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21세기등장한객체지향의철학은인간‘주체’(subject) 중심의사고 에도전하며, 이제까지대상화(objectify)되어이해되던객체를다시주 목한다.
이러한 객체 지향의 관점은 주체 중심에서 보는 객체에 대한 제한적시각을교정하며, 주체중심의지식으로말해질수없는존재들에 대한사유를환기하는것으로의미가있다.
객체지향의관점을반영하여 생태신학을구성하는것은창조세계를바라보는관점의변화와존재에 대한인식의전환에계기가될수있을것이다.
인간외의존재, 즉도구화 되고대상화된비인간존재를주목하고, 전개체가필연적으로연결하며 교류하는관계성을이해하는것은창조세계의깊이를인간의지식형성 으로제한하지않으며, ‘함께-되기’의존재를이해하고‘더불어-함께-살 기’를 실현하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조물전개체를포함하여신학의존재론적지평을확장하는것은, 인간없이는어떠한것도존재하지않을것처럼여기는인간예외주의로 인해일어나는현재의파괴적상황에비판적견제의역할을할수있다.
현재의재난적인위기상황은인간의우월감에기초해서는그해결을 찾을수없을것이다.
인간과비인간경계의잠재성을주목하며, 근대의 인간중심적인사고프레임을극복하는탈인간중심적인신학적관점이 요구된다.
인간과비인간자연그리고사물에대한인식의전환을위해, 본논문은특히주체와객체를따로떼어나누어보는근대의사유체계에 대해비판적으로검토하며, 전지구적차원의얽히고설킨관계성과연결 성그리고창조세계의깊이를이해하는사유의전환을모색한다.
21세기 관계적존재론으로의전회를고찰하고, 근대의젠더화된이분법적사고 를극복하는객체지향생태신학의가능성을검토하며구체화할수있을 것이다.
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 ontology)은이제까지대상화되 어 이해되던 객체를 그 자체로 보자고 하는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의철학적입장으로서, 인간과사물을포함하여모든존재의 저마다의가치를강조하며, 인간이사물을대할때에인간에게필요한 도구혹은수단으로여기는입장에견제의역할을한다.
객체를그자체로 보지못한다고지적하는하먼의철학은인간중심주의적이기적사고를 교정하고인간의기준에서가치를정하고따지는현상황에변화와반성 의기회를제공한다.
탈인간중심주의관점의객체지향생태신학을통해 ‘함께-되기’의존재이해, ‘더불어-함께-살기’의구체적표현방식을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객체 지향의 존재론은 사변적 실재론으로서 객체에 행위성 이상의실재성을부여하는것으로비판적철학의논의가더필요하지만, 비인간존재들을무시할때놓치게되는가치를고려하면, 객체지향의 관점은충분히의미가있다.
객체지향의생태신학은사물객체와인간 존재의가치동등성을주장하거나혹은객체가물질적요소로환원가능 하다고하는것이아니다.
오히려객체지향존재론을반영한생태신학은 인간, 사물그리고비실재적존재에까지존재지평을확장하며자율적 객체의의미를강조하고, 창조물전개체의관계성과촘촘하고긴밀한 연결망을 주목하며 창조 세계의 깊이를 열어 놓는 것이다.
이전의20세기생태여성신학은‘남성’ 인간중심적인관점을극복하 는관점에서, 샐리맥페이그(Sallie McFague)와로즈마리류터(Rosemary Ruether)를중심으로여성과자연의억압과착취가같은이분법적논리 에서 기인함을 주장하며, 창조 세계의 회복을 강조하고, 신학의 틀을 확장해왔다.
류터와맥페이그의생태신학이우주발생적차원에서존재 들의관계성과연결성을고찰하고하나님의표상을다양하게제시하며 신학의지평을넓혀왔다면, 21세기객체지향의생태신학은미시적차원 에서물질의창발성과생동성이만들어내는행위성에주목하며, ‘인간 (주체)-되기’를반성적으로돌아보고, 하나님의무한한내재와초월을 인간의관점에서제한하지않는신학적관점을되찾게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속에서‘더불어-함께-살기’의실현을통해현재의위기극복이 가능할것이다.
하나님의몸-된실재, 성육신을일상에서체험하는신학 적가이드로서의생태신학을모색하며, 주체의객체화와객체의주체화 의 사고를 실험하고, 비인간 존재, 도구화된 객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관점을모색하며, 현재의위기극복에계기를마련할수있을것이다.
II. 탈인간중심주의와 객체 지향 생태신학의 가능성
객체지향존재론은, 앞서언급한것처럼객체그자체에주목하며, 객체, 사물, 혹은세계가인간주체의사유에의해구성되거나혹은물질 적 요소로 환원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러한 면에서관념론적혹은유물론적사유모두를거부하며, 객체는관계로부 터물러나결코소진될수없는깊이를가진다고강조하는것이다.
즉, 인간주체가사물을전부파악하고이해할수있다는인간중심적인사고 를비판한다.
이러한21세기객체지향의존재론은하이데거연구에서 비롯되었고, 특히브뤼노라투르의‘행위자네트워크이론(Actor Network Theory)을바탕으로하여체계화되었다.1)
객체지향존재론은근대모더 니즘의인간중심주의사고가객체, 즉대상을그자체로다루지못했다는 것을지적하며, 대상은객체로서파악되는순간물러나는측면이있고 또한 더 나아가 존재로서 드러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2)
1) 그레이엄 하먼/김효진 역, 뺷비유물론: 객체와 사회이론뺸 (서울: 갈무리, 2020), 43.
2) 김환석 외, 뺷21세기 사상의 최전선: 전 지구적 공존을 위한 사유의 대전환뺸 (서울: 이성과감성, 2020), 238. 이러한하먼의철학은칸트의인식론에서물자체가대상으로서파악되기위해끊임없이물러나고따라서존재자체가결코인식되지않는다고 하는것과공명하는부분이있지만, 객체그자체의실재성을강조하는면에서차이 가있다.칸트의비판철학이 인식론적관점을지 니고있다면, 하먼의객체지향철학은 존재론적 입장을 갖는다.
