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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이야기

퇴옹 성철의 윤회사상 연구 - 윤회와 영혼의 문제에 관한 과학적 해석을 중심으로 -/ 이창욱.동국대

[한글 요약]

본 논문은 퇴옹 성철 禪師(1912∼1993)의 윤회사상에 담긴 심층적 의미를 도출하려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

퇴옹 성철은 한국 불교계에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는 어려서 동,서양의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였고 출가 이후에는 禪僧으로서 求道에만 정진하는 山僧이었다. 그는 파계사에서 행한 8년간의 장좌불와와 불교개혁을 단행하기 위한 봉암사 결사를 주도한 일 화 등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는 이처럼 불교의 근본정신과 수행에 중점을 두고 대중 들에게 교리를 전파하는데 있어서도 다음과 같은 새로운 행보를 보였다.

첫째, 과학이론을 접목하여 불교의 불생불멸을 증명하려고 시도하고 中道사상을 강조한 점.

둘째, 불교의 전통 수행방식인 보조 지눌의 頓悟漸修사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頓悟頓 修를 주장하여 불교계의 논쟁을 불러온 점.

셋째, 심령학이나 초심리학을 끌어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영혼의 존재나 사후세계를 포용한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 불교의 윤회사상과 대중들에게 설파한 윤회사상이 내용적 측면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퇴옹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외국의 심령 사례를 가져와 영혼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불교의 윤회사상에 접목하고 수용하려는 면모를 보여 의구심을 자아낸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인간을 단순히 消滅의 주체나 無常의 존재가 아닌‘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인식의 확충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대중들에게 불교 경전의 암송에 불과한 교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실제 사례를 발굴하여 불교의 근본정신과 자아의 깨침을 점진적 으로 확충하려는 전달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세상에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 만 유구한 동서양의 학문적 성찰을 뛰어넘어 불교개혁이라는 기치 아래 현대 불교의 사상적 변화를 꾀하고 빠르게 변모해가는 현대과학 문명의 흐름을 통찰하여 불교 교리의 우수성과 참된 진리를 제시해줄 근거자료로 활용하여 새로운 불교관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었 다는 점에서 그 참된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다.

   

주제분야 : 동양철학, 불교철학, 과학철학      주 제 어 : 퇴옹 성철 대종사, 윤회사상, 불생불멸, 영혼, 사후세계 

 

 

Ⅰ. 머리말

퇴옹 성철 大宗師(1912∼1993)는 한국 불교계에 많은 일화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수행에 있어 불교의 근본정신에 중점을 두고 話頭參禪하여 精進할 것을 강 조하고‘寤寐一如’와 ‘動靜一如’의 참선수행법을 설파하여 수행의 본질이 中道의 깨달음과 見性에 있음을 설파하였다.1) 퇴옹은 1936년(25세)에 해인사로 출가하였 으며, 1937년(26세)에 비구계를 받았다. 그 후 禪房의 首座로서 수행 정진하였으 며, 1947년(36세)에는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고, 1955년(44세)부터 1963년(52세)까 지 팔공산 파계사 성전암에서 외부와 단절하고 오직 수행에만 전념하였다. 1967 년(56세) 해인사(叢林) 초대방장으로 취임하였고, 1981년(70세)에 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었다.2) 그는 어릴적부터『대학』,『순수이성비판』등의 서적을 탐독하는 등 근원적인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3) 이는 출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불교의 이 해를 도모하기 위한 객관적 근거 로 활용하였다. 이같은 측면은 보조 지눌(1158∼ 1210)이 제창한 깨달음에 이르는 점진적인 수행인 頓悟漸修를 비판하고‘단박에 깨침을 얻으면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다’는 頓悟頓修를 주장하여 불교계의 논쟁 을 불러 온데서 그 면모를 알 수 있다.4) 또한 윤회에 대해서“중생에게는 개인의 뜻대로가 아니라 業에 의해 결정된다는 윤회의 근본법칙을 통해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영원한 행복의 길인 見性을 가르치고 누구나 究竟覺을 이루어 부처가 될 수 있다.”5)고 설하고 기복불교의 방편에서 탈피하고자 하였다.

 

      1) 원 택, 『성철스님 화두 참선법』, 합천군 : 도서출판 장경각, 2016, 109∼125쪽 참조.

      2) 이병욱, 「퇴옹성철의 보조지눌 사상의 비판과 두 사상의 공통점」, 『보조사상』 제56집, 보 조사상연구원, 2020, 81∼82쪽.

      3) 도대현, 『성철선사상』, 서울 : 운주사, 2012, 31∼32쪽.

      4) 성철은 깨달음에서 解悟와 證悟를 구분하는데 해오는 깨달음이지만 번뇌를 제거해 나가는 것이고(돈오점수), 증오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번뇌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돈오 돈수)는 관점에서 보조지눌의 사상을 비판한다. 이병욱, 같은 논문, 2020, 81∼82쪽.

      5) 도대현, 같은 책, 38쪽. 

 

근본불교는 五蘊으로 구성된 감각과 의식의 주체인 인간의 마음작용과 생로병사의 고통과 괴로움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절대자유의 경지인 해탈에 이르는 것 을 근본목적으로 삼는다. 그런데 퇴옹은 육도윤회와 전생이나 환생 등과 같은 불 교의 전통 윤회설을 대중들에게 설법하는 과정에서 심령학이나 초심리학에서 소개된 영혼의 사례를 끌어와 불교가 말하는 윤회의 정당성을 피력하고자 하였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이 그동안 깊이 연구되지 않았던 퇴옹 성철의 윤회사상이 갖는 심층적인 의미를 살펴 이를 재조명하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윤회사상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논거로 제시하고 퇴옹의 법문을 토대로 윤회사상에 담 긴 핵심적인 의미를 차례로 전개하여 그가 남긴 윤회사상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 여 타당성을 재고해 보고자 한다.

 

Ⅱ. 퇴옹의 윤회사상에 대한 인식

1. 윤회사상의 배경과 쟁점6)

본 장에서는 퇴옹의 윤회관을 전개하기에 앞서 근본불교와 부파불교의 푸드갈라 그리고 유식불교에 이르는 몇가지 윤회에 대한 배경과 중국의 신,불멸론의 쟁 점 등 상호 이해관계를 통해 그 흐름을 파악하고 퇴옹의 윤회관에 대한 함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 ‘윤회’란 “산스크리트어의 samsāra를 중국어로 번역한 말로 ‘生死流轉이라고도 한다.

하나의 존재에서 다른 존재로 재생한다고 하는 신앙인데, … 중생 (sattva)은 모두 그 업에 의해 … 천상(deva : 신적존재), 인간(manusya), 아수라 (asura : 악신), 축생(tiryagyoni : 동물), 아귀(preta : 귀신), 지옥(naraka : 최저의 존재), 또 禪定의 힘으로 수행이 향상하는 단계에 따라 윤회의 세계를 나누며, 욕 계(欲界 : Kāma-dhātu), 색계(色界 : rūpa-dhātu), 무색계(無色界 : ārūpya-dhātu) 등의 세 세계로 …‘욕망 · 집착에 가득 찬 세계’, ‘욕망은 끊었지만 육체를 가지고 있는 세계’, 육체를 갖지 않고 정신적 요소로만 된 세계‘ … 윤회와 업이 지니는 철학적 논리는 고대 인도의 일반 신앙을 불교의 철학으로 수용 … 불교의 근본으 로 정착하게 된 것”7)이다.

 

      6) 윤회에 대한 학자들간의 직접적인 논쟁이나 비판적인 관점에서 제시한 선행연구는 김진, 「한국불교의 무아윤회 논쟁」, 『철학』 제83집, 한국철학회, 2005, 임승택, 「무아·윤회 논쟁 에 대한 비판적 검토-초기불교를 중심으로-」, 『불교학 연구』제45집 불교학연구회, 2015, 정승석, 「무아와 윤회의 양립 문제」, 『인도철학』 제4집, 인도철학회, 1994 등이 있다.

      7) 철학사전편찬위원회, 『철학사전』, 서울 : 도서출판 중원문화, 2009, 706쪽.

 

기원전 5세기경 붓다의 입적 이후 초기불교는 교단이 확대됨에 따라 계율에 관한 상호간의 대립과 차이를 보이며 두파(상좌부, 대중부)로 분열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부파가 나뉘어졌는데 강력한 부파로는 상좌부, 대중부, 설일체유부, 정량부 등이다. 이렇게 전개된 불교는 소승불교, 부파불교, 아비달마불교이다. 여기서 부파불교는 붓다의 가르침을 독자적으로 연구와 해석을 가미하여‘經, 律, 論’ 을 체계적으로 성립시켰다. 그러나 경전의 어구에 집착하고 참된 의미를 잃어버 렸다는 비판적 입장에서 새롭게 대숭불교가 나타나게 된다. 대승불교는 『법화 경』, 『화엄경』, 『반야경』 등 많은 經典과 論이 출현하고 空과 唯識사상과 함께 중국에 전해졌는데 중국적 토양 위에 꽃피운 것이 華嚴, 天台, 禪 사상이다. 그러나 이처럼 인도의 대승불교가 興起하여 나타난 이후에도 대승과 부파불교는 서 로의 교설을 주장하고 상호 논쟁을 벌이며 공존해 나갔다.8)

 

       8) 김사업,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불교수업 (연기, 공, 유식, 선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서울 : 불광출판사, 2017, 65쪽. 

 

이처럼 근본 불교 이후 부파불교에 들어서면, 윤회의 주체와 관련하여 푸드갈라와 같이 윤회의 실체를 인정하는 부파가 등장하였다. 이들은 또다른 부파에 의 해 外道의 견해에 입각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부파불교에서도 윤회는 부정되지 않았으나 生의 고리에 대하여 다양한 견해가 상정되었다. 이후 대승불교의 양대 사상인 중관학파와 함께 유식학에 이르러 윤회의 주체로서 제8아뢰야식이 등장하는데 이는 불변하는 영혼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조건에 의해 因緣生起하는 識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1) 근본불교의 윤회관과 퇴옹의 견해

붓다는 이전의 아트만과 같은 神的인 측면만을 실체로 보는 것을 부정하고 인 간을 다섯가지 기능인 五蘊으로 분류하였다.9)

 

    9) 윤희조, 「오취온과 오법온의 관점에서 보는 불교의 자아심리학」, 『철학논총』제98집, 새한 철학회, 2019, 109∼110쪽. 

 

이거룡은 이러한 우빠니샤드와 초기불교가 양립할 수 없는 윤회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베단따에서는 무아설이 윤회설과 양립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교를 비판하고 있지 만, 엄격히 말하여 무아설에 비하여 유아설이 윤회의 주체 문제를 설명하는데 보다 논리적인 입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베단따의 지적처럼, 오온의 상속을 가능케 하는 토대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무아설은 윤회의 핵심인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자기 동일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뜨만을 인정한다고 해서 윤회의 주체 문제와 관련하여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빠니샤드에서 아뜨만은 영원불변, 유일무이 한 실체로 규정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여, 아뜨만은 죽을 수도 없고 다시 태어날 수도 없는 궁극적 실재이기 때문에 윤회와 무관하다. 불교는 ‘새(鳥) 없는 비행(飛行)’을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에, 우빠니샤드 전통 은‘날지 못하는 새의 비행’을 설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10)

 

     10) 이거룡, 「우빠니샤드와 초기불교에서 업과 윤회」, 『불교학연구』 제29집, 불교학연구회,

 

이거룡이 논거한 바와 같이 베단따가 불교의 무아설과 윤회가 양립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불교가 윤회의 관점에서 우빠니샤드와 양립할 수 없는 문제 는‘고정불변의 실체’로 상정하려는 우빠니샤드의 특징 때문이다. 또한 궁극의 실 재가 가지는 불변성으로 윤회가 성립될 수 없는 자기모순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 이다. 이처럼 붓다는 생사의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난 절대 자유의 길을 통해 윤회 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한다.

 

세존께서 … 말씀하셨다.“과거와 미래의 色도 무상하거늘 하물며 현재의 색이겠 느냐? …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은 과거의 색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색을 바라지 않 으며 현재의 색에 대해서도 싫어하고 탐욕을 떠나며 소멸해 다함(滅盡)으로 바르게 향하니라. 受·想·行도 마찬가지이며 과거와 미래의 識도 무상하거늘 하물며 현재 의 식이겠느냐? …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은 과거의 식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식을 바라지 않으며 현재의 식에 대해서도 싫어하고 탐욕을 떠나며 소멸해 다함으로 바르 게 향하느니라.”11) 색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운은 곧 나[我]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것[非所]도 아니다. … 수 · 상 · 행 · 식 또한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곧 괴로움이요. 괴로움은 곧 나가 아니며, 나가 아니면 또한 내것도 아니다. 이렇게 관찰하는 것을 진실한 바른 관찰이라 하느니라. … 그는 곧 색을 싫어하고 수 · 상 · 행 · 식을 싫어하게 되며 … 즐거워 하지 않기 때문에 해탈하게 된다. 해탈하면 진실한 지혜가 생겨나니, 이른바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느니라.12)

 

      11) 『雜阿含經』 제1권, 「過去無常經」, 김월운, 『잡아함경 1』, 서울 : 동국대역경원, 2008, 8쪽.

