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이야기

왕양명(王陽明)의 ‘양지’(良知)와 칼융(C.G. Jung)의 ‘자기’(Self)- 윤리철학과심리치유의접목을모색하며/양승권.대구大

 

Ⅰ. 머리말

 

우리는타인의평가와경쟁속에서‘자아’를지키기위해인지적확신·관계적 인정·성공서사와같은다양한심리적전략을동원하며,더나아가특정지역·직 업적정체성을추구함으로써‘이것이바로나’라는구별된‘자아’(ego) 이미지를 구축하려한다.

그러나이러한‘자아’[에고]중심적시도는우리가속해있는세계 를대상화하고소유하려는태도, 곧자연과사회를분리된‘타자’로만드는의식 구조의부산물이기도하다.이러한구조속에서인간은오히려내면의분열과소 외를경험하게되며,그로인해자기이해와타자이해모두가협소해지는딜레마 에빠지곤한다. 이와같은문제를넘어설수있으려면,협소한자아중심성에서 벗어나‘새로운자아’ 이해가필요하다.

동서양사유의전통에서인간내면의근원을탐구하는두가지위대한흐름이 있다.

하나는 동양의 심학(心學)이고 다른 하나는 서양의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이다.

왕양명(王陽明; 1472~1529)의 ‘양지’(良知) 개념은 인간 내면의 도덕적직관으로, 외부의규범보다마음안의선험적밝음을강조한다.

한편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자기’(Selbst; Self) 개념은 인간 정신의 중심 원리를상징한다. 칼융이창시한분석심리학은서양사상의전통위에서생겨난 것임에도불구하고동양철학, 특히노장(老莊)의철학, 불교사상과놀랄만한일 치점을보여주는심리학설이다.1)

 

    1) 이부영, 『분석심리학 입문』, 일조각, 2001, 383쪽. 왕양명(王陽明)의 ‘양지’(良知)와 칼 융(C.G. Jung)의 ‘자기’(Self) 

 

융은 단도직입적으로중국철학의핵심개념인 ‘도’(道)를 ‘자기’(Selbst; Self)라고 말했으며, 동양사상의 수도(修道) 정신에 상응 하는서양의등가물은심층심리학이라고언급하기도했다. 왕양명과칼융은각각상이한시대적환경과문화권,그리고서로다른학문 적전통속에서사유를전개했기때문에,두사상을동일한이론적틀에서직접적 으로대응시키기는쉽지않다.양명이인간의도덕적실천을가능하게하는근원 을인간내면의판단능력에서찾았다면,융은인간정신의분열과통합이어떠한 상징적구조를통해이루어지는지를심리학적으로해명하고자했다.그럼에도불 구하고, 두 사상은인간존재에대한근본적이해에서중요한접점을형성한다. 즉인간내부에는외부의강제나규범이전에,스스로를조정하고삶의균형을회 복하게하는자율적중심이이미주어져있다는전제다.양명에게서이는인간의 마음에내재한'천리'로서의 '양지'로 설명되며, 융에게서 이는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며전체성을지향하는'자기'(Self)라는 개념으로 형상화된다. 이처럼 양지 와자기는모두인간을타율적규범에종속시키기보다는, 도덕적자율성과심리적통합,더나아가세계와의관계속에서형성되는일체적질서를가능하게하는 내적중심으로이해될수있다. 융의분석심리학은각개인의내면에서자연스럽게솟아오르는심리적흐름을 날것그대로관찰하고,그흐름이지닌방향성을밝혀내려한다.2)

경험을통하여 드러난상징과감정,충동과사유의패턴을정리함으로써인간정신의원형적구 조에접근하려는이태도는, 도덕적자율성을인간마음의본원적‘밝음’에서찾 으려했던양명학과공명한다. 양명과융모두인간마음의깊은층위는규범의 외피를넘어더넓은차원의질서를향하고있으며, 우리가할수있는일은그 흐름을억압하지않고온전히드러나게하는일뿐이라고본것이다.

그동안 성리학을비롯한유가사상전반과분석심리학을접목하려는시도는 간간이이루어져왔으나3),왕양명사상을중심으로한양명학과분석심리학을본 격적으로비교·연결하려는연구는아직까지찾아보기어려운실정이다.

양명학을 심리학적으로해석하려는시도는일부존재하지만, 분석심리학의이론과방법을 중심에두고전개된연구는드물다.4)

 

    2) 이부영, 『분석심리학 입문』, 일조각, 2001, 26~27쪽의 내용에 필자의 생각을 덧붙였다.

    3) 대표적으로 고희선은 주자 심성론과 융의 분석심리학을 비교하여, 주자학의 인간 본성이 보편적 이치(理)를 구현해 간다는 관점이 융의 ‘자기 원형(Self)’이 지니는 초월적·보편적· 통합적 성격과 구조적으로 상통함을 논증하였다. 그는 특히 개성화(Individuation)와 수도 (修道)를 각각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 인간심성의중심회복과정으로해석함으로써유가 심성론과 분석심리학의 접점 가능성을 제시하였다(고희선, 2018 참조). 이외, 『중용(中 庸)』이나 맹자(孟子)와 같은 원시 유가를 분석심리학으로 접근한 연구는 몇몇 찾아볼 수 있다.

    4) 기존 논의는치양지를‘마음공부’라는 인문학적실천의맥락에서활용하거나(박성호, 2024), 양명학을 철학 상담과 연계하여 주체의식과 상호성의 문제를 고찰하거나(김세서리아, 2011), 혹은 『전습록』을 켄 윌버의 통합심리학 틀로 해석하는접근(전병술, 2010)에 주로 한정되어 왔다. 전병술의 「양명학과 심리학의 만남과 소통」이 있지만, 이는 칼 융의 분 석심리학에집중했다기보다는융‧프랑클‧불교‧양명학을다각도로비교한연구다. 

 

본논문은왕양명의‘양지’와칼융의‘자기’ 사이에나타난공명과차이를분석하며, ‘윤리철학과심리치유의접목’이라는현 대적관점을통해‘양지’와‘자기’의대화가능성을탐색한다.

그목적은동서사 유가인간내면의치유와도덕적각성을어떻게동시에가능케할수있는지를 시험적으로모색해보자는데있다.

 

Ⅱ. ‘양지’(良知)의 자족성과 ‘자기(Self)’의 내재적 자율성

 

왕양명은인간의마음을사물과분리된주관으로보지않았다.그에게마음은 세계를비추는인식주체이자, 세계가드러나는근원적장(場)이었다.

무릇마음의본체는곧천리(天理)이다.5)

양지(良知)는천리(天理)의환하게밝고신령하게깨닫는곳이다. 그러므로양지가 곧천리이다.6)

양지란조화로움의정령(精靈)이다. 이정령이하늘과땅을낳고, 귀신과상제를 이루어내니, 모든것이여기에서나온다.7)

정인재의표현을빌리자면, 양지는도덕적‘생명의이성’(vital reason)이자 감 성·이성·영성을포괄하는덕성의총체적근거다.덕성이란감성과영성을모두포 함한도덕적생명의이성이며,마음의본체인양지를의미한다.양지는단순한도 덕적명령이아니라, 감정적공감·이성적판단·영적통찰을하나로묶는인간본 연의통합적능력이다.그것은옳고그름을판단하는도덕적경지,좋음과싫음을 느끼는심리적경지,그리고영명성을드러내는종교적경지를모두포괄하고있 다.8)

양명에 따르면 이양지는누구나갖추고있다. 사람들가슴속에는각각하나의성인(聖人)이존재한다. 다만[성인이나의내면에 존재한다는것을] 스스로믿지못하기에모두스스로묻어버리고말았을뿐이다.9)

옮고그름을분별하는마음은생각하지않고서도알수있고, 배우지않고도능히 할 수있는것으로서곧‘양지’(良知)이다. 양지가 사람 마음에 내재해 있는 것은 성인(聖人)과어리석은사람사이에구분이없으며, 천하의과거와현재를불문하고 다같다.10)

 

    5) 夫心之本體, 卽天理也(『王陽明全集』, 卷5 答舒國用).

    6) 良知是天理之昭明靈覺處. 故良知卽是天理(『傳習錄 中』169條目).

    7) 良知是造化的精靈. 這些精靈, 生天生地, 成鬼成帝, 皆從此出(『傳習錄 下』 261條目).

    8) 정인재, 『양명학의 정신』, 세창출판사, 2014, 31쪽.

    9) 人胸中各有箇聖人. 只自信不及都自埋倒了(『傳習錄 下』207條目).

   10) 是非之心不慮而知不學, 而能所謂良知也. 良知之在人心無間於聖愚, 天下古今之所同也(『傳 習錄中』179條目).

