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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천자문과 창세기(60)-황원흥/SF

 모시숙자(毛施淑姿) 공빈연소(工頻姸笑): 오나라 모장, 월나라 서시는 자태가 아름다워 찡그리고 웃는 모습마저 곱구나. 영웅호걸에 이은 미인의 이야기입니다. 서시(西施)는 오나라에 패한 월왕 구천이 원수를 갚기 위해 미인계로 오왕 부차에게 헌납한 미인으로, 그녀를 탐닉한 부차는 결국 구천에게 패배합니다. 한나라 황제의 후궁으로 흉노에게 시집가 중국과 화친을 도모케 한 왕소군(王昭君), 삼국지에서 동탁의 시녀였다가 후일 동탁이 여포에게 죽자 여포의 첩이된 초선(貂嬋), 안록산의 난을 초래한 당 현종의 애첩 양귀비(楊貴妃)와 함께 서시는 중국 4대 미녀입니다. 서시가 빨래하러 가니 강 속의 물고기가 물에 비친 그녀의 얼굴에 반해 헤엄칠 생각도 잊고 그대로 가라앉았다 하여 이를 '침어(浸魚)'라 합니다.  모장(毛嬙)은 훗날 와신상담하여 오왕 부차를 패망시킨 월왕 구천의 애첩이 된 오나라의 미색입니다. 그 외에 고대 하(夏)나라 걸왕(桀王)은 말희(末姬)라는 절세 미녀와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나라를 잃었고, 은(殷)의 주왕(紂王)은 달기(妲己)와 엽기적인 행각을 일삼다 나라가 망했으며, 주(周)의 유왕(幽王)은 포사(褒姒)에게 빠져 견융(犬戎)에게 살해당하고, 춘추시대 진(晋)의 여희(驪姬)와 진(陳)의 하희(夏姬)는 그 미색으로 제후들을 망하게 했다고 전합니다. 이들을 '나라를 기울게 하는 미색',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하나 망국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마녀사냥식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남성위주의 표현입니다. 창세기도 미인을 자랑합니다. 이스라엘민족을 대표하는 세 족장들의 아내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자랑합니다. "그의 아내 사래에게 말하되 내가 알기에 그대는 아리따운 여인이라...애굽 사람들이 그 여인이 심히 아리따움을 보았고 바로의 고관들도 그를 보고 바로 앞에서 칭찬하므로 그 여인을 바로의 궁으로 이끌어 들인지라"(창세기 12:11-15) 이스라엘민족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소녀는 보기에 심히 아리땁고 지금까지 남자가 가까이 하지 아니한 처녀라"(창세기 24:16)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헬은 곱고 아리따우니 야곱이 라헬을 더 사랑하므로"(창세기 29:17-18) 이삭의 아들 야곱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 족장의 여인들이 모두 중동지역의 뛰어난 미인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과 이삭은 위험에 처하자 미모의 부인을 왕들에게 바쳐 목숨을 구걸합니다. 영웅 호걸의 짝은 절세가인이어야 하고, 지아비에게 순종하는 현모양처라야 어울린다는, 여성에게 무조건적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남성중심의 허세와 위선에 찬 이야기입니다. 천자문과 창세기의 저자 모두 남성인 까닭이겠지요. 여성들을 인질로 삼아 살 길을 도모하는 나약한 사내들의 낯 뜨겁고 치졸한 위선과 허세는 현재 진행형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