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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리처드 스윈번의 분석신학적 교회론/김한경.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大

I. 서론

 

본 논문의 목적은 신학과 철학 사이의 학제 간 연구의 한 사조로서 최근 주목을 받고있는 분석신학(analytic theology)의 대표적인 학자 중 하나인 리처드 스윈번(Richard Swinburne)의 교회론을 사례로 삼아 그 논증의 방법 론과 내용, 특성 등을 살펴봄으로써 기독교 교리에 대한 분석신학적 접근의 강점과 약점을 성찰하고 분석신학이 신학 일반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을 검토하 는 데 있다.

마이클 리(Michael Rea)에 의하면 분석신학이란 “분석철학의 스타일, 방 법론, 문헌”을 가지고 신학적 주제들을 연구하는 신학을 말한다. 1

 

     1 Michael Rea, “Introduction,” A Reader in Contemporary Philosophical Theology, ed. Oliver Crisp (London and New York: T&T Clark, 2009), 1. 

 

좀 더 상세 하게는 다음 다섯 가지의 특징을 들 수 있다.

  (1) 형식화되고 논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 문장의 양식으로 철학적 입장을 기술, 

  (2) 정밀성, 명료성, 논리적 정합성 중시,

  (3) 명제적 내용을 침범하는 은유적 장치에 대한 회피,

  (4) 이미 이해도가 높은 기초적 개념들 및 그것들의 견지에서 분석될 수 있는 개념들 을 최대한 사용,

  (5) 개념적 분석을 최대한 증거의 자료들로 취급. 2

 

        2 Ibid.,3

 

분석신학 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여 년 전이지만 용어의 사용 이전부터 이러한 특성을 가진 연구는 있었다.

분석신학을 추구해 온 학자들은 적어도 그 초기 에 있어서는 전문적인 신학자들이 아니라 신학적 관심을 가진 분석철학자 들이었다. 앨빈 플랜팅가(Alvin Plantinga),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 로버트 애덤스(Robert Adams), 매릴린 맥코드 애덤스(Marilyn McCord Adams), 엘레노어 스텀프(Elenore Stump) 등이 그들이며 본 논문에 서 다루는 리처드 스윈번 또한 이러한 집단에 속한 철학자이다.

이 분석철학 자들은 개인적으로는 다소 정통적인 경향을 가진 기독교인들로서 신학적인 주제에 대해 분석철학적인 탐구를 진행해 왔다.

이들이 추구해 온 학제 간 연구로서의 종교철학, 혹은 철학적 신학이 기존 의 종교철학 및 철학적 신학과 다른 것은 기존 종교철학의 관심사가 주로 전통적으로 철학적 성찰의 주제가 되어온 몇몇 특정한 종교적-철학적인 문 제들(신의 속성, 악의 문제, 자유의지론, 종교적 경험 등)에 머물러 있거나 혹은 보다 폭넓은 종교-문화-과학적 주제들(궁극적 실재의 모델들과 그 사회 적 영향들, 영성에 대한 생물학적, 뇌과학적, 심리학적 연구 등)로 확장된 데 비해서 보다 본격적이고 전통적인 기독교적 주제들(삼위일체론, 성육신, 구원론 등)에 대해 분석철학적 성찰을 함으로써 철학과 신학 사이에 가교를 놓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신학은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를 기존 의 신학적, 신앙적 전제 위에서 받아들이지는 않으면서도 대체로 변증론적 인 성격을 띠고 있다.

즉, 분석신학자들은 분석철학적인 방법론으로 기독교 교리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검토함으로써 신학적 전제 위에서 받아들여진 내용들에 대해서 전통적인 신학과는 다른 방법론으로부터 나온 지지를 제공 하는 경향이 있다. 

윌리엄 에이브러햄(William Abraham)이 지적한 것처럼 교의학의 어떤 항목도 종교철학의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3

 

     3 William J. Abraham, “Church,” The Cambridge Companion to Christian Philosophical Theology, eds. Charles Taliaferro and Chad Meister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0), 170. 4 Kanan Osborne, A Theology of the Church for the Third Millennium: A Franciscan Approach (Leiden and Boston: Brill, 2011), 174.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님의 속성이나 자유의지, 악의 존재 등 전통적으로 활발한 철학적 성찰 의 대상이 되어온 교리들은 물론 기적, 천국과 지옥, 성례전 등까지 분석철학 적으로 분석되고 있는 지금도 교회론이 철학적으로 다루어지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난 오스본(Kenan Osborne)이 말한 것처럼 모든 교단의 교회론은 어떤 형태로든 철학적 사고를 포함하고 있다.

더 나아 가, 교회론은 결코 순전히 신학적인 주제로 제한될 수 없다.

사회학, 경제학, 인류학, 정치학적인 요소들이 교회론적 사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 거니와 철학적인 요소는 신학적 요소 다음으로 교회론의 전개에 중요한 의미 를 가진다.4

 

 

스윈번의 교회론은 분석신학에서조차 활발히 다루어지지 못했 던 교회론을 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연구사의 공백을 메우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스윈번의 분석신학적 교회론은 분석신학 일반이 가 지고 있는 신학적 제한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분석신학 자체의 특성에서 나온 이러한 제한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는가에 따라서 분석신학은 신학 이라는 모자이크의 한 부분으로서 공헌할 수도 있고, 혹은 신학적 사유에 제한성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II. 스윈번의 분석신학적 접근

 

스윈번의 분석신학은 영미 철학계에서 반형이상학적 경도를 주도했던 논리실증주의와 일상언어 철학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분석철학자들이 형이 상학적 주제들, 그리고 기독교적 분석철학자들이 기독교 교리들에 대한 철 학적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의 학문적 변화를 반영하 고 있다.

 

1. 분석철학적 변증론

 

스윈번은 기독교 교리들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철학적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철학적 신학 4부작을 발표했다.

  1부 󰡔책임과 속죄󰡕5에서는 인간의 도덕 적 책임, 원죄, 속죄, 성육신의 필요성을,

  2부 󰡔계시: 은유에서 유비로󰡕6에서 는 계시의 필요성, 교회, 신조들, 성서를,

  3부 󰡔기독교의 하나님󰡕7에서는 하나 님의 속성, 삼위일체, 성육신의 가능성과 증거를,

  4부 󰡔섭리와 악의 문제󰡕8에 서는 악의 문제, 창조의 목적, 섭리를 각각 다루었다.

