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한국인 최초로 한국 고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인물이 다. 법학을 공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랑스에 입국하여 파리에 체류 중이던 홍종 우는 동양 미술 전문 미술관인 기메 미술관(Musée Guimet)에 근무하면서 프랑스 작가인 로니(J. H. Rosny)와 함께 춘향전을 번역하여 향기로운 봄(Printemps parfumé)이란 제목으로 당튀(Dentu) 출판사에서 출간한 바 있다1).
1) Printemps parfumé(traduction de J.-H. Rosny). Paris: E. Dentu, 1892. 이 책에 대한 연 구로는 다음을 참고할 것: 송태현, 춘향전의 프랑스 역본 향기로운 봄의 문화적 의의 , 세 계문학비교연구, 2018.
이 작품은 프랑 스와 유럽에서 어느 정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홍종우가 “상당한 성공”(un assez grand succès)을 거두었다고 평가한 이 번역서가 출간된 이후로 몇몇 프랑스 문인 들이 한국의 기념비적인 옛 문학 가운데 번역할만한 소설이 있는지 문의해왔으며, 이러한 소망에 부응하기 위해 홍종우는 또 다른 한국 고전 작품인 심청전을 다시 꽃 핀 마른 나무(Le Bois sec refleuri)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다. 2)
‘기메 미 술관 이사회’는 이 번역서가 프랑스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의 표본으로 서 미술관 총서로 출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Le Bois 96) 3)하여 에르네스트 르루(Ernest Leroux) 출판사에서 출판하였는데, 이는 향기로운 봄이 출간된 지 3년 후인 1895년으로서 이 때는 홍종우가 이미 프랑스를 떠난 후였다. 4)
춘향전의 번역서인 향기로운 봄에는 번역자로 로니의 이름만이 표지에 명기되어 있고, 그 ‘서문’에서 로니가 홍종우의 조력을 받아 이 책을 번역하였음을 밝힌 데 반해, 심청전의 번역서인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는 홍종우가 이 책 을 단독으로 번역한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
‘기메 미술관 이사회’는 이 번역서를 ‘미술관 보급 총서’ 가운데 하나로 출간하면서 “편집자들은 홍종우 번역이 지닌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풍미를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그의 번역을 전혀 수정하지 않 기로 했다”(Le Bois 96)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심청전 번역 작업의 주도권이 홍종우에게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5)
2) Le Bois sec refleuri(traduction de Tjyong-Ou Hong). Paris: Ernest Leroux, 1895.
3) 본 논문에서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Le Bois sec refleuri)를 ‘Le Bois’로 약칭하고, 인 용은 다음 서적에 의거함을 밝힌다. Le Printemps parfumé Suivi du Bois sec refleuri. Deux contes coréens anciens. Paris: Atelier des Cahiers, 2017.
4) 홍종우는 1890년 12월 24일에 파리에 도착하여 2년 7개월 동안 프랑스에 체류했으며, 그 가운데 약 2년간을 기메 미술관에서 근무하였다. 5
5)그렇다고 하여 이 번역에 프랑스인 조력자가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홍종우가 프랑스에 머 물러 있었던 2년 7개월은 약 40세에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프랑스에 입국한 아시아인 이 프랑스어를 유려하게 구사하기에는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기메 미술관의 한국관 책임자 인 캉봉(Pierre Cambon) 박사에 의하면,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출간 이후에 루이 냉글레르 (Louis Ningler)라는 작가가 기메 미술관 관장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보냈다. 냉글레르는 홍종우 로부터 번역 문장을 교열해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그 작업을 수행하였으나 후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출간된 이 번역서에 자신의 역할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음을 보고서 충격을 받았다 (choqué)는 것이다(Cambon 57-60). 냉글레르가 보낸 편지를 통해 보면 그의 주된 역할은 홍종 우의 번역에 대한 교열이었던 것으로 판단되며, 번역 작업 과정에서 홍종우가 주도권을 발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홍종우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의 서문 (Préface)에서 자신이 이 소설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목적이 한국과 프랑스 ‘상호 간의 공감’(sympathie réciproque) 을 형성하고, 또한 프랑스 독자의 시선을 한국에게로 향하게 하고, 프랑스인이 한국을 사랑하게 하며, 이로써 프랑스인에게 한국이 더 이상 세상 끝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로 간주하지 않게 하려는 것임을 밝힌다(Le Bois 116).
홍종우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를 통해 “양국이 서로 잘 알고 가까워지게 하는 데” 자신이 기여 하기를 소망했다(Le Bois 116).
홍종우가 소망한 ‘상호 간의 공감’은 동아시아의 사상적 전통 속에 있던 조선 조 말기의 선비가 프랑스에 입국하여 가톨릭 전통이 여전히 살아 있는 프랑스의 문화계와 만나면서 가지게 된 이타성(異他性)의 확인에서 출발한다.
그 이타성은 홍종우가 이야생트 루아종(Hyacinthe Loyson)에게 바치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의 ‘헌사’(Dédicace)에서 잘 드러난다.
가톨릭 신부였다가 환속한 루아종은 홍종우 의 파리 체류 초창기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후 홍종우와 정신적으로 깊은 우정 을 나눈 신학자이다.
