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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

언어철학의 서술방식으로서 발터벤야민의 트락타트/김서라.전남大

Ⅰ. 벤야민의서술방식으로서트락타트

 

벤야민의철학에서나타나는독창적인특징가운데하나는서술방식이다.

그 의서술방식은일반적으로에세이1)라불리지만스스로자신의서술방식을개념 적으로규정하지는않았다.

그는아포리즘(Aphorism), 단편(Fragmente) 등 자신 의사유를표현할수있는여러가지글쓰기형식을실험했다.

이러한시도는전 통학문이규범적으로제시하는논증이나체계적서술로부터벗어난것으로보이 기때문에그의서술은종종독창적문학성의표현으로해석되기쉽다

하지만이 러한이해는벤야민의서술에대한단편적인인상에가까울뿐이다.

여기에머무 르지않기위해서는그의서술방식에대한철학적해석이구체적으로이루어질 필요가있다.

이서술방식에대한철학적해석은벤야민의언어철학에기반하고 있다.

이연구는독일비애극의원천(Ursprung des deutschen Trauerspiels)의 서문인「인식비판적서문」(“Erkenntiniskritische Vorrede”, 1928)2)에 등장하는 트락타트(Traktat)를 벤야민의 언어철학적 사유가서술속에내재화된방식으로드 러나는글쓰기로서제시하는데에목적을둔다.

 

    1) 에세이(Essay)는 16세기 철학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의 책 에세 (Les Essais)가 이 에세이적 글쓰기의 기원이 된다. 에세는 몽테뉴에게서 자기를 탐구하 고자기를알고또만들기위한능동적시도다(미셸드몽테뉴, 에세, 심민화, 최권행옮 김, 민음사, 서울, 2022, 19쪽.). 이로부터 발원한 에세이는 개인의 일상적 경험과 감성, 기 억등의소재와단편적이고유동적인사유의궤적에따라쓰인글을의미하게되었다. 에 세이적 글쓰기는 벤야민 외에도 파스칼, 니체, 아도르노 등의 철학자들이 즐겨 이용했던 방법이다.

    2) 발터 벤야민의「인식비판서문」은독일비애극의원천의서문이지만, 단순히독일비애 극의 원천의 도입부에 그치지않는별개의글이다. 이글은벤야민이프랑크푸르트대학 철학과에 하빌리타치온 논문 독일 비애극의 원천을 제출한 지 3년 후인 1928년에 쓰인 것이다. 이때는 그가 교수학위를 얻는것을포기한뒤이논문의출판과정에있던시기였 다. (하선규, 「벤야민의 역사철학적 이념론과 예술철학에 대한 시론(試論): 비애극서의 「 인식비판 서문」을 중심으로」, 미학‧예술학 연구 28집, 한국미학예술학회, 2008), 243-4 쪽.) * 이후 「인식비판적 서문」은 「서문」으로 간략히표기함. 

 

「서문」에는철학적서술(Datstellung)에 대한 문제의식이일관적으로제시되어 있다.

「서문」의서술에대한절에서가장핵심적인개념은‘트락타트(Traktat)’다. 트락타트는라틴어트락타투스(tractātus)를 독일어로 옮긴것이다.

트락타투스는 ‘끌어당기다’라는 뜻을 지닌 트락토(tractō)가 그 어원이며, 가르침, 훈계라는 뜻 외에도처리나작업이라는의미도포함한다. 이는대체로고대로마시기인5세 기부터 중세시대고전의산문형식을가리킨다.

이트락타트라는고전의형식은  교훈적설교형식의글이나,교수법, 의도적으로모순되는명제를제시하고서로 상충하는명제의관점들을서술해내는방식등다양하며,3) 그중어느한가지를 규범적인형식으로제한할수도없다.

「서문」의트락타트또한단순히고·중세시대고전의산문형식을의미하지않 는다.

철학적, 신학적저술로서트락타트는초월적신의말씀을불완전한인간의 언어로해석하고전달해야하는모순적상황에서쓰였다.4)

 

     3) 트락타트(Traktat/tractatus) 문헌들은 매우 다양하고 많지만, 철학적 고전 중에서 대표적 사례들을 제시하자면, 아우구스티누스의 요한 서간 강해 (In Epistolam Ioannis Ad Parthos Tractatus, 406/7년경), 보에티우스의 가언 삼단논법에 관한 논고 (Tractatus de hypotheticis syllogismis, 510~520년경), 토마스 아퀴나스의 대이교도대전 (Summa contra Gentiles/Tractatus de fide catholica, contra errores infidelium, 1265), 14세기에 쓰여진 월터벌리(W. Burley)의 의무논리에 관한 논고 (Tractatus de obligationibus) 등 을 들수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경우강론, 보에티우스와월터 벌리의경우, 논증구조에 대한이론과논쟁의훈련방식을의미한다. 중세후기에트락타투스는논증능력향상을위 한교본의역할도지니고있었다. 누구나이성적으로기독교교리를이해하고설득시킬수 있게하는것이중세유럽교회및수도원의주요한목적이기도했다. 여전히강론이나설 교의 형식을지닌트락타투스는중세유럽에서도흔하게나타난다. (13세기 중 후반에 쓰 여진 Peter of Limoges, Tractatus Moralis de Oculo는 인간의 눈에 대한 자연학적 설명 을통해영적시각과도덕적성찰을이끌어내는교훈적설교형식을지니고있다. 14세기 저술로 추정되는 Stephen of Bourbon (Étienne de Bourbon), Tractatus de diversis materiis predicabilibus는 다양한 설교 주제들에 대한 자료집으로, 수도자나 설교자를 위 한 규범적설교를모은저술집이다.) 이처럼 트락타투스의 형태는 다양하여 대중 앞의강 론이나설교, 논리적이고체계적으로전개된논고나교수법에이른다.

     4) 이는 신비주의적사상에서주로대두되는문제이다. 신비주의자들은감각적체험이나논리 적 연역에나오는용어들로종교적진리를표현할수없다고본다(조지프댄, 유대교신 비주의 카발라, 이종인 옮김, 안티쿠스, 파주, 2010, 24쪽.) 고대 논리학을 수용한 스콜라 철학의저술들또한이문제를의식하면서다른방식으로해결하고자했다. 스콜라철학의 트락타투스는 질문과주장, 근거와반론, 해명과재반박에 대한응답으로이어지며각각이 논증의 단위로서작동한다. 그럼으로써 성서의 말씀과신의 존재를기독교의 교리를논증 의 절차를 거쳐 증명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이성의 역할은 확장된다. 트락타투스는 내면적인 신앙을 설파하던 설교와 강론뿐 아니라 외재적 논증과 추론으로써 보편 진리를 서술하는 저술까지 폭넓게포함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같은저술방식은스콜라철학 자들이불완전한언어에대한문제를이성, 합리적사유방식을통해해결하고자함을보여 준다. 

