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Ⅱ. 트라우마
Ⅲ. 성장치유모델
Ⅳ. 치유를 통한 성장
Ⅴ. 맺는 말
요 약 문
본 연구는 마음의 상처를 의미하는 트라우마(trauma) 증상을 치유하기 위해, 대승불교 유식학에서 도출한 성장치유모델을 제안하고 그 현대적 유용성을 탐색하였다.
성장치유모델은 트라우마 증상을 극복하는 과정을 단지 치료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으로 보는 관점에서 제안된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트라우마 증상이 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트 라우마를 번뇌로 보고, 유식학에서 분류한 번뇌의 종류 가운데 트라우 마 주요 증상에 해당하는 분노[진(瞋)], 불안[도거(掉擧)], 우울[혼침(昏 沈)]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유식학의 수행오위(修行五位)를 기반으로 성 장치유모델을 구성하였다.
성장치유모델은 3단계로서 첫째, 선심소(善心所)의 함양, 둘째, 사심 사관(四尋伺觀)과 사여실지관(四如實智觀)을 통한 마음의 상처치유, 셋째, 마음의 질적인 변화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단계인 선심소의 함양에서는 자비심을 통한 분노의 다스림, 평정 심을 통한 불안의 다스림, 가볍고 편안함을 통한 우울의 다스림에 주 목하여 실천방법을 제안하였다.
제2단계에서는 사심사관과 사여실지관 을 적용하여 트라우마 증상인 분노,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 정서의 본질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소멸하는 메커니즘과 실천방법을 제시하였 다. 이어서 제3단계인 가행위(加行位)에서 통달위(通達位)에 이르는 과 정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마음의 질적인 변화[전의(轉依)]로 해석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필자는 이 논의를 토대로 서양의 ‘외상 후 성장’과 성장치유모델을 비 교하여, 성장치유모델이 근원적으로 트라우마 증상을 치유하는 데 도움 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주제어 트라우마, 성장치유모델, 외상 후 성장, 선심소, 사심사관, 사여실지관, 전의
Ⅰ. 들어가는 말
본 논문은 트라우마(trauma) 증상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승 불교 유식학에서 성장치유모델을 도출하고, 그 현대적 유용성을 논의 하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코로나19 펜 데믹은 우리의 마음에 많은 상처를 남겨 놓았다. 가족, 친구, 지인 등 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에는 우울과 불안 그리고 분노 등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 스타인 전쟁은 사람들에게 또다시 트라우마를 남길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가 트라우마에 대해 정의한 이후, 트라우마는 서양의 정신분석학에서 중요하게 다루 어져 왔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트라우마란 외부로부터 큰 충격을 받 았을 때 마음에 생긴 깊은 상처이다.
이후 서양의 정신분석학에서는 ‘트라우마’를 심적 외상(心的外傷, psychological trauma)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심적 외상은 전쟁이나 자연적 재난, 범죄 등과 같은 사 건 또는 개개인의 삶의 기반 전체를 흔들리게 하는 사건으로 생긴 심리적 경험을 말한다(Calhoun & Tedeschi, 1999).
이 정의를 기반으로, 정신분석학에서는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하듯 이 마음의 상처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하여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출치료, 안구운동 민감 소실ㆍ 재처리 요법(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현재 실행되고 있다.1)
1)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3121402343 (2024.7.15. 검색). 이 치료법들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노출치료’는 트라우 마를 일으킨 원인을 노출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소공포증이 있는 경우 직접 높은 곳에 서 뛰어내리게 하는 치료법이다. ‘안구운동 민감 소실 재처리 요법’은 트라우마를 떠올린 후 눈을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가며 움직이는 치료법이다. 이때 뇌가 자극되어 긍정 적 감정이 더해져 해마에 재저장된다고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비합리적인 사고와 역 기능적인 신념을 찾아내어 그 타당성을 검토하고 변화시키는 심리치료법이다. 그리고 ‘약물치료’는 주로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시행된다. 치료방법과 치료 기간은 환자마다 다르다.
이뿐만 아니라 19세기에 불교가 서양에 전해진 이후, 동양의 불교 명상과 서양과학의 융합연구가 나타나면서 현대인에게 마음의 상처 에 대한 새로운 치유방법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명상이 스트레스를 완 화할 수 있다는 존 카밧진(Jon Kabat-Zinn, 1944-)의 마음챙김에 근 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 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연구가 그 예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양에서는 동양의 불교에 기반한 자비, 또는 자 기 자비기술 및 마음챙김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연구가 제안 되었다. 그 예로 우선 서양의 임상심리학자인 드보라 리(2023)의 연 구를 들 수 있다.
그녀는 트라우마로 인한 뇌와 몸의 변화를 고찰하 고 트라우마 생존자를 위해 자비중심치료의 적용방법을 제시하였다.
이 연구의 특징은 트라우마로 인한 뇌의 변화, 정서조절체계의 갈등 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였다는 점에 있다.
또한 데이빗 A. 트렐리븐(David A. Treleaven, 2023)은 마음챙 김 수련자[트라우마 피해자]들이 마음챙김 명상 중 트라우마를 재경 험[해리 또는 과도한 정서적 각성]하여 그 증상이 더 심해지는 현상 에 대해, 신경생리학적 원리에 기반하여 상담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데이빗 A. 트렐리븐은 이 방법으로 마음챙김 5 가지 원칙(각성의 역할, 두려움/부동 악순환 중단, 해리와 작업하기, 관계성, 사회적 맥락을 이해)을 제안하고 있다.
이 연구의 특징은 트 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수련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발생되는 현 상을 포착하여 그 대처방법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이점에서 이 연구는 현대인에게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된다.
