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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일본의 전쟁 기억과 역사 내러티브의 문학적 특질 -패전의 기억을 중심으로-/신현선.전북대

1. 들어가며

2. 패전 일본을 기록하는 관찰자의 시선

3. 재난의 묘사와 희생성 부각

4. 역사적 감수성을 배제한 성찰의 기억

5. 나오며

1. 들어가며    

한국과 일본이 갈등하거나 화해하려는 지점에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역사 인식’이다.

두 국가가 경험한 역사의 교집합, 특히 전쟁과 관련한 경험을 기억 하고 수용하는 차원에서 드러나는 인식의 차이는 양국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 이 되고 있다.

그 인식의 간극은 한일 양국의 정치,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 과거사 논쟁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기억은 역사적 사실의 객관적 규명보다는 사회적 공감을 부추기는 정치 행 위에서 힘을 발휘한다.

특히 공식 기록보다는 비공식 내러티브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기억의 정치는 “매체와 기억 사이의 공생적 협력관계”1) 속에서 역사적 내러티브를 구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1) 장인성(2010) 제국을 보는 시선 일본비평2, 서울대일본연구소, p.11에서 재인용.

한일 양국의 기억의 정치 에서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는 기억 전쟁의 양상이다.

전쟁에 대한 기 억은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측면에서 내러티브가 구축되기도 한다.

본 연구는 일본의 ‘전쟁 기억’에 주목하여 역사 내러티브의 문학적 특질을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제국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일련의 사건이 어 떻게 서사화되어 기억과 인식을 구축하고 있는지 그 서사화의 특질을 살펴보 고자 한다. 과거를 인식하고 현재를 성찰하는 데 ‘문학’은 좋은 도구가 된다.

역사 내러티브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문학작품으로 바로 이런 점 에서 역사와 문학은 ‘대리 체험과 성찰’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것은 역사적 사건의 진실에 부합할 수도 있고 왜곡될 수도 있지만 양자 간 정합성과 연관 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먼저 패전 상황에서 포로수용소, 원자폭탄 피폭과 같은 전쟁 기억을 다룬 작 품을 살펴볼 것이다.

그래서 일본 제국이 일으킨 전쟁, 역사적 사건의 내러티 브가 문학작품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어 있는지 등장인물의 시선에 비친 역사의 기억을 중심으로 논의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작품은 패전으로 귀착하 는 전쟁의 상황에 직면한 개인의 서사가 나타난다.

즉, 국가와 국가, 이념과 이 념의 대립 장인 전쟁의 거대담론이 아니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의 전쟁기억을 다루고 있다.

또한 전쟁 상황에 대한 개인의 정서와 태도 그리고 윤리적인 판단까지도 담아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작품은 전쟁에 대한 또 다른 전쟁기억이며 내러티브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포로수용소라는 공간에서 병사에서 포로의 모습으로 변한 동료 군인들의 모습을 다룬 오오카 쇼헤이(大岡昇平)의 포로기(俘虜記)를 살펴볼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포로수용소로 주인공은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타락의 일로를 걷는 포로들의 모습과 귀환 후 생활에 대한 불안과 열등감, 피 해망상과 마주한다.

이 작품은 패전 후 연합군 점령 하에서 ‘병사’에서 ‘포로’로 의 변환을 수용하는 일본군의 형태를 1인칭 시점으로 기록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폭 피해, 전사자 등의 내용에서 ‘희생자 의식’이 내재된 재난 기록적 성격의 작품을 다루려고 한다.

피해자 내셔널리즘의 문제를 제기 한 요네야마는 스스로를 피해자로 자리매김하는 일본 반핵평화운동 진영의 입 장이 역설적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의 역사와 과오에 대한 기억상실을 조 성했다”라며 “최소한 원폭 당시 사망한 사람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조선인 희생자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2)라고 묻는다.

2) 리자 요네야마(2004) 폐허로부터:기억의 정치를 조명하며 민주주의와 인권4, pp.108-110.

이것은 원폭의 희생자였으 며 전쟁에 동원되어 죽어간 조선인 희생자, 이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원폭을 둘러싼 기억과 순화의 인식을 토대로 내러티브를 구축한 작품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해 하라 다미키(原民喜)의 여름꽃(夏の花) 을 다루려고 한다.

소설은 주인공의 내러티브에 주목하여 피폭의 양상 및 작가의 이중 피폭의 고통을 전달한다.

여름꽃 은 독자에게 전쟁과 핵무기의 참혹함을 상기시키지만 이것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망각케 하여 ‘피해자’라는 기억을 재 생산한다.

피해자 의식의 표상으로서 ‘유일한 피폭국’이라는 언설과 독선적인 자기규정은 일본국민이라는 주체를 피해자로 복원하는 데 일조한다.

마지막으로 피폭 내셔널리즘에 대한 비판과 전쟁 기억의 역사적인 확장을 보여주는 역사 내러티브의 구축 양상과 특질을 살펴볼 것이다.

원자폭탄 투하 이후, 일본은 피해자 의식이 강해지는데 원폭문학은 원폭의 확대된 개념으로서 전쟁의 피해자 의식을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구리하라 사다코(栗原貞子) 의 시 히로시마라고 말할 때(ヒロシマというとき) 는 원폭 피해자의 시점이 아닌 전쟁 가해자의 입장에서 쓴 작품으로 침략전쟁의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묻는다.

뿐만 아니라 전쟁 비판, 원폭의 본질, 피폭자의 체험, 원자폭탄 투하 후의 상황 등을 문학을 통해 호소한다.

원폭을 둘러싼 희생자 내셔널리즘에 대 항하기 위해 가해와 피해의 맞물림을 간과하지 않는다.

특히 ‘유일 피폭국’이라 는 언설 및 피폭 내셔널리즘에 대해 비판하고 전쟁 기억의 역사적, 공간적 확 장을 지향한다.

폭을 둘러싼 전쟁 기억과 역사 내러티브는 기억과 망각, 순화의 과정을 거 친다.

이것은 간극을 메우려는 기억의 창출이자 ‘역사화해의 가능성을 어떻게 전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추구한다.

전쟁에 대한 기억 속에서 조형되고 복원된 희생자 의식은 한일 갈등을 현시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갈등의 현안을 문학은 사회의 거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면서 사회에 기능하고 있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 사건의 내러티브가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기억의 역사를 반추하여 역사적 현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 끄는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 제국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관련한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 량이 축적되었다.

