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Ⅱ. 경전해석에 관한 화행이론적 접근
Ⅲ. 中庸 해석의 세 시점(Three Moments)
1. 고주(古注)의 시점
2. 주희의 시점
3. 정약용의 시점
Ⅳ. 결론
Ⅰ. 서론
본 논문은中庸이라는 텍스트1), 특히 덕(德)과 명(命)이라는 유학의 주 요개념의관계성을드러내는中庸 17장을위텍스트에관해서로다른이 해를 보이는 ‘세 시점’(Three Moments),
즉 ①정현, 공영달 등 한당대(漢唐 代)의 고주(古注),
②송대(宋代)의 주희,
③조선(朝鮮)의 정약용의 해석에 주 목한다.
주지하다시피, 「中庸」이라는 텍스트는 禮記 중 한편으로 수록되어 있었 고, 이를 한대의 정현이 주(注), 당대(唐代)의 공영달이 소(疏)를 달아 정리 한 것이禮記正義이다.
송대의 주희는 이 「中庸」이라는 텍스트를 더욱 중 시하여 禮記로부터 분리하고, 사서(四書) 가운데 하나로 그 위상을 격상시 켰다.2)
1) 「中庸」 텍스트가 성립된 시기에 대해, 史記 「孔子世家」에서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 로부터 나왔다고 하였다. 또한 漢書 「藝文志」에는 ‘중용설(中庸說)’이 두 편이 존 재한다고하였고, 안사고(顏師古)의 주(注)에서“원래 禮記 중의「中庸」 일편(一篇) 은또한본래예경(禮經)의종류가아니니, 이러한종류일것이다”라고하였다. 후에 송(宋)의 왕백(王柏)은 이 두 편이 작은 대씨[戴聖]에 의해 합쳐져 「中庸」 한편으로 된것이아닌지의심하였다. 풍우란은이러한주장의일부를받아들여, 현행본33편 중 제2편 ‘仲尼曰’에서 제20편의 중간부인 ‘道前定則不窮’까지가 자사가 원래 지은 「中庸」에 가깝다고 보고, 제1편과 나머지 제20편의 후반부들은 후대 유자들(진한 이후 무렵의 맹자 유파들의저작)이 덧붙인 것으로 생각하였다. 풍우란, 中國哲學 史, 박성규 역, 서울:까치글방, 1999, 585~596. 이에 반해 서복관은 왕백이 안사고 의 注의아래부분을다읽지않고오해하여‘中庸說’ 二篇을禮記의 「中庸」 一篇 과 오해한것이라고본다. 안사고는 다만‘中庸說’이 「中庸」 一篇과 그 ‘성질’이 같 다는 것이지 같은책임을 말한것이아니라는것이다. 徐復觀, 中國人性論史, 臺 灣商務印書館, 1969, 103∼106쪽.
2) 「中庸」이란 텍스트가 언제 단일한 하나의 책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다양한견해들이존재할수있다. 그하나는송유들로부터, 특히이정 (二程)에게서 유래하고, 주희가 사서(四書)로 표장하였다는 것이다. 명·청대의 왕숭 간(王崇簡)은 중용이 단독으로간행된지는오래되었다고보며, 송유들로부터유래하 는것이아니라고주장한다. 또한모기령은隋書·經籍志에中庸講疏 1권을근거 로「中庸」을 포함, 사서(四書)을 합쳐 소경(小經)으로 칭했고 후에 주희가사서로개 칭하였다고 말한다. 정약용은 위에 열거한 학자들을 인용하면서, 「中庸」이 비록 따 로주목받아읽히기는하였으나, 하나의독자적인책으로구분되기시작한것은元의인종때과거시험의과목으로채택되면서부터이며, 모기령의설같은경우는주 희를극도로시기한까닭에지어낸말이라비판한다.
다음을참조, 정약용, 中庸講 義補(定本제6책, 226∼228쪽). (이하 다산 정약용의 저술에 대한 원문 및 표점 등은 다산학술문화재단에서 2012년에 출판한 定本을 참고하였으며, 定本의 저서 명, 괄호 안에 책과쪽의숫자를순서대로위와같이표기하였다.)
또한, 조선의 정약용은「中庸」에 대한 서로다른접근법을가진두사상가의해석을두루참조하면서자신의이론을전개하고있다는특징이있다.
기존 연구에서 中庸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대체로 전통적인 방식의 경 학적 해석을 제시하고, 여러 학자들의 주해를 ‘형태·의미론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방법론이 주를 이뤘다고 할 수있다.
즉, 글자나 구절의 의미에대해 훈 고(訓詁)·고거(考據)하는 문헌들을 제시3)하고 이에 대해 비교·분석하면서, 학자들 간해석의차이를드러내는방식이주를이루었다.
나아가최근의연 구들은 서양의 철학적 개념어들을 하나의 분석틀로 활용하면서 기존 주석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4)
3) 이러한 연구경향은그유래가상당히오래된것으로, 한서「예문지」의육예략가운 데에소학류로서여섯가지‘경’의범주에속해있었고, 이후에도「예문지」나「경적 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서「예문지」 소학류의 서문에서 “옛날에는 8세 에 소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므로 周禮에 보씨는 국자(國子)양성을 담당하여 육서 (六書)를 가르친다고 하였는데, 육서는 상형(象形), 상사(象事), 상의(象意), 상성(象 聲), 전주(轉注), 가차(假借)로 글자를 만드는 근본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장백 잠은위의육서개념을세가지의형(形), 음(音), 의(義)로 정리하고, 각각문자의형 체, 성운, 훈고의 세 항목을 문자학에 포함시키고있다. 장백잠, 유교경전과 경학 (원제: 經與經學), 최석기‧강정화 옮김, 서울: 경인문화사, 2002, 450∼474쪽.
4) 유교 경전에 대한 기존연구, 특히 「中庸」 연구에 한정하면크게세가지경향을가 지고 진행되었다. 첫째, 전통적 방식의 경학 연구로, 경전의 성립 시기, 저자, 진위 여부등을고증하는연구이다. 한의훈고학이나, 청의고거학, 그이후서양의실증 주의적 방법 수용과 갑골문이나 출토문헌 연구가 더해지면서 더욱 활발한 경향을 띄고 있다. 둘째, 경전이 가지는 실천적 의미를 끌어내서 실제 삶에적용하는연구 들이다. 가령, 「中庸」의 미발(未發)·이발(已發) 등의 개념을 실제 수양주체에게적용 하고, 그 의미에 대해 체득하는 방식이다. 이는 대체로 송대의 성리학의 영향이며, 수양론뿐 아니라, 심성론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경전을 해석하는 경향을 띈다. 마지 막으로, 서구 사상의영향으로비롯된연구로, 현대통용되는언어로고전을번역하 고, 현대의 사상적 분석틀로 기존의 경전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가령, 순자는 주지 주의적 경향이 강한반면, 맹자는 주의주의적, 심지어는 신비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고 언급하는가 하면, 전자는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사상이유사하고, 후자는 플라톤과유사하다는식의사상사연구가그것이다. (풍우란의연구경향이특히 그 렇다) 나아가과연유학사상에도자유나권리등의서양의근대적개념어들이적용 될 수있느냐여부에대해고찰하는개념사 연구도있다. 이상, 세 가지 두드러진 특징의 연구외에도실제위특징들이서로혼합된형태의연구들이다수이다.
본논문은경전텍스트를이해하기위해서는발화자를구분하는문제가중 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텍스트 자(字)·구(句)의 ‘형태·의미 론적 분석’에 그치지 않고, 화자의 발설 자체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다.
가 령, “大德者, 必受命”이라고 발설하는 화자의 발화 의도에 주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연구자들은이구절에대한주석가들의해석을분석의첫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中庸」이라는 텍스트 자체에서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발설하 는 화자의발화행위에대한분석은거의이루어지지않았다.5)
5) 중용한글역주 에서 김용옥은 中庸 17장에 대한 해석을 하면서 ‘발화자 구분 문 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김용옥은 발화자를 구분하는 문제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필자는 설령 공자의 말을 옮기는 화자(자사)의 의중이 반영되어 있다고 해도 발화자를 구분하는 것은 텍스트 해석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며, 특히 화행이론를 통해서보다풍부한물음을던질수있음을밝히는것이본논문의주요한문제의식 이다. 김용옥의 언급은 다음을 참조. “중용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자왈子 曰”이 어디까지 걸리냐 하는문제다. 대개공자의로기온파편이시의인용이있을 경우, 시의인용에서일단락짓는것이한양식이다. 나는17-4까지“자왈”이걸리는 것으로 본다. 17-5(故大德者必受命)는 자사 본인이 이 “자왈”인용에 대하여 멘트한 것으로간주하는것이다. 그러나실상이러한구분은큰의미가없을수도있다. 중 용에서 인용한공자의로기온자료가과연공자시대에기록된오리지날한파편인지, 그렇지않으면자사가자사방식으로재구성한것인지를엄밀히구분할방도가없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중용에 인용된 “자왈”파편은 자사 당대에 유행하던 로기온 자료이거나 자사 자신이 스스로 구성한 창작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자왈”과 자사의 멘트를 구분하는 것은 실제로별의미가없다. 17-5까지를 모두 공자의 말 씀으로 보아도 결국자사의멘트가반영된것이기때문이다.”
또한, 공자 및 공자의 말을 인용하는 화자의 발화내적의미(illucutinary act) 자체를 분석하면서, 우리는 기존 주석가의해석이과연적절했는지평가 를시도할수있으며, 이에대해보다책임있는근거를제시할수있다.
실제 필자의분석에의하면, 초기주석가들(한·당의경학자)은다소엉뚱하게도공 자가 득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해명하는식으로이구절에대해주해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논점일탈이 아님을 보일 것이다.
역대 주석가들은 대체로 최초의 주석인 정현, 공영달 등 한당대의 고주에 대한 비판과그에대한응답으로구성된다.
하지만, 우리는 보다 분명하게 「 中庸」이란 텍스트, 더 구체적으로 여기서 논의하는 「中庸」17장이 ‘공자의 언 설’과 그에 대한 화자의인용및화자의언설로구성된다는점을알수있다.
