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요약]
이 글은 「화엄경의 문학성 연구」를 불교문학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화엄경에 내재된 문학성을 분석한 논문이다. 본 논문의 내용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하여 분석해보았 다. 먼저 제Ⅱ장에서는 불교와 문학과의 관계 교섭에 대하여 불교문학에 대한 이해와 불교 전승의 특징과 화엄경에 대한 이해 그리고 문학과 불교의 접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Ⅲ장에서는 불교문학의 측면에서 분석한 화엄경을 ‘화엄’ 이름에 담긴 문학적 비유와 산문체로 본 화엄경의 특성 그리고 화엄경에 담긴 문학의 4가지 관점을 토대로 분석해보았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화엄경의 문학성 연구-불교문학으 로 분석한 화엄경」에 담긴 불교문학은 불교적 소재를 주제로 삼아 작가가 문학적으로 풀 어 낸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문학과 불교를 교섭하면서 불교라는 종교 적 성격과 영역을 해명하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화엄경에 는 삼독에 빠진 우리들의 내면을 정화하여 불성(佛性)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가르침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불교문학으로 분석한 화엄경에는 처음 바 른 깨달음[正覺]을 이루신 교설이 다양한 문학적 장르와 비유, 형식 등으로 설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전의 이름에 담긴 ‘화엄(華嚴)’이라는 비유적 표현은 모든 존재 가 깨달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불교의 실천행인 보살도를 의보와 정보로 장엄해야 한다는 함의가 내재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불교문학의 매우 유용한 가르침인 것이다.
주제분야 : 불교 , 대승불교, 화엄경 주 제 어 : 불교문학, 화엄경, 문학적 비유, 산문, 문학적 관점
Ⅰ. 서론
본 논문은 「화엄경의 문학성 연구」를 불교문학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화엄경 에 내재된 문학성을 분석한 글이다. 불교문학은 불교적 소재를 주제로 삼아 작가 가 문학적으로 풀어 낸 것과 연관지을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문학과 불교를 교섭하면서 불교라는 종교적 성격과 영역을 해명하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매 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글에서 크게 2가지 측면에 주목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먼 저 제Ⅱ장에서는 불교와 문학과의 관계 교섭을 살펴보고 첫째, 불교문학에 대한 이해를 언급해본다. 둘째, 불교 전승의 특징과 화엄경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고 셋째, 문학과 불교의 접점에 대하여 언급해보았다. 그리고 제Ⅲ장에서는 불교문 학의 측면에서 분석한 화엄경을 첫째, ‘화엄’ 이름에 담긴 문학적 비유를 살펴 보고 둘째, 산문체로 본 화엄경의 특성을 셋째, 화엄경에 담긴 문학의 4가지 관점에 대하여 분석해보았다.
Ⅱ. 불교와 문학과의 관계 교섭
1. 불교문학에 대한 이해
불교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으나 대체로 첫째, 불교의 경전 및 붓다의 가르침에 관계되는 저작물 모두가 불 교문학이라는 주장 둘째, 불교경전, 불교에 관한 문헌 및 불교적인 것을 표현한 문학일체 셋째, 불교적인 관심을 문학형식으로 창작해 낸 문학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1) 여기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해본다면, 먼저 첫 번째 견해의 대표적인 것으로 는 “붓다의 가르침에 관한 일체의 문헌, 즉 경(經) ․ 율(律) ․ 론(論) 삼장(三藏) 전부와 각 나라에서 여러 언어에 의한 불교에 관한 저작을 포함한다.”는 영정의헌(永井義憲)의 주장과 “붓다의 가르침에 관계하는 일체의 경전 논서”로 본다는 천방 경(泉芳 璟)2)의 주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1) 홍기삼, 「불교문학이란 무엇인가」, 동화출판공사, 1991, 10쪽.
2) 見理文周, 現代佛敎文學入門, 法藏館, 1983, 12-17쪽 참조.
두 번째 ‘불교경전, 불교에 관한 문헌 및 불교적인 것을 표현한 문학 일체’라는 관점은 막연하고 산만한 주장이지 만 이러한 견해를 주장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이들은 불교경전을 불교문학이 라고 보는 것과 불교적 관심을 문학화한 것들은 합쳐서 불교문학이라고 보는 입 장이다. 세 번째 불교문학을 ‘불교적인 관심을 문학 형식으로 창작해 낸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상당히 많다. 즉 “불교의 사상 또는 신념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 일본문학대사전(日本文學大辭典)과 “불교교리의 이해와 보 급을 목적으로 해서 이것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과 문학적 요구, 즉 예술적 계기 로부터 소재를 불교적 현상에서 구한 것의 두 가지”라고 설명한 일본문학사전 (日本文學辭典)(蒼明社), 그리고 “불교라는 종교적 가치와 문학이라는 예술적 가 치를 섞어 어우른 것”이라는 심포정문(深浦正文)의 주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3) 마지막의 관점은 앞에서 상술한 이러한 주장들 모두가 불교문학이 아니라고 하는 견해이다. 즉 그것은 불교의 범주에 귀속되는 불교 분파나 그 영역의 산물이 아니라 문학의 영토에서 생산된 언어구조물4)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지나칠 정도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불교문 학의 개념에 대해 엄정한 울타리를 세우려는 의도 때문이다. 세번째 견해를 한국 불교문학에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한국불교 문학사의 기술을 모색할 단서를 파 악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위해서 필요하다. 불교문학의 대상 범위의 규정에 대해서도 세 가지 분류가 있다. 첫째는 문학 적 가치가 아니라 종교적 가치만을 생각하여 제작한 불교문학이다. 이것은 문학 적 가치가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경우를 말한다. 둘째는 종교적 현상을 작품의 소 재로 채택하여 문학적으로 해석하면서 창작하는 경우인데, 작품의 제작 동기가 예술적인 것이다. 셋째는 종교적 가치와 문학적 가치를 똑같이 중요시한 불교문 학이다. 여기서 종교적 가치란 불교의 신앙의 가치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편협한 종파적 교단의 가치도 중요한 가치기준으로 적용되는 경우이다. 넓은 의미에서 위의 모두를 불교문학으로 정의해도 무방하지만, 세 번째의 불교의 종교성과 문 학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작품[경전]이 가장 이상적인 정의에 해당된다. 왜냐하 면 오늘날까지 회자되어 전해지고 있는 불교문학은 불교의 종교성과 세간(世間) 의 문학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언어작품[경전]이라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연구자에 의해서 아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또한 간단히 정의하기 어려운 점이 많지만, 본 연구자의 견해로는 불교문학은 불교의 진리와 문학성이 하나로 융합되어 만들어진 경우의 문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이다.5)
3) 見理文周, 現代佛敎文學入門, 法藏館, 1983, 13쪽.
4) 홍기삼, 「불교문학이란 무엇인가」, 동화출판공사, 1991, 25쪽.