이 연구의 주제가 여러 분야의 선행연구와 접점을 이루고 있 는 만큼 연구사 검토에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본론에서 논의를 전개해 가 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선행연구를 언급하면서 정리할 것이다.

2. 패전 일본을 기록하는 관찰자의 시선

메이지유신(1868) 이후 일본은 ‘탈아입구(脱亜入欧)’를 목표로 근대화를 추진 하였는데 ‘탈아입구’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오리엔탈리즘은 “중 국과 조선을 열등한 동양으로 주변화하고 일본은 우월한 서양으로 정론화하는 헤게모니적 담론”3)이다.

이것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 대한 일본의 전쟁 기억 을 구성하는 서사적 틀이자 얼개이기도 하다.

오오카 쇼헤이(大岡昇平)의 포로기(俘虜記)4)는 ‘포로수용소’라는 독특한 집 단을 중심으로 작가의 전쟁 체험이 사실적으로 기록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 품이 단순히 전쟁 포로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 라 패전 일본의 축소판으로 포로수용소라는 공간을 상징화함으로써 서사의 확 장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 소설은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전쟁 체험의 기록에 머 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전후 일본인의 삶과 일본 사회를 풍자하려는 의도”5) 를 작품에 드러내고 있다.

3) 임지현(2021)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휴머니스트, p.221 참조.

4) 오오카 쇼헤이, 허호 역(2017) 포로기, 문학동네, pp.9-513. 이하 본문의 인용은 쪽수만 표기.

5) 大岡昇平(1996) 八年間の誤解 全集14、p.531.

포로기는 주인공 ‘나’가 필리핀에서 포로로 잡히면서 수용소 내 일본군의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내용이 주 서사를 이룬다.

또한 이와 더불어 서사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은 주인공 ‘나’의 내적갈등이다.

먼저 주인공 ‘나’가 동료 포로들 을 관찰하는 서사를 가능하게 한 것은 ‘병사’에서 ‘포로’로 변환된 신분 때문이 다.

그들은 Prisoner of war(전쟁의 수인)라는 어구가 나타내는 대로 분명 수 인이지만, 그들 개인이 범한 죄로 인해 감금된 것은 아니다. 다만 군인이라는 그들의 신분이 적국에게 유해하기 때문에 감금됐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 코 자신이 원해서 군인이 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병사로서의 자유(즉 싸우는 자유)를 버린(혹은 버리게 된) 대가로, 개인의 자유(즉 살아갈 자유)를 얻었다. (중략) 그들은 단순한 피억류자다. 포로란 일본이 싸우고 있던 동안 항복, 혹 은 전투력을 상실함으로써 적에게 붙잡힌 자를 지칭해야 한다. (pp.157-158)

위 예문에는 ‘포로’와 ‘병사’를 구분짓고 있다.

‘포로’는 전쟁에서 붙잡혀 전투 력을 상실한 자, ‘병사’는 전투력을 갖추고 조국을 위해 싸우는 제국주의 전쟁 수행자라고 할 수 있다.

포로는 병사로서의 자유를 버리고 개인의 자유를 얻게 되었지만 감금된 상태에 불과하다.

그동안 제국주의라는 틀 안에서 견고하게 다져진 집단의 기억과 수행 대신 그들은 포로로서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작품 속 일본군은 미국이라는 적 앞에서 일치단결하여 싸우고 옥쇄를 명목 으로 군부로부터 자결을 명령받지만, 포로가 되자 인도주의에 입각한 미군의 비호 아래 안락한 포로생활을 누린다.

옥쇄주의 교육으로 굳건한 조직력을 보 이며 연합군과 혈전을 벌였던 일본군 병사들의 희생정신과 단결력은 포로가 되자마자 상실되고 만다.

주인공 ‘나’를 포함한 일본군이 ‘병사’에서 ‘포로’가 되면서 그들은 ‘죽음’ 또 는 ‘생존’을 선택해야만 했다.

일본군에게 ‘병사’와 ‘포로’는 서로 모순이기 때문 이다.

그들은 군인으로서의 명예와 사명감을 가지라는 명령에 따라 죽음을 선 택해야 하지만 ‘포로’의 신분이 되면서 살고 싶은 개인의 욕망을 선택하게 된 다.

주인공 ‘나’ 또한 죽지 않고 포로로 살아있다는 점을 갈등한다.

그는 군인 의 신분으로 전쟁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점, 전사한 동료에게 미안함, 포로가 된 것에 대한 수치심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선택은 포로 수용소에 갇힌 일본군 모두에게 약점으로 작용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병사의 본분이라며 전사자들을 칭송한 전시 총동원체제인 ‘익찬체제(翼贊體制)’는 이데올로기의 허구성 속에서 병사들을 죽 음으로 내몰았다.

‘옥쇄’작전으로 적진에 뛰어든 병사나 가미카제 특공대 등 일 본군 전사자는 제국주의 전쟁의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사라졌다.

“일본 국민 은 권위에 복종하는 봉건적 관습의 노예”6)라는 오리엔탈리즘 논리 아래 일본국민은 천황과 총동원체제에 전심전력으로 충성했다.

그러나 그들은 전후 전쟁 과 군국주의의 무고한 희생자로 전락했다.

새로운 포로와 먼저 잡힌 옛 포로들 사이에 생긴 감정 대립 또한 ‘포로-생 존’을 선택한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미군에게 감금되 어 급여를 받는다는 점은 평등했지만 새로운 포로들은 눈앞의 상황을 용납하 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포로의 치욕을 당한 점을 공격하여 “너희들은 어째 서 할복을 하지 않았나? 포로가 되어서 뻔뻔스럽게 살아 있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할복하라고!”(383)라며 옛 포로들을 모욕하였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나’가 ‘병사’에서 ‘포로’로의 변환을 자각하도록 이끄는 외부 인물로 중대장이 등장한다.

중대장은 ‘나’에게 병사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진 표본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포로’의 신분으로 바뀌면서 ‘병사’로서의 사 명감과 역할을 버리고 ‘포로’의 역할에 충실한 중대장을 보면서 ‘조국, 신념, 전 쟁’ 등의 담론이 개인의 삶에 유효한가를 두고 고뇌하게 된다.

