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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헤어질 결심>에 나타난 대립적 이분법과 아이러니와 번역/성창규.목원대

I. 서론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감독상을 받은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다. 2022년 6월 29일에 “짙어지는 의심, 깊어지는 관심, 헤어질 결심”이라는 문구가 있는 포스터로 개봉하였고 200만에 육 박하는 관객을 끌었다. 평점이 높았고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기에 <기생충>에 이어 아카데미상 국제 장편 영화상 후보작품에 선정되리라 기대했지만 탈락했고 골든글 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는 선정되었다.

해외 매체는 뛰어난 플롯 구성과 연출을 언급하며 “불면증 형사와 수수께끼의 살인 용의자 사이의 도취적인 만남”이라며 “네오누아르의 매혹적인 흐름과 위대한 멜로드라마의 폭풍 같은 절정을 융합”한다 고 평했다(하수정). 뉴욕타임스는 “<헤어질 결심>은 강렬한 오프닝과 더불어 박찬 욱 감독만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관객을 단번에 현혹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과 동시에 사정없이 마음을 흔들며 심 장을 붕괴시킨다”는 평과 함께 2022년 10대 영화 중 하나로 선정했다. 또 BBC는 “박찬욱 감독의 기가 막힌 변주가 더해진 로맨틱한 집착과 용의자에게 사로잡히는 형사에 대한 이야기”, 가디언(The Guardian)은 “박찬욱 감독의 매혹적인 스릴러 속에서 탕웨이는 강렬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며, 매력적이다”라는 호평과 함께 <헤어질 결심>을 2022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선정했다(한지윤). 네오누아르 와 멜로드라마의 융합이라는 표현에서 수사물 소재의 누아르 그리고 남녀 연애 소 재의 통속극이나 드라마와는 차별성이 있음을 지적하는 듯하다.

또 낯익음과 낯섦의 경계에서 미스터리 수사극과 사랑의 로맨스를 결합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박찬욱 감독은 2003년에 <올드보이>로 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처음 받고, 2009년에 <박쥐>로 같은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아서 이 영화제에서만 3번의 수상 이력을 갖게 된다.

죄와 복수, 구원의 문제를 다룬 그의 복수 3부작인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는 대립하는 두 요소의 이중성과 모호함 그리고 파생하는 역설과 아이러니를 다룬다. 첫 작품은 “선악 구분의 모호 함과 복수를 감행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복수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를 다루며, 둘째 작품은 “복수의 주체가 거꾸로 복수의 대상이 되는 반전을 통해 죄 와 복수의 이중성”을 다루고, 셋째 작품은 “참회로서의 복수와 이를 통한 구원의 가능성을 질문”하여 “금자에 대한 관객의 감정이입을 차단하고 거리감을 유지함으 로써 관객의 비판적 성찰”을 끌어낸다(장우진 156). 그의 영화 대부분 대립적인 양 분과 둘 사이의 반전, 모순, 역설, 균열 등이 발생하는데, <헤어질 결심>도 이 구 도를 벗어난다기보다 더욱 치밀하고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탄탄한 플롯만큼 영화 속 배경과 소품, 음악, 대사의 언어유희도 정밀하여 박 감독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 를 구현하는 편이다. 이에 본 논문은 우선 아이러니의 개념과 문학적 효과를 짚어 본 후, 남녀의 산과 바다 이야기로 귀결되는 <헤어질 결심>에 엮인 이분법 (dichotomy) 1적 구도를 캐릭터, 사물, 소재, 배경, 음악 등에서 사유하고 영화 속 대사 및 전개와 구성에 대립적 이분법의 틈에서 발생하는 역설과 아이러니를 분석 해보고자 한다.

1 통상 이원론(dualism)으로 번역되는 표현은 정신과 물질(또는 육체)과 같이 상호 작용하는 두 가지 유형의 물질이 존재한다거나 선과 악 또는 질서와 무질서처럼 우주에 두 가지 상반되는 힘이나 원리가 존재한다는 뜻으로 이해되며 현실에 독립적이고 환원할 수 없는 두 가지 근본적 인 원리에 가깝다. 이분법(dichotomy)은 상호 배타적이거나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두 가지를 구분하거나 대조함을 뜻한다. 선과 악, 흑과 백, 천성과 교육 등 두 가지 범주를 명확하 게 구분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 논문에서는 대립과 대조의 뉘앙스를 지닌 후자로 표현한다.