한편 서양의 라첼 골드스미스 트로우(2019)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 마음챙김, 자기자비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 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는 동서양의 융합적인 방법을 통해 실증적인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 다. 또
한 본 논문의 주제인 성장치유모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 지만 마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어서 아쉬운 면이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고대 동양에서 형성된 대승 불교 유식학에서 마음의 변화과정을 세밀하게 제안하고 있는 수행관에 주 목하여 트라우마 치유방법을 탐색하고자 한다.
마크앱스타인(2014) 이 붓다에게도 트라우마가 있었으며 붓다의 구도기는 트라우마의 극 복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듯이, 필자는 트라우마의 극복 과정을 단지 치료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으로 보고, 그 치유 메커니즘으로서 성장 치유모델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우선 트라우마의 의미와 대표 증상들을 살펴본다. 다음 으로 유식학에서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고찰하고, 이 를 기반으로 필자가 만든 성장치유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나아 가 서양의 심적 ‘외상 후 성장(PTG, Post-Traumatic Growth)’과 성장치유모델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성장치유모델의 의의 와 그 현대적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Ⅱ. 트라우마
1. 트라우마 증상
‘트라우마’란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tk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 곧, 마음의 상처를 말 한다.
구체적으로 아동학대, 학교폭력, 성폭력, 교통사고 등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 또는 코로나19 팬데믹,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전 쟁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 등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이다.
트라우마는 언제든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의학용어로 ‘외상’을 의미하지만, 정신분석학에서는 ‘영 구적으로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 ‘정신외상’이라고 한다.2)
그리고 이 ‘트라우마’로 인해 나타나는 주요 증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라고 한다.3)
외상 후 스 트레스 장애(PTSD)는 심각한 외상을 겪은 후에 나타나는 장애를 일 컫는다.
이것은 자동차, 버스, 비행기 등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와 개 인적 피해를 주는 폭행, 테러, 강간 그리고 홍수, 지진, 폭풍, 화산 폭 발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받은 충격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 을 때 생겨나는 장애이다.
이 PTSD의 여러 증상 가운데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 3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경험(reexperience)’이 있다.4)
이것 은 마음에 상처를 남겼던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면 그 상처가 떠올라 심한 마음의 고통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부언하면 ‘재경험’ 이란 꿈이나 반복되는 생각을 통해 상처를 다시 경험하는 것을 의미 한다.
둘째, ‘회피(avoidance)’가 있다.5)
이것은 트라우마와 관련된 기억,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인물, 사물, 장소, 상황 등을 피하려는 증 상이다.
셋째, ‘과각성(hypervigilence)’을 들 수 있다.6)
2) 트라우마라는 말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히스테리 연구의 시작으로 무의식에 집중하 면서 창시되었다(안환기(2021a), 2479-2480).
3) 홍현미ㆍ정영은(2022), 1.
4) John N. Briere, Catherine Scott 저, 이동훈 외 역(2020), 77.
5) 라첼 골드스미스 트로우 저, 송승훈ㆍ신지현 역(2019), 166; John N. Briere, Catherine Scott 저, 이동훈 외 역(2020), 36-37.
6) John N. Briere, Catherine Scott 저, 이동훈 외 역(2020), 37.
이 증상은 자율신경계가 과하게 각성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과각성’으로 인해 잠들지 못하거나 분노의 폭발, 지나친 경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PTSD의 주요 증상과 동반되는 흔한 증상으로 우울, 불안, 집중 곤란, 인지기능의 어려움 등이 있다고 한다.7)
이상의 증상을 살펴볼 때, 트라우마는 정서와 인지작용을 부정적으 로 변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곧 트라우마는 ‘공포’, ‘분노’, ‘죄책감’, ‘수치심’ 등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지속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며, 또 한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정적 인지작용 을 발생시키기도 한다.8)
7) John N. Briere, Catherine Scott 저, 이동훈 외 역(2020), 26-30.
8) 피터 레빈 저, 서주희 역(2014), 31-37.
2. 트라우마와 번뇌
필자는 ‘트라우마’ 증상이 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 ‘트라우 마’를 불교의 ‘번뇌’로 해석하고자 한다.
특히 마음의 작용 모두가 ‘종 자’로 알라야식에 저장된다고 보는 유식학의 견지에서, 트라우마를 ‘번뇌종자’로 본다.
유식학에 따르면 ‘번뇌[트라우마]’는 마음[알라야식]에 종자(種子)로 저장되었다가 외부에서 자극이 왔을 때, 기억으로 떠올라 일상의 삶 을 방해하는 작용을 일으킨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 가운데 ‘재경험’이 그 예가 된다. 과거에 학교폭력을 경험했던 사람이 드라마에서 그러한 장면을 보았을 때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이 떠올 라 괴로운 경우가 이 ‘재경험’에 해당한다.
유식학의 견지에서 해석해 보면, ‘재경험’은 알라야식에 저장되어 있던 ‘번뇌종자’가 마음에 명확 히 떠오르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조금 더 분석해 보면, ‘재경험’은 ‘정서’와 ‘인지’작용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마음에 상 처를 입힌 사건과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옛 사건이 마음에 떠오르는 현상을 경험한다.
그들은 이때 그 현상을 인지하면서 고통을 재경험한다.
이것은 인지작용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정서를 다시 경험하는 현상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 가운데 다른 하나인 ‘회피’ 또 한 인지와 정서의 복합적 현상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부정적 정서가 떠오르면서 그 상황을 인지했기 때 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9)
이처럼 ‘정서’와 ‘인지’는 대부분 함께 작 용한다.