 

벤야민은고·중세시 대학자들의이고민이언어이론의과제와밀접하게연결된다고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언어철학 이론인 「언어 일반과 인간의 언어에 대하여」(“Über Sprache überhaupt und über die Sprache des Menschen”, 1916)에서 언어는 사물과 사건 을비롯한자연세계전체에참여해있다고보고언어를존재론적차원에서파악 한다. 벤야민은그는‘언어일반(Sprache überhaupt)’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도구 적언어관이인간의것으로제한하던언어의영역을모든사물과사건으로확장한다.

그리고언어에스스로표현하고전달하는원리를부여한다. 그로써언어는 인간의전달하려는의도없이언어그자체만으로도사물의정신적내용을표현 하고전달하는것으로서정의된다. 이러한언어관은음성이나문자가그의미와 임의적으로결합해있다고보는부르주아적도구적언어관과정면으로대립한다. 그는자신의이언어철학적관점에따라철학적구상의서술이언어의독자적존 재를표현하는방식으로이루어져야한다고본다.5)

벤야민은트락타트를외적으 로서술을규제하는수사학적규범이아니라, 언어를도구적수단으로이용하지 않고철학적구상을서술할수있는방식으로제시한다.

이연구는벤야민의언어철학에나타나는언어의존재론을‘언어일반’과‘이름 언어(Namensprache)’의 개념을 중심으로 해석하고, 이로써 도달한 그의 언어관 이어떻게「서문」의트락타트개념과공명하는지밝힌다.

그의언어관의고유한 점은언어가독자성을지닌다는데있다.

벤야민의서술은불연속적으로단절되 면서사유의논리적진행을방해하고,개념들은불명확한상태로서술속에서관 계를맺고있다. 이는인간의언어가사물의정신적본질을현현시키는‘이름언 어’로서 갖는기능을발휘하게하는방식이다.

따라서트락타트는신비주의적인 것으로 폄하되거나 기호화된 형태로 파편화되었던 언어의 근원적본질을구제 (Rettung)하는 언어철학의 서술이 될 수 있다.6)

 

      5) 벤야민은 「서문」에서 “수학은, 모든 엄격하게 사태에 들어맞는 교수법(Didaktik)이 추구하 듯이서술의문제를완전히제거하는것이진정한인식의징표라는점을분명하게증명해 주는데, 그렇다면 그만큼 수학은 언어들이의미하는 진리의영역을 포기한다는 사실을간 명하게 드러낸다.”라고 언급한다. 그는 언어가 수학과는 독립적으로 지니는진리의 영역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Walter Benjamin, Walter Benjamin Gesammelte Schriften Bd.Ⅰ-1, Suhrkamp, Frankfurt a. M. 1991, 207쪽. (번역본으로 발터 벤야민, 독일 비애극의 원 천, 최성만, 김유동 옮김, 한길사, 서울, 2009, 35-6쪽 참고.) 또한 「미래철학의 프로그램」 에서“철학적 인식은자신의유일한표현을언어속에서지니고있지공식이나숫자속에 지니고있지않다는사실이바로그것이다. 그러나이사실은궁극적으로결정적인사실로 주장할 수있을것이며그사실때문에철학이모든과학에대해서도보유하는체계적우 위, 수학에 대해서도 갖는 그런우위가 궁극적으로주장할 수 있는것이다.”에서 그는 철 학의 서술이언어적표현으로서만지닌다고말한다. 그럼으로써 벤야민은철학이 다른과 학들에 대해서우위를갖는다는점은언어가수학의연역적논리와는다른독자성을지니 고 있으며더군다나 그것이철학에우위를부여해준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GS Ⅱ-1, 168 쪽, 발터벤야민, 발터벤야민선집6, 도서출판길, 서울, 2008, 114쪽 참고. * 이후벤야민원본전집은약어GS로적고권수와쪽수를표기함. 벤야민번역본선집은 약어선집으로 적고권수와쪽수를표기함.

      6) R. Tiedemann, “Editorischer Bericht”, GSⅠ-2, 768쪽.

 

Ⅱ. 도구적 언어관의전환 : 언어 일반의정신적본질과언어적본질

 

벤야민의언어철학이형이상학적이며유대신비주의적인전통을따르고있다 는점은통상적인이해에해당한다.

벤야민의언어철학은언어신학자하만(J. G. Hamann)의 언어의 형이상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것은사실이다.

하지만 벤야민이언어형이상학을자신의사상으로수용한배경은그가유대인이었으며 유대신비주의의카발라적전통을받아들였다는사실로다설명할수없다.

메닝 하우스(W. Menninghaus)는 벤야민의 언어철학이 철학적 전통 속에서 형이상학 적언어철학을계승하면서도근대적인식론에대한비판적역할을함으로써신비 주의적전통을세속적방식으로수용한다고본다.7)

그는벤야민의언어철학을단 순히전통을계승한차원이아니라당대인식론의철학적전통에대한비판과함 께이해할수있는관점을제공한다.

벤야민의「미래철학의프로그램에대하여」 (“Über das Programm der kommenden Philosophie”, 1918)는 칸트(I. Kant)의 인식론과더불어이를수용한당대신칸트학파의인식론에대한비판이담겨있 다.8)

 

       7) 빈프리트 메닝하우스(W. Menninghaus)는 벤야민이 영향을 받은 언어철학은 ‘언어에 대한 부르주아적 관점’과 거리를 두고, 이과정에서 신비주의적전통을세속화한게오르크하만 (G. Hamann)과 낭만주의자들의 것을 수용한 것이라고 본다. “(하만과 낭만주의자들은) 언 어에대한부르주아적관점”을논박하며그것으로부터거리를두려는시도였다. 이과정에 서 신비주의적 전통을 ‘세속화’된 방식으로 수용한 것이며, 이러한 태도는 벤야민의 초기 언어론이 놓여 있는 형이상학적 분위기를 규정한다.”, W. Menninghaus, Walter Benjamins Theorie der Sprachmagie, Suhrkamp, Frankfurt a. M. 1995, 32쪽. 이처럼 벤 야민의 언어철학을신비주의적인것이아니라그의인식론적문제의식과상응하는것으로 살피는 시도는 이진실, 「1916년 벤야민 언어논문에서 나타난 "언어 마법" 개념의 재고찰-J. G. Hamann의 "메타비판"과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미학 82권 2호, 한국미학회, 2016)에서도 확인된다.