5) 강기선, 「화엄경 보현행원품의 문학성에 관한 연구」, 동국대학교학위논문, 9쪽.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불교문학의 방향에 대하여 언급해본다면, 불교문학은 불 교적 입장에서 세상과 인간을 보고 이것들을 구제하려는 사상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본래모습을 되찾는 문학의 궁극적 목표와 불교의 차별 없이 모든 존재가 평등하다[一如]는 사상과 사무량심(四無量心)의 자비희사(慈悲 喜捨)를 주제로 한 문학으로 전개․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서구적 유한 (有限)개념의 장막을 뚫고 다시 무상(無常)을 꿰뚫어 보는 문학이어야 한다. 왜냐 하면 불교문학은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를 복원(불성의 회복, 해탈)할 수 있는 문 화 창조와 인간의 자유에 기초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기 때문 이다. 더욱이 오늘날 정신적 빈곤의 위기에 처한 인류의 현재와 미래세대에게 불교 는 희망과 궁극적 낙관주의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적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문학이 추구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고 할 것이다.
2. 불교 전승의 특징과 화엄경에 대한 이해
주지하다시피 불교라는 종교의 시작점은 우리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생(生)․노(老)․병(病)․사(死)를 해결하기 위한 목표로부터 출발하였는데, 그 중심에는 불교를 개창하신 위대한 붓다가 있다. 한 인물이 생(生)에 대한 의문을 품 고 출가 수행하여 6년 고행을 거쳐 완전한 깨달음을 증득한 일은 오늘날까지 전 인류가 인정하는 수승한 대사건이었다. 불교를 불교이게 하는 핵심이 되고 있는 깨달음을 증득한 붓다는 녹야원에서 다섯 수행자에게 초전법륜을 시작으로 45년 동안 인도 전 지역을 다니시면서 남녀노소 ․ 외도와 바라문 등을 가리지 않고 대기설법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였던 위대한 선각자였다는 것은 다양한 경전을 통 해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붓다 재세시의 교설들은 붓다가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후 경률론(經律論)의 삼장(三藏)으로 결집되었으며, 부파불교와 대승불교를 거치 면서 급속하게 남방과 북방국가에 전파되었다. 그리고 이들 경전들은 전래된 각 국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번역․편찬되어 오늘날까지 불교의 경전 으로 전승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이 글의 주 텍스트인 화엄경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면, 화엄경은 초기 대승경전에 속하는 경전으로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엄경의 한역본으로는 60권․80권․40권으로 된 육십화엄․팔십화엄․사십화엄 등의 3부 화엄 경이 있다.6)
6) 전해주, 화엄의 세계, 민족사, 2001, 23쪽.
이 중에서 사십화엄은 육십화엄의 마지막 품인 제34「입법계품」 과 팔십화엄의 마지막 품인 제39 「입법계품」만의 별역이며, 「입법계품」 한품을 가지고 40권으로 편찬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육십화 엄과 팔십화엄만을 화엄대경이라고 한다. 화엄경의 편찬과 유통에 대하여 언급해보면, 먼저 육십화엄은 중국 동진 시대에 불타발타라가 418년부터 420년에 걸쳐 한문으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교정 을 거쳐 421년에 역출되었는데, 진(晉)나라 시대에 번역되었다고 하여 이것을 진 본(晉本)이라고 한다.
이 경의 번역과정에 대하여 지상지엄선사는 방광불화엄경 수현분제통지방궤(大方廣佛華嚴經搜玄分齊通智方軌)에서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다.
이 경은 본래 외국에 모두 10만 게송이 있었다. 예전에 진(晋)나라의 도인 지법령 (支法領)이 우전국(于闐國)에서 이 3만 6천 게송을 얻었다. 진나라 의희(義熙) 14년 세 차(歲次)7)는 순화(鶉火,418년)로서 3월 10일에 양주(楊州) 사사공사(謝司空寺)에서 천 축의 선사 불도발타라(佛度跋陀羅)가 손수 범어로 된 경문을 가지고 오랑캐 말[胡 音]8)을 진(晉)나라 말로 번역하였고, 사문 석법업(釋法業)이 직접 따라 써 주었다. 그 때에 오군내사(吳郡內史) 맹의(猛顗)와 우위장군(右衛將軍) 저숙도(褚叔度)가 단월(檀 越)이 되었다. 원희(元熙) 2년(420) 6월 10일에 이르러 호본(胡本)의 번역을 끝냈고, 태 송(太宋) 영초(永初) 2년 신유년(辛酉年: 421년) 12월 28일에 교감을 마쳤다.9)
7) 여기서 언급된 ‘세차(歲次)’는 별자리가 머무는 위치를 말하는데, 12차(次)로 나누는데, 순 화는 남방에 있는 별자리 이름으로, 무오년(戊午年)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8) 당시에 중국에서는 중국 본토 이외의 나라는 오랑케(夷)라고 하여 오랑캐로 여겼다.
9) 智儼述, 大方廣佛華嚴經搜玄分齊通智方軌 第1卷(T35, 13b), 此經本外國凡有十萬偈 昔晉 道人支法領 從于闐國得此三萬六千偈 以晉義熙十四年歲次鶉火三月十日 於楊州謝司空寺 天 竺禪師佛度跋陀羅手執梵文 譯胡音為晉 沙門釋法業親從筆授 時吳郡內史孟顗 右衛將軍褚叔 度為檀越 至元熙二年六月十日出訖胡本 至太宋永初二年辛酉之歲十二月二十八日校畢.
이 경문에서는 ‘불타발타라(佛馱跋陀羅)’라는 이름을 ‘불도발타라(佛度跋陀羅)’ 라고 호칭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감상의 표현으로 보인다. 불타발타라는 천축국의 선사로 한역하면 각현(覺賢) ․ 불현(佛賢)이다. 이 경문에 의하면 본래 10만 게송이 있었으나, 진나라의 지법령이 우전국에서 3만6천 게송을 얻어 와서 순화 418년 3월10일 양주(楊州) 사사공사(謝司空寺)에서 번역을 시작하여, 원희 2년인 420년 6월10일에 호본의 번역을 끝냈으며, 영초 2년 신유년 421년 12월28일에 교 감을 마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십화엄은 화엄대경 중 가장 먼저 번역되었다 고 해서 구경(舊經) 또는 구역(舊譯)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또 팔십화엄은 대주 (大周) 695년부터 699년 시대에 실차난타에 의해 역출되었고, 이것을 주본(周本) 또는 신경(新經) ․ 신역(新譯) 화엄이라고 부른다. 사십화엄은 당나라 795년부터 798년에 반야다라 삼장이 역출하였고, 이것은 정원본 화엄경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 사십화엄은 화엄대경의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을 제40권으로 번역한 것이다. 육십화엄과 팔십화엄은 처음부터 하나의 화엄 대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 니고, 각 품이 별행(別行)된 경(經)으로 먼저 성립․유통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지 분경을 모아 구성한 것이 지금의 이 화엄대경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특히 이들 별행경들 중에서 「십지경」과 「입법계품」의 역출된 시기는 2세기~10세기로 보이며, 지금과 같은 조직의 화엄대경은 대략 250년에서 350년대의 편성으로 간 주하고 있다. 덧붙이자면 「입법계품」 등의 성립된 곳은 남방인도로 추정되나, 화 엄대경의 편성은 우전국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지방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 다.10) 화엄경이 설해진 시기에 대하여 살펴본다면, 육십화엄과 팔십화엄에서 동일하게 시성정각(始成正覺)11)이라고 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다. 세친이 지은 「십 지경론」에서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성도(成道)한 지 오래 지 않은 두 번째 7일째에”12)라고 하였고, 또 「십지경론」의 저본이 된 불설십지경에는 “어느 때 박가범(薄加梵)께서는 성도(成道)하신 지 오래지 않은 14일째 되던 날”13)이라고 한 경문에 근거했을 때 화엄경은 붓다 성도 후 14일째에 설한 가르침이라는 것 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하자면, 화엄경은 시간상[說時]으로 볼 때 붓다께서 성도하신 후 2․7일에 금강보좌를 떠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해인삼매(海印三昧)에 든 채, 상수보살 문수보살․보현보살 등과 같은 상근기의 보살들을 위해 스스로 깨달음 내용을 설한 것14)이다. 화엄경에 담긴 내용의 핵심은 대방광(大方廣)하신 부처님의 세계를 보살의 갖가지 만행(萬行)의 꽃(華)으로써 장엄함을 설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화엄경 의 대의(大意)는 조선시대 묵암 최눌의 화엄품목에서 밝힌 “만법(萬法)을 통섭 (統攝)해서 일심(一心)을 밝힌다.(統萬法明一心)”를 받아들여 그대로 수용해15) 지 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10) 전해주, 화엄의 세계, 민족사, 2001, 24쪽
11) 佛馱跋陀羅譯, 大方廣佛華嚴經 第1卷(T9, 395a), 始成正覺. ; 實叉難陀 制譯, 大方廣佛 華嚴經 第1卷, (T10, 1b), 始成正覺.
