 조건인 ‘견딜 수 없다는 점’과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카뮈는 이러한 부조리를
인식하고 부조한 세계의 의미를 설명하게 위하여 칼리굴라에서는 미
친 모습을 하고 있는 극단적인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반면에
오해에서는 해결책이 없는 세계, 즉 불합리한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칼리굴라는 그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갖지 못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그는 광기 넘치는 모험행각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이
되도록 하려 한다. 새로운 세계를 이룩하겠다는 그의 욕망 앞에서 인간
의 생명과 인간의 가치는 부차적인 것이 된다. 그에 의해 모든 한계와
체계가 무너진다.
우리는 무엇보다 칼리굴라가 부조리의 인식 이후에 광기의 가면을 쓰
고 행동한 방식을 따라 칼리굴라를 읽었다. 칼리굴라에서 미학의
범주로서 광기는 연극 예술이 자신의 본질을 행하는 방식 중에 하나로
작동한다. 광기는 칼리굴라가 자신의 정체성 끝까지 끌고 가도록 하는
힘이 되고 이 등장인물로 하여금 모든 세상의 가치를 거부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광인으로서의 칼리굴라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타자이고 보
편적인 것에 대해 예외적인 존재이다. 칼리굴라는 정상적인 면을 거부하
는 신체적이고, 언어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일련의 행동을 통해 깨어있는
광기의 세계를 구현한다. 카뮈는 사실 칼리굴라에서 광기를 가면 속에
배치시켜 광기와 코기토를 동시에 다루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칼리
굴라의 광기는 실존으로서의 인간 조건과 관계로서의 인간 조건을 동시
에 보여주는 요소가 된다. 그는 이성이 멈추는 지점과 광기가 시작되는
지점에 가면의 광기를 위치시킨다. 이렇듯 자유는 광기의 이면과 연결되
어 있다. 칼리굴라의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자유의 문제이고 세계와의 관
계의 문제이다. 카뮈는 존재의 진실을 결정할 수 있는 부조리라는 개념
을 통하여 광기의 인과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카뮈에게 부조리의 인식은
광기의 형태로 실행되는 자유의 시발점이 되는 선행적 조건이다. 칼리굴
라는 이성과 광기가 공존하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그는 이성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 칼리굴라가 쓴 광기의 가면과 함께 인간
은 무화되든지 아니면 인간에게 불가능한 절대 자유를 행하는 것이다.
카뮈는 가면 쓴 광기를 통해 자유의 무한한 문제와 무한한 자유의 문제
를 제기하는 것이다. 폭군 칼리굴라는 이러한 가면의 광기를 통해 새로
운 질서를 시도한다. 그에 의한 질서는 가면을 쓴 광기의 질서이다. 전제
정치를 행하는 절대 권력자인 칼리굴라는 광기의 행동으로 부조리, 임의
성, 타인의 멸시, 개인적인 흥미와 폭력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그가 기존의 질서를 전복시켜 자신의 제국과 자신을 파괴
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광기에 의한 폭력의 개념은 강제와
자유의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 행위의 자발성을 무시하
는 광기의 폭력은 타인의 자유를 해치는 타락한 자유이다. 인간의 자유
와 책임성은 결국 공동체와 연대의 개념들을 전제한다. 인간이 이러한
전제를 벗어나면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다. 베케트가 문학의 실패와 비
극적 존재의 글쓰기를 문학화하고 연극화하여 실패의 문학을 이루었듯
이, 카뮈도 실패의 영웅인 칼리굴라를 통해 예술의 본질과 세계의 본질
과 주체의 본질을 밝혔던 것이다.
참고문헌
데이비드 브래드비, 현대 프랑스 연극 1940∽1990, 이선화 역, 지식
을 만드는 지식, 2011.
마틴 에슬린, 부조리극, 김미혜 역, 한길사, 2005.
안 위베르스펠트, 관객의 학교, 신현숙, 유효숙 역, 아카넷, 2012.
Barilier (Etienne), Albert Camus : Philosophie et littérature, l'Age d'Homme,
1977.
Bartfeld (Fernande), L'effet tragique. Essai sur le tragique dans
l'oeuvre de Camus, Champion-Statkhine, 1988.
Camus (Albert), Théâtres Récits Nouvelles, textes établis et annotés
par Roger Quillot. Bibliothéque de la Pléiade, Gallimard,
1962.
Corbic (Arnaud), Camus L'absurde, Albert Camus ou le mythe et le
mime, Lettres Modernes, 1983.
, Camus L'absurde, la révolte, l'amour, Les Editions
de l'Ateier/Editions Ouvrières, 2003, p. 153.
Costes (Alain), Albert Camus et la parole manquante, Payot, 1973.
Couprie (Alain), Lire le théâtre, DUNOD, 1994.
Daniel (Jean), Avec Camus. Comment résister à l'air du temps, Gallimard,
2006.
Evrard (Franck), Le Théâtre français du XXe siècle, ellpses, 1995.
, Albert Camus, ellipses, 1998.
Favre (Franz), Montherland et Camus : une lignée nietzchéenne. Lettre
modernes, Minard, 2000.
Gay-Grosier (Raymond), Les envers d'un Echec, Minard, Lettres modernes,
1967.
Grenier (Roger), Albert Camus : soleil et ombre, Gallimard, 1987.
Guérin (Jeanyves)(dir.), Dicrtionnaire Albert Camus, Robert Laffont,
2009.
