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 상황의 전개: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피살
9월 27일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Hizbollah)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가 이스라엘의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 1992년부터 30년 넘게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나스랄라는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의 핵심 파트너이자 전략가였다. 다른 저항의 축 구성원인 팔레스타인 하마스(Hamas)나 예멘의 후티(Houthi)에 비해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실질적 국가 권력을 가진 통치자로서의 존재감도 있었기에 그의 피살에 담긴 레바논 국내외적 파장이 작지 않다.
나스랄라 이전 헤즈볼라는 초보적 무장 정파를 못 벗어난 거칠고 폭력적인 신생 조직이었다. 41년 헤즈볼라 역사 중 32년을 그가 지휘하면서 조직은 강력한 무장 단체로 거듭났다. 레바논 국내 정치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국회의원과 각료까지 거느리는 특이한 조직으로 발전해왔다. 이란의 지원으로 시작한 헤즈볼라의 무장능력은 갈수록 자체 발전 능력까지 갖추면서 강해졌다. 그가 가진 지도자로서의 32년 이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사실상 중동 내에서 이란 최고지도자와 더불어 이스라엘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강성의 지도자라 할 수 있었다.
2000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친 이스라엘과의 전쟁 상황에서 나스랄라의 헤즈볼라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사실상 이스라엘이 아랍 연합국을 번번이 패퇴시켰던 네 차례의 중동전쟁과 달리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괴롭힌 기록은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노선 정파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중동 내 반(反)서구 정치운동가들에게 헤즈볼라는 영웅처럼 인식되었다. 반면 안정적 질서와 외교해법을 선호하는 온건파 중동 인사들에게 헤즈볼라는 문제의 원천이었다. 무엇보다 이란의 전위(前衛)로 활동하며 중동 전역의 불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란과 협력하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간의 갈등과 충돌은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내정치에서도 중요한 변수였다. 2005년 레바논 총리 라피크 하리리(Rafic Hariri) 암살을 주도했고, 레바논 각종 인프라 이권을 독점하면서 국가 재정을 흔들어 시아파를 제외한 여타 종파의 반감을 사왔다. 시아파가 아닌 레바논 국민들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실패국가로 만들었다고 혹평한다.
그의 죽음은 헤즈볼라 조직의 위기를 의미한다. 하마스처럼 양대 지도자 체제가 아니라 위계적 단일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역량 복원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이스라엘의 공세 이후 이브라힘 아킬(Ibrahim Aqil) 등 현장 지휘관들이 피살되었고,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이후 의사소통이 차단되면서 지휘통제-통신정보(C4I: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and Intelligence)망이 붕괴된 상태다. 따라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대응을 조직적, 전격적으로 전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산 나스랄라가 이끄는 헤즈볼라는 이란 지역 전략의 상징이었다. 이란은 혁명체제 확산을 위해 헤즈볼라에 수십억 불을 지원했다. 이란의 우방 시리아 정부가 내전으로 실각 위기에 처했을 때 헤즈볼라를 파견, 아사드 정권을 지켜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시리아 무장 정파이자 정부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이란과 긴밀히 협력하는 국제 무장 세력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단순히 이스라엘-헤즈볼라 양자의 사건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마주하는 전략적 분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사안은 지역 정세를 좌우하는 국제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1. 상황의 전개: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피살
9월 27일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Hizbollah)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가 이스라엘의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