‘정서’에 기반을 두고 ‘인지’ 작용이 생겨나기도 하고, ‘인지’ 결과에 대한 집착을 통해 ‘정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트라우마는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10)
9) 사실 유식학에서는 인지와 정서라는 말이 없다. 하지만 필자는 유식학을 포함해서 불 교에도 분별이라는 인지적인 면과 집착이라는 정서적인 면이 존재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불교에서는 말하고, 행동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작용을 인지작용으로 볼 수 있는 분별의 작용으로 본다. 그리고 여기에 집착의 작용이 가해지면서 정서로 볼 수 있는 고통이 생겨난다고 해석하고 있다.
10)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5)(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2013))에서는 트라우마가 생겨나는 배경 및 원인을 다음 과 같이 분류한다. ① 외상성 사건(들)을 직접 경험한다. ② 다른 사람에게 발생한 사 건(들)을 직접 목격한다. ③ 외상성 사건(들)이 가족, 가까운 친지 또는 친한 친구에게 발생한 것을 알게 된다. 단 가족, 친척 또는 친구에게 발생한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은 그 사건(들)이 폭력적이거나 갑자기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④ 혐오를 불러일 으키는 세부적인 사항에 반복해서 지나치게 노출된다(예: 변사체 처리의 최초 대처 자, 아동학대의 세부적인 사항에 반복해서 노출된 경찰관) 존 브리에르ㆍ캐서린 스코 트, 이동훈외 4인 역(2020), 3-4.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로 인해 고통 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건을 경험했더라도 모두 똑같이 반 응하지 않는다.
필자는 유식학의 ‘종자’의 견지에서 해석하면, 이 현상이 더 명확하 게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곧 유식학에 따르면, 사람들 각각의 알라야식에 쌓여 있는 ‘종자’의 내용은 서로 다르다.
각자 살아온 경험의 영 역과 그 내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내적인 힘[무 루종자(無漏種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건에 영향을 받지 않 고 일상생활을 이전처럼 보낼 수 있다.
한편 어떤 이에게는 이 사건 이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따라서 트라우마 증상이 심각하게 나 타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인지적으로 사태를 명확히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 다른 한편 어떤 사람에게는 트라가 외부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건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할 때 우마 증상이 즉시 나타나지 않다가 이후에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트라우마인 번뇌 종자가 마음에 잠복해 있다그 종자가 현현 하여 고통을 자각하게 되는 현상이다.
3. 유식학의 번뇌 분류
그렇다면 유식학에서 번뇌는 어떻게 분류되는가?
유식학에서는 마 음을 5위100법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번뇌’를 ‘심소법’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유식학의 ‘심소법’에는 ‘부정적 심소’인 ‘번뇌심소’, ‘소수번뇌심소’, ‘중수번뇌심소’, ‘대수번뇌심소’가 있으며 ‘긍정적 심소’인 ‘선심소’가 있다.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선심소’에는 해탈에 이르도록 마음의 터전을 닦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 정서작용으로서 믿음[信], 노력하는 마음[精進], 참회하는 마음[慚], 부끄러워하는 마음[愧], 탐내지 않는 마음[無貪], 화내지 않 는 마음[無瞋], 몸이나 마음이 가볍고 편안함[輕安], 멋대로 하지 않는 마음[不放逸], 평온한 마음[行捨], 해치지 않는 마음[不害]이 있다.
그 리고 긍정적 인지작용으로서 어리석지 않은 마음[無癡]이 있다.11)
한편 ‘번뇌심소’는 해탈에 방해되는 마음의 작용으로서 여기에는 탐 욕[貪], 성내는 마음[瞋], 자신이 타인보다 뛰어나다고 여기는 마음[慢] 의 부정적 정서작용과 어리석은 마음[無明], 불교의 진리를 의심하는 마음[疑], 올바르지 않은 견해[不正見]의 부정적 인지작용이 있다.12)
이외에 다른 번뇌와 공통점이 적은 ‘소수번뇌심소’에는 부정적 정 서로서 분노의 마음[忿], 원한의 마음[恨], 잘못을 숨기려는 마음[부 (覆)], 속이려는 마음[誑], 잘난 척하며 뽐내는 마음[憍], 해치는 마음 [害], 질투하는 마음[嫉], 인색한 마음[간(慳)]이 있다.
그리고 부정적 인지로서 심하게 욕하거나 꾸짖는 마음[뇌(惱)], 아첨하는 마음[諂]이 있다.13)
또한 오염된 마음의 일부와 함께 작용하는 ‘중수번뇌심소’로서 죄 를 짓고 참회하지 않는 마음[無慚], 다른 사람의 눈의 의식하여 부끄 러워하지 않는 마음[無愧]이 있다.
모두 부정적 정서로 분류된다.14)
그리고 오염된 마음과 함께 작용하는 ‘대수번뇌심소’ 8가지가 있 다.
불교의 진리를 믿지 않는 마음[不信], 게으른 마음[懈怠], 거리낌 없이 아무렇게 하는 마음[放逸], 몽롱한 마음의 상태ㆍ푹 가라앉은 마 음[昏沈], 마음이 들뜬 상태[掉擧], 어지러운 마음ㆍ산만한 마음[散亂] 등의 부정적 정서와 기억하지 못하는 마음[失念], 올바르게 알지 못하 는 마음[不正知]의 부정적 인지작용이 있다.15)
11) 『成唯識論』(T31, 29b), “善謂信慚愧 無貪等三根 勤安不放逸 行捨及不害.”
12) 『成唯識論』(T31, 31b), “煩惱謂貪瞋 癡慢疑惡見.”
13) 『成唯識論』(T31, 33b), “隨煩惱謂忿 恨覆惱嫉慳 誑諂與害憍.”
14) 『成唯識論』(T31, 33b), “無慚及無愧.”
15) 『成唯識論』(T31, 33b), “掉擧與惛沈 不信并懈怠 放逸及失念 散亂不正知.”
