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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의 본질과 속성/박재은.총신大

 

 

 

I. 들어가는 글2)

 

신학 형성의 역사는 곧 논쟁(論爭, controversy)의 역사이다.

정통과 이단 사이의 논쟁, 교파와 교파 사이의 논쟁, 전통과 전통 사이의 논쟁은 신학의 장구한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 소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주권적인 섭리 가운데 신학 논쟁을 통해 더 뚜 렷하게 진리를 보존하셨음을 믿는다.

이런 측면에서 신학 논쟁은 하나님 의 진리 보존의 한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3)도 마찬가지이다.

 

     2) 이 논문은 2024년 6월 2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신학부 주최 대한예수교장로회 108회기 신학부 공청회 때 발표한 논문을 수정·보완한 논문임을 밝힌다.

    3) 이 논문이 사용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한글 번역본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 헌법개정위 원회 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서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출판국, 2022)이다. 다만 필 요시 필자의 한글 번역으로 대체되기도 할 것이다. 한글 번역 대체 시 표기하도록 하겠다. 영어 원 문은 LOGOS 성경 소프트웨어판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Oak Harbor: Logos Research Systems, 1996)을 사용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대한 논쟁도 교회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루어졌다.4)

개정 시도도 여러 번 이루어졌다.5)

하지만 하나님 께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둘러싼 이런 논쟁을 통해서도 진리를 더 뚜렷하게 보존하셨음을 믿는다. 코넬리스 비네마(Cornelis P. Venema)가 지속해서 연구한 것처럼, 웨 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行爲言約, the covenant of works) 사상과 개념에 대한 논쟁도 끊임이 없었다.6)

행위언약 자체의 교 의학적 발전사뿐만 아니라,7) 아담과 행위언약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논의 도 이 논쟁 가운데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다.8)

 

     4)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역사적·신학적 맥락을 포괄적으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다음을 살펴보 라. John Fesko, Theology of Westminster Standards, 신윤수 역, 『역사적, 신학적 맥락으로 읽 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8); Robert Shaw, An Exposition of the Confession of Faith – Westminster Assembly of Divines, 조계광 역,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서울: 생명의말씀사, 2014); Chad van Dixhoorn & Emily van Dixhoorn, Confessing the Faith: A Reader’s Guide to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 Study Guide, 양태진 역, 『믿음의 고백 1-2: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입문』 (서울: 성약, 2021); R. C. Sproul, Truths We Confess: A Systematic Exposition of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이상웅·김찬영 공 역,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 1-3』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1).

     5) 김홍만, “19세기말 미국장로교회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개정 논의에 대한 고찰”, 「개혁논 총」 14 (2010): 127-165; 신종철, “‘ACTS 신학공관(共觀)’에서 본 찰스 브릭스(Charles Augustus Briggs)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개정 시도(1889~1893년)에 관한 고찰”, 「ACTS 신학저널」 32 (2017): 77-116; 신종철, “1903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개정에 대한 ‘ACTS 신학공관(共觀)’ 의 관점에 따른 평가”, 「ACTS 신학저널」 36 (2018): 113-154.

     6) Cornelis P. Venema, “The Mosaic Covenant: A ‘Republication’ of the Covenant of Works?,” Mid-America Journal of Theology 21 (2010): 35-101; idem, “Recent Criticisms of the ‘Covenant of Works’ in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Mid-America Journal of Theology 9/2 (1993): 165-198; 장재,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행위언약’에 대한 소고”, 「개 혁논총」 14 (2010): 87-126.

    7) Harrison Perkins, “Reconsidering the Development of the Covenant of Works: A Study in Doctrinal Trajectory,” Calvin Theological Journal 53/2 (2018): 289-317.

    8) John Halsey Wood, “Merit in the Midst of Grace: the Covenant with Adam Reconsidered in View of the Two Powers of God,” International Journal of Systematic Theology 10/2 (2008): 133-148; John Fesko, Adam and the Covenant of Works, 전광규 역, 『아담과 행위언약』 (서울: 부흥과개혁사, 2024). 

 

이에 따라 관련 연구물들이 축적되어 쌓이게 되었다. 

논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교회 내에서도 웨스트민스터 신 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불거졌다.

특별히 대 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에 관련 사안에 대한 청원서가 올라왔고 이 청 원서의 제목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속의 행위언약 사상에 대하여 사 변적인 해석을 통해 성경의 진리를 혼란케 하는 신학 공청회 개최 청원 요 청’ 9)이다.

본 청원서는 제목, 헌의 내용, 헌의 취지 등으로 구성되어 웨스 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의 본질과 성격에 관해 비판적으 로 묻는 의도가 강한 청원서이다.

이 논문의 목적은 이 청원서에 대해서 신학적 답변 및 제언을 하는 데 있다.

이 논문의 성격은 청원서에 나타난 청원을 요목조목 반박·비판·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청원의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며 무엇이 더 신학적으로 건전한 해석인가를 타진해 보기 위한 건설적 성격이 더 강 하다.

이를 통해 행위언약이 관련된 성경적 진리들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 길 소망한다. 이 논문의 논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크게 다섯 가지로 살펴볼 텐데 먼 저 이 논의 속에 함의된 장단점을 고찰한 후 본격적으로 ‘타락 전 아담의 상태’에 대한 논의, ‘영생을 얻기 위한 아담의 능력’에 대한 논의, ‘행위언 약과 십계명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논의, ‘헤르만 바빙크의 󰡔찬송의 제 사󰡕 10) 내용’에 대한 논의 등의 제목으로 살펴볼 것이다.

 

    9) 청원서는 2023년 6월 20일 자로 소인이 찍혀 있는 공식 청원서이며 총 3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10) Herman Bavinck, The Sacrifice of Praise: Meditations Before and After Receiving Access to the Table of the Lord, 박재은 역, 『찬송의 제사: 신앙고백과 성례에 대한 묵상』 (군포: 다함, 2020).

 

이런 논의의 주제 들은 청원서에 나타난 핵심 내용을 요약한 주제들이다.

마지막으로 앞선 논의를 근거로 실천적 고찰 및 적용을 한 후 글을 최종 요약·정리하며 글 을 마무리 짓겠다. 행위언약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이다.