1992년부터 30년 넘게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나스랄라는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의 핵심 파트너이자 전략가였다. 다른 저항의 축 구성원인 팔레스타인 하마스(Hamas)나 예멘의 후티(Houthi)에 비해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실질적 국가 권력을 가진 통치자로서의 존재감도 있었기에 그의 피살에 담긴 레바논 국내외적 파장이 작지 않다. 나스랄라 이전 헤즈볼라는 초보적 무장 정파를 못 벗어난 거칠고 폭력적인 신생 조직이었다. 41년 헤즈볼라 역사 중 32년을 그가 지휘하면서 조직은 강력한 무장 단체로 거듭났다. 레바논 국내 정치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국회의원과 각료까지 거느리는 특이한 조직으로 발전해왔다. 이란의 지원으로 시작한 헤즈볼라의 무장능력은 갈수록 자체 발전 능력까지 갖추면서 강해졌다. 그가 가진 지도자로서의 32년 이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사실상 중동 내에서 이란 최고지도자와 더불어 이스라엘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가장 강성의 지도자라 할 수 있었다. 2000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친 이스라엘과의 전쟁 상황에서 나스랄라의 헤즈볼라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사실상 이스라엘이 아랍 연합국을 번번이 패퇴시켰던 네 차례의 중동전쟁과 달리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괴롭힌 기록은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노선 정파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중동 내 반(反)서구 정치운동가들에게 헤즈볼라는 영웅처럼 인식되었다. 반면 안정적 질서와 외교해법을 선호하는 온건파 중동 인사들에게 헤즈볼라는 문제의 원천이었다. 무엇보다 이란의 전위(前衛)로 활동하며 중동 전역의 불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란과 협력하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간의 갈등과 충돌은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국내정치에서도 중요한 변수였다. 2005년 레바논 총리 라피크 하리리(Rafic Hariri) 암살을 주도했고, 레바논 각종 인프라 이권을 독점하면서 국가 재정을 흔들어 시아파를 제외한 여타 종파의 반감을 사왔다. 시아파가 아닌 레바논 국민들은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실패국가로 만들었다고 혹평한다. 그의 죽음은 헤즈볼라 조직의 위기를 의미한다. 하마스처럼 양대 지도자 체제가 아니라 위계적 단일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역량 복원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이스라엘의 공세 이후 이브라힘 아킬(Ibrahim Aqil) 등 현장 지휘관들이 피살되었고,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이후 의사소통이 차단되면서 지휘통제-통신정보(C4I: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and Intelligence)망이 붕괴된 상태다. 따라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대응을 조직적, 전격적으로 전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산 나스랄라가 이끄는 헤즈볼라는 이란 지역 전략의 상징이었다. 이란은 혁명체제 확산을 위해 헤즈볼라에 수십억 불을 지원했다. 이란의 우방 시리아 정부가 내전으로 실각 위기에 처했을 때 헤즈볼라를 파견, 아사드 정권을 지켜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시리아 무장 정파이자 정부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이란과 긴밀히 협력하는 국제 무장 세력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단순히 이스라엘-헤즈볼라 양자의 사건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마주하는 전략적 분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사안은 지역 정세를 좌우하는 국제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2. 이스라엘의 의도: 네타냐후 생존게임에서 전략판도
변경게임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하마스는 상당부분 약화시켰으나 아직 온존하고 있고, 101명의 인질도 여전히 피랍상태다. 이 와중에 전선을 확대했다.
먼저 북부 전선 즉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거점을 공습 타격하며 2개 지상군 사단까지 북쪽 접경에 배치했다. 그리고 무선호출기 및 무전기를 통한 폭발사건과 함께 지난 2주 동안 레바논 전역을 공습했다. 이 기간 1,000여명의 레바논 국민들이 사망했다. 그리고 나스랄라 및 주요지휘관들도 제거했다. 헤즈볼라 지휘부 궤멸 이후, 이어지는 주말 9월 29일에도 베이루트 인근과 레바논 남부와 동부에 216차례의 이스라엘 공습이 전개되었다. 여기에 아라비아반도 남부 예멘 서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후티 반군 거점 호데이다(Al Hudaydah) 항구 등도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등과 마주하며 3면에서 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이렇게 다중전선을 구축한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국내정치적 동기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갈등 유도 차원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총리로서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이 크다. 하마스 기습 당시 가자지구 접경지역 키부츠 등 피습 부락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무능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Israel Defense Forces)과 경찰의 초기 대응이 늦어 피해자가 늘어났다. 이후 인질 귀환 작전도 성공적 이지 못했다.