따라서, ①공자가 발화하면서무엇을하고있는지에대해물을수있고, ②공 자의 말을인용하면서화자는무엇을하고있는지에대해서물을수있다. 그들은 ‘명’의 의미를 확대하여 공자를 제작자(천자가 아니면, 제작할 수 없음에도)로 이해하거나(고주의 경우), 아니면 반드시 ‘필(必)’이라는 조동사 내지 부사적표현을‘당위적인 상리’의 의미(즉, 마땅히)로 해석하고 기적 우 연성을 끌어들이거나(주희의 경우), 아니면 발화 시점을 고려한 화자의 발화 수반행위와 역사적 상황에 대한 맥락을 분석하는 등(정약용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해석하고있다.6)
6) 뒤에 보게 되겠지만, 정약용의 경우는 어느 정도 화자의 발화행위, 즉 ‘발화하면서 그는무엇을행하고있는가’라는물음에주목하고있다. 그리고화자의발화행위가 공자를 상처 입힌다(“‘大德必受命’,蓋傷仲尼也”)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화자(여기서는 子思)는 그들의 스승인 공자에 상처가 되는 말을 발설하고있는가라 고정당하게물을수있는데, 이에대한정약용의정당화논리는3장에서자세히다 루도록 하겠다.
이에대한자세한논의는본문에서설명하도록하 겠다.
Ⅱ. 경전해석에 관한 화행이론적 접근
본 연구는 「中庸」, 특히 유학의 주요 개념인 덕(德)과 명(命)의 관계성을 드러내는 「中庸」 17장을 중심으로 서양의 언어철학자인 오스틴의 화행이론 (speech act theory)의 ‘발화수반적 행위(illocutionary act)’개념을 적용하여 분석한다.
이에 필자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中庸」 텍스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7)
7) 국내에서는 오스틴의 ‘일로쿠셔너리 액트(illocutionary act)’라는 용어를 발화수반행 위혹은발화내적행위로번역하고있다. 본논문에서는오스틴의발화행위이론전 체가아닌, 그가특히강조한‘발화수반행위’와‘발화효과행위’의구분에주목하면서 동양 고전해석에활용하고자한다.
먼저, 언어철학의 오스틴의 화행이론과이를정치철학영역으로확장한퀸 틴스키너의텍스트해석방법론을통해「中庸」, 특히17장을분석하는것이 다.
오스틴에 의하면, 발화자가 무언가를 말할 때 단순히 발설하면서 발화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화하면서 무엇인가를 행하고 있다.
이를 잘 설명하는 예가있는데, 한주인집여성이가정부에게‘탁자위 에 먼지가있다’라고 말할때, 그주인은무언가를말하고, 그의말에포함된 단어들은 무언가를의미한다는것이다.
그녀의말을이해하기위해서는그녀 가 쓴단어의의미를알필요가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면서 실제 무엇을 행하고 있었는가’라는 물음에는 그녀가발설하는 단어들의단순한조합을통 해 형성되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문자적 의미를 넘어선 ‘무엇’이 담겨 있 다.
가령 그녀가 ‘탁자 위에 먼지가있다’라고 단순한 지식전달을하는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경고’라는 언행을 가하고 있다.
혹자는의미를넘어선그‘무엇’이‘의도’ 혹은‘목적’이라고 대답할수있 겠지만, 오스틴은 이를 발화효과 행위(perlocutionary act)로 설명하고, 발화 수반행위(illocutionary act)와 구분하고 있다. 가령, ‘경고’를 통해 그로 하여 금당장탁자를닦으라는의도로말한것일수있고, 아니면단순히가정부를 나무라는의도일수도있고, 아니면별의도없이말한것일수있다.
흔히발 화효과 행위는 발화의 의도된 효과와 관계된다고 보지만, 발화수반 행위는 의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발화 자체(혹은 텍스트)로부터 바로 화자 개 인의‘의도’를 알기는 상당히어렵고, 오스틴에의하면거의불가능하나, 발화 수반 행위에 대해서는어느정도복원이가능하다.
예를 들면, 저 주인집 여 성은그의도야어떻든‘탁자위에먼지가있다’라고말하면서, 가정부에게무 언가를 행하고있다.
가정부가 저말을이해한다는것은집주인과가정부사 이의 모종의 규칙(언어적 관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中庸」 텍스트에 화행이론이라는방법론적접근을예로들어보자. 우선, 「 中庸」 17장을 구성하고 있는 발화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첫 대목이 ‘子曰 舜 其大孝也與’의 공자의 말로 시작되는데, 어디까지를 공자의 말로 규정하느냐 의문제가있을수있다.
먼저, 저한문장만을공자의말로규정하고, 나머지 는그에대한「中庸」 저자의해설로간주할수있다.
아니면, 17장전체를공 자의말로이해할수도있다.
이문제가중요해지는이유는발화수반행위, 즉 발화를 하면서 발화자가 과연 무엇을 행하고있는지를밝히는데중요한단 서가 되기때문이다.
「中庸」 17장에서 “大德者, 必受命”이라는 문장을 보자.
만약 발화자가 공자 라면, 그리고 「中庸」 자체가 공자의 생전의 말들을 일부옮겨놓은언행록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여러 차례의 정치적 좌절에도불구하고, 정치 적지위획득을향한공자의야심을읽어낼수있다.
만약, 화자가공자의손 자인자사라면, 공자사후의특정시점에서우리는저화자의발언자체가공 자의 완전성에상처를낼수있다는점에주목할수있다.
한대이후주석가 들 대부분이이구절에서공자의완전성에대해해명하고있지만, 실제자사 가 살던시대에는 공자라는 인물에대한현대적평가와는달리큰문제거리 가 되지않았을수있다.
즉, 「中庸」의 화자에게는 공자의 득위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않았고, 심지어고려의대상이아니었을수있다. 뒤에보게되겠지 만, 정약용의 경우 이 대목에서 발화자를 구분하고, 발화자의 발화시점에 주 목하고 있다.
우리는 화행이론을 통해서 정약용의 해석 방식이 진술의 진위 여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발화자의 발화수반행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발화 행위에 대한이해의차이를통해우리는그들해석을지배하 는 당대의규칙(관습)을 복원해볼 수 있다.
오히려 형식적 논리나추론의명 료화와 정당화를 중시하는 서양의 텍스트보다 論語나 孟子등 언행을 기 록한동양의고전텍스트들에오스틴의‘발화수반행위개념’의적용이적절할 수있다.
본문에서는「中庸」 해석에서중요한세주석가의서로다른접근방 식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Ⅲ. 「中庸」 해석의 세 시점(Three Moments)
「中庸」 17장은 덕과 명이 명시적으로 “大德者, 必受命”이라는 문장에서 강 한문법적표현[必]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실17장 자체는 뒤에서자세히살펴보겠지만, ‘순임금의 효성’(“舜其大孝也與!”)을 찬미하면서 전개되고, 또 내 용의 대부분이 순이라는 인물에 국한되어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수사적 인표현으로, 즉논리적으로엄밀한의미구조분석이요구되진않지만, 흥미 롭게도 이 구절에 대한주석가들의 해석은 전혀다른맥락(context)에서 진 행되었다.
그들은 모두 예외없이내용의외적인정보와관련된해명, 즉‘공 자라는실존인물의정치적실패’를해명하는데에집중하고있다.
우리는주 석가들의 이러한해석경향이단순한논점일탈인지, 아니면다른뜻이함축 되어 있는지에 대해 정당하게물을수있다.
이에, 위 텍스트에 대한 이해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드러낸다고 생각되는 ‘세 시점’(Three Moments)인 고주, 주희, 정약용에 주목하여 어떠한 개념적 변형이 상호간이루어지고있는지살펴볼것이다.
여기서비교분석을위해 중요한 단위 개념들은 다음의 세 가지, 즉 성인(聖人), 그리고 ‘덕’과 ‘명’이 다.
일차적으로 순임금이 성인인가에 대해서는 도덕성과정치적지위모두를 가졌다는(가졌다고 믿어지는) 점에서 그들중어느누구도달리의심하지않 았다.
다만, 정치적으로 득위하지못한공자가과연성인일수있느냐에대해 서는 하나의 문제로 부상하였음이 분명하다.
위에서제시한세시점의주석가들은단순히中庸 17장을주석하면서뜻 풀이작업을하고있는것이아니다.
우리는그들이유학경전에대한해석에 있어 그들 나름의 체계를 세운 당대의 지식인이었단 사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에 첫 번째, 그들이 어떻게텍스트자체를독해하고있는지, 가령텍 스트자체안에서의미분석을하고있는지, 아니면다른역사적맥락을결부 시켜 해석을 시도하고있는지등이밝혀질수있을것이다.
둘째, 세시점의 주석가들은 모두 텍스트 자체의자·구 해석에서 벗어나, 고주에서 제시한 한 담론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이를 통해 발화자(공자) 및 그의 말을 인용하는 「中庸」의 저자의 의도를 분석하여 밝힐 수 있다.8)
8) 「中庸」은, 대부분의 선진시기 문헌들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저술 시기 및 저자에관해학자들간의불일치가심한텍스트중하나이다. 앞서보았지만, 「 中庸」에 대해 가장 이른 서지(書誌) 사항을 알려주는 사료인 史記「孔子世家」는 소대례기 가운데 「中庸」이 자사의 저작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후에 자사의저작임을확인해주는위문헌들에대해동의혹은동의하지않는방식으로학자들은자신 들의입장을전개해왔다.(1) 동의하는 입장에서도, 「中庸」이란 저술이 온전히 자사 한 사람의작품이냐아니면다른‘자사지유(子思之儒)’과 ‘맹씨지유(孟氏之儒)’의 종 합이냐, 또 종합이라면 어떤구절이선진시기의작품이며, 진말(秦末)의 작품인지에 대해 논의가 일치하지 않는다.먼저, 풍우란은 「中庸」이 자사가 원래 지은 부분과 후대유자들이덧붙인부분이혼재한다고주장한다.이에漢書「藝文志」에서 소개 된 子思 23편의 일부가 「中庸」에서 자사가 지은 부분일 수 있으며, 나머지 후대 덧붙여진부분은위에서「中庸說」 2편의부류라고주장한다. (풍우란, 中國哲學史 上, 서울:까치글방, 1999, 587) 이에 대해 서복관은 「中庸」이 論語와 孟子 사이 에 위치하는 작품이라고 본다.(2) 동의하지 않는 입장으로 宋의 구양수나 淸의 최 술등은「中庸」이란텍스트의어세(語勢)가 공·맹의 사상과매우 다르기에무관하다 고 주장한다.(崔述, 卷三 「洙泗考信餘錄」, 崔東壁遺書, 上海古籍出版社, 1983, 39 7) 또, 이유는 다르지만 전목의 경우는 「中庸」이 노·장 특히 장자의 사상과 관련 이 깊다고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후에 서복관의비판을 받기도한다.
