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은 황학(黃鶴)을 타고 가버리니,
이곳은 텅 빈 황학루(黃鶴樓)만 남았고나.
한 번 간 황학은 다시 오지 않고
흰 구름만 둥실 예나 다름없네.
맑은 시내는 한양수(漢陽樹)에 흘러오고
녹음방초(綠陰芳草)는 앵무주(鸚鵡州)에 우거지네.
날 저무니 내 고향이 어디메뇨
강상(江上)의 안개는 사람의 애수(哀愁)를 자아내도다.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黃鶴一去不復還(황학일거부부환)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晴川曆曆漢陽樹(청천력력한양수)
芳草處處鸚鵡洲(방초처처앵무주)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煙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어느 곳에 봄바람이 이르오?
훨훨 나는 저 제비떼들
아침에 들어와 뜰 나무에 머무르니
외로운 나그네가 가장 먼저 듣더라.
하경춘풍지(何慶春風至)
표표송연군(飄飄送燕群)
조래입정수(朝來入庭樹)
고객감선문(孤客敢先聞)
찬 바람이 서서히 물러가니 봄이 옴이런가?
봄! 용기를 솟구치게 하는 계절이다. 사람들은 생각만 하여도 신성한 생명의 체취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봄바람이 스치는 아래에서 어떤 사람들은 그 약동하는 춘흥(春興)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속에 저 따뜻한 봄바람도 여전히 지난 엄동의 한기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 일진의 한기야말로 오직 사람들의 마음속으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훈풍을 불어 넣은들 그들과 같은 심전(心田)을 따뜻하게 감싸주지는 못하리라――
登黃鶴樓(등황학루).
崔灝(최호) 唐詩人(당시인)
昔人已乘黃鶴去(석인이승황학거)
此地空餘黃鶴樓(차지공여황학루)
黃鶴一去不復還(황학일거부부환)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晴川曆曆漢陽樹(청천력력한양수)
芳草處處鸚鵡洲(방초처처앵무주)
日暮鄕關何處是(일모향관하처시)
煙波江上使人愁(연파강상사인수)
옛사람은 이미 황학을 타고 떠났는데
여기에는 공연히 황학루만 남았구나.
황학은 한 번 갔다 돌아 오지 않으니
흰 구름 천 년 동안 공연히 흘러가네.
맑은날 한양 땅의 나무는 강물에 비추고
향기로운 풀은 앵무주(鸚鵡洲)에 흐드러지게 피었네.
해 기울어 저무는데 고향땅은 어디 매인가
강물 위로는 안개 가득 실은 바람 불어 나를 수심에 젖게 하네.
송나라 때의 엄우(嚴羽)가 당인칠률제일(唐人七律第一)이라고 칭하고, 청나라 사람 심덕잠(沈德潛)이 "천천고지기(擅千古之奇)"라고 한 당나라 시인 최호(崔灝)의 <황학루> 시이다. 첫번째 구절에 대하여는 두 가지 판본이 있다. 하나는 "석인이승황학거"이고, 다른 하나는 "석인이승백운거(昔人已乘白雲去)"이다. 어느 것이 최호의 원시(原詩)인지 어느 것이 더 뛰어난지에 대하여는 역대 이래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석인이승백운거"의 판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당나라 은번 <하악영령집>(최호의 시 11수를 골랐다), 에정장의 <국수집>(최호의 시 7수를 골랐다), 위장의 <우현집>(최호의 시 2수를 골랐다), 위곡의 <재조집>(최호의 시 1수를 골랐다), <전당시>('백운'의 아래에 '황학'이라고도 한다는 주석을 달았다), 북송때 편찬한 <문원영화>, 송나라 계유공이 편집한 <당시기사>, 송나라 호자의 <소계어은총화>, 원나라 오사도의 <오예부시화>등등이 있다.
"석인이승황학거"의 판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청나라 김성탄의 <비재자서>, 심덕잠이 편찬한 <당시별재집>(최호의 칠언율시 2수를 골랐다), 손수가 편찬한 <당시삼백수>(최호의 칠언율시 2수를 골랐다), 중국사회과학원문학연구소 <당시선>(최호의 시 4수를 골랐다), 지금의 당시선본은 기본적으로 모두 "황학"으로 쓰고 있다.
