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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성경의 내적 통일성과 외적 통일성/김한경.웨스트민스트대학원大

[한글초록]

성경의 통일성은 고등비평 이전의 시대에는 당연시되었으나 이후에 는 이에 대한 상당한 회의주의가 만연하였다. 성경 안에 내적 통일성이 없 다는 비평은 “성경의 비평적 파편화”를 낳았으며 기독교가 성경을 어떻 게 바라보아야 하느냐는 문제를 던져주었다.

이에 대하여 성경의 통일성 을 옹호하는 방식은 주로 성경 안에 일관된 주제가 있고, 성경의 각 부분 이 이 일관된 주제와 관계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본 논문은 이것 을 “주제적 통일성” 혹은 “내적 통일성”이라고 부르며, 이를 보충하기 위 한 “외적 통일성” 모델을 옹호한다.

이렇게 통일성의 모델을 확장할 때 성 경의 통일성에 대한 신학적 논의가 더욱 균형 잡히고 심화되며 기독교 신 앙의 전통에 더 밀접하게 부합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외적 통일성 모델에 기여한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정경 배후의 통일성” 이론을 주장한다.

본 논문은 이 이론의 발상을 성경 해석에 있어 성령 의 역동적 역할을 강조하는 “성령론적 해석학”에 적용하여 성령을 중심으 로 한 해석학적 사유가 성경의 통일성 논의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제시한 다.

성령론적 해석학은 성령의 역동적 역사에 대한 체험을 통해 성경의 의 미를 새롭게 발견하며 비평적 방법을 통한 이해의 준비에 머물지 않고 성 령의 작용과 인도를 따라 적용이라는 목표까지 진행하게 하는 종합적 이 해의 프로그램으로 발전될 수 있다.

[주제어: 성경, 내적 통일성, 외적 통일성, 성경비평, 정경 배후의 통일성, 성령론적 해석학,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I. 서론

본 논문의 목적은 성경의 통일성이라는 문제를 성찰하는 하나의 방향 을 제안하는 데 있다. 그 방향이란, 기존의 통일성 논의의 중심에 있었던 내적 통일성 모델에 외적 통일성 모델을 보충하는 것이다.

또한 외적 통일 성 모델들을 검토 및 전개함으로써 그 타당성을 실제로 옹호하는 것이다. 이렇게 통일성의 모델을 확장할 때 성경의 통일성에 대한 신학적 논의가 더욱 균형 잡히고 심화되며 기독교 신앙의 전통에 더 밀접하게 부합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외적 통 일성 모델에 기여한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 의 “정경 배후의 통일성” 이론을 검토하며, 이 이론의 발상을 성경 해석에 있어 성령의 역동적 역할을 강조하는 “성령론적 해석학”에 적용하여 성령 을 중심으로 한 해석학적 사유가 성경의 통일성 논의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제시하고자 한다.1)

66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성경 안에 내용적 다양성이 있다는 것은 재론 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성경이 이 명백한 다양성 안에서 어떤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성경에 다양성만 있고 통일성이 없다면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은 대니얼 트리어(Daniel J. Treier)의 표현대로 “성 경의 비평적 파편화” 2)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신학은 고대로 부터 성경의 통일성을 옹호하기 시작하여 고등비평과 합리주의의 공격에 도 불구하고 그 옹호를 오늘날까지 계속해오고 있다.

성경의 통일성은 아 우구스티누스(Augustine)에게 있어서는 마니교의 주장에 맞서는 도구였 다.

그는 마니교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 님이 동일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통일성을 강력하게 옹호했다.

칼뱅(John Calvin)과 그의 동료들은 구약성경의 중요 성을 부차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이들에 대항해서 성경의 통일성을 옹호 했다.3)

1) 본 논문의 성령론적 적용에도 불구하고 성령론적 해석이 월터스토프 성경관 전반의 특징이라고 하 기는 어렵다. 월터스토프의 가장 두드러진 사상적 특징으로는 토머스 리드(Thomas Reid)의 상식 실재론에 기반을 둔 반토대주의, 반회의주의, 개혁주의 인식론을 들 수 있다.

2) Daniel J. Treier, “Scripture, Unity of” in Dictionary for Theological Interpretation of the Bible, ed. Kevin J. Vanhoozer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05), 731. 3) J. van Genderen & W. H. Velema, Beknopte Gereformeerde Dogmatiek, 신지철 역, 『개혁교회 교의학』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8), 129.

이러한 몇몇 역사적 맥락을 보면 성경의 통일성을 주장한다는 것 은 기독교가 분열적이거나 파편적이지 않고 정합성과 내부 연결성을 가 진 신앙과 신학,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권위 있는 자료를 가지고 있다 고 주장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의 통일성은 반드시 이러한 의도에서만 긍정되고 옹호된 것은 아니다. 또한 복음주의적이거나 보수적인 성경해석에서만 성경의 통일성을 변호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칸트(I. Kant)는 형이상학적으로 회의주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성경을 신화론적으로 해석하면서도 성경의 통일성을 강하 게 긍정했다.

성경의 통일성은 성경에 대한 여러 해석학적 주제들 가운데 하나이 다.4)

그리고 성경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접근은 지적인 관심에만 머물러 있거나 단순히 호교론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보다 더 강렬한 신앙적 필 요에 맞닿아 있어 왔다.

성경의 통일성 문제 및 여러 다른 해석상의 문제 에 뛰어든다는 것은 매우 신앙적인 동기와 필요성을 배후에 가지고 있는 일이다.

그리하여 존 딜렌버거(John Dillenberger)는 성경을 해석한다는 것은 우선 “신앙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 “신앙을 일으키는 일”, 그리고 “성경 본문의 진정한 의도”가 실현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 “신학적 해 석학이란 말씀 사건, 즉 신앙의 발생과 동일한 것” 5)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심지어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도 해석학을 신 앙과 밀접히 연결했다.

