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본 논문은 세계문학에서 손꼽히는 걸작이자 불륜 문학의 전범인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과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를 청년 루카치의 개념 에 기대어 읽어보려는 시도이다.
먼저 엠마 보바리의 몽상과 환멸 결혼과 불륜 파산에 초점을 맞추어 보바리 부인 을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엠마 의 모방 욕망과 파국의 의미 작가 화자의 태도와 문체의 특이성 환멸적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세계관을 짚어본다 .
다음 장에서는 톨스토이의 안 나 카레니나 를 역시나 여주인공의 운명의 궤적에 주목하며 읽어간다.
브론 스키를 만난 다음 안나는 엠마처럼 얼핏 모방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 같지만 그보다는 삶 자체에 집중한다 안나의 이른바 위대한 순간 과 그 이후 를 짚어보고 그녀의 미학적 형상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희생될 수밖에 없는 두 남성 브론스키 카레닌 의 특성을 일별한다.
끝으로 두 걸작의 마 지막 장면을 분석하면서 여주인공의 자살 이후에도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주 제 어: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모방 욕망,환멸의 낭만주의
I. 들어가며
환멸의 낭만주의:
지금도 여전히 매혹적인 청년 루카치의 도식대로 플로베르 (1821~1880) 와
톨스토이(1828~1910) 의 소설은 환멸의 낭만주의 라 정의한 근대 유럽 소설
사에서 나란히 놓일 수 있다( 루카치 1985: 146-174, 195-205, Lukács 1967:
78-94)1)
1) 톨스토이와 리얼리즘의 발전 을 다룬 논문에서 사용된 부르주아 리얼리즘
(bourgeois realism)’(Lukacs 1967: 82) 이라는 개념도 염두에 둘 만하다 한편 플로
베르와 톨스토이를 소설사에서 발전적인 관계로 보는 시각은 러시아 학자의 저서
( Гинзбург1977: 267) 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후자의 소설을 근대 소설의 완성자 내지는 최고봉으로 정의한 것은
헝가리 유대인 평론가의 러시아 대가에 대한 존경의 표현일 것이다
루카치가 주로 다루는 아마 가장 좋아한 소설은 플로베르의 경우 감정 교육 톨스토
이의 경우 전쟁과 평화 지만 두 작품을 각각 또 다른 대표작인 보바리 부인
(Madame Bovary) (1857, ) ( 이하 보바리) 와 안나 카레니나 Анна Каренина
(1877, ) .(이하 안나 )로 대체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보바리 와 안나 의 병치는 투르게네프를 통해 이 소설을 접한
톨스토이가 불륜이라는 소재에 자극을 받았다는 사실이 지엽적인 전제에 불
과할 만큼 무척 자연스럽다 .2)
2) 이 주제로 서지가 따로 정리되어 있을 정도이며(Amy Mandelker and Liza Knapp
2003: 47-50) 국내에서도 이미 연구된 바 있다 (박영은 2007: 57-80) 보바리 와
비교할 만한 또 다른 러시아소설로는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를 꼽을 수 있다( 윤
새라 2015: 275-301) 나스타시야 필립포브나가 로고진에게 살해되기 직전에 읽은 책도
보바리 인데( 김연경2016: 39-40) 그녀는 과연 어떤 페이지를 읽고 있었을까
플로베르와 톨스토이는 예의 그 환멸의 정조를 공유했지만 그 구체적인 ,
양상은 매우 다르다 플로베르의 환멸이 낭만에 대한 처참한 희화에서 시작 .
해 냉소와 허무로 간다면 톨스토이는 낭만을 낭만대로 강조하고 환멸을 조 ,
망한 다음 그 이후에 오는 삶 일상의 저력에 방점을 찍는다 심지어 낭만과 - .
환멸 이후의 삶 그 일상과 생활의 풍경을 보여 주는 것이 톨스토이 소설의 ,
핵심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듯 안나 는 전쟁과 평화 와 더불어( 김연경
2019)) 보바리 와 함께 읽는다면 더더욱 성숙한 남성의 형식으로서의 소
설 의 전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루카치1985: 163) .
II. (1857) 보바리 부인 과 소설처럼!
II. 1. 농부 딸의 모방 욕망
보바리 의 여주인공 엠마의 성격적 특수성을 일별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열등감 내지는 자의식인데 주로 자신의 성별과 신분에서 비롯된다. 먼
저 전자를 살펴보면 2부 3장 출산을 앞둔 엠마 보바리는 튼튼한 갈색 머
리 의 아들을 낳음으로써 과거의 모든 무력감에 대하여 희망으로 앙갚
음 하고자 즉 여자 로서의 과거에 복수하고자 한다 ”(131) 3) 남자는 곧 자유
인 반면 여자는 욕망 의 주체가 될 수는 있어도 항상 금지 와 마주친다. (진인
혜 2009: 153).과연 여자 즉 딸 소녀 답게 그녀가 소설에 맨 처음 등장하
는 것은 1부 2장 다리를 다친 루오 영감을 치료하러 온 유부남 의사 샤를르
보바리 의 관찰 대상으로서이다. 엠마는 농부의 외동딸임에도 바느질조차 서
툴지만 뽀얀 손톱 과 예쁜 갈색 눈 덕분에 유부남의 시선을 오래 잡아둔다 .
그녀의 목은 뒤로 젖힌 하얀 칼라 사이로 쑥 나와 있었다. 머릿결은 어
찌나 반드러운지 가르마 양쪽 두 부분의 까만 머리단이 마치 하나씩의 덩
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았고 머리 한가운데에 터놓은 가느다란 가르마는
두개골의 곡선을 따라 가볍게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시골의사는 이
런 머리칼을 난생 처음 보았다. 그녀는 마치 남자처럼 저고리 단추 두
개 사이에 거북껍질을 씌운 코안경을 걸고 있었다.(30-31)
샤를르뿐만 아니라 작가 화자 독자 도 엠마의 몸 을 꿰뚫어 보는 시선의
주체가 된다 .엠마의 코안경은 항상 보이는 객체로 자라온 그녀가 보는
주체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설 속에
서 그녀는 시종일관 신붓감으로서 관찰과 품평의 대상이다. 가장 정확한 정
의는 아버지가 제공하는바 ,집안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딸 로서 농사일
을 시키기에는 머리가 너무 똑똑 하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엠마 ”(41)
3) 이하 본문 인용은 플로베르 2007에 근거하며 인용문 뒤에 쪽수만 적는다. 작품의
창작 배경은 로트만 1997: 183-248, 티보데2018: 139-216, 진인혜1997: 361-374,
Troscianko 2012: 772-795 . 등을 참고하라. 국내 보바리 연구가 이미지나 모티브
분석에 국한된 점이 눈에 뜨인다 . ( 김광남1982: 21-29, 김광남1985: 41-58,
박혜영2010: 259-292, 최은희2011: 161-187.)
의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 분명한 루오 영감의 나태 와 허영 이다. 농부답지
않게 사치스럽고 연극적인 생활 의 결과 외동딸의 지참금도 준비해 놓지 (41)
못했고 얼마 안 되는 재산마저 처분해야 할 형편이다. 세상의 이목을 중시해
결혼을 이듬해 봄까지 미루는 것에서도 상식과 겉치레가 동시에 보인다. 엠
마는 한술 더 떠 불을 환하게 켠 채 자정에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다. 아버지
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이 발상의 근거는 무엇인가. 나아가 그녀는 무난한
결혼 생활에 왜 만족하지 못하는가.