말하자면존재론적관점에서객체지향의철학은어떠한상위개념 으로 일반화될 수 없는 객체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맥락에서‘초객체’(hyperobjects)라는용어역시객체지향의철 학을대표하는개념이다.
인간의지각을넘어국지적인범위를벗어나 시간과공간에대량으로분산되어있어존재자로서초객체를인식하는 것은쉽지않지만, 그러한객체가존재한다는것을객체지향존재론은 설명한다.
티모시모튼(Timothy Morton)이예로들고있는지구온난화, 블랙홀, 스티로폼, 항생제, 자본주의 같은 것들의 존재는 초객체로서 이러한 21세기 존재론의 접근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다.3)
신학자는아니지만헨리데이비드소로우(Henry David Thoreau) 의자연주의혹은초월주의사상은탈인간중심주의관점에서도구화된 객체, 비인간존재에대한이해를제시한다.
소로우는특히‘연민의감정’ 을강조하고, ‘절망이아닌용기와질병이아닌건강을나누기위해방종 하고잔인한인간을구제해야하는’ 의무를제시하며,4) 지구를하나의 사과와같은존재로여기는공감을강조하고, 지구객체를주체화하는 사유를 실험한다.
3) 앞의 책, 252.
4) 헨리 데이빗 소로우/강승영 역, 뺷월든뺸 (서울: 은행나무, 2022), 119.
한병들게된인간이, 자신이소우주이므로그는세계가풋사과를먹 어왔다는것을발견하게되는데, … 그의눈에는지구자체가하나의 커다란풋사과로보이며, 인간의아들딸들이이풋사과를익기도전 에 먹어버릴 것이라는, 생각만해도 무서운 위험성을 깨닫는다. (중 략) 이렇게2, 3년동안박애활동을하고나면그는위장병을고치게 되고, 지구는갓익어가는과실처럼한쪽볼이나양쪽볼에엷게나마 붉은색깔을띠게된다. 인생은그미숙함을벗어나다시한번살기에 알맞은달콤함이된다. 내가저지른것보다더큰악이있으리라고상 상할 수 없으며….”5)
이러한 소로우의 사상과 글을 인용하며 정치생태학자 제인 베넷 (Jane Benett)은신학자들과함께저술한책, Entangled Worlds(얽힌세 계)에서지구전체는살아있고, 감각의돌기들도덮여있다고말한다.6)
5) 앞의 책, 120.
6) Jane Bennett, “Vegetal Life and Onto-Sympathy,” Entangeld Worlds: Religion, Scien ce, and New Materialisms, Catherine Keller and Mary-Jane Rubenstein, eds.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2017), 92, Thoreau, Journal, Fall 1846, at Walden Pond, in Material Faith: Henry David Thoreau on Science (New York: Mariner Books, 1999).
21세기존재론은객체(object), 준객체(quasi-object), 초객체(hyperobject), 혹은저주체(hyposubject) 등의표현을통해존재에대한이해를심화하 고, 실험적사유를전개한다.
주체와객체, 생명과물질, 인간과비인간 존재로둘로따로떼어나누어이해하는이분법적사고는철저히인간중 심주의적존재론에기반을둔것이다.
이를비판하며, 라투르는주체와 객체용어대신에‘행위자’(actor)라는표현을사용하며관계성속에서 서로가영향을주고받는존재라는사실을강조한다.
라투르는관계의 그물망, 즉존재의연결성속에서, 주체가객체가되고객체가주체가 되는실뜨기게임같은존재론적얽힘을‘행위자네트워크이론’을통해 강조하며, 이러한관계적존재론을통해객체역시관계성속에서능동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21세기철학의존재론적전회는무엇보다도인간외비인간존재의 가치, 사물의능동적측면, 준객체로서의인간이해를강조하며, 근대 모더니즘이후대상화되어기계의부속품처럼여겨졌던타자들을유기 체적관점에서본다. 7)
관계적존재론의입장에서, 종교철학자애덤밀러 (Adam S. Miller)는라투르의행위자네트워크이론을바탕으로촘촘한 관계성과네트워크의연결성을고찰하고, 행위자들의관계를베풂과 겪음, 즉 은혜와 고난의 신학적 용어로 설명한다.8)
7) 그레이엄하먼, 뺷비유물론뺸, 43. 그리고그레이엄하먼/김효진역, 뺷네트워크의군주: 브뤼노라투르와객체지향철학뺸 (서울: 도서출판갈무리, 2019). 126. 21세기사상의 존재론적전회는근대모더니즘이후대상화되어기계의부속품처럼여겨졌던존재 들을다시금돌아보며유기체적관점을강조하는특징이있다. 특히이러한입장에서 브루노라투르는사물에대한인간의지식이완전했던적이없다는것을강조하며, 근대적사고가사물영역과인간정치의영역을나누고어떠한잔류도없이범주를 확정한것처럼오해하는것에대해‘우리는결코근대인이었던적이없다’라고비판 한다.
8) 애덤S. 밀러/안호성역, 뺷사변적은혜: 브뤼노라투르와객체지향신학뺸 (서울: 도서출 판 갈무리, 2024), 35.
물론 객체 지향의 존재론은신학적관점을지니지는않지만, 밀러는유신론적관점에서 21세기 존재론의 신학적 함의를발견하고, 특히 은혜의 측면을 강조 한다.
지난수세기동안생태계의위기, 즉기후변화의위기를경험하며, 근대모더니즘의‘인간(주체)-되기’, ‘독립된개체되기’의사유는비판적 으로검토되고있다.
사실비인간요소로구성된인간존재그리고준객체 로서인간이해는근대모더니즘의사유체계, 즉인간중심적으로인간 외의것들을대상화하고도구화하며, 인간을독립된존재로여기는사고 프레임을비판한다.
주체와객체의이분법적도식을넘어객체의존재 가치를인정하며, 인간외의비인간존재로까지존재의지평을확장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가 있다.
이러한맥락에서21세기객체지향존재론은객체가파괴될때, 즉 존재의부재를통해비로소드러나는존재가치를주목한다.
대상화된 객체를궁극적존재로보자고하는객체지향존재론은결코물질의생명 을강조하는물활론이나혹은만물에신의내재를주장하는범신론이 아니며, 인간중심적인지식을돌아보고아는것이힘이라는지배의식을 내려놓자는것이다.
