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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재난의 시대, ‘믿음’이라는 지옥: 연상호의 『지옥』 시리즈를 중심으로/이유경.개인연구가

국문초록

본 연구는 연상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에서 출발하여 넷 플릭스 드라마 <지옥>으로 탄생한 웹툰 『지옥』을 살펴보고, 작품의 주제인 ‘믿 음’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목표로 한다.

『지옥』의 핵심은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존재가 인간에게 죽음을 고지하고, 예 정된 시간이 되면 괴력의 존재가 나타나 고지받은 인간을 죽인다는 설정에 있 다.

‘새진리회’는 죽음의 ‘고지’를 신의 뜻으로 받들면서, 죽음의 시연과 희생양 만들기, 법과 국가의 무력화를 통해 종교를 앞세워 권력을 구축한다.

새진리회는 죽음의 고지가 우연이 아니라,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에게 죽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화살촉과 결탁하여 미지의 존재가 행하는 죽음의 집행을 정 당화한다.

그리하여 죽음의 고지는 신의 의도이자 필연으로 받아들여진다.

‘소도’ 는 이처럼 권력화된 새진리회의 교리에 저항하면서, 고지를 받은 사람들의 죽음 이 밝혀지거나 전시되지 않도록 은밀하게 조력한다.

그러나 신생아가 죽음의 고지를 받게 되자, 새진리회와 화살촉이 구축한 종교가 되어버린 ‘믿음’에 균열이 일어난다.

이러한 설정은 페스트에 걸린 아이의 죽 음 앞에서 신에 대한 반항을 보여주었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감염병으로 인해 아이가 사망하는 『페스트』와 달리, 『지옥』은 부모의 저 항과 노력 끝에 극적으로 아기가 살아남는다.

아이의 생존이라는 결말을 통해 새진리회뿐만 아니라 소도조차도 죽음의 고지가 필연이라는 ‘믿음’에 갇혀 있었 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작품은 필연에 대항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호소한다.

이러한 『지옥』의 세계관은 예정조화설을 주장했으면서도 신이라는 필연성 앞에 여전히 우연성과 자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라이프니츠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리하여 재난의 시대에 『지옥』은 맹목적 믿음과 확증편향이 지배하는 ‘지옥’에 대응하는 인간의 자율적 의지를 주문한다.

주제어: 코로나 19, 전염병, 재난, 자유의지, 라이프니츠

I. 들어가며

연상호와 최규석의 웹툰, 『지옥』은 2019년 8월부터 ‘네이버 시리즈’에 서 연재를 시작하여, 2020년에 8월에 마무리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 스 감염증이라는 유례없는 재난을 관통하게 된다.

『지옥』의 핵심은 갑작 스럽게 천사의 얼굴을 한 존재가 나타나 죽음을 예언하고, 미지의 존재 가 출현하여 예언의 대상이 된 사람을 처참하게 살해한다는 설정에 있 다.

연상호에 따르면, 『지옥』은 “알 수 없는 어떤 계기를 통해 순식간에 야만의 세계로 돌아가 버리는 이야기”1)로 기획되었다.

실제로 연상호는 『지옥』에 관한 한 인터뷰에서 불확실함과 불안 앞에 두려움을 느끼는 현 대인이 신, 이데올로기, 음모 등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보여준다며, “대부분의 업계가 종교화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2)

1) 김종대·연상호·최규석, <[뉴스업]’지옥’ 연상호·최규석 ”가장 마음가는 캐릭 터? 유아인의 정진수”>, 《노컷뉴스》, 2021년 2월 28일자, https://www.nocutnews.co.kr/news/5501820 (마지막 방문: 2023년 9월 8 일)

2) 채널예스, <연상호 “지옥,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 《네이버 포스트》, 2020년 7월 23일자,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876464&me mberNo=1101 (마지막 방문: 2023년 9월 8일)

 

연상호는 인간이 삶을 버티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인의 신념이 나 집단의 이데올로기에서 발견되는 비합리성을 지적하며3) , 『지옥』을 통 해 편향되고 종교화된 세계를 재현한다.

만화 『지옥』은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2004) 을 기반으로, 감독 연상호와 최규석 작가가 협업하여 재탄생시킨 웹툰이 다.

『지옥』은 연상호와 최규석의 두 번째 협업작품으로4), 2020년 연재가 종료된 웹툰 『지옥』은 이듬해 2021년 넷플릭스에서 6부작 드라마로 재 탄생했으며, 차후 새로운 시리즈를 예고한 바 있다. 5)

애니메이션에서 출 발하여, 웹툰과 드라마로 탄생한 『지옥』 시리즈는 소위 ‘연니버스’ 6)라고 불리며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는 연상호의 작품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라 할 수 있다,

3) 연상호·최규석, 『지옥 각본집』, 파주: 플레인아카이브, 2022, 357~358쪽.

4) 두 사람의 첫 번째 협업작품은 단편만화 「창」으로, 연상호 감독의 실제 군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규석 작가가 그린 단편 만화 「창」(최규석, 「창」, 『사이시 옷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파주: 창비, 2006, 185-224.)이 이 후 2012년 애니메이션 <창>으로 만들어졌다.(이현석, 「애니메이션 영화 <창, 2012>에 구현된 시사고발 영화 기능」,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Vol. 17, No. 3 (2017): 151쪽.)

5) 최규석·연상호의 『지옥』의 이후 이야기로, 『지옥2 : 부활자』가 2023년 9월 29일부터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되기 시작하였다. 본 연구의 초안은 2023년 9월 10일에 한국비교문학회에 제출되었으며, 9월 말부터 『지옥2 : 부활자』 의 연재가 진행되어, 해당 작품의 완성본을 보지 못해 본 연구에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음을 미리 밝힌다. 6)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영화, 웹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연상호의 작품 세계 를 ‘연니버스’라고 부른다.(임수연, <’반도’ 연상호 감독·강동원 배우 - ’연니 버스’와 강동원이 만나면>, 《씨네21》, 2020년 7월 9일자,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5766 (마지막 방문: 2023년 10월 15일)) 이외에도 여러 기사에서 ‘연니버스’라는 용어를 찾아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지옥』 웹툰이 연재되고 드라마 《지옥》이 넷 플릭스에 공개된 시점에 연상호는 종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연속적으 로 선보인다.

연상호는 무속을 다룬 드라마 《방법》(2020)과 그 후속작인 영화, 《방법: 재차의》(2021), 불교와 기이한 불상을 소재로 한 티빙 드라마, 《괴 이》(2022)7)에 이르기까지 종교를 바탕으로 한 오컬트 작품을 반복적으 로 생산하고 있다. 8)

『지옥』 이후 연상호와 최규석은 2022년 세 번째 협 업작품으로 카카오페이지에 『계시록』이라는 웹툰을 연재했고, 2023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지옥』에 이어 두 작가는 『계시록』에서도 ‘믿음’과 ‘종교’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한다.

사이비 종교와 믿음의 문제를 다 뤘던 2013년 작품 <사이비>를 제외하면, 연상호는 2019년 후반부터 최 근까지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을 계속해서 다루고 있는 셈인데, 감염병 으로 인한 재난의 시기를 전후로 아이러니하게도 종교를 테마로 하는 연 상호의 작품이 탄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선행연구에서는 주로 드라마 <지옥>을 중심으로 팬데믹 상황과의 연 관성에 주목했다.