이것은 주인공 이 미군 병사를 쏘지 못한 것과 연결되면서 조국과 전쟁에 대한 신념을 지키 지 못하고 개인의 생존을 선택한 것을 두고 부끄러움과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것으로 서술된다.

다만 주인공이 느끼는 부끄러움이 교육받은 신념에 의한 것 인지 패전이라는 상황에서 충분히 숙고한 것인지를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전후 일본은 패전으로 초래된 미국의 지배와 일본의 예속을 진지하게 사유 하지 않고 합리화했다.

전후 일본은 “전쟁을 망각하는 가운데 자유의 상실과 생물학적 생존의 맞교환에 만족하는 ‘타락’의 전면화”7)로 규정될 수 있다.

그 들에게는 군국주의 전쟁의 포화 속에서 전진훈(戦陣練)8)의 가르침, 군부의 명 령에 따른 수행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미군에 붙잡힌 후에는 생물학 적 욕구와 생존을 위한 쾌락적 방법들이 포로들 사이에 만연하게 된다.

6) 앞의 책, 임지현(2021) p.306.

7) 우연희·이진형(2016) 오오카 쇼헤이의 ‘전후’ 인식 일본어문학69, 한국일본어문학회, p.249.

8) 1941년 1월 일본 장병이 전장에서 지켜야 할 행동규범과 전투규범을 공포한 것. 특히 제2장 8조에 는 “살아서 포로의 치욕을 당하지 말고 죽어서 죄화의 오명을 남기지 말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미군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면서, 내가 패자의 굴욕을 느끼고 그들에게 심 적으로 시달리기만 했다는 것은 아마 과장일 것이다. 더구나 이 공화국 군대 의 ‘문명’적인 분위기에 취해 내 마음이 다소나마 쾌적한 기쁨을 느꼈다는 것 도 부정할 수 없다. 미군의 관용에 익숙해진 나는 마치 그들의 손님이라도 된기분이 들어 포로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내가 관찰에만 전념했던 것은 오 히려 태만이었다. (83)

우리는 군인이 아니었지만, 나중에는 확실히 포로가 되었다. 더구나 청결한 주거와 피복과 이천칠백 칼로리의 식량과 PX를 즐기는 일류 포로였다. 어떤 자는 지금도 여전히 당시를 ‘천국’이라 부르며, ‘내 생애 최고의 해’라고 말한 다. (236)

주인공은 미군의 관용과 군대의 ‘문명’적인 분위기 속에서 쾌적한 기쁨을 누 리던 중 새로 잡혀 온 포로의 “PX가 있다던데 정말인가?”(229)라는 말에 당황 한다.

그들은 얼마 전 국가에 의해 일치단결하여 전쟁을 수행하는 제국 군인이 었다.

그러나 조국의 패배가 임박한 지금에 와서는 조국의 안위보다도 PX부터 신경을 쓰고 있다.

전쟁터에서 수용소로 옮겨진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밖으로 는 울타리, 안에는 PX의 현실이다.

“전쟁터에서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 았지만, 포로 생활에서는 확실히 남은 것이 있었다.”(236)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군이 배급해주는 식량을 소비하고,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포로생 활은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그러나 목적 없는 포로생활의 무료함은 음주, 노름 등 말초적 쾌락을 추구하도록 이끌었고 수용소에 갇혀 부자유 상태가 된 그들 에게 더 이상 전쟁은 개인의 삶에 중요한 의미가 되지 못했다.

전쟁 기억에 대 한 망각이야말로 그들을 살게 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포로기는 “패전 일본의 수용소화”9)를 상기시킨다.

9) 앞의 논문, 우연희·이진형(2016) p.245.

이 소설에서 전쟁 포로들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며 이전의 상태를 망각한 다.

전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그들이 말하는 “일류 포로”란 ‘타락’의 또 다른 이름으로 삶의 지향점이 되었다.

그런 포로들 에게도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정보는 충격이었다.

주인공의 말처럼 “포로가 된 후 처음으로 조국의 참화에 충격을 받은 일”(352)이었다.

자국의 국민들이 원자폭탄 최초의 희생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조국이 라는 관념이 막연했다.

그렇기에 포로가 되어 조국의 국민들이나 전쟁터의 병 사들보다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이러한 생활에서 우국이란 단순한 감상에 불 과했다.”(355)며 현실을 규정짓는다.

주인공은 원자폭탄의 참화를 듣고 동요한다.

그의 정서와는 대비적으로 ‘나’ 의 시선에 목격된 것은 일본이 항복했으나 피폭이나 국가의 패배에 무관심한 포로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조국’도 ‘위대함’도 잠자코 누워 있는 이 무 리에게는 환상에 불과”(367)하다고 생각한다.

천황의 권한을 연합국 최고 사령 부의 제한하에 둔다는 조건부로 국체가 수호된 것도 “일본의 전쟁 책임자가 자기의 생명과 체면 때문에 천황을 구실로 저항”10)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8월 11일부터 14일까지의 나흘 동안 명목상의 국체 때문에 무의미하게 죽은 사람 들만 보더라도 천황의 존재는 유해했다.

이런 점에서 천황의 옥음방송은 “군국 주의 일본의 마지막 수치”(372)를 설파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생물학적 감정에서 진지하게 군부를 증오했다. 전문가인 그들이 절망 적인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또한 근대전에서 일억옥쇄11) 따위가 실현될 리가 없다는 사실도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10) ‘국체수호’ 보증을 위해서 포츠담 선언의 수락을 늦췄기에 결과적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 자폭탄이 투하되었다.

11) ‘일억 명의 일본인은 천황 폐하를 위해 몸이 부서져 죽도록 충성할 각오가 되어 있다’라는 의미.

그러한 그들이 원자폭탄의 위력을 보 면서도 여전히 항복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그들 자신이 전쟁 범죄자 로 처형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이 전쟁을 시작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상황이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은 알겠지만, 이러한 시 점에서 아무런 대응책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들의 자기 보존이라는 생물학적 본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그들을 생물학적으로 증오 할 권리가 있다. (357)

주인공 ‘나’는 포로수용소에서 전쟁의 원인과 책임을 돌아보며 군부에 대한 증오심이 애국심을 말살시킨 원인임을 지적한다.

