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 1595-96년)을 두고 르네 지
라르(René Girard)는 “셰익스피어의 성숙한 걸작 중의 첫 번째 작품”(29)이라고
상찬한 바 있다. 자신의 독특한 욕망이론에 기초하여 한여름 밤의 꿈 을 설명
하는 지라르는, 등장인물의 갈등관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모방의 욕
망’(mimetic desire)—흔히 ‘욕망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타자의 욕망에 대한 욕
망—을 근거로 하여 그와 같은 평가에 도달한다. 한여름 밤의 꿈 이 셰익스피
어 20여년 극작가 경력에서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는 초기의 걸작이라는 지라르
의 평가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그러나 필자는 그의 초역사적 욕망이론과는 사
뭇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한여름 밤의 꿈 의 성취가 설명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한여름 밤의 꿈 이 탁월한 점은 그것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던 동시
대와 맺는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은 1590년대 영국사회를 지배했던 개혁(reform), 개선(renovation), 변화(reform)의 열망과
그에 따른 갈등이 극장, 개인, 국가의 차원을 가로지르며 다층적으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풍경
을 축제적 웃음과 해학 속에서 실감나게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연인들의
낭만적 사랑이라거나 요정들의 등장으로 대변되는 판타지적 요소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중극장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여름 밤의 꿈 을 그
것이 처음 공연되었던 시대의 역사적 정황, 즉 종교개혁 이후(Post-Reformation
Period)에 영국인들이 경험하던 삶과 존재의 양상이라는 맥락 속에서 읽었을 때
그 예민한 미학적 성취를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종교개혁을 통해 혹은
종교개혁과 더불어 전면화되기 시작한 개인(individual)과 자아(self)에 대한 새로
운 생각들—즉, 초기 근대적 주체성—이 가족과 결혼제도에 야기한 곤란함,
1588년의 스페인 무적함대 격파를 계기로 더욱 강력한 대중 이데올로기로 작동
하기 시작한 민족국가적 열망(거기에 더하여, 엘리자베스여왕의 통치 메카니즘),
그리고 1576년 이래 런던의 대중문화를 주도하던 상업극장의 성장과 같은 1590
년대 영국의 문화 지형도 위에 셰익스피어의 희곡텍스트를 위치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논문은 셰익스피어의 축제적 낭만희극 한여름 밤의 꿈 을 헨리 8세에
의해 시작된 대문자로서의 ‘종교개혁’(the Reformation)이 16세기 말 영국사회
전반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소문자 ‘개혁들’(reformations)로 분지되고 변화되어
가는 단층선(斷層線, faultline)을 예민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주
력한다. 물론, 소문자 ‘개혁들’이 대문자 ‘종교개혁’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주장하
거나 그들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하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1) 또한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종교개혁’에 관한 구체적 언급을 추적한다
거나 개혁에 대한 이념적 전망의 구체적 실체를 발견하려는 바도 아니며, 그와
반대로 소문자 ‘개혁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으로 대문자 ‘종교개혁’의 쟁점이
모두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역사를 불러내어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은, 역사를 문학과 예술의 심판관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시
공간 속으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그것의 현재적 의미가 분명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여름 밤의 꿈 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라 불릴만한 ‘개혁’
(re-formation), ‘변신’(trans-formation), ‘번역’(translation) 등이 ‘종교개혁이후’
영국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즉 ‘형식’(form)를 해체하고, 세우고, 변화시키
는 제반 과정을 미학적으로 재현하는 일들—을 가리키는 핵심적인 문채(文彩,
trope)로 사용되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문채’로서의 ‘개혁’을 전면화하는
것은, 당대의 정치-종교적 실상(politco-religious reality)을 직접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는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다양한 영향 관계나 그 속에서 발생
하는 길항관계가 고전과 신화의 전유라는 과정을 통해 실감나게 무대화되고 있
는 한여름 밤의 꿈 의 탁월함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은유와 문채라는 관점을
채택함으로써 우리는 ‘종교개혁’이 당대 영국인의 삶에서, 특히 비종교적인 영역
(사회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예술적 영역)에서 어떤 변화와 충돌을 야기하였으
며 어느 정도로 16세기말 영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구성하였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개혁과 변화를 핵심어로 삼은 연구에서 무엇보다 유념해야할 사항은, 개혁이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인 변화만을 불러들였던 적은 없다는 점이다. 개혁은 그
것에 저항하는 일 또한 불가피하게 만들고,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마찰
과 갈등이야말로 개혁의 깃발이 나부끼는 현장에서라면 언제나 목도되는 현실이
다. 예컨대, 프란시스 돌란(Francis Dolan)은 16-17세기 결혼과 관련된 프로테스
1) 종교개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르네상스 ‘비극’을 연구한 것으로는 Huston Diehl의 책
을 참조. Diehl의 연구는 비극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점뿐만 아니라, 종교개혁이 연
극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을 추적하려 든다는 점에서 본 연구와 차이가 있다. 종교개혁
이 영국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에 대한 개괄적 설명으로는 Collinson을 참조,
탄트 문헌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돌란에 따르면, “종
교개혁이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은 사건이었던 까닭은, 그것이 전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배치나 태도를 불러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전통적이라 간주
되었던 것에 대한 수많은 긴박한 변호와 수호의 태도를 양산하였다”(29)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 개혁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것의 새로움 못지않
게,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정도로 과거의 것들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와 향수, 그리
고 집착의 문화를 발생시킨다는 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개혁과 관련하
여 초기 근대 영국사회의 중요한 역사적 고비마다에 등장하였던 “생활태도의 개
혁”(reformation of manners)이라는 이념은, 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개혁의
필요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이야말로 변화와 개혁의 시대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력이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이다.2)
개혁을 문채로 삼아 분석하는 것은 한여름 밤의 꿈 을 젊은 연인들 사이에
서 일어나는 낭만적 에피소드라거나, 요정세계에 대한 환상적인 상상력의 힘이
라거나, 혹은 직공들에 이루어지는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소동이 만들어내는 축
제적 세계를, 작품이 생산되고 유통되던 당대의 역사적 맥락에서 다시 읽는 작업
이다. 본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우선 첫 번째 부분에서는 희곡
속에 등장하는 아마추어 배우들과 공연이 배치되고 활용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
춤으로써 엘리자베스 시대 대중극장의 상황과 축제문화의 변화를 추적하고자 시
도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젊은 귀족 연인들의 구애 및 사랑, 그리고 결혼제도
및 결혼관계의 양상을 살펴보고 가족, 결혼, 그리고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성 정
치(sexual politics)와 주체 구성(subjectification)의 과정에 참여하는지를 밝힐 것
이다. 그리고 세 번째 부분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텍스트가 고전문학 전통과 신화
적 소재를 전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의 문
제점을 집중적으로 거론한다. 이처럼 구체적 쟁점을 우회함으로써 우리는 미셸
2) ‘종교개혁’ 이후 16세기 초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영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
한 “생활태도의 개혁”(reformation of manners)운동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로는 Ingram
을 참조. 특히 엘리자베스 시대에 초점을 맞춘 관련 연구로는 Davenport 참조.
