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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설교는 지역신학이 될 수 있는가? 설교, 상황, 신학의 상관성에 대한 고찰/류원렬 .평택大

Ⅰ. 서론: 설교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질문

 

설교는 기독교 신앙의 형성과 유지 발전을 위한 신학의 실천이며, 초 대교회 이래로 성경을 해석하고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의 핵심 행위였다.

바울은 골로새 교회를 향하여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 하여”(골 3:16)

라고 강조하면서, 설교의 본질이 그리스도의 말씀인 성경 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공동체 안에 선포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정의는 오늘의 복잡한 문화적, 사회적 현실 앞에서 새로 운 질문을 요구한다.

즉, 설교는 성경의 의미를 해석하는 행위라는 점에 서는 변함이 없지만, 그 의미가 어떤 공동체를 통해 어떤 문화적 구조 속 에서 들리는가에 따라 설교의 형태와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1)

 

    1)  Fred B. Craddock, As One Without Authority (St. Louis: Chalice Press, 2001), 46-57. 

 

성서 해석 은 결코 해석자와 공동체의 삶으로부터 독립될 수 없다는 점에서 가다머  (Hans-Georg Gadamer)의 해석학적 철학은 설교 이해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텍스트의 의미가 해석자의 지평과 융합될 때 비로소 드 러난다고 하였다.2)

이 원리는 설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설교는 성서의 지평과 청중의 지평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해석학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슈라이터(Robert J. Schreiter)는 그의 저서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지역신학들을 세우기)3)에서, 그리스도인이 복음을 신학 적으로 성찰할 때 반드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다.4)

오랫동안 서구신학은 일종의 보편신학(universal theology)을 주창하 며 기독교 신학의 역사를 지배해왔지만, 오늘의 신학적 논의와 정의는 각자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상황을 반영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 러났다.

따라서 신학은 더 이상 보편신학을 구성하는 일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한 문맥 속에 자리한 지역 공동체에 적합한 지역 신학(local theology)5)을 구성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고, 계속해서 이 지역 공동체의 상황과 특수성을 해석하여 신학을 형성해 나간다.

 

     2)  Hans-Georg Gadamer, Truth and Method, 2nd rev. ed., trans. Joel Weinsheimer and Donald Marshall (New York: Continuum, 2004), 305–312.

    3)  로버트 슈라이터(Robert Schreiter, 1947-2021)는 시카고카톨릭신학대학(Chicago Catholic Union) 버나딘센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신학 교수를 역임하였고, 교회와 지역신학, 세계선교 분야의 전 문가로 활동해왔다. 미국선교협회와 카톨릭신학협의회의 회장도 역임하였다. 그의 저서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는 1985년도에 간행된 책이고, 한국에서는 『신학의 토착화』라는 제목으 로 1991년도에 번역 출간되었다. 필자는 그의 Local Theology 개념을 ‘지역신학’의 개념으로 수용 해서, 이 논문을 통해 지역신학과 설교의 상관성을 기술하고 있다. 번역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로 버트 슈라이터/황애경 옭김, 『신학의 토착화』(서울: 가톨릭출판사, 1991).

    4)  Robert J. Schreiter,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 (Maryknoll, N.Y.: Orbis, 1985), 1.

    5)  슈라이터는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에서 신학의 과제는 local theology(지역신학)를 수립하 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local theology의 의미는 universal theology(보편신학)의 반의어적인 개념이기에 필자는 이 논문에서 지역의 특수성, 상황성을 설명하는 지역신학의 의미로 사용한 다.

 

그러므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기독교 공동체는 각 공동체만이 가진 문 화적 표현과 삶의 방식에 따라 자신들의 지역 신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할 때, 신학적 성찰은 공동체의 언어, 삶의 경험,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 창조적이고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슈라이터가 말하 는 지역신학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지역신학의 개념은 설교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설교는 특정한 지역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에 대한 해석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설교는 특정 공동체가 자신들의 지역신 학을 형성해 가는 과정, 혹은 그 특성을 규정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 이 해될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보면, 설교학은 오랫동안 지역 공동체의 고 유성에 깊이 주목하지는 못했다.

특히 1970년대를 전후하여 북미 지역에 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기 전까지, 설교는 대체로 지역의 문화적 특수 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이 현상은 서구교회에 한정된 문제가 아 니다.

한국교회의 경우 설교학의 역사가 비교적 짧음에도 불구하고, 한 국 공동체의 역사, 문화, 전통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설교와 연결하여 진지하게 다룬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또한 신학이 서구신학의 영향을 받아 발전해 왔듯이, 기독교 설교 역시 오랫동안 서구의 수사학 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영향을 받아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6)

그 결과, 서구뿐 아니라 아시아의 설교자들 역시 성경의 말씀을 선포하 면서 특정 공동체의 고유한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준비되고 이미 확립된 일방주의적 설교를 전달하는 경향이 강했다.