그 이유는 행위언약이라는 ‘그림자’를 통해 은혜언약이라는 ‘실체’가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 문이다.11)

 

    11)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3. “사람이 타락하여 그 언약[행위언약]으로는 스스로 생명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일반적으로 은혜언약이라 불리는 두 번째 언약을 기꺼이 세우셨다. 이 언약으로 하나님께서는 죄인에게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생명과 구원을 조건 없이 제시하 시고, 그들이 구원받도록 믿음을 요구하시고, 생명으로 예정된 모든 이들에게 성령을 주셔서 그들 이 자발적으로 믿고자 하며 또 믿을 수 있게 만드시겠다고 약속하셨다[Man, by his fall, having made himself incapable of life by that covenant, the Lord was pleased to make a second, commonly called the covenant of grace; wherein He freely offereth unto sinners life and salvation by Jesus Christ; requiring of them faith in Him, that they may be saved, and promising to give unto all those that are ordained unto eternal life His Holy Spirit, to make them willing, and able to believe].” 

 

이 논문이 이런 신학적 실체를 더 뚜렷하게 드러내는 데 있어 작으나마 신학적 마중물이 되길 소망하며 글을 겸비하게 시작한다.

 

II.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의 본질과 속성12)

 

청원서는 행위언약이 가지고 있는 본질(本質, nature)과 속성(屬性, properties)의 신학적 정당성을 심도 있게 건드리고 있다.

사안에 대해 본 질과 속성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13) 그 이유는 본질과 속성이 올 바르게 이해되어야만 그 외의 부차적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풀리기 때 문이다.

     

     12)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장 1절은 ‘언약’(covenant)이라는 개념 자체를 다음과 같이 적절하 게 고백하고 있다. 고백의 핵심은 언약이란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자발적인 눈높이 낮추심(some voluntary condescension on God’s part)이라는 점이다. “하나님과 피조물 사이의 간격이 너무 나 크기 때문에, 이성적 피조물은 창조주인 그분에게 순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발적으로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는 하나님을 그들의 복락과 상급으로 향유할 수 없 었다.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언약이라는 방식으로 기꺼이 표현하셨다[The distance between God and the creature is so great, that although reasonable creatures do owe obedience unto Him as their Creator, yet they could never have any fruition of Him as their blessedness and reward, but by some voluntary condescension on God’s part, which He hath been pleased to express by way of covenant].”

     13) 신학적 사안의 본질과 속성을 깊이 다루기 위해 형이상학이 필수적이다. 다음의 논의를 참고하라. 박재은, “16-17세기 개혁파 정통주의 시대의 형이상학 이해”, 「교회와 문화」 37 (2016): 135-165. 

 

 

그런 점에서 청원서의 신학적 기여는 높고 크다.

1. 논의의 장단점 고찰

 

건설적이고 바른 신학적 논의 및 논쟁은 반드시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그 객관성 위에 기반해 정중한 태도와 자세를 줄곧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논쟁의 객관성이 정중한 태도 및 자세와 잘 버무려질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는 ‘표현의 중립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표현의 중립화란 논쟁 사안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감정적 표현, 주관적 표현, 조 롱·조소적 표현 등을 최대한 지양한 채 가능하면 가치 중립적 표현을 사 용하는 것이다.

표현의 중립화가 지니는 최고의 미덕은 최대한 주관적 흥 분을 가라앉힌 채 논의가 진전되기 때문에 더욱더 효과적으로 사안의 핵 심 본질과 속성으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청원서의 내용 중에 표현의 중립화 맥락에서 볼 때 살짝 아쉬운 부분 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사변적 해석을 통해 성경의 진리를 혼란케 하 는” 14)이라는 표현, “십계명을 지켜야 구원받는다고 하는 아주 심각한 부작 용을 초래하고 있다” 15)라는 표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속의 위 내용으 로 인해 지극히 사변적이고 비성경적인 주장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6)라 는 표현,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의 교리를 무너뜨리는 이단 적인 사상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17)라는 표현 등이 대표적이다.

 

     14) 청원서, 1b (청원서는 총 3페이지로 구성되므로 인용 시 페이지 번호와 페이지의 상단, 중간단, 하 단을 a, b, c로 구별해 함께 표기하기로 하겠다).

     15) 청원서, 1b.

     16) 청원서, 1c.

     17) 청원서, 2b.

 

물론 청원서가 우려하듯이 실제로 그런 신학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 다. 하지만 그 결과가 아직 객관적으로 실체화되지 않았기에, 즉 우려하는 것처럼 그 결과의 진위(眞僞)가 실존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이기 때문에 이 사안을 다룰 때는 표현의 중립화가 반드시 더 필요해 보인다.

물론 청원서가 가지는 신학적 장점도 농후하다. 청원서는 타락 전 아담의 상태, 영생을 얻기 위한 아담의 능력, 행위언약과 십계명의 관계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요구하고 있어서 이 청원 자체로 신학적 발전의 교 두보가 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본 청원서는 궁극적으로는 그 리스도의 속죄 사역과 십자가 복음의 핵심적인 성격이 무엇인가로 귀결 되는 논의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서 신학적 본질을 깊이 있게 추구한다 는 차원에서도 신학적 기여는 크다.

 

2. ‘타락 전 아담의 상태’에 대한 논의

 

청원서는 행위언약에 대해 고백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9장 1절18)에 나타난 내용 중 “지극히 사변적이고 비성경적인 주장들” 19) 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렇게 평가하는 첫 번째 이유를 ‘타락 전 아담의 상태’에 관한 해석에서 찾는다.20)

청원서가 비판하고 있는 사변적이고 비성경적인 주장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9장 1절에 나타난 내용을 “하나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셨을 때 아담의 상태는 완전하지 않고 영생이 없는 상태이다” 21)라고 해석한다는 주장이다.

 

      18)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9.1.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한 법을 행위언약으로 주심으로 그와 그의 모든 후손에게 인격적이며, 전적이고 엄밀하고 지속적인 순종의 의무를 지우셨고, 언약 성취 에 생명을 약속하셨고 파기에 사망을 경고하셨으며, 그에게 언약을 지킬 수 있는 힘과 능력도 부여 하셨다[God gave to Adam a law, as a covenant of works, by which He bound him and all his posterity, to personal, entire, exact, and perpetual obedience, promised life upon the fulfilling, and threatened death upon the breach of it, and endued him with power and ability to keep it].”

      19) 청원서, 1c.

      20) 청원서, 1c.

      21) 청원서, 1c.

 

이에 대한 청원서의 부연 설명은 다음과 같다.