사물객체가존재의부재혹은파괴가능성을통해 존재를드러내며또한관계로부터물러나있다고강조하는하먼의객체 지향존재론은물론객체의실재성을주장하는사변적실재론으로서 한계가있지만,9) 근대모더니즘이강조하는인간의‘주체-되기’ 그리 고 인간 주체와 사물 객체로 나누는이분법적 태도를 극복하게 하는 계기를마련하는데에통찰을제공한다.
9) Graham harman, Guerilla Metaphysics: Phenomenology and the Carpentry of Things (Chicago: Open Court, 2005), 20.
하먼의존재론, 객체지향의 철학이지닌신학적함의는현재의관계성파괴의상황에서그의미가 크다.
창조물전개체가긴밀하게연관된관계적존재론을강조하는과정 사상 역시 객체 지향 존재론과 공명하며, 모든 존재를 현재 행위들의 총합으로보고, 관계성을존재의바탕으로서이해한다.10)
화이트헤드, 라투르, 하먼모두이러한관계적존재론의입장을지지하며, 특히라투 르는관계성가운데서행위자의연결망을강조하고, 하먼은소위나쁜 동맹을통해드러나는관계성을강조한다. 11)
객체지향존재론은존재의 부재를통해혹은존재가제기능을하지못할때드러나는존재의미를 주목하며, 존재의실패에서드러나는존재성을강조하는것이특징이다.
이러한맥락에서객체지향존재론은존재의동사보다는명사에주목하 고행위자에주목하기보다는오히려객체자체에주목하는관점을지니 며, 이전의 관계적 존재론과 다르고12) 급진적이다.
10) 그레이엄 하먼, 뺷비유물론: 객체와 사회이론뺸, 22.
11) 앞의 책, 23.
12) 앞의 책, 17.
III. ‘존재-공감’(Onto-Sympathy)과 ‘흙’으로서의 인간 이해
인간은비인간요소로구성되어있고, 즉‘내것은아니지만나에게 속해있는것들’과촘촘하게관계맺으며,13) 존재를유지한다.
13) 제인 베넷/문성재 역, 뺷생동하는 물질뺸 (서울: 현실문화, 2020), 276.
이러한 인간과비인간존재의얽히고설킨떼려야뗄수없는관계성은인간중심의 존재론적 지평을 재고하게 한다.
인간과 그리고 인간 내부의 낯선 비인간존재와의관계14) 그리고사실외부가따로있지는않지만소위 환경이라고하는것과의관계, 즉모든창조물을포괄하는상호침투의 관계성은인간과비인간존재의공존, 공생의본질을시사한다.
이러한 관계성, 즉창조물전개체들이상호결합하며엮어내는횡단적관계성은 인지적차원의공감(empathy)과또한동화되는감정으로서의동정을 통해이해될수있을것이다.
베넷은신학자들과함께현재의위기극복의 대안을모색하며‘존재-공감(onto-sympathy)의개념을통해15) 탈인간 ‘주체’중심주의를 제안한다.
베넷이강조하는‘존재-공감’이라는개념은모든물질적사물이어 떤의미에서어느정도인간과친족관계의연결이있다는것을표현한다.
베넷은특히헨리데이빗소로우의인간-식물공감(human-plant sympathies)을인용하며,16) 예로, 돌들도인간과영향을주고영향을받는 가능성(capacity)이있다고설명한다.
베넷에의하면, 소로우가말하는 친족성(kinship)이라는특이한감각은복잡한몸들이각각개체들의활 기(vitality)를표현하는중첩이라는것을통해드러난다.17)
14) 스테이시 엘러이모/윤준 ․ 김종갑 역, 뺷말 살 흙: 페미니즘과 환경정의뺸 (서울: 그린비, 2018), 48.
15) Bennett, “Vegetal Life and Onto-Sympathy,” Entangeld Worlds: Religion, Science, and New Materialisms, 89.
16) 앞의 책, 92.
17) 앞의 책, 93.
창조세계의 깊이와하나님의창발적초월과내재에대한이해는소로우가“간소화하 고간소화하라”고하는태도에서넌지시드러나는것처럼,18)자기이익을위해다른생명을파괴하는것에서돌이키는고백과단순한삶을통해 나타난다.
자연주의사상가소로우가강조하는간소한삶그리고생태신학자 맥페이그가강조하는“부유한사람은가난한사람들이단지살아갈수만 이라도 있도록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The rich must live simply that the poor may simply live)는외침은, 19) ‘하나님이우리와함께하신다’는 몸이-되어-인간과-함께-하는하나님에대한깊은고백이며, 진정한‘존 재-공감’이다. ‘주체-되기’에서돌이켜객체를그자체로보는인식의전 환과관계성중심의존재이해를통해인간과비인간, 즉인간과동물, 식물, 미생물, 모든창조물개체를포괄하는연결성을인식하고, 근대의 이분법적사유를극복하는탈인간‘주체’중심주의생태신학의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18) 헨리 데이빗 소로우, 뺷월든뺸, 141.
19) Sallie McFague, “An Ecological Christology: Does Christianity Have It?,” Dieter T. Hessel and Rosemary Radford Ruether, Christianity and Ecology: Seeking the Well-Being of Earth and Humans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00), 36.
‘존재-공감’을통해인간중심적인교만을벗어나는것은, 인간없이 는아무것도존재하지않을것으로이해하는인간예외주의를극복하게 한다.
사실인간이멸종할수있다는것을상상조차하지않는, 즉멸종 이후의지구가존재하지않을것으로생각하는것은공감능력이없는 인간중심적인사고에서기인한다.
현재의지구는대량멸종의시기를 여러차례겪었고, 이제또다른다수종의멸종을경험하며위기를맞고 있다.
‘대량멸종’이란지질학적으로짧은간격을두고지구상의생물종이75% 이상사라진것을말한다. 20)
사라져가는생물종에대한공감 그리고창조물전개체를포괄하는창조세계에대한이해는주체의객체 화, 객체의주체화의유연한사고와그리고객체를보는새로운관점을 제안하며, 하나님의창조를인간중심적인이해로제한하지않게한다.