설교는 종종 사회, 문화적 상황과 회중의 정체성에서 분리된 형태로 성경과 청중 상황의 해석 지평이 이루어지지 않은 형태의 설교적 접근이었다.

토마스 롱(Thomas G. Long)은 이 같은 관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문제 를 제기하면서, 설교는 더 이상 고정된 내용을 담는 비활성적 용기(inert container)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다.7)

 

    6)  Eunjoo Mary Kim, Preaching the Presence of God (Valley Forge: Judson Press, 1999), 1.

    7)  Thomas G. Long, Preaching and the Literary Forms of the Bible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9), 12. 

 

설교가 선포되는 청중의 환 경은 매우 다양한 변수인 지역적 상황, 인종적 배경, 문화적 영향, 개인 적 특성 등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적절한 설교 메시지 의 해석과 형성, 선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8)

실제로 최근 설교학은 프레드 크래독(Fred Craddock), 데이빗 버트릭(David Buttrick), 유진 라우리 (Eugene Lowry) 등의 영향을 받아, 설교는 변화하는 문화적 현상과 청중 의 반응 속에서 평가되어야 함을 강조해 왔다.9)

이제 설교는 설교가 이 루어지는 문화적, 지역적 상황의 관계를 더욱 분명히 조명하는 가운데 성경과 상황의 해석을 함께 이루어내는 해석의 지평 융합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설교와 신학의 상호 관계성을 담보하고 표출해야 한다.

본 논문의 핵심 가정은 다음과 같다.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상황을 강조하는 지역신학의 구성은, 설교라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연결된다.

설교는 특정 지역 공동체에 속한 회중에게 선포되는 말씀이기 때문에 그 공동체의 고유성에서 분리될 수 없다.

만약 보편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 면, 마찬가지로 모든 기독교 공동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설교 이론이나 모델 또한 존재할 수 없다.

나아가 설교 이론, 방법론, 형식은 역사적으로 모두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10)

 

     8)  Kim, Preaching the Presence of God, ix. 김은주(Eunjoo Mary Kim)는 Preaching in an Age of Globalization에서 세계화 시대에는 설교가 더욱 특정 청중의 맥락에 맞게 이루어져야함을 강조한다. 슈라이더가 복음-교회-문화를 매개로 한 지역성을 강조했다면, 김은주는 서로 다른 문화들이 끊임 없이 교차하는 탈영토화된 상황 속에서의 설교까지 최근 연구에서 다루고 있다. 본 연구에서 필자 는 슈라이더의 ‘지역신학’에 초점을 두기에, 세계화 상황에서의 지역을 교차하는 부분까지는 다루 지 않고 있다. Eunjoo Mary Kim, Peaching in an Age of Globalization (Louisville KY: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10)을 참조하라.

  9)  새로운 설교학(New Homiletics) 운동의 주창자들인 이들의 책을 참조하라. 프레드 크래독/김운용 옮김, 『권위 없는 자처럼』(서울: 예배와아카데미, 2003). David G. Buttrick, Homiletic: Moves and Structure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7). Eugene L. Lowry, The Homiletical Plot: The Sermon as Narrative Art Form (Westminster John Knox Press, 2000). 10)  Fred B. Craddock, Preaching (Nashville: Abingdon Press, 1985), 37. 586 神學思想 211집 · 2025 겨울 

 

이는 설교에 대한 새로운 질문 을 제기하며, 설교학을 오히려 신학과의 연관성 속에 새롭게 조망하게 된다.

오늘날 사회는 다문화적이며, 다른 문화, 역사, 민족적 배경을 지 닌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이제야말로 지역 공동체의 상황과 설교의 관계를 진지하게 다룰 때이다.

논문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진행 된다.

슈라이터의 논의를 중심으로 지역신학의 개념을 살펴보고, 설교를 지역신학으로 이해할 가능성을 논의한다.

지역신학이 상황적 설교의 필요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한 논증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변 화하는 다원적, 다문화적 사회 속에서, 설교가 지역신학적 관점 속에서 어떤 과제를 갖는지 제시하고자 한다.

 

Ⅱ. 지역신학(Local Theology)이란 무엇인가?

 

로버트 슈라이터의 저서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지역신학들 세우기)는 지난 세기 후반,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시작된 신학적 관점의 중요한 전환을 다루고 있다.

그는 서구신학의 태도, 즉 자기 신학을 초지역적(supraregional)이고 보편적(universal)이라고 간주해 온 태도 를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전에는 서구 교회의 신학이 초지역적이며, 바로 서구적 형태 그대로 보편적이어서 다른 문화권에서도 직 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거의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특히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이 등장한 이후, 서구 신학자들은 자신들의 신학 또 한 다른 신학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화적 편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11)

 

       11)  Schreiter,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 6. 

 

따라서 슈라이터의 주장에 따르면, 서구신학 역시 보편신학의 지위를 갖는 것이 아니라, 서구 사회의 특정한 문화적 맥락 에서 형성된 하나의 ‘지역신학’에 해당하는 것이다.

