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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기후 재앙과 생명 신학 -기후 위기 시대의 생명 신학의 역할-/김영선.협성대

A. 들어가는 말

오늘날 세계는 기후변화로 재앙을 겪고 있다.1

지구촌에서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자 연 재난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예상하지 못한 각가지 사회적 불안, 경제적 손실, 정치 지형의 변화 등과 연결되어 인간의 생명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일차적 결과는 폭염, 폭 우, 한파, 폭설, 가뭄, 강한 태풍, 해수면 상승, 식수 부족과 식량 문제 그리고 온갖 전염병과 질병의 확산 등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슈퍼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코로나처럼 전 세계에 동시다 발적으로 바이러스가 창궐하기도 하였다.2

1.2023년 3월 19일 지구온난화에 의한 폭염으로 호주의 달링강에서 수백만 마리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 여 주민들이 악취와 식수 오염 등으로 기후 재앙을 실감하였다. 기후 위기와 관련된 연구서들이 출간되었다. 조천호, 『파란하늘 빨간지구』 (동아시아); 한삼희, 『위키드 프라블럼』 (궁리); 윌리엄 F.러디먼, 『인류는 어떻게 기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가』 (에코리브르); 마이클만, 톰 톨스,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미래인); 벤저민 리버만, 엘리자베스, 『시그널』 (진성북스); 피터 와담스, 『빙하여 잘 있거라』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타일러 라쉬, 『두 번째 지구는 없다』 (RHK); 곽재식, 『지구는 괜찮아』 (어크로스); 조효제, 『탄소 사회의 종 말』 (21세기북스); 제이슨 히켈, 『적을수록 풍요롭다』 (창비); 마크 라이너스, 『최종경고: 6도의 멸종』 (세종서 적);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추수밭); 요한 록스트룀·마티아스 클룸, 『지구 한계의 경계 에서』 (에코리브르).

2.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반려동물 포함)이 인간과의 직·간접 접촉이 잦아져 코로나 같은 전염병 이 발생하게 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박쥐를 먹은 사향고양이를 거친 낙타를 통해서, 말라리아는 조류를 통해서, 에이즈는 아프리카 원숭이를 통해서, 사스와 Covid-19는 박쥐를 통해서 전염되는 병으로 알 려져 있다.” 조용훈, “코로나 19 시대의 교회의 환경 책임,” in 안명준 외, 『교회통찰』 (서울: 세움북스, 2020), 128. 2 제18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 주제강연 김영선, “기후 재앙과 생명 신학: 기후 위기 시대의 생명 신학의 역할”

기후변화는 범지구적이고 동시다발적이며 그 영향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2019년 1월 영하 40℃의 유례없는 한파가 미국 시카고 전역을 휩쓸어 도시 전체가 마비되었다.

같은 시기 에 호주는 영상 47℃를 넘어 전력 사용의 급증으로 전력망이 과부하 되었고, 폭염으로 인해 산불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도 45℃ 이상의 폭염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21년 7월, 캐나다와 미국 북서부는 50℃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일주일간 900여 명 이 사망했다.

2020년 한반도는 54일간 지속되는 역대 최장기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전국에서 1,500 여 건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지반 붕괴는 물론 교량과 도로 등이 침수되었다.3

최근 발생하는 극단적 이상 기후 현상은 사회 취약 계층의 노인, 장애인,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린 사람들 의 삶과 생명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상 기후는 앞으로 더 빈번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가이아(Gaia)는 질병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 생명체는 위기를 경험 하고 있다. 생태 신학자 토마스 베리는(Thomas Berry)는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저지른 가 장 큰 범죄는 환경파괴라고 하였다. 보프(Leonardo Boff)도 이에 공감하여 “교회는 현 생물계 위기를 가져온 사고방식에 대해 공범자였다. 교회는 이에 대해 충분할 정도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고 피조물과 존중의 관계 또는 경외의 관계를 맺도록 하는 신학적 논의를 시도하 지 않았다.”4고 지적하였다.

기후 위기 시대에 생명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문제에 신학이 응답 하는 작업은 우리에게 생명 신학, 또는 생태 신학으로 나타나게 된다. 오늘날 기후 위기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서 나타나게 되었다. 인간의 탐욕은 지난 200 여 년간 계속되어온 산업화로 인해 고착화되었다.

오늘날의 사회 구조는 인간중심주의의 모습5 을 띠면서 인간이 아닌 다른 모든 존재들을 인간의 필요를 위해 마구 사용해도 좋은 존재로 받아들였다.

3폭우로 필자의 거주 지역의 지반 붕괴는 지역민의 갈등과 분쟁을 일으켰다.

4레오나르도 보프/김항섭 역, 『생태신학』 (서울: 가톨릭출판사, 1996), 84.

5린 화이트(Lynn White)는 인간중심주의 사유가 생태 위기의 사상적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Lynn White Jr. “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al Crisis,” Science Vol. 199. in 현영학 역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근거』 (서울: 대광인쇄공사), 49.

