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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한 전력도매시장 구조 개선 방향(25-9-4)/윤여창.KDI

Ⅰ. 서론

지난 20여 년간 전력시장 환경은 크게 변화하였다.

시장참여자는 2001년 10개사에서 2023년 6,333개사로 크게 늘어났고,1) 전력 수요 역시 257.7TWh에서 546.0TWh 로 2배 넘게 증가하였다.2)

특히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0.04%에 서 8.5%로 크게 확대되면서 전력시스템 전반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3)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30년 18.8%, 2038년 29.2%로 더욱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4)

 

    1) 한국전력거래소, 『2023 전력시장분석보고서』, 2024.

    2)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통계』, 제94호, 2025.

    3) 2023년 기준 태양광은 5.32%, 풍력은 0.54%, 그 외의 재생에너지는 2.4%이다(한국에너지공단, 2024).

    4)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5.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을 때 작동 가능했던 현재의 전력도매시장 구조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기상 여건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공급량이 크게 변동한다는 특 성에 더해 전력도매시장의 구조적 한계까지 겹치면서, 예비 전력 부족이나 출력 불안 정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가 가져오고 있는 전력도매시장의 환경 변화를 살펴보고, 현재의 전력도매시장 구조 가 지닌 한계를 진단한 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한다.

 

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시장 환경의 변화

 

태양광과 풍력 등 자연조건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 출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일 · 시간 대별로 크게 달라지며, 전력도매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키운다.

동시에 전력 수요자인 기업과 가정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을 때는 재생에너지 조달 기업과 가정이 도매시장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하지 않고, 반대로 발전량이 적을 때에 는 구매가 증가하여 도매시장의 수요 변동성이 커진다.

이와 같은 구조는 전력도매시 장의 일간 거래량 변동성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5)

 

  5) 2023년 평균 13시 기준으로 일일 전력거래량의 월별 최대 차이는 2017년에 비해 27% 상승하였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증가는 전력도매시장의 최소 전력거래량과 최대 전 력거래량 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난다.6)

 

  6) 2023년 평균 월별 최대 전력거래량은 2017년 대비 8% 상승하였고, 월별 최소 전력거래량은 3% 감소하였다.  

 

전력 수요가 전반적으 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월 최대 전력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기상 여건 에 따라 태양광 · 풍력 발전량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재생에너지 조달 기업과 가정의 시장 수요가 줄어들어 월 최소 전력거래량이 구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을 고려하여 전력시장은 최대 전력거래량에 상응하는 수 요를 감당할 규모의 설비들을 확보하지만, 최소 전력거래량의 감소로 기존 발전설비 중 가동되지 않는 설비 규모가 증가하여 전력시장의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자체의 수익성에도 영향 을 미친다.

전력 수요를 초과하여 재생에너지 공급이 과잉될 때, 송전망 부족 문제가 겹치며 전력시스템이 잉여전력을 수용하지 못하고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어하는 상 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료비 없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하 고 버리게 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수익성은 하락하게 된다.7)

 

    7) 2024년 기준 제주 지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육지 지역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20.0%로,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 하였다. 다만, 2024년부터 제주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입찰제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출력제어 문제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의 영향을 완화하고 대규모 정전을 방지하기 위 해서는 충분한 전력 예비용량을 갖춰야 한다.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재 생에너지의 공급 여력이 충분할 때 전력을 저장하고 부족할 때 방전해 수급을 보완하 는 유연성 설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설비들이 필요한 수준으로 신규 투자되 고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전력도매시장에서 투자비와 운영비를 회수할 만큼의 보 상 메커니즘이 갖춰져야 한다.

 

Ⅲ. 전력도매시장의 기본 구조

 

전력시스템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실시간으로 맞춰야 한다.

수급 균형이 조금만 어 긋나도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나서 광역 정전으로 이어지거나 운영비용이 불필 요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업자 간에 전력을 거래하는 전력도매시장은 정전 위험을 막을 만큼 충분한 설비를 확보하되, 과잉 투자는 피하고 총 시스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예상 전력 수요를 충당하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전력을 실제로 공급하는 행위(전력량, energy)뿐만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전력시장이 필요로 할 때 즉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대기하는 행위(용량, capacity)에 대한 가격, 그리고 실시간 수급 균형을 유지하고 전 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주파수와 전압을 조정하는 행위(보조서비스, ancillary service)에 대한 가격을 구분해 지급한다.

용량 가격은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 순간에도 전력시장에 참여하여 즉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대기하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이러한 보상 체계는 전력시스템 운영기관이 장기 설비와 예비용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돕는다.8)

보조서비스 기능을 제공하 는 설비들은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감하거나 급증하여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하여 주파수를 적정 범위 내로 회복시킴으로써 전력시스 템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정전을 방지하도록 돕는다.