 

양명은인간누구에게나내면의성인이깃들어있음을선언했다.양명은내자 신이옳고그름, 선악, 정사(正邪), 호오(好惡)를 판단하는 자율적준칙이라고하 였으며, 이준칙을도(道)라고부르기도하였다. ‘양지’는자족적이다.그것은자기 바깥의권위나규율을필요로하지않는다.이전일적직관기능은‘유기체적지 혜’로 이해될수있다.

당신이 지닌한점의‘양지’가당신자신의준칙이다. 당신의의념이붙은영역 에서, 그것이옳으면옳다고인식하고그것이틀리면틀렸다고인식하는것이니, 약 간이라도양지를속일수는없다.11)

이본성이있어야만비로소살아갈수있으니, 이본성의생리(生理)를인(仁)이라 고일컫는다. 이본성의생리가눈에서발동하면볼수있고, 귀에서발동하면들을 수있으며, 입에서발동하면말할수있고, 사지(四肢)에서발동하면움직일수있다. 이모든것은단지저천리(天理)가발생한것일뿐이다. 천리가한몸을주재하기에 그것을마음이라말한다. … 이것이바로당신의참된자기[진기(眞己)]다. 이참된자 기가육체를주재한다.12)

“그대의한점의양지가그대자신의준칙이다.”라는말은,인간안의‘참된자 기’[眞己]가 도덕적 행위의유일한근거임을뜻한다. 양명은이‘참된자기’가나 의육체를제어하는본체이자생명의근원적주체라고보았다.왕양명이말한‘참 된자기’[眞己]는단순한도덕적자아나의식적주체를넘어,인간의생명전반을 관통하며판단과행위를근원적으로규율하는중심원리라는점에서, 자아를초 월하여정신전체의통합을지향하는칼융의‘자기’(Self) 개념과구조적으로연 동될 수있다. 즉양명에게서‘참된자기’[眞己]가 감각·사유·행동의 근원으로서 한몸을주재하듯, 융에게서‘자기’ 또한의식과무의식을포괄하며인간존재의 중심과목적을동시에이루는심리적전체성으로이해된다. 융의분석심리학에서‘자아’(Ich; ego)와 ‘자기’(Selbst; Self)는 다르다.

‘자아’는 의식의중심이지만, ‘자기’는의식과무의식을모두통튼그무엇이다.

‘의식’은자 아가세계와자신을분별하고판단하는좁은영역으로서,정신전체중극히일부 분만을 드러내는 빛의 표면이다.

반면에, ‘무의식’은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원 형’(Archetype)13)이 잠재한 광대한 심층으로서, 의식의 경계를 넘어 자발적으로  상징과감정을생성하며정신전체를이끄는보이지않는기반이다. … 개인적무의식이본질적으로한때의식이었던것이잊어버리거나억압되어의 식에서사라진내용으로이루어지는데비해서, 집단적무의식의내용은결코의식 에머문적이없고… 유전덕택으로존재한다.14)

 

      11) 爾那一點良知, 是爾自家底準則. 爾意念著處, 他是便知是, 非便知非, 更瞞地一些不得(『傳習 錄 下』206條目).

      12) 這箇便是性, 便是天理. 有這箇性才能生這性之生理, 便謂之仁. 這性之生理, 發在目便會視, 發在耳便會聽, 發在囗便會言, 發在四肢便會動. 都只是那天理發生. 以其主宰一身, 故謂之心. … 這箇便是汝之眞己. 這箇眞己, 是軀殼的主宰(『傳習錄 上』 122條目). 왕양명의 ‘참된 자 기’[眞己] 개념은 인도 철학에서 말하는 ‘아트만’(Ātman) 개념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산스 크리트어‘아트만’을 번역하자면‘마음’이나 ‘정신’보다는 ‘참된 자기’에 가깝다.

     13) 집단적 무의식을 구성하는 ‘원형’(Archetype)은 인간 정신의 선험적인 원초적 조건으로, 시공간, 인종, 문화, 시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이미가지 고있는인간행태의조건들이다. 모성원형, 부성원형, 아니마/아니무스원형, 그림자원 형, 영웅 원형, 어린이 원형, 노현자원형등수많은원형이있다. ‘자기’ 원형은집단적무 의식의 원형가운데서가장핵심적이다. 그것은무의식에 있는정신적조절자로서원형들을그주변에배열하여전체정신을실현할수있도록하는조건을만든다. 동양철학에서 의표현법을가져오면, “원형이란 도(道)의 이름일 뿐, 도 그 자체는아니다.”(이부영, 『자 기와자기실현』, 한길사, 2002, 56~58쪽) 

    14)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2- 원형과 무의식』(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3, 105~106쪽, 156쪽.   

 

자아는의식의중심이지만, 의식과무의식을합친우리의전체정신의중심을 융은‘자아’와 구별하여‘자기’라고지칭한것이다.

자아는한편으로는지식의확 대와무의식의‘의식화’를통하여그영역을확대하거나변화하면서전체정신인 ‘자기’에게 접근한다.15)

융의 ‘자기’ 개념이 의식된내용과무의식적내용으로이 루어진전체성인한,이개념은초월적이다.16)

따라서우리는“‘자기’가무엇인지 정확히알수없다.

우리가의식하는만큼특정지을수없는무의식이남고,그 것은‘자기의전체성’에해당된다.그래서‘자기’는항상‘자아’를넘어서는크기로 남는다.”17)

융에게 ‘자기’는 ‘양심’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융의‘양심’(Conscience) 은사회적도덕규범을따르는기능이아니라,도덕률을넘어서스스로판단하는 자율적정신기능이다. 융은양심을전통·교육이만든규범과무의식적충동이뒤 섞인복합적구조로보았으며, 이때문에인간은‘바른양심’과‘그릇된양심’ 사 이에서갈등을겪는다.

그러나도덕률이란단지근원적도덕태도의굳어진사회 적형식일뿐이며,참된양심은이를넘어서는내면의‘신적목소리’이다.

이양심 은 동물에게서조차 발견되는 원초적 반응이며, 다이몬(Daimon)·게니우스 (Genius)·내적 목소리 등으로 불리는 자율적힘이지만, 동시에그옆에는마귀적 충동같은그릇된양심도공존한다.

융은이상반된두측면이동일한근원에서 나오며양심의본질은대극성과모순성에있다고보았다.

따라서양심은규범위 반시느끼는원초적두려움이자,인간을윤리적각성으로이끄는초월적동력이 자‘신적힘’이다.18)

  

    15)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 31~32쪽.

    16)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 54쪽.

    17)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3- 인격과 전이』(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4, 80~81쪽.

    18) 이부영, 『분석심리학 입문』, 일조각, 2001, 335~337쪽. 왕양명(王陽明)의 ‘양지’(良知)와 칼 융(C.G. Jung)의 ‘자기’(Self) 241 한편, 양지도마음의도덕적주체인본심을가리키고‘양심’의다른표현이다. 융이양심의이중성을말했듯이양명에게도“선함과악함은다만하나일따름이 다.”19)

 

    19) 善、惡只是一物(『傳習錄 下』 228條目). 

 

‘양지’와 ‘자기’의 공통점은 ‘내면의자율성’이다. 양명의양지는도덕적판 단을이성적숙고나의지적억제의결과로이해하지않으며,오히려인간내면에 서즉각적으로발현되는본원적판단능력으로규정된다.

이와마찬가지로융의 자기(Self) 역시 도덕규범의집합이아니라, 인간본성의심층에서자발적으로작 동하는통합원리로이해된다.요컨대,양명의관점은자기(Self)가선악의대립을 넘어전체성의차원에서윤리적평형을형성한다고본융의관점과본질적으로 동일한구조를지닌다.

융의‘자기’가자아의방향성을스스로교정하는내적나 침반으로작용하듯, ‘양지’ 또한도덕적직관의자기조정원리로기능한다.

‘양지’ 는도덕적자율성, ‘자기’는심리적자율성의구조를가진다.대체로‘양지’는규범 적판단[옳고그름의구별]에방점을두고, ‘자기’는통합적균형[의식과무의식의 조화]에 초점을 둔다.

전자는 윤리적실천의법칙이며, 후자는정신적전체성의 상징이다.

이런미묘한차이가있음에도두사상모두인간의내면에는이미‘스 스로를이끄는자율적원리’가존재한다는점에서깊이공명한다.

 

Ⅲ. ‘치양지’(致良知)와 ‘자기(Self)의 의식화’

 

왕양명은‘격물치지’(格物致知)를주자의외재적탐구로부터내재적성찰로전 환시켰다.

 

내가언급하는치지격물(致知格物)이란내마음의양지를모든각각의사물에실 현하는것을가리킨다. 내마음의양지가바로이른바천리(天理)이다. 내마음의양 지인천리를모든사물에실현하면, 모든사물이각각그이치를얻게된다. 내마음 의 양지를 실현하는 것이 ‘치지’(致知)이다. 만물이 그 이치를 얻는 것이 ‘격물’ (格物)이다.20)

 

    20) 若鄙人所謂致知格物者, 致吾心之良知於事事物物也. 吾心之良知, 即所謂天理也. 致吾心良知 之天理於事事物物, 則事事物物皆得其理矣. 致吾心之良知者, 致知也. 事事物物皆得其理者, 格 物也(『傳習錄 中』135條目).   