     8) 신칸트학파는 형이상학적 사변에 대한 반발로등장했다. 신칸트학파는 엄밀하고 과학적인 철학을 정립하고자했는데, 칸트의선험적개념들은단순한경험이아니라수학적, 논리적 사고를 가능하게하는규범과같다. 이들이학문을구성하는데있어가장근간은인식론, 특히 마부르크 학파에 있어서 ‘순수사유’에 대한 관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헤르만 코헨 (H. Cohen)이 주축이 되었던 마부르크 학파의 특징은 칸트의 인식론을 자연과학과연결하 고 자연과학에인식론적인 근거를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이들은 칸트의물자체 (Ding an sich)개념을 제거한다. 그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칸트 철학을 보다 올바르게 이해 할수있다고믿었다. 코헨은칸트의직관과감성의아프리오리(a priori)한 형식, 범주, 순 수오성의 기본원리를 제거한 사유를순수사유라고 부르는것이다. 이인식개념을 통해경 험개념은 변형된다. 신칸트학파에게 ‘경험적 실재’는 비이성적인 무한한 이질적 연속체다. 이 실재가학문적인식의대상인자연과정신으로분화되는것은오직지성적사유에의 한 개념형성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서정욱, 「신칸트학파와 헤르만 코헨」, 동서철학연구 14권, 동서철학회, 1997, 90-1쪽. 벤야민은 신칸트학파의 인식론이 경험 개념을 과학들의 체계로서술하는일은결함이있다고본다. 그가볼때이들의경험개념은계몽주의적경 험개념에서도기계적측면을극단적으로발전시킨것이다. 선집6, 109-10쪽 참고.

 

이 글에서벤야민은이들이결여하고있는지점이인식의언어적본질에대한성찰이라고말한다.9)

이때그가말하는언어적본질이무엇인가에대한해명 이필요하며언어적본질이무엇인가를알기위해서는그가말하는언어가어떤 것인지가밝혀져야한다. 이와관련한내용은「언어일반과인간의언어에대하 여」에 매우응축된형태로나타난다.

여기서그는19-20세기의부르주아적언어 관, 즉언어를내용을전달하는도구적수단으로보는언어관을전환하고자시도 한다. 그는언어를단순한기호체계나인간적의사소통의도구가아니라세계전 체의표현가능성을매개하는것으로이해한다.

이는언어가목적-수단관계를거 치지않고도현실에힘을발휘할수있다는관점이다.10)

벤야민은우선인간의 영역에제한되어있던언어를사물이나사건등모든존재로확장한다.

인간의영 역바깥으로언어를확장하면인간의도구적이해가적용될수없는형태의언어 들, 사물과자연의언어들까지포괄할수있게된다.

이것이벤야민이말하는언 어일반이다. 언어는이러한맥락에서볼때각각의해당대상에서즉기술, 예술, 법률또는종 교라는대상에서, 정신적내용의전달을지향하는원리(Prinzip)를의미한다.

요컨대 정신적내용을전달하는것이면모두언어이다. 이때말로전달하는것은특수한경 우에불과하다. 즉말로써하는전달은인간의언어의경우이고그언어의근저에놓 여있거나그언어에근거를둔언어(법정, 시문학)의경우일따름이다.

언어의존재 는 어떤 의미에서든 항상 언어가 내재되어 있는 언어의 정신적 외화 (Geistesäußerung)의 제반 영역에만뻗쳐있는것이아니라모든것에뻗쳐있다.

살 아있는자연에서든살아있지않은자연에서든어떤방식으로언어에참여하고있지 않은사건이나사물이라는것은없다.

왜냐하면어떠한사건이나사물이든본질적으 로자체의정신적내용을전달하게끔되어있기때문이다. (GS Ⅱ-1, 140쪽)11)

이인용구에앞선내용은

   첫째,언어는인간의정신적삶을표출하는것으로서, 문화, 예술, 법정의언어등많은영역을포괄한다는것,

   둘째,그언어가‘성문화’ 의언어나기술의‘전문어’와같은언어를의미하지않는다는것이다.12)

 

    9) 선집6, 114쪽.

   10) W. Menninghaus, Walter Benjamins Theorie der Sprachmagie, Suhrkamp, Frankfurt a. M., 1995, 17쪽.

   11) 번역본으로 선집6, 71-2쪽 참고.

   12)“우리는 음악의 언어나 조형예술의 언어를 이야기할 수 있고, 법정의 언어도이야기할 수 있다. 이때 법정의 언어라함은독일법률이라든지영국법률이성문화될때쓰인언어와 는직접적으로아무상관이없다. 또한우리는기술의언어라는것도이야기할수있는데, 이기술의언어역시기술자들이사용하는전문어(Fachsprache)라는 뜻이 아니다.” GS Ⅱ-1, 140쪽 (선집6, 71쪽) 

 

여기서  성문화의언어와기술적전문어는사회지도계급이나소수만이이용하고특권화 하는언어라고할수있다.

이러한‘특권적’이며‘전문적’언어를제외한언어에서 중요한것은해당하는대상이지니는‘정신적내용’의전달이다. 곧각각의대상 들은그에해당하는정신적내용을지닌다.그리고이각각의정신적내용은그것 을전달하는언어를지닌다.곧,통상적관점에서는언어는인간만이가지는것으 로이해되어왔는데, 벤야민은기술, 예술, 법률, 종교나자연물, 사물까지그것만 의정신적내용을지니고있다고본다. ‘이러한맥락’에서벤야민이의미하는언 어는기의나기표로제한되지않는다.사물들은인간처럼소리내서말하지는않 더라도그것들의존재방식을통해서자신의정신적내용을전달한다. 핵심은그전달을지향하는‘원리(Prinzip)’가 언어라는점이다. 벤야민은언어 를정신적내용을전달하는수단이아니라그것을지향하는‘원리’로파악한다. 곧언어는어떤존재의정신적내용을전달하기위하거나인간의의사전달도구 가아니고, 모든사물, 사건의정신적외화에대한작동방식이라는의미를지닌 다. 정신적외화의내용이수신자에게정확하게전달되는지의문제는언어의문 제가아니다. 곧, 언어는사물이나사건의정신적외화에자족하고있으며, 다른 무언가를지시하고가리키기위한것이아니다.그래서모든사건,사물들은언어 에참여해있다. 씨앗이발아하는자연적현상이든, 얼굴의찡그림, 예술가의붓 터치같은것모두언어다.벤야민에따르면이정신적외화는그저표현될뿐만 아니라전달가능성을가지고있다.정리하면, 사물이자신의정신적내용을외화 하게되면그것은이미언어‘안에(in)’ 있음을의미한다. 곧모든정신적외화는 언어를‘통해서(durch)’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언어가이미존재론적으로주어 져있기에이루어진다는것이다. 그리고언어안에있다는것은곧그사물이나 사건의정신적내용이전달될수있다는것을의미한다. 문제는언어속에서전달되는정신적존재의표현과그정신적존재가동일한 지어떻게알수있는가이다. 이문제는다음의인용에서더분명하게표현되고 있다. 이로써자명해지는것은, 우선언어속에서전달되는정신적존재는언어자체가 아니라뭔가그것과는다른것이라는점이다. 한사물의정신적본질이바로그언어 에있다는견해- 이견해는가설로이해할경우모든언어이론이그속으로추락할 위험이있는거대한심연이며이심연위에, 다름아닌바로그심연위에떠서자신 을유지하는것이언어이론의과제(Aufgabe)이다. 정신적본질(geistiges Wesen)과그 것이전달되는언어적본질(sprachliches Wesen)을구별하는일은언어이론적연구 에서가장먼저해야할구별이며, 그들의차이는의심의여지가없어보인다. 그리 54 김서라 하여종종주장된정신적본질과언어적본질의동일성(Identität)은해명할수없는 심원한역설(unbegreifliche Paradoxie)을 이루며, 이역설의표현(Ausdruck)을우리는 로고스라는말이갖는이중적의미에서발견했다. (GS Ⅱ-1, 141-2쪽)13) 벤야민은언어속에서사물과사건들이표현되지만,그속에서발견되는정신 적존재는언어자체가아니라그것과는다른것이라고말한다.여기서벤야민은 정신적본질과언어적본질을구분한다.이두가지는분리불가능한동전의양면 이지만, 구분되어야만하는것으로주어져있다.한사물의정신적본질은사물이 본질적으로전달하고자하는바를의미하지만,이는언어속에서만표현될수있 다.14) 여기서 언어의 독자적인본질로서전달가능성을언어적본질이라고할수 있다. 사과는그현존재가지닌붉은색으로스스로를표현하고이속에서자신의 생생함을전달한다. 사과는이러한자신의언어적전달가능성을지닌다. 벤야민 은이처럼사물이자신을표현하고있는언어그자체의전달가능성을언어적본 질이라고말한다.15)