12) 天親菩薩造, 菩提流支等譯, 十地經論第1卷, (T26, 123b), 一時婆伽婆成道未久 第二七日.
13) 尸羅達摩 譯, 佛說十地經 第1卷(T10,535a), 一時 薄伽梵成道未久 第二七日.
14) 강기선, 「화엄경 입법계품의 문학성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0, 17쪽.
15) 전해주, 화엄의 세계, 민족사, 2001, 17쪽.
3. 문학과 불교의 접점
문학과 불교의 접점에 대해 살펴보았을 때, 여기에 대한 관계해명을 논의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또한 아니다. 왜냐하면 이 둘 은 분명 서로 상통하는 접점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문학적 이론과 불교의 종교적 특성 속에서 언급해보고자 한다. 문학의 범주로는 시(詩), 소설(小說), 비평, 수필문학, 희곡 등이 있다. 이러한 문학의 범주에서 불교문학의 접점과 가장 가까운 순서를 나열해본다면 시(詩)→ 수필→ 소설→희곡→비평 순으로 말할 수 있다. 시(詩)는 문학의 장르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것이며, 원시종합예술이 민요와 무용으로 분화되고 민요가 다시 음악과 문학으로 분리되었다면, 여기서 문학은 시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 또한 시(詩)는 여러 예술 장르 중에서도 가장 고도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영역인 만큼 상상력이 핵심이 되고 있는 오늘날 21세기를 열 어가는 매우 중요한 한 장르로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 문학 장르는 모두 서정시, 서사시, 극시 등으로 불릴 만 큼 시(詩)는 문학을 대표하는 기능을 했다고 하며, 이때 저 유명한 아리스토텔레 스도 그의 저서 시학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서사시’와 ‘극시’이다. 여기서 소설 과 극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책 이름을 시학으로 했다는 것은 시(詩)가 문학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시(詩)는 정서 의 전달을 목표로 하는 만큼 시(詩)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하 겠다.16)
16) 편집부 편저, 문학의 이해, ㈜예하미디어, 2005, 38쪽
시(詩)의 언어적 특징은 의사진술과 함축성, 애매성, 그리고 사물성에 있으며, 종류로는 서정시와 산문시 등이 있다. 특히 문학에서의 서정시는 순간의 정서를 고백하는 주관적인 것으로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불교에 서는 시(詩)를 기야(祇夜) 또는 가타(伽陀라고 하여, 십이부경(十二部經)의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시(詩)의 역할은 중생교화방법의 하나로 어려운 가르침을 쉽게 운문으로 비유하고, 설법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였다는 것을 불교 경전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학에서 시(詩)를 이루는 2가지 요소는 운율과 이미지를 들 수 있는데, 운율 은 운과 율이 결합된 것으로 운율을 형성하는 가장 본질적인 요소는 반복이라는 점에서 불교경전의 표현방식과 동일하다. 왜냐하면 문학에서의 운율은 시의 음 악적인 요소를 말하는 것이고, 이미지는 시(詩)의 회화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는 감각적 경험일체를 지칭하는 개념이고, 이미지 또한 관념을 육화시키 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교경전에서 서술된 경문들의 경우 역시 게송(詩)은 운율로써 리듬감을 불어넣어 생생한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 처럼 이미지화된 언어로 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 불교의 동일한 접점이 있 는 것이다. 위에서 상술한 시(詩)의 운율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문학은 인간의 정신적 삶을 가꾸고 길러나간다는 점에서 불교의 궁극적 출발목적과 그 맥락이 상통한다고 하 겠다. 왜냐하면 문학의 본질은 우리 인류가 가진 다양한 문제들을 문학적 장르와 작품들로 창작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리고 이때 문학의 주된 표현대상은 정서나 사상이며, 표현매체는 언어이고, 여기 에 사용되는 인간들의 주된 정신 능력은 상상에 있다. 이러한 문학적 표현기법은 불교경전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이 둘은 상통한다고 하겠다. 문학에서의 비평의 일례는 불교 경전 중에서 논장(論藏)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논장의 내용 전개가 과학적이면서도 매우 논리적인 입장에서 논제에 대한 관점을 명확하게 분석하여 규명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접점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불교와 문학 갈래에서 접점을 찾는다면, 문학의 구성요소와 불교의 12분교에서 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문학의 갈래인 십이분교(十二分敎)의 종류에 대하여 언급해본다면, ①산문체의 수다라(修多羅) ②산문체 경문의 뒤에 내용을 운문으로 노래한 기야(祇夜, 重頌) ③불제자가 다음 세상에 태어날 곳을 예언한 수기(授記, 예언) ④ 4언(言)과 5언 (言) 또는 7언(言)의 운문인 가타(伽陀) ⑤묻지 않는데 붓다가 스스로 말씀하신 우 타나(優陀那=無問自說) ⑥불법을 만나 듣게 된 인연들을 말한 니타나(尼陀那-緣 起) ⑦경전 중에서 비유로서 은밀한 교리를 명백하게 설명한 아파타나(阿波陀那= 비유) ⑧ 붓다나 제자들의 지난 세상의 인연을 말한 이제왈다가(伊帝曰多伽=본사) ⑨붓다자신이 지난 세상에서 행하신 보살행을 말씀하신 부분인 사타가(闍陀伽-本 生) ⑩방대한 진리를 말씀하신 부분인 비불략(毘佛略=方廣) ⑪ 붓다가 여러 가지 신통력(神通力)과 부사의를 나타내신 것을 말한 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 未曾有 法 . 希有法) ⑫교법(敎法)의 의리(義理=뜻, 이치)를 논의문답(論議問答)한 부분인 우파제사(優波提舍=論議)가 있다. 이들 내용들을 분석해보았을 때 이것은 문학의 다양한 장르들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문학은 인간사회에 태어난 한 개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도 지적․정의적 발달을 돕고17),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사람들은 이러한 문학을 통해서 위로받고 새로운 지평을 도움을 받을 수 있 다는 것이다.