과도한 개발과 경제적 성장만 추구하여 이익을 남기려는 인간의 탐욕이 수많은 생 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지구 생명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 탐욕은 부메랑이 되어 이제 인 간의 생명마저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탐욕적인 인간중심주의 경제 방식과 생활 방식이 지속되는 한, 지구촌의 모든 생명의 멸종은 물론 인간 생명도 파멸에 이를지도 모른다. 본 글은 이러한 기후 위기에 의해 야기되고 있는 생명 위기에 대해서 교회와 신학은 무 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첫째, 기후 위기의 원인과 그에 따른 생태적 피해와 재앙을 살피고, 둘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적, 과학적 대처방안을 살피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대책과 해법에 대한 생명 신학의 기능과 역할을 제언하 고자 한다.

B. 기후 위기의 원인과 기후 재앙

1. 기후 위기의 원인: 온실가스 배출

최근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 위기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로 인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방출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과 같은 온실가스와 상관이 있다.

온실가스 방출은 인간의 과학 기술의 오용과 남용 그리고 과소비와 더불어 풍요롭고 편리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6

6제레미 리프킨은 생태계의 붕괴 요인으로 첫째로 인간의 탐욕에 의해 자연을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삼은 계몽주의적 기계론적 사고와 세계관 그리고 이에 정당성을 부여한 종교적 세계관을 거론하였다. 둘째로 인클 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에 의한 사유화와 상품화를 생태 위기의 원인으로 보았다. 셋째로 하나님의 초월성에 대한 강조가 생태 위기를 조장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았다. Cf. Jeremy Rifkin/이정배 역, 『생명권 정치학』 (서울: 대화출판사, 1996).

이 같은 인간의 탐욕은 모든 생명의 터전인 지구환경을 파 괴하였다. 이에 따라 인간은 지구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인간의 탐욕으로 야기된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온난화를 가져왔고,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이는 다 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기후변화에는 자연적 원인과 인위적 원인이 있다.

화산 분화, 태양활동 변화, 대기, 해양, 육지, 생물권 등의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나는 자연적 원인과 산업혁명 이후 산림 파괴와 온실가스 방출로 일어나는 인위적 원인이 있다. 지구의 지표면에서 11-50㎞ 떨어진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인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막 아주는 역할을 한다. 오존(O₃)은 지상에서는 유해하지만, 높이 20㎞ 성층권에서는 태양의 강한 자외선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1908년대부터 오존층이 얇아지고 구멍이 나기 시작하 면서 지구환경(지구기후) 위기가 초래됐다. 이 위기의 주된 이유는 에어컨이나, 냉장고 냉매, 헤어스프레이 등에 쓰이는 프레온 가스(CFC)가 많이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프레온 가스는 수 십 년 동안 냉장고·에어컨 냉매 반도체 세척제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1985년 과학자들에 의해 남극 오존층에 구멍이 뚫린 사진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자 프레온 가스는 하루 사이에 기 후 위기를 초래하는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2.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난화의 속도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2020년에 이르는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다.

이것은 과거 1만 년 동안 지구 온도가 1도 이상 변한적이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대단히 큰 수치이 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지구 표면의 온도는 1880~1900년 평균 기온보다 1.24도 상승하였고, 21세기 말에 가서는 1.1-6.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2028년경에는 지구 온 도가 1.5도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1.5도 이후부터는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1.5도 이상 상승하지 못하게 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 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의하면, 지구의 대기 중 CO2 농도는 빙하기 때 180ppm, 간빙기에 280ppm, 산업화 이전에 280ppm, 2010년에 380ppm, 2020년에 412ppm으로 증가하였고, 2030년에는 500ppm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지구 온도는 인간의 체온과 같이 조금만 올라도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

마크 라이너스 (Mark Lynas)는 6도의 악몽(Six Degrees)에서 지구 온도가 3℃ 이상 상승하면 40~70%의 생물이 멸종하고,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최고 6.4℃ 상승하게 되어 지구상의 생물의 80% 이상이 멸종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학계에서도 우리가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극 단적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높아져 인류를 비롯한 지구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빠 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3.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의 피해와 재앙

지구온난화로 인해 규칙적인 날씨가 사라지고 예상하기 어려운 한파가 내려오기도 한다. 최근에 갑작스러운 한파가 지구촌의 여러 지역을 강타하였다.

2022년 12월, 미국 시카고 지역 은 영하 50℃로 떨어졌고, 뉴욕 맨해튼은 오전에 영상 12℃였다가 두 시간 만에 영하 12℃로 급락하는 기후 이변이 일어났다. 중국의 헤이룽 지역은 영하 53℃까지 수은주가 내려갔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북극 5km 상공에 머무는 영하 40℃ 이하 찬 공기(제트기류, Jet-Stream)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제트기류는 한파만이 아니라 바람 세기의 영향으로 뱀처 럼 구불구불한 모양이 되어 특정 지역의 기온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북극 빙 하가 많은 태양열을 받으면 북극 기온의 상승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한파를 비롯한 지구 촌의 기후변화를 발생시킨다.7

이 한파는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데 첫 번째 영향은 ‘동상’이다.

둘째는 ‘체감온도’ 가 떨어진다.

셋째는 ‘저체온증’이다.

저체온증이 지속되면 심장 기능이 멈추면서 사망에 이르 게 된다.8

러시아 북극남극연구소(AARI)의 과학자들이 지난해 7월 북극해 타이미르반도 북부에 있 는 해양기상 관측소에서 역대 최장 뇌우(雷雨)를 관측하였다.