한스-게오르그 가다머(Hans-Georg Gadamer)의 회고에 의하면 하이데거는 1920년대에 마르부르크에서 열린 신학자 에두 아르드 투르나이젠(Eduard Thurneysen)의 연설에 참석한 후 이후의 토 론 시간에 신학이 다시 한번 발견해야만 하는 “신학의 진정한 과제”는 “사람을 신앙으로 부르고 신앙 안에 그 사람을 머물게 하는 능력이 있는 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6)

4) 복음주의적인 입장에서 성경관의 다양한 측면들을 다룬 최근의 중요한 연구들로는 다음을 참조하 라. 오승성, “말씀과 체험으로부터의 인식론을 넘어 성경으로부터의 인식론으로: 토대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 「조직신학연구」 40 (2022): 184-218; 박찬호, “프란시스 쉐퍼의 성경관과 창조론”, 「조직신학연구」 38 (2021): 182-211; 윤형철, “성경 권위 담론을 위한 인식론적, 교리적, 해석학적 차원의 통합적 고려”, 「조직신학연구」 36 (2020): 24-59; 이병일, “잔 그레스햄 메이천(J. Gresham Machen)의 성경관과 변증”, 「조직신학연구」 36 (2020): 60-81; 김상엽, “벤자민 워필드의 성경관 과 과학관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 인간의 기원 문제를 중심으로”, 「조직신학연구」 28 (2018): 118- 49; 홍철, “성경관의 비교 연구: 박형룡과 김재준을 중심으로”, 「조직신학연구」 27 (2017): 226-54.

5) John Dillenberger, “On Broadening the New Hermeneutic,” in James M. Robinson and John B. Cobb, Jr. eds., The New Hermeneutic: Discussing among Continental and American Theologians, New Frontiers in Theology, vol. II (New York: Harper & Row, 1964), 148.

6) Hans-Georg Gadamer, “Martin Heidegger and Marburg Theology,” in Gadamer, Philosophical Hermeneutics, trans. and ed., David E. Linge (Berkeley: University of Los Angeles Press, 1976), 198.

딜렌버거와 하이데거는 기본적으로 같은 문제 를 던지고 있다.

즉, 우리의 신학적, 해석학적 질문들이 우리를 진지한 신 앙의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성경의 통일성에 대한 성찰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딜렌버거는 해석학적 문제는 과거의 텍 스트와의 대면에서 오는 문제라고 지적한다.7)

7) Dillenberger, “On Broadening the New Hermeneutic,” 153.

그리고 해석학은 이 문서에 담긴 의도로 꿰뚫고 들어가 이해하기를 시도하지만 본래의 문화적 범주 들이 제거된 채 그 본질이 드러날 것을 소망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자신의 문화적 제한도 존재한다.

성령론적 해 석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둘을 이론적으로나 체험적으로 이어주는 것이 성령의 역사이다.

역사적 맥락 1과 역사적 맥락 2 사이에서 텍스트의 의 도를 밝혀주는 것이 성령의 역사이다.

그리고 의도만이 아니라 텍스트의 쓰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성령의 역사이다.

II. 성경의 내적 통일성에 대한 논의들

1. 성경의 통일성을 부정하는 견해들

성경에서 통일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주로 “정경 안의 정경”을 발견하 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첫 번째 “정경”은 다양한 주제와 흐름 을 포함하고 있어서 통일성이 즉각적으로 명백하게 발견되지 않는 특성 을 가진 책인 성경을, 그리고 두 번째 “정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여러 책을 묶어주는 핵심적 공통 내용을 가리킨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칼 헨리(Carl F. H. Henry)는 정경 안의 정경을 찾으려는 신프로테스탄트 성경학자들의 연구들이 정경 안의 정경에 대한 발견이 아니라 오히려 “정 경들의 증가”로 귀결되었다고 지적한다.

즉, 66권을 관통하고 하나로 만 들어 주는 핵심 주제를 찾는 노력을 부정한 나머지 독립된 책으로 서 있는 66권의 정경들을 주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특히 헨리는 신약성경은 다 양한 글들의 모음이며 이 글들 전반에 적용되는 통일성이란 없다는 것이 이들이 공유하는 “도전받지 않는 전제”라고 비판한다.8)

더 나아가 헨리는 성경의 핵심을 이루는 진정으로 성경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제시하려는 신프로테스탄트 학자들의 다양한 신학들이 “철학적으로 경도 된 형태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헨리는 심지어 성경의 우선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일어났던 성경신학운동(Biblical Theology Movement)조차 성경의 내용 바깥으로 나가서 자신들의 신조를 구성하고 있다고 비판한다.9)

성경의 통일성을 부정하는 주된 방법은 구약과 신약의 불연속성, 심지어 무관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슐라이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는 기독교와 유대교의 관계는 기독교와 이교의 관계와 같 다고까지 보았다.

그는 구약과 신약이 한 권으로 묶이게 된 것은 단지 신 약이 수집되기 이전의 교회에서 구약을 썼기 때문이지 그 이상의 본질적 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내적으로 보면 기독교와 유대교는 거의 무관하다는 것 이다.10)

제믈러(Semler), 가블러(Gabler), 아이히호른(Eichhorn), 바우어 (Bauer), 슈트라우스(Strauss) 등 신프로테스탄트 성경학자들 다수도 구 약성경을 신화적인 것으로 취급하면서 신구약 관계를 단절 가능한 것으 로 보았다.11)

8) Carl F. H. Henry, God, Revelation and Authority, vol. IV, God Who Speaks and Shows, Fifteen Theses, Part Three (Wheaton: Crossway, 1999), 451.

9) Henry, God, Revelation and Authority, vol. IV, 456-7.

10) 슐라이어마허의 구약성경 이해에 대해, Paul E. Capetz, “Friedrich Schleiermacher on the Old Testament,” The Harvard Theological Review 102/3 (2009): 297-325 참조.

11) Wilhelm Dilthey, “Schleiermacher’s Hermeneutical System in Relation to Earlier Protestant Hermeneutics (1860),” in Wilhelm Dilthey, Hermeneutics and the Study of History, Selected Works, vol IV, edited with an introduction by Rudolf A. Makkreel and Frithjof Rodi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6), 170.

맥락은 다르지만, 김균진도 성경 안의 다양성과 불일치를 들 어 통일성을 부정하는 듯한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김균진은 “성서 안에 는 내용의 차이와 논리적 비약은 물론 심지어 모순들까지 발견된다.”라고 지적하며 “성서의 증언들은 내용에 있어 일치하지 않으며, 정경의 확정에 있어 성서 문서들의 일치성의 원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12)

라고, 말한다.

