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배불의식의 사상사적 의의
주희에 의해 새로운 옷을 입었던 송대의 유학은 다시 사상사의 전면으로 나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불교에서 유교로!'란 '당에서 송으로!'라는 역사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사상의 역사는 이전 시대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극복·변용하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유의 패러다임을 생산해내는 과정이다. 현재를 주도하는 사상 안에는
이전 시대의 사유가 녹아있는 것과 동시에 그것은 잠정적으로 미래의 새로운 사유를 결정하는
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양의 중세적 사유를 대표하는 송대의 유학 안에도
이전 시대의 주도적 사상이었던 불교의 영향이 들어있을 것임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발견되는 것이지만 한나라 이후 중국의 사상사는 유불도 삼교의 교섭사로
설명될 수 있다. 물론 어떤 시기에 그를 대표하는 사유가 있게 마련이지만 나머지 두 사유도
부단히 사회적·사상적 영향력을 잃지 않았다. 수당 이후에는 불교가 우위를 차지였고 도교와
연관하여 도가 사상이 적지 않은 세력을 지녔던 것에 비해 유학은 사상적 발전을 지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당말 오대의 혼란한 정치적 환경은 새로운 이념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이 유학 측에서 강하게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송대를 대표하는 유학이 북송 중기에서부터 그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당 중기에서
부터 이미 그 단초를 볼 수 있었다. 당 중기 이후 일단의 유학자들은 당대의 혼란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사상적 탐색을 통해 사회적 대응 능력이 약화되어 있는 유학의 이론적 강화를 시도하였다.
그 대표적 인물이 한유였고 그는 불교와 도가의 사유에 대항하기 위한 강한 움직임을 드러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한유의 의식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후 동일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출현한 후배 유학자들에게 준 영향만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유는 우선 당대를 풍미하던 불교사상에 대해 반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것은 유학을 새롭게
주장하기 위한 정당한 수순이었다. 그는 요순으로부터 시작하여 맹자에까지 이르는 유학의 정통
사상이 맹자 이후 전수되지 못함으로 해서 당시와 같은 혼란을 야기하게 되었음을 선언하였다.
이렇게 하여 한나라 이후의 경학중심의 유학을 부정하고 자기 시대의 특징과 조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내 놓음으로써 유학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함과 동시에 불교와 도교를 압도하고자
했다. 그는 불교를 수용하는 측면보다는 그것을 강하게 배척하는 것을 택하였다.
이고는 한유의 기본관점에는 동의하였지만 방법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는 유학을 축으로
세우고 그 위에다 불교의 이론을 흡수함으로써 유학의 이론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유학의 이론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경유해야 할 과정이었다. 한유에서
제기된 배불 의식이 이고에 오면 좀 더 세련된 형태를 보이는 것이다. 한유와 이고는 {맹자}자와
{대학} {중용} 등을 중요한 텍스트로 다루는 것을 통해 유학의 심성론이나 형이상학적 체계를
드러내려고 하였다. 이것은 그대로 송대 유학자들에게 전승되는 부분이다. 송대의 유학은 한유·
이고와 같은 선구자들이 개척해 놓은 반석에 기초하여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유학으로!'의 구호가 실현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였으며 그것의 시작은
배불 의식의 표출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배불 의식은 당에서 송으로의 사상적 발전의
첫발을 딛는다는 의미를 지닌 필연적 운동이었다.
출처 : 동양철학 나눔터 - 동인문화원 강의실
글쓴이 : 권경자 원글보기
메모 :
'철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人物性同異論 (0) | 2014.03.25 |
---|---|
[스크랩] 율곡의 사단칠정설 (0) | 2014.03.25 |
[스크랩] 唐宋代 유학자들의 排佛意識--한유와 주희를 중심으로(4) (0) | 2014.03.25 |
[스크랩] 唐宋代 유학자들의 排佛意識--한유와 주희를 중심으로(3) (0) | 2014.03.25 |
[스크랩] 唐宋代 유학자들의 排佛意識--한유와 주희를 중심으로(2) (0) | 2014.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