지네레(Michel Jeanneret)가 “변신의 감수성”(metamorphic sensibility, 6)이라고
부른 바 있는 초기 근대 유럽의 사회정치적 동력이 연극적으로 변주되는 방식을
한여름 밤의 꿈 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대중극장과 축제
한여름 밤의 꿈 이 무엇보다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해프닝과 그에
따르는 축제적 소동으로 주목을 끄는 연극이라는 사실은, 이 작품이 종교개혁 이
후 르네상스 영국의 공연문화와 축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여름 밤의 꿈 은 흔히 “민중적인 축제와 시민연극, 그리고 공식적
인 궁정의 가면극”(Willaims 60)을 결합시킨 연희적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보텀(Bottom) 일행과 그들의 극중극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관
객들에게 자신들이 지켜보고 있는 공연( 한여름 밤의 꿈 )뿐만 아니라 그 공연
이 일어나는 시공간으로서의 극장, 그리고 당대의 문화적 지형에서 축제의 위상
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도록 만든다. 햄릿이 극중에 등장하는 배우
들을 두고 말했던 것처럼, 배우들을 “한 시대의 정수이자 간결한 연대기”(Hamlet
2.2.504)로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한여름 밤의 꿈 의 배우들 및 극 속에서 만
나는 아테네의 직공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헨리 8세(Henry VIII)에 의해 시작되었던 영국의 종교개혁이 16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종교적 영역뿐만 아니라 당대의 문화적 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
기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종교개혁은 르네상스 영국의 정치, 사회, 문
화, 종교 모든 방면에서 발본적인 변화를 추동하였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 전
반에 끼친 종교개혁의 영향은 다양한 계층의 삶의 영역에서 동시적으로 그리고
구성적으로 작용하였다. 16세기 전반에 걸쳐 급속한 성장을 겪었던 런던은 종교
개혁 이후 영국사회의 문화적이고 사회경제적인 차원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그리
고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였다.3) 그리고 그와 같은 변화의 결절점에 르네상
스 연극과 상업극장이라는 문화적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런던 교외에서 탄생한
상설 상업극장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변화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당대의 온갖 사회적 에너지가 결집되고 충돌하고, 분지하는 공간이었다.
중세 종교극에 뿌리를 둔 공동체적 대중극을 암시하면서도, 보다 직접적으로
는 군주의 결혼을 축하하는 궁정연희로서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보텀 일행의
공연의 배경에는 이와 같은 16세기말 영국의 문화사적 정황이 놓여 있다. 아테네
의 직공들이 무대 위에 처음 모습을 보이는 것은 씨시어스(Theseus) 공작의 결혼
식을 축하하는 막간극(“interlude before the Duke and the Duchess, on his
wedding-day at night,” 1.2.5-6)을 준비하기 위해서다.4) 보텀 일행의 공연은, 아
마추어 배우들이자 시민들의 직접 참여라는 특징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의 축제라
기보다는 궁정용 연희(courtly entertainment)와 더 닮아있다. 성체축일공연
(Corpus Christi Play)과 같은 중세 종교연극들이 길드 소속 직공들에 의해 주도
되는 지역공동체(communitas) 축제이자 자족적인 문화의 구현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보텀 일행의 공연이 군주(씨시어스)의 결혼축하연에 바쳐지고 있으
며 귀족들이 향유하는 연희의 일부가 되고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
을 제공한다.5)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고 난 후, 자신을 포함한 신혼부부들을 위한 여흥을 희
망하는 씨시어스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오락거리(pastime)이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축제집행관(Master of the Revels)을 연상시키는 필로스트레이트(Philostrate)를
소환하여, 씨시어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공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3) 16세기 런던의 팽창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는 인구증가이다. Jenner와 Griffiths에 따
르면, 런던의 인구는 1500년에 약 5만명, 1600년에 약 20만명, 그리고 1700년에 약
49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1-2).
4) 한여름 밤의 꿈 인용문은 모두 R. A. Foakes가 편집한 The New Cambridge 판본
(1984)을 사용하였다. 이하에서는 괄호 안에 막, 장, 행 번호만 표기한다.
5) Corpus Christi 극을 포함한 중세종교극이 엘리자베스 시대에 겪는 다양한 변화와 부
침에 대해서는, 이 분야의 고전적 연구자 Gardiner의 Mysteries’ End를 참조. 그리고
엘리자베스 시대 종교극의 쇠락과 사회경제적 상황 사이의 착종된 연관관계에 대해서
는 Mervin James, 16-47면을 참조.
자 자, 가면극이나 춤을 즐겨볼까?
저녁 만찬에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남아있는
이다지도 긴 세 시간을 단축 시킬만한 걸로!
...
어떤 가면극, 어떤 음악극이 좋을까? 오락거리가 없다면
이 느리게 가는 시간을 어찌 기꺼이 보낼 수 있겠나?
Come now; what masques, what dances shall we have,
To wear away this long age of three hours
Between our after-supper and bed-time?
...
What masque, what music? How shall we beguile
The lazy time, if not with some delight? (5.1.32-5)
씨시어스가 원하는 것은, 소일거리가 될 수 있으며 연회의 흥을 도와줄 수 있을
‘가면극’과 ‘음악’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필로스트레이트가 암시하는 ‘축제집행
관’의 역할이, 엘리자베스 시대 공연관리 업무라는 일반적 역할을 향하기보다는
군주를 위한 궁정연희를 관장하는 일에 제한되고 있다고 말하는 몬트로즈의 주
장은 매우 설득력있다(“Kingdom” 79).6)
보텀 일행의 공연이 씨시어스의 궁정연희와 맺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시민
과 지역공동체의 축제적 에너지를 강력한 군주에게 집중시키는 문화적 경향을
목도하게 된다. 보텀 일행의 극중극은 한편으로 민중공동체적 축제가 궁중 중심
의 연희로 흡수되어 가는 문화적 경향의 지표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적 아마추어
중심의 공연이 전문직업 배우와 극단에 의해 대체되고 있었던 당대 공연문화의
6) 물론 연극 속에 등장하는 연희나 축제가 당대 상황의 직접적인 재현이라고 보기는 어
렵지만, 필로스트레이트의 존재가 엘리자베스 시기의 축제집행관을 상기시킨다는 점
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도, 필로스타라테가 제시한 여러 개의 작품 목록 중에서 “비
극적인 즐거움”(tragical mirth)을 전면에 내세운 「피라무스와 씨스비」(Pyramus and
Thisbe)를 선택하는 씨시어스의 태도에서 “유식한 인문주의적 오락거리에 대한 거
부”(“a rejection of learned, humanist entertainment” (Patterson 63)를 읽는 것은 지나
친 비약처럼 보인다.
풍향계 역할을 한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시대 런던에서 직업적이고, 세속적이며,
상업적인 극장이 탄생하였던 시점은 종교개혁 이후 영국 전역에서 벌어졌던 우
상파괴 흐름의 실질적인 결과로서, 종교극이 실질적으로 탄압받고 더불어 길드
중심의 아마추어 연극전통이 사라지는 상황과 맞물려 있었다.7) 이처럼 한여름
밤의 꿈 에서 시민과 직공들의 유희와 축제가 희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암시하
는 바는, 셰익스피어가 자신을 포함한 전업 배우 및 극작가들이 만들어 내는 새
로운 공연문화의 맥락에서 이제 과거가 되어가는 공동체적 아마추어 극단들과
전문직업 극단 사이에 발생하는 차별적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씨시어스의 결혼을 둘러싼 연희가 공동체와 더불어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향유할 문화적 체험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오베론(Oberon)과 요정들의 축제
적인 놀이 역시 엘리자베스의 궁정에서 벌어지던 여러 귀족적 연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런 반면, “조야한 직공들”(rude mechanicals)의 서툴지만 자발적이
고 적극적인 참여는, 여러 공동체의 축제적 에너지를 군주를 중심으로 통합하려
는 초기근대 왕권의 기획을 현실화하는 기제이다. 따라서 씨시어스의 결혼식은
축제를 통해 공동체를 다시 확인하고, 공동체를 재구성하며, 전통적인 사회적 전
망을 자신의 결혼축하연을 통해 구현하는 장(場)이 된다. 중세로부터 전해오던
전통적인 공동체적 축제를 재배치함으로써, 제의(reformed rituals)와 의전
(ceremony)을 새로운 문화적 기관(apparatus)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대적 동력이
한여름 밤의 꿈 의 근저에서 작동하고 있다. 아마추어 극단의 극중극을 통해
부각되는 것은, 진 하워드(Jean Howard)의 주장처럼, “이데올로기적 투쟁과 변
화의 매개체”(18)로서의 르네상스 대중극장의 역할이다.