당시 뇌우 지속시간은 무려 55분 에 달했다.

학계는 북극에서 이처럼 극단적 이상기후가 빈발하는 것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기후 변화가 촉발한 북극의 급격한 대기 변화 때문으로 분석한다.9

북극만이 아니라 남극에 있는 장보고 과학기지 해빙활주로가 사라져 이곳을 드나들던 비 행기 운항이 중단되었다. 온난화 여파로 얼음 두께가 얇아졌기 때문이다. 얼음 활주로 폐쇄는 남극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10

7「조선일보」 2023년 1월 25일, A2면.

8「조선일보」 2023년 1월 12일, A20면.

9「자유일보」 2023년 2월 20일, 11면.

10「조선일보」 2023년 3월 1일, 1면.

4. 기후 재앙의 생태학적 순환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총량은 그 이전의 지구가 65만 년 동안 배출한 양보다 많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빙하나 만년설이 녹고, 이에 따라 그 속에 갇혀 있던 메탄 등과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로 배출되어 온난화 추세를 가속화 시킨다.

이에 따라 산불이 증가 하고 있다. 산불로 인해 엄청난 생명이 사라진다.

2020년 호주 산불로 한반도 크기의 숲이 불 탔고 야생 동물 20억 마리가 죽었다.

IPCC 4·5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하루에 150~200종의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멸종보다 1,000배나 빠른 속도라고 한다.

이처럼 이상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그로 인해 환경이 변하게 된다.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물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상 기후의 재앙은 자연재해는 물론 민생불안으로 이어진다.

이상 기후로 인한 홍수와 태풍은 비옥한 표토를 쓸어가면서 비옥한 강 하구는 불모지가 되고, 수온과 해류의 변화로 전 통적인 어장이 변화하거나 사라지고 있다.

토양 유실과 수자원 고갈은 곡물 생산의 감소로 이 어지고,11 이는 곡물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경제적 타격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적 분쟁과 난민 문제를 일으킨다.

기간의 기근과 불안정한 식량 수급은 영토분쟁과 종족학살이 발생한다.

불안정한 식량 공급은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민중들의 봉기를 발생시켰다.

2012년 1 월부터 시작된 튀니지, 이집트, 예멘, 시리아의 민중 봉기도 이와 같은 경로로 발생했다.

종족 학살로 이어지는 기후 난민은 2008년 이후 1초에 한 명, 매년 2,500만 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유럽에서는 2015년부터 시리아 난민 사태로 심각한 사회 혼란을 경험했다.

수많 은 난민이 몰려들면서 국가 재정을 압박했고, 치안도 불안정해졌다. 난민이 범죄에 내몰리면서 인종과 종교에 대한 혐오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은 안보를 넘어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대규모의 폭력 사태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극우 정당의 약진이라는 국제지형이 형성되었다.

이런 사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역 및 국가 간 갈등과 분쟁을 전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 지구 온도 상승이 임계치를 넘어가면 이상 기후와 동식물의 멸 종, 환경파괴만이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 심각한 안보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기후 시스템 은 일단 임계치를 넘어서면 자연의 회복 가능성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하다.

현재의 기후 위기가 막연하게 체감하는 불편이나 위기의식을 넘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져온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보다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구는 온난화에 따른 자기조절 반응을 하지만12 이 조절 과정은 사람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가 져오기 때문이다.

11토마스 베리/김준우 역,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 (서울: 에코조익, 2006), 79.

12기후가 안정적이고 강수량이 적절하고 토양과 대기 상태가 좋으면 지구는 가끔 재난이 닥치더라도 자동 조절되는 시스템 즉 복원력이 작동하게 된다. Cf. 요한 록스트룀·마티아스 클룸/김홍옥 옮김, 『지구 한계의 경 계에서』 (서울: 에코리브르, 2017).

C.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와 기후 테크(clamate tech)의 시도들

1. 국제사회의 시도들

기후변화 위기 앞에 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제사회와 지구환경 과학자 그리고 기후학자들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려고 활발한 토론과 많은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탈 (脫)탄소 및 탄소 중립과 신재생 에너지의 적극적 발굴과 사용 등을 진지하게 제안하였다.

이 에 따라 국제사회(197개 유엔 회원국)는 1987년 ‘오존층을 파괴시키는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고, 2010년 이후 모든 국가에서 프레온 가스의 생산 및 사용을 전면 금지했 다.13

이후 기후변화 문제를 공유한 국제기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992), 교토의정서 (1997), 파리기후변화협정(2015) 등이 결성되어, 국가들의 행동 및 그 소속된 기업들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였다.

특히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여, 산 업혁명 이후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로 제한한 것을 합의했다.14

2018년 10월에 송도에서 발표된 IPCC의 “1.5℃ 특별보고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제출 되어 만장일치로 승인된 바 있다.

IPCC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 이 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 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하였다.

유럽연합(EU)도 2023년 1월 18일 기후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탈 탄소산업을 집중 육성 하는 ‘탄소중립산업법’을 입안키로 했다.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Olaf Scholz)는 2023년 1월 18일 세계 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서 독일이 2045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 량을 ‘0’으로 줄여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은 2030년까지 4,000억 유로(약 534조원)를 투자해 전기 생산의 8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할 계획이다.