그 답이 제시되는 것은 1부 6장 엠마가 시집을 가서 토트의 새댁 으로서 ’
자신의 말을 갖게 되면서다 .그녀의 회상 속에서 신분에 대한 자의식과 결
국 파멸로 귀결되는 모종의 신분 상승 욕망을 역추적해 볼 수 있다 .우선
농부의 딸이 고급 기숙학교 느낌의 수녀원에 들어간 것 자체가 부모의 열렬
한 혹은 분수 에 안 맞는 교육열을 보여 주는 듯하다. 13세의 엠마는 수녀
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웠고 교리문답 공부와 각종 종교의식에도 열의를 보
였다. 물론 그 내용보다는 이미지 기호에 낭만적 우수의 낭랑한 탄식 (57)
에 탐닉하는 것이지만 이것이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의 성장기를
지배한' 모방 욕망'(지라르 의 표현 2004: 26-29, 48-51, 218-220) 이리라 예술
적 이기보다는 감상적인 기질의 소녀 앞에 한 달에 한 번씩 나타나는 세탁
부는 노처녀 임과 동시에 앞치마 호주머니에 숨겨온 소설을 읽는 독서광이
다 .문맹률이 높았던 19세기 초중반 교양과 오락의 수단으로 다름 아닌 소
설책이 선택되었음이 강조되어야겠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당시 문학의
경향이다 .사조상 감상주의와 초기 낭만주의 세부 장르는 고딕 소설과 역사
소설과 연애소설의 종합인데 그 내용인즉 한결같이 사랑하는 남녀 쓸쓸한
정자에서 기절하는 박해받은 귀부인 역참마다 살해당하는 마부들 눈물
과 키스 달빛 속에 떠 있는 조각배 이다 .가까운 과거에 대한 미
화는 소녀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해묵은 장원에서 긴 드레스를
입은 성주마님 처럼 살고 싶고 불운했던 여성들에게 열렬한 경의를 표
하고 잔 다르크나 엘로이즈 같은 비극의 여주인공을 동경한다 .어느덧 열다
섯 살이 된 엠마의 독서목록은 월터 스콧까지 포함하여 오늘날의 고전 적어
도 중치 이상은 족히 되는 것 이다 (Grande 2016: 85) .
요컨대 문제는 독서목록의 수준도 다독과 남독도 소설처럼 의 탐닉도
아니다 .엠마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소설 속 세계와 현실 속
세계 간의 불일치를 극복하는 데 실패한다. 이는 후기 낭만주의 즉 환멸의
낭만주의에서 많이 다루어온 주제로서 대부분 남성이었던 주인공은 파멸하되
그 파멸을 통해 숭고한 비극을 완성한다 .소녀 엠마의 몽상 권태 환멸 연극적 지향 등은
19 세기 전반 까지 철저하게 남성 주인공의 전유물이었 다 .
소녀는 소년에게 허용된 여러 가능성 가령 그 흔한 떠남 여행 조차 불
가능하다 .샤를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배울 것도 느낄
것도 없다며 환멸 에 젖어 있었다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결혼을 통해서
만 가능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존재도 남편 아들 뿐이다 결국
소설은 모방 욕망 은 하되 창조 실현 는 못하는 그녀를 끝까지 객체로 못
박아두는 셈이다.여기서19 세기 사회의 양성 불평등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 .
지만 소설이 전개될수록 작가는 비극의 원흉을 엠마의 성격 및 내면 혹은
욕망 자체의 속성에서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II. 2. 시골 의사 부인의 권태와 환멸
보바리의 부부의 결혼 생활은 일견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형적
인 동상이몽이다 남편은 아내가 요리도 잘하고 취미 생활 그림 도 있다는 사 . ( )
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반면4) 아내는 살림에는 전혀 관심도 없을뿐더러 소설
속 희열 정열 도취 같은 단어가 실제 인생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알 ‘ ’, ‘ ’, ‘ ’
고 싶어 한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자 또 다른 가능성을 상정하고 남편에게 .
권태를 느끼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는다.
그녀는 우연의 다른 짝맞춤으로 누군가 딴 남자를 만날 도리는 없었을까
를 자문했다 그는 미남이고 재기발랄하고 품위있고 매력적인 사람이 . [ ] , …
었을지도 모른다 옛날의 수도원 친구들이 결혼한 상대는 정녕 모두 그럴 .
것임에 틀림없다 그녀들은 도회지에 살면서 거리의 소음 극장의 술렁 . [ ] , …
거림 무도회의 광채를 만끽하면서 가슴이 터질 듯하고 관능이 활짝 피어나 ,
는 생활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그녀는 그녀의 삶은 마치 햇빛받이 창 . ,
이 북쪽으로 나 있는 지붕 밑 골방처럼 냉랭했고 소리없는 거미와도 같은
권태가 그녀의 마음 구석구석의 그늘 속에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70)
저 유명한 보바리슴은 고티에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이 실제의 그와 다르 “
4) 간혹 신혼집을 방문하는 보바리 노부인만은 며느리가 장작이나 양초도 너무 많이
쓰고 집안 형편에 어울리지 않는 살림 을 한다며 지당한 불만을 토로한다 “ ”(67) .
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으로서 상상 속의 것과 현실적인 것 실재의 그와 ” “ ,
그가 그렇다고 믿고 있는 그 사이의 간극 모레티 에서 비롯된다 ”( 2005: 168) .
한마디로 엠마의 권태는 그 자체로는 굉장히 지적인 말하자면 고급 정서 , , ‘ ’
다 보비에사르 당데르빌리에 후작댁 무도회까지 가세하자 권태는 환멸로 바 . ( )
뀐다 엠마는 시의 만찬 접시 밖으로 뻗어 나온 큰 바닷가재의 빨간 집게 . 7 , “
발들 차가운 샴페인 석류 파인애플 다른 데 것보다 더 희고 더 보드 ”(75), , , , “
라워 보이는 설탕에 현혹되지만 눈으로만 향유하지 정작 먹지는 않는 ”(76)
다 대신 그 고급스러운 음식을 적절하게 섭취하여 뽀얀 얼 .(Igou 2013: 37) , ‘
굴 과 건강미를 자랑하는 남성 파트너들에 탐닉한다 새벽 시 왈츠를 출 줄 ’ . 3 ,
몰랐던 그녀가 어느 자작 의 손에 이끌리는 장면 은 첫 정사의 은유처 ‘ ’ (81-82)
럼 낭만적인 몽상의 에로틱한 실현처럼 읽힌다 , .
반면 양파 수프와 참소리쟁이를 곁들인 송아지 고기 가 차려진 보바 , “ ”(85)
리 집의 저녁상은 진부함 그 자체다 불만에 사로잡힌 엠마는 엉뚱하게도 하 .
녀 나스타지 를 해고하지만 무도회 앓이 는 이제야 본격화된다 일상에 균열 ( ) ‘ ’ .
이 생기고 파리 지도까지 사고 발자크와 조르주 상드의 소설을 읽으며 무도
회의 추억을 곱씹는다 어떤 돌발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그녀에게 . “ ”(94)
현실은 아무 일도 없음으로써 복수한다 음악 그림 자수는 물론 독서 “ ”(95) . , ,
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데 이미 읽을 건 다 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
히 식사 시간이 힘든 것은 잘 먹지 않은 엠마와 달리 샤를르가 눈치 없이
너무 많이 또 오래 먹기 때문이다 , .(99)5) 그럼에도 출구라고는 낭만적인 외유
는커녕 이사뿐이고 토트를 떠나는 월에는 심지어 임신 중이다 , 3 .
임신과 출산보다 더 그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새 공간이다 부의 . 2
시작부터 용빌의 풍경과 주민이 장황하게 묘사되고 공증인 사무소 서기 역시
그 일부인 양 제시된다 금사자 여관 벽난로의 맞은편 어떤 금발 청년은 . < > ,
용빌의 생활이 따분하게 느껴져 말 상대가 되어 줄 여행객을 찾는 중이다.
권태에 사로잡힌 낭만적 성향의 청년과 엠마의 첫 만남은 식탁 앞에서 두‘
시간 반 이나 대화를 나눌 만큼 의미심장하다 그날 새집에서 첫날밤을 보내 ’ .
