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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와 그 구술문화적 의미/김현주.서강대

차 례

1. 머리말

2.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

3.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의 구술문화적 의미

4. 맺음말

<논문개요>

이 글은 신화와 전설, 민담, 그리고 고소설에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 그러한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는 이야기들이 구술사회에서 어떤 사회 문화적 의미를 가졌을까를 추론해보았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보상하고 처벌하는 행위 를 애당초 가능하게 한 원초상황에서부터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보상하고 처벌하는 행위에 이 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총칭하는 상위의 거대 화소를 의미한다. 신화에서는 보상과 처벌의 서 사구조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무속신화가 그러하다. 그러나 문헌에 정착된 건국신 화는 처벌의 서사가 위축되고 보상의 서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것은 기록되는 과정에 서 신화의 서사 관습상 처벌의 서사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아 제거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설은 처벌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강화되어 있고, 민담은 보상의 서사가 상대적으 로 강화되어 있다. 그러나 고소설에서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신화에서처럼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신화와 달리 보상과 처벌의 서사적 짜임이 중층화를 지향하면서 그것이 정치사회적이고 가정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이와 같이 신화에서부터 전설과 민담 을 거쳐 고소설에 이르기까지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하나의 구술전통으로서 우리의 서사 체들에 줄기차게 이어져왔다. 상벌의 서사구조를 지닌 이야기들은 글이 없고 체계적인 법적 제도가 없었던 구술사회에서 윤리교육의 기능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 구조를 가진 이야기들은 정형화된 형식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되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경 계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기제로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 고소설의 대다수가 보상과 처벌의 서 사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볼 때, 그 심층적인 원류는 구술전통에 있음이 확인된다. 고 소설의 어법이나 통사구조뿐만이 아니라 서사구조의 측면에서도 구술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고소설이 비록 그 외양은 기술물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내적 자질은 구두 전승의 이야기 전통에 의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제어 : 보상, 처벌, 서사구조, ‘결핍 - 결핍해소’, ‘임무부여 - 임무완수’, ‘계약성립 - 계약 이행’, 탐색담, 경쟁담, 신화, 전설, 민담, 고소설, 주술, 금기, 구술문화, 윤리교육

1.서론

서사체에서 인간의 어떤 행위에 대한 결과로서 보상을 받거나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같은 서사전개과정을 지니고 있는 서사구조를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 또는 서사패 턴이라고 일컫고자 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보상하고 처 벌하는 그 행위만을 따로 떼어내 지칭하는 하나의 하위 화소가 아니라, 보상하고 처벌하는 행위를 애당초 가능하게 한 원초상황에서부터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보상하고 처벌하는 행 위에 이르기까지의 전과정을 총칭하는 상위의 거대 화소를 의미한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 속에 내포되어 있는 내부 서사구조들의 조직은 그리 간단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보상과 처벌이라는 행위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서 사구조나 서사패턴들의 중층적인 짜임을 동반하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상의 서사구조는 흔히 ‘결핍 - 결핍해소’라는 서사구조를 내포한다. 보상의 결과, 돈이나 명예, 또는 결혼과 같은 종전의 결핍 요소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핍 - 결핍 해소’의 서사구조 속에는 다시 ‘임무부여 - 임무완수’ 또는 ‘계약성립 - 계약이행’과 같은 서사구조가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거나 계약에 따라 행동함으 로써 보상을 받고 결핍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 보상의 서사구조가 흔히 갖는 정식이다. 그리 고 임무를 부여받고나서 주인공이 벌이는 일련의 행위는 ‘탐색담’이나 ‘경쟁담’이라 칭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행위의 주체가 적대자의 적대행위에도 불구하고 조 력자의 도움을 받아 객체를 획득하기 위한 탐색으로 되어 있는 서사체가 탐색담이며, 탐색 하는 과정이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력경쟁이나 지혜경쟁을 벌이는 이야기가 경쟁담 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야기 속에는 ‘절리 - 시련 - 귀환’이라는 통과의례적 서사구조 가 담기기도 하고, ‘금기 - 위반’이라든가 ‘속임 - 속음’ 등의 하위 층위의 서사구조들이 여 러 곳에 분편화되어 존재하는 경우 또한 많다. 이와 같이 보상의 서사구조는 여러 단계의 하위 층위의 서사구조들을 내포하는 거대 서사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처벌의 서사구조는 처벌만이 서사구조화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보상의 서사구조 속에 내재 되어 동시에 진행되거나, 보상의 서사와는 별개로 진행되되 보상의 서사와 연립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처벌만이 서사구조화된 경우는 주인공의 행위에 대해 벌이 주어짐으로써 귀결 되는 이야기인데, 부여받은 임무를 잘못 수행했다든가 금기를 어겼다든가 하는 서사구조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의 서사는 보통 보상의 서사와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보상 의 서사구조 속에 처벌의 서사구조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는 주인공이 임무를 완수하여 보상 을 받는 반면 또 다른 주인공이나 적대자는 처벌을 받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보상과 처벌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편 보상과 처벌이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보상의 서사가 다 끝난 후 처벌의 서사가 시작되거나 처 벌의 서사가 먼저 있은 후 보상의 서사가 이어지거나 한다. 전자의 경우로는 흔히 ‘모방담’ 이라고 불리는 서사가 그러한데, 보상을 받은 주인공을 시기한 또 다른 주인공이 모험에 나 섰다가 낭패를 당하는 이야기류가 그러하다. 후자의 경우는 주인공이 잘못을 저질러 축출되 었다가 어려운 과정의 시련을 겪은 후에 다시 인정받게 된다는 서사 진행을 보여준다. 처벌 의 서사구조 속에도 보상의 서사구조와 마찬가지로 ‘임무부여 - 임무완수’ 또는 ‘계약성립 - 계약이행’과 같은 서사구조가 내포되어 있고, 탐색담과 경쟁담의 구조도 내포되어 있다. 다만 그것이 임무나 계약의 잘못된 수행이고, 잘못된 탐색이나 경쟁이라는 점이 보상의 서 사와 다를 뿐이다.1)

1) 이상의 논의는 다음과 같은 논의들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졌다. · Alan Dundes, “The Making and Breaking of Friendship as a Structural Frame in a African Folk Tales”, P. Maranda & E. K. Maranda ed., Structural Analysis of Oral Tradition, Pennsylvania Univ., 1971, 171-185면. · Alan Dundes, The Morphology of North American Indian Folktales, FF Communi-cations No. 195, Helsinki, 1980. · Rina Drory, “Ali Baba and the Forty Thieves : An Attempt at a Model for the Narrative Structure of the Reward-and-Punishment Fairy Tale”, Heda Jason & D. Segal ed., Patterns in Oral Literature, Mouton Publishers, 1977, 31-48면. ․Claude Bremond, “The Morphology of the French Fairy Tale : The Ethical Model”, ibid, 49-76면. · Heda Jason, Whom does God favor : The Wicked or the Righteous?, FF Communi-cations No. 240, Helsinki, 1988.