지난 1년간 이스라엘 정부의 안보는 총체적 실패였다. 국제사회는 가자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 노력이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네타냐후와 보수 연립정부는 협상 대신 강공을 택했다. 작년 하마스 기습 공격 직후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급전직하였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국민들은 책임 규명을 미루고 정부를 지지(rally around the flag) 했다. 하지만 휴전 및 상황종료 이후에는 반드시 네타냐후의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이 과정에서 네타냐후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라파(Rafah)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동시에 국가의 정보역량을 동원, 저항축의 지휘부를 타격했다. 테헤란 한복판에서 이스마일 하니예(Ismail Haniyeh) 하마스 수장 폭살,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쿠르(Fuad Shukr) 및 남부지역 특수부대 라드완(Radwan)을 이끌던 이브라힘 아킬(Ibrahim Akil) 표적 사살이 이어졌고, 결국 하산 나스랄라까지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등으로 민간인들의 피해가 늘어났지만 전쟁 중 적장을 제거한다는 명분만 놓고 보면 군사적으로 대성공이었다. 군사작전 성공과 함께 네타냐후와 여당 리쿠드(Likud)의 지지율이 회복되고 있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이스라엘의 여론은 보수화되었다. 작년 하마스에게 공격당했던 네타냐후의 실책에 대한 비판 강도도 약화되는 추세다. 이를 기회로 네타냐후와 극우 보수파 각료들은 아예 판을 바꿀 생각을 하는 듯 보인다. 먼저 국가 성격의 변화 조짐이다. 민주주의와 세속주의를 기치로 하는 이스라엘에서 보수적 유대국가 정체성을 명확히 할 태세다. 일부 극우 각료들은 점령지 정착을 독려하며 팔레스타인인 없는 가자와 서안지구를 연호한다. 밖으로는 다중 전선을 유지하면서 전시 분위기를 바탕으로 현 연립정부의 위상과 안전을 도모할 계획으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이란을 자극 유도하여, 판을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직접 대결 국면으로 만들려 할 것이다. 이란의 직접 개입은 곧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United Arab Emirates) 등 중동 내 반(反)이란국가군을 이스라엘 측으로 결집시킬 유인이 된다. 지금까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인해 거리두기를 해 온 국가들이다. 이란을 끌어들여 주변 아랍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다시 구축하려는 의도다. 지난주 유엔총회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저주(the curse)’의 진영과 이스라엘(이집트, 수단)-요르단-사우디-UAE-인도로 이어지는 ‘축복(the blessing)’의 진영으로 나누며 지정학적 진영론을 가시화한 맥락이다. 여기에 미국 변수도 중요하다. 현 바이든(Joe Biden) 정부와 네타냐후 정부 간 관계는 좋지 못하다. 미국의 휴전 협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전쟁을 지속하며 백악관은 물론 미(美) 민주당 지도부와도 마찰을 빚었다.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국관계 마찰은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구체적 보복 공격으로 반응하면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은 ‘우호적 중재자’ 미국을 ‘동맹’으로 끌어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트럼프(Donald Trump)가 집권하면 현재로서는 이전 재임시와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3. 이란의 상황: 전략적 인내 유지 여부 고민
이란은 심각한 타격을 입은 셈이다.
헤즈볼라는 해외에 투사하는 이란의 최대 전략 자산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중요한 존재다.
나스랄라와 이란 최고지도자 간의 32년 우호 관계는 단순히 동지를 넘어서서 지음(知音)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따라서 나스랄라의 부재는 이란에게 전략적 손실감을 안겼다. 또 피살과정에서 확산된 공포감은 이란에게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 (시리아 주재 이란대사관 영사부 건물 폭격)을 비롯,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을 연쇄적으로 제거했다. 무엇보다 테헤란 시내 이란혁명수비대 보안시설에서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를 폭살한 사건은 충격적이었고, 금번 나스랄라 제거도 그만큼의 충격이었다. 이는 이란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자 선전포고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이스라엘은 이란을 전장으로 끌어들여 상황을 중동지역전쟁으로 고조시키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작년 하마스 10.7 테러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이스라엘 현정부가 안보 성과를 바탕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의도를 읽는 이란으로서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포석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맞다. 실제로 이란 페제시키안(Masoud Pezeshkian)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잔학행위를 비판하면서도 이란은 평화를 원하고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핵협상 재개 및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천명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일련의 도발에 대해 엄중한 보복을 예고하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와 궤를 같이 한다. 이러한 전략적 인내의 행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명확하지 않다. 하니예의 죽음에 대해 별다른 보복조치가 없었던 터에, 이번 나스랄라의 죽음까지도 대응 없이 넘어갈 경우 역내에서 저항의 축을 이끌어 온 이란의 존재감은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통령과 반대진영에 있는 혁명수비대 및 보수파 인사들은 이스라엘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고도 속수무책인 개혁파 대통령 비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내 일각의 여론은 이란 경제가 극도로 어렵고, 히잡 시위 이후 보수 체제에 대한 염증도 고조되어 있는 상황 속에 굳이 전비를 소모하면서 대리전에 직접 관여하는 데 비판적이라 전해진다. 다수의 이란 국민들도 이 입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에 반대하면서도 실질적 손해를 감수하기 싫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포석에 말려들 경우 미국과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 있어 대통령이 공약한 미국과의 핵협상재개 의지 자체가 무력화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마디로 패권욕심과 자존심 때문에 이 전쟁에 개입하면 구체적 실리를 잃는다는 논리다. 이 점을 네타냐후가 가장 원하고 있다는 것도 공지의 사실이다. 9월 29일 최고지도자의 발언이 주목된다. 이번 사안의 주체는 헤즈볼라고, (이란포함) 모든 무슬림들은 시온주의와 싸우는 의무가 있을 밝히면서 이란도 헤즈볼라를 지원하겠노라 언급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이란이 최전선에 나서기 보다는 즉각적 확전을 애매하게 피해가는 뉘앙스도 담겨있다는 평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도 이란이 전략적 인내를 유지한다면 결국 다음 이스라엘의 공세가 관건이 될 것이다.
