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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솔로몬의 꿈에 나타난 왕정 이념과 제왕 신탁의 요소들/윤동녕.서울장신대

Ⅰ. 서론

정신분석학적 꿈 해석에 따르면 솔로몬의 꿈에는 그의 욕망 추구의 과정 과 그 파멸적 결과의 필연성 등이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1

이 분석처럼 열왕기 에 기술되어 있는 솔로몬 왕정 초기의 상황은 불안정했다.

솔로몬은 아도니 야와 왕위 계승 싸움을 하였다.

선지자 나단의 도움으로 왕위에 올랐지만 그의 왕권은 불안정했다.

그래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다윗의 유언에 따라 요압과 시므이도 죽이고, 그의 형 아도니야는 암투로 의심되는 사건에 연루 케 하여 살해하였다.2

1 장만식, “성경 속 솔로몬의 꿈속에 나타난 욕망 추구의 자기파멸성 고찰,” 「인간연구」 35 (2018), 7-38.

2 빌(Lissa Wray Beal)은 밧세바가 아도니야와의 대화 이후 합리적이며 중립적인 관점은 모두 제거 한 채 솔로몬에게 보고하여 정적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수완을 부렸다고 주장한다. Lissa M. Wray Beal, 1 & 2 Kings, Apollos Old Testament Commentary 9 (Downers Grove: IVP Academic, 2014), 76.

그는 다윗의 군대를 장악했던 요압을 제거하고 그 자리 에 브나야를 임명하였으며, 제사장이었던 아비아달을 지방으로 내쫓고 사독 에게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하였다.

그가 이렇게 정적들을 제거하고야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라의 기반을 튼튼하게 굳힐 수 있었다(왕상 2:46).3 하지만 이와 같은 초기 왕정의 상태는 그의 왕권의 정통성과 합법성의 기반을 흔들리게 하여 작은 충격이나 위기에도 쉽사리 무너질 위험이 있었 다.

그래서 솔로몬은 기브온의 산당에 올라가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자 하였 다.

그는 제사를 드린 후 꿈을 꾸었다. 고대 근동에서 왕의 꿈은 종종 전쟁, 정치적 계승, 종교적 기념물 재건과 같은 왕실 사업을 정당화했으며, 이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신의 승인을 암시하여 왕의 권력을 확보했다. 솔로몬도 꿈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의 왕권을 수여하셨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4

이러 한 왕정 이념(royal ideology)은 사무엘하 7장이나 시편 89편과 132편에 잘 보존되어 있다.5

이들 본문들은 다윗의 예루살렘 왕조이념의 합법성과 정통 성을 지지하고 있다. 솔로몬의 꿈에도 이러한 왕정 이념이 잘 표현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열왕기상에 기술된 솔로몬의 꿈에 등장하는 왕정 이념과 제왕 신탁의 요소를 분석하고자 한다.6

3 솔로몬의 왕위계승 과정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평가에 대해서는 김주환, “왕위 계승 문제와 해석 가능성에 관한 고찰 ─솔로몬 계승 이야기(왕상 1장)를 중심으로─,” 「대학과선교」 40 (2019), 71-98; 손종희, “다윗 왕위 계승 순위의 뒤틀림,” 「구약논단」 60 (2016), 98-131; 김진수, “열왕기상 1-2장에 나타난 솔로몬의 왕위계승에 대한 연구,” 「신학정론」 30 (2012), 9-36; Vladimir Wozniuk, “The Wisdom of Solomon as Political Theology,” Journal of Church and State 39 (1997), 657-680을 참조하라.

4 솔로몬의 꿈은 과거의 억압과 욕망이 ‘밤의 꿈’을 통해 재현되고 실현된다는 프로이드의 꿈과는 달리 현실에서 없는 것을 실현하기 위한 유토피아적인 ‘낮의 꿈’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솔로몬 은 비록 밤에 꿈을 꾸었지만, 그의 꿈의 내용은 ‘낮의 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구원의 원리가 담겨있다. 블로흐의 낮의 꿈과 희망의 원리에 대해서는 유경동, “에른스트 블로흐 의 낮꿈과 유토피아를 넘어: 베드로의 낮꿈과 하나님의 나라,” 「선교와신학」 37 (2015), 205-232를 참조하라.

5 A. Laato, “Psalm 132 and the Development of the Jerusalemite/Israelite Royal Ideology,” CBQ 54 (1992), 49-66. 6 평행본문인 역대기 본문(대하 1:7-12; 대하 7:11-22)과 관련한 연구는 김지은, “포로 공동체와 역대기서에 나타난 솔로몬,” 「한국기독교신학논총」 28 (2003), 27-48; 안석일, “역대기에 나타난 ‘온 이스라엘’의 중요성,” 「구약논집」 20 (2021), 61-95를 참조하라. 솔로몬의 꿈의 해석사에 대해서 는 D. M. Carr, From D to Q: A Study of Early Jewish Interpretations of Solomon’s Dream at Gibeon (Atlanta: SBL, 1991)과 H. A. Kenik, Design for Kingship: The Deuteronomistic Narrative Technique in 1 Kings 3:4-15 (Chico: Scholars Press, 1983)을 참고하라

이를 위해 이와 관련한 고대 근동 문헌들을 비교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고대 근동의 계시적 꿈의 특징 을 살펴보고, 이에 근거해 솔로몬의 꿈에 담긴 다양한 왕정 이념을 분석하고 자 한다.

그리고 4장에서는 솔로몬의 꿈에 나타난 제왕 신탁적 요소들이 왕정 이념을 형성하는 데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II. 고대 근동의 계시적 꿈

고대 근동의 문서에는 꿈을 통해 신의 뜻을 알고자 한 사건들이 다수 기록 되어 있다.

꿈은 신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로 생각되었다. 오펜하 임(A. L. Oppenheim)은 고대 근동 문학에 나타난 꿈을 ‘계시적 꿈’(revelatory dream), 미래의 사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예지몽’(mantic dream), 꿈꾸 는 사람의 영적 혹은 신체적 건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증상 꿈’(symp tomatic dream)으로 구분하였다.7

계시적 꿈에는 신(들)의 출현(신-현현)과 청각적 메시지(청각적 메시지 꿈)가 포함되었다.

계시적 꿈에서는 신(들)이 왕에게 부와 명예 그리고 장수 등을 약속하며, 앞으로 진행될 전쟁의 출정이 나 왕국의 사업계획 등이 왕 개인의 것이 아니라 신의 뜻임을 보증한다. 메시지 꿈은 다음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꿈에 나타난 신 혹은 그의 사자는 뚜렷한 음성으로 경고나 조언의 메시지를 선포한다.8

둘째, 꿈의 메시 지의 청취 대상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왕이나 제사장 같은 인물로서 이들만이 메시지를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겨졌다.9

7 A. L. Oppenheim,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in the Ancient Near East, with a Translation of an Assyrian Dream-Book (Philadelphia: The American Philosophical Society, 1956), 184.

8 S. A. L. Butler, Mesopotamian Conceptions of Dreams and Dream Rituals, AOAT 258 (Münster: Ugarit-Verlag, 1998), 15-16.

9 Ibid., 17.

마리(Mari)의 메시지 꿈의 대상은 오직 왕이었다.