 

이와 같이 보상과 처벌의 서사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막상 분석하고자 하면 보 상과 처벌의 서사체와 그렇지 않은 서사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보상과 처벌의 개념과 범주를 대강은 정하는 것이 필요 하리라 여겨진다. 먼저 주인공에게 닥친 단발적인 행운이나 불운을 보상이나 처벌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 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돈을 주웠다”거나 “어떤 사람이 길 을 가다가 똥을 밟았다”거나 하는 행위를 보상과 처벌의 서사로 볼 수 있을까? 물론 이 서 사들도 그 잠재적인 맥락까지를 감안한다면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 고는 있다. 즉, 그런 징조를 보이는 꿈을 꾸거나 누군가로부터 예시를 받은 다음에 그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보상과 처벌의 서사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표현되지 않은 맥락까 지 임의로 감안하고 보충하면서 서사체를 해석해야 할 당위성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러한 점에서 볼 때 보상과 처벌을 주관하는 주체의 유무와 그의 성격이 보상과 처벌의 서사 적 요건으로 중요하게 된다. 보상과 처벌을 내리는 주체가 분명하게 존재해야 하며, 만약 그것이 분명치 않더라도 ‘하느님’이나 ‘백성들’과 같이 주체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 을 만큼은 되어야 할 것이다. 돈을 줍거나 똥을 밟은 서사에서는 기껏해야 ‘운수’ 정도가 주 체로 인정될 수 있을 법한데, 운수와 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대상을 행위 주체로 본다면 범주가 너무 넓어져서 보상과 처벌이라는 행위의 초점이 모호해지고 분석의 예각성을 상실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요컨대 행위의 동기에서부터 그것의 마무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동반하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는 단발적인 행운과 불운의 화소들까지 모두 보상과 처벌의 서 사로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나중에 보상을 받게 되는 주인공의 앞선 시절에 겪게 되는 시련과 박해를 처벌로 보 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그러한 시련과 박해도 그것을 주관한 주체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일종의 처벌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러한 서사는 먼저 처벌을 받은 다음에 그것을 극복하고 입공해서 보상을 받는 전개라고 볼 수도 있는 것 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처벌로 보기 위해서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거나 잘못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이 선명하게 나타나야 하며, 처벌하는 주체의 성격과 의지 또한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처벌하는 주체가 윤리적으로 정당성을 지녀야 한다. 윤리적 정당성을 지니지 못한 주체가 내리는 처벌은 부당한 박해나 탄압으로서 일종의 ‘잘못된 처벌’이다. 그러한 처 벌까지 처벌로 본다면 처벌의 일원성이 흔들려 분석 목표가 혼란을 겪을 우려가 있기 때문 에 처벌과 시련이나 박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서사체의 마지막에 보상을 받은 주인공이 그동안 자신을 탄압한 적대자를 처벌하는 대 신 용서하고 개심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처벌로 보아야 할 것인지의 여부 또한 문제가 된다. 용서와 개심 유도는 물리적인 처벌 대신에 선택한 일종의 변이형으로서 이는 처벌의 효과를 그대로 지닌다고 보여진다. 그것은 관용의 미덕이 강조될 필요가 있을 때 물리적인 처벌 대신 취해지는 것일 뿐이므로 처벌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된다. 그리하여 보상과 처벌의 서사체 여부를 판정하고자 할 때에는 상당히 이중적인 잣대가 적용 되는 것 같다. 즉, 보상과 처벌의 서사체의 외연을 넓히고자 하거나, 아니면 내포를 엄격하 게 제한하고자 하는 양면의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문맥이 부분적으로 일실된 것들 이나 의도적으로 변형된 것들까지 보상과 처벌의 서사에 포섭함으로써 대상을 넓혀 서사적 해석틀이나 의미망을 확장하고 역사적 변이까지를 살필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고자 할 수도 있는 반면, 서사체의 판정 기준을 엄격하게 하여 분석의 예리함만을 집중적으로 추구하고자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보상과 처벌의 화소를 지닌 서사체에 대한 시론적 성 격의 연구이기 때문에 약간 애매모호한 것이 있을 경우에는 전자의 입장에서 범위를 확장하 는 방향에서 연구의 대상을 구하고자 한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오랜 구술 전통 속에서 견고한 형태로 전승된 서사구조일 것으로 생각된다. 행위에 따라 상벌이 따른다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경계를 준다는 점에 서 보상과 처벌의 서사체들은 법적 체계가 미비하고 윤리의식을 선양하는 사회적 기제가 발 달되지 않았던 고대 사회에서 그 의의가 막대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대 인의 사유체계나 행동강령 등이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 속에 상당 부분 용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기실 전통적인 구술 장르인 신화 · 전설 · 민담, 그리고 그러한 구술 전통을 이어받은 고소설에서 우리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빈번하게 발견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신화와 전설, 민담, 그리고 고소설에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대략 살펴보고, 그리고나서 그것이 구술 사회에서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 화적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글은 우리 고전 서사체 전반에 나타나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더듬는 셈이므로 정치한 분석은 기대하기 무망하고 개괄적인 기술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정된 범위 내에서나마 구조적 틀을 세워보고 의미의 방향을 설 정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2.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

1)신화

신화에서의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처벌의 서사가 위축되고 보상의 서사가 두드러짐을 보여준다. 그것은 신화에서 그려지는 주된 행위가 신적 또는 영웅적 존재의 장엄한 성취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따라서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일을 그르쳐 실패하거나 해서 누가 처벌 을 받는 일에는 그만큼 초점이 허여되지 않는 신화의 서사 관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 다. 신화는 어떤 인물의 참담한 실패담이 아니라 신이로운 성공담이므로 처벌의 서사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듯하다. 그러나 처벌의 약화 현상은 문헌에 정착된 건국신화에 주로 해당되는 것이지 구전되어 내려온 무속신화에는 그렇게 맞아떨어지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볼 때 신화는 원래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겸비하고 있었는데, 신화의 기술 방식이 변해서 어떤 인물의 성공적인 행위에 초점을 집중하게 되었거나, 아니면 전승과정에 서 표기수단 및 전승집단의 성격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서사구조가 변형되지 않았나 생각 된다. 건국신화에서는 보상의 서사가 비교적 강하게 드러난다. 건국신화는 국가 창건이 서사의 최 종 목적지이기 때문에 국가 부재가 ‘결핍’이라면 ‘결핍해소’는 국가의 창건이 된다. 물론 건국신화에 나타나는 이러한 보상은 일반적인 물적 보상 체계는 아니지만 그 심층 의미를 보면 그 또한 보상인 것이다. <단군신화>에서 환인(桓因)은 보상의 주체라고 할만하다. 세상을 탐하는 아들의 뜻을 간파 하고 천부인과 무리 삼천을 주어 인간 세계를 다스리게 함으로써 결국 그 손자대인 단군에 이르러 고조선을 창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명시적으로는 임무를 부여하거나 계 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임무가 부여되고 계약이 성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명시적으로 임무가 부여되는 경우도 우리는 건국신화에서 볼 수 있다. <김수로왕 신화>에 서는 수로로 하여금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고 임무를 부여한 주체(하늘)가 직접 언명되 고 있다.2)

2) “하늘이 나에게 명령하신 것은 이곳에 와서 나라를 세워 임금이 되라 하셨다. 그래서 내려왔다.”(皇天所以命 我者 御是處 惟新家邦 爲君后 爲玆故降矣)고 하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다.

