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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한국 신학의 유형화에 관한 고찰 : ‘K-신학의 방법론’을 지향하며/이찬석.협성大

 I. 들어가는 말

 

한류(韓柳, Korean Wave)에서 시작하여 K-pop으로 지평을 넓힌 한국 문화(K-culture)는 이제 접두어 ‘K’를 달고 다양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다. K-문화가 등장하기 오래전 1960-70년대에 한국 신학은 이미 ‘토착화 신학’과 ‘민중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신학적 논의를 전개하였다. 정치 영역에서도 과거에 ‘한국적 민주주의’ 이름으로 한국적인 것을 말하였지만, 한국적 민주주의는 “박정희 정권 당시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전통 사상의 요소를 악용하여 민주주의적 제도의 왜곡을 정당화한 이론적 ‘괴물’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1

그러나 한국 신학은 “사상적인 식민지적 예속에서 벗어 나야 하고, 신학적인 바벨론 포로로부터 해방”2을 강조하며 등장하여 한국 사회에 한국적 주체성에 대한 충격과 도전을 주는 선구자이었다.

 

    1 함규진, “한국적 민주주의의 형성과 민본주의의 역할,” 「정치 ․ 정보연구」 19 (2016), 276.

    2 윤성범, 󰡔한국적 신학: 성의 해석학󰡕 (서울: 조명문화사, 1972), 11. 

 

그런데 이제 한국 신학은 ‘K-드라마’, ‘K-영화’, ‘K-푸드’, ‘K-방역’ 등 창조적 흐름에 모방자가 되기에도 숨이 가쁘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글은 ‘K-신학’을 상상하 면서 한국 신학의 부활을 위한 생각에 집중하려 보려고 한다.

본 논문의 일차적 목적은 그동안 한국 신학을 분류하는 유형화가 신학의 ‘내용’을 중심으로 ‘보수주의’, ‘급진주의’, ‘자유주의’라는 기본적 구조에서 ‘보수신학’, ‘사회 ․ 정치신학’, ‘종교 ․ 문화 신학’으로 이루어졌음을 고찰하는 것이고, 이차적인 목적은 한국 신학이 이제는 ‘K-신학’과 같은 새로운 신학으 로 부활하기 위하여 신학의 ‘내용’만이 아니라 신학의 ‘방법론’을 중심으로 하는 유형화를 발전시켜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국 신학의 유형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이는 소금(素琴) 유동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국 신학을 사상사적인 측면에서 유형화하였고, 이덕주는 한국 교회사 학자로서 ‘토착 교회 사관’의 관점에서, 김경재는 조직신학자로서 한국 신학을 문화 신학과 종교 신학의 관점에서, 최인식은 최근에 ‘음양오행론’에 근거하여 한국 신학 을 유형화하였다. 그러므로 본 논문은 유동식이 시도한 한국 신학의 유형화 를 우선 세밀하게 고찰하고, 그 이후에 이루어진 한국 신학의 유형화를 살펴 보려고 한다.

이 고찰을 통하여 한국 신학의 유형화는 신학의 ‘내용’ 또는 ‘사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이 명료해진다.

결론으로서 본 논문은 창조적 인 한국 신학의 창출을 위하여 한국 신학의 유형화가 ‘신학의 내용’만이 아니 라 ‘신학의 방법론’에 근거하여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 실례로서 ‘비교모델’, ‘해석모델’, ‘구성 모델’을 제시하여 본다.3

 

   3 제19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본 글을 발표하였을 때, 혹자는 ‘내용’과 ‘방법론’을 분리하 는 것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논자의 눈에, 한국 신학의 유형화에서 ‘내용’과 ‘방법’은 분리된다. 다르게 말한다면, 한국 신학의 유형화에서는 ‘주제’ 또는 ‘내용’이 ‘방법’보다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II. 유동식의 유형화: 한국 신학 사상사의 관점

 

유동식의 한국 신학 유형화는 󰡔한국 신학 광맥󰡕4에서 이루어진다.

그는 한국 신학이 한국의 그리스도교 신앙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면서 신앙 운동과 관련하여 한국 신학을 분류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 그리스도교의 신앙 운동은 대체로 세 방향으로 전개되어 갔다.

   첫째는 현실에 절망한 이들 의 교회 내적 운동으로 개인의 영적 구원의 묵시 문학적 종말론에 서서 현실을 극복해 가려는 운동이었고,

   둘째는 현실의 고난과 부조리를 극복해 나가려 는 외향적 신앙 운동이고,

  셋째는 한국의 문화적 전통과의 만남에서 한국 문화와 역사 전체의 의미와 구원을 모색하려는 신앙 운동이었다.

유동식은 한국 신학이 세 가지 신앙 운동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고 보고, 그 세 유형을 ‘교회적 보수주의’, ‘사회적 진보주의’, ‘문화적 자유주의’ 로 이름을 붙인다.5

󰡔한국 신학의 광맥󰡕의 기본적인 구조는 보수주의, 진보주의, 자유주의이다.

시대적 구분은 크게 1900년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신학의 태동 시대, 1930 년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신학의 정초 시대, 1960~70년대는 한국 신학의 전개 시대로 분류한다.

태동 시대는 세부적으로 태동기와 발아기로, 정초 시대는 정초기와 혼란기로, 전개 시대는 개화기와 발전기로 구분한다. 6

 

     4 유동식의 󰡔한국 신학 광맥󰡕은 1982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고, 1999년에 개정판을 내었고, 2009년 에 출판된 󰡔소금 유동식 전집󰡕 제4권에도 실려있다. 본 글에서 논자는 󰡔소금 유동식 전집 제4권󰡕 을 주로 참조하였다.

    5 유동식, “한국 문화와 풍류 신학,” 󰡔소금 유동식 전집 제10권󰡕, 소금 유동식 전집 편집위원회 편 (서울: 한들 출판사, 2009), 316.

    6 유동식, “한국 신학의 광맥,” 󰡔소금 유동식 전집 제4권󰡕, 소금 유동식 전집 편집위원회 편 (서울: 한들 출판사, 2009), 41. 

 

세부 적인 여섯 가지 시기 중에서 유동식이 한국 신학의 유형을 선명하게 분류한 것은 ‘태동기’, ‘정초기’, ‘개화기’, ‘발전기’이다.

유동식의 유형화를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신앙 운동          태동기 (1900-1915)      정초기 (1928-1939)         개화기 (1957-1972)                발전기 (1973-1982)

보수 주의        교회적 보수주의               보수적 근본주의            근본주의적 교리적 이해                  보수신학

                                                                                                     보수주의 신학 사상

진보 주의         사회적 진보주의            사회 참여적 진보주의       진보주의적 역사 이해                      민중신학

                                                                                                      진보주의 신학 사상

자유 주의        문화적 자유주의              종교적 자유주의               자유주의 실존적 이해                     종교신학

                                                                                                      자유주의 신학 사상    

 

유동식은 ‘태동기’에서 길선주를 보수적 근본주의로, 윤치호를 사회 참여적 진보주의로, 최병헌을 종교적 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 제시한다.

근 본주의적 보수 사상은 “기독교의 본질을 개개인의 구령 운동에서 찾고, 하나 님의 절대성을 그의 말씀인 성서”7 에서 찾는다.

유동식의 눈에 길선주는 보수적 근본주의 사상의 상징이며, 한국 장로교회 보수주의 신학 사상 형성 에 초석을 놓은 사람으로, 새벽기도 운동에 적극적이었고 성경 연구에 열의 가 대단하였고 주님의 재림과 종말을 강조하였다.8

진보주의의 상징인 윤치 호는 “학자이기보다 실천가요 선교자”9이었으며, 한국의 구원을 위하여 국 민 전체가 도덕성을 회복해야 하고 기독교가 도덕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윤치호에게 구국의 길은 모든 사람이 기독교의 복음을 받아들 이고 거듭나는 것이며, 정치활동에 참여하여 국가 민족을 구원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선교라고 생각하였고, 그는 실제로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에 참여하였다.10

 

     7 앞의 책, 78.