이 경우 왕은 직접 꿈을 꾸지 않고 왕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 꿈을 전달받을 뿐이다. 하지만 신아시리아(이하 아시리아)의 경우 때로 왕이 꿈에서 직접 메시지를 받기도 하였다.

산헤립은 꿈속에서 아슈르신의 메시 지를 받았다.10

에살핫돈도 꿈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11

셋째, 메시지 꿈은 위기의 상황 속에서 선포되었다. 넷째, 꿈꾸는 자들은 순종적인 자세로 메시지를 수용했다. 아주 드물지만 신과 인간 사이 에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12

꿈은 잠든 사이에 벌어지는 정신적 작용으로서 시청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시각적인 요소가 청각적인 요소보다는 더 강조된다. 꿈은 의도대로 꾸어지지 않는다. 꿈에서 꿈꾸는 이는 어떤 행동을 하기보다 는 꿈에서 보여지는 것을 본다. 때문에, 꿈꾸는 이는 행동하는 자가 아니라 구경꾼이라 할 수 있다. 꿈꾸는 이의 수동적인 역할은 고대 이스라엘을 포함 한 고대 근동 문학의 중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의도적인 꿈도 있다. 인큐베이션(incubation, 부화)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신에게 할 질문을 받고 꿈에서 대답을 얻었다. 고대 근동에서는 신전에서 잠을 자며 신의 뜻을 구하 는 인큐베이션이 신탁의 한 형태로 널리 애용되었다.13

10 마르둑-슈무-우쭈르(Marduk-šumu-uṣur)는 아슈르바니팔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꿈에서 앗수르 신이 내 주 왕의 할아버지(산헤립), 지혜로운 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오 왕이여, 왕들의 주여, 지혜로운 자와 아다파의 후손… 네 지혜는 압수와 모든 지혜로운 자들보다 더 크다’”(ANET, 450). 압수(Apsu)는 지혜의 신으로 알려진 엔키(Enki) 가 거주한 곳으로 그 신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11 Butler, Mesopotamian Conceptions, 17.

12 Ibid., 17.

13 고대 근동과 성경의 인큐베이션에 대해서는 Koowon Kim, Incubation as a Type-Scene in the ’Aqhatu, Kirta, and Hannah Stories: A Form-Critical and Narratological Study of KTU 1.14 I-1.15 III, 1.17 I-II, and 1 Samuel 1:1-2:11 (Leiden: Bill, 2011)을 참조하라.

마리 왕국에서는 ‘샤 일루’(šā’ilu), 아시리아에서는 ‘샤브루’(šabrû)가 전문적인 꿈 신탁가로 알려 져 있었다.

아슈르바니팔의 비문에는 그의 형 샤마쉬-슈무-우킨(Šamaš- šumu-ukin)의 반역과 관련된 꿈 신탁이 기록되어 있는데 꿈 신탁 전문가 샤브루가 꿈을 매개하고 있다. 그 당시 한밤중에 어떤 샤브루가 누워 꿈을 꾸었다.

“그것은 신(Sin)의 발판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아슈르바니팔에 대해 역모를 꾸미거나 전쟁을 벌이려고 하면, 내가 잔인하게 죽이겠다. 칼과 비처럼 내리는 불, 흉년과 질병으 로 그들의 생명을 끊을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 신(Sin)으로부터 전해진 말씀이라 확신했습니다.”14

샤브루는 꿈속에서 경험한 신-현현 사건을 전달하며 자신이 꿈속에서 들은 메시지가 왕을 향한 예언임을 밝히고 있다. 모든 샤브루가 예언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 샤브루는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예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고대 근동에서 꿈은 다른 천문점술신탁(tupšartu/툽샤르 투)이나 간점술신탁(bārûtu/바루투)과 같은 전문적 신탁 기술과 함께 신의 뜻을 전달하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였다.15

우가릿 문서에도 인큐베이션이 등장한다(KTU 1.17, I, 1). 단엘(Danel)은 아들을 얻기 위해 7일 동안 인큐베이션 제의를 실행한다.

신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바친 후에 정결례를 치루고 잠든다.

이 제의에는 기도 혹은 간구가 포함된다. 엘(El) 신은 그에게 긍정적인 대답을 한다.

이 꿈에는 희생 제의, 정결례, 취침, 간구 그리고 꿈의 성취와 같은 인큐베이션의 요소들이 등장한 다.16

14 A iii 118-127. Martti Nissinen, References to Prophecy in Neo-Assyrian Sources, SAAS 7 (Helsinki: The Neo-Assyrian Text Corpus Project, 1998), 55에서 재인용.

15 전문 신탁의 유형과 내용에 대해서는 윤동녕, 과거의 미래 (고대근동 종교 전문가들의 종교적 지식과 미래학) (서울: 드림북, 2021)을 참조하라.

16 A. Jeffers, “Divination by Dreams in Ugaritic Literature and in the Old Testament,” IBS 12 (1990), 177-178.

고대 근동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대 이스라엘에서도 꿈은 하나님의 계시 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구약은 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때도 있지만(삼 상 28:6; 욜 3:1 이하)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렘 23:25, 27, 28, 32; 27:9; 29:8; 슥 10:2). 아마도 꿈은 신탁이나 예언처럼 일정한 형식을 갖추거나, 제사 장이나 예언자처럼 계시의 수단을 사용하는 전문적인 종교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자의적인 꿈의 해석은 비신앙적인 세속적 풍속으로 여겨졌다. 구약에는 꿈꾸는 이에 대한 경고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꿈 자체 에 대한 평가는 꿈꾸는 이나 꿈을 해석하는 자들보다는 호의적이다. 왜냐하 면,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권위가 있는 인물의 꿈은 하나님의 계시로 여겨 졌기 때문이다.17

솔로몬은 기브온의 산당(bāmāh/바마)(왕상 3:4)과 성전(bayit/바이트, 직역하면 ‘집’)(왕상 9:3)에서 꿈을 꾸었다. 기브온은 산악지대로 추정된다. 기브온이 ‘작은 언덕’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18

산당은 전통적으로 가나안 의 성소이다.19

따라서 기브온의 산당에는 꿈 해석가를 포함한 다양한 종교 전문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성전에는 제사장과 레위인들 이 제의를 주관했다. 레위인들 가운데는 아삽, 헤만 그리고 여두둔과 같은 성전 음악가들은 예언을 하였다(대상 25:1-2).20

17 구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꿈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아비멜렉의 꿈(창 20:3-8), 야곱의 꿈(창 28:10-22; 40:5-23), 라반의 꿈(창 31:24), 요셉의 꿈(창 37:5-11), 미디안 병사의 꿈(삿 7:13-15), 사무엘의 꿈(삼상 3:1-15), 느부갓네살의 꿈(단 2:36-45; 4:5-19).

18 존 그레이, 열왕기상, 한국신학연구소 옮김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2), 191.

19 최철광, “열왕기서와 역대기서에 나타난 산당의 합법성 문제,” 「성침논단」 9 (2012), 33-64.

