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글
본 논문은 신-다윈주의(Neo-Darwinism) 맥락에서 제시된 ‘밈(meme, the new replicator)’ 개념을 통해 종교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리처드 도 킨스(Richard Dawkins, 1941~)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논박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나아가 그의 응답이 지닌 신학적 성취와 함께, 현대 과학주의 담론과의 지성적 대화에서 드러나는 인식론적 한계와 과제를 밝힌다. 이를 통해 도킨스의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단순히 거부하는 데 그 치지 않고, 그 도전을 계기로 기독교 신앙이 현대 지성계와 어떻게 호흡할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도킨스의 밈 이론은 1976년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를 통해 처음 등장한 이후, 그의 영향력과 함께 학문적·대중적으로 확산되었으며,2)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논쟁을 촉발하는 개념으로 기능하고 있다.
해당 저작 은 현재까지도 학문적·대중적 영역은 물론 중·고등 및 대학 교육 현장 에서 권장 도서로 활용될 만큼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도킨스 는 심리학자 수잔 블랙모어(Susan Jane Blackmore, 1951~)의 밈(The Meme Machine)이라는 책 서문에서 밈이라는 용어가 급증하고 있음을 언 급하며, 1998년 8월 29일 기준 ‘meme’ 약 50만 건, ‘memetic’ 5,042건 등 관련 용어가 다수 사용되고 있음을 제시한 바 있다.3)
이러한 확산이 그의 의도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밈은 종교와 정치 등 다양한 사회 적 맥락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옥스퍼드 영어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서는 이를 “모방과 같은 비유전적 방식으로 전달되는 문화 의 요소”라고 정의한다.4) 도킨스는 밈 이론을 1976년 이기적 유전자 제11장에서 처음 제시하 며, 이를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5)
이기적 유전자는 제1~10장까지 유전단위를 중심으로 한 신-다윈주의 적 표현형 논의를 전개하고, 제11장에서 새로운 복제자로서 밈 개념을 제 안한다.6)
2) 신-다윈주의는 현대 진화론으로서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멘델의 유전학을 융합한 이론이다. 주요 핵 심은 자연선택(기후, 환경 등)에 의해 유전자 복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있다.
3) Susan Blackmore, The Meme Machin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viii–ix, xiv; Blackmore, 『밈 머신』, 김명남 옮김 (서울: 바다출판사, 2010).
4) Blackmore, The Meme Machine, viii. 형용사형 ‘밈적(memetic)’이라는 표현은 실제로 매우 제한 적인 용례임에도 불구하고, 5,042건의 언급을 기록하였다.
5) Richard Dawkins, The Selfish Gene, : 40th Anniversary Edit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245-260; Dawkins, 『이기적 유전자』, 홍영남·이상임 옮김 (서울: 을유문화사, 2019), 359-378. 본래 초판 1쇄는 1976년이다. 2020년은 40주년 기념판 30쇄임을 밝힌다.
6) Dawkins, The Selfish Gene, 245.
이후 그는 1982년 후속 저작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 제6장에서 보완·수정한다.7)
그 후 26년,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10th Anniversary Edition)에서는 이러한 ‘유전 복제자 이 론’과 ‘밈 이론’을 토대로 종교 비판 논의를 전개한다.8)
도킨스의 밈 개념을 객관적으로 설명한 대표적 학자로는 수잔 블랙모어이다.
그는 밈 관련 온라인 담론과 학술 시도를 언급하면서, 대중적 확 산에 비해 학문적 정착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9)
이는 실제 대중문 화에서 사용되는 밈 개념이 도킨스의 원래 의도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 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모어는 도킨스의 밈 이론 을 체계적으로 정식화하고 변호한다.
또한 철학자 대니얼 클레멘트 데닛 (Daniel Clement Dennett, 1942-2024)은 그의 주문을 깨다(Breaking the Spell: Religion as a Natural Phenomenon)에서 종교를 여러 곳에서 ‘유해한 밈’으로 해석하며 기존 종교 전통을 비판하는 논의에서 도킨스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였다.10)
그리고 인류학자 로버트 보이드(Robert Boyd, 1951~)와 환경 과학자 피터 J. 리처슨(Peter J. Richerson, 1943~)은 유전자만은 아니다(Not by Genes Alone: How Culture Transformed Human Evolution)에서 문화적 진보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로 밈 개념을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보이드는 문화 진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밈 진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11)
7) Dawkins, The Extended Phenotype: The Gene as the Unit of Selection (Oxford: W.H. Freeman, 1982), 97-117; Dawkins, 『확장된 표현형』, 홍영남 옮김 (서울: 을유문화사, 2016), 193-226.