이처럼 유식학에서는 우리가 경험하는 고통의 원인을 ‘번뇌심소’, ‘소수번뇌심소’, ‘중수번뇌심소’, ‘대수번뇌심소’로 분류하고 각각을 세 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번뇌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일상에서 경험하는 마음의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가운데 특히 분노하는 마음[忿], 불안한 마음[掉 擧], 우울한 마음[惛沈]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16)
16) 특히 ‘도거’를 불안으로 보고 ‘혼침’을 우울로 보는 근거에 대해서는 초기불교, 아비달마 문헌, 유식학 문헌을 통해 분석한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안환기(2021a), 2477-2490; 안환기(2021b), 411-439.
앞에서 외상 후 스 트레스 장애(PTSD) 증상인 재경험, 회피, 과각성과 이에 따라 나타 나는 공포, 분노, 우울, 불안, 집중곤란 증상이 이 세 가지 번뇌[분노, 불안, 우울]와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Ⅲ. 성장치유모델
붓다의 본지를 계승한 유식학은 수행을 통해 해탈에 이르는 과정 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준다.
유식학에서는 수행오위 가운데 첫 번 째 단계인 자량위(資糧位)에서 마음의 양식을 쌓고 두 번째 단계인 가행위(加行位)에서 본격적으로 번뇌를 소멸하는 사심사관(四尋伺觀) 과 사여실지관(四如實智觀)을 닦는다고 제시한다.
이 과정을 거쳐 수 행자는 본성을 보는 단계인 통달위(通達位)에 이르게 된다.
이후 수행 자는 마음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번뇌를 닦아내는 수습위(修習位)를 거쳐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인 구경위(究竟位)에 도달한다.
본 연구는 유식학의 수행오위(修行五位) 가운데 자량위, 가행위, 통 달위를 기반으로 성장치유모델을 구성하였다.
성장치유모델은 3단계 로서
첫째, 선심소의 함양,
둘째, 사심사관과 사여실지관을 통한 마음 의 상처치유,
셋째, 마음의 질적인 변화[전의]를 통한 성장 등으로 이 루어져 있다.
<그림 1> 성장치유모델 (출처: 저자 작성): 생략 (첨부논문파일참조)
사람들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면, 마음에 부정적인 정서와 인지 의 복합체인 마음의 상처[트라우마]가 남아있게 된다.
이것은 이후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된다.
본 장에서는 이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서 성장치유모델의 3단계의 내용을 제안한다.
1. 유식학의 선심소 함양
수행오위의 3단계[자량위, 가행위, 통달위]는 일상의 마음 상태인 자량위에서 시작하여 정진(精進)을 통해 마음의 본성을 보는 과정을 보여준다.
따라서 필자는 이것[수행오위 3단계]을 기반으로 트라우마 [번뇌] 증상을 치유하고 나아가 성장하도록 하는 성장치유모델을 구 성하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트라우마 증상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드러난 다.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편안한 환경 속에서 마음의 힘 을 기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유식학의 수행오위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곧 수행오위는 자량위에서 마음의 터전[힘]을 준비한 후 본격적으로 가행위을 닦는 과정을 제시한다.
부언하면 가 행위의 사심사관과 사여실지관을 닦으려면 자량위의 단계를 거쳐야 함을 보여준다.
이에 본 연구도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우선 마음의 힘을 키우는 방법에서 출발하였다.
유식학에서 자량위는 선한 마음을 반복해서 닦아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이다.
내적인 자질과 역량을 키우는 단 계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이해하는 마음 이 필요하다.
이것을 트라우마 증상을 가진 자에게 적용한다면, 치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단계가 된다.
곧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선 심소 가운데 믿음[신(信)]을 키우는 단계에 해당한다.
또한 자량위에는 훌륭한 친구[선우력(善友力)]를 만나 가르침을 듣 고, 함께 공부해 나가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선심소의 어리 석지 않은 마음[무치(無癡)] 곧 지혜로운 마음을 기르는 방법이 된다.
트라우마 증상으로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 는 믿음을 갖게 하며, 자신의 증상을 자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도움을 주는 치료자가 선우(善友)가 된다.
이 단계가 유식학의 자량위라고 볼 수 있다.
자량위에서는 또한 마음을 모아 집중하는 힘[작의력]을 기른다.
이 집중하는 힘은 불안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을 평정하게 하는 과정이다.
곧 선심소 가운데 평정한 마음[행사]을 함양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마음이 점점 가볍고 편안[경안]해진다.
자 량위는 이외에도 경전과 논서를 읽고 지혜를 기르며, 재물을 타인에 게 베푸는 선한 행위를 실천함으로써 복과 덕을 쌓아 마음에 선한 힘을 비축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유식학은 선심소를 함양함으로써 번뇌를 다스리는 마음의 터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선심소’가운데 ‘트라우마’ 주요 증상인 분노[진 (瞋)], 우울[혼침], 불안[도거]을 다스리는 마음의 작용[심소]에 주목하 였다.
유식학에서는 자애로운 마음[무진(無瞋)]을 일으킴으로써 분노 를 가라앉히는 힘을 기르고, 몸과 마음을 유연하고 자재한 상태[경 안]로 유지함으로써 우울한 마음[혼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상태 가 된다고 본다.
그리고 고요하고 평정한 상태[행사]를 유지함으로써 불안한 상태[도거]를 잠재울 수 있다고 한다.17)
17) 『成唯識論』(T31, 30c), “此相云何. 謂不損惱. 無瞋亦爾. 寧別有性. 謂於有情不爲損惱慈 悲賢善是無瞋.”; 『成唯識論』(T31, 30b), “安謂輕安. 遠離麁重 調暢身心 堪任爲性 對治惛 沈轉依爲業.”; 『成唯識論』(T31, 30b), “云何行捨. 精進三根 令心平等 正直無功用住爲性. 對治掉擧 靜住爲業. 謂即四法 令心遠離掉擧 等障靜住名捨.”