스윈번이 이 4부작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성령론과 종말론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제외하면 기독교 조직신학에서 전형적으로 다루는 주제들을 대체로 포괄하며 그것들과 상응 한다.

스윈번은 이 주제들을 철학적으로 검토하면서 기독교 교리들이 가르치 는 내용이 진리라고 추정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를 묻는다.

스윈번은 이에 대한 “선험적 근거”(a priori ground)가 다소 있지만 교리들의 “주요 근거”(major ground)는 결국 계시가 제공함이 분명하다고 보았다.9

 

    5 Richard Swinburne, Responsibility and Atonement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89).

    6 Richard Swinburne, Revelation: From Metaphor to Analog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1).

    7 Richard Swinburne, The Christian Go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4).

    8 Richard Swinburne, Providence and the Problem of Evil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8).

    9 Swinburne, Revelation, 4. 

 

스윈번의 분석신 학은 이 두 가지 근거를 다 철학적 검토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그 자신이 기독교 신앙인임에도 불구하고 신앙의 관점을 이미 취한 상태에서 관련 근거 를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역사적 논구 방법이 신앙의 관점을 합리적 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즉, 그는 기독교인이지만 기독 교인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비종교적인 학계의 일원으로서의 관점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신학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종교철학에 서는 다수를 차지하는 연구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10

스윈번의 철학적 탐구의 범위는 교리들의 “주요 근거”를 포함하지만, 그의 연구는 그 “주요 근거”에 대한 주요 반응(신앙)의 견지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장르와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스윈번의 이러한 선택은 그의 연구가 기존 조직신학의 일종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의 연구는 위에서 언급한 “분석 신학”, 혹은 “분석철학적 신학” 등으로 부를 수 있으며 기독교 조직신학과 가족 유사성을 지니면서 조직신학 및 다른 여러 사조의 종교철학들과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11

   

      10 신학의 전제가 신앙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은 오늘날 도전받고 있다.

무신론적인 관점에서 신학 을 추구하는 연구에 대해서, F. Leron Shults, Theology after the Birth of God: Atheist Conceptions in Cognition and Culture (London: Palgrave-MacMillan, 2014) 참조.

     11 오늘날의 종교철학 혹은 철학적 신학의 다양한 방향과 적절한 학문적 이름을 둘러싼 논의들에 대해서, Wesley J. Wildman, In Our Own Image: Anthropomorphism, Apophaticism   , and Ultimac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x-xi 참조. 

 

2. 배경적 증거와 역사적 증거

 

스윈번은 기독교 교리가 가르치는 것을 믿을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가 를 묻는데, 그 이유를 성서의 가르침이나 축적된 전통, 개인이나 공동체의 경험에서 우선적으로 찾지 않는다.

스윈번 자신은 성서와 전통과 경험의 진리 지시, 전달, 해석 기능을 인정하지만, 스윈번의 논증에 있어서 더 근원적 인 합리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개연성, 사전 확률 (prior probability), 그리고 내적 정합성 등 일반적인 논증의 도구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스윈번은 계시의 “배경적 증거”(background evidence)와 “역사적 증 거”(historical evidence)를 구분하여 살펴본다.

“역사적 증거”란 말 그대로 역사 연구를 통해서 발견되는 증거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로 든다 면, 부활이 실제 일어난 일임을 뒷받침하는 기록과 증언 등이 역사적 증거가 된다.

역사적 증거는 발견과 검증, 분석에 시간이 걸리고 이에 따라 시간이 흐른 후 결론이 바뀔 수 있다.

더 나아가, 역사적 증거는 독립적으로 평가되기 보다는 관련 주제에 대한 이미 확립된 이론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증거력이 다르게 평가된다는 것이 스윈번의 지적이다.

즉, 이미 확립된 이론이 있을 경우에 그 이론에 부합되는 역사적 증거는 그리 강하지 않더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나 이론에 반대되는 역사적 증거는 상당히 강해야만 증거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때 이미 확립된 이론을 스윈번은 “배경적 증거”라고 부른다.

스윈번은 가상적인 천체물리학 이론과 관측을 예로 들어 두 종류의 증거 사이에 있는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가령 “견고하게 확립된 과학 이론”이 별들 의 폭발을 가능한 것으로 본다면(배경적 증거) 천체에 별의 폭발로 인해 생겼 을 가능성도 있고 다른 원인에 의해 생겼을 수도 있는 파편들이 관측될 때(역 사적 증거), 이 파편들을 별의 폭발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해석” 할 수 있다.

그러나 견고하게 확립된 이론이 별들의 폭발을 불가능한 것이라 고 말할 때 파편들을 별의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파편 생성의 다른 원인이 없었다는 대단히 강한 증거가 있음이 제시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계시를 주셨다는 역사적 증거가 얼마나 강해야 하는가 는 그 증거의 검토 이전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계시를 주시는 것이 “선험적으 로”(a priori)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일인가에 대한 대답에 달려있다. 12

스윈번 은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에 비추어 볼 때 하나님이 계시를 주는 것은 개연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에(배경적 증거) 계시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증거가 역사적 으로 대단히 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역사적 증거) 하나님의 계시를 믿는 것은 합리성이 있다고 본다. 스윈번은 기존 이론의 견고성과 증거 검증의 엄격성이 반비례한다는 이 러한 통찰을 다시 한번 유사한 가상적 천체물리학의 예를 들어 유신론과 계시에 적용한다.

가령, 우주 공간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견고하게 확립된 이론이 있다면 이전에 별이 없던 곳에 새로운 별이 나타났음을 관찰했 다고 보고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며, 이러한 판단은 “정당 한”(justified)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불가능성에 대한 이론 자체가 그리 견고 하게 확립된 것이 아니라면 새로운 별의 출현을 인정하기까지 훨씬 덜 엄격한 증거들이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윈번은 지구와 지구의 생명체 들을 창조한 전능하고 완전히 선한 하나님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상당한 증거 가 있는지를 묻는다.

그는 이에 대한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위에서 언급한 그의 전작들에서 논증한 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 하나님이 인간의 역사 에 개입하여 계시를 줄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한 수단으로서 교회가 세워지고 유권적인 계시 해석을 제공할 가능성 역시 존재하는 것이 된다.

