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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慨世歌/蘇學燮,(1856~1919)

개세가 慨世歌


[해제]
이 가사는 남곡(南谷) 소학섭(蘇學燮,1856~1919)의 작품이다. 남곡은 한말이 가까워오는 철종 7년에
전라북도 남원에서 출생, 연제(淵齋) 송병선(宋秉璿)의 훌륭한 제자로서 평생 학문에 정진하였고, 나라
가 어수선하던 한말에는 우국지심이 남달리 강렬했던 선비이다. 당시 고종(高 宗 )이 빈천하였다는 소
식을 접하고,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당산(堂山)에 들어 절식으로 망곡(望哭)하다가 10여 일만에 당년
64세로 타계한 인물이다. 그의 시문집으로 『남곡유고(南谷遺稿)』가 있다. 사후 40년이 지난 기해년
(1959)에 엮어낸 한시문의 전적인데, <개세탄(慨世歎)>은 권3 잡저에 실려 전한다. <개세탄(慨世歎)>
은 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세상 되어가는 형편을 염려하여 통탄한 노래이다. 작품의 형태상 짜임은 2음
보 1구 형성을 바탕으로 한 총 67구로서, 4·4조를 위주로 한 가사체 노래이다. 각 구에는 4언으로 된
한시문의 나열이 많은데, 이는 평소 작자의 몸에 베인 한시문의 작시 습성이 그대로 반영된 때문인 것
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한학자로서 우리 고유의 전통 시가 전승에 관심을 두고, 이 같은 국문체 가사를
제작함은 자주의식이 투철한 당대 지식인의 흥미 있는 작시 사례로 주목된다.


[원문]
之否耕農之暇勤讀書籍以就作成之器庸常汝父
不足效也凡事一以取法於古之聖賢無忘父之言
卽近於孝嗟汝在胤
贈三女婿
嗟汝曰崔曰韓曰李三女婿二則生男吾己見之一
則孕而未見是可少恨善敎汝子遂成舅翁之願且
汝與在胤結爲男妹我死之後無胥絶遠井井恤顧
益復有男妹之敦誼



개세가


 검은 하늘 누런 땅이 갈라져 생긴 뒤에 (* 天地玄黃肇判後 : 천지 현황 조판후) 고금의 인물들이 끊임없이 생겼도다. 이런 인생 많지만은


덕을 쌓고 성공한 이 헤아리면 몇이런고. (*立德成功 : 입덕 성공) 허망하고 허망하다, 제왕 되고 부귀한들 모두가 허망하다. (*帝王富貴虛妄 : 제왕 부귀 허망) 가련하고 가련하다, 도탄에 허덕이는 백성들 가련하다. (*生民塗炭可憐 : 생민 도탄 가련)
초당에 잠들었던 봄잠을 깨고 보니, (*草堂春睡 : 초당 춘수) 고금의 세상일이(*古今世事 : 고금 세사) 허무하게 변하여서 상벽(桑碧)이 되었구나. (*桑田碧海 : 상전 벽해) 우습고도 우습구나, 절름거린 당달봉사 우습도다. (*躄〃靑盲 : 벽벽 청맹) 평생학업 안바 없이 사면엔 담과 벽을 대하고서, (*四面墻壁向對 : 사면 장벽 향대) 온종일 빈집에서 한가롭게 지내면서 (*終日空堂臥起 : 종일 공당 와기) 지척도 분별 못해 한탄된다. (*咫尺不辨恨歎 : 지척 불변 한탄)
슬프고 슬프도다. 남아로서 백발이 슬프도다. 젊어서 이룬 공명 쌓은바 별로 없이, 만권이나 읽은 서책 갑자기 잊고 나서, (*萬卷書冊頓忘 : 만권 서책 돈망) 끝없는 괴로움에 여러 해 출몰하여, (*多年苦海出沒 : 다년 고해 출몰) 이름도 남김없이 초목처럼 늙어간다. (*草木同情衰老 : 초목 동정 쇠로. “情”은 “腐”의 오기임)
하루살이 다름없는 무상한 우리 인생, (*蜉蝣 : 부유) 한때라도 큰 공로를 이루지 못했다면, 음식 의복 보자 한들 태평한 요순세계 이미 다 멀었으며, 인의의 인륜도덕 듣자고 하여본들,