     8 앞의 책, 80-82.

     9 앞의 책, 70.

    10 앞의 책, 63-65.

 

자유주의 사상의 상징인 최병헌의 대표적 저술은 ‘성산 유람 기’(1907)와 ‘종교 변증론’(1916-20)이고, 유동식은 최병헌에게서 한국 신학의 출발을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최병헌의 일생의 신학적 과제는 재래 종교 와 기독교와의 만남의 문제를 해명하는 것이었고,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 이며 독선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상대주의를 택한 것도 아니 다.

그는 실로 복음적 입장에서 다른 종교와 창조적 접근을 시도하였다.11

유동식은 한국 신학의 ‘정초 시대’의 ‘정초기’를 ‘근본주의적 교리적 이해’, ‘진보주의적 역사 이해’, ‘자유주의적 실존적 이해’로 유형화하면서 상징적 인물로 박형룡, 김재준, 정경옥을 제시한다.

박형룡은 성서 무오류설과 축자 영감설을 근간으로 하여 “교리적 신앙을 앞세운 성서 이해의 유형”12을 지향 한다.

박형룡에게 있어서 신학의 사명은 칼빈주의 개혁과 정통신학을 그대 로 받아서 전달하는 것이었고,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에 파괴적 비평을 가하 여 오류 많은 책으로 인정한다고 비판하고 WCC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13 유동식은 박형룡을 “한국 보수주의 신학의 초 석”14이라고 규정한다.

 

    11 앞의 책, 73-75.

    12 앞의 책, 206.

    13 앞의 책, 286-289.

    14 앞의 책, 207. 

 

진보주의적 역사 이해의 상징인 김재준은 유동식이 보기에, 예언자를 연구한 구약학자로서 역사 참여 의식이 강한 신학 교육자였으며, 장로교를 중심으로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소위 정통주의라는 보수주의 신앙의 진상을 밝히고 한국교회의 자주적인 방향을 처음으로 제시한 신학자였다.

유동식의 눈에 김재준 신학은 한국 역사를 그리스도의 천국 역사로 변질시킨 다는 의미의 ‘그리스도화’를 사명으로 하고, 그가 민주화 투쟁에 적극적이었으나 그의 정치활동은 정당정치가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고백에 입각한 민족선교 또는 민족목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김재준의 꿈 은 주체성을 가진 한국교회를 통해 한국 민족을 살리자는 것이었다고 유동식은 평가한다.15

자유주의적 실존적 이해의 상징으로 유동식은 정경옥을 제시한다.

유동 식은 자유주의 신학을 “신앙의 진리를 시대에 따라 항상 새롭게 형성해 가는 것이 개신교의 원리라고 보는 신학적 경향”16이라고 정의한다.

정경옥은 실 제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나는 신앙에 있어서 보수주의요 신학에서는 자유주의 입장을 가진다.”17

“기독교는 세계의 소유이다. 그러므로 기독교를 해석하는 방법과 그 형태는 각자의 문화 형태에 비추어 향토화하고 시대화 하지 아니하면 안 된다.”18

 

그러므로 유동식은 정경옥을 자유주의자로 규정 한다.

정경옥은 성서를 하나님의 책이면서 인간의 책으로 종교문화에 속한 다고 보았고,19 그가 즐겨 인용한 신학자들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슐라이에 르마흐, 리츨, 바르트 등)이었으며, 그는 계시가 역사인 것을 믿으며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아래 있는 이상 계시라고 보았다.20

유동식이 제시하는 ‘한국 신학의 전개 시대’는 1960년대의 개화기와 1970 년대의 발전기로 나누어진다.

유동식은 “1960년 한국 신학의 특징의 하나는 토착화 신학의 모색과 세속적 신학의 유행”21이라고 보면서 개화기의 한국 신학도 보수주의 신학 사상, 진보주의 신학 사상, 자유주의 신학 사상 유형으로 분류한다.

유동식은 개화기의 보수주의의 신학자로 한철하와 이종성을 든 다.

이들은 보수주의에 속하지만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해 개방적이고 현대 신학 사조에 융통성 있게 적응해 가려는 학자들이었다.22

 

     15 앞의 책, 299-315.

     16 앞의 책, 252.

     17 앞의 책, 249.

     18 앞의 책, 252.

     19 앞의 책, 209.

     20 앞의 책, 250.

     21 앞의 책, 379.

     22 앞의 책, 346. 

 

진보주의 신학은 세속화론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세속화론은 현대 과학기술문명을 배경으 로 기독교의 진리를 재해석하고, 역사주의적 기독교 이해와 세속적 기독교 이해를 강조하였다.

보수주의 사상이 주로 예수교장로회에 속한 신학자들에 의해 전개되었다면, 진보주의적 사상은 주로 기독교장로회에 속한 신학자들 에 의해 전개되었다.

그중에도 대표적인 사람이 서남동이다.

개화기의 진보 주의 신학이 세속화 이론을 그 주축으로 전개되었으나 자유주의 신학은 토착 화 이론을 주축으로 전개되어 갔다.

말하자면 복음과 한국 문화와 만남을 주요 과제로 하고 전개되어 간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윤성범과 유동식 자신이다.23

유동식에 따르면, 한국 신학의 ‘발전기’라 할 수 있는 1970년대는 유신체 제의 상황으로 한국의 교회와 신학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셋이었다.

   첫 번째 는, 교회 내에서의 구령 부흥 운동으로 개인의 영적 구원을 목적으로 하는 보수주의 신학의 길이고,

   두 번째는 혁명적 급진신학인 민중신학 운동으로 사회-역사적 구원을 목적한 진보주의적 신학의 길이고,

   세 번째는 전통적 종교문화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거시적인 종교 신학운동으로 자유주의 적 신학의 길이다.24

 

     23 앞의 책, 350-354.

     24 앞의 책, 378, 389-390. 

 

결국, 개화기의 세속화론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주의 신학은 발전기에 민중신학으로, 개화기의 토착화론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신학은 종교 신학으로 발전하였다고 유동식은 분석하고, 1970년대 진보주의 신학인 민중신학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서남동과 안병무를, 종교 신학의 대표적인 신학자로 윤성범, 유동식, 변선환, 김경재를 제시한다.

전술하였듯이, 유동식의 일관된 신학적 관심사는 한국 신학이었고, 1980 년대에 ‘풍류 신학’을 제창하였다.

그는 풍류도에 대한 현대적 이해로 ‘한’, ‘멋’, ‘삶’으로 설명하면서 ‘한 멋진 삶’으로 풀이하였다.

유동식은 다음과 같이기술한다.

 

“한국 그리스도교의 사상은 이미 풍류 신학적 전개를 해 오고 있다 고도 할 수 있다. “한”과 성부와 보수주의 사상, “삶”과 성자와 진보주의 사상, “멋”과 성령과 자유주의 사상 등의 전개가 그것이다.”25

 

다시 말하면, 한국 신학은 이미 풍류 신학을 펼쳐 왔다는 것이고, 풍류도의 ‘한’의 차원은 보수주 의가, ‘삶’의 차원은 진보주의가, ‘멋’의 차원은 자유주의가 전개하였다는 것 이다.