숄츠 총리는 독일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러시아의 가스·석유·석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다면서 미국과 함께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확산을 의무화했다고 하였다.15

윤석열 대통령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특별연설(2023년 1월 19일)에서 원전활용, 청정 에너지 공급 확대를 한국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기술이 필요한 나라들과 협력하겠다”고 했다.16

세계는 이처럼 블루카본(Blue carbon)과 그린카본(Green cabon)을 지향하고 블랙카본 (Black carbon)을 지양하는데 정책을 입안하고 그 시행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7

13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오존층 보호법을 시행했다.

이 의정서가 발효된 이후 전 세계 CFC 사용량은 99% 감소했다.

14「조선일보」 2023년 1월 28일, B3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1년 1월부터 적용된다.

15「조선일보」 2023년 1월 20일, A16면.

16「조선일보」 2023년 1월 20일, A 6면.

17블루 카본은 바다나 연안, 습지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하고, 그린 카본은 나무나 토양이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블랙 카본은 화석연료를 태워 내뿜는 탄소를 말한다. 블루 카본과 그린 카본은 블랙 카본을 빨아들이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2. 기후 테크의 시도들

국제사회는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기후테크(clamate tech)’이다.

기후 테크로 인해 폐기물의 재활용부터 탄소 포집·활 용·저장(CCUS)기술이 연구·개발되고 관련 기업들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3.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거나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다음 땅에 묻거나 친환경 연료 등으로 재활용하는 CCUS는 생태계·순환 시스템을 물리·화학적으로 변경하여 지 구 환경 위기 극복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CCUS 관련 기업에 투자했고,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최고의 탄소 포집 기 술’에 1억 달러의 상금을 내걸었다.

이런 조류는 대기 중에서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전문 기업 들이 등장하게 하였다.

대표적인 케이로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클라임웍스(Climeworks)가 있다.

클라임웍스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흡수해 저장하는 공장, 오르카(Orca)를 2021년 9 월에 세계 최초로 세우고 2022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오르카는 24시간 365일 연간 2,000t 가량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물과 섞은 뒤 땅속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탄소를 제거한 다.

일본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민간기 업들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모아 지하에 저장하는 프로젝트(CCS, Carbon dioxide Capture and Storage)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층 조사를 진행해 총 160억톤의 이산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층 11곳을 발견하였다.

일본이 이 프로젝트에 필사적인 이유는 CCS 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 20~30년 후에 해외에서 막대한 돈을 주고 탄소배출권18을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80~90유로(약 12만원)로, 2019 년(톤당 7.83유로)보다 10배 이상 급등했다.19

18환경비용 부과(탄소세와 탄소 관세의 정책화)는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생산물품과 그 거래에 세금을 부 과하는 것이다.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탄소 국경 조정 메카니즘)은 유럽연합이 추 진 중인 제도로 제조과정에서 나온 탄소량만큼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탄소 국경 조정,’ 또는 ‘탄소 국경세’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9「조선일보」 2023년 1월 27일 A16면.

우리나라도 CC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산화탄소 발생·포집 장소 마련과 이를 저장할 곳의 거리가 멀수록 운송비용이 증가하고, 지하 1km 이상 파야 해 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탄소를 땅에 저장하는 기술(CCS)은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탄소 포집에 에 너지가 많이 들고 비싼 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점, CCS 저장 소를 지으려면 막대한 면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포집한 탄소를 땅에 묻는 대신에 재 활용하는 기술(CCU)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4. 지구를 구하는 ‘기후테크’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태양 빛을 조절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일부 반사시켜서 지구의 온난화를 완 화시키는 기술도 논의되고 있다.

이른바 ‘태양지구공학’(geoengineering)이 그것이다.

아직은 이론과 실험의 단계에 있지만 이것이 실현되면 기후 위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태 양 빛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지구의 온난화를 막는 기술은 크게 네 가지가 언급되고 있다.

첫째, 바닷물을 이용해 인공구름을 만드는 방식(MCB, Marine Cloud Brightening)이다. 바닷물의 소금 결정이 구름의 반사율을 높이게 하는 기술이다.20

둘째, 새털구름(권운)을 만들어 지구 표면에 갇힌 열이 빠져나가기 쉽게 만드는 CCT(Citrrus Cloud Thinning) 기술이다. 새털구름을 얇게 만들거나 제거해 지구에 열을 가 두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셋째, 우주 공간에 반사판 등의 보호막을 배치해 태양 에너지를 줄이는 기술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팀은 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넷째, 대기 성층권에 탄산칼슘 같은 에어로졸(공기 중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 자)을 분사해 태양 빛의 반사율을 높이는 기술(SAI, 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이다.