건국신화는 건국이 당위론적인 대원칙으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웅장하고 장엄하고 낙관적 인 태도로 서사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건국 주체가 온갖 간난을 비장하게 극복하고 국가 를 창건한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건국신화에서는 결핍 이 해소되는 서사체에서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탐색담이나 경쟁담, 그리고 처벌의 서사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풍부하게 담겨 있지는 않다. 이는 우리의 건국신화가 기록되는 과정에서 취사선택되고 굴절 · 변형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동명왕신화>와 같은 건국신화는 고난을 극복하고 국가를 창건하는 과정과 그 과정 에서 빚어지는 탐색과 경쟁의 이야기들을 비교적 많이 담고 있다.3)

3) 여러 본들 중에서도 이규보의 <동명왕편>이 보상과 처벌의 서사를 가장 풍부하게 담고 있다. 김두진, 한국 고대의 건국신화와 제의 , 일조각, 1999, 128-35면 참조.

주몽이 알로 태어나서 버려지고 다시 거두어지며, 왕자들의 시기와 박해를 받고 이를 피하기 위해 위계를 부리고, 결국 동물들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망명하여 고구려를 건국하는 일련의 과정은 형태적 으로 잘 짜여진 탐색담임을 보여준다.4)

4) 김열규, 한국민속과 문학연구 , 일조각, 1971, 53-74면 참조.

주몽은 국가 창건을 탐색하는 주인공인 셈이다. 탐 색을 지시하거나 명령한 주체, 또는 국가를 창건하라는 임무를 부여한 주체에 대해 <동명왕 신화>는 분명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문맥상 그것은 <단군신화>와 흡사하게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가 그런 임무를 천제로부터 받았다고 할 수 있고, 그것은 그 아들대로 승계되 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보상의 서사에는 ‘결핍 - 결핍해소’의 구조 속 에 ‘임무부여 - 임무완수’나 ‘계약성립 - 계약이행’과 같은 서사구조도 들어 있고, 탐색담의 구조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담의 구조도 분편화되어 들어 있는데, 해모수와 하백의 변신 경쟁이라든가, 왕자들과의 사냥 시합, 그리고 송양왕과의 지혜 경쟁 등이 그러 하다. 물론 경쟁담은 탐색담과 동위의 서사층위라기보다는 일련의 탐색 과정에서 각종 위기 를 헤쳐나가는 방법으로 나타난 것이므로 탐색담 속에 내포된 서사층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 다. <동명왕신화>는 잘 짜여진 탐색담이지만 탐색의 결과 국가 창건이라는 보상이 내려지는 반 면 처벌의 서사는 퇴화된 느낌을 준다. 주몽이 알로 태어났다해서 길에 버려진 것을 처벌로 볼 수는 없을 듯하다. 그것은 처벌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탄압이나 박해에 가깝다. 또한 그 것은 난생의 영웅성 내지는 고귀함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므로 부당한 박해인 것이다. 이보 다는 유화가 해모수와 은밀히 사통함으로써 하백의 노여움을 사 귀양살이를 한 것이나, 주 몽이 지혜경쟁과 주술을 통해 송양왕을 이겨 나라를 빼앗은 것을 처벌로 보는 것이 오히려 근리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동명왕신화>에서 처벌의 서사는 미약하게 감지될 뿐이 다.5)

5) 주몽을 박해한 금와왕의 아들들에게 복수를 했다면 그것은 분명한 처벌의 서사가 될 것이다.

신화에도 원래 처벌의 서사가 많이 있었을 가능성은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무속신화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무속신화인 <바리공주>와 <당금애기>는 모두 처벌받은 다음에 보상을 받는 서사구조를 보여준다. 바리공주는 일곱째 딸로 태어난 죄로 강보에 싸여 함에 넣어진채 강에 버려진다. 이를 처벌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데, 벌 의 동기가 분명하고(대왕마마의 입장에서는 벌을 내릴만한 이유가 되며 윤리적인 정당성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버려진 기간도 상당히 길고 그동안 온갖 고난을 겪었으 며 나중에 받게 되는 보상을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처벌로 보 아도 무방하다고 본다. 바리공주는 이렇게 처벌을 먼저 받은 다음 보상을 받게 되는데, 처 벌과 보상을 내린 주체가 동일하고 또 그 주체가 부모라는 점에서 바리공주의 위대함은 더 욱 강조된다. 바리공주는 서천서역국의 약수를 구하여 오는 임무를 대왕마마로부터 부여받 고(바리공주가 자원한 것이지만 그 심층의미는 임부부여고 계약체결이다) 험한 탐색 끝에 임무를 완수하여 부모의 생명을 구하고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무조신(巫祖神)이 된 다. <바리공주>는 바리공주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주체도 선명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주체가 겪는 시련과 그 극복의 과정도 치밀하게 짜여져 탐색담으로서도 완미한 모습을 보여준다. <당금애기>는 부모와 오라버니가 없는 사이에 중과 사통한 죄로 돌함 속에 갇히는 벌을 받 는다. 그러나 굴 속에서 낳은 아들들과 함께 애들 아버지(천상의 시준님)를 찾아나서 험한 여정을 거친 후 드디어 사람들에게 아들딸 낳게 해주는 삼신할머니로 좌정하는 보상의 서사 를 보여준다. 이와 같이 <바리공주>와 <당금애기>는 먼저 처벌을 받고 고난의 과정을 거친 후 드디어 보상을 받는 서사 전개를 보여준다. 이들의 처벌은 처벌의 과정이 일관성이 있 고, 처벌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도 있어 처벌의 서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편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병행하는 형태를 보여주는 무속신화도 있다. 이를테면 칠성풀이 굿에서 불려지는 <수명장수신화>와 같은 것이다. 이 신화는 두 경쟁자가 한쪽은 보상을 받 고 다른쪽은 처벌을 받는 형식이므로 보상과 처벌이 서사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일어난다. <수명장수신화>는 일종의 처첩 갈등이 깔려 있는 신화인데, 칠성님과 본부인인 질대부인,그리고 후실인 옥녀부인 사이의 갈등을 담고 있다. 칠성님과 질대부인이 결혼을 하여 아들 일곱 쌍둥이를 낳으니 칠성님이 금수같다고 하여 질대부인을 소박하고 천상의 옥녀부인에게 후실 장가를 든다. 아이들이 자라 칠성님을 찾아와 부자간임을 확인하자 옥녀부인이 질투하 여 병이 든 체하고 자기 병은 일곱 아이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한다. 칠성님이 동물의 도움 을 받아 짐승의 간을 갖다주고 몰래 보니 옥녀부인은 간을 먹지 않고 버린다. 결국 옥녀부 인의 속셈을 알아채고 죄를 물어 옥녀부인을 작두날에 죽인다는 내용이다.6)

6) 김태곤 편, 한국무가집 3, 집문당, 1978, 353-8면.