며 갖는 기대 장소가 달라졌는데 일어나는 일이 똑같을 수는 없다 가 (“ .” 127)
사건을 만든다 엠마와 레옹의 관계는 사조상 이상적 낭만주의에 또 인간의 . ,
5) 그의 식탐은 엠마의 부아를 지르는 그의 야망 없음 의 상징 같기도 하다 이 장면 ‘ ’ .
은 또 아우어바흐가 플로베르의 소설을 스탕달 발자크보다 더 진일보한 것으로 ,
읽어내는 근거이기도 하다 아우어바흐 .( 2012: 99)
생애 주기로 보면 사춘기 청소년기에 해당할 법하다 레옹은 손톱 손질 에 - . ‘ ’
열을 올리고 수시로 아아 따분해 라고 외치지만 적정선을 넘지 않는 “ , !”(142)
다 한편 엠마는 연애란 요란한 번개와 천둥과 더불어 갑자기 찾아오는 . “
것 이라는 믿음이 있다 레옹을 사랑함에도 막상 그가 나타나면 설렘과 ”(148) .
감동이 사라지고 놀람 에 이어 슬픔 만 남는 아이러니야말로 실체가 아닌 ‘ ’ ‘ ’
이미지와 관념에 대한 사랑 낭만주의 의 핵심이다 ( !) .
거의 년 뒤 월의 어느 일요일 눈이 내리는 오후 엠마의 눈에는 프록 1 , 2 , “
코프에 덮인 그 잔등 위에 그 샤를르 의 사람됨의 진부함이 온통 다 진 ( )
열 된 것처럼 보인다 더욱더 부아를 지르는 것은 자신의 불행을 몰 ”(149-50) .
라주는 남편의 순진한 확신이다 대체 누구를 위하여 정조를 지키고 있단 . “
말인가 샤를르야말로 모든 행복의 장애 모든 비참의 원인 그녀를 사방에서 ? , ,
옥죄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그러나 작가 화자 나아가 독자 의 관 [...] ?”(160) - ( )
점에서는 샤를르의 진부함 만큼이나 현실 살림과 육아 은 내팽개치고 동시 ‘ ’ , ( )
에 마땅히 독서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면서 하품만 해대는 그녀의 태도 역시
진부하기만 하다 이런 엠마의 삶에 부 초반부터 조금씩 그러나 깊숙이 침 . 2 ,
투하는 뢰르이다 이 능숙한 장사꾼은 그녀의 허영을 만족시켜주며 차곡차곡 .
빚을 얹어준다 유부녀에게는 공허한 치장의 기쁨밖에 없는 반면 미혼의 젊 . ,
은 서기는 어머니의 승낙을 얻어 파리로 떠난다 이후 엠마는 보비에사르 무 .
도회 레옹의 추억과 같은 땔감 으로 권태를 태운다 손톱 손질용 레몬 한 , ‘ ’ . (
달에 프랑이나 된다 같은 것을 사고 수시로 머리 모양을 바꾸고 이탈리 14 !)
아어를 배운다고 또 이것저것 사고 급기야 발작 기절 각혈까지 선보인다 , , .
유부녀의 권태가 소비 심지어 낭비로 소진되는 것만큼이나 혁신적인 것이 ,
정확한 금액까지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치는 화법과 문체다 자신의 본분을 등 , .
한시하는 애 엄마 를 바라보는 독자의 심사를 작가 화자는 보바리 노부인을 ‘ ’ -
통해 표현한다 억지로라도 일을 시켜야 하는 거다 손을 놀려서 하는 일을 . “ .
말이다 소설책이나 돼먹지 않은 책들 을 읽고 신앙심이 없는 사람은 !”(184) “ ” “
결국 안 좋게 된다는 그녀의 매몰찬 지적은 결국 예언이 되고 만다 ”(185) .
II. 3. 시골 의사 부인의 타락과 파멸
농부의 딸 에서 시골 의사의 아내 로 신분을 전환한 엠마가 소설처럼 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연애를 통한 일탈이다. 온몸이 저리고
쑤신다며 샤를르의 집을 방문한 서른네 살의 독신남( 블랑제 드 라 위세트 로
돌프) 은 작가 화자 못지않게 예리한 시선으로 첫눈에 그녀의 본질을 간파한
다 .남편은 아주 멍청 하고 아내는 아마 지겨워하고 있을 테니 서너 마
디 달콤한 말만 걸어주면 틀림없이 홀딱 반할 것이지만 나중에 어떻게 떼
버리지(190-191) 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전대로 공진회장(8장)에서 장 참사관의
공적인 연설 현실 을 배경으로 로돌프는 엠마와 점점 농밀한 대화 낭만 를
나누고 육체적으로도 가까워진다 .(시가다 1996: 95-114)일부러 6주 뒤에 엠 마를 방문한 그는 승마를 제안하고 남편의 허락을 받아낸다.
다음날 찾아온 로돌프에게서 제일 강조되는 것이 세련된 차림새다 .10월 초순 두 남녀는
안개 낀 들판과 숲 기슭을 산책하고 첫 관계를 갖지만 작가 화자의 초점은
그 이후의 정황에 맞추어진다. 남편은 저녁 식사 때 그녀의 얼굴색이 좋다(235)
고 말한다 .혼자 남겨진 엠마 역시 앞선 일을 복기하고 거울을 보며
‘ 미묘한 그 무엇 덕분에 자신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사랑
(불륜) 의 실현이라기보다는 소설 책의 실현이다.
그때 그녀는 옛날에 읽었던 책 속의 여주인공들을 상기했다 불륜의 사 .
랑에 빠진 서정적인 여자들의 무리가 그녀의 기억 속에서 공감어린 목소리
로 노래하기 시작하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리하여 젊은 시절
의 긴 몽상이 현실로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설욕의 만족감 .
도 느끼고 있었다[---]. 이제 바야흐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
그녀가 낭만주의의 경전 소설에 따라 신화화하는 사랑을 작가 화자는 서슴
없이 욕정(237) 으로 폄훼한다.그리고 엠마는 점점 더 몰입하는 반면 로돌
프는 도망치는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그녀를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라 멍청
하고도 음란한 유부녀로 만든다. 불륜을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은 비굴
하고 로돌프에게 사랑의 도식된 징표 (권총 초상화 머리카락 반지 등) 를 요
구하는 것은 저속하다. 그리하여 반년이 지나 봄이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하여 조용히 가정적인 사랑의 불꽃을 지켜나가는 부부와 같이 느끼
고 있었다.”(248)6) 그다음 단계가 연애의 절정( 엠마) 이자 종결( 로돌프) 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랑의 도주를 위해 넓은 망토 같은 물건( 돈) 이 잔뜩 필요하
6) 그 직후 이폴리트의 안짱다리 수술 건을 삽입한 것은 엠마가 자신의 간통 을 떳떳 ,
한 것으로 정당화할 구실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267-8) 구성적으로 매우 적절하다
다는 점과 그것이 지적된다는 점은 정녕 사랑의 희화가 아닐 수 없다. 계속
미루던 끝에 마침내 9월 4일 월요일 로돌프가 늘 하던 대로 이별 편지와
함께 보내온 제철 과일 살구 을 먹던 엠마는 용빌을 지나쳐 루앙으로 가는
그를 목격한 이후 실신 뇌막염 진단을 받는다. 남편이 아픈 아내와 어린 딸
과 돈 문제를 걱정하는 동안 아내는 낭만주의의 또 다른 발현인 연극성에
탐닉한다 .성녀 를 꿈꾸며 묵주와 부적을 사고 에메랄드 를 박은 성자의 유
물상자를 탐내고 종교 서적을 탐독하고 자선활동까지 벌인다. 한마디로 모조
리 돈이다.그녀의 고양된 몽상은 오페라 감상에서 더 가속화된다.' 처녀 시
절에 읽은 책의 세계' '월터 스콧의 세계 한복판으로 되돌아간 느낌' 이 (321)
극에 달했을 때 오페라의 실현인 양 레옹이 나타난다. 구성상 그들의 3 년 만
의 재회가 왜 필요했을까.