20 역대기에 따르면 제사장들과 찬송하는 자들의 사역은 기브온 산당에서 시작해 예루살렘에서 지속되었다. 이창엽, “다윗이 임명한 레위인 찬송하는 자들: 역대상 6장 31-47절의 기능과 의미,” 「성경과신학」 78 (2016), 22-25.

이들은 예언자들이 제사에 참여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증거이다.

모빙켈(Sigmund Mowinckel)과 존 슨(Aubrey R. Johnson)은 성전에서 제의 예언자(cultic prophet)들이 활동했 었다고 주장한다.21

이들은 제의 참가자의 기도와 간구에 응답을 하였는데, 그 내용은 주로 구원신탁(salvation oracle)이다.22

사무엘서는 산당에서 활동하던 예언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예언하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삼상 10:5).

이러한 사실들은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 서 활동하던 예언자들과 성전에서 활동하던 제의 예언자들을 통해 꿈 신탁을 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바빌로니아 탈무드에 따르면 로마 시대에 예루 살렘에서 24명의 직업적 랍비 꿈 해석가들이 활동했다고 한다(b. Berakot 55a-b).23 랍비 히스다(Hisda)는 “해석되지 않은 꿈은 읽지 않은 글과 같다”라 고 주장했다.24

시편의 제왕시편들은 제의 예언자들이 제의에 참석한 왕을 위해 구원신탁과 제왕신탁을 선포했음을 보여준다.25

21 Sigmund Mowinckel, Psalmenstudien II: Das Thronbesteigungsfest Jahwes und der Ursprung der Eschatologie (Amsterdam: BRG, 1966); Aubrey R. Johnson, The Cultic Prophet in Ancient Israel (Cardiff: University of Wales Press, 1962).

22 힐버(J. Hilber)는 아삽의 시편들(시 50, 75, 81, 82, 95)의 양식과 내용이 아시리아의 구원신탁 내지 제왕신탁과 유사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John W. Hilber, “Cultic Prophecy in Assyria and in the Psalms,” JAOS 127 (2007), 33-34.

23 Jean-Marie Husser, “Dreams in the Hebrew Bible,” Bible Odyssey, https://www.bibleodyssey. org/people/related-articles/dreams-in-the-hebrew-bible/. 2023년 8월 1일 접속.

24 Shaul Bar, A Letter That Has Not Been Read: Dreams in the Hebrew Bible (Cincinnati: Hebrew Union College Press, 2001), 6.

25 Scott R. A. Starbuck, Court Oracles in the Psalms: The So-Called Royal Psalms in Their Ancient Near Eastern Context (Atlanta: SBL, 1999), 121-167.

이들은 예언을 통해 왕들을 격려하고, 제의에 참여한 백성들에게 왕과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확 인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솔로몬의 경우처럼 하나님의 구원과 동행을 약속하는 꿈 신탁을 중재하였을 것이다.

III. 솔로몬의 꿈에 나타난 왕정 이념

솔로몬의 두 개의 꿈은 그의 통치 시기를 구분하고 있다.26

첫 번째 꿈은 솔로몬의 긍정적인 면을 반영하며, 이 꿈 이후 솔로몬은 모범이 될 만한 훌륭 한 왕으로서 여러 가지 치적을 세운다. 이에 비해, 두 번째 꿈은 솔로몬 통치의 부정적인 면을 암시한다.

하지만 하나님께 순종하고 그의 율례와 법도를 지키면 그에게 선포된 약속이 유효하게 될 것을 꿈을 통해 듣게 된다.27

26 김회권, “솔로몬의 왕도 —열왕기상 3:3-14,” 「성경연구」 33 (1997), 41.

27 솔로몬의 꿈 이야기들이 포함된 열왕기상 1-11장의 문학적 구조와 내용에 대해서는 John W. Olley, “Pharaoh’s Daughter, Solomon’s Palace, and the Temple: Another Look at the Structure of 1 Kings 1-11,” JSOT 23 (2003), 355-369과 Amos Frisch, “Structure and Its Significance: The Narrative of Solomon’s Reign (1 Kings 1-12:24),” JSOT 51 (1991), 3-14를 참조하라.

1. 첫 번째 꿈(왕상 3:4-15)

열왕기상 3장의 솔로몬의 꿈 이야기는 “기브온에서 밤에 여호와께서 솔 로몬의 꿈에 나타나시니라”(5a)와 “솔로몬이 깨어보니 꿈이더라”(15a)라는 틀에 둘러싸여 있다.

솔로몬의 꿈 이야기는 꿈을 꾼 공간과 시간, 하나님의 현현, 그리고 꿈 종료 메시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님은 밤 중에 꿈속에서(baḥălom hallayelāh/바할롬 할라옐라, 5절) 솔로몬에게 나타나셨다. 그리고 꿈속에서 하나님과 솔로몬 간의 대화가 지 속된다.

이러한 솔로몬의 꿈 이야기는 마리의 꿈 보고 양식과 유사하다. 마리 의 말릭-다간(Malik-Dagan)은 그의 꿈 메시지를 “내 꿈에서”(ina šuttīya anāku)라는 문구로 시작하며, 꿈속에서 다간(Dagan) 신의 메시지를 청취한 다.

이 꿈 메시지를 왕에게 보고한 나후르(Naḫur)의 총독 이투르-아스두 (Itur-Asdu)는 “이는 그가 그의 꿈에서 본 것이며 그가 말한 것입니다” (annītam awīlum šû [in]a šuttīšu iṭṭulma u a[yyâ]šim idbūam)라는 문구로 꿈 메시지를 종료하고 있다(ARM 26 233).

또 아두-두리(Addu-duri)라는 여인 은 지므리림(Zimri-lim) 왕에게 보내는 서간에서 “나의 꿈에서 나는 벨렛-에 칼림(Belet-ekallim) 신전에 들어갔습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며, “나의 꿈 을 저녁에 꾸었습니다”(šutti annītum ša barartim)라며 꿈을 꾼 시간과 장소 를 보고하고 있다(ARM 26 237).

마리의 꿈 메시지는 ‘꿈’(šuttu)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며, 꿈속에서의 신-현현의 경험을 보고하고(꿈꾸는 자가 신전 안에 있거나, 신을 보았다는 문구), 신으로부터 들려지는 메시지를 왕에게 전달한 다.28

한편 아시리아의 아슈르바니팔은 엘람 왕 튜만(Teumman)과의 전쟁을 기록한 비문에서 마리의 꿈 메시지와 유사한 형식의 꿈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내가 그(이슈타르 여신)에게 간청한 같은 날 밤, 한 샤브루가 누워 꿈(šuttu)을 꾸었다. 잠에서 깬 후 그는 이슈타르가 밤중에 보여준 환상(tabrīt mūši)에 대해 나에게 보고하였다.29

28 ARM 26 227, 229, 232, 233, 237, 238, 239.

29 Prism B v 49-51.

위 꿈의 내용은 전쟁에서의 승리와 왕에 대한 구원과 보호에 대한 약속이 다.

