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가 초
장한가 뽑음
[ 長恨歌 抄 ]저자 | 백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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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中唐(중당) 최고의 시인 |
출생 - 사망 | 772년 ~ 846년 |
이명 | 자 : 樂天(낙천) 호 : 醉吟先生(취음선생), 香山居士(향산거사) |
漢皇重色思傾國 御宇多年求不得 楊家有女初長成 養在深閨人未識
天生麗質難自棄 一朝選在君王側 回頭一笑百媚生 六宮粉黛無顔色〈初頭〉
(한황중색사경국 어우다년구부득 양가유녀초장성 양재심규인미식
천생여질난자기 일조선재군왕측 회두일소백미생 육궁분대무안색)
한의 황제는 미모를 중히 여겨 경국지색(傾國之色)을 구하더니,
나라 다스린 지 오래도록 얻지 못했네.
양씨 집에 딸이 있어 갓 장성했으나, 깊은 규중에서 자라 아무도 알지 못하더라.
하늘이 내린 아리따운 자태는 그대로 버려지지 못해,
하루아침에 뽑혀 임금 곁에 올랐더라.
고개 한 번 돌려 웃으면 백 가지 교태 나니, 육궁의 모든 미녀들 무색해지고 말았다네.
어구(語句)
長恨歌 : 唐玄宗(당 현종)과 楊貴妃(양귀비)의 사랑과 비극을 주제로 한 譚話體(담화체) 敍事長詩(서사장시). 백거이가 陳鴻(진홍), 王質夫(왕질부)와 함께 仙遊寺(선유사)에 유람할 때, 양귀비의 이야기가 나와 왕질부가 백거이더러 이 희귀한 이야기를 시로 읊으면 어떻겠느냐 하여 지었고, 진홍은 양귀비의 傳記小說(전기소설)을 썼다 하며 시 끝구의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에서 따서 ‘長恨歌’라 했음.
漢皇 : 漢 나라 武帝(무제). 사실은 당의 현종이지만 현종은 당시 왕조의 임금이므로 이전의 한 무제와 李夫人(이부인)의 사랑 이야기로 假托(가탁)한 것임.
重色 : 여인의 미모 곧 女色(여색)을 중하게 여김.
傾國 : 그 매력이 나라를 기울어지게 할 만큼 아름다운 절세의 미인. 한의 李延年(이연년)이 제 누이인 이 부인을 임금에게 천거한 노래에 “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二顧傾人國 寧不知傾城與傾國 佳人難再得(북방에 미인이 있으니, 더 없을 만큼 뛰어나 우뚝하네. 한 번 돌아보면 성곽이 기울어지고, 두 번 돌아보아 반하게 되면 나라도 기울어져 망한다네. 제후의 성이나 임금의 나라가 망하게 됨을 어찌 알지 못하랴마는, 이러한 미인은 다시 얻기 어려우리)”라고 읊은 데서 온 말임. 傾國之色(경국지색). 傾國之美(경국지미).
御宇 :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상하와 사방을 다스림’의 뜻임. 御世(어세).
楊家有女 : 양씨 집안에 딸이 있음. 곧 양귀비를 말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弘農華陰(홍농화음) 출신의 楊琰(양염)으로 蜀(촉)의 司戶(사호)를 지내, 양귀비는 촉에서 태어나 이름이 玉環(옥환)으로 어려서 河南府士曹(하남부사조)인 숙부 玄珪(현규) 밑에서 자랐다 함.
深閨 : 여자가 거처하는 깊숙한 방.
天生 : 하늘로부터 타고남. 날 때부터.
麗質 : 아름다운 바탕. 청초하고 고운 체질.
自棄 : 스스로 제 몸을 버림.
一朝 : 하루아침. 양옥환 곧 양귀비는 현종 開元(개원) 28년에 궁중에 들어왔고 현종은 그 때 나이 58세였음.
百媚 : 온갖 아름다운 매력.
六宮 : 천자의 后妃婦女(후비부녀)의 궁전. 천자는 황후 외에 妃嬪御(비빈어) 등 다섯 후궁을 거느렸음.
粉黛 : 분과 눈썹먹. 화장품. ‘곱게 화장한 여인들’이란 뜻으로 쓴 말임.
無顔色 : 面目(면목)이 없음. 보잘 것 없이 무색함. 안색은 ‘얼굴빛. 면목’임.
압운(押韻), 평측(平仄)
압운은 國, 得, 識, 側, 色 자로 입성 ‘職(직)’ 측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平仄仄平平仄, 仄仄平平平仄仄, 平平仄仄平平平, 仄仄平平平仄仄, 平平仄仄平仄仄, 仄平仄仄平平仄, 平平仄仄仄仄平, 仄平仄仄平平仄’으로 二四不同二六對(이사부동이륙대)에 어긋난 곳은 다섯째와 일곱째 구의 둘이고 反法, 粘法(반법, 점법)은 불규칙하다.