서울 (파리) 물 을 먹고 루왕에 온 레옹는 낭만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소심한 데다가 조심성이 많아서 도가 지나친 것은 늘 삼가는 편(335) 이다.
엠마는 이런 절제가 부족한 데다가 로돌프와의 경험 덕분인지 어느덧 대담
한 시선의 주체가 되어 있다 .피부에 윤기가 도는 그의 볼은 그녀의 생각
으로는 그녀에 대한 욕정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자 엠마는 그 뺨
에 입을 맞춰주고 싶은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344)그러나 작가 화
자의 냉소적인 시선은 맑은 여름날 아침 노트르담 성당의 밀회를 앞선 공진
회 장면의 희극적인 변주로 만든다. 눈치 없는 성당지기의 공식적인 설명과
두 남녀의 밀어가 뒤섞이며 공존함으로써 긴장보다는 웃음이 유발된다. 급기
야 참다못한 레옹이 성당을 뛰쳐나가고 마차에 타기 직전의 짧은 대화 특
히 파리 라는 말에 보바리슴의 본질이 들어있다 .
" 이건 아주 못할 짓이에요 알아요?"
“뭐가 어때서요" 하고 서기는 되물었다 파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걸요.
그러자 이 한마디 말이 거역할 수 없는 논거인 양 그녀의 마음을 움직
였다.(354)
바깥에서 포착된 마차 안의 정사는 앞서 무도회의 왈츠 못지않은 에로티
시즘을 환기한다. 마부는 그들이 대체 무슨 미치광이 같은 격정에 사로잡혔
기에 계속 쉼 없이 달리려고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땀에 흠뻑 젖은
두 마리의 야윈 말을 한층 거칠게 채찍질하면서 마차가 흔들리든 말든 [ --]
마차를 몰았다.그다음 질주하는 마차에 놀란 행인들이 장갑을 벗은 .”(356)
손 하나가 노란 천의 작은 커튼 밖으로 갈기갈기 찢은 종잇조각 밀회 ”(356)
를 거절하는 엠마의 편지 을 내던지는 장면을 목격한다. 마침내 6시경 보브
와진느 구역의 어떤 뒷골목에 멈추어선 마차에서 내린 한 여자가 베일을 쓴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장면이 묘사된다 ”(356) .
이후 작가 화자가 포착하는 엠마는 전형적인 뻔뻔하고 몰염치한 간통녀
상간녀 일 뿐이다 용빌에서 일 년 치 잼을 만들 때 오메에게서 시아버지의 ’
부고를 듣지만7) 장례식을 전후해 그녀가 보이는 태도는 부도덕의 극치다. 엠
마와 레옹의 관계는 낭만적인 열정 위에 구축되었지만 작가는 냉혹하게도
육체적인 측면과 상호적인 모방 만 강조한다 .8) 피아노 레슨을 핑계로 매주
목요일7 시 15분 에 검은 베일을 얼굴을 가리고 정부를 만나러 가는 그녀
는 선술집과 창녀들이 즐비한 어두운 뒷골목 압생트와 잎담배 냄새에 이르
기까지 퇴폐의 극치를 보여 준다 .마차 안에서 연인의 이미지를 추억하는 그
녀 앞에 출몰하는 거지는 타락 한 시골 의사 부인의 묘한 음화(陰畫) 이기도
하다 .그는 루앙과 용빌 일대를 떠도는 발달장애인이자 시각장애인에 염증
질환 연주창 을 앓는 환자인데 구걸을 하다가 마부에게 두들겨 맞기도 한
다.9) 한편 엠마의 각종 거짓이 들통나기 일보 직전인데 보다 본질적인 문제
는 내적인 것 즉 엠마와 레옹의 권태이다. 레옹뿐만 아니라 엠마 역시 그에
게 잔뜩 싫증이 났고 간통 속에서 결혼 생활의 모든 진부함을 그대로 발
견 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엠마는 편지 쓰기의 에로티시즘을 포기하지 ”(419)
못한 채 질탕한 음란 행위 자체보다 막연한 사랑의 흥분(420) 에 더 탐닉
7) 그때 쥐스탱의 실수로 약국의 못에 걸린 창고 열쇠와 비소의 존재도 알게 된
다.(358)
8) “ 그것은 충만하고 달콤하고 멋들어진 사흘 간의 진정한 밀월이었다 덧문도 …
내리고 문도 잠그고 마룻바닥에는 꽃을 뿌리고 아침부터 가져다주는 아이스 시럽
만 마시며 지냈다. 레옹 역시 모방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그는 .”(370-371) .
상류 부인 그리고 결혼한 부인 을 진짜 정부 로 만들었고 정확히 그녀가
그의 정부라기보다는 그가 그녀의 정부가 되었 고 그녀가 퇴폐적 기교 로 그의
혼을 쏙 빼놓 는 것 에 자극된다 ” (402) .
9) 그 처참한 몰골에 엠마가 충격을 받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모자를 벗으면 눈꺼
풀이 있어야 할 곳에 온통 피로 얼룩진 두 개의 눈구멍이 뻥 하니 뚫려 있었다.
살덩이는 찢어져 뻘건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거기서 고름이 흘러내려 코 근처까
지 퍼런 습진처럼 눌러 붙어 있었고 시커먼 콧구멍은 경련하듯 훌쩍거렸다.”(386)
한다. 요컨대 엠마의 파국은 불륜에 대한 윤리적 응징임과 동시에 이미지 를 ’
향한 형이상학적 욕망 에 대한 미학적 응징이다. 낭만적 거짓 에 맞서는
소설적 진실 이 폭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엠마가 뢰르 기요멩 비네 로돌
프를 차례로 찾아가 그 장님 거지처럼 구걸 하고 오메의 창고에 비치된
비소를 먹고 죽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3부 8장은 보바리 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3년 만에 재회한 로돌프에게는 삼천 프랑만 꿔주세요 라고 했다 (448)
가 거절당하자 추태를 보인다 .로돌프의 점잖고 냉정한 태도 덕분에 엠마의
몰락이 더 참담한데 이 대조의 효과를 위해 그가 소설 속에 재소환된 것처
럼 보일 정도다.
물론 아직은 몽롱한 상태였다 그녀는 자기를 이토록 끔찍한 상태에 몰
아넣은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즉 그게 돈 문제였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
던 것이다 .그녀가 괴로운 것은 오로지 사랑 때문이었다.(452)
엠마의 음독자살은 이런 어리석은 자기기만에 대한 미학적 단죄이다. 파
란 병 속 하얀 가루를 한 옴큼 입안에 털어 넣고 죽기까지 거의
20 쪽에 가까운 분량이 소요된다 .죽음이 빨리 완료되지 않는다는 것은 엠마
뿐만 아니라 우리 독자에게도 놀라운 대목이다. 죽음과 관련된 생리학적 묘
사가 길어질수록 그것의 무게와 신비는 훼손된다. 플로베르가 칼 메스 를 든
외과의 작가임이 드러나는바 엠마는 저 역겨운 잉크 냄새에서 시작해 갈증
호흡 곤란 구토 오한 통증 발한 등으로 괴로워하고 샤를르 딸과의 마지막
대화를 나눈다 .피를 토한 다음부터는 인물 의 자리에서도 완전히 밀려난 그
녀가 다시 마지막으로 자신의 말을 갖는 것은 임종 직전이다 .음산한 종교 ,
의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갑자기 예의 그 거지가 보도 위로 무거운 나막신과
지팡이 끄는 소리가 들린다 .엠마는 자신의 행각을 암시하는 것 같은 노래
화창한 날의 후끈한 열기에 못 이겨 젊은 아가씨는 사랑을 꿈꾼다네
470) .
에 감전된 시체처럼 벌떡 일어났다가 절망적으로 웃고 사망한다 10)
엠마의 미학적 죽음은 육체적 죽음이 완료된 다음에 본격화된다 여자들이 .