1. 고주의 시점
中庸 제17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덕을 가진 ‘성인’은 정치적 지위를 가진 ‘천자’라는 지위와 병렬적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있다.
그렇다고 도 덕적의미의덕(德)과 정치적의미의존(尊)이의미상서로배타적이라는의 미는아니다.
위구절은두가지요소를모두가지고있었던순임금을묘사하 는 대목(“舜其大孝也與!”)이기 때문이다.
즉 순은 ‘덕스러움’의 측면에서 ‘성 인’이었을 뿐 아니라, ‘존귀함’의 측면에서 ‘천자’의 지위도 획득한 인물이다. 문제는 다음 구절에 있다.
그러므로 큰 덕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그 지위를 얻으며, 반드시 그 봉록을 얻 으며, 반드시 그 명성을 얻으며, 반드시 그 수명을 얻는다. 9)
9) 朱熹, 「中庸章句」, 四書章句集注, 北京: 中華書局, 2015, 25. “故大德必得其位, 必 得其祿, 必得其名, 必得其壽.”
독특하게도 이 구절에대한주석가들의해석은예외없이‘순’이 아닌 공자 라는 인물에 그논의의초점이맞춰져있다.
이유야어떻든, 위구절은유학 경학사에서 해명하기 어려운 난점을 야기하였는데, 왜냐하면 위 논리대로라 면 인륜의사표인공자가정치적지위를‘필히’ 획득할 수 있었어야 했기 때 문이다.
아니면, 공자는 대덕자가 아니라고 해야할 테지만, 당연하게도 대부 분의 주석가들은 공자가 대덕자였다는 점에대해서는 의심하지않았다.
우선, 禮記正義에서 위 구절에 해당하는 공영달의 풀이[疏]를 살펴보자.
“故大德必得其位”는 그 덕의 큼이 천하를 덮어 기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에 걸맞은지위를얻는다.’라고 한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자는큰덕을지녔 으나 그지위가없어왕록(王錄)에응하지못하니, 비록큰덕을지녔더라도 그 지위가 없기 때문이다. ≪孝經緯≫〈援神契〉를 살펴보면 “공구(孔丘)는 법도를제정할때, 검푸른색을주로하고청황색으로교체하지않았다.”라고 하였으니, 공자는 흑룡(黑龍)의 정기(精氣)에 감응하여 태어났기 때문에 주 (周)나라 왕가 목덕(木德)의 청색으로 교체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春秋緯≫〈演孔圖〉에 또 “성인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지 않으 니, 반드시 제정하여 하늘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있다. 공구는 목탁(木鐸) 이 되어천하의법도를제정하였다.”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必得其壽”는 순 임금에 의거하여 말한 것으로, 부자(夫子)가 장수하지 못한 것은 애쓰고 근 심하였기 때문이다.10)
‘큰 덕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그 지위를 얻는다’라는 대목에서, 공영달은 ‘공자’라는 인물을 끌어들여 해명을시도하고있다.
공자는큰덕을지녔지만, 그에 걸맞은 지위를 얻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공영달은 ≪孝經緯 ≫〈援神契〉라는 참위서11)를 인용하면서 공자가 ‘법도를 제정’했다는 말을 덧붙이고있는데, 이는공자에대한일반적평가와다를뿐아니라, 中庸의 다른 구절, 즉 28장에서 “천자가 아니면 예를 논의하지 아니하고, 제도를 제 정하지 않으며 문자를 고정하지 아니한다”라는 대목과 상충하는 문제가 있 다.12)
10) 鄭玄·孔穎達, 禮記正義(十三經注疏整理委員會), 北京: 北京大學出版社, 2000, 1 677. “○‘故大德必得其位’者, 以其德大能覆養天下, 故‘必得其位’. 如孔子有大德而無 其位, 以不應王錄, 雖有大德, 而無其位也. 案援神契云, ‘丘爲制法, (上)[主]黑綠, 不代 蒼黃.’ 言孔子黑龍之精, 不合代周家木德之蒼也. (孔演)[演孔]圖又云, ‘聖人不空生, 必 有所制以顯天心. 丘爲木鐸, 制天下法.’是也. ‘必得其壽’者, 據舜言之, 而夫子不長壽, 以勤憂故也.”
11) 효경원신계(孝經援神契)는 효경위(孝經緯)의 일종으로, 수서(隋書)「경적지(經籍 志)」에 7권이 있다고 적혀있다. 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악기․효경에 대한 위서가있으므로칠위(七緯)라고 일컬어진다. 수 양제(隋煬帝) 때에 불태워 없 앴으므로 지금은 전해지지않는다. 자세한내용은다음을참조. 安居香山·中村璋八, 緯書集成, 河北: 人民出版社, 1994, 988.
12) 위 언급은 17장 자체만으로는 이해가가능하지 않으며, 당의공영달의언급이춘추 전국시기에 유행한추연의오덕종시설의영향, 더정확하게는추연의오행상극설이 아닌유향의오행상생설에영향을받고있다는점을전제로할때에야비로소이해 가능하다. 한편, 추연에 대한 생존연대고증은서복관의논의가자세한데, 그는사 마천의 史記 「孟荀列傳」을 인용하면서, 추연은 맹자와 거의 동시대이자 이후 사 람이라고 보고 있다. 서복관, 西漢思想史, 卷二, 學生書局, 1976, 5∼8쪽.
바로 다음에 공영달은 다른 참위서인 ≪春秋緯≫〈演孔圖〉을 인용하 면서 ‘법도를 제정’한다는 말을 ‘장차 목탁으로 삼음’(“天將以夫子爲木鐸”)이 라는 論語 구절13)와 결부시켜 해석하고 있으나, ‘술이부작(述而不作)’을 말하는 공자가 ‘제작자(制作者)’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고 있지 않다.
13) 論語注疏에서 공안국은 木鐸을 ‘政敎’를 베풀 때에 흔드는 도구로설명하고있다. 나아가 위 구절은 하늘이 공자에게 ‘법도’를 제작하도록 명하여, 천하를 호령하게 할것임을말한것으로설명한다.(孔曰: “木鐸 施政敎時所振也, 言天將命孔子制作法 度以號令於天下.”) 또한 형병의 풀이(疏)에서는 夫子는 덕이 있으므로 하늘이 장차 부자에게명해禮樂을제정하게할것임을밝힌것으로보았다. (正義曰:“此章明夫 子之德, 天將命之使其定禮樂也.”)
이 구절자체에대한공영달의언급은 크게두가지로해석해볼수있다.
첫째, 정치·사회적인 입법자의 지위에 한정하지 않는다면 예악을 제작한다는 의미를 보다 유연하게해석할 여지가생긴다.
즉, ‘공자가 천하의 법도’를 제 정했다‘는 의미는 정치·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입법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예악 에 대한이론의합당한권위를얻게되었다는뜻으로다소순화해서이해할 수있다.
물론, 이러한 ‘작(作)’ 개념에 관한 해석 가능성자체가정치지형의 역사적 변화를반영하고있는것으로볼수도있다.
금문경학가들은보다강 하게 육경자체뿐아니라, 예악까지도공자가제작하였다고보았다.
둘째, 위 구절 자체를 당위적인언급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즉, 공자라는 대덕자는 반 드시 지위를 얻을 수있어야만 한다(혹은 했다)는 식의 해석이다.
論語의 ‘목탁’이 위(衛)나라 의읍(儀邑)의 봉(封)의 경계를 맡아 지키는 자가 공자에 게 예언하듯 던진 말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더라도 공영달이 명시적으로‘(공자가) 천하의법도를제정했다’고말한의도까지 는 설명되지 않는다.14)
中庸 제17장의 마지막 구절을살펴보자.
詩經의 인용된부분을제외하 면, 두 부분으로 요약할 수있다.
하나는‘하늘이 만물을생성함은반드시그 자질[材]에 따라 두텁게해준다’라는것, 다른하나는‘꼿꼿하게선것은북돋 아주고 축늘어져시든것은엎어버린다’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天]이 만물을 생성함은 반드시 그 자질에 따라 두텁게 해준다. 그러므로 꼿꼿하게 선 것은 북돋아주고 축 늘어져 시든 것은 엎어버린다. ≪詩經≫ 에서 말하였다. ‘아름답고 즐거운 군자의 크게 드러난 아름다운 덕이로다. 백성을 잘 기르고 사람에게 알맞은 벼슬을 주기 때문에, 하늘에게 봉록을 받았도다. 편안 하게 도와 그에게 명령하고, 하늘로부터 거듭 내려받았도다.’ 그러므로 큰 덕을 지 닌 사람은 반드시 천명을 받는다.15)
14) 청말의 章太炎(1869∼1936)은 莊子「天道」의 구절인 “以此處上, 帝王天子之德也., 以此處下, 玄聖素王之道也.”에 근거하여 당시 莊子는 공자가 스스로를 ‘素王’으로 호칭하였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春秋左傳讀」, 章太炎全集, 上海: 人民出版 社, 1982, 59. 한편, 위 구절에 대해 晉의 郭象은 ‘도가 있으나, 작위가 없는 자’를 素王이라말하고있고, 唐의成玄英은구체적으로老君과尼父, 즉공자만이아니라 노자도 素王으로 말하고 있다. 「天道」, 莊子集釋中, 北京: 中華書局, 2012, 495.
15) 禮記正義(十三經注疏整理委員會), 北京: 北京大學出版社, 2000, 1676~1677. “故天 之生物, 必因其材而篤焉. 故栽者培之, 傾者覆之, 詩曰 嘉樂君子, 憲憲令德! 宜民宜 人, 受祿于天. 保佑命之, 自天申之! 故大德者必受命.”
첫부분에대해서정현은주를달면서“재(材)는그질성(質性)을이른다.” 고 설명한다. 이는 재질, 즉 타고난 바탕을의미하는데, 그는 이어서 “독(篤) 은 두텁게함이다.