양경언은 <지옥>에 나타난 “천사의 죽음 고지”를 “팬 데믹 상황에 대한 메타포”로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진수 의장 역을 맡은 유아인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박탈당한 고립 되고 배제된 인간의 외로움을 발견한다. 9)

이다운은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재난 시대를 맞이한 인간의 공포를 보여주면서, “호모 렐리기 오수스(Homo Religiosus)의 욕망을 자극”하는 동시에 인간이 신을 왜곡 및 삭제하는 종교의 타락과 변질을 재현하는 작품이라고 역설한다. 10)

7) 《괴이》에서는 기이한 불상의 영향력으로 인해 마음을 조종당하는 사람들이 ‘고전염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표현한다. 연상호는 불상의 영향을 받 은 인간을 ‘좀비’로 부르려고 했으나 ‘감염’으로 대사를 바꿨다고 말한다. 자 세한 내용은 다음 인터뷰를 참조. 김지영, <[조이人] ”좀비와는 달라” ’괴이’ 연상호·류용재의 전개법>, 《조이뉴스 24》, 2022년 5월 24일자, https://m.joynews24.com/v/1483695 (마지막 방문: 2023년 10월 15일)

8) 이 시기에 연상호 감독이 선보인 작품 중 영화 <반도>(2020)와 <정이> (2023)처럼 종교와 무관해 보이는 작품도 있다.

9) 양경언, 「표정없는 얼굴-팬데믹 시기 전후 대중서사에 나타난 ‘무표정’캐릭터 연구」, 『아시아문화연구』 Vol. 58 (2022): 155쪽. 양경언은 이러한 무표정한 얼굴을 전체주의와 연결시킨다.(같은 글.)

10) 이다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연구 : 호모 렐리기오수스와 재 난 시뮬레이션」, 『어문연구』 Vol. 111 (2022): 227~228쪽. 기타 <지옥>과 관련된 선행연구로, 박명진은 드라마 <지옥>이 신자유주의적 시스템 아래의 사회와 인간 주체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보여준다고 주 장하면서, 작품에 나타난 파국적 상상력에 주목한다.(박명진, 「지옥에 나타 난 파국적 상상력과 실재의 일상화」, 『우리文學硏究』 No. 76 (2022): 249 쪽.)

죽음의 고지와 집행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음’과 ‘종교’의 문제 로 풀어낸 『지옥』 시리즈는 눈앞의 재난과 결부되면서 현실성 있게 다가 왔다. 연상호와 최규석은 당초 영화 시나리오를 목표로 『지옥』을 구상했 으며, 웹툰 상으로 1부, 드라마로는 전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네이버 웹툰과 계약하고 연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연재가 시작된 지 대략 6개 월 후 분량 부족을 호소하는 최규석 작가의 요청에 의해 이후의 이야기 를 새롭게 쓰게 되었다고 연상호는 회상한다.

두 작가는 정진수 의장의 사망 이후의 서사를 새롭게 전개하기로 결정한 뒤, 원래는 삭제했던 지 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되살려 웹툰의 2부, 드 라마로는 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기획한다.

2부에 대한 새로운 구 상이 시작되었던 시점이 웹툰으로 20화 정도를 연재했던 2019년 12월로 짐작되며 2부 연재가 시작되는 시기가 2020년 2월이라고 할 때11) , 공교 롭게도 웹툰 『지옥』 2부는 감염병 유행이 시작되었던 시점과 겹친다.

『지옥』 2부가 연재되던 당시에 일부 종교계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유 행을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주장하였으며12) , 특정 종교와 몇몇 종교 시 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13), 국가의 방역 지침과 종교의 자유 가 대립하는 등14) ‘종교’가 화제로 떠올랐다.

11) 연상호·최규석, 『지옥 각본집』, 앞의 책, 344~346쪽.

12) 심석용, <“코로나는 하나님의 심판” 설교한 교회서 확진 38명 나왔다>, 《중 앙일보》, 2020년 8월 31일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60716 (마지막 방문: 2023년 9월 8 일)

13) 김지성, <31번째 코로나 환자 다녀간 ‘대구교회’ 어디?...신천지예수교회>, 《머니투데이》, 2020년 2월 18일자,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21814282530883 (마지막 방 문: 2023년 9월 8일); 우성덕·이진한, <31번과 예배 본 사람만 1000명…주 변 상가 교인 출입금지’ 팻말>, 《매일경제》, 2020년 2월 19일자, https://www.mk.co.kr/news/it/9212311 (마지막 방문 : 2023년 9월 8일)

14) 송민섭, <서울시, 일요예배 강행한 사랑제일교회 고발>, 《세계일보》, 2020 년 4월 3일자, https://www.segye.com/newsView/20200403507147?OutUrl=naver (마지막 방문: 2023년 9월 9일)

그리하여 『지옥』은 감염병을 계기로 ‘믿음’이 화두가 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되었 다.

『지옥』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잔인하고 공포 스러운 미지의 존재는 그 자체로 재난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지옥』에서 죽음을 고지하고 집행하는 존재를 “재해” 15) 혹은 “초 자연적 원인에 의한 재난” 16)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또한 웹툰에는 없지 만 드라마 <지옥>에 추가된, 박정자의 시연 이후, 텅 빈 도로 위를 진 형사의 차가 달리는 장면은 주목을 요한다. 17)

15) 연상호·최규석, 『지옥 2』, 파주: 문학동네, 2021, 114쪽.

16) 위의 책, 103쪽.

17) 드라마는 박정자의 죽음이 생방송으로 송출된 이후, 텅 빈 도로를 그린다. 빈 도로를 진 형사의 차가 달리는데, 이 빈 거리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인 물은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으로, 진 형사의 차가 스쳐 지나간다.(연상 호, <지옥 3화>, 《넷플릭스》, 2021.) 각본집에서 도시의 전경은 다음과 같 이 표현된다.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도시가 갑자기 정체된 듯하다. 마치 멸망한 세계처럼,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도시의 느낌이다. (중략) 오직 진 경훈의 차만이 홀로 달리고 있을 뿐이다.”(연상호·최규석, 『지옥 각본집』, 앞의 책, 90쪽.) 작가 최규석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애초부터 웹툰이 아 니라 영상화를 목표로 시나리오가 기획되었으며, 웹툰과 드라마는 큰 차별 점을 보여주지 않는다. 최규석은 웹툰과 드라마가 거의 유사하며, 구어체와 문어체의 어디쯤인 만화의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바뀌고, 엑스트라의 대사 들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주호민, <펄터뷰 : 최규석 작가님 (지옥)>, 《YouTube》, 2021년 12월 12일, https://www.youtube.com/watch?v=pMQyPgmpZ4s (마지막 방문: 2023년 10월 15일)) 따라서 웹툰에는 없으나 드라마에 추가로 삽입된 이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던 도심의 풍경18)을 상기시키는 이 장면을 통해 『지옥』 시리즈와 재난과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 19)

18)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텅 빈 도심 이 주목받았다. (<텅 빈 대구 도심>, 《news 1》, 2020년 8월 30일자, https://www.news1.kr/photos/view/?4358684 (마지막 방문: 2023년 9월 9 일); <다시 텅 빈 대구 동성로 거리>, 《NEWSIS》, 2020년 8월 28일자, https://newsis.com/view/?id=NISI20200828_0016620721(마지막 방문: 2023년 9월 9일)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는 봉쇄조치가 이뤄지면서, 도심에서 사람을 찾을 수 없고, 심지어 텅 빈 거리에 동물들이 출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 다.(<[영상] 집 앞에 캥거루가?…코로나로 텅 빈 도시, 동물들의 천국>, 《연 합뉴스》, 2020년 4월 22일자, https://www.yna.co.kr/view/AKR20200422086000704?input=1195m (마지 막 방문: 2023년 9월 9일))

19) 드라마 <지옥>에 출현한 배우, 박정민은 죽음의 고지와 집행을 “코로나”나 “허리케인”처럼 “통제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보았다고 밝힌 바 있다.(최영 주, <[EN:터뷰]박정민 ”현실의 ’지옥’…내 안에 들끓는 절망과 좌절”>, 《노 컷뉴스》, 2021년 12월 9일자, https://www.nocutnews.co.kr/news/5670653 (마지막 방문: 2023년 10월 15일))

본 연구는 만화 『지옥』을 중심으로 하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지 옥>을 함께 다루면서 『지옥』 시리즈에 나타난 ‘믿음’이라는 인간 내면의 지옥을 고찰하고자 한다.