      12) 『雜阿含經』 제1권, 「厭離經」, 김월운, 같은 책, 9쪽.

 

붓다는 오온인 존재는 無我이며, 無常이라는 존재의 實相을 바르게 관찰하고 해탈에 이르는 것이 근본이며, 이러한 고통과 번뇌의 주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 적이므로 윤회의 주체(無我輪廻)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퇴옹의 윤회관에 서는 윤회의 관점에 있어 다른점이 발견된다. 먼저 퇴옹이 법정스님(1932∼2010) 과 대화한 내용에서 법정이 윤회사상과 인과, 업사상이 붓다가 제시한 독창적인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학설에 기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의 윤회관 은 다음과 같이 확고하고 명확하다.

 

윤회사상은 인도의 고유 사상으로서 … 현상적인 면에서 생사윤회가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표면적인, 피상적인 관찰력으로도 이해될 수가 있기 때문에 인도에서 부처 님 전에도 윤회사상이 있었어요. 윤회라는 것이 아주 거짓말이면 부처님이 인용할 2011, 33~34쪽.  필요가 없지만, 윤회란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a) 부처님께서도 그 설을 인용했다 고 봅니다. 윤회사상에서 따라오는 것이 인과사상이고 업사상(b)입니다.13) 불교의 근본 원리에 일제 만법이 하나도 멸하는 것이 없다 一切萬法 不生不滅 ‘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죽은 후에 영혼만이 윤회하는 것이 아니라(c), 물질도 멸하 지 않고 그 형태만 바뀌어 영원토록 윤회한다는 것을 뜻한다. … 양초에 불을 붙이면 양초는 타서 없어진다. … 원소가 분산된 것일 뿐 … 물질의 원소는 없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14)

 

      13) 법정, 성철, 『설전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경기도 파주 : 책읽는섬, 2020, 169쪽.

      14) 퇴옹 성철, 『이 뭐꼬』, 합천군 : 도서출판 장경각, 2018, 90쪽. 

 

퇴옹은 윤회(a)가 있기에 인과와 업사상(b)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었으며, 불생불멸을 주장하는 가운데 영혼(c)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업설을 근거로 하고 있어 무아윤회를 주장하는 근본불교의 윤회관과도 상충된다. 불교는 최초의 원인과 같은 개념이 없고 개체들이 연기에 의해 서로 의존할 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조건들에 의해 발생하는‘생기현상’일 뿐 절대적으로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도 없다.15) 윤회사상은 외면적으로 인간을 업이란 呪文으로 속박한 것이지만, 생명의 무한성의 상징으로 마음에 의해 파악되었다. 외면적 속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마음에 의해 속박을 轉回시키는 것이다. 그런 데 육체가 윤회한다면 永生을 생각할 수 없다. 즉 육체가 滅해 흙, 물, 불, 공기, 바람의 요소가 된다는 사상이 고대 인도에서 불교에 계승된 것이다.16) 따라서 인간은 五蘊의 결합이고, 죽음은 오온이 흩어지는 변화일 뿐, 삶은 죽 음을 내포하는 生卽死이며, … 죽음이 곧 삶이라는 死卽生으로 귀결된다.17)

 

      15) 삐야닷시, 전채린 옮김, 『緣起』, 서울 : 고요한소리, 2020, 23∼24쪽 참조.

      16) 박순달 외 3인, 『불교와 자연과학』, 서울 : 집문당, 1992, 150쪽.

      17) 문을식, 『불교는 죽음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보조사상』 제22집, 보조사상연구원, 2004, 8쪽. 

 

그런 데 과학의 관점에서는“육체가 소멸되어 다섯 가지 요소로 분해되지만 이는 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을 통해 증명되었으며, 생명의 무한성에 대한 열망은 장소 에너지의 근원적 충동력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각이 열반으로 나타났는데 종교적, 철학적 체험을 통한 원시불교의 현생열반”18)이라는 점에서 퇴옹의 윤회 사상을 再考해 볼 필요가 있다.

 

      18) 박순달, 같은 책, 151쪽.

 

붓다가 말한 윤회의 실상은 無明에 의한 생사의 반복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비구들이여, 이 윤회는 그 처음을 알 수가 없다. 최초의 시간은 알려질 수 없다.

무명에 의해 뒤덮여 있고, 갈망에 의해 속박되어 있는 중생들은 이 생사의 세계에서 이리저리 헤매며 삶과 죽음을 되풀이 한다. 『相應部』 15:13 『눈물』 SNⅡ179-18 0 19)

 

        19) 냐나틸로카, 김재성 옮김, 『붓다의 말씀』, 서울 : 고요한소리, 2015, 56∼59쪽. 

 

『열반경』에서 붓다가 열반을 증득한 후 생사고락을 끊었다고 하였다.20) 그 런데 부파불교21)에서는 現世의 삶에서 지은 행위가 來世에 이어져 선악의 결과 에 따라 五道(다섯 지옥)와 아수라가 포함된 六道, 축생, 아귀, 지옥을 통틀어 三 惡道에 떨어진다고 하여 현세의 인간 행위가 중심이 된다.22) 『잡아비담심론』에는 번뇌가 있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고 번뇌가 없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였다.23) 즉 번뇌가 있는 사람은 죽음 이후 해탈하지 못해 육도윤회를 헤매이고 번뇌가 제거된 사람은 해탈과 열반에 들어 다시 태어 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苦集滅道(四聖諦)’즉 괴로움을 벗어나 열반에 들고 깨달 음의 경지에 이르는 가르침이다.24) 『구사론』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괴로움과 괴로움이 쌓임을 알고 온갖 고통 영원히 벗어남을 알며 여덟 가지의 거 룩한 도를 알아야 편안한 열반에 나아가게 되리라.25) 여덞가지 바른길(八正道)이란 바른생각과 마음, 바른말, 올바른 행동과 생활, 바른수행과 의식, 바른 마음가짐을 말한다.『열반경』은“色이 항상하거나 무상을 관찰하지 않는다면 三昧이고 색이 항상하거나 무상임을 관찰하면 지혜”26)라는 무념, 무상의 바른길을 통해 진여의 본성을 깨달아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여래는 열반을 증득하시고 생사를 영원히 끊으셨으니 지극한 맘으로 듣기만 하면 끝었는 즐거움 얻게 되리.” 『大般涅槃經』 제20권,「光明徧照高貴德王菩薩品」 이운허, 『열반경Ⅱ』, 서울 : 동국대역경원, 2009, 495쪽.

    21) 초기불교 이후 교단의 대립과 갈등으로 분열되어 나뉘어진 불교형태로 크게 상좌부와 대 중부로 분리되었다.

    22) 사이구사 미쓰요시, 이동철 옮김, 『불교입문』, 서울 : (주)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 2019, 179∼181쪽.

    23)『雜阿毘曇心論』 제1권, 「界品」(한글대장경) 이창섭 외, 동국대역경원, 1995, 359∼360쪽.

    24)“열반의 자체는 본래 없다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라 … 부처가 있거나 없거나 성품과 모 양이 항상 있건만, 중생들은 번뇌에 가리워 열반을 보지 못하고 … 보살마하살은 계율과 선정과 지혜로써 마음을 닦아 번뇌를 끊었으므로 문득 보는 것이니, … 본래 없다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항상하다 하느니라.…” 『大般涅槃經』 제19권, 「光明徧照高貴德王菩薩 品」 이운허, 앞의 책, 476쪽.

     25)『阿毘達磨俱舍論』 제14권, 「分別業品」(한글대장경) 변각성 옮김, 서울 : 동국대역경원, 1997, 357쪽.

     26)『大般涅槃經』 제28권, 「師子吼菩薩品」 이운허, 같은 책, 680쪽.

 

 이러한 윤회관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피야다시는 윤회는 불변의 실체나 궁극적인 존재, 또는‘나’라는 인격체가 없는 業力의 다른 표현일 뿐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신과 육체의 흐름으로 구성된 조합 이라고 주장하고,27) 이제열은 인간은 緣起法에 의해 生滅하고 현재의 오온을 조건삼아 다음의 오 온이 형성되고 전생의 오온이 業의 영향으로 다음생의 오온으로 바뀔 뿐 나의 영 혼이 윤회하는 것이 아니므로 불변의 주체(무아설도 육체와 정신 외에 영혼은 없 다고 말한다.)를 인정하지 않고 無明을 비롯한 業을 끊어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 드는 것이라고 말한다.28) 이중표는 윤회에 대해 가장 가치있는 일은 죽음의 해방이며, 梵行 (brahma-carya)은 종교적 의미로 죽음이 없는 梵天(Brahmā), 즉 不死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행위를 의미하여 이에 대한 진리가 문제되지 않을 수 없어 邪見의 파기에 그치지 않고 智와 覺과 涅槃으로 갈 수 있는 四聖諦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한다.29) 파드마삼바바는 윤회를 힌두교와 불교에서 각각의 존재들 역시 무수한 삶을 반복하며, 모든 존재가 탄생과 죽음에서 해방되지 않으면 끝없는 삶이 되풀이 되 어 대자유를 얻기 위해 궁극의 상태(空, 涅槃)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30) 오진탁은 힌두교는 절대적 브라만과 불멸하는 아트만의 존재를 인정하는 常見 과 죽음 이후 모든게 소멸한다는 斷見으로 나뉘었으나 붓다는 상견과 단견 모두 를 비판하고 연기에 의해 생멸하지만 12연기(“∼에 의지해 일어난다.”, “∼의 조 건에 따라 일어난다”)는 삼세윤회 과정 즉 현재의 삶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삼세에 걸쳐 지속31)되어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32)을 피력 하여 윤회를 긍정하고 있다.

 

        27) 삐야닷시, 앞의 책, 59쪽.

       28) 이제열, 『불교 기독교를 논하다』, 서울 : 모과나무, 2016, 77∼80쪽.

       29) 이중표, 『붓다의 철학』, 서울 : 불광출판사, 2020, 46∼47쪽.

       30) 빠드마 쌈바와, 류시화 옮김, 『티벳死者의 서』, 서울 : 정신세계사, 1995, 207쪽.

       31) 오진탁, 『죽으면 다 끝나는가?』, 서울 : 도서출판 자유문고, 2020, 108∼112쪽.

       32) 오진탁, 같은 책, 114∼115쪽 참조.

 

정리하면 윤회를 긍정하는 학자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윤회의 주체에 대해 불변의 실체와 같은 영혼이 윤회하는 것이 아니며, 깨달음을 통해 생사윤회를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 불교의 핵심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된 의견을 모우고 있다.

 

  2) 부파불교의 비판과 중관학파의 윤회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푸드갈라론자들에 관한 것이다.

불교는 인도의 육사외도와 구분되는 무아설이 핵심사상이지만 윤회적 관점에 대해서도 “ ‘윤회 및 행위 와 수행의 과보를 취하는 주체’등을 무아설과 어떻게 양립시킬 것인가에 대한 매 우 어려운 문제를 … 독자부(Vātsīputrīya, 犢子部)및 정량부(Sāṃmitīya, 正量部) 로 대표되는 푸드갈라론자(Pudgalavādin)들은 오온과 동일하지도 다르지도 않은, 소위 비즉비리온(非卽非離蘊)의 인격주체인‘푸드갈라(pudgala, 補特伽羅)’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33)“흔히 푸드갈라는 불교 내부에서 행위(업)와 윤 회의 주체 등을 어떻게 無我說과 양립시킬 것인가의 고민속에서 나타난 개념으로 보고 있다. 물론 푸드갈라론자들은 불교도임에도 불구하고 푸드갈라의 개념을 통 해 행위와 과보 등의 주체를 내세웠기 때문에 불교 내부에서 유사 아트만론자로 비판 받았다.”34) 근본불교에서는“붓다가 깨달은 것은 현상계에서 현실의 괴로움과 그 원인 그 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것이다.35)”붓다는 이 괴로움(苦)의 원인 을 5취온으로 보았다. 5취온은 五蘊을 자신의 존재로 취착하여 집착하고 있는 중 생을 말한다.“ 이처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러한 邪見을 버리고 자아라는 것이 없다는 실상을 깨달아(正見)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사성제로 표현한다.”36) 이는 다음의 원문에 나타나 있다. 존자들이여, 거룩한 제자는 괴로움[苦]을 알고, 괴로움의 쌓임[苦集]을 알고, 괴로 움의 소멸[苦滅]을 알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苦滅道]을 알기 때문에, ‘거룩 한 제자는 정견이 있으며, … 존자들이여, 태어남[生]이 괴로움이고, 늙음[老]이 괴로 움이고, 질병[炳] … 죽음[死] …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괴로움[求不得苦]입니 다. 요컨대 5취온이 괴로움[苦]입니다. … 존자들이여, 어떤 것이 괴로움의 소멸[苦滅] 인가? 거룩한 8정도, 즉 정견,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이 괴로움의 소멸 에 이르는 길[苦滅道]입니다. [6 정견(正見)경]37)

 

       33) 정상교, 「푸드갈라 존재 양태의 다양성에 관하여 — 중후기 중관 문헌들을 중심으로」, 『불교리뷰』 제19집,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2016, 49쪽.