이때 하나님의 개입과 계시에 대한 주장이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역사적 증거는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진 하나님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약할 때에 비해 훨씬 적어도 될 것이다. 13

     

     12 Swinburne, Revelation, 2.

     13 Ibid., 69. 

 

이와 같이 교회론을 그 일부로 포함하고 있는 스윈번의 분석신학적 계시론은 그가 이전 연구들에서 이미 논증한 신 존재론의 기반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3. 합리적 정당성과 사전 확률

 

스윈번이 “증거”를 논할 때는 이것이, 예컨대 다른 많은 유신론적인 철학 자들이 신의 존재 등의 문제에 대해서 “증거”를 제시할 때와 마찬가지로, 증명을 하는가 혹은 못 하는가의 문제가 아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며, 스윈번이 주장하 듯이 교회가 원천적 계시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전달하고 있음이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플랜팅가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 증거 제시가 증명이 아니라 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증거라 고 추정되는 것”(alleged evidence)에 근거해서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것이 “합리적으로 정당화(rationally justified) 될 수 있는가”이다.14

스윈번은 교회의 계시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또 다른 논증적 틀로서 “사전 확률” 개념을 사용한다.

확률론 및 결정 이론에서 사용되는 베이지안 사전 확률(Bayesian prior probability) 이론과 깊은 연관 없이, 스윈번은 교회가 “계시라고 주장하는 것의 사전 확률”(the prior probability of a purported revelation)을 고려한다.

이것은 교회가 제시하는 계시 주장 그 자체 외에 다른 근거에서 계시의 진실성을 판단했을 때 그 개연성이 얼마나 되는가를 묻는 개념이다.

예컨대 교회가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교리가 설령 거짓이 아니라 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주에 대한 깊은 진리들 혹은 (인간) 행위의 중요한 측면들”15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다시 말해서 교회가 주장하는 진리가 진리로서의 진정한 중요성과 필요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교회가 계시라고 주장하는 것이 진정한 계시일 사전 확률은 상당히 떨어지게 되며, 그에 따라 계시의 전달자 겸 해석자로서의 교회의 진실성도 저하된다 는 것이다.

 

    14 Alvin Plantinga, “Reason and Belief in God,” Faith and Rationality: Reason and Belief in God, eds. Alvin Plantinga and Nicholas Wolterstorff (Notre Dame: University of Notre Dame Press, 1983), 29-30.

   15 Swinburne, Revelation, 212.

 

스윈번의 사전 확률 개념은 여러 다른 근거들에 대입하여 점검할 수 있다.

만약 사전 확률이 높지 않다면 비록 교회가 가르치는 계시의 역사적 증거가 강하다고 할지라도 교회의 신뢰성은 저하된다.

역사적 증거와 배경 적 증거가 중요한 상관관계 속에 있듯이, 교회의 역사적 논증들도 교리들의 사전 확률 정도와 관계가 깊다.

 

III. 계시의 보존자와 해석자로서의 교회

 

스윈번은 하나님이 존재하며 계시를 주셨을 개연성이 높다는 전제16 하 에, 기독교 계시의 문서들(성서와 신조들) 및 기독교 계시의 기관들(교회)에 대한 성찰을 전개한다.

여기서 스윈번이 성서와 교회 둘 다를 계시의 내용으 로 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물론 교회는 계시의 전달자와 해석자이지만 그 전달과 해석의 과정에도 계시적인 성격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스윈번은 교회 를 “기독교 계시의 기관들”17이라고 부르고 있다.

교회 자체에 계시적 성격이 있다고 보는 것은 스윈번이 “원천적 계시”(original revelation), 즉 “예수의 말들, 행동들, 예수와 사도들이 해석한 구약의 가르침”18의 해석 기관에 대한 하나님의 계속적인 인도가 원천적 계시를 밝혀주는 또 다른 계시적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6 스윈번은 우주의 존재, 법칙에 의해 지배받는 우주의 정밀함, 인간의 의식과 도덕적 자각, 기적의 증거와 종교적 체험의 문제 등을 자세히 검토하면서 이러한 증거들을 종합해 볼 때 고통의 문제 등 몇몇 반대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존재할 개연성이 더 크다고 논증한다. Richard Swinburne, The Existence of God (Oxford: Clarendon Press, 1979).

     17 Swinburne, Revelation, 2.

    18 Ibid., 118. 

 

스윈번의 교회론은 교회의 본질과 정의를 다각 도로 규정하면서 심화시키는 일반적인 조직신학적 교회론과는 달리 거의 전적으로 계시의 기관으로서의 교회의 기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스윈번의 교회론은 단선적이며 종합적 시야가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스윈번은 교회가 없었다면 계시의 수용과 전달과 올바른 해석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특히 계시의 올바른 해석은 성서 자체가 주지 못하며 오직 교회의 기능을 통해서만 주어진다고 보는 등 교회의 중요성을 매우 높게 평가하지만 교회의 공동체성, 종말론적 성격, 올바른 계시의 전달 을 넘어서는 사회적 기능 등 교회론의 수많은 중요한 문제들을 논하지 않는 시야의 한계를 보인다.19

 

    19 Ibid., 189, 200, 255, 256. Richard Swinburne, “Authority of Scripture, Tradition, and the Church,” The Oxford Handbook of Philosophical Theology, eds. Thomas P. Flint and Michael C. Rea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19. 이 각주에 제시된 스윈번의 연구들은 각각 1991년과 2009년에 발표되었으나 두 연구에서 스윈번의 교회론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1. 계시의 이유와 핵심적 내용

 

스윈번은 전지전능하고 선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에 는 상당한 근거가 있으며, 따라서 이 믿음은 합리적으로 정당화된다고 주장 한다.

이러한 믿음에서 다른 많은 믿음의 내용들이 도출되며, 이 글의 주제인 계시의 보존 및 해석 기관으로서의 교회의 신적 기원도 여기에 포함된다.

스윈번에 의하면 하나님은 인간을 선을 행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이 선을 행하는 것을 돕고자 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20

그리고 인간이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선이 무엇이고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다소의 정보를 가질 필요”21가 있으므로,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좋은 삶의 조건을 제공해 주려고 하듯이 인간이 영원한 안녕을 누리기를 원하는 하나님은 그를 위한 정보를 인간에게 제공할 것이라 고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20 Ibid., 70.

