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식 소각을 의무화하는 올해 세 번째 상법개정안 논의를 앞두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5월 기업경영을 개선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를 위해서는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합리적 기업지배구조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자사주 소각 외에 제시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이미 두 차례의 상법 개정을 거쳐 현실화되었다.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한편 기업지배구조의 셈법이 복잡해지며 관련 자문 수요가 급증하였다.
구조적 변화를 실행해야 하는 기업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새로운 투자 기회 창출을 기대하는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가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금이 운용자산 35조 원 규모로 한국 행동주의 펀드들과 투자 논의를 하였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달튼 인베스트먼트는 2월 한국 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최근 콜마홀딩스의 경영권 분쟁에 핵심으로 부상했다.
닌텐도, 쿄세라,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을 주 대상으로 활동한 홍콩계 오아시스 매니지먼트와 2006년 칼 아이칸과 함께 KT&G를 공격했던 스틸파트너스도 한국 기업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는 회사의 경영전략 또는 관행을 바꾸기 위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활용하는 투자자의 노력을 뜻한다.
온건한 방식으로는 주주가 회사의 경영진을 만나 관련 주제를 비공개로 논의하는 조용한 관여, 공개서한 또는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미디어를 활용해 주장을 나타내는 공개 커뮤니케이션, 주주총회에 안건을 직접 제안하는 주주제안이 있다.
보다 공격적이고 대립적 방식으로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거나 주주총회의 의안을 세분화를 요구하거나 주주들을 대상으로 위임장을 확보하는 전술을 펼칠 수 있다.
국내 기업 대상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에 대해서 이사 선임과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 확대 등의 주주환원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그 범위는 매우 넓다.
계열사 분리 매각,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자본 배분 등에 이른다.
국내 기업집단의 구조개편에 개입하기도 한다.
2016년 삼성전자와 2018년 현대차그룹에 대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압박이 대표적이다.
메트리카 파트너스가 2021년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일부 매각해 이를 배당하라고 주장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24년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분할합병을 시도했지만 소액주주의 반대와 더불어 얼라인파트너스의 적극적 활동으로 철회되었다.
회사 주요의제의 대부분이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와 사회공헌활동 관련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행동주의 펀드가 반대할 수 있다.
싱가포르계 FCP(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의 전임 이사회가 산하재단,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자기주식을 무상 또는 저가 기부한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2024년 말 일본 화학회사인 DIC는 소유 미술품을 일부 매각하고, 도쿄 인근으로 미술관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로스코 벽화를 도쿄 IHC 센터로 이전하기로 한 결정을 주식 11.5%를 보유한 오아시스 매니지먼트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회장 및 CEO의 재선을 반대하고, 관계자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안건들을 제안하는 근거 중 하나로 활용되기도 했다.
행동주의펀드는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기업에 대한 압력을 증대시킨다.
복수의 행동주의 펀드가 공동 제안할 수 있다.
2006년 KT&G 대상 칼 아이칸과 스틸 파트너스 연합이 해외 행동주의 펀드 연대라면 2024년 국내 안다자산운용은 시티오브런던, 화이트런던을 포함함 해외 5개 펀드와 연합해 삼성물산에 배당 증가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요구하였다.
행동주의 파트너는 펀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투자자들이 포함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진칼의 이사회 재편과 경영권을 놓고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3자 연합이 대규모 표 대결을 벌였다.
펀드 간 연합은 직접적 연대에 그치지 않는다.
비공식적으로 연합해 기업을 동시에 이리떼처럼 공격하는 울프 팩(wolf pack)을 대비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여러 주체가 사전 논의 없이 같은 기업을 비슷한 시기에 개별적으로 공략하는 스와밍(swarming)이 해외에서 증가 추세에 있다.
국내에서도 2024년 영풍에 대해 국내 머스트자산운용에 이어 싱가포르 메트리카파트너스가 가세하였다.
나아가 소액주주연대의 확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액주주연대 중 하나인 액트는 경제개혁연대와 연합하여 이마트에 올해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했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연대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920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행동주의 투자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제도 변화가 ‘새로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다는 우려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밸류업 정책을 강조하며 제도화한 일본 자본시장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6월 주주총회를 개최한 약 2,000개 기업 중 주주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된 기업은 52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아베 전 총리때부터 지속해 온 자본시장 활성화의 결과로 보이지만 일본 기업의 대응은 통상적이지만은 않다.
행동주의 펀드의 위협과 외부 인수 제안의 부담으로 비상장화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경영진이 주주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경영자 인수를 의미하는 MBO가 2021~2023년 평균 23건에서 2024년 37건으로 60%이상 증가하였다.
일본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로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며 동시에 일반 국민의 자국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자산 증대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행동하는 투자자’는 기업의 관행 또는 오래된 적폐를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한다.
일부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를 한국 자본시장의 구원자로 부르기도 하고, 병리 현상을 고치는 의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기업의 병든 부분을 수술하고 치료 대가인 투자수익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금을 위탁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대체자산 투자에 행동주의 펀드를 포함시켜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기업에 주주권을 직접 행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사실 주주행동주의의 효과는 양면적이다. 어떠한 목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진다.