II. 대립과 병렬의 이분법과 아이러니 이론

아이러니는 한글로 보통 ‘반어’(反語)로 표현되며 ‘모순’(矛盾), ‘역설’(逆說), ‘이율배반’(二律背反)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아이러니의 정의는 1. 표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실제와 반대되는 뜻의 말을 하는 것, 2.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 순이나 부조화, 3. 역설에 상응하여 전하려는 생각의 반대되는 말을 써서 효과를 보는 수사법이다(표준국어대사전). ‘irony’는 영어로 ‘sarcasm’(빈정거림, 비꼼, 풍 자)과 유의어로 1. 특히 재미있게 비교하려고 당신이 정말로 생각하는 것과 반대 를 뜻하는 단어의 쓰임(the use of words that mean the opposite of what you really think especially in order to be funny compare), 2. 당신이 기대했던 것과 는 반대로 보이는 방식으로 발생하기에 이상하거나 재미있는 상황(a situation that is strange or funny because things happen in a way that seems to be the opposite of what you expected)을 뜻한다(Merriam-Webster’s Learner’s Dictionary). 한글과 영어 모두 아이러니는 반대의 뜻을 지닌 대상이나 내용이 필 요하기에 이분법적 대립 관계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긍정과 부정, 현실과 이상, 유 한과 무한, 자연계와 인간계 등이 적용된다. 이중적이고 모순된 인간의 존재성 때 문에 아이러니는 미학적 가치이자 존재론적 가치를 띨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 화 작품 배급사인 ‘모호필름’이라는 명칭에서, 희미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의 모호 라기보다는 흔히 “애매모호”로 중복으로 표현되거나 일본의 한자어인 ‘애매’와는 차이를 두려는 의지가 보인다. 아이러니는 본래 초기 그리스 희극의 전형적 인물인 에이론(eiron)의 말과 행 동 양식에 적용된 용어이다. 그의 상대역은 또 다른 전형적 인물인 허풍쟁이 알라 존(alazon)이며 그는 허풍을 떨면서 상대방을 속여 그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Aristotle 237). 패배자로 등장하는 에이론은 약하고 왜소하며 교활하고 약삭빠르 다. 그는 힘과 지식을 숨기고 천진함으로 가장함으로써 점차 알라존에 대해 승리 를 거둔다. 아이러니는 어떤 경우에든 본래 최초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즉 겉으 로 드러난 것과 실제인 것 사이에 괴리 또는 틈이 생겨난다. 아이러니의 두 가지 근본적인 유형에는 ‘언어의 아이러니’(verbal irony)와 ‘상황의 아이러니’(situational irony)가 있다. 전자는 일종의 비유법으로 말하는 사람이 뜻한 숨겨진 의미가 겉으 로 드러내는 의미와 다른 경우이고, 후자는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자신도 똑같은 불행한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웃는 상황에 발생한다. 그 외에 ‘극적 아이러니’(dramatic irony)는 ‘비극적 아이러 니’(tragic irony)라고도 불리며 등장인물이 작중의 실제 상황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앞으로 다가올 운명과 반대의 것을 기대할 때 등장인물의 무지와 관객의 인지 사이에 대립해서 발생한다. 아이러니는 용어나 개념으로 생겨나기 전에 현상으로 존재했다. 아이러니란 말 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s)에서 ‘페리페테이아’(peripeteia)로 상황의 급 격한 역전이나 사태의 격변 뜻으로 나타나는데 현재 극적 아이러니의 뜻과 흡사하 다(1452). 또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등장하는 소크라테스의 ‘에이로네이아’(eironeia) 는 사람들을 속이는, 매끄러운 비열한 방법, 즉 변장 기술을 뜻하기도 한다. ‘에이 론’(eiron)은 부적격함을 가장함으로써 시민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자를 가리킨다. ‘에이론’은 회피적이고 얼버무리려 하며 적의(敵意)를 감추고 우의(友誼)로 가장 하고 자신의 행동을 거짓으로 나타내고 결코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현대에 ‘에이로네이아’는 수사학적인 용어로 아이러니한 칭찬(또는 비난)으로 비난(또는 칭찬)하는 뜻이 된다. 또 ‘이로니아’(ironia)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인물이 지니는 훌륭한 점잖고 품위 있는 가장(假裝)으로서 대화에서 비난의 요소는 거의 없다. ‘아이러니’란 낱말이 영어에 나타나게 된 것은 1502년이며 일반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8세기 초엽이다. 영어에는 아이러니의 시초로 볼 수 있는 말의 구어적인 관 용법이 풍부하다. 이를테면 ‘비웃음’(fleer), ‘조소’(flout), ‘우롱’(gibe), ‘조롱’(taunt) 등이 있다. 17~18세기에는 놀림, 희롱, 빈정댐, 야유 등의 말이 널리 쓰였고 문학 작품에서 아이러니 의미에 포괄된다. 아이러니를 연구한 린다 허천(Linda Hutcheon)은 아이러니의 복잡한 기능 (“The Complex Functions of Irony”)에서 아이러니를 궁극적으로 ‘의미론적 균형 행위’(semantic balancing act)로 보며 극적이든 비극적이든 또는 상황이나 운명, 낭만적인 요소를 지니든 “발언과 무언 모두를 포괄하는 “사이 속” 공간”(a space “in between,” comprising both the spoken and the unspoken)으로 간주한다 (219-20). 빅터 터너(Victor Turner) 역시 아이러니의 이 공간을 “관념과 관계가 발생하는 참신한 형태”(novel configurations of ideas and relations may arise)로 표현하여 대립하는 두 요소 사이에서 열린 공간성을 강조한다(97). 이를테면 아이 러니는 작품을 접하는 독자나 관객이 평가하거나 소통하는 행위로 “도전과 보존, 친밀함과 무심함, 이질성과 순응성, 소통과 회피와 관련된 수사의 복잡성”(the complexities of the trope that has been linked to both provocation and conservation, intimacy and detachment, heterogeneity and conformity, communication and evasion)에 한계점까지 도달해 단지 두 요소를 구분하거나 다 른 의미로 대체한다기보다 오히려 ‘뒤얽히게 하기’(complexifying)로 다양하고도 역설적인 의미를 창출한다고 볼 수 있다(232). 특히 명확한 표현과 해석에 도전하 는 양상을 띠는데, 아이러니는 상반되는 두 상황에서 한쪽 “편을 들고 결정을 내 리는 것을 서두르지 않음”(in no great haste to take sides and come to decisions) 으로 보기도 해서 상반된 평가와 해석에 다소 열린 시각을 보인다(Mann 173). 혹 은 “상호 배타적인 두 가지 선택에 직면했을 때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하는 한 사람 의 태도”(the attitude of one who, when confronted with the choice of two things that are mutually exclusive, chooses both)이자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음 을 말하는 또 다른 방법”(Which is but another way of saying that he chooses neither)으로 점점 영역이 확대되기도 한다(Chevalier 79). 이렇게 아이러니는 두 대립물이 공존하거나 상호 관계를 맺기에 역설, 모순, 이율배반, 부조리 등과 연결 되며 그 관계는 변증법적으로 작품의 해석, 평가, 이해를 변화시키는 토대가 된다. 포스트모던 사고방식의 대표적 특징으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있는데, 아이 러니 역시 궤를 같이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기보다는 불확실함이 내재적이고 본 질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있음을 인정”(an admission that there are times when we cannot be sure, not so much because we don’t know enough as because uncertainty is intrinsic, of the essence)하는 아이러니가 발생 한다(Enright 6). 아이러니가 생기는 대상의 의미와 이해 사이에 불안정하게 자리 잡고 있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의미와 이해가 변할 수 있음을 태생적으 로 내재한다. 또 “모든 아이러니는 어느 정도 수정 기능을 지니고”(all irony has some corrective) 풍자 개념도 “의도적으로 수정되거나 개선적”(corrective or ameliorative in intent)이기에 특히 교훈적인 내용의 문학 작품은 인간의 악이나 어리석음을 조롱하면서도 시대에 따라 정정하는 방식을 취한다(Muecke 4; Highet 56). 또 선과 악뿐만 아니라 긍정과 부정 혹은 “우등과 열등의 이중성은 모든 아 이러니의 거리 두기에 함축되어”(the superiority/inferiority dualism was implied in any ironic distancing) 대립하는 두 대상 사이의 거리 또는 공간에 수많은 의미 와 해석을 생성하며 명확한 구두점으로 끝내지 않고 새로운 이해를 끊임없이 창출 한다(195). 이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아이러니의 저장고’(reservoir of irony)를 미학적 언어의 기본이자 복잡다단한 예술 작품의 전형으로 간주한다 (147). <헤어질 결심>의 작가와 감독은 이러한 아이러니의 속성과 끝없는 해석의 다양성 그리고 궁극적 균형감을 노린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III. 인물, 소재, 음악 속 이분법과 아이러니

독특한 소재와 다소 실험적인 주제로 평가받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작품은 곰 곰이 생각해보면 사랑 이야기인 로맨스가 관통한다. 국제적으로 처음 인정받았던 <올드보이>는 금기시된 근친상간의 사랑이며 <박쥐>는 흡혈귀 소재의 불륜이고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환자들 간 사랑의 판타지이다. <아가씨>가 동성애 요소의 퀴어 로맨스라면 <헤어질 결심> 역시 피의자와 수사관 사이의 국제적 사랑 이야기다. <헤어질 결심>의 연인들인 해준과 서래, 산과 바다 의 배경을 둔 영화 내용의 1부와 2부, 빨간색과 청록색(파랑+초록)으로 대비되는 색감 등은 이 영화의 일관된 이중적 구조의 틀을 마련한다.