이러한맥락에서베넷의‘존재-공감’(onto-sympathy) 개념그리고브뤼 노라투르와미셸세르의‘준객체’로서의인간이해, 하먼의객체지향 존재론은 생태신학의 존재론 확장에 통찰을 준다.
하나님의창조세계에서각각의개체들은끊임없이서로를촉발하 고관계를맺으며생명을이어간다.
이러한관계성의세계를특히객체로 가득차있는사물들의우주라고표현하는철학자스티븐샤비로(Steven Shaviro)는하먼의글을인용하며, “동물지각에관한특수형이상학에 국한되지않고, 무기적인흙덩어리를포함한모든실재적객체간의관계 에적용되는” 존재론을제안하고,21) 대상화된사물존재들을주목한다.
샤비로는조화만큼이나부조화를포함하는아름다움에대한미학을통 해희극과비극사이의리듬을포괄하는새로움을강조하며, 사물객체를 포괄하는존재론을구성한다.22)
20) 손희정, 뺷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뺸 (메멘토: 서울: 2024), 29, 30. 손희정은지구의역사에서열번정도의대량멸종이있었고, 그중에서도다섯 번은 치명적이었다고 말한다. 이를 5대 멸종이라고 부르고, 이제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 시대를 이끌고 있다.
21) 스티븐 샤비로/안호성 역. 뺷사물들의 우주: 사변적 실재론과 화이트헤드뺸 (서울: 도서출판 갈무리, 2021), 88, 89.
22) 앞의 책, 89.
그의확장된존재이해는현재21세기 토양의침식, 흙의유실등, 벗겨지는지구의살갗에대한인식을불러오며,23) 또한흙의존재에대한근본적인사고전환의기회를제공한다.
흙, 토양, 땅은이제까지인간중심의세계에서보잘것없고하찮은 것으로여겨지며, 때로흙(dirt)은더러운(dirty) 것으로연상되기도한다. 그러나이제앞으로문명생존의여부는흙을어떻게대하느냐하는태도 의변화에달려있다고한다.24)
흙에깃들어있는생명의역사와생물의 다양성을느끼는것이중요한데, 현재의‘문명과자본의외투’는이를 지각하기에너무도두껍다. 25) 눈에보이지않는미생물의존재를인식할 수있다면“흙한술”은생명력으로보일수있을것이라고문학평론가 나희덕은말한다. 26)
몇센티미터의비옥한흙이만들어지는데는천년이 넘는세월이필요하다고한다. 이러한흙의생명이21세기현재의문명으 로인해병들고있고, 또한흙에깃들어살아가야하는수많은생물종들은 사라지고있다. ‘존재-공감’을통해이를자각하며, 현재위기를극복해야 한다.
인간은성경이말하는것처럼‘흙’으로만들어진존재다. 인간이자 연의일부라는것을망각하는것에서불행이시작되는것이다. 27)
23) 나희덕, “인류세의퇴적물과흙의시학,” 뺷우리는지구를떠나지않는다: 에코페미 니스트로 살기뺸 (파주: 창비, 2023), 74.
24) 데이비드 몽고메리/이수영 역, 뺷흙뺸 (서울: 삼천리, 2010), 346 재인용; 앞의 책, 75.
25) 나희덕, “인류세의 퇴적물과 흙의 시학,” 뺷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뺸, 75.
26) 앞의 책, 76.
27) 앞의 책, 77.
잘알려 져있듯이, 인간이라는말의휴먼, ‘호모’(homo)는흙을뜻하는라틴어 ‘후무스’(humis)에서왔고, 인간은흙과떨어져서는생각될수없는존재 다.
나희덕은생태적감수성의회복을위해세상의아름다움에대한‘본 능적인식’이중요하다고강조하며, 흙의시학에서본능적인식은진리 를파악하는지적능력보다는미학적감상과관련이있다고설명한다. 28)
28) 앞의 책, 78.
즉, 21세기인간중심적인사고와산업문명에대해비판은진리탐구에서 보다는생태적균형과미를추구하는데서가능하다는것이다.
대상화된 객체에대한존재인식과‘존재-공감’의감각을통해, 관계성속에서의 상호 베풂과 겪음의 경험을 인지하고 공존을 이어갈 수 있다.
21세기생태여성신학은보다미시적차원에서자연과미생물, 심지 어무생물등에주목하며, 탈인간‘종’중심주의관점을지지한다.
이러한 존재에의접근방식을통해, 현재의생태신학은존재이해의지평을넓히 며, 다각적인측면에서문제를진단하고해결을모색할수있다.
이전의 20세기생태여성신학이탈인간‘남성’중심주의관점에서하나님의표상 을제안하고창조질서의회복을주장한다면, 객체지향존재론의관점을 반영하는생태여성신학은근대의젠더화된이분법적사유체계를극복 하며, 더나아가물질의창발성과생동성이만들어내는행위성을주목하 고, 무엇보다도공생의본질을이해하며, 생태신학의존재론적지평을 더욱 확장한다.
IV. ‘함께-되기’의 존재 이해와 객체 지향 생태신학
공생의본질을이해하고객체지향의관점을반영하는생태신학은 인간외의존재, 흙, 나무, 지구, 산호초, 플라스틱등이제껏객체로대상 화되어주변으로밀려난존재들을잠시중심에놓으며, 탈인간중심으로 그리고 신 중심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여성신학자 엘리자벳 존슨 (Elizabeth A. Johnson)은씨앗, 밀, 포도나무등과구체적으로연관되어 드러나는구속적창조의현실을강조하며우주적차원에서의성육신 의미를강조한다.29)
우주발생적차원에서인간과비인간존재사이의 잠재성을설명하는존슨의신학과비록관점은다르지만객체지향의 생태신학은창조세계의모든개체가지닌가치를주목하고, 무엇보다도 인간과의관계없이도존재할수있는객체의가능성에생각하며인간예 외주의 관점을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모든창조물개체를포괄하는‘존재-공감’의필요성과또한생태신 학의존재론적확장은현대과학과인문학에서근거와이유를찾을수 있다. 현재의인간중심적존재론의기반을흔드는과학의발견들, 인간 이직접다룰수없는미시적세계와인간의한계를넘는우주적차원의 현상은여러측면에서공존과공생을겸손히받아들이게한다.
