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우리는 삶에 집착한다. 내 몸과 영혼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영원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음으로 그 생을 마감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확실하고 공평하게 찾아오며,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으며, 직접 체험할 수도 없다.
그래서 부처님 은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다만 목숨은 정해져 있지 않아,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 습니다. 애처롭고 고통스럽습니다. 태어나 죽지 않고자 하지만 그럴 방도가 없습니다. 죽음 은 반드시 닥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의 운명입니다. 과일이 익으면 떨어지는 것처럼, 태어난 자들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합니다. 항상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옹기장이가 빚어낸 질그릇이 마침내 모두 깨어지듯이 인간 의 목숨도 또한 그러합니다. 젊은이도 장년도 어리석은 이도 현명한 이도 모두 죽음에 굴복 합니다.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음을 맞이합니다.[숫타니파타(sutta-nipāta), 「화살경 (salla-sutta)」, 574-578]
라고 하였다.
게다가 죽음에서 되돌아온 사람이 없기 때문에 죽음의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도 없다.
이처럼 죽음은 수수께끼에 쌓여 있어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은 무엇을 가지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부처님은
무엇이 자신의 것이며, 무엇을 가지고 갈 것인가? 그림자가 사람을 따라가듯이, 죽음의 순간 무엇이 그를 따를 것인가? 인간은 현생에서 선행과 악행을 짓습니다. 사는 동안 지은 이 두 가지가 자신의 것이며 오직 이 둘을 가지고 떠납니다. 그림자가 사람을 따르듯이, 죽 는 순간 선행과 악행이 그를 따라갑니다.[『saṃyutta-nikāya(상응부 경전)』, 「사랑스런 불교의 중음세계와 지옥관 / 35 이의 경(piya-sutta)」, 3-4]
라고 하여, 부처님은 죽음과 함께 현생에서 지은 ‘선행’과 ‘악행’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그리고 선 행과 악행을 가지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불교에서는 지극한 선인이 죽으면 바로 천계로 가지만, 반대로 극악무도한 악인은 바로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의 인간은 먼저 중음세계 (中陰世界) 또는 중유세계(中有世界)에 간다.(도표 1참조) 중음세계란 현생과 내세의 중간을 말 한다. 이곳에서 중음신[망자]은 49일 동안 현생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 7명의 재판관에게 재판을 받는다.
그리고 그 재판 결과, 즉 현생에서 지은 선행과 악행의 업보에 따라 육도세계의 어느 곳 에 간다.
본고에서는 먼저 중음세계에서 중음신은 어떻게 재판을 받으며, 유족은 49일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중음세계[49재]는 어떻게 성립 가능한지의 근거를 지장시왕경(地藏十王經)과 예수시왕생칠경(預修十王生七經)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정법념처경(正法念處經) (지옥품, 권5-권15)과 왕생요집(往生要集)을 중심으로 불교의 지옥관을 고찰할 것이다.
정법념처경과 왕생요집은 지옥을 크게 맹렬하게 불꽃이 타오르는 8곳의 뜨거운 지옥[팔열 대지옥‧mahā-naraka]과 8곳의 매우 추운 지옥[팔한대지옥‧śita-naraka]으로 크게 구분한다.
그리 고 팔열대지옥에는 각각 동서남북의 4개의 문이 있는데, 그 문마다 4곳의 소지옥이 있다. 즉 하나 의 지옥에 16곳의 소지옥이 있는 것이다.1)
1) 구사론 11권, T29, 58b18-19. “四⾯有四⾨ 關閉以鐵扇 巧安布分量 各有⼗六増.” 정법념처경에서는 소지옥을 ‘처(處)’라고 표기하지만, 구사론에서는 ‘증(増)’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8곳×16곳=128곳의 뜨거운 소지옥이 존 재하는데, 결과적으로 뜨거운 지옥은 8[팔열대지옥]+128[소지옥]=136곳이 된다.
여기에 팔한대 지옥을 더하면 결국 지옥은 총 144곳이 된다.
다만 본 논문에서는 지면 관계상 128곳의 소지옥에 대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팔열대지옥에 한정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사족이지만 현재 국내 학계에서 정법념처경의 지옥관을 본격적으로 다룬 논문은 전무하다.
그래서 정법념처경에서 묘사한 지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논문을 발표하고자 한다.
Ⅱ. 중음세계와 49재
1. 중음신은 7번의 재판을 받는다
먼저 중음세계2)에 도착한 중음신(中陰身)3)은 49일 간4) 어떻게 재판을 받는지, 그리고 49재 의 성립 근거는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2) 중음이란 현세와 내세의 중간이기 때문에 ‘중(中)’이라고 하며, 사후세계는 유명(幽冥)의 세계로 어둠의 의 미인 ‘음(陰)’이라고 한다. 또한 중유의 ‘중’은 중간, ‘유(有)’는 존재를 의미한다. 그래서 중유란 ‘중간의 불 안정한 존재’를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태어난 순간을 ‘생유(⽣有)’, 죽음의 순간을 ‘사유(死有)’, 그리고 태 어나서 죽음까지를 ‘본유(本有)’라고 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윤회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은 반 복한다고 한다. 즉 사유와 생유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유에서 생유 사이를 ‘중유’라고 한다.(구사 론, T29, 44b7-11. “頌⽈. 死⽣⼆有中 五蘊名中有 未⾄應⾄處 故中有⾮⽣. 論⽈. 於死有後在⽣有前即 彼中間有⾃體起. 爲⾄⽣處故起此⾝. ⼆趣中間故. 名中有.”) 즉 중유란 죽음에서 태어나기까지의 중간기간 으로서, 일종의 간이역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티베트에서는 중음을 ‘바르도’(bardo)라고 한다. 바르도란 ‘사망과 탄생의 둘(do) 사이(bar)’라는 뜻이다. 이 기간에 중음신은 7명의 재판관에게 재판을 받 으며 49일 동안 여행을 하는 것이다.
3) 중음신이란 중음세계에 거주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이 붙었다. 그리고 중음신을 ‘의생신[意⽣⾝, mano (意)-maya(⽣)-kāya(⾝)]’이라고도 한다. 왜냐하면 육체는 없고 의식만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을 ‘향을 먹는 자[gandharva]’라는 의미로 ‘식향(⾷⾹)이라고 한역하며, 건달바(乾闥婆), 건달박(乾達縛)이라고 음사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 중음세계를 여행하는 중음신이 먹는 것은 향(⾹)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향밖에 먹을 수 없는 중음신[건달바]를 위해, 유족은 불단이나 제단에 향이 꺼지지 않게 아침저녁으로 피 운다. 우리가 제사나 천도재를 지낼 때 향을 피우는 이유도 이처럼 향이 중음신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4) 세친[400-480]의 저작인 구사론에서는 중음세계의 기간에 대해 4가지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는 비바사의 주장으로, 중유는 재생을 갈구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루어진다는 설이다. 둘째는 유여사의 주 장으로, 중유는 49일[7주간]이라는 설이다. 셋째는 세우(世友)의 주장으로, 중유는 7일 동안 지속한다는 설이다. 넷째는 대덕(⼤德)의 주장으로, 생유로 재생하기 위한 적절한 조건[⽣緣]을 만나지 못하면 중유의 상태가 지속된다는 설이다.[구사론 9권, T29, 46b12-46c8. ; 김명우(2015), p.200]
중음신은 처음 7일[초칠일]5)에 첫 번째 재판관인 ‘진광왕(秦廣王)’에게 재판을 받는데, “어떤 살생을 했는지 따져 묻는다”6) .
다 시 말해 어떤 종류의 살생을 했는지 조목조목 따져 묻는다. 그런데 진광왕은 판결을 유예(猶豫)한 다. 두 번째 재판관인 초강왕(初江王)을 만나기 전에 중음신은 삼도강(三途江)7)을 건너야 한다. 다만 여기서 삼도강이란 경전에 근거한 이야기는 아니다. 심지어 구사론 등의 인도불교 문헌에 도 삼도강이라는 명칭은 등장하지 않는다. 무량수경 등에 비슷한 표현이 등장하지만8) , 삼도강 과 동일한 의미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5) 지장시왕경에서는 중음세계에 도착하기 전, 다시 말해 진광왕 앞에서 재판을 받기 전 엄청나게 험준한 사천산(死天⼭)을 지나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지장시왕경, X1, 404b15. “然通樹⾨閻魔王國塊死天⼭ 南⾨”
6) 지장시왕경, X1, 404c715. “殺⽣之類先推問.”
7) 지장시왕경과 예수시왕생칠경에서는 장두하(葬頭河), ‘나하진(奈河津, 나하의 나루터)’ 또는 ‘나하(奈 河)’라고 하는데,(지장시왕경, X1, 404c10. “葬頭河曲於初江邊官廳相連承所渡前⼤河即是葬頭⾒渡亡⼈名 奈河津”) 나하란 아마도 ‘강(江)’이라는 범어 ‘nadī’의 음사인 것 같다. 또한 ‘나하’는 돈황본 대목건련명 문구모변문(⼤⽬乾連冥問救母變⽂)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일본 문헌에서는 ‘삼도천(三途川)’이라고 한다. 특히 천태종 출신의 승려 겐신(源信)의 저작인 왕생요집(往⽣要集)에서는 ‘三塗’라고 표기한다. 필자는 ‘삼도강’이라고 표기한다. 삼도강이란 세 갈래[三]의 길[途]이 있는 강[河]이라는 뜻이다. 즉 선인이 건너는 유교도(有橋渡), 악인이 건너는 강심연(江深淵, 강물이 깊은 곳), 그리고 보통 사람이 건너는 산수뢰(⼭⽔ 瀨)의 3가지의 길이 있는 강을 말한다. 나하[삼도강]의 기원에 관한 연구로는 ‘岩本裕(1990), p.625-640’ 이 주목할 만하다.
8) 한역 무량수경에 ‘삼도고난(三塗苦難)’이나 한역 현겁경(賢劫經)에 ‘삼도오취(三塗五趣)에 빠지다’는 라는 표현이 등장한다.[定⽅晟(1999), p.159]
9)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왕경(⼗王經)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두 가지 계통이 있다. 하나는 중국과 한국에서 유통하고 있는 염라왕수기경(閻羅王授記經)으로서, 일반적으로는 예수시왕생칠경(預修⼗王⽣七經) (X1, 408b6-410b4)이라고 한다. 이것의 온전한 경명은 불설염라왕수기사중예수생칠왕생정토경(佛說閻 羅王授記四衆逆修⽣七往⽣淨⼟經)이다. 경전의 제목대로 세존께서 염라왕에게 미래세에 부처가 될 것이 라는 수기를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생전에 예수재를 지낸 사람은 그 공덕으로 나중에 죽어 중음신 의 몸을 받지 않고 바로 천계에 간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유통하고 있는 지장시왕경(地藏⼗王經)(X1, 404a6-407c4)으로서, 온전한 경 전명은 불설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佛說地藏菩薩發⼼因緣⼗王經)이다. 지장시왕경에는 지장보살의 서원과 수기의 내용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즉 “내가 성인이 된다면 지옥에서 중생의 고통을 대신 받 겠습니다. ‧‧‧ 그리고 지장보살에게 다섯 가지 명호를 수기한다. ‧‧‧” 그런데 지장시왕경은 일본에서만 유 통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 학자들은 일본에서 편찬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坂本要 編(1990), p.363] 하지만 “중국의 돈황 17굴에서 출토된 10세기경의 예수시왕생칠경 변상도나 고려, 조선 전기의 시왕도 등에는 예수시왕생칠경에서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불설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 부분 중에 ‘나무[의령수]에 중음신의 옷가지를 달아 죄의 경중을 가리는 장면 등이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지장시왕경이 일본에서 편찬되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김두재 옮김(2006), p.4] 그 리고 두 경전 모두 당나라 출신의 승려 장천(藏川)이 편찬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예수시왕생칠경으로 중음세계의 재판과정을 간략하게 기술하고서 다시 추가적으로 보충하기 위해 지장시왕경을 나중에 편 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지장시왕경은 예수시왕생칠경보다 분량적으로 3배나 많으며, 또한 두 경전의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도 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장시왕경에서는 예수시왕생칠경보다 아주 자세하게 재판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필자는 두 경전 모두 장천스님의 찬술로 보고 있다.
삼도강은 중국에서 찬술된 시왕경9)이나 일본 문헌에 만 등장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삼도강은 중국이나 일본 불교도의 죽음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한국불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 삼도강10)을 건너는 뱃삯 여섯 냥[六道錢]11)을 지불하고, 중음신이 강기슭에 도착하면 의령 수(衣領樹)12)라는 나무가 있다.
그 아래에는 현의옹(懸衣翁)13)이라고 하는 노인과 탈의바(奪衣 婆)14)라고 하는 노파가 중음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노파가 뺏은 중음신의 옷을 노인에게 건 네면, 노인은 옷을 의령수에 걸어 놓는다.
그러면 중음신이 생전에 범한 죄의 경중(輕重)에 따라 나뭇가지가 휘어진다.15)
이 결과를 가지고 중음신은 다음 재판관인 초강왕 앞으로 가게 된다.
초 강왕은 중음신이 생전에 한 행위를 전부 기록한 자료를 탈의바에게 보고받았기 때문에 중음신의 죄를 전부 알고 있다. 초강왕이 “너의 죄는 무겁다. 지옥으로 가거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중음신이 “저희 가족이 ‘공덕을 추가해 줄 것[追善供養‧追善功德]’입니다.16)
10) 죽은 자가 강을 건넌다는 설화는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인도의 신화뿐만 아니라, 중국의 황천, 기독교의 요단강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의 신화에는 이 세상과 저세상 사이 에 긴 다리가 걸려 있는데 죽은 자는 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다리는 선인이 건너면 다리의 폭이 넓어 지고 죄를 많이 지은 악인이 건너면 폭이 좁아진다고 한다.
11) 삼도강을 건너는 뱃삯이 여섯 냥인 것은 불교의 육도윤회, 즉 사후에 육도세계가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중국[당나라]과 우리나라에서는 죽은 이에게 주는 돈이 있었다. 그것을 지전(紙錢, 종이로 엽전의 모양을 만든 것) 또는 저승길에 사용할 노잣돈이라고도 한다. 신라 시대의 월명 스님이 지은 ‘제망매가(祭亡妹歌)’라는 향가에서 죽은 누이의 제를 올리며 향가를 읊었는데, 홀연 바람이 불어 ‘지전’이 서쪽[서방극락정토]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처럼 신라 시대에 이미 저승길의 노잣돈이 있 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덤에 망자가 생전 사용한 물건이나 금은보화를 넣는 풍습 역시 망자를 위한 ‘노잣 돈’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김명우(2022), p.28]
12) 옷 의(⾐), 받을 령(領), 나무 수(樹) 자이므로 ‘옷을 받는 나무’라는 뜻이다.
13) 매달 현(縣), 옷 의(⾐), 늙은이 옹(翁) 자이므로 ‘나무에 옷을 거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14) 빼앗을 탈(奪), 옷 의(⾐), 할미 바(婆) 자이므로, 이름 그대로 중음신의 ‘옷을 벗겨 빼앗는 노파’라는 뜻이 다.
15) 地藏⼗王經, X1, 404c11-13. “所渡有三. ⼀⼭⽔瀨. ⼆江深淵. 三有橋渡. 官前有⼤樹. 名⾐領樹. 影住⼆ ⿁. ⼀名奪⾐婆. ⼆名懸⾐翁. …悉集樹下婆⿁脫⾐翁⿁懸枝顯罪低昂…”
16) 地藏⼗王經, X1, 407b3. “男⼥努⼒造功德”
관대한 처벌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애원하면, 초강왕은 “그렇다면 송제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거라.”17)라고 하며, 또다시 7일간 선고를 유예한다.
여기서 49재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용어인 ‘추선공양‧추선공덕’18)이 등장한다.
‘추선공양(追善 供養‧追善功德)’에서 추선은 ‘선행을 추가한다’는 의미이고, 공양(供養, pūja)은 ‘양식을 바친다’는 의미이다. 결국 추선공양‧추선공덕이란 ‘선행[善]을 추가[追]하는 공양(供養‧功德)’, 즉 중음세계에 서 재판받고 있는 중음신에게 사바세계의 유족이 도움이 되는 행위, 구체적으로 말하면 49재가 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의 문제는 이러한 추선공양과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업자득’의 가르침이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에 대해 필자는 두 가르침이 양립가능하다고 본다.
추선공양과 비슷 한 말로 ‘회향(回向, 廻向)’이라는 말이 있다.
회향이란 어떤 사람이 열심히 수행하고, 그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비록 죽은 자가 선행을 하지 않고 죽었다고 하더라도 유족이 보시를 실천하여 그 공덕을 죽은 자에게 돌려줄 수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족의 공덕 을 중음신에게 회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음신은 재판받는 동안 선행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족은 49일 동안 추선공양[49재]을 행하는 것이며, 또한 중음신은 재판받는 49일 동 안 유족의 추선공양을 기대하며 “저희 가족이 공덕을 추가해 줄 것입니다.”19)라고 초강왕[또는 변성대왕]에게 간절하게 말하는 것이다.
삼칠일[21일]에는 세 번째 재판관인 송제왕(宋帝王)에게 재판을 받는다.
이곳에서는 사음죄(邪 婬罪)를 묻는다.
사음죄를 범한 남자는 고양이, 여자는 뱀이 공격한다고 한다.20)
그리고 사칠일 [28일]에는 네 번째 재판관인 오관왕(五官王)에게 재판을 받는다.
이곳에는 커다란 저울[秤量]이 있는데, 중음신이 생전에 몸이나 입으로 행한 나쁜 일을 한순간에 알려준다.21)
오칠일[35일]에 드디어 염라대왕22) 앞에서 재판을 받는다.
17) ひろさちや(2002), p.46.
18) 예수시왕생칠경에 ‘추선공양’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다. 그러나 “남녀[유족]가 노력하여 공덕을 지 으면 지극한 선행으로 자비를 입어 <중음신이> 천당에 태어난다네.(男⼥努⼒造功德 從慈妙善⾒天堂”(예 수시왕생칠경, X1, 409c13)라는 구절은 중음신이 유족의 공덕[추선공양]에 의해 천당[천계]에 태어나거 나 지옥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장시왕경(X1, 407b3)에서도 이 구절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리고 지장시왕경(X1, 407a23-24)에는 “남녀[유족]이 재물을 보내어 일찍이 선을 지어 나[중음신]를 돕네. 부모를 위해 <재를 올려>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男⼥以遺財 早造善扶我 設親禁⼊獄 …)”라고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추선공양’[추선공덕]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추선공양’이라는 용어는 한국불교에서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지만, 현재 일본불교에서는 널리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 말은 범망 경(梵網經), 관정경(灌頂經),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대비바사론(⼤毘婆沙論) 등에도 등장한다.
19) “<중음신은> 날마다 <유족의> 공덕의 힘만을 오직 바라보네. 천당과 지옥은 한순간이네.(⽇⽇只看功德⼒ 天堂地獄在須臾)”(예수시왕생칠경, X1, 409c6)라는 표현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지장시왕경X1, 407a15)에도 똑같은 구절이 있다.
20) 地藏⼗王經, X1, 404c22.
21) 地藏⼗王經, X1, 405a7.
22) 염마왕(閻魔王) 또는 염라대왕[閻羅⼤王, yama-rāja]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염마왕은 수염이 덥 수룩한 얼굴에 커다란 눈으로 죽은 자를 노려보는 외모 때문에 무서운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지옥을 다 스리는 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인도신화에서 염마왕은 최초의 인간이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염마[야마]는 최초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가 장 먼저 죽었다. 그래서 그는 사후세계에 최초로 도착하게 되었고, 사후세계의 왕이 된 것이다. 중음세계 에서 중음신을 재판하는 6명의 재판관은 모두 중국 출신이지만, 염마왕만은 인도 출신이다. 염마는 범어 로 ‘yama(야마)’라고 하는데, 중국에서 야마를 음사하여 ‘염마’, 야마(夜摩)라고 한 것이다. 염마라는 명칭 이외에도 遮⽌, 抑⽌, 縛, 双王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염마의 기능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인도 신화에서는 ‘정법의 신, 광명의 신’으로 알려진 그의 부인 야미(yami)와 쌍둥이 신이기도 하다. 야마 와 야미 이야기가 나왔기에 인도의 창조신화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세월[시간]이 흐르면 슬픔이나 고통 을 잊게 해준다는 재미있는 설화이다. 야마와 야미는 쌍둥이 남매였다. 둘은 남매였지만 결혼을 했다. 둘 사이에는 자식도 있었다. 그래서 최초의 인간인 야마와 야미는 인류의 조상이 된 것이다. 둘은 사이가 좋 은 부부였다. 그렇지만 야마가 먼저 죽었다. 혼자 남은 야미는 ‘오늘 야마가 죽었다’며 너무나 슬퍼했다. 슬퍼하는 야미를 볼 수가 없었던 신이 밤을 만들었다. 이때는 아직 우주에는 밤이 없었다. 그러자 야미는 슬픔을 잊고서 잠을 잤다. 그렇지만 날이 새자 또다시 야미는 ‘어제 야마가 죽었다’라면 울었다. 그래서 신 은 또다시 밤을 만들었다. 그러자 또한 야미는 슬픔을 잊고서 잠을 잤다. 날이 새자 또다시 야미는 ‘그저께 야마가 죽었다.’라며 탄식했다. 그래서 신은 또다시 밤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여 몇 번이고 밤이 거듭되는 동안 야미의 슬픔도 점차로 사라지게 되어, 드디어 슬픔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것이 ‘밤의 기원’이 되었 다고 한다.”[김명우(2015), p.201; 定⽅晟(1999), p.152-157]
이곳에는 중음신의 마음속까지 비추는 ‘정파리’라는 거울[淨頗梨鏡]23)이 있는데, 중음신의 생전 행위를 전부 비춘다.