따라서 필자는 자애로운 마음,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 마 음을 고요히 하는 것이 ‘트라우마’ 증상인 분노, 우울, 불안을 완화하 기 위한 심리적 토대를 마련하는 방법이 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기반 으로 성장치유모델을 구성하였다.
우선 1단계인 선심소를 함양하기 위한 실천방법을 소개하면 다음 과 같다.
① 공간을 청결히 한다.
② 경직된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다. [경안]
③ 호흡을 통해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해 본다. [행사]
④ 자신이 소중한[사랑스러운] 존재임을 반복해서 상상하고 타인에게 이 생각을 확장해 본다. [자애로운 마음]
이 실천을 통해 다음의 힘을 기를 수 있다.
* 경직된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다. [경안] -> 우울한 마음[혼침]으 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기른다.
고요하고 평정한 상태[행사]를 유지한다. -> 불안한 상태[도거]를 잠재우는 힘을 기른다.
* 자애로운 마음[무진(無瞋)]을 일으킨다. -> 분노를 가라앉히는 힘을 기른다. 자량위는 선한 마음을 계속해서 일으키고 실천하여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이다.
선심소를 함양하여 내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곧 트라우마와 같은 부정적 정서를 정화하여 본격적으로 가행위에 진입하는 준비과정으로 볼 수 있다.
2. 사심사관ㆍ사여실지관을 통한 마음의 상처 치유
다음은 유식학의 사심사관과 사여실지관을 적용하여 트라우마 증 상인 분노, 불안, 우울과 같은 부정적 정서의 본질을 정확하게 통찰 하고, 소멸하는 메커니즘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심사관이란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義]와 그것을 표현한 명칭[名], 그 이미지만의 특성[自 性], 다른 것과의 차별(差別)은 영원한 존재 즉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 음을 통찰하여 번뇌를 소멸하는 관법이다.
가행위에서 행해지는 사심사관은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를 인식하 는 인지작용이다. 이 작용을 통해 이미지를 실체로 간주하는 현상을 관찰하고 그것이 무아(無我)임을 증득하고자 하는 것이 사심사관이 다.
예컨대 사심사관은 트라우마 증상인 불안감, 분노, 우울감이 생겨 날 때, 그 감정을 마음에 떠올려 그것이 영원하지 않음을 통찰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서를 이미지화해서 그것의 본성을 인식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사심사관을 트라우마 증상에 적용하여 구체적으로 고찰하면 다음 과 같다.
우선, 부정적 정서인 불안, 분노, 우울과 같은 증상을 떠올려 그것은 감정일 뿐임을 관찰[명심사]한다.
이후 이러한 증상이 생 겨나게 하는 그 사건은 그 사건일 뿐이라고 관찰한다[의심사]. 그리 고 부정적 감정과 그것을 생겨나게 한 사건은 순간순간 변하므로 영 원한 것이 아니며[자성심사], 이러한 증상이 일어나게 하는 사건을 다른 것과 차별화하는 것 또한 언어로 가립한 것임을 통찰[차별심사] 한다.
또한 사여실지관을 통해 이러한 것을 느끼고 관찰하는 인식의 주체인 자신 또한 변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사여실지관].
2단계인 사심사관ㆍ사여실지관을 적용하여 트라우마 증상[부정적 정서]을 통찰하고 가라앉히는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선심소를 계속해서 함양한다.
∘ 나는 편안해질 수 있으며 자유롭게 될 수 있다는 믿음[신(信)]을 갖는다.
∘ 서서히 집중을 하며[작의] 사심사관을 진행한다.
② 사심사관ㆍ사여실지관을 진행한다.
∘ 마음에 떠오른 불안[분노 또는 우울]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본다.
∘ 불안 자체[분노 또는 우울]는 내가 경험한 것을 표현[명]한 것일 뿐임을 본다.
∘ 경험한 사건[의]은 과거의 사건일 뿐 지금 현재는 이미 존재하 지 않으며 그 실체 또한 없음을 여실하게 본다.
∘ 그것을 떠올리려고 할 때 피하는 나의 마음도 변하는 것임을 본다.
∘ 불안[분노 또는 우울]하다고 규정[자성]한 그 불안[분노 또는 우울]은 영원하지 않음을 본다.
∘ 내가 그 감정을 다른 것과 차별해서 집착하고 있음을 본다.
∘ 이상의 과정을 반복한다. [정진]
7 이상에서 필자는 사심사관ㆍ사여실지관을 적용하여, 트라우마 증 상[부정적 정서]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통찰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마음에 불안, 분노, 우울 증상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봄으로 써 그 증상이 사라지도록 하는 과정이다.
3. 마음의 질적인 변화[전의]를 통한 성장
유식학에 따르면, 가행위에서 사심사관ㆍ사여실지관 수행을 통해 마음에 떠오른 대상이 영원하지 않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인식주체 [我] 역시 영원하지 않음을 여실하게 통찰할 때 아공(我空)ㆍ법공(法 空)의 경지를 체득한다.
유식학에서는 여기에 도달한 경지를 통달위 라고 한다.
가행위에서 통달위로 변화하는 이 현상은 마음의 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전의(轉依, āśraya-parāvṛtti, āśraya-parivṛtti)라고 일컬 어진다.
전의는 수행을 통해 마음에 쌓인 번뇌를 정화하고, 나아가 그것을 소멸함으로써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변화를 뜻한다.