서구신학이 오랫동안 기독교 신학의 중심과 표준으로 이해되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모 든 신학은 각각의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문맥을 반영한다는 것이 분명 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학적 과제는 더 이상 보편신학을 구 성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학의 과제는 각자의 고유한 역사, 문화, 전통 속에 자리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지역신학을 구성하는 것이다.

즉 신학적 성찰은 특정 공동 체의 고유한 문화와 경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각 공동체가 자 신들의 역사적, 문화적 독특성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가능하다.

슈라이 터는 이러한 신학적 구성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다음 요소들에 대한 깊 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상황, 역사, 인간 경험의 역할, 그리고 다른 기독교 신앙공동체의 전통이다.

이 같은 것을 기반으로 슈 라이터는 지역신학의 구성에서 서로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세 가지 결정적 요소를 제시하는데 그것들은 복음, 교회, 문화이다.

복음, 교회, 문화 의 3가지 요소가 변증법적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고유한 지역신학이 출현한다.12)

 

    12)  Ibid., 21, 144-158.

 

1. 지역신학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슈라이터에 따르면 복음, 교회, 문화는 지역신학을 탄생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구성 요소이며, 이들 사이의 역동적 상호작용이 신학적 창조 성을 낳는다고 한다.

우선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구원의 사건을 가리키며, 모든 지역신학의 공통이자 필수적인 토대이며 본질이 다.13)

 

       13)  Walter Bruggemann, The Prophetic Imagination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78), 109-113. 

 

복음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는데, 그것들은 지역 공동체의 예배 상황, 하나님이 그 공동체 가운데 임재하시는 방식, 그리고 성경 속에 계 시된 말씀이다.

복음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 속에 나타났지만, 바로 그 특수성 안에 보편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특정 공동체에 주어진 사건이 어 떻게 보편적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질문이 발생하는데, 슈라이터는 십자가 사건 안에 일어난 구속의 보편성을 강조하면서, 복음에는 보편성이 존재한다는 기준을 명확히 한다.14) 

 

   둘째로는 교회를 언급하는데, 교회는 복음이 각 문화 속에서 육화 (incarnation)된 삶과 신앙의 표현들이 모여 형성된 공동체이다.

교회는 다음의 특성을 함께 지니는데, 그것은 지역적 상황에 깊이 뿌리내리고, 현재와 과거의 신앙공동체들로 확장되어 있고, 하나님 나라의 궁극적 실 현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신학 없이는 교회도 없고, 교 회 없이는 지역신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신학은 반드시 교회의 공동체성과 전통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세 번째 요소는 문화이다.

문화는 지역신학의 형성이 이루어지는 구 체적 상황이며, 그 안에는 다음의 내용들이 포함되는데, 삶의 방식, 가 치, 상징, 의미체계, 새로운 세계를 향한 소망과 갈망, 그리고 억압과 투 쟁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슈라이터는 문화에 대한 성찰이 부족할 때 신학과 교회가 빠질 두 가지 위험을 지적하는데, 그것은 외래 지배의 도구 가 되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가현설적인 도케티즘(Docetism)적 오류, 즉, 그리스도의 성육신적 현실을 무시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문화는 지역신학의 필수 요소이며, 복음과 교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창조적 신학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15)

 

     14)  이문균, “칼 바르트의 신학과 설교,” 「신학사상」 140 (2008), 214-215.

     15)  Schreiter,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 21. 

 

2. 세 요소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지역신학

 

복음, 교회, 문화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할 때, 특정한 공동체만의 고유한 신학, 즉 지역신학이 형성되는데, 슈라이터는 이 상호작용을 “끊 임없는 변증법적 과정”이라고 설명한다.16)

 

    16)  Ibid., 144-158.

 

한 요소에 집중하여 해석하 고, 다시 다른 요소에 주목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새롭게 확장된 이해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변증법은 서구신학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데, 서구신학 역시 복음, 교회, 서구 문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 지 역신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역신학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그것은 우선 지역 공동체의 삶에서 출현하고,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독특성을 반영하며, 복음에 대한 신실성과 문화에 대한 책임성의 균형을 추구하게 된다.

슈 라이터는 세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대와 상황 속 에서, 그러나 여전히 복음 중심의 신학”이 형성된다고 말한다.17)

 

  17)  Ibid., 20. 

 

3. 지역신학은 상황신학

 

슈라이터는 ‘지역’(local)이라는 용어가 ‘보편’의 반대말로 사용되지만, 신학적 문맥에서는 단순히 작은 범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지역(local)은 고유한 역사, 문화적 배경, 특정 공동체가 처한 상황, 그리 고 복음 해석의 실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지역신학은 곧 상황 신학과 동질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역신학이란,

“신앙의 씨앗을 토착 문화 속에 심어, 그 문화의 토양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기 독교 신앙이 자라나도록 하는 과정”

인 것이다.18)

 

    18)  Ibid., 21. 

 

이러한 지역신학은 지 리적 의미에서의 ‘지역성’을 넘어서 문화적, 상황적 깊이(contexuality)를 추구하고, 상황적 지평 융합적 해석을 지닌다. 