이 비문에 등장하는 샤브루는 전쟁의 결과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슈르바 니팔 대신에 신전에 누워 꿈을 꾸며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

이처럼 고대 인들은 신전이나 신전 경내에서 잠을 자는 동안 신의 계시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계시를 받기 위해 제사를 드린 후 신전에서 밤을 지내는 ‘인큐베이션’을 사용하였다.

솔로몬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을 의도를 가지고 성소에서 잠을 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솔로몬 왕이나 열왕기의 기자는 고대 근동의 ‘인큐베이션’의 절차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30

고대 근동의 문헌에서 꿈은 왕권의 정통성을 비준받는 방법들 중 하나였 다.31

솔로몬도 고대 근동의 왕들처럼 꿈이라는 계시 수단을 통해 하나님의 비준을 받고 있다.

꿈속에서 솔로몬 왕은 하나님께 구하고 하나님이 응답하 시는 방식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넬슨(Richard Nelson)은 이처럼 하나님께 구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방식은 왕정 이데올로기의 표현방식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시 2:8; 21:2, 4).32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5절)라고 물으셨다.

솔로몬은 이 질문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아버지인 다윗과 하나님 사이에 있었던 일들 을 언급하며 자신을 변증한다. 이처럼 자신보다 높은 사람들과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은 궁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방식이다.33

30 제퍼스(A. Jeffers)는열왕기상3장의꿈이야기와우가릿의인큐베이션의공통점을다음의몇 가지로정리하였다. 1) 희생제사(4절), 2) 한밤이라는시간적배경의강조(5절), 3) 중보기도 이후하나님의등장(5, 9절), 4) 성취, 5) 꿈의결론(15절, “솔로몬이깨어보니꿈이더라”). A. Jeffers, “Divination by Dreams in Ugaritic Literature and in the Old Testament,” IBS 12 (1990), 179.

31 딕(M. B. Dick)은고대근동에서왕권의합법성과정통성을증명하기위해다음과같은방법들이 사용되었음을밝히고있다. 1) 신적증언―a. 예언, b. 신탁, c. 계약, 신적선서, (2) 등극과등극식 ―a. 특별한표식(예. 마리의바알하닷의무기들), b. 특별한등극도시(아슈르, 마리, 예루살렘), (3) 업적―a. 제국을확장하는전쟁, b. 경제적제의적(신전건축), c. 지혜, d. 사법개혁, (4) 신성 한결혼, (5) 비문과시각적선전물, (6) 왕조계승/지속. M. B. Dick, “Royal Dynasticism as Divine Legitimization,” Enigmas and Images, ed. Michael Brennan Dick (Winona Lake: Eisenbrauns, 2011), 165.

32 리차드 넬슨, 뺷열왕기상하뺸, 김회권 옮김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2000), 72.

33 사무엘하12장에서나단선지자는다윗왕에게심판선언을하기위해비유와질문같은간접적 인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하나님께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다윗이 행했던 성실과 정직 그리고 하나님께 서 베푸신 은혜를 언급한다. 그리고 그 은혜가 자기에게 이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성실’(헤세드)과 ‘공의’(체데카, 6절)와 ‘정직’(야샤르, 6절), ‘분별’(비나, 9, 11, 12절), ‘지혜’(호크마, 12절)와 같은 단어들은 이사야 11장 2-5절이 제시 하는 이상적인 왕의 특징들이다.34

특별히 이 중에서 성실로 번역된 ‘헤세드’ 는 계약적 신실함과 변하지 않는 사랑을 가리킨다.35

헤세드는 하나님과 다윗 의 집이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왕정 신학을 반영한다(시 89:19-37).36

솔로몬은 이 단어들을 통해 다윗의 왕조 신탁(삼하 7:4-17)을 연상시키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죽기 전에 “네 몸에서 날 씨”(삼하 7:12)를 통해 왕위를 잇고 나라를 견고케 하시리라 약속하셨는데, 솔로몬은 이 약속이 “오늘과 같이 그의 자리에 앉을 아들”(왕상 3:5)인 자신을 통해 성취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님이 다윗에게 베푼 언약이 그 아들에게 계승된다는 다윗 왕조 사상이 드러난다.

솔로몬은 다윗과의 계약에 근거해 자신의 왕위 계승 을 합법화하고 있다(6절).

솔로몬을 향한 왕조에 대한 약속은 과거 다윗이 보였던 충성과 신실성(6절, 비교. 삼하 7:14-16)에 근거한다. 다윗의 순종과 하나님의 신실성을 강조함으로써 하나님의 왕조 약속이 자신에게도 적용됨 을 보이고 있다.37

34 이사야에 따르면 하나님께서는 왕에게 지혜와 총명의 영(루아흐 호크마 우비나)과 모략과 재능 의 영(루아흐 에차 우그부라), 지식과 여호와를 경외하는 영(루아흐 다아트 브이르아 아도나이) 을 부어주셔서, 그는 공의(체데크)와 성실(에무나)을 갖춘 왕이 되어, 백성들을 공의(체데크)와 정직(미쇼르)으로 판단하는 왕이 될 것이다.

35 넬슨, 열왕기상하, 70.

36 F. C. Fensham, “Legal Aspects of the Dream of Solomon,” Proceedings of the World Congress of Jewish Studies, vol. 1 (1965), 67-70. 시편 89편 19-37은 하나님께서 환상 중에 나타나셔 다윗을 택한 자로 부르셨음을 확인하고 강한 손과 팔로 보호하시고 그의 성실하심(에무나)과 인자하심 (헤세드)으로 함께 하시며 하나님이 아버지로서 그리고 구원의 바위로 지키실 것을 약속하신 다. 하나님은 비록 다윗의 후손을 채찍으로 벌하실 때도 있지만 그와 맺은 언약을 후손들에게도 지켜 그의 인자함(헤세드)과 성실함(에무나)을 폐하지 않으시리라 약속하신다.

37 넬슨, 열왕기상하, 74.

솔로몬은 자신을 ‘작은 아이’(나아르 카톤)라고 부른다(7절). 이는 겸손의 표현일 뿐 아니라 하나님과 자신과의 긴밀한 관계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이 단어를 사용하여 “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되고 그는 내게 아들이 되리 니”(삼하 7:14)라는 약속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임을 강조하고 있다.38

고대의 왕들은 자신들을 신의 양자로 여기거나 어릴 때부터 신의 특별한 가호를 입었다고 여겼다

. 투트모세 4세(Thutmose IV)의 비문은 왕이 멤피스 근처 기제(Gizeh, 혹은 ‘기자’[Giza])의 스핑크스 곁에서 자다가 신으로부터 왕권 에 대한 계시를 받고 서둘러 귀환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39

솔로몬은 애굽의 공주와 결혼했고, 애굽을 본받아 왕궁의 제도를 정비했기 때문에 솔로몬의 꿈 이야기가 투트모세의 꿈 이야기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헤르만(S. Herrmann)은 애굽의 궁중 소설이 다윗과 솔로몬의 꿈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솔로몬의 꿈 이야기도 궁중 소설의 일부라고 한다.40

38 예레미야는 “나는 아이라”(렘 1:6)라는 고백을 한 바 있는데, 이는 자신이 예언자가 되기에 충분하 지 않다는 겸손의 표시이다. ‘작은 아이’로 부른 솔로몬도 스스로를 낮추고 있다. 하지만 본문에 서는 겸손보다는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를 부각하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39 ANET, 449. 솔로몬의 꿈과 투트모세의 꿈은 유사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꿈에서 깬 후 희생제 사를 드리고 백성들과 식사를 한 점은 솔로몬과 투트모세는 일치하지만, 솔로몬은 왕위 등극 이후에 꿈 계시를 받은 반면, 투트모세는 왕위 등극 이전에 꿈 계시를 받았다.