곧 수행자는 가행위에서 열심히 정신한 결과 통달위에 이르면 ‘있 는 그대로의 모습’ 곧 진여를 체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선불교에 서 ‘마음의 본모습을 보는 것[견성]’이라고 일컫는 경험과 유사하다.
다시 말하면, 수행자[보살]는 통달위에서 언어작용을 초월한 ‘분별이 없는 지혜[무분별지]’를 체득하여 마음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수행자는 ‘분별이 없는 지혜[무분별지]’의 상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깨 달은 내용을 자각하게 된다.
이때 ‘후에 얻는 지혜[후득지(後得智)]’를 증득하게 된다.18)
. 18) 『攝大乘論釋』(T31, 244a), “論曰. 無分別後智有五種. 謂通達憶持成立相雜如意. 顯示差別故.”
『섭대승론』에서는 이 후득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무분별 후에 [얻어지는] 지혜는 5가지이다.
통달과 기억과 잘 세움과 여러 가지를 잘 아우르며 자유자재함을 말한다.
[이것은] 차이를 드 러낸다.19)
수행자[보살]는 ‘인식주관과 인식대상이 일치’하는 무분별의 상태에 서 벗어나 그 후에 지혜를 다시 증득한다[후득지].
유식학에 따르면, 이 후득지를 증득했기 때문에 보살은 통달하게 되고 나아가 ‘나는 이 처럼 통달했다.’는 자각을 하며 그 자각한 내용을 상세히 고찰하게 된다.
그리고 수행자는 이 내용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가르침으로 정 립하고 그것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된다.20)
19) 『攝大乘論』(T31, 128c), “無分別後智有五種, 謂通達憶持成立相雜如意 顯示差別故.”
20) 長眉雅人(1982), 281.
이것은 보살이 ‘후에 얻는 지혜[후득지]’에 의해, 인식주관과 인식 대상이 일치된 상태에서 경험했던 내용을 기억하여, 그것을 중생들에 게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현상을 보여준다.
수행자는 이 지혜에 의해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자각하고 그것을 가르침으로 세 우고 이후 중생들을 해탈로 인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된다 는 것이다.
필자는 후득지를 증득한 수행자는 마음의 본 모습을 메타적으로 인지하고 그 내용을 가르침으로 정립하는 것 곧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진리를 본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물러나서 자신 이 경험한 내용을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여 타인과 공유하고자 한다 는 점은 자신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자각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필자는 가행위에서 통달위에 이르는 이러한 과정을 트라우마 를 극복하는 마음의 질적인 변화[전의(轉依)]로 해석한다.
트라우마 증 상인 불안, 분노, 우울의 본질이 공(空)함을 통찰함으로써 트라우마 증 상을 극복한 마음의 상태를 한 걸음 물러서서 메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치유를 통해 자신이 성장했음을 자각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3단계인 트라우마 증상이 치유되었는지를 메타적으로 확인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① 마음의 상태를 글로 표현한다.
② 치료자와 대화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한다.
③ 구체적으로 다음의 사항에 대한 개인 내면의 긍정적인 변화 양상을 이야기하고 글로 표현한다.
∘ 죽음에 대한 태도의 변화
∘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
∘ 생활방식의 변화
∘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
∘ 새로운 일에 대한 관심 이상에서 유식학의 수행오위를 기반으로 구성한 성장치유모델의 3 단계를 살펴보았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행오위는 마음의 터 전을 다지면서 시작한다.
곧 마음에 선한 마음의 작용을 함양하면서 마음의 힘을 기르는 자량위가 첫 단계이다.
이후 수행자는 가행위에 서 마음에 떠오른 번뇌의 이미지를 통찰하면서 그것이 공함을 체득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도 공함을 체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다음 단계인 통달위에서 수행자는 아공ㆍ법공을 체득하여 마음 의 본성을 본다.
또한 수행자는 후득지를 증득하여 메타적으로 마음 의 본성을 자각하면서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마음을 낸다.
이후 수행 자는 계속해서 구경위[해탈]에 이르기 위해 수습위를 닦아간다.
수행 오위는 일상에서 생겨나는 번뇌를 소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타 인에게 시선을 돌려 이타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필자는 이것을 성장의 과정으로 본다.
Ⅳ. 치유를 통한 성장
본 장에서는 서양 정신분석학에서 제시하는 ‘심적 외상 후 성장’의 특성을 살펴보고, 이후 이것을 필자가 제시한 성장치유모델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외상 후 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
서양의 정신분석학에서도 ‘트라우마’ 경험자들로부터 ‘치유를 넘어 성장’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외상 후 성장’ 또는 ‘역경 후 성장’이 라는 개념이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에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가 아니 라 한 인간으로서 개인의 성장을 지지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 것은 트라우마 후에 오히려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는 의미로 심적 ‘외 상 후 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이라고 일컬어진다.
부 언하면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단순히 외상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던 심리적 수준을 넘어선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외상의 결과 얻 어지는 ‘부정적 심리적 변화’를 의미한다면, 외상 후 성장(PTG)은 외 상을 극복하면서 얻게 된 ‘긍정적 심리적 변화’라고 정의된다.21)
21) Zoellner & Maercker(2006), 626.
정신분석학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으로 자동적 이고 침습적인 반추(instrusive rumination)가 일어난다고 본다. 트 라우마로 인해 기존의 삶을 뒤흔드는 경험을 한 개인은 정서적인 측 면과 인지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정신분석학에서 는 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인해 그 사람은 외상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떠올리고 되새겨서 생각하는 자동적이고 침습적인 반추 (instrusive rumination)가 일어난다고 본다.22)
한편 치료를 통해 이 침습적인 반추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의도적 반추(deliberate rumination)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한 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 의도적 반추를 외상 후 성장(PTG)으로 가 는 긍정적인 과정으로 본다.