 

양명은“한생각이발동한곳이곧행위한것”이라하여, 내면의사유를이미 행위의시작으로본다. 

요즘사람들의학문은앎과행위를둘로나누기때문에어떤한생각의발동이비 록선하지않을지라도그것을아직행하지않았다고해서금지하려고하지않는다. 내가지금‘지행합일’을 말하는 것은, 바로한생각이발동한곳이곧행위한것임 을사람들에게분명히알리고자하는것이다. 발동한곳에선하지않은것이있으면 곧그선하지않은생각을극복해야한다.21)

양명에게 도덕적 실천은 외적 행동이전에‘마음의 의식화’로부터 시작된다. ‘치양지’는 발동[念] 단계에서의‘의식화–정화–실천’의동시적연쇄다. 결국‘치 양지’란 외부규범의강제가아니라, 마음이스스로그본래의밝음을회복하는 내적운동이며, 한생각의발동을실천적현장에서바로잡는이과정은‘심리적 전체성’이스스로를정리하고재배치하는내적역동성에가깝다.융또한비슷한 맥락의발언을한다.

 

“나는정신치료자가철학자나철학적의사가되어야하고, 더구나우리가그것을인지하려하지않아도이미그런사람이되어있다는사실 을감출수가없다.”22)

 

     21) 今人學問, 只因知行分作兩件, 故有一念發動雖是不善, 然卻未曾行, 便不去禁止. 我今說箇知 行合一, 正要人曉得, 一念發動處便卽是行了. 發動處有不善, 就將這不善的念克倒了(『傳習錄 下』226條目).

     22)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1- 정신요법의 기본문제』(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1, 63쪽.

 

융에게서‘치유’는단순히증상의제거가아니라, 인간존 재에대한해석틀이전환되는사건이며,이점에서분석심리학은기술적치료법 이라기보다하나의실존적·철학적인간학에가깝다.양명도‘악’을제거하는것을 단순한도덕적금지나억압으로보지않고,마음이스스로의질서를회복하는자 생적자기조정작용으로이해했다.이러한점에서양명의‘치양지’는이미내면의 어둠과혼탁을직면하고그것을비추어정화함으로써본래의‘하나됨’을찾으려 는과정으로서, 도덕철학의외피아래깊은심리치유적인구조를품고있다.따 라서양명이말한“한생각의불선(不善)도가슴속에잠복하지못하게한다.”라는 말은, 단순히악을추방한다는윤리적명령에그치는것이아니고,마음이스스로 의중심을향해재통합되는내적귀환의운동을암시하는것으로해석해야한다. 바로이지점에서,양명의내면적정화구조는융이말한‘자기’의형성과정과평 행구조를이루게되며,이제양명의‘치양지’가어떻게융의‘자기’와연결되는지 를살펴볼수있다. 융에게서‘자기’(Self)는 치유과정의 목표로서 새롭게획득되는 무엇이아니라, 인간존재가태어날때부터이미잠재적으로갖고있는정신의중심이다.융의관 점에의하면인간은이미‘전체성’을갖고있으며, ‘하나의전체’로서태어난다.

융에따르면,인간이일생에걸쳐수행해야할과제는타고난전체성을최고도의분 화·일관성·조화의상태로발전시키는동시에,그것이상호단절된채제각기자율 적으로작동하며갈등을일으키는여러심리체계로분열되는것을방지하는데 있다.23)

이러한관점에서융의‘개성화’(Individuation)는 결핍된자아를보완하는 치유가아니라,이미주어진전체성이삶의과정속에서왜곡·분열되지않도록조 율해가는실존적과제라고이해할수있다.융의‘개성화’는무의식의내용을‘의 식화’하여전체성을회복하는과정이다. 다시말해, ‘개성화’란의식적자아가‘개 인무의식’24) 속에억압된내용을의식화하고‘집단무의식’25)에감추어진본유적 마음의근원과성정을스스로깨닫는것이다.

융은인간의‘그림자’(shadow)26)를 직면하고통합함으로써진정한자기(Self)에도달한다고본다.

‘그림자’ 즉,무의식 의동물적충동을의식화한다는것은그것을방임하거나해방시키는것이아니 라, 이러한충동이나름의의미를지닌실재로서인정받아야한다는뜻이다.27)

문 명은동물적본능을억누르고, 억눌린동물적본능은문명을왜곡시킨다는융의 지적28)처럼, 자아가무의식을억압할수록그림자는왜곡된방식으로되돌아온다. 꿈에서나타나는‘어두운존재’는파괴의의도를가진것이아니라, 오히려자아 에게가까워지기를바라는무의식의‘콤플렉스’이기에,이를이해하려면불쾌감과 고통을감수할용기가필요하다. 자아가새로운사상이나변화에느끼는공포는 무의식에대한낯섦의공포와동일하며, 자아는이를배제하려는보수적기제를 발동한다.29)

 

    23) Calvin S. Hall 외, 『융 심리학 입문』(최현 역), 범우사, 1989, 42쪽. 24) ‘개인 무의식’이란, 한때는 의식되었으나 망각되었거나, 의식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거나 부적절하다고 여겨져억압된사유·감정·기억·충동들이 저장된정신의 영역이다. 즉, 개인무 의식은개인의생애사적경험에의해형성된무의식이다.

    25) 융에 따르면 집단무의식은진화와유전을통해개인의경험과무관하게계승되는정신의 청사진으로서, 의식된 적 없는 원시적·잠재적 이미지들의 저장소이며, 뱀이나 어둠에 대한 공포와 같은 보편적 정서 반응은 이러한 태고적 이미지가 세대를 거쳐 전승된 결과이다 (Calvin S. Hall 외, 『융 심리학 입문』(최현 역), 범우사, 1989, 48~50쪽).

    26) ‘그림자’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억압해 온 성향·감정·욕망·충동의 총체로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원초적본능의층위에속하며자아를위협할수있는위험성을지 니지만, 동시에 생존과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림자가 의식속에서적절히인식되고통합될때인간은위기상황에서도심리적균형과 대응력을 유지할 수 있다(Calvin S. Hall 외, 『융 심리학 입문』(최현 역), 범우사, 1989, 61~65쪽).

     27) C. G. Jung, 『무의식 분석』(설영환 역), 선영사, 2005, 37쪽.

     28) C. G. Jung, 『무의식 분석』(설영환 역), 선영사, 2005, 40쪽.

     29) 이부영, 『분석심리학 입문』, 일조각, 2001, 56쪽. 

 

융이말하는‘자기실현’(Self-realization)30)은 외부 규범의 주입이 아니라, 무의 식적중심[Self]이 의식을 통해 현실적 삶 속에체현되는과정이다.

이때양심은 사회적도덕규범을넘어서는내적인‘신의소리’이며, 그원초형자체가대극적 구조를갖기에통합을지향한다. ‘자기’는의식과무의식을아우르는초월적중심 이므로, 실현의장은반드시의식과삶의교차면에서열린다. ‘개성화’는단순한 심리적기법이아니라삶의중심이자아에서‘자기’(Self)로이동하는영적인내적 전환이며, 신경증은이‘자기’와의불화, 즉내면의중심과어긋난삶에서비롯된 다.31) 양명의‘치양지’와융의‘개성화’는모두내면의무지를깨닫고자기자신을통 합하는과정이다.

양명은“사욕에가리면연못의본체를잃는다.”라고하였다.

이 말은의식이욕망의거울에갇혀스스로를비추지못하는상태를뜻한다.

융에게 도무의식의‘그림자’에휘어잡힌자아가전체적정신의중심인‘자기’로통합되 지못하면분열을맞이한다.

사람의마음은하늘이자연못이다. 마음의본체는갖추지않는것이없으니, 본래 하나의하늘이다. 다만사욕에가리면하늘의본체를잃게된다. 마음의이치[理]는 무궁무진하니, 본래하나의연못이다. 다만사욕에막히면연못의본체를잃게된다. 이제생각마다양지를실현하여이가려지고막힌것을모조리제거하면본체가이 미회복된것이니, 그것이바로하늘이고연못이다.32)

우리가무의식에어떠한형상도부여하여설명할수없다고할때, 우주정신은형 상이 없는 ‘아루팔로카’(arūpaloka; 無色界)이며 모든 형상이 발생하는 곳이라는 동양인들의주장은심리학적으로잘맞는다.33)

 

   30) 칼 융에게 ‘자기실현’과 ‘개성화’는 같은 의미다(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 24쪽). 필자는 두 개념을 문맥을 고려해서 혼용해서 사용한다.

   31) C. G. Jung, 『무의식 분석』(설영환 역), 선영사, 2005, 28쪽.