이 작품이 실제로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공연이 되었다거나, 혹은 그와 유사
7) 예컨대 Diehl의 다음과 같은 주장을 보라. “By instituting radical changes in the
religious practices of the English people and destroying almost all the sacred symbols
on which late medieval lay piety was centered, the Reformation disrupted and
transformed established modes of perception and knowledge as well, affecting the way
the English people viewed images, engaged in ritual practices, interpreted the physical
world, and experienced theater”(4).
한 의식을 위해 쓰여 졌는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실제 셰익스피어
극단인 로드 체임벌린즈 멘(Lord Chamberlain’s Men) 역시, 보텀 일행이 그러했
듯이, 귀족들의 결혼행사나 연회에 불려나가 유사한 공연을 해야만 할 수도 있었
을 것이다. 그러나 이 희극이 궁정과 대중극장 양쪽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
(Williams 55)고 해도, 혹은 귀족의 결혼축하연과 아무 연관이 없는 상업대중극
장용 연극으로 제작되었다 할지라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처럼, 민중적 에너지와 공동체적 공연을 궁중의 제한된 방식으로 소모하고 이데
올로기적 장치로 소환하는 씨시어스 식의 공연 전유가 시대의 흐름이라면, 보텀
일행의 연극을 관람하는 귀족 청중들 또한 실제 관객의 비판적 시선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시선 또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너벨 패터슨(Annabel Patterson)이 적절히 지적하듯이, “보텀과 그의
동료들이 극중의 귀족관객에 의해 조롱받을 때, 한여름 밤의 꿈 의 바깥에서
이 극을 보고 있는 실제 관객은 이 대목에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할
기회를 제공받는 셈이고, 따라서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어떤 종류의 축제적 분
위기를 수용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70). 씨시우스의 관점이나 태도가 상업
대중극장을 찾은 엘리자베스 시대 관객들에게는 상충하는 선택지 중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피터 퀸스(Peter Quince)의 아마추어 극단이 당대의 문화적 지형과 맺는 관
련은 이처럼 생각보다 복잡하다. 예를 들어, 보텀 일행은 자신들의 공연이 씨시
어스를 비롯한 귀족청중의 심기를 거스를지도 모른다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며,
심지어 자신들의 목숨까지 걱정할 때(“that were enough to hang us all,”
1.2.61-2), 비록 상당 정도 과장이기는 하여도 당시 대중극장 배우들의 상황이 어
느 정도로 불안정했는지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재현과 현실과의 관계에 대한
아마추어 배우들의 두려움과 걱정은, 사실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배우들의 현실
적인 두려움이기도 하다. 이들의 걱정이 때로 과장과 여담(digression)을 동반한
희극적 효과에 동원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공연이 엄격한 검열의 대상이었
으며 연극에 대한 다양한 반발과 공격(예컨대, 반-극장 정서 anti-theatricality)의
정도를 고려하면, 단순한 웃음코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같은 맥락에서, 보텀
일행과 그들의 공연에 여러 논평을 늘어놓는 귀족 청중은 한편으로 배우-청중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연극 담론을 구성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극장의 관
객을 대상으로 구성된 직업극단과 그 배우들의 불안한 사회경제적 위상을 전면
화 시킨다. 또한 극중에서 보텀 일행이 씨시어스 결혼식 축하연을 위한 연극을
준비하기 위하여 아테네 밖 숲으로, 그들의 언어를 빌자면 “공연을 하기에 너무
나도 안성맞춤인 장소”(“a marvellous convenient place for our rehearsal,”
3.1.2-3)로 향하는 것은, 당대 극장의 위치를 고려하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당시 런던의 상업극장은 대부분 런던 외곽인 써덕(Southwark) 지역에 위치하였
으며, 도시 엘리트의 직접적인 규제와 탄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곳이었다.8)
종교개혁이 몰고 왔던 여러 결과 중의 하나는, 이미지 숭배에 적극적으로 반
대하는 반카톨릭(Anti-Catholic) 우상파괴(iconoclast) 정서와 맞물린 청교도들의
극장에 대한 공세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필립 스텁즈(Philip Stubbes)의 남용
의 해부 (The Anatomy of the Abuses, 1583)와 스티븐 고슨(Stephen Gosson)의
남용의 학교 (The School of Abuse, 1579)는 엘리자베스 시대 극장에 대한 당대
인들의 반감을 이해하는 중요한 증거를 제공한다. 진 하워드가 “불안의 장르”(a
genre of anxiety, 23)라고 명명한 바 있는 프로테스탄트들의 팸플릿에서 발견되
는 극장혐오 정서는 종교적인 근거(예컨대 종교적 교리해석의 문제라거나, 우상
화의 경향에 대한 반대라거나, 혹은 신을 인간이 무대화할 수 있는지와 같은 신
학적 문제) 못지않게 도덕적 근거(예컨대 연극이 관객들의 마음을 더럽힌다거나,
극장이 매춘과 도둑의 소굴이라는 이유)에 그 기초를 둔다. 엘리자베스 상업대중
극장은 이런 종교적, 도덕적 비판에 직면해 스스로를 정당화 해야만 하는 처지였
다. 종교적으로 불경스러운 놀이와 외설적인 오락거리를 동일시하는 보수적 비
8) Barroll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시대 직업배우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런던의 시장(the
lord mayor)과 시의원(aldermen)이었는데, “런던이 오락산업에 수지가 맞는 시장이었
음에는 틀림없지만, 도시를 이끌어가는 지도층들은 연극을 매우 싫어했”(28)기 때문이
다.
판들에 직면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응답을 한여름 밤의 꿈 에서 찾는 작업의
의의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드러난다.