전력량과 보조서비스 가격은 현물계약 형식으로 하루 전 혹은 실시간으로 결정되며, 용 량 가격은 발전설비 용량 확보 차원에서 선도계약 형식으로 사전에 결정된다.9)

 

    8) 전력도매가격을 결정짓는 한계발전기보다 한계비용이 높은 발전설비들은 예비용량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전력도매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므로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낮다. 이로 인해 용량 가격이 없다면 충분한 예비용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9) 국내 용량 가격은 선도시장에서 형성되지 않고 정부가 고정단가로 결정하는 구조로, 용량요금제도로 분류된다.

 

한 편,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는 용량과 보조서비스 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이 기능들에 대해서는 보상받지 않는다.

대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 제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발급받고 이를 판 매한 수익을 전력량 정산금에 더해서 지급받는다.

 

Ⅳ. 가격이 유연한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

 

이처럼 하나의 전력도매시장 안에서 여러 기능별로 구분된 시장들이 운영되며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되고, 각각의 가격신호는 발전설비의 신규 진입 및 퇴출 결정과 전력 시스템의 실시간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전력도매시장 구조와 기능별 시장의 비중에도 영향을 미 칠 수 있다.

윤여창(2024)은 재생에너지와 기저발전, 가스발전,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발전원이 참여하는 전력도매시장에 대한 이론 모형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전력도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10)

 

  10) 전력량과 용량 가격이 각각 전력 현물시장과 선도시장에서 수급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되는 모형을 상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선도시 장에서는 발전원별로 설비용량 투자 규모를 결정하고, 현물시장에서는 주어진 설비용량하에서 발전원별 특성을 반영하여 전력 공급량을 결정한다. 선도시장에서는 예상되는 전력 수요와 투자되는 총설비용량 규모에 따라 용량 가격이 결정된다. 그리고 현물시장에서는 실현 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실제로 공급되는 전력량 규모에 따라 전력량에 대한 가격인 전력도매가격이 결정된다. 해당 모형에서 재생에 너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공급량이 외생적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가스발전은 실시간으로 공급량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는 반면, 기저발 전은 하루전시장에서 공급량이 결정되어 실시간으로는 공급량을 바꾸지 못한다. 한편, 에너지저장장치는 시간대별로 저장량과 공급량 을 결정한다

 

1.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용량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분석에 따르면, 전력량과 용량 가격이 유연하게 결정되는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의 확대는 용량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경로는 다음과 같다. 우선,

 ① 변동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현물시장의 전력 량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ystem Marginal Price: SMP)이 평균적으로 하락하게 되므로 다른 발전원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따라서 해당 발전원들이 선도시장에서 설비를 투자할 유인이 감소하게 되므로, 동일한 예비용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용량 가격의 상승이 필요하다. 또한

②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전력시장 전반의 변동성을 높여서, 다른 발전원의 전력 공급과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위험 은 설비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보상 기제로 용량 가격은 상승한다. 그리고

③ 기상조건에 따라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감하고 전력 수요가 급등하는 상황 이 자주 발생하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필요한 예비용량의 규모가 증가하게 된 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도시장에서 더 많은 설비투자 유인이 필요하게 되어, 용 량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2.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용량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용량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11)

 

  11)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 천연가스 시장 여건에 따라 변동하며, 상승과 하락 모두 가능하다.

 

시간대별로 발전기들은 1kwh당 한계비용이 낮은 순서대로 정렬된 뒤, 그 시 간대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마지막 발전기의 한계비용이 해당 시간대의 전력도매 가격이 된다.

가스발전이 상대적으로 다른 발전원들보다 연료비가 높기 때문에, ④ 천 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전력도매가격 상승을 유발한다.12)

 

    12)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총 8,784회 중 천연가스가 8,199회(93.3%) 시간대별 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였다

 

따라서 낮은 용량 가격에서 도 설비를 투자할 유인이 발생하여 용량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3.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보조서비스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한편, 보조서비스 수요도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기 때문에, 주파수와 전압 이 적정 범위를 쉽게 벗어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 · 분 단위의 주파수나 전 압을 조정해 주는 보조서비스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작은 출력 변동으로 인해서 도 전력 수급의 실시간 균형이 깨지고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Ⅴ. 가격이 경직적인 우리나라 전력도매 시장의 문제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도매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하면서, 대규모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설비와 적절한 규모의 예비용량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설비들이 신규 투자되고 운영될 수 있는 충 분한 보상 메커니즘을 국내 전력도매시장이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여기에 서는 국내 전력도매시장의 각 기능에 대한 가격 결정 방식을 검토하고 그에 따른 한계 를 점검하고자 한다.