17) 문학과 문학교육연구소, 문학의 이해, 도서출판 삼지원, 2020, 22쪽.
불교 또한 이러한 문학의 목적처럼 사섭법(四攝法)과 사무량심(四無 量心) 등의 교화방법을 십이분교(十二分敎)로서 각계각층의 수없는 사람들에게 이고득락(離苦得樂)으로 인도하였다는 점에서 동일한 접점이 있다고 하겠다.
Ⅲ. 불교문학의 측면에서 분석한 화엄경
이 장에서는 불교문학의 측면에서 화엄경에 내재된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1. ‘화엄’ 이름에 담긴 문학적 비유
화엄경의 정식 명칭은 대방광불잡화엄식경(大方廣佛雜華嚴飾經)이다. 이 것을 줄여서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고 하고, 더 줄여서 화엄경 (華嚴經)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불교의 모든 경전은 그 제목에서 이미 그 핵심적인 사상이 함의되어 있다는 특 징이 있는데, 화엄경역시 경전이름 자체에 그 핵심이 함축되어 있다고 하겠다. 특히 경명의 약칭인 ‘화엄(華嚴)’의 두 글자는 고래(古來)부터 인(因)의 만행(萬行) 인 꽃으로써 과(果)의 만덕(萬德)을 엄식(嚴飾)하는 것으로 해석해 왔다. 여기서 언급되고 있는 인(因)의 만행(萬行)은 대보살도(大菩薩道)이며, 이것은 자타일체 (自他一切)를 구제하려는 지원(志願)을 가지고 정진하는 도(道)이다. 보살은 그 지 원(志願)을 위해 여러 가지 행업(行業)을 수습(修習)하기 때문에 만행(萬行)의 꽃 (華)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잡화(雜華)’인데, 이 잡화 (雜華)는 비단 식물인 꽃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일체 모든 존재를 지칭한다. 붓다 는 이것을 함축하여 문학적 표현으로 비유하여 스스로 자각(自覺)해서 수용하고 실천해야 하는 법(法)임을 교설하고 있다. 지상지엄은 대방광불화엄경수현분제통지방궤(大方廣佛華嚴經搜玄分齊通智方 軌) 이하 ‘화엄경수현기’제1권 상권에서 ‘경의 제목을 해석(釋經題目)’하는 부분 에서‘화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풀이하여 설명하고 있다.
화(華)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과(果)를 모은 화(華)이니, 과(果)와 더불어 함 께 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생사가 도구(道具)가 되는 등과 나아가 인위(因位)의 선근 등과 같은 것이다. 둘은 과(果)를 장엄한 화(華)이니, 과와 더불어 동시(同時)이다. 마 치 정화(淨華) 등과 만과위(滿果位)의 모든 덕과 같은 것이니, 수생(修生)과 본유(本 有)가 서로 장엄함을 알 수 있다. 엄(嚴)이란 장식하는 것이다.18)
이 경문에서 지상지엄은 화(華)를 2가지 종류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하 나는 부처가 되려고 수행하는 기간 즉, 부처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수행하고 있 는 과정·단계인 인위(因位)의 선근(善根)이고, 또 하나는 수행으로 이른 부처의 경지인 과위(果位)이다. 이 과위(果位)를 7가지 종류의 청정한 행을 꽃에 비유 하고 있다.
7종의 청정한 꽃(七淨華)에 대하여 살펴보면, 첫째는 계(戒)의 행이 청정한 꽃(戒淨華)이다. 여기서 언급한 계정화(戒淨華)란 팔정도의 정어(正語) ㆍ정업(正業)ㆍ정명(正命)을 말한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올바른 말(正語)은 정 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에 의하여 그 어떤 거짓말이나 그릇된 말을 하지 않 는 것이다. 올바른 행위(正業)이란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에 따라서 바르 게 행동하는 것이고, 올바른 직업 또는 생활(正命)은 행동ㆍ말ㆍ생각으로 악업 을 짓지 않고, 정당한 생활을 하여, 5사명(邪命)19)을 여의는 것이다.
18) 智儼述, 大方廣佛華嚴經搜玄分齊通智方軌 第1卷, (T35, 14c), 華有二種 一集果華不與果 俱 如生死為道具等乃至因位善根等也. 二莊果華與果同時 如七淨華等及滿果位諸德 修生本有 互嚴可知. 嚴者莊飾也.
19) 오사명(五邪命)이란, 행동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여 생활하는 것을 사명(邪命)이라 하며 여 기에 5종이 있다. (1) 사현이상(邪現異相)은 세속의 사람을 속이고, 괴상한 형상을 나타내 어 이양(利養)을 구함.
(2) 자설공능(自說功能)은 자기의 공덕을 말하여 이양을 구함.
(3) 점 상길흉(占相吉凶)은 점술을 배워 사람의 길흉을 말하여 이양을 구함.
(4) 고성현위(高聲現 威)은 호언장담으로 위세를 가장하여 이양을 구함.
(5) 설소득리 이동인심(說所得利以動人 心)은 저곳에서 이양을 얻으면 이곳에서 칭찬하고, 이곳에서 이양을 얻고는 저곳에서 칭찬 하여 이양을 구함이다.
둘째는 마 음의 행이 청정한 꽃(心淨華)이다. 이 마음이 깨끗한 꽃(心淨華)은 팔정도의 정 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의 덕목을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조금 더 부연하면, 올바른 정진(正精進)이란 일심(一心)으로 노력하여 아직 발 생하지 않은 악(惡)을 일어나지 못하게 하며, 발생하지 않은 선(善)은 발생하게 하는 것이고, 올바른 억념 또는 기억(正念)은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항상 수행 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올바른 선정(正定)은 산란한 생각을 여의고 마음이 바르고 안정된 것을 말한다.
셋째는 보는 행이 청정한 꽃(見淨華)이다. 청정하 게 본다는 것은 바로 팔정도인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를 말한다. 팔정도에 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는 것은 첫 번째 항목인 정견(正見)이다. 여기서 올바 른 안목(正見)이란 유(有)ㆍ무(無)의 편견을 여읜 정중(正中)의 견해로, 곧 불교 의 바른 이치를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견해를 말한다. 그리고 올바르게 사유한다 (正思惟)는 것은 무루(無漏)의 지혜로 사성제(四聖諦)의 이치를 깊이 사유하여 관찰하는(觀)것이 더욱 향상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는 단의정화(斷疑淨華)란 견 도(見道)에 들어가 견혹(見惑)을 끊는 것을 말하고,
다섯째는 분별정화(分別淨華)로 수도(修道)에 들어가 사혹(思惑)을 끊는 것이다.