즉 이 거울은 전생의 악업을 보 여주어 자신의 죄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이 거울을 업경대[業鏡臺, 중음신의 업(業)을 보여주는 거 울(鏡)의 대(臺)]24)라고 한다.
그래서 지장보살25)을 모신 지장전이나 명부전에는 시왕경에 근 거하여 시왕[十王]26)을 봉안하고 업경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역시 3명의 왕도 판결을 유예한 다.27)
육칠일[42일]에는 여섯 번째 재판관인 변성왕(變成王) 앞에 서고,28) 칠칠일[49일]29)에는 일곱 번째 재판관인 태산왕(太山王) 앞에서 재판을 받는다.30) 역시 판결을 유예한다.
23) 地藏⼗王經, X1, 405b.
24) 업경륜(業鏡輪), 업경(業鏡)이라고도 한다.
25) 지장(地藏)이란 범어 크시티 가르바(kṣiti-garbha)의 번역이다. ‘크시티(kṣiti)’는 ‘대지(⼤地)’, 가르바 (garbha)는 ‘저장, 창고, 자궁’의 의미이므로, 지장보살이란 ‘대지처럼 모든 것을 저장하는 보살’이라는 뜻 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저장하고 있을까? 모든 공덕을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궁처럼 모든 것 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장보살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지장보살은 부처님께서 입멸 하신 후 미래에 미륵보살이 부처가 되어 이 세상에 오실 때까지의 사이, 즉 부처님이 안 계시는 동안[無佛 時代]에 우리를 구제해 주는 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인간세계뿐만 아니라 지옥에서 천계, 즉 육도세계의 모 든 곳에서 구제의 손길을 뻗친다. 지장보살은 구제를 바라는 중생의 고통스러운 소리가 들리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중생을 구제한다. 그렇다면 지장보살은 무엇 때문에 동분서주하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달려갈 까? 지장보살은 “지옥에 한 명의 지옥중생이라도 있으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이기 때문 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장보살은 아주 서민적이며,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존재이다. 게다가 중음세계에서 귀신[옥졸]에게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도 구제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지장보살의 모습도 아기보살처럼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조각상을 마을 입구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한국 사찰의 명부전에는 지 장보살만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다. 중음세계의 재판관인 10명의 왕, 즉 시왕(⼗王)이 함께 모셔져 있다. (김명우(2022), p.31)
26) 시왕이 언제 중국의 불교문헌에 등장하는지 그 기원을 알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도교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하지만, 어느 쪽이 먼저 성립하였는지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27) 地藏⼗王經, X1, 405a3. “送五官王”
28) 地藏⼗王經, X1, 407a13.
29) 칠칠일을 ‘만중음(滿中陰)’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중음신이 저 세상의 어느 곳에 갈 것인가를 최종적으 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30) 地藏⼗王經, X1, 407a18.
지금까지 간략하게 중음세계의 재판 과정을 살폈는데, 7명의 왕이 모두 선고를 유예한다. 그러 면 왜 모두 선고를 유예한 것일까? 그것은 7명의 재판관 모두 불보살의 화신31)이기 때문이다.
먼 저 “초칠일[7일]의 재판관인 진광왕은 부동명왕32)의 화신,33) 이칠일[14일]의 재판관인 초강왕은 석가여래의 화신,34) 삼칠일[21일]의 재판관인 송제왕은 문수보살의 화신,35) 사칠일[28일]의 재판 관인 오관왕은 보현보살의 화신,36) 오칠일[35일]의 재판관인 염마왕[염라대왕]은 지장보살의 화 신,37) 육칠일[41일]의 재판관인 변성왕은 미륵보살의 화신,38) 칠칠일[49일]의 재판관인 태산왕은 약사보살의 화신39)이다.” 이처럼 지장시왕경에 의하면 7명의 재판관은 본래 불보살이다.
그래 서 7명의 재판관은 판결을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유예40)한 것이다.
31) 화신(化⾝‧化現, avatārana)이란 우주 안의 지존[부처님]의 정신이 물질적인 이 세상[현상] 속으로 건너온 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신(神)이 인간 등의 모습으로 강림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과 인간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화신 개념 덕분에 시방세계에 부처님이 존재할 수 있다. 또 인도에서 3억 3천의 신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개봉하여 세계적으로 히트한 ‘아바타’라는 영 화가 있었다. ‘아바타’는 범어 ‘아바타라’를 영어로 표현한 것이다. 중국인은 ‘아바타라’를 화신으로 번역하 였다.
32) 부동명왕은 오른손에 구리길라라는 이름의 검, 왼손에는 오랏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악인을 오랏줄로 묶기도 하며, 검으로 악인의 목숨을 빼앗기도 한다. 부동명왕의 조각상을 보면 등 뒤에 화염(⽕焰)으로 장 식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어 조각된 상조차도 없다. 그렇지만 밀교에서는 매우 중요한 숭배의 대 상이다.
33) 地藏⼗王經, X1, 404c8. “第⼀秦廣王(不動明王)”
34) 地藏⼗王經, X1, 404c9. “第⼆初江王宮(釋迦如來)”
35) 地藏⼗王經, X1, 404c22. “第三宋帝王宮(⽂殊菩薩)”
36) 地藏⼗王經, X1, 405a4. “第四五官王宮(普賢菩薩)”
37) 地藏⼗王經, X1, 405a24. “第五閻魔王國(地藏菩薩)”
38) 地藏⼗王經, X1, 407a12. “第六變成王廳(彌勒菩薩)”
39) 地藏⼗王經, X1, 407a17. “第七太⼭王廳(藥師如來)”
40) 예수시왕생칠경에서는 “초칠일에 진광왕, 이칠일에 초강왕의 <재판정을> 지나게[통과] 된다”[X1, 409b17. 第⼀七⽇過秦光王. 第⼆七⽇過初江王]고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유예’라고 표현한 것이다. 또한 지장시왕경에도 ‘유예’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불보살의 화신이 중음신의 죄를 물어 지옥으로 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유예’한다고 표현한 것이다.
2. 49일 이후에도 재판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49재를 마치면 중음신은 바로 지옥에 가거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가? 그렇지 않 다.
당나라 말기 장천(藏川)41) 스님에 의해 편찬된 예수시왕생칠경42)과 지장시왕경에 의하 면 49일 이후에도 100일, 1년, 3년이 되는 날에 재를 지내는 ‘시왕신앙(十王信仰)’이 있었다.
41) 현재 예수시왕생칠경의 저자인 장천에 대한 자료는 전혀 없다. 단지 당나라 말기의 인물로 추정할 뿐 이다.
42) 경전명은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王⽣七經)(X1)이라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온전한 경전 명은 불설염라왕수기사중예수생칠왕생정토경(佛說閻羅王授記四眾逆修⽣七往⽣淨⼟經)이다. 이 경전은 한문경전의 전형인 ‘여시아문 일시재불’로 시작하여 ‘개대환희 신수봉행’으로 끝나지만, 권두에 ‘성도부 대 성자사 사문 장천 술(成都府⼤聖慈寺沙⾨藏川述)’이라는 경의 편찬자가 기술되어 있어, 중국에서 편찬된 경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경전 제목 중에 ‘예수(預修)’이 아니라, ‘역수(逆修)’로 표기하고 있다. 물론 본문 중에는 ‘예수(預修)’로 표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예수(預修)’와 ‘역수(逆修)’는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표기를 다르게 한 것 같다.[“逆修吾死後之佛事也. ⼜云豫修.”(佛學⼤辭典)] 그리고 지장시왕경의 편찬자 도 장천이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대성자사’ 앞에 ‘마(⿇)’가 삽입되어 있다. 또한 ‘대성자사’가 아니라 ‘대 성자은사’라고 하여 ‘은(恩)’이 삽입되어 있다. 즉 ‘成都⿇⼤聖慈恩寺沙⾨ 藏川 述’로 되어 있다. 일본학자 하시모토 나오키[橋本直紀]는 ‘은(恩)’ 자가 삽입된 것은 오기라고 하지만[坂本要 編(1990), p.500], 필자 로서는 ‘마(⿇)’와 ‘은(恩)’이 삽입된 이유를 알 수 없다. 사족이지만, 대성자사는 당나라 현종이 안사의 난 을 피해 성도에 피난 왔을 때 건립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다 시 말해 49일 이후에도 최후 판결이 나지 않으면 중음신은 100일, 1주기, 3주기에도 재판을 받는 것이다. 먼저 백 일째 되는 날 평등왕(平等王)에게 재판을 받는다.
그래도 결정되지 않으면 1주기 때 도시왕(都市王)에게 판결을 받는다.
여기서도 유족이 추선공양[추선공덕]을 해주면 악행을 범 한 자라도 3주기까지 판결을 유예한다.
그리고 3주기에 중음신은 오도전륜왕(五道轉輪王) 앞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렇게 3명이 추가되어 10명의 왕[十王]이 되는데, 여기서 평등왕은 관세음보 살,43) 도시왕은 아촉여래,44) 오도전륜왕은 아미타불의 화신45)이다.
그런데 이처럼 재판관이 추가된 것은 유족으로 하여금 추선공양[49재]을 많이 하도록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게다가 49재는 불교가 의례불교로 변해 가는 과정에서 절 운영을 위 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46)
이런 주장은 일부 타당하지만, 다만 여 기에는 동북아시아에 불교가 이식되는 과정과 종교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종교에서 의 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종교에서 죽은 자를 위한 의례는 빠질 수가 없다. 결국 유족은 이러한 의례를 통해 중음신을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추선공양[49재]을 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법회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중음신과 유족 모두에게 큰 복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필 자는 이러한 의례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오늘날의 한국불교도 중에는 10명의 왕에게 재판을 유예 받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 통과하 지 못하면 곧바로 지옥에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47)
43) 地藏⼗王經, X1, 407b3. “第⼋平等王(觀世⾳菩薩)”
44) 地藏⼗王經, X1, 407b8. “第九都市王廳(阿閦如來)”
45) 地藏⼗王經, X1, 407b17. “第⼗五道轉輪王廳(阿彌陀佛)”
46) 이런 비판은 송대에서부터 줄기차게 등장하는데, 송대의 저작인 귀동(⿁董)에서는 “승려들이 이것[시 왕]을 만들어 어리석은 백성을 유혹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다.[坂本要(1990), p.363] 또한 정도전은 『불씨잡변(佛⽒雜辨)』(「불씨지옥지변(佛⽒地獄之辨)」에서 불교의 지옥관을 비판하면서 “‧‧‧불 교가 중국에 들어오기 전에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자들이 있었는데, 지옥에 잘못 떨어져서 이른바 시왕 (⼗王)을 만나본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걸로 볼 때 지옥이란 것이 있지도 않고 믿을만한 것도 아님이 분 명하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도전의 이런 비판은 전제가 잘못되었다. 다시 말해 죽어서 살아 되돌아 온 사람은 없기 때문에, 전제가 잘못된 억지스러운 비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7) 첫 번째 재판관인 진광왕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한 지옥중생은 ‘도산지옥(⼑⼭地獄)’에 떨어진다고 한다. 도산이란 칼 도(⼑), 뫼 산(⼭) 자로 칼로 뒤덮인 산을 말한다.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을 당 할까?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맨발로 칼날 위를 걸어가야 하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어떤 죄 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전생에서 지독한 구두쇠가 떨어지는 지옥이다. 두 번째 재판관인 초강왕의 재판 을 통과하지 못한 지옥중생은 ‘화탕지옥(⽕湯地獄)’에 떨어진다. 화탕이란 불 화(⽕), 끓을 탕(湯) 자이므 로, 지옥중생을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커다란 가마솥에 던져 고통을 주는 지옥이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전생에서 도둑질하거나 빌려 간 물건을 갚지 않은 지옥중생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세 번째 재판관인 송제왕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한 지옥중생은 ‘한빙지옥(寒氷地獄)’에 떨어진다. 한빙이란 찰 한(寒), 얼음 빙(氷) 자이므로, 지옥중생을 엄청나게 춥고 커다란 얼음이 있는 협곡에 집어넣어 고통을 주는 지옥이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전생에 불효를 저지른 지옥중생이 떨어지는 지옥 이다. 네 번째 재판관인 오관왕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한 지옥중생은 ‘검수지옥(劍樹地獄)’에 떨어진다. 검 수란 칼 검(劍), 나무 수(樹) 자이므로, 잎이 칼날처럼 예리한 나무로 이루어진 숲에 지옥중생을 던져 넣어 찌르고 자르는 고통을 주는 지옥이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구하 지 않은 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다섯 번째 재판관인 염라대왕의 재판에 통과하지 못한 지옥중생은 ‘발 설지옥(拔⾆地獄)’에 떨어진다. 발설은 뺄 발(拔), 혀 설(⾆)이므로, 이곳에서는 지옥중생의 혀를 길게 뽑은 뒤 크게 넓혀놓고 그 혀에 나무를 심거나 쟁기를 갈아 고통을 준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 까? 전생에서 상대방을 헐뜯은 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여섯 번째 재판관인 변성왕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한 자는 ‘독사지옥(毒蛇地獄)’에 떨어진다.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수많은 독사에게 물리는 고통을 당한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살인 및 강도 등과 같은 강력 범죄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이 다. 일곱 번째 재판관인 태산왕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거해지옥(鋸骸地獄)’에 떨어진다. 거해란 톱 거 (鋸), 뼈 해(骸) 자이므로, 이곳은 지옥중생을 톱으로 자르는 지옥이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 질까? 전생에서 남을 속인 자, 즉 사기꾼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여덟 번째 재판관인 평등왕의 재판을 통과 하지 못하면 ‘철상지옥(鐵床地獄)’에 떨어진다. 철상이란 쇠 철(鐵), 상 상(床) 자이므로, 이곳에서는 지옥 중생을 뾰족한 못이 박힌 침상에 눕혀 지옥중생의 몸에 못을 관통하게 한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전생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은 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이다. 아홉 번째 재판관인 도시왕 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풍도지옥(⾵途地獄)’에 떨어진다. 이곳은 거센 바람이 불어 지옥중생을 고통 스럽게 하는 지옥이다.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사음한 자, 즉 성범죄를 일으킨 자들이 떨 어지는 지옥이다. 열 번째 재판관인 오도전륜왕의 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흑암지옥(⿊闇地獄)’에 떨어진 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칠흑같이 어두운 지옥이다. 즉 빛이 전혀 없는 암흑지옥이다.(ko, wikipedia, org.) 난임자나 불임자를 차별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이곳은 자식을 낳지 못한 사람이 떨어진다고 한다. 아 마도 이것은 자손을 중시하는 동아시아의 풍습이 불교에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김명우(2015), p.91-95] 위에서 언급한 시왕과 10곳의 지옥에 관한 묘사는 필자가 추가한 내용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검색하는 위키페디아 백과사전에는 시왕의 심판을 통과하지 못한 중생들이 떨어지는 지옥 10곳을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위키페디아 백과사전에서는 출처도 밝히지 않으면서 중음세계의 심판관인 시왕의 재판을 통과하 지 못하면 바로 지옥에 떨어진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음세계와 지옥을 기독교처럼 ‘징벌’과 ‘심 판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옥이란 생전의 행위 에 대해 심판받고 벌을 받는 곳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우란분경과 목련경 및 지옥변 상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신과 함께라는 웹툰 만화를 바탕으로 영화로 만든 <신과 함 께>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의 문제는 만약 이처럼 재판을 유예하지 않고 곧바로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면 일체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려는 불교 본래의 취지는 물론 앞서 말한 화 신으로서의 시왕도 그 의미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49재의 성립 근거 도 사라지게 된다.
다시 말해 7번이든 10번이든 재판을 받고 곧바로 지옥에 떨어진다면, 49재나 유족의 추선공양[추선공덕]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49재를 기반으 로 사찰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반영하여, 재판을 통과하지 못하면 곧바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장시왕경과 예수시왕생칠경에서처럼 유예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불교 본래의 취지와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48)
48) 중음세계와 49재에 대한 기술은 필자의 졸저인 불교에서의 죽음 이후, 중음세계와 육도윤회와 49재 와 136지옥의 내용을 간략하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전에서 중음세계의 재판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은 어디까지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교훈적인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Ⅲ. 불교의 지옥관
1. 지옥의 의미와 위치
중음세계에서 49일 간 재판을 받고 악업[죄]을 가장 많이 지은 중음신은 육도세계[지옥도(地獄 道, naraka-gati)‧아귀도(餓鬼道, preta-gati)‧축생도(畜生道, tiryañc-gati)‧아수라도(阿修羅道, asura-gati)‧인도(人道, manuṣaya-gati)‧천도(天道, deva-gati49))] 중에서 지옥도에 떨어져 지옥 중생[nāraka]50)이 된다.
그러면 지옥이란 어떤 의미일까?
불교가 전래되기 전 동북아시아에 황천(黃泉)51)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지옥이라는 말은 없었다.
다시 말해 지옥은 불교가 동북아시아에 전래됨으로써 생긴 말 이다. 지옥이란 ‘지하세계에 있는 감옥’, 즉 ‘지하감옥(地下監獄)’의 줄임말이다.
원래 지옥이라는 말은 범어 나라카(naraka)의 번역인데, 그 원어는 알 수 없다.
또는 나라카(naraka)를 음사하여 나락(奈落)‧나락가(捺落迦)라고 한다. 그래서 ‘지옥에 떨어지다’와 ‘나락에 떨어지다’를 같은 의미 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옥의 또 다른 용어로는 범어/팔리어의 ‘니라야(niraya)52)’가 있다.
니라야 는 nir-√aya에서 파생한 것으로서 ‘사라져가다, 행복이 없는 것[無幸]’53)이라는 뜻이다.
49) 가티(gati)란 동사원형 √gam(가다)에서 온 말로 ‘가는 것‧가는 자’의 의미이다. 다시 말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곳[여섯 세계]으로 가는 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한역에서는 ‘∼향하여 달려가다’, 즉 ‘업 에 의해 사후로 향하여 가는 곳, 가는 장소’라는 뜻의 취(趣)라고 하였으며, 또는 도(道)라고 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여섯 세계를 6趣, 6道라고 하는 것이다.
50) 필자는 현재 한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망자’ 또는 ‘죄인’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지옥에 떨어진 중생이라는 의미로서 ‘지옥중생[nāraka, 地獄⼈]’이라고 표기하였다.
51) 중국에서는 망자가 죽어서 가는 지하의 명계(冥界)를 ‘황천’이라고 한다. 이 말은 좌전(左傳, 관자(管 ⼦), 한서(漢書) 등에 등장하는데, “본래 황천은 묘실(墓室)을 팔 때 분출하는 지하수를 가리키는 말이 었지만, 춘추시대 이후 사후세계를 대체하는 말이 되었다. 또한 고대 일본 고사기(古事記)에서 여신 이 자나미가 사후에 내려간 황천국도 무덤 축조에 따른 이미지와 관련이 있으며, 어두우며 무서운 곳이다.” [나희라(2006), p.173]
52) 법구경(dhamma-pada), 「지옥품(niraya-vagga)」(126게송)에 niraya[지옥]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악 업을 지은 자는 지옥[niraya]에 떨어지고, 정직한 자는 천계에 오르며, 번뇌를 멸한 자는 열반에 든다”[남 전대장경, 23권 참조]라고 하여, ‘악행을 지은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라는 아주 간단한 문구가 등장한다. 또한 숫타니파타, 「코카리야경(kokāliya-sutta)」(277게송)에도 ‘niraya(지옥)’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경 전은 코카리야 비구가 사리불과 목련을 비방한 죄로 홍련지옥[padma-niraya]에 떨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 다.[남전대장경, 24권 참조] 그리고 잡아함경경(1278경, T2, 351)에도 동일한 내용이 등장한다.
53) 또는 불락(不樂), 가염(可厭), 고구(苦具) 등으로 한역한다. 梵和⼤辭典)(p.682)에서는 ‘不可樂’이라고 한역하고 있다.
즉 지옥 이란 ‘행복이 없는 곳[無幸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니라야(niraya)를 음사하여 니리야(泥 利耶)‧니리(泥梨)‧니리(泥犁)54)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 육도세계 중에서 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간혹 “지옥이 따로 있나! 마음먹기에 따 라 지옥도 되고 극락도 되지”라고 하며 지옥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에 존 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정법념처경과 왕생요집에서도 지옥은 마음에서 기인 한 것[皆因於心]이라고 한다.55)
다시 말해 자신의 악업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마음에 속아서 지옥 을 보게 되고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필자도 지옥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또한 지옥이 실제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현대인에게 받아들이기 쉽다고 생각한다.
본래 불교에 서는 지옥이나 지옥의 고통, 지옥중생에게 고통을 주는 옥졸56)도 지옥중생의 공업(共業)57) 때문 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지옥’이라는 말 대신에 ‘지옥관념’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학자도 있 다.58)
한편 구사론 등의 불교문헌59)에서는 지옥이 인간계[섬부주] 아래에 존재한다고 한다.
54) 법구경(法句經)(地獄品), T4, 570a6 ; 대루탄경(⼤樓炭經)(泥犁品), T1, 283, b13. ‘루탄(樓炭)’이란 범어/팔리어 ‘lokapatti/lokadhatu’의 음사로, 세계의 생기, 즉 ‘世起’라는 뜻이다. 대루탄경은 세기경 의 이역본이다.
55) 正法念處經, T17, 27a17-21. “云何惡業, 無量種種. 皆因於⼼. 相續流轉. … 此諸眾⽣云何如是為⼼所誑. 為愛所誑. 墮活. ⿊繩. 合‧喚. …”; 正法念處經, T17, 32b1-2 “如是無量百千億歲. ⾃⼼所誑, 彼地獄中如 是轉⾏, 彼地獄⼈如是被燒.” 그리고 왕생요집, T84, 34a에도 正法念處經의 앞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 고 있다.