얽히고설 켜창발적으로존재를이루어가는생태시스템은더불어살아가는공동 체적실현을통해유지된다.30)
29) Elizabeth A. Johnson, Ask the Beasts: Darwin and the God of Love (Bloomsbury Continuum, 2015), 196.
30) 이성호, “생태계위기를위한인간생태학과생태신학의연대,” 「한국조직신학논총」 50호(2018), 139.
생태인문학자이자문화비평가인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는‘함께-되기’(becoming with)의생명시 스템을강조하며, 관계맺기를통한공생의방안을제안한다.
특히해러 웨이는뺷트러블과함께하기뺸에서인간과미생물이같은연결성속에 있음을설명하고, ‘우리는모두지의류’라고말하며, 생명체계의복합적 관계성을강조한다.31)
지의류는공생의관계를구체적으로보여주는 하나의예시이며, 이러한방식으로생명체는수많은종의박테리아, 미 생물로 구성되어 세포를 공유하고, 몸을 구성하며 공생한다.
인간도 비인간존재들로 구성되어있으며, 몸세포의 대부분은 미생 물과 박테리아세포로 채워져있다.
말하자면지구의모든생명체는결코 혼자독립적으로존재하지않는다.
한생명체는그자신의개체와함께 공생하는또다른생명체들과연결되어있고, 따라서생물학자린마굴리 스(Lynn Margulis)의표현대로개체는수많은생명이관여된‘홀로바이 온트’, 즉 온생명체라고 말할 수 있다.
‘홀로바이온트’(holobiont)라는 표현은세포내에공생발생을설명하며마굴리스가제안한용어로서32) 생명체구성에서상호연결의촘촘하고친밀한관계를표현한다.
31) 도나 해러웨이/최유미 역, 뺷트러블과 함께하기: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뺸 (파주: 마농지, 2021), 57. 균류와조류의생물군에속하는지의류는흔히이끼류로 오인하기 쉬우나,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균체라고 부르는 곰팡이류의 균사로 형 성된기질안에지의조라고부르는수백만개의조류로엮어져있다고한다. (다음 백과참고) 이러한지의류는두개의생명체가융합된것으로생물에대한공생적 관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32) 앞의책, 109. 265. 해러웨이는‘홀로바이온트’ 이해를위해아래의글을소개한다. Lynn Margulis, Symbiotic Plant, “Intimacy of Strangers and Natural Selection.” and Magulis and Sagan, Microcosmos.
‘함께되기’의존재는이렇게역동적으로복잡하게복합적으로얽혀진공생의 집합체로서 공존한다.
린마굴리스의공생개념을통해서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이설명 하고자하는것은두존재자간의관계에서의특히상호의존적인측면이 다.
즉, 유대와연대를통해각각의개체가존재를이어갈수있다는것인 데, 무엇보다도하먼의존재론은공생의비호혜적이고비대칭적인측면 을강조한다. 33)
강한유대보다는약한유대로존재가유지된다는사실에 주목하며, 그는아슬아슬한관계성, 공생의구체적인방식을고찰하고, 인간존재가다른객체들의도움없이는스스로설수없을만큼약한 존재임을강조한다.
이러한관점을공유하며철학자애덤밀러(Adam S. Miller)는‘사변적은혜’라는표현을통해약함속에서하나님은자신을 드러낸다고표현하고, “그런신과함께서로은혜를베풀고고난을겪으 며 각각의 개체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34)
33) 그레이엄 하먼, 비유물론: 객체와 사회이론, 32.
34) 애덤 밀러, 사변적 은혜: 브뤼노 라투르와 객체지향 신학, 35.
공생의본질을이해하고우주의존재들에대해신학적으로성찰하 는밀러의표현을빌리자면, ‘은혜’라고할수밖에할수없는유대를통해 서전개체들은아슬아슬한관계를이어가며생명을유지해간다.
사실 객체가행위주체성을갖고있든, 혹은어떠한행위주체성도갖고있지 않든 간에, 행위를 취하고 있지 않을 때 객체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거의묻지않았다고하먼은지적한다.
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은그러한 입장에서, 약한유대그리고더나아가관계밖에서의객체의존재가능성 을강조하고, 객체를행위자역할에제한하여이해하는라투르의입장을 비판하기도한다.
하먼에의하면“객체는자신의힘을비축한채로잠자 는거인이고, 게다가 자신의 에너지 전부를 한꺼번에쏟아내지않는 다.”35) 이러한객체지향의존재론은사물이행위를하기에존재하기보 다는오히려존재하기에행위를한다는점을강조하며, 인간예외주의적 인 사고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객체지향존재론은사변적실재론으로서36) 객체에행위성이상의 실재성을부여하는점에서철학적논의가더필요하지만, 객체중심의 존재론을 반영하여 생태신학을 구성하는 것은 이제까지 인간중심적, 즉인간주체중심에서혹은인간‘종’중심에서모든것들을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인간예외주의입장을반성하게하는것에서의미가있다.
35) 그레이엄하먼, 비유물론: 객체와사회이론, 22, 49. 객체지향존재론은라투르 의이론이행위자에초점을두고, 관계를맺고있는행위자에게논의를제한하는 경향이있다고지적하며, 객체는그것이맺은관계보다그것이맺지않은관계로 인해 더 잘 알려진다고 강조한다.
36) 스티븐샤비로, 사물들의우주: 사변적실재론과화이트헤드, 130. 미국의철학 자이자문화비평가인스티븐샤비로는진정한실재론은사변적이라고설명하며, 실재와 마주할 때 사고하도록 강요된다는 점을강조하고, 사변적 실재론의 긍정 적 의미를 부각시킨다. 객체 지향의 관점은 사물의 실재, 물자체는 알 수 없다고 하는 칸트의인식론과는다른 관점에서, 그러나칸트의 비판적인 이성적사고를 배제하지 않으며, 사물 자체, 실재성을 설명한다.
이러한맥락에서객체지향의생태신학은얽히고설킨관계성, 복잡한 유기체로서의인간존재그리고인간의자각혹은인식을벗어나는초객 체(hyperobject) 혹은저주체(hyposubject) 모두를포함하여창조물전 개체로 신학의 존재론적 지평을 확장한다.