   32) 人心是天淵. 心之本體無所不該, 原是一個天. 只爲私欲障, 則天之本體失了. 心之理無窮盡, 原是一個淵. 只爲私欲窒塞, 則淵之本體失了. 如今念念致良知, 將此障窒塞一齊去盡, 則本體已 復, 便是天淵了(『傳習錄 下』 222條目). 여기서 ‘연못’은 심층심리학·분석심리학적으로 보 면‘무의식’을 상징한다. 융에게 “물[水]은 가장 잘 알려진 무의식의상징이다. 계곡에 있는 호수는무의식이다. …물은‘계곡의신[谷神]’이며, 그 성질이물과 같은‘도’(道)의 수룡(水 龍)이며 음(陰)에 흡수된 양(陽)이다. 그러므로 물은 심리학적으로 무의식화된 정신[Geist] 이라고 불린다(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2- 원형과 무의식』(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3, 125쪽).

    33) C. G. Jung, 『융 심리학과 동양종교』(김성관 역), 1995, 23쪽. 융이 언급한 ‘아루팔로 카’(arūpaloka; 無色界)는 불교 용어로서 형체(rūpa)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정신적 존재의 세계, 즉물질이없는순수한마음의영역을뜻한다. 

 

양명에따르면, ‘연못’이나‘하늘’로상징된생명의근원이사욕에의해가로막 히면만물이그생동을상실하듯이,인간마음의본체가사욕에의해폐쇄될경우 행위는자아중심적욕망에종속되고본래내재한양지는은폐되어인격의전체성 이훼손된다.

이러한관점은융이말한자기(Self)가 자아의편향과억압에의해 차단될때정신의전체성이붕괴된다고본이해와상응하며, 그잃어버린본심, 곧생명의심층적중심을회복하는과정이양명에게서는‘치양지’의공부로규정 된다.

결국양명의‘치양지’가연못의탁류를걷어내어맑은본체를드러내는일 이라면, 융의‘개성화’는 자아의편협한경계를넘어자기(Self)라는 심연의 통합 에이르는여정이다

.양자모두자기내면의‘어둠’을직시함으로써본래의‘밝음’ 을회복하는‘의식화의여정’을강조한다.

양명에게그것은도덕적실천에방점이 찍혀있고, 융에게그것은심리적치유에주안점이두어져있다는점에서양자는 다소다른결을지닌다.

그러나두과정은‘자기회복’이라는동일한목표를지닌 다. 이두과정은각기도덕적중심[양지]과심리적중심[Self]을생생한현실적삶 의현장에서가시화한다는점에서구조적으로평행하다.양명은세계와의상호영 향속에서드러나는‘양지’의‘생활세계적자아’34)의 성격을분명히 했다.

융의 ‘자기’(Self)도 단순한 내적 심상에머무르지않고삶의구체적장(場) 속에서실현 된다.

양명의‘치양지’는곧‘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앎’이란곧현실에서의‘실 천’의 시작으로서, 앎과실천의분리는허용되지않는다. 앎의진실하고독실한자리가바로실천이며, 실천이밝게깨닫고정밀하게살핀 자리가 바로 앎이다. ‘앎’과 ‘실천’의 공부는 본래 떨어질 수 없다. … ‘참된 앎’[眞知]은곧실천하는바가있으니, 실천하지않으면앎이라고일컬을수없다.35)

[소송을관장하는어떤하급관리에게] 내가언제그대에게공문서를관리하고소 송을관장하는일을떠나허공에매달려강학하라고가르친적이있는가? 그대에게 는이미소송을관장하는일이주어져있으니, 그소송을관장하는일에서부터학문 을실천해야만비로소진정한격물이다.36)

 

       34) 양선진, 「네트워크 존재론의 시대― 왕양명과 메를로-뽕띠를 중심으로」, 퇴계학논집 제23집, 영남퇴계학연구원, 2018, 476쪽.

       35) 知之眞切篤實處, 旣是行, 行之明覺精察處, 卽是知. 知行工夫, 本不可離. … 眞知卽所以爲行, 不行不足謂之知(傳習錄 中 133條目).

       36) 我何嘗敎爾離了簿書訟獄, 懸空去講學. 爾旣有官司之事, 便從官司的事上爲學, 纔是眞格物 (『傳習錄 下』218條目).  

 

[진구천(陳九川)이정좌중에는마음공부가되나업무중에는마음이흩어진다고 하자, 양명이이에답한다]

 

마음에어찌안과밖이있겠는가? 예컨대유준(惟濬; 진구천의자) 그대가지금여기서토론하고있는데, 또어찌하나의마음이안에서살피 고관리하겠는가?

이강론을들을때몰입되어깨어있는[敬; Mindfulness)] 것이곧저 정좌할때의마음이다.37)

양명의‘지행합일’은내적통찰이외적실천으로이어지는통합적변형과정을 의미한다. 한편융의의식화는상징적통찰[내적인식]이삶의구체적배치[실천]를변화 시키는합치를목표로한다.

‘자기’(Self)는 대극의통합을통해윤리적평형을만 들어내고, 그결과삶의수행은치유와의미회복으로드러난다.

융에의하면기 본적으로정신은대극으로이루어진다. 의식과무의식, 남성과여성성, 선과악, 아름다움과추함, 정신과신체, 높고낮음, 우월기능과열등기능, 내향과외향, 합리와비합리, 강함과부드러움, 어른과아이, 무수히많은대극성속에서우리 는삶을경험한다.이가운데서‘자기’는전체정신으로서밝고어두운면을그안 에포괄하는하나38)로서, “의식의 정신뿐 아니라 무의식의정신을 포괄하고있 다.”39)

요컨대, “‘자기’ 안에서 선과 악은그야말로일란성쌍생아보다도더밀착 된관계로공존하고있는것이다.”40)

융은이러한대극의통합을통한치유의고 대적단서가운데하나를동양으로부터끌어오는데, 그에의하면도덕적대극의 정돈된협력은노자(老子) 철학이가장잘보여주는것처럼동양인에의해자연 스럽게인정된자연의진리다.41)

양명도같은맥락의진술을한다.

“악한 사람의 마음은 그 본체를 상실한 것이다.”42)

“선생[양명]께서 말씀하셨 다. 지극히선한것[至善]이마음의본체이다. 본체상에서조금이라도마땅함을지나 치면곧악이된다. 하나의선함이있는데, 다시하나의악함이다가와서서로대립 하는것이아니다. 그러므로선과악은다만하나일뿐이다. 나황직은선생의설명 을듣고정자(程子)의이른바“선은본래본성이지만, 악도본성이라고말하지않을 수없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선과 악은 모두천리이다. 악이란본래악한것이아니라, 다만본성상에서지나치거나미치지못하는것일뿐이다.”라는설명을 알게되었다.43)

 

     37) 心何嘗有內外. 卽如惟濬今在此講論, 又豈有一心在內照管. 這聽講說時專敬, 卽是那靜坐時心 (『傳習錄 下』204條目).

     38)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 59쪽.

     39)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3- 인격과 전이』(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4, 80 쪽.

     40)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5- 꿈에 나타난 개성화과정의 상징』(융 저작 번역위원 회역), 솔, 2006, 32쪽.

     41)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2- 원형과 무의식』(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3, 149쪽.

     42) 惡人之心, 失其本體(『傳習錄 上』 34條目).

      43) 先生曰. 至善者心之本體. 本體上才過當些子, 便是惡了. 不是有 一箇善, 卻又有一箇惡, 來相 對也. 故善惡只是一物. 直因聞先生之說, 則知程子所謂善固性也, 惡亦不可不謂之性. 又曰, 善 惡皆天理. 謂之惡者本非惡, 但於本性上, 過與不及之間耳(『傳習錄 下』228條目). 

 

그러면이대목에서양명의‘치양지’와융의‘자기의의식화’를단계별로구체 화해대응시켜보도록하자. 양명의사후양명학은이른바‘양명우파’와‘양명좌 파’로 나누어진다. 그발단은바로양명의‘사언교’(四言敎)에대한 논쟁이었다. 선(善)도없고악(惡)도없는것이마음의본체이고, 선이있고악도있는것은의 념[意]의발동이며, 선을알고악을아는것은양지(良知)이고, 선을행하고악을제거 하는것이격물(格物)이다.44)

 

     44) 無善無惡是心之體, 有善有惡是意之動, 知善知惡是良知, 爲善去惡是格物(『傳習錄』, 下, 315條目). 