현 네타냐후 정부는 공세 수위를 더 높여 테헤란의 지도부를 노릴 가능성도 있기에 현 이란정부는 깊이 고민할 것이다.
4. 전망 및 함의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판을 바꾸는데 일정부분 성공했다.
그동안 하마스에게 테러를 당한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바뀌면서 이스라엘은 수세에 몰렸었다. 더불어 네타냐후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내여론에 곤혹스러웠다.
그러나 숙적 하마스의 지도자와 헤즈볼라의 지도자를 나란히 제거한 금번 사안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반정부 여론이 약화되고 현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할 경우 이스라엘은 더욱 공세를 강화하며 다중 전선에서 공격적 행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까지는 여러 제약요인이 상존한다. 일단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아직 궤멸되지 않았다. 하마스의 야히야 신와르(Yahya Sinwar)는 아직 건재하다. 헤즈볼라의 지도부는 상당부분 타격을 입었지만 소수의 조직이라 할 수 없다. 여전히 레바논 내 시아파 주민들의 지지를 근거로 하는 정당이고 국회의원과 각료를 포진시키는 조직이다. 나스랄라의 부재로 당분간 약화된다고 해도 어느 순간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에 다시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지금은 이스라엘이 적장의 제거라는 승전보에 환호하지만, 전쟁을 지속한다고 해서 영구적인 승리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구조적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적 전쟁 수행에는 다음과 같은 난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1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자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전비(戰費)는 물론, 산업 현장에서의 생산성 저하와 함께 물론 핵심 인력들의 예비군 투입으로 인한 인적 손실이 작지 않다. 국제 신용등급 평가도 하락하며 스타트업을 비롯한 투자 생태계도 어려워졌다. 이스라엘의 전반적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이번 작전의 주역인 이스라엘 안보와 군 당국자들이 사실상 현 네타냐후 극우내각에 대해 내심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국방장관, 총참모장, 모사드 및 신베트 수장 등 정부의 이른 바 안보 공동체 리더들은 정부 내에서 네타냐후 정부의 공세적 강경입장에 비판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하마스에게 피랍된 인질 중 6명의 시신이 가자지구 라파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 이들 안보와 군 당국자들은 인질 구출을 우선하는 신중한 작전을 주장했었다. 이번 나스랄라 제거 작전을 지휘한 할레비(Herzl Halevi) 총참모총장도 마찬가지다. 즉 이스라엘 극우내각의 공세 일변도의 정책이 전문가들을 압도하며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이스라엘 대외 전략의 약화를 의미한다. 셋째, 역내 외교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이 외교적 해법 대신 공세 일변도의 강공정책을 펼치는 한,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하는 아랍국가들의 명분이 약화되고 입지를 좁히게 된다.
이스라엘 외교의 최대 치적인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 아랍 4개국과의 평화협정)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후일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이스라엘을 괴롭힐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효율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는 주변국과의 돈독한 외교관계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관계 변수가 주목된다. 미국은 헤즈볼라 지도부 궤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자국과 조율하지 않고 전개된 이번 작전에 대해 암묵적인 불편함을 피력했다. 동시에 외교해법의 우선성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이는 양국 관계에 마찰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되고 이란과 물리적 충돌 국면으로까지 전개될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중동에서 거리를 두며 역외 균형자 역할을 추구해 온 미국의 기본 노선과 배치되는 시나리오다. 백악관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외신은 이러한 네타냐후의 포석을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한 우호적 셈법으로 분석하며 다소 과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트럼프가 아닌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집권할 경우 이스라엘로서는 부담이 크다. 따라서 향후 미 대선과 관련된 변수가 이스라엘의 역내 공세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상기 맥락에서 이스라엘이 계속 공세조치를 취할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압박과 내부 균열요인 등이 작동하며 외교 해법을 모색하고 변화된 입장을 택할지 향후 포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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