      21 Ibid., 71. 

 

스윈번은 또한 “인간의 자연적 이성”이 이러한 하나님의 계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 계시들이 명제적인 형태로 주어져 야 한다고 지적한다.22

이렇게 해서 전달된 계시의 핵심적 내용을 스윈번은 “삼위일체, 성육신, 구원”23이라고 요약했다.

교회에 대한 교리도 핵심적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여겨진다.

스윈번은 죽음 이후 두 부류의 운명이 갈라진다는 교리,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탄생했고 인간 아버지가 없었다는 교리 등 전통적인 중요 교리 들을 기독교의 핵심에서 가깝지만 핵심 교리 자체는 아니라고 그 중요성을 다소 낮춰서 보는 가운데서도 교회가 기독교 계시의 전달자 역할을 하나님으 로부터 부여받았다는 것은 중요도가 매우 높은 기독교의 핵심 교리로 본다. 24

계시의 전달자로서 교회의 역할이 삼위일체, 성육신, 구원과 같은 소수 핵심 교리의 한 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스윈번은 위에서 말한 명제적 계시를 중요시하지만, 행동을 통해 주어진 계시에도 주목한다.

스윈번은 예수가 성찬 등의 행위를 통해 열두 제자들을 세운 것은 당시의 맥락에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와의 강력한 연결 구조를 나타내는 행동이었다고 지적한다.

이 새로운 이스라엘은 선택받아 계시의 해석자가 되는 공동체이다.25

 

     22 Ibid., 72.

     23 Ibid., 212.

     24 Ibid., 214.

     25 Ibid., 107.

 

그리스도가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만약 그리스도가 자신의 메시지가 계속적 으로 전파되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자기 메시지를 미래 세대를 위해 의도했었다고 생각할 이유가 우리에게 없었을 것이기 때문 이다.

스윈번은 그리스도가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증거가 “상당하다”고 보았 으며 비록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그 정도의 역사적 증거로도 교회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26

 

    26 Ibid., 110. 

 

이 역사적 증거를 뒷받침하는 배경적 증거, 즉 하나님이 존재하며 계시의 보존과 전달을 위해 이런 활동을 하실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교회의 필요성을 도출하는 사고 과정

 

스윈번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들이 미래에 자유의지를 어떻게 사용하 여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아는 지식이 하나님에게 없다는 주장27 등 정통적 인 기독교 신학에서 벗어나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기독교의 전통적인 신관에 부합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유신론에 대한 그의 철학 3부작28에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증거가 있다고 이미 논증했 기 때문에 철학적 신학 4부에 이르러서는 하나님의 존재를 “핵심적 추 정”(crucial assumption)29으로 전제한 채 여러 기독교 교리에 대한 평가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전제한 스윈번은 그다음 질문 으로서, 하나님이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고 계시를 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다.

이에 대해 스윈번은 긍정적인 답변을 제시한 다.30

 

     27 스윈번에게 있어서 이것은 전지성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스윈번은 전지성의 범위에 자유의 지를 가진 존재들의 미래 선택에 대한 지식이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28 Richard Swinburne, The Coherence of Theism (Oxford: Clarendon Press, 1977); The Existence of God; Faith and Reason (Oxford: Clarendon Press, 1981).

     29 Swinburne, Revelation, 5. 30 Ibid., 70.

 

교회론은 계시에 대한 스윈번의 철학적 성찰의 한 부분으로서, 그의 4부 작 중 두 번째 책인 󰡔계시: 은유에서 유비로󰡕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스윈번은 먼저 계시에 대한 믿음의 합리적 근거를 질문한다.

과연 기독교가 가르치는 것처럼 하나님이 어떤 진리들을 인류에게 계시하셨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은 다음과 같은 많은 중요한 물음들과 관계 되거나 그들을 함축하고 있다.

계시의 신뢰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계시 전달의 형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만약 계시의 외적 형태가 역사적 사건이라면 그러한 사건의 내적 의미는 무엇인가?

사건은 스스로를 설명해 주지 않음을 감안할 때 계시적 사건의 의미는 어떠한 방법으로 명료하게 파악될 수 있는가?

만약 계시가 글과 책이라는 형태로 주어졌다면 그것이 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위의 질문들은 계시에 대한 중요한 문제들의 일부일 뿐이다.

스윈번은 위와 같은 종류의 질문들에 대한 검토의 연장선상에서 교회의 필요성과 필연성을 도입하고 있다.

스윈번의 사고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계시는 명제적 형태를 포함하지 않고서는 분명하게 이해될 수 없으므로 성서가 주어 졌다.

성서는 그것이 계시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계시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에 열려 있다.

그리스도는 계시가 성서의 일차적인 수용 대상 이외의 세대들에게도 전달되기를 의도했기 때문에, 성서에 대한 유권적인 해석을 제공하는 공동체로서 교회를 세울 의도를 가진 행위를 했 다.

교회가 제공하는 유권적 해석은 배경적 증거와 역사적 증거의 지원을 받으며, 연역이 아니라 도출이라는 방법으로 계시를 해석 및 전달하고 있 다.31

이 해석은 일부 오류 가능성을 포함하면서도 핵심적인 문제에 있어 신뢰성이 있을 확률이 높다.32

 

    31 여기에서 ‘연역’은 명제를 전제로 하여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결론을 이끌어내는, 본질적으로 논리학적인 추론을 의미하는 데 반하여 ‘도출’은 보다 광범위하고 일반적이며 모호한 교리 정립 의 과정 전체를 말한다.

만약 교리 정립의 과정이 도출이 아니라 연역이라고 할 수 있다면 스윈번 이 주장하는 교회의 계시 전달 및 해석 기능은 그 필요성을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므로 스윈번의 교회론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도출 모델이 긍정되어야만 한다고 할 수 있다.

    32 Swinburne, Revelation, 81-4, 107-10, 113, 118, 119-45, 147, 163, 175-8, 184-209, 211-24, 228. 

 

3. 교회의 기본적 신뢰성

 

원천적 계시는 당대에 직접적인 청중에게 들려짐으로써 끝나지 않고 후대와 타문화권에 전달 및 해석되도록 의도되었다.

이렇게 계시의 내용을 한 문화권에서 다른 문화권으로,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옮길 때 그 과정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 교회와 같은 기관이 필요했다는 것이 스윈번 교회론의 중심 주장이다.

스윈번은 이것을 하나님의 선택이라는 견지에서도 조명하지 만,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필연적인 과정으로 본다.

