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역사적으로신학과철학의관계에대한많은연구가있었다.
대표적 인인물가운데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는 이 두학문의 관계 성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한 바있는데, 그는역사적으로 신학과 철학의 상관연구가 네가지유형으로 전개되어 왔다는 점을 밝혔다. 1)
1) 판넨베르크의네유형은, 첫째, 신학과철학의대립으로, 둘째, 동일한것으로, 셋째, 신학을철학보다상위에두거나, 마지막으로철학을신학보다위에놓는관계이다. 첫째관계인철학과신학의대립을주장하는점에는, 먼저기독교는철학과무관하고 철학으로부터계시신학을지키려는견해를갖고있다. 대표적으로 터툴리아누스(T ertullianus)와 11세기 다미아니(Petrus Damiani)를뽑을수있는데, 이때부터철학을 ‘신학의시녀’(ancilla theologiae)로취급하는태도가발전했다. 대립적 관계의대표 자는 마르틴루터(Marin Luther)로서그는신앙에있어서이성의사용을조심하였고, 철학에대한혹독한평가를내렸다. 그러나터툴리아누스나다미아니도철학의사용 을완전히금지했다고는볼수없으며, 루터또한초기에는오컴주의자로알려졌고, 발라와존위클리프와같은스토아주의적주장에의존하는경향을보이거나이성에 있어서도긍정적인판단들도찾을수있다. 이처럼신학과철학의대립의관계에서는 자연계시나인간이성의사용에대한비관적인특징을보여주지만, 판넨베르크의 지적처럼, 신학을체계화함에있어서그어떤철학적개념으로부터자유하다는것은 불가능할것이다. 나머지세가지관계성에대한연구는다음을참고하라. 볼프하르 트 판넨베르크/오성현 옮김, 철학과 신학 1 (서울: 종문화사, 2019), 27-47.
초기기독교신학은철학과의관계성에있어서신학을다른어떤철학들보다도 우월한철학혹은최상의지혜로여겼다.
이와관련해윤철호는기독론적 명칭들중‘지혜’(Sophia)라는것과‘철학’(philo-sophy)이갖고있는‘지 혜를사랑하는것’이라는것의연관성에주목한다.
이러한이해속에서 기독론적고백과해석자체가철학적인, 즉지혜를사랑하는과업임을 말하고 있다.2)
신학자들은신앙공동체에속해져있기에그들의작업은성경의말 씀뿐아니라여러시대에걸친신앙심이깊은이들로부터전달된공동신 앙을숙고하는행위도포함된다.
이러한이유로인해다양한신학들이 존재하게된다.
일반적으로분류할때보수적신학은세속적으로사유하 는 철학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에 반해, 진보적 신학은 세상과의 대화를통해전통적믿음에대해다시점검해보려는철학적신학의성격 을지닌다.
이중후자의대표적인것으로서는폴틸리히(Paul Johannes Tillich)의 ‘상관관계’를 들 수 있다.3)
2) 윤철호, “신학과 철학의 관계성에 대한 역사적 개관,” 「장신논단」 5 (1999), 253.
3) 존D. 카푸토/김완종, 박규철옮김, 포스트모던시대의 철학과 신학 (서울: CLC, 2016), 26-28.
그런가하면최인식은선교적인관점에서신학과철학의상관성에 주목하는데, 무엇보다신학의목적중선교적인그리고변증법적인요청 으로철학과신학을융합적으로생각해볼것을그는제안한바있다.4)
사실현대의수많은철학적질문과세상의요청속에서신학은선교적인 동기를갖고변증학적으로그들의질문에대답하며기독교의근본진리 들을 잘 설명할 필요를 갖는다.
이런동기와필요성에답하고자연구자는철학의여러영역중에서 특히현상학(phenomenology)이라는학문을선정했는데, 그이유는신 학과현상학모두‘현상’이라는개념을다루는공통의연구영역이있기 때문이다. 5)
그러므로최근들어현상학에서신학에대한접근들이점점 더활발하게진행되어가며또신학에서도현상학에대한연구들이시작 되고있는점은필연성이있다고본다.
그러나현상학이나신학쪽에서 이러한연구는아직은종합적이아닌, 개별적그리고단편적으로만되고 있으며, 특히그동안신학쪽에서의현상학에대한연구는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연구자는본논고에서신학과현상학의상관연구에대한 종합적인정리를통해향후이두학문간의융합적연구의발전을위한 작은디딤돌을마련하고자한다.
그러기위해본론II에서신학과현상학 의관계성을고찰할것인데, 먼저‘신학으로접근하는현상학’에대해서, 특별히프랑스현상학의대표적학자들에게집중할것이다. 6)
4) 최인식, “폴틸리히의신학방법론: 철학과신학의관계성연구,” 「한국조직신학논총」 1 (1995): 7-9.
5) 이 현상에는 ‘종교적 현상’도 포함된다. 자세한 논의는 II-1을 보라.
6) 프랑스 현상학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신학 주제에 대한 현상학적연구들이비교적활발하게진행되어왔으며, 이와같은프랑스현상학에서 신학으로의접근에대하여현상학계내부적인비판들도있었기때문이다. 연구자는 II-1 후반부에서 이 논쟁들의 쟁점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소개할 것이다
그후에는 ‘신학에서의현상학적수용’을통해두학문의관계성과대략적인연구들 을소개하고자한다.
본론III에서는특히두학문간중요한공통의주제 중하나인‘계시’의개념에연구의범위를집중할것이다. 그리고이‘계시’ 개념의대표적특징으로서‘드러남’과‘감추어짐’을다루며, 또한이두 특징에두가지현상학적개념들, ‘주어짐’과‘타자성’을적용하여, 양학 문간의상관성을조사하고자한다. 결과적으로연구자는이러한고찰을 통해신학의현상학수용의가능성여부또그수용의정도에대해비평할 것이다.
II. 신학과 현상학의 관계성 고찰
1. 신학에 접근하는 현상학
역사적으로신학과철학간의교류에있어서, 철학에대한수용이나 또는비판이많았던것처럼, 20세기이후의서양철학에서도신학과철 학, 특별히신학적방법론에있어서의 현상학과 관련성에대해서는 가부간 여부를떠나진지한 논제로 떠오르고있다. 7)
. 7) 현상학의신에대한담론은다음논문을참조하라. 김동규, “현상학을통해신-담론으 로: 프랑스현상학의신학적전회에대한검토– 자니코, 레비나스그리고마리옹,” 「철학탐구」 46 (2017): 129-174.