유동식은 풍류 신학에서 ‘한’을 보수주의 신학에, ‘삶’을 진보주의 신학 (민중신학)에, ‘멋’을 자유주의 신학(토착화 신학, 종교 신학)에 상응시키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이르러서 “예술 신학”을 주창하면서, ‘한’의 차원을 보수신학이 아니라 ‘종교 신학’으로, ‘멋’의 차원을 ‘예술 신학’으로 분류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사적으로 삶의 신학으로서의 민중신학이 전개 되어왔고, 또한 한의 신학으로서의 종교 신학이 시도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풍류 신학이 지닌 앞으로의 과제는 민중신학과 종교 신학을 수렴한 예술 신학의 형성에 있을 것이다.”26

 

       25 유동식, 󰡔風流道와 韓國 神學󰡕 (서울: 전망사, 1992), 219.

       26 유동식, “풍류 신학,” 󰡔한국 신학, 이것이다󰡕, 한국 문화 신학회 편 (서울: 한들 출판사, 2008), 263. 

 

III. 이덕주의 유형화: 토착교회 사관 관점

 

역사 신학자로서 ‘토착교회 사관’ 27을 주장하는 이덕주는 토착화 신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계도 명료하게 지적하면서 1903년에서 1907년까 지 “복음의 수용과 해석의 주역이었던 개종 1세대”28의 한국 신학을 ‘길선주의 계몽주의 내세 신학’, ‘최병헌의 종교 신학’, ‘전덕기의 정치신학’으로 유형 화한다.

 

    27 이덕주는 ‘토착교회 사관’은 한국인의 주체적인 복음의 수용-해석-적용 과정에 주목한다고 주장 한다.

    28 이덕주, 󰡔한국 토착교회 형성사 연구󰡕 (서울: 한국 기독교 역사연구소, 2001), 17. 

 

이덕주는 한국 교회사 학자답게 토착화 신학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기존의 토착화 신학자들은 대부분 조직신학자, 종교철학자, 문화 신학자로 신학 방법론에 있어 서구신학의 사상과 한국 종교 사상을 병렬적으 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토착화 신학은 ‘비교 종교적’ 해석에 머물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사변적 학문으로 진행되어 교회의 현실적 상황과는 거리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토착화 신학은 형질과 성격이 다른 이질적인 두 개의 종교와 문화를 통합하려는 인위적 개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29

 

    29 이덕주, “초기 한국 토착교회 형성과 종교문화-토착화 신학에 대한 역사 신학적 접근,” 「한국 문화 신학회 논문집」 8 (2005), 36; 이덕주, 󰡔한국 토착교회 형성사 연구󰡕, 12-13.

 

이덕주는 ‘토착화 (indigenization)’라는 인위적 개념에 집착하기보다 이미 ‘토착화된 (indigenized)’ 역사적, 종교적 상황에 주목한다.

그는 한국인의 구체적 삶과 종교 현장에서 복음과 한국 문화 전통이 만나 갈등과 조화, 배척과 융합의 과정을 거쳐 역사적 산물로 생성된 토착적 종교체험과 신앙고백을 분석함으 로써 한국인의 삶과 관련된 한국적 신학을 구성하려고 한다.

이덕주는 개종 1세대의 토착 신학운동을 세 가지로 유형화한다.

  첫 번째 유형은 길선주의 계몽주의 내세 신학이다.

길선주는 본래 선도(仙道)를 수행 하여 ‘도인(道人)’의 칭호를 받았으며, 처음에는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부정 적인 선입견을 지녔다. 그러나 기독교를 접하고 신앙 체험을 한 후에 개종하고 평양의 장로회신학교에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다.

이덕주는 길선 주의 신학이 그의 책 <해타론>에서 잘 드러난다고 본다, <해타론>의 형태는 이야기이며 이 세상을 소원성(所願城)으로 보고, ‘성취국(成就國)’을 거쳐 ‘영생국(永生國)’에 이르는 과정을 신앙으로 본다.

<해타론>의 이야기 구조 는 소원성-정의문-모안로-고난산-휴식정-성취국-영생국으로 이루어지는 신앙의 경로이다.

‘정의문’까지는 인간의 도달할 수 있지만, ‘모안로’에서 ‘성취국’까지는 해타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특별한 은총이 필요하다.

흥미로 운 점은 길선주가 결론 부분에서 ‘성취국’에 오른 동양의 종교적 성인들을 소개한다는 점으로 이덕주는 이 점을 길선주가 다른 종교에 대하여 개방적인 입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영생국’의 백성이 될 수 있는 길은 그리스 도교 신앙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리스도교 중심주의 입장을 놓지 않는다.30

이덕주는 길선주의 신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그의 신학은 성경 중심 복음주의 전통에 충실하였다. 그의 부흥 운동을 가능케 한 ‘성령 신학’이나 민족운동의 참여와 회피를 촉구한 ‘종말 신학’이 이 같은 성경과 체험의 결합 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신학을 ‘토착 신학’ 범주에 넣을 수 있다.”31

 

두 번째 유형은 최병헌의 종교 신학이다.

최병헌은 유학자로 전형적인 선비였으며 길선주처럼 처음에는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부정적이었으나, 감리교 선교사 존스(G. H. Jones)의 어학 선생이 되면서부터 그리스도교를 접하게 되었고, 정동교회에서 열린 ‘만국 기도회’(1899)에서 성령으로 거듭 나는 체험을 하였다.

이덕주는 최병헌의 신학을 그의 저술, <삼인 문답>과 <성산 명경>을 중심으로 제시한다.

<삼인 문답>은 ‘전도인’, ‘집 주인’, ‘선비’ 세 사람의 대화이며, 여기에서 최병헌은 그리스도교를 ‘아시아의 종교’로 해석하고, 동양 진리와 서양 진리가 따로 있지 않고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한 다. 32

 

    30 이덕주, 󰡔한국 토착교회 형성사 연구󰡕, 196-209

    31 앞의 책, 209.

    32 앞의 책, 209-214. 

 

<성산 명경>의 저술 동기는 유 ․ 불 ․ 선 동양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기독교 를 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책은 유교를 대표하는 진도(眞道), 불교를 대표하는 원각(圓覺),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신천옹(信天翁)의 대화를 정 리한 대화 소설체 형태를 취하고, 대화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개종에 있으나  다른 종교와의 대화에 있어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절대적 권위와 확신에 근거 하여 대화를 시도하였다.

<성산 명경>에서 최병헌은 다른 종교에 대하여 배타적인 개종의 입장을 지양하고 대화를 통한 개종을 시도한다.

결국, 이덕 주의 눈에 최병헌은 그리스도교 신학의 틀을 갖고 다른 종교를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한국인으로 첫 조직신학자이고, 한국 최초의 종교 신학자이다.33

세 번째 유형은 전덕기의 정치신학이다.

전덕기도 처음에 그리스도교를 배척하며 선교 활동을 방해하였으나, 선교사 스크랜튼(W. B. Scranton)의 병원에서 일하면서 스크랜튼의 민중적 선교 활동과 그의 부인의 가르침에 감동하여 복음에 접근한다.

전덕기는 그리스도인이 된 후에 스크랜튼을 도와 상동교회의 창설 과정에서부터 중심적 역할을 하였고, 후에 담임목사가 된다.

전덕기의 목회에서 주요 대상은 교회 안팎의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었다.

상동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구제를 위한 ‘애율회’ 를 조직하여 제도적인 빈곤 문제 해결을 모색하였다.

전덕기는 민족운동에 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상동교회를 중심으로 김구, 주시경, 이회영, 이준, 등이 함께하는 ‘상동파’가 형성되어 이들이 ‘을사 5조약 무효 상소 운동’, ‘을사 5적 암살 모의’, ‘헤이그 밀사 사건’에 직간접으로 간여하였고, ‘신민회’를 형성 하는데 주요 세력으로 활약한다.