먼저 애니메이션, 웹툰, 드라마로 제작된 『지 옥』 시리즈에서 미지의 존재가 변화되는 양상을 추적하고, 『지옥』 1부에 서 초자연적 현상이 새진리회에 의해 종교로 구축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그리고 신생아에게 내려진 죽음의 고지를 다룬 『지옥』 2부를 중심으로, 작품에 나타나는 필연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살펴본다.

미지의 존재에 대 한 해석을 독점하면서 새진리회가 권력의 정점에 섰다면, 그 반대편에서 세속과 인간의 존엄성을 구하고자 했던 유일한 단체가 소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음의 고지를 받은 아기가 부모의 희생으로 생존하는 결 말을 통해 미지의 존재에 저항하기보다 순응했으며 죽음의 고지를 필연 으로 받아들였던 소도의 ‘믿음’과 그 한계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재난 의 시대에 마주하는 『지옥』이라는 작품의 의의를 고찰하고자 한다.

『지 옥』에서 어린아이의 죽음이라는 부조리한 사건 앞에 신의 의도라는 믿음 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설정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의 『페스트(La Peste)』(이하, 『페스트』)를 상기시킨다.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보건대를 구축하며 연대를 보여주는 『페스트』와 달 리, 『지옥』은 미지의 재난 앞에 개인과 가족의 분투를 그린다.

20세기 서 구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소환된20) 『페 스트』와의 비교를 통해, 『지옥』에 묘사된 우리 사회의 재난에 대한 대응 과 태도를 분석할 예정이다.

20) 알라딘에 따르면, 『페스트』는 감염병 상황과 맞물려 2020년 상반기 하반기 모두 베스트셀러 10위 권 내에 진입했다.(남미리, <‘젊은작가상 수상집’ 가 장 많이 팔려, 《문학뉴스》, 2020년 6월 11일자, http://www.munhak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46 (마지 막 방문: 2023년 10월 15일))

그리하여 본 연구는 재난의 시대에 『지옥』 이 제기하는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로서 ‘믿음’의 문제를 고찰하고자 한 다.

II. 살인 예고 대(對) 신의 예언: 미지의 사건이 종교가 되기까지

웹툰 『지옥』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가 박정자라는 여성에게 내려진 죽음의 ‘고지’ 21)가 생중계되면서 사람들이 죽음의 고지를 필연으 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2부는 신생아에게 죽음의 고지 가 내려지면서 죽음의 ‘고지’의 필연성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21) 연상호는 ‘고지’가 “사실을 전달하되 알맹이는 없는 느낌”의 단어라서 차용 했다고 밝힌다. 연상호에 따르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과 관계”가 배제되어 전달되었기 때문에 “견딜 수 없는 인간”이 『지옥』 “시리즈의 핵 심”이다.(연상호·최규석, 『지옥 각본집』, 앞의 책, 355쪽.)

웹툰 『지옥』의 핵심은 죽음의 고지가 내려지면 어김없이 미지 의 존재가 나타나 죽음을 집행하고, 이 과정에서 고지받은 자의 죽음이 여과없이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천사 같은 게 와서 지옥 가는 날짜를 알려준다” 22)며, 죽음을 고지 및 예언하는 존재가 ‘천사’로 일컬어 진다면, 인간을 살해하는 존재는 “악마”23)로 규정된다.

죽음을 고지하거 나 집행하는 존재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이나 정체를 밝힌 바 없으나, 이 를 지켜본 사람들에 의해서 천사와 악마로 불리게 된다. ‘천사’와 ‘악마’ 라는 명명은 사태를 종교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4)

22) 연상호·최규석, 『지옥 1』, 파주: 문학동네, 2021, 27쪽. 본 연구는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된 웹툰 『지옥』과 단행본 『지옥』을 모두 참고하였음을 밝히는 바이다. 그러나 웹툰 『지옥』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되었으나, 이미지의 캡쳐가 불가능하여, 부득이하게 본 연구에서는 문학 동네에서 출간된 『지옥』을 기준으로 페이지를 안내할 예정이다. 웹툰 『지 옥』은 흑백으로 연재되면서, 단행본과 색채의 측면에서는 다르지 않으나 스크롤로 볼 수 있도록 안내된 웹툰과 달리, 단행본에서는 매체의 특성상 가로로 볼 수 있도록 이미지가 편집되었다.

23) 연상호·최규석, 『지옥 2』, 앞의 책, 272쪽.

24) 인지언어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은유”는 곧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관 점”이 된다.(G. 레이코프‧M. 존슨, 『삶으로서 은유』, 노양진‧나익주 옮김, 서 울: 박이정, 2021, 21~22쪽.)

이 소위 ‘천사’와 ‘악마’는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2004)에서부터 넷플릭스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변천사를 보여준다.

<지옥: 두 개의 삶>(2004)에 등장하는 죽음을 예언하는 존재는 투명한 몸체에 날개를 달고 있으나 사람의 형상에 가깝고 크기도 인간과 유사하 다.

웹툰 『지옥』에서는 몸체가 없이, 우는 얼굴만이 나타나며 그 크기가 인간을 압도할 만큼 크게 표현된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웹툰처럼 얼 굴 형상만이 등장하지만 천사라고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기괴 한 얼굴로 그려지며, 목소리도 탁성으로 표현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 금 공포심을 유발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25)

25) 연상호에 따르면 단편 애니메이션에서 천사는 “기괴한 이미지”로, 마릴린 맨슨의 앨범 표지에 나오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맨슨의 모습을 참고하였으 며, 웹툰의 경우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거대한 얼굴의 천사’를 모델로 삼았다. 연상호는 천사의 변천사를 두고 “그때그때의 생각과 해석 차이”라 고 전한다.(연상호·최규석, 『지옥 각본집』, 앞의 책, 355쪽.) 202 비교문학 제91집 (2023년 10월)

그림 1.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26) /그림 2. 만화 『지옥』27) 그림 3. 넷플릭스 <지옥>28) :

생략 (첨부논문파일참조)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이 “지옥의 ‘시연’”29)이라고 부르고, 소도를 이 끄는 민혜진 변호사가 “악마 새끼” 30)라고 일컫는, 죽음의 고지를 실행하 는 존재도 마찬가지로 변화를 보여준다.

그림 4.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31) /그림 5. 만화 『지옥』32) /그림 6. 넷플릭스 <지옥>33):

생략 (첨부논문파일참조)

애니메이션에서는 크기도 인간과 유사하며, 마치 검은 옷을 입은 인간의 형체에 가까워 보인다.

그림 4가 보여주듯, 신으로부터의 형벌이라기보 다 마치 복면을 쓴 강도가 인간을 살해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인간과 닮 은, 죽음의 고지를 실행하는 이 존재는 웹툰과 드라마에서는 크기가 거 대해지며 파괴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로 변형된다. 34)

그러나 알 수 없는 존재의 이질적이고 거대한 외형과 힘에 압도된 나 머지, 간과된 질문이 있다.

『지옥』에 나타난 미지의 존재가 사람을 살해 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경이로운 어떤 일, 즉 신이 행하는 ‘기적’에 부 합하는 행위로 볼 수 있을지를 질문해야 한다.

데이비드 흄은 “기적”을 “자연법칙의 위반”으로 보면서,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면 그것은 어떤 시대에도 어떤 지역에서도 목격된 적이 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기적”이 지만, 반대의 경우, 즉 살아있는 사람이 죽는 과정은 기적으로 볼 수 없 다고 주장한다. 35)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초자연적 현상으로 보이는 미지의 존재라 할지라도 그 존재가 사람을 해치고 살해하는 행위, 사람 이 죽임을 당하는 것 그 자체는 자연법칙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웹툰 『지옥』에서 미지의 존재를 천사와 악마로 부르며, 자연법칙의 밖에 있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면서 이러한 현상을 신의 의도 로 믿게 된 것이다. 36)

34) 연상호에 따르면, 웹툰에서 지옥의 사자의 외형은 “베놈처럼 흘러내리는 느 낌”이었으나 드라마에서는 웹툰의 이미지가 CG의 한계로 구현되지 못했 다.(연상호·최규석, 『지옥 각본집』, 앞의 책, 356쪽.)