제임스 바(James Barr) 역시 “성경은 통일성을 가진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문헌 모음집” 13)이라고 보았다.

2. 성경의 내적 통일성을 긍정하는 주장들

성경의 내용적, 장르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성경학자는 없을 것이 다.

그렇다면 이 주제에 있어 성경학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성경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통일성을 주장하는가, 아니면 결코 통일성에 이 르지 못하는 다양성과 불일치성을 주장하는가의 문제이다.

성경은 과연 내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내적 통 일성”의 의미를 정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슐라이어마허를 따라 “내적 통일성”이란 한 작품의 부분들을 전체와 연결시키는 기반으로서의 작가 의 사상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14)

즉, 각 부분이 일관성 있는 사상으 로 묶여 있고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면, 다시 말해서 작품의 주제와 내용 이 각 부분에서 공유되고 상호 연결 관계에 있다면 그 경우 한 작품이 내 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슐라이어마허는 이러한 예 로 요한복음을 제시한다.

즉, 요한복음의 결말이 요한복음을 여러 부분으 로 나누었을 때 그 마지막 부분과 용이하게 연결되며 이는 또한 요한복음 의 첫 부분과도 그러한 방식으로 연결되므로 요한복음은 내적 통일성을 가진 작품이라고 본다.15)

12) 김균진, 『(김균진 저작 전집 01) 기독교 신학 1: 하나님 나라의 메시아적 신학을 향해』 (서울: 새물 결플러스, 2014), 295-6.

13) James Barr, The Bible in the Modern World (London: SCM, 1973), 157.

14) Friedrich Schleiermacher, Hermeneutics and Criticism and Other Writings, Cambridge Texts in the History of Philosophy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98.

15) Schleiermacher, Hermeneutics and Criticism and Other Writings, 99.

 

이렇게 주제적 통일성을 내적 통일성으로 보는 입장이 적절한 이유들 중 하나는 이것이 본 논문에서 다루는 쿨만(Oscar Cullmann), 김균진, 헨리, 칸트 등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견해이기 때문이다.

오스카 쿨만은 성경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성경의 통일성을 보장 해주는 단 한 가지 공통 주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 주제는 바로 구속사이 다.

쿨만은 구속사 외의 다른 개념은 성경의 모든 책을 연결해주지 못하므 로 구속사만이 “성경의 통일성을 구성하는 유일한 요소”라고 보았다.16)

쿨 만과 헨리가 성경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것에 비해 김균 진의 견해는 다양성 주장과 통일성 주장 사이에서 좀 더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으로 김균진은 성경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규범성을 가지 기 위해서는 내적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김균진은 이 러한 내적 통일성이 성경신학의 역사적-비평적 방법을 통해서는 확보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하여 그는 “역사적-비평적 방법의 관점에서 볼 때, 성서는 내적 통일성을 갖지 못한 다양한 자료층의 수집에 불과하다.” 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관점은 통일성 문제에 대한 그의 최종적인 판단 이 아니다.

그는 다른 한편에서, 성경의 내적 통일성 문제가 “신학적 관점 에서 해결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그는 “성서는 다양 한 시대와 지역의 배경 속에서 다양한 자료들과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 만, 오늘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점에서 내적 통일성을 가진 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김균진은 성경의 내적 통일성을 부정하기도 하 고 긍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그에게 있어서 성경의 내적 통일성이란 주제들 사이의 공통성과 연결성에 의해 확보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김균 진은 “성서의 내용들이 다양하지만 이 모든 내용들이 공통된 중심점과 연 결되어 있기 때문에, 성서는 내적 통일성과 규범성을 가진다.”라고 말하 고 있다.17)

16) Oscar Cullmann, Salvation in History (London: SCM, 1967), 298.

17) 김균진, 『(김균진 저작 전집 01) 기독교 신학 1: 하나님 나라의 메시아적 신학을 향해』 , 296.

만약 주제들 사이의 공통성과 연결성이 이렇게 성경 본문 안에 있다면 그러한 내적 통일성을 역사적-비평적 방법이 포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결국 김균진이 말하는 성경의 내적 통일성은 주제적 통일성이며 그것은 신학적 방법만이 아니라 역사적-비평적 방법으로도 발견할 수 있 는 것이다.

김균진은 다만 내적 다양성과 상호충돌이 내적 통일성을 위협 할 만큼 두드러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역사적-비평적 방법으로는 확보될 수 없는 다양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균진은 성경의 내적 통일성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내용에 대 해서는 “예수가 선포하였고 그의 말씀과 삶을 통해 선취한 하나님의 나라 에 성서의 중심과 통일성이 있다.” 18)라고, 주장한다.

덧붙여 김균진은 다 음과 같이 말하며, 개념적 불명확성을 뒤로 하고 성경의 통일성을 주장하 는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성서의 모든 책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그의 모든 말씀과 활동의 중심 주제로 삼았던 하나님의 나라를 그 중심으로 하며, 이 중심점을 통해 내적 통일성과 규범성을 가진다.

성서는 그 전체에 있어 하나님의 나라, 곧 하나님의 정의 와 자비와 영광이 가득한 새로운 생명의 세계에 대한 메시아적 기다림과 희 망을 보여주는 책이다.19)

18) 김균진, 『(김균진 저작 전집 01) 기독교 신학 1: 하나님 나라의 메시아적 신학을 향해』 , 297. 19) 김균진, 『(김균진 저작 전집 01) 기독교 신학 1: 하나님 나라의 메시아적 신학을 향해』 , 298.

칼 헨리는 성경의 통일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성경학자들을 비판하면 서 쿨만 및 김균진과 유사한 근거로 성경의 통일성을 주장했다.

그는 성경 의 통일성은 문학적 장르나 인간 저자들에게서는 발견될 수 없고 오직 성 경의 메시지와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헨리에게 있어 성경의 메 시지와 의미란 성경이 말해주는 역사 전체이다.

이 역사의 내용을 헨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살아계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우주의 시작에 창조주와 주권자로 서시고 역사의 마지막에 최후의 심판자로 서 계신다 는 것, 그리고 사람을 자기 형상대로 지으셨는데 인간이 저항하여 재앙적인 결과가 다가왔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나사렛 예수가 구원자로 오셨다 는 것,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것, 그리고 교회 는 그리스도가 다스리시는 공동체라는 것, 그리스도가 다시 오셔서 모든 피조물을 회복시키고 악을 굴복시키신다는 것이다.20)

헨리가 말하는 성경 의 주제는 쿨만의 구속사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이 둘은 결국 성경의 내 적, 주제적 통일성을 주장한다고 할 수 있다.