그리고 이 의도적 반추를 촉진하는 요인 으로 ‘낙관성’, ‘탈중심화’, ‘탈동일시’, ‘자기노출’을 제시한다.
‘낙관성’은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말한다. 낙관적인 생각을 많이 가 질수록 외상 후 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자기를 성찰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좋 다고 한다.23)
또 다른 촉진 요인으로 ‘탈중심화’의 태도를 들 수 있다.24)
부정적 인 생각이 올라올 때 그것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그 내용으로부터 분 리해서 그 정확성을 평가하게 되면 그 대상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 ‘탈동일시’는 자기 자신과 동일시했던 생각, 감정 등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잠시 만들어진 심리적 상태일 뿐임을 깨닫고 그 얽매임 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트라우마에 의해 형성된 부정적 감정과 생 각으로부터 탈동일시할 수 있다면 즉 부정적 생각과 나 자신을 분리할 수 있다면 심리적 고통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25)
그리고 ‘자기노출’은 외상으로 인해 생겨난 정서를 타인에게 표현 하는 것을 말한다.
글쓰기나 대화, 기도와 같은 것을 통해 자신의 경 험과 정서를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지지 를 얻는 경험 곧 사회적 지지를 얻을 때 마음이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26)
22) 이 단계는 유식의 견지에서 볼 때, 번뇌의 현현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23) 최종현(2015).
24) 시걸 외 2인, 우경 외 2인 역(2006), 36.
25) 김재환(2018), 112.
26) 유희정(2012); Tedeschi & Calhoun(2004), 1-18. 27) 안환기(2021b), 431-433.
2. 외상 후 성장(PTG)과 성장치유모델 비교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정신분석학에서 심적 ‘외상 후 성장(PTG)’ 의 촉진 인자로 제시한 ‘낙관성’은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과 계속해 서 노력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이점은 앞에서 살펴본 성장치유모델의 선심소의 함양과 유사하다.
곧 나는 편안해질 수 있으며 자유롭게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선심소인 신(信)]을 통해 마음의 힘을 축적하는 단계와 비견될 수 있다.
한편 정신분석학의 ‘탈중심화’, ‘탈동일시’는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 에 매몰되었던 자신의 마음을 메타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점은 성장치유모델의 사심사관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27)
앞에 서 살펴보았듯이 사심사관은 트라우마 증상인 분노, 불안, 우울과 같 은 부정적 정서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증상을 해체하는 과정이다.
사심사관은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메타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다. 필자는 이 점에서 사심사관이 ‘탈중심화’와 ‘탈동일화’와 유사하다 고 생각된다.
다른 한편 정신분석학에서 심적 ‘외상 후 성장(PTG)’의 촉진 인자 로 제안된 ‘자기노출’은 성장치유모델에서 전의를 통한 마음의 변화 를 경험하고 그것에 대해 글쓰기, 대화하는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정신분석학의 심적 ‘외상 후 성장(PTG)’은 성장치유모델과 여러 면에서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성장치유모델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성장치 유모델은
첫째, 유식의 수행오위를 기반으로 하여 마음의 힘을 기르 는 과정을 제시하며,
둘째,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셋째, 사심사관에서 알 수 있듯이 마음을 메타적으로 통찰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제시하고 있다.
넷째, 유식학은 대승불교로서 보살의 자리이타적 삶을 지향한다.
유식학을 기반으로 도출한 성장치 유모델 또한 타인에게 시선을 돌려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을 성장의 과정으로 본다. 이 점에서 성장치유모델은 심 적 ‘외상 후 성장’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성장치유모델은 고대 인도에서 생겨난 유식학을 기반으로 하여 현 대인에게 맞는 언어와 방법으로 제안된 것이다.
성장치유모델은 마음 의 힘을 확충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함으로써 단순히 치유가 아니라 성장함을 자각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필자는 성장치유 모델이 마음의 변화과정을 세밀하게 감지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원적으로 트라우마 증상을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Ⅴ. 맺는 말
본 연구는 유식학에서 도출한 성장치유모델을 제안하고 정신분석 학의 ‘외상 후 성장(PTG)’과 비교ㆍ분석하여 그 현대적 유용성을 탐 색하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장치유모델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단지 치료로 보지 않고, 성장의 과정으로 보는 관점에서 제안 된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트라우마 증상을 불교의 번뇌로 해석하고, 유식 학에서 분류하는 번뇌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가운데 트라우마 주요 증상에 해당하는 분노[진(瞋)], 불안[도거(掉 擧)], 우울[혼침(昏沈)]를 치유의 대상으로 하여, 유식학의 수행오위(修 行五位)를 기반으로 성장치유모델을 구성하였다.
성장치유모델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선심소의 함양,
둘 째, 사심사관과 사여실지관을 통한 마음의 상처치유,
셋째, 마음의 질 적인 변화 등이 그것이다.
제1단계인 선심소의 함양에서는 자비심을 통한 분노의 다스림, 행 사(行捨)를 통한 불안의 다스림, 경안(輕安)을 통한 우울의 다스림에 주목하여 실천방법을 제안하였다.
제2단계에서는 사심사관과 사여실지관을 통해 트라우마의 주요 증상[분노, 불안, 우울]인 부정적 정서 의 본질을 통찰하고, 소멸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그 실천방법을 제시하였다.
이어서 제3단계인 가행위에서 통달위에 이르는 과정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마음의 질적인 변화[전의(轉依)]로 해석하고 그 것을 확인하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서양의 ‘외상 후 성장’과 성장치유모델의 유 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성장치유모델의 의의와 그 현대적 의미를 논하였다.
성장치유모델은 유식학의 수행오위에 기반하여 현대인이 마음의 상처를 바르게 보고 극복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제시한 프로그램이다.