극장에 대한 보수적 비판뿐만 아니라, 대중상업 극장은 1576년 <더 씨어터>
(The Theater)의 개장 이래 다양한 종류의 오락거리와도 경쟁해야 했다. 예를 들
어 닭싸움(Cock-fighting), 소싸움(Bull-fighting), 곰싸움(Bear-bating)등과 같은
대중적 오락형태는 즉물적인 유희로써 상업대중극장의 관객을 유인해가곤 하였
다. 안팎으로부터 억누르는 다양한 압력들은, 예를 들어 한여름 밤의 꿈 에서
아테네 직공들이 만들어내는 극중극(Pyramus and Thisbe)에서 드러나는 메타연
극적인 관심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배경을 제공한다.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당대 극작가로서는 자신들의 창작행위(나아가 공연행위)에 대한 정당화를 끊임
없이 요구하는 현실적 사회적 조건에 대한 발본적인 자의식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앞에서도 거론하였던 것처럼 귀족
관객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걱정을 한다거나 자신들의 연극에 대해 변호하려는
그들의 태도에서 당대 직업 배우들의 곤란한 처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이런 시대적 정황을 고려하면, 퀸스와 보텀의 아마추어 극단이 희화화되는
장면들은 이중적인 의미를 띨 수밖에 없다. 보텀은 몬트로즈의 표현을 빌자면
“중층결정된 기표”(“Kingdom” 71)이며, 보텀 일행의 공연에 대한 이 작품의 태
도는 차라리 “애정과 응석, 추켜세우는 태도와 조롱하는 태도가 뒤섞여 있는 복
잡”(“Kingdom” 84)한 양상을 띤다. 보텀은 한편으로는 자신을 포함한 길드계층
의 희화화된 대변자이자 평민의 목소리이면서, 동시에 셰익스피어를 포함한 연
극인-극작가 집단의 발원과 변천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어설픈 극중
극은 셰익스피어 희극의 미적 성취에 대한 자의식 혹은 자부심의 발현으로 읽힐
수 있으며, 극작가 및 배우들의 전문적인 공연 자체의 성취 및 수준에 새삼 주목
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여름 밤의 꿈 의 메타드라마적 양상에서 상업대중극단이 출현하기 이전
에 존재했던 전통적인 연극양식이나 공연의 양상에 대한 패러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또한 종교개혁의 여파로 1570년대 이후로 사라졌
270 김 태 원
던 종교극과 더불어 억압되고 퇴화하였던 아마추어 연극 전통은, 사실 셰익스피
어 자신이 속해있던 로드 체임벌린즈 멘의 직업적 전문배우들의 활동과 대조될
수밖에 없다. 축제를 통한, 그리고 직공의 공연과 그에 대한 보상의 형태로 이루
어지는 도시와 궁정의 관계는 16세기 영국이 겪고 있던 역사적 변화에 상응하는
새로운 공연예술의 양상을 부각시킨다. 또한 1590년대 런던에서 빈번하게 발생
했던 도제와 직공들의 폭동과 소란을 함께 고려하면 분명해지는 것처럼,9) 전통
적인 축제활동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재구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었음을 반
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풍자와 웃음을 제공하는 보텀 일행의 막간극은 엘리자베스 시대 공연과 관
련한 여러 힌트를 제공한다. 이들의 공연준비 과정 및 공연은 1576년 이후로 금
지된 중세종교극(mystery cycle)으로 대변되는 축제문화에 대한 향수 어린 시선
이자, 동시에 아마추어 연극과 전문 직업극단 사이의 미학적 간극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보텀이 처음 등장하여 흉내내는 허큘리즈(Hercules)의 대
사에서 당대에 유행하던 폭군연극(tyrant play)에 대한 풍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플루트(Flute)의 질문(“What is Thisbe? A wandering knight?”
1.2.37)에서 중세로맨스 문학에 대한 풍자를 감지하거나, 보텀의 어설프고 조잡
한 운문에서 15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운문 스타일에 대한 셰익스피어어의 비
판적 시각을 읽기가 어렵지 않다. 또한 보텀 일행의 공연은 싸이클 드라마(Cycle
drama)의 금지와 상업극장 <더 씨어터>의 개관에서 시작된 엘리자베스 시대 대
중연희의 새로운 흐름이 1590년대에 이르러 일종의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사실
을 보여준다. 민중의 축제적 에너지가 대중극장을 통해 향유되는 방식이 하나의
길이라면, 다른 하나는 지배 권력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전유의 방식이었다는 사
실이, 적어도 엘리자베스 극장의 구체적 현실 속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
9) 1590년대 런던에서 일어난 여러 폭동과 소동에 대해서는 Rappaport 11-15면과 Ian
Archer 1-17을 참조. 이 시기 런던에서 폭동과 소요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는 점을 인정
하면서도, Rappaport와 Archer는 이 시기를 ‘불안한 시대’(Age of Crisis)라 규정해야
하는가를 두고 의견을 달리한다.
처럼 보텀 일행의 공연은, 직업배우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불안정이라는 문제뿐
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검열과 처벌의 위협, 나아가 극장폐쇄를 둘러싼 종교적
정치적 압력 등에 포위되어 있었던 당대 상업대중극장과 전문 직업극단의 문제
적인 처지를 다각적으로 암시한다.
가족, 결혼, 그리고 국가
보텀 일행의 어설픈 공연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축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냄으로써 씨시어스가 구성(form)하고자 했던 통합과 조화의 공동체는 어떤 형태
(form)를 지향하는 것일까? 한여름 밤의 꿈 의 중심 플롯에는 무엇보다 “결혼
에 수반되는 경험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남녀 간에 커다란 차이”(Hopkins 24)가
있다. 그와 같은 성적 차이(sexual difference)는 사랑, 결혼, 부부관계와 같은 가
족제도의 여러 층위에서 갈등과 충돌을 작동시키는 계기를 이룬다. 극중극을 포
함하여, 공연 혹은 극장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경향이 씨시어스가 전망하는 통
치의 뼈대를 제공한다면, 한여름 밤의 꿈 에서 일어나는 여러 소동은 “가정이
국가의 축소판”(Montrose, “Kingdom” 69)이며 가정의 효과적인 통치와 자발적
인 개인의 구성이야말로 국가의 조화로운 다스림의 근간이 된다는 초기 근대적
이념의 구체적 내용이 된다.
연극의 시작과 끝을 차지하는 씨시어스의 결혼은, 무대 위에서 직접적으로
재현되지는 않았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전사(前史)에 의해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현재화되는 사건이다. 그의 청혼은 칼과 폭력에 의해 이루어졌으며(“I wooed
thee with my sword,” 1.1.16), 결혼 승낙은 자신의 배우자가 될 히폴리타
(Hippolyta)에게 신체적 및 심리적 상처를 입히고 획득한 것(“won thy love
doing thee injuries,” 1.1.17)이다. 그것은 로라 레빈(Levine)의 말을 빌자면, 일종
의 “겁탈”(rape)과 같은 것이며, 씨시어스가 결혼을 통해 “형태를 바꿔놓기 원하
는 기원적 폭력(originary violence)”(211)을 감추고 있다. 전쟁포로로 잡혀온 아
마존의 여왕(“the bouncing Amazon,” 2.1.70) 히폴리타와 조화로운 결혼을 꿈꾸
는 것은, 아마존 여인의 전복성 혹은 공격성을 순화시켜 가부장적 질서 속에 순
응시키고자 하는 욕망과 동일할 수밖에 없다.10) 르네상스 유럽인들에게 아마존
혹은 아마존 여인들은 “매혹과 두려움이 뒤섞인 존재”로 표상되었으며, “아마존
신화는 남성을 지배하거나 거부할 뿐만 아니라 남성을 생산하고 파괴할 수 있는
여성의 힘에 관한 집단적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구현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상징
적으로 통제”(Montrose, “Shaping Fantasies” 36)하고자 하는 사회적 욕망을 드
러낸다. 씨시어스는 이렇게 피와 상처와 폭력으로 얼룩진 구애 과정을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과 축제로 바꾸어놓고 싶어한다(“But I will wed thee in another
key—/ With pomp, with triumph, and with revelling,” 1.1.17-18).
씨시어스 자신의 성대한 결혼식을 통해 제거하기를 원하는 결혼의 폭력적
기원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지어스(Egeus)와 허미아(Hermia)의 출현과 더
불어 다시금 반복되는 양상을 보인다(Levine 211). 폭력과 겁탈의 과거를 화려한
축제로서 장식하고 감추려는 씨시어스의 의도는 곧바로 이지어스와 그의 딸 허
미아의 등장으로 엇나갈 수밖에 없다. 조화로운 결혼을 고대하는 씨시어스 앞에
나타난 이지어스는, 아버지가 선택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선
택하려는 딸을 강제로 끌고 나온다. 결혼에 관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허미아
의 태도는, 결혼에서 당사자의 의지가 강조되고 애정을 결혼의 근간으로 부각시
키는 종교개혁 이후 태도, 혹은 새로운 자아 이해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11) 허
미아의 사랑과 결혼문제는 한편으로 욕망하는 주체로서의 초기 근대적 개인성
(individuality)을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하는 동시에, 주체성의 문제란 언제나
‘간주체성’(inter-subjectivity)의 문제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씨시어스는 사랑과 결혼에서 자신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허미아에게 아버
10) 르네상스 영국에서 아마존 신화와 이미지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과 그 의미에 관
한 구체적인 논의로 Schwarz을 참조. 한여름 밤의 꿈 과 연관해서는 Kim을 참조.