 

4. 세계 각 지역에서 나타난 다양한 지역신학의 사례

 

1950년대 이후, 서구신학의 ‘보편신학’이라는 위상이 약화되기 시작 하면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고유한 신학 형태가 등장하였다.

이는 문화, 역사, 사회적 억압과 경험이 서로 다른 지역들이, 자신의 조건에 기반한 신학적 응답을 시도한 결과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한국의 민중신학이다.19)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억압받는 민중의 고통과 역사적 한(恨)의 경험을 신학적으로 해석한 신학으로, 한국 사회의 고유 한 역사적, 집단적 체험을 반영한 전형적인 지역신학이다.

   둘째로 라틴 아메리카 해방신학(Liberation Theology)을 들 수 있는데20), 이는 가난, 착취, 식민주의라는 구조적 억압 속에서 복음을 해방의 메시지로 재해석한 신학으로,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한 신학적 저항을 담고 있다.

  셋째로 슈라이터는 미국 내 토착, 소수자 신학들, 아프리카계 미국인 신학(African American Theology), 여성신학, 원주민신학(Native American Theology)들 을 언급하는데, 이들 역시 미국 사회안의 독특한 문화, 인종,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지역신학이라는 것이다.21)

 

    19)  안병무, 『민중신학 이야기』(서울: 한길사, 1987).

    20)  Gustave Gutierrez. A Theology of Liberation (Orbis Books, 1973).

    21)  Leonora Tubbs Tisdale, Preaching as Local Theology and Folk Art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7), 38. 

 

이처럼 지역신학은 복음, 교회, 문화가 상호작용한 결과로 탄생하는 신학적 산물이며,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자신의 지역적 조건과 환경 속에서 이러한 신학을 발전시킬 필요와 책임이 있다.

한국교회 또한 예 외가 아니다.

한국교회는 고유한 역사, 문화,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안에서 형성되는 신학적 성찰은 반드시 한국적 지역신학이 되어야 하 고, 한국교회 안의 각 지역의 공동체 역시 지역신학에 대하여 깊이 있는 성찰과 창조적 형성이 필요하다.

 

5. ‘지역’(local)이라는 용어에 대한 문제 제기

 

슈라이터의 논의에서 제기되는 한 가지 문제는 ‘지역’(local)이라는 용 어가 가지는 어감이다.

‘지역’이라는 말은 흔히 다음과 같은 작은 단위 혹은 낮은 수준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가령, 지방자치(local government), 지역 교회(local church), 즉, ‘지역’이라는 말이 ‘보편’(universal)보다 열등 하거나 제한된 의미처럼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슈라이터가 말 하는 지역신학에서의 지역은 결코 규모의 크고 작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용어는 “신학적 성찰이 발생하는 독특하고 특정한 문화적, 역사적 맥 락”을 가리킨다.

따라서 ‘지역’은 단순히 지리적 좁은 범위가 아니라, 고유한 해석의 장(場), 신학이 뿌리내리는 구체적 삶의 자리를 뜻한다.

 

6. 지역신학과 보편신학의 긴장

 

그렇다면 보편신학은 존재하지 않는가? 슈라이터는 지역신학이 보 편신학을 아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말한다. 모든 기독교 신 학은 다음의 보편적 요소인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믿음, 하나의 세례, 하나의 주님”

이라는 공통된 신앙과 연결되기 때문이다.22)

 

     22)  에베소서 4:5-6 “주도 한 분이시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시니 곧 만유의 아버지시라 만유 위에 계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도다.” 지역신학과 보편신학 의 긴장 관계는 하나를 포기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슈라이터 역시 그의 나중 논문에서, 모든 신학은 지역신학을 수립한다해도, 보편적 믿음의 본질을 제거하거나, 변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믿음”을 추구하면서 그 안에서 지역신학을 형성해 나가 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라. Robert J. Schreiter, “The Changing Contexts of Intercultural Theology: A Global View,” Studia Missionalia 45 (1996), 359-380.

 

그러므로 지역 신학은 다음 두 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성과 보편성인 데, 지역성(locality)은 문화적,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복음을 이해하 고 표현하는 것이고, 보편성(universality)은 기독교 신앙의 공통적 본질 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슈라이터는 신학은 지역성과 보편성의 긴장속에서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설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23)

 

     23)  조남신, “설교학적 주제로서의 오이쿠메네 : 루돌프 보렌(R. Bohren)의 『설교론』을 중심으로,” 「신학사상」 149 (2010), 246-248.

 

7. 지역신학 구성의 방법

 

슈라이터는 지역신학의 방법을 ‘씨앗 심기’로 비유하는데, 복음의 씨 앗을 각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토양에 심으면, 그 토양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기독교 신앙이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24)

 

     24)  Schreiter,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 11.   