행동주의 캠페인에서 주장한 기업가치 제고 또는 장기 투자 약속 대신 단기 차익을 실현한 사례가 이미 존재한다.
실무만이 아니라 주요한 학술연구 주제인 행동주의는 단기의 주가 상승에는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만 장기 주가 성과에는 특정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또한 고용이나 사회공헌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보인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현재 제도 및 정책 개발 논의에서 투자자 구성의 다양성, 투자자 특성의 차이가 배제되어 아쉽기만 하다.
소수주주,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행동주의 펀드를 구분하는 것만이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 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국적, 이익실현 기간 등으로 나누어 이해해야 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 효과의 시뮬레이션은 최대주주 또는 소수주주가 아닌 2대, 3대 주주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계하게 된다.
더욱이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 사례들에 있어 행동주의 펀드가 주요 참여자로 등장한 것은 단순히 기업 전략만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까지도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다가온 법제 환경 속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선제적인 이사회 역할 강화를 통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외부 평가 기준을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개입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이사회 진입을 통한 경영 참여 요구다.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그리고 사외이사의 독립성 부족 등은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논리를 강화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이사회 구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전문성·산업 적합성을 고려한 인선, 이사회 내 위원회들의 기능적 독립성 확보, 이사 후보 추천 절차의 투명성 강화는 단순한 명분 제공을 넘어선 신뢰 확보의 출발점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 사후 처방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사전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 스스로 저평가 원인을 진단하고 구조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와 최근 기업지배구조 정책 변화의 근거는 저평가에 있다. 시장가치가 낮은 기업은 자산 매각, 사업 분할 등을 요구받기 쉽다.
이는 자산의 존재보다 ‘활용 가능성 부족’이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자산 구성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하고, 핵심역량이 약화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전략적 제휴, 매각 등의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의무 이행 수준에서 밸류업 공시를 조망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와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주주환원은 배당이 될 수도, 미래의 주가 상승이 될 수도 있다.
정량적 수치 기반의 배당정책을 발표하거나 배당유보 결정의 근거가 되는 현금성자산의 장기보유 또는 투자재원 확보 목적을 명확히 설명하고, 시장과 공유해야 할 것이다.
넷째, ESG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는 단순한 재무성과 외에도 ESG 요소를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급망 내 인권 이슈, 탄소배출 관리 실패, 사외이사 중복 겸임, CEO 보상 구조의 불투명성 등은 외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활용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또는 통합보고서에 중장기 ESG 전략을 공개하는 동시에 ESG 관련 내부 감사 체계를 강화하고, 외부 검증을 통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검토하는 '세이 온 클라이밋(Say on Climate)' 와 같은 중요 의제를 미리 기업들이 논의를 선제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주주 간 체계화된 커뮤니케이션이다.
외부에서는 인지하기 어려운 경영 판단의 타당성, 중장기 전략의 맥락, 자산보유의 목적 등을 시장이 오해할 경우, 행동주의의 요구가 더 쉽게 공감대를 얻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주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닌 ‘신뢰 자산’ 구축을 위해 정기, 비정기적 소통을 증가시켜야 한다.
이는 주주관여의 일부로 확장될 수 있다. 더불어 주주제안 또는 행동주의 캠페인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을 내재화해야 한다.
주요 주주의 성향이나 과거 기록 등을 사전에 분석하고, 이를 위해 법률자문 및 회계자문 서비스 제공 기업, 의결권 자문사 등도 소통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업이 먼저 설명하지 않는다면 행동주의 펀드가 대신 해석할 수 있다.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과신의 이유를 과거 기업들의 과오와 한계에서 찾게 된다.
투자자 설득없이 진행된 물적분할이 단기 주가 급락과 소수주주의 투자 손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자회사 상장 직후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대부분 주주의 손실이 발생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본시장의 감시자 역할을 자임하며, 때로는 기업의 관성을 깨는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개입이 기업의 장기적 이해관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기업은 행동주의 펀드의 행동을 기다려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주의 개입 논리를 사전에 흡수할 수 있는 구조적 준비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외부로부터 변화를 강요받기보다는 자본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며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 속에 계속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SG Bulletin 제20호
'정책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정학적 위험, 자본 흐름 변동성 및 자산 시장 파급효과(25-11-21)/John Beirne 外.ADB (0) | 2025.11.26 |
|---|---|
| AI 투자 확대가 미국 상반기 GDP 성장에 미친 영향*(25-11-21)/고재우.KCIF (0) | 2025.11.24 |
| 중국의 세계 제조업 장악 경로(25-11-11)/지만수.금융연구원 (0) | 2025.11.23 |
| 국내 은행지주의 사업 다각화가 수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25.11月)/이대기外.금융연구원 (0) | 2025.11.23 |
| 2026년 경제전망과 정책적 시사점(25-11-22)/김현태.금융연구원 (0) | 2025.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