행위언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람들의 신학적 배경에는 아담의 존재 방식에 대한 비성경적이고 사변적인 신학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 행위언약을 주장하는 자들은 아담은 영생하지 않은 존재, 다시 말해 임시 적이고 잠정적인 존재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고 주장합니다.22)

이 사안의 핵심은 과연 타락 전 아담의 상태는 어떤 상태였는가이다. 타락 전 아담의 상태는 완전하지 않고, 임시적이며, 잠정적인 존재였는 가? 아닌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이 사안의 본질과 속성 은 바뀌게 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9장은 자유의지(Of Free-Will)에 대해 고백 하는 장인데 특히 9장 2절은 ‘타락 전 아담의 상태’를 고백하는 장이다.23)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람은 순전한 상태에서 선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의지하고 행 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을 가졌으나, 가변적이었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타 락할 수도 있었다[Man, in his state of innocency, had freedom, and power to will and to do that which was good and well pleasing to God; but yet, mutably, so that he might fall from it].24)

 

      22) 청원서, 2b.

      23) ‘타락 전 아담의 상태’는 소위 인간 본성의 4중 상태에서 첫 번째 상태에 있는 상태로서 ‘죄를 지을 수도, 죄를 짓지 않을 수도 있는’ 상태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로는 박재은, “기독교 윤리학 과 인간 본성의 4중 상태의 관계성 고찰”, 「신학지남」 90/1 (2023): 223-263을 참고하라.

       24) 관련 성경 구절은 창 3:6(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 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 라)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9장 2절에 따르면 ‘타락 전 아담의 상태’ 즉 “순전한 상태”(state of innocency)에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의지하고 행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had freedom, and power to will and to do that which was good and well pleasing to God)을 가진 상태 였다.

자유와 능력(power to will and to do)을 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 다음 문장에서 “가변적”(mutably)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와 능력이 있어야 가변적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변적이라는 표현의 의미는 죄를 지을 수도 있고, 반대로 죄를 짓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로운 능력을 말한다.

결국 타락 전 아담에 대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9장 2절이 말하는 바는 완전하지 않고, 임시적이며, 잠정적인 존재25)라기보다는 오히려 ‘자 유와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판단하는 것이 더 옳아 보인다.

오히려 죄를 지음을 통해 그 자유와 능력을 잃어버려 타락 후 아담의 상태는 완전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아 보인다.26)

이를 행위언약과 타락 전 아담의 상태와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타락 전 아담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의지하고 행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을 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행위언약을 지킬 수도, 혹은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상태는 실로 “순전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청원서가 주장하는 대로 소위 “행위언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 람들” 27)은 정말 타락 전 아담의 상태를 완전하지 않고 영생이 없는 상태로 이해하는 것일까?

 

      25) Cf. 청원서, 1c, 2b.

      26) 그러므로 타락 후 아담의 상태에 대해 말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9장 3절은 아담과 아담 후손들의 전적 무능력을 강조한다.

      27) 청원서, 2b. 

 

사실 그것은 불분명하다.

그 이유는 청원서 상에도 그 런 내용이 뚜렷하게 증거로 제시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행위 언약 교리의 논리적 전제는 행위언약을 지킬 수도 있고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논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타락 전 아담에게는 ‘자유와 능력’이 있었다고 말해야 하는 논리 구조 안에 스스로를 위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3. ‘영생을 얻기 위한 아담의 능력’에 대한 논의

 

행위언약에 대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내용 중 청원서가 “지극 히 사변적이고 비성경적인 주장”이라고 평가하는 두 번째 주장은 “아담은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고 하나님 백성의 자격을 갖추 어야 했다” 28)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행위언약을 논의할 때 아담 스 스로의 노력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고백하고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타락 전 아담은 죄를 지을 수도 있고 짓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와 능력을 가졌었지만 결국 가변적인 능력을 잘못 사용해서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 고백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9장 3절이다.

 

사람은 죄의 상태로 타락하여 구원을 수반하는 어떤 영적 선을 향한 의지의 모든 능력을 전적으로 잃어버렸다. 그래서 본성적 사람은 선을 철저하게 싫 어하고 죄로 죽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신을 돌이킬 수 없고 그것 을 위해 자신을 준비시킬 수 없다[Man, by his fall into a state of sin, hath wholly lost all ability of will to any spiritual good accompanying salvation: so as, a natural man, being altogether averse from that good, and dead in sin, is not able, by his own strength, to convert himself, or to prepare himself thereunto].29)

 

      28) 청원서, 2a.

      29) 관련 성경 구절은 롬 3:10(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롬 3:12(다 치우쳐 함께 무익 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딛 3:3(우리도 전에는 어리석은 자요 순종하지 아니한 자요 속은 자요 여러 가지 정욕과 행락에 종 노릇 한 자요 악독과 투기를 일삼은 자요 가증 스러운 자요 피차 미워한 자였으나) 등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과정론적 접근보다는 결과론적 접근을 보다 더 즐겨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정론적 접근이란 ‘타락 전’ 아담의 상태와 ‘타락 중’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고, 결과론적 접 근이란 ‘타락 후’ 아담의 상태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아담은 실제로, 역 사적으로, 실존적으로 타락을 했기 때문에 이 사안에 대해서는 결과론적 으로밖에 접근할 수 없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9장 3절이 고백하는 바와 같이, 타락 후 아담은 결과론적으로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신을 돌 이킬 수 없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준비할 수 없는”(is not able, by his own strength, to convert himself, or to prepare himself thereunto) 상태로 전 락해 버렸다.

아무리 타락 후 아담의 상태에 대해 결과론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과정론적 접근이 아예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청원서는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타락 전 아담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행위언약을 지켜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존재였는가 아닌가에 방 점을 찍는 것이다. 이에 대한 힌트는 하나님께서 사람과 맺으신 언약(Of God’s Covenant with Man)에 대해 논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장 2절에서 발견 가능하다.

하나님께서 인류와 맺은 첫 언약은 행위언약이었다.

이 언약에서는 완전하 고 인격적인 순종을 조건으로 아담과 그의 후손에게 생명을 약속하셨다[The first covenant made with man was a covenant of works, wherein life was promised to Adam; and in him to his posterity, upon condition of perfect and personal obedience].30)

 

      30) 관련 성경 구절은 갈 3:12(율법은 믿음에서 난 것이 아니니 율법을 행하는 자는 그 가운데서 살리라 하였느니라), 롬 10:5(모세가 기록하되 율법으로 말미암는 의를 행하는 사람은 그 의로 살리라 하 였거니와), 갈 3:10(무릇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은 저주 아래에 있나니 기록된 바 누구든지 율법 책 에 기록된 대로 모든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 등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장 2절은 행위언약을 설명하며 이 언약은 아담에게 “완전하고 인격적인 순종을 조건으로”(upon condition of perfect and personal obedience) 주신 언약이라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청 원서가 주장하는 대로 과연 소위 “행위언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람들” 31)은 아담이 완전하고 인격적인 순종을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 32) 할 수 있었 다고 생각했을까?