김균진이 성경의 핵심 주제 로 제시하는 내용에는 “정의”, “생명”, “메시아적 기다림” 등 정치신학적 인 관심과 용어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지만, 그의 관점이 쿨 만 및 헨리의 관점과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의 내적 통일성을 위와는 매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학자 중 하 나가 칸트이다.

칸트는 성경에 실린 역사적 내러티브들이 상징적으로 보 여주는 진정한 주제는 도덕적 교훈이라고 믿었고 이 도덕적 교훈이 성경 의 통일성이라고 보았던 것이다.21)

칸트는 성경이 증언하는 역사적 사건 들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성경의 모든 내 용과 기독교의 모든 교리에는 일관성이 있다고 보았다.

칸트에게 있어서 그것들은 어떤 형태로 제시되건 간에 모두 칸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도덕 종교”를 나타내고 있었으며, 바로 이러한 점에서 칸트는 성경의 통 일성을 강하게 지지했다.

딜타이(Wilhelm Dilthey)는 신약성경을 주요 개 념들이 일관되게 결합된 하나의 총체성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신학자인 슐라이어마허에게서 보다 칸트에게서 더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

칸트는 도덕적 교훈이 “기독교의 진정한 뿌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았으며 이 러한 일관된 해석학적 입장에 기초해서 성경의 통일성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22)

20) Henry, God, Revelation and Authority, vol. IV, 468.

21) Immanuel Kant, Religion within the limit of Reason Alone, trans. T. M. Greene and Hoyt M. Hudson (New York: Harper & Row, 1960), 73.

22) Dilthey, “Schleiermacher’s Hermeneutical System in Relation to Earlier Protestant Hermeneutics (1860),” 96.

쿨만, 김균진, 헨리, 칸트는 성경 내부에서 발견되는 주제적, 내용적 통 일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들은 내적 통일성과 달리 성경 밖에 있 는 무언가가 성경에 통일성을 부여할 가능성, 즉 외적 통일성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이는 성경의 통일성을 부정한 신프로테스탄 트 성경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제적, 내적 통일성 외에 성경을 통일성 있는 책으로 보게 해줄 다른 종류의 통일성은 이들에 의해 다루어지지 않 았다.

그러나 본 논문은 성경의 내적 통일성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성경 의 통일성이 성경의 내용과 주제 외의 요인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는 가능 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탐색을 통해 성령론적 해석이 성경의 통일 성 논의가 진전되는 데 공헌할 수 있음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성령론적 해석은 성경의 통일성을 가능케 하는 외부적 요인에 대한 유일한 답변은 아니다.

성령론적 해석을 다루기 전에 외부적 요인이 성경의 통일성을 가 져올 수 있다는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견해를 분석하고자 한다.

III. 성경의 외적 통일성에 대한 논의들

철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내적 통일성의 관점에서 성경의 통일 성을 인정하거나 부정한 위의 사상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발상을 가지 고 성경의 통일성 문제에 접근한다.

즉, 월터스토프는 성경의 통일성을 성 경 안에서가 아니라 성경 바깥에서 찾고 있다.

월터스토프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하는 신학자로는 제임스 바를 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는 성경의 내적 통일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그는 내적 통일성이 없다는 이유로 성경의 통일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역시 성경 외부에서 성경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는 “성 경 안에 있으면서 성경을 하나 되게 만드는 공통 요소들”의 존재에 대해 서 의문을 표하면서도, 성경의 통일성은 “공통된 사고 양식이나 서로 다른 강조점들이나 상호충돌하는 관점들 사이의 균형” “성경 안에 있는 통일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성경의 진정한 통일성은 “한 하나님의 통일성”에 있다고 지적한다.23)

23) James Barr, The Bible in the Modern World, 181.

 

성경 바깥에서 성경의 통일성을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바와 월터스토프의 견해는 공통성을 보인다.

본 논문은 또 한 성령론적 해석학도 월터스토프와 바와 같은 맥락에서 성경의 통일성 을 찾는 유형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1. 정경 배후의 통일성: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월터스토프는 성경 안에 있는 주제의 통일성이 아니라 성경 바깥, 혹 은 그 자신의 표현으로는 “정경 배후”(behind the canon)24)에 있는 무언가 에서 성경의 통일성을 찾는다.

24) Nicholas Wolterstorff, “The Unity behind the Canon,” in Michael Rea, ed. Oxford Readings in Philosophical Theology, vol. II, Providence, Scripture, and Resurrect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229.

1) 성경의 통일성에 대한 선판단

월터스토프는 해석학적 선판단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딜타이의 슐라 이어마허 비판을 언급한다.

딜타이는 슐라이어마허의 해석학에 대해서 대체로 존경과 지지를 보내면서도 어느 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 가를 내리는데, 그것은 바로 슐라이어마허가 성경의 통일성을 해석학적 순환을 통해 텍스트로부터 끌어내기보다는 교리적 신념으로 이미 전제한 상태에서 해석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25)

그러나 다른 한편, 딜타이는 슐라 이어마허가 신구약의 통일성에 대해서 얼마나 부정적인 평가를 했는가를 그와 동조하는 입장에서 강조26)하고 있기 때문에, 또한 맥클린과 같은 학자들은 슐라이어마허가 성경 저자들의 의도 및 성경 각 권의 개별성과 독 특성을 강조한 것이 성경의 통일성을 강조한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을 약화시켰다고 지적27)한 바 있음을 고려할 때, 딜타이의 슐라이어마허 평 가에 대한 월터스토프의 평가는 추후 상세한 논의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 다.

25) 월터스토프는 이러한 비판이 딜타이의 저작 어느 곳에 나타나는지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26) Dilthey, “Schleiermacher’s Hermeneutical System in Relation to Earlier Protestant Hermeneutics (1860),” 96, 169, 175-6.

27) B. H. McLean, Biblical Interpretation and Philosophical Hermeneut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2), 37.