35) 데이비드 흄, 『기적에 관하여』, 이태하 옮김, 서울: 책세상, 2003, 18~19쪽.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말미에서는 박정자가 부활하며(연상호, <지옥 6화>, 《넷플릭스》, 2021.), 2023년 9월부터 새롭게 연재되는 웹툰에 서도 죽은 이들의 부활이 묘사된다.(최규석·연상호, <지옥 2: 부활자>, 《네 이버 시리즈》, 2023년 9월 29일~10월 13일, https://series.naver.com/comic/detail.series?productNo=1024 5981 (마지 막 방문: 2023년 10월 15일)) 따라서 이와 같은 흄의 해석은 웹툰 『지옥』 에만 한정되는 것이며, 향후 『지옥』 시리즈에서 새롭게 전개되는 부활의 의 미에 관한 연구는 지금 연재되고 있는 작품의 완성 이후를 기약해야 할 것 이다.

36) 이태하에 따르면 “어떤 사건을 기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그가 이미 그 사건을 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계관, 즉 신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이태하, 『종교적 믿음에 대한 몇 가지 철학적 반성』, 서울: 책세상, 2022, 76쪽.)

요약하자면

첫째, <지옥: 두 개의 삶>에서 사람의 형체에 더 가까웠던 미지의 존재가 웹툰과 드라마에서는 크기와 위력에 있어서 인간을 압도 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 죽음을 예언하고, 예언한 날짜와 시간에 나타나 또 다른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서 인간을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아가자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둘째,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지의 존재가 한정된 내부의 공간에서 특정 인물 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의 죽음이 외부로 전해지지 않는다면, 웹툰과 드라마에서는 많은 대 중 앞에 나타나 예언 받은 사람들의 죽음이 ‘시연’되며,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전달되는 점에서 다르다.

엄밀히 말해 작품에서 미지의 존재 가 나타나는 이유는 그 존재의 입으로 한 번도 발설된 바 없다.

그러나 새진리회는 미지의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는 이유를 ‘신의 의도’로 탈 바꿈시킨다.

당초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는 새진리회를 “신의 개입을 추적해서 의 도를 분석”하는 “공부모임”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종교단체”라고 부른다는 형사의 질문에 “종교란 게 인간이 신과 단절됐을 때나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도문과 제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진 형사는 “언제부터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신 겁니까?”라며 묻 는다.

정진수 의장은 이것이 “믿음”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며, “경험적 사 실”이라고 주장한다. 37)

새진리회는 단체 외부 사람들에게는 ‘종교’로, 형 사의 눈에는 ‘믿음’으로, 새진리회의 의장인 정진수에게는 ‘사실’로 각각 정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새진리회의 입장에서 객관적 사실 에 대한 전파가 외부의 시선에서는 ‘믿음’과 ‘종교’로 여겨진다.

테오 홉 슨에 따르면, 믿음의 개념은 광범위하여 정의하기 어렵지만, 믿음과 종 교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믿음이 “종교적 열정”을 포함한다.

믿음이란 “신뢰의 과잉 상태”로, “누군가의 비웃음을 살 가능성이 있는 신뢰의 한 형태”이며, 악과 전체주의 등에 이용당할 여지가 있다. 38)

37)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41~42쪽.

38) 테오 홉슨, 『믿음이란 무엇인가?』, 안기순 옮김, 서울: 파이카, 2013, 11~17 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홉슨은 믿음의 필요성을 옹호한다. 홉슨은 “우리에 게 믿음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믿음을 거부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주장 한다.(위의 책, 17쪽.)

새진리회는 박정자의 죽음이 “우리 인류에게 죄의 무게를 가르치고자 하는 신의 의도”라고 주장하며,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는 이유를 “신의 개입”이라고 역설한다. 39)

사실 이러한 논리는 새진리회의 의장인 정진수 가 창조한 것이다.

어린 시절 죽음의 고지를 받고 그 원인을 찾아 헤맸던 정진수 의장은 “거대한 무의미” 40)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의 미를 생산해내기에 이른다.

정진수는 죽음의 고지를 받기 직전, 진 형사 에게 “인간은 의미를 필요로 해요. 이 기괴한 일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 기 위한 신의 의도라는 믿음!”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믿음을 위해서 자의적으로 의미를 창조했다고 역설한다. 41) 정진수가 창조한 믿음은 죽음의 시연과 생중계를 통해 증폭된다.

새진 리회는 죽음의 고지를 받은 박정자에게 30억을 제시하며, 박정자의 죽음 을 생중계하는데 죽음의 시연과 중계는 일종의 ‘제의’의 역할을 하면서 새진리회는 종교단체로서 발판을 다지게 된다.

박정자의 죽음을 생중계 한 이후, 새진리회는 신의 의도를 읽는 종교 집단으로서 권력을 획득한 다.

새진리회는 박정자가 죽을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박정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그 세력을 확장한다. 42)

39)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199쪽.

40) 위의 책, 287쪽.

41) 위의 책, 288쪽.

42) 르네 지라르에 따르면, 무질서한 사태 앞에 공동체가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 은 “그 공동체의 분노와 원한 모두를 모방에 의해 지목되어 만장일치로 채 택된 희생양에게로 향하게 하는 것”으로서, 희생양을 제물로 삼는 공동체의 집단적 폭력을 지적한다. 르네 지라르는 그 희생양의 죄가 실제로 다른 사 람들보다 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의 적이 되어, 집단의 화해를 이끌게 된다고 주장한다.(르네 지라르, 『문화의 기원』, 김진식 옮김, 서울: 기파랑, 2006, 80~81쪽.) 『지옥』에서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들을 실제로 죽게 만드는 것은 미지의 존재이지만,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들은 물리적 으로 살해되기 이전에, 사회적으로 이미 매장당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는 점에서 사회적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다.

새진리회는 “신의 입을 막지 마 세요”라며, 사람들의 죽음이 시연되도록 요구하면서, 이것이 죄에 눈감 지 않는 태도라고 주장한다. 43)

급기야 『지옥』에서는 아버지가 죽음의 고 지를 받자, 딸이 나서서 자신의 아버지를 “지옥에 가야 마땅한 죄인”이 라고 부르며, 아버지의 죄를 고백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44)

사람들은 죽 음의 고지를 받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들에게서 죄를 찾기 시작한다. 46)

이처럼 죽음의 시연은 새진리 회의 교리가 사회의 중심적인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뒷받침 한다. 47)

43) 연상호·최규석, 『지옥 2』, 앞의 책, 10~11쪽.

44) 위의 책, 8~9쪽.

46) 마이클 셔머는 특정 환경에서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정서적, 심리적 이유 로 믿음이 형성되면, 사람들이 믿음을 합리화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한 다. 즉 “믿음이 우선이고, 믿음에 대한 설명이 뒤를 따른다”는 것이다. 셔머 는 믿음을 일종의 시스템으로 보면서 “강력하고 만연하고 끈질기다”고 역 설한다.(마이클 셔머, 『믿음의 탄생 : 왜 우리는 종교에 의지하는가』, 김소 희 옮김, 서울: 지식갤러리, 2014, 12~13쪽.)

47) 죽음의 고지가 신의 의도가 되기까지 새진리회뿐만 아니라 반대 세력을 향 해 폭력을 행사하고,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 등을 통해 선동을 이끌어냈던 화살촉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새진리회와 화살촉의 세력 확장은 권력과 미디어와의 결탁을 보여준다. 이다운은 이러 한 미디어의 문제점을 스펙터클의 관점에서 바라본다.(이다운, 앞의 글, 218~219쪽.) 한편 박명수는 “죽음 자체를 미디어화하는 것”을 “후기 자본 주의적 판본”이라 부르며, “파국의 일상화”를 지적한다.(박명수, 앞의 글, 239~240쪽.)