소위 행위언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람들의 저의(底意)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소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자체는 그렇게 생각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이유는 그다음 고백인 7장 3절의 내용 때문이다. 사람이 타락하여 그 언약으로는 스스로 생명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주님 께서는 일반적으로 은혜언약이라 불리는 두 번째 언약을 기꺼이 세우셨다.

이 언약으로 하나님께서는 죄인에게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생명과 구 원을 조건 없이 제시하시고, 그들이 구원을 받도록 믿음을 요구하시고, 생 명으로 예정된 모든 이들에게 성령을 주셔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믿고자 하 며 또 믿을 수 있게 만드시겠다고 약속하셨다[Man, by his fall, having made himself incapable of life by that covenant, the Lord was pleased to make a second, commonly called the covenant of grace; wherein He freely offereth unto sinners life and salvation by Jesus Christ; requiring of them faith in Him, that they may be saved, and promising to give unto all those that are ordained unto eternal life His Holy Spirit, to make them willing, and able to believe].33)

 

    31) 청원서, 2b.

    32) 청원서, 2a.

    33) 관련 성경 구절은 롬 3:20-21(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 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 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창 3:15(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 이니라 하시고), 갈 3:11(또 하나님 앞에서 아무도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 하니 이는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 하였음이라) 등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사람은 행위언약으로는 “스스로 생명을 얻을 수 없었”(having made himself incapable of life)다고 고백한다.

웨 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지속적으로 행위언약으로는 생명을 얻을 수 없 음(incapable)을 강조하는 이유는 7장 3절이 고백하듯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by Jesus Christ) 은혜언약으로는 생명을 얻을 수 있음(able to) 을 더 강조하기 위함이다.

결국 ‘영생을 얻기 위한 아담의 능력’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의 유기적 관계34) 속에서 조망할 때 최소한 ‘[아담] 자 기 스스로의 노력’ 35)으로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한참 멀 어 보인다.

 

       34)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장 6절. “[구약과 신약은] 실체가 다른 두 은혜언약이 아니라, 배 포만 다른 동일한 하나의 언약만이 있다[There are not therefore two covenants of grace, differing in substance, but one and the same, under various dispensations].”

       35) 청원서, 2a.

 

4. ‘행위언약과 십계명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논의

 

행위언약에 대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내용 중 청원서가 “지극 히 사변적이고 비성경적인 주장”이라고 평가하는 세 번째 주장은 행위언 약과 십계명의 관계성과 관련된 주장이다.

그 주장은 아래와 같다.

 

[행위언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람들은] 아담 안에 자연법 즉 십계명이 이미 새 겨져 있다고 하면서 이 십계명을 지키면 영생을 주신다고 하는 것을 주장하 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담은 단지 선악과를 먹어서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니라 아담 안에 새겨져 있는 십계명을 위반하여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가르칩 니다 … 이러한 주장이 결국 웨민신앙고백서 안에 들어와서 ‘십계명’은 영원 한 법이 된 것입니다 … 결국 이러한 최근의 행위언약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주장하는 일로 인해 성도의 구원이 십계명을 지켜야 구원 받는다고 하는 이단적인 가르침이 … 제기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36)

 

이런 주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 수적이다.

특히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자연법이나 십계명을 어떤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급선무로 보인다.

그 이유는 위와 같은 청원서의 주장 속에 행위언약, 자연법, 십계명 등의 개념들이 서로 혼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첫째, ‘하나님의 법’(the Law of God)에 대해 고백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9장 2절과 5절은 도덕법(the moral law)에 대해 논하고 있는 데 그 도덕법은 다름 아닌 십계명(the ten commandments)이다.

 

… 하나님께서는 이 법과 같은 의의 법칙을 시내산에서 십계명으로 주시고 두 돌판에 새기셨다. 첫 네 계명들은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의무를, 나머지 여섯 계명들은 사람을 향한 우리의 의무를 담고 있다. [이 법은] 보통 도덕법 이라 [불린다] … 도덕법은 의롭다 함을 받은 자들이나 그 밖의 사람들까지 도 순종하도록 정해져 있다. 즉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의 입장에서뿐만 아 니라 그 법을 주신 창조주 하나님의 권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as such, was delivered by God upon Mount Sinai, in ten commandments, and written in two tables: the first four commandments containing our duty towards God; and the other six, our duty to man … commonly called moral … The moral law doth for ever bind all, as well justified persons as others, to the obedience thereof; and that, not only in regard of the matter contained in it, but also in respect of the authority of God the Creator, who gave it].37)

 

     36) 청원서, 2a, 2b.

     37) 관련 성경 구절은 신 10:4(여호와께서 그 총회 날에 산 위 불 가운데에서 너희에게 이르신 십계명을 처음과 같이 그 판에 쓰시고 그것을 내게 주시기로), 마 22:37-40(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 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 지자의 강령이니라) 등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십계명을 도덕법으로 이해하는 이유는 도 덕법은 하나님(창조주)과 인간(피조물) 사이에 존재하는 보편타당한 존재 론적 법칙이기 때문이다.

즉 피조물인 인간이 도덕법을 반드시 지켜야 하 는 이유는 도덕법의 권위는 “그 법을 주신 창조주의 하나님의 권위”(the authority of God the Creator, who gave it)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도덕법 을 어기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요 창조주 하나님 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즉 피조물인 인간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겨서는 안 되고(십계명 제1계명),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불러 서도 안 되며(제3계명), 하나님의 형상을 담지하고 있는 다른 인간을 죽여 서도 안 된다(제6계명).

이를 저버리면 창조주 하나님의 권위를 저버리는 것이요 이를 지키면 창조주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은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 인간 사이에 영원토록 위치할 보편타당 한 도덕법이다.

    둘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신자가 도덕법인 십계명을 지켜야 만 구원에 이른다고 주장하지 않는다.38)

만약 십계명을 지켜야만 구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주장은 이단적인 주장이 분명하다.

오히려 웨 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9장 7절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그리스도의 성령께서 사람의 의지를 복종하게 하시어 율법에 계시된 하나님 의 뜻이 요구하는 바를 자유롭고 기꺼이 행할 수 있게 하시기 때문이다[the Spirit of Christ subduing and enabling the will of man to do that freely, and cheerfully, which the will of God, revealed in the law, requireth to be done].39)

 

     38) Cf. 청원서, 2b.