56) 지옥에서 지옥중생을 괴롭히는 귀신을 ‘옥졸(獄卒)’이라고 하는데, 옥졸이란 범어 나라카 팔라 (naraka-pāla), 즉 ‘지옥을 지키는 자’라는 의미이다. 정법념처경에서는 ‘염마라인(閻魔羅⼈)’이라고 한 역한다.
57) 공업이란 범어 ‘사다라나 카르마’(sādhāraṇa-karma)의 번역으로, 각각의 살아 있는 생명이 공통으로 짓 는 업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인간으로 태어나면 인간만이 짓는 나쁜 행위 또는 좋은 행위를 말한다. 불교에 서는 인간의 공업에 의해 산이나 강 등의 자연계[기세간]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지옥이나 지옥의 옥졸도 지옥중생의 공통적인 업[共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58) 우리에게 지옥 또는 지옥 관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4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내가 살고 있는 세 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승’과 ‘저승’이라는 2개의 세계가 존재해야만 지옥도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저승[별도의 세계 또는 저세상]은 ‘이승’과는 전혀 다른, 깊은 지하의 어두운 세계로서 존재해야 한다. 셋째, 죽은 자는 영(靈)이 되어 ‘저승’을 방황하게 되는데,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 만, 그 전제로 ‘망령’ 혹은 ‘영혼’이 존재해야 지옥도 존재할 수 있다. 넷째, 저승은 고통스러운 세계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坂本要(1990), p.1] 우리는 죽으면 행복하고 즐거운 곳[극락]에 가고자 한다. 하지 만 그곳은 죽은 자가 이승에서 행한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에, 악인도 선업을 쌓은 선인과 똑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곳에 간다면 그것은 불공평하다. 즉 악인은 생전 행위에 의해 고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옥도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4가지가 전제되어야 지옥 또는 지옥 관념은 성립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불교 에서는 이 4가지 전제와 업[선인선과‧악인악과, 인과응보]과 윤회[육도윤회]를 바탕으로 지옥을 정밀하게 묘사하여 지옥 세계를 완성하였다. 게다가 동아시아로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시대 및 지역의 세계관, 영혼관, 윤리관 등이 결합하여 지옥 묘사는 더욱 구체화되고 풍성하게 되었다.[김명우(2022), p.49]
59) ⼤毗婆沙論, T27, 865c. ; 俱舍論, T29, 58b3. “此贍部洲下過⼆萬”
고대의 인도인들은 우주의 중심에 수미산이라는 거대한 산이 우뚝 솟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미산 바깥의 동서남북에 각각 4개의 대륙[승신주, 우화주, 섬부주, 구로주]이 존재하는데, 남쪽에 인간 계인 ‘섬부주(贍部州, jambudvīpa, 다른 말로 염부제(閻浮提))’ 밑에 지옥이 중층적으로 존재한 다고 생각했다.60)(도표3 참조)
반면 세기경(世記經) 등61)에서는 지옥[팔열대지옥]이 철위산(鐵 圍山=금강산)과 대철위산 중간에 존재한다고 하여(도표 2, 4 참조) 지옥의 위치를 지상으로 설정 하고 있다.
60) 불교의 우주관에 의하면 허공 위에 풍륜(⾵輪, vāyu-maṇḍala)이 떠 있다. 풍륜의 모양은 원반형이며, 그 둘레는 ‘아승지 요자나(asaṃkhya yojana, 無數)’이다. 풍륜은 너무나 단단해서 금강저[인도의 최고신인 제 석천이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강철로 만든 무기]로 내리쳐도 부서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풍륜 위에는 아직 응결되지 않은 수륜(⽔輪, jala-maṇḍala)이 있다. 수륜의 모양은 풍륜처럼 원반형이며, 둘레는 11억 2만 유순, 두께는 8만 유순이다. 그리고 수륜 위에는 마치 우유를 숙성시켜 오래 놓아두면 응결되듯이 상 층부만 응결된 금륜(⾦輪, kāñcana-maṇḍala)이 있다. 금륜의 형태는 수륜처럼 원반형이고 둘레는 수륜과 같이 8만 유순이지만, 두께는 32만 유순이다. 더불어 금륜 위에는 9개의 큰 산이 있다. 그 중앙에는 우주 의 중심인 수미산(須彌⼭)이라는 거대한 산이 우뚝 솟아있다. 수미산은 범어 ‘메루(meru)’ 또는 ‘수메루 (sumeru)’를 음사한 것으로, 한역에서는 ‘수(su)’를 묘할 묘(妙), ‘메루(meru)’를 높을 고(⾼)로 해석하여 묘고산(妙⾼⼭)이라고 한다. 또한 음사하여 소미려산(蘇迷廬⼭)이라고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수미산은 물을 가득 채운 금륜(⾦輪)의 중심에 솟아있으며, 수면 위의 높이가 8만 유순, 수면 아래의 높이 가 8만 유순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미산의 바깥쪽, 즉 수미산과 바다를 끼고, 지쌍산(持雙⼭), 지축산(持軸 ⼭), 첨목산(檐⽊⼭), 선견산(善⾒⼭), 마이산(⾺⽿⼭), 상이산(象⽿⼭), 니민달라산(尼民達羅⼭)이 수미산을 둘러싸고 솟아있다. 그리고 수미산 바깥의 동서남북에는 각각 4개의 대륙, 즉 승신주, 우화주, 섬부주, 구 로주가 있다. 또한 바깥에는 4개의 대륙을 둘러싼 철위산(鐵圍⼭)이 있다. 철위산(鐵圍⼭)은 범어 ‘차크라 바다(cakra-vāḍa)’의 번역으로, 철륜위산(鐵輪圍⼭), 금강산이라고도 한다. 이 산은 철로 되어 있으며, 바 퀴처럼 8개(수미산과 지쌍산 등)의 산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산들을 내산(內⼭) 이라고 한다. 수미산에서 철위산 사이는 8개의 바다로 이루어져 있는데, 8개의 바다는 공덕수(功德⽔)로 채워져 있다. 첫 번째 공덕수의 바닷물은 맛이 달고, 두 번째는 깨끗하며, 세 번째는 부드러우며, 네 번째 는 가벼우며, 다섯 번째는 맑고 깨끗하며, 여섯 번째는 냄새가 나지 않으며, 일곱 번째는 마실 때 목구멍이 손상되지 않으며, 여덟 번째는 마시고 나서 배가 아프지 않는 물을 말한다. 그리고 수미산을 중심으로 태 양, 달, 별이 수평으로 돌고 있다. 철위산 바깥을 외산이라고 한다. 이것이 불교[인도]의 우주관 내지 세계 관이다.[김명우(2015), p.91-95]
61) ⾧阿含經(19권)(世記經, 第4 地獄品), T1, 121b29; 增壹阿含經(七⽇品), T2, 738a.
이처럼 지옥의 위치가 경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의 불교 문헌에서 지옥은 대 지[섬부주] 아래, 즉 지하에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2. 정법념처경에 나타난 지옥[팔열대지옥]의 공통적인 특징
앞서 언급했듯이 지옥은 크게 팔열대지옥62)과 팔한대지옥으로 나눈다.
그런데 필자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팔한대지옥63)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문헌이 특별한 설명 없이 명칭만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
62) 필자는 ‘팔열지옥’과 ‘팔열대지옥’을 혼용하고 있는데, 소지옥과 구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를 삽입했 다.
63) 팔한지옥은 알부타(頞部陀)지옥, 니랄부타(尼剌部陀)지옥, 알찰타(頞哳陀)지옥, 확확파(臛臛婆) 또는 학 학파(郝郝婆)지옥, 호호파(虎虎婆)지옥, 올발라(嗢鉢羅)지옥, 발특마(鉢特摩)지옥, 마하발특마(摩訶鉢特摩) 지옥의 8곳이 존재한다.(구사론 11권, T29, 58c29-59a3. “復有餘⼋寒㮈落迦. 其⼋者何. ⼀頞部陀. ⼆尼 剌部陀. 三頞唽吒. 四臛臛婆. 五虎虎婆. 六嗢鉢羅. 七鉢特摩. ⼋摩訶鉢特摩.”) 명칭 그대로 해석해보면 다 음과 같다. 먼저 알부타(arbuda)란 종기(부스럼, 물집)를 말하는데, 몸에 종기가 날 정도로 추운 지옥이라 는 의미이다. 니랄부타(nirabuda)란 추위 때문에 종기가 터진 상태를 말하며, 알찰타[아타타(atata)]는 추 워서 소리를 낼 수가 없어 혀끝만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학학파[하하바(hahava)]는 입을 움직이지 못해 목구멍에서 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하며, 호호파[후후바(huhuva)]는 입술 끝만 움직이며 신음 내는 것을 말한다. 올발라[우트팔라(utpala)])는 추위 때문에 동상에 걸려 온몸이 푸른색으로 변한 것을 말 한다. 그리고 발특마[파드마(padma), 붉은 연꽃]는 추위 때문에 온몸이 붉게 된 상태를 말하며, 이것이 더 욱 악화하여 온몸이 더욱 붉게 물들며 피부가 연꽃 모양으로 터진 것을 마하발특마[마하파드마 (mahāpadma)]라고 한다. 또는 피부가 홍적색(紅⾚⾊)이 되기 때문에 홍련나락가(紅蓮那落迦)라고도 한 다. 이처럼 알찰타·확확파·호호파 지옥은 소리에 근거한 명칭이며, 나머지 지옥은 신체의 변화를 근거로 이름 붙인 지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김명우(2022), p.53]
따라서 여기서는 팔열대지옥을 중심으로 지옥의 공통적인 특징을 기술하고자 한다. 먼저 팔열대지옥에는 8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지옥은 습하고 엄청나게 무더운 곳이다.
고대의 인도인은 시원하고 서늘한 곳을 극락이라 고 하고,64) 지옥을 아주 무더운 곳이라고 하였다.
둘째, 모든 지옥은 업의 불꽃[業火]이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는 곳이다.
악업에 따라 떨어지는 지옥도 다르고 형벌의 종류도 다르지만, 모든 팔열대지옥과 그 소지옥은 반드시 지옥중생을 뜨거 운 불로 태우는 고통을 가한다.
이 업의 뜨거운 불꽃[業火]도 지옥중생의 공업에 의해 생긴 것이 다.
셋째, 지옥을 지키는 옥졸이 존재한다.
옥졸은 지옥을 지키지만 동시에 지옥중생을 괴롭히는 존 재이다.
지옥의 옥졸은 양, 사슴, 호랑이, 사자의 머리 혹은 여러 새의 머리를 하고 있는데, 소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우두(牛頭)’와 말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마두(馬頭)’가 대표적이 다.
옥졸은 ‘쇠몽둥이(鐵棒)나 쇠갈고리’ 등을 가지고 지옥중생을 찌르거나 때리면서 고통을 주는 데, 이 옥졸도 지옥중생의 업력65) , 즉 공업(共業)에 의해 생긴 것이다.
넷째, 지옥의 시간은 사바세계와 달리 아주 길다.
팔열대지옥의 첫 번째인 등활지옥[상지옥]의 하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의 9백만 년에 해당한다.
흑승지옥의 하룻밤은 사바세계의 3천 6백만 년, 중합지옥의 하루는 사바세계의 1억4천4백만 년, 규환지옥의 하루는 사바세계의 5억7천 6백만 년으로, 하루의 길이는 4배씩 증가한다.
도저히 우리들의 사고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주 긴 시간이다.66)
64) 용수보살은 ‘지목행족으로 청량지에 이르다[智⽬⾏⾜⾄淸涼池]’, 즉 ‘이론[눈으로 알다]과 실천[발로 가 다]으로 청량지[깨끗하고 서늘한 연못]에 이르다’라고 표현했다. 다시 말해 극락[열반]은 서늘한 곳으로 표 현하였다.[김명우(2010), p. 91]
65) 구사론 11권, T29, 58c19. “有情業⼒.”
66) 조금 더 보충 설명을 하면, 죄가 가장 가벼운 지옥중생이 떨어지는 곳인 등활지옥의 형벌 기간은 5백 년 이다. 이곳의 하루가 사바세계에서는 9백만 년이기 때문에 5백 년의 형벌 기간을 사바세계의 시간으로 계 산하면 9백만 년×5백 년=?이 된다. 사바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다. 다 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고통을 당하지만, 고통이 무한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 기간이 정해져 있다, 즉 유한하다는 것이다.
다섯째, 지옥중생은 전생에서 행한 악행과 똑같은 형벌을 받는다.
예컨대 전생에서 친구를 집단 으로 폭행했다면 옥졸들에게 집단으로 구타를 끝없이 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과응보, 자업자득 의 원칙을 적용한 것인데, 이른바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바른 행위[선행]를 실천하라는 메시지 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지옥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영원히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선업이 조금이라도 남 아있거나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다른 세계로 간다.
다시 말해 육도의 세계[육도]를 윤회67)하는 것이다.
반면 서양[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에 한 번 떨어지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일곱째, 형벌의 고통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된다.
예컨대 생전에 동물을 산채로 불로 굽 거나 가마솥에 찐 자는 똑같이 쇠 항아리에 던져져 굽이거나 삶기는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다만 고통에 시달리다 숨이 끊어지면 옥졸이 숨을 불어 넣어 곧바로 소생시킨다.
그리고 또다시 처음 과 똑같은 고통을 가한다.
이처럼 똑같은 고통이 끝없이 반복된다.68)
67) ‘윤회(輪廻)’란 범어로 삼사라(saṃsāra)라고 하는데, 삼사라는 ‘함께’라는 의미의 접두사 sam+동사의근 √sṛ(흐르다, 구르다)에서 온 말로 ‘함께 구르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마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것처럼 무 한히 재생한다’는 의미로 윤회라고 한역하였다. 전생(轉⽣)이라는 말과 합쳐 흔히 ‘윤회전생(輪廻轉⽣)’이 라고도 한다.
68)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또다시 죽는가?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자. 우리는 현세에서 죽으면 다시 내세에 태어난다. 그러므로 그 태어나는 장소가 지옥이라고 한다면 지옥중생은 지 옥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옥도 살아가는 하나의 장소에 불과하다. 지옥도 도착지가 아니라 윤 회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 지점[장소]이다. 그리고 지옥에서 살고 있다면 당연히 죽음을 맞이한다. 즉 지옥 에서 지옥중생은 고통을 당하다가 몇 번이고 죽음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본래 모습대로 다시 태어나 고통을 당하다가 죽음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옥’인 것이다. 이런 불교의 기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지옥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김명우(2022), p. 50-53]
여덟 번째, 지옥에 떨어지면 악업에 대한 형벌을 받는데, 이때 옥졸은 지옥중생에게 게송으로 “너는 왜 참회[뉘우침]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며 ‘참회’와 ‘반성’을 요구한다.
이것은 비록 인과응 보의 원리가 적용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참회’이며, 또한 이러한 참회를 통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옥은 업[자업자득, 선인선과 악인악과, 인과응보]과 윤회의 사상을 바탕으로 성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팔열대지옥과 그 소지옥
1) 정법념처경에서 묘사한 팔열대지옥의 종류
지옥은 많은 경전과 논서에서 기록하고 있지만, 경전이나 논서마다 그 종류와 모습은 각각 다 르게 묘사되고 있다.
다시 말해 불교의 지옥관은 특정 경전이나 논서가 제작됨으로써 일시에 성 립한 것이 아니라, 시대 및 지역과 그 시대와 지역의 문화가 가미되어 새로운 경론을 제작하면서 정교화 되고 세련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지옥에 대해 기술한 경전[아함경]으로는 법구경(지옥품), sutta-nipāta(경집), 장아 함경(長阿含經) 권19-22(世起經, 지옥품 권4, T1, 121b26) 및 세기경(世起經)의 이역본인 기세경(起世經)(地獄品 권2, T1)‧기세인본경(起世因本經)(권2, T1)‧대루탄경(大樓炭經)(권 2, 泥犁品, T1), 중아함경(中阿含經)(天使經, T1, 503) 및 천사경의 이역본인 철성니리경 (鐵城泥梨經)(T1, 826)과 니리경(泥梨經)(T1, 907), 잡아함경(雜阿含經)(권48, 1278경, T2),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善趣品, T2, 권42), 증일아함경(八難品, T2, 권36) 등이 있다.
그리고 부파불교의 논서로는 구사론(俱舍論)(권11, T29), 대지도론(大智度論)(권16, T25), 대비바사론(大毗婆沙論)(권172, T29), 순정리론(順正理論)(권31, T29) 등이 있다.
이러한 경 론 중에서 비교적 잘 정리된 것은 세기경69)과 구사론70)이지만, 명칭이나 지옥의 개수 등에 서 차이가 난다.
기존의 모든 경전과 논서를 집대성하여 지옥을 가장 체계적으로 묘사한 것은 정법념처경(지 옥품, T17, 27a-71a)71)과 왕생요집(往生要集)[(X84), 제1장 염리예토(厭離穢土)72) , 地獄]73) 이다.
69) ⾧阿含經(권19-권22)(世起經, 地獄品 권4, T1, 121c5-121c8), “彼有⼋⼤地獄. 其⼀地獄有⼗六⼩地獄. 第⼀⼤地獄名想. 第⼆名黒繩. 第三名堆壓. 第四名叫喚. 第五名⼤叫喚. 第六名燒炙. 第七名⼤燒炙. 第⼋名無 間.” 세기경은 간단하게 말하면, 불교의 세계관 내지 우주관을 설한 경전이다. 기세간, 즉 중생이 있는 다양한 세계의 종류와 모습, 그들의 생성과 소멸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불교의 세계관을 기술한 경전이나 논서는 많지만, 그것들은 세기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세기경은 불교적 세계관을 설명한 원초적 형태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70) 俱舍論, T29, 58b11-58b14. “故名無間. …七㮈落迦在無間上重累⽽住. 其七者何. ⼀者極熱. ⼆者炎熱. 三者⼤叫. 四者號叫. 五者衆合. 六者黒繩. 七者等活.”
71) 정법념처경(범본명: ārya-sad-dharma-smṛty-upasthāna-sūtra)의 범본은 현존하지 않지만, 한역본 (T17, 1-417)과 티베트역(P, No 953, Vols 37-38, hphags pa dam paḥi chos dram pa ñe bar gshag pa)이 현존한다. 그중에서 필자는 중국 원위(元魏)시대 고승 구담반야유지(瞿曇般若流⽀, 539년 한역)의 한역본을 참조하여 기술하였다. 반야유지는 519년 중국에 왔으며 539년에서 541년 걸쳐 70권 정법념처 경을 한역하였다. 한역본은 현재 일본어 번역본 국역일체경(인도찬술부 8)과 한글 번역(한글대장경, 74권 동국대학교 역경원)이 있다. 그리고 본 경의 성립 시기와 전체 내용을 간략하게 기술한 연구로 ‘⽔野 弘元, 正法念處經について(1964)’이 있다. 이 경전은 왕사성에서 부처님이 외도로부터 삼업(三業)에 대 한 질문을 받고 업과 그 과보에 대해 설한 것이다. 지옥, 아귀, 축생, 천계 등을 설하지만, 특히 지옥의 모 습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필자가 지옥을 묘사한 수많은 경전이나 자료가 있음에도 정법염처경 을 바탕으로 지옥을 기술한 것도 이 경전이 지옥 전체의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72) 삼계[예토]는 편안함이 없는 곳으로서 싫어하고 멀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염리예토라고 제목을 정한 것이 다.
73) 왕생요집은 일본 천태종 출신의 겐신(源信, 942-1017)의 저작으로, 정법념처경이나 유가사지론, 대지도론, 구사론,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 제경요집(諸經要集), 관불삼매해경(觀佛三昧海經) 등을 중심으로 지옥에 대해 기술한 여러 경론을 발취하여 요약 정리한 것이다. 겐신은 헤이안 시대 말기 [天慶 5년]에 나라현[⼤和國]에서 태어났으며, 히에이 산[⽐叡⼭] 엔랴쿠사[延曆寺]로 출가하여 천태교학 을 배웠다고 한다. 저서로는 일승요결(⼀乘要訣), 인명론소사상위주석(因明論疏四相違略註釋), 대승 대구사초(⼤乘對俱舍抄), 아미타경약기(阿彌陀經略記), 존승요문(尊勝要⽂), 태종의문(台宗疑問), 일승요결(⼀乘要訣), 백골관(⽩⾻觀), 구사송소정문(俱舍頌疏正⽂), 관심요약집(觀⼼略要集) 등이 있다.
필자가 정법념처경과 왕생요집에 주목하는 것은 두 저작이 지옥의 전체 구조를 잘 설 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옥중생이 범한 생전의 악업에 대응하는 팔열대지옥과 각각의 팔열대 지옥에 부수하는 128개의 소지옥과의 대응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죄를 지으면 어떤 곳에 떨어지고, 그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을 받는지, 그곳에서 악업이 다 하면 어떤 세계로 윤회 전생하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다만 지면 관계상 본 절에서 는 정법념처경과 왕생요집을 참고하여 팔열대지옥의 종류와 그 내용, 그에 부수하는 소지 옥74)의 종류만을 고찰하고자 한다.
정법념처경에서 묘사한 팔열대지옥과 그 소지옥75)의 명칭 은 다음과 같다.