11) 결혼관계의 당사자의 의사보다도 아버지의 허락이나 승인이 결정적이라는 문제는 이
작품 이전에도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진 바 있다.
지란 자녀의 존재에 발본적이고 생성적인 힘이라고 규정한다. 자식으로서 그녀
는 “아버지에 의해 새겨진”(By him imprinted) “밀랍 위의 형상”(a form in wax)
과 같은 것일 따름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어머니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으며, 아버지가 딸의 존재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존재이며 마치 “신과 다름없
는”(as a god) 존재인 것으로 표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자녀 생산의 유일
한 주권자로서 아버지는, 자식을 만들었던 경우와 마찬가지의 권능으로 딸을
“망쳐”(disfigure) 버릴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이지어스가 “예로부터 내려오는
특권”(the ancient privilege)이라는 이름으로 주창하고 있는 바이다. 이처럼 이지
어스-허미아의 갈등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여성의 신체가 재산의 최고 형
태이자 권위를 두고 경합이 벌어지는 지점”(Montrose, 'Shaping Fantasies" 38)이
라는 사실이다.
히폴리타의 불편한 심기(“what cheer, my love?” 1.1.122)에도 불구하고 씨
시어스는 강압적인 아버지의 권위에 힘을 실어주고 허미아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이때 아버지의 뜻에 따른 ‘결혼’인가 아니면 ‘죽음’인가 라는 이지어스
의 선택지에 흥미로운 치환이 발생한다. 씨시어스의 중재를 거치면서, ‘죽음’에
대한 이지어스의 요구는 ‘죽음’이거나 혹은 수녀로서의 ‘독신’ 생활인가로 나누
어진다(“Either to die the death, or to abjure / For ever the society of men”
1.1.65-66). 씨시어스는 아버지의 축복을 받는 결혼과 정결을 지키는 수녀원에서
의 독신생활을 적극적으로 대비시킨다.
아직 어리다는 것을 깨닫고, 네 혈기를 들여다 보고,
만약 아버지의 선택을 따르지 않는다면
수녀의 복장으로 사는 걸 견디고
음침한 수녀원에 영원히 갇혀 지내며
평생을 수녀로서 불모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를 따져보거라.
Know of your youth, examine well your blood,
Whether, if you yield not to your father's choice,
You can endure the livery of a nun,
For aye to be in shady cloister mewed,
To live a barren sister all your life. (1.1.68-72)
여기에서 ‘견디다’(endure), ‘음침한’(shady), ‘불모의’(barren) 등의 단어가 암시
하듯이, 수녀원에서 처녀로서 산다는 것은 쾌락이 배제된 부정적인 삶이며, 죽음
과 다를 바 없다. 씨시어스가 결혼과 수녀의 독신생활을 대비시키는 것은 종교개
혁 이후 결혼과 가족에 대한 영국사회의 변화된 태도를 반영한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자유의지를 따를 것인지에 관한 허미아의 갈
등은, 씨시어스의 말을 통해 이제 금욕적이고 종교적인 수녀 생활에 대한 카톨릭
적인 숭상과 그와 대비되는 프로테스탄트적인 결혼관의 찬양으로 치환된다.12)
프란시스 돌란에 따르면, “종교개혁 시기나 혹은 그 직후에 결혼에 대해 글을 썼
던 사제들 대부분은 독신(celibacy)생활이 결혼보다 더 우월하다고 보았던 카톨
릭이나 종교개혁 이전 시기의 태도에 반하는 주장을 펴곤 하였다”(30).
씨시어스의 개입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아버지의] 특권”을 주장하며 부녀
사이의 갈등에 법과 국가를 끌어들이는 이지어스의 방식에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형을 야기한다. 씨시어스의 중재 노력은 부녀갈등에서 부각된 결혼의 문제를
종교개혁에 뒤따르는 결혼을 둘러싼 사회적 변화에 상응하도록 ‘변형’시켜 놓는
역할을 한다.
그토록 뜨거운 피를 다스려, 평생 처녀로
신앙의 길을 걷는 자는 매우 축복받은 자이다.
하지만 세속에서는, 정수를 추출한 장미향수로 남는 것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가지 위에서 시들어가며
혼자만의 축복으로 성장해, 살다, 죽어가는 것보다 더 행복하거늘.
12) 신/구교의 지속적인 갈등과 쟁투가 연극/무대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고 변화시켰는
지, 나아가 연극/무대가 어떻게 종교개혁(혹은 종교개혁 이후의 방향)을 둘러싼 쟁투
의 현장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Lake(2002)의 연구 참조.
Thrice blessed they that master so their blood
To undergo such maiden pilgrimage;
But earthlier happy is the rose distilled
Than that which, withering on the virgin thorn,
Grows, lives, and dies in single blessedness. (1.1.73-78)
성스러운 수녀의 삶도 축복이겠지만, 다음 세대로 기쁨을 전수할 수 있는 결혼이
세속의 삶에서는 더욱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발언 요지다. 또한 독신으로서의 삶
보다 결혼이 좋다는 말은, 강압적 과거를 발판으로 히폴리타와 결혼하고자 하는
씨시어스 자신의 당면한 현실에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씨시어스의 기획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이 허미아와 라이센
더(Lysander)의 야반도주다. 두 연인이 “잔혹한 아테네의 율법”(the sharp
Athenian law, 1.1.162)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치는 것은 억압적인 아버지의 부
권적 질서에서 벗어나 모권적 가능성으로 이주하려는 노력이다. 이들이 찾아가
의지하려는 사람은 “많은 수입을 물려받은 과부 숙모”(a widow aunt, a
dowager, / Of great revenue, 1.1.157-58)이다. 이 ‘과부’(widow)의 이미지는 연
극의 도입부에서 씨시어스 자신이 결혼식을 앞두고 느끼는 성적 초조함을 표현
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비유이기도 하다.13) 그 경우에도 ‘과부’ 혹은 ‘계모’는 씨
시어스의 남성적 부권적 기획을 지체시키고 훼방하는 존재로 표상되었다. 따라
서 사랑의 도피처를 찾는 두 젊은이가 의탁하고자 하는 ‘과부 숙모’는 (비록 무
대 위에 실제로 등장하지도 못하고 오로지 암시될 따름이지만) 씨시어스적 기획
의 대척점을 이룬다.
과부, 달(Moon), 숲과 같은 대상은 이처럼 모권적 질서와 욕망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비유(trope)로서 기능한다. 그러나 로버츠(Roberts)의 주장처럼, 결국에
는 “모권사회라는 관념이 부각되도록 도와줄 뿐, 결국 그것을 부정하는 것으로
결말”(45)난다는 점에서 봉쇄된 가능성일 따름이다.14) 허미아-라이센더가 겨우
13) “She[Moon] lingers my desires, / Like to a step-dame or a dowager / Long
withering out a young man’s revenue” (1.1.4-6).
이십 마일(seven leagues) 거리에 있는 숙모의 집에 도착하지 못하고, 결국 아테
네의 기존질서—가부장적 부계질서—속으로 다시 편입되고 만다는 것은 그러므
로 매우 상징적이다. 이처럼 한여름 밤의 꿈 에서 어머니/모권은 허미아의 부재
하는 어머니와 라이센더의 과부 숙모처럼 계속해서 미뤄지고 지워지는 기표
(signifier)이며, 유령처럼 끊임없이 출몰하지만 현존을 수긍받지 못하는 환영일
따름이다. 허미아에게 아버지의 폭압적 명령이 문제적인 만큼이나, 어머니의 존
재와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지워짐으로써만 그 중요성을 인정받는 어떤 것이다.