엠마에게 수의를 입히고 화관을 씌우려고 시신의 머리를 쳐들자 입에서 시꺼
10) 엠마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 거지가 약제사에게는 신비주의나 미신과는 전혀 상관
없는 존재다 오메는 소염 연고 를 구하려고 다리를 절며 용빌까지 온 그를 적절
히 내친 다음 미풍양속 을 해친다는 이유로 완전히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
먼 액체가 구토하듯 흘러나온다 아내에게 작별을 고하러 왔던 샤를르 (478)
는 호기심에 베일을 들어 올렸다가 너무 무서워서 비명을 지른다.오메가 벌
벌 떨며 시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렇듯 엠마의 죽음
전에는 돈 ,이 이후에는 몸 이 낭만주의를 와해한다. 그 이후의 풍경은 안
나 를 읽어본 다음 살펴보도록 한다 .
III.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순간 과 삶- 일상의 힘11)
III. 1. 사랑과 위대한 순간
안나 역시 보바리 처럼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작가가 공
들여 쓴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자
기식으로 불행하다”(1: 13).12) 이후 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스테판 오블론
스키 공작의 가정이다. 그의 불륜 사실이 발각되면서 집안은 엉망이 되었고
이혼할 의사는 없는 그가 여동생에게 도움을 청한다 .오빠의 민감한 가정사
를 해결하기 위해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온 그녀가 바로 그와 같은
사건을 계기로 파국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더욱이 오빠의 처제가 사랑한
남자를 빼앗는 형국이 된다는 것은 이 소설이 묘파한 우리 삶의 치명적인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소설 전체를 놓고 볼 때 이 흐름이 개연성과 진정성을
획득하려면 여주인공은 반드시 다각도의 아름다움 (미모와 지성과 신분과 도
덕성 즉 모성) 을 갖추어야 한다
11) III장은 김연경(2008; 2020) 중 안나 카레니나 에 대한 논의를 본 논문의 주제에
맞게 대폭 개정 편집한 것임을 밝혀둔다 .소설의 창작 배경을 비롯한 여러 교과
서적인 정보는 김원한 Wilson 1988: 263-293, 쉬클롭스키2009: 114-160, 김원한2019:
25-28 등을 참고하라 .ычков1954: 251-315, Бычков1984: 170-183에서는 전형적 Бычков Бялый
인 소비에트식 독법을 엿볼 수 있다. 국내의 안나 돌출 현상 에 주목한 참신한
연구(김진영 2020: 4-9)도 있다.
12) 원문(“ , Все счастливые семьи похожи друг на друга каждая несчастливая семья
несчастлива по своему - .”)에서 두 문장이 접속사 없이 쉼표로만 연결된 점이 도드
라진다 이하 본문 인용은 톨스토이2018 에 근거하며 인용문 뒤에 권수와 쪽수를
적되 Толстой 1978-1985에 따라 첫 문장을 비롯한 몇 군데는 번역을 손보았 다.
실제로 안나 의 1부는 그 풋풋한 설렘과 달뜸의 정조에 있어 한 편의 연
애소설이기도 하다. 여주인공이 처음 소설에 등장하는 것은 1부 18장인데
그녀가 기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브론스키에 의해 포착된다.(Lönnqvist 2002:
80) 어머니를 마중 나온 그는 한눈에 그녀가 상류사회의 여성임을 알아(1:
137) 차리고 객차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에 그녀를 한 번 더 보아야겠다는
‘충동 을 느낀다. 그 이유를 작가는 "그녀가 대단히 아름다워서도 아니고 그
녀의 모습 전체에서 풍기는 우아함과 겸손한 기품 때문도 아니 고 다만 그
의 옆을 지나치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유난히 상냥하고 부드러운 무언
가가 있었기 때문" (1: 137) 이라고 쓴다. 표현이야 어떻든 첫눈에 청년 장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대단한 안나의 생기 가득한 아름다움이 강조된다.1 부
22 장에서는 톨스토이 특유의 낯설게 하기 시선 즉 순진하고 착한 소녀 처
녀 의 전형인 키치의 시선을 동원한다. 십 대 후반 소녀 처녀의 눈에는 이십
대 후반 유부녀의 성숙하고 농염한 아름다움이 낯설고 그렇기에 악마처럼 두
려운 것으로 비친다 .한편 안나는 자신을 덮친 일종의 바이러스와 같은 열정
을 막연히 감지했기에 무도회 직후 저녁 만찬에도 참여하지 않았을 다음날
예정보다 빨리 모스크바를 떠난다. 페테르부르크행 기차 안에서 어느 삼류
영국 소설을 읽다가 브론스키의 추억에 사로잡혀 수치심을 느끼는 장면은 앞
서 살펴본 엠마의 모방 욕망과 닿아 있기도 하다.
소설의 남자 주인공은 이미 영국인으로서의 행복과 남작의 지위와 영지
를 손에 넣기 시작했다. 안나도 그와 함께 그 영지에 가 보고 싶었다 그런
데 문득 그녀는 그 주인공이 수치스러워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이것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 그녀는 책을 내려놓
고 좌석의 등받이에 기댄 채 페이퍼 나이프를 양손을 꽉 쥐었다.부끄러워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 그녀가 브론스키를 떠올린 순간 마치 어떤
내면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따뜻해 아주 따뜻해 타
는 듯이 뜨거워 [ … ]과연 나와 저 풋내기 장교 사이에 단순한 지인 관계
를 뛰어넘은 어떤 다른 관계가 있다는 건가 ?아니 그런 관계가 있을 수 있
을까 ?그녀는 경멸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도
무지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페이퍼 나이프로 창유리를 훑
은 다음 그 차갑고 매끈한 표면을 뺨에 갖다 댔고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
기 그녀를 점령해버린 기쁨에 가득 차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1: 222-223)
기차 안의 따뜻한 공기와 바깥은 눈보라가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안나가
인정하기를 두려워하는 열정이 페이퍼 나이프 같은 사물을 통해 잘 표현된
다 .기차가 정차했을 때 바깥에서 이루어진 그들의 짧은 해후 역시 연애소설
의 공식을 따른다. 왜 떠나느냐는 안나의 흥분된 질문에 대한 브론스키의 답
은 이미 그의 출현 자체가 그렇거니와 노골적인 사랑 고백이다." 왜 가냐고
요[ … ] 당신도 알잖습니까 당신이 있는 곳에 있고 싶어서 떠난다는 걸 " (1:
227) 새벽녘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그녀는 자신을 마중 나온 남편의 얼굴
에 새삼스레 놀람을 넘어선 반감을 느낀다 ."아 어쩜 저이의 귀는 어째서
저렇게 생긴 걸까?"(1, 229) 이른바 카레닌의 귀 는 지금껏 관성의 법칙을
따라온 이 부부의 관계에 한순간 균열이 생겼고 그것이 지속될 것임을
(Morson 2007: 84-85) 암시한다 .그러나 안나의 사랑은 소설 속 세계와 현실
사이의 연상 작용과 은근한 모방 욕망을 갖긴 하되13)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차원에 그칠 뿐이다. 그녀의 운명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엠마와 같은 권
태와 다독과 몽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다 .물론 안나 역시 엠마가 남
편의 진부함 을 못 견디듯 카레닌의 사소한 습관( 손가락 꺾기, 훈계조의 말투)
에 거부감과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안나의 파멸은 결코 광적
인 열정의 흐름만으로 19세기 사회의 특수성 양성 불평등 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가의 방점은 오히려 위대한 순간 이 아니라 그 이후 삶과 시간이
지닌 산문적 위력 생활 일상의 저력에 찍힌다 .