Guérin (Jeanyves), Albert Camus. Littérature et politique, Honoré
Champion, 2013.
Jacquart (Emmanuel), Le théâtre de dérision Beckett, Ionesco, Adamov,
Gallimard, 1974.
Le texte didascalique à l’épreuve de la lecture et de la représentation
(textes réunis par Frédéric Calas, Romdhane Eluori, Saïda
Hamzouzaoui et Tijiani Salaaoui), Sud Editions/Presses
Universitaires de Bordeau, 2008.
Levi-Valensini (Jacqueline)(dir.), Camus et le théâtre, IMSEC Editions,
1992.
Mattéi (Jean François)(dir.), Albert Camus. Du refus au consentement,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2011.
Modler (Karl W.), Soleil et mesure dans l'oeuvre d'Albert Camus,
L'Harmattan, 2000.
Onfray (Michel), L'ordre libertaire. La vie philosophique d'Albert Camus,
Flammarion, 2012.
Pierre A.G. Astier, Ecrivains Français Engagés La génération littéraire
de 1930, Nouvelles Editions Debresse, 1978.
Rey (Pierre-Louis), Camus. Une morale de la beauté, SEDES, 2000.
, Camus, l'homme révolté, Gallimard, 2006.
Tanase (Virgil), Albert Camus, Gallimard, 2010.
<Résumé>
L'ésthétique du théâtre et la conscience de
l'absurde d'Albert Camus - autour de Caligula
LEE Yong-Seog
Dans Caligula d'Albert Camus, Caligula est le seul personnage qui
fait librement ce qu'il veut. Au début de la pièce, Caligula, jeune
empereur apprend la mort de sa maitresse-soeur. Après cet accident
tragique, deçu par le monde et ses injustices, il sombre dans la folie.
Il refuse dès lors l'humanité, l'amour, bref toute la valeur des hommes
et leurs sentiments. Reniant ses propres emotions, et éprouvant ses
sentiments propres, il commettra de nombreux meurtres afin de se
defaire de toute l'humanité qui peut regner autour de lui. A la suite
de la perte d'une femme qu'il aimait, Caligula subit un profond
changement de personnalité. Pour lui, le monde est devenu absurde.
Contrairement au monde absurde, Caligula reose sur son pouvoir
absolu et démesuré qui peut anéantir des valeurs huamines. Conscient
de l'absence de limites que lui confère le pouvoir, à la façon d'un
enfant en mal de repères, il fait régner sur scène une terreur sans
précédent sur son peuple et son entourage proche. Caligula tue, viole,
humilie, pille et comble du châtiment : il méprise les autres êtres. De
ce fait, nous pouvons aborder au sujet de la folie et du pouvoir
absolu, au sujet de la liberté. Camus decrit la folie avec tant de
justesse et d'audace que l'on finit par aimer ou detester le personnage
de Caligula. Que se soit le premier cas ou le deuxième, l'on ne reste
pas insensible au protagoniste. Mais dux personnages résistent à cette
emprise : Scipion le poète et surtout Cherea, qui fomente une révolte.
Derrière l'intrigue des personnages, se retrouvent des thèmes chers à
Camus et développés dans les nombreux textes qu'il a laissés : le
fonctionnement du pouvoir totalitaire. Enfin face au tyran se dresse
Cherea, qui incarne la raison et la révolte lucide, reste honnête et
fidèle à ses principes, jusqu'au crime final.
Dans les quatre actes de cette pièce, l'un est une action de passé
de trois ans et les trois autres sont de temps proche consécutif. On
peut distinguer les deux temps, cohérents mais sautés, dans cette pièce
de théâtre. Les unités marquées d'années sont toutes directement liées
au mouvement temporel de la révolution événementielle, d'où se crée
une structure esthétique du baroque. Dans Caligula Albert Camus a
donc réalisé la structure baroque. De plus, il utilise la technique du
théâtre dans le théâtre comme une structure baroque. Et surtout, il a
voulu obtenir d'un théâtre conçu comme jeu de miroirs une esthétique
théâtrale. Ainsi, son écriture théâtrale est fondée sur cette forme de
l'esthétique théâtrale et sur la conscience de l'absurde.
주 제 어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칼리굴라(Caligula), 부조리
(absurde), 광기(folie), 자유(liberté), 극중극(théâtre dans
le théâtre)
투 고 일 : 2016. 9. 25 심사완료일 : 2016. 10. 31 게재확정일 : 2016. 11. 7
프랑스문화연구제58집
'인문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성 오이디푸스’의 환상을 통해 살펴본 심청의 환상과 자살의 의미/윤인선.전주대 (0) | 2024.11.21 |
---|---|
종교영화에 나타난 인간 존재론과 구원-박찬욱 <박쥐>와 김기덕<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중심으로-/오현화(한림대)外 (0) | 2024.11.21 |
신라의 성기 숭배와 지증왕의 음경/구사회.선문대 (0) | 2024.11.13 |
인도 근대 ‘힌두교’ 만들기와 인도식 세속주의의 맥락 -왜 인도에서는 반지성주의가 문제되지 않는지를 묻는다-/강성용.서울대 (0) | 2024.11.13 |
보들레르의 댄디(dandy)와 예술가(artiste) : 한국 선불교의 불이론(不二論)에 비추어/조희원.서울대 (0) | 2024.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