도조 히데키의 자살 미수, 일 본군의 잔학행위에 관해 모르쇠로 일관한 야마시타 도모유키 육군 대장의 법 정 발언은 포로들을 격분하게 만들었으며, 종전 칙서와 함께 맥아더 원수와 나 란히 선 천황의 사진 또한 포로들에게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점에 서 볼 때 수용소에서 만난 간호사의 “요번 전쟁은 전적으로 군부가 나빴던 거 에요. 조금도 자책할 필요 없어요.”(417)라는 말은 주인공에게 전쟁책임, 전쟁 범죄의 문제를 고민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된다.

이는 일본 국민을 전쟁 희생자 로 바라보는 보편적 인식과도 중첩된다.

일본 국민은 천황과 총동원체제에 동원되어 충성을 바쳤지만, 이들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

그들은 전근대적 군부의 희생양이었기 때문이다.

도쿄 재판 또한 대중이 군부 지도자에게 속았다는 감정을 생산해냄으로써 전쟁 책임에 면죄부를 발부했다.

결국 “점령군의 통치 아래 만들어진 집단 기억에서 일본 국민은 전쟁과 군국주의의 무고한 희생자가 되었고, 가해자는 군부, 군국주의, 체제 같은 추상의 몫”12)이었다.

12) 앞의 책, 임지현(2021) p.306 참조.

포로기의 주인공은 제국 일본의 병사라는 존재를 잊고 수용소라는 공간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향유하지만 제국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 한 자신을 발견한다.

국가로부터 학습한 일본군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포로수용소’는 주인공 ‘나’의 전쟁 기억의 서사가 진행되는 공간적 배경이면서 더불어 실제 작가가 경험한 필리 핀 포로수용소의 장소성 또한 지닌다.

이는 작가의 전쟁 체험의 서사와 소설에 서 전쟁기억의 서사가 혼재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포로기의 주인공 이 름을 ‘오오카’로 설정한 것도 작가의 삶과 주인공의 이야기가 혼재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이 현실의 서사와 문학의 서사가 상호텍스트적일 수 있다 는 점이 포로기의 서사가 지닌 특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작품 속 ‘포로수용소’는 맥락적으로 미군정의 통치를 받는 일본의 역사적 시공간과도 연결될 수 있다.  

3. 재난의 묘사와 희생성 부각

하라 다미키의 대표작 여름꽃 13)은 작가의 히로시마 피폭 체험이 근간이 되고 있다.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되고 그 피폭의 체험을 작품으로 형상 화하고자 했던 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체험을 자신이 어떻게 해서라도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14)을 가지고 이를 기록하였다.

13) 하라 다미키, 정향재 역(2017) 여름꽃 하라 다미키 단편집, 지식을 만드는 지식, p.171. 이하 본문의 인용은 쪽수만 표기

14) 中野孝次·長岡弘芳(1985) 對談 原爆文學をめぐって 國文學 解釋と鑑賞50、至文堂、p.11. 238

여름꽃 은 원폭의 재난 상황에서 생존이라는 사건과 8월 6일 히로시마라는 시공간 속에서 피폭의 현장에서 가족의 생존을 확인하며 대피소로 향하는 주 인공 ‘나’를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먼저 서 술자가 주인공인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인공이 사건에 대 한 경험을 서술자의 주관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다음, 이 소설은 주인공을 중 심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이 영웅적인 능력으로 문제를 해 결하면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선행적인 서사의 진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는 그가 피폭 현장을 탈출하는 경로에서 마주하는 사람과 풍경을 목격하고 묘 사하는 관찰자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산문의 서 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중간에 시를 삽입하여 운문의 서사와도 접점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름꽃 에 등장하는 시는 영웅소설에 등장하는 서사시의 종류는 아니지만 시적 언어의 함축성과 감각적 이미지화에 의해 산문 서사의 역사 내 러티브에 정서상의 내적 서사를 존재하게 만들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는 원폭 투하로 궤멸상태가 되었다.

피해는 사망자, 부상자를 합쳐 40만 명으로 당시 히로시마의 인구의 90% 이상에 달했다.15)

천 황은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했지만 더 유리한 항복 조건을 확보하기 위 해 최종 결정을 미루다가 원폭이 투하된 뒤에야 국체(천황 대권체제)와 자신 및 황실의 안태(安泰)를 분리시켰다.

미국은 그런 천황을 점령정책과 이후 일 본 지배에 최대한 이용했다.16)

15) 나리타 류이치 외 편(2014) 감정·기억·전쟁, 소명출판, p.358.

16) 하세가와 쓰요시 저, 한승동 역(2019) 종전의 설계자들, 메디치미디어, pp.14-15참조. (원폭투하 의 장본인인 미국정부는 일본의 포츠담선언 수락 후, 일본에서 점령정책을 실행했다. 1945년 8월 28일 점령을 위한 진주군으로서 우선 연합국군 제8군 제11공정사단과 제27보병사단이 선전대로 일본에 들어왔다. 30일에는 연합국군 최고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도착하여 GHQ(미태평양군총사령 부)를 설치하는 동시에 일본전토에 점령군이 진주하기 시작했다.)

여름꽃 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8월 6일부터 주인공이 3 일 동안 보고 들은 참상을 묘사하며 화자의 경험과 인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화자는 “고향 마을 전체가 온화한 자연의 조화를 잃어버리고 뭔가 잔혹한 무 기물의 집합체 같이 느껴지는”(176) 가운데 “문득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과 그 의미가 퍼뜩 나를 자극했다. 나는 이 일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된다”(179) 고 결의한다.

이에 다케나가 요시마사(竹長吉正)는 “역사의 증언자로서의 작가 적인 사명감을 자각한 다미키의 모습이 투영”17)되었음을 지적한다.

17) 竹長吉正(1973) 原民喜「夏の花」敎材化硏究 日本文學22、日本文學協會、p.89.

이 소설의 작가는 자신의 역사적 경험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는 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사실의 역사 내러티브를 가 진 역사소설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인물, 시공간적 배경, 사 건 모두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다.