전덕기에게 있어서 기독교 신앙과 민족운 동은 양자택일의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개념이었으며, 그는 그리스도 교인이면 적극적으로 구국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34

그러므로 이덕주는 전덕기에게 “기독교 민족운동가”라는 칭호를 붙인다.35

 

    33 앞의 책, 215-247.

    34 앞의 책, 247-264.

    35 앞의 책, 263. 

 

유동식은 한국 신학이 신앙 운동을 뒷받침하였다고 보기 때문에 한국 신학보다 한국 그리스도교의 신앙 운동을 먼저 고찰한다.

그러나 이덕주는 반대로 고찰한다.

그는 토착 신학(한국 신학)의 결과로 토착 신앙 형태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개종 1세대의 토착 신학은 1907년을 중심으로 형성되었 으며, 1907년을 기점으로 전후 3년 동안(1903-1910) 진행된 부흥, 민족, 신학 운동의 결과로 초기 한국 그리스도교인들의 신앙 양태가 형성되었다. 36

 

     36 앞의 책, 18. 

 

그러 므로 이덕주는 토착 신학을 먼저 분석하고 그 후에 토착 신앙 형태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교회의 기능을 중심으로 하여 ‘통합 지향적 신앙’, ‘분리 지향적 신앙’, ‘변혁 지향적 신앙’으로 분류하고, 신앙의 표현 양식을 중심으로 하여, ‘복음적 신앙’, ‘민족적 신앙’, ‘토착적 신앙’으로 분류한다.

 

IV. 김경재의 유형화: 종교 ․ 문화 신학적 관점

 

김경재는 󰡔해석학과 신학󰡕에서 한국의 문화 신학에 중심을 두고 종교 신학적 관점에서 네 가지 모델로 유형화한다.

이 네 가지 모델은 박형룡의 신학을 파종모델로, 김재준의 신학을 발효 모델로, 유동식의 신학을 접목모 델로, 서남동의 신학을 합류 모델로 분류한다.

이러한 분류는 니버(Richard Niebuhr)가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복음과 문화의 관계를 서구 교회사에서 다섯 가지로 분류하듯이, 김경재는 한국 신학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37

 

     37 김경재, 󰡔해석학과 종교 신학: 복음과 한국 종교와의 만남󰡕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4), 187-188. 

 

김경재의 눈에 박형룡의 파종모델에서 신학적 인식론은 인간이 진리를 이해하고 진리에 참여하는 일정한 자리와 기능을 부정하는 ’초자연주의적 계시 실증주의 신학‘ 입장이다.

성서의 구원 메시지는 하늘의 계시에 입각한 진리의 말씀이지만, 한국의 전통 종교는 땅 위에서 인간이 찾아 구성한 도덕 체계이거나 아니면 우상숭배이거나 비진리를 가르치는 이교 사상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의 구원 패러다임만이 진정한 구원의 길이고, 다른 종교의 구원 패러다임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짓의 길, 사악한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경재는 박형룡의 파종모델은 마침내 진리의 이름으로 십자군 정복주의, 신학적 배타주의를 정당화한다고 평가한다.38

김재준의 발효 모델은 니버의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 모델’을 기반으 로 하며, 우리의 과제는 한국 역사 안에 그리스도의 속량 역사를 조성하여 한국 역사를 그리스도의 천국 역사로 변질시키는 것으로 본다.39

김재준은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의 본질적 선(善)을 긍정하고, 한국의 다양한 고등종교 들은 ‘악마의 소산’도 아니고 ‘인간의 창작물’도 아니고 자유 하시는 성령의 역사에 의한 단편적인 말씀이다.40

이러한 측면에서 김경재의 눈에, 발효 모델은 “포용적 성취설”41이고, 발효 모델의 문제점은 전통문화 유산은 정복 의 대상이 아닐지라도 오로지 변혁의 대상이며 불완전한 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완성되고 성취되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42

김경재는 유동식을 “한국의 대표적인 선교신학자요 주체적인 토착 신학 을 정립한 탁월한 종교-문화신학자”43라고 평가한다.

 

     38 앞의 책, 197-199.

     39 앞의 책, 203-204.

     40 앞의 책, 207-208.

     41 앞의 책, 205.

     42 앞의 책, 208-209.

     43 앞의 책, 211. 

 

김경재에 따르면, 유동 식의 접목모델에서 주요한 관심은 한국의 재래 종교가 복음의 내용을 어떻게 그들의 형식을 통해서 반영하고 있는가에 있으며, 전통 종교들은 자기부정 을 매개로 새로운 존재가 되어 정의와 사랑을 실현할 때 복음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김경재의 눈에 유동식의 접목모델은 ‘그리스도 중심적인 보편주의’로 복음과 한국 전통문화의 동시적 주체성과 상호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선교 신학의 모델로서 뛰어난 장점이 있으나, 접목모델이 지니는 심각한 과제는 종교혼합주의 또는 복음의 상대화 위험에 있지 아니하고, 종교체험의 유형이 다른 종교 간의 ‘지평 융합’ 또는 ‘접목’이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이 다.44

서남동은 민중신학의 과제를 그리스도교의 민중 전통과 한국의 전통이 한국교회의 ‘하나님의 선교’ 활동에 합류되고 있는 것을 증언하는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김경재는 합류 모델로 규정한다.45

서남동의 합류 모델은 살아계신 하나님, 부활의 그리스도가 과거의 전통이나 경전 속에 있지 아니 하고 민중 현실에 현존하는 것으로 보고, 성령론적 해석을 통하여 예수가 나를 위해서 속죄한 것보다 내가 예수를 재현하는 것을 강조한다.46

“합류 모델은 ‘세계를 보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혁하는 과정적 실천’ 의지가 함축”47 되어 있다.

 

     44 앞의 책, 214-216.

     45 앞의 책, 216.

     46 앞의 책, 220-221.

     47 앞의 책, 218.

 

김경재가 보기에 서남동의 합류 모델에서 물려받 은 전통은 해석의 ‘전거’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출애굽 사건이나 십자가 사건이 단순한 전거일 수만은 없다. 특히 복음의 원초적 증언을 담고 있는 예수의 이야기는 다른 많은 민중의 이야기의 특출한 범례로서만 기능하 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구원하는 힘’을 담지한 이야기 사건이어야 한다. 합류모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이 지니는 ‘궁극성’과 옛것 을 새롭게 변혁하는 힘을 지닌 유니크니스를 충분히 담보할 수 없다.”48

 

         48 앞의 책, 222. 

 

 V. 최인식의 유형화: 오미자 모델의 관점49

 

최인식은 K-신학의 방법론으로 ‘오미자 모델’을 구성하기 위하여 한국 신학의 유형을 분류한다.

우선 그는 ‘한국 신학’과 ‘K-신학’을 구분하려고 한 다.

수용자의 차원에서 한국 신학은 한국인에 국한되어 있다면, K-신학은 ‘세계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신학은 한국인이 한국의 현실에 대하여 성서적 관점으로 다양하게 사유하고 행동한 것을 말한 총합이라면, K-신학 이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신학이다. 50

최인식은 K-신학의 구성을 염두하고 한국 신학의 유형을 음양오행론에 근거하여 5가지 범주(영성 신학, 문화 신학, 자연신학, 참여 신학, 교의 신학)로 유형화한다.

  첫 번째의 영성 신학은 목기(木氣)에 상응하는 신학으로 죄와 이에 따른 생노병사(生老病死)라는 운명 아래 놓인 인간 개별자의 영성에 주목하기 때문에, 성령의 인격적 만남과 초자연적 변화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 이 된다.

한국교회의 부흥 운동, 성결 운동, 오순절 은사 운동이 ‘사중 복음 신학’이나 ‘오순절 신학’에 의해 정립된 신학이라 할 수 있다.