여섯째 행정화(行淨華) 는 이미 사혹(邪惑)을 끊어서 지혜행(慧行)이 청정함을 말하고,
일곱째는 열반 정화(涅槃淨華)는 무학도(無學道), 곧 번뇌를 끊어서 배울 것이 없고 지견이 청정하여 열반의 과를 증득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첫째의 계정화(戒淨華)와 둘째의 심정화(心淨華) 그리고 셋째의 견정화(見淨華)의 내용은 불교의 실천 수행의 핵심인 팔정도에 관한 것이라면, 넷 째와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항목은 수행의 단계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 고 ‘엄(嚴)’은 이러한 꽃들이 수생(修生)과 본유(本有)가 서로 어울려 장식하는 것 이라고 지엄은 풀이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석의 내용에서 고도의 유려한 문학적 비유를 엿볼 수 있다. 또 이외에도 현수법장은 화엄경탐현기에서 “화(華)는 만 행을 꽃피움을 비유한 것이요, 엄(嚴)은 이 본체의 장엄함을 비유함이다.”라고 해 석하였고, 20)이통현은 신화엄경론에서 ‘화엄’에 담긴 의미를 “화(華)는 행문(行 門:실천문)이 즐길 만해서 이(理)와 사(事)의 공을 펼칠 수 있다는 걸 비유한 것이 요, 엄(嚴)은 의보(依報)와 정보(正報)로 장엄하는 것이다.”21)라고 주석하고 있다. 이처럼 ‘화엄(華嚴)’이란 비유적 표현에는 깨달음에 들어가기 위한 불교의 실천행 인 보살도를 의보와 정보로 장엄해야 한다는 함의가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문학 이 허구 속에 진실을 담아 전달하는 것22)이라면, 화엄경의 경명에 담긴 함축적 시어(詩語)인 ‘화엄(華嚴)’의 문학적 비유는 불세계(佛世界)를 장엄하는 보살만행 의 사상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 法藏述, 華嚴經探玄記第1卷, (T35, 107b), “華譬開敷萬行 嚴喻飾茲本體.”
21) 李通玄撰, 新華嚴經論第1卷, (T36, 721b), 華喻行門可樂 能敷理事之功 嚴即依正莊嚴.
22) 박찬두, 「경전문학의 가능성과 경전의 문학성」, 동화출판공사, 1991, 155쪽.
2. 산문체로 본 화엄경의 특성
여기서는 다양한 문학의 장르 중의 하나인 산문체가 화엄경에는 어떤 형식 으로 표현되어 있는가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먼 저 산문에 대한 정의를 언급해보면, 산문은 문학 용어로서 운율 등의 규범이나 정 형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쓴 글을 의미한다. 보통 소설과 수필 등 대부분의 글들 이 산문의 범주에 해당된다. 산문의 범주에 들어가는 소설은 허구적인 이야기와 서술적인 산문으로 인생을 표현하는 창작문학의 한 장르이고, 수필은 일정한 형 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로 정의된다. 알베레스(Alberes)는 “수필 그 자체는 지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서적․신비적 이미지로 만들어진 문학이다. 그리고 수필은 독자적인 철학이 정서에 의해 용해되어야 하는 문학이다.23)”라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따라서 수필의 가장 큰 특징은 무형식적이며 소재가 다양하고 글쓴이 의 인생관 및 가치관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의 주 텍스트인 화엄경이 수필과의 차이가 있다면, 화엄경은 무형식이 아닌 신앙적인 측면 즉 깨달음에 대한 종교적인 교리가 설해져 있다는 것이다. 상술한 문학의 이러한 산문을 불교에서는 12분교 형식의 하나로써 수다라(修 多羅)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때의 산문은 종교적인 가르침을 조금 더 쉽게 설하기 위한 하나의 문학적 도구로써 활용하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문’이라는 말에는 2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소설, 수필, 신문 기사, 논문 등과 같은 담론을 가리키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형률이 없는 달리 말하여 운문이 아닌 담론을 가리키는 경우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우리말 이나 외국어 모두 이 양자는 하나의 용어 즉 ‘산문’으로 불러지는 까닭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었는데, 소설, 수필, 신 문기사, 논문 등과 같은 의미의 산문을 ‘내적산문’이라고 부르고, 정형률이 없는 달리 말하여 운문이 아닌 담론을 ‘외적산문’이라고 하는 주장이다. 외적산문과 내 적선문은 언어가 갖는 두 측면의 특징을 구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용어라고 한 다. 소설이 지닌 언어의 내면적 특징을 요즘에는 ‘소설의 시학’이라는 말까지 유 행하게 되었다.24)
23) 이영조, 「한국 현대 수필론 연구」, 배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7, 32쪽.
24) 오세영, 문학과 그 이해, 국학자료원, 2003, 454쪽.
이러한 내용을 전제로 산문의 한 종류인 소설의 속성을 화엄 경의 교설에서 살펴본다면, 「입법계품」이 그 대표적인 일례라고 할 수 있다. 왜 냐하면 이 품은 소설의 구성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입법계품」 에 한정하여, 소설과 입법계품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표와 같다.
<표 1> 소설과 입법계품의 차이점
소 설 입법계품
․있을 수 있는 일의 기록, 작가에 의해 창조, ․초기대승불교경전인 화엄경의 한 품, 가 공된 이야기의 기록 심오한 종교성(신앙적인 측면)을 표현함.
․what might be의 가능성의 기록 . ․깨달음의 내용을 기록
․상식으로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 기 ․수행을 통해 체득한 경지(경험)
(개연성 있는 일) ․
위의 도표 안에서 언급한 ‘what might be’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언 급된 용어로, 여기에 담긴 의미는 가능성의 기록이라는 뜻이다. 이 가능성을 설명 하기 위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연성’이라는 용어를 동원하여 철학적 보편성과 문학적 보편성을 구별하였다. 그리고 또 개연성을 가지고 이른바 소설문학의 커 다란 특징 중의 하나인 허구의 개념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개 연성이란 우리들이 상식으로 그럴 수 있다고 느껴지는 일, 또는 실제로 있었던 일 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할 수 있는 일이 이른바 ‘개연성’이다.25) 화엄경「입법계품」에 나타난 소설 속의 개연성을 언급해보면, 「입법계품」의 주인공은 선재동자이고 등장인물은 선지식이다. 여기서 불교의 심오한 종교성 을 표현한 경전의 대목은 화엄의 상수보살인 문수보살이 복성의 동쪽 장엄당 사 라 숲에서 5백 명의 동자 속에서 선재동자의 전생의 선근을 알아보고 법을 설하 는 장면에 있다.
문수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모든 부처의 법을 연설하였다. 이른바 ①모든 부처님의 모으는 법을 말하고, ②모든 부처님의 계속하는 법을 말하고, ③모든 부처님의 차례 로 하는 법을 말하고, ④모든 부처님의 모인 대중이 청정한 법을 말하고, ⑤모든 부 처님이 법륜으로 교화하는 법을 말하고, ⑥모든 부처님의 육신이 잘 생긴 모습의 법 을 말하고, ⑦모든 부처님이 법의 몸을 성취하는 법을 말하고, ⑧모든 부처님의 말씀 하시는 변재의 법을 말하고, ⑨모든 부처님의 광명으로 비추는 법을 말하고, ⑩모든 부처님의 평등하여 둘이 없는 법을 말하였다.26)
위 경문의 내용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본다면,
처음 ①과 ②의 두 구절[說一切 佛積集法, 說一切佛相續法]은 붓다의 인행을 잡은 해석이니, 만 가지 행을 쌓고 모음이요. 생각 생각에 끊어지지 않음의 뜻이다.