박정자의 죽음의 시연이 중 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 과정 에서 미지의 존재를 제거하도 록 명령을 받은 경찰이 사격 을 포기하고, 미지의 존재가 보여주는 위력 앞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48)

그림 7. 만화 『지옥』45): 생략 (첨부논문파일참조)

상급자가계속 사격을 요구하지만, 무릎을 꿇어버린 경찰처럼 시민들도 무릎을 꿇 어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49) , 미지의 존재에 대한 경찰의 복종은 모방으로 이어진다. 50)

진경훈 형사는 이에 맞서 미지의 존재를 향해 총 을 쏘며 형사로서의 본분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미지의 존재에 게 내던져져 쓰러진다. 51)

미지의 존재 앞에 경찰의 굴복과 패배는 법의 무력화, 치안의 파괴, 나아가 국가 공권력의 약화 및 부재를 예고하는 상 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진경훈 형사와 민혜진 변호사라는 ‘법’의 수호자도 정진수 의장을 중심으로 새진리회, 화살촉 등 신의 의도 를 주장하는 극단적인 세력에 의해서 위협을 받는다.

진경훈 형사와 민 혜진 변호사는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이 죽음의 고지를 받아 죽었다는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새진리회의 입장에서 진 형사와 민 변호사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 나 아들인 진성호가 정진수 의장의 꾐에 빠져 진성호의 어머니이자 진 형사의 아내의 살해범을 죽이는 데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 들을 고발할 수 없었던 진 형사는 정진수 의장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 리지 못한 채, 형사직을 그만둔다. 52)

이러한 진경훈의 형사로서의 무력 감은 정진수 의장의 죽음 앞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정진수 의장이 미지 의 존재로 인해 죽게 되었을 때, 진경훈은 총을 쏘기는커녕 외면하는 모 습을 보여준다. 53)

48) 같은 책.

49) 위의 책, 214쪽.

50) 르네 지라르에 따르면, “진정한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욕망은 모두 타인을 거쳐서 생겨”나는 모방 욕망이다.(르네 지라르, 『문화의 기원』, 앞의 책, 62쪽.)

51)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208~210쪽.

52) 웹툰에서는 진 형사의 아이는 아들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딸로 설정이 바 뀐다.

53)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304쪽.

박정자의 죽음이 생중계되기까지 법적인 절차를 도왔 던 민혜진 변호사의 경우, 화살촉의 테러로 어머니를 잃고 그 자신도 목 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맞는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직접적으로는 새진리회와 화살촉에 의해서 위기 를 맞게 되지만 그 이면에는 법적 정의의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

진경훈 형사의 아내를 죽인 범인이 ‘심신미약’으로 풀려나고, 민혜진 변호사가 자책했던 것처럼, 박정자의 생명을 돈으로 환산하고 심지어 타인의 죽음 을 생중계하는 데 법조인이 조력함으로써, 무너진 정의의 한 단면을 보 여준다.

이처럼 ‘법’의 수호자로서 진경훈과 민혜진의 위기는 인간 법의 한계를 드러내며, 신의 의도를 내세우는 새진리회 교리의 확산에 기여한 다.

인간의 법이 무력해지자, 이제 죽음의 고지는 ‘살인 예고’가 아니라 새진리회의 주장처럼 ‘신의 예언’이 된다. 54)

54) 정진수는 형사들이 미지의 존재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하자, “신 의 행위도 경찰이 수사”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경찰의 입장에선 살인 은 살인이니까”라고 말한다.(위의 책, 37쪽.)

『지옥』에서 죽음의 시연과 전시, 희생양 만들기, 법의 무력화를 통해 죽음의 ‘고지’는 이제 신의 의 도로, ‘필연’으로 해석되며, 인간의 법과 국가 공권력의 부재로 인한 공백 에 종교가 들어선다.

III. 필연 대(對) 인간의 자율성: 신생아를 향한 죽음의 ‘고지’에 관한 해석을 중심으로

새진리회는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는 “현상의 해석”에 있어 “독점적 권 한”을 가지면서55) , 권력의 중심에 선다.

이러한 새진리회에 맞서 민혜진 을 주축으로 ‘소도’가 탄생한다.

소도라는 조직의 이름은 “세속의 권력이 닿지 못하는 종교적 성역”을 뜻하는데56), 역설적으로 소도는 “종교적 권 력으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세속의 영역”을 “조직의 사명”으로 내세운다.

55) 연상호·최규석, 『지옥 2』, 앞의 책, 113쪽.

56) 위의 책, 114쪽. “소도는 제의가 행해지는 신성지역이며 별읍이 바로 성역이다. 죄인이 그 곳으로 도망을 하면 보호하여 함부로 죄인을 잡으러 들어가지 못했다.”(위 의 책, 70쪽.)

소도는 죽음의 ‘고지’를 “지진, 사고”와 같은 “재해”로 해석하면서, “누구 나 삶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끔찍한 불행”으로 여긴다. 57)

“초자연적 원 인에 의한 재난”과 같은 “무작위적인 현상에 정진수가 신의 의도를 덧씌 운 것”이 새진리회의 교리라고 주장한다. 58)

그리하여 소도는 새진리회의 눈을 피해, 죽음의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존엄하게 죽을 수 있도록 사체 를 처리하고 ‘고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겨준다.

그런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가 죽음의 고지를 받으면서, 소도는 새진리회에 맞설 기회를 얻게 된다. 태명이 “튼튼이”인 신생아는 아직 이름을 부여받지 못해, 인큐베이터에서 어머니, “송소현의 아기”로 불리면서, “너는… 3일 후 21시 30분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는다. 59)

가족을 지키려 소도를 찾아온 아기의 아버지, 배영재 피디에게 민혜진은 “죄없는 신생아”를 향한 죽음의 고지가 알려지면 “세상을 다시 사람의 것으로 찾아올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아기의 부모에게 아기의 죽음을 생중계하자고 건의한다. 60)

57) 위의 책, 114쪽.

58) 위의 책, 103쪽.

59) 위의 책, 32쪽.

60) 위의 책, 127쪽.

작품의 결말에서 막상 고지된 시간이 다가오 자, 부모는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몸을 던진다.

목숨을 건 부모의 노력 덕분에 아기는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아기의 생존을 통해 작품은 새진리 회 교리에 대항하려는 ‘소도’ 또한 죽음의 고지가 반드시 실행되리라는 믿음에 갇혀 있었음을 드러낸다.

그 일례로 웹툰에서 소도의 일원인 공형준 교수는 자신의 딸이 죽음의 고지를 받았을 때, 딸이 자신을 향해 “이 상황을 설명해주기를 바라던 눈빛”을 보았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죽기 직전, 딸이 “살려 줘”라고 직접적으로 내뱉는다.

공 교수는 딸의 죽음이 이미 필연이라고 전제하고, 딸이 상황을 설명해주기를 바랐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공 교수의 딸은 아버지가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통 해 자신을 살려주기를 바랐다는 사실이 드라마에서는 직접적으로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그림 8. 만화 『지옥』61) /그림 9. 넷플릭스 <지옥>62) : 생략 (첨부논문파일참조)

즉 민혜진 변호사를 비롯하여 소도의 일원들은 죽음의 고지를 필연을 여기며, 고지를 받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다.

새진리회나 화살촉의 교리에 맞서 세속의 영역을 지키려 애썼던 소도이지만, 단지 신의 의도라고 여기지 않았을 뿐, 미지의 존재로 인한 죽음을 필연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새진리회와 같은 종류의 믿음을 공유한다.

즉 소도 는 새진리회와 마찬가지로 ‘고지를 받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도의 태도는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1716)가 이야기했던 ‘게으른 이성’의 문제와 맞닿는다.