      34) 정상교, 「반야등론 제9장의 선행 주체(pūrva-vyavasthita)연구」, 『인도철학』 제53집, 인 도철학회, 2018, 199쪽.

      35) 이중표, 『근본불교』, 서울 : 불광출판사, 2021, 35쪽.

      36) 이중표, 같은 책, 38쪽

      37) 이중표, 『정선 맛지마니까야』, 서울 : 불광출판사, 2020, 76∼77쪽. 

 

이처럼 근본불교에서는 현실세계에서 인간이 겪는 생사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탈하여 절대자유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본 불교에서도 윤회의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이 던져졌다. 그러나“붓다는 해탈 과 함께 윤회에 대해 침묵하였다.”38) 이중표는 여러 해석이 있으나 붓다가 윤회 에 대한 물음에 침묵한 것은 義에 상응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하고 이러한 집착 (고집)은 진정한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견임을 깨달아야 함을 의미 한다고 해석한다.39) 이러한 흐름은 용수의『中論』을 통해 집대성된다. 용수는“만일 그대가 모든 존재들이 분명히 자성이 있다고 본다면 그것은 모든 존재들이 因도 없고 緣도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40) 이는 自性에 대한 잘못 된 사견에 대해 자성이 있다면 생기지도 없어지지도 않아 모든 존재가 인과 연이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므로 옳지 못하다고 해석한다. 즉 “그것은 곧 인과와 행위 와 행위자와 행위하는 것을 파괴하는 것이며 일체 만물의 생멸을 다시 파괴하는 것이기도 하다.”41) 그런데 실제 자성이 있다고 한다면‘인과’가 존재하지 않는 것 이므로 모순된 것으로 보았다. 또한 “여러 가지 因緣으로 생한 존재를 나는 無라 고 말한다. 또 假名이라고도 하고 또 中道의 이치라고도 한다.”42) 이는 일체 사물 이 일시적인 인과 연의 화합에 의해 생하는 것으로 이를 유무 양변의 극단(二邊) 을 떠난 중도로 본 것이다. 즉 “인연으로 발생하지 않는 존재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일체의 존재는 공 아닌 것이 없다.”43)

 

      38) 붓다는 만동자라는 제자의 윤회에 대한 물음에 침묵하였는데 꾸짓고 말하길“만약 어리석 은 사람이‘세존께서 나에게 영원하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나는 세존을 따라 梵行을 배우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 어리석은 사람은 결국 (세상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그러 한 헛된 생각을 하는) 가운데 수명을 마칠 것이다. … 세상이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자에게 늙음이 있고, 병듦이 있고, 죽음이 있고, 걱정과 근심과 슬픔 … 큰 괴로움 덩어리가 생긴 다. 이처럼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이 영원하다는 등의 말을 나는 결코 하지 않는다. … 이런 말은 의(義, attha)에 … 법(法, dhamma)에 상응하 지 않고 범행(梵行)의 근본이 아니어서 … 깨달음[覺, sambodhi]과 열반(nibbāna)에 도달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결코 이런말을 하지 않는다.”『중아함 전유경』(『대정장』1, pp.804∼805) (이중표, 같은 책 원문 해석 재인용, 2021, 41∼42쪽.)

     39) 이중표, 같은 책, 42∼43쪽.

     40) 『中論』「諸24 觀四諦品」,若汝見諸法 決定有性者 卽爲見諸法 無因亦無緣 (김성철, 『중론』, 서울 : 도서출판 오타쿠, 2021, 395쪽.)

     41) 『中論』「諸24 觀四諦品」,卽爲破因果 作作者作法 亦復壞一切 萬物之生滅 (김성철, 같은 책, 396쪽.)

     42) 『中論』「諸24 觀四諦品」,衆因緣生法 我說卽是無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 (김성철, 같은 책, 397쪽.)

     43) 『中論』 「諸24 觀四諦品」, 未曾有一法 不從因緣生 是故一切法 無不是空者 (김성철, 같은책, 398쪽.) 

 

이는 인연 화합이 없으면 법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일체의 것이 공하지 않다면 생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 성제의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44) 용수는 역설적으로 만일 일체의 법이 공하지 않다면 생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기 때문에 사성제의 성스러운 진리가 모순 된 것으로 본 것이다. “용수는 붓다의 설법이 모든 존재 현상의 空性을 깨닫지 못하고 모든 사물이 시공간 속에서 실재한다는 중생들의 사견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보았다. 즉 모든 것은 공하기 때문에 존재의 영속성이나 공간적 무한성, 영혼이나 如來의 생 사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45) 이를 통해 붓다가 윤회에 대 해 침묵한 것을 연기적 관점에서의 중도로 이해한 것이다. 즉 붓다는 모든 존재는 실체가 없으며 인연생기를 통해 緣起하는 것을 의미하여 모든 잘못된 사견을 떠난 중도에서 연기를 설한 것이다.46)

 

      44) 『中論』 「諸24 觀四諦品」, 若一切不空 則無有生滅 如是則無有 四聖諦之法 (김성철, 같은 책, 399쪽.)

      45) 이중표, 같은 책, 45쪽.

      46) 이중표, 같은 책, 46쪽. 

 

3) 신, 불멸론 논쟁

이호경은 천문학자인 何承天(370∼447)과 불교옹호론자의 윤회 논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중국 남북조시대에는 신멸과 신불멸론을 중심으로 불교옹호자와 배불론자간의 논 쟁이 있었다. 승우의 弘明集에 등장하는 동시대 인물인 하승천은 이러한 초기 논 쟁의 중심인물이다. 하승천은 유교적 가치관에 충실하였던 유학자이자 자연과학자로 불교의 사상적 측면에 비판을 가하였다. 그는 보응론에서‘불교의 인과응보설은 방 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달성론에서는‘생겨난 모든 것은 필연적인 죽음이 있고, 신은 육체가 죽으면 함께 滅한다.’하여 윤회를 부정하였다. 당초 중국인들의 세계관 은 불교의 무아와 윤회에 대해 난해한 입장을 취하였으나. 불교 옹호자들은‘肉體’ 는 멸하나‘神’은‘不滅’한다는 形盡神不滅論의 관점을 제시, 모순을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신멸론이 주류였던 중국의 전통철학에서 신불멸론은 비판적 대상이 되었다. 다만 그는 배불론자였지만, 불교옹호론자들과 논쟁을 통해 결과적으로 불교 의 사상을 발전시킨 역할을 수행하여, 중국의 불교발전에 기여하였다.47) 

 

         47) 이호경, 「하승천의 불교비판 연구」, 『동아시아불교문화』 제36집, 2018, 273∼291쪽. 

 

하승천은 불교의 윤회사상에 비판적이었으나 논쟁 이후에는 중국 불교관의 사상적 발전을 꾀하였다. 조원일은 이호경의 연구와 같이 하승천이 배불론자의 관 점에서 불교의 내세관과 윤회관을 일관되게 비판하였다고 기술한다.

 

하승천은 … 儒家 및 자연과학적 측면에서 불교의 인과응보와 신멸론 사상을 비 판하였는데 이러한 배불사상과 함께 남북조시대 전반에 걸쳐 진행된 것이 육체와 영 혼(形神)의 문제였다. 그는 … 불교의‘신불멸론’과 ‘인과응보론’ … 윤회설 등의 이론체계가 인간의 행위기준(善惡)과 길흉화복 등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여 … 유가의 도덕정신을 통해 불교가 주장한 인과응보론을 반박하고 유학의 仁義로 불 교의 慈悲에 대한 비판을 가하였다. 이는 현실을 중시하는 유가의 인생관으로 내생 의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관에 대해 적극 반대하였다.48)

 

김성환은 신,불멸 논쟁은 중국이 형신일원론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었으나 제사의례나 무속적 관점에서 영혼불멸 사상이 민간신앙으로 머물러 사상적 쟁점이 되지 못하였고 인도에서 들어온 불교의 새로운 형신사상이 논쟁의 시초가 되어 초기 중국불교가 육신(消滅)에서 벗어난 정신(영혼)의 불멸을 주장하여 업과 윤회 를 긍정하고 수용한 결과라고 말한다.49)

강규여는 신멸론적 배불론은 불교에 의한 사회적 병폐의 원인, 사문의 위선적 행위 근거가 윤회보응론을 부정하기 위한 것으로 聖人이 사후에 대해 가르친 적이 없어 사문의 위선적 행위이므로 전통적인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보고 5호 16국 시대의 시작과 함께 정체성의 혼란을 막고 성인에 대한 인식을 강화, 중국 고유사상의 우월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50)

 

     48) 조원일, 「何承天 사상의 肉體와 靈魂의 관계에 대한 논증 고찰」, 『퇴계학논총』 제19집, 2012, 69∼76쪽.

     49) 김성환, 「형신(形神) : 육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한 중국철학의 담론 - 발생론과 기능론의 문맥을 중심으로」, 『철학연구』 제96집, 2005, 93∼94쪽.

     50) 강규여, 「위진남북조시대 배불론의 두 가지 틀 : 격의적 배불론과 신멸론적 배불론」, 『범 한철학』 제47집, 2007, 110∼112쪽. 

 

이와 같이 근본불교와 부파불교 그리고 중관사상을 통해 나타난 윤회관과 중국 남북조시대 의 신멸과 신불멸론의 대립으로 야기된 불교옹호자와 배불론자간의 논쟁을 통해 새롭게 전개된 중국불교의 윤회관은 본 논문에서 퇴옹의 윤회사상을 도출하는데 이론적 배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호경과 김성환의 연구에서 불교옹호론자의 形神論이 육체(形)는 멸하지만 정신(靈魂)은 불멸한다고 주장한 것은 본 논문을 전개하고자 하는 퇴옹의 윤회관 을 뒷받침해 준다.

또한 하승천이 불교의 인과응보론을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비판한 것은 퇴옹이 기복불교의 방편적 행태를 탈피하고자 한 점에서 비슷하다.

필자가 지금까지 근본불교에서 중국의 신,불멸론에 이르는 윤회관의 쟁점과 흐 름을 통해 살펴보면 퇴옹의 윤회관은 근본불교의 윤회관을 토대로 용수가 집대성 한 中道사상을 기초로 하고 유식학에 이르는 흐름을 통해 자신의 윤회관을 전개 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존 불교의 윤회관을 포섭하고 있으나 윤회에 대 한 불교계와 학계의 논쟁적 측면이나 사회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윤회사상 을 현대과학에 접목하는 포용적 입장에서 새롭게 전개하였다는데 그 특징이 있다. 먼저 퇴옹의 윤회관을 논하기 전 그의 사유를 보면 전체적으로 중도적 관점에 서 논구되고 있다. 즉 우주법계는 不生不滅이자 不增不減이며, 不垢不淨의 중도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 예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등가원리 (Equivalence principle)에 나타난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를 통해 나타내었다. 등가 원리는 에너지가 곧 질량이고 질량이 에너지인데 에너지와 질량의 전환은 서로 증감(에너지보존)이 없다는 원리로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상주법계이자 자연계를 구성하는 근본 요소(에너지와 질량)가 곧 상주불멸이자 불생불멸이며 부증불감이 라고 강조한다.51) 이처럼 퇴옹의 과학에 근거한 사물의 인식은 불생불멸과 윤회 사상이 중도적 관점과 결부되어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의 인용문 에 나타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든지‘불생불멸’이라든지‘무애법 계’니 하는 이런 이론을 불교에서는 中道法問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후 녹야원에서 수행하던 다섯 비구를 찾아가서 무슨 말씀을 맨 처음에 하셨는가 하 면‘내가 중도를 바로 깨쳤다’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입니다.‘중도’이것이 불교의 근본입니다. 중도라는 것은 모순이 융합되는 것을 말합니다. 모순이 융합된 세계를 중도의 세계라고 합니다. … 모든 모순과 대립을 완전히 초월하여 전부 융화해 버리 는 것, 즉 대립적인 존재로 보았던 질량과 에너지가 융화되어 한 덩어리가 되어 버리 는 것입니다. … 모순 대립된 양변인 생멸을 초월하여 생멸이 서로 융화하여 생이 즉 멸이고, 멸이 즉 생이 되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52)

 

그런데 퇴옹이 기존 법문에서 우주법계가 불생불멸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름의 해석을 시도한 것은 불교의 과학적 접근이라는 관점에서 상당한 설득력53)

 

    51) 퇴옹 성철, 『자기를 바로 봅시다』, 합천군 : 도서출판 장경각, 2020, 80∼85쪽 참조.