즉, 이 소설의 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는 1945 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정합하며 그 현장을 경험한 인물이 직접 소설을 집필하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역사 내러 티브는 ‘역사’적인 객관성을 지닌 담론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소설의 역사 내러티브 또한 작가의 ‘기억’에 의한 재구성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역사가 서술 자에 의한 재구성된 기록이라면 여름꽃 의 서사도 선택과 배제의 원리로 재 구성된 기억의 역사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억에 의한 재구성의 측 면에서 이 소설은 피해와 희생을 강조하는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살갗이 벌겋게 벗겨지고 부풀어 오른 시체가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었다. 이것은 정교하고 치밀한 방법으로 실현된 신지옥임에 틀림없고, 여기서는 모 든 인간적인 것이 말살되었다. 예를 들어 시체의 표현만 하더라도 뭔가 모형 같고 기계적인 것으로 치환되어 있는 것이었다. 괴로움의 찰나, 몸부림치다 경 직된 듯한 사지는 일종의 요상한 리듬을 품고 있었다. (중략) 외부 윤곽만 남 아 있는 아사노 도서관은 시체 수용소가 되었다. 길은 아직 군데군데 연기를 피우고 있고, 죽음의 냄새로 가득 차 있다. 강을 건널 때마다 다리가 끊어지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 주변의 인상은 아무래도 가타카나로 그려내 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194)

여름꽃 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인의 기억을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기억을 소통시키는 매개 체 역할을 한다.

즉, 이 소설은 피폭에 대한 작가의 기억을 재구성한 가공물이 며, 이 소설을 통해 독자는 과거의 기억이 생산한 현재적 의미를 해석하게 된 다.

여름꽃 의 서사는 기억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중심화하고 있다.

이 소설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실을 소재로 선택하면서도 폭탄이 투하된 이 후에 집중하여 서술자가 그 현장을 확인하는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서사 를 구성하고 있다.

예컨대 위 예문처럼 민간인과 히로시마라는 공간이 폭탄에 의해 희생된 모습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원폭에 대한 역사적 부정성을 부각시킨다.

위 예문에서 주인공 ‘나’가 목도한 도시는 ‘신지옥’이며 ‘모든 인간적인 것들 이 말살’된 곳이며 ‘시체 수용소’로 서술된다.

또한 시체에 대해서는 ‘부풀어 오 른’, ‘모형 같고 기계적인 것’, ‘요상한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물을 달라고 미친 듯이 외치는 소리와 “고통에 내몰린 헐떡임”(187)과 같은 청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처참함과 괴기스러움을 통해 현장의 비극과 불안을 부각시킨 다.

주인공의 ‘재난 시작-대피’의 과정이 재난 현장을 탈출하는 긍정적 서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원이 없다는 기분으로 안절부절못하며”(192) 연이어 벌어지는 재난 상황에 놓여있는 채로 끝나기 때문에 평화로운 일상으로의 복 귀는 잠정적으로 연기되며 비극적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소설의 서사는 표면적으로는 원자폭탄과 관련한 사실적 사건들을 재현하 고 있지만 이면적으로는 사건을 대하는 정서적 태도를 부각시킨다.

시는 이러 한 정서를 발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품 안에서 “이 주변의 인상은 아 무래도 가타카나로 그려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며 시 한 편을 싣는다.

강렬하게 번쩍이는 파편과

회백색의 타고 남은 흔적이

광활한 파노라마처럼

벌겋게 타 문드러진 인간 시체의 기묘한 리듬

모든 게 진짜 있었던 일인가,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번쩍하고 벗겨져 버린 이후의 세계

전복된 전차 옆

말 몸뚱이 부풀어 오른 모양은

부지지 타며 연기 피어오르는 전선 내음(195)

ギラギラノ破片ヤ

灰白色ノ燃エガラガ

ヒロビロトシタ パノラマノヨウニ

アカクヤケタダレタ ニンゲンノ死体ノキミョウナリズム

スベテアッタコトカ アリエタコトナノカ

パット剥ギトッテシマッタ アトノセカイ

テンプクシタ電車ノワキノ

馬ノ胴ナンカノ フクラミカタハ

ブスブストケムル電線ノニオイ18)

18) 底本:原民喜(2000) 夏の花・心願の国 新潮文庫、新潮社. (번역:신현선)

위 시가 가타카나로 표기된 이유는 작가가 밝힌 대로 의도적이다.

“가타카나 가 가진 날카로운 이미지와 더불어 독자들에게 작가가 느꼈을 생경함을 그대 로 전해주는 효과”19)를 고려한 것이다.

19) 앞의 책, 하라 다미키, 정향재 역(2017) p.361 참조.

작가가 경험한 새로운 지옥이 “붉게 타 문드러진 인간 시체의 기묘한 리듬”을 타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물, 물을, 물을 주세요”(187), “아아, 어머니”라는 희생자들의 신음소리와 절규, 고 통에 내몰린 헐떡임이 피폭 당시의 참상을 보여준다.

피폭이라는 특수한 상황 을 단순히 개인 체험의 기록으로 그치지 않고 “문학적 차원으로 응축시키고 표출을 위해서는 시라는 장르와 가타카나라는 표현 매체의 특수성이 절대적으 로 필요”20)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여름꽃 은 전쟁과 핵살상무기의 참혹함을 상기시키고 인간의 생과 사를 사유21)케 한다.

이후 히로시마 원폭 서사에 ‘평화’의 메시지가 안착되자 가해자와 희생자 사 이에 얽힌 기억은 재배열되었다.

“일본의 지배층은 패전 직후부터 ‘비인도성’이 라는 보편적인 개념에 호소함으로써 자신들의 전쟁 책임, 식민지 책임을 가볍 게 만들려”22) 했다는 나오노 아키코(直野章子)의 지적처럼 원폭의 기억은 전후 일본의 국가 원리였던 ‘평화’와 결합23)되었고, 피해를 둘러싼 개별적인 기억은 인류의 기억으로서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유일 피폭국’이라는 담론으로 수렴되어 갔다.24)

요컨대 원폭의 기억은 ‘희생자’가 발신하는 도덕적 정당성을 무기로 “일본 사회의 희생자의식을 더 강화하고 기억의 국민화를 재촉”25)함으 로써 사람들의 기억체제를 지배하는 헤게모니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20) 서재곤(2017) 하라 다미키 여름꽃 시론 일본어문학78, 한국일본어문학회, p.171.