이 기술의 아이디어는 1919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에서 분출된 17메가톤의 이산황산 (SO2)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구 온도가 0.5℃ 떨어진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21

20달 표면의 먼지(표토)로 지구와 태양 사이에 인공구름을 만들면 온난화 개선이 가능하다는 연구가 나왔 다. 최근 미국 유타대학의 물리·천문학자 벤자민 브롬리 교수와 스미스소니언 천체 물리학관측소(SAO) 스콧 캐넌 박사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인공구름을 배치해 햇빛을 가리는 방식으로 태양복사에 너지의 1-2%를 감소시킨다는 목표로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미공공과학도서관(PLOS)의 학술지 ‘플로스 기후(PLOS Clamate)’에 발표했다. 「조선일보」 2023년 2월 20일, B7, B9면 참조.

21「자유일보」 2023년 3월 6일, 11면.

대기연구 전문가들(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 등)은 이상적 에어로졸 살 포 지점으로 적도 남위·북의 10도 상공이며, 이곳에 에어로졸을 뿌리면 대기가 극지방으로 순 환하고 전 지구에 적당한 양이 분포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 SAI 기술에 대해 일부 지구공학자들은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양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생태계 전반에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SAI 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 교수 포이베 자네츠케는 “SAI로 지구의 습도와 강우, 폭풍양상과 공기의 질, 오존 수치, 직사광 대비 산란광 비율 등 다양한 환경 요소가 달 라질 수 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서 지구화학 적 과정과 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성급하게 활용하기 보다는 다른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SAI 를 비롯한 여러 기술들은 한편으로 생태계의 위기를 타파하려고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그 에 따른 자연의 질서(생태계)를 다른 방향에서 파괴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5. 기업들의 친환경 경영(탄소배출 감소 경영)으로의 전환

⑴ 재생농업으로의 전환

산업형 농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재생농 업(regenerative agriculture)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식품회사 펩시코(PEPSICO), 세 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NESTLE), 세계 최대 유통 기업 월마트(WALMART)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재생농업에 뛰어들고 있다.

재생농업은 밭을 갈아엎는 작업을 최소화하면서 살충제· 농약·합성비료 사용을 피하고, 다양한 지피(地被) 작물을 키워 척박해진 토양을 회복시키고 탄 소배출을 줄이는 농법이다. 그러나 재생농업으로 전환하려면 인프라와 농기계, 토질 개량 등에 상당한 초기 비용이 들고, 재생농업이 글로벌기업의 그린 워싱(green washing, 친환경 위 장)22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재생농업의 유용성을 입증하고, 한때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정착시키도록 해야 한다.23

⑵ 탄소배출 감소 항공기 제작

미항공우주국이 보잉과 함께 지금보다 훨씬 얇고 긴 날개 형태의 차세대 항공기를 개발 하고 있다.24

이들이 개발하는 저탄소·친환경 항공기를 개발하는 항공기는 현존하는 기종보다 연료 소모량과 탄소 배출량이 최대 30% 적은 비행기다.

이들은 2028년에 첫 비행, 2030년에 상업 비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25

SK그룹도 2023년 1월 초에 열린 ‘CES 2023’에서 탄소배출 제로(Net-Zero)를 선도할 40여 신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기후변화 등 여러 방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 속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SK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친환경 미래 에너지, 전기차용 배터리 등과 같은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였다.26

22사실은 친환경이 아니거나 심지어 환경에 해를 입히면서 그럴싸한 광고나 홍보 전략으로 친환경인 것처 럼 이미지를 세탁하는 것을 말한다.

23「조선일보」 2023년 2월 10일, B8면.

24바이든 행정부가 NASA에 4억 2,500만 달러(약 5,300억원)를, 보잉과 협력업체들이 7억 2,500만 달러 (약 9,000억원)를 부담해 이 사업의 총투자액은 11억 5,000만 달러(약 1조 4,200억원)에 달한다.

25「자유일보」 2023년 1월 26일, 12면. 26「조선일보」 2023년 1월 30일, D2면.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기업들이 RE 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 RE 100에 동참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재생에너지가 생산되어야 한다.

⑶ 기후 위기 해결의 불평등

기후변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재앙이 되고 있으나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위협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기후 불평등은 경제적 양극화와 개발 정도에 따라 격차가 크다.

탄소배출을 주 도한 선진국이 경제발전의 수혜를 입고 있는 반면에, 저개발국가는 경제발전의 폐해를 입고 있 다. 기후변화에 책임 없는 사람들이 그에 따른 큰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런 기후 위기, 기후 재앙 이면에 이 같은 뿌리 깊은 불평등과 불공정이 자리하고 있다.

기후변화 심각성을 대중에 알린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엘 고어(Albert Gore) 전 미국 부통령은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지원해 야 한다”며 “저소득 국가를 지원하지 않으면 결국 부유한 국가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경 고했다.

실 오존층이 뚫리면서 유해한 태양 자외선이 가장 많이 쏟아진 지역은 주로 북미와 북유럽 등 극지방에 가까운 국가들이다.

1980~90년대 당시 북미·유럽 백인들의 피부암 발생률 은 해마다 4~5% 증가했다.

그래서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들은 몬트리올 협약의 성공적인 이 행을 위해 개발도상국들이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에 대해 매년 수억 달러 의 보상금을 지원했고, 지금까지 이를 위한 8,600개 연구에 39억 달러(약 4조 8,000억원)를 지원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중국 등 일부 개도국에서 국제협약을 깨고 프레온 가스를 배 출하자 과학위성을 동원해 추적하기도 하였다.