스윈번의 신론을 전제 할 때 이때의 필연조차 하나님의 속성 및 선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야 하지만 스윈번은 교회론의 직접적 맥락에서는 메시지 전달의 기본 조건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하여 스윈번은 하나님이 해석의 올바름을 보증 할 “교회를 제공해야만” 했으며 교회는 “계시의 해석자로서 하나님의 승인” 을 받았다고 주장한다.33

스윈번에게 있어서 원천적 계시 자체는 종결된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전달하고 해석하는 계시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신학적 용어를 빌리면, 스윈번의 교회론에서 참된 교회의 표지는 올바른 교리의 전수에 있다.

그러나 올바른 교리의 전수는 결코 원천적 계시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스윈번은 올바른 교리를 가지고 있는 교회를 분별하기 위해서 목적과 조직의 연속성이라는 기준34을도입하는데 그 이유는 올바름의 원형이 그리스도의 계시를 직접 받은 사도들이 세운 교회에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33 Ibid., 81.

     34 스윈번은 올바른 교리의 문제를 직접 다루기 전에, 로버트 노직의 동일성과 연속성의 원리를 차용하여 참된 교회를 분별하는 예비적인 개념의 틀을 제시한다. 한 단체가 여러 가지 변화에도 불구하고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기준은 두 가지, 곧 목적(aim)과 조직(organization)의 연속성에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에서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다면 그 단체는 동일한 단체이다. 스윈번은 대학과 체스 클럽의 예를 든다. 옥스퍼드 대학이 14세기에 설립되었을 때의 목적인 교육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면 목적의 연속성이라는 면에서는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의 연속성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조직의 연속성이 없다면 동일한 단체라고 할 수 없다. 가령 옥스퍼드 대학의 재정난으로 인해 미국의 어느 대학이 옥스퍼드를 인수했다면 비록 교육과 연구라는 목적이 계속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 대학은 더 이상 옥스퍼드 대학이 아닐 것이다. 조직의 연속성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동일성을 위해서는 조직으로서의 연속성 또한 필요하다. 가령 어느 체스 클럽이 정관에 의해서 조직 구성, 임원 선출, 회원의 가입과 탈퇴, 그리고 정관 개정의 절차 등을 정해놓았다면 같은 정관을 따르는 한 그 체스 클럽의 조직으로서의 연속성은 확보되는 것이다. 목적과 조직의 연속성이 둘 다 보장되어야 단체로서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 교회의 경우 목적은 교리에 해당하고 조직은 가시적 교회의 구성적, 역사적 특징에 해당한 다. 스윈번은 기독교회의 수많은 교파와 교회들의 사이에는 목적과 조직에 있어서의 연속성이 상당히 있다고 평가한다. Robert Nozick, Philosophical Explanations (Oxford: Clarendon Press, 1981), 1장; Swinburne, Revelation, 120-23.   

 

계시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스윈번은 사도적 교회가 원천적 계시를 맡은 기관이므로 교리에 대한 최고의 해석은 사도적 교회와의 근접성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35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부활로써 결정적으로 하나님의 승인을 받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는 제자들을 통해서 자신의 일을 이어 가게 하고 가르침을 전달하게 하려는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담당 기관인 교회가 이러한 원천적 계시에 대해서 올바른 내용을 전달해 주는 기관으로서 기본적으로 신뢰받을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스윈번은 성서의 역사적 정확성에 대해서 많은 부분 회의적이지만 위의 두 보도, 즉 부활과 교회의 제정에 대한 성서적 보도는 상당히 정확한 보도라고 받아들이고 있 다. 그리고 두 성서적 보도를 디딤돌로 삼아 교회의 계시 해석 기능을 기본적 으로 신뢰하고, 다시 이 신뢰성에 근거하여, 즉 이번에는 복음서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증거의 유력함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을 정경으로 택한 교회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해서 “교회가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는 그것을 예수 가 실제로 가르쳤다”고 긍정한다.36

 

      35 Swinburne, Revelation, 123.

      36 Ibid., 113.

 

4. 교회에 의한 교리의 도출

 

스윈번에 의하면 교회가 원천적 계시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기 독교 교리들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스윈번은 교회가 성서로부터 교리를 도 출해 온 과정은 재진술이 아님은 물론이고 단순하게 연역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한다.

스윈번은 “도출 과정은 연역 과정이다”37라는 관점을 피력한 대표적인 경우로 수아레즈의 계시론을 비판하고 있다.

수아레즈는 “형식적 계시”(formal revelation)와 “실질적 계시”(virtual revelation)를 구분한 후, 다시 전자를 다음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1) 성서,

  (2) 교회,

  (3) 성서로부터 의 연역,

  (4) 보편적으로 계시된 진술과 자연적 이성에게 알려진 특정한 진술 로부터의 연역.

이 경우 교회는 (1)의 전달자이며 (3)과 (4)의 실행자이다.

결국 교리는 교회의 연역 작업의 산물이라는 주장인 것이다.38

연역에 대한 이러한 주장은 성서가 명확하게든 함축적으로든 교회가 제 정한 신조들과 교리들의 내용을 이미 담고 있다는 견해를 반영한다.

그러나 스윈번은 사건으로서의 계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문장으로 표현되어 야만 그 의미가 드러나듯이, 문장으로서의 계시 역시 그것을 해석하는 다른 문장에 의해서만 의미가 드러나게 된다고 지적한다.39

 

     37 Ibid., 132.

     38 Ibid., 133.

     39 Ibid., 134. 

 

다시 말해서, 성서의 문장들은 해석되기 이전에는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 도 많기 때문에 단순한 연역으로 교리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

그러나 성서에서 교리가 연역되지 않는다는 스윈번의 주장은 성서에 교리가 함축되어 있지 않다거나 교리가 자의적인 발전의 결과로 나왔다는 뜻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스윈번의 주장하는 것은 성서에 함축되어 있는 내용을 교리로 도출하는 과정이 연역보다 복합적이고 미묘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리를 도출하는 올바른 과정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는 결국 명확 하지 않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서 스윈번은 일단 사도적 교회를 “가장 잘 계승하는” 교회에 해석의 권한이 있다고 지적한다. 40

그러나 스윈번의 이러한 관점은 교리 도출의 과정에 대해 존 헨리 뉴먼이 말한 교회무오설이나 교권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스윈번은 교회가 성서로부터 연역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도출한 교리들 중 핵심 교리들에 대해서만 “기본적으로”(basically) 신뢰성이 있다고 인정해 주고 있다.41

 

      40 Ibid., 141.

      41 Ibid., 212f. 

 

그 이면에서 스윈번은 상당한 정도의 모호성과 오류 가능성을, 심지어 그것들의 미덕과 함께, 염두에 두고 있다.