홍종우는 ‘헌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땅보다 더 높은 것에 관한 문제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평가한다면, 당신은 지나 치게 가톨릭적이고 나는 지나치게 이교적인 사람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당신은 기독 교보다 더 숭고하거나 기독교에 비견할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에 당신의 낯선 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당신의 율법에서보다는 공 자(孔子)에게서 더 많은 지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거의 초인간적인 지혜 속을 주 유하는 노자(老子)는 어렴풋이 예감하거나 꿈꾸어온 사물들보다 더 높은 곳으로 인 도해주어 마침내 나의 사고를 무한 속에 잠기게 해줍니다.” (Le Bois 97)
홍종우는 자신과 루아종이 각각 견지하는 종교적인 혹은 철학적인 사상의 차 이를 인정한다. 우정을 나누면서 그들은 상호 간에 상대방의 정신세계를 배워나갔 다. 그 배움이 상대방의 종교로의 ‘회심’으로 이끈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 간의 사상에 내재한 차이를 확인하면서도 그 차이로 인해 상대방의 사상을 배척하지 않 았고, 오히려 사상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자신의 사상을 재고찰하는 계기로 삼았 으며, 또한 상호 간의 배움을 통해 상대방의 사상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를 언급한 위의 인용문 바로 다음에 홍종우는 그 차이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님을 역설한 후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유일신이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했다고 믿습니다. [. . .] 그 신은 우리 영혼들 의 영혼(l’Ame de nos âmes)이며 우리 생명들의 생명(la Vie de nos vies)이며 우리의 진정한 아버지(notre vrai Père)입니다. 우리는 그 분 속에 존재하고, 우리는 그 분에 의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그 분에게서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의 신앙이 각각 달리 나타나 있지만, 우리 둘 모두 그 분을 믿고 있기에 우리는 상호 간에 긴밀하게 연결된 형제임을 얼 마나 깊이 느끼고 있는지요.” (Le Bois 97)
유학자 홍종우가 가톨릭 신학자인 루아종과 동일한 신을 믿는 형제라는 인식 에 이르게 된 것은 ‘유교와 기독교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홍종우의 인식은 ‘기독교의 신(Deus, 天主)이 바로 유교의 상제(上帝)’라는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관점(Ricci 99), 그리고 신을 믿는 순수한 유신론자는 “모두 가 한 아버지의 자식들이며, 동일한 신의 피조물”이기에 “서로를 형제로 여길 것” 을 권고한 볼테르의 관점(Voltaire 137)과 무관하지 않다. 유교와 기독교 간의 차 이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연속성에 더 주목하는 마테오 리치와 볼테 르의 관점을 홍종우가 이은 것이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심청전의 번역이지만 프랑스에 와서 유럽 문명 을 체험한 홍종우가 프랑스에 한국 문화를 알림으로써 프랑스인이 한국을 이해하 고 가까워지게 하려는 그의 목적의식이 반영된 번역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홍종우는 단순한 번역이 아닌 개작의 길을 선택하였다.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 대해서는 김윤식이 1981년에 작품의 내 용과 줄거리를 소개하고, 원작의 일부를 번역하여 한국학보에 게재한 바 있다. 이후 김근택과 유석호는 한국 고전의 불역 (1990)에서 홍종우가 번역한 춘향전과 심청전에 대해 다룬다. 저자들은 심청전 원작과 홍종우 번역에 대해 양자를 비 교하긴 하지만, 단순한 내용 비교에서 멀리 나아가지는 않는다. 최근에 들어 홍종 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 대해 두 편의 학술지 논문이 출간되었다. 장정아 와 2인의 공저자들은 홍종우의 불역본 심청전Le Bois sec refleuri와 볼테르 그 리고 19세기 말 프랑스문단의 문화생태 (2016)에서 홍종우의 번역 작품을 볼테르 의 사상과 연결시키고, 또한 프랑스 문단의 흐름인 등장인물의 품격에 대한 요청 그리고 정신주의로의 전회와 연결하여 논의를 전개하였다. 이어서 장정아는 ‘민족 지’로서의 고소설 번역본과 시선의 문제—홍종우의 불역본 심청전Le Bois sec refleuri을 중심으로 (2017)에서 홍종우의 불역본 심청전의 서문에 나타난 역사 관련 서술이 동국통감에 의거하여 기술했음을 밝히고,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 른 나무를 민족지(서구의 민족지인 동시에 비서구의 자기표상으로서의 자기민족 지)로서 바라보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논문에서 우리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라는 텍스트가 형성된 과정을 고 찰하고, 홍종우가 심청전을 어떻게 변형했으며, 나아가 어떻게 재창작했는지 고 찰하고자 한다. 이어서 우리는 홍종우의 개작이 지닌 문화적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II.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텍스트 형성 과정
홍종우가 파리에서 심청전을 번역할 때 그는 특정한 심청전 원전 텍스트 를 토대로 번역했는가, 아니면 원전 텍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단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 번역했는가? 20세기 초반에 프랑스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외교활동을 담당했던 독립운동가 서영해가 심청전을 비롯해 적잖은 한국의 옛이야기들을 번 역하여 거울, 불행의 원인(Miroir, cause de malheur!)이라는 한국 전래민담집을 출간할 때, 그는 어떠한 텍스트도 활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자신이 유년기 때 들었던 이야기들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한국 민담을 재구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Seu 9). 홍종우의 경우를 고찰하기 전에, 우선 그 당시 파리에 홍종우가 활용할 수 있는 심청전이 존재했는지, 만일 있었다면 어떤 판본이 있었는지 고찰해보자. 프랑스의 한국학 연구자인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은 한국서지 (Bibliographie coréenne)에서 심청전 텍스트가 프랑스의 ‘동양어학교’(Ecole des Langues Orientales) 6)에 존재함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한국서지에서 동양어학교 에 26장본(L.O.V. COR.I.164)과 24장본(I.165)이 있음을 기록하고, 이 가운데 24 장본은 영국박물관에 있는 판본(B.M. 15260)과 동일한 것임을 기록하고 있다(No 809).