선한 사람은 하늘이그복(福)을 두텁게 해주고, 악한 사 람은하늘이그독(毒)을두텁게해주니, 모두그근본[本]을따라해줌을말 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현은 선악(善惡)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각각 복과 독(혹은 화)과 결부시키면서, 그 중재자로하늘[天]을 언급하고있는것이다. 공영달의풀이[疏]도 크게다르지않다.
그도재를‘질성’으로해석하고있다.
다만 보다자세한설명을덧붙이고있는데그는정현처럼선을복으로, 악을 독으로 귀결 짓고있으며, 그러한 실례로 전자는 순·우를 후자는 걸·주를 언급하고 있다.16)
두 번째부분은부여받은 자질에따라‘행함에 착실한 것’은 북돋고, 부실 한 것은언제든엎어버림을말하고있다. 정현은‘재(栽)’를 초목에 비유하여 꿋꿋이 서있다[植]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을뿐, 이 대목을 앞부분과연결해 서 해석하고 있지는 않다.17)
하지만 공영달은 이를 앞의 대목과 연결 짓고 있다. 즉, 그는 재에 대해서도 ‘식’으로 옮기고 있으나, 이에 대한 설명에서 “도덕이 저절로 풍성하게 잘 불어나면 하늘이 이어서 북돋아줌을 말한 것이 다.”라는 해석을 달고 있다. ‘재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도덕이 풍성하게 자 라남”(道德自能豐殖)으로 명시함으로써, 이 구절이 전체적으로 ‘도덕’과 그로 인한 ‘화복’을 하늘[天]이 중재함을 분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18)
그렇다면 앞서 해결되지 못한 질문, 즉 공자가 정치적 지도자로 득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대목에서 위 해석자들은 하늘[天]이 자질에 따라 북돋아 두텁게 하는 중재자적 역할을 한다고 했으니, 그가 정치적으로 성공 하지 못했던 이유는 자질이부족해서라고 보는것일까?
아니면 자질은 충분 했으나, 중재자인 하늘의 보다 은밀한 뜻(혹은 개입)19)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일까?
16) 禮記正義(十三經注疏整理委員會), 北京: 北京大學出版社, 2000, 1677. “○‘故天之 生物, 必因其材而篤焉’, 材謂質性也. 篤, 厚也. 言天之所生, 隨物質性而厚之. 善者因 厚其福, 舜禹是也, 惡者因厚其毒, 桀紂是也. 故四凶黜而舜受禪也.”
17) 같은 책, 1676. “栽는 殖과 같다. 培는 보탬(益)이다. 지금 사람들이 초목의 꼿꼿히 섬을이름하여栽라하고, 담을쌓으며, 판자를세우는것을또한栽라말한다. 栽는 무성하다고 하기도 한다. 覆은 폐기함[敗]이다.”(“栽, 猶殖也. 培, 益也. 今時人名草 木之殖曰栽,築牆立板亦曰栽,栽或爲玆,覆敗也.”)
18) 같은 책, 1677. “‘栽, 殖也. 培, 益也. 言道德自能豐殖, 則天因而培益之. ‘傾者 覆之’ 者, 若無德自取傾危者, 天亦因而覆敗之也.”
19) 뒤에 보게 되겠지만, 정약용은공자가득위하지못한이유를하늘의뜻이작용된결 과로 본다. 참고로 정약용철학에서하늘은보다적극적으로인간사에드러나는초 월자, 즉 상제로 묘사되고 있다.
그들은 당시에 지배적이던 음양오행설이라는 우주론을 통해 이 두 가지 요소, 즉 ‘도덕’과 ‘화복’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바꿔말하면, 이러한 해석 양상은당시의복잡한왕조의 변화, 그리고 공자라는 성인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한 당시 지식인의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도 볼수있다.
앞서 中庸 제17장에서 ‘大德者必受命’에 대한 고주를 분석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위대목을정당화시켜나가는지를확인할수있었다.
그들최초의주 석은 이후의 유학자들에게 하나의 담론, 즉 ‘공자는 왜 득위하지 못하였는 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으며, 이 물음은 후대의 주석가들이 반드시 대 답해야할 물음처럼 여겨졌다.
우리는 발화행위이론을 통해서 고주의 주석가 들이발화자의발화행위자체에주목하는것이아니라, 진술의진위여부, 즉 발화의 내용이참인지거짓인지에보다초점이있음을확인할수있었다.
따 라서 당시지식인들은 저명제를참이도록하는우주론확립에주목하는양 상을 보였다.
다음 장에서는 주희와 정약용이 어떻게 이러한 물음을 해결하 고자 했는지, 또 그들은이구절을각각어떤방식으로해석해나가고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2. 주희의 시점
먼저中庸 제17장에 대한주희의해석을살펴보자. 中庸章句에서는 이 에 대해별다른 해석을 하지않고있으나, 中庸或問에서는 비교적 자세한 논의를 하고 있다.
우선 그는 中庸章句에서 ‘재’를 앞의 고주의 해석자들과 동일하게 재질 [質]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독특한 것은 북돋고[培], 엎어버림[覆]에 대한 해석에 기라는개념을끌어오고있다는점이다.
주희는“기가 지극하여 번식 하면 북돋게 되고, 기가 뒤돌아 유유히 흩어지면 엎어진다(氣至而滋息爲培, 氣反而游散則覆).”라는 해석을 달고 있다.
위의 해석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 지 않다.
아래 中庸或問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20)
20) 中庸或問, 朱子大全6,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2, 576. “或問十七章之説. 曰: 程子, 張子, 吕氏之説備矣, 楊氏所辯孔子不受命之意, 則亦程子所謂非常理者盡之. 而 侯氏所推以謂舜得其常, 而孔子不得其常者, 尤明白也. 至於顔, 跖壽夭之不齊, 則亦不 得其常而已. 楊氏乃忘其所以論孔子之意, 而更援老聃之言, 以爲顏子雖夭而不亡者存, 則反爲衍說, 而非吾儒之所宜言矣. 且其所謂不亡者, 果何物哉? 若曰天命之性, 則是古 今聖愚公共之物, 而非颜子所能專, 若曰氣散而其精神魂魄猶有存者, 則是物而不化之 意, 猶有滯於冥漠之間, 尤非所以語顏子也.”
정자, 장자, 여씨의 설이 갖추어진 것 같다. 공자가 명을 받지 못한 뜻에 대한 양씨의 논변은, ‘항상된 리(理)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지극하다. 그리고 후씨가 ‘순은 그 항상됨을 얻었다’고 일컬은 바로써 미루어보면, 공자가 그 ‘항상됨’을 얻 지 못한 것이 매우 명백하다. 안연과 도척의 수명이 같지 않았던 것은 또한 항상됨 을 얻지 못했을 뿐이다. 양씨가 이에 공자를 논하는 소이를 잊고서, 다시 노담의 말을 받아 ‘안자가 비록 요절 했으나 없어지지 않고 존재한다’라 한 것은, 곧 도리 어 지나친 설명이며 우리 유학에 적절한 말이 아니다. 또한 그 없어지지 않다는 것 은 과연 어떤 대상을 일컫는 것인가? 만약 천명(天命)의 성(性)이라면, 곧 옛날과 지금의 성인(聖人)과 우인(愚人)의 공공의 물(物)이고, 안자가 전유할 수 없는 것 이며, 만약 기는 흩어지지만 그 정신과 혼백은 존재한다고 말한다면, 이 대상은 변 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아득하고 황홀한 가운데에 체류한다는 것은 더욱더 안자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주희는당대의학자인양씨와후씨의설을검토하고있다.21)
21) 여기서 양씨와 후씨는 정자의 제자인 양시(楊時), 후중량(侯仲良)이다. 석돈이 편집 한 中庸集解에 그 외 주자(周子), 이정자(二程子), 장자(張子), 여대림(吕大臨), 사 량좌(謝良佐), 유작(游酢), 윤돈(尹焞) 등 총 10명의 학자들의 설이 담겨 있는데, 주 희는 여기에中庸集解 序를 쓰고, 후일 번잡한내용등을산정하여中庸輯略로 엮어낸다. 주이존(朱彞尊)의 經義考에 楊時의 「中庸解」는 宋志에 ‘일권(一卷)’이 존재한다고기록되어있으나보이지않는다[未見]고적고있다. 中庸章句 서(序)에 는 석돈의中庸集解에 집록된 내용들은 문인들의 기록이라숨겨진뜻[微言]이 드 러나지 않았고, 또한 문인들이스승의말을배척하고, 노불(老佛)에 뒤섞여진 것 또 한 있다고 말하면서, 그 번잡한 내용들을 삭제하고 中庸輯略으로 명명한다고 적 고 있다. 或問에 인용된 양씨의 글은 현재 남아 있지않지만, 후씨의글은中庸 輯略에 일부 남아 있는데, 아마도 석돈의 中庸集解에는 10명의 학자의 설들이 모두 담겨 있었을 것이다. 或問에서 인용된 후중량의 글은 다음과 같다. “位·祿· 名·夀 必得者, 理之常也. 不得者, 非常也. 得其常者, 舜也. 不得其常者, 孔子也.” 자 세한 내용은다음을참조. 影印文淵閣四庫全書, 第一九八冊, 臺灣商務印, 586.
그들 은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의 요절(夭折)과 희대의 사기꾼인 도척의 장수(長 壽)가 왜다른지에대해묻고서노담의설, 즉안연은일찍죽었지만, ‘없어지 지 않고존재한다’라는 식으로 안연의 요절을 해명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없 어지지 않고 남아있는것은도대체무엇인가?
주희는가능한두가지의대답을 비판하고 있다.
첫 번째는 ‘천명(天命)의 성(性)’,
두 번째는 ‘정신(精 神)과 혼백(魂魄)’이다.
첫 번째 경우인 ‘천명의 성’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안연 뿐 아니라, 모든이가동일하게품부한것이‘천명의성’이기때문에그에게만해 당하는 것일 수없다는것이다.
당연히 죽은 이후에도남아있는안연의‘무 엇’은 ‘천명의 성’일 수 없다.
두 번째 경우인 ‘정신과 혼백’도 부적절한데, 인 간이죽어서기가흩어진이후에도변하지않고남아있다는것, 그리고그것 이 ‘아득하고 황홀한 때’[冥漠之間]22)에도 체류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이는 주희를 포함한 성리학자들이 마음의 혼백을 기의 차원에서 이해하려고 했음을 알수있다.