 

IV. 교회의 계시 해석과 모호성

 

위의 논의에서 스윈번이 복잡한 교리 도출의 올바른 과정을 분별하기 위해서 원천적 계시를 직접 받은 사도적 교회와 가장 근접한 교회의 유권적 해석을 수용할 것을 제안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상당한 임시성과 유보성을 포함한 제안이며, 그 이유는 계시 전달 과정 자체에 내포된 모호성 및 교회의 교리 도출과정의 여러 한계에 있다.

따라서 스윈번이 사도적 교회와의 근접성을 중시한 것을 단순히 과거의 출발점으로 회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진한 원시주의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스윈번은 원천적 계시의 모호성과 그에 따라 사도적 교회로부터 이미 시작된 복잡하고 오류들이 배제되지 않은 해석의 역사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그리하여 스윈번은 성서가 얼마나 원천적 계시를 드러내 주고 있는가를 묻는다.

물론 이 질문은 그 성격이 철학적이라고 할지라도 역사비평 등의 성과를 고려하지 않은 진공 상태의 선험적 질문으로 제시될 수는 없다.

역사비평의 성과들을 고려하여 스윈번은 성서가 “원천적인 계시를 희미하게 나타내는 그림”42을 보여줄 뿐이라고 지적한다.

 

    42 Ibid., 124. 

 

만약 스윈번의 성서관이 맞다면 기독교회가 단순히 성서의 내용을 재진술함으로써 교리와 신학을 형성하지 않은 것은 당연 하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윈번은 교회의 계시 해석 과정과 내용에 담겨 있는 모호성과 한계에는 철학적, 신학적, 영적 유익이 있다고 주장한다.

 

1. 모호성의 원인

 

기독교의 오랜 지적 전통이 제공하는 통찰 중 하나는 하나님은 계시 중에 도 숨어 계신다는 것이며, 따라서 계시란 보여줌과 동시에 감춤이라는 것이 다.

계시는 그 내막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모호성이 남아있지 않게 되는 비밀과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실체의 일부가 열리더라도 다른 일부는 항상 닫힌 채 남아있어서 결코 전부를 파악할 수는 없는 신비와 같은 것이다.

스윈번의 계시론과 교회론도 이러한 성찰을 포함하고 있다.43

 

    43 신비 개념의 신학적 중요성에 대해, Steven D. Boyer and Christopher A. Hall, The Mystery of God: Theology for Knowing the Unknowable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12).

 

그러나 스윈번은 원천적 계시가 불명확해지는 이유를 우선은 계시와 세 계의 만남에서, 구체적으로는 계시가 어느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전달되 는 데서 찾는다.

역사적인 기독교회의 성서 해석은 계시와 인간 기록자 사이 의 거리를 인정해 왔기 때문에 그 거리를 인정하지 않는 다른 경우, 예컨대 코란의 경우와는 달리 극단적인 문자주의에 사로잡히지 않았고 따라서 다음 세대들의 열린 해석 작업이 가능하며 필요한 것이 되었다.44

성서의 영감을 강하게 긍정하는 복음주의자들의 절대 다수도 역사적 기독교회의 주류와 함께 인정하듯이 성서는 코란의 해석자들이 코란에 대해서 주장하는 것처럼 신적 구술을 받아쓰기 방법으로 적어놓은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성서의 글자 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다른 문화, 다른 세대에 그 의미의 동일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번역되고 이식되는 작업을 별도로 필요로 한다.

스윈번은 이 전달 과정에서 계시 메시지는 “불가피하게 명확도가 떨어지게 될 것”45이라 고 지적한다.

모든 메시지가 이미 자리 잡은 문화의 틀 안에서만 유통되는 현상이 계시 수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스윈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지식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관심사와 흥미에 이르기까지도 자신들의 문화에 의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하나님이라고 할지라도 이들에게 모호하지 않고 문화적으로 독립적인 설명들을 제공할 수는 없다.46

 

스윈번은 “문화적으로 독립된 계시”는 있지만, 이것조차 불명확성 아래 가려져 있다고 보았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윈번은 예수에 대한 신약성서의 핵심적 증언은 신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가르침 전체를 “일반적인 역사적 탐구”를 통해 “높은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알아낼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는 복음서와 서신서들은 “다양한 해석에 대해서 너무 취약하고 열악하거나 편파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한다.47

 

    44 Swinburne, Revelation, 83-4.

    45 Ibid., 80.

    46 Ibid., 81.

    47 Ibid., 109.

 

성서 본문을 둘러싼 해석상의 모호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사도적 교회와 연속성을 가진 후대 교회의 교리적 “틀”에 의한 교리 도출이며, 스윈번은 이 틀이 계시 해석의 중요한 시금석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48

그러나 이 틀에도 역시 모호성이 있으며 과연 어느 교회가 사도적 교회와 어느 정도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목적과 조직을 기준으로(각주 34 참조) 역사적 연구를 수행해도 교회들의 복잡한 분열 과정 등으로 인해 불명확한 문제로 남을 수 있다.

그리하여 교리 도출 과정의 모호성에 대해서 스윈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경이 있을 때 교리가 도출되는 자료는 단순히 성서만일 수는 없고 오히려 하나의 전통 안에서의 성서이며, 해석의 균형이다… 그러나 이 전통은 기록되지 않은 전통이기 때문에, 그리고 대부분 예배, 실천, 신학에 함축되어 있는 균형의 문제이 기 때문에, 연역적 논증에서 부가적인 전제를 형성하기에는 지나치게 모호하 다.49

 

스윈번은 하나님이 영감을 주셨지만 성서 기록자들이 여러 한계로 인하 여 그 영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며 중요한 문제에서조차 작은 오류들 을 범했다고 본다.