③~⑨의 일곱 구절[說一切佛次 第法, 說一切佛眾會清淨法, 說一切佛法輪化導法, 說一切佛色身相好法, 說一切佛 法身成就法, 說一切佛言辭辯才法, 說一切佛光明照耀法]은 붓다의 과덕을 잡은 해 석이다. 그 중에 앞의 세 구절[說一切佛次第法, 說一切佛眾會清淨法, 說一切佛法 輪化導法]은 묘한 작용으로 중생을 섭수함의 뜻이다. 그리고 뒤의 4구절[說一切佛 色身相好法, 說一切佛法身成就法, 說一切佛言辭辯才法, 說一切佛光明照耀法]은 체성과 작용이 원만히 갖춤을 말한다. ⑩[說一切佛平等無二法]은 인행에 통하고 과덕에 통하며, 이치에 통하고 현상에 통한다27)는 뜻이 담겨있다.
25) 편집부 편저, 문학의 이해, ㈜예하미디어, 2005, 80-81쪽.
26) 實叉難陀 制譯, 大方廣佛華嚴經第62卷(T10, 332c), 文殊師利菩薩 善財童子 演說一切佛 法. 所謂:說一切佛積集法 說一切佛相續法 說一切佛次第法 說一切佛眾會清淨法 說一切佛法 輪化導法 說一切佛色身相好法 說一切佛法身成就法 說一切佛言辭辯才法 說一切佛光明照耀 法 說一切佛平等無二法.
27) 澄觀撰, 大方廣佛華嚴經疏第五十五卷, (T35, 920c), 第二當機授法中三 初結前標後 二 所謂下別舉法門 三爾時文殊師利 童子為善財下結說勸進 就別舉中十句 初二約佛因 一積集萬 行 二念念不斷 次七約佛果 於中前三妙用攝生 後四體用圓備 第十句通因通果通理通事.
문수보살이 선재동자의 전생의 선근을 알아본다는 것은 소설적인 측면에서는 신화에 가깝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있다고 하겠다. 그 일례로 산문에 범주에 들어 가는 소설에서는 흥미를 위해 허구적인 내용을 창작하는데 비해, 「입법계품」에서 등장인물 53선지식들이 개성있는 조연역할로써 선재동자를 깨달음의 길로 안내 하는 인도자 역할의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이품은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의 도움을 받아 증득하게 되는 깨달음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고, 선재가 이러한 수행 을 통해 체득한 경지(경험)가 입법계(入法界)라는 것이 이 품이 가지는 문학적 특징이다.
3. 화엄경에 담긴 문학의 4가지 관점
화엄경은 문학의 4가지 관점인 모방론․효용론․표현론․존재론의 4가지가 내재되어 있다. 모방론적 관점은 문학을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관점이자 가장 오래된 입장이기도 하다. 모방론이란 문학을 삶의 현실, 즉 세계 및 대상과 연관 시켜 정의를 내리는 입장이다. 이것을 조금 더 부연해본다면, 사물 그 자체, 자연 이 실재, 삶의 원리 등 이른바 삶의 현실을 언어로 재현 또는 재창조하는 것을 의 미한다.28) 여기에 대한 일례를 화엄경에서 찾아본다면, 「여래현상품」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품에는 화엄의 신중들[世主]이 마음속으로 40가지 질 문을 일으키자, 붓다께서 광명을 놓아서 진리 그 자체인 불 세계(佛世界)의 실상을 언어로 재현하여 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품의 압권(壓卷)은 광명(光明) 을 입고 보살대중들이 모여오고 백호상에서 출현한 보살들이 부처님의 공덕을 운 문(게송)으로 찬탄하면서 붓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29) 경문이다. 부처님께서 법계에 충만하시어 널리 모든 중생들 앞에 나타나시니 인연을 따라 나아가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시되 항상 이 보리좌에 앉아 계시도다.30)
28) 편집부 편저, 문학의 이해, ㈜예하미디어, 2005, 18쪽.
29) 전해주, 화엄의 세계, 민족사, 2001, 41쪽. 30) 實叉難陀制譯, 大方廣佛華嚴經 第6卷(T10, 30a), 佛身充滿於法界 普現一切眾生前 隨緣 赴感靡不周 而恒處此菩提座.
이후 화엄경의 교설은 전체적으로 「여래현상품」에서 세주(世主)들이 질문한 40가지에 대한 해명(解明)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의 관점인 효용론은 문학작품과 독자와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이론이며, 독자들이 왜 문학작품을 찾게 되는가에 관한 의문을 풀어주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효용론의 유형은 공리설(교훈설)을 담고 있다. 문학작품이 독자들의 인생에 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감동을 담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대표적인 견해가 톨스토이의 예술 감화론이다. 즉 위대한 문학은 독자들에게 삶의 지혜를 줄 수 있어야 하며, 인생에 감화를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엄경에 담긴 관 점 역시 이와 같이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깨닫지 못한 미혹이 많은 중 생들에게 붓다는 불국토를 보여주면서 희망의 교설로써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엄경 39품의 전체내용이 다 포함되지만, 이중에서 한 품 「비 로자나품」을 일례로 들어 살펴보자. 화엄경에서 「비로자나품」은 제6품에 해당 되며, 여기서 설주 보현보살이 비로자나붓다의 과거 전생의 인연을 설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이품의 명칭에 대하여 이통현은 신화엄경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다.
비(毘)는 갖가지[種種]를 말하고 자나(遮那)는 광명을 말하는 것이니, 이는 법신의 자비와 지혜로 갖가지 교행(敎行)의 빛을 시설해서 중생 업의 어둠을 타파함을 말한 것이다.31)
31) 李通玄撰, 新華嚴經論 第13卷 「毘盧遮那品」 第六(T36, 806b), 毘云種種 遮那云光明 言 以法身悲智 設種種教行之光 破眾生之業闇故.
비(毘)에 담긴 의미는 갖가지라고 하였는데, 갖가지는 곧 일체 모든 것을 말한 다. 그리고 자나(遮那)는 광명의 뜻이 담겨 있는데, 이것을 합치면 온 우주만상에 항상 밝게 빛나는 태양이다. 태양으로 비유되는 비로자나는 법신의 자비와 지혜 로 항상 밝게 비추어서 중생(衆生) 업(業)의 어둠을 타파한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즉, 이름에 담긴 의미해석을 통하여 법신불인 비로자나붓다와 과거 전생의 대위광태자의 관계를 효용적인 측면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로자나불이 전생의 대위광 태자였을 때 일체공덕산수미승운 붓다가 큰 광 명을 놓으신 것을 본 대위광 태자가 예전에 닦은 선근의 힘으로 즉시 10종 법문 을 증득하였다고 경에서는 설하고 있다. 증득한 10가지 종류의 법문은 다음과 같다.