달리 말해, 기가 흩어져사라지면 정신과 혼 백도 사라져 버린다고 본것이다.23)
그곳에 안연의 무엇이 남아 있을 리 없 다는 것이다.
이는 주희의 사후세계관의 일단을 보여준다.
인간이 사후에도 형태를 유지하는가, 아니면 사라지고 없어지는가 등의 물음에 그는 기가 흩 어져 안연이라는 개체성이 소멸되어 버린다고 본것이다.
후씨가 ‘공자는 그 항상됨을 얻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좋지만, 그러나 ‘하늘이 이미 공자를 북돋았다’라는 데에는 자기모순이 있음을 면할 수 없다.
아마도 ‘덕으 로 성인됨’은 본래 공자가 꼿꼿이 선 까닭[所以]이며, 봉록, 지위, 수명에 이르러서 는 하늘이 공자를 북돋는 것이 마땅한 바[所當]이나, 기수(氣數)의 쇠함에 이르렀 기에 이로써 비록 그것을 북돋고자 하나 이를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이는 또한 그 항상됨을 얻지 못했던 것인데, 어찌 한갓되이 이설로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24)
22) 朱子語類, 朱子大全14,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2, 169. “或問鬼神. 曰: ‘且類 聚前輩說鬼神處看, 要須自理會得. 且如祭天地祖考, 直是求之冥漠. 然祖考卻去人未 久, 求之似易.” 先生又笑曰: “如此說, 又是作怪了也.’” ;
23) 朱子語類, 朱子大全14,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2, 163. “問魂魄. 曰: ‘魄是一 點精氣, 氣交時便有這神. 魂是發揚出來底, 如氣之出入息. 魄是如水, 人之視能明, 聽 能聰, 心能强記底. 有這魄, 便有這神, 不是外面入來. 魄是精, 魂是氣;” 39:18, “問: “天地之化, 雖生生不窮, 然而有聚必有散, 有生必有死. 能原始而知其聚而生, 則必知 其後必散而死. 能知其生也, 得於氣化之日, 初無精神寄寓於太虛之中; 則知其死也, 無 氣而俱散, 無復更有形象尙留於冥漠之內.” 曰: “死便是都散無了.’” 24) 「中庸或問」, 四書或問,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1, 75. “侯氏所謂孔子不得其常 者善矣, 然又以爲天於孔子固已培之,則不免有自相矛盾處. 蓋德爲聖人者, 固孔子之 所以爲栽者也. 至於禄也, 位也, 壽也, 則天之所當以培乎孔子者, 而以適丁氣數之衰, 是以雖欲培之而有所不能及爾, 是亦所謂不得其常者, 何假復爲異説以汩之哉.”
그러면서 주희는 공자가 큰덕을지닌성인이지만, 봉록, 지위, 수명을 얻 지못한것이기수(氣數)의쇠함때문이라고말한다. 이대목에서는‘기수(氣 數)의 쇠함’이 과연 무엇을말하는지는알기어렵지만, 공자가정치적지위를 얻지못한까닭을‘기’와관련시키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이는앞서中庸 章句에서 ‘기지(氣至)’와 ‘기반(氣反)’, 즉 ‘기의 순환적 유행’을 표현한 대목 과도 유사하다.
위 주희의저술들에는그가말하는‘기’가 어떻게 인사(人事) 에 작용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아래에서 살펴볼 朱子大 全의 편지글(「答鄭子上」)25)은 주희의 생각을 자세히 드러내주고 있다.
먼저 정자상은 주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의 생명에 장수와 요절이 있으니 기(氣)요, 어질고 어리석음 역시 기(氣) 입니다. 장수와 요절이 기(氣)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생명을 받음은 균일하지만 안 자와 도척처럼 같지 않음이 있는 것이며, 어짊과 어리석음이 기(氣)로부터 나오는 때문에 균등하게 선한 성(性)을 품수받았건만 요(堯)와 걸(桀) 같이 혹 다름이 있 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건대 천지의 사이엔 단지 하나의 기(氣)가 있 을 뿐이니, 장수와 요절이 되는 까닭도 이 하나의 기(氣)에 있고, 어짊과 어리석음 이 되는 연유도 또한 이 하나의 기(氣)에 있습니다. 지금 도척은 지극히 우매하지 만 오래 살고 안자는 매우 현명한데도 요절하는 것을 보건대, 이와 같다면 곧 장수 와 요절의 기(氣)와 어짊과 어리석음의 기(氣)는 아마 다른 것 같습니다. 명도(明 道)가 정소공(程邵公)의 묘에 기록하기를 “그간 만나보는 것이 힘들었으니, 그 수 명이 혹 길지 못하는 것 또한 마땅하다. 내 아들이 그 기(氣)의 정일(精一)함을 얻 었으나 목숨에 국한이 있었던 것인가!”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자세히 음미해 보 면, 기(氣)에는 맑음과 흐림이 있고 길고 짧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기가 맑은 사람 은 실로 어진 이가 되지만, 비록 맑다 할지라도 짧은 까닭에 목숨이 또한 단명한 것입니다. 기가 흐릿하면 실로 우매한 자가 되나, 비록 탁하다 할지라도 길기 때문 에 그 수명이 장수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러한지 모르겠습니다.26)
25) 이 글은 1191년(소희 2년, 신해, 62세)에 정자상에게 답한 편지이다.
26) 「答鄭子上」, 朱子大全23,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2, 2688. “人生有壽夭, 氣也, 賢愚亦氣也. 壽夭出於氣, 故均受生而有顔子․盜跖之不同. 賢愚出於氣, 故均性善而有 堯․桀之或異. 然竊疑天地間只是一氣, 所以爲壽夭者此氣也, 所以爲賢愚者亦此氣也. 今觀盜跖極愚而壽, 顔子極賢而夭, 如是則壽夭之氣與賢愚之氣容或有異矣. 明道誌程 邵公墓云:‘以其間遇之難, 則其數或不能長亦宜矣. 吾兒其得氣之精一而數之局者歟.’ 詳味此說, 氣有淸濁, 有短長. 其淸者固所以爲賢, 然雖淸而短, 故於數亦短. 其濁者固 所以爲愚, 然雖濁而長, 故其數亦長. 不知果然否?”
정자상은주희에게사람의생명뿐아니라어짊과어리석음등과관련된지 적능력이사람마다다른까닭이‘기’에있는것이아닌가묻고있다. 다만하 나의훌륭한‘기’라면 어진 기를타고난자가동시에짧은수명을타고난다는 것을설명하기어려우므로, 기에도‘맑고흐림’, ‘길고 짧음’ 등의 성질적차이 가 있는듯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안연은 맑은 기를 타고나 현명하였으나, 동시에 짧은기를타고나요절하게되었다는것이다. 이에대해주희는다음 과 같이대답하고있다. 이러한 설명이 좋습니다. 귀함과 천함, 가난함과 부유함 또한 이와 같습니다. 다만 삼대(三代: 하․은․주) 이상에서는 기수(氣數)가 순수하고 농후했기 때문에 기 (氣)가 맑은 사람은 반드시 후덕하고 반드시 장수하니, 성현은 모두 귀하고 장수 하고 부유했습니다. 그 아래는 이와 반대입니다.27)
27) 「答鄭子上」, 朱子大全23,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2, 2688~2689. “此說得之. 貴 賤貧富亦是如此, 但三代以上氣數醇濃, 故氣之淸者必厚必長, 而聖賢皆貴且壽且富, 以 下反是.”
정자상의 질문에 주희는 동의하면서, 귀천과 부귀도 또한 각기 다른 기의 영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마지막 부분인데, 삼대(하․은․ 주) 이상에는기수가순수, 농후해서기가맑은자가필히후덕, 장수하며, 성 현은 모두가 귀하고장수하며 부유하였다고 본다.
요컨대 주희는 기가시·공 간의제약으로인해인간개인에게달리적용된다고보고있다.
이논리를밀 고 나가면, 공자의 시대는 앞서언급된기수의쇠함때문에공자라는개인이 아무리 탁월한기를품부받아태어나도한계를가질수밖에없다.
이어서 아 래 대목은 주희의이기론이 中庸 제17장과 연결되어 설명되고 있다.
정자 상은 다음과 같이질문을이어가고있다.
천지의 사이에는 이(理)와 기(氣)가 있는데, 이(理)는 변함 없음이 항상되지만 기(氣)는 정해짐이 항상되지 않습니다. 中庸에 “대덕(大德)은 반드시 그 이름을 얻으며, 반드시 그 지위를 얻으며, 반드시 그 수명을 얻는다”라 하니, 理가 진실로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공자는 지위를 얻지 못하고, 안자는 일찍 요절했으며, 가난 한 선비가 늙어서 죽어도 실로 이름을 남기지 못함이 있는 것은 어찌 氣가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군자는 그 常道를 말하고 상도가 아 니면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건대 理가 앞서고 氣는 나중인데, 지금 理 가 이미 氣를 이길 수 없다면, 선하면 복을 얻고 음란하면 화를 입는다는 설을 징 험하지 못함이 태반이니, 어떻게 천지의 항상된 법도가 되겠습니까? 생각컨대 氣 는 비록 동일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또한 시대에 따라서 다른 것입니다. 요임금․순 임금․우임금은 성인으로 윗자리에 있으면서 천하를 공평하게 다스렸고, 온화함으 로 화합을 이끌어내니, 氣가 또한 순정하여 理를 따른 것입니다. 춘추․전국시대로 말하자면 형벌과 살육이 참혹하게 행해지니, 氣가 또한 그 시대를 따라 변화하여 理가 오히려 이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가 또한 人事와 관련된 곳이 아니겠습 니까?28)
28) 「答鄭子上」, 朱子大全,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2, 2690. “天地之間有理有氣, 理常不移而氣不常定. 中庸曰:‘大德必得其名, 必得其位, 必得其壽.’ 理固當如此. 然孔 子無位, 顔子夭死, 蓬蓽之士固有老死而名不著者, 豈非氣使之然耶? 故君子道其常而 不道其非常. 然竊疑理先而氣後, 今理旣不足以勝氣, 則凡福善禍淫之說不驗常多, 何以 爲天地之常經? 意謂氣雖不同, 然亦隨世而異. 堯․舜․禹以聖人在上, 天下平治, 以和召 和, 則氣亦醇正而隨於理. 如春秋․戰國之時, 刑殺慘酷, 則氣亦隨之而變, 而理反不能 勝. 此處亦當關於人事否?”