그런데벤야민은다시묻는다.그사과가자신의언어속에서전달하는언어적 본질(붉은색, 둥그런모습등)과정신적본질(생생한사과)이동일한가?

벤야민은 이정신적본질과언어적본질의관계가언어이론의중요한과제라고말한다.벤 야민이드는전등의예16)를통해다시이를해명하자면다음과같다.

우리는책 상위의전등을보고있다. 우리는책상위에놓여있고밝은빛을내는전등의 표현이자전등의언어를전달받은것이다. 이는“언어로서의전등,전달속의전 등, 표현속의전등”17)이다.

 

    13) 번역본으로 선집 6, 73쪽 참고.

    14) “정신적 본질은 언어 이전에 주어진 초월적인실체같은것이아니라, 언어자체의독자 적인 존재와독립적인전달의기능속에서만그실질적인존재와내용이확인될수있는 것이다.” 하선규, 「발터 벤야민의 초기 언어철학 연구 (1) 언어논고와 변증법적 사유의 형 상을중심으로」, 미학예술학연구 70집, 한국미학예술학회, 2023, 82쪽.

   15) GS Ⅱ-1, p. 142. (선집 6, 74쪽.)

   16) GS Ⅱ-1, p. 142, (선집 6, 74쪽.)

   17) GS Ⅱ-1, p. 142, (선집 6, 74쪽.) 

 

우리는이전등의언어에서그것의정신적본질이표 현됨으로써언어의전달가능성이확인된것이라볼수도있다.

하지만벤야민의 관점에서보자면‘언어로서의전등, 전달속의전등, 표현속의전등’을전달받았 다고해도정말로이전등의언어가전등의정신적본질과같은지는확신할수 없다.

‘전등’이라는 사물은 오로지언어속에서만스스로전달할수있음에도불 구하고 말이다.

벤야민은 이 점이 사실상 ‘해명할 수 없는 역설(unbegreifliche Paradoxie)’을 표현하며, 이 역설의 표현이‘로고스’에서 발견된다고말한다.

이때  ‘로고스(λόγος)’는 헬라어로‘말’, 곧‘신의말씀’을의미하는동시에‘이성’ 내지는 ‘정신’을 의미한다.

창조자로서 신의 말씀 안에서 사물과사건은그것의표현과 정신적본질이동시에존재할수있다.

곧신만이사물의정신적본질과그것이 사물로부터전달되었다는점을확인할수있다.문제는인간은이를확인할수없 다는데에있다.

 

Ⅲ. 이름언어의타락과철학적서술에대한 벤야민의문제의식

 

왜인간은이동일성을확인할수없는가.

여기에관해서는인간의언어만이 갖는고유한‘이름언어’에대해좀더이해할필요가있다.

다시한번전등의예를 들자면, 전등이라는사물자체는자신의정신적본질과언어적본질을표현하고 전달하지만, ‘전등’이라는 이름으로불리면서인간의정신적본질을전달함과동 시에‘전등’이라는사물의정신적본질까지도현현시키게된다.

이는인간의언어 만이할수있는기능인‘명명’으로서가능하다.

벤야민에따르면명명은인간의 언어가지닌고유한언어적본질이다.18)

인간의언어는인간의정신적본질과사 물의정신적본질까지표현할수있다

.때문에인간의언어는전달가능성에있어 서가장‘보편적이고집약적인’19) 것이라고할수있다.

 

     18) GS Ⅱ-1, 143쪽, (선집 6, 76쪽.)

     19) “Der Mensch allein hat die nach Universalität und Intensität vollkommene Sprache.” GS Ⅱ-1, 145쪽, (선집 6, 79쪽.)

 

하지만벤야민은이명명 으로현현하는사물과사물자체의정신적본질이동일하다는것이오직신에게 서만확인될수있다고말한다.

그이유에대해서그는성서의「창세기」를근원적 언어의모델로제시하며설명한다.「창세기」1장에서신은말씀으로사물과자연, 인간을창조한다.

신은태초의인간인아담에게특별히언어를위임함으로써사 물들의이름을부여하도록한다.

이는단순히사물들에식별가능한라벨을붙이 는행위가아니다.

명명행위는사물자체의정신적본질을현현시킴과동시에사 물의전달가능성인언어적본질이인간의언어와매개되는과정을의미한다. 벤 야민은다음처럼말한다.

그러나 이 명명은 분명 창조적 말씀과 인식하는 이름이 신 안에서 동일함 (Identität)을 표현한 것일뿐, 신이인간자신에게맡긴과제, 즉사물들을명명한다는 과제에대한선행적해답은아니다.

인간은스스로사물의이름없는무언의언어를 수용하여그것을음성속의이름으로옮기는가운데그과제를해결한다.

그과제는 인간의 이름언어와 사물의 이름 없는 언어가 동일한 창조적 말씀에서 근친적 (verwandt) 관계로방출되지않았다면, … 해결될수없을것이다. (GS Ⅱ-1. 151쪽)20) 여기서핵심은‘신안에서’이다.

그에따르면신만이자신의창조적말씀과,그 사물을인간의음성속으로옮긴‘이름’이동일한지그렇지않은지를알고있다.

하지만이동일성이여전히특정한인간의언어에서도나타난다고본다면신비주 의적언어관이라할수있으며,인간의언어에서는이동일성이근본적으로알수 없으며가능하지도않는다고치부한다면이름과사물의관계는자의적이고우연 적인것이될것이다.21)

벤야민은둘중어떤것도선택하지않는다.그는명명과 사물의관계를‘근친적(verwandt) 관계’라고말한다.

필연적이지도않지만그렇다 고우연적인관계도아니라는것이다.