라이프니츠의 『변신론(Essais de Théodicée)』(이하, 『변신론』)에 따르 면 “게으른 이성”이란 “미래는 필연적이므로 내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라는 일종의 “궤변”이다.

라이프니츠는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든가, 신이 정해주는 운명에 저항하려는 태도 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숙명적 태도에 대해 필연성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 고 주장한다. 63)

63)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변신론』, 이근세 옮김, 파주: 아카넷, 2014, 17쪽. 라이프니츠는 “마호메트적 숙명(fatum mahumetanum)”과 “기독교적 숙명 (fatum christianum)”을 예시로 든다. 전자의 경우가 위험이 발생해도 피 하지 않거나, 심지어 흑사병에 감염된 지역에 있으면서도 피하지 않는 극단 적인 태도라고 할 때, 후자의 경우는 자명한 위험에서는 벗어나려고 한다는 점에서 마호메트적 숙명보다는 양호하지만, 선이나 악이 멀리 있고 의심스 럽다고 여겨지면 운이나 충동에 자신을 맡기는 한계를 보여준다.(위의 책, 18~22쪽.)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는 필연성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일어나게 하는 일을 우리가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64)

라이프니츠는 “악덕과 방탕함을 변명”하기 위해서 “운명의 필연성”을 이용하는, “필연성의 남용”을 지적한다. 65) 죽음의 고지라는 사건을 통해 자신의 교리를 확립하려는 새진리회뿐 만 아니라, 민혜진과 소도의 일원들도 미지의 존재가 행하는 죽음의 고 지와 시연을 반드시 일어나는 필연으로 여긴다.

소도의 경우도 그간 사 람들의 죽음을 숨기려고 했을 뿐, 죽음을 집행하는 존재와 싸울 수 있다 고 생각하지 못한다. 소도가 맞서 싸운 대상은 새진리회와 화살촉의 교 리와 해석이었을 뿐, 죽음을 초래하는 미지의 사건 자체에 대한 대항은 아니었다.

죽음의 고지를 받은 아기가 살아난다는 결말은 그동안 소도를 비롯해 누구도 죽음의 고지, 그 자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66)

64) 위의 책, 22쪽.

65) 위의 책, 21쪽.

66) 이다운은 민혜진과 소도의 일원들은 새진리회에 맞서서 “정의를 수호”하는 집단으로, “인간의 ‘자율성’을 공의를 위해 사용하는 몇 안되는 소수자”라고 주장한다.(이다운, 앞의 글, 226쪽.) 그러나 박명진에 따르면, 새진리회와 소도는 이해관계에 있어 갈등 국면에 놓여 있지만, 두 단체의 대립은 어디 까지나 생명정치라는 사회 시스템 내부의 갈등으로, “죽음이라는 ‘실재 (real)의 도래’에 대한 필연성과 무작위성의 논리 투쟁”에 그치며, 소도의 논리도 생명정치라는 사회 시스템 자체를 돌파하지 못한다.(박명진, 앞의 글, 242~243쪽.)

작품에서 소도를 비롯해 미지 의 존재가 초래하는 죽음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숙명적 태도는 라이프 니츠가 주장했던 게으른 이성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예정조화설을 주장했던 라이프니츠는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고 보면서도 신이 ‘최선’을 행할 것을 전제로67), 신의 결정이라는 필연성에도 불구 하고, 우연과 자유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따라서 다른 모든 것에서처럼, 인간에게서도 모든 것은 이미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으며 인간의 영혼은 일종의 정신적 자동기계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일반적으로는 우연한 행동, 그리고 특수하게는 자유로운 행동이 절대 적 필연성으로 인해 필연적인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절대적 필연성은 우연 과 진정으로 양립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실현도 전적 으로 확실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는 우연성과 자유를 파괴하지 못하며, 신 의 완벽한 예견, 원인들의 예정, 신의 결정들의 예정도 결코 우연성과 자유 를 파괴하지는 못한다. 68)(밑줄 및 강조는 인용자) “악의 산출과 기원에서 자유와 필연” 69)에 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라 이프니츠의 『변신론』은 『지옥』의 세계관을 뒷받침해준다.

67) “모든 미래는 물론 결정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미래가 어떻게 결정되어 있는지 모르며, 무엇이 예견되고 정해졌는지도 모르는 만큼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이성과 우리에게 내려준 규칙에 따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중략) 신은 일반적으로도 반드시 최선의 것을 행할 것이며, 개별적으로도 자신을 진정으로 신뢰하는 이들을 위해 최선의 것을 반드시 행할 것이기 때문이 다.”(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 『변신론』, 앞의 책, 198쪽.)

68) 위의 책, 191쪽.

69) 위의 책, 16쪽.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신이라는 필연에 의해 결과가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결코 신의 의도를 알 수 없으며, 여전히 인간에게는 우연성과 자 유가 존재한다.

『지옥』에서 미지의 존재가 주는 공포를 이용해 신의 의도를 전파하겠 다는 정진수 의장에게 진 형사는 새진리회의 교리가 인간의 자율성을 침 범한다고 지적한다.

진경훈 형사 : 그런데… 뜯겨 죽을까봐 무서워서 선하게 하는 걸… 정의 라고 할 수 있나요?

정진수 의장 : 공포가 아니면 무엇이 인간을 참회하게 하죠? 그런 걸 보신 적 있습니까?

진경훈 형사 : 말씀대로라면 그 신은 인간의 자율성을 믿지 않는 거군 요. 70) (밑줄 및 강조는 인용자)

코로나 19시대에 등장한 『지옥』은 눈앞에 사람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미 지의 존재와 사건을 출현시켜 신의 의도를 추정하고 이에 순응하고 복종 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옥』은 아기의 생존을 통해서 인간의 죽음을 초래하는 압도적이고 공포스러운 미지의 재난이 필연처럼 보인 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우연의 가능성이 남았다는 것을 암시하며, 미지의 재난을 개척하는 인간의 자율성과 자유의지를 요청한다. 71)

웹툰 『지옥』 은 ‘믿음’에 숨겨진 비관적 숙명론을 경계하며, 초자연적 원인에 의한 죽 음을 감히 피할 수 없는 필연으로 재단하고 있지 않은지 질문을 제기한 다. 72)

70)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50~51쪽.

71) 이러한 『지옥』의 세계관은 드라마 <지옥>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이어진 다. 웹툰 『지옥』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지옥>은 현재 새로운 이야기를 예 고하며 2부를 준비 중인데, 아이의 생존으로 종결되는 웹툰과 달리 드라마 <지옥>은 갑자기 박정자의 시신이 변화하면서 박정자가 살아 돌아온다는 상황을 덧붙인다.(연상호, <지옥 6화>, 《넷플릭스》, 2021.) 이 장면이 등장 하기 전까지, 박정자가 다시 살아날 예정이라는 사실은 작품 속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72) 『계시록』에서도 이러한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계시록』에서 목사 성민 찬은 유괴범 권양래를 살해하는데, 자신이 “악마를 심판하라는 계시”를 받 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연희 경위는 민찬을 향해 “신이었다고 확신하세요?”라고 묻는다.(연상호·최규석, 『계시록』, 파주: 문학동네, 2023, 284~285쪽.) 우연히 벽에 적힌 “D24/7”이라는 글자를 발견한 민찬은 악을 제하라는 내용이 담긴 “신명기 24장”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위의 책, 184~185.), 권양래를 살해한다. 이 경위는 민찬에게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살인이 곧 신의 계시라고 믿고 싶었던 마음에, 우연을 필연으 로 규정한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IV. 코로나 19 대(對) 페스트: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La Peste)』와의 비교를 중심으로

『지옥』에서 어린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는 설정은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1960)의 『페스트(La Peste)』(이하, 『페스트』)를 상기시킨다.

소설에서 페스트에 걸려 죽어가는 어린아이는 소설의 화자 이자 주인공인 의사 리유(Bernard Rieux)와 파늘루(Paneloux) 신부 사 이에 논쟁을 촉발한다.