우선 캐릭터 이름에서 영화 내용을 암시하는데, 해준은 바다와 비슷한 또는 바다에 능숙한 듯한 이름이 연상되며 서래는 서쪽에서 온 외국인을 떠올릴 수 있다. 또 해준이 3년간 해결하 려 애쓰던 사건인 홍산오라는 범인의 질곡동 사건의 명칭을 보면 대립하는 의미들 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영화 전체에서 폭력, 죽음, 이별 등을 암시하는 빨간색 을 뜻하는 ‘홍’이 이름에 있고 그는 죽는 것보다도 감옥 가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애인을 위해 죽을 각오로 형사인 해준에게 잡힌다. 그가 사 는 동네이자 사건의 명칭인 ‘질곡’의 뜻은 차꼬와 수갑이고 몹시 속박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이므로 죽음의 공간을 벗어나기 어렵다. 해준의 아내인 안정안은 편안함이 연상되는 ‘안’이 두 글자나 있으나 공교롭게 도 항상 불안함을 안고 원전을 직장으로 두고 있다. 해준과 서래의 대화에서 중요 한 단어인 ‘붕괴’의 뜻은 영화 속 휴대전화 화면에 보이듯 ‘무너지고 깨어짐’이지 만, “불안정한 소립자가 스스로 분열하여 다른 종류의 소립자로 바뀌는 일 또는 불안정한 원자핵이 방사선을 방출하거나 스스로 핵분열을 일으켜 다른 종류의 원 자핵으로 바뀌는 일”이라는 물리학적 정의가 있기에(표준국어대사전) ‘붕괴’는 의 도적으로 선정된 단어로 보인다. 1부에 해준의 동료 형사인 수완과 2부에 동료 형 사인 연수라는 각 캐릭터의 행동과 연상되는 이름의 의미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 수완은 서래를 첫 번째 남편을 죽인 범인으로 계속 의심하는 반면, 연수는 서래를 두 번째 남편도 여읜 “불쌍한 여자”임에 공감한다. 수완이라는 단어는 “손목의 잘 록하게 들어간 부분”으로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을 뜻하는데, 캐릭터 수완은 고집스럽고 우직하게 형사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모습이므로 융통성과 외골 수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연수는 한자에 따라 많은 뜻을 지닌 단어가 발생하 는데, 우리가 흔히 듣는 교사나 사법 연수(硏修)는 “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음” 의 뜻이다. 캐릭터 연수는 두 남편을 잃은 가련한 과부로 서래를 감정적으로 불쌍 히 여기므로 역시 이성과 감성 영역에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또 연수(煙水)에는 <헤어질 결심>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소재인 안개를 떠오르게 하는 “수증기가 자 욱한 수면”을 뜻하기도 한다. 1부에서 서래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과 그 고양이에게 잡혀 죽은 까마귀가 등장한다. 죽은 까마귀를 묻어주며 서래는 “당신(고양이)이 먹으려고 살 <헤어질 결심>에 나타난 대립적 이분법과 아이러니와 번역 209 상하는 건 내가 뭐라고 못하죠. 근데 말이야, 내가 뭐 주니까 고맙다고 선물을 하 는 거라면… 그럼 됐어, 진짜로. 나에게 꼭 선물을 주겠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 장을 내게 가져다주세요”라고 중국어로 혼잣말한다. 나중에 녹음된 내용을 번역기 를 통해 들은 해준은 ‘심장’이라는 미묘한 단어의 뜻을 묻고 서래는 ‘(사랑하는) 마음’(愛心)의 뜻임을 밝힌다. 영어자막의 표현으로는 심장이나 마음이 모두 ‘heart’이므로 해준이 물을 때의 ‘심장’은 ‘head’로 표현해서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신체적 부위를 원하는 것이냐는 의도로 번역자가 단어를 고른 듯하다. 서래가 녹 색 양동이로 1부의 까마귀와 2부의 자신을 땅에 묻은 점을 고려하면 고양이와 까 마귀 관계는 어렴풋이 해준과 서래를 상징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동물은 2막의 시작을 알리면서도 해준의 불면증을 치료할 때 언급되는 해파리다. 잠 못 자는 해준이

“정말로 내 심장이 갖고 싶어요? 그걸로 뭐 하게요?”라고 묻자 서래는 번역의 오해를 “마음”으로 풀고 다음과 같이 미 해군 수면법을 구사한다. 내 숨소리를 들어요. 내 숨에 당신 숨을 맞춰요. 이제 바다로 가요. 물로 들어가요. 당신은 해파리예요. 눈도 코도 없어요. 생각도 없어요. (이후 중국어로) 기쁘지도 슬 프지도 않아요. 아무 감정도 없어요. 물을 밀어내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밀어내요. 나한테. Listen to my breathing. Match your breathing and mine. Now you go in the sea. You go deep. You are a jellyfish. You have no eyes or nose. You have no thoughts. No joy, and no sadness. You feel no emotion. As you push away the water, you push away all that happen today to me.

