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과달카날 해전 (6) - 다나카 선단의 시련
1942 년 11 월 14 일 날이 밝자 헨더슨 비행장은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칵터스 항공대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 아마도 가장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오전 7시가 되자 새벽에 헨더슨 비행장과 에스피리투산토를 떠난 정찰기들로부터 접촉보고가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에스피리투산토(Espiritu Santo)의 위치
가장 가까이 있던 일본함대는 어젯밤에 헨더슨 비행장을 포격하고 철수하던 미카와 제독의 제 8 함대로서 과달카날에서 북서쪽으로 230km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되었다.
엔터프라이즈의 아벤저 6 대 , 해병대의 돈틀레스 7 대와 와일드캣 7 대로 이루어진 공격대가 즉시 헨더슨 비행장을 떠나 오전 8시에 미카와 함대 상공에 도달하여 공격을 개시했다. 아벤저들은 중순양함 기누가사를 집중공격하여 어뢰 4 발을 명중시켰다. 기누가사는 당장 침몰하지는 않았으나 , 화재가 발생하고 연료탱크에서 중유를 피처럼 흘리면서 비틀비틀 북서쪽으로 도망갔다.
해병대의 돈틀레스들은 경순양함 이스즈에게 1 발의 폭탄을 명중시켜 조타기능에 큰 피해를 입혔다. 칵터스 항공대의 공격대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오전 10시 15분에 모두 무사히 헨더슨 비행장으로 복귀하여 기분좋은 하루의 출발을 알렸다.
( 1942 년 11 월 14 일의 공습상황도)
다음은 엔터프라이즈 차례였다. 13 일 저녁에 제 64 기동부대를 떠나보낸 엔터프라이즈 중심의 제 16기동부대는 밤새 북상하여 14 일 아침에는 과달카날의 남동쪽 320km 지점에 있었다.
14 일 오전 6시 8 분에 엔터프라이즈는 225kg 폭탄을 장비한 돈틀레스 10 대에 400km 에 걸친 수색폭격 임무를 주어 북서쪽 방면으로 날려 보냈다.
이들 중 깁슨 소위의 돈틀레스가 오전 9시 15분에 미카와 함대를 발견하고 , 즉시 보고했다.
엔터프라이즈에서는 즉시 450kg 짜리 폭탄을 장착한 17 대의 돈틀레스와 와일드캣 10 대로 이루어진 공격대를 출격시켰다. 깁슨소위는 기누가사에 공격을 가하여 225kg 짜리 폭탄을 함교에 명중시켰다. 이 폭격으로 함장 사와 마사오 대좌가 부장과 함께 전사했다.
이미 어뢰 4 발을 얻어맞았던 기누가사는 추가로 침수가 발생하면서 함체가 10 도나 기울었으나 이번에도 침몰하지 않았다. 사실 미카와 함대는 이날 아침 7시 경에 정찰기에게 발견되어 오전 8시에 이미 칵터스 항공대의 공습을 받았으나 , 이런 사실이 제 16기동부 대에는 전달되지 않았다.
제 16기동부대는 위치를 숨기기 위하여 무선침묵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헨더슨 비행장에서 알아서 이런 사실을 전달을 해 주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으므로 엔터프라이즈의 함장 하디슨 대령은 전투보고서에 이에 대한 불만을 적어 놓았다. 수색폭격임무를 맡았던 돈틀레스 중 할로란 소위 탑승기가 오전 9시 23 분에 미카와 함대 상공에 도달하여 중순양함 마야에 급강하 폭격을 시도했다.
이 폭탄은 빗나갔으며 할로란 소위는 급강하 후에 미처 고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마야의 함교에 접촉하면서 갑판에 추락하여 120mm 대공 포의 포탄을 유폭시켰다. 이 화재로 37 명의 일본군 수병이 전사했다. 잠시 후 엔터프라이즈를 떠난 공격대가 마카와 함대 상공에 들이닥쳤다.
도중에 둘로 갈라진 엔터프라이즈의 공격대는 오전 9시 50 분과 10시 13 분에 차례로 미카와 함대 상공에 나타나서 폭격을 가했다.
추가로 450kg 짜리 폭탄 1 발을 얻어맞은 기누가사는 오전 11 시 22 분에 전복되면서 그대로 침몰했다. 일본군 511 명이 함과 운명을 함께 했다. 중순양함 죠카이도 명중탄 1 발을 맞아 보일러실이 침수되었고 , 구축함 미치시오도 폭탄 1 발을 맞았다.
2시간에 걸친 공습으로 미카와 함대는 중순양함 기누가사가 격침되고 , 중순양함 죠카이 , 마야 , 경순양함 이스즈 , 그리고 구축함 미치시오가 피해를 입은 상태로 오후 4 시에 쇼틀랜드에 도착했다.