그러나 월터스토프가 딜타이의 슐라이어마허 비판을 언급하는 이유 는 분명하다. 월터스토프는 가다머가 말하는 선판단(prejudgment) 없이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딜타이가 주장하는 “교 리 없는 해석”의 개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월터스토프는 더 나아가 가다머조차 계몽주의적 객관주의의 전제들을 충분히 비판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즉, 가다머는 슐라이어마허가 말하는 해석학적 순환을 해석자의 선판단과 그에 대한 텍스트의 반응 사이의 순환으로 대체하면서도 이 러한 선판단과 텍스트의 반응이라는 과정 자체가 해석자의 이전 선판단 과 이후 선판단 사이의 대화임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 찰을 통해서 월터스토프는 선판단이 해석의 과정으로서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텍스트의 반응 역시 해석자의 선판단 안에서 포착되고 선판단을 수정하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월터스토프는 한 작품의 통일성 이란 그것을 “하나의 작품이 되게 결정하는 의도적인 행위”로 인해 생기 는 것이라는 선판단을 제안하고 있다.28)

28) Wolterstorff, “The Unity behind the Canon,” 230-31.

2) 저작 행위가 아니라 승인 행위

월터스토프는 기독교 정경만이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 되는 어떤 텍스 트라도 그것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월터스토프에 따르면, 이러한 점을 생각하지 않 고 현재 해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성경이라는 텍스트가 역사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취급받아 왔다는 이유로 통일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 각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한 선판단일 뿐이다.29)

일례로, 월터스토프는 성 경의 모든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를 지시하고 있다는 강한 내적 통일성 주 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월터스토프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종류 의 내적 통일성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서 성경의 통일성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그는 통일성 주장에 대한 다른 접근을 제시하고 있 는 것이다.

월터스토프는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전제 조건을 성찰하는 가운데, 텍스트에 총체적 화자가 존재한다면 비록 텍스트에 내부 모순이 있거나 심지어 다른 작품에서 그대로 옮긴 부분이 있더라도 그 텍스트는 하나의 통일성 있는 작품이 된다고 주장한다.30) ]

여 기에서 한 작품의 통일성에 대한 월터스토프의 다음 명제가 나온다.

“어 떤 글이 하나의 작품인가 아닌가를 결정해주는 것은 텍스트 자체에서 선 별할 수 있는 어떤 특징이 아니라 그 텍스트의 배후에 놓여있는 무언가이 다.” 31)

29) Wolterstorff, “The Unity behind the Canon,” 233.

30) Wolterstorff, “The Unity behind the Canon,” 234.

31) Wolterstorff, “The Unity behind the Canon,” 234.

월터스토프에게 있어서 이 “무언가”란 그 글을 하나의 완결된 작품 으로 규정하는 의도, 혹은 의지적 행위이다.

이러한 의도는 자신만의 고유 한 내용을 가진 글을 쓰겠다는 의도처럼 반드시 글쓰기에 관한 의도일 필 요가 없다. 월터스토프는 일례로, 전적으로 다른 저자들의 글들로만 이루 어진 자신의 작품을 기획했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사례를 제 시한다.

월터스토프의 발상은 통일성을 내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이전의 해 석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 슐라이어마허는 일리아드, 오경, 여호수아를 “원래 하나의 전체”라고 보는 것을 “진정으로 미친 생각”이라 고 비판하는데, 이것은 이 책들이 비록 하나의 통일체일지라도 실제로는, 즉 내용적으로는 “서로 구별되어야 하는 많은 전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32)

그리고 이러한 구별의 요인에는 주제적 차이와 자료의 차이, 저자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의 차이 등이 포함될 것이다.

반면 월터스토프 는 어떤 글이 하나의 작품인가 아닌가는 저작 행위(authoring)가 아니라 승인 행위(authorizing)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이사야서를 구성하는 문장들을 누가 지었는가는 이사야서가 하나의 작품인가 아닌가 를 결정하는 문제와 무관하다.

이사야서의 문장들을 한 명, 두 명, 혹은 세 명이 썼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이사야서가 한 작품, 두 작품, 혹은 세 작품 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벤야민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러 한 저작 행위를 누가 했는가에 따라서 이 작품의 저자가 결정될 필요도 없 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이 문장들의 총체를 하나의 저작으로 승인하였 는지의 여부이다.

또한 이사야가 하나의 저작으로서 승인되었다고 할지 라도 이전 단계에서 이미 하나의 저작으로 승인된 것들이 전체 안의 부분 들을 이루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33)

32) Schleiermacher, Hermeneutics and Criticism and Other Writings, 99.

33) Wolterstorff, “The Unity behind the Canon,” 235.

이 모든 것은 저작 행위가 아니라 승 인 행위가 작품의 통일성을 결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3) “정경 배후의 통일성”의 해석학적 함의

정경 안 텍스트의 다양성과 정경 형성 과정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정 경 배후의 통일성을 주장하는 월터스토프의 입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 나님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다고 말하는 성경 구절 (마 3:9, 눅 3:8)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님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 즉 언약 백성을 만드실 수 있다면 하나님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만드 시기 위해 사용하지 못할 재료는 없을 것이다.

성경을 구성하는 재료인 문 장들, 그 재료들의 근원, 더 나아가 성경의 최종 형태가 어떠하든지 그것 들은 하나님의 의도에 의해 하나의 작품으로 승인될 수 있다.

성경을 하나 의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 성경에 진정한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성경내부의 주제나 문체나 그 어떤 요소가 아니라 성경을 하나의 작품으로 승 인하시는 하나님의 행위인 것이다.

월터스토프는 승인 행위에 관한 판단, 즉 텍스트가 공식적으로 하나의 저작으로 승인되었다는 해석자의 판단은 텍스트 해석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또한 미쳐야 한다고 말한다.34)

34) Wolterstorff, “The Unity behind the Canon,” 237.

이러한 외적 통일성, 혹은 정경 배후 의 통일성은 성경의 기록자들이 사용한 원자료들의 다양성이나 편집 과 정의 복잡성, 심지어 내용적 충돌, 즉 내적 통일성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하나의 작품이 되게 하고 따라서 오늘날의 해석자들이 성경을 하 나의 작품으로 해석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런데 월터스토프는 정경 배 후의 통일성을 오직 공식적인 승인 행위라는 견지에서만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본 논문은 성경의 통일성을 오로지 내적인 통일성으로만 생각 하던 관습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월터스토프의 공헌을 높이 평가 하면서, 월터스토프가 말하는 정경 배후의 통일성의 범위를 확장시킴으로 써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고자 한다.

