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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군사이야기

과달카날 전투 (97) - 렌넬 섬 해전 (2) /blog.naver.com/imkcs0425/60117334698


97. 렌넬 섬 해전 ( 2) - 시카고 상실

기펜 제독으로부터 시카고의 피격소식을 들은 헐지 제독은 즉시 시카고를 보호하기 위하여 행동을 개시했다.  호위항모 체난고와 스위니 , 그리고 포레스트 셔먼 제독의 엔터프라이즈 기동부대가 날이 밝으면 바로 항공엄호를 제공해 줄수 있도록 제18기동부대에게 접근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에스피리투산토에서는 즉시 블랙캣 야간정찰비행정이 출동하여 30 일 새벽 1 시 경에 제 18기동부대 상공에 도달했고 , 예인선 나바호가 호위를 맡은 고속수송함 샌즈와 함께 시카고를 예인하기 위하여 급파되었다.
1 월 30 일 아침이 되자 엔터프라이즈에서 날아온 와일드캣 4 대가 제 18기동부대 상공에 도착했고 , 오전 9시에 나바호가 도착하여 루이스빌 대신 시카고를 예인하기 시작했다. 헐지 제독은 제 18기동부대의 순양함들은 오후 3 시에 시카고를 떠나 먼저 에파테 기지로 귀환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일본군은 상처입은 시카고를 끝장내기 위하여 오후 12시 15 분에 부카 기지에서 제 751 항공대 소속의 1 식 육상공격기 11 대를 출격시켰다.  이들보다 먼저 1 식 육상공격기 1 대가 시카고의 행방을 찾기 위하여 어뢰를 장비하지 않은 채 출격했다.
오후 2시 45분에 뉴조지아 섬의 해안감시대원이 남하하는 1 식 육상공격기들을 발견하고 즉시 보고했고 , 과달카날의 통신소에서 이 보고를 오후 3시 5분에 제 18기동부대와 엔터프라이즈 기동부대에 통보했다. 
이 경보를 받았을 때 기펜 제독은 5분 전에 시카고와 헤어져 순양함들을 이끌고 에파테 기지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때 기펜 제독은 마지막이자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즉 새로운 위협이 나타남으로써 상황이 완전히 변했는데도 다시 돌아가서 시카고를 보호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변화한 상황에 대하여 헐지 제독에게 보고하고 새로운 명령을 받지도 않은 채 그대로 순양함들을 이끌고 이탈해버린 것이었다.
심지어 후퇴하는 순양함들의 상공을 지키던 체난고와 스위니의 와일드캣들을 시카고 상공으로 돌리는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오후 3시 40 분에 시카고 상공을 지키던 엔터프라이즈의 와일드캣들은 전방에서 시카고를 정찰하던 1 식 육상공격기 1 대를 발견했다.
와일드캣들을 이끌고 있던 제 10전투비행대대장 플래틀리 소령은 즉시 와일드캣들을 모두 이끌고 정찰하던 1 식 육상공격기를 공격했다. 이 일본기는 오후 4 시 6 분에 시카고를 발견하고 보고하자마자 와일드캣들의 공격을 받았다.
1 식 육상공격기는 최대 속력으로 도망갔으나 70km 를 뒤쫓아온 와일드캣들에게 결국 격추되었다.  그러나 그 바람에 막상 어뢰를 장비한 1 식 육상공격기들이 도달했을 때 시카고 상공은 텅 비어 있었다.
북서쪽으로 항진하던 엔터프라이즈의 레이더가 오후 3시 54 분에 전방 110km 거리에서 접근하는 일본기들을 포착했다.  어뢰를 장비한 이들 1 식 육상공격기 11 대는 4 시 6 분에 시카고의 위치와 침로를 보고받았으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남쪽에서 기습하기 위하여 남동쪽으로 향한 침로를 계속 유지했다.
일본기들이 자신을 향하여 직진하는 걸 발견한 엔터프라이즈 함상의 셔먼 제독은 일본기들의 목표가 시카고가 아니라 자신들이라고 생각했다.  즉시 엔터프라이즈 기동부대 전체에 비상이 걸리고 , 와일드캣 10 대가 기존의 CAP 세력을 증강하기 위하여 긴급발진했다.
이어서 엔터프라이즈 기동부대는 침로를 황급히 180 도 되돌려서 남하하기 시작했다.
엔터프라이즈의 전투기 유도 장교는 가장 가깝게 있던 킬패트릭 대위가 이끌던 6 대의 와일드캣들을 일본기 전방으로 유도했다. 킬패트릭 대위는 와일드캣들을 2개 부대로 나누어 4 대가 일본기들을 정면에서 덮치는 동안 킬패트릭 대위와 요기는 일본기들의 후방을 차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의 존재를 모르던 일본기들은 오후 4 시 15분에 갑자기 침로를 날카롭게 꺾어서 시카고를 향하여 북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기 전방에서 좋은 고도를 잡고 대기하던 와일드캣 4 대는 그만 닭 쫓던 개 꼴이 되어 버렸다.  마침 일본기 후방으로 돌기 위하여 북쪽으로 기동하던 킬패트릭 대위와 요기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 2 대를 격추했다. 그러나 킬패트릭 대위와 요기가 재공격을 위하여 고도를 회복했을 때에는 이미 살아남은 일본기 9 대는 시카고를 향하여 최종접근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킬패트릭 대위가 이끌던 6 대의 와일드캣은 일본기들을 쫓아서 미군구축함이 쏘아대는 치열한 대공포화 속으로 서슴없이 뛰어들었다.  나중에 킬패트릭 대위는 6 대의 와일드캣 모두가 아군의 대공포화로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을 기적이라고 말했다. 정찰 중이던 1 식 육상공격기를 격추하느라 시카고 상공을 비워 두었던 플래틀리의 와일드캣들도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으나 이미 늦었다.