일반적으로알려진바 와같이 현상학은‘현상’을다루는학문이며, 또 다르게는‘본질학’이라도 불린다. 8)
인간이경험할수있는현상들에는많은것들이있다.
내눈앞에 보이는타자(other)나 좋고나빴던경험들, 무엇보다도종교적경험들 또한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종교적 경험인 계시, 기도, 초월적 체험과같은것들을말한다.
마틴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존재 와시간에서 현상을“스스로를그자신에의해서현시하는것, 노현(露 晛)하는 것”9)이라 정의한다.
8) 현상학은본질과의미에대한객관적탐구, 또는대상을향한의식의심리학적기술이 며, 때로는인간실존에대한현상을다룸으로써실존주의처럼보이기도한다. 곧 다양한접근과해석을가능케해주는도구가된다. 피에르테브나즈/김동규옮김, 현상학이란무엇인가 (서울: 그린비, 2011), 25. 특별히현상학의창시자라할수 있는후설(Edmund Husserl)의 현상학적중요개념은 ‘지향성’이다. 대상을인식할 때사물에대한본질을알기위해서는‘순수의식’을통해가능하다. 후설은당대자연 주의자들(수리물리학, 자연과학주의, 심리학주의 등)의 객관주의적, 물리주의로 대상(존재)을 이해하는‘존재론’을 배격하고자하였고, 이러한 자연주의자들의 자연주의적태도에 판단중지(epoche)를 행하며, 대상의 본질을 향하고있는 순수의식과 지향성을 발견하는것을 현상학이라하였다. 임마누엘 레비나스/김동규옮김, 후설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 (서울: 그린비, 2014), 29.
9) 마틴 하이데거/소광희 옮김, 존재와 시간 (서울: 경문사, 1998), 43.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수용하는 나에 대한기술적표현, 또는그지향적관계성을연구하는것이현상학이라 면, 오늘날에도수많은사람이경험하는 종교적체험을 현상학적으로 이해하려는시도는 상당한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
이런상황속에서프랑 스 현상학, 특별히 1960~80년대의 대표들이었던, 임마누엘 레비나스 (Emmanuel Levinas), 미셸앙리(Michel Henry), 장-뤽마리옹(Jean-Luc Marion), 장-루이 크레티앙(Jean-Louis Chrétien), 장-이브 라코스트 (Jean-Yves Lacoste), 임마누엘팔크(Emmanuel Flaque) 등의현상학은 그근저에신학적개념들을현상으로다루고있다고김동규는소개하였 다. 10)
이들중몇몇대표적인인물들의현상학에나타난신학적접근들은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 있다;
먼저레비나스는현상학보다는일면윤리학자로오해를받기도하 는데, 그만큼그는자신만의독특한현상학을특히윤리적으로전개한 학자라볼수있다.
그의‘타자(他者) 윤리학’이나올수있는배경에는 현상학이있었고, 그에게있어서 현상학의 필수적개념이라 할수있는 ‘지향성’은 바로타자와의관계로 향하는 지향성이다.11)
레비나스에게 있어서주체는타자의‘얼굴’을마주치게되고, 이얼굴은“신의말이울려 퍼지는방식”12)이라고말한다.
나에게로다가오는타자의얼굴은나의 편안함과이기적인태도에불편함을주며, 더나아가주체가윤리적책임 주체로 나아갈 것을 도전하는 것이다.
이렇게보면그의현상학은매우신학적으로보이지만, 레비나스는 자신을‘철학자’로분류하였고, 그는특별히신에대한정의를내리려거 나이에대한신학적체계를제공하지는않았다.
그이유를유추해보면 자칫신학이존재-신-론(Ontotheology)13)으로발전될가능성을염려했기때문일것이다.14)
10) 김동규, “현상학을 통해 신 담론으로,” 130.
11) 레비나스의 현상학에 대한 논의는 다음 논문을 보라. 이남인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과 레비나스의 타자의 현상학,” 「현상학과 현대철학」 28 (2006). 특별히 30.
12) 임마누엘 레비나스/김성호 옮김, 우리 사이 (서울: 그린비, 2019), 169.
13)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 단어는 하이데거의 후기 사상에서 형이상학 비판에 주로 사용된다. Iain D. Thomson, Heidegger on Ontotheology: Technology and Politics of Educa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7.
14) 임마누엘 레비나스/김도형 ‧ 문성원 ‧ 손영창 옮김, 전체성과 무한: 외재성에 대한 에세이 (서울: 그린비, 2018), 439-440.
그가말한 타자성(otherness)은 주체에 포섭되지 않는타자의고유함과도같다.
타자의 타자성이 상실되고 타자가 주체에게로온전히포섭되면 그것은전체성(totality), 전체주의, 혹은주체주의 로발전할수있다.
그런데 레비나스가 보기에 신학이란신에대한 합리적 정의를내리고체계화를삼는것으로보았고, 이러한시도는결국신의 타자성의상실을가져오며존재-신-론에빠질것으로염려했던것이다.
비록레비나스는신학의체계를세우지는않았지만, 그이면에는유대인 으로서의그가오히려참된종교적신앙이갖춰야할신의초월성과타자 성의영역을보존하려는노력이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레비나스의 타자성은 신학을이해함에있어서 중요한개 념적설명이 될것이다.
연구 자는본론III에서 계시개념과 이타자성의 연관성을 조명하고자한다.
레비나스에 이어 가장 영향력 있는 프랑스 현상학자인 마리옹은 지속적으로신학적개념들에대한현상학적연구를진행했다.
그또한 레비나스보다 더신학자에 가깝다는평을받기도했지만, 그는계속자신이 철학자임을주장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현상학적방법론에는 신학의 많은주제들이 나타남을 부정할수없다.
특별히 그리스도, 신앙, 계시등에관련된것인데, 이런 마리옹의시도들, 곧현상의주제를 신학적인개념을 대상으로하고, 그것에대한
현상학적접근을통해 신학과 철학의관계를 연구하는것이 그의학문적가치라고평가되기도한다. 15)
15) Robyn Horner, Jean-Luc Marion: A Theo-logical Introduction (Burlington: Ashgate, 2005), 1.
그의현상학의특징은, ‘주어짐의현상학’(Phenomenology of Givenness) 이라고볼수있는데, 후설과전통현상학에서이해되던주체의‘지향성’ 을통해대상의구성을알아가는작업이전에, 먼저필요한것이주체가 직면한현상을‘주어짐’으로분석하는것이다.