이 모델이 현대인의 마음치유에 유용한 하나의 방법이 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1. 약호 및 원전류
T 大正新修大藏經 『攝大乘論釋』(T31) 『成唯識論』(T31)
2. 단행본 및 논문류
김광호(2015), 「불안증상을 가진 탈북여성의 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 – 명상상담 사 례를 중심으로 -」, 『한국불교학』 75, 한국불교학회. 김재환(2018), 「트라우마, 치유를 넘어 성장으로」, 『전인교육』 8, 전인교육학회. 데이비드 A. 트렐리븐 저, 나의현 외 2인(2023), 『트라우마에 민감한 마음챙김』, 서울: 학지사. 드보라 리 저, 김선경 외 4인 역(2023),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자비의 마음 접근 자비 중심치료의 적용』, 서울: 학지사. 라첼 골드스미스 트로우 저, 송승훈ㆍ신지현 역(2019),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마음챙김 기술:트라우마와 PTSD를 너머 외상 후 성장으로』, 서울: 시그마프레스. 시걸 외 2인, 우경 외 2인 역(2006), 『마음챙김명상에 기초한 인지치료: 우울증 재발 방 지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서울: 학지사. 안환기(2021a), 「‘번뇌’의 관점에서 본 ‘트라우마’ 증상: ‘도거(掉擧)’와 ‘혼침(惛沈)’을 중심 으로」, 『인문사회21』 제12권 4호, 사단법인 아시아문화학술원. (2021b),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정서불안에 대한 유식학적 모색-사심사관(四 尋伺觀)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불교문화』 48,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유희정(2012),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 간의 구조적 관계」, 부산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조옥경(2017),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요가테라피」, 『요가학연구』 18, 한국요가학회. 존 브리에르ㆍ캐서린 스코트, 이동훈 외 4인 역(2020), 『트라우마 상담 및 심리치료의 원칙』, 서울: 시그마프레스. 최종현(2015), 「외상 후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자기성찰, 낙관성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피터 레빈 저, 서주희 역(2014), 『몸과 마음을 잇는 트라우마 치유』, 서울: 학지사. 홍현미ㆍ정영은(2022),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위한 마음챙김기반 치료」, 『대한불안의학 회지』 34, 대한불안의학회. 146 •• 『한국불교학』 제112집(2024.11) 長尾雅人(1982), 『攝大乘論-和譯と註解』, 下, 東京: 講談社.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5th ed.), Amer. Psychiatric Pub. Inc. Calhoun, L. G. & Tedeschi, R. G.(1999), Facilitatin posttraumatic growth: A clinician’s guide, Routledge. Tedeschi, R. G. & Calhoun, L. G.(2004), “Posttraumatic growth: Conceptual foundations and empirical evidence,” Psychological Inquiry, 15(1). Zoellner, T. & Maercker, A.(2006), “Posttraumatic growth in clinical psychology-A critical review and introduction of a two component model,” Clinical psychology review, 26(5). 3. 기타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3121402343(2024.7.15. 검색).
Abstract
Study on the Mechanism of Mind Change through Trauma Healing - Focusing on the Growth Healing Model -
Ahn, Hwanki( Research Professor Nungin University)
This paper proposes a growth healing model derived from Yogācāra Buddhism to heal the symptoms of trauma and explores its modern availability. I offered the healing model as a process of growth, not just treatment of trauma symptoms. I considered trauma as anguish in that trauma symptoms are the cause of the pain, and paid attention to the anger (dveṣa), anxiety (auddhatya) and depression (styāna), which are the main symptoms of trauma. In addition, I constructed a growth healing model based on the five practice stage of Yogācāra Buddhism. It consists of three stages: first, cultivation of the good function of mind (kuśala-caitta), second, healing the mind through ‘four kinds of investigation’ and ‘four kinds of enlightenment,’ third, radical conversion of mind. In the first stage, I suggested a method of practice, paying attention to the control of anger through mercy, anxiety through equanimity (upekṣā), and depression through relaxation (praśrabdhi). In the second stage, I revealed the mechanism of ceasing the negative emotion such as anger, anxiety and depression through ‘four kinds of investigation’ and ‘four kinds of enlightenment’. In the third stage, I explained the process from the stage of added effort to that of no-leaking as the radical conversion of mind. And I suggested a way to check that state of mind. Based on this discussion, I compared the growth healing model with the post-traumatic growth. And I proposed that the growth healing model can fundamentally help heal trauma symptoms.
Keywords Trauma, The Growth Healing Model, Post Traumatic Growth, Function of Good Mind (kuśala-caitta), Four Kinds of Investigation, Four Kinds of Enlightenment, The Radical Conversion of Mind
논문투고일: 2024. 10. 10. 심사완료일: 2024. 11. 3. 게재확정일: 2024. 11. 6
『한국불교학』 제112집(2024.11)
'종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그나가 인식논리에 대한 동아시아 불교논리에로의 변용 - 현장의 유식비량을 둘러싼 논쟁을 중심으로 - /권서용.부산大 (0) | 2025.01.06 |
---|---|
예천 용문사 목각아미타설법상의 도상과 주역 8괘상 및 12벽괘상의 불교적 해석/유근자.순천大 (0) | 2025.01.06 |
인도 티벳에서 중관학파의 차별성에 대한 연구- 자립논증파와 귀류논증파 중심으로 -/박 경 미(혜향). 조계종 교육 아사리 (0) | 2024.12.04 |
고려시대 왕실과 민중의 밀교신앙- 제천 송계리 대불정주 범자비를 중심으로 -/이석환(청운대).이태승(위덕대) (0) | 2024.11.29 |
설일체유부의 법체와 자성 - 세친의 종자설과 관련하여 - /최선아.이화여대 (0) | 2024.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