정자상은 리기론을 통해서 中庸 제17장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中庸 제17장의 세 가지 ‘필(必)’을 ‘리(理)’의 당연함으로 풀고 있다.
즉, 이치상 마땅히 큰덕을가진자가위의요소들을반드시갖게된다는것 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복선화음과 같은 원리가 필히 일어나는 것은 아닌 데이는모두‘기(氣)’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리고 앞서도 보았지만, 이 ‘기 (氣)’는 개인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제약되어 시대적으로도 서로 다르게작용한다. 또 우리는맑은기를품부한안연의요절을해명하기 위해‘기(氣)’를 여러 성질로 나누어설명하는대목을확인할수있었다.
바로 위대목에서는‘기(氣)’를 또한 시대적으로나누고있음을볼수있다.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공자라는인물은그자신의개인적기(즉, ‘재질’)의 열등함때 문에정치적지위를얻지못한것이아니라그저스스로결정할수없었던 시 대적제약때문에그렇게된것이다.29)
29) 주희는 위 정자상의물음에답하면서‘원기(元氣)’의희박함을언급하고있다. 「答鄭 子上」, 朱子大全, 上海: 上海古籍出版社, 2002, 2690. “此於前段論性命處已言之 矣, 雖是所感不同, 亦是元氣薄耳.”
이런해명은공자라는인물의완전성 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하늘[天]에 자의적/의지적(arbitrary)인 권한 을 부여하지않는설명방식이다.
왜냐하면하늘은곧리(理)와별개가아니 며, 리는 여전히 항상된 것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인간 및 인간사를 ‘기의 우연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무래도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 이다.
기는 성질상 항상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가 늘 일정하게 파악할 수있는성질의것이아니기에기를우리의인식능력으로파악하는것은현 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론적 한계는 당시 유학자들 에게는 큰고민거리가아니었을지모른다.
위에서논의를전개하는정자상도 군자는 다만 ‘상도(常道)’이냐 아니냐만을 고민하면 될 뿐이라고 말하고 있 다.
다음 장에서는정약용이어떻게위구절을설명하는지살펴볼것이다.
정 약용은 주희와 다르게하늘[天]에 자의적/의지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3. 정약용의 시점
정약용의 中庸 제17장 해석은 그의 저서인 中庸自箴과 中庸講義補 에서 살펴볼 수있다. 정약용은 공자라는 인물이 왜순임금의효(孝), 즉 그 의 덕성을찬미하고있는지, 또中庸의 저자는 공자의말을인용하면서왜 “大德者, 必受命”이라는 강한 문장을 발설하고 있는지에 대해, 가능한 대답을 시도하고 있다. 만약공자나공자의말을인용하여더욱명확하게발설하고있는「中庸」의 저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학의 제창자이자 인륜의 사표로 추앙된 공자라는 인물은 ‘덕(德)’에 있어서 크게 내세울만한 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된다.
당연 한 말이지만, 공자 사후의 많은 유학자들은 공자가 ‘큰 덕’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대해서의심하지않았다.
실제이구절에대해정약용은위문장을앞선 두주석가들처럼‘대덕자가명을받는가, 받지않는가’라는사실고증및해명 의차원에서이론을전개하고있지않다.
그보다는과연공자가, 또「中庸」의 저자가어떤맥락에서저렇게강한필연성을내포하는문장을사용하여강조 하고 있는지 그‘발화행위’ 자체에 주목하였다.
우선, 中庸自箴을 살펴보겠 다.
말하길, ‘큰 덕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그 지위를 얻으며, 반드시 그 봉록을 얻으 며’ 또한 말하길, ‘큰 덕을 지닌 사람은 반드시 명을 받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아마 도 중니에게 손상을 입힌다. 중니는 큰 덕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위를 얻지 못했으 며, 봉록을 얻지 못했으며, 명을 얻지 못했으니, 아마도 천도가 이에 이르러 크게 변한 것이다. 상고 이래로 성인이 아니면, 명을 받지 못했으니, 한고조는 덕이 없 음에도 명을 받았으니, 천도가 이에 이르러 과연 크게 변하였다. 앞선 유학자들은 ‘필득(必得)’과 ‘필수(必壽)’에 대한 의심이 매우 커서, 혹자는 ‘기수’를 말한다고 하고, 혹자는 《老子》【《或問》을 보라】를 끌어왔으나, 얽매임과 막힘이 심한 것이 다.30)
30) 中庸自箴(定本제6책, 254). “曰‘大德必得其位,必得其祿’,又曰‘大德必受命’, 蓋傷仲尼也。仲尼有大德,而不得位,不得祿,不受命,蓋天道至此而一變矣。上古以 來,非聖人不受命,漢高祖無德而受命,天道至此而果一變矣。先儒於‘必得’ㆍ‘必壽’ 之文,疑之太過,或謂氣數,或引《老子》,【見《或問》】 拘滯甚矣。”
위 정약용해석에서주목되는점은‘중니에게손상을입힌다’(傷仲尼)라고 말하는대목이다.
정약용은공자가큰덕을가지고있었으나, 위에서‘필득’으 로열거된대상을실제로얻지못했다고본다.
그는앞서고주에서보던해석 처럼, ‘필’의 의미를 폭넓게 적용하여 당위를 포함하는 식으로 난점, 즉 공자 라는 인물의 완전성이훼손되는 문제를 회피하지않는다.
그에 반해, 정약용 은 선배유학자들이‘필득’이나 ‘필수(必壽)’처럼 ‘반드시’[必]에 대한 의심이 커서‘기수’(앞서 본 주희의 해석)나‘노자’(안연은 죽었으나 없어지지 않았다 는 해석으로 양시(楊時)의 해석) 등의 잘못된 설을 주장하게 되었다고 진단 한다.
나아가, 옛날 상고 시절엔 성인이면 반드시 ‘명’을 받았다고 주장하면 서, 공자 때에 이르러서는 실제그러지못했는데그것은천도가변한까닭이 라는것이다.
어떤이유에서그천도가변했는지는설명하고있지않지만, 정 약용은 이후한고조(漢高祖) 때에는 덕이 없음에도 ‘명’을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면서, 이때에 이르러 ‘천도’가 또 크게 변했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정약용은 中庸 제17장에서 공자가‘명’을 받지 못한 이유를인간 차원에서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天道’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의 해석의 독특한점은공자에서한고조에이르기까지‘덕’과‘명’ 관계의역사적변천을 단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고조에 이르러서는 덕과 명의 인과적 관계가 완전히 와해된다.
공자시대까지만 해도 ‘덕’과 ‘명’에는 어느 정도‘약한’ 인과적 관계를가지고있었다. 즉, 공자에이르러서는덕이더이 상 명의충분조건은아니지만적어도필요조건이었다고본다.
하지만한고조 이후에는‘명’을 얻기위해서‘덕’이 더이상필요한조건이되지않았다.
그렇 다면 다음과같은물음을던질수있다.
과연‘덕’과‘명’의 관계에 영향을 주 는 그천도는무엇을말하는걸까?
이어지는대목을살펴보자.
기르고, 뒤엎는 이치 또한 하나로 대강 말할 수 없으니, 혹 처음에는 북돋다가 나중에는 엎어버리고, 혹 처음에는 엎어버리다가, 다시 일으켜 세운다. 부귀ᆞ귀천 ᆞ수요ᆞ현매는 들쭉날쭉 가지런하지 않으나, 군자로부터 그것을 보면, 모두가 일 치한다.따라서《易》에서 말하길 “천하는 돌아가는 곳은 같지만 길은 다르며, 이르 는 곳은 하나지만 생각은 백 가지로 다르니, 천하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걱정 하겠는가?”신권(神權)의 오묘한 작용, 보통 사람이 본래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경(經)에서 말해지는 것은 중니를 손상시키지만, 군자의 도를 이로써 기약한다 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31)
여기서주목되는것은‘명’의구체적인요소들로‘부귀ㆍ귀천ㆍ수요(수명의 길고 짧음)ㆍ현매(현명하고 어리석음)’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약용의 다른저술들에서는두가지천명, 즉위에서제시된명이외에부여된본성으 로서의명이조금다른형태로제시되고있다.32)
31) 中庸自箴(定本제6책, 254). “○栽培ㆍ傾覆之理,亦不可一槪說,或始培而終覆 之,或旣覆而復興之。貧富ㆍ貴賤ㆍ壽夭ㆍ顯晦,參差不齊,自君子而視之,則皆一致 也。故《易》曰:‘天下同歸而殊塗,一致而百慮,天下何思何慮?’ 神權妙用,衆人固 不得而知之矣。此經所言,傷仲尼也,非謂君子之道,以是爲期也。”
32) 論語古今註(定本 제9책, 400). “補曰 命,天之所以賦於人者,性之好德,是命 也,死生禍福榮辱,亦有命。不知命,則不能樂善而安位。【不能素其位】 故無以爲 君子。” ; 같은 책, 252. “案 《中庸》曰:‘天命之謂性。’ 《大學》曰:‘顧諟天之明 命。’ 朱子以性爲理,故遂以天命爲理也。雖然,賦於心性,使之向善違惡,固天命 也。日監在玆,以之福善禍淫,亦天命也。《詩》ㆍ《書》所言天命,豈可㮣之曰本心 之正理乎?《詩》云:‘畏天之命,于時保之。’ 若云‘畏心之理,于時保之’,豈可通 乎?”; 詩經講義(定本 제10책, 165). “臣對曰 《中庸章句》曰:‘性即理也。’ 此 云:‘命,天理也。’ 朱子之意,理一字兼包性ㆍ命。然天命有賦性之命,有得位之命。 永言配命,是永配得位之命也。恐與性理有間。”
論語古今註에서는사생ㆍ 화복ㆍ영욕으로표현되고, 또다른구절에서는‘복선화음’, 즉‘선과음’이라고 하는 도덕적가치와결부시켜도덕적실천의결과로써제시되고있다.
詩經 講義에서는 성리학에서 말하는 ‘명(命)’개념을 분석하면서, 주자의 뜻은 리 가 ‘성(性)ㆍ명(命)’을 포함함을 의미한다고 본다. 천명은 ‘부성지명(賦性之 命)’이외에 ‘득위지명(得位之命)’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명(命)’의 해석에서 中庸 제17장의 ‘大德必得位’ 대목과의 연계를 보여준다.