영성 신학의 신학적 주제는 ‘사중 복음 신학’과 ‘성령 체험신학’이고, 영성 신학의 한국적 상황은 ‘자본주의’와 ‘빈부 격차’이다.

영성 신학과 관련되는 인물들은 평양 대부흥 주역의 한 사람이었던 길선주, 순교자 이기풍, 이용도, 한국의 무디라 불린 이성봉, 영과 진리, 영적 기독교를 제창했던 최태용, 오순절 운동을 이끈 조용기 등과 같은 인물들이다.51

 

    49 최인식의 논문, “K-신학 방법론: 오미자 모델”은 한국조직신학회가 개최한 2024년 3월 월례 포럼 에서 발표한 논문이며, 아직 미간행 논문이다. 그러나 최인식의 발표 동영상은 유튜브에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BasFKY_tzM&t=20s. 본 논문은 월례 포럼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최인식의 발표 자료를 참조하였다.

    50 앞의 논문, 1.

    51 앞의 논문, 12. 

 

   두 번째의 문화 신학은 화기(火氣)에 상응하는 신학으로 기독교 영성이 한국의 역사 ․ 종교 ․ 학문 ․ 예술 ․ 자연 ․ 사회, 등의 제반 삶의 영역에 퍼져 들어감으로써 나타나는 문화를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문화의 내용이 종교이고, 종교의 형식이 문화라는 명제가 정당한 것으로 확인된다.

변증적 종교 신학을 시도한 최병헌, 한글문화 신학의 기초를 놓은 류영모, 성(誠)의 신학 을 제출한 윤성범, 종교 신학의 문을 연 변선환, 체득의 신학을 실천한 김흥호, 풍류도로 멋의 신학, 예술 신학의 초석을 놓은 유동식 등이다.

문화 신학의 신학적 주제는 ‘토착화 신학’과 ‘종교문화 신학’이고, 한국적 상황은 ‘다종교’ 와 ‘다문화’이다.52

   세 번째의 자연신학은 토기(土氣)에 상응하는 신학으로 흙과 땅과 자연이 오염되고 파괴되는 상황에서 자연의 우주론적 창조의 섭리와 존재 이유를 밝히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

자연신학과 관련된 인물로는 과학과 종교를 성서적 ․ 영성적으로 풀어낸 곽노순, 자연 과학 ․ 신학 ․ 동양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김흡영, 한국적 생명 신학을 제출하는 이정배, 과학과 종교 간의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우식, 생태 여성 신학 이야기를 전개하는 전현식, 강남순, 정미현 등이 있다.53

 

     52 앞의 논문, 11-12.

     53 앞의 논문, 13-14.

 

자연신학의 신학적 주제는 ‘생태 신학’과 ‘과학 신학’이고, 한국적 상황은 ‘생태파괴’와 ‘과학기술’이다.

  네 번째의 참여 신학은 금기(金氣)에 상응하는 신학으로 역사 참여적이고 현장 참여적이다.

남북 분단의 상황, 인권 탄압의 상황, 빈부 격차의 상황, 인격적 차별의 상황, 등 사회 곳곳에 가려져 있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 행동 으로 참여하는 과제를 다루는 것이 금기의 참여 신학이며, 민중신학이 대표적인 참여 신학의 유형에 속한다, 참여 신학과 관련되는 인물로 군사독재정 권이 지배하고 있던 체제하에서 함석헌, 서남동, 안병무 등이다.

다른 한편, 민족 통일을 위한 현실 참여에 투신한 문익환, 박순경(1923~2020), 등에 의해 통일신학을 기대하게 되었다. 54

참여 신학의 신학적 주제는 ‘민중신학’과 ‘통 일신학’이고, 한국적 상황은 ‘독재정치’와 ‘인권 탄압’이다.

 다섯 번째의 교의 신학은 수기(水氣)에 상응하는 신학으로 교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교회의 목회 현장과 복음 전도 현장에 참여했다.

거절과 박해 속에서 진리를 사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앙을 지켜내야 하는 사명을 감당하 기 위해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신앙고백을 핵심적으로 담아내는 권위 있는 전통을 만들어 놓았다.

교의 신학과 관련되는 인물로는 개혁주의 전통에서 는 박형룡과 이종성, 웨슬리안 전통에서는 정경옥, 이명직, 조종남이 대표적 인 학자이다.

초교파적으로는 김광식, 김균진 등이 있다.

더 나아가서 창의적인 K-신학의 교의학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신학으로는 박종천의 “하나님 심정의 신학” 이세형의 “도의 신학” 김흡영의 “도의 신학” 이정배의 “생명의 하느님과 한국적 생명 신학” 등이 있다.55

 

     54 앞의 논문, 12.

     55 앞의 논문, 12-13. 

 

VI. 한국 신학의 새로운 유형화 모색: ‘신학의 내용’에서 ‘신학의 방법론’으로

 

1. 신학의 내용에 따른 유형화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현재까지 한국 신학의 유형화는 주로 신학의 내용, 입장, 주제에 따른 분류이다.

한국 신학사에 있어서 유동식이 처음으로 보수주의, 진보주의, 자유주의로 유형화하였고, 그 이후에 시도된 유형화 세 가지 유형의 범주를 근간으로 삼으면서 신학의 내용에 중점을 둔다.

유동식의 분류에서 ‘보수주의’는 ‘교회적 보수주의’로, 진보주의는 ‘사회적 진보 주의’로, 자유주의는 ‘문화적 자유주의’로 명명한다. 세 가지 유형은 시대가 변하면서 명칭이 변화한다.

보수주의는 태동 시대의 ‘태동기’에는 ‘보수적 근본주의’로, ‘정초기’에는 ‘근본주의적 교리적 이해’로, ‘개화기’에는 ‘보수주 의 신학 사상’으로, ‘발전기’에는 ‘보수신학’으로 명명한다.

진보주의는 ‘태동기’에는 ‘사회 참여적 진보주의’로, ‘정초기’에는 ‘진보주의적 역사 이해’로, ‘개화기’에는 ‘진보주의 신학 사상’으로, ‘발전기’에는 ‘민중신학’으로 명명한다.

자유주의는 ‘태동기’에는 ‘종교적 자유주의’로, ‘정초기’에는 ‘자유주의 실존적 이해’로, ‘개화기’에는 ‘자유주의 신학 사상’으로, ‘발전기’에는 ‘종교 신학’으로 명명한다.

결국, 유동식이 분류하는 한국 신학의 유형화는 시대에 따라 다른 명칭이 붙여지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보수주의, 진보주의, 자유주 의이다.

역사학자로서 ‘토착교회 사관’을 지향하는 이덕주는 이미 토착화된 역사적, 종교적 상황에 주목하면서 개종 1세대의 신학을 길선주의 계몽주의 내세 신학, 최병헌의 종교 신학, 전덕기의 정치신학으로 분류하였다.

토착화 신학에 대한 그의 문제 제기에 드러났듯이, 그는 서구 그리스도교 신학적 개념과 관점에서 한국의 전통 사상을 해석하려고 하지 않고, 이미 한국에 뿌리를 내린 개종 1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신학을 분류하였다.

그런데도 그의 분류에는 유동식이 유형화한 보수주의, 진보주의, 자유주의라는 세 가지 유형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길선주의 계몽주의 내세 신학은 보수주의이고, 최 병헌의 종교 신학은 자유주의이고, 전덕기의 정치신학은 진보주의라 할 수 있다. 이덕주는 이미 복음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한 개종 1세대를 근거로 한국 신학을 분류하지만, 그 기준점은 신학의 내용과 주제에 따른 분류이 었다.

김경재는 종교 신학의 관점에서 한국 신학을 파종모델, 발효모델, 접목모델, 합류모델로 분류하면서 복음과 한국 문화의 관계성에 집중한다.