( 일본해군의 중순양함 기누가사(衣笠)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http://blog.naver.com/mirejet/110036011281)
수송선 11 척과 호위하는 구축함 11 척으로 이루어진 다나카 제독의 수송선단은 원래 13 일 새벽에 과달카날에 도착할 예정으로 12 일 아침에 쇼틀랜드를 출항했다. 그러나 , 아베 함대가 뜻밖에도 무서운 투혼을 보여준 미국함대의 방어선을 뚫는데 실패함으로써 다나카 선단은 콜롬방가라 섬 부근에서 회항하여 쇼틀랜드로 돌아왔다.
곤도 제독의 제 2 함대가 남하함에 따라 다나카 선단도 14 일 심야에 과달카날에 도착할 예정으로 13 일 오후에 다시 쇼틀랜드를 출항했다. 다나카 선단이 보유한 11 척의 수송선은 일본군 계획의 핵심이었다. 총톤수 78,000 톤에 달하는 이 수송선들에는 제 38사단의 주력인 제 229 연대 , 제 230 연대 , 제 38 공병연대를 비롯한 1 만여명의 병력과 중포 50 문을 비롯한 각종 중화기와 장비들 , 그리고 8 만발의 포탄과 3 만명이 1 달간 먹을 식량 등총 1 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보급품들이 실려 있었다.
과달카날로 접근하던 다나카 선단은 14 일 오전 7시 30 분에 헨더슨 비행장을 출발한 카탈리나 정찰비행정에 의하여 발견되었으나 , 미군 항공기들이 미카와 함대를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공습을 받지는 않았다. 수색폭격의 임무를 띠고 엔터프라이즈를 떠난 돈틀레스 2 대가 오전 8시 30 분에 다나카 선단을 발견하고 급강하폭격을 가했으나 명중시키는데 실패했다.
마침 이때 준요를 이함한 제로기 7 대가 다나카 선단 상공에 도착하여 이탈하는 돈틀레스들을 공격했다. 제로기에 쫓기던 돈틀레스 1 대는 격추되었고 , 나머지 1 대는 겨우 추격을 뿌리치고 엔터프라이즈로 돌아왔다. 한편 미카와 함대에게 제대로 한방을 먹인 칵터스 항공대는 이제 다나카 선단에게 주의를 돌렸다.
오전 11 시 , 아벤저 7 대 , 돈틀레스 18 대 , 와일드캣 12 대로 이루어진 해군과 해병대의 혼성 공격대가 헨더슨 비행장을 이륙했다. 이 공격대는 오전 11 시 50 분에 다나카 선단 상공에 도달하여 공격을 실시했다. 아벤저들은 캔버라마루와 나이애가라마루에 어뢰를 명중시켜 격침했고 , 급강하폭격기들은 사도마루에 1 발의 폭탄을 명중시켜 화재를 일으켰다.
대파된 사도마루가 침몰한 수송선들의 생존자들을 싣고 쇼틀랜드로 회항하고 나자 헨더슨 비행장을 출발한 제 2 차 공격대가 도착했다. 돈틀레스 17 대와 와일드캣 12 대로 이루어진 이 공격대는 도중에 2개로 갈라져서 오후 12시 45분과 오후 2시에 각각 다나카 선단 상공에 도달하여 공격을 가했다. 브리즈번마루가 명중탄을 맞아서 반으로 쪼개지면서 침몰했다.
오후 2시 30 분에는 에스피리투산토를 떠난 B- 17 중폭격기가 다나카 선단에 폭격을 가해왔다.
오전 10시 18 분에 에스피리투산토를 출발한 15 대의 B - 17 중폭격기들은 4,800m 고도에서 15 톤에 달하는 폭탄을 투하했으나 나쿠마루에 1 발의 명중탄만을 기록했다.
다나카 선단 상공을 지키던 제로기 15 대가 즉시 요격했으나 , 1 대도 격추하지 못하고 오히려 B- 17 중폭격기의 반격을 받아 6 대의 제로기가 격추되었다. 에스피리투산토에서는 오후 3시에 어뢰와 폭탄을 장비한 B- 26 쌍발폭격기 10 대와 어뢰를 장비한 카탈리나 정찰비행정 4 대도 출격시켰으 나 , 이들은 다나카 선단을 발견하는데 실패했다.
엔터프라이즈에서도 재차 공격대를 보내왔다. 킨케이드 제독은 제 10전투비행대대장 제임스 플래틀리 소령의 지휘 하에 돈틀레스 8 대와 와일드캣 12 대로 이루어진 공격대를 파견했다.