다시말하면 직관의확장 을통하여(후설) 현상학을 전개하기이전에, 현상의 주어짐의우선성과 그주어짐자체라는 현상에 집중하는것을말한다. 16)
마리옹은 이 주어짐 의현상학과 ‘포화된현상’(saturated phenomenon)17)을 통하여 자신만 의현상학을특징지었고, 특별히 이를통해 기독교의‘계시’ 개념에접근 한다.
이외에도 크레티앙은 종교적현상인 기도나 신의 음성과같은 현상에 대한 인간의응답을 현상학적으로분석하였고, 라코스트는종교현상 에서도 특별히 전례(典禮)들에 나타나는 종교적 의식과 그것을 통해 경험되어질수있는 신의임재경험에 대한 현상학의접목을 시도한다.
또한기독교의핵심인 부활에대한 현상학적접근은 팔크가시도한바 있다.18)
16) Jean-Luc Marion, Reduction and Givenness: Investigations of Husserl, Heidegger, and Phenomenology, trans. Thomas A. Carlson (Evanston: Northwestern University Press, 1998), 32.
17) 연구자는다음장에서계시개념의특징과마리옹의현상학의관계성을분석하고 자 한다.
18) 두 학자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위해서는 크레티앙의 부름과 응답(L’appel et la réponse, 1992)과 라코스트의 경험과절대성: 논쟁의여지가있는질문, 인간의 인간성에 대하여(Expérience et absolu: Questions disputées sur l'humanité de l’homme, 1994), 팔크의 유한성의 변형: 탄생과 부활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 (Métamorphose de la finitude: Essai philosophique sur la naissance et la résurrection, 2004) 등을 참조하라.
이러한현상학자들의신학적개념에대한접근과 분석하려는시도 를 비판하는소리들도있다.
대표적으로 도미니코 자니코(Dominique Janicaud)는 현상학을 신학적으로 바꾼 두 학자(레비나스, 마리옹)에 대해서비판하는데, 그 비판점은 다음과같다:
레비나스의철학에서는 현상학적개념이 불분명하고, 형이상학적목적에 집중하다보니 철학보 다는신학으로의전회가 이루어졌음을 그리고 마리옹에게서는 현상세 계내에서 일어나는현상은 그기원이 다른 초월적인것일수없으며, 감각적 현상에서도 초월자의 경험이 인정될 수 없음을 비판하였다.
이렇게자니코는 무신론적현상학을 주장하였다.
하지만김동규에 따르면후설은 자신의현상학을 주창함에있어서 현상의영역을 제한하 지않았는데, 특히 신과같은 초월적인 것에대한물음자체를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가능성을 남겨두었다는것이다.
이러한이론을뒷받 침하여 그는 자니코를 비판하는데, 이는그가현상학을 최소주의로제한 하였고, 또 그 최소주의에 근거하여 무신론적현상학을내세웠다는점이 다.19)
19) 김동규, “현상학을 통해 신 담론으로,” 148-164.
이와관련하여 연구자는 최근 현상학계에서 신학에대한접근이 활발해지고있다는점 그리고 여전히 내부적인비판이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신학적인주제들에대한 현상학자들의 연구가구체화 되어가고있다는점에 주목한다.
이러한현상학계의운동은 상대적으로 신학내에서도 이에부응하는 현상학연구의요청을 불러일으키는요인 으로 작용한다.
2. 신학의 현상학적 수용
전술한바와같이현상학에서신학적개념에대한연구들에비하면 신학에서는현상학에대한연구가그동안활발하게진행되지않았다.
물론교부신학때부터철학과의대화나만물의기원에대한신학적설명, 자연, 인간에대한신학적연구들을넓은차원으로보면현상학적신학이 라볼수있겠지만, 그당시는아직현상학에대한학문적기초가세워지지 않았을 때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후설 이후로 볼 수 있는 ‘현상학’에 대한신학적수용에있어서는그연구가비교적활발하지않았다고볼 수있다.
그럼에도19~20세기의신학에서보이는 신학내에서의 현상학적 흐름들을 몇몇 찾아볼수있는데, 대표적으로 개신교신학에서는 불트 만(Rudolf Karl Bultmann)과 틸리히다.20)
또 가톨릭신학쪽에서 현상학 적 신학을 시도한 이들 가운데는 대표적으로 존 D. 카푸토(John, D. Caputo)를 들 수 있다.
불트만의 연구는 하이데거와의 연결속에서 진행되어왔는데, 주로 신학과 철학의 관계성, 혹은 실존신학 범주 내에서였다.
그러나 그의 신학에는 하이데거의 현상학적측면이존재하고있다.
그의 중심적개념 은“비신화화(Entmythologisierung)”21)인데, 이것은 성경에 나타나는 기적이나 초자연적인사건에 대한 인간학적이며 실존적인해석을말한 다.
20) 하이데거의 철학은 기독교 학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현상학을수용하거나활용하여자신의신학적방법론을구축한학자는많이보이 지 않는다. 다만 불트만과 틸리히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현상학적 가능성들이 보인다.
21) Bultmann, Rudolf, Glauben und Verstehen 4 (Tuebingen: Mohr, 1993), 134.
불트만은 이러한 실존적해석을 하이데거로부터받았음을 고백하는 데, 22) 이것은 하이데거의 이중적역사이해를 수용함으로써 발전된것이 라 볼 수 있다.
하이데거의 이중적 역사 개념은 통속적인 시간 이해와 본래적인 시간으로나누고, 사태에 대한두가지해석(눈앞에있음, 손안에있음)으 로나누어보는것인데, 이것은그의 현상학적특징으로부터나온결과이 다.
마치 하이데거가 존재자와존재를 구분하고 대상으로서의 존재자를 아는것이아닌, 사건으로경험되는존재를이야기하는것처럼, 불트만 또한 대상자체로서의하나님이아닌 실존론적으로경험되는하나님을 이야기하는것이다.
하이데거가 존재신론비판을 통해서 제1 원인으로서의 신이해를 비판하였던것처럼, 불트만도 하이데거의주장들을 받아 들이고, 원인에서찾는것이 아닌 개인의신앙고백에서‘사건’ 가운데 들어와 있는 신을 말하려는 것이다.23)
22) 앞의 책, 104.
23) 불트만의 현상학적 신학에 대한 더 깊은 연구는 다음 논문을 참고하라. 서동은, “루돌프 불트만의 현상학적 신학―불트만과
하이데거의 사상비교,” 「기독교철 학」 5 (2007), 149.
또다른 신학자는 신학과 철학의상관관계를 주로연구한 틸리히다.