6) 이 학교는 1971년에 ‘국립동양언어문화연구소’(Institut National des Langues et Civilisations Orientales)’로 개명되어 현재까지 이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파리 동양어학교에 소장되어 있는 두 판본(26장본과 24장본)은 이희재와 정 병욱의 조사에서 모두가 ‘목판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이희재 246; 정병욱 216). 7) 심청전 목판본은 경판(京板), 안성판(安城板), 완판(完板) 등 세 종류가 있는 데, 이 가운데 안성판은 21장본이고, 완판은 71장본이며, 경판은 20장본과 24장본 그리고 26장본을 망라하고 있다(최운식a 18-19). 따라서 파리 동양어학교에 소장되 어 있는 26장본과 24장본은 모두 경판인 것으로 보인다. 심청전 연구가인 최운 식에 의하면, 영국박물관에는 26장본과 24장본이 소장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경 판이다(최운식a 22-26). 파리 동양어학교에 소장되어 있는 26장본도 24장본과 마 찬가지로 영국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26장본과 동일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경판인 것은 분명하다. 홍종우가 심청전을 번역할 때 파리 동양어학교에 소장되어 있는 심청전 을 과연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만일 홍종우가 파리에서 다 시 꽃 핀 마른 나무를 위해 심청전 텍스트를 참조하였다면 그는 쿠랑이 한국 서지에서 기록하고 있는 ‘경판본’ 심청전을 활용했을 것이다. 당시 파리에는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인 콜랭 드 플랑시(Collin de Plancy)나 한국을 여행한 탐험 가인 샤를 바라(Charles Varat) 등이 수집한 한국 고전들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한 국 서적을 수집한 프랑스인들은 대개 서울에서 수집했기에 프랑스에는 주로 경판 본이 소장되어 있었고 완판본은 거의 소장되어 있지 않았다. 세 주요 판본인 경판, 안성판, 완판 가운데 안성판은 ‘경판 20장본’인 송동본 (宋洞本) 8)과 내용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서, (충청도 사투리에 가까운) 안성 지방 사투리가 사용된 안성판과 송동본 사이에는 표기와 표현상의 경미한 차이만이 존 재한다(최운식a 29-31). 경판과 완판의 주요한 차이는 다음과 같다. 9) 경판에서는 심청의 부친 성명이 심현인데, 완판에서는 심학규이다.
7)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에서 동양어학교(현재 국립동양언어문화연구소)에 소장되어 있는 심청전 26장본과 24장본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8) 송동본은 경판이지만 문체와 내용 면에서 경판인 한남본과 완판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다(최 운식a 29).
9) 여기서 한남본과 완판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송동본은 제외한다. 그리고 경판 20장본은 완판계에 속하기에 경판은 24장본과 26장본을 기준으로 삼는다. 경판과 완판의 차이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와 관련한 차이를 중심으로 우리가 정리한 것이다.
경판에서 심청의 모친 정씨 는 심청이 세 살 때 병으로 죽는데 반해, 완판에서는 심청의 모친 곽씨가 심청 출 생 직후에 산후별증(産後別症)으로 죽는다. 경판에서 심청의 부친 심현은 부인이 심청을 낳은 후에 실명하지만, 완판에서는 심청의 부친 심학규는 집안 형편이 기 울어지고 스무 살이 못되어(부친이 심청을 낳은 것은 사십 이후이다) 맹인이 된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는 심청의 부친이 순현(Sùn-Hyen)으로 표기되어 있 는데, 이는 ‘심현’에 더 가까운 표기이기에 이 점에서는 경판에 가깝다고 볼 수 있 으나, 심청의 모친(성은 표기되어 있지 않음)이 심청을 낳은 후 사흘 만에 죽는 점 에서는 완판에 가깝다. 그리고 심청의 부친이 심청 탄생 후에 맹인이 되는 점은 경판에 가깝다. 그리고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는 완판에 등장하는 장승상 부인 과 뺑덕어멈이 등장하지 않는 점도 경판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완판에만 등장하는 요소가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판에 가깝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완판에는 등장하지 않고 경판에만 등장하는 요소도 홍종우의 작품에서 생략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경판에만 존재하는 요소인 심청의 부친이 왕후가 된 심청과 재회하여 개안(開眼)한 후 고향으로 내려가 소분(掃墳) 하고 치산(治山)하는 장면, 그리고 작품 말미에 심청 부녀가 천상계로 귀환하는 내용도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판본 비교 작업을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경판이든 완판이 든 특정한 텍스트를 충실히 따르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홍종우는 심청전 의 기본적인 모티프와 화소(話素)를 활용하여 원작을 매우 자유롭게 번역 혹은 번 안하였기에 독자들은 이 번역본에서 원작과 동일한 문장을 거의 발견하기 힘들 정 도이다. 그리고 홍종우는 심청전 이외에도 한국의 다양한 전통 소설의 모티프와 화소를 차용하여 새로운 서사를 창작하였기에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홍종우 의 재창작 작품으로 간주할 수 있는 소설이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홍종우는 이 작품의 원전이 한국 고전임을 밝히 지만 심청전임을 특정하여 밝히지는 않는다. 향기로운 봄의 경우에도 그 책이 한국 고전의 번역임을 밝혔을 뿐 춘향전의 번역임을 밝히지 않았지만, ‘향기로 운 봄(Printemps parfumé)’이 ‘춘향’(春香)의 의역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자연스런 제목이다. 그러나 ‘심청’과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사이에는 아무런 자연스런 번 역 연관이 없다. 향기로운 봄도 춘향전에 토대를 둔 자유로운 번역이자 재창 작이다. 그런데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향기로운 봄의 경우보다 원작으로부 터 훨씬 더 자유로운 재창작이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가 그 원작인 심청전과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를 지 니는지 파악하기 위해 우선 심청전의 주된 얼개에 대해 고찰하고 이어서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의 주요 내용에 대해 고찰해보자.
심청전의 (거의) 모든 이본 (異本)이 공유하는 내용, 즉 공통 단락은 다음과 같다.
가. 심청의 출생
a. 고귀한 가계의 만득독녀(晩得獨女)이다.
b. 선인적강(仙人謫降)의 태몽을 꾸고 잉태하여 출생한다.