플래틀리 공격대는 오후 3시 30 분에 사보 섬 북방 90km 해상에서 다나카 선단을 발견하고 공습을 가했다.
선단 상공을 호위하던 제로기들을 와일드캣이 상대하는 동안 돈틀레스들은 수송선들에 폭격을 가하여 시나노마루와 애리조나마루를 격침 하고 전원 무사히 헨더슨 비행장에 착륙했다.
칵터스 항공대의 마지막 공습은 큰 희생을 치렀다. 엔터프라이즈의 제 10 폭격비행대대장 제임스 토마스 소령은 오후 3시 30 분에 전투기의 호위없이 7 대의 돈틀레스만으로 이루어진 공격대 를 이끌고 다나카 선단을 공습하러 헨더슨 비행장을 떠났다.
토머스 공격대는 다나카 선단을 공습하여 이미 B- 17 중폭격기의 폭탄 1 발을 맞았던 나쿠마루를 격침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 토마스 공격대는 다나카 선단 상공을 지키던 제로기들의 반격을 받아서 3 대가 격추되고 , 2 대는 크게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격추된 돈틀레스 조종사 중 제퍼슨 캐럼 소위는 해상에서 무려 73시간을 표류하다가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피해를 입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돈틀레스 1 대에는 무려 68 군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한다. 토마스 공격대의 피해는 공습시 전투기의 호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였다.
이날을 통틀어서 제로기와의 교전에서 격추당한 칵터스 항공대의 와일드캣은 2 대였다. 14 일 하루동안 헨더슨 비행장은 미친듯이 바쁘게 돌아갔다. 정비병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분초를 다투어 비행기에 급유하고 무장을 장착하여 출격시켰다.
공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들이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착륙하면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정비병들이 달려들어 캐노피를 벗기고 조종사를 끌어내고는 재급유와 무장장착을 실시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린 조종사는 단거리 경주하듯 전속력으로 비행통제실로 달려갔다.
먼지 날리는 활주로를 중심으로 터질듯한 흥분과 열정이 하루종일 흘러 넘쳤다.
이날은 그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날이었으며 바야흐로 도조의 통통한 수송선들을 마음껏 사냥할 수 있는 날이었다. 헨더슨 비행장에서 후송을 기다리던 캘러헌 함대의 부상자들은 자신과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 덕분에 살아남은 칵터스 항공대가 맹활약하 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고통으로 신음하던 부상자들이 부르트고 갈라진 입술로 소리를 질렀다.
" 가서 해치워 버려 !" (" Go get'em!") 하루 동안의 공습으로 다나카 선단은 6척의 수송선이 침몰하고 , 1 척은 대파되어 쇼틀랜드로 돌아갔다. 격침된 수송선에 탔던 병사 6,000 명중 절반 정도는 사도마루와 함께 쇼틀랜드로 돌아갔고 , 나머지는 호위하던 구축함 11 척에 구조되었 으나 , 450 명은 전사했다.
11 척이었던 수송선은 이제 4 척으로 줄어들었으며 , 호위하는 구축함들은 1 척당 구조한 병력 200 명에서 300 명 가량을 수용하여 정상적인 전력발휘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 이제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나카 제독은 살아남은 수송선들을 추스려서 다시 과달카날로 항진하기 시작했다. 과달카날 섬의 남쪽에서는 제 16기동부대가 오후 2시부터 강한 기상전선을 만나서 일본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났다.
엔터프라이즈는 이제 자체 방어를 위한 18 대의 와일드캣만을 보유하고 있었다. 헐지 제독은 다음날인 15 일에 제 16 기동부대에게 누메아로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1942 년 11 월 14 일에 벌어진 일은 적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는 해역에 대공방어가 빈약한 선단을 밀어넣으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걸극 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미군은 단 7 대의 항공기를 상실하면서 일본군의 중순양함 1 척과 수송선 6척을 격침하고 , 수송선 1 척을 대파하여 회항시킨 것을 비롯하여 여러 함정에 큰 피해를 입혔으며 , 수송선단의 상공을 엄호하던 제로기 13 대를 격추했다. 일본군은 이날의 참극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적의 공습으로부터 수송선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구축함과 전투기의 엄호만으로는 부족하고 , 강력한 대공화력을 갖춘 순양함급 이상 대형전투함의 근접호위가 꼭 필요했다.
또한 일본군은 도쿄급행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다 가까운 곳에 추가 비행장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미해군도 교훈을 얻었다.
공습시 전투기 호위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으며 , 전투 해역 주변에 지상비행장을 가진 쪽은 항공모함의 함재기들을 훨씬 효율적으 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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