 

이 과정은 다음 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우선 복음이 특정 문화에 들어가고, 문화와 복음 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결과, 새로운 신학적 이해와 실천이 등장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신학은 단순히 지리적으로 ‘지역적’일 뿐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깊이 반영한 ‘상황적 신학’이 되는 것 이다.

즉, 지역신학은 단순한 토착화(indigenization)를 넘어, 복음과 문화 가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이고 변증법적, 해석의 지평을 넓히는 창의적 방 식이다.

그러므로 지역신학은 한 지역 공동체의 고유한 문화, 역사, 정체 성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라는 주장과 논리는 곧바로 설교로 이 어진다.

왜냐하면 설교 역시 특정한 회중, 특정한 문화적 상황, 특정한 지역 공동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교는 지역신학을 구성하 고 구현하는 신학적 해석과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Ⅲ. 설교는 지역신학인가?

 

상술하였듯이, 지역신학은 지역 공동체의 문화 분석을 출발점으로 삼으며, 특정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신학적 이해를 발전시키는 데 역점을 둔다.

만약 지역신학이 문화와 공동체 해석을 필수 요소로 삼는다면, 설 교 역시 동일한 과정을 요구한다.

즉, 설교는 단순히 성경 본문을 해석하 는 행위만이 아니라, 특정 회중의 문화, 정체성, 삶의 맥락을 해석하는 행위이다.

레오노라 티스데일(Leonora Tisdale)이 말하듯, 설교는 다음 두 가지 방향성, 복음에 대한 충실성과 청중 상황에 대한 적합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이다.25)

 

    25)  Tisdale, Preaching as Local Theology and Folk Art, 33. 

 

따라서 설교는 본질적으로 지역신학의 형성과 출 현과 관련하여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설교는 복음, 교회, 문화가 만나 형성되는 신학적 해석과 행위이며, 이는 특정 공동체에서 그들의 신학이 창조되고 구성되는 해석학적 과정이다.

 

1. 설교 역사에서 지역성의 부재

 

설교를 지역신학으로 강조하고 주장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설교 역 사 속에서 지역성의 중요성이 항상 인식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서구 교회는 특별히 초대교회와 중세교회를 통하여 본문을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며, 회중의 실제 삶과는 거의 관계없이 본문의 ‘영적 의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해 왔던 것을 알 수 있다.26)

 

    26)  Craddock, As One Without Authority, 139. 

 

이 과정에서 회중의 실제 경험은 배제되었고, 본문 해석이 공동체의 문화와 현실로부터 분리 되었으며, 설교는 추상적, 교리 중심의 메시지로 변해갔던 것이다.

서구  교회는 본문 자체와 교리적 전통에는 깊이 관심을 기울였으나, 회중이 살아가는 지역문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였다.27)

 

   27)  Ibid., 33.

 

한국교회 또한 서구 교회의 영향을 받아, 회중의 역사, 문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설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필자의 개인 경험을 소개하자면, 1980년대 후반,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수요예배를 드리던 중에 그 교회의 설교자가 본문 해석이나 회중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칼뱅의 주석을 그대로 읽는 설교를 하고 있어서 설교적,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 기억이 난다.

이 사례는, 설교가 회중의 실존적 경험이나 한국 사회의 실제 역사, 문화적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 중요성을 부인하는, 그로 인해 설교와 청중의 소통에 있어서 장애가 되는 전형적인 실례라고 생각한다.

 

2. ‘새로운 설교학’(New Homiletics)의 등장28)

 

지난 50년간 북미 설교학에서는 전통적 설교관을 비판하며 청중 중 심적 설교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29)

 

     28)  ‘새로운 설교학’(New Homiletics)운동은 최근의 설교학 운동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1970~90년대 북미 설교학의 새로운 흐름을 지칭한다. 과거의 연역적 설교 형태를 old style이라 규정하였고, 이에 반하는 개념으로 새로운 귀납적 흐름의 스타일을 ‘새로운 설교학’이라고 명명하였다. ‘새로운 설교학’은 2000년대 들어서는 ‘후기 새로운 설교학’(Post-New Homiletics 혹은 Late/After the New Homiletics)으로 전개되는데, 후기 새로운 설교학은 청중 중심, 경험 중심을 강조한 ‘새로운 설교학’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문화, 권력, 정체성, 장소, 사회적 맥락을 설교 해석의 핵심 요소로 재구성하는 설교학적 흐름이다. ‘후기 새로운 설교학’을 위해 찰스 L. 켐벨/이승진 옮김, 『프리칭 예수』(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2001. 최진봉, “후기 새로운 설교학의 등장에 관한 연구,” 「신학과 실천」 22 (2010.2), 175-208 참조하라.

     29)  김운용, “새로운 설교학 운동과 설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추구: 프레드 B. 크래독의 설교신학을 중 심으로,” 「한국기독교신학논총」 26 (2002), 259-290. 

