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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눈 날리는 비선대(飛仙臺) 장군봉​/고형렬

너희는 사람이 아니어서 기억할 테지

그 옛날 동해 바닷물이 비선대까지 들어와

미역과 총각을 기르던 날을 보채고 철썩이던 관음의 아픈 소리가

장군봉 암벽에 남아 있는 까닭에

눈이 비하고 칠 양이면 내장까지 그리운 갯고랑 내음이 났더란다

너희는 사람이 아니라서 기억하지 못할 테지

두 가지 눈 오는 밤의 비선대와 적벽을

아스라이 팔 하나만 남아서 안을 걸어 잠그고 말았네

말로만 사랑한다면 너를 기억할 까닭이 없겠지

비록 아주 멀리 해조음을 가졌다고

당신의 흉상에 저토록 하늘의 흰 눈이 몰아칠 줄은,

그 파도 치는 날, 환한 물결 속에서

한 촉의 총각으로 허공의 눈발을 향해

바다만을 위한 네 끝의 영혼을 마중하고 노래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