페스트라는 재앙이 인간의 죄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하느님이 자비를 베풀어 페스트로부터 구원하실 것이라고 믿는 파늘루 신부에게73) , 리유는 병에 걸린 아이에게 아무런 죄가 없다 는 것을 강조하면서, “어린애들마저도 주리를 틀도록 창조해 놓은 이 세 상이라면 나는 죽어도 거부하겠”다고 일갈한다. 74)

신으로부터의 구원을 거부하며, 반항심을 드러내는 리유와 달리 『지옥』에서 정진수 의장은 신 이 무작위적으로 인간에게 벌을 내린다는 진실을 외면한다.

신의 실수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고… 그렇잖아 요. 신이 무작위적으로 인간을 벌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게 진실이 더라구요. (중략) 아무리 추적을 해도 어떤 규칙성도 의도도 찾을 수가 없 었어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신이… 우리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는 말 이에요.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그 거대한 무의미를 인간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냐고요! 인류는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잖아요! 75)(밑 줄 및 강조는 인용자)

73) 알베르 카뮈, 『페스트』, 김화영 옮김, 서울: 민음사, 2019, 132~133쪽.

74) 위의 책, 284~285쪽. 이러한 리유의 태도는 작가, 알베르 카뮈의 삶의 자세가 반영된 것으로 짐 작해 볼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1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스페인 내전부터 2차 세계대전을 겪고 히틀러의 나치 정권을 목격했던 카뮈는 전쟁이 촉발 한 “허무주의를 거부”한 채, 인간의 실존 자체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다. (알베르 카뮈, 『아버지의 여행가방 – 노벨문학상수상 연설집』, 김화영 옮김, 파주: 문학동네, 2009, 297쪽.)

75)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285~287쪽.

그 자신이 죽음의 고지를 받았던 정진수 의장은 신의 의도를 알기 위해 서 찾아다닌다.

그러나 미지의 존재를 보낸 신의 의도를 찾을 수 없었던 정진수 의장은 미지의 존재가 실행하는 죽음의 고지와 시연을 신의 단죄 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신의 이름으로 믿음을 설파한다. 76)

의도치 않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야기한 재난을 배경으로 『지옥』 2부가 등장했다고 할 때,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감염병이라는 재난 앞에, 소설 『페스트』와 웹툰 『지옥』이 보여주는 대응 방식은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페스트』에서 리유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형성된 보건대가 연 대를 통해 페스트와 싸우지만, 『지옥』에서는 개인 혹은 가족이 미지의 재난 앞에 투쟁한다.

『지옥』에서 배영재와 송소현 부부가 아기를 가까스 로 지켜내는 동안, 사람들은 이들 부부의 위기를 지켜볼 뿐 도와주지 않 는다.

소도의 민혜진만이 부부를 도우려다가 미지의 존재에게 내던져진 다.

『페스트』에서 소설 속 인물 대부분이 페스트와 싸우기 위해 보건대 에 참여한다는 설정과 비교하면, 『지옥』의 세계가 개인화되고 파편화되 었다는 사실이 두드러진다.

이처럼 『페스트』와 『지옥』에서 재난에 대한 대응이 각각 다른 이유는 재난의 원인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설 『페스 트』에서 보건대가 싸우는 대상은 페스트 그 자체다.

“페스트는 무엇보다 도 용의주도하고 빈틈없으며 그 기능이 순조로운 하나의 행정사무였다.”77)

“페스트는 이제 그 정점에서 편안히 자리 잡고 앉아서 착실한 관리처럼 매일매일의 살인에서 정확성과 규칙성을 과시했다.”78)

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에서 페스트는 마치 하나의 인격처럼 취급되며, 소설 속 보건대는 이러한 페스트라는 재난과 싸운다. 79)

76) 박명진은 새진리회가 “‘신의 의도’라는 환상”을 통해 “상징계의 분열을 봉 합”한다고 주장한다.(박명진, 앞의 글, 247~248쪽.)

77) 알베르 카뮈, 『페스트』, 앞의 책, 236쪽.

78) 위의 책, 306쪽.

79) 행정사무이자 관리로 표현되는 페스트에 맞서는 “영웅”으로 소설에서는 그 랑(Joseph Grand)이라는 인물이 제시된다. 소설의 화자인 리유는 “페스트 의 소용돌이”에서 보건대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매일매일의 사소한 노력”을 보여주는 그랑을 높이 평가한다.(위의 책, 184~185쪽.) 이러한 그랑의 태도는 카뮈가 주장했던 ‘시시포스’를 연상시킨다. 카뮈는 신을 부인하고 주인 없는 우주에서 성실 하게 바위를 들어올리는 행복한 시시포스를 상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알 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이가림 옮김, 서울: 문예출판사, 2004, 163쪽.)

그러나 『지옥』에서 작품의 인물들이 맞서는 대상은 죽음을 야기하는 미지의 존재, 즉 재난이 아니다. 새진리회의 교리에 매몰된 사람들은 박 정자를 죽이려는 미지의 존재에 항거하며 총을 쏘았던 진 형사를 향해 참회를 요구하고80) 미지의 존재에게 죽임을 당한 박정자를 오히려 죄인 취급한다. 81)

심지어 박정자의 아이들은 어머니를 잃을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서 사회로부터의 비난이 두려워 외국으로 도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 생한다.

박정자의 아이들은 정체가 들킬까 봐 두려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공항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82)

이러한 『지옥』 속 재난에 대한 대응은 코로나 19 당시 우리 사회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한 기사를 보면 기사의 비판 대상이 코로나 19라는 전염 병이 아니라 코로나 19에 감염된 특정 개인에 한정된다. 83)

80)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245쪽.

81) 연상호‧최규석, 『지옥 2』, 앞의 책, 5쪽.

82) 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158~165쪽. 83) 정창오, <대구시 “31번 환자 역학조사 당시 허위 진술 확인”>, 《NEWSIS》, 2020년 4월 13일자,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413_0000992 386&cID=10899&pID=10800# (마지막 방문: 2023년 9월 10일) 비단 해당 기사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경계하면서, 다 수의 기사가 방역 지침을 위반하거나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바이러스를 전 염시킨 개인에 주목하였으며, 기사가 비판하는 대상이 전염병 그 자체가 아 니라 방역당국으로부터 확진자 번호를 부여받은 개인이라는 점에서 소설 『페스트』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기사에서처럼 사실상 전염병의 희생양이라 할 수 있는 개인에게 방역 실패의 ‘죄’를 묻 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전염병에 대응해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 다.

『페스트』에서 어린아이는 죽고, 『지옥』에서 아기는 살아남지만, 파편 화된 개인이 투쟁해야 하는 『지옥』의 세계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제 최소한의 사회적 울타리라고 할 수 있는 부모를 상실한 아 기의 생존과 미래는 『지옥』이 제기하는 윤리적 질문이자 과제 그 자체라 고 할 수 있다. 84)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은 아기의 생존을 통해서 희 망을 남긴다.

부부가 아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지켜만 보았던 사람들이 살아남은 아기를 돕기 위해서 아기에게 옷을 덮어주고, 민혜진 변호사가 아기를 안고 도망갈 수 있도록 돕는다. 85)

작품의 말미에서 민 혜진 변호사와 아기를 태운 택시 기사는 검문을 피해 우회하면서

“인간 들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하는 거죠. 사람 죽는 걸 봤으면 살릴 생각부 터 해야 사람이잖아요.”86)

라고 말하며 민혜진 변호사를 위로한다.