    52) 퇴옹 성철, 앞의 책, 89∼90쪽.

    53) 퇴옹은 중도적 관점에서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를 통해 불생불멸이 입증되었다고 설파하고 우주 전체 그대로가‘불생불멸’이며 이를 깨우치면 천당과 극락도 필요없는 절대세계임 을 강조하였다.(퇴옹 성철, 같은 책, 90~92쪽. ※ 자세한 내용은 본 논문 15~16쪽을 참조 하라.) 

 

을 주고  있으나 윤회나 영혼에 대한 존재적 증명은 사실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가운데 외국의 체험사례와 이를 연구한 일부 학자들의 연구 문헌을 그 근거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본 논문은 이에 앞서 퇴옹이 법문을 통해 밝힌‘방편설’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퇴옹이 주장하는 윤회의 실체적인 접근 이전에 포교에 대한 평소 그의 인식을 반영해주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전개가 필요하다.

 

2. 기복불교의 탈피와 自性淸淨心의 강조

퇴옹은 그동안 불교가 대중들의 인식 수준을 맞추기 위한 극락, 정토와 같은 대안적인 방편설을 취하였다고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까지 불교가 펼쳐 온 사상이 … 거짓투성이라면, 기독교가 절대신을 부정하였 듯이, 불교도 마땅히 팔만대장경을 버리고 다시 새로운 터를 닦아 그 위에 집을 지어 야 할 것입니다.… 불교의 경전에도 거짓은 있지만, … 방편이라 하여 무지한 중생을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런 방편으로‘극락’ … 서방정 토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 온 사방세계가 … 부처님이 안 계신 곳이 없다는 것입 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마음이 곧 부처이며, 마음이 부처가 되는 것’[是心是佛, 是心作佛]‘ 이라고 합니다. … 사람들의 지혜가 발달되기 전에는 … 선의의 거짓말 을 해가면서 지혜를 자꾸자꾸 향상시켜 가면 마침내 참말을 이해할 만큼 성장합니다. 그때는 지금까지 한 말은 참말을 알게 하기 위한 거짓말임을 일깨워 줍니다.54)

 

위 글에서 퇴옹의 불교관이 드러난다.『화엄경』에서 붓다는 十方世界에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고 기술되어 있다.55) 또한 “중생들을 교화하여 진리에 듦은 불심에 머문 이의 방편이니라.”56)하여 ‘바른 믿음(正語)‘에 위배되지만 중생을 교화하 기 위한 대안적 방편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54) 퇴옹 성철, 『영원한 자유』, 합천군 : 도서출판 장경각, 2017, 42∼45쪽.

    55) 부처님 장엄하신 넓고 큰세계 … 여래의 많은 명호 세간과 같아 시방의 여러 세계 가득 하시고 갖가지 방편들이 헛되지 않아 중생들을 조복하여 때를 여의고 … ”라고 하였다. 『大方廣佛華嚴經』제5권,「世主妙嚴品」 이운허, 『대방광불화엄경1』, 서울 : 동국대역경원, 2006, 152∼153쪽.

    56)『大方廣佛華嚴經』 제13권, 「光明覺品」 이운허, 같은 책, 449쪽.

 

진법계一眞法界인『화엄경』을 설했는데, 중생들이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 에 三乘으로 물러나서 방편으로 설하신 것입니다. 부처님은『법화경』의 …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한 거짓말이기 때문에 害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 지금은 억지로 방편설인 삿된 믿음과 실담인 바른 믿음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 ‘卽時 心佛’곧 ‘마음이 부처’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 오직 자기 마음을 알고 마음을 깨쳐야 합니다.57) 상대유한의 세계를 벗어난 절대무한의 세계를 어디서 찾느냐 하면 자기 마음속에 서 찾습니다. 절대무한의 세계가 내 마음속에 다 갖추어져 있는 것이지, 내 마음과 이 현실 밖에 따로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불교의 독특한 입장입니다. … 타력적 인 방편을 쓰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력으로 자기 마음을 밝히려는데 그 뜻이 있습니 다.58)

 

       57) 퇴옹 성철, 『백일법문, 상』, 합천군 : 도서출판 장격각, 2018, 62쪽.

       58) 퇴옹 성철, 같은 책, 72쪽.

 

붓다는 바른 믿음의 대안으로 방편을 설한 것은 대중들을 제도하기 위한 목적 으로 害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자기 본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육조단 경』에서도 자기 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매한 사람은 염불하여 저기에 가서 나려 하고 깨친 사람은 스스로 그 마음을 깨 끗이 하나니, … 부처님이 말씀하시되「그 마음 깨끗함을 따라서 불국토도 깨끗하 다」하시니라.59) 마음에 다만 깨끗치 않음(不淨)이 없으면 서쪽 나라가 여기서 멀지않고, 마음에 깨 끗지 못한 생각이 일어난다면 염불을 해도 왕생하여 이르기 어렵느니라.60) 퇴옹은“西方淨土는 어리석은 사람을 위한 방편”61)으로, 청정한 자기마음 속에 있으며,62)“淨土家에서는 帶業往生 업을 지닌 채로 극락에 태어남을 말하여 착하 지 못한 사람도 彌陀의 원력으로 극락에 난다고 하지만, 설혹 가서 난다해도 자기 業力에 따르는 幻住莊嚴이요, 모든 부처님의 實地淨土는 아니다.”63)

 

      59) 『敦煌本 六祖壇經』,“迷人은 念佛하야 往生彼하고 悟者는 自淨其心하나니 所以佛言하사대 隨其心淨하야 則佛土 淨이라하니라” 퇴옹 성철, 『돈황본 육조단경』, 합천군 : 장경각, 2002, 74쪽.

     60) 『敦煌本 六祖壇經』, “心但無不淨하면 西方이 去此不遠이요 心起不淨之心하면 念佛하여도 往生難到니라.“ 퇴옹 성철, 같은 책, 74∼75쪽.

    61) 『敦煌本 六祖壇經』, 퇴옹 성철, 같은 책, 같은 쪽.

    62) 불교의 성불론은 신에 의해 타력적으로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 각자 스스로 마음을 닦아 자력으로 성불하는 것으로 … 자력적인 종교라한다. 하지만 중생이 자력적으로 성불 하기 어려워‘불보살에게 절대적으로 귀의하여 부처가 있는 극락에 왕생하는 것이 정토삼부경의 타력 신앙이다.(表一草, 『彌勒信仰과 民衆佛敎』, 『韓國 近代 民衆佛敎의 理念과 展 開』, 한길사, 1980, pp.342­343.) 임재해,『불교와 민속신앙의 상호교류와 공유 재인식』, 『정토학연구』 제29집, 한국정토학회, 2018, 23쪽 재인용.

 

고 말하고“내 외명철하면 서쪽나라와 다름없나니, 이 법을 닦지 않고 어떻게 서쪽나라에 이르 리오.”64)라 하고“내외명철은 妙覺淨土니, 이것이 육조의 정토이며, 十地와 等覺도 내외명철한 諸佛淨土와 法身佛인 아미타불을 보지 못한다.”65)고 말하여 기복 불교66)가 중심이었음을 내비추고 정토란 자기 안에 있다는 마음으로 求道를 통 해 해탈에 이를 것을 강조한다.67) 이러한 자성청정심의 강조는 방편적 관점에서 벗어나 윤회의 주체를 唯識의 관점에서 제시하려는 윤회관의 근본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유식은 안식(眼), 이식(耳), 비식(鼻), 설식(舌), 신식(身), 의식(意), 말나식(末那 識), 아뢰야식(阿賴耶識)의 여덟가지이다. 이러한 개별적인 마음상태를 8識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6식(안식~의식)은 유식 이전에 불교에서 전통적으로 인정한 것이 며, 말나식과 아뢰야식을 추가되어 인간의 마음은 8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말나식과 아뢰야식은 무의식에 가까운 미세한 마음 작용으로 전문 수행 승들의 깊은 禪定 체험을 통해 발견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를 차례로 (第) 나타내어 제6식(의식), 제7식(말나식), 제8식(아뢰야식) 등 개별적으로 별칭하 고 있다.68)

 

     63) 『敦煌本 六祖壇經』, 퇴옹 성철, 같은 책, 같은 쪽.

     64) 『敦煌本 六祖壇經』, “內外明徹하면 不異西方하나니 不作此修하고 如何到彼리오” 퇴옹 성 철, 같은 책, 76쪽.

     65) 『敦煌本 六祖壇經』, 퇴옹 성철, 같은 책, 같은 쪽.

     66) 김종명은 고대 한국불교가 이미 4세기초 기복적인 성향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착이 시작 되어 정치종교, 기복종교, 기적종교로 기능하였다고 말한다. 김종명,「고대 한국의 세속불교 : 기원, 전개 및 배경」,『한국불교』제93집, 한국불교학회, 2020, 262∼263쪽. 자세한 내용은 262∼267쪽을 참고하라.

      67) 퇴옹은 봉암사결사를 통해 의례적인 행위와 49재 의식, 칠성탱화, 불공과 축원 등 기복 적인 의례를 폐지하였다.(원택, 『성철스님 시봉이야기2』, 김영사,2001, p57.) (서재영, 「봉암사 결사의 정신과 퇴옹성철의 역할」, 『선학』 제18집, 한국선학회, 2007, 31쪽 재인용) 이는 세속적이고 물질적 가치에 종속된 승단을 해방시켜 출가정신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관습화된 의례에 속박된 불교와 정형화된 틀에 갇힌 재가자와 출가자의 역할을 해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재영, 같은 논문, 32∼35쪽.

퇴옹은 여기서 아뢰야식을 통해 윤회의 실체에 접근하려고 하였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은 법문을 통해서 나타난다.

 

유식학을 구성하는 주요 사항 가운데 아뢰야식이 있습니다. … 이 아뢰야라는 말 은 … 대승불교에 들어와서 창안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 부처님이 법 을 설하던 근본불교시대에 이미 이 말을 사용했습니다. 그 의미가 대승의 유식파에서 사용한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지 문제가 없지 않으나, … 부처님 후대에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을 윤회하는 주체가 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부파불교와 유식파에서 특히 강한데 이와 같은 모습도 역시 근본불교의 경전에 간결하게나마 설해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유식학에서는 인식의 주체인 심·의·식 을 각각 제8식, 제7식, 제8식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 이미 부파불교에서 논의 되었고, 그보다 앞서 근본불교에도 나옵니다. …『아함경』에도 이런 말이 나오지만, … 심의식은 동일한 의미를 여러 가지로 부연하여 설명한 것에 불과합니다.69)

 

퇴옹은 識의 관점이 이미 근본불교를 통해 나타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생사윤회의 주체가‘식’이라는 인식이 부파불교와 유식학에 강하게 나타나 있다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근저는 붓다 시기에 나타나 있음을 강조함과 동시 에 윤회의 주체를 아뢰야식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퇴옹은 이러한 과학적 배경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심리학이 발달하고 연구가 깊이 이루어졌는데 요즘 심리학자들도 3단계로 인간의 심리상태를 구분합니다.

제일 첫째는 의식이 있고, 의식 안에는 잠재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또 그 잠재의식 안에는 무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이 무의식의 세계가 바로 제8 무기식입니다. 정신분석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는 프로이드Sigmund Freud 같은 사람도 잠재의식은 개척하였지만 무의식 세계는 완전히 개척하지 못했습니다. 그러 다가 캐논Alexander Cannon이나 요즘 대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잠재의식이 근본이 아니라 잠재의식 속에 무의식 세계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실험심리학으로 증명했습니다. … 이런 과학의 발달 덕분에 전생이 있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 부처님 이 말씀하신 8식의 가르침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의 심리학으로 완전히 확 증되었습니다.70) 일본학계에서도 제8아뢰야식을 부정하는 학자가 많습니다. 내가 우정백수宇井伯壽의 의견을 많이 인용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정백수도 제8아뢰야식을 많이 말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아뢰야식이 없다고 말했습니 다. 보통 학계에서 제8식이 없다고 한 이유는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증명하여 해도 증명하기가 곤란하니 제8식이 있다고 하려면 증거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개 학계에서는 제8식은 없고 중생이 생사윤회를 하며 전생 이 있다는 말도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이 분명히 아뢰야식이 근본이 되어서 중생이 생사윤회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제8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사윤회도 방편 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과학적으로 전생이 증명되어 가는 만큼 제8아뢰 야식이 있다는 말을 확실하게 정면으로 표명하지는 않지만 전생이 있다는 것만은 반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제8식을 심리학계에서 증명을 했다는 정도만 소 개해 두겠습니다.71)

 

       69) 퇴옹 성철, 『백일법문, 상』합천 : 도서출판 장격각, 2018, 266~267쪽.(퇴옹은 이 근거로 경전을 일례로 들었는데 『律藏』 3 「相應部」1에서는‘아뢰야’에 관한 붓다의 언급이 있으며, 『南傳大藏經』 권13, 「相應部」2에서는‘심의식’에 관한 붓다의 법문이 나타나 있다. 자세한 내용은 267~277쪽을 참고하라.)