나. 심청의 성장과 효행
a. 심청은 일찍 모친을 잃고, 봉사인 부친의 양육을 받는다.
b. 심청의 비범성이 나타난다.
c. 심청이 동냥, 품팔이를 하여 부친을 봉양한다.
d. 심청은 부친의 개안을 위하여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판다.
다. 심청의 죽음과 재생
a. 심청이 제물로 물에 몸을 던진다.
b. 용궁에 갔다가 용왕의 도움으로 꽃을 타고 돌아온다.
라. 부녀 상봉과 개안
a. 심청이 황후가 된다.
b. 심황후가 부친을 만나기 위해 맹인잔치를 열게 한다.
c. 부녀가 상봉하고, 심봉사 개안한다. (최운식b 12-13)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딸이 태어난 지 삼 일만에 부인을 여의고 맹인이 된 아버지 순현을 위해 딸 청이(Tcheng-Y)가 뱃사람에게 쌀 300석을 받아 절에 공양미로 시주하고 제물(victime humaine)이 된 자신을 바다에 던진 후, 바다거북 의 등에 탄 채 거북이 인도하는 섬으로 가서 유배 상태에 있던 왕을 만나 결혼하 고, 그 후 권력을 되찾은 왕이 궁정에서 맹인들을 초청하여 베푼 잔치에서 청이의 부친이 개안을 하고 왕비가 된 딸과 재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줄거리를 지니기에 심청전에 익숙한 독자는 홍종우의 이 번역이 원작에 대한 변형에도 불구하고 심청전을 토대로 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는 청이와 청이의 부친인 순현 이야기 외에, 심청전 원작에 존재하지 않 는 인물들인 역적 자조미(Ja-Jyo-Mi), 순현의 친구인 상훈이(San-Houni)와 그 가족 의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으며, 원작 심청전과 무관한 이 이야기의 분량이 작품 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는 앞에서 언급한 심청전의 모든 이본(異本)이 공유하는 내용, 즉 심청의 출생, 심청의 성장과 효행, 심청의 죽음과 재생, 부녀 상 봉과 개안의 내용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 하지만 홍종우는 번역 과정에서 심청 전의 구체적인 내용에 상당한 변형을 가한다.
원작에 대한 변형은 크게 두 가지 로 나눌 수 있다.
그 두 가지란 ‘심청 부친의 변형’과 ‘심청의 변형’이다.
원작인 심청전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은 심청이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제도 심청의 ‘효’(孝)이다. 그러나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는 ‘청이’보다 그 부친인 ‘순현’이 더 중요한 인물로 부각된다.
원작 심청전에서 심청의 부친 은 훌륭한 집안의 후손으로 등장한다. 경판인 ‘한남본’에서 심청의 부친인 심현은 ‘명문거족(名門巨族)의 후예’로 소개하며, 완판에서는 심청의 부친인 심학규를 ‘누세잠영지족’(累世簪纓之族) 즉 대대로 높은 벼슬을 해온 집안의 일원으로 소 개한다. 그렇긴 해도 원작에서 심청의 부친은 부인을 여읜 후 음식을 동냥하여 딸 을 양육하는 등 그의 곤궁하고 비참한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원작에 서 심청은 비범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지만, 부친의 비범성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 다. 하지만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순현은 ‘궁정 고관’(un haut dignitaire de la cour)으로서 백성들의 전적인 신뢰를 받은 통치자였다. 그런데 순 현은 왕위를 찬탈하고자 하는 재상(premier ministre) 자조미의 모함으로 역모의 혐의를 받아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바로 이 유배지에서 순현 부부는 딸 청 이를 낳았고, 부인은 딸을 낳은 지 사흘 만에 중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후일 왕비가 된 청이를 궁정에서 만나 개안한 뒤 순현은 왕으로부터 재상이 되어 달라 는 부탁을 받고 이를 수락하여 훌륭한 통치를 실행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원작에 서 심청의 부친이 부귀영화를 누리긴 하지만 재상이 되어 통치하지는 않기에, 왕 의 장인이 된 순현의 통치는 홍종우의 중요한 개작 부분이다. 한편, 심청의 경우에도 중요한 개작이 이루어진다. 원작 심청전에서 심청은 인당수에 몸을 던진 후 용궁(龍宮)으로 갔다가 용왕의 도움으로 꽃을 타고 용궁에 서 원래의 세계로 되돌아오는데, 바다에서 꽃을 발견한 뱃사람들이 황제(왕)에게 꽃을 진상하고 황제가 꽃 속의 심청을 발견하여 결국 심청은 황후(왕후)로 책봉된 다. 10)
10) 완판에서는 황제와 황후로, 경판에서는 왕과 왕후로 표현되어 있다.
바다에 빠져 신체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심청은 용궁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용왕의 극진한 접대를 받는다. 그런데 홍종우는 용궁이 나 용왕과 관련된 비현실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한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는 청이가 바다에 몸을 던지기는 하지만 바다거북 위에 떨어졌고, 그 바다거북이 그녀를 어느 섬으로 데려다주어 그녀는 그 섬에 유배되어 있던 젊은 왕을 만난다. 당시 그 왕은 반란을 일으켜 왕권을 찬탈한 재상 자조미에 의해 섬으로 유배된 상 태였다. 절망에 쌓여 자살하려던 젊은 왕은 청이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유배지에서 둘만의 혼인식을 올리게 된다. 섬에서 탈출한 젊은 왕 은 지지 세력을 규합하여 왕궁으로 귀환하고 왕권을 회복하며 청이는 왕비가 된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 등장하는 청이와 청이 부친의 이야기는 원작 심 청전을 변형시킨 경우인데, 홍종우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작에 없는 이야기를 창작하여 삽입한다. 그 이야기란 역적 자조미, 순현의 친구인 상훈이와 그 부인 그 리고 그 아들 상생(San-Syeng)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원작 심청전에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로서 홍종우가 창작한 작중인물들이다. 순현에 대한 자조미 의 모함에 연루된 상훈이는 고금도로 유배 가는 도중에 그의 부인에게 반한 뱃사 공 수룽(Sù-Roung)에 의해 살해당하고, 임신 중이던 부인은 수룽에게서 빠져 나와 대숲에서 홀로 아이를 낳는다. 부인은 비구니를 만나 그녀의 충고대로 아이를 마 을 입구에 버리는데, 아이의 팔에 ‘상생’이라는 이름을 새기고서 반지를 아이의 옷에 넣은 후, 비구니와 함께 절로 떠난다.