틸리히의 존재이해나 계시와같은신학적특징을 현상학과연결시키는 것은 다소 생소해보일 수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틸리히전문가들에게서도 그의신학을 현상학과연결시키는연구는 많이찾아보기힘들다.
그럼 에도 틸리히와 후설의현상학의관계성을 재조명하는 연구들도 간혹 볼수있다.
그중에서 신용식의연구는 틸리히와후설의관계성을심도 있게연구하고, 틸리히의신학적방법론에많은부분후설의현상학이 녹아져있으며, 그가단순히현상학을무분별적수용만한것이아니라 그것을 비판하며 자신의 신학방법론을 구축했다고 말한다.24
틸리히는일반적인 진리인식이 아닌역동적인방법으로‘메타논 리’(Metalogik), ‘메타논리적방법’(Metalogische Methode)을사용하여 자신의신학을전개해나간다.
‘메타’는대상의형식너머의존재의본질 을‘지향’하는것이며, ‘논리’는창조적사유형식, 곧사유행위에의미를 부여하는존재를향하게하는것이다.
그리하여‘메타논리적’이라는방 식은사유의논리적형식을가리키기도하며, 때로는그형식을넘어서는 역동성을가리킨다.
사유함에있어서 그형식에있어서는논리적이지만, 그대상자체의존재를위해서는논리를초월함이필요하다.
그이유는 존재는사유보다크기때문이다.
이러한이해는 후설현상학의노에마 (의식), 노에시스(의식됨) 개념과도연결된다.
노에마는 노에시스에의 해 지향되었기에 주체의의식에 포함되기는하지만, 그것에 지배당하지는않는다.
즉, 메타논리학과연결시키면계시된본질을노에마로보고 그것을 지향하는 주체의 신앙적 행위를 ‘노에시스’라 볼 수 있다.25)
또한가톨릭신학에서도현상학에대한관심을많이보였는데,26)
24) 특별히 다음 논문은 틸리히 신학에서의 후설 현상학적 가능성에 대한 타당성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신용식, “폴 틸리히의 현상학적 신학 재구성― 에드문드 후설 현상학 수용과 관련하여,” 「한국조직신학논총」 44 (2016): 105-145.
25) 앞의 논문, 120-122.
26) 가톨릭에서는 레비나스의 현상학을 수용한 논문들이 일찍부터 나왔는데, 먼저 콴트(Remigius Cornelis Kwant)는 레비나스의 전체성과 무한개념과 구약성서의 연결을 통해타자, 약자에대한 선행을 연결시켰다. R. C. Kwant, “De verhouding van mens tot mens volgens Emmanuel Levinas,” in Streven. Jaargang 19 (1966): 609-621. 또한프라트(J. Plat)는레비나스의 타자의얼굴로부터 알게되는‘얼굴의 현상학’을 수용하여 신의 존재와 그 이해가능성에접목하였다. J. Plat, “De mens en de oneindige ander bij Emmanuel Levinas,” Tijdschrift Voor Filosofie 26 (1964), 496.
특별히 살펴볼 학자는 존 카푸토(John, D. Caputo)이다.
그는 가톨릭 신학으로 연구를시작하였으나 후에 하이데거, 데리다(Jacques Derrida) 등과의만남을 통해 현상학과 해석학에관심을 갖게되었다.
그는‘약한 신학’(Weak Theology)을 주장하며 자신의신학을발전시키는데, 이것 은전통적인신학(강한신학), 곧 전통적인 서구형 이상학적인 존재신론 을해체함으로자신의 약한신학을 발전시켜나간다.
이점에서 카푸토는 전통형이상학(강한신학)에 대한 ‘약한신학’으로의 전환을 가리켜 현상 학적 환원이라 지칭한다.
그동안의 강한신학은 하이데거가 지적한것처럼, 신에대한개념이나 의미를 체계화시킴을 의미한다.
그러나 약한신학에서는 신에대한 집중이아닌, 신이 행하는‘사건’에집중한다.
사건은 그때마다존재를 규정하려는것에서벗어나고, 새로운의미를 창조해내기때문에 강한 신학의 신존재규정은 해체되고만다. 27)
그렇기에‘약한신학’은 형이상 학적이라기보다는 현상학적이고, 급진적인 해석학적현상학이라스스 로규명하였다. 28)
27) John. D. Caputo, The Weakness of God: A Theology of the Event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06), 7.
28) 앞의 책, 121.
분명 카푸토또한자신의신학을 전개함에있어서 현상 학의 완전수용은 힘들었던것으로보인다.
현상학적인 환원작업으로 약한신학을 전개하고는있지만 분명 전통현상학과는구별되는것이 다.29)
위와 같이 직접적으로 자신의 신학을 구축함에 있어서 현상학을 수용/비판한학자들은많이찾아볼수없지만, 연구사적으로볼때 신학 에서현상학과 대화하려는시도자체가 없었던것은아니다.
특별히 국내 에서도 신학쪽에서 현상학에 대한관심들은 찾아볼수있는데, 일찍이 김영한은“레비나스의 종교사상에 대한 비판적성찰”30)을통하여기독 교의입장에서레비나스를어떻게수용할수있으며, 그한계는무엇인지 연구한바있다.
이주제에 대한 좀더진지한연구는 박원빈의 레비나스 와기독교로, 특별히 레비나스의 신정론에 대한연구를발전시키며, 케노시스(kenosis)에 대한 레비나스의 주장에대한 가능성과 한계점을 논술한다.31)
비교적최근에는 가톨릭신학자 김현직의 연구를뽑을수 있는데, 마리옹의 계시이해와 삼위일체에 대한사상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한전통신학에서의수용가능성과 그한계를 탁월하게비판하였다. 32)
29) 존 카푸토의 현상학에 대한 연관성과 비판은 다음 논문을 참조하라. 윤동민, “존 카푸토의 (신의) 약함의 현상학,” 「현상학과 현대철학」 92 (2022): 29-61.
30) 김영한, “레비나스의 종교사상에 대한 비판적 성찰,” 「해석학 연구」 26 (2010): 113-140.
31) 박원빈, 레비나스와 기독교 (서울: 북코리아, 2010), 196-197. 또한 이 저자의 다른 논문도 레비나스의 현상학과 신학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박원빈, “최근 영미 종교철학 담론 –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중심으로,” 「한국조직신학논총」 22 (2008): 137-158.
32) Hyunjhik Kim, “Jean-Luc Marion’s Phenomenological Approach to the Trinity and Its Inspiration for Christian Theology,” Licentiate of Sacred Theology (Boston College, 2023).
연구자는이번장에서 신학에 접근하는 현상학, 특별히 프랑스의 현상학에대해서규명하였다.