     39) 관련 성경 구절은 갈 3:21(그러면 율법이 하나님의 약속들과 반대되는 것이냐 결코 그럴 수 없느니라 만일 능히 살게 하는 율법을 주셨더라면 의가 반드시 율법으로 말미암았으리라), 히 8:10(또 주 께서 이르시되 그 날 후에 내가 이스라엘 집과 맺을 언약은 이것이니 내 법을 그들의 생각에 두고 그들의 마음에 이것을 기록하리라 나는 그들에게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게 백성이 되리라), 겔 36:27(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지 라) 등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그리스도와의 연합 가운데 죄인이 신자 로 거듭날 때 비로소 도덕법인 십계명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가르 친다.

즉 인간이 십계명을 지켜서 구원에 이르는 개념이 아니라 성령 하나 님께서 사람의 의지를 복종하게 만들어(the Spirit of Christ subduing and enabling the will of man to do) 하나님의 법이 요구하는 바를 자유롭고 (freely) 기꺼이(cheerfully) 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다.

이는 성화 (聖化, sanctification)의 맥락에서 말하는 율법의 제3용법 개념이다.40)

즉 십계명을 지켜서 구원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구원을 무조 건적인 은혜로 받았으니(칭의의 맥락) 십계명을 성령 하나님과 더불어 자 유롭고, 기꺼이 지켜 가는 것이다(성화의 맥락).41)

그러므로 이 맥락에서 는 인간에게 그 어떤 공로도 부여될 수 없고, 부여되지도 않는다.

율법을 지키는 것은 절대 구원의 기초가 될 수 없다.

다만 구원의 증거는 될 수 있 다.42)

청원서는 지금까지 논의한 첫째 사안(십계명은 자연법임)과 둘째 사 안(자연법인 십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구원을 받지 못함)을 서로 연결 짓 고 있는 것 같은데43) 이는 다소 애매한 연결 시도라고 생각된다.

 

     40) 율법을 ‘삶의 규범’으로 이해하는 율법의 제3용법에 대한 개념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문병호, “율법의 규범적 본질”, 「개혁논총」 4 (2006): 1-24; 김재성, “율법과 복음: 칼빈의 ‘제3용 법’과 해석원리”, 「신학정론」 22/1 (2004): 151-181; 권경철, “칼빈이 본 율법의 제3용법: 멜랑흐 톤과의 공통점이자 차이점”, 「역사신학논총」 31 (2017): 100-121 등을 살펴보라.

    41) 칭의와 성화의 균형 잡힌 이해를 위해서라면 박재은, 『칭의, 균형 있게 이해하기: 하나님의 주권 대 인간의 역할, 그 사이에서 바라본 칭의』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6); 박재은, 『성화, 균형 있게 이 해하기: 하나님의 주권 대 인간의 역할, 그 사이에서 바라본 성화』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7)를 참고하라.

     42)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 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 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 7:17-20).

     43) Cf. 청원서, 2a, 2b. 

 

그 이유는 정작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이렇게 연결 짓지 않고 있으며, 소위 “행위언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람들”도 이렇게 서로 연결 짓고 있다는 뚜 렷한 증거가 최소 청원서 속 주장 속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째 사안은 ‘보편적인 도덕법’의 맥락 속에서 십계명을 이해할 필요가 있 으며, 둘째 사안은 성화의 맥락 속에서 율법의 제3용법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각각 이해할 경우 이 두 사안은 논리적으로 도, 신학적으로도 큰 무리 없이 공존(共存)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

 

5. ‘헤르만 바빙크의 󰡔찬송의 제사󰡕 내용’에 대한 논의

 

청원서는 행위언약에 대해 비판하면서 비판의 칼날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 사상과 소위 “행위언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람들”에게만 대는 것이 아니라 19-20세기 네덜란드를 살았던 개혁파 교 의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에게도 대고 있다.

바 빙크와 관련된 비판은 다음과 같다.

헤르만 바빙크는 아담에게 새겨진 자연법은 영원한 법이지만 아담의 생명은 영원하지 않으므로 하나님의 법에 순종해야 영생을 얻는 존재였다고 하며, 더 심각한 주장은 그의 책 ‘찬송과 제사’에서 아담은 구원을 받아야 하기 때 문에 행위언약을 주신 것이라고까지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아담이 아직 죄를 짓지 않고 타락하지도 않았는데도 아담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 행위언 약에 순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44)

 

      44) 청원서, 2b-c (강조는 원문).

 

청원서에는 각주 처리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찬송의 제사󰡕 어디에서 바빙크가 이런 말을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찬송의 제사󰡕의 다 음과 같은 문장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은혜 언약은 하나님의 영원한 자비 안에 확고하고도 변치 않게 단단히 놓여 있습니다.

하나님은 타락 전에 맺어진 첫 번째 언약[행위언약] 안에서 인간에 게 완전한 순종을 요구하셨고, 이 명령을 완전하게 성취한 후에만 비로소 영 생과 하늘의 구원을 주시리라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첫 번째 언약[행 위언약]은 인간의 의지와 행위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이것이 인간 손에 맡겨 졌기 때문에 불확실하며 깨질 수 있는 언약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보 살핌 같은 약속으로 최초 공표되었던 은혜 언약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의 경 륜 안에 그 근거와 보증을 두고 있습니다.45)

청원서는 바빙크가 󰡔찬송의 제사󰡕에서 “아담이 구원을 받아야 하기 때 문에 행위언약을 주신 것”이라고 심지어 강조 표시와 더불어 비판하고 있 는데, 사실 위의 인용문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바빙크는 “아담이 구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찬송 의 제사󰡕의 이 부분에서 바빙크가 의도한 바는 무엇일까?

  첫째, 먼저 기억할 것은 바빙크의 이 문장의 맥락은 행위언약을 강조 하는 맥락이 아니라 은혜언약을 강조하는 맥락이라는 점이다.46)

즉 죄를 지을 수도 있고 짓지 않을 수도 있었던 아담에게 맡겨진 행위언약은 “깨 질 수 있는 언약”이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확고하고도 변치 않게 단 단히 놓여 진” 은혜언약을 주셨다는 것이 이 맥락의 방점이다.47)

 

      45) Bavinck, 『찬송의 제사』, 26-27 (강조는 원문).

      46) 바빙크는 『찬송의 제사』 1장에서 ‘신앙고백의 근거와 기초’라는 제목으로 은혜언약의 탁월성에 대 해 설명하고 있다.