     70) 퇴옹 성철, 『백일법문, 상』 합천 : 도서출판 장격각, 2018, 283~284쪽. 

     71) 퇴옹 성철, 같은 책, 284쪽.

 

퇴옹은 잠재의식 안에 존재하는 무의식이 제8식(아뢰야식)이며, 이는 경험과학 (심리학)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말한다. 즉 붓다가 모든 중생은 아뢰야식을 근본으 로 생사윤회 한다고 설하였으며, 이러한 진리와 함께‘전생’이 있다는 것이 심리학 의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퇴옹의 윤회관은 과학을 근거로 내세워 불교의 윤회관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장에서는 이러한 퇴옹 의 인식을 바탕으로 그가 識의 관점에서 전개한 윤회관의 함의를 좀 더 구체적으 로 살펴보고자 한다.

 

Ⅲ. 識의 轉變으로 본 퇴옹의 윤회사상

1. 아뢰야식과 윤회

앞서 불교의 무아윤회를 말하였는데 그렇다면 윤회의 주체는 대체 무엇인가? 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퇴옹은 이러한 윤회의 주체를 유식의 관점에서 제시하였 다. 먼저 아뢰야식은 “12연기설과 다른 독립된 윤회의 주체를 상정하는 견해가 생겨났는데, 상좌부의 有分識, 대중부의 根本識, 화지부의 窮生死蘊, 정량부의 果報識, 독자부의 푸드가라(Pudgala)라는 非卽非離蘊의 我등과 같은 정신적인 基體 를 윤회의 주체로 생각하였다. 根本識은 다른 육식을 방생시키는 근본 원인이 되는 식이며, 窮生死蘊은 生死를 마칠 때까지 三界에서 생사유전하는 한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蘊이며, 有分識은 표층적인 五識이지만 의식의 밑에서 끊임없이 활 동하고 있는 잠재적인 식을 말한다. 유분식 내지 궁생사온은 아뢰야식의 다른 이 름이라고 하는데, 유식에서는 이들의 견해를 통해 아뢰야식설을 완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72)

 

    72) 조수동, 「인격의 지속과 아뢰야식」, 『동서철학연구』, 제50집, 한국동서철학회 논문집,, 2008, 276쪽.

 

또한“유식의 아뢰야식은 부파불교에서 이미 이와 같은 윤회의 주체를 상정하였는데 유식의 아뢰야식은 12연기설의 식과 아뢰야식을 통합하여 윤회의 주체로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 의식(마음)은 과거로부터 業의 흐름이다. 업은 의식의 흐름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적합한 환경에서 나타나므로 어떠한 특정한 시간을 통해 우리가 지각하게 되는 것은 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의식을 유식사상에서 아 뢰야식이라 한다. …

 

아뢰야식은 원시불교 이래로 어떤것이 업을 담지하고 윤회하 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즉 아뢰야식은 12연기를 三世에 걸친 윤회의 과정으로 설명하려는 견해를 통해 識支에 과거의 업을 하나의 인상 즉 種子로서 담지하는 심층의식의 기능을 부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뢰야식의 종자는 찰나의 인상을 저장하며, 현행하고 다시 종자를 薰習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개인존재와 현상세계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73)

퇴옹은 전술한 바와 같이 방편설에서 벗어나 불교의 불생불멸과 윤회사상에 대해 자신이 수집한 과학적인 근거를 내세워 이를 수용하고 실체적인 접근을 시 도하였다. 이러한 확고한 신념은 다음의 인용문을 통해서 확인된다.

 

인간이 살아 있을 때는 정신이라 하고 죽어서는 영혼이라 하는데, … 논란과 시비 를 거듭해 왔지만, … 확실한 결론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과학자나 철학자나 종교가는 영혼이 꼭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또 어떤 학자들은 영혼 따위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싸움이 수천 년동안 계속되어 내려온 것입니다.74)(a)

대승이나 소승이나 어느 경론이나 할 것없이, 팔만대장경에서 부처님께서는 한결 같이 생사윤회를 말씀하셨습니다. 곧 사람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살아서 지은 業에 따라 몸을 바꿔가며 윤회를 한다는 것입니다. … 불교에서는 윤회의 실 체를 말할 때 그것을 영혼이라 이름하지 않고 제8아라야식Ᾱlaya識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나눌 때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하는 이것은 제6의식 … 잠재의식은 제7말나식 … 무의식 상태의 마음은 제8아라야식이라고 합니다. 사람 이 … 목숨이 끊어져 버리면 의식은 완전히 없어지고 … 제8아라야식만 남는 것입니 다. 이것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 과거, 현재할 것 없이 모든 기억을 마 치 곳간에 간수해 놓듯 … 녹음이 재생되듯 기억이 전부 되살아 나기 때문입니다. … 이것이 있기 때문에 미래겁이 다하도록 윤회를 하는 동시에 무엇이든 한번 스쳐간 것은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75)(b)

 

인용문(a)에서 영혼의 실체에 대하여 수 천년동안 논쟁이 이어졌다는 대목에서 보듯이 잘못된 편견에 대해『아비담심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헤아리니, 이것을 이름하여 身見이라고 한다. 저 서로 흡사한 것이 계속하여 끊어지지 않는다고 보는 까닭에 여기에서 常見이 생기게 된다. 대상물의 因果가 서로 이어져 파괴되고 소멸함을 보고 이것에 헷갈리게 되므로 斷見 이 생기게 된다. 이 단견과 상견에 집착하는 까닭에 … 邊見이라 한다. 이러한 편견 가운데 자기의 견해를 취하여 그것을 청정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니 … 戒取見이라 하며, … 최상의 진리라고 생각하니 … 見取見이라 한다.76)

 

       73) 조수동, 같은 논문, 277∼278쪽.

       74) 퇴옹 성철, 『영원한 자유』, 합천군: 도서출판 장경각, 2017, 97쪽.

       75) 퇴옹 성철, 같은 책, 97∼98쪽.

       76)『阿毘曇心論經』 제2권, 「使品」(한글대장경) 이창섭 외, 서울 : 동국대역경원, 1995, 65∼66 쪽.

 

즉 인간은 ‘나’라는 실체에 대해 常見에 빠지거나 자아를 포함, 객관적 실재의 소멸을 보고 斷見에 치우치는 邊見에 빠져 어느 하나를 최상의 진리라 여기는 戒 取見이나 見取見에 빠진다.

인용문(b)에서 퇴옹은 윤회의 실체를 아뢰야식으로 상정하고 있다. 불교는 인 간이 죽으면 그 業에 따라 육체를 바꾸어 윤회하는데 그 실체를 識(아뢰야식)으 로 간주하여 死後에 그 의식은 사라지지만 無意識의 경우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유식론』에서는 말하는 여덟가지 식을 구성하는 것은 전5식(다섯가지 감 각), 전6식(주-객, 자-타 분별 대상의식), 제7식(말나식)(본능적인 자아식), 제8아뢰 야식(개별의식을 넘어선 보편의 심층 마음)이다.77)

어리석은 범부가 참다운 자아와 법이라고 집착하는 것을 없애기 위해 식이 전변 한 것(상분 · 견분)에 대해서 가정적으로 자아와 법이라고 쓴다.78)

위 내용 중 識이 전변한 것(識所樂)것은 이숙식 : 善이나 不善 등의 因果로 나 뉨, 제7식(思量識 외부사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迷妄)작용), 전6식(了別境識 : 인식 대상의 구체적인 분류)의 세가지 아뢰야식(제8식)을 능변식(自相, 果相, 因相)으로 분류한다.79) 여기서 自相은 본질적 측면, 果相은 결과적 측면, 因相은 원인적 측 면이다.80) 여기서 제8아뢰야식은 무명에 빠진 범부가 의식을 통해 자아가 실체라 고 집착한 것을‘가정’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최종적으로 제6식에 해당하는 육체 (육근)와 제7식(말나식)이 멸한 후 최후에 남는 것이 된다. 오형근은 아뢰야식이 전생과 선악 등 많은 業因을 간직하고 있으며, 만일 아뢰 야식이 없다면 금생에 대한 주체가 없는 것이 되어 모든 식의 작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윤회의 근본 주체라고 말한다.81)

 

         77) 한자경 지음, 『성유식론 강해 아뢰야식』, 경기도 파주: 도서출판 서광사, 2019, 28쪽.

         78)『成唯識論』 제2권, 김묘주, 서울 : 동국대역경원, 2000, 67∼68쪽.

         79) 김묘주, 같은 책, 68쪽.

         80) 김묘주, 같은 책, 69∼73쪽 참조.

         81) 오형근, 『불교의 영혼과 윤회관』, 서울 : 도서출판 대승, 2014, 62∼63쪽.(윤회의 주체인 아뢰야식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59∼73쪽을 참조하라.)

 

따라서 퇴옹의 법문을 토대로 윤회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도출된다.

□ 퇴옹 성철의 윤회관

· 무의식이 중심 : (A) [前6識[眼識, 耳識, 鼻識, 舌識, 身識, 意識] + (B) 第7識[末那 識] - (C)第8識[阿賴耶識]

∴ 육체에서 잠재적 무의식 분리[六根(A-1) + 意識(B-1)82)](소멸) - 마음의 심층[無意 識(C-1) = 제8아뢰야식(윤회의 실체)

 

서양철학에서“데카르트는 실체이원론에서 사고하는 존재로서의 자아를‘영혼 (anima)’혹은‘정신(mens)’이라고 부르고 신체와 독립된 존재로 파악한다. … 신체 (물질)의 독립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전된 입장을 개진했다고 인정되 지만, 넓게 보면 플라톤주의를 충실히 계승하여‘사유를 본성으로 하는 정신 (mens)’과‘연장을 지니는 신체(물체)’를 구분하는 이른바‘실체 이원론(substance dualism)’을 제시하였다고 주장된다.83)

또하나 토마스 아퀴나스가 육체는 소멸하 지만 지성이 내재된 영혼은 불멸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퇴옹은 윤회의 주체를 제8 아뢰야식으로 상정하였다.

그런데 근본불교에서는“반복되는 재생의 과정, 존재의 순환에는 영원한 것이나 한 생에서 다른 생으로 옮겨가는 靈體가 없으며, 諸法은 오직 인과 관계에서 조건지어지고 영혼이나 자아 개념과 무관하다.”84)고 말하여 無明에서 老死에 이르는 緣起를 통해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티베트 불교에서는 아뢰야식을 중시하는데 타 종교에서 말하는 영혼과 같은 것이며, 의식만으로 이루어져 자유의지로 사고방식을 전환시켜 해탈과 열반 에 이를 수 있다”85)는 영혼관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퇴옹이 말한 윤회의 주 체(제8아뢰야식)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유식불교는 초기불교의 無我輪廻를 충실히 계승하여, 아뢰야식 이론을 통해서 본질적으로 무아인 존재가 我見과 我執으로 인해 끊임없이 생사 윤회하는 실 상을 보다 상세하고 정합적으로 설명함으로써, 붓다 당시부터 제기되었던 윤회의 주체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86)

 

      82)『잡아비담심론』에서 “사유의 인식은 세 가지이니 그 중 뜻(意)은 욕계 안의 일이로다.”라 고 기술되어 있다. 여기서 세 가지는 自性思惟(자체의 본질에서 생각), 隨憶思惟(기억에 따 라 생각), 分別思惟의 세가지이다. 『雜阿毘曇心論』 제1권, 「界品」(한글대장경) 이창섭, 위의 책, 388쪽.

      83) 임헌규, 「서양의 심신관계론과 한국 철학연구」, 『한국철학논집』 제26집, 한국철학사연구 회, 2009, 102쪽.

      84) 삐야닷시, 앞의 책, 82쪽.

      85) 칼 베커, 이원호 옮김, 『죽음의 체험』, 서울 : 생각하는백성, 2007, 212쪽.