등활지옥: 살생한 자가 떨어진다
시니처(屎泥處)76) , 도륜처(刀輪處)77) , 옹숙처(瓮熟處)78) , 다고처(多苦處)79) , 암명처(闇冥處)80) , 불희처(不喜處)81) , 극고처(極苦處)82)
74) 구사론에서는 소지옥을 ‘증(增, utsada)’이라고 한다.(T29, 58c14-16. “四⾯各四. 増故⾔皆⼗六.此是増 上被刑害所. 故説名増. 本地獄中適被害已重遭害故.) 본래 지옥에서 충분히 고통을 당했지만, 별도의 괴로 움을 더 받는 곳, 또는 괴로움을 주는 도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또는 본래 지옥에서 이미 죄에 상응하는 괴로움을 받았으면서 거듭해서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소지옥을 증(增)이라고 한다. 구마라집(344~413)은 ‘해당하는 지옥에 딸린 정원’이라는 의미로 ‘원(園)’이라고 한역하였다. 한편 일본 헤이안 시대에 활동한 겐신(源信)의 저작인 왕생요집에서는 ‘지옥과는 다른 별도의 곳’이라는 뜻인 ‘별처(別處)’와 ‘이처(異處)’ 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정법염처경에서는 소지옥을 ‘처(處)’라고 표기한다. 이처럼 소지옥의 명 칭이 문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필자는 정법염처경의 표기에 따라 소지옥을 ‘처(處)’라고 하였다.[김명 우(2022), p.58]
75) 128곳의 소지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자의 졸저인 <불교에서의 죽음 이후, 중음세계와 육도윤회, 예문서원, 2015> 및 <49재와 136지옥, 운주사, 2022>을 참조하길 바란다.
76) 正法念處經, T17, 27b27-27c24.
77) 正法念處經, T17, 27c25-28a18.
78) 正法念處經, T17, 28a19-28b7.
79) 正法念處經, T17, 28b8-28c22.
80) 正法念處經, T17, 29b22-29b28.
81) 正法念處經, T17, 29a22-29b21.
82) 正法念處經, T17, 27a28-27b3
흑승지옥: 도둑질한 자가 떨어진다
등환수고처(等喚受苦處), 전다처(旃荼處), 외숙처(畏熟處).
중합지옥: 사음죄를 범한 자가 떨어진다
대량수고뇌처(大量受苦惱處), 할고처(割刳處), 맥맥단처(脈脈断處), 악견처(惡見處), 단처(団處), 다고뇌처(多苦惱處), 인고처(忍苦處), 주주주주처(朱誅朱誅處), 하하해처(何何奚處), 누화출처(涙 火出處), 일체근멸처(一切根滅處), 무피안수고처(無彼岸受苦處), 발두마처(鉢頭摩處), 대발두마 처(大鉢頭摩處), 화분처(火盆處), 철말화처(鐵末火處).
규환지옥: 음주의 죄를 범한 자가 떨어진다
대후처(大吼處), 보성처(普聲處), 발화유처(髮火流處), 화말충처(火末虫處), 열철화저처(熱鐵火 杵處), 우염화처(雨炎火處), 살살처(殺殺處), 철임광야처(鐵林曠野處), 보암처(普闇處), 염마라차 광야처(閻魔羅遮曠野處), 검림처(劍林處), 대검림처(大劍林處), 파초연림처(芭蕉烟林處), 유연화 림처(有煙火林處), 화운무처(火雲霧處), 분별고처(分別苦處).
대규환지옥: 거짓말한 자가 떨어진다
후후처(吼吼處), 수고무유수량처(受苦無有數量處), 수견고뇌불가인내처(受堅苦惱不可忍耐處), 수의압처(隨意壓處), 일체암처(一切闇處), 인암연처(人闇煙處), 여비충타처(如飛虫墮處), 사활등 처(死活等處), 이이전처(異異轉處), 당희망처(唐悕望處), 쌍핍뇌처(雙逼惱處), 질상압처(迭相壓 處), 금강취오처(金剛嘴烏處), 화만처(火鬘處), 수봉고처(受鋒苦處), 수무변고처(受無邊苦處), 혈 수식처(血髓食處), 십일염처(十一炎處).
초열지옥: 사견의 죄를 범한 자가 떨어진다
대소처(大燒處), 분다리가처(分荼梨迦處), 용선처(龍旋處), 적동미니어선처(赤銅彌泥魚旋處), 철 확처(鐵鑊處), 혈하표처(血河漂處), 요골수충처(饒骨髓虫處), 일체인숙처(一切人熟處), 무종몰입 처(無終没入處), 대발특마처(大鉢特摩處), 악험안처(惡險岸處), 금강골처(金剛骨處), 흑철승표도 해수고처(黑鐵繩剽刀解受苦處), 나가충주악화수고처(那迦虫柱惡火受苦處), 암화풍처(闇火風處), 금강취봉처(金剛嘴蜂處).
대초열지옥: 비구니나 여성 재가신자를 범한 자가 떨어진다
일체방초열처(一切方焦熱處), 대신악후가외지처(大身惡吼可畏之處), 화계처(火髻處), 우사화처 (雨沙火處), 내열비처(内熱沸處), 타타타제처(吒吒吒嚌處), 보수일체자생고뇌처(普受一切資生苦 惱處), 비다라니처(鞞多羅尼處), 무간암처(無間闇處), 고계처(苦髻處), 우루만두수처(雨樓鬘抖擻 處), 발괴오처(髮愧烏處), 비고후처(悲苦吼處), 대비처(大悲處), 무비암처(無非闇處), 목전처(木 轉處).
아비지옥: 오역죄를 범한 자들이 떨어진다
오구처(烏口處), 일체향지처(一切向地處), 무피안상수고뇌처(無彼岸常受苦惱處), 야간후처(野干 吼處), 철야간식처(鐵野干食處), 흑두처(黑肚處), 신양처(身洋處), 몽견외처(夢見畏處), 신양수고 처(身洋受苦處), 우산취처(雨山聚處), 염바파도처(閻婆叵度處), 성만처(星鬘處), 일체고선처(一 切苦旋處), 취기부처(臭氣覆處), 철섭처(鉄鐷處), 십일염처(十一焰處).
이상으로 팔열대지옥과 그에 부수하는 소지옥의 명칭을 열거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앞에서 등활지옥의 16곳을 언급했지만, 정법념처경에서는 7곳만 설명하고 나머지 소지옥은 그 명칭만 언급할 뿐이다.83) 게다가 다른 문헌에도 자세히 설명한 곳이 없다.84)
83) 正法念處經, T17, 27a27-27b4. “⼀名屎泥. ⼆名⼑輪. 三名瓮熟. 四名多苦. 五名闇冥. 六名不喜. 七名極 苦. ⼋名衆病. 九名兩[⾬]鐵. ⼗名惡杖. ⼗⼀名爲黒⾊⿏狼. ⼗⼆名爲異異迴轉. ⼗三名苦逼. ⼗四名爲鉢頭摩 鬘. ⼗五名陂池. ⼗六名爲空中受苦.”
84) 생략된 소지옥 9곳의 명칭과 의미를 필자가 임의로 해석했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여덟 번째 소지옥은 ‘중병처(衆病處)’이다. 이곳은 지옥중생을 갖가지[衆]의 병[病]으로 고통을 가하는 소지옥이라고 할 수 있 다. 아홉 번째 소지옥은 ‘우철처(⾬鐵處)’이다. 마치 소낙비[⾬]처럼 쇠덩어리[鐵]가 떨어져 지옥중생의 온 몸을 산산조각 내어 고통을 가하는 소지옥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열 번째 소지옥은 ‘악장처(惡杖處)’이다. 옥졸이 뜨겁게 달구어진 쇠 지팡이[惡杖]를 무지막지하게 휘둘러 지옥중생들을 구타하고 불태우는 소지옥 이라고 할 수 있다. 열한 번째 소지옥은 ‘흑색서랑처(⿊⾊⿏浪處)’이다. 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날카롭고 예 리한 이빨을 가진 검은 색[⿊⾊]의 쥐[⿏]나 늑대[浪]가 지옥중생의 온몸을 물어뜯어 고통을 가하는 소지 옥이라고 할 수 있다. 열두 번째 소지옥은 ‘이이회전처(異異回轉處)’이다. 옥졸이 지옥중생을 이리저리[異 異] 끌고 다니면서 온갖 고통을 가하거나 활활 불타고 있으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쇠바퀴에 지옥중생을 집어넣어 회전(回轉)시켜 고통을 가하는 소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열세 번째 소지옥은 고핍처(苦逼處)이 다.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옥졸이 지옥중생을 온갖 고통[逼]으로 핍박[逼]을 가 하는 소지옥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열네 번째 소지옥은 발두마만처(鉢頭摩鬘處)이다. 발두마란 ‘붉은 연 꽃(padma)’을 의미한다. 즉 붉은 연꽃[鉢頭摩]이 피어[鬘] 있는 아름다운 연못에 지옥중생을 뛰어들게 하 여 고통을 가하는 소지옥이다. 왜냐하면 지옥중생에게는 붉은 연꽃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연못으로 보이지 만, 사실은 연꽃의 잎은 날카로운 가시가 꽂혀있고, 연못은 불과 피의 색깔로 붉게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열다섯 번째의 소지옥은 ‘피지처(陂池處)’이다. ‘피지’란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연못 을 말한다. 그래서 추측해보면 구리 액이나 백랍 액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연못[피지]에 지옥중생을 던져 넣어 고통을 가하는 소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열여섯 번째 소지옥은 ‘공중수고처(空中受苦處)’이다. 지옥 중생을 마치 종이처럼 공중[空中]에 날려, 날카롭고 예리한 쇠 부리를 가진 새에게 먹히게 하여 고통[苦] 을 받게 하는[受] 하는 소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김명우(2022), p.74]
또한 흑승지옥에 대해서도 정법념처경에서는 3곳만 언급하고, 다른 문헌에도 자세한 언급이 없 다.
특히 팔열지옥의 소지옥은 각각 16곳이지만, 정법염처경에서는 대규환지옥의 소지옥을 2곳 추가하여 18곳을 언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팔열대지옥은 대지옥 8곳과 그 소지옥의 128곳을 합쳐 총 136곳이다.
다만 정법념처경에서 기술한 소지옥의 수는 116곳이다. 예컨대 정법념처경에서는 등활지옥의 소지 옥 16곳 중에서 7곳, 흑승지옥의 소지옥 16곳 중에서 3곳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전혀 언급이 없 다.
그리고 대규환지옥의 소지옥은 16곳이 아니라 2곳을 추가하여 18곳이다.
따라서 팔열대지옥 의 소지옥은 (128곳+2곳)-(9곳+13곳)=108곳이 된다.
즉 정법념처경에서 실제로 설명한 지옥 은 팔열대지옥 8곳과 그에 부수하는 소지옥 108곳이기 때문에 총 116곳이 되는 것이다.
2) 정법념처경에 나타난 지옥 묘사의 특징
정법념처경과 왕생요집에서는 지옥을 어떤 방식으로 기술할까? 그 설명 방식을 대략적으 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지옥의 위치와 크기 및 고통을 당하는 시간을 설명한다.
둘째, 대지옥/소지옥은 전생에서 어떤 악업을 지으면 그 지옥에 떨어지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다.
예를 들면 중합지옥의 소지옥중에 ‘악견 소지옥, 즉 싫어하는 것[惡]을 보여주는[見] ]’ 이 있다.
이곳은 타인의 아이를 유혹하여 성적 학대를 한 자, 즉 미성년자와 원조교제를 한 자뿐 만 아니라 타인의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한 자와 강제로 성행위를 한 자가 떨어진다.
셋째, 대지옥/소지옥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형벌]을 당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예 들 들면 대규환지옥의 소지옥중에 ‘일체암처(一切闇處)’가 있는데, 남의 아내를 강제로 범하고서 도리어 그 여자가 유혹했다고 거짓말을 한 파렴치 범[남자]이 떨어지는 곳이다.
이곳에 떨어지면, 옥졸은 “이 머리가 거짓말을 생각해냈다.
이 입과 혀가 거짓말을 했다.”라고 호통치면서, 예리한 도끼로 지옥중생의 머리를 내리쳐서 두 개로 쪼갠다.
동시에 지옥중생의 입을 찢는다.
또한 혀를 빼서 뜨겁게 달구어진 칼로 잘게 자른다.
넷째, 대지옥/소지옥에서는 악업이 다하고, 먼 과거의 선업으로 어느 세계로 윤회 전생하는지 설명한다.
그런데 다른 경론에서는 과거의 악업과 현재의 악과(惡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중 심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정법념처경에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에 걸쳐 악업과 선업의 영 향이 미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아주 조그만 악업이 남아있어도 그 영향으로 미래에 축생 이나 아귀로 태어난다거나 먼 과거의 아주 조금만 선업으로 미래에 인간으로 태어난다고 하는 것 이 정법념처경의 지옥 서술 방식의 특징이다.
다만 등활지옥과 흑승지옥에서는 악업이 다하면 어느 세계로 윤회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에 필자도 정법념처경의 설명 방식에 따라 팔열대지옥을 고찰하면서, 정법념처경에서 생 략된 내용은 다른 문헌을 통해 보충하도록 할 것이다.
(1) 등활지옥
팔열지옥의 첫 번째는 ‘등활지옥(等活地獄, saṃjīva-naraka)’85)이다.86)
등활지옥은 어디에 있 을까?
등활지옥은 섬부주[지구]의 지하 1천 유순 아래에 있다.
이곳의 크기는 동서남북으로 각각 1만 유순87)이라고 한다.88)
85) 정법염처경에서는 등활지옥을 ‘활지옥(活地獄)’[T17, 27a22. “活‧黒繩. 合‧喚‧⼤喚. 熱及⼤熱. 阿⿐”]이라 고 한다. 그리고 세기경世記經)에서는 ‘상지옥(想地獄)’[T1, 121c6]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세기경에 서는 지옥중생들은 손에 철의 손톱이 나와 있는데, 손톱은 길고 날카롭다. 서로 분노에 차서 해치려고 생 각한다. 손톱으로 할퀴면 살점이 녹아떨어진다. 죽었다고 생각하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다시 피부와 살 이 소생한다. 나는 되살아났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다른 지옥중생도 나는 네가 되살아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생각[想]하기 때문에 ‘상지옥’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阿含經(권19-권22)(世起經, 地獄品 卷4, T1, 121c14-121c18. “云何名想地獄. 其中衆⽣⼿⽣鐵⽖. 其⽖⾧ 利迭相瞋忿. 懷毒害想以⽖相 爴. 應⼿⾁墮. 想爲已死. 冷⾵來吹⽪⾁還⽣. 尋活起⽴⾃想⾔. 我今已活. 餘衆⽣⾔. 我想汝活. 以是想故名想 地獄.”] 필자는 ‘상’보다는 널리 알려진 ‘등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필자는 필사를 할 때 오기한 것이라고 추측한다. 다시 말해 범어 삼지바[saṃjīva, 等活]를 삼쥬냐[saṃjñā, 想]로 오기한 것을 한역할 때 ‘상(想)’으로 번역한 것으로 추측한다.
86) 등활은 범어 삼지바(saṃjīva)의 번역으로 삼(saṃ)은 ‘함께‧똑같이’, 지바(jīva)는 ‘살다’라는 의미이므로 ‘똑같이 되살아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옥졸에게 온갖 괴로움을 당해 죽은 듯하다가 본래와 똑같이[等] 소생[活]하여 다시 괴로움을 당하기 때문에 ‘등활지옥’이라고 한다.[김명우(2022), p.55]
87) 유순(由旬)이란 범어 ‘요자나(yojana)’의 음사로, 소[⽜]가 하루 동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를 말하는데, 1 유순은 대략 10-14km 정도이다.
88) 往⽣要集, X84, 33a21-22, “初等活地獄者. 在於此閻浮提之下⼀千由旬. 縱廣⼀萬由旬.”
그러면 형벌의 고통은 어느 기간 동안 계속될까?
등활지옥의 형벌 기 간은 500년89)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의 하루는 등활지옥의 900백 만년이다.
500년 ×900백만 년=? 이처럼 끊임없이 죽고 되살아나면서 지옥중생은 고통을 받는다.
그러면 등활지옥은 전생에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산 생명을 해친 자가 떨어진다.[殺 生之業]90)
다시 말해 살인죄를 범한 자들이나 인간 이외의 생물을 살해한 자들이 떨어지는 지옥 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등활지옥에는 착한 사람이나 계율을 지키는 자, 선행을 행한 자를 죽이거나 살생을 하고도 뉘우치지 않고 도리어 자랑하면서 남에게도 살생을 가르치거나 권유한 자가 떨어지는 곳이다.91)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전생에 언제나 거칠고 폭력적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도 그 습관 을 버리지 못하고, 타인에게 적개심을 품고 해할 생각으로 보는 사람[지옥중생]마다 마치 사냥꾼 이 사슴을 만난 것처럼 서로 쇠 손톱으로 붙잡고 할퀸다. …92)
이런 지옥중생을 보고 옥졸은 ‘서 로 죽여’라고 하며 더욱더 싸움을 부추긴다. 만약 주저하는 지옥중생이 있으면 옥졸은 강제로 서 로를 죽이도록 시킨다. 왜냐하면 살생을 당한 사람이나 동물의 고통, 그리고 그 죄의 깊이를 지옥 중생에게 알게 하기 위해서다.93)
게다가 모든 생명 있는 존재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을 끊는 것, 다시 말해 살생은 불성의 종자를 끊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에 떨어져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그러면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을 당할까? 우두(牛頭)와 마두(馬頭)의 모습을 한 옥졸들은 쇠갈고리나 철봉을 휘둘러 지옥중생의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산산이 부수어 마치 흙덩이 처럼 만들어버린다.
또는 요리사가 마치 생선을 자르듯이 날카롭고 예리한 칼로 지옥중생의 몸을 잘게 자른다.94)
이런 고통에 시달리다 지옥중생의 숨이 끊어지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지옥중생 을 되살린다.95)
89) 正法念處經, T17, 27b1427b14-17. “如此⼈中. 若五⼗年. 彼四天王. 爲⼀⽇夜. 彼數亦爾. 三⼗⽇夜以爲 ⼀⽉. 亦⼗⼆⽉以爲⼀歳. 彼四天王. 若五⼗年. 活⼤地獄爲⼀⽇夜.; 往⽣要集, X84, 33b3-4. “四天王天壽 爲此地獄⼀⽇⼀夜. 其壽五百歳.”
90) 正法念處經, T17, 27b5-7. “若有殺⽣. 樂⾏多作此業普遍. 殺業究竟. 和合相應. 墮活地獄根本之處. 殺⽣ 之業.” ; 往⽣要集, X84, 33b4. “殺⽣之者墮.”
91) 正法念處經, T17, 27b8-13. “彼殺⽣者. 若殺善⼈. 若受戒⼈. 若善⾏⼈. 有他衆⽣. 有衆⽣想. 有殺⽣⼼. 斷其命根. 此業究竟. ⼼不⽣悔. 向他讃説. ⽽復更作. 復教他殺. 勸殺隨喜. 讃歎殺⽣. 若使他殺. 如是癡⼈. ⾃ 作教他. 罪業成就. 命終⽣於活地獄.”
92) 往⽣要集, X84, 33a22-23. “此中罪⼈互常懷害⼼. 若適相⾒如獵者逢⿅. 各以鐵⽖⽽互爴裂. ⾎⾁既盡唯 有殘⾻.”
93) ⼭本健治(2011), p.32.
94) 往⽣要集, X84, 33a26. “或以極利⼑分分割⾁. 如厨者屠⿂⾁.”
95) “또한 저 등활지옥에서는 모든 유정[중생]이 몸에 갖가지의 찍고 찌르며 갈고 찧는 등의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잠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본래와 같이 되살아난다. 이런 이치로 말미암아 등활이라는 이름을 세운 것이다.”[俱舍論(分別世品 卷11), T29, 58b6-9. “且如等活㮈落迦中諸有情⾝雖被種種斫刺磨擣. ⽽ 彼暫遇涼⾵所吹還活如本. 由斯理故. ⽴等活名.” ; 往⽣要集, X84, 33a27. “凉⾵來吹. 尋活如故. 欻然復 起. 如前受苦.”
또는 옥졸이 ‘활활(活活)’, 즉 ‘살아나라, 살아나라’라고 주문을 외워서 지옥중생 을 이전의 모습과 똑같이 다시 소생시킨다.
되살아난 지옥중생은 계속해서 이전과 똑같은 고통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받는다.
더불어 악업의 종류에 따라 떨어지는 곳이 다른 소지옥[강도 살해범, 방화 살해범, 털이 있는 동물을 산채로 불로 태워 살해한 자‧판매한 자‧먹은 자, 아동 살해범, 고문, 취미로 물고기를 죽인 자 등]이 지옥중생을 기다리고 있다.
(2) 흑승지옥
팔열지옥의 두 번째는 ‘흑승지옥(黑繩地獄, ālasūtra-naraka)’96)이다.
정법념처경에서는 흑 승지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바로 소지옥을 소개한다.
게다가 소지옥도 3곳만 묘사할 뿐이 다. 정법념처경에서 왜 흑승지옥만 빈약하게 기술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본래 범본에 서 누락되었거나 한역자가 빠뜨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등활지옥에서는 “등활 지옥의 일곱 번째 소지옥[별처]인 다고처를 관찰한다”97)라고 하여 끝맺음을 하지도 않고 바로 흑 승지옥을 묘사한다.
게다가 흑승지옥에서는 실제로는 소지옥 3곳만을 언급하고서 “두루 16별처 [16개의 소지옥]를 관찰하였다”98)라는 문장을 끝으로 중합지옥에 대한 묘사를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흑승지옥에 대해서는 왕생요집을 참조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흑승지옥은 등활지옥 밑에 위치한다.