8) Dawkins, The God Delusion: 10th Anniversary Edition (London: Bantam Press, 2016) 245 260; Dawkins, 『만들어진 신』, 이한음 옮김 (서울: 김영사, 2007). 본 논문에서는 해당 저작이 상대 적으로 대중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부 사례만을 제한적으로 다룬다.
9) Blackmore, The Meme Machine, xvi.
10) Daniel C. Dennett, Breaking the Spell: Religion as a Natural Phenomenon (New York: Viking, 2006), 328-330.
11) Peter J. Richerson and Robert Boyd, Not by Genes Alone: How Culture Transformed Human Evolut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5), 63-65.
국내 학자로는 장대익, 전중환, 최재천을 들 수 있다.
특히 장대익은 2015년 다윈의 서재 제4부 ‘문화와 역사’에서 도킨스의 밈 개념을 소개 하고 정의하였으며, 같은 해 신재식, 김윤성과 함께 종교전쟁을 통해 밈 이론을 적극 옹호한다.12)
전중환은 2019년 진화한 마음 제1장에서 사 람들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발생한 오해를 해명하고, 해당 저작이 은유적 설명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도킨스 의 입장을 변호한다.13)
도킨스의 직접적인 추종자로 보기는 어렵지만, 에 드워드 오즈번 윌슨(Edward Osborne Wilson, 1929-2021)에게 수학한 생 물학자 최재천이 있다. 그는 공개 강연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 전자가 자신의 지적 관점을 크게 변화시킨 저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다윈의 지능에서는 만들어진 신이 종교를 지나치게 일 방적으로 비판한다고 지적하면서, 윌슨의 견해를 인용하여 인류에게 종교 와 과학 모두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14)
이는 최재천이 이 기적 유전자의 과학적 설명에는 긍정적이지만, 종교 비판에는 일정한 거 리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외에 도킨스의 밈 이론에 대한 비판은 일부 존재하지만, 수잔 블랙 모어가 밝혔듯이 이를 전문적 논증으로 직접 비판한 학자는 많지 않다.15)
도킨스의 밈 이론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국외 학자 로는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가 있다.
그는 도 킨스와 함께 현대 진화생물학을 대표하는 학자이지만,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자연선택 해석에 있어서 서로 다른 입장을 제시한 인물이다.
굴드는 풀 하우스(Full House) 제4부 “생명의 역사는 진보가 아니다”에서 생명의 진화를 단선적 진보가 아니라 복합적이고 불 확정적인 과정으로 이해해야 함을 강조한다.16)
12) 신재식 외 2명, 『종교전쟁』 (서울: 사이언스북스, 2015), 453-576 참조.
13) 전중환, 『진화한 마음』 (서울: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9), 2.
14) 최재천, 『다윈지능』 (서울: 사이언스 북스, 2016), 243-251.
15) Blackmore, The Meme Machine, 17-18.
16) Stephen Jay Gould, Full House: The Spread of Excellence from Plato to Darwin (New York: Harmony Books, 1996), 30–33, 167–171, 174–175.
이는 유전자든 밈이든 일정한 방향의 안정이나 결정론으로 수렴된다는 도킨스의 해석과 구별되는 관점이다.
다만 굴드는 밈 개념을 직접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으므로 본 연 구에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기독교 관점에서 밈 이론을 직접 비판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본문 말미 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맥그래스(Alister E. McGrath, 1953~)가 있다.
그는 도킨스의 신(Dawkins’ God)17)과 리처드 도킨스, C. S. 루이스 그리고 삶의 의미(Richard Dawkins, C. S. Lewis and the Meaning of Life)18) 등 에서 밈 이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에 본 논문은 이기적 유전자를 중심으로 네 장의 구조로 전개된 다.