현상이라는 개념을 정의함에있어서 축소적으로접근했던 자니코는 현상학자들의 신학에대한관심에 대하여 비판하였지만, 오히려 후설의 전통현상학에서의 현상은 초월적인영역 의가능성을 배제하지않고 있음을 살펴보았고, 그렇기에 앞으로 현상학 에서의 신학에 대한접근은 더 많아질가능성이있다.
이와 반면 신학 쪽에서는 그동안 비교적 현상학에대한 이해나 수용이 활발하지않았음 을보았다.
물론 직접적으로 신학방법론으로써 현상학을 수용해보려는 시도에힘을기울인 신학자들이 없지는 않지만, 현재까지이러한방면의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III. 신학의 계시 개념과 현상학
신을 인식함에있어서 먼저 전제되어야하는것은 인간의인식이 신의 신성의 범위 안에 있다는 조건 아래서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그분이 자신이인식되도록 스스로를내어주시는것을 통해 가능 하게되고, 그분이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지 않으면 인간은 절대로인식할 수없다는것을의미한다.
만일 인간이 신을인식함에있어서 자력적으로 알수있다고주장하거나, 그러한 시도를한다면, 그것은 시작부터 잘못 되었고결코 진정한의미의 신인식이 가능할수없다. 그
러므로 신 인식은 오직 계시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33)
33)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신준호 ․ 안희철 옮김, 뺷판넨베르크 조직신학 I뺸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7), 311.
그러므로 기독교내에서 이계시에대한 이해와 그것이 발전되어온연구들은중요한가치를지닌다. 34)
34) 판넨베르크는 교부 시대에 성경의 영감을 표현하는 의미로 계시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우선적으로는 그리스도에 관계된 것으로 계시가 이해되었음을 주장한 다. 그럼에도교부신학전통에서는아직계시개념에대한체계적인서술은갖추 지못한상태였는데그이유는 이미 헬레니즘적‘ 로고스’ 개념으로 인한 신의육화 개념을 쉽게받아들임을통한 계시논쟁의 불필요성이라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초대 교부 시대에서의 계시 사상은 논증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논증의 목적(기독론논쟁)으로보인다. 그이후 점차 라틴중세로 오면서 계시이해에 변화가 일어나 는데 특별히 토마스 아퀴나스이다. 그는 신적인 구원의 진리는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기에오로지 계시를 통해 얻을 수 있음을 밝혔다. 종교개혁자들에게 있어 서도 계시이해는 새로운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적인 것이었으며 새롭게 이해가 되기시작된 것은 계몽주의 이후라고보인다. 앞의책, 356-357. 계몽주의이후의 계시 이해 변화에 대해서는 앞의 책, 357-364.
무엇보다기독교신학에서계시의 정점은성육신하신하나님인그리스도에집중하고있기에, 신학의 많은 주제들 중에서도 이 계시에대한 이해와 그것의 현상학적탐구는 특별히 의미가있다.
그리고 연구자는 신학과 현상학에서 말하는 계시개념의 특성에는‘드러남과 주어짐’과 ‘감추어짐과 타자성’이라는 공통의 인식 영역이있다고보면서, 이주제에 주목하여 신학의 현상학적 관련성에 대해 접근하고자 한다.
1. 계시 개념의 특징: 드러남과 주어짐
일반적으로계시라는말은‘감춰진사실을드러내준다’라는뜻을 갖고있다.
신학적으로도계시개념을이해할때는주로‘하나님의자기 계시’라는 의미로 사용되며, 이것은 모든 시대의 기독교 신학의 중심 주제라할수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자기계시’는 예수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고 구체화 된다.
그리스도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 (eikon, 골로새서1:15)으로 표현했던 것도 이러한 계시를 뜻한다.35)
계 시를‘이해’하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할 것이다.
여기에서 계시에 대한지식을 얻는것과 계시자체를 동일한것으로 여겨 계시를축소시 켜서는안될것이다.
이처럼 계시에대한 여러 학문적이견들이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시의주체는 하나님이심을부정할수없다.36)
이런면에서 칼 바르트(Karl Barth)는 계시를 하나님 자신이 스스로를 드러내시고 자신에대해스스로말씀하시는것으로보았다. 37)
하나님이계시의주체 (성부)인 동시에계시의 대상(성자)도 되며, 계시의 장본인은 결국 계시하는하나님자신임을 주장한다.38)
35) 알리스터맥그라스/김기철옮김, 뺷신학이란무엇인가뺸 (서울: 복있는사람, 2021), 314-315.
36) 신을 인식함에 있어서 계시의 장소(locus)에 대해서는 서로 이견이 나뉘지만, 공통적으로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통하여 하나님을 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여기서 계시가 나타나는대표적인장소들을 보면,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이 창조 안에서창조주의 계시를 발견할수 있다는 주장과 오직 성서 안에서 발견된다는 복음주의전통그리고그와비슷한그리스도안에서계시가발견된다는바르트가 있다. 또한역사를통해서계시를발견할수있다고주장하는판넨베르크의계시 이해도 있다. 스탠리 그랜츠/신옥수 옮김, 조직신학 (서울: 크리스천 다이제스 트, 2023), 94.
37) 칼 바르트/박순경 옮김, 교회교의학 I/1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3), 386.
38) “이런 입장은 바르트를 위시한 20세기 전반기 신학자들의 거의 공통된생 각이었 는데, 판넨베르크도 이것을 수용한다.” 김균진, 현대신학사상 (서울: 새물결플 러스, 2014), 432-433.
결국 계시란 드러내시는 하나님에 의해 드러나는사건이다.
이‘드러남’은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로부터‘주 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계시의특성이 현상학과는 어떤관계가있는것인 가?
결국 인간은 하나님의 계시를 스스로알수없고 그것을 수용하고 해석함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영이신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하다.
즉, 계 시를경험하는 이현상을 이해함에있어서, 먼저 계시의본질인 ‘하나님 께서드러내셨고주셨다’라는 이특징에 대한 현상학적조명이가능케 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상학이란 본질학이라는 뜻도 있다.
즉, 계시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은 이미 경험되어진 계시 사건에 대한 해석이나개념화또는그정의를내리기이전에, 계시의진정한본질, 즉드러남또는주어짐에대한우선적연구를말한다. 물론신앙인이라면 하나님이진리를계시하셨고, 또이계시는하나님으로부터왔음을부정 하지않을것이다.
그러나역사적으로신학은철학과의관계를이어왔고, 더나아가변증적인차원, 곧세상의질문에답하고기독교의진리들을 변증적으로제시할수있어야한다.