이 분류는 신학적 입장이라기보다 신학적 방법론에 따른 분류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경재가 각 모델을 분석하는 내용은 유동식의 3가지 유형화에 상응한다.

박형룡의 파종모델은 보수주의에, 김재준의 발효모델은 진보주의에, 유동식의 접목모델은 자유주의에, 서남동의 접목모델은 진보주의에 각각 상응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경재의 유형화는 유동식의 유형화에서 진보주의를 발효모델과 접목모델로 세분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김경재의 유형 화도 신학의 내용을 중심으로 분류하는 유형화이다.

최인식이 오미자 모델로 분류하는 한국 신학의 유형화는 ‘K-신학’을 염두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또한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면서 다양한 한국 신학을 폭넓게 포용하는 유형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인식의 분류에서 ‘교의 신학’은 보수주의에, ‘참여 신학’은 진보주의에, ‘문화 신학’은 자유주의 에 각각 상응한다.

최인식의 오미자 모델은 ‘영성 신학’과 ‘자연신학’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생태계 신학, 영성 신학, 과학 신학 등을 포함하 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오미자 모델도 신학의 내용, 주제에 따른 유형화를 지향하고 있다.

 

2. 신학의 방법론에 근거하는 유형화

 

한국 신학의 유형화가 신학의 내용에 근거하면 신학적 사조에 근거하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서구신학과 유사할 수 있다.

유동식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된 보수주의, 급진주의, 자유주의라는 구조는 이덕주가 지적하듯이 서 구신학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새로운 한국 신학을 위하여 ‘신학의 방법 론’을 중심으로 한국 신학을 분석하고 유형화하는 시도가 발전되어야 한다.

논자는 방법론에 따른 유형화로 ‘비교모델’, ‘해석모델’, ‘구성 모델’을 제시하 여 보려고 한다.

비교모델은 한국적 에토스(한국의 전통문화와 종교)와 복음 과 그리스도교 전통을 비교하고, 해석모델은 한국적 에토스를 중심으로 복 음과 그리스도교 전통을 해석하고, 구성 모델은 한국적이면서 서구적인 혼종적 개념으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구성하는 모델이다.

논자의 눈에 비교모델은 김광식의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신학’과 윤성범의 ‘효(孝)의 신학’ 에서, 해석모델은 유동식의 ‘풍류 신학’과 서남동의 ‘민중신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1) 비교모델

 

김광식의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신학’은 비교모델을 잘 보여준다.

그가 언행일치에 관심하게 된 학문적 동기는 “동서 사상의 대화에서 동양적 사유 의 유형과 서양적 사고의 유형을 대조시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56

김광식은 서양적 사고유형을 ‘분석 종합적 사고’로 동양적 사고유형은 ‘조화 전개적 사고’로 대조하고, 서구의 종교와 신학을 서양의 아프리오리(a priori)로 복음을 해석한 것으로 정의한다.57

서양 문화의 아프리오리는 첫 번째로 모순 대립하는 두 요소가 주어지고, 두 번째로 두 요소의 극복을 위한 변증법적인 운동이 뒤따르고, 세 번째로 포괄적인 전체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소외동기가 서양 문화 아프리오리의 본질이다. 58

서양의 종교성은 소외동기를 본질로 삼기 때문에 서양 종교에서 공통된 점은 모순 대립하는 두 요소로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이고, 인간은 신 앞에서 구원받아야 할 존재이고, 신은 은혜로서 인간과 관계를 정상화한다.59

 

       56 김광식, “토착화 신학의 길,” 󰡔한국 신학, 이것이다󰡕, 한국 문화 신학회 편 (서울: 한들 출판사, 2008), 340.

       57 이찬석, 󰡔글로컬 시대의 기독교 신학󰡕 (서울: 신앙과 지성사, 2013), 57.

       58 김광식, 󰡔언행일치의 신학󰡕 (서울: 종로서적 성서출판, 2000), 150-151.

       59 앞의 책, 148-152. 

 

이 구조로 인하여 서구신학은 죄/구원론적으 로 전개되었다고 김광식은 분석한다.

서양과 반대로 동양의 문화적 아프리 오리는 모순 대립이 아니라 ‘조화 전개의 논리적 통일’로서 소외동기가 없고조화로운 통일이기 때문에 동양의 종교에서 구원은 자기 전개의 형태로 재연 합이 아니라 불완전상태에서 완전한 상태로 펼쳐진다. 60

그러므로 김광식에 따르면, 동양적 종교성에 기초한 복음의 이해는 죄/구원론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언행일치의 인격적 완전성과 불완전성이라는 범주로 이해하는 것이 다.61

비교모델의 또 다른 모습은 윤성범의 ‘효(孝)의 신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윤성범은 서양의 윤리와 동양의 윤리를 비교하면서 서양의 윤리를 개인 윤리로, 동양의 윤리를 공동체 윤리로 규정하고, 그리스도교의 윤리를 동양의 윤리와 동일시한다.

그는 동/서양 윤리를 이렇게 비교한다.

 

“서양 윤리를 개인 윤리라고 한다면, 동양 윤리를 공동 윤리라 불러서 어폐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서양 윤리는 인간의 개인적인 자유와 평등에서부터 윤리 문제를 끌어오는 것에 반해, 동양 윤리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하나의 질서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면 좋겠다.”62

 

더 나아가서 서양 윤리는 이성을 규범 으로 하여 전개되지만, 동양 윤리는 효(孝)를 규범으로 해서 모든 윤리적 문제가 해결된다. 63 윤성범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모두 동양의 종교이므 로 부자(夫子) 관계라는 전통적인 효(孝) 사상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64 결론적으로 윤성범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리스도교 윤리가 서양의 개인 윤리에 의하여 효의 기본 사상을 잊어버리고 남녀 간의 애정으로 전락하 여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므로 양자를 동일시 하면 안 된다. 그리스도교는 원래 동양 종교였다. 모든 사고 양식이 동양적이다. 우리는 이 본연의 그리스 도교의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된다.”65

 

    60 앞의 책, 153-154.

    61 앞의 책, 163.

    62 윤성범, 󰡔孝󰡕 (서울: 서울문화사, 1974), 10.

    63 앞의 책, 16

    64 앞의 책, 17. 

    65 윤성범, “효와 종교,” 󰡔효와 종교: 윤성범 전집 3권󰡕, 편집위원회 편 (서울: 도서 출판 감신, 1998), 290.

 

김광식의 언행일치의 신학은 동/서양의 아프리오리를 비교하면서 서양 적 복음은 소외동기를 출발점으로 하는 죄/구원론적인 것으로, 동양적 복음 은 조화 전개를 출발점으로 하는 언행일치적 완전성와 불완전성으로 제시한 다.

윤성범의 효의 신학은 서양의 윤리와 동양의 윤리를 비교하면서 그리스 도교의 윤리를 서양의 윤리와 구분하고 동양의 윤리와 동일시한다.

동양의 윤리와 그리스도교의 윤리는 효(孝) 사상에 근거하여 공동체 윤리를 지향해 야 함을 강조한다.

결국, 김광식의 언행일치의 신학과 윤성범의 효의 신학은 동서양의 아프리오리와 윤리를 각각 비교하면서 전개된다.

이 두 신학은 ‘비교’가 방법론이므로 ‘비교모델’이라 할 수 있다.

비교모델은 한국(동양)을 서양과 비교하여 차이를 명료하게 드러내지만 동/서양의 공통 분모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2) 해석모델

 

해석모델은 한국의 종교와 문화적 전통을 포괄하는 에토스(ethos)를 규 명하고, 그 에토스를 중심으로 성서와 기독교 전통과 한국을 해석하는 방법 이다.