1부 18장 사랑의 탄생이라는 첫 번째 위대한 순간 이후 2부 11장의 첫
정사를 전후하여 안나와 브론스키는 거의 1 년에 걸쳐 일상- 연애의 시간을 보
낸다. 두 번째 위대한 순간 은 경마장에서의 거국적인 폭로( 2부 28장, 29장)
다. 어마어마한 수치와 용단 끝에 찾아온 이 위대한 순간 도 그다음의 산문
적인 생활에 자리를 내준다. 경마 직전에 브론스키는 안나의 임신 사실을 알
게 되고 몇 개월 뒤 세 번째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 인 출
산의 순간이 찾아온다. 다행히 안나는 출산에는 성공하지만 산욕열( 産褥熱)
에 시달리고 카레닌 앞에서 회개하며 죽어가는 탕녀가 된다 .진정한 회개의
순간 안나 거국적인 용서와 포용의 순간 카레닌 참담한 굴욕과 감사의 순
13) 엠마의 독서와 모방을 염두에 두되 독서하는 여성 이 드물었던 러시아문학에만
한정해도 안나 이전에 타티야나 (예브게니 오네긴) 비슷한 시기의 베라 파블로
브나( 무엇을 할 것인가) 등 여성 독자에 대한 연구도 흥미롭다 .(Sloane 2003:
124-130)
간 브론스키 등 세 인물 모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이 위대한 순간 은
그러나 또 하나의 변곡점으로 판명될 뿐이다 .명백히 죽을 것처럼 보였던
안나는 살아나고 세 명이 모두 괴로운 범속한 일상이 시작된다 .현실적으로
해결책은 이혼밖에 없지만 안나는 실제적인 고민을 회피한 채 계속 한심한
한탄만 거듭하다가 도망치는 쪽 (브론스키와 외유) 을 택한다. 그 이후의 시간
은 두 남자 주인공 (브론스키와 카레닌) 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
III. 2. 생활의 법칙: 카레닌과 브론스키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는 명예욕 꼼꼼한 경제생활과 취미 활동 (경
마) 사교계 생활과 키티를 향한 경쾌한 끌림 등 거의 모든 점에서 19세기
청년 장교의 전형이다. 안나와의 관계 역시 그의 어머니가 은근히 기뻐하는
대로 당시의 관습과 문화가 허용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의 사
랑이 지닌 무게와 진정성이 돋보이는데 이 점에서 그는 엠마의 불륜 상대 (로돌프, 레옹) 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2부 22장에서 임신 사실을 고백하는 안나에게 정겨운 어조로 남편과 헤어지고 자기와 결혼하자고
권할뿐더러 본격적으로 현실적인 문제( 자금 마련, 퇴역 및 구직) 를 고민한다. 안나의 출산 이
후에는 사실혼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을 적극적으로 종용하고 출셋길
도 일정 부분 포기한다. 유럽 여행을 끝내고 귀국한 다음에는 합법적인 결혼
을 통해 합법적인 아이 특히 아들 를 얻고자 한다. 그의 이 바람직한 바람과
생활에의 의지에 안나가 동참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물론 안나의 쓸쓸한
예측대로 이혼과 재혼이 성사되었을지라도,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 세료자 까
지 함께하는 우연한 가족 이 안나 의 사실적인 시공간에서 가정의 행복 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했으리라. 요컨대 안나의 파멸이 전적으로 브론스키의 비
열함이나 무심함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안나를 열렬히 사랑했고
또 평균 이상의 책임감을 가진 브론스키조차 무너뜨린 일상과 시간의 힘이
강조된다 .여기서 사랑의 형상화에 있어 톨스토이가 낭만주의를 얼마나 배격
했는지 드러기도 한다( Эйхенбаум 1987: 68-103) .
안나의 비극을 완성하기 위해 브론스키는 평면적인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 맥락에서 정녕 억울한 인물은 카레닌이다.
소설에서 대체로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라고 불리는 카레닌은 고아처
럼 자라 학창시절에는 모범생 청장년기에는 일 중독자에 출세주의자로 살아
왔다. 청혼과 결혼도 자연 (사랑) 이 아니라 문화(Lukacs 1967: 84) 즉 명예 와 체면 이라는
가치와 관습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 .현재 중년에 이른 그는 화목한 가정 경건한 종교 생활 ,
품위 있는 취미 활동( 야밤의 독서 )등 모든 것을 갖춘 고위 관료다. 뭔가 다른 삶을 꿈꾸지 않고
철저히 자족적인 삶을 산다는 점에서 저 시골 의사 샤를르 보바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
마찬가지로 오십여 년에 걸친 이 질서정연한 인생은 아내의 일탈이
아니었다면 앞으로 그렇게 아름답게 유지됐을 것이고 그것이 또한 마땅하다.
스무 살 연하의 아내가 사교계에서 물의를 일으키자 그의 첫 감정은 불쾌감
이고 그 까닭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막 상정된 시점에서 골칫거리가 생겼
기 때문이다 .아내가 상간남 과 동석한 장면을 목격했을 때도 감정적으로 동
요하기보다는 예의 저 명예와 체면의 법칙에 근거하여 이성적 추론을 시작한
다 .이런 경우에 보통의 남편이 느낄 법한 감정 질투와 분노 을 보이지 않는
어쩌면 그러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내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테지만,
"질투는 아내를 모욕하는 행위"(1, 311) 라는 그 나름의 독특한 논리도 일조한
다 .그의 내적인 혼란에 독자가 공감하도록 작가는 그 삶의 이력을 이렇게
정리해준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는 삶의 반영을 다루는 공무 분야에서 전 생애
를 보냈다 .그래서 그는 삶 자체와 부딪칠 때마다 매번 그것을 회피했다 .
이제 그는 낭떠러지 위에 놓인 다리를 침착하게 걸어가던 사람이 문득 그
다리는 허물어졌고 그 아래에 깊은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
꼈을 법한 감정을 맛보고 있었다. 이 심해는 삶 자체였으며 다리는 알렉세
이 알렉산드로비치가 살아온 인공적인 삶이었다. 그의 아내가 다른 누군가
를 사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러한 .
의혹 앞에서 전율했다.(1: 312)
페테르부르크의 사교계가 통째로 동원된 경마장에서 오쟁이 진 남편 이
될 수밖에 없게 된 그는 낙마한 브론스키나 절규하는 안나보다 더 동정받아
야 할 인물이다. 이렇게 난감한 상황을 카레닌은 예의 그 명예와 체면의 법
칙에 따라 점잖게 해결하고자 철없는 아내에게 귀가를 권하며 세 차례나
손을 내민다. 공공연한 치욕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것을 맛보았기에 오히려
그는 "오랫동안 앓던 이를 뺀 사람이 느꼈을 법한 감정"(2, 94) 을 느낀다 .
그러나 이 위대한 순간 이후에도 카레닌은 그 고유의 논리에 따라 극히
이기적인 동시에 극히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즉 노골적으로 복수 를
바라지는 않으나 속으로는 자신의 평온과 명예 를 파괴한 대가로 그녀가 고통 받기를 바란다.
여기서 그녀와 화해하길 권하는 돌리와의 대화를 복기
해 볼 만하다. 돌리가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해야) …" (2, 94)라고 조
심스럽게 운을 떼자 그는 경멸의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나를 미워하는 사
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2:
337) .유치한 동어반복 속에 표현된 그의 편협한 이기주의도 충분히 이해된
다. 변호사와 이혼 상담까지 했던 그가 이혼을 최종적으로 거부할 때 사용하
는 독특한 기독교 논리도 흥미롭다. 자기가 사랑하고 또 용서해준 아내가 간
통이라는 죄를 범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 이혼을 허락해줌으로써 아
내를 선의 길 에서 완전히 이탈시켜 파멸의 구렁텅이 로 밀어 넣을 수는 없
다는 것 이런 죄 많은 여자에게 아이를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랑과 용서의 이름으로 안나의 파국을 재촉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된다.