2. 성령의 역사와 성경의 통일성: 성령론적 해석학

월터스토프가 주장하는 공식적인 승인 행위는 성경에 외적 통일성을 주는 유일한 의지적 행위일 필요가 없다.

성경에 외적 통일성을 주는 의지 적 행위는 성령의 조명 등 성령의 인식론적 역사일 수도 있고 가다머가 해 석의 3대 요소 중 하나로 부각시키는 “적용” 35)을 인도하시는 성령의 역사 일 수도 있다.

35) Hans-Georg Gadamer, Truth and Method, 2nd ed., trans. Joel Weinsheimer and Donald G. Marshall (London: Continuum, 1989), 306-10.

 

성령론적인 접근은 월터스토프의 통찰을 응용하고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터스토프는 구약의 메시아적 예언들을 기독론적으 로 해석하는 신약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한 작품으로서의 성경에 대한 공식적 승인 행위를 제시하지만 성령의 인식론적 작용에 주목하는 해석학에 있어서는 성령의 영감과 조명, 그리고 성령의 보다 역동적이고 다양한 역사를 통한 정당화를 모색할 수 있다.

1) 체험에 대한 기대와 체험의 해석학

대체로 성경의 독자들은 성경 속에서 개념화된 진리만이 아니라 이야 기의 호소력을 지닌 진리 및 삶에 적용되는 진리를 찾고자 한다.

성경 독 자의 기대가 지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적인 것까지 포함할 때, 즉 “단 순히 진리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타나시는 경험”까지 성경 읽기를 통해 얻기를 원할 때 독자들은 성령의 역동적인 역사를 기대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기대는 설교를 듣는 청중들의 기대와 유사하 다.

즉, 청중은 설교를 들음으로써 단순히 성경 텍스트가 과거에 무슨 의 미로 쓰여졌는지 알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가 현재 내게 직접적 으로 다가오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원함이 과거와 현재 사 이의 역사적 간격을 지식적으로 좁히고 현대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 적용의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만은 아니다.

이것은 성경에 기록된 것 과 같은 체험을 독자와 해석자가 오늘날 실제로 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성경에서 말한 “그것”이 내가 오늘 체험하는 “이것”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동일성의 차원이다.

이 동일성을 일으키는 것은 성령의 역사이며, 그리하 여 성령론적 해석학은 이렇게 성령이 성경의 텍스트를 열어주는 체험을 통해서 성경을 하나의 일관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제 시한다.

성경과 현재 사이의 동일성을 발견하려는 이러한 경향은 역사 비 평으로도 좁힐 수 없는 성경 시대와 오늘 사이의 거대한 간격, 즉 레싱이 말한 역사의 “추악하고 넓은 간격”을 적어도 레싱(G. Lessing)만큼, 케에 르케고르(S. Kierkegaard)만큼은 느끼지 않게 하는 “체험의 해석학”을 낳 는다.36)

36) 레싱의 “추악한 간극” 개념과 그에 대한 키에르케고르의 논의에 대해서, G. E. Michalson, Jr., “Lessing, Kierkegaard, and the ‘Ugly Ditch’: A Reexamination,” The Journal of Religion 59/3 (1979): 324-334 참조.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성경 자체의 통일성을 넘어서서 성경의 통일성과 자기 삶의 체험적 통일성까지도 포괄하는 새로운 통일성의 전망 을 낳게 한다.

성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령론적 체험 사이에는 이분법 이 있을 필요가 없다.

체험은 성경 해석의 과정 안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체험은 저자의 의도나 삶의 자리와도 같은 해석의 주요 항 목이 이미 되어있다.

또한 체험은 선판단처럼 이해를 위한 해석자의 능력 이나 해석자가 사용하는 해석 과정의 한 부분이 이미 되어 있다.

2) 체험을 가능케 하는 성령의 역사

하워드 어빈(Howard M. Ervin)은 주관주의와 합리주의를 극복하기 위 한 성령론적, 체험적 해석학의 대안으로 “성령론적 인식론”을 제안하면서 성경에 대한 해석은 “해석자 안에서 작용하는 성령의 직접성과 역사”로부 터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37)

37) Howard M. Ervin, “Hermeneutics: A Pentecostal Option,” Pneuma: The Journal of the Society for Pentecostal Studies 3 (1981): 11-25.

성경 저자의 삶의 자리나 역사적 배경, 성경의 책들 사이의 자료적, 내용적 다양성 등에 대한 이해는 해석 과정에 서 생략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성경 해석자에게 작용하는 성령의 직접성에 주목하는 것은 성경의 외적 통일성에 대한 우 리의 논의를 위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성경의 통일성을 성경 저자들이 나 성경 안에 있는 메시지의 통일성으로 보는 시각과 달리, 위에서 언급한 제임스 바나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의 시각처럼 성경 바깥에 있는 어떤 요 소로 본다면 성령론적 해석학은 그 요소가 바로 성령의 조명은 물론 직접 적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 대한 이해는 텍스트와 그 배경 에 대한 이해를 거쳐서, 텍스트를 승인하고 사용하는 성령의 역사에 대한 개방성에 의해 더 깊어진다.

해석자 안에서 작용하는 성령의 역사는 전통적인 조명론이나 인식론 에 제한될 필요가 없다.

즉, 성령의 역사는 성경의 내용을 이해시키고 받아들이게 하는 조명을 넘어서 성경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삶의 여러 상 황에 대한 해답을 성경에서 발견하도록 할 수 있다.

물론 성경이 언급조 차 하지 않고 있는 많은 문제 및 역사와 문화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두 된 상황들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을 성경 저자들의 역사적 의도를 천착함 으로써 찾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서 현재 상황에 대 한 해답을 발견하려는 기대는 결국 성경의 역사적으로 제한된 내용을 무 한히 다양한 상황에 응용하고 적용하도록 새롭게 독자들을 일깨우고 인 도하는 성령의 역사에 대한 개방성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다머가 “적용”이라는 요소를 “해석학의 잊혀진 역 사”라고 부르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다머는 과거에는 텍스트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해석학의 중요한 관심사였지만 이제는 그러한 전통이 잊혀졌다고 지적한다.