유동식의 풍류 신학과 서남동의 민중신학이 대표적인 해석모델이다.

유동식에 따르면, “풍류 신학은 한국인의 영성인 풍류도를 해석의 틀로 한 한국 문화와 기독교의 복음 이해를 도모한다.”66

유동식이 제시하는 토착화 신학의 세 단계는 복음의 본질 규명, 한국적 바탕의 파악이고, 이 한국적 바탕 에 어떻게 복음을 해석하고 뿌리 박음으로써 우리의 터전이 힘차게 자라나도 록 하는 것이다.

유동식은 1960년대에 한국의 에토스를 ‘한’으로, 1970년대에 는 ‘무교’로, 1980년대에 이르러서 ‘풍류도’로 규명한다.67

 

   66 유동식, “풍류 신학,” 257. 강조는 논자의 것임.

   67 이찬석, 󰡔글로컬 시대의 기독교 신학󰡕, 43-44. 

 

유동식에 따르면, 복음의 중심은 “성육신과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하나님과 인간이 하나로 통합”68에 있으며, “풍류도의 핵심은 신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데 있다.”69

결국, 유동식의 풍류 신학은 한국의 에토스를 ‘풍류도’로 규정하고, 이 풍류도 에 근거하여 성서를 해석하면서 풍류 신학을 한국 신학으로 제시한다.

서남동의 민중신학은 ‘민중’을 에토스로 삼아서 성서와 기독교 전통을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민중신학의 과제는 기독교의 민중 전통과 한국의 민중 전통이 현재 한국교회의 ‘신의 선교’ 활동에서 합류되고 있는 것을 증언하는 것이다.

현재 눈앞에 전개되는 사실과 사건을 ‘하나님의 역사 개입’ 성령의 역사, 출애굽의 사건으로 알고, 거기에 동참하고 그것을 신학적 으로 해석하는 일이다.”70

여기에서 중요한 단어는 ‘증언’과 ‘해석’이다.

김광식은 안병무의 민중신학은 “주석 이전에 민중 개념”71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유사하게 서남동의 민중신학에서도 ‘해석 이전에 민중 개념’이 있었다.

서남 동에 따르면

“민중신학의 주제는 예수라기보다는 민중이라는 것이다. 민중 신학의 경우에는 예수가 민중을 바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도구의 구실을 하는 것이지, 예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의 구실을 민중 개념이 하는 것이 아니다.”72

 

    68 유동식, 󰡔풍류도와 한국 신학󰡕 (서울: 전망사, 1992), 81.

    69 앞의 책, 43.

    70 서남동, 󰡔민중신학의 탐구󰡕 (서울: 한길사, 1983), 78, 강조는 논자의 것임

    71 김광식, 󰡔토착화와 해석학󰡕 (서울: 대한 기독교 출판사, 1989), 96.

    72 서남동, 󰡔민중신학의 탐구󰡕, 53.

 

예수 이전에 민중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남동은 성서와 한국사도 민중을 중심으로 읽어간다.

출애굽 사건은 노예해방의 사회경제사적 사건이 고, 십자형은 민중이 자기 운명의 주인되는 투쟁의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정점이다.

한국 역사의 첫 번째 단계에서 민중은 지배의 대상이지만, 두 번째 단계에서 민중 자신이 역사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하고, 세 번째 단계에서는 민중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하는 길을 닦아가는 단계이다.

그는  민중 운동의 계보를 동학혁명-독립협회 운동- 3 ․ 1운동- 4 ․ 19혁명으로 제시한 다.73

유동식은 ‘풍류도’를 한국적 에토스로 규정하고, 풍류도를 중심으로 복음과 한국의 종교와 문화를 해석하고, 서남동은 ‘민중’을 중심으로 성서와 한국 의 역사를 해석한다는 점에서 ‘해석모델’이라 할 수 있다.

유동식과 서남동의 해석모델에서 차이는 ‘서구신학’에 관한 것이다.

유동식은 복음은 초월적인 것으로 보고, 서구신학은 복음에 대한 서구적 해석이기 때문에 풍류도의 관점에서 서구신학을 해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남동은 민중신학은 서구신학에 대한 ‘반(反)신학’이라고 보면서도 교회사적 전통에서 ‘요아킴 플로리스’와 ‘뮌처’를 통하여 민중 전통을 읽어간다.74

 

     73 앞의 책, 51-69; 이찬석, “21세기 한국 신학의 방향 모색,” 「한국기독교신학논총」 85(2013), 277-278.

    74 서남동, 󰡔민중신학의 탐구󰡕, 58-62. 

 

3) 구성 모델

 

구성 모델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 한국 신학도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전체적(거시적)으로 구성하여 세계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서의 내용은 태초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거시적이며, 그리스도교의 전통은 2천 년이라는 긴 역사를 품고 있다.

현재까지의 한국 신학은 복음과 그리스도교 전통을 거시적으로 구성하기보다는 한국적 에토스를 규명하고 그 에토스와 복음과의 관계에서 비교(비교모델) 또는 그 에토스를 중심으로 복음을 해석(해석모델)하였다.

해석모델의 민중신학은 출애굽 사건과 십자 가 사건을 중심으로 성서를 민중의 책으로 해석하였고, 풍류 신학은 요한복 음에 집중하였다.

비교모델인 언행일치의 신학은 구원론에 집중하였고, 신 학의 알파와 오메가라 할 수 있는 창조론과 종말론에 있어서는 일식 현상을 보인다.

이제 한국 신학은 성서의 전체적인 내용과 그리스도교 2천 년의 전통을 아우르고, 구원론만이 아니라 창조론에서 종말론에 이르는 거시적 구조 의 구성을 신학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신학은 비교모 델과 해석모델을 넘어서 구성 모델을 전개하여 ‘K-신학’으로 새롭게 부활해 야 한다. 구성 모델이 주목할 필요가 있는 그리스도교의 공식은 <창조-타락-구원> 이다.

많은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교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가르침을 <창 조-타락-구원>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많은 그리스도교인은 성서를 읽어도 이 공식에 근거하여 해석하고, 설교자들의 성서 본문 해석도 이 공식에 근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조-타락-구원>은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폭넓은 성서의 차원을 담아내고, 창조론에서 종말론에 이르는 그리 스도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는 공식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신학은 이제 <창조-타락-구원>과 같이 그리스도교의 핵심을 포괄하는 공식을 한국 적으로 구성하여 세계 신학의 장(場)에 던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의-생명평화> 또는 <태초의 창조-계속적 창조- 새로운 창조>도 새로운 공식이 될 수 있다.75

마치 한국 문화가 접두어 ‘K’로 세계로 지평을 확장하듯이 한국 신학도 한국적 공식의 구성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76

 

    75 제19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흥(興)-한(恨)-정(情)’이 하나의 공식으로 거론되었다.

    76본 논문에 대한 심사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구성 모델과 공식에 관한 자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는 점이었다.

이러한 주제는 본 글에서 지면상 더 자세한 기술이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이 부분 은 본 논문의 한계이며, 향후 논자의 과제로 삼으려고 한다.

 

한국 신학이 구성 모델에 근거하여 ‘K-신학’을 구성할 때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아우르는 글로컬(glocal) 관점과 혼종적(hybrid) 개념을 적극 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실 K-신학은 복음의 보편성과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글로컬 신학이라 할 수 있다. ‘K-신학’은 ‘K-pop’의 특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K-pop’은 “글로벌 문화와 로컬 문화가 교섭된 혼종화 된 글로컬 문화물”77이다.