그러므로계시의본질인드러남과 주어짐에관련된철학적, 현상학적인접근은그연구의가치를지닌다.
이미이러한연구작업은현상학자인마리옹이진행한바있다.
그에 따르면 현상에는 그것을 개념화하거나 흡수하기힘들정도의‘포화된 현상’이있음을 말한다.
다시말해서 이 외부로부터오는 현상이 직관을 초과해버리는것이고 이는 자아에게 환원되어지지않는것이며, 이포화 된 현상을 가장잘설명해주는것으로 계시현상을 제시한다.
마리옹은 포화된 현상을사건(event), 우상(idol), 살(flesh), 아이콘(icon)이라는 네가지것으로표현하였다.
먼저 사건은 마태복음24장27절에서보는 것처럼 오시는분의 급진성이라는 특징으로 그 사건적특성을말한다.
우리의 예상할 수없는, 직관을 초과하여 오기에 예측불능의사건성과도 같은것이다.
우상이란 계시현상이 우상이라는뜻이아닌, 현상에의해서 시선의 사로잡힘, 보이는것과 소리의 충만함으로서 우상에 시선이 빼앗기고 정신이나가듯이우리의 지향작용을 멈추게하며 우리를경탄 하게만드는포화된현상으로서의 우상을 의미한다. 살의 역할은고통을 겪을수있다는 것과 또한 죽을 수있다는것 그리고 살수있음을의미한 다.
우리는그리스도의 살의고통, 죽음, 그것의 살아남을 통해 하나님께 로나아갈수있다.
네번째는 아이콘으로서 시선의 전환, 곧보여지는 것을 통해 보여지지않는 깊은차원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곧예 수 그리스도라는 아이콘을 봄으로써 보이지않는 하나님에게로 시선을 돌 리는 포화된 현상이다.39)
그렇다면 인간주체입장에서 이계시현상에대해 어떻게 반응할 수있을것인가?
앞에서말했듯이이것은포화된현상으로써받는사람의 지향적작용을통한흡수나해석이불가능한것이다.
즉, 인식론적작업 으로계시를 정보화하거나 객관화, 체계화는것이불가능하게되며, 다 만그계시사건에대해 우리는‘증언’할뿐이라고마리옹은주장한다.
그는 날때부터보지못했던자의 비유를들면서(요한복음9:1-12), 소경 은 다시 보게 되었음을 전파하고, 예수라는 사람이 이 일을 행했다는 것을‘증언’하지만, 예수가누군지는모른다.40)
39) 김동규, 뺷선물과 신비 장-뤽 마리옹의 신-담론뺸 (서울: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5), 288-294.
40) Jean-Luc Marion, Givenness and Revelation, trans. Stephen E. Lewis (Oxford: Oxford University, 2016), 54-55.
이렇게보면 마리옹에게 있어서 계시를 규명하거나 해석함은불가능해보인다.
실제로 마리옹도 현상학은 계시신학의 현실화가아닌, 그이전의‘가능성’ 상태로서의 계시에만집중하고, 계시의 신학적이해, 혹은 해석적작업을 걸쳐간 계시 개념으로 변할 수 없음을 말한다.41)
분명히마리옹의현상학과그계시이해에나타나는점을신학에서 무비판적으로수용하기란어렵다.42)
성경에는수많은증인이예수에 대해증언하고있으며, 오늘날에도수많은현상을통해‘계시’가드러난 다.
결국계시현상에대하여인간은해석하거나이해할수없지만, 성령 의도우심으로우리는깨닫게된다.
그리고성령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교회 공동체는 많은 초월적인 진리들(삼위일체, 기독론의 신인 양성, 계시등)에대한합의를이루어냈고, 교회는이것을하나님의역사하심 으로 고백한다.
그러나 마리옹은 이러한 결의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다. 43)
41) 마리옹이해석학자체를부정했다고는볼수없다. 분명그의현상학에도회심을 통한계시현상에대한해석이가능케되어지는, 즉‘회심의해석학’이라는개념이 등장한다. 한 주체가 계시 체험에 대하여 시선의 전환이 일어나 신의 은총으로 계시를 받아들이는 것, 즉 새롭게 보게 되는 것(해석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리옹의해석학은‘회심의해석학’이라볼수있다. 하지만그는그것을체계화하 거나 보편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마리옹은 계시 해석학을 내세우면서도 총체적인 해석학적 전환을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직 계시 현상의 절대적 주어짐과 그 체험의 순간의 경험, 태도 변경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지점에서우리는마리옹의해석학이가지는난점을본다.” 김동규, “장-뤽마리 옹의 현상학에서 계시와 인식: 계시에 대한 현상학적-인식론적 접근과해석학의 문제,” 「人文學硏究」 31 (2019): 364-365.
42) 김현직의 마리옹의 한계에 대한 비판은 주로 구원론적 관점과 성령의 가시성 (Visibility of the Spirit)에 관한 비판이다. 다음 논문을 참고하라. Hyunjhik Kim, “Jean-Luc Marion’s Phenomenological Approach to the Trinity and Its Inspiration for Christian Theology,” 73-80.
43) 김현직, “장-뤽마리옹의삼위일체적계시이해에대한비판적연구,”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9), 71.
이렇듯마리옹의현상학에는 분명한 신학적수용에 대한 한계점이 드러난다.44)
44) 연구자는 종합과 비판 그리고 결론에서 이 비판점을 좀 더 다루고자 한다.
그럼에도분명마리옹의현상학이주는유익이있다.
그것 은 그의 현상학적접근을 통해 계시자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지평이 넓어지고, 무엇보다 변증적인 차원에서의 계시에 대한 이해가 풍요로워질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2. 계시 개념의 특징: 감추어짐과 타자성
계시의 두번째특징은 감추어짐과 타자성이다.
계시라는말은 보여 주거나드러내는 것이지만, 인간의 인식론적한계로는 신적인 차원의 계시를 모두 알수없다.
그러므로 인식하거나 이해할수없는 계시의 영역을 우리는 신비라고 부르거나 감추어짐등으로 표현하기도하는데 이것은 기독교
신학전통의 오랜 주제였다.45)
계시에 기초하여 신학이 하나님에 관해 해석되어진기술(긍정신학)을 한 바가 있다면, 그와함께 계시의 실재성에대한 알수없음과
같은 부정적인(부정신학) 진술도 있었음을기억해야한다.