한편 <손님풀이 무가>는 강남국의 손님들이 조선국에 들어와 자신들을 잘 대접하면 자손과 재물을 주고 박대하면 병을 주거나 목숨을 가져가는 벌을 내린다는 비교적 단순한 서사구조 로 되어 있다. 손님들이 여러 곳을 다니면서 보상도 하고 처벌도 하는 이야기들이 열거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서 무가의 단순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잘 보여주는 예가 된다. 신화는 신적이거나 영웅적인 인물의 신성스러운 이야기이므로 보상의 서사를 위주로 하여 짜여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무속신화에 담겨 있는 처벌의 서사를 미루어 보건대, 그리고 탐색담과 경쟁담의 요소를 비교적 잘 갖추고 있는 신화의 속성을 짐 작해보건대 보상의 서사에 버금가게 처벌의 서사도 갖추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는 무속신화에서 처벌과 보상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형식도 볼 수 있고, 보상과 처벌이 병행 하면서 동시에 얽혀 진행되는 서사 형식도 볼 수 있으며, 보상과 처벌이 단순히 열거되는 옴니버스 형식도 볼 수 있다. 무속신화는 구전되어 온 것이어서 비록 많은 세부적인 사항들 이 변화를 겪었을지언정 서사의 중심 골격은 오히려 큰 변화를 입지 않고 원형 그대로를 간 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데, 그래서 문헌 소재 건국신화에 비해 무속신화에는 처벌의 서사 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생각된다. 반면 건국신화는 기록되는 과정에서 기록자의 성격에 따라 의도적으로 취사선택되거나 굴절 변형되는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신화의 서사 관습상 처벌의 서사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아 제거되었을 수 있는 것이다.

2)전설과 민담

처벌의 서사가 신화에도 많았을 가능성은 전설의 경우에 비추어보아도 알 수 있다. 전설에 는 민중 영웅적인 인물의 비장한 좌절담과 같은, 신화적인 영웅과 비슷한 인물에 대한 처벌 의 서사가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범박하게 보아 전설은 처벌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강화되 어 있고, 민담은 보상의 서사가 상대적으로 강화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전설에도 보상의 서사가 있고, 민담에도 처벌의 서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르별로 유형을 따져 볼 때 상대적인 비중이 다르다고 판단된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공존하는 경우에도 전설 은 처벌에, 민담은 보상에 강조점을 더 두고 있는 듯하다. 이 점은 전설이 세계의 횡포 앞 에서 자아가 좌절을 경험하는 데 반해, 민담은 자아와 세계의 관계에서 자아의 우위에 입각 해서 자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논의7)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7) 조동일, 한국소설의 이론 , 지식산업사, 1977, 104-136면 참조.

인물 전설들은 <아기장수>의 경우처럼 미지의 힘에 의해 좌절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만 욕망하는 대상을 획득하고 성취하는 성공담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보상의 서사 구조를 지 닌 그러한 전설들도 민담처럼 초현실적인 낙관주의로 들떠 있지는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계월향(桂月香)>의 전설에서 계월향은 평양성을 함락시킨 일본 적장을 유혹하여 김응서로 하여금 적장의 목을 치게 함으로써 평생의 원하던 바를 이루지만(소망을 이루는 것 이 보상을 받는 것이다) 적장에게 더럽혀진 몸을 더 이상 지탱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결한다. 보상 이후에 비극적인 결말로 귀결되어서 그렇게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계월향에 대한 보상보다는 일본 적장에 대한 처벌에 강조점이 놓여 있기 때문에 전설은 보상의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도 낙관적인 정조가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 지명이나 지소와 관련된 전설에도 처벌의 서사 구조를 지닌 것들이 많다. <삼선(三仙)못의 유래>를 말해주는 지명전설은 선녀가 되려다 못에 빠져죽은 처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한 처녀의 소망이 목욕하는 선녀를 따라 천상에 가서 선녀가 되는 것인데, 깜박 잊고 벌거벗고 따라가는 바람에 상제가 내쳐서 못에 떨어져 죽었다는 것이다. 이 전설은 선녀가 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실패하여 처벌을 받는다는 심층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 라에 광포된 전설 중의 하나인 <장자못 전설>은 임무를 주는 주체와 처벌을 내리는 주체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는 전설이다. 인색한 장자를 시험하기 위해 시주나온 스님은 임무를 부여하고 처벌을 내리는 주체의 대행인이라 할 수 있다. 장자는 심성이 고약하여 시주를 요 청하는 스님에게 두엄이나 쇠똥을 바랑에 담아주어 집터와 함께 땅 속으로 함몰되는 처벌을 받는다. 주어진 임무를 잘못 수행하여 벌을 받는 것이다. 장자의 인색한 행위를 보고 장자 의 며느리가 스님을 은밀하게 불러 바랑에 쌀을 넣어줌으로써 그녀는 구원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녀는 스님을 따라 집을 떠나면서 무슨 소리가 뒤에서 나더라도 뒤돌 아보아서는 안된다는 금기(임무)를 어겨 그녀 역시 돌이 되는 처벌을 받는다. 이 전설은 심 성이 고약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똑같이 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문제를 불러 일으키 나, 사회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공인된 금기사항을 지키는 임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 들간의 약조 같은 비공인의 금기사항도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사실 전설에는 처벌의 정당성 여부가 문제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아기장수> 전설이라든가 <오뉘 힘내기> 전설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민담에는 누구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지도 않고 누구와 계약을 맺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주 우 연하게 갑자기 행운이 굴러 들어온다는 서사 유형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많은 민담의 주 인공은 그저 심성이 착해서, 또는 그저 가난해서, 또는 어쩌다 길을 가다가 복을 받는다. 그 들에게는 어떤 뚜렷한 의식이 없고, 그들의 행위에는 동기 부여가 분명치 않은 것들이 많 다. 이러한 민담 유형은 보상을 주는 주체도 분명치 않고, 무엇때문에 보상이 이루어지는지 도 확실치 않아 임무나 계약과 같은 서사 구조를 추출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앞서도 언급 한 바와 같이 이러한 민담을 보상의 서사라고 할 수는 없다. 이에 비해 까치 · 잉어 · 두꺼비와 같은 동물을 구해주고 보은을 받는 이야기류는 보상의 서사 구조를 훨씬 분명하게 갖고 있다. 동물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처량한 모습을 띠고 등장 한다는 사실 자체가 민담의 주인공에게 주어진 하나의 시험이다. 이를 좀더 심층적으로 해 석한다면 민담의 주인공은 하늘이나 동물의 주관자로부터 그 동물을 구하라는 하나의 임무 를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민담의 주인공이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하거나 살게끔 돌봐주 는 행위는 임무의 완수다. 이러한 류의 이야기들에서 그 동물이 천손이거나 용자이거나 하 다는 사실은 그러한 해석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요소들일 것이다. 좀더 보상의 서사다운 이야기는 임무 부여나 계약 체결과 같은 서사구조가 분명하게 보이는 이야기들이다. 이를테면 주인공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그것을 푼 주인공에게 보상이 내리는 이야기들이나, 도사나 스님, 그리고 지관이나 점장이가 한 말에 따라 일을 마치고 행운을 받는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에는 보상의 동기도 확실하고 보상을 내리는 주체도 선 명하다. 다만 임무가 부여되고 난 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주인공이 벌이는 탐색과 경쟁의 과정들이 너무 간단하거나 굴곡과 변전이 별로 없다는 점이 지적될 수는 있다. 보상의 서사이되 긴박감으로 충만한 이야기로는 <지하국대적제치설화>가 대표적이다. 도적 에게 딸을 빼앗긴 어느 장자가 방을 붙여 누구라도 딸을 찾아오는 자에게는 자기 재산의 반 과 딸을 주겠다는 것을 약속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이 도적을 찾아가는 과정 과, 굴 속에서 딸의 도움으로 대적을 죽이는 과정, 그리고 밧줄을 타고 굴 밖으로 탈출하는 험난한 과정 등이 긴박감있게 전개된다. 주인공 무사에게 약속한 보상이 내려지는 것이 대 단원인 이 이야기는 가장 흥미로운 탐색담 유형을 내재한 이야기일 것이다.8)