우리는 라이센더가 만나지 못하는 ‘과부 숙모’를 통해, 티타니아가 애지중지하는
어린아이를 통해, 그리고 무대 위에 등장하지 못하는 인도인 여사제(Indian
votress)를 통해, 게다가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그녀에 관한 티타니아의
회상을 통해서만, 환청처럼 어머니의 현존을 상상할 수 있을 따름이다(Kim
113-29).
어머니와 모계권력은, 다른 한편으로 아마존 여왕으로서 히폴리타가 포기해
야했던 여성공동체와 접선을 이룬다. 히폴리타가 속하던 여성만의 우정과 사랑
의 공동체(아마존)가 씨시어스의 결혼이 극복해야 하는 대상인 만큼이나, 허미아
-라이센더가 꿈꾸는 과부 숙모의 보호는 이지어스로 대변되는 아버지의 이름이
제압하고 은폐해야 하는 세계일 수밖에 없다. 이 작품 도처에서 발견되는 여성들
의 우정에 대한 에피소드들과 그 우정관계의 파괴는 그렇기에 필연적이다. 예컨
대, 티타니와(Titania)와 인도인 여사제 사이의 관계라거나, 허미아와 헬레나
(Helena)의 오랜 우정이 바로 그것이다. 티타니아가 인도 어린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여성 우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오베론이 그 아이를 빼앗아 자신의 시
동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히폴리타를 두고 씨시어스
가 그러했듯이, 오베론 역시 티타니아가 소중히 여기는 여성 우정을 이성애적 규
14) 필자와 달리 허미아의 전복성을 높이 평가하는 Desmet은, 허미아가 “아버지의 가부
장적 권력의 표식일 뿐 만 아니라 남성과 남성을 묶어주는 유대감의 근거가 되는 ‘여
성의 유통’(women in traffic) 과정을 오염시키고 더럽힐 수도 있는 위조화폐”(301)
기능을 한다고 설명한다.
범성(heteronormativity)안으로, 즉 결혼 제도 속으로 포섭하려는 것이다. 티타니
아와 당나귀-보텀의 성적 관계가 암시하는 수간욕망(besitaility)이란, 그것이 희
극적 웃음의 동력이 되는 만큼이나 이성애적 상상력에 자리 잡은 공포와 불안을
대변한다(Boehrer 123-26). 여성의 과도한 성적 욕망의 위험은 어느새 동물적 욕
구로 연결되고, 그것은 다시 여성의 동성애적 우정관계와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티타니아와 보텀의 관계는 그와 같은 위험의 이면을 구성한다. 티타니아
에게 보텀은 오베론을 대체하는 성적 대상이지만, 또한 동시에 그녀에게 보텀은
어린아이의 대체물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보텀은 티타니아에게 남편이자 아
들인 셈이다. 당나귀-보텀을 껴안고 어르는 티타니아에게서 연인의 모습만이 아
니라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일 것이다.
위에 언급되었던 세 명의 여성 인물들이 각각 자신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일
정한 정도의 변신 혹은 변화를 경험하도록 요구받는다는 사실과 대비를 이루는
것은 헬레나의 경험이다. 그녀는 실제로 이 작품에서 별다른 변신의 경험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중심인물이다. 사실,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하여 처음부터 적
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헬레나는 일견 매우 모순적이다.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추구하는 대찬 여성이면서도, 사랑하는 남성을 위해 자신을 밑바닥으로 끌
어내리고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녀는 스스로를 심지어 “강아지”(spaniel)로
비유하며 “나를 때리면 때릴수록 나는 당신에게 아양을 떨겠습니다”(“The more
you beat me I will fawn on you,” 2.1.204)라며 더욱 디미트리어스에게 매달린
다. 바로 이 지점이, 초자연적 존재 오베론이 그들의 애정행각에 적극적으로 개
입하는 대목이다. 허미아의 아버지에 대한 저항이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보다 직
접적인 도전이라면, 디미트리어스를 향한 헬레나의 사랑은 미시적인 차원에서
가부장적 질서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헬레나가 디미트리어스를 쫓아다니는 장
면은 아폴로와 다프네에 관련된 오비드적인 변신의 신화를 환기시키는데, 헬레
나 자신이 표현하듯 마치 “아폴로가 도주하고, 다프네가 그의 뒤를 따르는 형국”
이다. 헬레나의 불평처럼(Your wrongs do set a scandal on my sex, 2.1.240) 이
것이 “추문”이 되는 이유는, 주도하는(active) 남성과 순응(passive)하는 여성이
라는 성차별 위계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헬레나가 굳게 믿고 있
듯이, 여성은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들처럼 사랑을 위해 투쟁할 수는 없죠.
우리는 구애를 받아야만 하지, 구애를 하도록 창조된 것이 아니라구요.
We cannot fight for love, as men may do;
We should be wooed, and were not made to woo. (2.1.241-42)
헬레나는 자신이 허미아로 바뀔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The rest
I'd give to be to you translated” 1.1.191)까지 말하지만, 그녀가 바뀌어야
(transform)하는 이유가 없다. 그녀는 허미아처럼 자신의 연인으로부터 사랑받을
수만 있다면, 혹은 사랑의 ‘대상’이 된다면 무엇이든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오베론의 시각에서 보면, 정작 보상받고 찬사를 받아야 하는 존재는
바로 그녀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의지로 충만하면서도, 남성의 사랑이 대상이
되기를 갈구하는 헬레나야말로 마땅히 비너스의 총아가 되어야 한다. 바뀌어야
할 사람은 디미트리어스다.
따라서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이 모든 에피소드는 결국 흔들리거나 뒤집힌
이성간의 질서를 씨시어스를 중심으로 바로 잡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지어스의
허미아에 대한 억압적 태도가 씨시어스의 결혼과정의 폭력과 병렬을 이루고, 그
것은 다시 오베른-티타니아 커플의 갈등의 이면을 구성한다. 씨시어스-히폴리타,
이지어스-허미아, 오베론-티타니아의 경우에서 분명히 드러나듯, 부계적 질서의
확립이라는 이념이 이 작품의 성-정치적 동력이 되고 있는 만큼이나 그 과정 자
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젊은 연인들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오
베론, 그리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티타니아-보텀을 통해 부각되는 것은 여성의 성
에 대한 남성적 두려움과 그것을 통제하려는 욕망이다.15) 그런 점에서 “가부장
15) 이와 관련하여, 씨시어스의 영웅적 업적 중의 하나가 미노타우(Minotaur)를 죽인 것
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왕이 동물과 성관계를 가진 결과 태어난 괴물
이라는 점에서 미노타우는 그 자체로 여성의 성적방종에 대한 남성적 두려움이 상징
이다.