화석연료로 경제발전을 이룬 선진국에 기후변화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제 막 경제 개발을 시작하는 개도국 입장에선 화석연료 전성기에 경제적 수혜를 누려보지 못한 채 불쑥 찾아온 탄소중립 요구가 달갑지 않다.

개도국이 기후변화의 일방적 피해자로 남지 않 으면서 경제적 번영을 위한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선진국이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조 치 없이는 기후 위기 해결의 불평등은 사라질 수 없다.

D.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신학의 역할과 과제

국제사회와 지구공학(기후테크)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다면 교 회와 신학은 어떤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가?

코로나 팬데믹 못지않게 우리 앞에 당도한 거대한 기후변화 앞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 물을 필요가 있다.

인간은 인간이 발전시켜 온 ‘탄소 문명’27에 합당한 세계관, 인간관 및 자연관을 발전시 켜 오지 못했다.

자연은 생명체이며 생명체들을 보호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자연은 사람보다 위에 있는 존재도 아니고,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도 아니다.

자연은 오직 하나님의 피 조물로서 인간과 더불어 살면서 인간에게 생명을 보존하는 장을 제공한다. “전 세계는 하나의 통합된 생태계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안에 존재하는 각 존재들은 모 든 다른 존재들과의 상호관계 안에서 존재하며, 상호관계에 의해 정의되어진다.”28

모든 생명 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생태계의 제1 원리다.29

27Cf. 사토 겐타로, 『탄소 문명』 (서울: 까치, 2015).

28Ian Barbour ed, Earth Might Be Fair (N.J.: Prentice-Hall, 1972), 104.

29Cf. Leonardo Boff, 김항섭 역, 『생태신학』 (서울: 가톨릭출판사, 1996), 15; John Cobb, Jr. and David Ray Griffin, 류기종 역, 『과정신학』 (서울: 열림, 1993), 211, 213.

만물의 상호 연결성, 상호 의존성은 생태적 세계만이 아니라 기술과학 의 영역도 이에 해당한다.

생명 유지의 방식은 상호 연결성, 상호 의존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기후변화, 기후 위기, 기후 재앙의 배후에는 신학적, 생태적, 사회적 차원의 관계들의 깨어짐이 자리하고 있다.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깨어진 관계들은 존재를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관계 맺는 모든 과정을 차단하게 하였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이면서 동 시에 기후변화의 가해자이다.

무심코 행하는 환경파괴는 누군가의 희생을 초래한다.

기후 위기가 교회에 요청하는 것은 새로운 생활 양식이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긍정과 공동체적 삶이다.

창조신앙은 우리를 온 생명(Global life)30에 대한 책임 있는 존재임을 말하 고, 생태적 책임이 그리스도인 우리에게 위임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책임은 개인적인 도덕 적 행동만이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구조적 변화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개인적인 차원의 분노와 사회적 제도의 개선, 혹은 경제 제도를 통한 정책 변화나 환경 조치와 같은 대응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방책은 탄소배출 문명에서 탈탄소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야 한다.

인류 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적응하기 위한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전환의 과제는 정책적, 경제 적, 기술적 차원에서만 아니라 생태학적이며 문명 전환적 차원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학이 지향하는 생명에 대한 새로운 관계 맺기 를 활성화하여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31

창조신앙과 구원신앙은 기독교 신앙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구원신앙은 상대적 으로 지나치게 강조되어 기독교의 중심 신앙으로 자리하였지만, 창조신앙은 그에 걸맞게 다루 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위기가 창조신앙을 소환하였다.

창조신앙의 핵심 은 생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으로 존엄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생명을 함부로 취급 하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모독하는 불신앙이라는 것이다.

창조를 잘 가꾸고 돌보는 것이 인 간이 수행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라는 것이다.

이는 창조 세계를 보존하는 일이 교회의 가장 위 대한 과업 가운데 하나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생태여성신학자 샐리 맥페이그는 기후 붕괴를 초래한 지구온난화를 신학적 과제로 인식 할 것을 촉구한다.32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신학의 역할과 과제는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첫째, ‘새로운 생명권 의식’을 지니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권 의식은 인간은 지구라는 존재의 일부분이라는 깊은 이해로부터 비롯된다.

새로운 생명권 의식은 세계를 하나 님의 성육신, 곧 하나님의 성례전(sacrament of God)으로 보는 것이다.33

30Cf. 장회익, 『삶과 온 생명』 (서울: 솔, 1998), 178, 301, 304.

31Cf. 김영선, 『관계신학』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12), 21-22, 185-241, 329-397; 웨슬리신학연구소편, 『관계 속에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 (서울: 아바서원, 2015).

32 Sallie MaFague/김준우 옮김 『기후변화와 신학의 재구성』 (경기 고양: 한국기독교연구소, 2008) 2장을 보라. 생태계의 위기에 대하여 맥페이그 외에도 최근에 이르러 로즈마리 류터(Rosemary Reuther), 매튜 폭 스(Matthew Fox), 맥다니엘(J.B. Macdaniel), 크리스천 링크(Christian Link),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 존 캅(John Cobb), 데이비드 그리핀(David Griffin), 쿠르티 마르티(Kurt Marti), 게르하르트 리 드케(G. Liedke), 마크 윌러스(Mark Wallace) 등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다.