姉妹弟兄皆列土 可憐光彩生門戶 遂令天下父母心 不重生男重生女〈中段 1〉
(자매제형개열토 가련광채생문호 수령천하부모심 부중생남중생녀)
형제자매 양귀비 덕으로 봉토를 나누어 받아, 아아 광채가 그 일가에 비추었으니,
마침내 세상 부모들 마음에,
아들을 중히 여기지 않게 하고 딸 낳음을 소중히 여기게 했네.
어구(語句)
列土 : 領地(영지)가 잇달아 있음. 많은 땅을 다스림. ‘分封國(분봉국)의 제후가 됨’을 뜻하는 데, 양귀비의 큰언니는 韓國夫人(한국부인), 셋째는 虢國夫人(괵국부인), 여덟째는 秦國夫人(진국부인)이 되었고, 사촌오빠 銛(섬)은 鴻艫卿(홍로경), 錡(기)는 駙馬都尉(부마도위), 육촌오빠 釗(쇠, 후의 國忠국충)는 정승이 되었으며, 그 밖의 일가친척들도 황실과 인척 관계를 맺었다고 함.
可憐 : 아아〈감탄사〉
光彩 : 찬란한 빛.
不重生男 : 아들 낳음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음. 당시의 민요에 “男不封侯女作妃(사내는 제후로 봉책받지 못해도 딸은 왕비가 될 수 있네)”라 했음.
압운(押韻), 평측(平仄)
압운은 戶, 女 자인데 모두 上聲(상성)으로 측운이면서 戶는 ‘麌(우)’ 운, 女는 ‘語(어)’ 운이어서 通韻(통운)이 된다. 평측은 차례로 ‘仄仄仄平平仄仄, 仄平平仄平平仄, 仄平平仄仄仄平, 仄仄平平仄平仄’으로 셋째 구만 이사부동이륙대에 어긋났다. 이 네 구만을 두고 본다면 반법, 점법은 그런대로 지켜졌다 하리라.
六軍不發無奈何 宛轉蛾眉馬前死 花鈿委地無人收 翠翹金雀玉搔頭〈中段 2〉
(육군불발무내하 완전아미마전사 화전위지무인수 취교금작옥소두)
군사들 꼼짝 않고 양귀비를 처단하라 하니 어쩔 수 없어,
아리따운 그 모습 군마(軍馬) 앞에서 죽고 말았네.
황금 꽃 모양의 비녀는 땅에 떨어진 채 거두는 사람 없고,
취교와 금작과 옥소두 따위 장식품도 마찬가지였어라.
어구(語句)
六軍 : 천자의 군대. 六師(육사). 1군은 12,500명인데 거느릴 수 있는 한도에 있어서는 천 자가 6군, 큰 나라는 3군, 중간 나라는 2군, 작은 나라가 1군이었음〈周禮 地官〉
不發 : 떠날 길을 떠나지 않음. 안록산의 반란이 양귀비로 하여 일어났다 하여 그녀를 처단하라고 근위병 사령관 陳玄禮(진현례)가 주장하여 행군을 멈추었던 일을 말함.
無奈何 : 어찌할 수 없음.
宛轉 : 아름답고 고움. 婉轉(완전).
蛾眉 : 누에나방의 촉수. 미인의 눈썹. 미인.
花鈿 : 꽃비녀. 금으로 꽃모양처럼 만들어서 앞머리에 꽂는 장식품.
委地 : 땅에 버림. 땅에 떨어짐.
翠翹 : 날개처럼 길다랗게 만든 비취빛 머리 장식품.
金雀 : 공작새 모양의 금비녀.
玉搔頭 : 옥으로 만든 비녀. 玉簪(옥잠). 搔頭는 ‘머리를 긁음. 비녀.’이고 한 무제가 이 부인을 불러 옥잠으로 머리를 긁게 했다고 함.〈西京雜記〉
압운(押韻), 평측(平仄)
이 네 구는 끝 자가 차례로 ‘歌(가), 紙(지), 尤(우), 尤’ 운인데, 歌와 尤는 평성, 紙는 상성이라 압운이 되지 않았다 하겠다. 평측은 차례로 ‘仄平仄仄平仄平, 仄仄平平仄平仄, 平平仄仄平平平, 仄平平仄仄平平’으로 끝 두 구만 이사부동이륙대가 이루어졌다.
蜀江水碧蜀山靑 聖主朝朝暮暮情 行宮見月傷心色 夜雨聞鈴膓斷聲〈中段 3〉
(촉강수벽촉산청 성주조조모모정 행궁견월상심색 야우문령장단성)
촉 땅의 강물 푸르고 산빛마저 파란데, 임금님 비통한 심정 밤과 낮으로 이어졌다네.
행궁에서 보는 달도 상심하는 기색이요,
밤비에 울리는 풍경 방울 소리 간장을 에이는구나.
어구(語句)
蜀江水碧蜀山靑 : 촉 땅의 산수는 늘 푸름. ‘인간 사회의 변천 곧 양귀비의 죽음 같은 일에 상관없이 대자연은 조금도 변하지 않음’을 비유함.
聖主 : 어진 임금. 聖君(성군).