창조 세계의 깊이, 미시적 우주적차원의관계성, 창조과정의공생과발생의신비가인간의개념적 언어로제한될수없음을인지하며, 더나아가창조물개체들의복잡하고 촘촘한관계성그리고관계성이끊어질때비로소드러나는객체의존재 를인식하고, 인간의자기-중심적교만을벗어나는바탕, 이론적토대를 제시한다.
‘함께-되기’의존재이해는해러웨이가‘트러블과함께-하기’를통해 강조하는것처럼, ‘퇴비-되기’의실천이며, 이는신학적인간이해와공명 하는부분이있다.
해러웨이철학의신학적함의는부식토, 퇴비, 흙의 존재로서의인간의의미를드러내며, 땅이가진재생산의힘과그리고 공생과공존의지혜를강조한다.
그래서트러블과함께한다는것, ‘함께되기’는인간의한계를넘어더큰존재를이루려는것이아니라, 한계와 대결하지않고순환의섭리에따라흙으로돌아가썩어지겠다는겸허한 마음을갖는것이다. 37)
즉, 후무스, 흙의존재를인식하며부식토(humus) 로서의인간임을받아들이고인정하는것이‘함께-되기’의존재이해가 된다
. 이러한관점에서해러웨이는인류세라는용어사용을비판적으로 보며, 또한번의대멸종을마주하여의도치않게인간을다시세계의 중심에놓고인간의끝이마치세상의운명인것으로이해하는인간예외 주의 태도를 경계한다.38)
37) 손희정, 뺷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뺸 (서울: 메멘토, 2024), 34.
38) 앞의 책, 34, 35.
다수종이멸종하는현재상황에서‘함께-되기’의실천, 즉공생을 통해서만공존, 생존할수있다는사실을인식하는것은전지구적차원의 연대 필요성을 자각하게 한다.
공산(sympoiesis)의 ‘함께-만들어가는’ 생명시스템을인지하고, 현재의지구생명시스템의붕괴를인식하며,
21세기생태여성신학은‘더불어-함께-살기’의지혜를실현할수있다.
객체를잠시중심에놓고근대모더니즘의‘주체-되기’를재고하는객체 지향관점의생태신학은인간과비인간영역모두에속한창조물개체들 과공생하며공존하기위한탈인간‘종’중심주의사유와실천을촉구한 다.
얽히고설킨촘촘한연결망과상호침투하는관계성을이해하며, 생 태신학은비인간존재, 즉미생물과무생물을포함하여창조세계의깊이 를제한하지않는탈인간중심적그리고신중심적사유의길을열어갈 수 있다
V. ‘더불어-함께-살기’의 생태여성신학
인간은말그대로사이존재로서‘더불어-함께-살기’의공생을통해 존재가유지된다.
‘존재-공감’의감각은현재다수종의세계에서소위 인간주체와비인간객체사이의존재를촉발하고야기하는‘n-차원의 틈새공간’ 39)을지각하게한다.
인간과비인간존재와의관계성, 즉인간 을 돕거나 파괴할 수 있는 혹은 고귀하게 하거나 타락시킬 수 있는40) 물질의 힘, 활기를 인지하고, 존재의 영역을 확장하며 공존의 지혜를 얻을수있다.
39) 도나 해러웨이, 트러블과 함께하기, 34.
40) 제인 베넷, 생동하는 물질, 12.
객체지향관점의생태신학은베넷이강조하는‘존재-공감’ 을통해비인간존재와의연결성을인식하고, 생태신학의존재론적지평 을넓힌다. 타자중심의그리고객체지향의‘인간(주체)-되기’를벗어나는탈인간‘주체’중심의생태신학적관점은, ‘퇴비-되기’, ‘함께-되기’의 존재 이해를 토대로 ‘더불어-함께-살기’의 가능성을 열어 갈 수 있다.
21세기현재개별적존재론이아닌관계적존재론이강조되고있고, 이러한존재론적전회의신학적함의는생태신학의틀을재구성하게 한다. 특히객체지향존재론은화이트헤드의과정사상과공명하며급진 적인관계성을주장하고, 객체의실재성에초점을둔다.
객체지향존재 론과과정철학, 이사상들은현대의과학적발견을반영하고있고, 이 둘의차이는스티븐샤비로에의하면기본적으로표현법, 즉미학적인 것에서찾을수있다고한다. 41)
샤비로는화이트헤드의과정사상과사변 적실재론사이에서선택은취향의문제이며, 개념적진위판단의문제가 아니라고설명하고, 두입장의유사성을더욱강조한다.
과정철학의관 점은존재들의역동적상호관계를물리학을통해활동으로분석하고, 보다근본적인물음을제기하며자연을유기체라이해하고생명개념을 도입하여설명하기도한다. 42)
41) 스티븐샤비로, 사물들의우주: 사변적실재론과화이트헤드, 87. 샤비로는화이 트헤드와 하먼 사이의 차이는 아름다움의 미학과 숭고의 미학 사이의 차이로 이해하는것이최선이라고한다. 하먼이비록숭고라는표현을사용한적은없지 만, 객체가 개별적 성질을 드러낼 때뿐만 아니라 더 깊은 어떤 것, 숨겨져 있고 접근할 수없는것, 실제로표현될 수없는어떤 것의 현존을암시할때 경험되는 매혹을 말한다고 한다. 하먼은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며, 라투르의 이론이 객체에 효과 이상의 실재성을 부여하기를 꺼린다고 지적하고, 객체의실재성을주장하며, 더나아가깊은숭고의미를드러낸다. 하먼 의 존재론은 객체가 행위에 관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모두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88).
42) 김영진, 화이트헤드의유기체철학: 위상적세계에서펼쳐지는미적모험 (서울: 그린비출판사, 2012), 331.
얽히고설킨관계성을강조하는객체지향 의관점과유기체적존재이해를반영하는21세기생태신학은인간과 비인간사이의촘촘한연결, 네트워크를주목하며, 객체의주체화혹은 주체의객체화사유를바탕으로창조물전개체를포괄하는생태신학의 틀을 구성한다.