뱃사공 수룽은 도망간 그 부인을 찾아 나 섰다가 부인은 찾지 못하고 대신에 갓난아기 상생을 발견하여 데리고 와서 양자로 키운다. 17세가 된 상생은 자신의 진정한 부모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떠난 여행 도중에 장소저를 만나 결혼하고 어머니가 남긴 반지를 사랑의 징표로 아내에게 준 후 수도로 떠난다. 그 당시는 재상 자조미가 선왕의 아들인 젊은 왕을 체포하여 유배를 보낸 데 대해 백성들이 매우 분노하던 때였다. 왕의 유배 소식을 들은 날 밤에 상생은 꿈속에서 선왕의 아들이 ‘초도’에 유배되어 있음과 그를 구조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 인물(후일 친부로 확인됨)의 당부를 듣고서 젊은 왕을 구하러 간다. 상생은 결국 젊은 왕과 청이의 탈출을 도운 후 장군으로 임명받고 신왕의 지지자들을 결속하여 수도로 돌아와 왕권을 회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이후 상 생은 부당하게 투옥되어 있던 어머니와 아내를 구하고, 또한 유배지로 향하던 부 친을 죽인 수룽을 수도로 압송한다.
홍종우의 중요한 세 가지 개작 요소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원작의 변형으로서
(1)청이의 변형과
(2)청이 부친의 변형, 그리고 원작에 없는 요소의 창 작으로서
(3) 자조미와 그 희생자 상훈이와 그 아들 상생의 이야기가 바로 그 요소들이다.
이제 홍종우가 행한 개작의 문화적 의의에 대해 고찰해보자.
III.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개작의 문화적 의의
작가는 문화적 진공 상태에서 창작하지 않는다. 작가는 자신이 물려받은 언어, 예술, 정치 사회적 환경, 역사적 상황 속에서 전통과 대화하면서 창작한다. 그리고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신화, 전설, 민담, 선배 작가들의 작품들이 혼재한 상 태에서 창작이 이루어진다. 모든 텍스트는 그 텍스트가 창작되기 이전에 존재하는 텍스트와 일정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쥘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가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다른 텍스트로부터 독립된 순전히 새로운 텍스트란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텍스트는 148 송 태 현 상호텍스트로서 무수한 텍스트들의 재구성이자 재조합이며 작가가 다른 텍스트들 을 받아들여 변형시킨 것이다(Kristeva 34-61). 한편, 작가가 과거의 텍스트들을 흡 수하여 변형한 그 텍스트는 미래의 텍스트들에 의해 흡수되고 변형되기 마련이다 (Merriam-Webster 586).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도 크리스테바의 ‘상호텍스 트성’ 개념을 자신의 텍스트 이론에서 수용하여 발전시킨다. 바르트에 의하면, “모 든 텍스트는 상호텍스트로서, 이전 문화의 텍스트, 주변 문화의 텍스트 등 다른 텍 스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 텍스트에 내재해 있다”. 그는 모든 텍스트가 과거의 텍스트들을 활용한 새로운 텍스트임을 지적한다(Barthes 1013-17). 한국 고전 소설 내에서도 다른 고전 소설의 수용이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심 청전이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이 작품은 수많은 다른 한국 고전 작품들의 차 용과 인용, 겹침으로 이루어진 텍스트이다. 경일남은 <심청전>의 고전소설 수용 양상과 그 의미 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심청전에는 숙향전, 구운몽, 사씨 남정기, 소대성전, 박씨전, 장익성전, 숙영낭자전, 장풍운전 등 다수 작품의 화소가 압축적으로 수용되어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경일남 44-46).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작품은 그 작가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다른 텍스트들을 (작 가가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간에) 참조하고 모은 작업의 소산이다.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도 바로 이러한 ‘상호텍스트성’이 잘 드러나 있다. 원작 심청전을 변형시키고 재창작하는 과정에서 홍종우는 다양한 한국 고전 의 모티프와 화소를 활용한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바다에 빠진 청이가 거북이 등을 타고 젊은 왕이 있던 섬으로 가는 장면은 별주부전(토끼전)을 차용 한 것으로 보인다. 별주부전에서 토끼는 자라의 등을 타고 남해용궁으로 들어간 다. 바다에 빠진 후 거북이 등을 타고 목숨을 건지는 장면은 숙향전에도 등장한 다. 이 작품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거북을 구출해준 김전이 풍랑을 만났을 때 바 로 그 거북이 나타나 은인을 등에 태워주어 은혜를 갚은 것이다. 또한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상생이 여행하는 도중에 장소저를 만나는 장면은 구운몽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생은 전주에 있는 어느 저택의 정원에서 장소저를 만나 반한 후 자신이 지은 시를 읊어 아름다운 소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자 그 소녀도 자신의 마음을 담은 시를 지어 화답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두 젊은이는 결혼을 약속하게 되는데, 이 장면은 구운몽에서 주인공 양소유가 과거를 보러 가는 도중에 어느 정원에서 시를 지어 소리 높여 읊자 이 시를 들은 진소저가 양 소유를 만난 후 유모를 통해 혼인 의사를 전하고 자작시를 양소유에게 전하는 장 면을 연상시킨다. 또한 상생이 군사를 결집한 후 수도로 진군하여 반란군을 진압 하는 장면은 군담소설인 유충렬전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간신들의 모함으로 유배를 가는 유충렬의 부친 유심, 그리고 유심의 부인에게 자신의 아내가 될 것을 강요한 (간신들이 보낸) 자객의 모티프, 침입한 외적과 손잡고 황제에게 반역한 간 신들의 모티프는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의 내용과 흡사하다. 무엇보다 도 반역한 간신들로 인해 위기에 빠진 황제를 구원하고 외적을 격파한 유충렬은 홍종우가 창작한 인물인 상생을 연상시킨다. 조웅전 역시 유충렬전과 유사한 데, 이 작품에서도 황제의 죽음을 기회로 스스로 황제임을 칭하고 태자를 유배 보 낸 신하가 등장하며 주인공 조웅은 군사를 지휘하여 태자를 구원하고 황성으로 돌 아가 역적을 처단한다. 11) 그 외에도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춘향전과 유사한 부분도 지닌다.