인간이사물의이름없는언어를음성으로 옮긴것이이름이다.벤야민은사물의언어를음성으로옮기는과정을근친적관 계를바탕으로한‘번역(Überseztung)’으로 표현한다.22)

 

     20) 번역본으로 선집 6, 87-8쪽 참고.

     21) “인간의 언어는 사물의 이름이다. 이로써 말이 사태와 맺는관계가우연적이라는언어관, 말은 모종의 인습에 의해 정해진 사물(또는 사물의 인식)을 표시하는 기호라는 통속적인 언어이론을배격하는것도언어를잘못이해한소치이다. 신비주의에따르면말일반은사 태의 본질이라는것이다. 이것이 옳지않은이유는사태자체가말이아니라신의말씀에 서만들어졌고인간의말을통해그이름속에서인식되기때문이다. 그러나사태의인식 은 자발적인 창조가 아니다. 사태의 인식은 창조처럼 언어에서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이며 무한하게이루어지지않는다.”(선집6, 86쪽) 벤야민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가 사물의 이름 이라고 하여 말이사태와맺는관계가우연적이라는통속적인언어이론을 배격하는 것도 언어를잘못이해한결과이다. 기표와기의라는개념이등장한소쉬르의이론과20세기기 호론은 언어이론의주류였다. 벤야민이 기호론적 언어관을받아들이지 않는까닭은 이기 호론적언어관에따르면언어와사물, 언어와정신적내용의관계가결정되는요인이우연 과 관습인데 이는결국언어에대한관습주의, 상대주의, 주관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호론적언어관은곧언어의위상을떨어뜨리게된다. 통속적 인 언어이론을 배격하는 신비주의는 말 일반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하지만 이것도 옳지 않다. 언어의 잠재력을 과도하게 격상시키고 신비화하기 때문이다. 그가 볼 때 언어에 대 해서는 인간의 인식으로 구조화하면서 다른 우연적 요인을 격하시키는 것도 잘못된 것이 고, 그 우연적요인을지나치게신격화하는것도잘못이다. 특정언어를어떤계급이나집 단안에서만사용하게되는특권화가발생하기때문이다. 하선규, 「발터벤야민의초기언 어철학연구(1) 언어논고와 변증법적사유의형상을중심으로」, 미학예술학연구70집, 한 국미학예술학회, 2023, 90쪽 참고.

     22) 여기서의 ‘번역’은 신이 사물에 남겨놓은표지(Zeichen)을 번역하고 인간의 언어로 명명하 는행위를말하며, 곧신의언어와인간의언어와의연결성이아직단절되지않은상태에 서의 번역을 말한다. 바벨탑 신화에서 인간의 언어들끼리의 갈라지고 이해불가능하게 된 데에서수행되어야하는번역과는조금다른맥락에있다. 

 

인간은신이창조한사물 의언어를청취하고이를번역하여이름을붙일뿐,인간이번역한이름의객관성 은신이담보한다.23)

이근친적관계가무엇인지,벤야민은왜이근친적관계를번역으로말하는지 는여기서자세히논할수없지만24)중요한것은이관계가지금은단절되었다는 사실이다.

「창세기」에서아담이낙원으로부터추방당했다는것은인간의이름언 어와사물과의직접적연결이단절되었음을의미한다.

이제인간은‘전등’이라는 명명과사물간에어떤연결성이있다고생각하는대신이름을기호로서만파악 하게된다.

인간의언어는전달의수단이되고기호언어로타락하게된다.

벤야민은 이문제가진리를탐구하는철학에있어서도중요하게적용되어야 한다고본다.

벤야민의언어철학에따르면인식하기위해서는우선사물과사건 이표현하는언어를전달받아야한다.

다시말하면, 인간이사물을인식할수있 는것은사물또한언어에참여해있으며사물의언어는그자체내에전달가능 성으로서‘언어적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이전달하는언어속에서 그것의정신적본질을알아차릴수있다.

인간의인식은오직사물의언어를수용 함으로써만가능하며, 언어는인간의이성에대해우선성을갖는다.

따라서벤야 민은언어를인간의선험적이성에따른인식만을전달하는도구로이해하면,언 어일반의존재론적영역은퇴색되고은폐된다고본다.

그렇게되면언어일반이 지니는정신적본질과언어적본질에대해서는이해할수없게된다.

벤야민의언어철학적관점에따르면철학의근대적전통에기반한서술방식은 비판적대상이된다.

왜냐하면근대철학의연속적인사유방식에있어서도구적 언어관이 그 기반으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16-17세기 데카르트(R. Descartes) 와 라이프니츠(G. W. Leibniz)의 철학이 대표적이다.25)

 

     23) GS Ⅱ-1, 151쪽, (선집 6, 87쪽.)

     24) 번역과 근친관계에 관련해서는 최성만의 「문예미학 2; 언어, 번역, 미메시스-벤야민의 언 어철학과 ‘유사성론’ 고찰」, 문예미학 2권, 문예미학회, 1996을 참고하면, 인간의 이름언 어는미메시스적수용성을전제로한다. 곧사물언어의수용에서부터이름언어와인식경험 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곧 이름언어는 사물언어를 ‘수용’(empfangen)하면서 동시에 ‘자발성(Spontaneität)’을 뜻한다. 번역도 그렇다. 최성만의 미메시스적 시각에서 본다면 신 이태초의인간에게부여한이름짓는능력은미메시스능력과같다.

     25) 벤야민은 「언어사회학의 문제들」(1933)에서 프랜시스 베이컨(F. Bacon)과 라이프니츠의 보편언어를 언급하며 ‘언어를 기술적으로 완전하게 만들려는 노력들’이라 칭한다. 그는 이 들을언어의도구적기능을완성시키는사례로서설명한다. 선집6, 261-2쪽. 

 

데카르트로부터의 합리 주의전통의인식론은명증적인진리에서출발해서연속적연역과추론을통해 다른지식을이끌어내는방식으로이루어진다.

이때언어는명료성이가장중요 하다고할수있다.

‘보편언어’와‘보편학문’의이념이당시학자들의공통관심사 였던와중에라이프니츠는학문전체에논리적인기호언어내지는기호체계를제공하는구상을제시한다.26)

그는 일상에서 사용되는자연언어들이논리적으로 부정확하다고본것이다.

그의구상아래에서학문의가르침또한연역논리의훈 련을통해단계적, 체계적인방식으로이루어지게된다.

이처럼학문을계산가능 한수학적기호로구성하는라이프니츠의‘보편학문’을비롯한근대적구상은「 서문」에서 비판되고있다. 수학적가르침은기하학적연역방식(more geometrico)으로불러낼수있는것이 아니다.