해준의 의식을 해파리 한 마리로 만들어 깊은 바다로 보내 잠들게 하고 싶은 서래의 마음과 “건전지처럼 내 잠을 빼 주고 싶은” 만큼 해준의 숙면을 바라는 그 녀의 마음은 물론 사랑일 것이다. 워낙 박찬욱 감독이 언어유희를 선호하는 편이 고 <헤어질 결심>은 시적인 대사가 중국어나 우리말로 펼쳐져 있어 해파리의 이 미지를 과하게 해석해보려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해파리를 ‘해타’(海鮀) 라 쓰고 속명을 ‘해팔어’(海八魚)라 명명한다. 해타는 바다의 모래무지란 뜻이고 ‘타’는 뱀을 뜻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즉 해파리 몸에 길게 늘어진 촉수가 뱀처럼 보여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영어로는 ‘jellyfish’인데 물고기 종류가 아니므로 ‘sea jelly’나 학명으로 ‘medusa’로 지칭하는 특이한 동물이다. 메두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연인이자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인 코린토 스에서 대지의 여신이므로 산에서 바다로 간 서래가 생각나는 소재다. 또 주목할 표현은 ‘해팔어’의 팔(八)로 숫자 8뿐 아니라 ‘나누다, 여물다, 익다’ 뜻을 지닌다. 네 손가락씩 두 손을 편 모습에서 본뜬 상형 글자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 여덟의 ‘여’는 ‘여물다, 익다’이고 여물고 익은 것은 ‘완성’ 또는 ‘마침’을 뜻하는데, 한자 에서 열십(十)자와 관련이 있다. ‘덟(덜)’은 ‘미치지 못한, 충분하지 않은’을 뜻하는 미완성으로 여덟을 길하게 여기는 중국과는 달리, 서래가 문맥상 특이하게 표현했 던 부사 “마침내”와 의심과 관심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해준과 미완의 사랑 이야 기임을 함축한다. 또 영어나 한국어에서 물고기라는 뜻이 어울리지 않게 포함된 해파리는 피의자와 수사관의 기묘한 사랑과도 맞닿는다. 보통 사람들이 오해나 곡 해할 여지가 충분하거나 예기치 않은 사건의 관점에서 그렇다. 해파리 이미지만큼 이중성과 아이러니의 요소를 지닌 소재는 카발란이라는 위 스키다. 기도수가 산행하며 ‘휴대용 술병’(hip flask)에 담아 마셨던 위스키를 살해 된 현장에서 해준이 그 술을 맛보는 장면에서 처음 위스키가 등장한다. 이어 서래 의 집 선반에 놓여 있던 위스키 한 병이 보이는데, 아마도 기도수가 출입국 관리 사무소 직원이기에 면세품으로 사거나 뇌물로 받을 법한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 소 셰리’(Kavalan Solist Oloroso Sherry)로 대만에서 제조된 싱글몰트(single malt) 위스키다. 대부분 싱글몰트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처럼 기온이 낮은 고위도 지역에 서 생산되는데 대만산 카발란은 당대 상식을 뒤집은 위스키로 유명하다. 이 위스 키의 제조 과정은 대략 ‘몰팅-당화-발효-증류-숙성-병입’이고, 특히 중요한 숙성 과 정은 술을 오크통에 담아 여러 해에 걸쳐 풍미가 서서히 스며들고 숙성하는 작업 이다. 참나무로 된 통 안의 술은 조금씩 증발하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를 ‘엔젤 스 셰어’(Angel’s share)라 부르며 술을 마시는 인간이 아닌 천사의 몫으로 보내준 다는 낭만적인 뜻을 담는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는 1년에 약 2~3%의 위스키가 증발하고 버번 위스키로 유명한 미국과 탄산수를 위스키에 섞는 하이볼로 인기가 있는 일본은 5~10%에 달하는 엔젤스 셰어를 감내한다. 아열대 기후인 대만은 15% 이상의 증발률을 버티는 대신 오랜 숙성이 아니어도 고품질의 위스키를 만들 어 전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인정받는다. 특히 2017년에는 런던 국제주류품평회 (London International Wines & Spirits Competition)에서 올해의 최고 위스키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비평가가 영화제작사인 모호필름에 연락해서 확인한 바로는 기도수라는 캐릭터가 분명 대중적인 스카치위스키인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 블루 보다는 대만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찾아 마실 정도로 충분히 위스키에 진심임을 내 포함을 전한다(정인성). 아울러 박찬욱 감독도 카발란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위스 키 중 하나라고 말하며, 이 위스키를 한국에 정식 수입하는 업체가 영화를 협찬하 기도 했다. 따라서 역설과 반전의 뉘앙스가 있는 카발란 위스키는 해준과 서래의 아이러니 요소가 가득한 사랑에 어울리는 소재다. 위스키는 맛뿐만 아니라 향기와 풍미가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해 준의 후각과도 관련을 맺는다. 그는 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의 현장이나 시체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눈 뜬 시체가 사건 현장의 절반이며 그 눈을 보며 범인을 꼭 잡겠다고 다짐하지만, 오히려 자신은 피 냄새가 두렵다고 서래에게 고백한다. 또 해준이 서래를 처음으로 심문할 당시 화장실에서 향수를 뿌린 서래의 냄새를 의식적으로 들이마시며 호감인 듯한 인상을 풍긴다. 불면증을 해소하려고 해준이 서래를 따라 했던 행동은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들이쉰 모습이다. 위스키를 포함하 여 후각적 요소는 해준의 경찰이라는 직업적 자부심과 정안과의 부부 생활에 작은 틈이자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서래는 이 틈으로 자신을 존중해준 해준의 품위에 자신만의 사랑으로 응대한다. 위스키를 맛보았던 해준처럼 서래도 광안대교가 보 이는 새로운 집에서 그리고 영화 결말에 해안 구덩이 안에서 술을 마신다. 영화 속 초록색 병으로 보이는 술로 각본에 따르면 이과두주라는 한국인에게 소주 같은, 흔한 중국인의 주류다. 위스키보다 훨씬 저렴하고 저품질의 술이지만, 녹색 병의 술은 서래에게 해준의 품위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이자 그를 붕괴되지 않게 지키고 픈 서래의 마음을 반영한다. 또 초록색은 해준을 향한 서래의 마음 내지는 그녀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어서 그녀의 노트, 알약, 드레스, 벽지까지 청록색으로 가득하다. 반면 대립적인 붉은 색은 죽음 또는 서래가 얻어맞을 때 입었던 드레스 색깔 로 폭력뿐만 아니라, 석류를 손질하여 담아두고 헤어지는 상황에도 챙기는 정안의 정체성 또는 해준과의 이별로도 연결해볼 수 있다. 서래의 드레스나 집안 벽지 색깔로 대표되는 청록색은 영화 내용처럼 누군가 는 파란색으로 누군가는 초록색으로 보인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한 사람에게 다가가면 또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다. 색을 통해 그런 점을 시각화하고 싶 었다”고 말한다(김희경). 서래의 미묘한 사랑이라는 감정과도 연결되는 이 색깔은 영화의 OST이자 기도수가 산행에서 들었던 클래식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5번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를 떠오르게 한다. 기도수는 구소산을 오 를 때 유튜브로 방송하며 암벽을 오를 때 말러의 교향곡을 4악장까지 듣고 정상에 올라 마지막 5악장을 듣고 내려온다고 말한다.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은 간절한 사랑과 함께 죽음이 떠오르는 곡으로 유명하다. 또 기도수를 살해한 범인이 서래 임을 알게 된 해준이 자신을 자책하며 스스로 붕괴되었다고 괴로워하자 서래가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라고 말할 때도 말러의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나온다. 감독은 이 곡에 대해 “이 곡 말고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음”을 말하며 영화와 말러의 교향곡이 사랑과 죽음 그리고 서래와 해준 사이의 간절함과 애절함 에 어울린다고 여긴다(심광도). 4악장 아다지에토는 말러가 연인 알마(Alma Maria Mahler)를 위해 작곡한 곡이고,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장례식장에서 번스타인 의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이 곡을 연주한 이후 추모곡으로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말러가 알마에게 “그대를 향한 그대를 위한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습니다”라 는 편지와 함께 이 교향곡을 바치며 결혼했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녹록하지 않 았고 장녀 마리아가 병으로 사망했으며 본인도 심장병을 앓게 되어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서남저널). 영화 속 대사처럼 심장을 내줄만한 품격 있는 남자 와 단 한 번도 따뜻한 마음을 가져보지 못한 여자의 비극적 사랑의 교차점을 표현 한 말러의 곡이기에 서래와 해준의 감정 교류에 어울린다. 아다지에토는 아다지오 보다 약간 빨리 연주하라는 지시어인데 슬프지만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 먹먹함에 서 변장과 같이 감추는 아이러니의 성질과 관련이 있으며 사랑과 죽음의 역설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음악으로 보인다.