40 Sigfried Herrmann, “The Royal Novella in Egypt and Israel: A Contribution to the History of Genre in the Historical Books of the Old Testament,” Considering Israel and Judah: Recent Studies on the Deuteronomic History, eds. Gary N. Knoppers and J. Gordon McConville (Winona Lake: Eisenbrauns, 2000), 493-515.

투트모세 4세는 꿈에서 “나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데… 당신께서 는 당신의 종을 왕으로 삼으셨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한편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내가 너에게 주기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하라”라고 하신 말씀은 주전 14세기 키르타(Kirta, 혹은 ‘케렛’[Keret])의 설화와 유사점이 있다.

키르타는 은과 황금이나 말들과 병거들 그리고 종들 과 시녀의 아들들도 원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자녀를 얻고 자녀가 번성하게 되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41

꿈에서 일루(Ilu) 신은 희생 제사와 제의를 통해을 개선 시킬 방안을 제시한다.

마리의 야흐둔림(Yaḫdun-Lim) 왕도 신에 게 물질적 축복을 간구한다. 그는 지중해 원정에서 적들을 물리친 뒤 샤마쉬 (Šamaš) 신을 위하여 ‘에기르잘란키’(Egirzalanki, ‘하늘과 지하세계의 자랑 이 되는 집’) 신전을 짓고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이 신전에 거하시는 샤마쉬 신께서 이 신전을 지은 야흐둔림, 그가 사랑하는 왕의 가장 강한 무기가 적들을 물리치도록 (도와주시고), 길고 행복한 통치 기간 과 영원히 풍성하고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도록) 허락하시기를 기원합니다.42

고대의 왕들은 신에게 드리는 기도를 통하여 장수와 건강,43 전쟁에서의 승리44 등을 간구하였다.

하지만 솔로몬은 이것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았 다.

솔로몬은 “듣는 마음(렙 쇼메아)45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라고 하며 지혜를 달라고 요청하였다.46

41 COS 1, 102 (The Kirta Epic), i 52-ii 58. 키르타는 꿈 계시 이후 엘 신과 다른 신들에게 희생 제사를 드리고 그의 백성들과 공동 식사를 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왕좌에 등극하는 사건과는 무관해 보인다. Fensham, “Legal Aspects,” 67.

42 ANET, 556-557. 번역은 제임스 B. 프리처드, 고대 근동 문학 선집, 강승일 외 옮김 (서울: CLC, 2016) (이하 번역이라 칭함), 501.

43 비블로스의 왕 예히밀크는 신전을 건축하고 신들에게 장수를 선물해 주기를 기원했다. “바을샤 멤과 비블로스의 주, 그리고 비블로스의 거룩한 신들의 회의가 비블로스에서 예히밀크의 수명 을 길게 해 주시기를 기원한다. 그는 참으로 의롭고 비블로스 거룩한 신들 앞에 올바른 왕이다!” ANET, 499. 번역 570-571.

44 니키아의 아다나의 아지타와다는 자신의 업적을 기록한 비문에서 신들의 집과 도시들을 건설한 자신에게 장수와 건강 그리고 왕의 권세를 부여하기를 기원했다. “바을-Krntryš께서 아지타와 다에게 생명, 평화, 모든 왕을 이기는 권세를 주시기를 기원한다. 바을-Krntryš와 도시의 모든 신들이 아지타와다에게 장수의 복, 건강하게 사는 복, 강한 권위, 모든 왕을 이기는 권세를 주기 를 원한다!” ANET, 499-500. 번역 572.

45 ‘마음’은 신명기에 자주 등장한다(신 4:29; 6:5, 6; 10:12; 11:13; 13:4; 26:16; 30:2). 그래서 ‘듣는 마음’을 달라는 솔로몬의 요구를 신명기 신학의 작품으로 간주하는 학자들이 있다. W. Bureggemann, 1 & 2 Kings (Macon: Smyth & Helwys, 2000), 48; G. N. Knoppers, “‘There Was None Like Him’: Incomparability in the Books of Kings,” CBQ 54 (1992), 412-413. 그러나 ‘듣는 마음’이라는 용어는 고대 근동의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이집트의 아멘헤텝(Amenhetep) 왕은 ‘듣는 마음’(sḏm ib pw)을 통해 백성에게 조언하였다고 하며(N. Shupak, “Some Idioms Connected with the Concept of ‘Heart’ in Egypt and Bible,” Pharaonic Egypt: The Bible and Christianity, ed. S. Israelit-Groll [Jerusalem: Magnes Press, 1985], 203-204), 아시리아의 비문도 ‘듣는 마 음’(ḫissat libbi)을 왕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간주하였다. R. F. G. Sweet, “The Sage in Akkadian Literature: A Philological Study,”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가 요구하지 않은 장수와 부와 전쟁에서의 승리의 영광을 가져다주실 것이라 약속하셨다(13-14절).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달라는 요 청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자뿐 아니라 백성들의 말을 듣는 자가 되어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다.47

솔로몬이 하나님께 지혜를 요청한 것은 고대 근동의 ‘지혜자로서의 왕’(king as a sage)이라는 모티프와 관련되어 있다.48

고대 근동의 왕들은 일반적으로 신들의 은총을 입어 지혜로운 현자가 된 것으로 인식되었다. 왕의 지혜가 일반 백성들의 지혜를 능가한다는 평가도 자주 등장한다.49

주전 8세기의 페니키아의 카라테페(Karatepe) 석비에서 아자티와타(Azatiwata) 는 “나의 지혜와 선함 때문에 모든 왕이 나를 자신의 아버지로 삼았다”라고 자랑한다.50

46 역대기 평행본문은 ‘듣는 마음’ 대신에 ‘지혜’(호크마)와 ‘지식’(마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대하 1:11, 12).

47 C. L. Seow, “The Syro-Palestinian Context of Solomon’s Dream,” HTR 77 (1984), 144; Ekaterina E. Kozlova, “King Solomon and the ‘Anatomy’ of Wisdom,” JSOT 46 (2021), 257-258.

48 John Walton and Fred Mabie, “Solomon’s Dream at Gibeon,” Zondervan Academic, https://zondervanacademic.com/blog/solomons-dream. 2023년 8월 8일 접속.

49 Ronald Sweet, “The Sage in Akkadian Literature,” The Sage in Israel and the Ancient Near East, eds. John G. Gammie and Leo G. Perdue (Winona Lake: Eisenbrauns, 1990), 51-57.