33Sallie MaFague, Super, Natural Christianity(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0), 111-119; Cf. The Body of God: An Ecological Theology(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3),

세계는 하나님의 몸 이므로, 우리는 세계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그 세계에 특별한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생명 신 학은 지구를 하나님의 식구로 파악한다.

구원이 모든 피조물의 행복을 뜻한다면, 생명 신학은 우주론적 신학(cosmologocal theology)이어야 한다.

둘째, 생명 신학은 ‘생태학적 수치심’을 죄로 보는 영성을 교육해야 한다.

생태학적 수치 심이란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세상으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세상만을 보고자 하는 인간의 이 기적 심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토마스 베리는 인간의 생태학적 수치심을 인간이 지녀야 할 종 교적 영성의 본질로 보았다.

생태학적 수치심의 시각에서 보면, 각종의 난 개발과 환경오염은 엄청난 죄로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의 생태학적 수치심이 치유될 때, 우주 만물은 우리에게 많 은 선물을 가져다줄 것이다. 인간은 환경파괴를 큰 죄로 생각해야 한다.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는 길은 지금부터 적극 적으로 환경보호에 나서는 것이다.

이제 인간의 기술과 탐욕으로부터 자연을 해방할 필요가 있 다. 물론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취가 아니라 창조 질서의 회복을 향한 올바른 방향이다.34

셋째, 지속가능한 생명을 위해 ‘새로운 영성훈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인도의 생 태물리학자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생명의 핵심인 재생(regeneration) 없이 지속가능 한 생명의 존립이 어렵다고 하였다.35

토마스 베리는 새로운 생태대(ecozoic)를 살아가기 위해 새로운 영성훈련이 요청되는데, 이것은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를 벗어나 ‘생명중심 주의’(biocentrism)와 ‘지구중심주의’(Geocentrism)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였다.36

34신범식, “기후변화와 생태적 전환 그리고 교회,” in 김광기 편, 『리더십 저널』 (Nashville: Discipleship Ministries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2022), 29.

35Cf. 반다나 시바/한재각 외 옮김,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서울: 당대, 2006), 83ff: 지속 가능한 세 계의 핵심요소는 생물의 다양성에 있다. 이에 대하여 반다나 시바/강수영 역, 『살아남기』 (서울: 솔, 1998), 214-229. 36토마스 베리,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 (서울: 에코조익, 2006), 75.

그래서 베 리는 생태계 파괴에 대한 위기를 느끼고 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새로운 출애굽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합당한 훈련도 받아야 하며, 영성도 개발해야 한 다. 넷째,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창조신앙이 강조되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 이전에 환경적 존재로 창조되었다.

이것은 세계를 돌보는 책임 있는 주체를 넘어 창조 세계에 대한 긍 정과 온 생명에 대한 경외를 품고 관계 맺는 자세 요구를 의미한다.

인간은 창조된 만물을 다 스리라(창 1:28)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것은 지배나 소유나 착취가 아니라 너와 나의 공존과 상생의 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은 오랫동안 “땅을 정복하라 …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 을 다스리라”(창 1:28)는 말씀을 모든 생물을 ‘관리하고 돌보라’는 말씀으로 해석하지 않고 오 히려 그것들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착취하라’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에덴동 산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라”(창 2:15)고 명하셨다.

이 말씀은 곧 세상을 ‘가꾸고 돌보라’고 명 하신 것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새로운 창조신앙의 생명 논리는 모든 타자와의 친교 속에서만 가능하다.

새로운 창조신앙의 이해 속에서 세계는 정복하고 지배당하는 대상이 아니라, 가꾸고 돌보아야 하는 대상이 된다.

이런 차원에서 오늘날 우리의 삶의 구조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자연의 지배를 정당시해 온 인간의 ‘정복 논리’는 ‘공존과 화해의 논리’로 전향되어야 하고,

둘째, 자연을 ‘그것’(It)으로 보지 말고 ‘나와 너’(I-Thou)의 관계로 보 아야 하고,37

셋째, 생태적 불균형을 풀어야 하고, 넷째, 탐욕과의 관계에서 패배하지 말아야 한다. 이같은 요소들을 기반으로 하여 교회는 신음하는 피조 세계를 위해 기도하고, 창조·질서 ·보존을 이해하고, 설교하고, 교육하고, 자원 재활용에 적극 참여하고, 국가의 환경보존 정책을 솔선수범하여 따르고, 교회건축과 관리를 생태적으로 하고, 유기 농산물로 간소하게 밥상을 차 리고, 교회주보나 자료집을 재생 용지로 만들고, 초록 가게를 지원하고 이용하고, 불필요한 행 사를 줄이고, 자동차 없는 주일을 지키는 등등의 일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탄소배출을 최소화 하는 슬로 패션(Slow Fashion), 덜 사고, 오래 사용하고, 쓰레기 없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불필요한 소비를 없애 탄소배출을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Mininmal Life),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녹색 교통(Green Tranport),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 에너지(Green Energy) 등등 을 말하는 것이다.38

이를 위해 교회 안에 환경부를 만들어 이에 관한 사역을 연구하고 지원하 고 시행할 수도 있다.