형벌의 고통은 등활지옥의 10배이고,99) 크기는 등활지옥 과 같이 가로, 세로 각각 1만 유순이다.100)
이곳의 수명은 천년이고, 이곳의 하루는 사바세계의 3천 600백만 년이다.101)
96) 흑승이란 옛날 목수가 사용하던 먹통에 붙어 있는 먹줄[먹승]을 말한다. 먹통에는 검은 인주(⿊⾁)가 들 어 있고, 작은 도르래에 말아 놓은 노끈[먹줄]이 있다. 이 먹줄에 검은 인주를 통하게 하여 자르고 싶은 나무 위에 튕겨서 선을 긋는다. 그리고 목수는 그 선을 따라 나무를 자른다. 이 흑승을 지옥의 옥졸은 어 떻게 사용할까? 흑승지옥에서는 옥졸이 먹줄[흑승: 검은 쇠 오랏줄]을 사용하여 지옥중생의 몸에 십자로 선을 긋는다. 그리고 그은 선대로 톱이나 도끼를 사용하여 지옥중생의 몸을 자른다. 그러면 지옥중생의 몸 은 조각나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비록 지옥중생의 몸은 조각조각 났어도 숨은 붙어 있다. 그래도 옥졸은 계속해서 지옥중생의 몸을 톱이나 도끼로 자른다. 이처럼 옥졸이 흑승으로 지옥중생의 몸에 선을 긋고 끊 임없이 고통을 가하기 때문에 흑승지옥이라고 한다.[김명우(2022), p.77] 세기경에서는 흑승지옥을 ‘옥 졸이 지옥중생을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던져 그 몸을 늘리고 뜨거운 쇠 줄[흑승]로 선을 그어 뜨거운 쇠톱으로 쇠줄에 따라 자른다. 마치 목수가 흑승으로 선을 그어 예리한 쇠톱으로 차례로 자르는 것과 같 다.’고 한다.(世起經, 地獄品卷4, T1, 123b11-123b16. “何故名爲黒繩地獄. 其諸獄卒捉彼罪⼈. 撲熱鐵上 舒展其⾝. 以熱鐵繩絣之使直. 以熱鐵斧逐繩道斫. 絣彼罪⼈作百千段. 猶如⼯匠以繩絣⽊. 利斧隨斫作百千段. 治彼罪⼈亦復如是. 苦毒⾟酸不可稱計. 餘罪未畢故使不死.”)
97) 正法念處經, T17, 29b22. “觀活地獄第七別處. 名極苦處.”
98) 正法念處經, T17, 31a11-12. “⼜彼⽐丘. 觀察黒繩⼤地獄處. 普遍觀察⼗六別處.”
99) 往⽣要集, X84, 33c11. “⼀切諸苦⼗倍重受.”
100) 往⽣要集, X84, 33c2. “⼆黒繩地獄者. 在等活下. 縱廣同前.”
101) 往⽣要集, X84, 33c18. “此地獄壽⼀千歳.”
그러면 이곳에는 어떤 죄를 지으면 떨어질까?
이곳은 살생뿐만 아니라 ‘도둑질한 자’가 떨어진 다.102)
앞서 말한 등활지옥은 살생을 한 자가 떨어지는 곳이지만, 흑승지옥은 거기에 도둑질이 추가된다.
따라서 강도, 살인을 한 자들은 무조건 이곳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남의 물 건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사기 치고, 남의 물건을 돌려주지 않거나 소매치기하거나 세금을 제대 로 납부하지 않은 자도 이곳에 떨어진다.
그러면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을 당할까? 옥졸은 커다란 철산과 철산 사이를 쇠 줄[흑승]로 연결한 다음 그 위로 지옥중생을 걷게 한다. 그러면 당연히 지옥중생은 발을 헛디뎌 밑으로 떨어진다.
그 밑에는 뜨거운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마솥이 기다리고 있다.103)
이런 고통에 시달리다 지옥중생의 숨이 끊어지면 옥졸은 곧바로 소생시킨다.
게다가 옥졸이 지옥중생 을 뜨겁게 달구어진 쇠줄로 몸을 묶어서 달구어진 쇠도끼로 쇠줄[흑승]을 따라 가차 없이 쪼갠다.
또한 톱으로 자르고 칼로 조각조각 내어 사방으로 뿌린다.
또는 쇠줄로 그물을 만들어 뜨거운 불 에 벌겋게 달군 다음 지옥중생을 묶어서 그 그물 위로 던진다.
바람이 불면 지옥중생의 몸을 얽어 서 살과 뼈를 끝없이 태우는데,104)
102) 往⽣要集, X84, 33c18. “殺⽣偸盜之者墮.”
103) 往⽣要集, X84, 33c7-10. “⼜左右有⼤鐵⼭. ⼭上各建鐵憧. 憧頭張鐵繩. 繩下多有熱. 驅罪⼈令負鐵⼭ 從繩上⾏. 遙落鐵. 摧煮無極.”
104) 往⽣要集, X84, 33c2-7. “獄卒執罪⼈臥熱鐵地. 以熱鐵繩縱横拼⾝. 以熱鐵斧隨繩切割. 或以鋸解. 或以 ⼑屠. 作百千段處處散在. ⼜懸熱鐵繩交横無數. 驅罪⼈令⼊其中. 惡⾵暴吹交絡其⾝. 燒⾁焦⾻楚毒無極.”
그러면 지옥중생은 고통스러워 발버둥을 치게 된다. 옥졸은 죽은 지옥중생을 다시 되살려 손을 결박한 후 불타는 쇠 가시가 있는 쇠 그물로 된 정글짐과 같은 곳에 던져 넣고 달구어진 옷을 입혀 불태워 죽인다.
이처럼 지옥중생은 끝없는 고통을 당하는데, 여기서 쇠줄[흑승]은 지옥중생의 욕망이 만든 것[전생에서 쌓은 수많은 악업]이다.
그 욕망의 쇠 줄이 지옥중생 자신을 묶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도 악업의 종류에 따라 떨어지는 곳이 다른 소지옥[잘못된 설법을 한 자, 계율을 부정한 자, 삶의 의미를 부정하며(회의론자) 자살을 권한 자, 투신자살한 자, 병자의 약을 편취한 자, 타인의 음식을 빼앗아 그 가족을 굶겨 죽인 자 등]이 지옥중생을 기다리고 있다.
(3) 중합지옥
팔열지옥의 세 번째는 ‘중합지옥’이다.
중합지옥(衆合地獄, saṃghāta-naraka)이란 괴로움을 주기 위한 온갖 도구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지옥중생의 몸을 핍박하고 무리 지어 서로를 해치는 곳이다.
또는 죄를 지은 다수[衆]의 지옥중생을 집합[合]시켜 죄를 묻기 때문에 중합지옥이라고 한다.105)
105) “왕생요집의 근간이 되는 정법념처경에서는 ‘합지옥’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왕생요집에서는 ‘중합지옥(衆合地獄)’으로 표기한다. 아마도 겐신은 여러 ‘합지옥’을 모아서 설한다는 의미에서 중합(衆合) 으로 명명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김성순(2016), p.379]
다시 말해 다수의 지옥중생을 함께[sam] 해치고 죽이는[ghāta‧殘殺] 지옥[naraka]이라 는 뜻이다.
그러면 중합지옥은 어디에 있으며, 형벌의 고통과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이곳은 흑승지옥 밑 에 위치한다.
고통은 흑승지옥의 10배이고, 그 크기는 흑승지옥과 동일하게 가로, 세로 각각 1만 유순이다.106)
이곳의 수명은 2천 년이며, 사바세계의 하루로는 1억 4천 4백만 년이다.
그러면 중합지옥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이곳은 살생‧도둑질뿐만 아니라 ‘사음죄’를 범한 자가 가는데,107) 이른바 성범죄를 지은 자가 떨어지는 곳이다.
그러면 이곳에 떨어진 지옥 중생은 어떤 고통을 당할까? 중합지옥의 형벌에 대해 가장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정법념 처경이다.
정법념처경에 의하면, 우선 이곳에는 수많은 철산이 서로 마주 보고 솟아 있는데, 지옥중생이 오면 마두와 우두 모습의 옥졸이 지옥중생을 철산 사이로 밀어 넣는다.
러면 철산 이 양쪽에서 문짝처럼 다가와 지옥중생을 옥죄는데, 그러면 지옥중생의 몸은 산산조각 나고 피가 흘러넘친다.108)
그래서 세기경에서는 중합지옥을 ‘철산을 옮겨 눌러서[推] 압사[壓]시키는 지 옥’이라는 의미로 ‘추압지옥(推壓地獄)’이라고도 한다.109)
또한 이곳에는 하늘에서 돌산이 비처럼 떨어져 지옥중생의 몸을 모래가루로 만들기도 하고, 지 옥중생을 돌 위에 놓고서 위에서 바위로 누르거나 우두나 마두 모습의 옥졸이 지옥중생을 쇠 절 구통에 넣어 쇠 절굿공이로 떡을 만들듯이 찧는다.
그리고 뜨거운 쇠로 된 입을 가진 사자나 호랑 이, 이리 등의 짐승과 쇠 부리를 가진 까마귀, 독수리 등에게 던져준다.110)
특히 불륜을 저지른 지옥중생[남성]은 쇠 불꽃의 부리를 가진 독수리가 그 창자를 끄집어내어 나무 끝에 걸어 두었다 가 뜯어 먹는다.111)
또한 이곳에는 뜨거운 구리 액이 흐르는 큰 강[饒鐵鉤]이 있다.
그 강에는 쇠갈고리가 모두 불타 고 있는데, 옥졸이 지옥중생을 그 강 속에 던지면 쇠갈고리 위에 떨어진다.
또 옥졸이 지옥중생을 구리 액이 흐르는 강에 던지면 서로 울부짖고 잠기기도 하는데,112) 지옥중생의 숨이 끊어지면 옥 졸은 곧바로 소생시킨다.
106) 往⽣要集, X84, 33c28. “三衆合地獄者. 在黒繩下. 縱廣同前.”
107) 正法念處經, T17, 31a24. “所謂殺⽣偸盜邪⾏.” ; 往⽣要集, X84, 34a27. “殺⽣偸盜邪婬之者墮此 中.”
108) 往⽣要集, X84, 33c28-34a2. “鐵⼭兩兩相對. ⽜頭⾺頭等諸獄卒. ⼿執器杖. 驅令⼊⼭間是時兩⼭迫來合 押. ⾝體摧碎⾎流滿地.”
109) 세기경, T1, 121c7.
110) 往⽣要集, X84, 34a2-5. “摧碎⾎流滿地. 或有鐵⼭. 從空⽽落打於罪⼈. 碎如沙揣. 或置⽯上以巖押之. 或⼊鐵⾅以鐵杵擣. 極惡獄⿁. 并熱鐵師⼦ 虎狼等諸獸. 烏鷲等⿃競來⾷噉.”
111) 正法念處經, T17, 31b25-27. “若⼈邪⾏尊者之妻. 彼⼈⽣於合⼤地獄. 受⼤苦惱. 於合⼤地獄. 受⼤苦惱. 所謂苦者. 鐵炎嘴鷲. 取其腸已. 掛在樹頭. ⽽噉⾷之.”; 往⽣要集, X84, 34a5-6. “⼜鐵炎鷲取其腸已. 掛在 樹頭⽽噉⾷之.”
112) 正法念處經, T17, 31b27-31c7. “彼有⼤河. 名饒鐵鉤. 彼有鐵鉤. 皆悉⽕燃. 閻魔羅⼈. 執地獄⼈. 擲彼 河中. 墮鐵鉤上. ⼜彼河中有熱炎⼑. 罪⼈於彼受⼤苦惱. 彼苦無⽐. 無有譬喩. 所謂彼處受燃鉤苦. 謂以燃鉤. 鉤打其⾝. 閻魔羅⼈. 取地獄⼈. 置彼河中. 按令使沒彼地獄⼈. 迭互相沈. 既相沈已. 唱喚號哭. 河中⾮⽔. 熱⾚ 銅汁. 漂彼罪⼈. 猶如漂本. 流轉不停. 如是漂燒. 受⼤苦惱. 彼鐵鉤河既燒漂已. 彼地獄⼈. …” ; 往⽣要集 (X84), 34a7-11. “彼有⼤河. 中有鐵鉤. 皆悉⽕然. 獄卒執罪⼈. 擲彼河中墮鐵鉤上. ⼜彼河中有熱⾚銅汁漂彼 罪⼈. 或有⾝如⽇初出者. 有⾝沈沒如重⽯者. 有擧⼿向天⽽號哭者. 有共相近⽽號哭者. 久受⼤苦無主無救.”
아무리 구해달라고 소리치고 애원해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113)
게다가 지옥중생이 취변산[鷲遍山, 수많은 쇠 독수리가 있는 산]에 가면 쇠 독수리[鐵鷲]가 그 머리를 부수고, 두개골을 꺼내고, 눈을 후벼 판다. 또한 골수를 마신다.
그럼에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중략)114) 옥졸은 다음과 같이 훈계한다.
“너희들 자신이 그런 악업을 지었다. 지금 누구 에게 그 벌을 받게 하려 하는가. 만일 스스로 선업을 지었으면 스스로 훌륭한 과보를 받을 것이 요, 스스로 악업을 지었으면 스스로 좋지 않은 과보를 받을 것이다. 짓지 않으면 받지 않을 것이 요, 지은 것은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은 본래 업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 이 과보를 받는 것이 다.”115)
라고 하여, 자신이 저지른 악업의 대가로 이런 고통을 당한다고 질책한다.
이 이외에도 지 옥중생은 수많은 고통을 당하는데,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그런데 중합지옥은 다른 지옥과 달리 특별한 형벌로써 지옥중생을 괴롭히는데, 그 모습을 정 법념처경116)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왕생요집117)에서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113) 正法念處經, T17, 31c18-19. “久受⼤苦. 無主無救.”
114) 正法念處經, T17, 32b7-13. “⼜復如是合⼤地獄. 彼中有⼭. 名爲鷲遍. 彼地獄⼈. 燒⾝飢渇. ⾛赴彼⼭. ⽽彼⼭中. 處處皆有炎嘴鐵鷲. … 既到彼⼭. 彼鐵鷲⿃. 先破其頭. 開髑髏⾻. ⽽取其腦. 復挑其眼. 彼地獄⼈. 號哭唱喚. 然無救者. …” 115) 正法念處經, T17, 33a6-10. “如是如是. 責疏之⾔. 若汝⾃⾝. 造作惡業. 今欲令誰⾷如是⾷. 若⾃作善. 還⾃得善. 若作不善. ⾃得不善. 不作不得. 作則不失. 汝本作業. 今得此報. 彼地獄⼈. 如是久在合⼤地獄.”
116) 正法念處經, T17, 32a1-29. “閻魔羅⼈. 取地獄⼈. 置⼑葉林. ⼑葉甚多. ⽕炎熾燃. ⽽此罪⼈. ⾒彼樹頭. 有好端正嚴飾婦⼥. 如是⾒已. 極⽣愛染. 如是婦⼥. 妙鬘莊嚴. 末⾹坌⾝. 塗⾹塗⾝. 如是⾝形第⼀嚴飾. ⾝極 柔軟. 指⽖纎⾧. 熈怡含笑. 以種種寶莊嚴其⾝. 種種欲媚. ⼀切愚癡凡夫之⼈. ⾒則牽⼼. 彼地獄⼈. 既⾒如是 端正婦⼥在樹上已. ⽣如是⼼. 是我⼈中本所⾒者. 是我本時先所有者. 彼地獄⼈. ⾃業所誑故如是⾒. 如是⾒ 已. 即上彼樹. 樹葉如⼑. 割其⾝⾁. 既割⾁已. 次割其筋. 既割筋已. 次割其⾻. 既割⾻已. 次劈其髓. 如是劈割 ⼀切處已. 乃得上樹. 欲近婦⼥. ⼼轉專念. ⾃⼼所誑. 在彼樹上如是受苦. 既上樹已. ⾒彼婦⼥. 復在於地. 彼⼈ ⾒已. 然彼婦⼥以欲媚眼. 上看彼⼈. 美聲語喚. 先以甜語作如是⾔. 念汝因縁. 我到此處. 汝今何故不來近我. 何不抱我. 如是地獄. 業化所作. 罪⼈⾒已. 欲⼼熾盛⼑葉樹頭. 次第復下. 彼⼈既下. ⼑葉向上. 炎⽕熾燃. 利如 剃⼑. 如是利⼑. 先割其⾁. 次斷其筋. 次割其⾻. 次割其脈. 次割其髓. 遍體作瘡. 彼地獄⼈. 如是被割. 如是被 劈. 脈脈斷已. 看彼婦⼥. 欲愛燒⼼. 既如是看. 炎嘴鷲⿃. 即啄其眼. ⽕燃⼑葉. 先割其⽿. 如是被 割. 唱聲吼 喚. ⼑葉炎燃次割其⾆. 次割其⿐. 如是遍割. ⼀切⾝分. 欲愛牽⼼. 如是到地. 既到地已. ⽽彼婦⼥. 復在樹頭. 彼⼈⾒已. ⽽復上樹.”
117) 往⽣要集, X84, 34a12-22.
“이곳에는 잎이 불타고 있는 예리한 면도칼처럼 되어 있는 기묘한 나무들이 있다. 옥졸은 지옥중 생을 잎이 불타고 있는 예리한 면도칼처럼 된 나무숲으로 밀어 넣는다. 그곳에서 지옥중생이 나 무 위를 보면 나무 꼭대기에 아름다운 옷을 입은 미모가 뛰어난 여인이 지옥중생을 유혹한다. 그 녀들은 지옥중생들이 각각 좋아하는 용모를 하고서 아름다움을 머금은 시선으로 지옥중생들을 바 라보며 ‘여기로 빨리 오세요’라고 유혹한다. 지옥중생은 나무 위에 있는 단정한 여자를 보고, ‘사 바세계에서 내가 본 여자다. 내가 옛날 가졌던 여자다.’라고 생각하여 나무에 오르기 시작한다. 면 도칼처럼 생긴 나뭇잎이 지옥중생의 살을 찢고 내장을 찔러 엄청난 피를 쏟게 한다. 지옥중생이 고통을 이겨내고 천신만고 끝에 나무 꼭대기에 다다르지만,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지옥중생이 나무 밑을 보면 이번에는 여인이 나무 밑에서 지옥중생을 올려보면서 ‘나는 당신을 사모하여 나무 밑으로 내려왔는데,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신가요. 내 곁으로 오지 않겠습 니까. 내려와서 나를 안아 주세요.’라고 또다시 유혹한다. 지옥중생은 욕정이 불타올라 다시 나무 꼭대기에서 내려온다. 그러면 이번에는 면도칼로 된 나뭇잎이 위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날카로운 나뭇잎이 지옥중생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그리하여 나무 밑으로 내려오면 여인은 다시 나무 꼭대기에서 지옥중생을 유혹한다. 이런 행위를 지옥중생의 의지로는 멈출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홀린 지옥중생은 오로지 욕망만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지옥중생은 나무를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이것은 살생, 도둑질뿐만 아니라 사음죄도 범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이다.
특히 불교는 수행자에게 있어 성에 대한 규범이 엄격하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독사의 입속에 남근을 넣는 한이 있어도 여성의 음부에 넣어서는 안 된다. 활활 타는 불 속에 남근을 넣는 한이 있더라 도 여성의 음부에 넣어서는 안 된다.”
와 같은 가르침으로 수행자의 성행위를 금하고 있다.118)
왜 냐하면 출가자의 사음죄는 생사윤회[번뇌]하는 뿌리가 되어 깨달음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어느 세계로 윤회 전생할까? 먼 과거의 선업이 남아있으면 아 귀나 축생의 세계에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늘 가난하게 살며 수명이 짧다. 또한 비천한 아내를 얻으며, 훌륭한 아내를 얻더라도 그녀는 다른 사람과 간통을 한다. … 또한 비천하여 남의 심부름꾼으로 산다.119)
게다가 중합지옥에는 관음증, 동성애, 여성의 적극적인 성행위[오럴섹스], 아동성범죄자, 수간, 불륜, 근친상간, 비구니를 범한 비구, 재가 여성신자를 유혹하여 음행한 파계승 등이 떨어지는 소 지옥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금의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것은 경전이 성립한 5세기경의 인도 사회를 염두에 두면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4) 규환지옥
팔열지옥의 네 번째는 규환지옥(叫喚地獄, raurava-naraka)이다.120)
118) 김명우(2022), p.89-90.
119) 正法念處經, T17, 33a13-17 “若於前世過去久遠. 有善業熟不⽣餓⿁畜⽣之道. 若⽣⼈中貧窮短命. 得下 劣妻. 設得好者共異⼈通. 若或無妻. 得凡鄙⾝爲他所使.”
120) 규환은 ‘부르짖을 규(叫)’와 ‘부를 환(喚)’ 자로 이루어진 말로, ‘괴로움에 다른 존재를 슬프게 부르며 원 한에 사무친 절규의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규환’이라고 한다. 또는 호규지옥(號叫地獄)이라고도 하는데, 부르짖을 호(號), 부르짖을 규(叫) 자이기 때문에 ‘울부짖는 소지옥’이라는 뜻이다. 즉 이 지옥은 ‘규환(叫 喚)’이라는 글자 그대로 엄청난 지옥중생이 고통 때문에 도움을 청하며 울부짖는 소리를 비유적으로 표현 한 것이기도 하다. 사족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아비규환’이라는 말은 지옥 중에 가장 고 통이 심한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합친 말이다.[김명우(2022), p.121]
그러면 이 지옥은 어디에 위치하며 그 크기와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규환지옥은 중합지옥 밑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고통 은 중합지옥의 10배이고, 크기는 중합지옥과 같이 가로, 세로 1만 유순이다.121)
그러면 이곳에서 지옥중생은 얼마나 고통을 받을까?
이곳의 시간으로 지옥중생은 4천 년 동안 고통을 받는다.
이 곳의 하루는 사바세계의 5억 7천 6백만 년에 해당하므로 4000년×5억 7천 6백만 년=?122)의 고 통을 받는다.
그러면 규환지옥에는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질까? 이곳은 살생, 도둑질, 사음과 더불어 음주 의 죄를 범한 자가 떨어진다.123)
다시 말해 이곳은 술을 마시거나 수행자에게 술을 마시게 한 자 가 떨어지는 곳인데, 이른바 비구, 수계를 받은 자, 적정하게 살고 적멸을 깨달아 선정을 즐기는 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그 사람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 자가 떨어지는 것이다.124)
그러면 이곳에서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을 받을까? 먼저 왕생요집에 의하면, 다른 지옥과 달 리 이곳의 옥졸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통의 옥졸은 마두나 우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곳을 지키는 옥졸은 머리가 황금색이며, 눈에서 불꽃이 나오고, 붉은색의 옷을 입고 있다.