수학은, 모든엄격하게사태에들어맞는교수법(Didaktik)이추구하듯이서술 의문제를완전히제거하는것이진정한인식의징표라는점을분명하게증명해주는 데, 그렇다면 그만큼 수학은언어들이의미하는진리의영역을포기한다는사실을 간명하게드러낸다. (GS Ⅰ-1, 207쪽)27)

벤야민은위인용에서기하학적연역의방법이‘수학이언어들이의미하는진 리의영역을포기’하는것과같다고말한다. 여기서‘언어들이의미하는진리의 영역’은근대합리주의전통에서추구하는합리적이성으로파악할수있는진리 의이념과충돌한다는점을알수있다.이때벤야민에게있어서철학적과제중 하나는‘언어들이의미하는진리의영역’에서철학을어떻게다시‘서술’할것인 지다. 벤야민은철학적구상을위해서기하학적연역방식과다른서술을요구한 다. 이문제는진리에대한철학적구상을서술하는방식에대한것이며,이와관 련해서벤야민은「서문」에서과거철학적저술의방식인트락타트를중요한개념 으로제시한다. 트락타트로일컬어지는중세의신학적저술들은형이상학과기독 교신학이서로충돌하거나융합하고전유되면서나타났던새로운철학적구상들 을위해쓰였다.28)

 

     26) 이 기획은 라이프니츠의 백과사전기획, 곧모든지식들을 기하학의증명구조에따라체 계적으로 분류하는 방법론과 연관된다. 강규호, 「라이프니츠의 기호 언어에 관한 철학적 구상들」, 대동철학 92권, 대동철학회, 2020, 4-8쪽.

     27) 번역본으로 발터 벤야민, 독일 비애극의 원천, 최성만, 김유동 옮김, 한길사, 서울, 2009, 35-6쪽 참고.

    28) 아우구스티누스의 요한 서간 강해의 경우는 복음에 대한 강론과 주해, 곧 ‘강해’의 의 미를포함하고있다. 플라톤과아리스토텔레스의저작들을라틴어로번역했으며 최초의스콜라 철학자로불리우는보에티우스의가언삼단논법에관한논고의경우는아리스토텔 레스의논리학을수용하여이저술에서가언삼단논법의모든유형을제시하고자했다. 여 기서 ‘논고’로 번역된 트락타투스는 보편적으로 증명가능한 논리적 서술의 의미를 포괄하 면서교수법으로이용되고있었다. 특히논리학적연구들이가장활발하게나타난중세후 기(12~14세기)에 그러한 경향은 강화되어 나타나는데, 토마스 아퀴나스의 대이교도대전 (Summa contra Gentiles/Tractatus de fide catholica, contra errores infidelium, 1265)과 같은, 가장 잘 알려진 스콜라 철학에서의 트락타트는 성문화된 신의 말씀을이성 적이고합리적으로논증하는방식으로서술된다.  

 

당시트락타트는하느님의말씀을어떻게전달할것인가,어떻게 성문화하고 사람들에게가르칠것인가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형이상학, 신학적 저술의역사를포괄한다. 특히트락타트는주로신학의교리서에붙여진이름으 로서진리를담지하는하느님의말씀을인간의언어로해명하는방법을그문제 의식으로삼고있다.

곧벤야민이트락타트를내세운것은단순히과거적저술방 식을현재철학적서술방식으로적용하고자함이아니다.

앞으로해명할내용이 지만, 벤야민은 트락타트를 단순한신학적저술의규범적산문형식으로다루지 않는다.

그는과거트락타트를저술한학자들이지녔던문제의식처럼신의말씀 과인간의언어사이의단절에주목하지만이를섣불리회복하려고하지않는다.

그는언어를이성의자명성을재현하는도구로삼는방식이아니라,독자적존재 로서언어를파악하고그언어가의미하는진리의영역을살피고자한다.

이는벤 야민특유의불연속적서술로나타난다.

 

Ⅳ. 트락타트서술의  언어철학적의미

 

트락타트라고이름붙여진고전들중에서는아우구스티누스의강론과스콜라 철학의 논고들이 잘 알려져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요한 서간 강해(In Epistolam Ioannis ad Parthos Tractatus, 406/7년경)를 비롯한 저술들에서 드러 나듯, 논증보다는수사학적방법을철학적저술의주요한형식으로적용한다.

수 사학이당시단순한표현기술로평가절하되거나이교적문화로배척된것과달 리, 그는수사학의사용을정당화하고청중을설득하고교화하는데에활용했다.

언어는그에게단순한의사소통의수단이아니라진리에이르는통로로이해되었 기때문이다.29)

 

    29) 문영식, 「아우구스티누스의 언어 이해」, 생명과 말씀 41권, 개혁주의생명신학회, 2025, 81쪽. 

 

그 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강론들은‘가르침(Lehre)’의 형태를 띤다.

반면, 스콜라철학의경우는이성을신앙을위한도구로삼고따라서외재 적 논증으로 신학적 명제를 증명하고자 한다. 가언 삼단논법에 관한 논고 (Tractatus de hypotheticis syllogismis, 510~520년경)를 비롯한 보에티우스가 남 긴아리스토텔레스의논리학의번역서와주해서는스콜라철학의교재처럼쓰였 으며스콜라철학은성경의진리를논리적으로증명하는과제에천착하게된다. 이같은트락타트의역사는언어를독자적인것으로이해하여신적언어로향 하는경로로이해하거나신적언어를자명한것으로이해할수있도록인간의언 어를논증의도구로이용하는등의양상을보여준다.

이모두진리를담지한신적 언어를인간의언어로어떻게표현하고전달할것인가에대한문제의식이깃들어 있다.

벤야민은 트락타트의다양한서술방식이이같은문제를표현하고있다고 본다.30)

그는트락타트를과거적산문형식으로다루어서어떤하나의서술방식을 재현하는것이아니라위의문제를현현시키는서술로전유하고자한다.

이를위 해그는저자의의도와연역과추론을연장하는서술방식을포기한다.트락타트는 저자의의도를관철시키거나인식을효율적으로전달하기위한것이아니다.

오히 려트락타트안에서인식은굴절되는과정을거친다.

그는이를‘우회로(Umweg)’ 라고표현하며, 우회로는트락타트서술의방법적성격을갖는다고본다.31)

의도의부단한진행을포기하는것이트락타트제일의특징이다. 사유는끈기있 게항상새로이시작하며, 사태자체(Sache selbst)로집요하게돌아간다. 이러한부단 한숨고르기가정관(Kontemplation)의가장고유한존재형태이다. 왜냐하면정관은 어떤동일한대상을관찰할때여러상이한의미층을쫓는가운데자신의항상새로 운출발의추진력을얻고, 자신의단속적리듬의정당성을얻기때문이다. (GS Ⅰ-1, 208쪽)32)

벤야민에따르면트락타트의사유는의도의진행을포기하고‘새로시작’하며 ‘사태자체’로집요하게돌아간다. 논리적논증이사전에구성된방법론적일관성 으로부터출발해서경직된방식으로진행되는것과다른방식이다.33)

 