특히 교회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기후미식(Climate Gourmet)을 선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자 생활습관 전문가인 이의철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히 든카드로 기후미식을 제안한다.39

37Martin Buber, trans. Ronald Gregod Smith, I and Thou (New York: Charles Scribner’s Sons, 1958), 20ff.

38양재성, “기후 위기와 교회의 역할,” in 김광기 편, 『리더십 저널』 (Nashville: Discipleship Ministries of The United Methodist Church, 2022), 102-105.

39Cf. 이의철, 『기후미식』 (서울: 위즈덤하우스, 2022).

그에 의하면,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양 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체 온실가스의 17.4%가 동물성 식품 섭취를 위해 발생하고 있다. 도로, 비행, 선박, 철도 등의 모든 교통 및 운송 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6.2% 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 수치는 아주 대단한 양에 해당한다.

많은 기후학자는 동물성 식 품 섭취가 온실가스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네덜란드 환경평가원(Pbl)은 전 세 계가 고기를 덜 먹는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2050년까지 예상되는 기후비용의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기후미식의 시행으로

1) 온실가스를 더 줄일 수 있고,

2) 가축 사용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농지의 대부분을 숲과 자연으로 되돌릴 수 있고,

3) 현대인의 건강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

특히 현대인의 대표적인 질병인 고혈압, 암, 치매 등과 같은 만성질환 은 동물성 단백질의 과잉 섭취와 관련이 있다.

E. 나오는 말

기후 위기 시대에 생명 신학의 역할은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삶의 전환을 촉구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 생태계에 죄를 지었음을 회개하는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삶의 전환 즉, 풍요롭고 편리한 삶에서 단순하고 검소한 삶으로의 전환, 인간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생태적 삶의 전환은 일상의 작은 것 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모범적으로 철저히 행하고 이의 의의를 널리 알 리는 것이다.

강과 바다 그리고 삼림 훼손 방지에 협력한다.

‘기후테크’에 후원하고 지원하고 헌금한다.

기후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격려해야 한다.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전쟁, 지구 적 재난, 고아 구제 등을 위해 지원하고 헌금했다.

그는 “일찍부터 창조 신학자였다.

18세기에 웨슬리는 동물과의 관계를 독려했다.

사실 그는 천국 갈 때 우리의 단짝 동물도 함께 간다고 확신했다.”40

레너드 스윗이 말한 바와 같이, 웨슬리는 참으로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그의 온 생애를 바쳤다.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은 인류 생존을 위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물론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 일상은 물론 산업구조, 국가 정책 방향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은 강제 혹은 압력이 아니라 조화롭고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생명 신학은 지구의 지배와 착취를 멈추고, 지구의 관리와 경 영이 인간의 의무임을 말하고, 지구 위기와 재앙이 인간의 탐욕에 있음을 회개하고, 지구의 보 호와 지속을 위한 생태학적 삶의 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Teilhard De Chardin)은 우주(자연)는 하나님의 거룩한 드라마가 연 출되는 무대라고 하였다.

그리고 지구는 인간이라는 꽃을 피우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나무 줄기 라고 하였다.41

다음과 같은 그의 고백 속에서 인간은 유기적인 존재라는 생명 신학 인간관의 기본명제가 드러난다.

“나는 전율과 도취된 감정 속에서, 나라고 하는 가엾고 하찮은 존재가 삼라만상과 아직도 생성 과정에 있는 만물의 무한함을 지닌 존재임을 깨달았다.”42

우주는 인 간이 난 밭이며, 나무요, 씨이며 모체이다.

병든 지구 위에서는 생명체가 건강을 유지할 수 없 다. 건강한 지구를 위해서 우리는 지구의 관리인이 되어 지구를 제대로 잘 관리하고 있는지 살 펴보아야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했듯이 “하나에게 부족한 것은 다른 것에 의해서 보충된다.”

주지 되고 있듯이, 생명은 생명을 먹고 산다.

한 부류의 유기체가 품어 내는 독성 폐기물은 다른 유 기체가 먹게 되므로 그 유기체의 생명줄이 된다.

생명의 원형은 관계성 속에 있는 것이다. 관 계성의 핵심에는 긍휼이 존재한다.

진정한 관계는 긍휼을 지향하고 긍휼의 삶을 드러낸다.

긍 휼은 이타주의가 아니라, 자기 사랑과 대상 사랑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43

40레너드 스윗, 『관계의 영성』 (서울: IVP, 2011), 262.

41Cf. Teilhard De Chardin, Man’s Place in Nature (New York: Harper and Row, 1966), 13, The Phenomenon of Man (New York: Harper and Row, 1965), 61

42Teilhard De Chardin, Writings in Times of War (London: William Colins Sons, 1968), 25. 43Matthew Fox, 『영성-자비의 힘』 (서울: 다산글방, 2002), 64-65, 89.

이와 같은 긍휼은 모든 피조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태어난 열정적인 생활방식이다.

하나님은 왜 우 리를 그의 백성으로 부르셨을까?

그것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그러하듯이, 우리가 관계 공동체의 삶, 생태학적 삶을 살게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주제강연 제18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2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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