IV. 대사, 배경, 구성의 이분법과 아이러니

이동진 평론가는 <헤어질 결심>에 “파란색으로도 보이고 녹색으로도 보이는 그 옷처럼, 미결과 영원 사이에서 사무치도록”이라는 한 줄 평을 남기며 영화 <곡 성> 이후 6년 만에 만점을 부여한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일곱 가지의 키워드로 영화의 주요 생각할 거리를 소개하는데, 1. 안개와 드레스, 2. 잠복과 데이트, 3. 말씀과 사진, 4. 질곡동 사건, 5. 구소산과 호미산, 6. 미결 사건, 7. 휴대폰 2개가 그렇다(이동진). 4번의 질곡동 사건은 <헤어질 결심>의 (서래와 해준) 사건 속 (해 준이 맡았던) 또 다른 사건이고 6번의 미결 사건은 바로 해결 사건의 반대 상황이 므로 모두 뽑아놓은 키워드에는 두 대립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 를 거칠게 말하면 한 남자가 산에서 만난 여인이자 범죄자를 바다에서 이별하는, 2부로 된 내용이기에 상치되는 두 구도는 필연적이다. 또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한 형사의 구역에 와서 2명의 남편을 죽인 여자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정서경 작가에게 제안했음을 밝힌다(을유문화사). 피의자와 수사관이라는 대립의 캐릭터가 산과 바다를 두고 상반되는 감정과 역설적인 상황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헤어질 결심>은 아이러니의 진면목을 발휘한다. 1부의 배경은 부산이며 2부의 배 경은 이포라는 안개로 유명한, 가상의 도시이다. 영화 속에서 들려주는 노래이자 OST 중 하나인 정훈희의 “안개” 가사는 이포뿐만 아니라 서래와 해준의 미묘하고 도 애타는 마음을 반영한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생각하면 무엇하나 지나간 추억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I walk alone on this foggy street Sometime ago, you were so sweet and your shadow too It is no use of thinking about the memory of the past Still, I’m eagerly longing you in my heart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노래가 담긴 휴대전화로 인해 해준은 서래가 기도 수를 살해한 범인임을 알게 된다. 또 이포의 한 시장에서 해준과 정안 부부는 재 혼한 서래와 해후하는데, 이때 정안이 “안개는 사람들이 여길 떠나게 하는 이유지 오게 하는 이유는 아닌데”라며 서래를 경계한다. 실제 부산과 가까운 포항이 연상 되는 도시에 떠나거나 오게 하는 “이유”를 붙여 도시를 “이포”로 작명한 듯하다. 후에 서래는 “난 해준 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라고 말함 으로써 만나기 위해 미결 사건을 만들려는 서래의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반 대로 해준은 헤어지기 위해 1부의 첫 살인을 자살로 바꿔 해결 사건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서래가 해준에게 그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하자 해준이 언제 그랬냐고 반문하는 내용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사랑의 형태를 본 서래를 엿볼 수 있 으며 분명 사랑의 감정이 있음에도 의심이라는 안개로 사건 내지 서래와의 만남을 덮은 해준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서로 간의 어긋남이 발생하며 둘 사이의 의 심과 관심이 교차하다가 “헤어질 결심”은 서래가 해준을 다시 만나려는 결심이 되 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또 다른 대조이자 균형 구도가 생기는 영화 속 배경은 1부의 구소산과 2부의 호미산이다. 전자는 기도수가 올랐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곳이고 후자는 해준이 서 래 어머니의 유골을 뿌린 곳이다. 사실 서래가 한국에 온 이유는 그녀가 외할아버 지로부터 물려받을 산이 한국에 있다는 어머니의 유언 때문이다. 1부는 산에서 벌 어진 자살을 가장한 살인사건이며 2부는 바다에서 벌어진 살인자의 자살 사건으로 귀결된다. 구소산은 서래를 사랑한다고 볼 수 없는 남편 기도수를 상징하는 산이 라면 호미산은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으나 자신의 것이라 굳게 믿는 곳으로 마음속 사랑하는 연인 해준을 상징하는 산일 수 있다. 또 구소산에서 서래가 기도수를 절 벽에서 밀어 추락하게 했지만 호미산에서 서래는 어머니의 유골을 절벽에서 뿌리 는 해준을 떠밀지 않고 뒤에서 안아준다. 호미산의 장면에서 서래의 범죄 사실을 <헤어질 결심>에 나타난 대립적 이분법과 아이러니와 번역 215 안 해준은 서래가 자신을 산 아래로 떠밀 것이라 각오하는 표정에서 관객들에게 긴장감이 발생하지만 서래의 껴안는 행동으로 반전을 유발한다. 서래는 외조부에 게 물려받은 산해경(山海經)이라는 중국의 고대 지리서에 애착을 갖고 간병인 으로 근무할 때 노인에게 읽어주거나 이 책에 한국어 풀이를 공들여 적어놓는다. ‘산해경’은 ‘산과 바다의 이야기’”로 번역할 수 있고 구소산 사건과 이포바다 사건 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한국의 ‘산해경’이 되며, “경(經)으로 표현된 책은, 중요하 고 신성한 내용을 담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화에서 표현된 살인과 사랑의 두 스 토리는, 영원히 남을 경(經)이라는 암시”가 될 수도 있다(이빈섬). 산과 바다, 자살 과 피살, 살인과 사랑 그리고 중국과 한국까지 <헤어질 결심>은 부단히 이중성과 아이러니의 긴장 관계를 늦추지 않는다. 용의자인 서래와 형사인 해준 사이의 관찰과 관심은 상호보완적이자 역설적인 효과를 낳는다. 수사관이 용의자를 감시하려는 목적은 범죄의 증거나 나쁜 행동을 포착하기 위함이다. 해준의 잠복근무를 통한 감시 행위는 오히려 서래에게 안정감 을 주며 혐의가 일단락된 후로는 해준의 불충한 잠을 채워준다. 사랑과 존중을 받 고 싶던 서래나 수면 부족과 안구 건조를 겪는 해준은 서로 일상에서 가장 기본적 인 결핍 상태를 채워주는데, 이를 실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상대방을 오랜 기 간 관심을 두고 관찰하기 때문이다. 용의자 상태였던 서래가 질곡동 사건의 또 다 른 용의자를 잡으려고 간 해준을 차로 따라가 체포 현장에서 해준을 대견하게 바 라보고 이에 해준도 뿌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장면 역시 일종의 형사 영 화의 역설적 로맨스로 볼 수 있다. 또 해준이 서래를 경찰서에서 처음 만나 기도 수의 살인 현장을 설명하려 할 때 시체 상태에 대해 “말씀으로 해드릴까요? 