그 원인을 가 다머는 18세기와 19세기에 역사의식이 출현하면서 문헌학적 해석학과 역 사 연구가 신학적 해석학 및 법률적 해석학과의 이전에 공고했던 연결을 끊어버린 것에서 찾고 있다.38)

다시 말해서, 본래 신학적 해석학은 적용의 요소를 중요한 목표로 삼는 해석학이었던 것이다.

성령론적 해석학에 있 어서 성경의 적용은 성령의 역사에 의해 능력을 부여받게 되고 효과를 발 휘한다.

단순히 옳은 것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갖춘다고 해서 적용과 실천 이 따라오지는 않는다.

성경의 내적 통일성이 성경과 삶의 통일을 가져오 지는 않는다.

성령론적 해석학은 성령의 작용에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성 경을 읽고, 적용하고, 성경에 약속된 능력을 체험하는 삶을 지향한다.

이 것이 성령론적 해석학의 가장 잘 알려진 옹호자들 중 하나인 크레이그 키 너(Craig S. Keener)가 “모든 그리스도인은 오순절이라는 관점, 즉 성령 체험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성경을 읽어야 한다.” 39)라고 말한 뜻이다.

38) Gadamer, Truth and Method, 307. 39) Craig S. Keener, Spirit Hermeneutics: Reading Scripture in Light of Pentecost (Grand Rapids: Eerdmans, 2016), 3.

성령 론적 해석학은 단순히 텍스트 이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령은 성경 안 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밝혀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성령은 우리로 하 여금 성경을 능력 있게 체험하고 적용하게 함으로써 성경이 통일성을 가 진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우리의 삶에 다가오게 만든다.

3) 역동적인 통일성

성경의 통일성에 대한 논의와 일정 정도 평행을 이루는 것이 교회의 통일성에 대한 논의이다.

오순절 조직신학자인 아모스 용(Amos Yong) 은 오순절주의자들이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체로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 로 교회의 통일성은 가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영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오순절주의자들의 믿음을 들었다.

용은 오순절주의가 에큐메니 컬 운동을 반대하는 데에는 두려움, 즉 “외적인 표적들이 성령의 내적 증 언에 대한 의존성을 제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40)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묻는다.

성령의 증언이 말해주는 교회의 통일성을 가시적인 교회 연합 운 동으로 구현할 때 성령의 증언이 가진 의미와 비중이 약화될 수 있다는 오 순절주의자들의 염려를 지적한 것이다.

용은 오순절주의의 반에큐메니컬 입장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정당한 우려라고 인정하고 있다.41)

40) Amos Yong, “Pentecostalism and Ecumenism: Past, Present, and Future,” in Pentecostals in the 21st Century: Identity, Beliefs, Praxis eds. Corneliu Constantineanu and Christopher J. Scobie (Eugene: Cascade Books, 2018), 208.

41) Yong, “Pentecostalism and Ecumenism,” 206-8.

용의 이러한 통찰을 우리는 성경의 통일성에 대한 논의에 응용할 수 있다.

즉, 성경의 내적 통일성에 대한 옹호자들은 성경의 통일성에 가시적 인 측면(성경 안에 존재하며 모든 종류의 비평과 읽기를 통해서 포착할 수 있는 주제적 통일성)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성경의 통일성을 성 경 외적인 것, 즉 성경과 해석자와 해석자의 현실에 작용하는 성령의 작용 이라는 면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경의 가시적이고 내적인 통일 성이 성경을 읽을 때 작용하는 성령의 역사에 대한 의존성을 제거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어떤 의 미에서 이것은 불트만이 성경에 대한 객관화된 접근이 루터가 말한바 믿 음 외의 다른 것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염두에 두 었던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경의 내적 통일성에 의존하지 않는 외적 통 일성 주장은 공허하며 주관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성경 본문과 독자를 연결해주는 성령의 역동적인 작용은 독자로 하여금 성경의 내적 통일성 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베드로는 오순절 성령강림을 체험한 직후 예 루살렘의 유대인들에게 설교하면서 성령이 자신들에게 주신 체험을 요엘 서의 예언과 연결해서 설명했다(행 2:16-21).

성경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성령 사건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성경의 내적 통일성 에 대한 긍정에서 나온다.

성경을 이해하게 하는 성령의 작용은 다양할 수 있다.

예컨대 성령의 조명, 혹은 우리의 이해를 인도하는 성령의 해석학적 작용은 성경에 대한 산발적인 조명을 줄 수도 있고, 부분적 이해에 머물고 있는 해석자의 현주소를 노출함으로써 잘못된 통일성 이해를 반박할 수 도 있고, 혹은 하나의 저작, 혹은 여러 저작의 모음집인 성경의 내적 통일 성의 발견으로 해석자를 인도할 수도 있다.

성령론적 해석자는 성령의 역 동적 증언과 인도에 따라서 자신의 해석학적 입장을 끊임없이 조정할 필 요가 있다.

용은 “오순절 사건의 지평에 의해 명확하게 규정되는 기독교 해석 학” 42)의 도입을 촉구한다.

42) Amos Yong, The Hermeneutical Spirit: Theological Interpretation and Scriptural Imagination for the 21st Century (Eugene: Cascade, 2017), 14.

여기서 오순절 사건은 단순히 성경의 주제적 통 일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사건만은 아니었다.

오순절 성령강림과 그로 인 해 새롭게 열린 지평에는 성경의 내적 통일성에 대한 새로운 각성도 있었 겠으나 또한 성령이 하시는 일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 및 제자들의 이해의 한계를 뛰어넘는 놀라움과 기쁨이 있었다.

신앙에 대한 제자들의 감정은 오순절 체험에 의해 고양 및 강화되었고, 이러한 체험의 한 가운데에서 일어난 일들 가운데 하나가 성경에 대한 이해의 체험적 확장이었다.