손발 은 장대하며 바람과 같이 빨리 달린다.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너무나 무서워 머리를 조아리 고 옥졸에게 자비를 애원하지만125) , 옥졸은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지옥중생으로 하여금 뜨거운 철 판 위를 달리게 하거나 냄비에서 콩을 볶듯이 굽고, 붉은 구리 액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마솥에 던져 삶기는 고통을 준다.126)
그러면 지옥중생은 그 고통에 울부짖게 되는데, 그래서 ‘규환지옥’ 이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정법념처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고통을 당한다고 한다. 우선 쇠 집게로 지옥중생의 입을 강제로 벌려, 질퍽질퍽하게 녹은 붉은 구리 액을 집어넣어 오장육부를 차례차례 모두 불태운 다.127)
이것은 전생에서 마신 술 대신에 뜨거운 구리 액을 마시게 하는 것이다. 또는 쇠 불꽃으로 타고 있는 두 산 사이에 지옥중생을 집어넣어 그 몸을 산산조각 낸다. 그러한 고통을 끝없이 당하 다가 죽으면 또다시 되살린다.128)
121) 往⽣要集, X84, 34b18. “四叫喚地獄者. 在衆合下. 縱廣同前.”
122) 往⽣要集, X84, 34c2-4. “以⼈間四百歳爲兜率天⼀⽇夜. 其壽四千歳. 以兜率天壽爲此地獄⼀⽇夜. ⽽壽 四千歳.” 123) 正法念處經, T17, 39a21-24. “所謂有⼈殺⽣偸盜邪⾏飮酒樂⾏多作. 如是四業普遍究竟. 作⽽復集. ⾝壞 命終. 則⽣如是叫喚⼤地獄. 殺盜邪⾏業及果報.” ; 往⽣要集, X84, 34c4. “殺盜婬飮酒者墮此中.”
124) 正法念處經, T17, 39a25-28. “⼤地獄中. 若⼈以酒與會僧衆. 若與戒⼈出家⽐丘. 若寂靜⼈. 寂滅⼼⼈. 禪定樂者. 與其酒故⼼則濁亂. 彼⼈以是惡業因縁. ⾝壞命終. 墮於惡處叫喚⼤地獄.”
125) 往⽣要集, X84, 34b18-21. “獄卒頭黄如⾦. 眼中⽕出. 著赭⾊⾐. ⼿⾜⾧⼤. 疾⾛如⾵. ⼝出惡聲⽽射罪 ⼈. 罪⼈惶怖叩頭求哀.”
126) 往⽣要集, X84, 34b22-25. “或以鐵棒打頭. 從熱鐵地令⾛. 或置熱鏊反覆炙之. 或擲熱⽽煎煮之. 或驅⼊ 猛炎鐵室. 或以鉗開⼝⽽灌洋銅. 燒爛五藏從下直出.”
127) 正法念處經, T17, 39a29 이하. “受何等苦. 謂以鐵鉗強擘其⼝. 洋⾚銅汁. 灌⼝令飮. …”
128) 正法念處經, T17, 39c11-14. “所謂⼆⼭. ⼭甚堅. 鐵炎⽕燃. 兩相作勢. ⼀時倶來. 拶嗟末 反地獄⼈. 拶已磨之. 其⾝散盡. 無物可⾒. 如是磨已. ⽽復還⽣.”
또한 옥졸은 펄펄 끓고 있는 커다란 가마솥에 지옥중생을 거꾸 로 매달아 1천 년 동안 삶거나 쇠 까마귀에게 쪼아 먹히는 고통을 당하게 한다.129)
옥졸의 눈을 피해 겨우 도망치다가, 앞을 보니 깨끗하고 커다란 연못이 보여 지옥중생은 무작정 뛰어들지만, 사실 그곳은 백랍 액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지옥중생을 불태우며, 또한 그 연못에 살고 있는 커다 란 쇠 자라에게 잡아먹히는 고통을 당한다.130)
그러면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어느 세계로 윤회 전생할까? 만일 먼 과거의 전생에 지은 선업 이 남아있으면 아귀나 축생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늘 빈궁하여 거 리에서 더러운 물건을 팔면서 아이들의 조롱을 받으며 산다. … 처자도 부모도 형제·자매도 없다. 이것은 자신이 술을 마시고 타인에게 술을 마시게 한 악업의 과보 때문이다.131)
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윤활유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얌전하고 조용한 사 람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기분이 들떠서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상대에게 거칠 게 굴다가 싸움을 하거나 거짓말, 음행 등의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심지어 술기운에 울 컥해서 살인하는 일도 있다. 게다가 지나친 음주는 자신의 건강도 해친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몸을 망치는 최대의 적은 지나친 음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음주는 수행자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여 수행을 방해한다. 이처럼 음주는 과실이나 범죄, 수행을 방해하는 원인이 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금지하는 것이다.132)
129) 正法念處經, T17, 39c17-c25. “閻魔羅⼈. 即復執之. 令頭在下. 置鐵中. 彼⼈如是在鐵中頭⾯在下. 經百 千年. 湯⽕煮之. 如是惡業猶故不盡. 彼湯處. 若得脱已. ⾛向餘處望救望歸. 欲求安樂. 彼⼈⾯前有⼤鐵烏. 其 ⾝炎燃. 即執其⾝. 攫斲分散. 脈脈節節. 爲百千分. 分散⾷之. 分分分散. 如是無量. 百千年歳. ⽽彼惡業猶故 不盡.”
130) 正法念處經, T17, 39c24-40a1. “彼鐵烏處若得脱已. 望救望歸. 遠⾒清⽔若陂池等. 疾⾛往赴. 彼處唯有 熱⽩鑞汁. 滿彼池等. 彼欲澡洗. 即便⼊中. 既⼊彼處. 以惡業故. 即有⼤黿. 取⽽沈之. 熱⽩鑞汁. 煮令極熟. 如 是無量百千年歳. 乃⾄不善惡業破壞無氣盡已. 如是⼤黿. 爾乃放之.”
131) 正法念處經, T17, 40a17-40a24. “盡得出如是苦惱⼤海. 若於前世過去久遠有善業熟. 不⽣餓⿁畜⽣之 道. 若⽣⼈中同業之處. ⼼則忽忘貧窮無物. 常在道巷. 四出巷中. 賣鄙惡物. 治⽣求利. 爲諸⼩兒佯笑戲弄. ⼝ ⿒⾊惡. 脚⾜劈裂. 常患飢渇之所逼切. 無有妻⼦. 無⽗無母. 兄弟姉妹. 此是飮酒與酒惡業. 餘殘果報. 如是戒 ⼈與酒罪業. 則墮如是叫喚⼤地獄. 受苦果報.”
132) 그래서 대지도론에서도 “술에 취하면 절제할 줄 모르고, 돈을 함부로 써 버려 재산이 헛되이 사라진 다. 온갖 싸움의 원인이 된다. 온갖 병을 부른다. 좋지 않은 소문이 나서 사람들에게 흉잡힌다. 술에 취하 면 벌거벗기 일쑤인데, 그럼에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지혜가 흐려진다. 술에 취하면 비밀을 발설하게 된 다. 부모를 공경할 줄 모른다.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진 사람을 멀리한다. 이성(異性)에 홀려 마음이 흐트러진다. 나쁜 일을 저지르고, 착한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죽은 뒤 지옥에 떨어지고, 사람으로 태어나면 늘 제정신을 잃고 지낸다.”[김명우(2022), p.123] 라고 하여, 지나친 음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악업[음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떨어지는 소지옥[청정한 수행자에게 술을 마시게 한 자, 오계를 받은 자를 유혹하여 술을 마시게 한 자, 가짜 술을 판매한 자, 여행객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금품을 빼앗거나 죽게 만든 자, 정숙한 재가신자를 술에 취하게 하여 범한 출가자나 남성, 술에 독을 타서 살해한 자, 병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거나 가짜 약을 판매하여 병을 악화시킨 자 등]이 지옥중생을 기다리고 있다.
(5) 대규환지옥
팔열지옥의 다섯 번째는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 또는 대규지옥(大叫地獄, mahāraurava-nar aka)이다.133)
그러면 이곳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규환지옥 밑에 있다.
그러면 그 크기와 고통의 형벌은 어느 정도인가?
그 크기는 규환지옥과 동일하지만, 형벌의 고통은 규환지옥의 10배이 다.134) 형벌기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사바세계의 5억 7천 6백만 년×4=?이다.
이곳에 서 지옥중생은 8,000년 동안 고통을 받는다.135)
그러면 이곳은 어떤 죄를 지으면 떨어질까? 이곳은 살생, 도둑질, 사음, 음주와 더불어 ‘거짓말’ 의 죄를 범한 지옥중생이 떨어진다.136)
그리고 이곳은 거짓말뿐만 아니라 기어(綺語, 꾸며대는 말), 악구(惡口, 타인을 나쁘게 말하는 것), 양설(兩舌, 이간질)의 죄도 묻는 곳이다.
불교에서 수 행자의 ‘거짓말’은 단순히 누구를 속이는 것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수행자에게 있어 거짓말[대망 어]이란 깨달음을 얻지 못했는데 깨달았다고 하는 것이다.
이 거짓말은 교단 전체를 파탄으로 이 끄는 심각한 문제이다.
래서 출가자가 거짓말을 하면 교단에서 추방된다. 우리[재가자]는 거짓 말을 그다지 심각한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그 거짓말로 인해 서로 간의 믿 음이 깨어지면 인간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특히 사회 지도층[대통령, 국회의원, 고위관료, 판·검사 등]이 거짓말을 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편파적으로 처리한다면 사회 전체의 신뢰를 깨뜨리므로 그 죄가 매우 크다.
그러면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을 당할까? 옥졸은 지옥중생의 입에 구리 액을 붓 는다.
그 속에는 벌레가 있어 지옥중생의 혓바닥을 먹는다. 계속해서 그 벌레는 치아를 빼고, 잇몸 을 부수고, 심장 등을 먹는다.
또한 옥졸은 쇠갈고리로 힘줄, 뼈, 등을 부수어 산산조각 내고, 도끼 로 온몸을 쪼갠다. 또는 지옥중생은 전생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옥졸이 지옥중생의 입을 강 제로 벌려 쇠 집게로 혀를 뽑아 고통을 가한다.137)
133) 대규환은 ‘큰 대’(⼤), ‘부르짖을 규’(叫), ‘부를 환(喚)’ 자로 이루어진 말이다. 즉 ‘지극한 괴로움에 크고 혹독한 소리를 내지르고 비탄의 절규로써 원한을 말하기’ 때문에 대규환지옥이라고 한다.[김명우(2022), p.151] 세기경에서는 옥졸들이 지옥중생을 붙잡아 뜨거운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거대한 쇠로 된 병 이나 가마솥에 지옥중생을 던져 넣어 삶는다고 한다. 그러면 지옥중생은 그 고통에 큰 소리로 울부짖기 때 문에 ‘대규환지옥’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같은 책, p.153)
134) 往⽣要集, X84, 34c16-8. “五⼤叫喚地獄者. 在叫喚下. 縱廣同前. 苦相亦同但前四地獄及諸⼗六別處. ⼀切諸苦⼗倍重受.”
135) 往⽣要集, X84, 34c18-20. “以⼈間⼋百歳爲化樂天⼀⽇夜. 其壽⼋千歳. 以彼天壽爲此地獄⼀⽇夜. 其 壽⼋千歳.” ; 正法念處經, T17, 45c13-17. “以何爲量. 如化樂天⼋千年壽. 依此⼈中若⼋千於彼天中爲⼀ ⽇夜. 彼三⼗⽇以爲⼀⽉. 彼⼗⼆⽉以爲⼀歳. 於彼天中若⼋千年. 彼地獄中爲⼀⽇夜.”
136) 正法念處經, T17, 45b25-26. “彼地獄. 彼⾒聞知. 若⼈殺⽣偸盜邪⾏飮酒妄語.”
137) 正法念處經, T17, 46a11-25. “⼤地獄中受⼤苦惱. 所謂苦者. 其⾆甚⾧. … 閻魔羅⼈. 執熱鐵犁其犁炎 然. 耕破作道. 熱炎銅汁. 其⾊甚⾚. 以灑其⾆. ⾆中⽣虫. 其虫炎⼝. 還⾷其⾆. 彼妄語⼈. 罪業⼒故. ⾆受⼤苦. 不能⼊⼝. 彼地獄⼈. ⼝中有虫. 名⽈碓虫. ⽽拔其⿒. ⼜惡業故. ⾵散其齗. 碎粖如沙. 有利⼑⾵. 削割其咽. 炎 嘴鐵虫. 噉⾷其⼼. 彼⼤叫喚根本地獄. 如是極燒. 妄語⼈⾝. 以惡業故. ⾝中⽣虫. 還⾷其⾝. 虫⾝炎燃. 彼地 獄⼈. ⾝内虫⾷. 受急病苦. 如是内外⼆種苦惱. 彼地獄中. 閻魔羅⼈. 復與罪⼈種種苦惱. 謂鐵鉤打筋脈⾻髓. ⼀切⾝分. 破壞碎散. ⼜復更受餘異苦惱. 所謂⽄斧. ⽄其⾝體. ⼀切⾝分. 乃⾄⾻等.”
그러면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어느 세계로 윤회 전생할까?
먼 과거의 전생에 지은 선업이 남 아있으면 아귀나 축생의 세계에는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늘 가난하게 살 고, 목숨이 짧으며, 자식을 못 낳는 남자로 태어난다.
또한 모두에게 미움받고 천대받으며, 그의 말을 누구도 신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살생·도둑질·삿된 음행·음주·거짓말의 과보 때문이 다.138)
138) 正法念處經, T17, 47a13-16. “若於前世過去久遠. 有善業熟. 不⽣餓⿁畜⽣之道. 若⽣⼈中同業之處. 貧 窮顛狂. … 短命根缺. 世所嫌賤. 皆是⼀切不饒益器. …”
이곳에도 거짓말에 따라 떨어지는 곳이 다른 소지옥[은혜를 원수로 갚은 자나 오랜 친구에게 거짓말을 한 자, 거짓말로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 자, 아랫사람에게 거짓말로 책 임을 전가한 자, 여자를 범하고서 도리어 그 여자가 유혹했다고 거짓말한 자, 세금을 부당하게 수 급한 자, 출가자가 아님에도 출가자라고 속이고 금품이나 보시물을 편취한 자, 모임이나 조직을 거짓말로 깨뜨린 자 등]이 지옥중생을 기다리고 있다.
(6) 초열지옥
팔열지옥의 여섯 번째는 초열지옥(焦熱地獄) 또는 염열지옥(炎熱地獄, tāpana-naraka)이다.
초열지옥은 ‘뜨거운 불길이 몸을 따라 전전하며 주위를 활활 태우는 지옥’이다. 그러면 이곳은 어디에 있는가?
대규환지옥 밑에 위치한다.
그러면 그 크기와 형벌의 고통은 어 느 정도인가?
그 크기는 대규환지옥과 동일하다.139)
그러면 이곳에서 지옥중생은 얼마나 고통을 받을까?
이곳의 형벌 기간은 1만 6천 년이다.
그리고 이곳의 하루는 5억 7천 600백 만년 ×4×4=?140)이다.
그러면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지옥중생이 떨어질까?
이곳은 앞서 언급한 살생, 도둑질, 사음, 음주, 거짓말에 더하여 사견(邪見)141)을 지은 자와 그 사견을 주위에 널리 퍼뜨린 자가 떨어진 다.142)
139) 往⽣要集, X84, 34c29. “六焦熱地獄者. 在⼤叫喚之下. 縱廣同前.”
140) 正法念處經, T17, 35a11-12. “千六百歳爲他化天⼀⽇夜. 其壽萬六千歳. 以他化天壽爲⼀⽇夜.
141) 사견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인 연기․사성제 또는 인과의 도리를 인정하지 않는 견해를 말한다. 우리는 보 통 죄를 지으면 죗값을 받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과보를 받는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사견은 이런 인과 의 도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과의 도리, 즉 연기법을 부정하는 것은 수행에 의해 깨달음에 이른 부처님 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그 결과 불법승의 삼보를 부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사악한 말로써 타인 에게 널리 퍼뜨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잘못된 삶을 살게 하는 커다란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 래서 악견[惡⾒] 중에서도 사견이 가장 나쁜 것이다. 자세한 것은 필자의 49재와 136지옥을 참조하길 바란다.
142) 正法念處經, T17, 54c20-26. 衆⽣何業⽣彼地獄. 彼⾒聞知. 若⼈堅重殺⽣偸盜邪⾏飮酒妄語⾔説. 復有 邪⾒. 樂⾏多作. 惡業普遍. ⽽復究竟. 樂⾏多作. 彼⼈以是惡業因縁. ⾝壞命終墮在焦熱⼤地獄中.
초열지옥은 말 그대로 뜨거운 불길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성벽 안이다.
특히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는 뜨거움을 초월한 업의 불길(業火, 지옥중생을 태워 없애는 강렬한 불)이 타오르고 있다.
깨알같이 작은 업의 불꽃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 전부[섬부주]를 한순간에 불태울 만 큼 강렬하다.
이전의 다섯 지옥의 불꽃은 마치 눈 서리와도 같다.143)
그래서 초열지옥이라고 한 다. 이곳은 업의 불길만으로도 뜨거운데, 옥졸이 지옥중생을 불타는 쇠 땅 위에 눕혀 앞뒤로 뒤집 어가면서 뜨겁게 달구어진 쇠몽둥이로 마치 고기단자를 치듯 온몸을 때리고 다진다.
또한 이곳에 서는 마두와 우두의 옥졸이 지옥중생을 뜨겁게 달구어진 철상 위에 눕혀 지지거나 굽는다.
또는 쇠꼬챙이로 항문에서 머리까지 쇠꼬챙이로 꿰어 통째로 구워서 털구멍과 입에서 불이 뿜어나오게 한다. 혹은 쇠 가마솥 속에 넣어 삼거나 불타고 있는 쇠 망루에 가두어 골수까지 타게 하는 고통 을 가한다.144)
그러면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어느 세계로 윤회 전생할까? 이곳의 악업이 다하여도 아귀로 500년, 축생으로 500년 동안 살아야 한다. 사람의 몸을 얻는 것은 마치 눈먼 거북이가 널빤지의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이 어렵다.145)
또한 전생의 조그만 선업으로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저 변 방의 오랑캐 속에 태어나 항상 앓고 늘 가난하며 장님이 되거나 수명이 짧으며, 그의 말은 아무도 신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견의 과보 때문이다.146)
143) 往⽣要集, X84, 35a9-10. “此地獄⼈望⾒前五地獄之⽕. 猶如雪霜.”
144) 往⽣要集, X84, 35a1. “獄卒捉罪⼈臥熱鐵地上. 或仰或覆. 從頭⾄⾜. 以⼤熱鐵棒或打或築令如⾁搏. 或 置極熱⼤鐵鏊上猛炎炙之. 左右轉之表裏燒1薄. 或以⼤鐵串從下貫之. 徹頭⽽出. 反覆炙之. 令彼有情諸根⽑孔 及以⼝中悉皆炎起. 或⼊熱鐵或置熱鐵樓. 鐵⽕猛盛徹於⾻髓.”
145) 경전에는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맹귀우목(盲⿔遇⽊)’이라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즉 망망대해에 구멍이 뚫린 널빤지가 떠다니는데, 100년에 한 번씩 물 위로 머리를 내미는 눈먼 거북이가 우 연히 그 널빤지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게 되는 확률만큼, 인간으로 태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으 로 태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전에 ‘수선단악(修善斷惡)’, 즉 선을 닦고 악을 끊는 수행을 실천하라는 것 이다.[김명우(2015), p.162]
146) 正法念處經, T17, 55c1-4. “爛盡滅. 彼地獄中爾乃得脱. 既得脱已. 於五百世⽣餓⿁中. 名黄餓⿁. 彼⼈ 彼處既得已. 於五百世. ⽣多苦惱畜⽣之中. 彼處脱已. 如⿔遇孔. 若於前世過去久遠. 有善業熟. 得⽣⼈中. 在 於邊處夷⼈中⽣. 常病常貧. ⽬盲少命. 所有語⾔. ⼈所不信. 是彼邪⾒餘殘果報.”
그리고 악업[사견]의 종류에 따라 떨어지는 곳이 다른 소지옥[살생을 권하고 미화한 자, 자살을 권한 자, 출가자나 동물을 죽여도 천계에 태어난다고 사견을 말한 자, 운명론자 등]이 지옥중생을 기다리고 있다.
(7) 대초열지옥
팔열지옥의 일곱 번째는 대초열지옥(大焦熱地獄) 또는 극열지옥(極熱地獄, pratāpana-narak a)이다.147)
147) 지옥중생의 사지 마디를 모두 맹렬한 불길로 태우고, 서로가 서로를 태워 해치며, 지극히 뜨거운 곳이기 때문에 대초열지옥 또는 극열지옥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곳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초열지옥 밑에 위치한다.
그러면 그 크기와 형벌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그 크기는 초열지옥과 동일하며, 형벌 기간은 초열지옥의 10배이다.148)
대초열지옥의 형기는 중겁(中劫)149)이다. 그러면 이곳은 어떤 죄를 지은 자가 떨어지는가?
이곳은 살생, 도둑질, 사음, 음주, 거짓말, 사견 과 더불어 계율을 잘 지키고 있는 여성신자 또는 비구니를 범한 출가자가 떨어진다.150)
다만 성 범죄는 여자보다 남자가 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구, 남성 재가자가 대초열지옥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이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곳은 청정하게 계를 지키고, 오로지 부처님의 가 르침을 실천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음행하지 않은 정숙한 여성이나 비구니를 유혹하거나 범한 자 또는 비구가 떨어진다.