아니 면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여드릴까요?”라고 묻는 상황에서, 서래가 처음 “말 씀”이라고 하자 해준은 약간 실망한 눈치였지만 곧바로 서래가 “사진”으로 말을 바꾸자 해준은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해준과 서래는 시체와 같은 끔찍한 사진에 개의치 않으며 둘 다 바다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해준의 아내인 정안 은 “나는 당신만 있으면 행복한데 당신은 나만으로 부족하고 살인이 있어야 되고 피가 있어야 되잖아”라고 말하며 사건에 집중하고 해결하는 자신에 자부심을 느끼는 해준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정안 자신만의 계획에 어긋남이 없길 기대한다. 서 래의 첫 남편인 기도수도 서래의 몸을 포함하여 물건마다 자기 이름의 첫 글자를 새길 정도로 교감하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사랑이라기보다 소유욕에 가까운 부부 관계를 보여준다. 서래의 둘째 남편인 임호신도 말로만 사랑한다고 표현할 뿐 흡 연하는 서래를 다그치며 해준과의 녹음 파일로 정안에게 협박을 시도한다. 요컨대 정안, 기도수 그리고 임호신은 배우자를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만 서래와 해준은 연인을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여긴다고 볼 수 있다. 대립적이면서도 병렬적인 영화 속 소재는 미결 또는 해결 사건 그리고 사건의 증거가 되는 휴대전화 2대이다. 1부에서 해준은 처음에 서래가 무고하게 의심을 받았다고 확신하고 사랑의 싹을 틔웠으나 “마침내” 남편을 죽인 진범이 서래임을 알게 된다. 결정적 증거는 서래와 할머니와 바꾼 휴대전화였고 해준은 서래에게 휴대전화를 바다에 버리라면서 둘의 연애는 종료된다. 13개월 후 이포 배경의 2부 에서 해준은 사랑했던 그녀가 범인이고 수사관인 자신이 범인을 은폐했다는 사실 에 자책하며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는다. 이어 서래의 둘째 남편인 임호신이 피살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해준은 대체 이포로 왜 왔느냐며 서래를 다그친다. 이 질문 은 이포로 남편을 살해하러 왔는지를 표면적으로 묻기도 하지만 서래가 사랑하는 해준을 보려고 왔는지를 묻는 속셈이 있다. 또 서래는 해준에게 받았던 휴대전화 를 다시 해준에게 돌려주며 해결된 1부의 사건을 미결 사건으로 바꾼다. 서래에게 해준과의 애틋한 감정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건을 만들거나 해결된 사건 을 미결로 되돌려야 한다. 서래는 바다에 던지라는 휴대전화 대신 자신을 바닷속 에 던지며 “이제 내 사진을 붙여놓고 잠도 자지 못한 채 계속 내 생각만 하게 될 거야”라며 자신과의 사랑도 미결 상태로 만든다. 사건의 미결과 사랑의 미결은 서 래에게 오히려 사랑을 진행형이자 영원으로 확장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해준이 “당신은 정말 훌륭한 사람인데 왜 엉망진창인 남자들과 결혼합니까?”라고 묻자 서 래는 “다른 사람과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이라 답하는데, 이 대답은 해준을 사 랑해서 역으로 당신과 헤어지려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결혼했다는 뉘앙 스를 지니며 결국 서래는 사랑하는 해준과 헤어지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부에서 증거가 된 할머니의 것과 바꿔치기한 휴대전화는 서래에게 불리한 증 거였다면 2부에서 임호신이 남긴 휴대전화는 서래와 해준의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서 해준에게 불리한 증거이다. 해준이 서래에게 버리라고 했던 1부에서 휴대전화 는 2부에서 붕괴되기 전 상태로 돌아가라며 다시 해준에게 돌아오고, 서래는 해준 과의 대화가 녹음되어 있던 또 다른 휴대전화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영화 결말에 서 두 휴대전화 모두 해준에게 돌아온다. 서래는 1부에서 사랑을 위해 버려야 할 범죄 증거는 돌려주고, 2부에서 사랑을 위해 간직하고픈 증거는 마음에 묻고 바다 에 버리는 모습에서 범죄자 체포와 사랑의 대화 사이에 역설의 장면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소재, 캐릭터, 이미지, 대사 등 시적인 요소로 가득해서 인지 책으로 각본을 출판했다. 을유문화사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감독은 정서경 작 가와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 심>까지 작업했으며 대체로 모호한 부분은 감독이 제시하고 명확한 부분은 작가가 담당함을 밝힌다(을유문화사). 감독과 작가의 작업 구성에서 이분법적 접근 방식으 로 보인다. 감독이 서래는 산에 살았는데 본래 바다에 속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일 종의 귀소본능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작가는 해준이 지옥과 이승 사이에서 아내를 찾아 헤매는 오르페우스(Orpheus)처럼 다니며 연인을 찾으려 애쓰지만 자기 자신 을 찾아 헤매는 인물로 본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으나 결말 후보 중 하나로 재수 사하라는 서래의 말을 듣고 해준은 감찰반에 심문을 당하고 징계를 받는 내용으로 서래가 당한 상황과 병렬을 맞추려고 했지만, 그들이 의도한 것은 인간의 일보다 는 자연의 일로 보이기 위해 삭제했음을 밝힌다. 감독과 작가의 오랜 협업을 참작 한다면 뭔가 독특하고 기묘한 대사의 표현이 독자의 뇌리에 남는다. 2부에서 해준 이 이포에 온 서래를 독대하며 이곳에 온 이유를 물을 때 “나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아요, 그거 참 공교롭네. 송서래 씨는 뭐라고 할 것 같아요?”라고 빈정거린다. “공교롭다”는 “생각지 않았거나 뜻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건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 뜻으로 영어자막을 담당한 달시 파켓(Darcy Paquet)도 ‘coincidence’란 단어로 번역한다. 영어는 ‘우연’과 ‘동시 발생’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한글은 ‘공교(工巧)’에서 우연 말고도 ‘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는 뜻이 있다. 즉 우연과 필연의 대립적인 뜻을 모두 포괄하는 표현 이다. 사실 서래가 이포에 온 과정은 아무리 기묘해도 치밀하며 정교하기에 “공교 롭다”는 낯선 표현이 적절한 대사로 보인다. 또 이어지는 해준이 서래에게 사랑스 럽지만 다그치는 대사에 아이러니를 발생하는 표현이 있다.