 

이 흐름은 결국 ‘새로운 설교학 운동’이라는 설교학의 전환을 가져왔는데, 이 같은 운동 을 주창했던 설교학자들의 설교적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설교학에 있어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프레드 크래독은 귀납적 방법의 설교와 회중 해석을 강조하며, 설교에 있어서 진정한 권위는 믿음의 공동체인 청중에게서 온다고 주장하였다.

현상학 과 해석학의 영향을 받은 데이빗 버트릭은 언어적 움직임과 설교의 구조적 전환을 통해 청중의 의식의 흐름에 관심을 두고, 설교에 있어서 중요 한 것은 청중의 메시지 인지와 수용이라는 부분을 강조하였다.

또한 유 진 라우리는 설교를 ‘스토리 구조’로 이해하는 가운데, 설교의 이야기성, 내러티브 패턴을 강조하는 가운데, 청중이 이야기를 통해서, 메시지에 참여하고, 해석에 참여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토마스 롱 역시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의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와 폴 리퀘르의 ‘해석의 갈등’에 나타난 증인 개념을 활용하여 설교에 있어서 일방적인 설교자의 전달이 아닌, 청중 중심의 설교, 청중이 설교 전체에 참여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30)

이들 새로운 설교학 운동의 설교자들은 특별히 다음 두 가지를 강하게 주장한다.

우선 설교는 정해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정된 용기(container)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설교는 변화 하는 문화와 청중의 심리, 사회적 정황 속에서 이루어지는 역동적 사건 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설교는 문화적, 해석학적 사건이기에 의사 소통의 조건이 달라지면 설교도 형식과 내용 모두가 변화되어야 한다.31)

 

     30)  Thomas G. Long, The Witness of Preaching (Louisville: Westminster/John Knox, 1989), 5-15. 위 르겐 몰트만/이신건 옮김,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17). 폴 리쾨 르/양명수 옮김, 『해석의 갈등』(서울: 한길사, 2012).

    31)  조남신, “기억, 상기, 회상으로서의 설교: 루돌프 보렌(R. Bohren)에게서 말씀의 과거시제,” 「신학 사상」 172 (2016), 154-157.

 

3. 회중 해석(Congregational Exegesis)의 중요성

 

토마스 롱은 『증언으로서의 설교』(The Witness of Preaching)에서 설교자가 본문 해석과 더불어 회중의 삶을 해석하는 일을 필수적 단계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32)

크래독 역시 회중 해석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 이 강조한다.

 

“청중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지는 본문 해석은 진정한 설 교가 될 수 없다. 설교자는 성경을 해석하듯 회중을 해석하는 작업을 해 야 한다.”33)

 

그에 따르면, 회중에 대한 깊은 이해는 다음과 같은 문제와 직결되는데, 설교의 내용, 설교 형식, 언어, 예화, 적용 등의 모든 형식이 청중의 이해, 사고, 지역적 특성과 연결되어야 한다.

즉, 회중의 삶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설교는 현실성과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주장한 다.

설교자가 청중과 상황에 대한 해석학적 작업에 충실할 때 성경 텍스트의 의미는 청중에게 ‘실제적 현실’로 나타날 것이고, 복음의 메시지는 추상적 진리가 아닌 ‘살아있는 말씀’이 되어 본문의 의미와 청중의 실존이 상호 변증법적 대화하는 가운데 지평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34)

 

       32)  Long, The Witness of Preaching, 79.

       33)  Craddock, As One Without Authority, 84-98.

       34)  Gadamer, Truth and Method, 310-315. 

 

4. 설교는 지역신학을 구성하는 신학적 행위

 

그러므로 설교는 지역신학을 구성하고, 설교자는 지역신학자(local theologian)이다.

왜냐하면 설교는 다음 두 가지 해석행위를 동시에 수행 하기 때문이다.

우선 본문을 해석하여 복음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어 회중과 회중의 문화를 해석하여 지역 공동체의 신학적 정체성을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설교는 지역 공동체의 신학을 형성하고 재해석하는 과정 이며, 설교자가 지역 공동체 안에서 수행하는 해석학적, 신학적 기능은 지역신학자와 동일하다.

티스데일이 말하듯, 설교는 공동체의 고유한 정황을 이해하고, 그 삶 속에서 복음을 상상하고(imaginable), 변화를 일으 키는(transforming) 메시지를 공동체를 향해 선포하는 과정이다.

즉, 설교는 복음의 성육신적 구현이며, 지역 공동체의 역사, 문화, 정체성 속에 서 복음이 새롭게 표현되도록 하는 신학적 해석이요 행위이다.35)

 

    35)  Tisdale, Preaching as Local Theology and Folk Art, 25.

 

5. 설교의 지역성(Locality)과 신학적 함의

 

티스데일의 표현을 빌리면, 회중을 위한 상황적 설교는 본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상황성(contextuality)을 지닌다.36)

 

     36)  Ibid., 26-28

 

그러므로 설교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지역신학을 구성한다.

우선 설교는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서 이루어진다.