특별히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는 인간이 계속성장함에도불구하고 하나님은 인간보다 언제나 더 크신 분임을 주장하였고,46) 동방정교회 신학에서는 하나님의 암흑성 (darkness of God)과 같은 개념을 통하여 하나님의 본질의 감추어짐 (hiddenness)을 강조했다.
45) Denys Turner, The Darkness of God: Negativity in Christian Mysticism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5).
46) Augustine, Expositions on the Psalms (Psalm 63), In Nicene-Post Nicene Fathers, vol. 8, ed. Philip Schaff (Grand Rapids: Ertdmans, 1989), 262.
또한 종교개혁전통에서도 이러한‘감추어짐’ 의 계시적특성은 계속해서 중심주제로 다루어졌다.
곧감추어진계시에 대한 대부분의 기독교전통은 그분의 십자가달리심과 부활하심 그리고 예수안에서 하나님이 자신을 계시하셨다는것으로받아들인다.
특별히 이러한 계시의특징에는 드러남의특징에 대한것도있지만, 역설적이게 도 그분은 여전히 다 알 수 없는 감추어지신 분으로 고백하고 있다는 것이다.47)
이처럼계시라는단어자체에는‘감추인것을드러냄’이라는 뜻이 포함되지만, 결국 인간 인식으로는 여전히 그 계시의 모든 것을 밝히알수없는것이며, 이러한‘감추어짐’의개념은현상학적으로도 분석될 수 있다.
감추어진 것은 알 수 없다는 의미를 지니며, 현상학에서는 이런 ‘타자성’에대한연구가레비나스에의해서진행되어온바있다.
먼저 타자성이란 주체에게 동일화되거나 포섭되지않는‘외재성’(外在性)을 의미한다.
대상을 봄에있어서 인식되는부분(전체성)이 있는가 하면, 의식에 침해될수없는 초월적인부분, 즉타자성이있다.
이것은 단순히 ‘나와다른 어떤것’이아닌, 정반합과 같은 변증법적인 범주에도 포함될 수없는것, 즉 이해불가능하고, 동일화되지않는타자성이다. 48)
47) Daniel L. Migliore, Faith Seeking Understanding And Introduction to Christian Theology, Third Edition (Grand Rapids, Michigan, Cambridge, U.K, 2014), 27.
48) 김연숙, 타자 윤리학 (서울: 인간사랑, 2001), 103-104.
레비나 스에따르면그동안의서양철학과형이상학은주체성의확립을위해 타자의타자성을배제하거나동일자로통합시켰다고지적한다. 이것을 레비나스는‘전체성’이라불렀는데, 이러한전체성의특징을갖고있는 자아중심의 의식 철학적인 면에서는 대상을 동일자로 동화시키는것이 심한문제가되지는않을수도있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윤리적측면에서는 이개념이 문제가 된다고 본 것이다. 49)
49) 임마누엘 레비나스, 전체성과 무한, 273-376.
더 나아가 하나님 에대한 그리고 그의속성을 잘표현하는 계시를 이해함에 있어서 이러한 태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계시의 특성인 감추어짐에 대한 타자성의 연구는 신학에 있어서 신비적요소, 초월적요소를 부정하지않는 중요한 시작점이된다.
계시의 드러남의 특성은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계시를이해 하거나 규정하고 체계화하며 해석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타자성의 축소나 이것을 등한시하는 시도들이 일어날 수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계시를 해석함에있어서 분명한 한계설정을 제시하고, 하나님의 타자적 신비의영역을 보존해야한다.
이런 면에있어서 오늘날의 현상학, 특별히 레비나스와 마리옹의 현상학은 신인식론이나 신학방법론에있어서 중요한 문제의식과 함께 향후 연구에 있어서의 과제를 던져준다.
3. 종합과 비판
연구자는 계시 개념의 드러남과 감추어짐이라는 두 가지 특징에 대하여현상학적접근을시도하였고, 그것에각각주어짐의현상학과 타자현상학이라는방법론으로계시의특징들을분석하였다.
먼저계시 의드러남의성격은그주체가하나님이심을보여주는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드러내셨다’라는계시의분명한성격은마리옹의‘주어짐의 현상학’을통해서현상학적인수용가능성이있음을보게되었다.
또한 계시의감추어진특징은인간이알수없는영역, 곧주체에게포섭되지 않는타자의영역, 즉하나님의영역이다.
이개념을설명함에있어서 레비나스의타자성이주는유익이있는지, 있다면무엇이었는지에대해 비평하였다.
그럼에도불구하고연구자는 신학방법론에있어서 현상학을 수용 하는일은 여전히 신중한 비판적태도가 필요함도 밝혔다.
일반적으로 현상학자들은 현상학적작업을 가장 최우선의작업으로, 즉 해석학적 작업 이전의 것을추구한다.
이것의 의미는 오랜기간 고백되어온교회의 신앙고백들과 전통신학의해석들을 간과하고, 단지 현상학적으로만 성경이나 기독교진리를다루어 보겠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오류가 마리옹의현상학에서 강하게 나타났음을 지적하였다.50)
또한 이와 같은문제는 타자성을 주장한 레비나스의 현상학에서도 보인다. 51)
50) 각주 41번과 42번을 참고하라.
51) 신학의 레비나스 현상학 수용에 대한 비판들은 다음 논문을 참고하라. 배명지, “존 웨슬리 성결론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 ― 임마누엘 레비나스의 타자철학을 중심으로,” (서울신학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2), 136-141.
그가 유대인으로써기독론에대한긍정이없는것은차치하고라도, 그의현상학의 목표중 하나가 존재 신론적인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신에 대한 어떠한규명, 전제, 해석등을거부하는것이다.
이말에는 그동안의교회 가고백하고 정의내려온 신학적명제들에 대해서도 쉽게 긍정하지못한 다는것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신학방법론에있어 현상학을수용하는 일은, 현상학이 주는 중요한 인식론적 가치나 철학과 소통할 수 있는 가교의 역할을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늘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할 것이다.
IV. 결론
본논고에서연구자는신학의방법론에있어서현상학을수용하는 일의 가능성 여부와 그 정도에 대해서 비판적 고찰을 하였다.
이것을 통해연구자는오늘날시대의물음과철학의도전속에서신학에서주장 하는신비와초월적개념들특별히계시에대한현상학연구들을조사하 고, 무엇보다현상학이라는방법론을통해이것이어느정도신학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를 비평하였다.
연구자의 강조점은 이것이다:
마리옹 같은 현상학자들은 그동안 교회사에서확인된삼위일체론, 구원론, 계시론등의학문적규정의작 업을배제하고, 오직성경이라는텍스트에나타나는현상에집중하여 현상학적작업을시도함이문제라는것이다.