50 COS 2, 21.

아시리아의 에살핫돈(주전 680-669)은 스스로를 유능하고(lē‘û), 현명하 고(itpēšu), 똑똑하고(ḫassu), 지혜로운(mūdû) 왕으로 선언했으며 위대한 신 들의 형상을 재건하고 모든 신전들의 예배 처소들을 완성하기 위해 신들이 자신을 왕위에 올렸다고 주장하였다.51

그의 아들 아슈르바니팔(주전 668-627)은 세자궁(bīt redûti)에서 거주할 때 지혜와 지식을 습득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였다. 신들 중에 가장 현명한(apkallu) 마르둑은 나에게 폭넓은 이해력(uznu)과 광 범위한 지식(ḫasīsu)을 선사하였다.

모든 것을 아는 서기관 나부(Nabû)는 그의 지혜로운 교훈을 베풀었다. … 나는 현자 아다파(Adapa)의 기법을 배웠으며 천상과 지상의 징조를 포함한 모든 서기관의 기법이 저장된 비밀창고에 익숙하 다. 나는 학자들(ummânu)의 모임에서 토론할 수 있으며 명철한 수유 점술사 (apkal šamni)와 “만일 간이 하늘의 모형이라면”이라는 주제로 토론할 수 있다. 나는 답안을 찾아볼 수 없는 복잡한 곱하기와 나누기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뜻이 불분명한 수메르어와 바로 해석하기 어려운 아카드어로 기술적으로 기록된 문서들을 여러 번 읽었다. 나는 카쿠 사쿠(kakku sakku)가 섞여 있는 홍수 이전의 석비에 기록된 비문을 연구하였다.52

고대 근동에서 지혜는 관념적일 뿐 아니라 실제적이었다. 왕의 관점에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 의사 결정, 성전 건축과 같은 중요한 영역에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았다.

지식의 영역에서 지혜는 식물학, 동물학, 음악, 법률, 외교, 문학 및 기타 문화적 영역에 전문적임이 특징이었다(왕상 4:22-33).53 의사 결정과 관련하여 솔로몬의 지혜 요청은 하나님의 백성을 재판(통치)하 고 질서 있는 사회를 조성하는 능력과 연관되어 있었다.54

솔로몬에게 수여된 하나님의 지혜(호크마)는 솔로몬의 통치에 대한 하나님의 승인이자 확증의 표시이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주실 때 솔로 몬은 분별력 있게 통치할 수 있다.

사울은 꿈을 통해 하나님의 계시를 받지 못하게 되자(삼하 28:6) 왕위의 합법성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윗은 환상 가운데 하나님을 뵐 수 있었으며(시 89:20), 백성들로부터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받는 왕임을 인식시켜주었다.55

마찬가지로 솔로몬도 꿈을 통해 하나님의 계시를 받음으 로 하나님으로부터 인정받는 왕으로 인식되었다.

열왕기상 3장의 꿈은 메시 지 꿈이다.

어떤 해석도 필요 없으며 하나님과 직접적으로 교통하고 있다.

기브온에서 솔로몬에게 꿈에 나타난 계시는 왕위 계승의 최종 작업이다.56

51 Sweet, “The Sage in Akkadian Literature,” 54.

52 A. Livingstone, “Ashurbanipal: Literate or Not?,” ZA 97 (2007), 100.

53 A. L. Oppenheim, “The Position of the Intellectual in Mesopotamian Society,” Daedalus 104 (1975), 37-46.

54 Gregory Goswell, “The Just Kings: The Portraits of David and Solomon in the Books of Samuel and Kings,” RQ 62 (2020), 204-207.

55 Seow, “The Syro-Palestinian Context of Solomon’s Dream,” 144.

56 K. Balzer, Das Bundesformular (Neukirchen: Neukirchener Verlag, 1960), 83.

2. 두 번째 꿈(왕상 9:1-9)

두 번째 꿈 이야기는 성전에 대한 약속(3절), 조건적인 약속(4-5절) 그리고 경고(6-9절)로 구성되어 있다.

3절의 성전에 대한 약속은 성전을 향한 기도(왕 상 8:29)의 응답으로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을 거룩 하게 구별하여 그곳에 하나님의 이름을 두겠다고 응답하셨다.

하나님의 응 답은 솔로몬의 성전 건축의 정당성을 비준하고 있다. 나단의 신탁에 따르면 다윗의 후손 가운데 하나가 성전을 짓겠다고 하였는데(삼하 7:13), 솔로몬이 바로 나단의 신탁이 지시한 자임을 밝히고 있다.

솔로몬은 왕권을 확립하기 위한 개인 목적으로 성전 건축을 시작하였을 수 있다. 하지만 꿈 신탁을 통해 건축 사업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었다.57

57 고대 근동과 이스라엘의 왕과 신전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Victor A. Hurowitz, I Have Built You an Exalted House: Temple Building in the Bible in Light of Mesopotamian and Northwest Semitic Writings, JSOTSup 115 (Sheffield: JSOT Press, 1992), 106-129를 참조하라.

이 꿈은 솔로몬 개인에게 주어졌지만, 그 전달의 과정에서 온 백성이 들었다. 따라서 백성들 도 이 응답의 말씀을 통해 건축의 정당성을 인정하게 되었을 것이다.58

5절에는 다윗 왕조 사상이 드러난다.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에게 그의 아 버지 다윗에게 행한 영원한 왕조에 대한 약속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하신다. 솔로몬은 다윗과의 계약에 근거해 자신의 왕위 계승을 합법화하고 있다(6 절).

솔로몬을 향한 왕조에 대한 약속은 과거 다윗이 보였던 충성과 신실성(6 절, 참고. 삼하 7:14-16)에 근거한다.

다윗의 순종과 하나님의 신실성을 강조 함으로써 하나님의 왕조 약속을 지지하고 있다.59

다윗은 솔로몬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왕도를 실현한 본보기이다.

“영원히”로 번역된 ‘레올람’(5절)은 ‘아 드-올람’(3절)의 동의어로서 왕조의 영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

이 문구는 왕의 이름, 왕을 향한 축복, 왕좌, 왕의 후손, 왕조와 같은 단어들과 함께 등장하며, 나단의 약속과 다윗 언약의 맥락에서 사용된 다(삼하 7장; 23:4; 시 89; 132).60

다윗에게는 약 20회 사용되었으며 왕조의 언약이 확립되었음을 알려주는 문구이다.61

58 열왕기상 3장 4-15절에서 솔로몬의 꿈은 개인적인 사건이지만 역대기에서는 백성과 함께 하는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사건이 회중이 함께 하는 사건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이는 역대기 기자가 ‘온 이스라엘’을 묘사하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레이몬드 B. 딜라드, 역대하, 정일오 옮김 (서울: 솔로몬, 2005), 47, 51.

59 넬슨, 열왕기상하, 74.

60 E. Jenni, “‘ōlām, Ewigkeit,” THAT II, 228-243. 61 J. Roy Porter, “The Succession of Joshua,” Proclamation and Presence: Old Testament Essays in Honour of Gwynne Henton Davies, eds. John I. Durham and J. Roy Porter (London: SCM, 1970), 122.

