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사람이 아니어서 기억할 테지
그 옛날 동해 바닷물이 비선대까지 들어와
미역과 총각을 기르던 날을 보채고 철썩이던 관음의 아픈 소리가
장군봉 암벽에 남아 있는 까닭에
눈이 비하고 칠 양이면 내장까지 그리운 갯고랑 내음이 났더란다
너희는 사람이 아니라서 기억하지 못할 테지
두 가지 눈 오는 밤의 비선대와 적벽을
아스라이 팔 하나만 남아서 안을 걸어 잠그고 말았네
말로만 사랑한다면 너를 기억할 까닭이 없겠지
비록 아주 멀리 해조음을 가졌다고
당신의 흉상에 저토록 하늘의 흰 눈이 몰아칠 줄은,
그 파도 치는 날, 환한 물결 속에서
한 촉의 총각으로 허공의 눈발을 향해
바다만을 위한 네 끝의 영혼을 마중하고 노래하리
'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래도 봄을 믿어봐/김형영 (1944~2021) (0) | 2026.04.05 |
|---|---|
| 세월이 가면 / 박인환(1926-1956) (0) | 2026.04.01 |
| 봄 편지 /이 해 인 (0) | 2026.03.24 |
| 생의 목표 /이해인 (0) | 2026.03.24 |
| "쭈엔 끼에우"에서/응웬주(1766-1820) (0) | 2026.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