‘K-pop’이라는 용어는 외국 대중음악인들이 영미권 팝의 문법과 다양한 팝 장르를 혼합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구축한 한국의 아이돌 음악을 지칭하기 위해 기존의 브릿팝(Britpop, 영국), J-pop(일본) 용어를 모방하여 만든 용어이며, 해외인들이 파악한 K-pop의 변별적 특성은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의 혼용, 후크적 후렴, 화려한 군무, 스타의 성실성과 친밀성이라는 독특한 스타일이다.78

 

      77 김수정 ․ 김수아, “‘집단적 도덕주의’ 에토스: 혼종적 케이팝의 한국적 문화 정체성,” 「언론과 사회」 23 (2015), 8.

      78 김수정, “문화는 ‘섞음의 미학’ 통해 발전: 문화민족주의는 경계해야,” 「신문과 방송」 (2023년 5월호), 28. 

 

결론적으로 K-pop의 독특성에서 중요한 차원은 ‘글로컬’과 ‘혼종성’이다. K-pop이 팝의 보편적 측면과 한국의 지역적 측면을 혼종적으로 구성하는 글로컬 차원이듯이, 한 국 신학도 ‘K-신학’으로 부활하기 위하여 복음과 서구신학의 보편적 차원과 한국 전통과 문화의 지역적 차원을 혼종적으로 구성하는 ‘글로컬 신학’이 되어야 한다.

 

VII. 나오는 말

 

한국의 다양한 문화가 접두어 ‘K’를 달고 새롭게 부활하여 전 세계의 주목 과 사랑을 받듯이, 한국 신학도 ‘K-신학’으로 새롭게 구성되어 부활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본 논문은 한국 신학의 유형화가 ‘신학의 내용’에 따른 유형화를 넘어서 ‘신학의 방법론’에 따른 유형화의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본 논문은 ‘신학의 내용’에 근거한 한국 신학의 유형화가 유동식에 의하여 시작된 보수주의, 급진주의, 자유주의라는 구조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신학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고찰 하였고, ‘신학의 방법론’에 근거한 유형화를 위하여 비교모델, 해석모델, 구성 모델을 제안하였다.

21세기는 글로벌과 로컬을 넘어서는 ‘글로컬’이 주목받 으며, 세계성(보편성)과 지역성(특수성)을 아우르는 혼종성(hybridity)이 중 요한 개념이다

. 이제 서구와 한국(동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본 논문은 이제 한국 신학이 복음과 서구신학과 한국적 에토스를 글로컬 관점에서 포괄하는 혼종적 개념으로 구성하는 구성신학을 위하여 신학의 방법론에 따른 한국 신학의 유형화와 구성 모델을 제안하여 보았다.

한국 신학이 ‘신학의 내용’에 따른 유형화와 더불어 ‘신학의 방법론’에 근거한 유형화가 다양하게 이루어 져서 ‘K-신학’으로 새롭게 부활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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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본 논문은 한국 신학의 유형화를 고찰하면서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한국 신학의 창출을 위하여 새로운 유형화의 시도를 제안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본 논문의 일차적 목적은 한국 신학의 유형화가 ‘신학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 어졌으며 이는 유동식의 분류에 기초하고 있음을 분석하는 것이고, 이차적인 목적은 한국 신학이 이제는 신학의 ‘내용’만이 아니라 신학의 ‘방법론’ 중심으로 하는 유형화도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려고 한다. 한국 신학의 유형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이는 유동식이다. 그는 1960년대 12명이나 참여한 한국 신학의 토착화 논쟁에 도화선이 되었으며, 한국 신학의 사상사적인 관점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국 신학의 유형을 분류하였다. 유동식이 분류한 한국 신학의 유형화에서 기본적인 구조는 ‘보수주의’, ‘진보주 의’, ‘자유주의’이었다. 보수주의는 보수신학으로, 진보주의는 사회 ․ 정치적 신학으로, 자유주의는 종교 ․ 신학으로 발전하였다. 유동식 이후로 이덕주, 김경 재, 최인식에 의하여 한국 신학의 유형화가 시도되었다. 이덕주는 한국 교회사 학자로서 ‘토착교회 사관’의 관점에서 ‘길선주의 계몽주의 내세 신학’, ‘최병헌 의 종교 신학’, ‘전덕기의 정치신학’으로 분류하고, 김경재는 문화신학자로서 종교 ․ 문화 신학의 관점에서, 한국 신학을 ‘파종모델’, ‘발효모델’, ‘접목모델’, ‘합류모델’로 분류하고, 최인식은 최근에 ‘음양오행론’에 근거하여 한국 신학을 오미자 모델로서 ‘영성신학’, ‘문화신학’, ‘자연신학’, ‘참여신학’, ‘교의신학’으로 유형화한다. 그러나 유동식 이후에 이루어진 한국 신학의 유형화는 유동식의 보수주의(보수신학), 진보주의(사회 정치신학), 자유주의(종교문화 신학)라 는 기본적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신학의 내용’을 중심으로 삼았다. 본 논문은 후반부에서 21세기 상황에 적합한 한국 신학의 창출을 위하여 ‘신학의 내용’만이 아니라 ‘신학의 방법론’에 따른 유형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져 178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34집 야 함을 강조하면서 그 실례로서 ‘비교모델’, ‘해석모델’, ‘구성모델’이라는 유형 화를 제안한다. 비교모델로서 김광식의 ‘언행일치(言行一致)의 신학’과 윤성 범의 ‘효(孝)의 신학’을 제시하고, 해석모델로서 유동식의 ‘풍류(風流 ) 신학’과 서남동의 ‘민중(民衆)신학’을 분석한다. 본 논문은 21세기의 세계적 상황은 글로벌과 로컬을 넘어서 ‘글로컬’의 상황임을 전제하면서 한국 신학이 ‘K-신학’ 으로서 새롭게 부활하기 위하여 신학적 방법론에 집중하면서 구성 모델을 지향 해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한국 신학이 지향해야 하는 구성 모델은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과 한국적 에토스를 모두 아우르고 통전하는 혼종적 개념을 글로컬 관점에서 구성해야 함을 제안한다. 

 

주제어  한국 신학, 한국 신학의 유형화, 구성 모델, K-신학, 사회 ․ 정치신학, 종교 ․ 문화 신학

 

A Study on the Typology of Korean Theology: Towards a ‘Methodology of Theology’

Chanseok Lee, Ph.D. 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Theology Hyupsung University

The primary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analyze that the typology of Korean theology has been centered on the ‘content of theology’ and that this is based on Yoo Dongsik’s classification. The secondary purpose is to emphasize that Korean theology should now be categorized not only based on the ‘content’ of theology but also on the ‘methodology’ of theology. First, this article examines in detail the typology of Yoo Dongsik classified from the perspective of Korean theological thought. Next, it examines the typology of Lee Deokju classified from the perspective of the indigenous church history, the typology of Kim Gyeongjae classified from the perspective of religious-cultural theology, and finally, the typology of Choi Insik classified from the perspective of the Omija model. In conclusion, this article believes that the exploration and analysis of theological methodology is important for a new Korean theology that is suitable for the glocal situation of the 21st century, and therefore proposes a ‘comparative model’, an ‘interpretive model’, and a ‘constructive model’ as a typology of Korean theology according to  theological methodology. Furthermore, it emphasizes that in order for Korean theology to be revived as ‘K-theology’, it should be composed of a hybrid concept that embraces the gospel, Christian tradition, and Korean ethos from a ‘glocal perspective.’

 

Keywords  Korean theology, typology of Korean theology, constructive model, K-theology, social and political theology, religious and cultural theology

 

 

접수일: 2024년 8월 1일, 심사완료일: 2024년 8월 31일, 게재확정일: 2024년 8월 31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34집

 

 

한국 신학의 유형화에 관한 고찰 &lsquo;K-신학의 방법론&rsquo;을 지향하며 (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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