 

양명우파로불리게된전서산(錢緖山)은이말그대로조금도바꾸지말아야 한다고주장했다. 마음의본체는본래선과악이없으나,마음의발동인의념[意] 에는선악이존재하며,또한격물은악을제거하고선을행하여본체로복귀하는 실천이라는것이다. 이를‘사유설’(四有說)이라고한다. 하지만양명좌파인왕용 계(王龍溪)는 만약마음의본체가‘무선무악’이라면당연히의(意), 지(知), 물(物) 모두‘무선무악’이라고주장했다. 이는‘사무설’(四無說)이라고 한다. 사유설(四有 說)과 사무설(四無說) 논쟁은, 본체와발동의관계를어떻게설정할것인가의문 제라고볼수있다. 양명의사언교에서말하는“선(善)도없고악(惡)도없는것이마음의본체”라 는명제는융이자기(Self)를 의식과 무의식을아우르는선악이전의전체성으로 파악한관점과나란히놓을때,인간존재의근원적층위가도덕적판단이나심리 적분열이전의통합된장(場)이라는점에서일차적으로대응된다.그러나마음이 발동하여현실적으로작동하는단계에이르면,즉“선이있고악도있는것은의 념[意]의 발동”이라는두번째명제는융심리학에서자아(ego)가무의식의그림 자(shadow)와 충돌하며 실제적인 선·악의 차이와 내적 갈등을경험하게 된다는 견해와구조적으로맞물린다. 이때선악을식별하는‘양지’(良知)는개성화과정 에서‘자기’(Self)가 의식에 부여하는 식별력(discrimination), 즉 무의식의 내용이 어떤방향성을가지며어떤윤리적·심리적효과를낳는지판단하게하는내부의기준과기능적으로유사하다.마지막으로“선을행하고악을제거하는것이격물 (格物)”이라는 명제역시단순한윤리적금욕이아니라, 그림자를직면하고통합 하여자아와자기(Self)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는융의심리적실천과정과그대로 호응한다. 따라서‘사언교’ 전체는마음의본체라는선악이전의전체성에서출발 해, 인간심리의발동속에서선악의실제적갈등을경험하고,이를식별하며,실 천적통합을수행함으로써다시전체성으로복귀한다는일련의과정으로재구성 될수있다. 이러한과정적구조는바로융이말한자기(Self)의원형적중심성과 ‘개성화’의 길과연속선을이룬다고볼수있다. 한마디로양명의‘치양지’와융 의‘개성화’의대응을축약표현해보면,<치양지=지행합일>은<자기(Self)의의 식화= 내적인식과‘삶의실천’의합치>에대응된다.

 

Ⅳ. ‘발동-교정-정화’를 통한 수도(修道) 과정

 

이렇듯왕양명의‘치양지’라는수도(修道) 과정은융의‘자기실현’의과정과연 동될수있다.둘다일련의‘발동-교정-정화’와이를통한‘감응’의확장을표현해 주고있다. 양명의공부법은발동[意念]의초기에불선(不善)을식별·교정하여잠 복을허용하지않는‘근절’의수련이며, 이때‘격’(格)은 마음의잘못을 바로잡는 행위로 정의된다. 또한 ‘무선무악(無善無惡)/지선지악(知善知惡)’의 이중 프레임 속에서, 양지는도덕적분별의주체이면서동시에경계를넘어서전체성으로향 하는 ‘허령’(虛靈)의 차원을 지향한다. ‘허령’도 ‘양지’의 다른 명칭이다. 수도(修 道)의성숙은‘대인’(大人)의감응확충, 즉아이·짐승·초목·사물에미치는일체감 으로확인된다. 대인(大人)이란천지만물을일체로삼는사람이다. 천하를한가정으로바라본다. … 대인이천지만물을일체로삼을수있는이유는그것을의도해서가아니라, 그 마음의인(仁)이본래이와같아서천지만물과더불어하나가되기때문이다. … 그 러한까닭에어린아이가우물에빠지려는것을발견하면반드시두려워하고측은해 하는마음이일어나는데, 이는그의인(仁)이어린아이와더불어일체가되었기때문 이다. … 새가슬피울고짐승이사냥감이되어두려워하는모습을보면반드시참아 내지못하는마음이일어나는데, 이는그의인(仁)이새나짐승과일체가되었기때 문이다. … 초목이꺾여나가는것을보면반드시불쌍히여겨구하고싶은마음이일 어나는데, 이는그의인(仁)이초목과일체가되었기때문이다.45)

 

    45) 大人者, 以天地萬物爲一體者也. 其視天下猶一家. … 大人之能以天地萬物爲一體也, 非意之 也, 其心之仁本若是, 其與天地萬物而爲一也. … 是故見孺子之入井, 而必有怵惕惻隱之心焉,  是其仁之與孺子而爲一體也. … 見鳥獸之哀鳴觳觫, 而必有不忍之心, 是其仁之與鳥獸而爲一體 也. … 見草木之摧折而必有憫恤之心焉, 是其仁之與草木而爲一體也(『王陽明全集』 卷26 大 學問). 

 

어찌단지금수와초목뿐이겠는가? 천지라고하더라도또한나와한몸이며, 귀신 또한나와한몸이다. … 하늘과땅사이에가득찬것은단지이하나의영명(靈明)이 라는것을알수있다. 사람은단지그육체적인형체로인해격리되어있을뿐이다. 나의영명(靈明)은바로천지와귀신의주재자다.46)

 

양명은‘양지’의초월적이며내재적인‘영명’(靈明)이천지만물과감통할수있 는길이라고생각했다. 천지만물과인간은하나의생명력인기(氣)를공유하기 때문에서로감통할수있다. ‘개체성(개별)-전체성(초월)’의 모듈을 운영하는 것 이바로‘양지’다.47)

 

    46) 豈但禽獸草木. 雖天地也與我同體的, 鬼神也與我同體的. … 可知充天塞地中間, 只有這箇靈 明. 人只爲形體自間隔了. 我的靈明, 便是天地鬼神的主宰(『傳習錄下』336條目).

    47) 최재목, 「마음 체화의 장으로서 ‘몸’– 왕양명의 ‘신심지학(身心之學)’ 이론을 중심으 로」양명학제66호, 한국양명학회, 2022, 6쪽. 

 

이러한자각과확충[致良知)]은‘깨어있음’[覺]이기도하다. 양 명의수도과정을융의어법으로다시표현해보면,인심(仁心)과양지를자각하 고이를확충해나감으로써본래적‘자기’를실현하게되고, 그과정에서우주적 경지에 이른다고 할 수있다. 양명의 ‘심–천지–만물의 상통’은 융의 ‘Self as cosmos’(자기=우주 질서의 반영)과 상응하며, 이는전체적통합의원리를제시한 다. 이러한정신의전일성실현이양명에게는‘수도’(修道)의 과정이고융에게는 ‘개성화’(Individuation)의 과정이다. ‘수도’와 ‘개성화’의 과정을 시행하는데양명과융은모두고요한명상과그것 을바탕으로한적극적인행위의실천을강조한다.양명에게고요함[靜]속에서의 전체성회복이라는수행론적암시는‘리’(理) 차원의고요함과‘기’(氣) 차원의움 직임사이에서나타나는이중성으로표현되기도한다. 이는‘정좌’(靜坐)와‘의식’ 의통합과정으로개념화할수도있다. [왕양명의제자인설간(薛侃)이꽃을선함으로잡초를악함으로비유하자양명은 말한다] 이런것[꽃과잡초]을선악이라고간주함은모두자기신체로부터생각이일 어나기때문이며, 그래서잘못을저지르는것이다. … 하늘과땅이만물을자라게하 는뜻은꽃이나잡초나같다. 어찌선하고악한구분이있겠는가? 그대는꽃을보려 고하기에곧꽃은선한것이라여기고, 잡초는악한것이라여기는것이다. 만약잡 초를쓰려고할적에는다시잡초를선한것으로생각하게될것이다. 이러한선과 악은모두그대마음이좋아하고싫어하는것에서생겨난다. … 선한것도없고악한 것도없다는것은리(理)가고요한때이고, 선한것이있고악한것이있다는것은기(氣)가움직이는때이다. 기에의하여움직여지지않으면곧선한것도없고악한것 도없게된다. 이것을‘지선’(至善)이라말한다.48)