8) <지하국대적제치설화>의 탐색담적인 성격이나 보상의 서사구조가 논해진 바 있다. 김열규, 앞의 책, 84-99 면 참조. 송효섭, 「구조주의 민담론」, 김열규 외, 민담학개론 , 일조각, 1982, 177-212면 참조.

잘 짜여진 탐 색담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설화는 <동명왕신화>와 같은 신화적 성격을 비교적 많이 갖고 있다고 하겠다. 민담에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상만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많지만 보상과 처벌의 서 사가 함께 있는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지하국대적제치설화>의 이본에도 보상과 처벌의 서 사가 함께 있는 것이 있다. 즉, 굴 속에 들어간 주인공이 돌아올 때 밧줄을 끌어 올리는 임 무를 부여받은 종자(從者)들이 공주만 끌어올리고 주인공 차례에 밧줄을 끊고 굴 입구를 돌 로 막아버리는 공훈 탈취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종자가 공주를 왕에게 바치고 공을 중간 에 갈취하여 상금을 받고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려는 순간 어렵게 굴을 빠져나온 주인공이 이들을 처벌하고 공을 되찾는다는 이야기이다. 보상의 서사만으로 구성된 이야기에 극적인 반전이 부가된 이 이야기에서 처벌의 서사는 보상의 서사 속에 내포된 형태로 존재한다. 민담에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연속적으로 병렬된 형태도 있다. 보상의 서사가 먼저 있은 다음에 처벌의 서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모방담 내지는 흉내내기담이 이 형태 의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혹부리 영감’이라든가 ‘도깨비 방망이’, 그리고 ‘금도끼 은 도끼’ 등이 바로 그러한 이야기 유형이다. 주인공 ‘갑’은 마음이 착하고 정직하여 보상을 받 는다. 그러나 주인공 ‘갑’의 말을 들은 착하지도 않고 솔직하지도 않은 주인공 ‘을’은 ‘갑’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내다가 처벌을 받는다. 이러한 모방담은 보상의 주체에게 주어진 임무가 분명치 않은 점이 있으나 그들의 심성의 착함이나 솔직함 등을 시험하는 것 그 자체가 그들 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볼 수 있다. 모방담은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보상을 받고 처벌을 받는 주체가 달라지지만 주체가 같으면 서도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연속적으로 병렬된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에게 보상이 주어지고 난 다음 주인공이 보상의 물건을 남용하거나 오용해서 처벌을 받는 유형의 이야기들이 바로 그러하다. 운좋게 도깨비감투를 얻은 사람이 그것을 쓰고 도둑질을 하는 바람에 벌을 받는 이야기나, 불심이 신실한 사람에게 쌀이 나오는 바위구멍이 주어졌는데 욕심을 부려 크게 하려다가 쌀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같은 사람에게 보상이 주어졌다가 처벌이 다 시 주어짐으로써 본래의 상태로 돌아오게 되거나 안 받을 벌을 받게 된다. 반대로 처벌이 먼저 있은 다음에 보상이 주어지는, 처벌과 보상이 연속적으로 병렬된 형태 의 이야기도 있다. 절간 같은 곳에서의 수행을 완료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거나, 깎은 손톱 발톱을 함부로 버린 사람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기 집에 자신과 똑같은 주인공이 자기의 행세를 함으로써 자신은 집에서 쫓겨나는 벌을 받는다. 그리하여 험한 유랑으로 고 생을 한 다음 가짜를 몰아내는 방법을 알게 되어 집으로 귀환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또한 보상의 서사가 뒤에 나오지만 처벌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보상의 결과는 원상태로 회 복되는 것이다. 민담의 경우 보상의 서사가 처벌의 서사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계량적 인 측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처벌보다는 보상에 진술의 강조점이 두어져 있다는 사실일 것 이다. 민담에서 보상의 서사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되는 반면 처벌 에 대한 서사는 간단하게 진술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민담이 처벌의 서사가 갖 는 비장미의 약화 내지는 해학미의 강화 현상을 나타내는 장르라는 점을 지적해도 좋을 것 이다.

비장미의 약화와 해학미의 강화는 동일한 현상에 대한 양면적 해석으로서 민담이 그 렇게 보이는 이유는 민담 전반에 흐르는 낙관주의적인 현실인식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 각된다. 그래서 민담 속의 인물이 벌을 받더라도 그것은 환상 세계 속에서의 한 토막의 동 화로 느껴지고, 징벌이 전혀 진지하지 않게 저만큼 거리를 두고 이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전설은 처벌의 서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고, 민담은 보상의 서사를 부각 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전설에서는 세계의 경이로움이 자아의 욕망을 압도하는 양상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민담에서는 자아의 욕망이 실현되는 현상에 강세점이 두어지기 때문이 라고 할 수 있다.