내가 왜 서래 씨 좋아하는지 궁금하죠? 아니, 안 궁금하댔나? 서래 씨는요, 몸이... 꼿꼿해요. 긴장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똑바른 사람은 드물어요. 난 이게 서래 씨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You’re curious why I like you, right? Or did you say you weren’t? Seo-rae... your body is very upright. Few people have such posture unless they’re nervous. I think it says a lot about you.

‘upright’로 번역된 ‘꼿꼿하다’는 ‘물건이 휘거나 구부러지지 아니하고 단단하다, 형용사 사람의 기개, 의지, 태도나 마음가짐 따위가 굳세다’는 뜻이고 영어도 자세 가 똑바르고 수직으로 세워둔 느낌이나 정직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한글 뜻에서 ‘꼿꼿하다’는 형용사로 ‘어려운 일을 당하여 꼼짝할 수가 없다’라는 뜻이 있다. 물 론 대사 내용에서 해준은 서래의 솔직하고 올곧은 분위기를 전달한 것이지만, 단 어의 뉘앙스에서 사랑에 빠진 서래가 해준을 찾아갈 방법은 사건을 일으키는 밖에 없는 절실함을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독특한 단어 선정뿐만 아니라 말장난과 같 은 언어유희와 이중적인 의미도 <헤어질 결심> 대사에 많이 보인다. 서래가 “사이 는 됐고 이사나 가자”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해준이 아내의 직장을 설명하며 “사실 원전 완전 안전하거든요”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후자에서 “원전 완전 안전”을 영 어로 “clearly cleaner nuclear”로 언어유희를 십분 살린 번역가에게서 <기생충>을 번역했던 내공을 느끼게 한다. 또 처음 해준이 기도수의 휴대전화에 잠금이 설정 되어 아내인 서래에게 “패턴을 알고 싶네요”라고 물을 때, 짧은 침묵이 발생하는 데, 말 그대로 휴대전화 화면을 볼 수 있도록 잠금 설정을 푸는 패턴을 묻기도 하 지만 호감이 있으니 “당신의 삶의 방식을 알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로도 충분히 읽힌다. 비슷한 논리로 해준이 서래를 만난 후 집에 돌아와 아내인 정안이 “피웠네, 피웠어”라고 다그치는 장면도 있다. 역시 이 대사 후 잠깐의 침묵 후에 “담배”라 고 정안이 외치긴 하지만, 서래가 피웠던 담배의 냄새이며 바람을 피웠다는 뜻을 충분히 암시한다. 또 다른 장면에서 서래 부부와의 만남 후에 해준이 “괜한 사람 많이 의심하네. 그러니까 사람들이 우리 싫어하지”라고 말하자 정안이 “우리?”라 고 반문하는데, 역시 조금 정적 후에 해준이 “경찰”이라고 답하지만, 이는 서래와 해준을 뜻하는 “우리”로 충분히 이해해볼 만하다. 또 해준과 서래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해준은 서래를 보고픈 마음에 “가볼까요? 지금”이라고 묻지만 서래는 자신이 돌보는 할머니에게 가준다고 생각하고 감사를 표하지만 해준은 허 탈해한다. 언어 소통과 생략이 낳은 오해로 이 또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영화의 예고편에 등장하여 관객의 기억에 많이 남는 대사인 해준의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와 서래의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는 각각 ‘pushover’와 ‘wicked’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전자는 동사로 ‘쓰러뜨리다’나 ‘넘어뜨리다’ 뜻이라 쉽게 의지나 행동이 꺾이는 사람이나 쉽게 영향을 받아 조종하기 쉬운 사람으로 형용사를 명사로 바꿨으며 시쳇말로 ‘호구’가 연상되는 단어다. 온통 서래만을 떠 올리며 다시 불면증을 겪는 해준에게 딱 들어맞는다. 후자인 ‘wicked’는 ‘못된, 사 악한’ 뜻도 있지만 ‘짓궂은, 장난기 있는’ 뜻이 있어 이포에 의도적으로 온 서래의 의지와 계획적으로 그녀가 이포에 왔다고 느끼는 해준의 감정에 ‘bad’, ‘evil’, ‘wrong’보다도 ‘wicked’가 적절한 단어 선택으로 보인다. 임호신의 명함에 이름의 첫 글자를 활용하여 “임자를 만나, 호기를 잡아라, 신세계를 열어라”라는 자기 홍 보 문구가 있는데, “IM for impactful investment, HO for hot tips, SIN for single greatest analyst”(영향력 있는 투자, 묘책, 유일한 가장 멋진 분석가)로 역시 잘 영역된 경우다. 그러나 노래 “안개”를 불렀던 가수를 언급할 때 ‘트윈폴리오’를 굳이 영어로 ‘송창식’으로 번역하거나 “항문 좋아하는 애널리스트 아니구요”라고 임호신이 농담할 때 ‘항문’을 ‘anal’로 하지 않고 ‘rear ends’라고 표현한 이유는 의문이다. 놀라운 건 해준에게 이혼을 선언하는 듯 정안이 이주임과 함께 집을 떠 220 성 창 규 나는데, 이주임을 ‘manager Lee’가 아니라 발음이 비슷한 ‘June’을 쓴다. 이 단어 는 6월이자 여성을 보호하는 결혼의 여신 주노(Juno)를 뜻하기에 번역가도 아이러 니와 역설의 상황을 박 감독이 잘 활용하고 있음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칸 영화제에서 어느 기자가 박찬욱 감독에게 이 영화는 50%의 수사 드라마와 50%의 로맨스 영화라고 표현하면 되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감독의 대답은 “100%의 수사 영화와 100%의 로맨스 영화라는 말이 더 낫겠습니다”였고 여러 번 이 영화는 수사물인 동시에 로맨스물이라고 밝힌다(이주형). “동시에”라는 표현에 감독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수사관이 용의자와 맺는 관계를 다루는 필름 누아르를 보면 보통은 장르적 속성에 따라 어떤 결말로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장르적 속성은 절반까지만 쓰고 그 다음부터는 거기서 벗어나서 새로운 이야기로 가보려고 했던 제 의도와 관계가 있 습니다.” ...... “

<헤어질 결심>은 폭넓게 말해서 필름 누아르라고 할 텐데 이런 류의 영화가 사실 흔하잖아요. 형사와 아름다운 여성 용의자와 밀고 당기고 두뇌 게임을 한다, 이런 얘기는 <원초적 본능>도 있고 많지 않습니까? 장르의 관습이 있고 관객이 기대하 는 바가 있을 텐데, 저는 이 영화가 절반 이상 지날 때까지는 관객은 자기가 보고 있는 영화가 그런 영화일 거라고 짐작하리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관객을 오도한 뒤 에는 ‘아,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는 다르게 흘러가는구나’하고 관객이 깨닫게 했을 때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팜므파탈이라고 단정했던 탕웨이에 대해 서는 미안한 마음까지도 들 것 같았어요.” (이주형, <헤어질 결심> 기자간담회)