왕조의 계승은 한 가족 내에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도록 법적 으로 보장되어 있다. 고대 근동에서 “왕조 원리는 왕위 계승 싸움으로 야기되 는 혼란을 피함으로써 통치자로 하여금 항구적인 지위를 확보하도록 하였다.”62

다윗도 그의 어린 아들 중 하나인 솔로몬을 왕위 계승자(나기드)로 지명하였다(왕상 1:35).63

62 Tomoo Ishida, The Royal Dynasties in Ancient Israel (Berlin: Walter de Gruyter, 1977), 11.

63 ‘나기드’(nagid)는 군 지휘관, 왕자 혹은 왕위 계승자를 의미하지만, 하나님을 대신해 그의 백성을 보호하고 돌볼 목자의 책임도 지고 있었다. Jeong Bong Kim and D. J. Human, “Nagid: A Re-exami nation in the Light of the Royal Ideology in the Ancient Near East,” HTS 64 (2008), 1475-1497.

하지만 등극 과정이 이전의 왕과는 달랐다. 솔로몬 은 사울처럼 “여호와 앞에서”(삼상 11:15) 왕으로 등극하지 못했으며, 사울과 다윗처럼 하나님의 영의 임재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이스라엘의 장로들이나 이스라엘 백성들의 동의가 없었다.64

다윗은 북이스라엘 지파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왕위에 올랐으나(삼하 5:1-5), 북이스라엘의 동의가 없는 솔로몬의 왕위 등극은 정통성에 대한 의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가나안의 지역 성소의 하나였던 ‘기혼’65에서 왕으로 등극하였기 때문에(왕상 1:45), 그가 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과 재가가 필요했다.

64 이희학,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2), 185-190.

65 Ruth Schuster, “Achaeologists Reveal Oldest Inscription in Jerusalem: A Canaanite Curse,” Haaretz, https://www.haaretz.com/archae ology/2022-07-10/ty-article-magazine/archaeologists-reveal-old est-inscription-in-jerusalem-a-canaanite-curse/ 00000181-e899-dace-ab93- f9bb4cee0000. 2023년 8 월 30일 접속.

그래서 솔로몬은 꿈이라는 계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왕권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시리아의 에살핫돈도 솔로몬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바 있다. 에살핫돈은 산헤립의 막내였으나 왕으로 지명되었다. 이때, 그는 예언 자 바야(Bayâ)를 통해서 위대한 신들이 유년기부터 그를 아시리아의 왕으로 삼았다는 예언을 듣게 된다. 네 어머니가 너를 낳았을 때 나와 함께 선 위대한 60신들은 너를 보호했다. 신 (Sin)은 너의 오른쪽에 위치했으며 샤마쉬는 너의 왼쪽에 위치했다. 위대한 60 신들은 너를 둘러쌌으며 너의 허리를 보호했다. 사람을 믿지 말라. 너의 눈을 들어 나를 보라! 나는 아벨라의 이슈타르이다. 내가 너를 아슈르 신과 화해하게 하였노라. 네가 어릴 때 내가 너를 돌보았노라. 두려워 말라. 나를 찬양하라!66 장남 대신 막내가 왕으로 등극하게 된 예기치 못한 사건 때문에 아시리아 백성들의 마음은 복잡했다. 차기 왕 일 순위였던 아르다-물리시(Arda- Mullissi)를 비롯한 반대파들은 에살핫돈의 등극이 불법이라 여겼기 때문에, 이 결정에 대항해 내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살핫돈은 자기가 샤마쉬(Šamaš)와 아다드(Adad) 같은 신들의 지명으로 왕으로 등극했으며, 이 때문에 그의 형과 반대파들의 반역은 아버지 산헤립의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신들의 뜻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67

66 SAA 9 1.4 ii 20-33.

67 에살핫돈은 한 비문에서 반역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임을 밝혔다. “… 나는 나의 왕권을 행사할 니느웨에 기쁜 마음으로 입성하였으며 나의 아버지의 왕위에 즐겁게 등극하였다. … 하늘과 땅의 긍정적인 징조들이 나에게 임했다. 예언자들의 신탁들과 신들과 위대한 여신의 메시지들이 계속해서 나에게 답지하였으며 나의 마음을 격려하였다. 나의 형들로 하여금 아시 리아의 왕권을 획득하려는 악한 계획을 획책하게 한 반역자들을 내가 찾아내었으며 그들 모두 에게 각자 징벌을 내렸으며 그들은 후손들도 제거하였다.” Nin A i 84-ii 11.

에살핫돈이 왕위 계승의 합법성 이나 후계자에 대한 신하들의 충성심을 강조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솔로몬도 마찬가지이다. 그에게는 ‘바야’와 같은 예언자가 없었으나 꿈을 통해서 솔로몬이 왕조의 일원이며 그의 왕위가 합법적이라는 하나님의 음성 을 듣게 된다. 열왕기상 9장 6-9절은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을 때 겪게 되는 결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만일 하나님을 거부하고 불순종하면 하나님이 거룩하게 구 별하신 성전이라도 파괴되어 모든 민족 가운데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이러 한 불순종에 대한 경고는 다음의 마리의 기도문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누구든지 이 신전을 모독하거나, 사악하고 적당치 않은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그 기초를 보강하지 않거나, 무너진 곳을 증축하지 않거나, 이곳에 바쳐야 할제물을 바치지 않거나, (이 비문에 새겨진) 내 이름을 지우거나, 그런 명령을 내리거나, (여기 적힌) 저주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하라고) 다른 사람을 부추기면, 그가 왕이든, 장군이든, 시장이든, 혹은 누구라도 (모든) 신들의 운명을 결정하 시는 엔릴 신이 이 사람의 나라가 모든 다른 왕들의 나라보다 작게 만드시리라. … 샤마쉬의 위대한 신하 부네네(Bunene)께서 그의 목숨을 끊으시고 그의 모든 자손을 제거하셔서, 해(샤마쉬) 아래에 그의 자손이나 후예가 절대 살지 못할 것이다.68

 

위 본문은 마리의 야흐둔림 왕이 신전 건설 후 행한 기도이다. 신을 모독하 거나 그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솔로몬의 꿈도 마찬가지이다.

불순종은 왕조의 몰락만 가져오지 않는다.

성 전도 파괴되고 나라가 멸망하여 백성들은 포로로 잡혀가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웃 백성에게 “속담 거리(마샬)와 이야기 거리(셰니나)”가 될 것이다(왕상 9:7).

두 번째 꿈은 성전 건설 7년과 왕궁 건설 13년을 합한 20년 이후의 일이다 (왕상 9:1).

하지만 8장의 성전 봉헌 예배의 기도와 관련해서 볼 때 성전 건축 이후로 볼 수도 있다. 그레이(John Gray)는 본문에서 언급하는 시기는 실제 연대가 아니라 솔로몬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후대에 조정한 연도로 보기도 한다.69

68 ANET, 557, 번역 501.

69 그레이, 열왕기상, 352.

하지만 “이루기를 원하던 일”을 모두 마친 후라는 문구는 성전과 왕궁 건설 이후의 시점으로 보게 한다. 20년의 성전 및 왕궁 건축과 기타 성읍들의 공사는 많은 백성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혹자는 솔로몬이 왕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전을 건설하였으며, 이를 위해 무리하게 부역과 세금을 징발했다고 불평했을 것이다.