朝朝暮暮 : 매일 아침 저녁. 날마다. 언제나.
行宮 : 임금이 궁궐을 떠나 머물러 있는 곳이나 別宮(별궁).
傷心色 : 마음 아파하는 기색.
夜雨聞鈴 : 밤비 오는 소리에 풍경이나 방울 소리가 섞이어 들림. “임금이 촉을 향해 斜谷(사곡)에 드니 장마비가 열흘에 걸쳐 내리는데, 棧道(잔도)에서 방울 소리와 빗소리가 섞이어 들리더라. 이에 임금님이 양귀비를 애도하여 빗소리와 방울 소리를 취하여 ‘雨霖鈴曲(우림령곡)’을 짓고는 그 곡조에 당신의 恨(한)을 부치더라.”〈明皇雜錄〉
膓斷 : 창자가 끊어짐. 斷腸(단장).
압운(押韻), 평측(平仄)
압운은 靑, 情, 聲 자인데 靑은 평성 ‘靑’ 평운, 情과 聲도 평성 ‘庚(경)’ 운으로 통운이 된다. 평측은 차례로 ‘仄平仄仄仄平平, 仄仄平平平平平, 平平仄仄平平仄, 仄仄平平平仄平’으로 둘째 구만 평측이 치우쳤고 나머지는 이사부동이륙대가 이루어졌다.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緜緜無絶期.〈終聯〉
(재천원작비익조 재지원위연리지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
나는 새가 되거든 남방의 비익조같이 함께 날고,
나무가 되거든 연리지가 되어 떨어지지 말자던 임금님 말씀.
천지는 유구(悠久)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마음 속 이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어구(語句)
在天 : 하늘에 있음.
比翼鳥 : 황하 서쪽의 崇吾山(숭오산)에 사는 새. 물오리와 같은 모양인데 청적색이며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밖에 없어서 혼자서는 날 수 없고 한 쌍이 합쳐야 날 수 있는데, 사람의 눈에 띄면 천하에 큰 홍수가 난다고 함. 鶼鶼鳥(겸겸조)〈山海經 西次三經〉
連理枝 : 서로 다른 나뭇가지가 맞닿아 결이 통하여 하나로 된 가지.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 춘추시대 晉(진)의 趙簡子(조간자)가 나루터 衙前(아전)의 딸을 소실로 데려오니, 그의 처가 靑陵臺(청릉대)에서 떨어져 자결했는데 후에 그 부부의 무덤이 따로 있었으나, 두 무덤에서 나무가 나고 가지가 서로 향해 뻗어가 하나로 합치더라고 함.
天長地久 : 하늘과 땅이 영구히 변함없음〈老子 道德經 7장〉 사물이 길이 이어 나감.
緜緜 : 실이 잇달아 끝이 없는 상태처럼 한없이 오래 이어짐. 綿綿(면면).
絶期 : 끊어질 시기. 끊어질 때.
압운(押韻), 평측(平仄)
압운은 枝, 期 자로 평성 ‘支(지)’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平仄仄仄仄仄, 仄仄仄平平仄平, 平平仄仄仄平仄, 仄仄平平平仄平’으로 첫 구만 二四不同二六對(이사부동이륙대)가 되지 않았고 反法(반법)이나 粘法(점법)은 무시되었다.
감상(鑑賞)
장한가는 낭만적이요 서정적이면서 서사적인 작품이라 그 이야기 줄거리를 대강 살펴본다. 처음에 양귀비가 궁중에 등장하니 그 미모는 천하절색으로 육궁에서 으뜸이요 현종 임금의 총애는 극진하였다. 그녀의 영화와 환락과 행복한 생활 속에 돌연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 피난 중 馬嵬坡(마외파)에서 군사들의 강력한 요구로 양귀비는 죽음을 당한다. 현종은 촉 지방의 행궁에서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비탄에 잠기고, 수복된 서울에 돌아와서는 더욱 그녀에의 그리움과 추모의 정으로 편히 잠드는 날이 없게 된다. 임금의 이러한 심정을 안타까워한 道士(도사)가 方術(방술)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아 현종의 마음을 전하니, 그녀는 궁중에서 쓰던 비녀와 장식품을 내보이며 마음만 굳으면 天上(천상)과 인간 사이지만 만날 수도 있다면서, 생전에 長生殿(장생전)에서 칠석날 밤 임금이 그녀에게 몰래 서약한 “우리가 만약 새가 되거든 비익조가 되고 나무가 되거든 연리지가 되어 떨어지지 말자.”는 말을 했다. 이 시는 천하에 유행하여 백거이를 長恨歌主(장한가주)라 불렀다고 하며 후세에까지 소설로, 희곡으로 개작되었다.
歌行體 7言古詩 長篇(가행체 7언고시 장편). 전 60연[120구]. 압운은 여러 운으로 바뀌었고, 위의 抄錄(초록)에서 본 바와 같이 평측이 고르지 못하다. 이는 고시인데다가 840자의 장편이니 어쩔 수 없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