     30) 벤야민은 「서문」의 첫머리에서부터 가르침(Lehre), 기하학적 연역방식(more geometrico), 비의적 에세이(esoterische Essay) 등 철학적 서술의 역사적 양상을 문제 삼는다. 이는 모두진리와언어에대한시대적인식에따라달라진서술방식이라고할수 있다. 예를 들어 구어형태의‘말씀’이었던 가르침은 인간의 언어가 진리를 전달할 수 있 는탁월한언어적표현이었겠지만, 성문화를거쳐가르침이제도화되는데에이른다.기하 학적 연역방식이 언어의 영역을 포기하는 서술방식이지만, 그와 가장 대비되는 서술로서 비의적 에세이라는 방식이 있다. 유대 신비주의 전통인 카발라(Kabbalah)가 대표적인데, 특히 세페르 예치라(Sepher Yetzira)는 히브리어의 알파벳으로부터 우주가 창조되었다 는 신비주의적 우주론을 제시한다. 여기서 히브리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신의 창조 행위를 반영하는거룩한언어로이해되며, 우주의근본원리를구성하는매개로간주된다. (제브 벤 시몬 할레비, 카발라, 박태섭 옮김, 안그라픽스, 서울, 1997, 12쪽.) 이처럼 벤 야민은 진리와언어에대한이해에따라트락타트의서술방식이달라지고있다는점을의 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GS Ⅰ-1, p. 207와 번역본으로 독일 비애극의 원천, 35-6쪽을 참고.

    31) GS Ⅰ-1, 208쪽. (독일 비애극의 원천, 37쪽.)

    32) 독일 비애극의 원천, 36쪽 참고.

    33) Jan Urbrich, Darstellung bei Walter Benjamin - Die Erkenntniskritische Vorrede im Kontext ästhetischer Darstellungstheorien der Moderne (Berlin: De Gruyter, 2011), 75쪽. 

 

독자적존재로서언어는정신적내용을전달하기위한도구를넘어서있는데,자명한인식 을위한논증이아닌언어그자체의본질을전달하기때문이다.

따라서트락타트 는서술의명제화와연쇄적논리를파괴하는불연속적인서술을통해언어의기 호화를파기한다.

예를들어벤야민의서술에서‘의도의부단한진행을포기하는 것이트락타트제일의특징이다’와같은선언적문장을자주볼수있다.

선언의 방식은근거를대어논증하는것이아니라명명하는것에가깝다.이처럼논증을 방해하는불연속적서술은언어를논리적기호체계나무언가를지시하는역할로 부터떼어낸다.

그럼으로써언어자체의독자성이발견되고그언어는수많은‘언 어일반’과의관계속에서더확장된영역을얻을수있다.

따라서반복적으로단 절되는서술속에서사유는상이한의미층으로끊임없이회귀할수있다.34)

벤야 민의트락타트는철학적사유를체계적논증으로재현하는도구적언어를파기하 고망각되어있던언어자체의본질들을구제할수있는서술방식이된다.

이는트락타트를단순히내용해석의대상으로서텍스트가아니라독자적존 재로서언어를경험하게만드는장으로만든다. 따라서서술의불연속성에서나 타나는단절점은벤야민의말처럼‘숨고르기(Atemholen)’가발생하는구간이된 다.

이구간에서사유는자신의근거를언어속에서새롭게발견하며서술을다시 시작하는추진력과원동력을얻게된다.35)

이러한트락타트의역동적구조속에 서 숨 고르기는 사고 자체에 일정하고 구체적인 운동성을 부여한다.

명상 (Kontemplation)의 기법들이 호흡에집중하면서심신의조화를꾀하는것처럼트 락타트도사유와언어사이의관계에집중하는내적인운동과마찬가지라는것이 다.36)

이로써 트락타트는 정신세계의 질서를 관망하며체계로 구축하는철학적 구상작업으로부터완전히벗어난다.

이러한트락타트의서술은언어를저자의도구와수학적기호로이용하는사 유방식을단절시킨다.따라서트락타트는서술의체계와형식을구성하는방식이 아니라 그것을해체하는‘연습(Übung)’의 형태를 띤다.37)

 

     34) 같은 책, 75쪽.

     35) “서술의 ‘숨 고르기(Atemholen)’에 대한 유기체적 은유는 단지 수용 과정에서 활용되어 야할명상적관조(meditative Kontemplation)의 기법에 대한 명시적 지시로 그치지 않는 다. 잘 알려져있듯, 주요한명상기법들은호흡집중훈련에밀접히결부되어있다. 그러 나 여기서벤야민이의도한것은보다근본적인수준의지시이다. 즉, 이은유는사고자 체에 일정한운동성을부여하는사태의내적운동, 다시말해서술이지닌원동력을가리 키는 것이다. 이 운동은 사고에외재적으로 부과되는것이아니라, 오히려 사고를가능케 하며, 바로 이러한 점이 표상이 감당해야 할 형식적 노력의 본질적 이유이다.” 같은 책, 74쪽.           36) 같은 책, 74쪽.

     37) “철학이 인식을 위한 매개적안내로서가아니라진리의서술로서자신의형식법칙을지 키려고한다면, 체계속에서그형식을선취하는일이아니라그형식을연습하는일에비 중을두어야할것이다.” 벤야민의언어철학적관점에서언어는직접적이기에논리적체계 나 직관과 같은인식을위한 매개가필요하지 않다. GS Ⅰ-1, 207-8쪽 (독일 비애극의 원천, 36쪽 참고.) 

 

이때 ‘연습’은 단순한 반복 훈련의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벤야민은 일방통행로(Einbahnstraße, 1928)에서 트락타트를 아라비아 건축물 내부로 들어가는 것에 빗대어 설명한 다.38)

 

    38) “트락타트는 아라비아 형식이다. 끊어지는 곳이 없고 두드러지게눈에띄지도않은그것 의외관은그구조가안마당에들어서야비로소시작하는아라비아건축물들의전면과흡 사하다. 트락타트의 구조도 외부에서 알아차릴 수 없고 내부로부터만 열린다. 트락타트가 장들로이루어져있다면그장들은어떤제목을달고있지않고숫자로표시되어있다. 트 락타트가 전개하는 사고의 평면은 회화적으로(malerisch)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 히려 서로중단없이 엉켜들어가는 장식의망들로 덮여있다. 이러한 서술형태의 장식적 치밀함 속에서는 주제적 서술과 부연설명적 서술의 차이가 사라진다.” GS Ⅳ-1, 111쪽, (발터 벤야민, 선집1, 김영옥, 윤미애, 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서울, 2015, 106쪽 참 고) 

 

아라비아형식의건축물은외부에서보았을때는매끈한벽면을지닌사각 형의 평범한 건축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으로 들어가면 안마당, 곧 중정 (courtyard)과 함께 열린 공간이 등장한다. 중정을중심으로네면에화려한문양 으로장식된복도와기둥이늘어서있다.

내부로들어가야만건축물의구조가드 러나는구조의아랍권과이슬람세계의건축물은벤야민에게마치트락타트의형 식적구조가재현된것처럼묘사되어있다.