이처럼 왕권이 불안정해졌을 때 하나님께서는 꿈 계시를 통해 솔로몬을 지원하고 있다.

마치 다윗이 밧세바의 사건으로 인해 왕권이 불안정해졌을 때 나단을 보내 경고를 보내고 문제를 해결하였듯 이70 솔로몬의 경우는 꿈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전하고 있다.

70 예언의 문제해결 기능에 대해서는 윤동녕, “대리 왕 제의의 관점으로 본 다윗 왕의 위기 극복 과정,” 「구약논단」 57 (2015), 126-155, 특히 136-143을 참조하라.

IV. 결론

열왕기상에 기술되어 있는 솔로몬의 첫 번째 꿈(왕상 3:4-15)은 왕위 등극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두 번째 꿈(왕상 9:1-9)은 성전 건축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첫 번째 꿈은 왕위 계승 투쟁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적들을 제거하는 왕위 계승 싸움은 왕국을 불안정하게 하였으며, 솔로몬 왕권의 적법성도 의심하게 하였다.

때문에, 솔로몬은 왕권을 안정화하기 위 해서 아버지 다윗이 그러했듯이(삼하 7:1-17) 하나님의 계시와 약속이 필요 했다.

그는 자신의 왕위가 하나님의 선택이자 선물임을 보여주어야 했다.

솔로몬은 왕위의 합법성과 왕권의 안정화에 필요한 계시로 가득 찬 꿈을 통해 자신이 쥐고 있는 왕권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졌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성전을 건축한 뒤 꾼 두 번째 꿈에서는 영원한 왕조에 대한 약속이 주어진다.

이 꿈에서는 성전 건축의 의미가 자세히 기술된다. 성전은 거룩하 신 하나님의 이름이 영원히 거하시는 곳이다.

솔로몬은 성전과 관련된 꿈을 통하여 하나님과 자신과의 긴밀한 관계를 표현하며 왕권의 안정을 도모하였다.

솔로몬의 꿈은 하나님의 선택, 하나님의 동행과 도우심, 장수와 부 그리고 영광과 같은 전형적인 제왕 신탁(royal oracle)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고대 근동의 왕들은 예언자들이 선포하는 신탁을 통해 왕위와 왕권의 정통성 을 보장받았다.

제왕 신탁은 건강과 왕위의 정통성 같은 왕의 복지적 측면뿐아니라 왕국의 안정에도 관심이 많았다.

솔로몬의 꿈에도 이러한 제왕 신탁 의 요소들이 다수 등장한다.

솔로몬은 꿈 신탁을 통해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함께하심을 확신하게 되었다.

또한, 영원한 왕조와 성전에 영원히 거하실 하나님의 이름의 약속을 통해 하나님께 그의 생애뿐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함께 하실 것이라는 확신도 얻게 되었다.

꿈을 통해 그에게 전해진 하나님의 약속은 그의 통치 기반을 공고히 했으며 그의 정적들로부터 왕권이 위협받는 위험을 제거하였다.

그리고 후손 왕들과 그의 백성들은 왕조에 대한 약속이 담겨있는 솔로몬의 꿈을 통해 다윗에게 선포된 언약이 자신들에게도 미치고 있음을 확신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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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본 연구는 솔로몬의 꿈에 나타난 왕정 이념과 제왕 신탁의 요소를 분석하고 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고대 근동의 문서들과 열왕기 본문들을 비교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낼 것이다. 열왕기에 기술된 솔로몬의 첫 번째 꿈(왕상 3:4-15)은 재위 초기에 발생하고, 두 번째 꿈(왕상 9:1-9)은 성전 건설 이후에 등장한다. 첫 번째 꿈은 계승 투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다. 정적을 숙청하기 위한 계승 전쟁은 왕국을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솔로몬의 왕위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되었다. 따라서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이 했던 것처럼 왕권을 안정시 키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계시와 약속이 필요했다(삼하 7:1-17). 그는 자신의 왕권이 하나님의 선택이자 선물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솔로몬은 왕권의 정당성과 통치를 지지하는 계시들로 가득 찬 꿈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왕권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편 두 번째 꿈(왕상 9:1-9)에서는 영원한 왕조의 약속(5절)이 주어진다. 이 꿈에서는 성전 건설의 의미가 자세히 설명된다. 성전은 거룩한 하나님의 이름이 영원히 머무는 곳이 다. 성전에 관한 솔로몬의 꿈은 하나님과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자신과의 밀접 한 관계를 표현하며, 그의 왕권의 안정을 도모한다. 솔로몬의 꿈은 하나님의 선택, 하나님의 동행과 도우심, 장수와 부 그리고 영광과 같은 전형적인 제왕 신탁(royal oracle)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솔로몬은 꿈 신탁을 통해 하나님 의 보호하심과 함께하심을 확신하게 되었다. 또한, 영원한 왕조와 성전에 영원 히 거하실 하나님의 이름의 약속을 통해 하나님께 그의 생애뿐 아니라 후손들에 게도 함께 하실 것이라는 확신도 얻게 되었다.

주제어 : 솔로몬, 꿈, 왕정 이념, 제왕 신탁, 열왕기

Abstract

Elements of Royal Ideology and Royal Oracles in Solomon’s Dreams Dong-Young Yoon, Ph. D. Professor, Department of Theology Seoul Jangsin University This study purports to analyze the elements of royal ideology and royal oracles in Solomon’s dreams. To begin with, this study will com pare the text of the Book of Kings with documents from the ancient Near East to identify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Solomon’s first dream (1 Kgs 3:4-15), described in the Book of Kings, takes place at the beginning of his reign, and his second dream (1 Kgs 9:1-9) takes place after the construction of the temple. The first dream is set imme diately after the succession struggle. A succession battle to purge the kingdom of its enemies destabilized the kingdom and called into question the legitimacy of Solomon’s kingship. Therefore, Solomon needed a revelation and promise from God to stabilize his kingship, just as his father David had done (2 Sam 7:1-17). He wanted to show that his kingship was God’s choice and gift. Solomon clearly demon strated that the kingship he held comes from God through a dream fil led with revelations necessary for the legitimacy of his kingship and the stability of his rule. Meanwhile, in his second dream after building the temple (1 Kgs 9:1-9), he is given the promise of an eternal dynasty (v. 5). In this dream, the meaning of building the temple is explained in detail. The temple is the place where the name of the holy God dwells forever. Solomon’s dreams concerning the temple express his close relationship with God and with himself, and they promote the stability of his kingship. Solomon’s dream contains many of the typi cal elements of a royal oracle: divine choice, divine presence and help, long life, wealth, and glory. Through the dream oracle, Solomon was assured of God’s protection and presence. The promise of an eternal dynasty and the promise of God’s name to dwell in the temple forever also assured him that God would be with him not only in his lifetime but also in his descendants.

Keywords Solomon, Dream, Royal Ideology, Royal Oracle, Books of Kings

접수일: 2023년 8월 8일, 심사완료일: 2023년 8월 30일, 게재확정일: 2023년 9월 18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3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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