이언급의틀에서본다면정좌는‘리의고요’에서양지의자각을밝히고, ‘기의 동요’ 속에서‘지행합일’로연결시키는의식통합의장치로재해석될수있다. 한 편융에게도이러한구조는동일하게반복되는데, 정좌가의식을고요한중심에 머물게하는장(場)이라면, 그속에서드러나는상징은무의식의내용을밝혀주는 등화(燈火)로기능하고, 그상징의자각을바탕으로한삶의실천적변형은곧개 성화의구체적전개로이어진다는점에서,융의방법은양명의‘리의고요–기의 동요–지행합일’ 구조와상응한다. 양명의수행전통에서핵심은마음의흐림을걷어내어‘양지’가스스로드러나 도록하는과정이다. 정좌(靜坐)는외부의상(像)이나분별을붙잡지않고마음을 고요한본체로돌려보내는장치인데,이는의식속에서뒤섞여떠오르는분별·사 욕을가능한한비워‘심체’(心體)의본래밝음을드러내려는것이다.의식의혼탁 함을이루던분별이가라앉으면마음의에너지는자연히리(理)의고요함으로돌 아가고, 그렇게확보된정적(靜的)인중심은기의동요—즉사물과접촉하며일 어나는감응—를한층더투명하게비추어준다. 이렇게정적의중심에서기의 움직임을관조할수있게되면,마음속에잠재되어있던‘양지’의조명(照明)이표 층으로솟구쳐올라와스스로를드러내고,그양지의자각은다시분별된의식을 바로잡아전체적통합으로이끌어준다. 결국정좌를통한마음의비움과고요는 무의식적차원에서이미갖추어진도덕적직관,곧양지가표면화될준비를하게 하며, 그렇게드러난양지는의식을보정하여지(知)와행(行)이하나로수렴되는 전일적구조를완성하게한다. 바로이지각된양지가삶속에서곧바로실천으로이어지는국면에서양명자 신이말한‘광자(狂者)의 마음’이 등장한다. 양명은말한다. 나는이제이양지를믿을수있게되었고, 진실로옳은것과진실로그른것을손 길이닿는대로실천하여다시조금이라도덮어감추지않게되었다. 나는이제야겨 우광자(狂者)의마음을가질수있게되었다. 설령세상사람들이모두나의행위가 말과일치하지않는다고하더라도상관하지않으리라.49)

 

   48) 此等看善惡, 皆從軀殼起念, 便會錯. … 天地生意, 花草一般. 何曾有善惡之分. 子欲觀花, 則 以花爲善, 以草爲惡. 如欲用草時, 復以草爲善矣. 此等善惡, 皆由汝心好惡所生. … 無善無惡 者理之靜, 有善有惡者氣之動. 不動於氣, 卽無善無惡. 是謂至善(『傳習錄 上』101條目).

    49) 我今信得這良知, 眞是眞非, 信手行去, 更不著些覆藏. 我今纔做得箇狂者的胸次. 使天下之人  都說我行不揜言也罷(『傳習錄下』312條目). 

 

융이말하듯분열증환자의경우무의식의내용은신비가의그것과다르지않 지만, 다만그자아가이를소화해낼힘이없다는점에서실패한영적체험으로 흐른다.50)

 

      50) 이부영, 『분석심리학 입문』, 일조각, 2001, 231쪽.

 

이에 비해양명에게서‘광’은바로그양지가솟아오르는순간을자아 가충분히감당하고현실속행위로전환해내는힘을의미한다.따라서발동된한 생각을돌이켜그자리에서곧장교정해나가는이리듬은단순한심리기술이 아니라, 마음의본체가스스로를맑히며양지를현실속에서갱신해나가는살아 있는과정으로이해될수있다.

 

Ⅴ. 왕양명의‘행위중심윤리’와칼융의‘심리적치유’의공명

 

융에게‘개성화’는 어떤치유자가외부에서개입하여정상화를수행하는과정 이아니라, 무의식적중심인‘자기’(Self)가 의식을 이끌어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내적사건이다.

기존의마음치유가주로전문가가일방적으로실행한것이었다 면, 철학치유는자기자신이하는자기치유,즉치유의주체와객체로서주체의 이중적의미를띤자기치료를근간으로한다.51)

철학치유가노리는가장중요한 핵심은먼저“자신이처해있는상황의본질을이해하고”난후“자기자신을성 찰하여”, “자기스스로대답을찾을수있게만드는것”에있다.52)

이러한관점에 서치유는외부로부터주어지는처방이아니라,인간이자기자신과다시관계맺 는방식의전환이다.양명의‘치양지’와융의‘개성화’는이러한철학치유의근간 을이루는실존적자기회복의과정이다.

왕양명에게마음은단순한심리적기관이아니라우주의원리와동일하다.“무 릇사람이란천지의마음으로,천지만물은본래나와한몸이다.”53)

 

   51) 이광래 외, 『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 지와사랑, 2011, 222쪽.

   52) 정병석, 「周易의 치료적 함의」, 철학논총48집, 새한철학회, 2007, 358쪽.

    53) 夫人者, 天地之心, 天地萬物, 本吾一體者也(『傳習錄 中」179條目).  

 

양명에게마 음이란 보고듣고말하고움직이는신체적인면임과동시에‘천리’(天理)이기도 했다.

이런사유는‘천인합일’(天人合一)을심층적으로풀어낸계기이며,인간존재 를우주적감응의중심으로본다. ‘천인합일’(天人合一)에서천(天)과인(人)의관 계는분석심리학에서말하는‘자기’(Self)와 ‘자아’(ego)의 관계에 등치할 수 있다.

양명을비롯하여기본적으로유학에서는‘천’(天)을의식적인간을초월하는존재 로표현하고있는바,분석심리학에서도‘자기’를의식초월적존재로말하고있기때문이다. 또분석심리학에서는좁은의미의인간을의식적‘자아’와동일시하고 있다.54)

융은직접적으로‘하늘’을자기(Self)의 원형상으로 보았다.55)

마치 양명이 ‘양 지’를‘조화의정령’으로바라본것과같이, ‘자기’는의식을넘어선초월적중심으 로서, 인간정신과세계질서를연결한다.융의심리학에서인간은고립된주체가 아니라, ‘집단무의식’의 보편적 원형과연결된존재다. 많은나라의천지창조에 관한신화에서는“태초에혼돈이있었다.”라고말한다. 이를심리학용어로돌려 말한다면, “태초에무의식이있었다.”라고표현해볼수있다. 이무의식으로부터 ‘자아’가 싹튼다.56)

이러한생성적구조는무의식이단순한혼돈이아니라생명의 원천적힘임을시사한다. 나일강의범람이대지를윤택하게하듯, 무의식의범람 은새로운심적성장을낳는다.57)

주기적인강물의범람을통해서그땅이비옥 해지듯이, 무의식으로부터의침범을통해‘자아’는살찐다.58)

양명의‘양지’도결 코경험에서유래한것이아니다.거꾸로모든경험적인축적은모두양지의작용 에의한것이다.

다시말해양지는인간이누구나다가지고있는본심이다.59)

이 런양지의편재성은융의‘집단무의식’의의미와연접된다. 이같은관점은오늘날시대정신을반영한다면‘네트워크존재론’60)이다.

인간 은천지와분리되지않으며, 감응(感應) 속에서세계와상호연관된다. 융의‘자 기’(Self)가 ‘자아’(ego)를 넘어 세계의 통합적 전체성을 지향하듯, 양명에게서도 ‘마음’[心]은 인간과 천지를가르는분리적경계를해체하고, 존재를우주적일체 성 속에서 통합하려는 중심 원리로 작동한다. 융은 인도철학 개념인 ‘아트 만’(Atman) 개념을끌어들여절대미시의내면세계가지닌통합적전체성을설명 하기도한다.

융에의하면, ‘아트만’은“작은것보다더작고큰것보다더큰것” 이다. ‘자기’도 개인적 수준에서는미세한내적경험이지만, 우주적가치의차원 에서는그어느것보다도크다.61)

 

   54) 김종호·이죽내, 「[중용(中庸)]에 나타난 심성론의 분석심리학적 연구」, 심성연구 3권, 한 국분석심리학회, 1988, 9쪽.

   55)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2- 원형과 무의식』(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3, 57쪽, 62쪽 및 Calvin S. Hall 외, 『융 심리학 입문』(최현 역), 범우사, 1989, 145~146쪽 참조.

    56)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 33~34쪽.

    57) 島薗進·西平直, 『宗敎心理の探究』, 東京大學出版會, 2001, 137쪽.

    58)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 50쪽. 59) 정인재, 『양명학의 정신』, 세창출판사, 2014, 156쪽.

    60) 양선진, 「네트워크 존재론의 시대― 왕양명과 메를로-뽕띠를 중심으로」, 퇴계학논집 제23집, 영남퇴계학연구원, 2018, 471쪽.

     61)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2- 원형과 무의식』(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61쪽. 

 

이역설은양명의‘마음이곧천리’라는사유와 평행을이룬다.

‘양지’는 “하늘의 이치가 마음안에있다.”라는윤리적일체론이 며, ‘자기’는 “우주의상징이무의식속에있다.”라는심리적일체론이다. 양자모 두내면과우주의상응성,인간과세계의일체성을전제한다.여기서인간의내면 을탐구하는일은곧우주의근원을탐구하는일이된다. … ‘자기 자신’이라 부르는 것은 [동양 철학의 개념인] 내속에있을뿐아니라 모든 사람 속에 있는 ‘아트만’과 ‘도’(道)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정신적 전체성 이다. … 이 전체성 자체란 존재론적으로 말해서 언어로 기술될 수 없는 것이다. ‘자기’란 결코 신(神) 대신에 있는 것이아니고아마신적인자비를간직한그릇일 지모른다.62)

양명의도덕수양과융의심리통합은각기윤리철학및심리치료의틀을넘 어서는응용적잠재력을지닌다.양명이말한치양지는인간내면을흐리는사욕 을제거하여,본래의선한앎인양지를밝히고이를통해도덕적·심리적전체성을 회복하려는과정이다.앞에서언급한바와같이이러한정화의구조는융의‘개성 화’ 과정과상응한다.억압된그림자·콤플렉스등무의식의내용을의식이직면하 고포용함으로써자기(Self)의 통합을 이루려는 융의관점은, “내면의 어둠을드 러내고통합함으로써본래의우주적전체성을회복한다.”라는점63)에서‘치양지’ 와동일한심리적·존재론적원리를공유한다.