 

1. 전력도매가격: 재생에너지에 적용되기 어려운 변동비 기반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전력도매가격이 발전사가 제출한 입찰 가격이 아니라, 전 력도매시장 운영기관이 연료비를 기반으로 개별 발전설비들의 변동비를 사전에 평가 하여 정해진다.13)

하지만 이러한 평가 방식은 변동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재생에너 지에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는 전력도매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우선 구 매되는 구조이며,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가 순간적으로 과잉 공급되어 출력제어가 불 가피한 상황에서도 어느 발전기의 출력을 우선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 기 어렵다.14)

 

    13) 전력도매가격은 계통한계가격으로도 불린다.

    14)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연간 평균으로 보면 낮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일정 시간대에는 전체 전력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할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제주 지역의 2024년 기준 연평균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0%이지만, 2025년 4월 16일 도내 전체 전력사용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전력도매시장에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공급 설 비를 결정할 때는, 전력시스템 유지를 위해 반드시 가동되어야 하는(must-run) 설비는 제외하고 산정한다.  

 

2. 용량 가격: 경직적인 고정 투자비

 

평가 시장 운영을 통해 기술 변화와 전력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용량 가 격은 건설비 등 고정 투자비를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경직적으로 결정된다.

실무적으 로는 1998년 준공되어 30년의 설계수명이 곧 완료되는 신인천복합발전소의 건설비 를 기반으로, 여기에 매년 물가상승률과 목표 예비력을 반영하여 단순 조정하는 수준 에서 용량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 발전과 환경 규제 강화, 금융비용 변 동 등 실질 투자비 변화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15)

전력도매가격과 용량 가격 모두 비용 평가 방식의 경직적 산정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나 도매가격 변동과 같은 시장의 여건 변화가 용량 가격에 제대 로 반영되지 않고 시장들 간의 연계성도 미흡한 상황이다.

해외 주요 전력시장에서는, 앞 절의 논의에서와 같이,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할 때 용량 가 격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태양광 · 풍력 발전 비중이 높은 영국 전력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서 용량 가격이 함께 상승했는데, 이는 이론 적 예측에 부합한다.

반면,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 용량 가격은 경직적으로 결정되고 있어 전력도매가격의 변화를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이다.16)

 

    15) 기술 발전과 환경 규제 강화, 금융비용의 변화는 투자비를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하락시키는 요인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자재 공급의 병목이나 원자재 부품 가격 상승은 투자비를 높이지만, LNG 가스복합 발전기 주요 부품에 대한 기술 혁신은 투자비를 낮춘다.

   16) 국내 용량 가격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함께 상승세를 보이지만, 이는 전력시장 환경의 변화보다는 물가 상승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와 같은 경직적인 용량 가격 설정 구조는 재생에너지 확대 시 국내 전력도매시장에 서 필요한 충분한 예비 전력을 확보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컨대 재 생에너지 확대에도 불구하고 용량 가격이 충분히 높아지지 않는 경우, 화력 · 원자력 등 기존 발전원은 재생에너지로 인해 낮아진 가동률 등으로 수익성이 확보되지 못하 면서 투자 유인이 저해될 수 있다.

이처럼 경직적으로 설정되는 용량 가격은 미래 전 력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3. 보조서비스 가격: 수요와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 결정

 

국내 전력도매시장에서는 전력 수급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주파수가 적정 범위를 벗 어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보조서비스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특히 보조서 비스 중에서 주파수를 즉각적으로 제어해 주는 1차 예비력의 공급량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며, 2021년과 2024년 사이 33.3% 증가하였다.

하지만 국내 보조서비스 가격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우리 전력 도매시장에서는 보조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 총액을 사전에 배정하고, 이를 직전 연 도의 보조서비스 공급 실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보조서비스 가격이 결정된다.18)

 

    18) 한국전력거래소, 「비용평가 세부운영규정」, 2025, “제13장 계통운영보조서비스 정산단가 산정기준” 참고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총배정액 규모는 485억원으로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어, 수 요 증대에 따라 보조서비스 공급이 증가했던 해일수록 오히려 다음 해의 보조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그 결과, 보조서비스 수요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전력시장에 필요한 보조서비스 유연성 자원 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유인이 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경직적인 가격 체계에서는 전력시스템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설 비들의 투자가 지체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한 전력시스템의 대응력이 부족해 질 우려가 높다.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배터리나 양수 발전소와 같은 에너지저장장치(ESS)이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전력도매시장에서 가격이 낮은 시간대에 충전하고 가격이 높은 시간대에 방전하여 가격 차익을 확보하고, 용량과 보조서비스 제공을 통해서도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 전력도 매시장은 변동비 평가 방식으로 운영되어, 전력량에 대한 시간대별 가격 차익이 충분 히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보조서비스에 대한 보상 역시 높지 않다.