온갖 부처님의 공덕륜(功德輪)삼매를 증득하고, 온갖 부처님 법의 보문 다라니를 증득하고, 넓고 큰 방편장 반야바라밀을 증득하고, 온갖 중생을 조복하는 대장엄 대 자(大慈)를 증득하고, 넓은 구름 소리 대비(大悲)를 증득하고, 끝없는 공덕과 가장 승 한 마음을 내는 대희(大喜)를 증득하고, 넓고 큰 방편의 평등한 광인 큰 신통을 증득 하고, 믿고 이해하는 힘을 증장하는 대원을 증득하고, 온갖 지혜의 광명에 두루 들어 가는 변재문을 증득하였다.32)
이 경문에서 언급된 ‘넓은 구름 소리 대비(大悲)’는 문학의 비유적인 표현론이 다. 그 후 대위광 태자는 많은 붓다(諸佛)를 친견 공양하며 법문을 듣고, 장차 부 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고 비로자나불이 되었다고 품에서는 교설하고 있다. 따 라서 문학의 효용론적 입장에서 「비로자나품」을 분석했을 때, 붓다가 되기 위해 대위광 태자가 수행한 10가지 법문을 증득해야 된다는 즉, 선근수행을 해야 할 필 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문학의 세 번째 관점인 표현론은 문학작품이 바로 작가의 창조력에 의해 완성 되는 작품이라는 측면이다. 작가가 현실에서 체험한 것을 바로 언어라는 기호로 다듬어 놓은 것이며,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는 것이 문학이다. 표현 론의 유형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영감설이고, 또 하나는 작가를 장인으 로 보는 입장이다.33) 이 2가지를 화엄경에 대비해보았을 때, 화엄경의 내용 보다는 화엄경을 편찬한 실제작가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 급한 모방론과 효용론은 화엄경자체에 대한 내용이 해당된다면, 표현론은 실제 작가이다. 왜냐하면 화엄경을 편찬한 당시의 실제작가는 철두철미 냉철한 불교 적 성향의 이성과 치밀하게 경의 구성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기 때문에 오늘날 의 화엄대경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제작가는 철저하게 경전 첫머리에 서 ①여시(如是) ②아문(我聞) ③일시(一時) ④불(佛) ⑤재모처(在某處) ⑥여대비 구중모모구(與大比丘衆某某俱)의 육성취(六成就)34)로써 경전을 시작하고 있다.
32) 實叉難陀制譯, 大方廣佛華嚴經 第11卷(T10, 54c), 證得一切諸佛功德輪三昧 證得一切佛 法普門陀羅尼 證得廣大方便藏般若波羅蜜 證得調伏一切眾生大莊嚴大慈 證得普雲音大悲 證 得生無邊功德最勝心大喜 證得如實覺悟一切法大捨 證得廣大方便平等藏大神通 證得增長信解 力大願 證得普入一切智光明辯才門.
33) 편집부 편저, 문학의 이해, ㈜예하미디어, 2005, 21쪽.
34) 여러 경전의 처음에 놓은 ‘여시아문(如是我聞)’ 등에 6사(事)가 있는 것. 이 6사가 합하여 부처님의 설법이 성립하므로 6성취라 함. 여시(如是)는 신성취(信成就), 아문(我聞)은 문성 취(聞成就), 일시(一時)는 시성취(時成就), 불(佛)은 주성취(主成就), 재모처(在某處)는 처성취 (處成就), 여대비구중모모구(與大比丘衆某某俱)는 중성취(衆成就)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전 기술체재(體裁)는 본래 붓다의 유명(遺命)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문학의 4번째 관점은 존재론이다. 문학에서 존재론은 문학작품 자체의 존재가 치를 규명하는 관점이다. 즉, 텍스트 자체가 어떻게 생명력을 갖게 되었는가를 설 명하는 이론이다. 문학이 개연성이 있는 허구가 되려면 언어를 가지고 그것이 믿 을 만하게 되도록 꾸며야 한다는 것이 존재론이다.35) 불교문학의 측면에서 분석했을 때 화엄경에 내재된 존재론은 시공간을 초월 한 우주적 스케일의 장대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공간을 초월이 가능한 것은 바로 붓다의 삼매력(三昧力) 때문이다. 삼매는 다른 말로 ‘선 정(禪定)’이라고 하는데, 선정(禪定)에 든 상태에서 일심(一心)을 이루어 장엄된 것이 불세계(佛世界)라는 것이다. 그리고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일심(一心)’의 일례를 언급해보면, 「십지품」에서 는 “삼계에 있는 것이 오직 한 마음뿐”36)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야마궁중게 찬품」에서는 마음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주목된다.
마음속에 그림이 없고, 그림 속에 마음이 없지만, 그러나 마음을 떠나서 그림을 찾 을 수도 없다. 저 마음 항상 머물지 않고 한량없고 헤아릴 수도 없어, 온갖 빛깔 나타 내지만 각각 서로서로 알지 못하네. 마치 그림 그리는 화가가 자기의 마음 알지 못하 지만,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나니 모든 법의 성품도 그러하니라. 마음이 화가와 같아 서 모든 세간을 그려내는데 오온이 마음 따라 생기어서 무슨 법이나 못 짓는 것 없 네. 마음과 같아 부처도 그러하고, 부처와 같아 중생도 그러하니 부처나 마음이나 그 성품 모두 다함없네. 마음이 모든 세간 짓는 줄을 아는 이가 있다면, 이 사람 부처를 보아 부처의 참 성품 알게 되리. 마음이 몸에 있지 않고 몸도 마음에 있지 않지만 모 든 불사(佛事)를 능히 지어 자재함이 미증유(未曾有)하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삼세의 일체 부처님을 알려면 마땅히 법계의 성품 모든 것이 마음으로 된 줄을 보라.37)
35) 편집부 편저, 문학의 이해, ㈜예하미디어, 2005, 21쪽.
36) 實叉難陀制譯, 大方廣佛華嚴經 第37卷 「十地品」,(T10, 194a), 三界所有 唯是一心.
37) 實叉難陀制譯, 大方廣佛華嚴經 第19卷 「夜摩宮中偈讚品」, (102a-b), 心中無彩畫 彩畫中 無心 然不離於心 有彩畫可得. 彼心恒不住 無量難思議 示現一切色 各各不相知. 譬如工畫師 不能知自心 而由心故畫 諸法性如是. 心如工畫師 能畫諸世間 五蘊悉從生 無法而不造. 如心 佛亦爾 如佛眾生然 應知佛與心 體性皆無盡 若人知心行 普造諸世間 是人則見佛 了佛真實性 心不住於身 身亦不住心 而能作佛事 自在未曾有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 心造.