이러한관찰은이미전체성의잠재 력이선험적으로존재한다는융의가정64)을뒷받침하며,개성화가외부에서부과 된이상이아니라인간정신내부에잠재한‘전체성’의발현과정임을보여준다. 무릇인간은천지의마음이며, 천지만물은본래나와한몸이다.

백성의곤궁함과 고통은어느것인들내몸에절실한아픔이아니겠는가?

내몸의고통임을알지못한 다면 ‘옳고 그름을 가리는마음’(是非之心)이 없는 사람이다. 시비지심은 생각하지 않고도알고, 배우지않아도능하게해낼수있는것으로이른바양지이다.65)

 

   62)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9- 인간과 문화』(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4, 145~146쪽.

   63) “어둠과 대립해 있지않은세계에서는빛이의미가없…다. 세계가유지되는것은대극이 평형을 유지하기 때문임을 인간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 어떤것도다른것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 의식은 오직 무의식을 끊임없이 인정하고 고려할 때 존재할 수 있 다.”(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2- 원형과 무의식』(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3, 217쪽, 219쪽).

    64)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2- 원형과 무의식』(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3, 253~254쪽. 

    65) 夫人者, 天地之心, 天地萬物本吾一體者也. 生民之困苦茶毒, 孰非疾痛之切於吾身者乎. 不知 吾身之疾痛, 無是非之心者也. 是非之心, 不慮而知, 不學而能, 所謂良知也(『傳習錄 中』 179 條目). 

 

양명의“인간은천지의마음이며,천지만물은본래나와한몸”이라는선언은, 도덕적행위가곧존재론적통합임을의미한다.더나아가양지란단순한도덕판 단의기능을넘어, 마음의근저에서자발적으로작동하는근원적원리이며,이는 인간내면에내재한초월적차원을구성한다. 나의영명(靈明)은바로천지귀신의주재자다. 하늘은나의영명이없다면그높 음을누가우러러보겠는가? 땅도나의영명이없으면누가그깊음을굽어보겠는가? 귀신도나의영명이없으면누가그길함과흉함, 재앙과상서로움을분별하겠는가? … [사람과천지귀신만물은] 하나의기운이흘러서통하는것이니, 어찌그들사이 에간격이있겠는가?66)

이러한양지의구조는규범과존재의근원을동시에지시하는‘내재적신성(神 性)’으로규정될수있다. 한편, 융의심리치유도개인의내면을통합함으로써전 체적건강을회복하는과정이다. 융의방법과같은이른바‘철학적치유’는자기 자신이하는자기치유,즉치유의주체와객체로서주체의이중적의미를띤자 기치유를근간으로한다.67)

그러나융은이치유를단순히‘심리적안정’으로보 지는않았다.

그는“양심의소리가신의소리라면그것은사회적도덕보다높은 권위를가진다.”68)라고 말하며, 내면의소리를따르는것이진정한윤리라했다.

 

     66) 我的靈明, 便是天地鬼神的主宰. 天沒有我的靈明, 誰去仰他高. 地沒有我的靈明, 誰去俯他深. 鬼神沒有我的靈明, 誰去辯他吉凶災祥. … 一氣流通的, 如何與他間隔得(『傳習錄 下』 336條 目).

     67) 이광래 외, 『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 지와사랑, 2011, 222쪽.

     68) 이부영, 『분석심리학 입문』, 일조각, 2001, 335~336쪽.

 

즉융의치유는곧윤리적임과동시에종교적자기실현이기도하다.심리적통합 은단순한자아의확장이아니라, ‘자기’를통한‘의미의회복’이다. 인간이‘자기’ 의중심으로수렴할때,그는도덕적책임의주체가된다.이때‘치유’와‘윤리’는 분리되지않는다. 융의‘전체성’(wholeness)은 곧 윤리적 통합을 함의한다. 융의 ‘집단무의식’은 개인 심리치유를공동체윤리감응으로확장할수있는토대를 제공한다. 상징과원형의공유경험을통해개인은타인의무의식과소통하며,이 교감은도덕적공감의근거가된다.따라서융의심리치유는개인적치유를넘어 윤리적공존의심리학으로나아간다.

마찬가지로‘양지’의실현도심리적치유의한형태로읽힐수있다. ‘치양지’는 마음속의왜곡을바로잡는행위이며, 이는무의식의갈등을통합하려는융의과 정과구조적으로비슷하다. 또한양명의‘무선무악’(無善無惡)의경지는, 융이말 한‘대극의통합’과도일치한다. 선악의양극단을초월하여전체의조화로나아간 다는점에서, 두사상은심리적평정과윤리적평형의통합을제시한다. 융은이 렇게말한다. “나는의식을초월한전체성을‘자기’라고명명했다. 개성화과정의 목표는자기의합성이다. [나는] ‘합성’이라는용어대신에‘엔텔레키’(Entelechie) 를추천한다.”69)

‘엔텔레키’는 존재 안에이미내재한잠재적전체성이스스로의 내적목적에따라현실로드러나는자기실현의과정이다.이는무의식속전체성 이삶속에서드러나는융의개성화와마음속본래의밝음이행위속에서현현되 는양명의양지가동일한구조로만나는지점을설명해준다.결국양명이설파한 ‘양지’의 실천은심리치유적이며, 융이강조한‘자기’를향한내적여행은윤리적 이다. 양명학과 융심리학은모두“자기를다스림으로써세계를다스린다.”라는 통찰을공유한다. 그들의목표는‘자기안의하늘을밝히는것’이라는점에서동 일하다. 양명의‘만물일체지인’(萬物一體之仁)은개인의도덕정신이만물과더불어숨 쉬는영역으로확장되는윤리적형태이며,이는융의자기(Self)가개인의의식을 넘어‘보다큰전체성’으로확장되는자기실현개념과상통한다.이러한만물일체 의윤리와심리적전체성의사유를이해하는데,현대생태철학, 특히노르웨이의 철학자아르네네스(Arne Næss; 1912~2009)의 심층생태론(Deep Ecology)은 좋은 참고자료가될수있다. 양명과융의사유가모두생태철학과관련해매우많이 논의되므로이대목은잠시짚고넘어갈필요가있다.아르네네스에따르면, ‘자 기’(Self)는 협소한 의미의 ‘자아’(ego)와 구분되어야 하며, 인간은 성숙해질수록 자신과살아있는모든존재를동일시(identification)의 지평 속에서이해해야한 다. 그는자기가‘자아→사회적자기→형이상학적자기’로확장되는과정에서 자연이 대체로 망각되어 왔음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태적 자 기’(ecological Self) 개념을 제안한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것들이이루는더큰공동체와의관계를중시해야하며,생의기쁨과의미는 자기실현(self-realization)을 심화함으로써, 곧 자기 존재의 잠재성을 완성함으로 써더풍부해질수있다.70)

 

   69) ‘엔텔레키’란 잠재적 상태를 현재적 상태로 실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목적을 자체 내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발전과 완성을 성취시키는 유기체 내부에 있는 힘이다(C. G. Jung, 『융기본저작집2-원형과무의식』(융저작번역위원회역), 솔, 2003, 253쪽). 

  70) 아르네 네스 외, 『산처럼 생각하라』(이한중 역), 소동, 2012, 17~20쪽. 심층생태론에서 말하는자아실현은사회적의미의자아실현이아니다. ‘유기적전체’로서의의미를지닌자 아실현이다(클라우스 보셀만, 『법에갇힌자연vs 정치에갇힌인간』(박선영역), 도요새, 2011, 213쪽).

 

이관점에서양명과융의사유는윤리를인간관계차원을넘어생명전체와의 연결로확대하며, 이연결은곧심리적치유의효과를지닌다. 양명의‘인’(仁)은 자연과인간의감응을매개하는‘도덕적영성’으로읽힐수있다. 융심리학에서 자기(Self)가 정신과 자연의통합상징이라면, 양명에게서인은인간이자연속에 서그통합을실천하는윤리적에너지이다.여기서윤리와영성은분리되지않으 며, 자연과 인간의상호회복은‘심리적건강’의확장된형태로이해될수있다. 양명의‘만물일체지인’은바로이러한확장된인(仁)의형식이다. 양명은심학(心 學)의전망속에서일종의유토피아를상상한다.