11) 홍종우의 다시 꽃 핀 마른 나무가 심청전 이외에 다양한 한국 고전을 차용한 것이라는 점은 김윤식과 장정아 등에 의해 지적된 바 있다(김윤식, 137; 장정아 외, 86-87).
춘향이 신관 사또의 숙청 요구를 거절하듯이, 상생의 아내가 된 장 소저도 수령의 결혼 요구를 거부한다. 그리고 이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춘향을 구하고 불의한 신관 사또를 처벌하듯이, 상생도 일종의 암행어사가 되어 무고하게 투옥된 모친과 아내를 구하고 불의한 수령을 처벌한다.
해럴드 블룸(Harold Bloom)은 영향에 대한 불안(The Anxiety of Influence) 에서 작가는 기존 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이 영향을 받은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싶어 한다고 주장한다. 블룸은 모든 문학 텍스트가 그 작품 에서 앞선 텍스트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 비평가에 의하면, 선배 작가의 ‘영향’에 대해 느끼는 불안이 결국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해 독창적인 작품을 낳도 록 유도하며, 작가는 선배 작가의 작품에 대한 창조적 오독을 통해 위대한 선배 작가의 ‘영향’이라는 방해물과 투쟁함으로써 스스로 독창적인 작가로 태어난다 (Bloom 5-16).
그런데 홍종우는 한국 고전을 재창작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이 번역 임을 천명하였지, 개작 혹은 재창작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방인 으로 체류하는 파리라는 공간에서 작가로서의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받지 않았다. 그가 부여받은 위상은 번역가이다. 그러나 홍종우는 번역가라는 테두리 내에서 실 제로는 번역가인 동시에 창작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다. 홍종우는 번역 작업으로써 프랑스인에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고, 한 국을 이해시키고자 했다. 그 임무를 감당하기 위해서 그는 원작 심청전을 축자 적으로 번역하거나, 혹은 원작의 줄거리에 충실하게 번역하기보다 개작의 길을 선 택했다. 개작을 통해 홍종우는 프랑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상 황을 은유적으로 알려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나아가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하고자 했다. 그가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 긴 ‘서문’을 삽입하고 또한 ‘서문’의 상당한 분량을 ‘한국 역사’에 할애한 것은 프랑스 독자들의 호기심 을 유발하고, 또한 한국이 유럽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임을 밝히고 있다(Le Bois 115). 우리가 앞서 언급한 중요한 세 가지 개작 요소 가운데 우선 ‘청이 이야기의 변형’이 지니는 의의에 대해 고찰해보자. 청이 이야기에서 용왕과 용궁 등 초자연 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그 대신에 청이가 바다거북의 도움으로 섬에 유배되어 있 던 젊은 왕을 만나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 탈출을 시도하게 하는 장면으로 변형시 킴으로써, 홍종우는 프랑스 독자의 관심을 비현실의 공간에서 현실의 공간으로 이 동시킨다. 그리고 홍종우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원작 심 청전에서 서사의 시간적 배경은 ‘송나라 말년’(완판) 혹은 ‘명나라 성화 연간’(경 판)이며 공간적 배경은 ‘황주 도화동’(완판) 혹은 ‘남군 땅’(경판)이다. 그런데 ‘황 주 도화동’이나 ‘남군 땅’이 어딘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서사의 공간이 한국이 아 닌 ‘유리국’이다. 그런데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는 “평양이 아직 한국의 수 도이던 시절”이라는 도입부로 소설을 시작함으로써 서사의 공간이 한국임을 명시 하고 있다. 심청전 원작에는 현실계 이외에 비현실계가 등장한다. 원작에서 심청은 원 래 천상계의 선녀였다가 지상계에 내려온 존재이다. 그녀는 옥황상제가 통치하는 천상계에 살다가 득죄(得罪)하여 인간세에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심청은 인당수 에 몸을 던진 후 용궁으로 간다. 이 때 용궁은 용왕이 다스리는 수중계(水中界)로 서 천상계와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비현실계이다. 심청은 용궁에서 꽃을 타고 또 다시 지상계로 돌아온다. 그리고 경판 심청전에서는 그녀가 지상계를 떠나 천상 계로 되돌아간다. 심청전 원작에는 이렇듯 현실계와 비현실계가 공존하며 순환 한다(최운식 183-94). 하지만 홍종우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비현실계를 과감하게 생략한다. 홍종우는 당대의 프랑스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가능한 한 근 대 소설에 익숙해져 있는 프랑스 독자가 수용할 수 있는 요소들만으로 창작하고자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초자연적 요소를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고인이 현몽(現夢)하여 지시하고 등장인 물이 이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점은 그 한계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 구하고 비현실계의 생략을 통해 홍종우는 독자들이 현실의 세계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원작 심청전에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드러내는 요소가 거의 없다. 원작에는 정치 사회적인 상황은 거의 부각되지 않고, 심청의 효(孝)가 강조되어 있다. 그런 데 홍종우는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를 통해 한국의 정치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 리고 싶어 했다. 그가 ‘서문’에서 한국을 주변 열강들이 주도권을 다투어 온 발칸 반도에 비유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이다.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한국의 상황을 발칸 반도의 상황에 비교하고 싶다. 한 국은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그 가운데 두 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 라 지배권을 놓고 여러 차례 각축을 벌여왔으며, 세 번째로 러시아가 언젠가 그 각 축전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많은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왕국은 마땅히 알려 져야 할 가치가 있다.” (Le Bois 101)