무엇 보다 그동안 새진리회에 동조했던 경찰이, 새진리회에 대항했다는 이유 로 노인에게 폭행을 가하는 새진리회의 일원을 체포하는 장면은 부재했 던 법과 공권력, 국가라는 세속의 부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87)

84) 남겨진 아이라는 설정은 연상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영화 『부 산행』(2016)에서 좀비를 피해 기차를 차지하려는 용석 일당에 맞섰던 석우 는 딸 수안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이 좀비가 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다. 『반도』(2020)에서 자신과 누나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아이만이라도 살려달라는 민정의 요청을 뿌리쳤던 군인 한정석은 반도에 돌아와 자신이 버렸던 민정과 민정의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85) 연상호‧최규석, 『지옥 2』, 앞의 책, 261~283쪽.

86) 위의 책, 289~290쪽.

87) 위의 책, 284~286쪽.

그리하여 『지옥』은 세속에 대한 희망,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기대라는 또 다른 ‘믿음’에의 요청으로 귀결된다. 88) 『지옥』은 정진수 의장으로부터 시작된 새진리회의 교리에 따라, 필연 성을 향한 ‘믿음’에의 지옥을 그려낸다.

그러나 『지옥』은 극단적인 필연 성을 거부하면서도, ‘믿음’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알베르 카뮈가 세계 의 무의미성 앞에 ‘부조리 인간’을 내세우며,

“산다는 것, 그것은 부조리를 살게 하는 것이다. 부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그것을 바라보는 일이다.”

라고 주장하면서89) 페스트에 걸린 아이의 죽음에 직면 하게 했다면, 『지옥』은 인간의 자율성이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진경훈 형사가 보여주었듯이 인간의 자율성은 쉽게 무너 질 수 있는 나약한 것이지만90) , 『지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재난의 도래 앞에서도 여전히 인간이 희망이라는 ‘믿음’을 드러 낸다. 91)

88) 앞서 설명했듯이 웹툰 『지옥』은 웹툰 『지옥 2 : 부활자』로 이어지므로, 『지옥』의 결말에서 보여준 세속의

부활이라는 가능성이 이어질지 앞으로의 연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89) 알베르 까뮈, 『시지프의 신화』, 앞의 책, 189쪽.

90) 『지옥』이 인간의 자율성을 요청한다는 사실은 진경훈 형사의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정진수 의장은 진 형사에게 사실을 고백하며, 자신의 죽음이 시 연되기 전, 자신이 죽음의 고지와 집행으로 인해 죽었다는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러나 정 의장에게 벌어진 일을 알린다는 것 은 곧 아내를 죽인 범인을 살해하는 데 가담한 아들을 고발해야 하는 선택 이기도 하다. 정진수 의장은 죽기 전, 진경훈 형사에게 “형사님의 자율에 이 세상을 맡겨보려고요”(연상호‧최규석, 『지옥 1』, 앞의 책, 293쪽.)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진경훈 형사는 형사복을 벗는다. 진경훈 형사가 진실보다 아들을 선택함으로써, 『지옥』의 세계는 새 진리회의 휘하에 놓이게 된다. 역설적으로 『지옥』의 사람들이 새진리회가 설계한 ‘믿음’의 감옥에 갇힌 이유 중의 하나는 진경훈 형사가 세속의 법과 자율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진경훈 형사가 인간의 자율성 을 포기하는 순간, 필연의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91) 이러한 점에서 『지옥』의 결말을 ‘호모 데우스’에의 요청이라고도 볼 수 있 겠다. 유발 하라리는 노화를 막고 사망률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려는 인류를 ‘호모 데우스’라고 일컫는다.(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김명주 옮김, 파주: 김영사, 2021, 39쪽.)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의 출현으로 “자연발생적인 전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던 시대는 끝난 듯하다”고 주장한다.(위의 책, 31쪽.)

V. 나가며

『지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야기한 죽음 앞에 이 모든 것이 신의 의도라고 주장하는 맹목적이고 고착된 ‘믿음’과의 투쟁을 다루고 있다.

『지옥』에서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서 죽음을 고지하고, 고지한 날짜와 시간에 반드시 죽임을 당하면서, 미지의 존재가 집행하는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필연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커다란 외형과 위력을 걷어 내면, 그 미지의 존재가 ‘인간은 죽는다’는 자연법칙에 준할 뿐이라는 사 실을 알게 된다.

또한 아기의 극적인 생존은 알 수 없는 존재에 압도된 나머지, 공포에 삼켜져 생존을 모색하기보다 죽음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들을 환기한다.

『지옥』은 미지의 존재를 신의 의도라고 주장하는 새진 리회의 어긋난 믿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도 또한 죽음을 숨길 수 있을 지언정 죽음의 고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또 다른 믿음에 갇혀 있었 음을 드러낸다.

『지옥』은 ‘믿음’에 숨겨진 비관적 숙명론을 경계하고, 재 난을 감히 필연으로 재단하고 있지 않은지 질문을 제기하며, 무작위적이 고 초자연적인 재난에 대항하는 인간의 자율성과 자유의지를 요청한다.

“예술의 역사는 예언의 역사”라고 했던 벤야민의 말처럼92), 웹툰 『지 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라는 재난이 시작되기 직전 한걸음 빠르게 재난을 예고하는 동시에 팬데믹을 관통하며 동시대 재난에 대한 사유를 이끌었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92) 발터 벤야민, 『발터 벤야민 선집 2.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외』, 최성만 옮김, 서울: 길, 2016, 218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우 리 사회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믿음과 종교가 수면 위로 부상했던 팬데 믹 시기를 전후로 하여, 연상호는 웹툰과 드라마의 형태로 『지옥』 시리 즈를 선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연상호는 협업을 통해 《방법》, 《방법: 재 차의》, 《괴이》, 『계시록』 등 여러 작품을 탄생시키고, 마찬가지로 그 원 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종교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그리하여 『지 옥』 시리즈뿐만 아니라 연상호의 다른 작품을 포괄하여 재난의 시대에 믿음과 종교에 대한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연구가 요청된다.

더불어 앞으로 웹툰 『지옥 2 : 부활자』와 현재 제작 중이라고 알려진 드라마 <지옥> 시즌 2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 보인다.

모두 차후의 과제로 남긴다.

◈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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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The Inferno of “Faith” in the Age of Catastrophe: An Analysis of the Series, Hellbound

You Kyung Lee

Yeon Sang-ho and Choi Gyu-seok’s webtoon Hellbound was serialized on Naver Series from August 2019 to August 2020, going through the unprecedented disaster of COVID-19. Hence, Hellbound became a work that represents in the present continuous tense how “faith” became the topic of our society as science, nation, and religion came into conflict over an infectious disease. A crucial premise of Hellbound is that a face called an angel suddenly materializes to prophesy death and that supernatural beings emerge to brutally kill the person subject to the prophecy. Upholding such decrees of death as the will of the god, the New Truth Society(새진리회) gains power under the name of religion by conducting demonstrations of these deaths, producing scapegoats and incapacitating laws. As people start to believe that those decreed to death have valid reasons to die according to the New Truth Society’s doctrines, the decrees become an inevitability. On the other hand, Sodo(소도, 蘇塗) resists the empowerment of religion by secretly helping to prevent the exposure or the exhibition of the decreed deaths. However, when a newborn baby receives the decree of death, the “faith” that had turned into religion starts to crack. This premise is reminiscent of Albert Camus’s La Peste, which depicts rebellion against God in the face of the death of a child infected with the plague. However the baby dramatically survives through the resistance and efforts of its parents in Hellbound unlike the plagued child’s death in La Peste. By showing that not only the New Truth Society but also Sodo was entrapped in the “faith” that the decree of death was inevitable, Hellbound illustrates human free will in the face of inevitability. Such a worldview of Hellbound resonates with the philosophy of Leibniz, who advocated the doctrine of pre-established harmony but also argued that contingency and freedom are still possible even in the face of the inevitability called God. Therefore, in the age of disaster, Hellbound calls for human will in resistance to the inferno where blind faith and confirmation bias prevail.

Key words: COVID-19, plague, disaster, free will, Leibniz

논문투고일: 23년 9월 10일 심사완료일: 23년 10월 13일 게재확정일: 23년 10월 13일

비교문학 제91집 (2023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