스윈번은 이를 천재(하나님)가 작곡하고 지휘하는 교향곡 (성서)을 열심히 연주하려고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인 연주자들(교회)이 공 연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50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천재 작곡가의 곡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채 잘못된 연주(잘못된 교리)를 할 때도 있겠지만 전체적으 로는 그의 인도를 받아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스윈번에게 있어서는 복음서를 배운 후에도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시야를 가지고 있는 것이 교회의 현주소이며(고전 13:12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 고후 5:7,이는 우리가 믿음으로 행하고 보는 것으로 행하지 아니함이로라 ), 이는 계시의 기본 성격이기도 하다.51

 

    48 Ibid., 141-2.

    49 Ibid., 139.

    50 Ibid., 198.

    51 Ibid., 223. 

 

2. 모호성의 미덕

 

스윈번에 의하면 계시는 불명확성과 해석 과정의 오류를 원천적으로 배 제하는 식으로 주어지지 않았으며, 계시가 그러한 성격을 띠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것들, 심지어 방사선까지도 막아주는 밀봉된 유리 상자에 담긴 황금 판이 하늘에서 내려오기를 기대하는가?

아니면 사물들을 바라보는 전체적인 방식이 한 공동체의 문서들에 심겨지고, 그리고 그 공동체의 계속적인 노력으로 밝혀지 는 그런 계시를 기대하는가?52

스윈번의 수사학적 질문들에 대해서 반문을 해보자.

왜 우리는 유리 상자 에 담긴 황금 판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가?

오류가 가득한 눈을 가지고 읽어도 모두에게 그 뜻이 명확하게 다가오고 모호성이 없이 맑고 밝기만 한 그런 진리의 금문자로 된 계시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역사적으 로 교회의 계시 해석과 실행에 오류가 많이 있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스윈번에게 있어 뉴먼식의 교회무오설53은 설득력이 없다.

스윈번은 교황과 마리아에 대한 교리 및 유대인 박해 정책과 강제 개종 정책 등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교회의 교리적, 정책적 오류들을 인정한다.

교회 안에 있는 개인들도, 단체들도, 심지어 “여러 세대에 걸쳐” 오류에 빠진다.54

 

    52 Ibid., 217.

    53 John Henry Newman, An Essay on the Development of Christian Doctrine (Notre Dame: University of Notre Dame Press, 1994).

    54 Swinburne, Revelation, 82.

 

그렇 다면 계시가 이러한 것들을 방지할 만큼 명확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왜 바람직한 것인가?

교리 도출의 과정이 보다 분명하게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이에 대한 스윈번의 대응은 자유의지 논증(free will defense)이나 소위 영혼 성숙의 신정론(soul-making theodicy)을 희미하게 연상케 하는 논의이 다.

스윈번은 비록 오류의 유혹이 있지만 인간 편에서의 정직한 진리 탐구가 주는 유익이 크다는 점을 부각한다.

그는 하나님과 인생의 진리에 대해서 “인간이 나름대로 결론을 추구하는 일”에 “큰 가치”를 부여하면서, 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계시가 인간의 진리 탐구의 길잡이가 되기에는 충분해야 하지만 모든 것을 밝혀주기에는 불충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럴 때 해석 공동체와 그 공동체의 계속적인 질문과 모색, 재해석 노력이 의미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55

스윈번은 계시의 목적이 인간에게 “완전한 지식”을 주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진리에 대한 정직한 추구를 통해서 하나님에 관한 일들 에 대한 이해를 스스로 신장하게 하는 데 있다”56라고 주장한다.

정직한 진리 추구의 과정에는 지적인 모색과 그것의 조건인 반대 견해에 대한 평가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예컨대 성부가 성자와 동일본질을 가지고 있는지 유사본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오랜 논쟁은 그것 자체가 진리 추구의 가치 있는 한 장면을 이룬다는 생각인 것이다.

스윈번은 명확한 교리만이 아니라 불명확한 성서가 있어서 이러한 추구가 가능해지며, 해석 공동체인 교회가 성서 자체로써가 아니라 자신들이 해석한 핵심 교리들을 중심으로 성서 각권과 각 부분의 본래의 역사에서 나온 “평상적 의미들”(normal meanings)57조차도 재해석하는 과정이 크게 보아서 올바른 교리 도출을 가능케 한다고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55 Ibid., 210.

   56 Ibid., 222.

   57 Ibid., 138.

 

V. 결론: 분석신학의 공헌과 제한된 교회론의 문제

 

스윈번의 분석신학적 교회론은 신학적, 사회과학적 범주에서 주로 논의 됐던 교회론을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기독교적 분석철학의 관심사와 논증 방법을 사용하여 다루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그의 교회론은 단순히 기독교 교리에 대한 성찰이 학제 간 연구의 관점에서 논의될 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정도의 의의를 넘어서서 신학적 사유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주며 동시에 제한된 교회론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1. 주관적 경험에서 객관적 논증으로

 

스윈번은 다른 교리들에 대한 그의 철학적 논의들과 마찬가지로 교회론 과 계시론도 증거에 기반하여 전개한다.

다시 말해서, 교리들이 믿음의 표현 이고 또한 믿는 바라고 할지라도 거기에도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작하여 관련 증거들을 검토하고, 기독교 교리의 개연성 을 평가하며, 내적 정합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교리에 접근한다.

이러한 전제와 접근은 전형적인 신학의 방법론, 특히 현대신학의 방법론과 대조된 다.

현대신학의 커다란 부분은 기독교 계시에 대한 믿음이 그에 관련된 증거 가 없더라도 합리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들, 혹은 기독교 신학의 진술들은 아예 증거 기반의 합리성과 관계가 없는 주관적 가치의 세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들에 의해 이끌어져 왔기 때문이다.

스윈번은 이를 칸트(I. Kant)와 키어케고어(S. Kierkegaard)의 영향을 받은 “지난 2세기 동안의 사상가들”58이라고 부른다.

도널드 겔피(Donald Gelpi)의 저서 제목 대로 이러한 경향을 “현대신학에 있어서의 경험으로의 전환”59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58 Ibid., 217-8. 

     59 Donald L. Gelpi, The Turn to Experience in Contemporary Theology (New York and Mahwah: Paulist Press, 1994).    

 

칸트가 신에 대한 형이상학적 지식을 순수이성에게는 취득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을 때, 키어케고어가 진리의 주관성을 통해 역사적 예수와 자신을 가르고 있던 1900여 년 역사의 “추악한 간극”을 뛰어넘 고자 했을 때, 루터의 “오직 믿음”에 대한 루터교 신학자 불트만(R. Bultmann) 식의 해석이 역사적 예수에 대한 증거의 필요성을 믿음의 독자성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여 부정했을 때, 이들 모두가 현대신학의 큰 흐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기들이 되었다.