3)고소설

고소설에서는 보상의 서사와 처벌의 서사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병행한다. 보상의 서사가 두드러지게 강하거나 처벌의 서사가 심하게 강조되거나 하는 경우가 없이 양자가 균 등하게 진행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고소설의 이러한 균형성은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어느 일방으로 들쭉날쭉하게 구성되는 경향을 보여주는 전설이나 민담과는 다른 자질이다. 그것 은 신화와 보다 가까운 자질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균형성이 여러 성격의 하위 장르들에 따라 심하게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고소설은 균질적이기도 한데, 이는 성격에 따라 편차가 심한 신화의 경우와는 다른 점이다. 고소설에서 보상과 처벌의 서사는 중층화를 지향하면서도 그것이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 다. 보상과 처벌이 단발적으로 귀결되지 않고 보상과 처벌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반전되는 등 중층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전개되는 것이다. 흔히 고소설은 정의와 불의가 대립하고, 충 신과 간신이 대립하며 정실과 후실이 반목하는 것과 같은 이항 대립소의 부침에 따라 보상 과 처벌이 일어난다는 특징을 지닌다. 설화에서와는 달리 고소설에서는 보상과 처벌이 정치 사회적이거나 또는 가문적인 선악 갈등을 이야기 바탕에 깔고 전개되는 것이다. 고소설은 보상의 서사와 처벌의 서사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나란히 진행된다는 특징 을 보여준다. 즉, 한쪽이 보상을 받으면 다른 한쪽은 필연적으로 처벌이 뒤따르고, 한쪽이 벌을 받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보상이 뒤따르는 병행 구조인 것이다. 그러므로 양쪽은 완 전히 반대되는 성격의 개인이나 집단이 된다. 고소설에서 충신과 간신의 대립 갈등이 빚어 내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가장 흔한 것은 이러한 점을 말해준다. 간신의 모함으로 충신이 핍박받다가 충신의 아들대에서 커다란 공을 세우고 인정을 받아 영화를 누리고 사악한 간신 배는 처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일군의 우리 고소설들이 갖고 있는 정식적인 서사 골격이 다. <조웅전> · <유충렬전> · <소대성전> · <정수경전> · <옥루몽> 등 조선조 때 대중적으 로 많이 읽혔던 영웅소설들의 구조가 모두 그러하다. <조웅전>에서는 좌승상 조정인이 간신인 우승상 이두병의 참소를 입고 음독자살한다. 조정 인의 아들 조웅이 크면서 총명함을 보이자 이두병의 아들 이관이 조웅을 시기하고 죽일 계 교를 꾸미나 조웅은 슬기롭게 빠져나간다. 이두병이 결국 나이어린 황제를 축출하고 자칭 황제가 되나 조웅이 위국대원수가 되어 이두병과 그의 아들을 징치하게 된다. 이와 같이 <조웅전> 은 한때 곤욕을 치뤘으나 나라의 영웅이 되어 보상을 받은 충신 집안과, 한때 권좌를 누렸 으나 불의의 마음을 품어 처벌을 받는 간신 집안의 이야기로 조직되어 있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병행 귀결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조정의 권력 다툼이 아니라 가정 내부의 갈등으로 인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도 고소설에 흔히 보이는 정식이다. 본처와 후처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가족의 이산과 재상봉을 테마로 한 고소설들도 거의 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지닌다. <소대성전> 등과 같이 영웅소설 속에 겹으로 가정의 갈등을 배치한 소설도 많다. 그러나 <사씨남정기> · <창선감의록> · <장풍운전> 등과 같이 본격적으로 가정 내의 처첩들간의 갈등이 중심 내용인 본격적인 가 정소설 또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구비하고 있다.9)

9) 신화에도 <수명장수신화>나 <서귀본향당본풀이>처럼 처첩간의 갈등이 중층 복합적으로 짜여져 있는 작품이 있다.

이들 소설들에서는 마지막에 이르 러 사악한 후처를 징치하는 대신에 후처를 뉘우치게 하고 또는 용서해주는 결구를 지닌 것 들도 많은데, 이는 보상을 받은 주체의 관대한 심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뿐 처벌의 서 사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하국대적제치설화>는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병행하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야기 유형인데, 고소설에도 이와 같은 유형의 이야기 구조를 가진 것 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만큼 이 설화는 종종 소설의 제재로 취택될 만큼 보상과 처벌의 서 사가 촘촘하게 유기적으로 짜여져 있는 것이다. <김원전>이나 <금방울전>, <최고운전> 등 이 그러한 것들이다. 고소설에서 주인공이 먼저 처벌을 받은 후 나중에 보상을 받는 형식도 있다. 이는 주인공이 천상세계에서 잘못을 저질러 그 벌로 지상세계에 적강한 유형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적강소 설들은 천상세계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잘못 수행하고 그로 인해 벌을 받는다는 일련 의 서사 과정을 뚜렷하게 갖고 있다는 점10)에서 처벌의 서사구조가 먼저 배치된 소설로 봐 야 할 것이다.

10) 성현경, 한국소설의 구조와 실상 , 영남대 출판부, 1981, 10-33면 참조.

그것이 일부 소설에서 시간이 지난 다음 회상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서술 순서와 관계없이 처벌이 선행하는 형태에는 변함이 없다. 천상세계에서 적강 한 존재들은 거의 대부분 후반에서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영달한 존재가 되기 때문에 처벌과 보상의 서사가 연접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11)

11) <바리공주>나 <당금애기>와 같은 무속신화들도 앞서 본 바와 같이 먼저 벌을 받은 후 나중에 보상을 받는 서사구조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 무속신화가 처벌 과정에 대한 서술이 비교적 상세하고 여성 주체의 수난 과정(‘여성수난’에 대해서는 서대석, 한국무가의 연구 , 문학사상사, 1980, 19-254면 참조)을 보여주는 데 반해 적강소설류는 처벌 과정에 대한 서술이 짧기도 하거니와 희미한 과거지사로 진술되며 대부분 남성 주체 의 지상의 삶이 유배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무속신화나 적강소설이나 다 같이 처벌의 강도보다는 나중에 주어지는 보상의 강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성취담에 가까운 형태가 되고 있다.

<곽해룡전>이나 <백학선전> 등 수많은 적강 소설들과 <심청전>과 같은 판소리계 소설, 그리고 <구운몽>과 같은 몽자류 고소설들도 여 기 해당될 것이다. 고소설에서 보상의 서사구조만 갖고 있는 형태는 발견하기 힘들다. 아마도 그것은 그렇게 될 경우 민담적 세계관에 근접하게 됨으로써 민담에 편입되지 고소설에 편입되기는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만 반대로 보상의 서사구조가 보이지 않고 처벌의 서사구조 만이 부각된 고소설은 약간 있는 듯하다. <옹고집전>과 <배비장전>, 그리고 <변강쇠가>와 같이 판소리계열의 고소설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하리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약간의 판소리 계열의 작품들이 그만큼 자아의 성취보다는 세계의 횡포 쪽에 무게를 두면서 멀리서 거리를 두고 현실을 인식했던 세계관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그것은 처음 에는 단순하게 어떤 일을 경계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은 짤막한 서사체로 시작되었지만 거기 에 차츰 흥미로운 이야기 요소들이 덧붙어 제법 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처벌의 서사가 강조된 고소설들은 전설과 친연관계를 갖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소 재 자체가 비극적인 결말로 귀결된 것에 대한 서사체인 전설과, 허구적이든 사실적이든 현 실에 대한 인식 자체를 세계의 횡포와 개인의 좌절에서 이끌어내고 그것을 끝까지 관철시키 는 고소설은 경계선을 분명히 한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고소설의 구조는 민담이나 전설보다는 오 히려 신화의 구조에 근접하고 있다. 그것은 보상과 처벌의 구조를 함유하기 마련인 영웅의 일대기 혹은 영웅의 전기적 유형이 신화에서 흔히 발견된다는 사실12)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다.

12) 김열규, 「민담과 이조소설의 전기적 유형」, 앞의 책, 84-99면 참조 ; 조동일, 「영웅의 일생, 그 문학사적 전 개」, 동아문화 10, 동아문화연구소, 1971, 165-212면 참조.

보상과 처벌의 서사 구조에 관한 한 고소설은 신화에 보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 다. 다만 신화에서 보상과 처벌이 주로 우주적이고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 이루어진다면 고 소설에서는 사회정치적이고 가정적인 문제로 인해 보상과 처벌이 일어난다는 차이를 보여준 다. 그리고 신화에서의 보상과 처벌은 단회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데 비해 고소설에서의 보 상과 처벌은 이중 삼중으로 중첩되고 교차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이다.