      47) 바빙크는 『개혁교의학』에서도 행위언약 개념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은혜언약을 제대로 설명하 기 위함이었다. “은혜언약은 타락 전에 수립되었으나, 타락에 의해 파기된 행위언약과 근본적으 로 구별된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이 행위 언약을 수립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으 로 하여금 이 언약을 사람에게 제공하도록 한 것은 자신을 낮추는 선하심이며. 그래서 일반적인 의 미에서 은혜이기도하다. 그래서 하나님은 언약을 수립했고 그 모든 부분을 확정했다. 언약은 하나 님이 정한 법규이며 제도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 행위언약 가운데 순종을 요구하며 인간에게 다가 왔고, 단지 이 길을 통해 그리고 순종을 성취한 후에 얻게 될 하늘의 복, 영생, 하나님의 얼굴을 바 라보는 즐거움을 인간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므로 행위언약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고려한다. 이 언약은 부분적으로 인간에게 의존했고, 따라서 흔들리고 불안정했다. 그래서 사실상 이 언약은 또한 파기되었는데, 하나님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에 의해 파기되었다.” Herman Bavinck, Gereformeerde Dogmatiek, 박태현 역, 『개혁교의학』 (서울: 부흥과개혁사, 2011), 3:275.   

 

그러므로 이 문장을 행위언약 옹호에 대한 비판의 논거로 사용하는 것은 논리적 비 약이 될 수 있다.

   둘째, 바빙크는 이 문장에서 아담이 구원받아야 하므로 하나님께서 아 담에게 행위언약을 주셨다는 의미를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빙 크의 방점은 행위언약은 인간의 ‘의지’와 ‘행위’를 요구하기 때문에 ‘깨질 수 있는 언약’이었다는 것에 찍혀 있다.

그러므로 원문에는 인간의 ‘의지’ 와 ‘행위’가 강조 처리되어 있다. 즉 청원서가 주장하듯, 바빙크가 󰡔찬송 의 제사󰡕에서 말하는 바는 아담이 행위언약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아담은 결국 행위언약을 지킬 수 없었 기 때문에 “어머니의 보살핌 같은 약속” 같은 은혜 언약을 “확고하고도 변 치 않게” 내려 주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담이 구원받아야 하므로 하 나님께서 아담에게 행위언약을 주셨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담이 구 원받아야 해서 하나님께서 아담과 그의 후손에게 ‘은혜언약’을 주셨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빙크의 의도에 더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청원서는 이런 바빙크의 신학이 “17세기 스콜라주의 개혁신학 의 오류” 48)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이런 평가도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그 이유는 리처드 멀러(Richard A. Muller)에 의해 잘 증명된 것처럼, 스콜라 주의(scholaticism)는 중세 로마 가톨릭 전통의 토마스주의(Thomism) 형 식의 내용적 스콜라주의와, 16-17세기 개혁파 신학에서 사용했던 학문적 형식으로서의 스콜라주의를 반드시 구별할 필요가 있는데49) 청원서에서 는 이에 대한 구별이 다소 모호하게 진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48) 청원서, 2c.

      49) Richard A. Muller, 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 The Rise and Development of Reformed Orthodoxy, ca. 1520 to ca. 1725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03), 1:27-84. 

 

16-17세기 개신교 개혁파 신학에서는 학문의 방식과 형식으로서 스콜라주의를 기본 적으로 사용했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신학을 전개할 때 기초적으로 사용 하는 학문의 방식이다.50)

 

     50) 학문을 전개할 때 기본적으로 개념 정의, 개념의 구별, 개념의 발전사 연구, 개념의 명료화, 개념의 조직화를 하는 것은 기초인데 이런 방식이 바로 학문의 방식으로서의 스콜라주의 방식이다. 그러므 로 이성이 신앙을 앞세우는 형식의 ‘내용으로서의 중세 스콜라주의’와 반드시 개념 구별이 필요하다. 

 

바빙크는 󰡔찬송의 제사󰡕에서 ‘아담이 구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하 나님께서 아담에게 행위언약을 주셨다는 내용을 기술하지 않았을뿐더러, 관련 내용에서도 그런 의도를 전혀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소위 “행위언 약을 교리로 확증한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바빙크를 전용(轉用)하는 청원서의 내용은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6. 요약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 의 본질과 속성이 다음과 같이 드러났다.

  첫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특히 9장 2절) 타락 전 아담의 상 태를 행위언약을 지킬 수도 있고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와 능력’ (power to will and to do)을 가진 존재로 그리고 있다.

이 상태는 신앙고 백서가 잘 고백하는 것처럼, 순전한 상태(state of innocency)였다.

  둘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아담을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 행 위언약을 지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7장 3절에서 고백하는 바와 같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인간 스스 로는 행위언약을 지킴으로 생명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을 필두로 은혜언 약의 필수성을 역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언약을 논하는 웨스트민스터 신 앙고백서 부분의 방점은 행위언약이 아니라 은혜언약이다.

   셋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특히 19장 2절과 5절) 십계명을 도 덕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저버리는 것은 곧 창조주 하나님의 권위 를 저버리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도덕법 인 십계명을 지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치지 않으며, 오히려 성령 하나님과 더불어 성화의 맥락에서 자유롭고(freely) 기꺼이(cheerfully) 하 나님의 법을 지켜 나간다고 고백하고 있다.

십계명 지킴은 구원을 받기 위 한 조건이 아니라 구원을 무조건적인 은혜로 받은 후의 성화의 증거이다.

 

III. 실천적 고찰 및 적용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말하는 행위언약 개념과 청원서가 주장하는 행위언약 개념에 대한 비판 둘 속에서 동일한 실천적 적용점이 도출된다.

 첫째, 인간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행위언약을 온전히 지킬 수 없음이 반드시 양지 되어야 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도 그렇고 청원서도 그렇고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줄곧 말하고 있는 지점은 인간은 행위언 약을 지킴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은혜언약’을 통 해, 그 은혜언약의 유일한 방식인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중보자를 통해서 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점이다.51)

현대 신학 속에서 그리스도의 유일 한 중보자성이 흐려지고 있다.

포스트모던 다원주의 시대 속에서 그리스 도를 통한 구원의 유일성은 폭력적인 배타적 산물로 여겨져 세찬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작금의 상황 속에서 행위언약의 그림자성과 은혜언약의 실체성은 더 많이 강조되어도 지나치지 않다.

   둘째, 율법주의의 뼈아픈 폐해에 대해서도 반드시 인식되어야 한다.

물론 청원서의 비판적 내용, 즉 “[행위언약 지지자들은] 아담과 아담 안에 있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메시아는 필히 아담 대신 십계명을 철저하게 준수함으로 우리를 구원하게 된다는 구원론[을 주장한다]” 52)라 는 비판은 행위언약 논의와 관련되어 반드시 재고가 필요한 비판이긴 하 지만, 이 가운데서도 일부의 진리는 존재한다.