이것이 적극적으로 의도된 악의 산물이 아니라 그의 성격적 특수성과 환경적
요인의 결합이라는 점이 더 큰 비극이다. 실상 십여 년에 걸친 결혼 생활은
안나 못지않게 카레닌에게도 건조했을 것이다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의
사회적 삶 (문화) 이 윤택할수록 카레닌 본연의 삶 (자연) 은 점점 더 거칠어
진다.안나의 비극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작가는 카레닌에게 미학적 죽음을
선고한 셈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척박한 인물로 남겨 두지는 않는다.14)
14) 플로베르와는 다른 톨스토이의 어쩌면 러시아식 관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카레닌의 서사를 따로 재구성하면 작가는 그에게 반쯤은 연인 같은 새로운
벗 리디야 백작 부인 을 선사한다. 마지막에 안나와 브론스키의 딸을 기꺼이 거두
는 것도 그들이다. 자세한 것은 김연경 을 참고하라 . (2020 :158-164) .
III. 3. 안나의 자살과 그 의미
안나 는 제목 그대로 한 여자의 일생 을 다룬 소설이기에 응당 안나의
최후에 관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왜 하필 자살이며 왜 하필 기차인가 .
애초 안나는 인간 이기에 앞서 여자 로 창조된 인물 누군가의 딸이거나 어
머니 약혼녀이거나 아내이거나 정부 하여간 여자 일 뿐이다. 톨스토이의 많
은 여성 중 가장 입체적인 인물임에도 그녀가 삶의 생기를 분출할 수 있는
영역은 오직 불륜뿐이다. 위선과 거짓의 거미줄 을 찢고 사랑을 쟁취하고 파
멸하는 과정이 그녀의 서사의 핵심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엠마와 달
리 단 한 번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 엠마처럼 현재와
는 다른 삶을 상상하지도 않고 그저 삶을 있는 그대로 산다. 여기서 소설적
사건이 발생 발전하는 것은 여성적인 두 요소의 충돌 즉 브론스키- 남자를
향한 여자의 사랑과 세료쟈-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다 .
외유에서 돌아온 안나는 세료쟈의 아홉 번째 생일날 이른 아침 장난감을
사 들고 카레닌 몰래 자신의 집을 찾는다. 소설을 통틀어 안나가 애 엄마
로서 아들과 단둘이 함께 등장하는 거의 유일한 장면 (5부29 장) 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료쟈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엄마였던 안나가 아니와의 관계에서는
엄마이기에 앞서 브론스키의 연인이다. 지금 그녀는 육아와 살림에 무관심하
고 딸이 이가 몇 개 났는지도 몰라서 돌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그 대신
농학 건축학 말 사육 스포츠 등 분야를 막론하고 독서에 몰두하고 병원 설
립과 같은 사회 운동에 흥미를 보인다. 모스크바 체류 시기에는 자기가 직접
쓴 동화책 원고를 오블론스키에게 보여 준다. 레빈이 오브론스키와 함께 그
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졸라'' 와 '도데'' 를 언급하며 (7부 10장) 지성을 과시
한다 .열차 안 독서 장면처럼 그녀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기서 안나가 위안과 기쁨을
얻는 것은 지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외간 남자 레빈 에게 여전히 여
자로서 매력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마치 엠마의 권태가 사치와 허영
으로만 소비되었듯 그녀의 지성 역시 이런 식으로만 활용될 뿐 사회적 층
위 직업 에서 어떤 성취감이나 자아실현의 만족감을 주는 쪽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즉 그녀가 모르핀과 아편 중독자이자 허영 많은 정부로 전락하는
것은 그녀의 나약함 탓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탓이기도 하다.
또한 톨스토이의 소설에서 남성들이 정신과 이성의 운동성 (의지) 을 대변한다
면 안나는 육체와 감정의 운동성( 욕망) 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도식화하자면 ,
플로베르가 자신의 지적 속물주의와 모방 욕망을 극대화한 엠마를 잔혹하게
죽였듯 톨스토이 역시 자신의 정염을 육화한 안나에게 파국을 선고한다. 굉
장한 밀도와 속도감을 자랑하는 7부를 좀 확대해보자.
카레닌에게서 이혼 허락을 받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6개월을 보낸 다음 안
나와 브론스키는 다시 시골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브론스키와 어머니 사이에
일정 (소로키나 공작 영애와의 만남) 이 생겨 이틀을 더 머물기로 한다.
브론스 키의 귀가가 늦어지자 안나는 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혀 외출 ,
오블론스키 집 ( 마침 사돈처녀인 키치가 와 있다) 에 들렀다가 기차역에 도착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오비랄로프행 기차를 탄다 .
짧은 여행 뒤 기차역에 내린 그녀는 밤 10 시에 귀가할 것을 알리는 브론스키의 쪽지를 전달받은 거의 직후
달리는 기차를 향해 일견 충동적으로 몸을 던진다.
그녀는 첫 번째 객차의 중간 지점과 자신이 나란해진 순간 그 아래로 몸
을 던지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팔에서 끌어내리던 빨간 손가방이 그녀를
붙드는 바람에 때를 놓치고 말았다. 기차의 중간 지점은 그녀를 지나쳐 버
렸다 […] 하지만 그녀는 다가오는 두 번째 객차의 바퀴에서 눈을 떼지 않
았다. 그리고 바퀴와 바퀴 사이 중간 지점이 그녀와 나란히 온 바로 그 순
간 그녀는 빨간 손가방을 내던지고는 어깨 사이에 머리를 푹 숙인 채 객차
밑으로 몸을 던져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러고는 마치 곧 일어날 자세 .
를 취하려는 듯 경쾌한 동작으로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기가 한 짓에 몸서리를 쳤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뭘 하고 있
는 거야?무엇 때문에 그녀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뒤로 젖히려 했다. 하
지만 거대하고 가차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를 떠밀고 그녀를 질질 잡
아끌고 갔다 하느님 나의 모든 것을 용서하소서 그녀는 어떤 저항도 불 ’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왜소한 농부가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철로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다( работал над железом).그리고 그녀가 불안
과 허위와 슬픔과 악으로 가득 찬 책을 읽을 때 그 옆에서 빛을 비추던 촛
불 하나가 어느 때보다 밝은 빛으로 확 타오르더니 이전에 암흑 속에 잠겨
있던 모든 것을 그녀 앞에 비춰 보이고는 탁탁 소리를 내며 점점 흐릿해지
다가 영원히 꺼지고 말았다.(3: 455-456)
안나가 의식의 명멸 직전에 보는 농부는 앞서 출산이 임박했을 때 꾼 꿈
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에도 약간의 변주를 거쳐 계속 그녀를 괴롭혀왔다.
악몽 속에서 안나는 뭔가를 확인하려고 침실에 갔다가 한구석에서 덩치가 작
고 수염이 덥수룩하고 무섭게 생긴 농부를 발견하는데 그는 자루 위로 몸을
굽힌 채 무언가를 뒤지며 뭐라고 중얼거린다(2, 268-9). 하녀는 안나가 산고
로 사망하리라고 하지만 이 해몽은 미신으로 판명된다. 7부 안나는 자살의
유혹에 시달리며 또다시 저 악몽을 꾸는데 (3, 422) 농부는 그녀에겐 아랑곳
하지 않고 철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나보코프의 실증적인 분석 (Набоков
1999: 255-258) 에 따르면 악몽 속의 농부가 다루는 철 은 기차의 상징이다.
안나는 브론스키와 처음 만난 날 한 역무원이 기차에 치여 사망한 것을 목
격했고 이후 그들의 관계가 진척될수록 기차 철 은 그녀의 무의식 속에 잠
재해 있다가 신경쇠약증에 걸린 그녀를 파국으로 이끌었을 법하다. 이 농부
는 또한 엠마의 눈앞에 출몰한 장님 거지 (박영은 2007: 69-70) 보다 더 신
비주의적인 따라서 러시아적인 형상처럼 읽히기도 한다. 끝으로 대가적 필
치로 비장하게 묘사된바, 여주인공과 그녀의 책 을 비추던 빛이 꺼진 다음에
도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남은 페이지는 희화인가 애도인가 .