물론객체지향존재론의문제, 즉인간이개입되지않은객체들의 존재를전제하는사변적실재론으로서의한계는있겠지만, 비인간존재 들을 무시할 때 놓치게 되는 가치들을 고려하면, 객체 지향의 관점은 충분히의미가있다.43)
43) 제인 베넷, 뺷생동하는 물질뺸, 256.
더불어객체중심의존재이해가인간‘주체’를 무책임하게해체하는결과가되지않도록, 수행적정체성, 행위성개념 이도입되어보완될필요가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라투르의행위자 이론과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의신학적적용은주체와객체의이분법 적도식을극복하는통찰을제공하며, ‘더불어-함께-살기’의실천적토대 를제시한다.
객체지향의생태신학은소위‘인간’ 주체와‘비인간’ 객체에 대한인식의전환, 즉창조물전개체를포괄하여창조의깊이를바라보는 시각의변화그리고‘함께-사는’ 공존의지혜를실현하는이론적바탕이 될 수 있다.
19~20세기의생태여성신학은대체로창조세계의장엄함과하나님 의구원적창조를강조하며새로운메타포, 은유를제안하고(샐리맥페 이그), 창조세계의근원적모체, 매트릭스로서하나님의표상을제시하 며(로즈마리류터), 지구행성의지속가능성을추구해왔다.
이제21세기 생태신학은미시적차원에서복잡하고촘촘하며또한끊어지기쉬운 연결망과복잡한생명시스템을이해하고, 주체와객체의이분법적도식 을극복하는탈인간중심주의관점을보탤필요가있다.
탈인간‘남성’중 심주의와더불어더나아가탈인간‘종’중심주의를실현하며, ‘함께-되기’ 존재이해와‘더불어-함께-살기’를통해도구화된객체, 즉비인간존재를 돌아보는 생태신학의 관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탈인간‘주체’중심주의관점의생태신학은인간도사물도모두자율 적존재로서객체적측면을지닌다는객체지향의사유를실험적으로 도입하며, 자연을대상화하고함부로하는위기상황에반성과치유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인간도 그렇지만 사물 객체 역시 일반화하고 객관화하여이해해서는그고유성을파악할수없으며, 인간의지식으로 존재를다설명할수는없다.
독립된실체를강조하는개별적존재론과 다르게객체지향의철학이지지하는관계적존재론은인간외의존재를 대상화하며소비하는현실에비판적교정의역할을하며, 더불어-사는 지혜를 촉구한다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성, 특히 비인간 존재의 능동성에주목하고, 인간외의다른생명종들에까지존재론을확장하며, 객체지향생태여성신학은창조세계를바라보는제한적관점을변화시 킬 수 있을 것이다.
앞서언급했던것처럼, 근대모더니즘의인간‘주체’중심주의사고 는현재전지구적차원의재난적기후위기와생태위기를맞으며, 주체와 객체의이분법적도식을극복하기위해주체라는용어대신행위자, 준객 체, 초객체, 저주체등새로운개념을통해21세기인간이해를제시한다.
인간과비인간자연의관계성, 즉전개체들이상호결합하며엮어내는 횡단적관계성을이해하고, 인간의지식에의해존재가다환원되지않는다는겸허한입장으로공존, 공생의지혜를추구하며, ‘함께-되기’의생명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1세기객체지향의존재론을반영한생태여성신학은주체중심의 세계이해에서벗어나, 창조물전개체를포괄하며신학의존재론적지평 을확장하고, 창조세계의깊이를헤아린다.
주체와객체, 인간과비인간 존재, 생명과물질등의이분법을넘어서는얽히고설킨상호침투하는 횡단적관계성을이해하고, 하나님의내재와창조적초월을인간의이해 로제한하지않는신학적틀을구성하는것이다.
이러한생태신학은무엇 보다도복잡한유기체, 홀로바이온트(holobiont)로서의인간, 준객체로 서의인간, 즉비인간존재와따로떨어져생각될수없는결코독립적이지 못한인간의존재를인정하며, 창조세계를인간의관점으로제한하지 않고, 즉인간만을따로떼어구속의대상으로제한하지않는, 창조물 모두를포함한창조세계의회복, 구속적창조의현재성을설명하는신학 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간은비록특별한존재이긴하지만결코독립적인예외적존재는 아니다.
탈인간중심주의생태신학은인간과사물, 유기체와기계, 의지 와 결정 등의 존재론적 대립 항들에 도전하며, 인간과 비인간 관계의 경계를주목하고‘함께-되기’의의미를거시적, 미시적차원에서, 즉우주 발생적, 혹은분자, 아원자차원의관점에서다각적으로고찰하며, 성례 전공간으로서창조세계가인간의이해로제한되지않도록하는것이다.
우주적차원의‘더불어-함께-살기’를실현하는것이탈인간주체중심의, 그래서신중심의생태신학담론이지향하는것이다. 객체지향의관점을 반영한탈인간중심의생태신학이혹여 윤리적행위의 거점으로서의 주체 의식, 수행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더불어-함께-살기’를 실현할 수 있도록, 실천적 신학 담론으로서의 생태신학이 되어야 한다.
VI. 나가는 말
21세기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재난과 기후 변화 등의 생태 위기 상황에서, 인간중심주의적사고를벗어나는새로운사유체계와윤리적 실천이요구되고있다.
이러한맥락에서객체지향의관점을반영하는 생태신학은 근대 모더니즘의 ‘인간(주체)-되기’를 비판적으로 검토하 며, 특히도구화된객체, 나무, 흙, 플라스틱, 지구등비인간존재를포함 하는확장된존재론을구체화하고창조세계를바라보는시각의변화와 인식의전환에계기를마련하려는것이다.
현재인류가맞닥뜨린재난적 위기상황은인간의우월성에기반한인간(주체)중심적인존재이해로 는결코문제해결이가능하지않기에, 인간예외주의를반성하고극복하 며, 창조 질서의 회복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본논문은객체지향의철학적관점을생태신학에적용하며, 근대성 을통해길들여진인간‘종’중심주의혹은인간‘주체’중심주의를비판적 으로분석한다.
이러한생태신학의입장은주체와객체에관한새로운 사유의틀을제안하며, 인간과세계를따로떨어뜨려구분하는개별적 존재론에도전하고, 비인간객체에대한인식의전환과또한하나님의 신비를제한하지않는신학적관점을되찾게한다.