      86) 조인숙, 「無我와 輪廻에 대한 唯識學的 관점」, 『한국불교학』 제73집, (사)한국불교학회, 2015, 132쪽.

 

퇴옹은 현대 불교에서 아뢰야식의 실재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윤회를 부 정하고 방편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대승불교에 대해 이론을 가장 많이 발달시킨 일본에서도 가장 권위있는 사람이 우정백수인데, 그는 아라야식은 도저히 증거를 잡을 수 없으므로 실재하는 것이 아 니라고 … 영혼자체를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 습니다. “윤회는 부처님께서 교화를 위해 방편으로 하신 말씀이지 실제로 윤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윤회가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두려워서라도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착하게 하려고 힘쓸 것이므로, 교육적인 방편으로 하신 말씀이다.”87)(a)

이것은 상당히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지만, … 오늘날 과학이 물질적인 데에서 뿐 만이 아니라 정신과학 분야에서도 크게 발전을 이룸에 따라 영혼이 있다는 것이, 윤 회가 있다는 것이, 또한 인과가 확실하다는 것이 점차로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 해탈의 길에 들어설 수 있 는지 그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해탈의 내용은 어떤 것인가 하 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서야만 … 성불하는 데에서 꼭 갖추어야 할 흔들림 없는 근본적인 토대가 형성되는 것입니 다. 이것을 바로 알고 바로 믿어야만 바른 행동을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88)(b)

 

퇴옹은 인용문(a)에서 기존의 해석을 반박하고 인용문(b)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영혼의 존재와 윤회가 증명되었다고 강조하고 근본적인 수행적 토대를 위한 인식 의 단계적 확충을 윤회의 정신과학적인 입증 → 해탈의 방법 모색 → 해탈의 확 고한 신념 → 成佛의 근본적인 토대 형성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불교 의 윤회관이 아트만(ātman)과 같은 고정불변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지만“업설이 나 윤회설이 고통으로부터 탈피하는 해탈이나 열반을 주제화하고 있어 필연적으로 인격적 통일성을 가진 주체의 존재를 전제”89)하는 것과 같이 아뢰야식을 윤회의 주체로 상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김택근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성철은 전생과 영혼, 윤회가 있음을 설파했다. 아이임에도 지난 생을 정확히 기억 하고 … 전생기억, 몸을 바뀌 다시 살아나는 차시환생, 최면술 등을 이용하여 전생을 연구하는 연령역행, 전생을 궤뚫어 전생과 금생의 인과를 아는 전생투시 등 사례를 모아 제시했다. 정신과학 등을 동원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적시하여 인간에게는 부처 님의 말씀대로 전생과 영혼, 윤회가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 과학은 발달을 거듭할 수록 불교쪽으로 오게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중도와 연기사상은 의심할 수 없는 진리로 … 영원불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성철의 ‘과학법문’은 이전에 없던 것이었다.90)

 

          87) 퇴옹 성철, 『영원한 자유』, 합천군: 도서출판 장경각, 2017, 98쪽.

          88) 퇴옹 성철, 같은 책, 99쪽.

          89) 김진, 『칸트와 불교』,서울: 철학과 현실사, 2004, 150쪽. (“불교에서 업력을 단지 과보로서 전달하는 실체적 자아 존재를 부정하지만, 현상적인 행위 주체인 존재까지 부정하지 않 으며, 현상적 주체는 참된 의미에서의 주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는 선에서 전달하는 경 향이 나타난다.” 김진, 같은 책, 154쪽.)

 

퇴옹은 법문을 통해 중도와 연기사상의 정합성을 피력하고 윤회(환생), 전생이 심령현상이나 정신과학으로 입증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퇴옹의 윤회관에 대한 학 자들간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김종명은 퇴옹의 윤회사상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불교의 핵심으로 볼 수 없 으며, 불교 진리인 무아설에도 어긋나므로 방편적 윤리설인 윤회설과 인과설에 기반한 상황윤리론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91) 박진영은 퇴옹이 과학이론으로 불교의 중도를 설명하고 윤회를 서양의 심령학 사례를 들고 있으나, 중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과 달리 윤회사상은 신비에 쌓 인 근본주의로 보인다고 말하고 이는 불교를 근본으로 되돌리려는 의지의 절대성 에 근거하나 중도가 열린 사고라고 할 때 모순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92) 김종인은 퇴옹의 윤회사상은 과학적인 사고를 수용한 것처럼 보이나 이를 인 정한 것은 아니며, 불교 진리의 절대적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포섭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의적인 과학적 증명을 채택하였다고 주장한다.93)

 

      90) 김택근, 『성철평전』, 서울 : 모과나무, 2017, 497∼498쪽.

      91) 조성택, 『퇴옹 성철의 깨달음과 수행』, 서울 : 예문서원, 2006, 95∼105쪽 참조.

      92) 조성택, 같은 책, 47쪽.

      93) 조성택, 같은 책, 335∼337쪽.

 

여기서 퇴옹의 윤회관을 윤리적 방편설로 해석한 김종명을 제외한 박진영, 김종인은 퇴옹의 윤회관에 대 해 불교의 근본주의를 중시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붓다는 諸法이 緣起에 의해 일시적으로 조건 지어져 생성,변화한다고 說하고 무아를 주장하며 윤회에 대해 침묵하였으나 초전법륜을 통해서 윤회에 대해 언급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윤회의 실체에 관해 학자들 간에는 과연 윤회의 주체(實 我)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윤회의 주체란 없는 것인가(無我)에 대한 쟁점을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퇴옹은 이러한 윤회의 실체에 대한 비판적 인 쟁점에서 벗어나 영혼이나 사후세계, 전생이나 환생과 같은 증명하기 어려운 주제를 두고 현대 정신과학이나 초심리학 그리고 많은 의학자 등을 통해 연구된 실제 사례를 끌어와 불교 윤회의 정당성을 입증하고자 시도하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퇴옹은 이 과정에서 근본불교의 윤회관을 토대로 부파불교를 넘어 唯識에서의 아뢰야식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이 과정에서 현대과학의 사례를 수용하여 불교의 윤회관이 방편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대중들에게 표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필자는 위 김종인의 주장에 동의하지만 퇴옹은 분명 과학적 인 이론과 방법을 신뢰하였으며, 이를 통해 불교적 세계관의 우의를 드러내기 위한 인식을 새롭게 構想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장을 통해 그 구체적인 내 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Ⅳ. 퇴옹의 윤회사상으로 본 영혼의 세계

1. 현대과학으로 해석한 영혼의 실체와 임사체험 사례

앞서 퇴옹은 정신과학을 통해 영혼과 윤회가 입증되어 수행의 관점을 재정립한 성불을 근본적인 토대로 삼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같은 확고한 인식은 윤회 에 대한 다양한 근거94)를 마련하여 증명하려는 의지로 나타난다.

 

미국에 레이몬드 무디Raymond Moody라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그가 대학에서 철 학을 배울 때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 “나는 수년전에 두 번 이나 죽었다가 깨어난 경험이 있다. 내가 죽은 뒤에 의사가 와서 사망을 확인하고 장 사를 치를 준비를 하는 도중에 깨어난 것인데, 깨어나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죽어 있 는 동안 깜깜한 것이 아니었다. 내 영혼이 죽어 있는 육체를 빠져나와 그것을 바라보 고, 또 여러 가지 활동을 한 것을 기억한다.”그 정신과 교수는 죽었다가 깨어나는 순간까지의 자기가 경험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 했는데, … 뒤에 자신이 철학교수 가 되어 강의를 하고 있을 때 한 학생이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듣 고서부터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 며칠전 그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가 깨어났 다고 하면서 그때 할머니가 경험한 것을 들은 대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 는 무디교수가 학생시절 앞의 정신과 교수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똑같았습니다. … 150명의 사례를 수집하여 그것을 1975년 책으로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95)

 

위 인용문은 레이몬드 무디가 밝힌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96)의 내용이다.

 

      94) 퇴옹은 이밖에도 동,서양의 전생기억과 차시환생(몸을 바꾸어 다시 살아남),연령역행(최면 을 통해 연령을 역행시켜 전생을 확인 함),전생투시 등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윤회, 전생 에 관해 설법하였다. 퇴옹 성철, 앞의 책, 2017, 117∼151쪽.

     95) 퇴옹 성철, 앞의 책, 2017, 100∼101쪽.

     96) 이 분야의 정통한 학자로는 엘리자베스 쿼블러로스(Elizabeth Kubler Ross, 1926∼2004, 정신과 의사, 호스피스운동 선구자, 죽음학 연구), 다카다 아키카즈(1935∼, 의학박사, 하마 마쓰 의학대학 교수 엮임), 케네스 링(Kenneth Ring, 1936∼, 코네티컷 대학 교수, 국제 임사체험 연구협회 공동 설립자, 전임회장), 레이먼드 A.무디 주니어(Raymond A. Moody, Jr. 1944∼ , 철학자, 정신과의사), 칼베커(Carl B. Becker, 1951∼, 교토대 교수, 죽음학), 제프리 롱(Jeffery Long, 1954∼, 의학박사, 임사체험(NDE) 전문가), 최준식(1956∼, 종교 학자, 한국죽음학회 회장,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공동대표 등), 정현채(1955∼, 서울대 의대 교수, 대한소화기학회 이사장, 한국죽음학회 이사), 오진탁(1958∼, 한림대 생사학 연 구소장)등이다. 이들은 영혼이나 사후세계, 환생에 관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거나 생사학(죽음학)과 관련된 교육이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간의 의식97)은 죽음 이후에도 영속성을 유지하므로 신 비주의나 허상으로 일축해 버릴 수 없다. 퇴옹은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미 의사에 의해 죽었다고 판정되면 그 육신은 한갓 물체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눈이 있어도 볼 수 없고 귀가 있어도 들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시신을 머리끝까지 흰 천으로 덮어 놓았으니, 설령 거짓으로 죽었다고 하여도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죽었다 되살아난 사람은 … 가족들이 한 이야기와 그들이 어디에 있었으며, 무슨 행 동을 했는지 상세하게 이야기 하는데 실제와 조금도 다름이 없습니다. … 몸뚱이는 죽었어도 무엇인가 활동하는 활동체가 있어서 보고 듣는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 다.98)

연구 결과 근사경험에 관한 사례는 수천 건이 수집되었는데, … 시카고대학에 있 는 쿼블러 로스 E. Kubler Ross 교수입니다. 이 여교수는 무디 교수의 발표 이전에 이 미 많은 자료를 수집해 놓고 있었습니다. 무디 교수가 자신이 출판하려는 원고를 가 지고 와서 그 여자에게 출판을 상의한 적도 있었습니다. 쿼블러 로스 여사는 그 원고가 자신이 수집한 자료와 같고 또 결론도 동일하여 무디 교수의 책에 서문만 써주고 자신의 책을 출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무디 교수는 1977년 두 번째 책인『死後 生』에 대한 회고 Reflection on Life after Life』를 출판하여 좀 더 자세하게 근사경 험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 그는 죽음 뒤에도 삶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결론을 내리 고 있습니다.99) 영혼이나 정신을 유물론적으로 보는 소련의 학자들은 이의를 제기합니다.“사람 의 신체 중에서 뇌세포는 맨 나중에 소멸하므로 아직 죽지 않은 뇌세포에서 발생하 는 일종의 환상일 뿐이지 죽은 뒤에 실제로 어떤 활동체가 있어서 활동하는 것은 아 니다.”라고 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 소생 기억이 일, 이 분 동안의 사망에 불과한 것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한두 시간이나, 길면 이틀이나 사흘씩 죽었다가 깨어나는 경우에는 그런 주장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육체가 죽은 뒤에도 뇌세포만 이 몇 시간 동안 또는 며칠 동안 살아 있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 니다.100)

 

       97) 최준식은 의식이 물질에서 생겨날 수 없다면 의식이라는 것은 恒存하는 것이라고 반문하고 의식이 처음에는 없다가 있게 될 수 없기 때문에 의식이 무엇에서든 생겨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원래부터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준식,『인간은 분명 환생한 다』,서울 : 주류성출판사, 2017, 51∼52쪽.

      98) 퇴옹 성철, 같은 책, 102쪽.

      99) 퇴옹 성철, 같은 책, 103쪽.