21) 조수일(2020) 하라 다미키의 여름꽃 연구 일본학연구60, 단국대일본연구소, p.157.

22) 直野章子(2016) 被爆者という主體性と米國に謝罪を求めないということの間 現代思想8、 土靑社、 pp.81-82.

23) 심정명(2021) 오다 마코토『HIROSIMA』가 ‘히로시마’를 문학화하는 방법 일본학보126, 한국 일본학회, p.193.

24) 위의 논문, 심정명(2021) p.193.

25) 앞의 책, 임지현(2021) p.221.

‘유일 피폭국’이라는 언설은 전후 일본이 마주한 전쟁과 피폭의 역사를 환기 시킨다.

이는 가해와 피해의 주체 구분을 희석시킴으로써 “일본 국민이라는 주체를 피해자로서 내셔널한 틀에서 복원”26)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히로시마는 과거의 전쟁을 전시하는 장소이자 전쟁의 ‘피해자 의식’을 상징 하는 역사적 장소로서 기능한다.

그동안 ‘피폭자=피해자’의 관점에서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피폭 경험을 국민적 기억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 다.

특히 일본의 피폭 경험에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일본의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는 “일본 국민 전체를 피폭자의 피해의식을 공유하는 피해자로 전환”27)하여 전쟁책임을 망각하고 스스로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 조한다.

26) 권혁태(2009) 히로시마/나가사키의 기억과 ‘유일피폭국’의 언설 일본비평, 서울대일본연구소, p.88.

27) 오성숙(2017) 1945년 8월 원폭, 원폭문학의 기억과 망각 비교일본학41, 한양대일본학국제비교 연구소, p.162.

여름꽃 과 같은 인식이 전쟁 기억에서 희생과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 려는 문학적 서사로 구현되었다.

다만 이러한 작품이 전쟁에 대한 성찰을 이끌 어내기 보다는 희생당한 일본인에 대한 정서적 연민과 유대를 촉발시킨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다.

즉, 이처럼 희생과 고난의 서사가 전쟁에서 일본의 가해 자적 사실을 은폐하고 희석시키는 기억의 서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라 다미키의 여름꽃 은 히로시마의 참상을 기억하고 후대에 전하기 위해 기록하려는 서사적 특질을 지닌다.

이 소설은 피폭의 공간을 이동하며 삶과 죽 음에 직면한 일본인의 고투를 1인칭의 시선으로 목격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에서 1인칭 시점은 기록적 성격의 서사를 강화한다.

여름꽃 은 피폭의 상황을 벗어나려는 탈출의 여정이 서사의 중심축이다.

그 과정에서 형 과 동생 등을 찾으려 폐허를 돌아다니면서 참혹한 현장을 기록하는 인물, 즉 죽어가는 사람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인물로서 1인칭 ‘나’의 설정은 피폭의 폐 해를 기록하려는 소설의 서사를 강화하였다.

다시 말해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재난의 서사는 원폭의 재난성을 부각하였다.

또 하나 여름꽃 은 정서를 배제한 묘사가 특징적이다.

주인공은 피해자로서 슬픔을 억제하고 희생자로서 분노를 억제하는 등 최대한 정서를 배제하고 재 난 현장을 묘사한다.

이와 같은 서술방식은 원폭을 다룬 작품에 대해 GHQ의 검열이 외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원폭의 잔혹성 또는 폭탄이 가한 연합군의 가해행위 등의 내용 검열을 피하기 위한 정서 배 제의 기록적 서술방식은 역설적으로 일본인의 희생성을 부각시켰다.

즉, 여름꽃 에서 증발해버린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삶의 터전에 대한 기록적 서사는 피 해에 대한 통계적 수치보다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4. 역사적 감수성을 배제한 성찰의 기억

앞 장에서는 하라 다미키의 작품의 서사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라 다미키의 작품이 피폭의 체험을 바탕으로 희생된 도시와 사람의 상흔을 재현하여 당시 의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 기억은 전쟁의 희생 적 측면을 부각하는 정서를 촉발시켜 자칫 역사적 감수성에 빠질 우려가 있다.

또한 역사적 감수성은 피폭 내셔널리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구리하라 사다코28)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라 다미키와는 변별되 는 전쟁 기억의 서사화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28) 구리하라 사다코, 이영화 역(2016) 히로시마라고 말할 때, 지식을만드는지식, pp.3-355.

구리하라 사다코는 하라 다미키 와 마찬가지로 원폭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 다.

그래서 시인의 다수의 시가 피폭으로 희생된 사람과 히로시마에 관한 것이 다.

시인의 작품이 전쟁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하라 다미키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작가는 전쟁이라는 역사 내러티브를 어떻게 문학의 서사로 재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먼저 구리하라 사다코의 작가적 삶을 들여다보면 그의 작가 의식이 작품에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피폭되어 평 생을 원폭에 대한 시를 썼으며 반전·반핵·평화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구 리하라 사다코는 원폭 투하 이후에 일본에 득세한 피해자와 희생자 의식에 갇 히지 않고 전쟁의 가해자 입장에서 역사적 맥락을 돌아보며 책임을 묻는 성찰 적인 작가의식을 작품에 투영하였다.

이런 점에서 구리하라 사다코의 시에 반 영된 역사 내러티브는 전쟁 기억의 서사와 성찰적인 역사인식이 결합하고 있 다는 점에서 하라 다미코와는 변별적인 특질을 지닌다.

원폭에 희생당한 히로시마에서 탈역사화된 평화주의는 가해의 역사를 은폐 하고 희생자 의식을 강화하는 기제가 되었다.

시인은 희생자의 기억 뒤에 숨어 가해자적 위치를 은폐하는 일본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한다.

여기에는 역 사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객관화하는 역사적 감수성이 빠져있기 때문 이다.

이것은 야만인의 박물관이 아니다.

불태워 죽임을 당한 여자와 아이의

녹아내린 인골이 잔해 속에

상감한 듯 박힌 전리품.

피로 그린 벽화처럼 거무칙칙한

살아 있는 시체 수용소의 사진

(중략)

방 안 가득 감돌고 있는 송장 썩는 냄새와

종말의 날의 아비규환.

대체 인류는 어디를 향해 걷고 있단 말인가.