3.‘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와 그 구술문화적 의미

글이 없어 말로 경험과 지식을 전승하던 구술시대에는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고 선양할 수 있는 명문화된 제도나 법률이 오늘날과 같이 잘 정비된 형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대에도 인간의 행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그런 시대에 는 사회를 통제하는 힘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했을까? 어느 사회이건 일정한 사회규범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잘 지키는 사람에게는 보상이 주어 지고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상벌은 모두 사회 통제의 방 법인 것이다. 오늘날에도 상벌은 조직 경영에서 중추적인 사항이다. 상벌 여하가 개인의 소속 집단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에 영향을 주거나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에는 다양한 수준의 사회 통제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모든 규칙들이 공식적 법이 나 물리력에 의해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13)

13) 노길명 외, 문화인류학의 이해 , 일신사, 1998, 185면 참조.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이나 제도에 의해 가해지는 통제가 외부로 표현되는 통제라면, 양심 · 윤리관 · 가치관 또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 등에 의해 스스로 억제하는 형식의 내면화된 통제14)도 사회를 통제하는 힘이 된다.

14) 한상복 외, 문화인류학개론 , 서울대출판부, 1985, 260면 참조. 고대사회에서는 마술(witch -craft)에 대한 믿음도 강력한 사회통제의 기제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못하는 이유는 공격을 받은 사람이 자신에게 마술을 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적 반응을 제도화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해나 갈 수 있었다. 위의 책, 261면 참조.

구술문화에서는 후자의 통제방법이 더 많았고 더 유효한 방법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당 시의 국가 체제가 견고하게 정비된 형태가 아니었으며,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글이 아닌 말로 이루어지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강압적인 통제보다는 스스로가 조절 하는 통제가 더 적절했을 것이다. 이러한 구술시대에 설화와 같은 구술로 전승되는 이야기들은 사회적 가치체계를 강화함으로 써 결국 사회의 안정성을 강화해주는 기능을 담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15)

15) Heda Jason, “Content Analysis of Oral Literature”, ibid., 278면.

고대사회에서는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이루어지는 중요한 교육의 하나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부모 나 할머니와 같은 가족 구성원에게 듣는 것은 물론이고 부락의 청소년들을 모아 놓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문적인 이야기꾼도 있었다고 한다.16)

16) 이광규 · 김영찬, 문화과정과 교육 , 교육출판사, 1974, 103면.

전문 이야기꾼은 우주의 생성 및 부락의 발생 등과 같은 기원신화라든가 민족의 영웅이 전쟁에서 싸워 적을 물리친 이야기, 지혜롭게 동물을 사냥한 선조의 이야기, 동식물의 성질 · 형태 · 습관 등에 대한 이야기, 그 리고 각자가 지켜야 할 예절이나 생활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지 식들과 집단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을 가르쳤다.17)

17) 앞의 책, 103-105면 참조.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바로 도의교육이 고 인륜교육이고 사회교육이었던 것이다. 실용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이야기 속에도 상벌의 내용을 담아 윤리적인 교육의 효과를 기대 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고대사회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적었다 고 한다. 아이는 타계의 영과 관련이 있어 그를 때리는 일은 바로 타계의 영을 매질하는 것 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18)

18) 앞의 책, 97면 참조.

이런 상황에서는 상벌의 내용을 담은 이야기가 더 욱 더 필요했을 것이다. 아니면 역으로 상벌의 내용을 담은 이야기가 있기에 아이들에게 체 벌을 가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 구조를 가진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윤리적인 심성을 기르고 실제 행위를 다스리는 기제로 작용했을 것이다. 구술문화는 많은 경험과 지식들을 보관 · 조직 · 전달하기 위하여 인간 행동에 대한 이야기 들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전승을 묶어둘 수 있는 형식이 필 요한데, 그것은 상당히 견고하면서 반복되기 쉬운 것이라야 한다.19)

19) 왈터 옹,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 문예출판사, 1995, 211면 참조.

상벌의 내용을 담아 윤 리 교육의 효과를 노린 이야기들도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형화된 서사 패턴을 지니고 있다. 물론 상벌에 이르는 과정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정식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틀은 견고하게 정형화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인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도가니에 내용물만 바꾸어 주조하면 새로운 물건이 생산될 수 있듯이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 조는 정형화된 형태로 반복 생산될 수 있었고, 그것은 고대사회에서 윤리교육의 한 축을 담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구술시대에는 신화 속에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잘 갖춰져 있었을 걸로 생각된다. 실용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거나 세계관을 주입하는 것이 주목적이거나간에 신화들은 상벌의 서사기제를 통해 그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 는 바로는 그 시대에는 신화 이외에도 신화와 비슷한 효용적 기능을 하는 담화류가 있었다. 주술이나 금기와 같은 단형서사체들이 바로 그것이다. 주술이 인간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 로 바라는 데서 나온 담화라면, 금기는 인간이 원하지 않는 것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데서 나온 담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긍정과 부정, 또는 양과 음의 원망을 담은 담화 양식들 도 신화에서의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와 비슷하게 사회 통제의 기능을 지녔을 것으로 생각 된다. 이러한 두 단형서사체가 흥미를 제고하려는 목적에서 또는 더 효율적인 사회 통제 방 법을 모색하려고 하면서 서사화를 더 밀고 나간 것이 민담과 전설이라고 판단된다. 말하자 면 민담은 주술적 사고가 서사화된 형태이고, 전설은 금기적 사고가 서사화된 형태의 담화 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내포한 이야기들이 고대사회에서 단지 어떤 교육적 목적만을 가 졌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것이 내재적으로 지닌 흥미성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긴 세대 동안 수없이 반복되면서 견고한 정형태를 형성했다는 것은 단순한 교육적 목적만으로 는 설명이 그리 만족스럽게 되지 않는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는 그것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 금 심리적인 고양을 통해 위안을 얻게 하는 기능을 수행했을 것이다. 심리적인 고양이 격심 하게 이루어질 때 흥미가 고조되기 마련이다. 고대인들이 자신을 이야기의 상황 속에 위치 시켜 상황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음을 미루어본다면 인간 행위에 대한 상벌의 서사 구조는 커다란 심리적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고, 매우 흥미로왔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 한 흥미성이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를 견고하게 정형화하고 오랫동안 반복 전승시킨 힘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교육적 효과는 흥미에 덧붙어 그 직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고소설에서의 권선징악적 요소를 약간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시 야를 가질 수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것을 단순히 유교적 윤리관의 발현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권선징악적 요소들로 도배되어 있다시피한 고소설이 그 발생 당시의 사 회가 요구하는 유교적 윤리관을 적극 수용했으리라는 점은 십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손 치더라도 사회적 지배율을 선양하는 도구로서만 권선징악적 요소가 기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것의 본원적 원류는 고대사회의 이야기들이 대대로 함유하던 상벌의 서 사구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고소설은 그 서사 형식을 다분히 구술 전통에 기대고 있었던 것 같다. 상벌의 서사에 얽혀 있는 당대 사회의 제반 윤리적 문제에 앞서 서사 형식 그 자체가 원시적 심성 또는 신화적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독서 흥미를 유발하는 계기가 되었을 걸로 짐작된다. 다만 고대 이래로 전승되어 오던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가 유교적 윤리관과 부합됨으로써 고소설에서 권선징악적 요소가 만개하게 되는 계기는 되었을 것이 다. 물론 고소설에서는 나름대로의 직조방식에 의해 상벌의 서사구조가 재구성되고 있다. 즉, 정치사회적이거나 가정적인 갈등 구조를 정치하게 문맥화함으로써 상벌의 서사구조를 보다 촘촘하게 조직하고 있거니와 그것을 통해 그 시대 나름의 독서 역학을 활성화하고 있 는 것이다.