     100) 퇴옹 성철, 같은 책, 103∼104쪽

 

위 글에서 죽음 이후의 인체는 물체에 불과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 의 실체(활동체)가 있음을 밝히고 쿼블러 로스101)의 임사체험 사례도 무디의 연구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일부 학자들의 유물론적인 관점을 비판하고 인간이 죽으면 뇌세포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데도 되살아나는 것은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와 함께 플라톤의『공화국』에 소개 된 임사체험 사례를 보충하여 무디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후에 영혼이 있다는 주장에 관한 오래되고 유명한 기록이 플라톤의『공화국』 에 있습니다. … 어느 군인이 전사하였습니다. 여러 날이 지난 뒤에 군인의 시체를 고향으로 옮겨서 장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 그 군인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는 깨어난 뒤에 자신이 죽어 있는 동안에 활동한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런 오랜 이야기는 무디 교수의 조사사례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102)

 

영혼의 실체는 아직까지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대부분 개인의 영혼목격담 을 소개하고 사진에 현상되었다는 점을 증거로 내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퇴옹은 영혼의 근거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영혼은 모양을 드러냅니다. … 여러 사람이 봅니다. 둘째 영혼은 말을 합니다. … 여러 사람이 듣습니다. 셋째 영혼은 … 짐승의 눈에도 보입니다. … 사냥을 나갔을때에 영혼이 나타나면 말이나 개들도 겁이 나서 숨는다고 합니다. 넷째 영혼이 … 잠가 놓은 문을 연다듣지 방안의 물건을 이리저리 옮겨 놓기도 합 니다. 다섯째 영혼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합니다. … 영혼을 사진으로 담는 데에 성공했 다면 믿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103)

 

      101)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1926∼2004)는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로서 최초로 호스피스 운 동을 실시하고 죽음에 대한 다양한 저술을 남겼다. 주요 저서로 『인생수업』, 『생의 수레바 퀴』, 『죽음과 죽어감』 등이 있다.

      102) 퇴옹 성철, 같은 책, 104쪽.

      103) 퇴옹 성철, 앞의 책, 2017, 107쪽.

 

이와 같이 퇴옹이 영혼의 존재 근거로 분류한 것은 그가 영혼의 실체를 수용하 고 있으며, 영혼이 사진에 현상되었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루는 친달부인이 …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습니다. 촬 영을 마치고 현상을 해보니 부인의 어깨에 양손을 얹고 있는 링컨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 자신이 링컨 대통령 미망인이라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미 리 링컨 대통령의 미망인이라고 하면 링컨 대통령의 사진을 구해다가 거짓된 영혼사 진을 찍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 신분을 숨기고 얼굴까지 가리고 사진을 찍었던 것입니다. … 멈러씨가 이렇게 유명해지자 정부 당국에서 조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가 … 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언론인까지 동원시켜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조사단은 멈러 씨와 함께 그가 처음으로 영혼사진을 찍었던 곳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게 한 뒤에, 모두가 …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현상을 해보았 습니다. 그런데 … 영혼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 1869년 4월 22일자 뉴 욕타임즈에 상세히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104)

 

위 인용문은 사진술을 통해 링컨 대통령의 영혼이 현상되었다는 것을 강조한 다.105)

사실 현대에는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조작하여 가짜 영혼 사진을 양산해 낼 수는 있으나 당대의 사진 기술로 이를 조작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허구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처럼 영혼의 실체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불교는 眞如의 실상을 관찰하고 大悟를 證得하는 解脫을 근본으로 삼아 윤회를 인정하지 않지만 서양 종교는 초월적 실재에 대한 믿음과 보편적 윤리를 강조하는 구원론이 중심사상이다.

그런데 퇴옹이 윤회를 정신과학이나 심령체험에 기반을 둔 것은 불생불멸을 강조하기 위한 포괄적인 의미로 볼 수 있다.

 

대과학자인 크룩스가 영혼을 물질화시켜서 여섯 달 동안이나 함께 지낸다고 하자 그 소문이 영국 나라 안에서 모두 퍼졌습니다. … 꽤 많은 사람이 그 케디 킹이라는 영혼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 사진이 수천 장이나 되는데 내게도 여러 장이 있 습니다. … 바로 일체만법이 불생불멸이라는 … 물질적인 현상뿐만이 아니라 정신적 인 면에서도 불생불멸한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된 것입니다.106)

불교는 근본적으로 윤회를 주장합니다. … 학자들이 윤회설은 인간들에게 권선징 악을 가르치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주장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혼이 존재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불생불멸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자 이러한 주장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실지로 전생과 윤회가 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조사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과학적인 통계까지 나와 있습니다.107)

 

        104) 퇴옹 성철, 같은 책, 108∼109쪽.

        105) 주형일은 사진기술의 발달로 영혼의 실체를 증명하려는 지속적인 시도가 종교와 과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밝히고 있다. 주형일,「심령사진: 과학의 눈으로 본 혼령」,『인문연구』 제72집,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2014, 497∼526쪽을 참고하라.

        106) 퇴옹 성철, 같은 책, 112∼113쪽.

        107) 퇴옹 성철, 같은 책, 113쪽

 

위 글에서 퇴옹은 윤회가 근거로 영혼의 존재 입증, 불생불멸의 과학적 증명을 내세운다.

 

이는 영혼의 존재를 통해 불생불멸의 진의를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일체만법이 나지도 … 없어지지도 않나니 … 모든 부처님이 항상 나타나는 도다. 一切法不生 一切法不滅 若能如是解 諸佛常現前 이것은『화엄경』에 있는 … 불교의 골수입니다. 팔만대장경이 그렇게 많고 많지만 … 불생불멸은 불교의 근본원리이니 부처님이 뭘 깨쳤느냐 하면 불생불멸을 깨친 것입니다. … 일체 만법이 … 상주불멸 입니다. 그래서 … 상주법계라고 합니다. 『법화경』에서는 … 이 법이 법의 자리에 머무르나니 세간상 이대로가 상주불멸이니라. 是法住法位 世間相常住‘이 법’이란 불생불멸의 법을 말합니다. 天森羅 地萬象 전체가 다 불생불멸의 위치에 있어서 세 간상 이대로가 상주불멸 … 諸法의 實相이라고 합니다.『화엄경』에서는 그것을 無 盡緣起라고 합니다. 한없이 … 緣起할 뿐 그 본 모습은 모두 다 불생불멸이며 … 온 우주를 구성하고 아무리 천면변화한다고 해도 상주불멸 그대로라는 말입니다.108) 우주법계는 … 에너지와 질량 두 가지로 구성되어 … 에너지가 질량이고 질량이 에너지여서, … 전환을 하여도 증감이 없으며 불생불멸 그대로입니다. … 우주는 불 교에서 말하는 상주불멸이 … 안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아인슈타인의 등가원리가 없었으면 불생불멸은 거짓말인가? … 부처님께서는 3천년 전에 진리를 깨쳐 … 일체 만법 전체가 … 불생불멸이라는 것을 선언하였습니다. … 이것이 상대성이론에서 … 현대 원자물리학에서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되어 …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불교의 모든 이론을 증명해 준다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 불교에 자꾸 접근해 오고 있는 것 만은 사실입니다.109)

 

퇴옹은 우주법계는 生滅을 동반하지만 그 자체로 상주불멸110)이며, 時空을 뛰어넘어 부처가 설파한 불생불멸이 과학을 통해 입증되었으며,111) 불생불멸과 불증불감라는 점을 강조하여112) 윤회의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108) 퇴옹 성철, 『자기를 바로 봅시다』, 합천군 : 도서출판 장경각, 2020, 80∼81쪽.

    109) 퇴옹 성철, 앞의 책, 85∼87쪽.

    110) 『화엄경』에는 “깨끗한 공덕 눈(淸淨功德眼)천왕은 온갖 법이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 고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작용이 없는 행인 해탈문을 얻었고…”라고 게송한다. 『大方廣 佛華嚴經』 제2권,「世主妙嚴品」 이운허, 『대방광불화엄경 1』, 서울 : 동국대역경원, 2006, 30쪽.

     111) 퇴옹 성철, 같은 책, 137쪽.

     112) 퇴옹 성철, 『영원한 자유』, 합천군 : 도서출판 장경각, 2017, 51∼57쪽 참조

 

불교에서 … 6道란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의 여섯 세계를 의미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지은 업에 의해 6도 윤회합니다. … 先業을 닦는 것은 지금의 자기 자신의 의지입니다. … 이것이 진리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믿는 것입니다. 결국 이 윤회사상에 의하면 영혼은 따로 거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생을 거듭하면서 몸을 바꾸어 나타나는 것입니다.113)

 

퇴옹은 기존의 불교가 대중들에게 업보를 내세운 방편적 윤회설을 중심으로 설파하였으나 과학의 발달로 인해 윤회가 입증되어 죽음 이후에 환생한다는 윤회 관을 설파하여114) 실체적인 윤회와 영혼의 존재를 강조했던 그는 혹자와의 대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내가 볼 때는 전생도 없고 내생도 없고, 항상 금생일 뿐입니다. … 중생이 본래 부 처다. 우리가 본래 광명속에 산다. … 일체 모든 상대세계가 절대 세계 아닌 곳이 없 으니 미래겁이 다하도록 모든 부처님을 모시고 받들고 섬기자, … 눈을 뜨고 보면 우 리 모든 존재가 광명 속에 살고 또 자체가 광명인데, … 本地風光이라 합니다. … 모 든 상대를 부처님으로 부모로 스승으로 모시고 섬기자고 하는 것입니다.115)(a)

윤회사상이 불교의 독창은 아니지만 불교 근본사상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윤회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려면 곤란한 점이 많아서 포교에 큰 지장이 되고 있어요 근래 심령학이나 초심리학이 크게 발달되어 윤회에 대한 실질적인 자료가 많이 제시 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한 과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을 미신이라고 배제하 지 못할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 제시된 자료가 불교의 윤회사상을 설명하는데 많 은 도움이 된다고 봐요.116)(b)

  

        113) 퇴옹 성철, 같은 책, 113∼114쪽.

        114) 퇴옹 성철, 같은 책, 117∼151쪽 참조.

        115) 퇴옹 성철, 같은 책, 2017, 같은 쪽.

        116) 퇴옹 성철, 같은 책, 296쪽. 

 

위 인용문(a,b)에서 퇴옹이 설파한 윤회(전생) 사상은 많은 사례를 근거로 윤회 의 실체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모순처럼 보이지만 모순과 상극의 상대세계를 떠 나 今生(現生)을 통해 본래 중생이 부처인 본지풍광을 깨달아야 한다는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慧眼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윤회사상의 실체를 입증하기 위 해 끌어온 심령학이나 초심리학이 윤회의 근거를 완전히 제시하지 못하지만 불교의 윤회사상에 대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위 인용문에서 보았듯 이 과학이 윤회나 영혼의 존재를 명백히 증명해준 것은 아니지만 불교의 윤회를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스스로 결론내리고 있다. 이는 퇴옹이 영혼 이나 사후세계를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니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未知의 세계나 현상을 현대과학이 차츰 증명해 주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불교의 난해한 경전을 해 석하고 전파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는 입장에서 取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퇴옹은 자신의 윤회관에 있어 과학을 맹목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며, 부정도 긍정도 아닌 중도적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퇴옹의 이와 같은 윤회사상은 이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인식의 변화된 불교관을 제시해 주었 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우리는 어떠한 사물의 현상을 논할 때 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확고한 실증과 증 명 이전에는 그 누구도 그 가설의 옳고,그름을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과학의 참된 의미는 가설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입증에 있다. 퇴옹은 바로 이러한 학문 의 특성을 간파하고 불교의 참된 진리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퇴옹은 법문을 통해 불생불멸을 주장하고 윤회가 실재하며 이러한 문제가 과 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강조하며, 이를 근거로 다양한 과학이론과 사례를 포섭하 고 증명하고자 하였다. 이는 불교사상의 전개과정에서 불교의 원형을 가져와 전 반적인 사상의 원천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과학과 불교의 접목을 통해 참된 진리 를 설파하기 위한 시도이자 과학적 증명을 통한 새로운 재해석이였다고 할 수 있 다.

다만 퇴옹이 윤회와 영혼의 존재에 관해 여러 과학적인 사례를 들어 설파하였 으나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렵지만 오랫동안 논의된 불교의 무아윤회와 같은 쟁점에서 보듯이 이 문제를‘영혼과 윤회는 없다’라고 단정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 점에 있어 그가 영혼과 윤회에 대해 개진한 과학적인 해석은 불교의 근본정신과 당위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학문적 포섭의 과정이었다고 판단해 볼 수 있다.