이로 보 자면, 정약용은천명가운데인간의본성이아닌다른천명에대해인간의외 적인 요소들(기질 포함33))을 망라하여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정약용은 명, 특히 ‘부귀ㆍ귀천ㆍ요수ㆍ현매’ 등 인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요소들과 덕사이에이둘의관계를주재하는‘신권’이있다고주장한다.
이‘신권’은과 연무엇인가?
정약용은어떠한이유에서성리학의‘천리’가‘성’과‘명’을모두 포함한다는 주장에 못마땅해한 것일까?
군자가 어두운 방에서 홀로 전전긍긍하며 악을 감히 행하지 못하는 것은 상제가 그에게 임함을 알기 때문이니 지금 명ᆞ성ᆞ도ᆞ교가 모두 하나의 리에 귀착된다 하니, 리는 본래 지도 없고 위능도 없는데 무엇을 조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는 가?34)
33) 論語古今註(定本 제9책, 285). “蘇紫溪云:‘此指天命之初,言性不必兼氣質。天 以繼善之理付之人,何嘗私厚一人,何嘗私薄一人?’ ○案 天至公無私。然有時乎特 生聖人,使之生而知之,非天厚於此人,將立之爲君師,以救萬民也。羲ㆍ農ㆍ軒ㆍ嚳 ㆍ堯ㆍ舜ㆍ禹ㆍ湯,豈非偏受帝眷者乎?觀於《詩》ㆍ《書》之美文王,文王亦偏受帝 眷矣。至若瘖聾癡獃之生,非天薄於此人,是其氣質有不齊,而亦天之所以運其微權 也。‘栽者培之,傾者覆之’,其微旨未可盡究。然其性皆相同,瘖聾癡獃,未嘗不好德 恥惡。”
34) 中庸自箴(定本 제9책, 233). “子處暗室之中,戰戰栗栗,不敢爲惡,知其有上帝 臨女也。今以命ㆍ性ㆍ道ㆍ敎,悉歸之於一理,則理本無知,亦無威能,何所戒而愼 之,何所恐而懼之乎?”
정약용은 ‘리’라고 하는 대상이 지각도 없고 위능도 없는데 어떻게 인간이 두려워할수있는대상일수있느냐고비판하고있다.
인간은‘상제’라는인격 신이우리에게임할수있기때문에상제를두려워한다는것이다.
또自撰墓 誌銘에서는 ‘태극’과 ‘상제’를 대비하면서, 실재하는 ‘상제’를 부각시키고 있 다.35)
상제라는 초월자는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뿐 아니라, 모든 능력에서 인간을 압도하기때문에두려움의대상이된다.
그에반해인간의지적능력 은이러한상제의능력을헤아리기에상당히제한되어있다.
앞서‘신권’은이 러한상제의권능과관계가있다고할수있을것이다.
정약용의中庸講義補 36)를 살펴보면, 정약용은 양씨·후씨에 대한 주희의 비판을 검토하면서 그 취지를 두둔하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주희의 주장 전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아니다.
정약용은주희의‘氣數’ 설을비판하면서 어떻게 공자이전인 문 왕[文]ㆍ무왕[武]의 시대에는 천지가 쇠락하지 않았는데, 덕이 있는 비간(比 干)ㆍ기자(箕子)ㆍ백이(伯夷)가 현세에서 그렇게 비참한결과를얻게되었는 가 반론하고 있다.
이는 앞서 보았듯, 공자가 득위하지 못한 까닭을공자 당 시의 쇠락한 기수때문이라고본주자해석에대한비판이다.
中庸自箴과 中庸講義補에 드러난 정약용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첫째, 정약용은 中庸 제17장에서 제시된 봉록, 지위, 수명 등과 관련된 ‘명’의 요 소를 확장하여 ‘부귀ㆍ귀천ㆍ수요ㆍ현매’ 뿐 아니라 사생ㆍ화복ㆍ영욕 등 인 간의 행복을결정하는주된요소들로망라하고있다는점이다.37)
35) 自撰墓誌銘【集中本】(定本제3책, 277). “然恐懼戒愼,昭事上帝,則可以爲仁, 虛尊太極,以理爲天,則不可以爲仁,歸事天而已。”
36) 中庸講義補(定本제6책, 321). “御問曰顔子雖不得壽,可謂死而不朽,孔子雖不得 位,可謂天固培之,則楊氏ㆍ侯氏之說,不害爲反覆發明,而朱子深非之者,何也?後 儒以過奇險怪,至斥朱子之解經,誠妄矣,而朱子所論,亦或有更合商量者耶?○臣對 曰楊氏引老子之言,謂顔子死而不亡,侯氏引孟ㆍ朱之言,謂孔子自得天爵。雖其言不 悖於正理,然經文之意,斷不在是。此朱子所以斥之也。仲尼祖述堯ㆍ舜,憲章文ㆍ 武,而不得祿位。經文之意,傷仲尼也,本當活看。又若以氣數爲說,則文ㆍ武之世, 天地不衰,而比干剖心,箕子囚奴,伯夷餓死,抑又何理?大抵君子之道,爲善而已。 祿位名壽,非君子之所期也。故朱子《章句》,略而不論,亦朱子精微處也。”
37) 天命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분별하는 정약용의 논의에서또다른주목할만한특징은그가도덕적행위와관련있는인간자신의선택과책임을강조하고있다는점 이다.즉 인간의 ‘樂善恥惡’하는 본성을 부여받아 태어나는데, 이는 나면서 선과 악 이결정되는것이아니라, 자기자신의선택과실행을통해이루게되는것이다.그 의 독특한개념인‘自主之權’, 즉 스스로 주인일 수 있는 권한은 이러한 측면을 잘 드러내 준다.달리 말하면, 인간의 선택과 권한을 벗어나는 영역은 상제의 권능에 맡겨버리고, 전적으로도덕이라는영역에인간의책임을국한하고있는것이다.‘德’ 과 ‘命’(본성이 아닌 天命)은 ‘자기 행위의 선택과 권한’을 기준으로도 구분이 된다 고 말할수있겠다.덕은스스로이룰수있지만, 명은불가하다는것이다.
둘째, 도덕 과 ‘봉록, 지위, 수명’ 등의 관계에 대해 그는 역사 변천의 단계적 분석을 가 하고 있다.
즉, 두 요소 간 인과적필연의관계가점차완화되다가 붕괴되는 과정으로 그려지고 있다.
셋째, 상제는 이러한 역사적 변천에 실질적으로 관 여하고있다. 다만인간의지적능력은그신묘한권능을알기가어렵다는한 계가 있다.
Ⅳ. 결론
「中庸」 제17장에 대한 해석에서 고주의 정현, 공영달은 순임금의 덕성을 찬미하는 대목에서 엉뚱하게도 공자를 끌어들이며 논점을 벗어나고 있으나, 이는 단순히 논점일탈로 이해할 수 없다. 발화자를 구분하여 분석하면 우리 는유의미한몇가지해석을이끌어낼수있다.
만약“故大德必得其位, 必得其 祿, 必得其名, 必得其壽.”라는 대목이나 “大德者, 必受命”이라는 대목의 발화 자를 공자라고 가정하면, 그들의 해석은 정당하게 다음을 묻고 있다고 여겨 질 수있다.
즉, “순을 찬미하면서 ‘大德必得其位’를 말하는 공자 자신은 큰 덕을 지닌자, 즉 대덕자가 아닌가?
만약 대덕자가 맞다면, 당신은 왜 득위하 지못하였는가?”
명시적으로 밝히고있지는않지만, 한·당의 유학자들은이러 한 담론을받아들여中庸 제17장에 대한 해석을 공자가 득위하지 못한까 닭에 대해해명하는 식으로전개한다.
우선, 한당의 유학자들은참위서를인용하여‘덕’과‘명’의 문제를 해명하고 자하였다.
그들은‘공자는천하의법도를제정’하였다고말하고있는데, 정치적지위를획득하지못한공자가어떻게천하의법도를제정할수있는지, 즉 공자가 어떻게 ‘제작자’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지 않다.
그들은 ‘명’의 의미를 확장하여, 공자가 하늘의 명을 받아 예악의 제작자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송대의 주희는 성리학적 이론틀인 리기론을도입하는방식으로위구절을 해석한다.
그는 ‘덕’과 ‘명’의 간극을 ‘기수의 설’로 보완하고자 하였다.
우선, 공자라는 인물은 개인적 측면에서는 누구보다도 탁월한 기질을 타고났지만, 시대적으로는‘주’ 말기의 쇠락한‘기수’의 영향으로 그발휘가제한되게된다 는 설명이다.
공자가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공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그렇다고 ‘천명’의 문제도 아니다.
‘천명’은 곧 리이며, 떳떳한 도리이 기때문에항상되지만, 기는일정하지않게변화하기때문에걷잡을수없다.
주희는‘덕’과 ‘명’의 괴리를 기의 우연성에 귀착시키고있다.
하지만리를‘천 명’으로 이해하면서공자의정치적실패를기의우연성으로돌리는주희의해 석은최고원리인‘천’의무력함, 기에대한리(=천)의지배력의허약함[氣强 理弱]을 어느 정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된다.
‘필(必)’의 의미를 마땅함의 의 미[所當]로 해석함으로써, 주희는 “大德者, 必受命”이라는 구절에 대한 해명 을 시도하고 있는셈이다. 정약용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우선, 명시적으로 中庸 제17장의 언급이 공자를 상처입힌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정약용 해석의 참신성은 그가 자 사 저작의시기를고려하여발화의내적의미를해명하고있다는점이다.
다 시 말해, 그는 그 발화 시점(moment)을 진이 통일하기 이전인 시점으로 제 한하면서 “大德者, 必受命”을 해석하고 있다.
공자 이전까지는 적어도 덕이 있던 자라면반드시명을받아득위할수있었다는것이다.
정약용의논리에 의하면, “大德者, 必受命”이라는 발화 자체는 공자의 말이며, 공자 자신은 저 명제를 굳게믿고있었다는해석이가능해진다.