다시 말하면 성실하게 수행하는 여성 신자나 비구니를 범한 자가 떨어 지는 것이다.
또한 “부처는 일체지자(一切智者)가 아니다.
하물며 제자인 비구니 중에 청정한 자 가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은 거짓말[妄語]이고 만들어낸 허구[虛誑]이다.
이런 자에게 보시해도 복 덕은 생기지 않으며, 열반도 얻을 수 없다.
범부와 어울리고, 비구니계를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 다.”151)라고 하여 부처님을 능욕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정한 자도 이곳에 떨어진다.
148) 往⽣要集, X84, 35b1-2. “七⼤焦熱地獄者. 在焦熱下. 縱廣同前. 苦相亦同.”
149) 겁이란 사방 10km나 되는 거대한 돌을 1년에 한 번 천녀가 내려와 부드러운 비단옷으로 쓸어서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겁이란 ‘겁보다 긴 시간’으로, 숫자로 헤아릴 수 없다는 상징적인 표 현이다.
150) 正法念處經, T17, 62a24-26. “名⼤焦熱. 衆⽣何業. ⽣彼地獄. 彼⾒有⼈. 殺⽣偸盜邪⾏飮酒妄語邪⾒. 樂⾏多作. 墮彼地獄. 業及果報.”
151) 正法念處經, T17, 62a27-62b9. “復於持戒不犯禁戒. 具⾜不缺淨⾏童⼥. 善⽐丘尼. 未曾⾏欲. 未曾犯戒. 如來法中如法⾏者. 令其退壞. 如是之⼈. 不信佛法. 如是⼼⾔. 佛者. 則⾮⼀切智⼈. 佛既⾮是⼀切智者. 何況 弟⼦⽐丘尼僧. 有清淨⾏. 如是⼀切. 皆是妄語. 虚誑不實. 如是佛法. 乃是惡處. ⾮布施此. 能⽣福徳. ⾮布施 此. 能得涅槃. 此凡⼈僧. 如是和合. ⽐丘⼥尼毀破禁戒. 則不得罪. 彼⼈如是惡思惟已. 壞彼童⼥. ⽐丘尼戒. 令 退僧⾏. 令其犯戒. 彼⼈⾝業⼝業意業. 惡不善⾏. ⾝壞命終. 墮於惡處. 在⼤焦熱⼤地獄中受⼤苦惱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인도는 여성의 지위가 매우 낮았는데,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비구들도 있었 을 것이다.
그러면 이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형벌을 받는가?
우선 이곳에서는 대초열지옥이라는 이 름대로 극열한 불로 지옥중생을 불태운다.
그리고 이곳의 옥졸은 손에 날카로운 칼을 들고, 눈의 불꽃은 등불과 같고, 치아는 개처럼 날카로우며, 어깨는 넓고, 손발톱은 길고 뾰족하며, 팔의 힘줄 은 튀어나온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본 지옥중생은 두려움에 떨게 된다.
두려워하는 지옥중생을 붙잡아 꾸짖은 후에 악업의 그물로 결박하여 초열지옥으로 끌고 간다.
초열지옥은 불타고 있으며 크기는 5천 유순이다.
그곳에는 다른 지옥중생들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 아우성, 울부짖는 소리 가 3천 유순 떨어진 곳에서 들려와 지옥중생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 사견뿐만 아니라 계율을 잘 지키고 있는 비구니를 범했기 때문에 500유순 높이의 불꽃 속으로 옥 졸이 지옥중생을 던져 넣는다.
그 속에서 뜨거운 쇠갈고리로 지옥중생을 걸어 눈, 뼈 등의 온몸을 차례로 불태운다.
몸이 불타서 죽으면 다시 소생시킨다.
또한 지옥중생을 쇠 집게로 집어 쇠 땅 위에 놓고서 다시 불타고 있는 쇠갈고리에 앉게 하고 쇠갈 고리가 항문으로 들어가 등이나 고환으로 나오게 한다.
또한 이곳에는 구리 액과 백랍 액이 흐르는 가외바[可畏波] 강이 있는데, 옥졸이 구리 액과 백 납 액을 쇠그릇에 담아 ‘이것을 마셔라’라고 하면, 지옥중생은 물인 줄 알고 마신다.
그러면 혀, 내장 등이 차례로 불태워진다.[계율을 지키는 자에게 술을 마시게 한 죄] 또는 장구대력(張口大 力)이라는 개가 지옥중생을 쫓아와서 고환, 살, 뼈 등을 먹는다.[살생의 악업]
또는 지옥중생을 붙 잡아 날카로운 칼로 힘줄을 끊고, 다시 살아나면 다시 끊는다.
또다시 옥졸이 지옥중생을 잡아 불 타고 있는 창, 쇠방망이 등으로 지옥중생을 쪼개고, 찌르고, 때린다.[도둑의 악업] … 이와 같은 온갖 고통을 당한다.152)
이상과 같이 대초열지옥에서는 이전 지옥의 형벌을 종합, 정리하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 음주, 사견의 악업을 지은 지옥중생이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순차적 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지옥에 도착하기 전에 중음세계에서부터 옥졸이 지옥중생을 붙잡아 지 옥으로 데려오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것은 청정한 비구니를 범한 죄업이 가장 무 거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어느 세계로 윤회 전생할까? 악업이 다하더라도 아귀나 축생으 로 태어나 1천 년 동안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린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눈먼 거북이가 널빤 지의 구멍을 만나는 것과도 같은데, 비록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5백 년 동안 자식을 낳지 못하는 사내가 된다.
그것은 비구니를 범한 악업의 과보 때문이다.153)
152) 正法念處經, T17, 63b23 이하. “閻魔羅⼈. ⾯有惡状. ⼿⾜極熱. 捩⾝努肚. 罪⼈⾒之. 極⼤恾怖. 閻魔羅 ⼈. 聲如雷吼. 罪⼈聞之. 恐怖更増. 閻魔羅⼈. ⼿執利⼑. 腹肚甚⼤. 如黒雲⾊. 眼焔如燈. 狗⽛鋒利. 臂⼿皆 ⾧. 搖動作勢. 肩闊⾧⽖. 鋒利焔燃. 臂麁脈脹. ⼀切⾝分. 皆悉麁起. 如是種種可畏形状. 執惡業⼈. 如是將去. 過六⼗⼋百千由旬地海洲城. 在海外邊. 復⾏三⼗六億由句. 漸漸向下⼗億由旬. 業⾵所吹. 如是遠去. 彼如是處 業⾵⼒吹. ⾮⼼思量. 不可譬喩. 彼處境界. ⽇⽉⾵⼒所不能到. 唯業⾵⼒. ⼀切⾵中. 業⾵第⼀. 更無過者. 如是 業⾵. 將惡業⼈去到彼處. 既到彼已. 閻魔羅 王呵責如前. 閻魔羅王既呵責已. 惡業羂縛. 出向地獄. 以惡業故. 彼處⾒有閻魔羅⼈. 謂是衆⽣. 將惡業⼈向⼤焦熱⼤地獄去. 如是罪⼈. 闇中遠⾒彼⼤焦熱⼤地獄中. 普⽕焔燃. 彼地獄量. 五千由旬. 不増不減. 去彼地獄三千由旬. 聞地獄⼈啼哭之聲. 悲愁恐魄. 極⼤憂惱. 已受無量種種苦 惱. 堅惡叵耐. 如是無量百千萬億. 無數年歳. 聞⼤焦熱⼤地獄中. 地獄罪⼈啼哭之聲. 既聞啼哭. ⼗倍恐魄. ⼼ 驚怖畏. 閻魔羅⼈. 如是將送向⼤焦熱⼤地獄去. 閻魔羅⼈呵責之故. …”
153) 正法念處經, T17, 67a3-9. “若惡業盡. 彼地獄中爾乃得脱. 雖脱彼處. 復⽣餓⿁畜⽣之中. 無量千世飢渇 燒煮. 迭互相⾷. ⾷百千⾝. 如是畜⽣以惡邪⾒. 復犯淨⾏⽐丘尼戒. 彼⼈如是難得⼈⾝. 如⿔遇孔. 若⽣⼈中同 業之處. 於五百世作不能男. 犯⽐丘尼. 不善惡業餘殘果報.”
그리고 악업의 종류에 따라 떨어지는 곳이 다른 소지옥[재가 여성신자를 유혹한 비구, 사미니 를 범한 비구, 비구를 협박하여 음행한 여성, 은사의 아내나 딸을 범한 자 등]이 지옥중생을 기다 리고 있다.
(8) 아비지옥
팔열지옥의 마지막은 아비지옥(阿鼻地獄, avīci-naraka) 또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154)
그 러면 이곳은 어디에 위치할까?
아비지옥은 극열지옥 밑에 있다.155)
지옥 중에서도 가장 밑에 위 치하는 아비지옥에 갈 때 지옥중생은 머리를 밑으로 다리를 위로 하여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지옥에 간다’라는 말보다 ‘지옥[나락]에 떨어진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우리 들이 살고 있는 사바세계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2천 년에 걸쳐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156)
게다 가 아비지옥에 떨어지는 동안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이미 아비지옥에 도착한 지옥중생의 괴로워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리고 앞서 말한 7곳의 지옥은 둘레가 각각 1만 유순이지만, 아 비지옥의 전체 둘레는 가로, 세로로 각각 8만 유순이다.157)
그래서 아비지옥은 지옥 중에서도 가 장 크며, 형벌의 고통도 대초열지옥의 천배158)이기 때문에 고통도 가장 극심한 곳이다.
이곳의 하루는 사바세계의 중겁이다.
그렇다면 아비지옥은 어떤 모습일까?
아비지옥은 7겹의 철로 된 성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7층 의 철망이 보호하고 있다.
밑에는 18개의 칸막이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날카로운 칼로 된 숲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며, 4벽의 구석에는 동철(銅鐵)로 된 4마리의 개(犬)가 지키고 있다.
그 개의 신장은 40유순, 어금니는 검과 같이 날카롭고, 이빨은 칼산과 비슷하며, 혀는 바늘산과 같고, 털구멍(毛穴)에서는 맹렬한 불과 지독한 악취가 난다.
그리고 18명의 옥졸이 지옥중생을 기 다리고 있다. 그들은 64개의 눈, 길이 40유순의 어금니, 8개의 손과 머리에 18개의 불을 가지고 있다. … 또한 발밑에는 8만4천 마리의 커다란 쇠 뱀과 500억 마리의 기분 나쁜 벌레가 지옥중생 을 기다리고 있다.159)
154) 아비 또는 아비지라는 말은 범어 아비치(avīci)의 음사로, ‘a’는 부정하는 말이고, ‘vīci’는 ‘움직임[波動], 간극’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아비지옥이란 ‘간극이 없는 지옥’을 말한다. 그래서 한역에서는 무간지옥(無 間地獄)이라고 한다. 이곳은 괴로움을 받는 것이 쉴 사이(無間)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간지옥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지옥중생에게 고통을 가하는 곳이다. 앞에서 언급한 7곳의 지옥에서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나마 휴식을 주지만, 이곳에서는 고통이 쉼 없이 계속된다.(구사론, T29, 58b5. “以於其中受苦無間⾮如餘七⼤㮈落迦受苦⾮恒故名無間.”) 다만 주목할 것은, 아비지옥의 고통은 무간(無間, INCESSANT)이지 무한(無限, ENDLESS)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곳에서 죄업이 다하면 언젠가는 아비 지옥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김명우(2022), p.249]
155) 往⽣要集, X84, 35c8-9; “⼋阿⿐地獄者. 在⼤焦熱之下欲界最底之處.”
156) 往⽣要集, X84, 35c20-21. “頭⾯在下. ⾜在於上. 逕⼆千年皆向下⾏.”
157) 往⽣要集, X84, 35c21. “彼阿⿐城縱廣⼋萬由旬.”
158) 正法念處經, T17, 74a18-19. “七⼤地獄. 并及別處. 以爲⼀分. 阿⿐地獄⼀千倍勝. ; 往⽣要集, X84, 36a23-36a26. “ 遍極燒然前七⼤地獄並及別處. ⼀切諸苦以爲⼀分. 阿⿐地獄⼀千倍勝. 如是阿⿐地獄之⼈. ⾒⼤焦熱地獄罪⼈. 如⾒他化⾃在天處.”
159) 往⽣要集, X84, 35c21-36a8. “七重鐵城七層鐵網. 下有⼗⼋隔. ⼑林周匝. 四⾓有四銅狗. ⾝⾧四⼗由 旬. 眼如電⽛如劍. ⿒如⼑⼭⾆如鐵刺. ⼀切⽑孔皆出猛⽕. 其烟臭惡. 世間無喩. 有⼗⼋獄卒. 頭如羅刹. ⼝如 夜叉. 有六⼗四眼. 迸散鐵丸. 鉤⽛上出. ⾼四由旬. ⽛頭⽕流滿阿⿐城. 頭上有⼋⽜頭. ⼀⼀⽜頭有⼗⼋⾓. ⼀ ⼀⾓頭皆出猛⽕. ⼜七重城内有七鐵幢. 幢頭⽕踊猶如沸泉. 其炎流迸亦滿城内. 四⾨閫上有⼗⼋釜. 沸銅踊出 亦滿城内. ⼀⼀隔間有⼋萬四千鐵2蜂⼤蛇. 吐毒吐⽕. ⾝滿城内. 其蛇哮吼如百千雷. ⾬⼤鐵丸亦滿城内. 有五 百億蟲. 有⼋萬四千頭⽕流如⾬⽽下. 此蟲下時. 獄⽕彌盛遍照⼋萬四千由旬. ⼜⼋萬億千苦中苦者. 集在此中.”
그러면 이곳에는 어떤 죄를 지으면 떨어질까? 간단하게 말하면 이곳은 오역죄(五逆罪)를 범한 파계승이 떨어진다.
오역죄란 ‘아버지를 살해한 죄, 어머니를 살해한 죄, 아라한을 살해한 죄, 부 처님 몸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게 한 죄, 사찰을 파괴하고 불태우거나 교단의 화합을 깨뜨린 죄’ 를 말한다.160)
그리고 왕생요집에서는 오역죄뿐만 아니라, 관불삼매경(觀佛三昧經)을 인용 하여 인과의 도리를 부정[참법죄]하거나 대승법을 비방하고, 사중죄(四重罪 또는 四重禁戒)161)를 범한 자, 신도의 보시를 먹고 사는 출가자가 떨어진다고 기술하고 있다.162)
그러면 아비지옥에 도착한 지옥중생은 어떤 형벌을 받을까?
이곳에서는 타고 있는 업의 불길 (業火)로 지옥중생의 뼛속까지 태우며, 옥졸은 쇠로 이루어진 지면에 지옥중생이 넘어지면 입을 억지로 벌려 쇳물을 부어 넣는다.
게다가 뜨거운 철산을 오직 혼자 오르락내리락 끊임없이 반복 하는 고통을 당한다.
또한 지옥중생의 혀를 뽑아 쇠가죽을 늘이듯이 주름이 없어질 때까지 백 개 의 쇠못으로 그 혀를 늘리는 고통을 가한다.
또 불타고 있는 지면에 눕혀 뜨거운 인두로 입을 벌 리게 하여 삼열철 구슬을 입속에 넣는다.
그러면 입과 목구멍, 내장이 녹아내린다. 또한 구리 액을 부어 입과 목구멍을 태우고 내장을 녹여 아래로 나오게 하는 고통을 가한다.163)
이곳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이곳에 있는 지옥중생이 대초열지옥의 지옥중생을 보고 그들은 마치 타화자재천 과 같이 편안하게 보인다고 한다.164)
또한 이곳의 지옥중생은 코가 내려앉고, 모발은 서로 붙으며, 몸은 열병 등의 죽을병을 얻어 온 몸이 찌는 듯 덥고, 404가지의 병에서 오직 4백 종류의 병을 앓아 온몸이 괴로워 마치 불구덩이 속에서 타는 것과 같은 고통을 당한다.165)
또한 불 속에서 나고 불 속으로 다니며 불 속에서 먹고 사는 새[火髻行鳥, 食舌鳥, 執咽喉鳥 등]가 지옥중생의 살을 먹고, 뼈를 부수며, 피를 마시고, 골 수를 마신다. 그러면 지옥중생은 부르짖다가 까무러친다.166)
(중략)
또한 사자·곰·호랑이 등에게 지옥중생은 물어 뜯겨 머리, 골수, 가슴 등의 온몸이 먹히는 고통을 당한다.(중략)167)
160) 正法念處經, T17, 74a19-22. “衆⽣何業⽣彼地獄. …若⼈重⼼殺母殺⽗. 復有惡⼼出佛⾝⾎. 破和合僧. 殺阿羅漢. 彼⼈以是惡業因縁.”
161) 참법죄(讒法罪)란 부처님의 가르침[法]을 비방[讒]하는 것이며, 사중죄((四重罪), 즉 4가지의 무거운 죄 란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을 말하며, 이것은 출가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162) 往⽣要集, X84, 36b6-7. “造五逆罪. 撥無因果. 誹謗⼤乘. 犯四重禁. 虚⾷信施者墮此中.”
163) 往⽣要集, X8436a16-22. “復置熱鐵地上. 令登⼤熱鐵⼭. 上⽽復下. 下⽽復上. 從其⼝中拔出其⾆. 以百 鐵釘⽽張之. 令無皺如張⽜⽪. 復更仰臥熱鐵地上. 以熱鐵鈷鈷⼝令開. 以三熱鐵丸置其⼝中. 即燒其⼝及以咽 喉. 徹於府藏從下⽽出. ⼜以洋銅⽽灌其⼝. 燒喉及⼝. 徹於府藏 從下流出.”
164) 正法念處經, T17, 77c12-13. “⾒⼤焦熱地獄罪如是他化⾃在天處相似不異.”
165) 正法念處經, T17, 75a15-16. “⿐則欹去奇倒. 髮⽑相著. ⾝得熱等必死之病. 普⾝蒸熱. 四百四病. 唯⾒ 四百. 普⾝逼惱. 如在⽕坑⽽被燒煮.”
166) 正法念處經, T17, 78a4-7. “復有異⿃. ⽕中⽽⽣. ⽕中⽽⾏. ⽕中⽽⾷. 如是惡⿃. ⾷地獄⼈⼀切⾝⾁. 次 破其⾻. 既破⾻已. 破⾁飮⾎. 彼飮⾎已. 次飮其髓. 彼地獄⼈. 唱喚悲號. 啼哭悶絶. …”
167) 正法念處經, T17, 78c10 이하.
그리고 아 비지옥에 떨어지는 지옥중생은 임종 직전에 18종류의 벌레에 고통을 당한다.
그들은 지옥중생의 몸속을 기어 다니면서 괴롭힌다.
그 벌레들의 이름은 대략 모충(毛虫, 털 벌레), 흑구충(黑口虫, 검은 입을 가진 벌레), 무력충(無力虫, 무한의 힘을 가진 벌레), 대력작충(大力作虫, 엄청난 힘을 가진 벌레), 미작충(迷作虫, 헤매게 만드는 벌레), 화색작충(火色作虫, 불의 색깔을 만드는 벌레), 활충(滑虫, 미끈한 벌레), 하표충(河漂虫, 강을 표류하는 벌레), 도충(跳虫, 뛰는 벌레), 분별견충 (分別見虫, 분별하여 보는 벌레), 악취충(惡臭虫, 악취를 뿜어내는 벌레) 등이다.168)
이 벌레들은 고열(高熱)과 악한(惡寒), 격통(激痛)과 산통(疝痛), 구토(嘔吐)와 하혈(下血), 경련(痙攣) 등을 일으켜 임종 직전의 지옥중생에게 고통을 주고, 그리고 아비지옥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면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어느 세계로 윤회 전생할까?
먼저 아귀와 축생으로 2천 년을 보낸다.(중략)
과거의 선업으로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5백 년 동안 태아 상태로 죽고, 다시 5백 년 동안은 태어나서 바로 죽어 까마귀에게 먹히며, 다시 5백 년 동안은 걷기도 전에 죽는다고 한 다.169)
168) 正法念處經, T17, 75a19 이하.
169) 正法念處經, T17, 82c1-6. “於餓⿁中. ⼆百千世. 飢渇燒煮. 於畜⽣中. 經⼆千世. 惡不善業餘殘勢⼒. 種 種⽣處. ⼀切苦惱. 畜⽣之中. 種種惡⾷. ⼼常憶念. 殺⽣處⽣. 復於彼處. 迭相⾷噉. 受⼤苦惱. 若脱彼處. 過去 業⼒. 得⽣⼈中. 於五百世胎中⽽死. 復五百世⽣已⽽死. 爲烏所⾷. 復五百世未⾏⽽死.”
그리고 악업의 종류별로 떨어지는 곳이 다른 소지옥[아라한을 살해한 자, 경전이나 불화를 불태운 자 등]이 지옥중생을 기다리고 있다.
Ⅳ. 나오는 말
이상으로 Ⅱ에서는 지장시왕경을 중심으로 중음세계에서 중음신이 어떤 재판을 받으며, 남겨 진 유족은 49일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10명의 왕이 재판을 유예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49재의 근거가 되는 추선공양[추선공덕]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Ⅲ에서는 정법염처경과 왕생요집을 중심으로 팔열대지옥 8곳을 고찰하였는데, 여 기서는 3가지 물음에 초점을 두고 답하는 방식으로 전개하였다.