 

- 원폭 자료관 일부

위의 시에서 시적 화자는 원폭 자료관의 전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원폭 자료관의 전시 내용은 역사 내러티브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그 전시물이 의미 하는 것은 원자폭탄에 의해 파괴되고 희생된 것에 대한 기록이며 추모이다.

그 러나 화자는 원폭 자료관의 희생과 추모의 서사를 곧이곧대로 수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원폭 자료관의 전시물을 언급하는 시적 화자는 희생과 추모의 서사를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태 도는 “대체 인류는 어디를 걷고 있단 말인가”에서 나타나듯이 역사에 대해 성 찰적인 인식으로 나아간다. 당시 GHQ는 원폭투하와 원폭피해에 관련한 증언과 보도를 검열하고 언론을 통제했다.

피폭 직후 함구령을 선포한 일본군의 대본영과 마찬가지로, 점령군 도 검열을 강화함으로써 ‘히로시마’ 참상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점령군의 검열체제는 원폭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억누름으로써 일본의 희생자의식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29)

29) 앞의 책, 임지현(2021) p.282 참조.

“전쟁 중에는 일본 당국에 의해, 전쟁이 끝난 뒤에는 미군에 의해 모든 정보가 단절되고 철저히 통제된 가운데 구리하라는 시를 통해 감춰진 진실을 알리고자”30) 했다.

30) 이영화(2018) 구리하라 사다코 원폭문학의 현대적 의의 일본근대학연구59, 한국일본근대학회, p.179.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화상으로 부어오른 인간이

살아 있으면서 송장 썩는 냄새를 풍기며 신음하고 있었다.

고이 초등학교 수용소 토방,

낡은 천을 늘어놓은 듯한 시체 가운데

철제 인식표로 겨우 알아낸 당신.

(중략)

여학교 3학년,

전쟁의 의미조차 모르고 죽어 간 사치코 씨.

당신 어머니는 당신 피부에 눌어붙어 너덜너덜하게 타 버린 방공복 위에

흰 바탕에 꽃무늬가 있는 새 유카타를 걸쳐 입혔다.

“옷을 지어 놓은 채 전쟁으로 하루도 입혀 줄 날이 없었다”며

당신을 껴안은 채 몸부림치며 울었다.

- 원폭으로 죽은 사치코씨

일부 시적 화자는 시체들 속에서 철제 인식표를 통해 딸을 발견하고 처절한 절규 를 쏟아낸다.

구리하라는 원폭 투하의 참상뿐만 아니라 “옷을 지어놓고도 전쟁 으로 하루도 입혀 줄 날이 없었다”는 시행을 통해, 어린 여학생들마저 전쟁에 동원한 일본 군국주의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강제 소개(疏開)를 위한 가옥 파괴 작업에 동원된 어린 딸은 원폭투하로 목숨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전시체제와 군국주의 통치 시스템의 피해자였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시인은 산과 강 , 추억의 강 , 전쟁 , 되살아난 강 과 같은 작품에서 피폭된 사람들 을 애도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구리하라의 시는 시인의 작가의식과 결합하여 전쟁의 기억 을 서술하고 있다.

즉, 시인은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각자의 고통을 서사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으면서 명분없는 전쟁의 폭력성에 관해 얘기하는 성찰적인 서사를 결합하고 있다.

구리하라의 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시의 서사가 히로시마와 일본인에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인은 피폭이 일어난 히로 시마라는 장소에서의 서사를 바탕으로 전쟁과 같은 생존과 인권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사건과 서사를 확장하고 있다.

내 이웃에 사는 조선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업고

슬픈 눈을 하고

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북에 있는 아들과

남에 있는 딸과

소식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나이를 세고 있는 늙은 어머니,

생각이라도 해 봤는가

민족이 분단된 동체에서

분출하는 피를

부모와 자식 형제가 적과 아군이 되어

대립해야 하는 슬픔을

(중략)

대동아 전쟁 때는 백만 명을 징집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피폭 당했다

조선 전쟁 때는 일본 전국이 미군의

군수창이 되어 피로 더럽혀 살찌웠다.

- 하나의 조선을 일부 인용

시는 원자폭탄에 의한 히로시마의 피해가 주 내용은 아니다.

이 시는 일 본이 일으킨 전쟁을 포함하여 전쟁이 개인에게 가한 폭력적인 서사를 중심에 두고 있다.

또한 아시아 국가에서 일어난 전쟁과 식민지 지배 등의 역사적 서 사가 병합되어 있다.

인용시의 전반부에서는 한국과 북한의 분단이 초래한 비극을 재일 조선인 가족의 이산의 상황으로 상징화하여 보여준다.

화자는 한국의 분단 상황을 가 족의 분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인용시의 후반부에서는 한국의 근현대사 가 압축적으로 나타난다.

먼저 화자는 일제강점기를 수탈의 서사로 인식한다.

시적 화자는 곡식과 물자뿐만 아니라 피지배국의 사람도 수탈의 대상이 되어 전쟁에 동원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히로시마 피폭에 대해서도 말하는데 이 시에서는 조선인의 피폭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으로 시적 화자는 한국전쟁 때 일본의 역할과 성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용시는 근현대 사에서 한국인이 겪은 비극의 서사를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전쟁을 침략과 수 탈의 서사로 규정하고 있다.

구리하라의 시는 앞 장에서 논의한 여름꽃 과는 구별되는 기억의 서사를 지니고 있다.

여름꽃 은 피폭 체험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서사화하고 있다.

여름꽃 에서 시는 일본인의 희생과 피폭의 참화를 정서의 차원에 전달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여름꽃 의 서사는 무고한 일본인의 무의미한 죽음 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희생자 프레임과 애국심 고취라는 전쟁 기억으로 이어 질 수 있다.

반면에 구리하라의 시는 여름꽃 과 마찬가지로 피폭으로 인한 비 극적 상황을 전달하면서도 전쟁에 대한 성찰을 서사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히로시마’라고 말하면

‘아, 히로시마’라며

상냥하게 대답해 줄까?

‘히로시마’라고 하면 ‘진주만’

‘히로시마’라고 하면 ‘난징 학살’

(중략)

‘히로시마’라고 말하면

‘아, 히로시마’라는

상냥한 대답이 돌아오게 하려면

우리들은 우리들의 더러워진 손을 깨끗이 해야 하다.