미래의 성경 저자로서의 제자들의 성경 이해와 그들이 앞으로 쓰게 될 성경 텍스 트의 성격은 이날의 성령강림, 그리고 다른 장소 및 다른 시간에서의 반복 적 발생에 의해 결정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우리는 가다머의 다음과 같은 언급들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한 텍스트의 의미를 mens auctoris, 즉 본래 저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실 제 이해의 지평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신약성서의 저자들에게 잘못된 방법으로 존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들의 존엄성은 그들이 자신의 이해 의 지평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선포했다는 데 있다.... 예술 작품의 창조자든, 어떤 행동을 한 사람이든, 법률서의 저자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간에 이 해라는 것이 단순히 저자가 “의도했던 바”를 복원하는 것일 수는 없다.... 따 라서 해석자가 단순히 반복이 아니라 진정한 이해를 원한다면 mens autoris 는 해석자가 움직이는 이해의 지평의 한계가 될 수 없다.43)

43) Gadamer, “Martin Heidegger and Margurg Theology,” 210.

가다머의 말처럼 신약성경을 이해하는 우리의 목표는 저자의 의도 이 해에 머무를 수 없다.

이것이 텍스트를 넘어서려는 후대 해석자 자신의 자 의적인 목표가 아니라 텍스트 자체의 성격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라는 것이 가다머의 통찰이다.

텍스트는 이미 텍스트 너머의 어떤 통일성을 가 리키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가시적인 성경의 통일성을 견지하는 바탕 위 에서 동시에 텍스트에 대한 성령의 작용에 개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이 유이다.

IV. 결론

이제까지 본 논문은 성경의 통일성 주장을 성경 내적인 차원에서 인정 할 뿐만 아니라 외적인 차원에서도 모색함으로써 통일성에 대한 보다 다 각적이고 풍부한 논의를 시도하고자 하였다.

딜타이에 의하면 개신교 초 기의 성경 해석학자들에게 있어서 성경의 통일성이란 “완벽한 동일성”(a perfect identity)을 의미했다.

딜타이는 이것을 성경 텍스트에 충실하지 도 않고 결코 달성될 수도 없는 이상이라는 뜻에서 “파괴적인 입장”이라 고 보았다.44)

우리는 이렇게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입장을 피하면서 성경 의 통일성에 대한 충실하고 적절한 입장을 탐구해야 한다.

브래들리 노엘 (Bradley Noel)은 해석의 두 가지 극단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 하 나는 독자-반응 비평 모델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주관주의이고 다른 하나 는 역사-비평적 방법론에서 발견되는 신앙의 세계와 분리된 객관주의이 다.45)

44) Dilthey, “Schleiermacher’s Hermeneutical System in Relation to Earlier Protestant Hermeneutics (1860),” 175.

45) Bradley Truman Noel, Pentecostal and Postmodern Hermeneutics: Comparisons and Contemporary Impact (Eugene: Wipf & Stock, 2010), 172.

성경의 통일성에 대한 옹호도 과도한 주관주의나 신앙과 무관한 객 관주의라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성령론적 해석 학은 성령의 역동적 역사에 대한 체험을 통해 성경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 하며 비평적 방법을 통한 이해의 준비에 머물지 않고 성령의 작용과 인도 를 따라 적용이라는 목표까지 진행하게 하는 종합적 이해의 프로그램으 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딜타이에 의하면 지그문트 야콥 바움가르텐(Zigmund Jacob Baumgarten)은 성경의 통일성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 성경의 영감 개념에 근거하여 해석의 일반 원칙들을 유예했다.

해석의 일반 원칙들은 저작을 그 역사적 상황들과 목적, 그리고 교리들에 의해서 설명하려는 시도인 반 면, 영감은 그 모든 것을 단 하나의 공간, 즉 “순수하고 무시간적이며 관계성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전체 세계를 위한 진리의 메시지가 있는 곳”으로 옮겨놓는다.46)

성경 텍스트는 역설적이게 도 “부분적 통일성”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정도의 통일성과 눈부신 다 양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텍스트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문자들에는, 바르 트가 불트만의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 말한 것처럼, “다른 영들”의 문자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47)

그러나 그 문자들은 “그리스도의 영의 위기 아 래” 놓여 있다.48)

46) Dilthey, “Schleiermacher’s Hermeneutical System in Relation to Earlier Protestant Hermeneutics (1860),” 166.

47) Karl Barth, The Epistle to the Romans, 2nd ed. trans. E. C. Hoskyn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33), 16.

48) Barth, The Epistle to the Romans, 17.

성경의 문자들은 고대 근동과 1세기 팔레스타인과 로마 의 문화적, 종교적, 사상적 세계를 향한 끝없는 탐구의 자리로 우리를 초 청하지만 성령의 역사는 이 다양한 텍스트 안에, 혹은 밖에 이미 통일성이 있음을 가르쳐주며, 심지어 문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그것을 발견하지 못할 때도 성령의 역사로 인한 통일성이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Abstract

The Inner and the Outer Unity of the Bible

Han Kyung Kim (Adjunct Professor, Westminster Graduate School of Theology)

Biblical unity was commonly assumed until the rise of higher criticism, which introduced skepticism about its coherence. Critics argue that the perceived absence of inner unity within the Bible has led to what is termed ‘critical fragmentation of the Bible,’ prompting questions about how Christianity should interpret Scripture. Proponents of biblical unity assert the existence of a consistent theme, termed ‘thematic unity’ or ‘inner unity,’ which pervades Scripture. This essay proposes supplementing this notion with an ‘outer unity’ model to provide theological discussions concerning biblical unity with better balance, depth, and alignment with Christian tradition. One proponent of the outer unity model is philosopher Nicholas wolterstorff, who suggests ‘the unity beyond canon.’ This essay applies wolterstorff’s idea to ‘the Spirit hermeneutics,’ a model emphasizing the dynamic works of the Holy Spirit in biblical interpretation. By doing so, it proposes that pneumatological hermeneutics can enrich discussions of biblical unity. Spirit hermeneutics offers the potential for a comprehensive interpretative framework, allowing individuals to discover new meaning in biblical texts through the experience of the Holy Spirit’s dynamic works, and advancing toward practical application without becoming mired in the preparatory stages of biblical criticism.

[Key words: Bible, inner unity, outer unity, biblical criticism, unity beyond canon, pneumatological hermeneutics, Nicholas Wolterstor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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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연구 제46권 (2024년)

논문 투고일: 2024.02.13. 수정 투고일: 2024.03.20. 게재 확정일: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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