이 경문의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화엄경이라는 텍스트가 가지는 생 명력은 삼세(三世)를 초월한 일체법계에 통하는 성품 모든 것이 오직 마음으로 통섭(統攝)된다는 점에서 문학에서 말하는 허구와는 차별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불교문학의 하나에 속하는 초기 대승경전인 화엄경에는 우리 인간의 삶을 편안 하게 치유해주는 유용한 가르침들이 잡화엄식의 문학적 비유로써 교설되어 있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Ⅳ. 결론
지금까지 이 글에서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하여 살펴보았다. 제Ⅱ장에서 는 언급한 주제는 불교와 문학과의 관계 교섭이다. 이것은 첫째, 불교문학에 대한 이해와 둘째, 불교 전승의 특징과 화엄경에 대한 이해를 살폈고, 셋째는 문학과 불교의 접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Ⅲ장에서는 불교문학의 측면에서 분 석한 화엄경이다. 이 주제에 대한 논의는 첫째, ‘화엄’ 이름에 담긴 문학적 비유 둘째, 산문체로 본 화엄경의 특성 셋째, 화엄경에 담긴 문학의 4가지 관점을 토 대로 분석해보았다.
여기에 대한 결과를 도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불교문학은 불교의 진리와 문학성이 하나로 융합되어 만들어진 경우의 문학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의 종교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작품 [경전]을 정의한 경우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오늘날까지 회 자되어 전해지고 있는 불교문학은 불교의 종교성과 세간(世間)의 문학성을 동시 에 지니고 있는 언어작품[경전]이기 때문이다.
둘째, 불교 전승의 특징은 불교의 개창교인 붓다로부터 시작되어 초기불교의 결집→부파→대승을 거쳐 오늘날까지 삼장(三藏)의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는 것이다.
붓다 재세시의 교설들은 붓다가 반열반(般涅槃)에 드신 후 경·율·론(經·律·論) 삼장(三藏)으로 결집되었으며, 부파불교와 대승불교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남방과 북방국가에 전파되었다. 그리고 이들 경전들은 전래된 각국의 상황에 맞게 다양 한 형태로 새롭게 번역․편찬되어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는 것을 다양한 불교 경전의 종류에서 확인된다.
셋째, 화엄경은 초기 대승경전에 속하는 경전으로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엄경의 한역본으로는 60권본과 80권본 그리고 「입법계 품」의 한품인 40권본이 있다.
그리고 화엄경에 담긴 내용은 대방광하신 부처님 의 세계를 보살의 갖가지 만행(萬行)의 꽃(華)으로써 장엄함을 설한 것이다.
넷째, 문학과 불교의 접점은 문학은 인간의 정신적 삶을 가꾸고 길러나간다는 점에서, 그리고 불교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출발하고 정법(正法)으로 수행하면 고통(苦)에서 벗어나 누구든지 붓다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여기에 접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문학의 본질은 우리 인류가 가진 다양 한 문제들을 문학적 장르와 작품들로 창작되어 피곤한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문학의 구성요소와 주된 표현대상은 정서나 사상이며 표현매체는 언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문학적 표현기법은 불교경전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그 맥락에 있어 상통하는 접점이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또한 문학은 문명사적 시각에서, 그리고 불교는 인류의 정 신사적 진화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다섯째, ‘화엄(華嚴)’이란 비유적 표현에는 깨달음에 들어가기 위한 불교의 실천행인 보살 도를 의보와 정보로 장엄해야 한다는 함의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엄경 의 경명에 담긴 함축적 시어(詩語)인 ‘화엄(華嚴)’의 문학적 비유는 불 세계(佛世 界)를 장엄하는 보살만행의 사상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섯째, 문학의 산문을 불교에서는 12분교 형식의 하나로써 수 다라(修多羅)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일례로, 산문에 범주에 들어가는 소 설에서는 흥미를 위해 허구적인 내용을 창작하는데 비해, 「입법계품」에서 등장인 물 53선지식들은 개성있는 조연역할로써 선재동자를 깨달음의 길로 안내하는 인 도자 역할을 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일곱째, 화엄경은 문학의 4가지 관점인 모방론․효용론․표현론․존재론의 4가지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 글에서는 모방론적 관점의 일례를 「여래현상품」에 입각해 분석했고, 효용론에 대한 일례는 제6「비로자나품」에 근거해서 살폈다. 여기서 법신불인 비로자나붓다와 과거 전생의 대위광태자의 관계를 효용적인 측면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표현론은 문학작품이 바로 작가의 창조력에 의해 완성되는 작품 이라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관점인데, 이것은 화엄경의 내용보다는 화엄경을 편찬한 실제작가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앞에서 언급한 모방론과 효용론은 화엄경자체에 대한 내용에 해당된다면, 표현론은 실제작가라는 것이다. 특히 실제작가는 철저하게 경전 첫머리에서 ①여시(如是) ②아문(我聞) ③일시(一時) ④불(佛) ⑤재모처(在某處) ⑥여대비구중모모구(與大比丘衆某某俱)의 육성취(六成 就)라는 표현으로써 경전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반증의 일례이다.
마지막 존재론은 문학작품 자체의 존재가치를 규명하는 관점인데, 화엄경에 내재된 존재 론은 시공간을 초월한 우주적 스케일의 장대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문학으로 분석한 화엄경에는 처음 바른 깨달음[正 覺]을 이루신 교설이 다양한 문학적 장르와 형식 등으로 설해져 있다는 것을 확 인할 수 있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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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the Literary Value of Avatamsaka Sutra * - Analyzing Avatamsaka Sutra through Buddhist Literature
Kang, Ki-Sun (Pusan Univ.)
This article is a thesis that analyzes the literary quality inherent in Avatamska Sutra by approaching 「A Study on the Avatamsaka Sutra」 from the aspect of Buddhist literature. The content of this paper was analyzed in two aspects. First, in Chapter Ⅱ, the understanding of Buddhist literature, the characteristics of Buddhist transmission, the understanding of the Avatamsaka Sutra, and the point of contact between literature and Buddhism were examined in Chapter Ⅱ. And in Chapter Ⅲ, Avatamsaka Sutra analyzed from the aspect of Buddhist literature was analyzed based on the literary metaphor contained in the name of ‘Avatamska’, the characteristics of Avatamska Sutra in prose, and the four viewpoints of literature contained in Avatamsaka Sutra. The fact that can be known through this analysis is that the Buddhist literature contained in “A Study on the Avatamska Sutra’s Literary Character-Available in Buddhist Literature” is a concept that can be related to the literary interpretation of the author using Buddhist materials as the subject. Therefore, it is important in that it plays a role in clarifying the religious character and domain of Buddhism while negotiating literature and Buddhism. In particular, it can be seen that Avatamsaka Sutra contains useful teachings that help us to restore our Buddha nature by purifying our inner world in the three poisons. Therefore, it was confirmed that in the Avatamsaka Sutra, which was analyzed as Buddhist literature, the teachings that led to the first right enlightenment [正覺] were presented in various literary genres, metaphors, and forms. The metaphorical expression of ‘Avatamska’ contained in the name of the sutras implies that in order for all beings to enter enlightenment, the Bodhisattva, a practice of Buddhism, should be solemnized with the aid and information. This is a very useful teaching in Buddhist literature. Key Words : Buddhist literature, the Avatamsaka Sutra(華嚴經), literary parables, Key Words : prose, and literary perspectives.
투고일 : 2023년 3월 15일 심사일 : 2023년 04월 15일 게재결정일 : 2023년 04월 25일
새한철학회 논문집 철학논총 제112집ㆍ2023ㆍ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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