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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그래도 봄을 믿어봐​​/김형영 (1944~2021)

머지않아 닥칠지 몰라.

봄이 왔는데도 꽃은 피지 않고

새들은 목이 아프다며

지구 밖으로 날아갈지 몰라.

강에는 썩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은 누워서 떠다닐지 몰라.

나무는 선 채로 말라 죽어

지구에는 죽은 것들이 판을 치고,

이러다간

이러다간

봄은 영영 입을 다물지 몰라.

생명은 죽어서 태어나고

지구는 죽은 것들로 가득할지 몰라.

그래도 봄을 믿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