그들은이미교회전통에서 규명하고정의내린신학적개념에대한규정들을단지‘해석학적작업’ 이었다고보기때문에, 해석학보다앞서는 현상학적접근을 시도하여 이를 새롭게 해석하려는것이다.
그러나 신학은 초대교부시대부터 이러한 초월론적주제들에 대한 수많은논쟁을 통하여서 체계를 세워왔고 해석해왔으며 그리고무엇보다도그러한 모든 논의의 과정과 결과 가운 데 초월적인 성령의 인도하심이 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학에서 현상학을 응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단지그렇게만볼수는없을것이다.
오히려반면에, 비록신학자들이 현상학자들의모든논조에동의하지는않을지라도, 현상배후에있는 실재에다가가려는그들의현상학적방법론에는익숙해져야할필요가 있다고본다.
그런데 여기서 역설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신학자들이 현상학방법론을 통해 연구해야할 주요대상은 초월과 신비의영역뿐만 아니라, 그것과 함께‘일반세계’, 즉 세상에서 일상적으로 경험되어질 수있는현상들에대해서이다.
신학이 철학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얻어야 할 유익이 있다면 그것은 변증적인 요소이다.
즉, 신학자들은 세상에 기독교적진리를전달하기위해서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있는현상적 자료나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일반현상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세상이공감할수있는 일반현상들을통해그현상이드러내는본질 들을규명하고(마치 레비나스는 동일자와 타자와의관계에서 신의흔적 을 찾았던것처럼), 그것에대한 신학적해석과 적용들을 시도한다면, 이것이 신학에있어서 현상학을 비판적으로사용하는 유익이 될것일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미 고백되어진 교회의신앙고백 과 전통적교리 내에서 이러한 현상학 방법론을 응용할 수 있을 것인데, 이것은 교회 전통의 해석을 마다하고 진행되는 현상학이아닌, 교회의 고백적권위를 인정하고 그것이 제시하는 범주내에서 세상앞에 변증하는 성격의 비판적 현상학인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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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이 논문은 신학의 현상학 수용에 있어서 그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 이다.
역사적으로 신학과 철학의 관계성은 많은 학자에 의해 다양하게 설명되어왔다.
많은 긍정과 반대들 속에서도 필히 신학에서 철학에 대 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그 이유는 선교적이며 변증법적인 이유일 것 이다. 신학은 우리가 믿는 전통과 진리들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일반학 문적, 철학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때로는 세상의 질문에 답하기 위하 여 철학이라는 학문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이와 같은 동기로 이 연구는 비교적 현대 서양 철학의 한 분과라 할 수 있는 현상학이 신학적으로 수 용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먼저 연구자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진행 되어온 신학과 현상학의 관계성 에 대한 고찰을 정리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하였는데,
첫 번째는 신학을 향해 접근하는 현상학, 특별히 현대 프랑스 현상학에 대한 연 구들이며, 대표적으로 유명한 레비나스와 마리옹에 초점을 맞추었다.
둘째는 신학계에서의 현상학 수용에 대한 연구들이다.
분명히 첫 번째 흐름에 비하면 많이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학에서 현 상학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구자는 이러한 관계성들을 조사하며 현재 신학과 현상학의 관계성을 고찰하였고, 두 학문 간의 중요한 학자들과 그들의 연구들을 종합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연구는 연구사적으로만 두 학문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넘 어서, 구체적으로 두 학문이 갖고 있는 공통 주제로서의 ‘계시’에 대하여 연구한다.
신학 쪽에서 주장하는 계시 개념의 특징들 중 두 가지(드러남 과 감추어짐)를 대표적으로 다루며, 이 두 특징에 대한 현상학적 개념들 (주어짐, 타자성)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자는 계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드러남과 감추어짐’이라는 개념이 현상학적 분석을 통하여 일 반 학문으로도 표현 가능하고 이를 신학 속에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 을 것이라는 분석의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연구자는 이러한 융합적 연구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신학에서 무비판적으로 현상학을 수용하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신 학에서현상학을 수용하기위해서는 어떠한 비판적작업을 거쳐야하며, 또 앞으로 이 현상학을 어떻게 응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언 을 덧붙였다.
주제어 ‖ 철학, 현상학, 계시, 레비나스, 마리옹
Abstract
The Possibility of a Theological Critical Reception of Phenomenology: Focusing on concept of Revelation
Bae, Myung-Ji, (Ph.D. Visiting Professor Sungkyul University Anyang, Korea)
This paper presents a critical examination of the potential for integrating phenomenology into theological discourse. Historically, the relationship between theology and philosophy has been defined in various ways by many scholars. Despite many positive and negative aspects, if theology is to be interested in philosophy, it is because theology must be missional and dialectical toward the world. Theology often seeks to communicate these concepts effectively to the wider world by articulating traditions and truths within its jurisdiction in terms that resonate with broader academic and philosophical discourses. At the same time, theology critically engages with philosophical scholarship in order to address pressing questions raised by contemporary society. Against this background, the re- searcher has investigated the theological acceptability of phenomenology in this study, which is often considered a relatively modern branch of Western philosophy. First, the researcher approache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ology and phenomenology in two ways to organize the separate studies. The first is a study on modern French phenomenology approached through theology, focusing on the famous Levinas and Marion. The second is a study on the acceptance of phenomenology in the theological world. Of course, there is not much to see compared to the first stream, but it is not that theology has not been interested in phenomenology at all. By investigating this relationship, the researcher explored the current interaction between theology and phenomenology and synthesized the contributions and research of major scholars in these two fields of study. In addition, the researcher went beyond 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fields of study from a research history perspective and specifically studied the topic of “revelation,” which the two fields have in common. Therefore, the researcher dealt with two characteristics of the concept of revelation claimed in theology (what is revealed and what is hidden) as representative, and analyzed them by applying phenomenological concepts (givenness, otherness) to these two characteristics. Through the phenomenological analysis, the researcher obtained the result that the concept of “revelation and concealment,”which can be said to be the essence of revelation, can be expressed and critically accepted in the general academic world. Finally, the researcher addresses the dangers of uncritically accepting phenomenology in theology, adds suggestions on what critical work is needed to accept phenomenology, and how such phenomenology can be applied and utilized in the future.
Keywords ‖ Philosophy, Phenomenology, Revelation, Emmanuel Levinas, Jean-Luc Marion ∙
투고접수일: 2024년 11월 01일 ∙ 심사(수정)일: 2024년 11월 16일 ∙ 게재확정일: 2024년 11월 26일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7집(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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