박찬욱 감독은 처음부터 시나리오의 주제를 정해서 영화를 제작하지 않고 대 략의 큰 틀을 잡고 정서경 작가와 함께 플롯 및 캐릭터부터 소품, 의상, 세트, 음 악 등 다양한 변수를 섬세하고 선택하고 배치하고 조화를 추구한다. 그는 어떤 큰 주제에서 영화를 시작한다기보다 장면과 대사 등에서 이전의 다른 영화가 연상되 는 지점과는 차별화를 두기에 영화의 디테일로 유명한 봉준호 감독과는 결이 다르 다. 박 감독은 예전에 영화 평론을 할 만큼 영화적 식견과 이해도가 폭넓기에 이 미지, 배경, 음악, 촬영 기법 등 다양한 영화적 장치에서 특정 장르가 연상되기도 하고 관객들이 저마다 어느 연출과 효과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감상과 평이 엇갈린다. 이 영화적 장치와 기법에서 감독은 항상 대립적인 요소가 주는 반전 또는 예 상하거나 기대할법한 상황의 반전, 역설 혹은 아이러니를 체화한 듯하다.

V. 결론

영국의 철학자인 T. E. 흄(Thomas Ernest Hulme)은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Romanticism and Classicism”)에서 두 문예사조의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진지한 개념에 맞서 아이러니는 재치(wit)와 함께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문학적 즐거움을 주는 요소임을 밝힌다. 이에 영향을 받은 엘리엇(T. S. Eliot)을 포함한 미국의 신 비평 작가들이 아이러니를 그저 우습고 장난스러운 저급한 장치가 아니라 예술을 무겁고 엄격한 영역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언어와 상황 그리고 작가와 독자 사이의 은유와 역설적 관계로 확대하는데, 박찬욱 감독도 그 흐름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은 캐릭터, 배경, OST, 소품부터 인물의 대사와 상황에 이르기까지 언어적 아이러니로 점철되어 있다. 영화 속 여러 인물과 사물에 대한 기표와 기의 사이에 상충에서 오는 긴장, 역설, 모순 등으로 드러나며 “마침내” 인 간 존재가 지니는 운명적인 모순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두 대립적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듯하다. 특히 ‘공교롭다’와 ‘꼿꼿하다’라는 표현은 단어 자체가 지닌 이중 성으로 역설적 효과를 발휘하고 특정 위스키나 해파리 같은 소재도 영화 속 아이 러니에 일조하는 소재로 보인다. 또 죽음, 폭력, 이별 등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사 랑, 관심, 만남 등을 상징하는 청록색도 대비되어 영화의 분위기를 일정 부분 담당 한다. 아울러 1부와 2부로 나뉜 <헤어질 결심>은 산과 바다, 서래와 해준, 수완과 연수, 기도수와 임호신 등 여러 대조군으로 비교할 수 있어서 둘 사이에 구조적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캐릭터와 배경 등의 상황적 아이러니와 역설이 파생되며, 문학 작품의 극중극처럼 보이는 질곡동 사건이 서래의 사건에 암시와 징조로 나타 나며 서래와 해준의 사랑 과정에 관심과 관찰의 요소로 작동한다. <헤어질 결심>은 단지 이분법적 대립의식으로 배치한다기보다 감독의 수사물이자 동시에 로맨스 라는 언급처럼, 하나의 대상이나 표현에 두 개의 대립 요소를 모두 지녀 역설적으 로 진실을 드러내는데 특화된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상상과 현실을 상호 작용하는 채로 겹쳐서 표현하는 연출은 <올드보이>부터 시작하며 여전히 <헤어질 결심>에서도 목격된다. 대체로 영화감독이 작품의 큰 주제와 이야기를 조목조목 구성해서 공든 탑을 쌓듯 영화를 제작하는 방향과는 사뭇 다르게 <헤어질 결심> 의 감독과 작가는 수사물과 로맨스를 결합한 상황에서 소재, 상황, 대사 등을 치밀 하게 배치하여 결과적으로 구성력이 탄탄한 작품으로 조립하는 모양새를 차린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을 펼치고는 테두리를 처음에 맞춘 후 비슷한 계열의 색을 지닌 퍼즐을 분류해두고 하나하나 끼워 맞춰보며 부분부분 완성해가 다가 오랜 시간 끝에 “마침내” 큰 퍼즐을 완성하는 상황처럼 말이다.

주제어: 이분법, 아이러니, <헤어질 결심>, 박찬욱, 번역

Works C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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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on Contributor: Changgyu Seong is a professor at the Department of English Education, Mokwon University, Daejeon, Korea. His research interests include modern British, Irish and American poetry and short stories. He runs a channel on Youtube called “Time to Study English Poems (영시할시).” and does a potcast channel called “English Poems While We are Living (살다보니영미시).”

<ABSTRACT>

Opposite Dichotomy, Irony and Translation in Decision to Leave

Changgyu Seong (Mokwon U)

The paper examines the notion of irony and its literary effects, and then considers the opposite dichotomy of the film, Decision to Leave, which is a mountain and sea story between a man and a woman, in terms of characters, objects, props, settings, and OST. It also analyzes the paradoxes and ironies that arise from the fissure between the opposing dichotomies in the film’s framework, lines, and plot. Director Park Chan-wook expands irony from a lowly, playful device to a metaphorical and paradoxical relationship between language and situation, and between author and reader, as opposed to viewing art as a heavy and serious theory like American writers in new criticism, including T. S. Eliot. The tensions, paradoxes, and contradictions that emerge from the signifier and the signified of various individuals and objects “finally” disclose the fateful inconsistency of human existence and seem to balance the two opposing elements. Due to their dichotomous properties, the Korean words “coincidence” and “upright” have a paradoxical impact, and materials such as whiskey and jellyfish appear to contribute to this effect. The contrast between red, which represents death, violence, and separation, and blue-green, which represents love, interest, and meeting, also plays a part in the film’s atmosphere. As the film is divided into its first and second sections, it can be compared to several opposing groups, such as mountains and seas, Seorae and Haejun, Suwan and Yeonsu, and Ki Dosu and Im Hoshin, thereby creating structural irony. Rather than simply being placed in a dualistic opposition, Decision to Leave elaborately discloses the truth paradoxically by combining opposing elements in a single object or expression, such as Park’s reference to it being both an investigation and a romance simultaneously. The director and screenwriter appear to meticulously arrange characters, materials, setting, and dialogue, resulting in a dense and substantial film.

Key Words: dichotomy, irony, Decision to Leave, Park Chan-wook,

Received: Feb 27, 2023 / Reviewed: Mar 08, 2023 / Accepted: Mar 10, 2023

 

헤어질 결심에 나타난 대립적 이분법과 아이러니와 번역 (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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