적 규범은 여성의 [성적인] 힘 앞에서 무력하기 십상인 남성의 약점에 대한 보상
이다”(“Shaping Fantasies,” 45)라는 몬트로즈의 지적은 통렬한 바가 있다. 씨시
어스-히폴리타 결혼의 감춰진 폭력이나 오베론-티타니아의 갈등은 “새롭게 등장
하는 [종교개혁 이후의] 결혼 형태에 대한 반어법적 상상”(“Shaping Fantasies”
45)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반어법적인 까닭은, 보텀에게 일어나는
여러 사건이 흥미로운 오비디안 모티프(Ovidian motif)의 하나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가 만들어내고 제시하는 변화(transformation)의 가능성 및 불
가능성에 대한 환유가 되기 때문이다. 보텀의 변신경험은, 아마존 여왕 히폴리타
가 아테네의 구성원(동성적 자매애로 구성된 사회의 군주에서 씨시어스의 이성
애적 아테네 사회의 여왕)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대한 은유이며, 요정의 여왕 티
타니아가 오베론의 가부장적 질서에 순응하게 되는 처지에 대한 비유이고, 나아
가 허미아를 비롯한 아테네의 젊은이들이 야반도주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
시로 귀환하는 것과 대비를 이룬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연인들, 그리고 그들의 행복한 결혼은 사실 엘리자베스
시대 궁정에서 이루어지던 귀족들의 결혼문제를 암시하기도 한다. 필립 시드니
경(Sir Philip Sidney)과 월터 랄리 경(Sir Walter Raleigh)의 비밀스런 결혼이 불
러일으켰던 정치적 파장에서 알 수 있듯이, 르네상스 영국에서 군주의 축복과 허
가없이 이루어지는 귀족의 결혼은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였다. 당대의 관객들의
눈으로 보면, 한여름 밤의 꿈 에서 젊은 귀족 연인들의 결혼이 오베론의 개입
과 축복에 의해 승인받고 씨시어스의 재가를 통해서 현실화되는 것은 매우 현실
적인 사회정치적 현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 에서 벌어지는 여
러 상황이 비록 판타지로 여겨질 만큼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연극 속에서 발생
하는 사회적, 가족적 갈등은 극장 밖의 동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실질적인 갈등과
분리되어 생각되기는 힘든 것이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몬트로즈가 탁월하
게 분석한 바 있듯이, 이 연극은 르네상스 영국의 남성 우월주의라는 이념적・사
회적 위계질서와 탁월한 여성 군주의 통치라는 현실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정치
적 간극을 섬세하게 반영한다.
고전의 전유와 민족문학
1990년대 신역사주의 비평가들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이 엘리자
베스 조 민족주의적 담론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한 바 있다. 엘리자베
스 시대의 텍스트에는 의식적이건 아니건 간에 “민족국가적 공동체”(national
community)을 구성하고자 하는 ‘동질성’의 추구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다. 그것은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의 용어를 빌려서 말하자면, '민
족국가'(Nation)라는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를 구성하고자 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며 나아가 그런 의도가 어떻게 담론구성(discursive formation)
적이며 또한 국민국가적 ‘담론’(discourse)으로써 유통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
가 된다.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는 한편으로 그러한 당대 이데올로기에 참여하면
서도 그것에 대한 비판적 거리와, 그러한 거리를 통해서만 가능한 비판적 전망
(즉, 국가적 민족적 이데올로기의 갱신과 변화라는 전망)을 제시한다. 한여름
밤의 꿈 은 근대 서구정치를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 준거틀이라 할 수 있는 민족
이라는 정치적 환영(political phantasm)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조명할 수 있게
해주는 초기근대의 중요한 문화 텍스트가 된다. 예를 들어 씨시어스-오베론의 통
치방식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튜더왕조시기의 가정권력-국가권력의 착종관계를
전면화시킬 수 있으며, 일상적 삶의 조건을 신비화하는 이데올로기 작동 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씨시어스 중심의 귀족 인물뿐만 아니라, 피터 퀸스를
비롯한 아테네의 직공들의 삶을 희극적으로 극화함으로써 당대 사회의 계급 문
제, 혹은 계급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점의 문제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민족국가적 담론은 당대 영국인에게 자신들이 처한 문화적 문학적 후진성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문학뿐만 아니라 프
랑스 이태리 등의 문화적 생산물을 적극적으로 전유화하고 그것을 영국적 토양
에 이식하려는 생산적인 결과를 낳았다. 연극의 배경이 되는 아테네와 작품의 틀
거리를 이루는 그리스적 배경은 단순히 이국적인 낯설음이라는 조건 이상의 중
요한 문화정치적 맥락을 갖게 된다. 사실 엘리자베스 시대 문학에서 영국을 유럽
문명의 진정한 계승자로 찬양하는 태도는 흔히 발견된다. 예컨대 자신들이 이니
어스(Aeneas)의 후손으로서 서구문명의 진정한 계승자이라거나 런던이 제 2의
트로이라는 주장은 그리스-로마 문명의 부활을 통해 자국 문화/문학/문명을 구상
하려는 전망이라는 점에서 명백히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영국의
인텔리들이 느끼던 문화적 열등감—대륙의 문화 특히 이태리 문화에 비해 수준
도 낮고 질적/양적으로 일천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자의식—은 고전문학의 적
극적 수용을 통해 자국 문학/문화를 갱신하려는 노력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대
륙의 다양한 문학텍스트의 번안 및 수용 작업은 다시 한 번 민족국가 담론과 조
우하게 된다. 조나단 베이트(Jonathan Bate)의 설명처럼, “번역하는 것은 ... 이질
적인 문화에서 기원하는 텍스트로 하여금 번역자 자신의 문화에 속하는 차별적
인 언어를 통해 말하도록 만드는 것”(131)에 다름 아니다.
한여름 밤의 꿈 이 셰익스피어 이전의 문학전통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이 논의가 필요 없을 지경이다. 한여름 밤의 꿈 은
신화와 고대문학, 그리고 영국적 설화를 소재로 소환함으로써 16세기말 영국의
삶을 재현하고 이해하는 방편으로 삼는다. 골딩(Arthur Golding)의 영역본을 통
해 익숙할 것으로 추정되는 오비드(Ovid)의 변신 (Metamorphoses)은 셰익스피
어의 플롯의 근간을 이룬다.16) 그러나 한여름 밤의 꿈 에 드러난 변신/변화의
모티프는 오비드만이 아니라 아풀레이우스(Apuleius)의 황금당나귀 (The
Golden Ass or Metamorphoses)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보텀이 당나
16) 한여름 밤의 꿈 을 두고 셰익스피어의 “가장 매력적이고 오비드적인 희곡”(Taylor
4)이라 부르거나, 보텀 일행의 공연은 “오비드적인 이야기를 어린이 도서용”(“a
children's book version of an Ovidian tale,” Leinwand 156)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에서 “신화적인 출처에 가장 많은 빚을 진 작
품”(Freake 259)라는 평가도 있다.
귀로 변하는 모티프는 보다 직접적으로 아풀레이우스의 작품을 상기시킨다. 씨
시어스에 관한 이야기는 다양한 중세문학 작품 속에서 빈번하게 가공, 재가공을
거치는 이야기 일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 자신도 플루타르크(Plutarch)의 글을 통
해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공작으로 등장하는 씨시어스 관련 에
피소드는 이런 다양한 문학전통에서 추출된 복합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플루타
르크에서 씨시어스의 아버지이던 이지어스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는 허미아
의 아버지로 등장하여 딸의 낭만적 결혼을 방해하는 엄격한 아버지 노릇을 차지
한다는 사실은, 셰익스피어가 자신에게 전승된 문학적 소재를 어떤 식으로 가공
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셰익스피어의 텍스트가 어느 한 작가의 텍스트에 온전히
의존하거나 그들의 모티프를 있는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그의
글쓰기는 일종의 “재생양피지”(palimpsest) 위에 글을 쓰는 것과 같다.17) 고전적
인 작품에서 소재를 따와 제 나름의 변형을—대개는 이태리나 프랑스 작가의 손
을 거치는 몇 겹의 재가공을—통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셰익스
피어는 일종의 “복화술사”(ventriloquist)라 불릴 만 하다. 오비드와 아풀레이스의
변신 내러티브가 셰익스피어에게 제공하였던 것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에 사로
잡힌 시대에 대한 연극적 재현을 가능케 만드는 심미적 도구였다. 따라서 셰익스
피어가 고전적 소재를 도입하고, 번안하고, 전유하는 과정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전망을 표현하는 방식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기 때문
이다. 그것은 물론 셰익스피어라는 작가 개인만이 아니라 16세기말 영국문화 전
반에도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오비드와 아풀레이우스에서 직접 빌려온 다양한 변신 모티프뿐만 아니라, 초
서의 기사이야기 (The Knight's Tale)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씨시어스 스
토리, 그리고 퍽과 요정들의 이야기에 나타나는 민속전통의 유입 등을 살펴보면
한여름 밤의 꿈 이 당대에 전승된 수많은 문학적, 예술적, 민속적 전통의 결절
17) “재생양피지” 글쓰기라는 개념에 대한 고전적 연구로 Genette 참조.