( 렌넬 섬 해전 상황도. 시카고의 침몰 )

시카고 상공에 도달한 9 대의 1 식 육상공격기들은 산개한 다음 시카고를 겨냥하여 일제히 어뢰를 발사했다. 이미 연막을 쳐서 시카고를 숨길 겨를도 없었으므로 오로지 구축함 4 척의 대공사격만이 유일한 대응수단이었다.
예인선 나바호가 일본기의 접근방향과 평행하게 세우기 위하여 1 만톤짜리 시카고를 매단 채로 90 도로 급회전하는 위험천만한 기동까지 감행했으나 시카고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0 일 오후 4 시 24 분 , 일본군이 발사한 어뢰 중 4 발이 시카고의 우현에 연속적으로 명중했다.
시카고의 함장 데이비스 대령은 즉시 퇴함명령을 내렸고 , 나바호는 예인 케이블을 아세틸렌 토치로 끊어버리고 시카고의 생존자를 구하러 돌아갔다.  시카고의 퇴함과정은 신속하고 질서있게 진행되었으며 마지막으로 함장 데이비스 대령이 퇴함하고 난 후에 시카고는 오른쪽 고물부터 서서히 가라앉았다.


( 침몰하기 직전 시카고의 모습 )

한편 시카고와 일본기들 사이에 끼어들어 용감하게 싸우던 구축함 라벨렛도 어뢰 1 발을 맞았다.
전방 보일러실에 명중한 이 어뢰로 인하여 전방 보일러실과 기관실이 침수되고 22 명이 전사했으나 ,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추가 침수를 막고 수선 하에 뚫린 구멍을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예인선 나바호가 4 노트의 속력으로 라벨렛을 무사히 에스피리투산토까지 예인했다.
일본기들 또한 큰 피해를 입었다.
공격에 투입된 1 식 육상공격기 11 대중 2 대가 어뢰를 발사하기도 전에 격추당했고 , 어뢰를 발사하는데 성공한 9 대 중에서 7 대가 이탈과정 에서 근접신관을 장착한 5 인치 대공포탄과 뒤쫓아온 와일드캣에 의하여 추가로 격추당하여 살아 돌아간 일본기는 2 대에 지나지 않았다.
전날 격추된 3 대와 정찰중이던 1 식 육상공격기를 합쳐 일본군은 13 대의 항공기를 잃었다.
이로써 렌넬 섬 해전이 끝났다. 헐지 제독은 상처입은 시카고를 빈약한 대공망 속에 남겨놓아 결국 상실하게 만든 기펜 제독에 대한 노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제 18기동부대의 전투 보고서를 승인하면서 기펜 제독의 판단 착오에 대한 준엄한 비판을 추가했다.
시카고의 상실은 한편으로는 물에 뜨는 조명탄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공격기를 유도하는 일본군의 새로운 야간공습 전술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한 결과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군의 야간공습 전술은 나중에 미항모 기동부대의 야간 전투기 운용 능력이 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미국함대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이 되었다.
미군에게 한가지 위안이라면 그나마 시카고가 일본기들의 공격력을 흡수하는 바람에 4 척의 수송함으로 이루어진 수송함대가 무사히 과달카날에 도착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본군 또한 추가로 이익을 얻었다. 즉 렌넬 섬 해전에서 보여준 일본기들의 집요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지켜본 미군 지휘관들은 일본군이 과달카날에서 새로운 공세를 시작하려는 것이 틀림없다는 심증을 굳혔고 따라서 과달카날의 제 14 군단은 과감하고 신속한 공격보다는 방어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 결과 일본군은 과달카날에서 성공적으로 철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