- 히로시마라고 말할 때 일부

히로시마의 원폭 기억은 일본이 인류역사상 유일한 피폭국이라는 사실에 방 점을 두고 전쟁 중 가해 행위와 전쟁범죄를 소거한 측면이 있다.

일본은 침략 전쟁의 가해자이면서도 원폭으로 인해 강한 희생자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위 시에 대해 구로코 가즈오(黑古一夫)는 ‘피해’의 측면을 강조하는데 주력한 원폭문학의 특성에 매몰되지 않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해’가 실은 아시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의한 아시아 각국에 대한 ‘가해’의 결과라고 명확히 선언”31)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히로시마 원폭은 “가해와 피해가 중층적을 맞물리는 시공간에 위치”32)하고 있다.

원폭 투하 당시 조선인 7만여 명을 포함해33) 중국인, 타이완인, 아시아 각국의 유학생과 연합군 전쟁포로, 해외선교사를 포함하여 수많은 외국인도 일 본의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 등 순수 민간인과 함께 희생되었다.

31) 黑古一夫(2014) 栗原貞子の文學」 人類が滅びぬ前に、広島文學保存の会、p.55(앞의 논문, 이영화 (2018) p.183에서 재인용)

32) 앞의 논문, 심정명(2021) p.195.

33) 일제 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혹독한 강제 노동에 시달렸고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피폭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귀국 후에도 평생 멸시와 소외 속에서 가난과 방사능 후유증에 시달리며 피폭의 상흔을 이어 갔다.

구리하라는 시를 통해 희생자 의식에 함몰되지 말고 피해와 가해의 이중성 을 인식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녀는 “일본인은 잊어도/ 아시아 사람들은/ 잊 지 않는다”(깃발2)를 비롯하여 여러 시를 통해 일본이 전쟁의 희생자이기 앞서 전쟁의 가해자였다는 의식을 환기시킨다.

특히 피폭 내셔널리즘에 대한 비판과 전쟁 기억의 역사적인 확장을 도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5. 나오며

이상으로 일본의 전쟁 기억에 주목하여 역사 내러티브의 문학적 특질을 살 펴보았다.

오오카 쇼헤이와 하라 다미키, 구리하라 사다코의 문학 작품을 통해 제국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이 어떻게 서사화되어 기억과 인식을 구축하고 있으며, 그 서사화의 특질이 무엇인지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전쟁에서 천황과 총동원체제에 동원된 일본 국민은 전후 전쟁과 군국주의의 무고한 희생자로 전락했다.

전후 일본은 일본의 패배로 초래된 미국의 지배와 일본의 예속을 진지하게 사유하지 않고 합리화했다.

포로기에서 ‘포로수용소’ 는 주인공 ‘나’의 전쟁 기억의 서사가 진행되는 공간적 배경으로 미군정의 통 치와 그에 예속된 일본의 현실 공간과 연결된다.

포로의 눈으로 바라보는 수용 소의 풍경은 패전 후 연합군 점령하 일본의 풍경과 닮아있는데 이는 인간 본 질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개인과 집단의 관계성을 돌아보게 한다.

여름꽃은 피폭 체험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서사화하고 있다.

히로시마의 참상을 기억하고 후대에 전하기 위해 기록하려는 서사적 특질과 역사적 감수 성을 배제한 기록적 서술방식은 역설적으로 일본인의 희생성을 부각시켜 정서 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컨대 독자에게 전쟁과 핵무기의 참혹함을 상기시키 지만 이것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망각케 하여 ‘피해자’ 기억을 재생산함으로써 일본국민이라는 주체를 피해자로 복원하는 데 일조한다.

여름꽃과 구별되는 기억의 서사를 지닌 구리하라 사다코의 시는 피폭으 로 인한 비극적 상황을 전달하면서도 전쟁에 대한 성찰을 서사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시인은 피폭 내셔널리즘에 대한 비판과 전쟁 기억의 역사적인 확장 을 보여주며 전쟁 가해자의 입장에서 전쟁 비판, 원폭의 본질, 피폭자의 체험 등을 문학을 통해 호소한다.

특히 ‘유일 피폭국’이라는 언설 및 피폭 내셔널리 즘을 비판하면서 가해자로서의 전쟁을 기억해야 하는 주체의 인식을 촉구하였 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전쟁 기억은 망각과 순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올 바르지 않은 서사를 생성하기도 한다.

왜곡된 전쟁의 기억은 문학을 통해 전파 되며 확대재생산을 거치면서 다시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

한일 양국의 역사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왜곡된 기억의 내러티브를 살펴보 아야 한다.

그 내러티브에는 전쟁이라는 비정상적인 영역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구성원의 삶이 수렴된 요소들이 있다.

그 요소를 통해 우리 사회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성찰의 계기 또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역사적 사건의 내러티브가 어떻게 재구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기억의 역 사를 반추하여 역사적 현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일일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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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Literary Characteristics of War Memories and Historical Narratives in Japan

-Focusing on the memory of the defeat

Shin, Hyun-Seon

This study examined the literary characteristics of historical narratives of Japan's war memories. In alignment with the research objectives, the literary works of Shōhei Ōoka, Tamiki Hara, and Sadako Kurihara were selected as the subjects of study to investigate how a series of events related to the wars Imperial Japan instigated have been narrativized to construct memories and perceptions and to explore the specific characteristics of this narrativization. To accomplish those purposes, the study examined cases in which the "theory of escaping Asia” has been strategically narrativized through historical narratives of Japan's invasive wars. This research also investigated the victim consciousness movement that seeks to romanticize victim consciousness, bestow the reprieve of forgetfulness, and attain moral empathy. Lastly, the research examined aspects of constructing historical narratives and the narratives’ characteristics, with a focus on stories that critique nuclear exposure nationalism and illustrate the historical expansion of war memories. War memories and historical narratives surrounding the atomic bomb have undergone processes of remembrance, forgetting, and purification. To explore the potential for historical reconciliation, it is necessary to understand narratives based on distorted memories. Ultimately, to lead the historical present in the right direction, it is worth reflecting on how narratives of historical events are being restructured in the history of memory.

논문 투고 일자 : 2023. 10. 07. 논문 심사 일자 : 2023. 10. 17. 게재 확정 일자 : 2023. 11. 02

日本文化學報 第99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