설교는 추상적, 보편적 담론이 아니라, 특정 회중이 존재 하는 “이곳”(here)과 “지금”(now)에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설교는 특정한 청중에게 ‘적합하고 의미 있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설교가 회중의 문화, 언어, 삶의 방식에 접속하지 못하면, 설교는 고립된 교리적 담론에 머물게 된다.

설교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인데, 설교 를 통해 공동체 내부에 이미 존재하는 문화적 서사를 신학적으로 재조직 하며, 공동체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 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설교는 단순히 본문의 내용을 전달 하는 언어 행위가 아니라, 그 공동체의 신학적 자기 이해를 형성하는 해석이요, 신학적 실천이다.

 

6. 설교자는 ‘지역신학자’

 

설교자는 성경과 회중 사이에서 다음 두 차원의 해석작업을 수행한 다.

우선 본문 해석이다.

이를 통해 복음의 의미를 탐구하고,

둘째는 문화 해석인데, 이를 통해 회중의 정체성, 역사, 삶의 맥락을 신학적으로 분석하여, 두 세계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구성한다.

크래독의 말처럼,

“어 떠한 신학책도, 어떠한 설교집도 특정 회중의 마음과 영혼을 향해 날아 갈 ‘말씀의 날개’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설교자 뿐이다.”37)

 

즉, 설교자는 텍스트와 회중 사이를 중개하는 해석학적 전문성을 지닌 신학자이다.

따라서 설교자가 하는 일은 특정한 지역 공동체 에서 복음, 교회, 문화를 상호 연결하고, 지역의 정체성과 실존적 당위를 설명해주는 지역신학자의 역할과 동일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신학자로서 설교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할까?

티스데 일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복음의 진리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공동체 에 적합하고, 상상할 수 있으며, 변혁적이어야 한다.”38)

 

       37)  Craddock, As One Without Authority, 84-98.

       38)  Tisdale, Preaching as Local Theology and Folk Art, 175-176.

 

이는 지역신학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한다.

설교는 공동체의 삶과 복음의 메시지를 상호변 형적으로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교는 지역신학의 구성 행위이며, 설교자는 지역신학자이다.

설교는 복음, 교회, 문화라는 세 요 소가 함께 작용하고 만나는 해석학적 실천의 장(場)이다.

그러므로 설교 는 지역신학을 형성하고 선포한다.

 

Ⅳ. 결론: 지역신학과 상황적 설교를 향하여

 

선교학자 스티븐 비번(Stephen Bevans)은 “상황적 신학”은 다음의 네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신학이라고 규정한다.

그것은 복음의 영과 메시지, 기독교 전통, 신학이 수행되는 문화, 그리고 그 문화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이다.39)

 

    39)  Stephen B. Bevans, Models of Contextual Theology (Maryknoll, NY: Orbis Books, 2002), 3-4. 

 

이는 슈라이터가 제시한 지역신학의 구조인 복음, 교회, 문화의 구분과도 정확히 호응한다.

따라서 지역신학은 상황 신학의 일부이며, 동시에 설교 역시 이러한 상황적 과제를 함께 지닌다.

그러므로 설교의 과제는 복음, 전통, 문화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가운 데, 다음 두 요소를 긴장 속에서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데, 그것들은 회중 의 문화를 존중하는 지역성(locality)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유지하는 보편성(universality)이다.

설교가 지역적 맥락에 완벽히 흡수되면 복음의 초월성이 사라지고, 반대로 보편성만 강조하면 성육신의 원리가 무너지 는 가운데 설교는 회중의 실제 삶과 분리되기가 쉽다.

따라서 설교는 지역성과 보편성의 대화와 균형 속에서 선포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지역신학과 관련하여 숙고해야 할 것은 성경 자체가 지역신학의 모 델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성경은 다양한 지역신학들의 모음 집과도 같다.

네 복음서는 서로 다른 신앙공동체를 위해 기록되었고, 각 각의 공동체의 특징과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바울 서신은 1세기 지중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 공동체들을 향한 지역 신학적 문서들이다.

이 때문에 성경 전체는 여러 문화의 영향 속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진 공동체를 위해 쓰인 문서들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성경은 상황적 설교뿐만 아니라 성육신적 설교의 ‘근원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기에, 설교자가 지역신학 을 추구하고 구성하는 것은 성경적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를 위한 설교적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 사회는 다음과 같은 변화 가운데 있다.

우선 급속한 다문화 사회로 진입 이 이루어지고 있고, 포스트모던주의, 현대세속주의의 팽배로 인한 가치관의 급속한 변화, 글로벌리즘과 지역성의 충돌, 이로 인한 교회의 정체성 혼란 등이 우리 시대의 특징을 이루고 있다.

이런 급변하는 현실 속에 서 설교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루어야 한다. 

“오늘 우리의 문화와 삶의 자리에서 복음은 어떻게 들려지고 있는가?”

“오늘의 사람들은 복음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거부하거나 수용하는가?”