이에 반해,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등의 개혁주의 철학이 토마스 리드 (Thomas Read)의 상식 실재론에서 새로운 철학적 출발점을 마련하고 현대 신학에 미친 칸트의 반형이상학적 그림자를 걷어내고자 하는 것처럼, 60 스윈 번적인 증거에 기반한 계시론과 교회론은 비단 이 특정한 교리들을 넘어서 서, 기독교 교리와 신학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잊었던 객관성과 더 나아가 공공 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0 Nicholas Wolterstorff, “Is it Possible and Desirable for Theologians to Recover from Kant?,” Modern Theology 14 (1998), 1-18. 월터스토프는 칸트의 형이상학적 회의주의보다 감각 정보에 더 높은 신뢰성을 부여하는 스코틀랜드 상식주의를 신학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스윈번은 사전 확률 및 배경적 지식의 개념을 사용하여 성서의 증거에 대한 평가절하가 당대의 문화적 편견 에 대한 수용적 자세에서 나온 것일 수 있음을 상기하게 했다.

증거 중심주의 와 객관성을 무시한다면 이는 기독교 교리의 테두리를 좁게 만드는 신학적 지엽주의(parochialism)로 치우칠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객관적인 근거에 대한 논의의 세계에서 물러가 버린 신앙주의(fideism)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이는 신학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교회 현장의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다. 교리 적 성찰과 교육을 통해 진리의 전달자로서 역할을 하는 일보다 시대의 문화적 감수성을 담아내는 감정적 호소력을 키우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지는 교회들이 목회 현장에서 늘어갈 때, 스윈번의 분석신학적 교회론이 강조하는 엄밀한 논증과 객관성, 공공성의 방향이 교회 현장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 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제한된 교회론의 문제

 

인간의 이성적, 합리적 능력에 대한 스윈번의 견해가 바람직한 신학의 한계치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의 교회론과 계시론이 상당히 주지 주의적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사실 교회론의 위치 자체가 문제를 이미 배태하고 있었다.

스윈번에게 있어 교회론이 계시의 맥락에서 신조 및 성서 와 함께 다루어지면서 교회의 본질은 계시 전달과 해석 기능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스윈번은 교리 해석 공동체와 사도적 교회 사이에 존재하는 목적과 조직에 있어서의 연속성을 말하지만, 그러한 논의에는 교회가 유기 체적인 생명력이 있는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성령의 능력으로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며 사회적 변혁을 끌어 내는 교회의 기능, 교회 공동체 안팎의 사람들에게 성령의 능력을 통해 성결 과 정서적 변화와 삶의 전인적 도약을 끌어내는 교회의 역할은 스윈번의 교회론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성령의 능력에 대해서는 무관심 하고 오로지 개인의 윤리 의지의 결합에서 교회의 의미를 찾는 칸트조차 교회의 윤리적 기능과 공공선을 위한 역할을 옹호한 바 있는데, 분석적 신학 의 방법론으로 기독교의 주요 교리들을 포괄한 스윈번의 사상 체계 안에서 교회론이 이처럼 제한된 형태로 머무는 것은 분석신학이 향후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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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분석신학이란 분석철학의 스타일, 방법론, 문헌을 활용하여 기독교 신학 및 종교철학의 주제들을 탐구하는 분야로서, 그 시작에 있어서는 보다 일반적 인 종교철학적 문제를 주로 다루었으나 최근에는 전통적인 기독교 교리에까지 그 사유의 주제를 확장시키고 있다.

본 논문은 이렇게 신론, 그리스도론, 구원론 등 여러 기독교 교리를 탐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방법론적 조력 및 내용적 보충 을 제공하고 있는 분석신학적 접근법이 유독 교회론이라는 주제에 있어서는 활용된 사례가 상대적으로 희소하다는 연구사적 공백을 메우고자 시도한다.

이를 위해 분석철학자이며 분석신학자인 리처드 스윈번의 교회론을 사례로 삼아 스윈번이 채택하고 있는 논증의 스타일, 방법론, 문헌을 분석하고 설명하 면서 그 의의와 한계를 살펴본다.

스윈번의 분석신학적 교회론, 그리고 더 나아 가 분석신학적 접근법 일반은 주관주의에 경도된 경향이 있는 현대신학 전반에 필요한 객관적이고 엄밀한 논증 기반의 교리 이해를 제공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윈번의 교회론이 교리적 주제로서의 교회의 종합적이고 통전적인 측면들을 다루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교회의 본질과 의미의 상당 부분 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주로 논리적인 논증에만 치우침으로써 그의 교회론 이 제한된 교회론에 머물게 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주제어  리처드 스윈번, 분석철학, 분석신학, 교회론, 계시  처드 스윈번, 분석철학, 분석신학, 교회론, 계시 

 

Abstract

Richard Swinburne’s Analytic Theology of the Church

Han-Kyung Kim, Ph.D. Adjunct Professor, Department of Theology Westminster Graduate School of Theology

Analytic theology explores various themes in the philosophy of religion and theology using the style, methodology, and literature of analytic philosophy. Initially, analytic theology focused on general topics in religious philosophy. Over time, it has broadened its scope to include more traditional Christian doctrines, providing valuable methodological tools and supplementary content. However, it has often avoided delving deeply into specific doctrinal themes, such as the doctrine of the church. This essay aims to address this gap by examining analytic philosopher and theologian Richard Swinburne’s analytical approach to the doctrine of the church. It analyzes and explains the style, methodology, and literature employed by Swinburne, highlighting both their contributions and limitations. The essay argues that while Swinburne’s analytical approach to the doctrine of the church, and analytic theology in general, provides a rigorous logical foundation for modern theology and understanding Christian doctrines, it also leaves out much of the theologically rich content associated with the doctrine of the church. Consequently, despite offering clear logical justifications, Swinburne’s approach may limit a more comprehensive understanding of the church.

 

 Keywords   Richard Swinburne, Analytic Philosophy, Analytic Theology, Doctrine of Church, Revelation

 

 

접수일: 2024년 8월 10일, 심사완료일: 2024년 8월 29일, 게재확정일: 2024년 8월 31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3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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