예컨대 어떤 죄를 지으면 그 지옥 에 떨어지며, 그곳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형벌을 받는지, 그 지옥에서 악업이 다하면 어떤 세 계로 윤회 전생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면 지옥은 왜 필요하고, 또한 136곳이나 되는 많은 지옥을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 게 많은 지옥을 설정한 이유는 우리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하루하루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경책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즉 지옥은 부처 님의 가르침대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며, 그 가 르침대로 살지 않으면, 다시 말해 악행을 행하면 그 대가를 반드시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옥은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업[선인선과, 악인악과, 자업자득, 인과 응보]과 윤회[육도윤회, 윤회전생]사상을 바탕으로 중생구제를 위한 방편으로서 설정되었다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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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어표
T(대정신수대장경) X(卍新纂大日本續藏經) P(북경판 티베트대장경)
참고문헌
<원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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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구미래, 사십구재, 민족사, 2010. 권오민 역, 한글대장경 구사론 1권, 동국대학교 역경원, 2002. 겐신 지음, 김성순 옮김, 왕생요집, 불광출판사, 2019. 김두재 역, 시왕경, 성문, 2006. 김명우 지음, 유식삼십송과 유식불교, 예문서원, 2009. , 불교에서의 죽음 이후, 중음세계와 육도윤회, 예문서원, 2015. , 49재와 136지옥, 운주사, 2022. , 왕초보반야심경박사되다, 민족사, 2010. 정준영 외, 죽음, 삶의 끝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운주사, 2011. 한글대장경 74권(경집부 14, 正法念處經) 효도 가즈오(兵藤一夫) 지음, 김명우 옮김, 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 예문서원, 2011. 梅原猛, 地獄の思想, 中央公論社, 1967. 源信 著, 石田瑞麿 譯註, 往生要集 上, 岩波文庫, 2001. 定方晟, 須彌山と極樂, 講談社, 1999. 坂本要 編, 地獄の世界, 北辰堂, 1990. 山邊習學 譯, 田上太秀 監修, 國譯一切經, 「印度撰述部 經集部 8」, 大東出版社, 1999. 山本健治, 地獄めぐり, 三五館, 2011. 石上善応, 往生要集, 日本放送出版協會, 1998. ひろさちや, 佛敎死後世界入門, 講談社, 2002. , 死の世界·死後の世界, 德間書店, 1991 大法輪 44卷 12號, 「特輯 地獄の事典」, 1975. 大法輪 52卷 5號, 「特輯 地獄·極樂-往生要集を考える」,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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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1 조 수 동 / 대구한의대
김명우 선생의 논문 「불교의 중음세계와 불교의 지옥관」을 논자의 입장에서 간략하게 정리 하면 다음과 같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누구에게나 분명하고 공평하게 오는 것이다. 죽은 사람은 선행과 악행을 가지고 중음계(중유계)로 간다. 중음계에서 중음신(中陰身)은 49일 동안 7명 또는 10명의 재판관에게 재판을 받게 된다. 49재의 성립 근거는 두 번째 재판관인 초강왕의 재판 중 유족의 추선공양(추선공덕)의 주장에 서 나온다. 추선공양은 중음계에서 재판받고 있는 중음신에게 사바세계의 유족이 그를 위해 재 (齋를) 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장례를 마친 후 그 영혼을 위해서 불·보살에게 공양을 올려 그 공덕 으로 망자의 영혼을 극락세계로 천거하는 법식을 천도재(薦度齋)라고 하는데 49재도 그 중의 하 나에 속한다. 추선공양과 자업자득의 업이론은 상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연구자는 회향 이 론으로 그것이 양립 가능하다고 하였다. 중음신은 49일 동안 7명의 재판관으로부터 재판을 받는다. 그러나 그 판결은 계속 유보된다. 그리고 이후 제작된 경전에 따르면 49일 후에도 100일, 1년, 3년에 걸쳐 3명의 제판관으로부터 판결을 받는다고 한다. 판결이 유보되는 것은 불·보살의 화신인 이들 재판관이 자비심으로 중음신 들을 구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모두 10명의 재판관으로부터 심판을 받지만 중음신이 부처님의 세계로 왕생하는지, 6도의 세계 중 어느 곳에 태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우란분경』이나 『목련경』 등에서는 각 재판관의 판결에 의해 중음신은 바로 지옥에 떨어 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구자에 의하면 이러한 견해는 지옥중생을 포함한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 는 불교 본래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으며, 추선공덕이라는 49재의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고 하였다. 불교의 지옥관에 대해서는 그것이 마음속에 있다는 설과 염부제 밑의 지하에 객관세계로 실제 존재한다는 설이 있다고 소개하고, 지옥은 마음속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하였다. 지옥에 는 크게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이 있는데, 팔열지옥의 공통점은 무덥고, 업의 불꽃이 끊임없이 타오 76 / 제7회 반야불교문화연구원 학술대회 르며, 옥졸이 있고, 사바세계보다 시간이 매우 길고, 자업자득의 원리에 의해 전생에 지은 악행에 상응하는 형벌을 받는데 그 형벌은 끝없이 계속된다. 그리고 참회와 반성을 요구받고, 악업이 다 하면 다른 세계로 간다고 하였다. 대지옥과 소지옥에 대한 설명에서는 대지옥의 위치와 크기, 고통을 당하는 사람, 악업에 상응 하는 지옥과 지옥중생이 받는 고통, 과거의 선업에 의해 태어나는 곳 등이 말해지고, 살생, 도둑 질, 사음, 거짓말, 음주, 사견, 오역죄 등의 악업을 지은 자가 가는 지옥과 그들의 고통에 대해 상 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옥을 설정한 이유는 업과 윤회의 사상을 바탕으로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으로서의 도리 즉 인륜을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는 붓다의 가르침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붓다는 나라고 생각하는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자아는 인정할 수 없지만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상대적인 자아는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붓다는 이 생에서 저 생으로 변화하 며 흘러가는 영혼의 흐름의 연속성을 인정하고, 인간은 수없이 반복되는 윤회 과정을 거치는 존 재라고 하였다. 존재가 연속된다는 이론은 까르마(業)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그물에 달린 구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생명의 형태를 바꾸어 간다고 한다. 업은 삶과 죽음, 중음계 를 포함하여 모든 순간에 원인의 힘으로 작용하는 일종의 총체적인 틀(原形)이다. 이 원형은 연속 적인 삶을 살아오는 동안 쌓은 이전 행위에서 비롯된다. 이전 행위에서 비롯된 업의 복합체는 현 재의 몸과 마음과 행위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현재의 행위와 말과 마음이 미래 삶의 형태와 질을 결정하는 새로운 추진력이 된다. 업과 윤회의 세계를 인정한다면 사람들은 죽기 전에 죽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 는 중음신으로 죽음의 길을 가는 동안 추선공양과 같은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불교 수행을 하지 않았거나 아만과 무지, 애착에 쌓여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음신은 두려움과 공포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유를 얻거나 구원을 받는 것이 용이하지 않 을 수 있다. 중음계의 상태는 1주 혹은 7주 즉 49일이 될 때까지 지속될 수 있다. 아만과 무지, 현상세계의 삶에 대한 애착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갈구하는 중음신은 윤회할 수밖에 없다. 유족이 49일 동 안 재를 올리고 경전을 독송하는 등 추선공양을 해도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업의 힘에 의해서 윤 회의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즉 자비의 밧줄이 끊어져 각종 생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으며, 그 죄 의 경중에 따라 지옥에도 떨어질 수 있다. 논평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몇 가지 내용을 질문하고자 한다. 첫째, 「티베트 사자의 서」에 의하면 중음계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49일 동안 차례로 자비 롭거나 무서운 불·보살이 등장하여 중음신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여 깨달음으로 인도하고자 노력 불교의 중음세계와 지옥관 / 77 하는 장면이 전개된다. 물론 여기서도 유족들의 「티베트 사자의 서」 독송이라는 추선공덕이 필 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9일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업에 의해 그것을 알거나 인식하지 못하 는 자는 결국 윤회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는 중음신이 7명 또는 10명의 재판관에 의해 재판을 받지만 판결이 유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9재(齋)라는 추선공양에 의해 중음신이 구원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49재에 의해 중음신이 어떤 구원을 받는지, 판결이 유보된다면 최종 판결은 누가 하며 그 판결 내용은 무엇인지, 49재와 지옥과의 관계 등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 다. 둘째, 지옥이 마음속에 관념으로 존재하는가, 실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인가에 대해 연 구자는 관념적인 것으로 보고, 중생구제를 위한 방편이라고 하였다. 지옥을 인도의 극심한 더위와 추위로 인한 고통, 압박으로 인한 고통,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는 정신적인 고통 등을 상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보면 지옥은 마음속의 관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인도의 고대 세계관에 의 하면 지옥은 실제 존재하는 세계라는 설명도 있고, 또한 티베트불교에서는 생명을 연속적인 삶으 로 보아 죽음-중음계-환생이라는 과정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인간의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와 죽음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위해서는 인간존재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지옥도 실제적인 존재영역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논평2 신 경 / 동국대
1. 시작하며
먼저 무덥고 다습한 여름 날, 반야학술대회를 위해 멀리서 참석해주신 여러 스님들과 교수님, 그리고 반야암 신도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불교계에서 아직까지 중음세계나 지옥에 대 한 구체적인 학술적 논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분야의 발굴과 연구에 힘써 주신 김명우 교수님께(이하 ‘논자’)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 장 한 장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고 논평 은 하였으나, 식견이 부족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2. 내용 요약
논자는 ‘제2장 중음세계와 49재’에서 흔히 시왕경(十王經)이라 통칭되는 예수시왕생칠경 과 지장시왕경을 통해 49일(혹은 100일, 1주년, 3주년)간 이루어지는 중음신의 재판과정을 서 술하면서 망자를 위한 추선공양(追善供養) 혹은 재(齋)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불교의 가르 침과 상충되지 않고 양립할 수 있는 근거를 ‘회향(廻向)’이라는 불교적 사고방식에서 찾고 있습니 다. 또한 중음세계에서 망자는 살아생전에 지은 선악업의 경중(輕重)을 판별하였다고 해서 바로 지옥 등에는 떨어지지 않고 보통은 49일 길게는 3주년까지 유예(猶豫)받는다고 보는 것이 불교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접근이라고 하면서, 그 성립근거로 시왕(十王)이 중생제도를 근본 목표로 삼고 있는 불보살의 화신(化身)이라는 점, 추선공양을 통해 망자(亡者)의 죄를 경감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한국불교가 재를 사찰의 재정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측면도 들고 있습니다. ‘제3장 불교의 지옥관’에서는 지옥의 의미와 위치를 서술하고, 정법념처경과 왕생요집에 근거하여 ‘지옥은 마음에서 기인한 것(皆因於心)’이라는 유심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또 한 여러 지옥들 가운데 팔열대지옥을 중심으로 우선 지옥의 여덟 가지 공통적인 특징1)을 기술하 고 있으며, 나아가 정법념처경에 묘사된 팔열대지옥과 그에 부수하는 소지옥(小地獄)들의 명칭 80 / 제7회 반야불교문화연구원 학술대회 을 나열하고, 지옥묘사의 네 가지 특징2)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등활지옥, 흑승지옥, 중합지 옥, 규환지옥, 대규환지옥, 초열지옥, 대초열지옥, 아비지옥이라는 팔열대지옥의 명칭이 지니는 의 미와 각 지옥들의 위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죄를 지은 중생이 그 곳에 떨어지며, 받게 되는 형벌의 모습과 기간이 어떠한지 서술함과 동시에, 악업이 다하고 나면 어느 세계로 윤 회전생(輪回轉生)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4장 나오는 말’에는 불교의 중음세계와 지옥관에 대한 논자의 핵심적인 주장이 담겨있습니 다. 즉, 이와 같은 수많은 지옥이 존재하는 이유가 다만 중생들에게 공포심을 주고자 하는 ‘징벌’ 과 ‘심판’의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업(業)사상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면 서 살아가라는 경책의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중생구제를 위한 방편으로서 설정되었다는 것입니 다. 또한 악업에 대한 형벌이 다하면 전생의 아주 작은 선업에 의해 또는 참회에 의해 그보다 나 은 세계에 태어나게 되는 점은, 선을 닦고 악을 끊어야 한다는 수선단악(修善斷惡)의 당위성을 부 여해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이승과 저승, 과거-현재-미래의 삼세(三世)는 공간적, 시간적 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하루하루를(=현재를) 올바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하는 것이 곧 불교의 중음세계관 내지 지옥관이 의도한 본래 취지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 논평 및 질문 질문
1) : 논자는 Ⅱ-1에서, ‘초강왕은 중음신이 생전에 한 행위를 전부 기록한 자료를 탈의바에게 보고받았기 때문에 중음신의 죄를 전부 알고 있다. 초강왕이 “너의 죄는 무겁다. 지옥으로 가거 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음신이 “저희 가족이 ‘공덕을 추가해 줄 것[追善供養·追善供 德]’입니다. 관대한 처벌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애원하면 초강왕은 “그렇다면 송제왕에게 가서 재 판을 받거라.”라고 하며, 또다시 7일간 선고를 유예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논자는 각주18)에서 비록 ‘추선공양’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으나 내용상 그렇게 볼 수 있는 여러 경문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녀[유족]가 노력하여 공덕을 지으면 지 극한 선행으로 자비를 입어 <중음신이> 천당에 태어난다네.(男女努力造功德 從慈妙善見天堂” 는 제8평등대왕을 만나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내용이며, “남녀[유족]이 재물을 보내어 일찍이 선을 1) 첫째, 지옥은 습하고 엄청나게 무더운 곳이다. 둘째, 모든 지옥은 업의 불꽃(業⽕)이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 는 곳이다. 셋째, 지옥을 지키는 옥졸이 존재한다. 넷째, 지옥의 시간은 사바세계와 달리 아주 길다. 다섯 째, 지옥중생은 전생에서 행한 악행과 똑같은 형벌을 받는다. 여섯째, 지옥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영원히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선업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거나 이곳에서 악업이 다하면 다른 세계로 간다. 일곱째, 형벌의 고통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된다. 여덟째, 지옥에 떨어지면 악업에 대한 형벌을 받 는데, 이때 옥졸은 지옥중생에게 게송으로 “너는 왜 참회[뉘우침]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며 ‘참회’와 ‘반 성’을 요구한다. 2) 첫째, 대지옥의 위치와 크기 및 고통을 당하는 시간을 설명한다. 둘째, 대지옥/소지옥은 전생에서 어떤 악 업을 지으면 그 지옥에 떨어지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한다. 셋째, 대지옥/소지옥에 떨어진 지옥중생은 어떤 고통[형벌]을 당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넷째, 대지옥/소지옥에서는 악업이 다하고, 먼 과거의 선 업으로 어느 세계로 윤회전생하는지 설명한다. 불교의 중음세계와 지옥관 / 81 지어 나[중음신]를 돕네. 부모를 위해 <재를 올려>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고 …(男女以遺 財 早造善扶我 設親禁入獄 …)”는 제7태산대왕을 만나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내용입니다. 또한 “<중음신은> 날마다 <유족의> 공덕의 힘만을 오직 바라보네. 천당과 지옥은 한순간이네.(日日只 看功德力 天堂地獄在須臾)”는 제6변성대왕을 만나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지장시왕경이나 예수시왕생칠경의 제2초강왕을 만나는 부분 어디에도 초강왕과 중음신 사이 의 위와 같은 대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내용은 어느 경문에 근거한 것인지요? 만약 히로사치야의 저작인 佛敎死後世界入門(講談社, 2002.)에서의 인용이라면 그의 전거는 무엇인 지 궁금합니다. 질문2) : 논자는 Ⅱ-1에서 ‘회향이란 어떤 사람이 열심히 수행하고, 그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 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비록 죽은 자가 선행을 하지 않고 죽었다고 하더라도 유족이 보시를 실 천하여 그 공덕을 죽은 자에게 돌려줄 수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족의 공덕을 중음신에게 회 향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음신은 재판받는 동안 선행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족은 49일 동안 추선공양[49재]을 행하는 것이며, 또한 중음신은 재판받는 49일 동안 유족의 추선공양 을 기대하며 “저희 가족이 공덕을 추가해 줄 것입니다.”라고 초강왕[또는 변성대왕]에게 간절하게 말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논자는 각주19)에서 ‘<중음신은> 날마다 <유족의> 공덕의 힘만을 오직 바라보네. 천당과 지옥 은 한순간이네.(日日只看功德力 天堂地獄在須臾)’라고 번역하였으며,(물론 이 부분에서의 공덕 력은 망자 자신이 지은 공덕력으로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 바로 그 다 음에 제7태산대왕을 만나는 부분에는 ‘更看男女造何因’3)이라 하여 ‘다시 유족들이 어떠한 공덕 (因)을 짓는지 바라본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 뒤에서도 살아있는 유족들이 망자를 위해 공덕과 복업을 짓는 추선공양의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이러한 내용들만 보면 망자는 그저 유족들 이 지어주는 복덕의 힘만을 의지하는 수동적인 존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불교의 상용의례에서 행해지는 창혼(唱魂)-증명(證明)-시식(施食)-장엄(莊嚴)으로 이어지는 관음시식(觀音施食)의 내 용을 살펴보더라도 창혼의 착어에서는 본래 생사(生死)가 없다는 선법문이 설해지고, 시식에서는 진언과 함께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무상(無常), 공(空), 중도(中道)의 교리적 가르침을 담은 여 러 게송들이 설해집니다. 마지막 장엄에서는 장엄염불을 통해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서 극락왕생 하기를 바라는 여러 정토법문들이 이어집니다. 따라서 재의식(齋儀式)은 그저 망자를 위해 공양 물을 베풀고 복업을 지어주는 자리가 아니라, 선, 교, 염불이라는 여러 가지 방편을 통해 망자 스 스로가 법문을 듣고 깨쳐 극락왕생이나 해탈을 할 수 있게 하고, 살아있는 유족들도 법문을 듣고 선행(善行)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하는 법석(法席)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 여 논자께서 생각하시는 추선공양의 의미는 어떠한 것인지 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3) 佛說預修十王生七經, X01, p.409c10. 佛說地藏菩薩發心因緣十王經, X01, p.407a21. 82 / 제7회 반야불교문화연구원 학술대회 질문3) 논자는 Ⅲ-1에서, ‘정법념처경과 왕생요집에서도 지옥은 마음에서 기인한 것[皆因於 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악업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마음에 속아서 지옥을 보게 되고 지 옥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필자도 지옥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또한 지옥이 실제적으 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현대인에게 받아들이기 쉽다고 생각한다. 본래 불교에서는 지옥이나 지 옥의 고통, 지옥중생에게 고통을 주는 옥졸도 지옥중생의 공업(共業)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 로 ‘지옥’이라는 말 대신에 ‘지옥관념’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학자도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믿음과 초월의 영역을 이해와 합리의 영역으로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서(또는 죽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믿음과 초월의 영역이라는 말이 그저 허구의 영역이라는 말과 동의어라고 할 수는 없으며, 효용이나 교훈적 의미라는 말이 본질과는 동떨어진 한갖 수단이나 방법이라는 의미 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중음세계나 지옥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 느냐에 대한 논의는 어떠한 학문적 접근도 가능하지만, 섣불리 어느 한 쪽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양립적 문제가 내재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마음으로부터 일어난 것이라는 유심론적 접근을 한다면 이 세상은 오직 식전변(識轉 變)에 의한 것일 뿐이며, 지옥세계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비록 시왕경(十王經)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장면들이 여러 사회·문화·역사적인 것들이 반영되어 설정될 것이라 할지라도, 육도윤회 한다는 사실만큼은 교훈적 설정이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윤회가 부정된다면 부처님께서 얻으셨다고 하는 숙명통 등도 부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유식을 연구해 오신 논자의 관점으로 보는 중음세계와 윤회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4) : 논자는 Ⅳ에서 ‘정법염처경에서는 전생의 조그만 선업 덕분에 인간으로 윤회 전생하 더라도 남아있는 업력[악업]으로 인해 특정 직업 또는 여러 질병으로 고생한다거나 성 소수자로 태어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것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특정 직업 및 성 소수자 등을 차별하 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정법염처경이 제작된 3-4세기 무렵 인도의 사회문화적 배경이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오늘날은 장애인이나 성소수자와 같은 특정 계층들 또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불의의 사고로 의해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선천적인 장 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에 대하여 ‘당신이 전생에 지은 악업 때문에 현생에 그런 과보를 받은 것 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비록 더 이상 악한 업을 짓지 않게 한다는 인과응보적 효용은 있을지라도 불교의 업설이 그 사람에게 마치 원죄와 같은 굴레를 씌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참고로 기독교의 경우, 구약성경의 「사사기(士師記)」 3장 12-31절에는 하나님이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사사(士師) 에훗을 써서 이스라엘을 18년간이나 탄압한 모압왕 에글론 을 죽이고 백성을 해방시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사사란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들을 구하 고자 쓰는 지도자라 할 수 있습니다. 에훗이 비록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었지만, 그의 장 불교의 중음세계와 지옥관 / 83 애는 다 하나님의 쓰임을 위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통해 장애를 개인의 흠결이 아닌 유일신의 깊 은 섭리에 의한 것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불교의 중음세계와 관련된 여러 문헌에서 현대사회 에서 선천적 장애인들에게 설해줄 수 있는 알맞은 경문이나 이와 관련된 논자의 적절한 답변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3. 수정사항 ·
Ⅱ-1. 칠칠일[49일]의 재판관인 태산왕은 약사보살의 화신이다. → 여래
주)42. 여시아문 일체재불 → 제 / 경전 제목 중에 ‘예수(豫修)’이 아니라 → 가 / ‘예수(豫修)’와 ‘역수(逆修)’는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표기를 다르게 한 것 같다. → 이지만(?)
주)52. 그리고 잡아함경경(1278경, T2, 351)에도 → 잡아함경 ·
Ⅲ-2. 여덟 번째, 지옥에 떨어지면 → 여덟째
Ⅲ-3-2)-(3). 출가자의 사음죄는 → 음행죄는 ·
Ⅲ-3-2)-(8). 신도의 보시를 먹고 사는 출가자 → 헛되이 신도의 보시를 먹고 사는 출가자
주)161. 즉 4가지의 무거운 죄란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을 말하며, 이것은 출가자라면 반드 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 음행
제7회 반야불교문화연구원 학술대회 자료( 2022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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