“오늘 교회는 복음, 교회, 문화의 세 요소가 어우러지는, 변증법적 해석과 선포를 위해 힘쓰는가?40)

 

    40)  Paul Tillich, Theology of Culture, ed. Robert C. Kimball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59), 201.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설교는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문화 해석, 회중 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복음의 본질과 성경적 신앙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적 상황과 문화적 변화에 대한 신학적 성찰 과 해석을 수행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교회의 설교와 설교자가 지향하고 실천해야 할 것은 성경적 텍스트에 대한 신실함, 회중의 삶과 문화에 대 한 책임성,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신학적으로 형성하는 가운데, 보편 성과 지역성의 대화, 그리고 변화의 시대 속에서 복음을 새롭게 선포하 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설교는 단순한 말하기가 아니라, 지역신학을 구성하는 신학적 사건이 된다.

설교자는 지역 공동 체의 삶을 해석하며, 그들의 역사, 문화, 정서 속에서 복음이 성육신 되도록 돕는 해석학적 지역신학자이다.

그러므로 과거 유명한 신학자들의 설교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시간을 초월하여 오늘 이 순간에도 여전히 적 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41)

 

    41)  Edmund A. Steimle, Morris J. Niedenthal, Charles L. Rice, Preaching the Story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0), 168–169.

 

가령, 어거스틴, 크리소스톰, 칼뱅, 루터, 웨슬리의 설교적 접근과 선포가 아무리 역사적 영향력을 행사했더라도, 그 설교들이 오늘날에도 똑같이 유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오늘의 상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빈약한 말씀 선포에 불과한 것이다.

설교가, 가장 깊은 의미에서 성경적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는 시간 속에서 실존적 삶을 살아가는 ‘여기’ 사람들에게 복음 의 진리를 전달해야 한다.

설교는 지극히 세속적(성육신적)이고, 실존적이며, 그리고 상황적인 말씀 선포가 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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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초록

본 논문은 로버트 슈라이터(Robert J. Schreiter)의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지역신학들을 세우기)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신학의 개념을 근 거로 해서 설교와 지역신학, 상황과의 관계를 탐구한다.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상황을 강조하는 지역신학의 구성은, 설교라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연결된다.

설교는 특정 지역 공동체에 속한 회중에게 선포되는 말씀 이기 때문에 그 공동체의 고유성에서 분리될 수 없다.

만약 보편신학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기독교 공동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설교 이론이나 모델 또한 존재할 수 없다.

나아가 설교 이론, 방법론, 형식은 역사적으로 모두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에 따라 설교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설교라는 것이 상황과의 대화이고, 해석이기에, 설교는 신학, 상황과의 연관성 속에서 새롭게 형 성되어야 한다.

오늘 사회는 다문화적이며, 다른 문화, 역사, 민족적 배경을 지닌 사 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지역 공동체의 상황과 설교의 관계는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

논문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진행된다.

슈라이 터의 논의를 중심으로 지역신학의 개념을 살펴보고, 설교를 지역신학으 로 이해할 가능성을 논의한다.

지역신학이 상황적 설교의 필요성과 어떻 게 연결되는지 논증한다.

마지막으로 다원적, 다문화적 사회 속에서, 설 교가 지역신학으로 어떤 과제를 갖는지 제시한다. 

 

주제어 설교, 지역신학, 설교와 상황, 상황설교, 새로운 설교학 운동 

 

 

 

Abstract

Can Preaching Become a Local Theology?

A Study on the Interrelationship Between Sermons, Context, and Theology

Wonyuol Lyu (Professor, Practical Theology Pyeongtaek University)

This paper explores the relationship between preaching, local theology, and context, drawing on the arguments for local theology presented in Robert J. Schreiter’s Constructing Local Theologies. The construction of local theology, which emphasizes the cultural context of a local community, is intrinsically linked to the act of preaching. Because preaching is a message proclaimed to a congregation within a specific local community, it cannot be separated from the uniqueness of that community. If there is no universal theology, then there can be no universal preaching theory or model applicable equally to all Christian communities. Furthermore, based on the view that preaching theory, methodology, and format are all historically relative, new questions about preaching can be raised. Since preaching is a dialogue with and interpretation of a context, preaching must be reshaped within the context of theology and context. Today’s society is multicultural, comprised of people from diverse cultures, histories, and ethnic backgrounds. Therefor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ontext of local communities and preaching is seriously to be dealt with. Focusing on Robert J. Schreiter’s discussion, I examine the concept of local theology and discuss the possibility of understanding preaching as local theology. It argues how local theology connects with the need for contextual preaching. Finally, it presents the challenges that preaching faces within a rapidly changing, pluralistic, and multicultural society, from a contextual and local theological perspective.

 

Key word:Preaching, Local Theology, Preaching and Context, Contextual Preaching, New Homiletics Movemen)

 

 

논문접수일: 2025년 11월 29일    논문수정일: 2025년 12월 19일     논문게재확정일: 2025년 12월 20일 

神學思想 211집 · 2025 겨울

 

 

 

 

설교는 지역신학이 될 수 있는가_ 설교, 상황, 신학의 상관성에 대한 고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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