모든존재가순수하고명료하며 만물일체의인을제대로체현한다면, 서로간의정신이막힘없이흘러통함으로 써타인과의경계가사실상사라질것이다.이는덕의평등성을전제하는수평적 원리로, 존재들사이에상하위계보다는상호감응과공명에기초한윤리적공동 체를지향한다.

이러한유토피아적상상은, 융이말하는‘확대된자아의윤리’— 즉생명전체와더불어숨쉬는자기실현의윤리—에맞닿는다.

 

Ⅵ. 결론

 

근심과소외, 공허가일상화된현대사회에서정신건강과인격적성장은중요 한과제로부상하고있다.

이러한맥락에서동양의정신전통은삶과책임,관계 와정체성을재사유하게하는하나의대안적지평으로재조명되어왔으며, 고요 함과균형, 심신의통합을강조하는동양적모델은상담·치료와자기관리의영역 에서도새로운가능성을제시해왔다.

이때왕양명의마음수양과칼융의개성화 이론은단순한철학·심리학의고전이아니라,현대의치유실천을재구성하는인 격적성장의틀로이해될수있다. 본연구는왕양명의‘양지’와칼융의‘자기(Self)’ 개념을 비교하여, 두사상이 인간내면에이미주어진근원적중심을통해삶을조율하고회복하게한다는점 에서구조적공명을이룬다는사실을강조했다.

양지와자기는외부규범이나초 월적권위에의존하지않고,인간내면의자율적중심을통해도덕적판단과심리 적통합을동시에가능하게하는원리로이해된다.

특히양명의‘치양지’와융의 ‘개성화’ 과정을발동–교정–정화의내적역동으로분석함으로써, 두사상이도  덕적실천과심리적치유를분리하지않는동일한자기회복의논리를공유함을 주장하였다.

이러한논의를통해본논문은양지와자기개념을도덕·심리·영성·무의식의 다층적요소가통합되는‘자기성숙의다원론적윤리’로개념화하였다.이윤리는 선악의이분법을넘어인간내면의대극과긴장을통합적으로조율하며,외부규 범의강제가아니라내적중심의각성과성숙을통해실현되는윤리라는점에서 현대적의의를지닌다.

더나아가본연구는, 전환기적시대상황에서인간마음 의회복이개인의치유를넘어사회와세계의윤리적전환을사유하는핵심과제 가될수있음을하나의철학적단서로제시하고자했다. 258 양승권

 

 

참고문헌

焚書 王陽明全集 傳習錄 周易 王心齋全集 島薗進·西平直, 宗敎心理の探究, 東京大學出版會, 2001 C. G. Jung, 융 기본 저작집; 1~9(융 저작 번역위원회 역), 솔, 2001~ 2004 C. G. Jung, 융 심리학과 동양종교(김성관 역), 1995 C. G. Jung, 무의식 분석(설영환 역), 선영사, 2005 데이비드 로텐버그, 생각하는 것이 왜 고통스러운가요?(박준식 역), 낮은 산, 2011 마크 앱스타인, 붓다의 심리학(전현수 외 옮김), 학지사, 2006 시마다 겐지, 주자학과 양명학(김석근 역), 까치, 2001 아르네 네스 외, 산처럼 생각하라(이한중 역), 소동, 2012 이광래 외, 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 지와 사랑, 2011. 이부영, 분석심리학 입문, 일조각, 2001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한길사, 2002 정인재, 양명학의 정신, 세창출판사, 2014 캘빈 홀 외, 융 심리학 입문(최현 역), 범우사, 1989 클라우스 보셀만, 법에 갇힌 자연 vs 정치에 갇힌 인간(박선영 옮김), 도 요새, 2011 클라크, 동양은 어떻게 서양을 계몽했는가(장세룡 역), 우물이 있는 집, 2004 고희선, 「맹자 심성론의 심성구조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이해– 정신통합론 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범한철학 제74집, 범한철학회, 2014 고희선, 「주자(朱子 심성론과 융 분석심리학의 학제 간 접목을 통한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모색」, 동서철학연구 88호, 한국동서 철학회, 2018 김세서리아, 「양명학과 철학 상담: 주체의식과 상호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철학 실천과 상담 2집,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2011 왕양명(王陽明)의 ‘양지’(良知)와 칼 융(C.G. Jung)의 ‘자기’(Self) 259 김종호·이죽내, 「[중용(中庸)]에 나타난 심성론의 분석심리학적 연구」, 심 성연구 3권, 한국분석심리학회, 1988 박성호, 「왕양명 치양지론의 마음인문학적 활용을 위한 시론」, 양명학 제75 호, 한국양명학회, 2024 양선진, 「네트워크 존재론의 시대- 왕양명과 메를로-뽕띠를 중심으로」, 퇴 계학논집 제23집, 영남퇴계학연구원, 2018 이보섭, 「융 심리학의 입장에서 본 내림굿의 상징적 의미」, 심성연구 16권2 호, 한국분석심리학회, 2001 이상일, 「한국적 원초적 심성에 대한 과학적 심리학적 해석」, 심성연구 25, 한국분석심리학회, 2012 이죽내·김상헌, 「분석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로장(老莊)사상의 수도(修道)」, 심성연구 제18권 제2호 29호, 한국분석심리학회, 2003 전병술, 「[전습록]의 심리학적 독법- 켄 윌버의 ‘의식의 스펙트럼’에서 의 자리매김을 중심으로」, 유학연구 23집,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 2010 260 양승권

 

[한글 요약]

본논문은왕양명의‘양지’(良知)와칼융의‘자기’(Self) 개념을비교고찰함으로써, 도덕 철학과분석심리학이인간내면의심리적치유와도덕적성숙이라는공통의문제의식위 에서어떻게접합될수있는지를탐구한다. 양명의‘양지’는인간각자안에내재한도덕 적·존재론적중심으로서선악판단과실천의근거이며, 융의‘자기’는의식과무의식을포 괄하는심리적전체성의중심으로이해된다.본연구는양지와자기가외부규범이나초월 적권위에의존하지않고, 인간내면의자율적중심을통해삶을조율하고회복하게한다 는점에서구조적공명을이룬다는점을강조한다.나아가양명의‘치양지’와융의‘개성화’ 과정을발동–교정–정화의내적역동으로분석함으로써,두사상이도덕적실천과심리적 치유를통합하는동일한자기회복의논리를공유함을밝힌다.이러한논의를통해본논 문은양지와자기개념을도덕·심리·영성·무의식의다층적요소가통합되는‘자기성숙의 다원론적윤리’로개념화하고, 현대전환기사회에서인간마음의회복과세계적윤리전 환을사유할수있는이론적단서를제시하고자한다.

주제분야 : 중국철학, 분석심리학, 현대철학

주제어:양지, 자기, 윤리철학, 심리치유, 왕양명, 칼 융

 

[Abstract]

Wang Yangming’s ‘Liangzhi’ and Carl Jung’s ‘Self’- Toward an Integration of Ethical Philosophy and Psychological Healing

Yang, Seung-Gueon (Daegu Univ.)*

This paper comparatively examines Wang Yangming’s concept of ‘liangzhi’ (innate moral knowledge) and Carl Gustav Jung’s concept of ‘the Self’, exploring how moral philosophy and analytical psychology can converge around a shared concern for psychological healing and moral maturation within the human interior. Wang Yangming’s ‘liangzhi’ is understood as an immanent moral and ontological center inherent in each individual, serving as the basis for ethical judgment and practice, while Jung’s ‘Self’ denotes the psychological center of wholeness encompassing both consciousness and the unconscious. This study emphasizes that ‘liangzhi’ and ‘the Self’ structurally resonate in that both enable the regulation and restoration of life through an autonomous inner center, rather than reliance on external norms or transcendent authority. Furthermore, by analyzing Wang’s practice of ‘zhi liangzhi’ and Jung’s process of ‘individuation’ as parallel inner dynamics of activation, correction, and purification, this paper demonstrates that both traditions share a common logic of self-restoration integrating moral practice and psychological healing. On this basis, the study conceptualizes ‘liangzhi’ and ‘the Self’ as forming a “pluralistic ethics of self-maturation,” in which moral, psychological, spiritual, and unconscious dimensions are multilayeredly integrated, and proposes a theoretical framework for rethinking the recovery of the human mind and ethical transformation in contemporary transitional society.

Key Words : Liangzhi(Innate Moral Knowledge), Self, Ethical Philosophy,

Key Words : Psychological Healing, Wang Yangming, Carl Gustav Jung

 

 

투고일: 2025년 12월 15일 심사일: 2026년 1월 15일 게재결정일: 2026년 1월 25일

철학논총제123집ㆍ2026ㆍ

 

왕양명(王陽明)의 &lsquo;양지&rsquo;(良知)와 칼 융(C.G. Jung)의 &lsquo;자기&rsquo;(Self) - 윤리철학과 심리 치유의 접목을 모색하며 -.pdf
0.83MB
철학논총 제123집 목차.pdf
0.14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