홍종우의 주된 관심은 ‘효’와 같은 개인 윤리가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 정치적 상황이다. 그는 현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하고자 한 것도 그러한 관심 때문이다. 그는 조선조 말기의 격동기를 살아가면서 강대국들로 인해 고통받는 조국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유럽 유 152 송 태 현 학을 선택한 것은 “강력한 이웃 나라들로 둘러싸여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이 유럽 문명을 수용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음”(Régamey 347)을 자각 했기 때문이다. 홍종우가 파리에 체류하던 시기에 그의 후견인 역할을 감당한 화 가 레가메(Félix Régamey)는 홍종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홍종우는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는 야망이 아주 강하며, 자기 나라를 발 전시키기 위해 유럽 문명을 흡수하길 열망한다. 특히 프랑스의 정치에 관심이 많은 그는, 몇 년 뒤 조선으로 돌아가서 현재의 일본이 있게 한 운동과 비슷한 운동을 이끌기를 원한다.” (Régamey 343) ‘청이 부친 이야기의 변형’ 경우에 순현을 훌륭한 통치를 구현하는 인물로 설 정함으로써 홍종우는 당대에 가렴추구(苛斂誅求)로 신음하던 조선 사회를 간접적 으로 비판하고 부당한 학정을 바로잡는 통치자의 면모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역적 자조미와 그를 추종하는 반역자들을 무찌르는 상생의 이야기를 첨가함으로써 홍종우는 소설의 재미를 더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왕권이 위협받고 또한 불의한 관 리들에 의해 폭정이 자행되는 조선의 상황을 드러내고, 위기에 처한 조선과 국왕 을 구하고자 하는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섬에 유배 된 왕’은 열강에 둘러싸여 제대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을, 국 왕을 구출하고 왕권 회복을 주도한 ‘상생’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열망 을, ‘순현’의 선정(善政)은 개혁을 통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소망을 비유적으로 표 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왕권을 회복한 젊은 왕은 선왕이 공격에 실패한 바 있는 ‘진한’(Tjin-Han)을 정복할 의사가 있음을 순현에게 밝히고 그의 의견을 물었다. 한편, 역적에게 왕위 를 찬탈당한 젊은 왕의 탈출과 복위에 큰 공을 세운 ‘상생’은 역적 자조미와 ‘자신 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가로채고자 한 수룽’을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 득 차 있어 이들의 처벌에 대해 순현에게 문의했다. 젊은 왕과 상생의 문의에 대 한 순현의 대처는 홍종우가 지녀온 통치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가혹한 불행 속에 서도 인류애를 저버리지 않았던 순현은 복수보다 관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는 “전쟁이야말로 최악의 재앙”으로서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희생”시 키는 것으로 규정한다(Le Bois 217-18). 그는 왕족, 관원, 일반 백성, 군인, 범죄자 등 다섯 무리로 구성되어 모인 회합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다.
“백성들은 서로를 살상하는 대신에 서로를 사랑한다면 그들 상호 간의 부(富)를 증 대시키는 관계를 지속시킬 것입니다. 자연이야말로 우리에게 평화의 좋은 예를 보여 주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우리가 길에서 강하고 맹렬한 개가 자신을 방어할 능력 이 없는 약한 개를 공격하는 것을 본다면, 우리는 연약한 개를 도울 것입니다. 왜 우리는 짐승보다도 우리와 같은 존재인 인간에게 더 무자비해야 하나요? 짐승의 세 계에서는 더 강한 짐승이 자기보다 약한 짐승을 죽이곤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짐 승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아닌가요? 따라서 우리가 타인에 대해 관용과 관대함을 지니는 편이 옳지 않습니까?” (Le Bois 218)
순현은 이러한 논리로써 진한을 정복하기 위한 전쟁에 동의하지 않음을 밝히 고, 왕과 순현 자신과 상생의 가족에게 악행을 행한 이들을 정당한 형벌 이상으로 처벌하기보다 오히려 용서함으로써 이들에게 죄를 뉘우칠 기회를 줄 것을 제안한 다. 회합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순현의 이 제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 내재한 홍종우 정치관의 요체는 ‘무고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전쟁 에 대한 반대’, ‘타인에 대해 관용’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합의를 이끄는 의사결 정과정’이다. 국왕이 중요한 국사에 대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재상인 순현 도 백성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비록 왕정의 범 위 내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민주적인 방식이다. 이 세 가지 요소는 홍종우가 프 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프랑스의 정치 현실을 경험하고 또한 프랑스 정치 사상가들 의 저서를 읽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프랑스 제3공화국’을 체험하면서 민주적인 절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또한 볼테르 같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용’ 사상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제3공화국’ 시기는 프랑스 제국주의가 절정 에 이른 시기로서 ‘우등 민족’인 프랑스는 ‘열등 민족’을 식민지로 삼을 권리가 있 다는 명분으로 식민지 확보를 위한 전쟁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다(Manceron 19-37). 홍종우는 ‘강한 짐승이 약한 짐승을 죽이는’ 약육강식의 사회진화론적 관 점을 식민지 정복 전쟁을 정당화하는 무기로 삼은 프랑스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비 판한다.