공자와 맹자시절 그때가 아니로다. 저와 같은 하늘과 땅 넓고도 크다지만, (*如許天地廣大 : 여허천지 광대) 한 몸의 어려움이 바로 이것 아니런가. (*一身難處 : 일신 난처) 동서를 바라보고 돌아본들 갈데없어, (*東望西顧 : 동망 서고) 들에서 부르짖고 머뭇하며 서성인다. (*號于中野迍邅 : 호우중야 둔전) 어찌하여 세상천하 시끄럽게 다투는고. (*何是天下紛競 : 하시 천하 분경) 만국에 일렁이는 풍랑만 호탕하네. (*萬國風濤浩蕩 : 만국 풍도 호탕) 한심하고 한심하다.
세상엔 관중 같은 우정 없어 한심하다. (*世無管仲寒心 : 세무관중 한심) 예의 깊은 우리 동방, 오백년 예의바른 열렸던 문화문물, 외국인이 지껄이는 미개한 상태 되고, (*鴃舌左袵 : 격설 좌임) 원근의 우리 동포, 억만 백성 부모처자, (*億萬民父母妻子 : 억만민 부모 처자) 기한에 시달리는 도탄에 빠졌도다.
애구머니나! 애통하여라. (*嘻〃乎噫〃乎 : 희희호 희희호) 칠국(七國 : 진(秦) · 초(楚) · 제(齊) · 연(燕) · 조(趙) · 위(魏) · 한(韓)이 웅거하던 산하 춘추 전국시대가, (*七雄山河春秋戰國時 : 칠웅 산하 춘추 전국시) 비바람 몰아치던 후오대(後五代 : 후당(後唐) · 후량(後粱) · 후주(後周) · 후진(後晋) · 후한(後漢)에 아침저녁 혼잡한 티끌세상이 (*五季風雨朝暮混塵世 : 오계 풍우 조모 혼진세) 이 세상 우주 안에 비기어 있으므로, 한바탕 큰 한숨만 부질없이 지루하고, (*一場太息支離 : 일장 태식 지리) 초나라와 오나라의 동남 산수 길을 넘어, (*楚水吳山 : 초수 오산) 사마온공(司馬溫公) 즐겨하던 독락원 찾아가니, 자고로 숨어살던 운림에는 시비 없다. (*自古雲林是非 : 자고 운림 시비)
은자(隱者)가 은둔하던 기산을 바라보니, 욕심 없는 소부 허유 간데없고, 한밤중에 밝은 달만


홀로 떠 비춰 있고, (*三更明月 : 삼경 명월) 수양산을 불러보니, 은(殷)나라의 백이숙제 어디로 가버리고, 오랜 세월 변함없이 청풍만 남아 분다. (*萬古淸風 : 만고 청풍)
어찌 하리 어찌 하리, 시름없이 바라보는 오랜 세월 한 가닥 눈물이요, (*悵望千秋一灑淚 : 창망 천추 일쇄루)
호젓한 다른 세대 같이할 때 아니로다. (*蕭條異代不同時 : 소조 이대 부동시) 말 것이라 말 것이라, 유유한 푸른 하늘이여 이는 곧 누구일꼬. (*悠〃蒼天此何人哉 : 유유 창천 차 하인재)
즐거움을 노래하던 독락원 좋다 하나, 너무 과히 고적하다. 태평하게 함께 즐길 곳만 같지 못하도다. (*不如太平同樂地 : 불여 태평 동락지)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여 묻겠노라. (*仰天痛哭一問兮 : 앙천 통곡 일문혜) 요순 공맹 태평시대 어느 때에 볼 것인고.


홀로 떠 비춰 있고, (*三更明月 : 삼경 명월) 수양산을 불러보니, 은(殷)나라의 백이숙제 어디로 가버리고, 오랜 세월 변함없이 청풍만 남아 분다. (*萬古淸風 : 만고 청풍)
어찌 하리 어찌 하리, 시름없이 바라보는 오랜 세월 한 가닥 눈물이요, (*悵望千秋一灑淚 : 창망 천추 일쇄루)
호젓한 다른 세대 같이할 때 아니로다. (*蕭條異代不同時 : 소조 이대 부동시) 말 것이라 말 것이라, 유유한 푸른 하늘이여 이는 곧 누구일꼬. (*悠〃蒼天此何人哉 : 유유 창천 차 하인재)
즐거움을 노래하던 독락원 좋다 하나, 너무 과히 고적하다. 태평하게 함께 즐길 곳만 같지 못하도다. (*不如太平同樂地 : 불여 태평 동락지)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여 묻겠노라. (*仰天痛哭一問兮 : 앙천 통곡 일문혜) 요순 공맹 태평시대 어느 때에 볼 것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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