4.맺음 말

고전서사체에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저 오랜 구술사회에서부터 이야기의 전통으로서 반복되어 왔다. 이야기가 하나의 도의교육이자 사회교육으로 인식된 고대의 구술사회에서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담겨지게 되었고, 그것이 후대로 전승되 면서 견고하게 정형화된 형태로 고착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이 저 오랜 신화시대에서 부터 설화시대를 거쳐 소설시대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양상을 우리는 대충 살펴볼 수 있었 다. 물론 보상과 처벌의 서사가 신화시대에 담당했던 사회적 기능과 소설시대에 담당했던 기능은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신화시대에 그것은 법적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던 고대사회 에서 윤리교육의 일환이었으며 사회통제의 기제가 되었지만, 소설시대에 와서는 흥미적인 요소로서 더 많은 기능을 했으리라고 여겨진다. 보상과 처벌의 서사구조 속에 내재된 여러 하위 서사구조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그들이 고대 사회에서 사회교육 또는 도의교육의 역할을 수행했으리라는 점을 좀더 분명하게 알 수 있 다. 집단에 속한 개인들은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데 그 부여된 임무는 수행되어야만 하는 것 이고, 다른 사람이나 이념과 계약이 이루어졌다면 그 계약은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며, 그러 한 일의 실천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은 탐색담이나 경쟁담 등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 만 용기와 지혜를 통해 어려움을 뚫고 행위를 완수했을 때에는 보상이 주어지고 결핍 상태 가 해소된다는 메시지를 그것은 담고 있다. 그러나 임무부여나 수행이 정당하지 않을 경우 에는 혹독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 또한 담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볼 때, 우리 고소설의 심층적인 원류는 상당 부분 구술전통에 기대 고 있음이 확인된다. 고소설의 어법이나 통사구조뿐만이 아니라 서사구조의 측면에서도 구 술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고소설이 비록 그 외양은 기술물의 형식을 띠고 있을지언정 그 내적 자질은 구두 전승의 이야기 전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통적인 구 술적 서사구조에 기대되 흥미를 제고하고자 현실사회의 제문제들을 문맥화하는 방향에서 작 법의 초점을 잡았던 것이다. 이 논의는 설화에서 소설로의 발전도식에 보상과 처벌이라는 또 하나의 서사구조를 추가하 는 의의를 지닐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온전한 의의를 갖기 위해서는 설화에서 소설로의 전 개 과정에 대한 통시적인 흐름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될 줄 안다. 고전서사체의 전승과 변 이는 소재나 내용의 측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구조를 통해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용물이 전승된다면 그 용기(容器)도 함께 전승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서사체 전반을 훑어볼 때 한 인물에게 처벌이 먼저 있고 난 다음 보상이 주어지는 이 야기 전통은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보상이 먼저 있은 다음에 처벌이 주어지는 이야기 전통은 그리 강하지 않다.20)

20) 비록 외국의 예지만 외디푸스 신화에서 외디푸스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결혼하여 왕위에 오르는 것 은 잘못된 보상임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보상이다. 거짓 영웅이 된 그는 나중에 스스로 벌을 받는다. 이와 같 이 주인공이 보상을 먼저 받고 나중에 처벌을 받는 서사체의 전통은 우리의 경우 그렇게 강하지 않은 듯하 다. 물론 서사체의 주인공이 아닌 악한이 한때 거짓 영웅이 되어 보상을 받은 다음 그것이 발각되어 벌을 받 는다는 식의 삽화적 단위의 경우는 논외다.

아마도 그 이유는 처벌의 서사로 마감된다면 먼저 이루어진 보 상이 무위의 행위가 되어 버리거니와, 그냥 처벌의 서사구조만으로 된 서사와는 또 다르게 심리적인 억압과 혼란이 가중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보상이 있은 다음 처벌이 뒤 따르는 이야기는 대부분 보상과 처벌의 수혜자가 동일인이 아니라 다른 인물로 설정되는 경 향이 있다. 우리 서사 전통이 보상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선호한 것은 보상의 행위가 주는 심리적인 고양과 안정감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보상과 처벌의 순서라든가 어느 것의 탈락 여부, 동일인 여부, 전개 과정 등에 따른 세부적인 분파 양상은 무척 복잡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 이 글에서는 분파된 이야기들이 갖는 개별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자세하고 깊이있게 탐구하지 못했다. 그에 대해서는 개괄적인 기술로 이루어진 시론이라는 이 글의 성격 탓으로 돌리기로 하고, 그렇지만 그것들은 매우 중요한 안건이므로 마땅히 후속 논의 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Abstract>

The narrative structure of ‘reward’ and ‘punishment’ involves the deep structure of ‘lack - lack liquidated’, and it also involves the lower structure of ‘task - task completed’ or ‘contract - contract discharged’. The discourse form derived from the narrative structure of ‘reward’ and ‘punishment’ is called as ‘quest story’ or ‘competition story’. The myth, espicially myth of establishment of country is the sacred accomplishment discourse of divine person or heroic person, and it becomes for the most part ‘reward’ narrative. But the myth sung by shaman has also lots of ‘punishment’ narrative as well as ‘reward’ narrative. At that point, every kinds of myth primarily seems to have same degree of narrative structure of ‘reward’ and ‘punishment’. The folk tales reveal ‘reward’ narrative strongly, but on the other hand the legend emphasizes the ‘punishment’ narrative relatively. It is the reason why the folk tales give a priority on the aspect that the desire of the self is actualized and in legend, that the violence of world repress the desire of the self. The classical novel organize narrative structure of ‘reward’ and ‘punishment’ with balance each other. The ‘reward’ narrative in folk tales and the ‘punishment’ narrative in regend are synthesized in classical novel. This point in classical novel resembles the narrative structure of myth. But classical novel is different from myth in that classical novel is contextualized politcally and domestically according to social situation at that period. The narrative structure of ‘reward’ and ‘punishment’ were repeated as a narrative tradition from the ancient society. Oral story performed by older men or expert narrators was regarded as social or moral education in ancient society. In that society, ‘reward’ and ‘punishment’ narratives become the core part of story and the fixed shaped form in the course of the transmission from generation to generation. Our classical novels are written literature with personality, but it's originality of the narrative structuring depends on the oral tradition.

Key Word : Reward, Punishment, Narrative Structure, Lack - Lack liquidated, Task - Task completed, Contract - Contract discharged, Quest story, Competition story, Myth, Legend, Folktales, Literary classical novel, Incantation, Taboo, Oral culture

구비문학연구14권2002

532. &lsquo;보상&rsquo;과 &lsquo;처벌&rsquo;의 서사구조와 그 구술문화적 의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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