점이라는 주장이 십분 이해가 된다.18) 셰익스피어가 기존의 문학적 전통에 얼마
나 빚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전유하고 있고, 나아가 그러한 전유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것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
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과거의 것(전통)을 모방(imitation)하고 전유
(appropriation)하는 방식, 혹은 번안(translation)하는 방식이야말로 기존의 언어
를 통해서만 현재를 상상하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문학의 간텍스트성
(intertextuality)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러한 한여름 밤의 꿈 의 “간텍스트성”—
즉, 전통의 영향과 그것의 전유방식—은, 이 논문의 제목에서도 암시되었듯이,
기존의 것을 갱신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당대 현실과의 역동
적 상호작용/상호교류에 참여한다. 달리 말하자면, 작가가 과거의 문학전통을 흡
수하고 전유하는 방식이란 순전히 문학적 혹은 연극적 관심의 영역에만 머무르
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전망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개혁 이후 르네상스 영국의 현실을 재구성(re-formation)하려는 미학
적 전망과 밀접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나가는 말
한여름 밤의 꿈 은 개혁 그 자체를 재현하지 않지만, 개혁이 불러일으킨 다
양한 사회적 변화와 그 이면에 자리한 “조화에 대한 희구”(Davenport 257)를 예
리하게 포착하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찰의 지점에 천착함으로써 공식적인
개혁 이념·구호·실천 너머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예민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희극의 행복한 결말을 두고,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질서에 일어나는 균열과
변화를 다분히 절충적으로 해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16세기말 영국사회를
18) 오비드와 아풀레이스가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도달하는 과정에서 초서의 작품을 경유
하는 방식과 정도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Donaldson의 책, 특히 1장과 2장을 참조.
셰익스피어가 오비드를 전유하는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서는 Jonathan Bate참조.
사로잡았던 다양한 사회적 개혁이 기존의 질서 안에서 보수적으로 해소되는 순
간을 이 낭만희극에서 발견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변화가 가져오는 자유와 쾌락이 자칫 무제한으로 허용되고 따라서 무질
서로 타락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 희극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하다. 한여름 밤의 꿈 이 질서 및 안정에 대한 요구와 개혁 및 변화에 대한 욕
구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긴장과 충돌을 희극적 해피엔딩 속에서 해소하는 작
품이라는 비판에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귀족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내는 비전을 찬양”하
고 있다거나 “귀족제에 드러내놓고 협력”하고 있다는 바버라 프리드만(Barbara
Freedman 180)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씨시어스가 법의
‘문자’만을 따르는 판결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이성과 사랑을 화해에 이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네 젊은 연인들의 결혼을 이끌어
내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청중의 책무를 강조하고 관
객의 상상력을 강조하는 씨시어스의 대사는 그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If we imagine no worse of them than they of themselves, they may pass for
excellent men,” 5.1.207-10). 보텀 일행의 실수투성이 공연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것을 즐기겠다(“Our sport shall be to take what they mistake,” 5.1.89)는 씨시
어스의 태도는 그것의 이데올로기적 함의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실적 타협책이다.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던 ‘개혁,’ ‘변형,’ ‘번역’은 범박하게 말하자
면 ‘종교개혁’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변화, 개선, 개혁이 분산되
고 절충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것의 문학적 연극적 재현 양상을 설명
하고자 시도하였다. 자아 혹은 주체의 문제가 사랑과 결혼을 통해 구성되고 변형
되는 과정에서, 축제와 상업대중공연이 결합하고 엇갈리는 교차점에서, 그리고
문학과 공연문화를 통해 구성되고 변형되는 민족국가 담론의 구성을 통해서, ‘개
혁’이라는 ‘문채’가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다양한 희극적 변신의 동기와
실현이란, 그리스 로마에서부터 전승된 문학적· 문화적 유산을 중세라는 필터를
걸쳐 르네상스식으로 전유하고 변형시키는 과정을 통해 셰익스피어 자신의 현
재, 당대에 대한 나름의 이해와 비판, 나아가 전망에 대한 은유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한여름 밤의 꿈 은 이 세 영역을 개선과 변화의 대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당대 역사에 대한 셰익스피어 식의 전망과 시각의 지표를 제공
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요지이다.
물론 이것은 문학적, 연극적 재미와 오락의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셰익스피어
의 메타드라마적 의도와 맞물려 있기에 더더욱 흥미로운 것이 된다. 아마도 헬레
나의 말처럼, 여자가 쫓고 남자는 도망가는 스토리의 미래가 그러하듯 “이야기
는 바뀌게 될 것”(“The story shall be changed"(2.1.230)이며, 연극이 끝나고 나
면 모든 것이 원래의 질서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현실에서의 변화는 (씨시어
스적인) 폭력과 (오베론 식의) 개입, (보텀 식의) 변신을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일
일 것이다. 물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헬레나의 기대와 달리 사랑이야기는
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질서는 회복되고 모두들 만족하는 정도로 행복한 결말
에 이르렀으니, 극중에서 일어난 한바탕 소동이란 그저 한 여름 밤의 꿈같을 수
도 있을 것이다. 마치 보텀의 당나귀 머리가 한편으로 인간의 변신과 변화의 가
능성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원상복구되는 과정을 통해 변화
의 어려움 혹은 불가능성에 대한 징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제어: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 종교개혁, 엘리자베스 1세, 변신, 번역,
초기 근대 민족주의, 대중극장, 희극, 주체성, 초기 근대 자아, 연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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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orming Self, Theater, and Nation:
Metamorphic Desires in Shakespeare’s
A Midsummer Night’s Dream
Abstract Tai-Won Kim
This study attempts to read William Shakespeare’s A Midsummer Night’s
Dream in the context of the Reformation which particularly triggered a wave
of changes and transformation in the late sixteenth century England. While
taking up “reformations” as a major trope of this romantic comedy, this essay
investigates the ways in which Shakespeare’s appropriation of classical texts and
folkloric myths operates in representing the social and personal desire for
reformations, and thus the resistances to them, on many different levels of
society. The mechanicals’ amateur performance points to how the traditional
festivals and religious performance are contained and exploited within the
purview of early modern courtly entertainment apparatus. Inasmuch as the
communal festivity is absorbed by the ruling class, the patriarchal order of
society militates against the female autonomy that bodies forth through
Hippolyta’s past as an Amazon, Titania's affection for the Indian child, and
Hermia’s elopement. Shakespearean appropriation and imitation of classical
texts and myths, thus, can be said to have enabled the play-text to bring onto
stage the transformative effects of the Reformation on the lives of the English
in early modern England. In doing so, this paper attempts to trace in
Shakespeare's romantic comedy the so called ‘metamorphic sensibility’ of early
modern period within the purview of the post-Reformation social dynamics.
Key Words
William Shakespeare, A Midsummer Night’s Dream, the Reformation, Elizabeth
I, Metamorphosis, Translation, Early Modern nationalism, Public Commercial
Theatre, Comedy, Self and Subjectivity, Fes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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