두 가지 판본의 공포는 개략 이런 상황이다. 고본에는 "백운"이 많다. 금본에는 "황학"이 많다. 그러므로, 어떤 학자는 "황학"은 원나라 때 사람부터라고 말한다. 청나라 김성탄이 "백운"판을 통렬하게 비판한 이후, "황학"판이 세상에 크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최호의 원본은 "백운"이고, 구백 년 동안 "백운"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최근 삼백 년간은 "황학"으로 고쳐졌다는 것이다.(황영무 <중국시학.감상편>28-29페이지, 신세계출판사2012년 9월판)
김성탄이 "백운"판을 비판한 주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연속하여 세 번 '황학'을 쓴 것은 시인의 '호호대필(浩浩大筆)'한 시재(詩才)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만일 '백운'이면, '황학루'가 이름을 얻은 것을 해석하기 힘들다; 세계적으로 천 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 백운은 없다. 옛 사람이 타고 갔으면, 지금까지 흐르고 있을 리가 없다.(<비재자서>). '백운'판을 강력히 주장하는 학자들의 주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감상은 당연히 저본(底本)을 근거로 해야 하고, 감상에 근거하여 마음대로 '저본'을 고칠 수는 없다; 두개의 백운, 두 개의 황학은 양양대치(兩兩對峙)로 아주 교묘하다.(황영무 <중국시학>)
두 가지 의견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세불양립(勢不兩立)이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릴까? 필자의 견해는 아래의 몇 가지이다.
최호의 <황학루>는 비록 칠언율시이지만, '백운'이건 '황학'이건 앞의 4구는 모두 율시의 평측대장의 규칙을 엄격히 따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격률상으로는 옳고 그르고 낫고 못하고의 구분이 없다.
당시에서 "승백운", "승황학"의 두 가지 단어조합형식은 모두 그 용례가 있다. "백운"의 예를 보면, 소영사의 구절인 "중유군선혜승백운(中有群仙兮乘白雲)"(경룡2년, 708년), 잠참의 <감우> "석래유유진왕녀, 독자취소승백운(昔來唯有秦王女, 獨自吹簫乘白雲)", 유우석의 <삼향역루복도현조망여기산시, 소신비연유감>의 "천상홀승백운거, 세간공유추풍사(天上忽乘白雲去, 世間空有秋風詞)", 한산의 시 "구욕승백운, 갈유생우익(苟欲乘白雲, 曷由生羽翼)", "황학"의 예를 보면, 이백의 <강상음> "선인유대승황학, 해객무심수백구(仙人有待乘黃鶴, 海客無心隨白鷗)", 수량에서 '승황학'은 이백의 시 1건 뿐이다. "승백운'의 예는 4건이다. 다만 최호의 이전과 동시대에는 '승백운'이 단지 1,2례(소영사, 잠참)뿐이다. 양자의 간에 이를 가지고 옳고 그름의 판단을 삼기는 힘들다.
비록 이러하기는 해도, 필자는 '황학'판이 낫다고 본다. 필자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최호, 이백보다 이른 시인인 노조린(盧照隣)은 그의 <송유주진참군부임기정향곡부로>시에서 "인동황학원, 향공백운련(人同黃鶴遠, 鄕共白雲連)"의 두 구절이 있다. '석인이승황학거'의 경지와 유사한데, 아마도 여기에서 따온 것일 것이다. 노조린의 시에는 사람과 함께 떠난 것은 황학과 사람(사람이 황학을 타고)이다. 백운은 향촌과 이어져 있고, 떠나는 행위를 할 수가 없다. 노조린의 시는 증명한다. 황학루의 이름은 원나라사람이 선인이 황학을 타고 떠났기 때문에 유래했다고 하는 주장은 믿을만하지 못하다.
둘째. 송 호자<소계어은총화>, 원나라 신문방의 <당재자전>등 문헌기록을 보면, 이백은 황학루에 도착한 후, "안전유경도부득, 최호제시재상두(眼前有景道不得, 崔灝題詩在上頭)"(눈 앞의 경치를 보고도 읊을 수가 없었다. 최호의 시가 머리 위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당시 황학루를 읊은 시를 쓰지 못하였다. 다만, 이백은 내심으로 불복하여, 나중에 최호의 <황학루>를 본따서 <등금릉봉황대>와 <앵무주>라는 두 수의 시를 썼다. 이는 최호와 고하를 겨뤄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백의 <등금릉봉황대>와 <앵무주>시의 앞 두 구절은 각각 "봉황대상봉황유, 봉거대공강자류(鳳凰臺上鳳凰遊, 鳳去臺空江自流)"와 "앵무래과오강수, 강상주전앵무명(鸚鵡來過吳江水, 江上洲傳鸚鵡名)"이다 모두 "새(봉황,앵무)"가 날아가고, 단지 지명만을 남겼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그리워하며 탄식한다"는 의미이다. 모방작이기는 하지만, 거꾸로 인증해준다. 최호의 <황학루>의 앞 두 구절의 주요한 뜻은 "황학이 날아갔다...."는 것일 것이다.
최호의 <황학루>시에는 첫 두 구절이 "승황학"과 "승백운"처럼 판본이 다른 곳이 있는 외에 다른 싯구에도 다른 부분이 있다. "차지(此地)"와 "자지(玆地)", 한양수(漢陽樹)"와 "한양수(漢陽戍)", "방초(芳草)"와 "춘초(春草)" 혹은 "청초(靑草)", "처처(萋萋)"와 "청청(靑靑)", "하처시(何處是)"와 "하처재(何處在)" 등등의 차이가 있다. 본문에서는 이것들까지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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