실제정약용은喪禮外編에 서 다시 한번 中庸 원문의 “大德必得其位”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공자가 득위하지 못한것, 즉인륜의사표인그가정치적지위를얻지못한것은역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가령 ‘고요[臯]ㆍ기(夔)ㆍ후직[稷]ㆍ 설[契]ㆍ이윤[伊]ㆍ여망[呂]ㆍ주공(周公)’ 등의 인물들도 비록 천하를 얻었던인물이라말할순없지만당시의제후는‘성씨’를부여받고, 그들이다스릴 땅을 소유하고있었기에당시의‘제후왕[王]’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 라서 성인이면서 왕노릇하지 못했던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秦)에 이르러 이러한 방식이 법례를 이루게 되었다고 보면서, ‘군왕에 대한 존숭’ [尊君]이 ‘하늘을 섬기는 일’[事天]보다 엄격해졌다고 말한다.38)
이상, 본 논문은 中庸 제17장을 중심으로 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 하는세주석가들의경전해석방식을살펴보았다.
정현·공현달등의고주에서 제기된 하나의 담론, 즉 “공자는 왜 득위하지 못하였는가”라는 논의는 이후 주석가들에게 그들의이론을전개하는데에반드시해명되어야할문제로받 아들여졌다.
고주에서는 기본적으로 “大德必得其位” 등 네 가지문장과“大德 者, 必受命”라는 문장을 사실명제(statement)로 받아들이고 이를 음양오행설 을통해해명하고자노력하였다.
따라서, 공자뿐아니라이후큰덕을갖췄던 인물에게까지 두루적용하여저명제가사실에부합하다는전제를가지고해 명을 시도한것이다.
이를위해서그들나름의이론틀이활용되었다.
하지만, 공자 사후 오랜 기간왕조의부침을겪은이후사정은많이달라졌다.
주희 당대에음양오행설의단순한순환적우주론적질서로는저명제의진위를설 명할 수없게되었음은 당연하다. 주희는 보다 추상화된 리기형이상학을 도 입하여, 인사(人事) 문제의 복잡성을 해명하고 있다.
주희의 기수설은 ‘기의 우연성(원기의희박함)’을 통해시대적한계를설명하고, ‘필(必)’이라는 글자 에 리(理)의 당위적 의미를 부여하여 해당구절의난점을해소하고있다.
사 실의 영역과 구분되지 않던 당위의 영역(즉, 사실적 필연)이 그의 리기형이 상학을 통해서사실과당위라는위계를지니게되고, 두개념간묘한철학적 긴장을 형성하게 되었다.39)
38) 喪禮外編(定本제21책, 21∼22쪽). “夫孔子以前,未有聖人而不王者 ,若臯ㆍ夔ㆍ 稷ㆍ契ㆍ伊ㆍ呂ㆍ周公之屬,雖不得有天下,亦莫不錫姓而分土,皆得南面之位。故 《中庸》曰:‘大德必得其位。’ 孔子之不得位,開闢以後,初有之事 。孔子初年,胡爲 獨不自期乎?及其晚年而後,知其無可奈何,而嘆其道之不行,屢發於言辭之間也。夫 秦人之以力取天下,孔子之所不意。自秦以後,仍成法例,於是乎猜疑之過,而尊君之 禮,嚴於事天 。”
39) 우리는 리기불리부잡(理氣不離不雜)이라는 명제가 어떻게 조선 유학사상사에서 역동적인 논쟁을 유발하게 되었는지알고있다.리기라는이원성을도입하였지만, 떨 어지지도그렇다고섞이지도않는다는이관계성이동아시아유학사상의독특성을 형성하고 있다.
가령 서양의기독교적세계관에서영적세계와물질세계는태초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분리되어섞일수없는관계라는것을알수있다.
이러한세계관 의 유비를통해서도우리는정치·사회적구조의특성, 즉 서양의 종교집단과세속 집단의이질성을이해해볼수있다.
기독교적세계관에서우리가사는이세속의물 질적세계는인간태초의조상이저지른원죄로인해부여된타락의공간으로이해 된다.따라서 신으로부터의 구원은이타락의공간을벗어나순수한‘신의나라’(천 국)으로 초월한다는의미를지니고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적세계관, 특히유학사상 에함의된세계이해는이와판이하게다름을확인할수있다.우리는리(理)라는당 위의영역이기적우연성을초월하는토대가되면서도, 결국다시돌아와기적세계 에 내재된리(理)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정약용은 발화자의 발화시점을 고려하여 저 문장에 대한 해석 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문장의 진위 여부 자체보다 발화자의 발화수반행 위, 즉 ‘발화자가 저문장을발설하면서무엇을행하고있느냐’는점이중요해 진다.
공자 자신이 저 말을 발설한다는 점을 가정한다면, 우리는 저 명제를 발설하는공자가그발화시점에서여전히정치적지위획득에대한의지를가 지고있었다고해석할수있다.
그렇다면저대목에서‘필(必)’자는자기의강 력한 믿음이나 바람을 강하게 드러내는 발화행위로 이해할 수 있으며, 진술 의 진위여부는정약용에게크게중요한의미를지니지않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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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본논문은「中庸」이라는 텍스트, 특히덕(德)과 명(命)이라는 유학의 주요 개념의 관계성을 드러내는「中庸」 17장을 위 텍스트에 관해 서로 다른 이해 를 보이는‘세 시점’(Three Moments), 즉 ①정현, 공영달 등 한 대(漢代)의 고주(古注), ②송대(宋代)의 주희, ③조선(朝鮮)의 정약용의 해석에 주목한 다. 기존 연구에서「中庸」 텍스트에 대한해석은, 대체로전통적인방식의경 학적 해석을 제시하고, 여러 학자들의 주해를 ‘형태·의미론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방법론이 주를 이뤘다고 할 수있다. 즉, 글자나 구절의 의미에대해 훈 고(訓詁)·고거(考據)하는 문헌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비교·분석하면서, 학 자들 간해석의차이를드러내는방식이주를이루었다. 나아가최근의연구 들은서양의철학적개념어들을하나의분석틀로활용하면서기존주석에대 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본 논문은 경전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발화자 를 구분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中庸」 17장은 ‘子 曰舜其大孝也與’의 공자의말로시작되는데, 어디까지를공자의말로규정하 느냐가 발화자의 발화행위(locutionary act)를 이해하는데에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가령, 저한문장만을공자의말로규정하고, 나머지는그에대한「 中庸」 저자의해설로간주할수있다. 아니면, 17장전체를공자의말로이해 할수도있다. 이문제가중요해지는이유는발화를하면서발화자가과연무 엇을 행하고있는지를밝히는데중요한단서가되기때문이다. 역대주석가 들은 대체로최초의주석인정현, 공영달등한당대(漢唐代)의고주(古注)에 대한 비판과그에대한응답으로구성된다. 하지만, 우리는 보다 분명하게 「 中庸」이란 텍스트, 더 구체적으로 여기서 논의하는 「中庸」17장이 ‘공자의 언 설’과 그에 대한 화자의인용및화자의언설로구성된다는점을알수있다. 따라서, ①공자가 발화하면서무엇을하고있는지에대해물을수있다. ②공 자의말을인용하면서화자는무엇을하고있는지에대해서물을수있다. 그 들은 ‘명(命)’의 의미를 확대하여 공자를 제작자(천자가 아니면, 제작할 수 없음에도)로 이해하거나(고주의 경우), 아니면 반드시(‘必’)라는 조동사 내지 부사적 표현을‘당위적인 상리(常理)’의 의미(즉, 마땅히)로 해석하고 기(氣) 고승환 / 중용(中庸) 17장에서 덕(德)과 명(命)의 관계 분석ᆞ91 적 우연성을끌어들이거나(주희의 경우), 아니면 발화 시점을고려한 화자의 발화행위와 역사적 상황에 대한 맥락을 분석하는 등(정약용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주제어: 중용(中庸), 다산(茶山), 명(命), 덕(德), 천(天), 발화행위(發話行 爲), 발화수반행위
Abstract
Analysi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德(De) and 命(Ming) in Chapter 17 of the Doctrine of the Mean -Through Speech Act Theory Ko Seung-hwan This paper examines Chapter 17 of the Zhongyong (中庸, Doctrine of the Mean), with a particular focus on clarify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wo central Confucian concepts, virtue (德, de) and mandate (命, ming). It analyzes interpretations from three distinct historical moments: (1) the ancient Han commentaries by scholars such as Zheng Xuan (鄭玄) and Kong Yingda (孔穎達), (2) Zhu Xi's (朱熹) interpretation from the Song dynasty, and (3) the interpretation by Jeong Yak-yong (丁若鏞) from Joseon Korea. Previous scholarship on the Zhongyong has typically employed traditional exegetical methods, comparing semantic and morphological variations among various commentaries. Recent studies have introduced Western philosophical terminology as analytical frameworks to reinterpret traditional commentaries. This paper begins by emphasizing the importance of identifying the speaker in interpreting classical texts, specifically addressing the locutionary act within Chapter 17 of the Zhongyong, which opens with Confucius’s statement: "The Master said, 'How great indeed was the filial piety of Shun!'" Determining the boundaries of Confucius’s speech within this chapter significantly influences textual interpretation. Scholars have differed on whether this statement alone constitutes Confucius’s direct speech, with subsequent lines being interpreted as commentary by the author of the Zhongyong, or whether the entire chapter represents Confucius’s discourse. This distinction is essential because it clarifies the speech act being performed. Ancient Han commentators, including Zheng Xuan and Kong Yingda, primarily offered critical responses to earlier commentaries. In contrast, this study explicitly recognizes Chapter 17 as composed of Confucius’s utterances, the author's quotations, and further narrative commentary. Consequently, this allows examination of (1) what Confucius intended to accomplish through his statements, and (2) the intentions behind the author's act of quoting Confucius. Various interpretations emerge: ancient Han commentators expanded the meaning of "mandate" (ming) to position Confucius as an originator of the mandate, a role traditionally reserved for the Son of Heaven; Zhu Xi interpreted modal or adverbial expressions, such as "necessarily" (必), in terms of normative principles, introducing an element of contingency linked to qi (氣); Jeong Yak-yong emphasized contextualizing the historical situation and the specific moment of utterance. Each interpretation thus reveals different philosophical perspectives and hermeneutical strategies concerning the Zhongyong text.
Keywords: Doctrine of the Mean(中庸), Tasan(茶山), Ming(命), De(德), Tian(天), Speech act, Illocutionary act
투 고 일 : 2025년 6월 1일 심사완료일 : 2025년 6월 23일 게 재 확 정 일 : 2025년 6월 24일
유교사상문화연구 제100집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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