 

        51) Cf. 청원서, 3a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7장 3절을 살펴보라.

       52) 청원서, 3a. 

 

그 이유는 한국교회 내에  여전히 율법주의 및 신율법주의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율 법을 지킴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저주받는 복음’ (갈 1:8-9)이다.

율법을 통한 구원은 이신칭의 복음의 근간을 흔들리게 만 드는 구원이며 성경 전반이 반대하는 잘못된 구원이다.

그렇다면 왜 율 법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을까?

그 이유는 인간의 부패한 죄성 때문이 다.53)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도 청원서도 이 지점에 있어서는 기본적으 로 동의하는 바이다.

율법주의의 검은 그림자가 걷혀야 비로소 은혜가 싹 튼다.

   셋째, 아무리 ‘인간이 스스로 미리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그 준비를 통 해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더 정확히 지적되어야 한다.54)

웨스 트민스터 신앙고백서도 그렇고,55) 청원서도 그렇고56) 인간이 미리 준비해 행위언약을 지킬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53)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6장 4절. “사람은 원래의 부패로 말미암아 모든 선을 전적으로 싫 어하고, 그것을 행할 수 없으며 거역하고 전적으로 모든 악에 기울어지며, 이 원래의 부패로부터 모든 자범죄가 나온다[From this original corruption, whereby we are utterly indisposed, disabled, and made opposite to all good, and wholly inclined to all evil, do proceed all actual transgressions].”

    54) Cf. 청원서, 3b.

    55)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9장 3절. “사람은 죄의 상태로 타락하여 구원을 수반하는 어떤 영 적 선을 향한 의지의 모든 능력을 전적으로 잃어버렸다. 그래서 본성적 사람은 선을 철저하게 싫 어하고 죄로 죽었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신을 돌이킬 수 없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준비 시킬 수 없다[Man, by his fall into a state of sin, hath wholly lost all ability of will to any spiritual good accompanying salvation: so as, a natural man, being altogether averse from that good, and dead in sin, is not able, by his own strength, to convert himself, or to prepare himself thereunto].”

      56) 청원서, 3b.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 후로 ‘인간의 자율성’은 최고도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인간 스스 로 준비해서 자력 구원에 이르기도 하고, 인간 스스로 준비해서 신이 되는 (homo-deus) 결과가 감히 도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인간도 인간 스스로가 준비해서 행위언약을 온전히 다 지킬 수 없다.

그 이유는 아무리 인간이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그 준비에 대한 평가는 ‘유한한 존재’가 아닌 ‘무한한 존재’이신 하나님이 하시기 때문이다.57)

 

     57)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6장 5절. “우리는 가장 좋은 행위들로도 하나님께로부터 사죄나 영 생을 받을 공로를 세울 수 없다. 곧 그 행위와 내세의 영광 사이에 큰 불균형이 있고, 우리와 하나 님 사이에도 엄청난 간격이 있어서, 우리는 그 행위로써 하나님께 이득을 드리거나 이전에 범한 죄의 빚을 갚을 수도 없다[We cannot by our best works merit pardon of sin, or eternal life at the hand of God, by reason of the great disproportion that is between them and the glory to come; and the infinite distance that is between us and God, whom, by them, we can neither profit, nor satisfy for the debt of our former sins].” 

 

그 어떤 유한한 인간 도 무한한 하나님을 만족시킬 수 없다(finitum non capax infiniti).

그 어 떤 유한한 인간도 무한한 하나님의 기준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구원으로의 준비는 인간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 신 친히 하신다.

그러므로 기독교 구원론의 중심에는 인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만이 위치해야 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청원서는 둘 다 기초적으로는 같은 방향 성을 취한 채 같은 내용을 선포하고 있다.

그 선포의 논리 구조와 접근 방 식이 서로 다를 뿐이다.

최대한 접점을 찾고, 잘못된 주장은 서로 겸비하 게 내려놓으며, 오로지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드러나는 방향성을 가지고 협치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비로소 행위언약에 관한 바른 이해의 토양 위에서 ‘은혜언약’이 아름답게 꽃피우고 열매 맺게 될 것이다.

 

IV. 나가는 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언약론에서 행위언약은 본질이 아니다.

오히려 은혜언약이 본질이다.

물론 행위언약이 본질이 아니라는 의미는 행위언약이 불필요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은혜언약의 본질이 아름답게 더 잘 드러나기 위해서는 행위언약 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수 중 필수다.

그 이유는 행위언약의 본질과 속성 을 어떤 신학적 시각과 앵글로 이해하느냐에 따라 은혜언약의 본질과 속성에 관한 규정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앞서 논의한 대로, 타락 전 아담의 상태는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을 의지하고 행할 수 있는 자 유와 능력”(…had freedom, and power to will and to do that which was good and well pleasing to God)을 가진 순전한 상태였다고 말하는 것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고백하는 바다(9장 2절).

그러므로 타락 전 아담의 상태는 “가변적”(mutably) 상태였다(9장 2절).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변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자유와 능력(power to will and to do)을 가졌던 아담은 결국 행위언약을 파기하는 선택을 하게 되어 전적 타락의 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되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아담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어 하나님 나라 백성의 자격을 갖추어야 했다고 고백하지 않는다.

오히 려 신앙고백서는 아담은 행위언약으로는 “스스로 생명을 얻을 수 없었다” (having made himself incapable of life)라고 고백하며 행위언약으로는 생 명을 얻을 수 없었으므로(incapable)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by Jesus Christ) 생명을 얻을 수 있는(able to) 은혜언약의 필수성에 대해 역으로 강 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7장 3절).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십계명을 도덕법으로 이해하며 구원을 받 기 위해 도덕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은혜로 구원을 받 았기에 성령 하나님과 함께 도덕법을 자유롭고(freely) 기꺼이(cheerfully) 지켜야 함을 고백한다(19장 7절). 이는 성화의 맥락에서 논할 수 있는 율 법의 제3용법이다.58)

 