그의아라비아건축물의메타포는트 락타트가단번에외부에서인식될수있는것이아니라건축물내부에서부터공 간을파악하는것처럼수행적효과를지닌다는것을보여준다.

이처럼벤야민은 트락타트를철학적구상을서술하는방법이자동시에언어철학적사유를운동케 하는연습으로서개념화한다. 트락타트는단순히과거의산문형식으로박제되지 않고지금, 여기의서술로서생동할수있다.

 

 

Ⅴ. 결론

 

이글은「인식비판서문」에서 나타나는 벤야민의서술과트락타트가가지는 독특한특성을그의언어철학을통해해명하고자했다.

이러한서술이불명확하 다고해서자의적인것으로치부하거나그의서술방식에대한해명을계속유보 할수는없다.

이연구는「서문」에서제시된트락타트의개념과그의이난해한 서술방식이공명하고있다고본다.

이공명의근거는벤야민의언어철학에마련 되어있다.

벤야민은근대철학의논리적전개방식에있어기반이되는도구적언어관의 파기를주장한다.

그의언어철학에서언어일반은사물과사건들모두언어에참 여해있으며그속에서자신의정신적내용을표현한다.이때언어는인식보다앞 서서사물의정신적본질을표현하는원리이다.

언어일반중에서도인간의언어 는특수한위치에있다.

인간의언어는이인간의정신적본질과동시에사물의 정신적본질을현현시키는데, 이것이바로이름언어이다.

인간이언어를도구적 으로이해하게된이유는이이름과사물의정신적본질의관계를지시의관계로 파악했기때문인데, 벤야민의언어관에따르면이는사물자체가표현하는언어 일반의존재를망각한데에그원인이있다.그럼으로써근대적언어관에서언어 와사물의관계는자의적인것으로설정되고이름은사물의기호로서간주된다.

사물이자기자신을표현하고이름이이를음성적으로매개한다는인식은학문적 사유가아니라신학적해석으로만남게됐지만, 벤야민은이를세속화된방식으 로수용하여근대전통적인식론에대한비판과자신의서술방식에적용한다. 그예시를벤야민의「인식비판서문」의트락타트개념에대한해명에서찾을 수있다.

그가논하는트락타트의서술은사유의완결된체계를재현하는것도아 니고연속적인논증으로전개되지도않는다.

그는이미확정적으로규정된방법 론이나개념의안정성에서출발하지않고끊임없이불연속적이고비일관적인개 념과서술의상이한의미를드러내고자한다.

서술이단절되는지점마다사유는 다시언어로되돌아가며, 이단절의순간에는일종의‘부단한숨고르기’가동반 된다. 이는논리의연속성을방해하는파편적언어를발견하는구간을의미한다.

트락타트는언어의독자적존재가자신을표현할때의순간적균열을드러내고 그언어속에서기존에고착화된논리적사유가파편화되고변형되는과정을형 식으로삼는다.

이처럼「서문」에서트락타트는벤야민의언어철학적사유에대한 서술이면서그속에서언어의존재를구제하는서술방식으로파악할수있다.

벤야민의일방통행로의아포리즘적서술에서도이를확인할수있다. 일방 통행로에서사물들은일방적인관망의대상이아니다.

‘주유소’ 라든가, ‘공사현 장’ 등의 소제목이붙은아포리즘들은일상적으로볼수있는사물들의감각적 표상을상투적으로설명하는내용이아니다. 벤야민은마치사물이나사건에새 로운이름을짓는듯이서술한다.

그렇다고완전히그서술들이사물, 사건과자 의적이고우연적관계를맺는다고단정할수없다.

벤야민의서술은사물들의언 어를청취하고그사물의정신적본질이현현할수있도록이름짓는방식으로 이루어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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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요약]

본연구는발터벤야민의「인식비판적서문」에등장하는‘트락타트(Traktat)’를 그의 언어철학의서술방식으로서해명한다.

벤야민의언어철학의중핵은언어의독자성과이름 언어에대한해명이다.

벤야민은이를사유로만제시하는것이아니라언어적표현으로직 접서술하고자한다.

이때트락타트를벤야민의언어철학의사유가내재화된방식으로드 러나는서술로서제시할수있다.

트락타트는「인식비판적서문」에서서술을불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벤야민의철학적사유는논리적,인과적필연성에의해연속적으로전개되지 않고, 서술의단절과불연속구간에서언어로되돌아가고다시시작하는운동으로서현현한 다.

이는그가언어를수단으로보는도구적언어관을파기하고언어를독자적원리를지 닌존재로삼고있음을의미한다.

트락타트는벤야민의서술속에서근대적사유하에서 퇴색되고파편화된언어의본질을구제하는형식으로서나타난다.

본연구는벤야민의언 어철학에나타난도구적언어관의파기와언어의독자적존재에대한해명을분석하고,이 분석을통해「인식비판서문」에나타난트락타트의개념을구체적으로밝히고자한다.

 

주제분야 : 현대철학, 언어철학 주제어:벤야민, 인식비판서문, 트락타트, 이름언어, 언어적 본질, 정신적본질 

 

 

[Abstract]

Walter Benjamin's Traktat as a Mode of Representation in the Philosophy of Language

Kim, Seo-Ra (Ph.D Candidate,Chonnam Univ.)

This study interprets the concept of the 'Traktat,' which appears in Walter Benjamin's "Epistemo-Critical Prologue" (Erkenntniskritische Vorrede), as the specific mode of representation for his philosophy of language. The core of Benjamin's philosophy of language lies in the explication of language's autonomy and the concept of namelanguage (Namensprache). Benjamin attempts to present these ideas not merely as thoughts but to articulate them directly through linguistic representation. In this regard, the Traktat can be presented as a representation where Benjamin's philosophical thought is manifested in an internalized manner. The Traktat, by arranging the representation discontinuously in the "Epistemo-Critical Prologue," ensures that Benjamin's philosophical thought does not unfold continuously via logical or causal necessity. Instead, it emerges as a movement that returns to and restarts from language within the segments of narrative rupture and discontinuity. This signifies his repudiation of the instrumental view of language—which treats language as a mere tool—and his establishment of language as an autonomous entity possessing its own principle. The Traktat appears within Benjamin's representation as a form that redeems the entity of language (the true nature of language), which has been diminished and fragmented under modern thought. This study analyzes the dismantling of the instrumental view of language and the explication of language's autonomous entity in Benjamin's philosophy of language. Through this analysis, it seeks to specifically illuminate the concept of the Traktat presented in the "Epistemo-Critical Prologue." Key Words : Benjamin, Epistemo-Critical Prologue, Traktat, name-langauage, linguistic being, mental being

 

 

 

투고일: 2025년 12월 15일 심사일: 2026년 1월 15일 게재결정일: 2026년 1월 25일

새한철학회논문집 철학논총제123집ㆍ2026ㆍ제1권

언어철학의 서술방식으로서 발터 벤야민의 트락타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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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dx.doi.org/10.20433/jnkpa.2026.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