즉 前述한 바와 같이 퇴옹의 윤회사상은 곧 상대적인 이면을 벗어나 중도적 관점에 서 모든 현상을 바라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퇴옹이 설파한 윤회나 영혼의 존재여부는 이를 액면 그대로 긍정하거 나 부정할 수도 없는 미지의 세계이지만 오늘날 해외 연구사례를 살펴보면 그 내 용이 방대하며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다음은 이 러한 현대과학의 임사체험에 관한 몇가지 실제 연구결과를 토대로 퇴옹의 윤회사 상에 담긴 당위성을 파악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현대과학의 임사체험 연구사례

임사체험이 최초로 연구된 사례는 19세기 지질학자인 앨버트 하임(Albert von st. Gallen Heim)에 의해서이다. 하임은 등산도중 추락하면서 근사체험을 경험하 고 비슷한 사례를 모아 1892년 책(『치명적인 조난에 대한 고찰』)으로 출간하였 으며, 1972년 英譯되어 근사체험에 대한 연구분야의 선구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는 데 공통된 체험 요소는 삶의 회고(life review)이다.117) 

근사(임사)체험은 임상적으로 죽었다고 판단되었으나 후에 다시 살아난 사람 들이 경험한 체험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1982년 갤럽조사에서 전 미국인 가운데 약 800만명이 근사체험을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1997년에‘US New & World Repon' 이라는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0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근사체험을 증언한 것으로 보고되었다.118)

다카다 아키카즈는

 

“임사체험은 많은 통계에서 40∼50% 거의 40% 중간대에서 경험하였는데 K. 링 박사(Kenneth Ring)는 임사에 빠진 12명을 인터뷰한 결과, 48%에서 임사체험을 하였으며, 체험자들은 (1)평화, 행복감, 아픔의 소실 (2)자신 이 몸에서 분리되는 이탈현상 (3)암혹속에 들어간다. 터널을 빠쳐나간다. 자신의 인생을 파노라마적으로 보나 좋은 면을 본다. (4)밝고, 따뜻하고 매력적인 빛에 둘러쌓인 체험 (5)빛쪽을 향해 들어간다. 어떤 인물, 그림자를 보았다.“고 말한 다.119)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이러한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후 자신의 생활태도(a)와 인생관에 중대한 변화(b)가 일어났다는데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1) 죽음의 공포가 적어졌다. (2)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3) 운명적인 것을 느꼈다. (4) 신의 특별한 가호를 받았다고 느꼈다. (5) 사후의 생명을 믿게 되었다.(a) (1) 인생 의 귀중함 (2) 인생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가를 재인식 (3) 인생에 대하여 주의 깊게 임함 (4) 운명적인 것을 받아들임(b)120)

 

     117) 최준식, 『죽음, 또 하나의 세계』, 서울 : 도서출판 동아시아, 2006, 82∼84쪽.

     118) 최준식, 같은 책, 95∼96쪽.

     119) 다카다 아키카즈, 편집부 옮김, 『임사체험의 불가사의』, 서울 : 전파과학사, 2016, 26쪽.

     120) 다카다 아키카즈, 같은 책, 80∼81쪽.

 

최준식은 칼 베커와 케네스 링이 조사한 임사체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기술 하고 있다.

베커가 말한 근사체험의 7개 요소 1. 체외이탈 2. 검은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종종 멀리서 빛이 보임) 3. 천상의 빛이 나 극히 생생한 빛을 지닌 자연이 펼쳐짐(저승의 길목에 도착) 4. 안내자(혹은 안내하 는 영이나 빛)의 출현 5. 삶의 회고 6. 장벽 또는 전환점을 만난다(여기서 돌아가는 결정을 한다) 7. 깊은 평안함을 느낌(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짐)

링이 분류한 근사체험의 5단계와 체험비율 1. 평화(peace) 2. 체외이탈(body separation) 3. 어둠으로 들어간다.(entering the darkness), 4. 빛을 본다.(seing the light) 5, 빛 속으로 들어간다.(entering the light)

1. 평안함을 느끼는 것.(60%) 2. 체외이탈(37%) 3. 어둠으로 들어간다(23%) 4. 빛을 본다(16%) 삶을 회고한다.(12%) 5. 빛 속으로 들어간다.(10%)121)

 

위 인용문에서 임사체험 결과는 일관된 공통적 특징을 보이며, 평안함이 가장 높게(60%) 나타났고 체외이탈이 그 다음 빈도(37%)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은 이 승채의 연구에서 임사체험의 특징을 살펴보자.

 

미국에서는 … 전체적으로 조사대상의 4%∼19% 정도가 임사체험을 한 것으로 보 고하고 있다(How Common Is A Near Death Experience, 2015) … 무디는 … 150건의 임사체험 사례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Life after Life를 저술하였다. 그는 임사체험 과 관련된 특징을 … (무디, 1977: 39-122). 1)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2) 죽음의 선고 가 들린다 3) 평온한 느낌이 있다 4) 소음이 있다 5) 암흑의 터널이 있다 6) 육신을 벗 어난다 7) 다른 영혼과 만난다 8) 빛의 존재를 만난다 9) 삶을 회상한다 10) 경계선과 만난다 11) 소생한다 12) 체험의 공개를 기피한다 13)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14) 죽음 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가진다122)

 

임사체험 문헌에 제시된 대부분의 사례들은 종교와 관계없이 사랑과 평화로 가득 한 죽음 주변의 세계에 다녀왔음을 보고한다. 따라서 … 기독교의 기본적인 교리에 대한 믿음이나 해석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많은 보통 사람들이 임 사체험을 통하여 신비주의자나 동양 수행자의 깨달음과 유사한 세계를 체험한 사례 들을 제시한다. … 임사체험은 출가 수행을 중시하는 불교에서 출가 수행자를 감소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불교에도 도전이 될 수 있다. … 임사체험은 “죽음을 통하여 쉽게 신비적 합일을 이루고 그것을 통하여 기쁨과 사랑의 세계에 접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여 자존감 증진이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감소 등 삶의 태도에 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123)

정현채는 저명한 의학전문학술지인 <란셋(Lancet)>에 게재된 근사체험에 관한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네덜란드 연구자들은 …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344명을 조사하여 18%인 62명 이 근사체험을 했다는 사실을 발표 … 이 연구에서는 열 가지의 체험요소를 척도로 삼아 조사를 하였습니다. … 자신이 죽었다는 인식(50%), 긍정적인 감정(56%), 체외이 탈 경험(24%), 터널을 통과함(31%), 밝음 빛과 교신(23%), 색깔을 관찰함(23%), 천상의 풍경을 관찰함(29%),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지와의 만남(32%), 자신의 인생을 회고함(13%),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지함(8%)입니다.124)

 

     121) 최준식, 앞의 책, 105∼107쪽.

     122) 이승채, 「임사체험의 특성과 시사점」, 경성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인문학논총』 제38집, 2015, 74∼75쪽.

     123) 이승채, 같은 논문, 92쪽. 

 

위 인용문에서 보듯이 임사체험의 요소중 많은 빈도를 보인 체외이탈(24%)과 빛(23%), 터널통과(31%), 인생 회고(13%) 등은 앞서 링 박사가 분류한 긍정적인 감정(평안함)(60%)과 비슷한 빈도(56%)를 보이고 일관된 체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근사체험을 부정하는 학자들 중에는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최준식은 근사체험을 비판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세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 근사체험을 물질적인 해석을 통해 뇌에 산소 결핍증에 기인하여 기억이 변화하여 시각적으로 왜곡된 현상이 발생하는데 터널을 본다든지 자신이 터널 안 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 약물 투여에 의한 일시적인 환각 상태로 인해 근사체험을 일으킨다는 주장

셋째, 심리적인 해석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자 스스로 만들어낸 마음이 근사체험으로 나타난 것이다.125)

 

      124) 김건열ㆍ정현채ㆍ유은실, 『의사들 죽음을 말하다』, 서울 : 북성재, 2014, 104∼105쪽.

      125) 최준식, 같은 책, 196쪽∼205쪽.(자세한 분류는 195∼210쪽을 참조하라.) 

 

이처럼 학자들 간에는 임사체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으나 많은 사람들 경험한 체험에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현대 과학이 임사체험과 영혼의 문제 등 의식의 심층에 대해 과학적 실험이나 증명으로 확실히 밝힌 것은 아니지만 현대 의학의 발달로 죽음 직전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체험자들이 증언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며 공통적인 체험 요소들이 많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사체험을 단지 죽음직전에 반응하는 腦의 작용이나 혼동과 같은 일시적인 현상 으로 치부할 수 없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Ⅴ. 맺음말

我相은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그 실상은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어 無相하 다는 진리는 붓다가 우리에게 전해준 만고의 진리였다. 그러나 힌두교에서 전래 된 불교의 전통 윤회사상은 인간이 죽으면 그 業에 따라 六道에 떨어져 생사를 거듭 반복한다는 기복적인 의미를 담고 오랫동안 전파되어 왔다. 그런데 퇴옹의 윤회사상은 근본불교의 무아윤회에서 대체된 唯識의 관점에서 아뢰야식을 윤회의 실체로 상정하고 영혼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퇴옹은 이러한 자신의 윤회관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학 문적인 접촉을 꾀하였으나 그가 대중들에게 설파한 영혼과 윤회의 실체는 개인적인 체험이 중심이 된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에 그쳐 명백한 과학의 관점에서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이는 과학이 사물의 물리적인 현상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입증된 이론을 체계 적으로 제시하는 반면, 그 실체가 없는 영혼이나 윤회의 존재여부는 지금까지도 명확히 입증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사체험은 오늘날에도 언론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보고되 고 있으며, 영혼이나 사후세계, 환생이나 전생, 윤회를 긍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초심리학이나 정신과학에 정통한 권위자들로 방대한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립된 결과를 발표하여 퇴옹의 윤회 사상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일정부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다만 퇴옹의 윤회관이 영혼이나 심령현상 등 완전히 증명되지 않은 사례를 무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불교의 윤회관과 연관지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즉 퇴옹의 윤회관은 그 자체의 옳고, 그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강조한 윤 회사상의 근간이 우주법계는 불생불멸의 법칙을 따라 생성, 변화하는 것이 眞如 의 본성이자 五蘊의 무더기인 인간은 無明에 의해 我相과 我執을 들어내고 생사의 고통과 번뇌에 신음하는 無常의 존재이지만 마음작용과 현상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깨달음의 주체라는 열린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는 그가 말한“원래 부처이자 본지풍광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참된 진리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퇴옹의 새롭게 확충된 인식은 그가 지속적으로 전개해온 불교 개혁을 필두로 불교의 근본정신을 공고히 하고 인간의 무한한 영속성과 존재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붓다의 참된 진리를 대중들에게 일깨우기 위한 廓徹大悟의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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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the Reincarnation Idea of Toeong Seongcheol's - Based on Scientific Interpretation of Reincarnation and Soul Problems -

Lee, Chang-Uk (Dongguk Univ.)

The purpose of this thesis is to draw deeper implications of Toiong Seongcheol Buddhist monk(禪師)(1912∼1993)‘s reincarnation.(輪廻). Toiong Seongcheol is the very person who left a lot of anecdotes in the Buddhist world. He read a lot of different Oriental and Western studies extensively since childhood and was mountains(山僧) who just devoted himself to Gudo(求道) as a Zen pries(禪僧) after joining the monastic order. The anecdote that he did Jangjwa Bulwa(長坐不臥) in Pagyesa(把溪寺) for 8 years and led an association organized for the success of sustained resolution of Bongamsa Temple(鳳巖寺結社) to carry out a reform of Buddhism have been the talk of the town until now. Like this he focused on the fundamental spirit and asceticism of Buddhism and took the following new steps to propagate the doctrines. First, he tried to prove Immortality(不生不滅) of Buddhism by combining it with scientific theories and emphasized in the middle(中道) ideas. Second, he brought a dispute of the Buddhist world by refuting Bojo Jinul(知訥)’s Donojeomsu(頓悟漸修) ideas, the Buddhist traditional practice method, and asserting Donodonsu(頓悟頓修). Third, he embraced the existence of souls and the afterlife which are hard to verify scientifically by bringing psychics or parapsychology to Buddhism. It is particularly noteworthy that the existing Buddhist reincarnation and the reincarnation preached to the public differed in terms of content, and Toeong brought scientifically unproven foreign psychic cases to recognize the reality of the soul and incorporate and accept it. However, this attempt means an expansion of awareness to place value that the existence of men is not the subject of disappearance(消滅) or the existence of vanity(無常). That is, it is the delivery process to expand the essence of Buddhism and ego’s enlightenment gradually by escaping from the doctrine of reciting Buddhism scriptures and finding the actual usage from the various academic viewpoints. He rarely showed himself in the world, but he is truly meaningful in that he tried to make a ideological change of modern Buddhism under the value of the reform of Buddhism beyond Oriental and Western academic introspection and suggested new Buddhist views to us by discerning the flow of modern scientific civilization and utilizing it as the base data to present excellence of the Buddhist doctrines and truth. Key words : Toiong Seongcheol a great Buddhist priest, reincarnation, Immortality, Key words : soul, the afterlife

 

투고일 : 2022년 03월 20일 심사일 : 2022년 04월 15일 게재결정일 : 2022년 04월 25일

새한철학회논문집철학논총 제108집ㆍ2022ㆍ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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