IV. 나오며 :여주인공의 자살과 환멸 이후의 삶
보바리 와 안나 는 불륜의 주체인 여성 주인공을 제목으로 내걸었고 또
그들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런 다음에도 소설이 끝나지 않는다는 공통
점이 있다 우선 보바리 3부 11장 아내의 빚을 청산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
중에 샤를르는 레옹의 결혼 소식을 접하고 아내가 살아 있었더라면 진심으로
기뻐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로돌프의 편지를 발견했을 때는 두 사람이
플라토닉한 사랑 을 나눴으리라 추측한다. 흥미로운 것은 아내의 죽음 이후에
병처럼 도지는 그의 모방 욕망이다. 흡사 그녀가 살아 있는 듯 그녀가 좋아할
만한 에나멜 장화 흰 넥타이 포마드로 치장하고 약속 어음에 서명하는 모습
도 그녀를 흉내 낸다 동시에 점점 불어나는 아내의 빚을 갚느라 고군분투하
던 중 아내의 비밀 (레옹과의 편지, 로돌프의 초상화) 을 완전히 알게 된다 .
작가는 이렇게 불쌍한 샤를르를 배부른 고민이나 하는 행복한 가장 이자
‘ 운 좋은 사람 오메와 병치시킨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더 잔인하게도 딸과함께 아내의 무덤을 찾는 홀아비를
( 젊은 루오 영감과 어린 엠마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로돌프와 마주치게 한다.
샤를르는 한때 아내가 사랑했던 남성을 보며 질투와 뒤섞인 기괴한 모방 욕망을 느낀다.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이게 다 운명 탓이지요.[ …]"(502)그를 웃기고 비굴한 남자로 보는
로돌프의 시선 때문에 이 마지막 말도 희화된다 .그가 죽은 다음 남은 전 재
산( 10프랑 15상팀 )은 꼬마 베르트가 할머니한테 가는 비용으로 쓰인다 (10 75 ) .15)
15) 이 노부인은 그해 사망하고 루오 영감은 중풍을 앓고 있어 어떤 친척 아주머니 ,
가 아이를 맡지만 가난해서 베르트를 방직 공작에 보낸다.
작가는 주인공의 유족마저 사라진 용빌을 묘사하며 궁극적으론 오메의 승승장
구를 강조한다. 새로 부임한 의사 세 명은 모두 오메의 등쌀에 버텨내지
못 한 반면 정작 오메는 단골도 많고 평판도 좋고 꿈에 그리던 훈장마저 손에
넣는다.여주인공의 남편의 유년시절에서 시작해 그녀와 별 상관 없는 인물
에 관한 전언(" 그는 이제 막 레지옹 되뇌르 훈장을 받았다 "503).으로 끝나는
이 소설의 핵심은 무엇일까.
여성 더욱이 귀족이 아닌 농부의 딸이자 시골 의사의 아내가 말하자면 ,
그런 주제에 낭만적 소설을 탐독하고 권태에 시달리고 불륜의 주체가 되었
다가 사랑이 아니라 돈 때문에 파멸한다는 내용에는 어떤 극적인 미적인
요소도 없다. 더 정확히 흥미진진할 수도 있는 내용을 플로베르 특유의 형
식 문체로 난도질함으로써 낭만주의가 창조한 각종 연애소설에 죽음을 고하
는 메타 연애소설 이 탄생한다. 어리석고 허영 많은 여주인공은 물론이거니
와 착하고 미련한 시골 의사 샤를르, 부유하고 뻔뻔한 바람둥이 로돌프, 소
심하고 속된 시골 청년 레옹 ,지은 죄 없이 얄밉기만 한 속물 오메 등 보
바리 에는 단 한 명의 영웅 도 없다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인물에게 미학
적 죽음 을 선고하는 이 소설은 과연 환멸의 문학의 최고봉답다.
정녕 36세 의 남성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로 왜 굳이 이런 한심한 유부녀를 골랐을까
동어반복일 수 있지만 이 역시 작가의 환멸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치
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냉혹한 플로베르에 비해 톨스토이는 한결 인간적 이다 안나의 자살 이후
를 묘사한 8부는 앞선 장들과 비교하면 분량도 다소 짧거니와 여러모로 후일
담의 성격을 띠지만 (윤새라 2011: 7-10)살아남은 자들의 기억 속에서 재생되
는 안나는 명백히 애도의 대상이다. 출정을 앞둔 브론스키의 회상 속에서 되
살아나는 안나의 모습은 엠마의 죽음 전후를 생각한다면 따사롭기까지 하다.
낯선 사람들 가운데에서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창고의 탁자 위에 뻗어
있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명으로 충만해 있던 피투성이의 육체 손상을
입지 않은 머리는 땋아 내린 무거운 머리채와 관자놀이 위로 곱슬곱슬하게
감긴 머리카락과 함께 뒤로 젖혀져 있다 .그리고 입이 반쯤 벌어진 매혹적
인 얼굴의 입가에는 얼어붙은 듯한 낯설고 애처로운 표정이 어려 있고 닫
히지 않은 고정된 눈동자에는 마치 그들이 싸울 때 그녀가 그에게 말했던
그 끔찍한 말 즉 그가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내뱉는 듯한 끔찍한 표
정이 어려 있었다.(3: 486)
안나의 자살 이후 브론스키는 거의 죽다 살아났고 지금도 기차역에서 그
녀의 모습이 떠오르자 치통도 잊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흐느낀다 물론 톨스
토이의 소설에서는 그것으로 끝 더 이상의 비극은 없다. 여동생의 시신 앞
에서 오열했던 일은 깡그리 잊고 오랜 벗인 브론스키를 배웅하러 나온 오블
론스키의 모습은 '원한- 르상티망' 의 망각과' 아모르 파티'( 니체) 의 진정한 견
본을 보여 준다. 나아가 톨스토이 특유의 대위법적 구성을 통해 제각기 저
마다 불행한 가정 과 행복한 가정 이 제각기 빛을 발하고 레빈 부부의 삶은
기만적인 부부 오블론스키 척박한 부부 카레닌 타락한 반쪽 부부 브론스
키 를 배경으로 이 걸작을 아름답게 마감한다 ( 김미경2020: 171-175).
죽은 자의 슬픔은 애도하되 살아남은 자의 기쁨은 또한 찬미하는 것이다. 보바리
의 결말과 비교한다면 청장년의 환멸 을 맛본 이후에 중년 톨스토이가 다다
른 관대함과 온유함 진정 대가적인 낙관주의가 느껴진다. 안나 의 제사대
로 과연 복수는 누구의 몫인가. 덧붙여 인간사의 모든 참극에 꼭 원흉이 있
어야 하는가. 각종 비극에 대한 심판을 더 높은 심급( 신- 자연) 으로 이월시킴
으로써 우리 인간은 더 행복하고 심지어 자유로워질 수 있노라고 초로의 톨
스토이가 조언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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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wo Aspects of ‘Romanticism of Disillusionment’:
Flaubert’s Madame Bovary and Tolstoy’s Anna Karenina
Kim, Yeonkyung*
In this essay we read two masterpieces of world literature Flaubert’s –
Madame Bovary (1857) and Tolstoy’s Anna Karenina (1877) in the context
of ‘romanticism of disillusionment’ (Lukacs). First, we trace Emma’s life
(dream through reading, marriage and love affairs, bankruptcy, and suicide)
and emphasize the meaning of her mimetic desire and catastrophe. Emma’s
dying scene as a zenith of ‘romantic deceit and realistic truth’ is in detail
examined. Second, our research is dedicated to Tolstoy’s novel, also focusing
on a heroine’s destiny. Anna knows so-called mimetic desire, however her
love develops in the other plan. The main cause of conflict seems gender
inequality of 19th Russian society (it’s partially true), but the most essential
factor is given as time-life itself. In conclusion, we analyze the final chapter
of two novels, which show the world after heroine’s death-suicide.
Кey words:Flaubert, Madame Bovary, Tolstoy, Anna Karenina, Mimetic
Desire, Romanticism of Disillusionment
러시아연구제31권제2호(2021.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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