따라서 에너지 저장장치는 전력도매시장을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고 관련 설비에 대한 투 자는 지체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19)

 

  19) 이에 따라 2025년부터 전력시스템에 필수적인 에너지저장장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력도매시장과는 별도의 ESS 중앙계약시 장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ESS 중앙계약시장은 15년 고정단가의 장기계약 구조로 설계되어, 향후 배터리 가격 하락이나 효율 개선, 새로운 기술 등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아울러 전력시스템 운영기관이 계약된 저장장치의 운전을 직접 지시해야 하므로 운영 복잡도 가 크게 늘어, 제도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Ⅵ. 정책 과제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변동성을 완화하고 유연성을 제공할 설비가 부족하면 전력도매시장 운영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본고는 전력도매시장에 서 각 기능의 가격 결정에 대한 시장원리를 강화하고, 시장 왜곡 가능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정책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1. 전력도매시장의 가격 기능 강화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력도매시장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과 효율적 가격 형성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저장장치와 같이 전력 시장에서 필요한 자원들이 전력도매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 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량과 용량, 보조서비스에 대한 가격 결정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전력도매시장을 변동비 평가 방식에서, 발전사들이 전력량 가격을 직접 입찰해 경쟁하는 가격입찰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20)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포 함하는 가격입찰제 방식의 전력도매시장으로 개선함으로써, 전력도매가격이 시장의 전체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출력제어를 비롯한 시장 운영의 기준으로 온전히 기능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21)

그리고 용량 가격을 시장 기반으로 결정하여, 필요한 설비용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 다.22)

 

    20) 전력 과잉 공급 시 입찰 가격을 기준으로 출력제어 대상을 결정할 수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전력도매시장에서 다른 발전원과 동일하게 입찰 경쟁에 참여하지만, RPS와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제도를 통해 시장 수익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부족분을 보전받을 수 있다.

   21) 국내 전력도매가격은 제주 지역을 제외하면, 지역별 차이 없이 동일한 가격이 적용된다. 이러한 단일가격 체계는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이 나 송전망 혼잡 정도를 반영하지 못하며, 이러한 문제들이 발전설비들의 입지 선택에서 고려되지 않게 한다. 이로 인해 수도권으로 전력 소 비가 집중되고 비수도권에 공급이 집중되는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여, 전력 공급 비용이 실제로 더 높은 지역에서도 동일한 가격이 적용되는 왜곡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전력시스템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지역별 전력수급 불균형을 완화하 기 위해, 전력시스템의 혼잡비용과 손실비용을 명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 가격을 지역별로 분리해 책정할 필요가 있다.

    22) 용량시장의 구체적인 설계 방안에 대해서는 윤여창(2023)을 참고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설비 투자자에게 안정적 수익 흐름을 제시하면서도 경쟁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억제하고, 필요한 설비용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보조서비스 역시 수요에 대해 적절한 가격신호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 하다.

단기적으로는 보조서비스에 대한 배정액을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보조서비스 수요에 따라 매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가격이 수요와 연동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출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설비의 신규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유도하고 전력시스템의 안정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규제기관의 독립성 · 전문성 강화와 소매요금 체계의 합리화

 

본문에서 지적한 국내 전력도매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원리를 강화하려면, 그 과 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장 왜곡 요인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

우 선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립 규제기 관을 통해 소매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도매시장의 용량 및 보조서비스 보상 체계를 비 롯한 가격 산정 규칙과 시장지배력 감시 등 전력시장 전반에 대한 일관적 규제가 가능 해진다.

전력도매시장이 세분화되고 시장원리가 강화될수록, 규제기관에는 정교한 시장 분석 능력과 심사 역량, 그리고 법률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면 아일랜드와 이탈리아는 한국과 유사하게 경직된 방식의 용량요금제도를 유지하다가, 2017년과 2019년에 시장 기반 제도로 전환한 이후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문제를 경험한 바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감독은 도매시장의 가격신호가 투자와 효율로 이어 지기 위한 필수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소매 전기요금의 구조적 병목을 해소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중 변화로 인해 전력도매시장의 기능별 가격이 변동하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업자 간 총정 산금의 규모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전력량 정 산금이 줄어들더라도, 용량과 보조서비스 정산금이 더욱 크게 늘어 총정산금은 오 히려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소매 전기요금에 전달되지 않을 경우, 판매사업 자와 발전사업자들은 한정된 정산 재원 안에서 수익을 조정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력도매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변동이 소매요금으로 원활히 전달되 도록 개선하여, 수요 반응에 따른 투자 유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KDI FOCUS 202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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