객체지향의존재론적 관점은열대우림을베어내고바다에플라스틱을버리는것이 결국자신과 무관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 객체의 실재성을 강조하는것으로인간예외주의를극복하게하는데도움이된다.
물론 객체지향의존재론이주체없는실재를논의하며, 인간(주체)을무책임 하게해체하지않도록, ‘주체-되기’에서벗어나또한‘함께-되기’의존재 를 이해하고, ‘더불어-함께-살기’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탈인간중심주의, 즉객체중심의존재이해그리고비인간 존재를포함하는창조세계에대한이해는인간중심의교만을넘어‘함께 -되기’, ‘퇴비(부식토, 흙, humus)-되기’, 즉다수종의세계에서‘더불어함께-살기’를실현하는바탕이된다.
흙, 퇴비로서의휴먼, 인간에대한 신학적이해를바탕으로, 이제까지인간외비인간존재를물질적객체로 보고함부로하던근대의인간중심주의사고를교정하고, 복합적인공생 적집합체, ‘홀로바이온트’로서의인간을이해하며, 인간과비인간존재 모두를 포함하는 확장된 창조적 구원을 희망할 수 있을 것이다.
주체 중심의개별적존재론이아닌객체와의상호침투하는관계성을바탕으 로하는존재론적전회의철학적흐름과공명하며객체지향생태신학은 주체와객체가엮어내는잠재성에주목하고, 인간예외주의를극복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탈인간‘종’중심주의관점의생태신학은주체중심에서보는객체에 대한제한적인관점에도전하며, 고착화된인간자아와타자의배치를 벗어나, 현재의재난적위기상황을헤쳐나가는데에있어이론적토대가 될수있다.
도구화된객체, 비인간자연그리고물질의활력과창조물 개체들간의급진적인관계방식에대해사고하는것은하나님의창조 세계를이해하고, ‘인간(주체)-되기’, 독립적존재, 우월감을돌아보는 계기가된다.
‘더불어-함께-살기’의의미를실현하며, 그리스도의성육 신을 일상에서 체험하는 신학적 가이드로서 생태신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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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함께-되기’의 존재 이해와 탈인간중심주의 신학담론으로서 ‘객체-지향의 생태신학’ 탐구 본 논문은 21세기 존재론적 전회를 통해 강조되고 있는 관계성에 주목 하며, 특히 객체 지향의 존재론을 반영하는 생태신학의 가능성을 검토 하고, 현재의 재난적 위기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 에서 미시적 거시적 차원에서 인간 지식의 한계를 넘어 개체들이 엮어 내는 횡단적인 상호 침투의 관계성, 인간과 비인간 경계의 잠재성, 즉 (인간) 주체와 (비인간) 객체의 관계성을 고찰하며, 생태신학의 존재론 적 지평을 확장하고, 탈인간‘종’중심의 생태신학의 틀을 재구성한다. 객 체 지향 존재론은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토대로 하 는 그레이엄 하먼의 철학으로, 존재가 인간의 지식에 의해 다 환원될 수 없다는 전제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객체 지향의 관점을 적용한 생태신 학은 주체 중심에서 보는 객체에 대한 제한적인 관점에 도전하며, 주체 중심의 지식 형성으로 말해질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사유를 환기하고, 창조 세계의 깊이에 대한 사고를 열어 놓는다. 객체 지향의 생태신학은 대상화된 자연과 또한 물질의 창발성과 생동성이 만들어내는 행위성에 주목하며, 비인간 존재, 물, 흙, 나무 등 창조물 전 개체를 포함하는 존재 론적 지평의 확장을 통해 창조 세계를 바라보는 신학적 관점, 인식의 전 환을 위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객체 지향의 생태신학적 관점 김수연 | ‘함께-되기’의 존재 이해와 탈인간중심주의 신학담론으로서 ‘객체-지향의 생태신학’ 탐구 87 을 통해 고착화된 기존의 인간 주체와 타자 객체의 배치를 벗어나, 인간 ‘종’ 중심적인 이분법적 사고의 프레임을 극복하며, ‘함께-되기’의 생명 시스템 이해와 ‘더불어-함께-살기’의 실천적 토대를 마련하는 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 탈인간중심주의, 생태신학, 객체 지향 존재론, 준객체, 함께-되기, 존재-공감
Abstract
A study on the Existence of ‘Becoming-with’ and the Object-Oriennted Eco-theology as a Post-anthropocentric Theology Kim, Soo-Youn, Ph.D. Assistant Professor Seoul Theological Universit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possibility of ecological theology that reflects Object-oriented Ontology and to seek alternatives to the current catastrophic crisis. In this context, this elaborates the relationship of interpenetration that individuals weave beyond the limits of human knowledge at the microscopic and macroscopic levels, the potential of human and non-human boundaries, that is,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 subject and (non-human) object, expanding the ontological horizon of ecological theology, and reconstruct the framework of ecological theology. Object-oriented Ontology was systematized by Graham Harman on the basis of Bruno Latour's Actor Network Theory, and has a philosophical premise that existence cannot be reduced by human knowledge. Ecological theology, which applies this Object-oriented perspective, challenges the limited opinion of the object seen from the subject-centered viewpoint, evokes the thought of beings that can not be said by the human knowledge formation, and opens the thought of the depth of the creation world. Thus, the 21st century Object-oriented ecological theology focuses on the objectified nature and the agency created by the emergence and vitality of matter, and provides an opportunity for theological perspective, to look at the depth of the creation through the expansion of ontological scopes that include all objects of creation, such as non-human beings and all creatures. The Object-oriented ecological theology thereby will be able to overcome the frame of subject-centered dichotomous thinking beyond the fixed arrangement of human subjects and other objects, and lay the foundation for an understanding of the life system of ‘becoming-with’ and thus concrete practice of ‘live-with-together.’
Keywords ‖ Postanthropocentrism, Eco-theology, Object-Oriented Ontology, Quasi-Object, Becoming-with, Onto-Sympathy
투고접수일: 2024년 11월 06일 ∙ 심사(수정)일: 2024년 11월 16일 ∙ 게재확정일: 2024년 11월 26일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7집(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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