      58)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19장 6절. “참 신자들은 행위언약으로서의 율법 아래 있지 않고 그 법에 의해 의로워지거나 심판받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 법은 자기에게나 타인에게 크게 유익 하다. 이는 이 법이 삶의 법칙으로서 그들에게 하나님의 뜻과 그들의 의무를 알려주고, 그들의 본 성과 마음과 삶이 죄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을 더 발견하게 하여, 그들이 법대로 행하도록 지시하 고 정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이 법으로 자신을 살핌으로써 더욱더 죄를 확신하게 되 며 죄 때문에 겸손해지고 죄를 미워하게 되고, 자기들이 그리스도를 필요로 한다는 것과 그분의 완 전한 순종을 더욱더 분명하게 직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율법은 중생한 자들에게도 쓸모가 있는 데, 이는 율법이 죄를 금함으로 그들의 부패성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율법의 위협들은 비록 그들이 율법에서 경고한 저주에서 자유함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들이 죄로 인해 받아야 할 마땅 한 벌이 무엇인지, 자기들이 죄 때문에 어떤 환난을 현세에서 당하게 될지를 보여 주는데 이바지 한다.마찬가지로 그 법의 약속들은 하나님께서 순종을 인정하신다는 사실과 (행위언약으로서 율 법에 의하여 그들의 몫으로 이 복들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여도), 그 법을 준행함으로 어떤 복 들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법이 선을 장려하고 악을 금하기 때문에 어떤 사 람이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한다 하여도, 이것이 그가 율법 아래 있고 복음 아래 있지 않다는 증 거가 될 수 없다[Although true believers be not under the law, as a covenant of works, to be thereby justified, or condemned; yet is it of great use to them, as well as to others; in that, as a rule of life informing them of the will of God, and their duty, it directs and binds them to walk accordingly; discovering also the sinful pollutions of their nature, hearts, and lives; so as, examining themselves thereby, they may come to further conviction of, humiliation for, and hatred against sin, together with a clearer sight of the need they have of Christ, and the perfection of His obedience. It is likewise of use to the regenerate, to restrain their corruptions, in that it forbids sin: and the threatenings of it serve to shew what even their sins deserve; and what afflictions, in this life, they may expect for them, although freed from the curse thereof threatened in the law. The promises of it, in like manner, shew them God’s approbation of obedience, and what blessings they may expect upon the performance thereof: although not as due to them by the law as a covenant of works. So as, a man’s doing good, and refraining from evil, because the law encourageth to the one, and deterreth from the other, is no evidence of his being under the law; and not under grace].”

 

행위언약을 지킴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은혜 언약을 통해 행위언약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새롭게 갱신된 것이다.

청원서는 행위언약에 대한 본질과 속성을 심도 있게 건드리고 있어서 그 자체로 신학적 기여도가 높다.

다만 신학적 정교함이 좀 더 세밀하게 더해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이 사안은 기독교 핵심 진리와 직접적 으로 연결된 중대 사안이므로 최대한 ‘표현의 중립화’를 견지한 채 사안으로 접근해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및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행위언약, 은혜언약, 혹은 그 어떤 다른 논의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 원의 공로를 희석시키거나 십자가 복음을 퇴색시키거나 대속 사역의 은 혜가 평가절하되는 결과가 도출되는 논의라면 반드시 신학적으로 재고되 어야 함이 마땅하고 마땅하다.

다만 논쟁을 위한 논쟁, 정쟁을 위한 정쟁, 정죄를 위한 정죄로 점철된 재고의 장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하며, 바른 진 리가 드러날 수 있는 방향성을 견지한 채 최대한 겸비하게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행위언약의 본질과 속성에 관한 바른 이해의 토양 위에서 은혜언약이 보다 더 아름답게 꽃 피우고 열매 맺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족하다.

그 러므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에 대한 다채로운 논 의 및 논쟁은 그 자체로 유의미하며 그 자체로 불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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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Nature and Attributes of the Covenant of Works in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Jae Eun Park (Chongshin University, Assistant Professor) Recently, various interpretations of the concept of the ‘covenant of works’ in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have surfaced in the Korean church. In particular, a petition regarding related issues has been submitted to the 2023 General Assembly of the Presbyterian Church in Korea(Hapdong). The title of this petition is ‘Request for a theological hearing on the theory of the covenant of works in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that confuses the truth of the Bible through speculative interpretations.’ This petition is a petition that critically questions the nature and character of the covenant of works in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vide theological answers and suggestions for this petition. The nature of this study is not to refute and criticize the petition in detail, but rather to examine the content of the petition in detail and to have a more constructive nature to explore which interpretation is theologically sound. The order of discussion in this study is as follows. The study will examine it in five major ways. First, this study will examine the pros and cons implied in this discussion, and then examine it in detail under the  titles of ‘Adam’s state before the Fall,’ ‘Adam’s ability to attain eternal lif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ovenant of works and the Ten Commandments,’ and ‘the contents of Herman Bavinck’s The Sacrifice of Praise.’ Finally, the study will conclude the article by summarizing and organizing it after conducting practical examinations and applications based on the preceding discussions. Through this work, the essence and attributes of the covenant of works as presented in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will be clearly revealed.

[Key words: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Covenant of Works, Covenant of Grace, Adam, Ten Commandments, Herman Bavinck]

 

[한글초록]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 개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불거졌다.

특별히 2023년도 대한예수교장로 회(합동) 총회에 관련 사안에 대한 청원서가 올라왔다.

이 청원서의 제목 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속의 행위언약 사상에 대하여 사변적인 해석 을 통해 성경의 진리를 혼란케 하는 신학 공청회 개최 청원 요청’이다.

본 청원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약의 본질과 성격에 관해 비판적으로 묻는 의도가 강한 청원서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 청원서에 대해서 신학적 답변 및 제언을 하는 데 있다.

본 연구의 성격은 청원서에 나타난 청원을 요목조목 반박하고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청원의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며 무엇이 더 신 학적으로 건전한 해석인가를 타진해 보기 위한 건설적 성격이 더 강하다.

본 연구의 논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크게 다섯 가지로 살펴볼 텐데 먼 저 이 논의 속에 함의된 장단점을 고찰한 후 본격적으로 ‘타락 전 아담의 상태’에 대한 논의, ‘영생을 얻기 위한 아담의 능력’에 대한 논의, ‘행위언 약과 십계명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논의, ‘헤르만 바빙크의 󰡔찬송의 제사󰡕 내용’에 대한 논의 등의 제목으로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선 논의를 근거로 실천적 고찰 및 적용을 한 후 글을 최종 요약·정리하며 글을 마무 리 짓겠다.

이런 작업을 통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행위언 약의 본질과 속성이 선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주제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행위언약, 은혜언약, 아담, 십계명, 헤르만 바빙크]

 

 

조직신학연구 제48권 (2024년)

논문 투고일: 2024.10.05. 수정 투고일: 2024.11.12. 게재 확정일: 2024.11.21

http://www.stkets.com/bbs/board.php?bo_table=table42&wr_id=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