첫째, ‘밈의 거울 유전자’라는 주제 아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 전자 제1~5장에서 제시된 유전 복제 과정을 분석하여, 밈 개념을 저자의 의도에 부합하게 이해하고, 그의 궁극적 목적이 종교와 신을 ‘유해한 복제 자’로 규정하는 데 있음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19)
17) Alister E. McGrath, Dawkins’ God: From The Selfish Gene, to The God Delusion, 2nd ed. (Oxford: Wiley Blackwell, 2015) 120-143; McGrath, 『도킨스의 신』, 김태훈 옮김 (서울: IVP, 2007), 211-248.
18) McGrath, Richard Dawkins, C. S. Lewis and the Meaning of Life (London: SPCK, 2019), 109-130.
19)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보주(補註)에서, 11장에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토대가 되는 것 이 DNA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면, 11장은 그 몫을 다한 것이다. 나는 인간 문명에 대한 위대 한 이론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비중을 줄이려고 했던 것”이라고 피력한다. Dawkins, The Selfish Gene, 245-260.
둘째, ‘유전자 거울에 비친 밈’이라는 주제로 제11장에서 제시된 밈의 개념과 종교 무용론의 생 물학적 근거를 검토하고, 블랙모어 등 관련 학자들의 비판도 분석한다.
셋 째, 맥그래스의 비판을 통해 밈 이론의 철학적·신학적 문제점을 드러낸 다.
넷째, 끝으로 필자의 비판적 평가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II. 분석: 밈의 거울 유전자
도킨스의 밈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에 기반한 유전자 선택 과 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전자는 유전자형과 표현형으로 구분되며,20) 이는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 1822-1884)의 유전단위와 다윈의 개 체 진화 수준을 각각 가리킨다.
20)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르면, Y와 y라는 대립유전자(alleles)가 결합하면 유전자형은 Yy가 되며, 겉 으로 드러나는 표현형은 우성 형질로 나타난다. 이처럼 유전자형은 서로 구별되는 대립유전자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도킨스는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되며 지속 되는 단위로 이해하고, 생존을 위해 다양한 형질로 표현된다고 보았다.
이 러한 관점에서 그는 유전자를 ‘이기적’ 존재로 규정한다.
본 절에서는 ‘안 정한 생존 원자’, ‘불멸성’, ‘복제 오류와 변이’, ‘생존기계’, ‘안정한 전략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ESS)’을 중심으로 그의 의도를 검토한다.
1. 기원: ‘안정한’을 생존으로 하는 원자21)
도킨스는 생명의 기원을 단순한 화학 물질의 결합에서 찾으면서도, 오 늘날의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22)
다윈의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23) 이론에 따르면 환경에적응한 개체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개체는 도태된다.
21) ‘안정성(stability)’은 하나의 추상적 성질(명사)인 반면, ‘안정한(stable)’은 실제 존재하는 대상을 지시하는 형용사이다. 따라서 ‘안정성’이 설명적 개념에 머문다면, ‘안정한’은 선택의 대상, 곧 생 존 주체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정한’이라는 말의 채택은 도킨스의 의도로 보인다. 그는 “The things that we see around us, and which we think of as needing explanation rocks, galaxies, oceans waves-are all, to a greater or lesser extent, stable patterns of atoms” Dawkins, The Selfish Gene, 15–16. 한글 번역판 역시 ‘안정한’으로 표기하고 있다. 『도 킨스의 신』, 김태훈 옮김 (서울: IVP, 2007), 63.
22) Dawkins, The Selfish Gene, 15.
23) ‘자연선택’이란, ‘selection of nature’가 아니라 ‘natural selection’을 의미한다. 이는 다윈의 『종 의 기원』에서 제시된 이론으로,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 1744-1829)의 용 불용설과 다르다. 달리 말해, ‘자연선택’이란 종의 변이 또는 변종은 자연환경에 적응한 개체는 살 아남고, 자연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개체는 도태된다는 의미이며, 선택의 주체는 자연환경이다. 반 면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환경의 적합한’이라는 이론이 아니라, 종의 개체 자체가 주체가 되어 자연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형질이 변화한다고 설명한다. Charles Robert Darwin, 『종의 기원』, 장대익 옮김 (서울: 사이언스북스, 2009); 라마르크 관련 진화 이론 설명 참조.