홍종우는 한국의 현실 정치 속에서 프랑스의 장점(민주적 의사결정과정, 관용)은 받아들이되, 약한 나라를 침공하는 제국주의적 요소는 극복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IV. 결론
홍종우는 번역 작업으로써 프랑스인에게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고, 한 국을 이해시키고자 했다. 그 임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그는 원작 심청전을 축 자적으로 번역하거나 원작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번역하기보다 개작의 길을 선택했 다. 개작을 통해 프랑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상황을 은유적으 로 알려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나아가 자신의 정치관을 피 력하고자 했다. 그가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에서 ‘한국 역사’를 다룬 것은 프랑 스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또한 한국이 유럽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홍종우가 심청전을 번역하면서 원작의 내용을 변형하고, 나아가 다양한 한 국 고소설의 요소들을 차용하여 재창작한 이유는 홍종우가 처한 역사적, 정치-사회 적 상황 인식과 그의 문화적 사명 의식과 관계가 있다. 그는 주변 강대국들에 둘 러싸여 위기에 처해 있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항시 염두에 두고 있었고, 자신이 그 현실을 개선하고 변혁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 했다. 홍종우가 조국에 돌아가서 실행하고자 하는 정치 운동의 핵심을 레가메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한 데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조선을 압박하는 중국, 일본, 러시아로부터의 완전한 독 립,
(2)조선을 온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는 장벽의 철거(Régamey 343).
홍종우 자신 도 다시 꽃 핀 마른 나무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정 부 형태를 유지하면서 유럽 문명을 활용하고자 한다. 이 일에 우리를 돕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존경과 애정을 바칠 것임을 약속한다”(Le Bois 116).
‘공화국’ 체제 속의 프랑스를 경험한 홍종우는 조선이 공화국을 채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기후가 민족의 풍속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고, 정부 형태는 각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 홍종우는 당대의 조선에 적합한 정체 (政體)는 ‘군주제’라고 판단했다(Le Bois 115-16). 그리고 그는 귀국한 뒤 고종의 측근으로서 고종을 보좌하며 일종의 ‘계몽군주제’를 구현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자 노력하였다. 명성황후가 일본군에 의해 시해된 을미사변(乙未事變) 이후 일본 의 진출에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옮겨 거처한 기간 동안 홍종우가 고종에게 조선이 자주 독립국임을 선포하고, 고종을 황제로 높이며 조선의 국격을 대한제국으로 높일 것을 건의(조재곤 148)한 것은 파리 시절부터 홍종우가 간직한 열망, 즉 조선을 이웃 강대국으로부터 독립시키고자 한 열망과 무관하지 않을 것 이다. 그 열망이 이미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반영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변혁의 소망을 담은 작품을 자신이 재창작하 여 프랑스인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다시 꽃 핀 마른 나무’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유배되어 아내를 여의고 자신 의 개안을 위해 희생한 딸과 헤어져 모진 고통 속에 살아가던 맹인 순현이 영원히 잃은 줄 알았던 딸을 다시 만나 눈이 열렸고 또한 재상이 되어 선정을 실천할 수 있었던 사건의 은유이며, 포악한 통치자로 인해 불행 속에 살아가던 백성들이 순 현의 의롭고 관대한 통치로 인해 행복을 되찾게 된 사건의 은유이다. 말랐던 나무 가 “생동하는 봄날의 나무”(les plantes que le printemps vivifie)(Le Bois 218)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보다 연약한 타자를 공격하여 정복하지 않고, 동포에게 사 랑과 관용으로 접근하고, 행악자에 대해서도 가혹한 형벌로써 다스리기보다 선행 의 모범으로써 가르치고자 하는 인간애가 있기에 가능했다. 타자에 대한 존중, 사 랑과 관용, 그리고 인간애는 홍종우가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구현하기를 원하는 열망인 동시에, 한국과 프랑스가 상호 교류할 때 구현되기를 원하는 열망일 것이 다.
주제어: 다시 꽃 핀 마른 나무, 심청전, 홍종우, 한국-프랑스 상호 간의 공감, 재창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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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접수일: 2019. 2. 21 / 논문심사완료일: 2019. 3. 4 / 논문게재확정일: 2019. 3. 13
동서비교문학저널 제47호 2019 봄
Abstract
The Cultural Significance of the French Translation of Shimcheongjeon, Le Bois sec refleuri
Taehyeon Song (Ewha Womans U)
Hong Jong-Ou is the first Korean to translate Korean classics into French. He translated Chunhyangjeon with J. H. Rosny, a French writer, and translated Shimcheongjeon as Le Bois sec refleuri. Through this book, Hong hopes that he will contribute to bringing the two countries closer to each other. Le Bois sec refleuri is a translation that reflects the purpose of Hong, who came to France and experienced European civilization, to inform French about Korean culture, so that French understand and approach Korea. For this purpose, he chose the route of adaptation rather than simple translation. Through the adaptation, he tried to express the political situation of Korea by metaphorically informing the situation of Korea in a way that the French readers can sympathize with, and to express his political views. In this paper, we examine the process of the formation of the text Le Bois sec refleuri and consider how Hong Jong-Ou transformed Shimcheongjeon and further recreated it. Then we examine what cultural significance his adaptation has. This work contains respect for others, love and tolerance, and humanity. These are the aspirations that Hong wants to embody in the political reality of Korea, and the desire to be realized when Korea and France interact.
Key Words: Le Bois sec refleuri, Shimcheongjeon, Hong Jong-Ou, Mutual Sympathy between Korea and France, Recreation of a Novel
Notes on Contributor: Taehyeon Song is Associate Professor at Ewha Womans University. He has published articles on French literature (Voltaire, Rousseau, Bachelard, Durand) and comparative study between Eastern and Western cultures. Song has also written four books, including Great Adventurers of the Imagination, Image and Symbol, Fantasy, and Voltaire and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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