이러한 이해는 이 후 도킨스가 제시하는 ‘안정자 생존(survival of the stable)’ 개념을 이해하 는 중요한 전제가 된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를 한 단계 더 확장하여, 세계 의 출발점을 ‘최적 자 생존’이 아니라 ‘안정자 생존’으로 설명한다. 즉 안 정한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를 형성하고, 생명 출현의 물질적 기반이 되 었다는 것이다.24)
한 예로, ‘물’의 ‘안정한’ 형태는 우주선 내에서 보면 구 형인데 지구 안에서는 중력 때문에 고여 있는 ‘안정한’ 상태로 계속 유지 하려는 습성이 있고, 태양은 ‘안정한’ 상태를 위해서 단순한 수소 원자가 헬륨 원자와 융합한다.25)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그 ‘안정한 분자’는 수억 만 분의 확률로 자기 복제를 시작했고, 자기 복제를 거듭하면서 비슷한 분 자끼리 모여 집단적 유기 구조를 형성한다. 즉 세포들이 집단을 형성하며 여러 시대를 지나면서, 종 개체의 형질을 이루고 지질학적인 환경의 변화 로 종 분화, 즉 개체별 진화가 일어났다.26)
24) Dawkins, The Selfish Gene, 15-17.
25) Dawkins, The Selfish Gene, 15-17.
26) 보충하면, 종분화(speciation)는 지리적 격리에 의한 이소적 종분화(allopatric speciation)와 동 일한 공간 내에서 발생하는 동소적 종분화(sympatric speciation)로 구분된다. 한편, 이러한 종 분화 과정은 일반적으로 대진화(macroevolution)의 범주에 포함되며, 소진화(microevolution) 는 개체군 수준에서의 유전적 변화를 가리킨다. 즉 동일 종이 지리적 변화나 성 선택(sexual selection) 등의 요인으로 변이와 변종을 겪는 과정을 말한다.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 제 1장에서 인위선택을 먼저 논하고, 제2장에서 자연선택을 설명한다. 이는 인위선택에서 관찰되는 변이의 원리가 자연선택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함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Darwin, 『종의 기원』, 송 철용 옮김 (서울: 동서문화사, 2016), 88-120 참조.
그러나 이러한 도킨스의 서술 방식은 이후 유전자가 마치 능동적 주체인 것처럼 이해될 여지를 남긴다. 도킨스는 불멸성을 지닌 DNA-유전자에 주목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주 요 분자들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핵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형질 발현 을 담당하는 세포 내부에는 핵이 존재하며, 그 핵 안에는 염색체가 있고, 염색체는 나선 구조를 이루는 DNA로 구성된다.
DNA는 인산, 당, 염기로 구성된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들이 중합되어 핵산을 형성한다.
핵 산은 크게 DNA와 RNA로 구분되며, 유전자는 DNA의 특정 염기서열 구 간으로서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복제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DNA는 염기서열(A, G, C, T)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며, 히스톤 단백질과 결합하여 염색질을 이루고, 세포 분열 시에는 더욱 응축되어 염색체 구조 를 형성한다.27)
여기서 도킨스의 주요 핵심은 한마디로 DNA-유전자다.
도킨스는 DNA의 정의를 설계도를 그린 ‘건축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28)
이 에 대한 이해는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에서 네커의 정육면체(Necker cube)의 예로 잘 설명하고 있다.
도킨스는 “복제자(유전자)가 자신이 자 리한 개체에 미치는 효과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효과를 발휘하는 확장된 표현형 효과를 낸다고 생각해야 한다”29)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네커의 정육면체는 동일한 도형이지만 관찰자의 지각에 따라 윗면이 보이기도 하고 아랫면이 보이기도 하듯이, 생물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전환될 수 있 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전통적인 생물학은 개체를 중심에 두고 유 전자를 그 내부에 위치한 요소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도킨스는 이러 한 관점을 전환하여 유전자를 중심 단위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개체의 신체 내부에 나타나는 형질뿐 아니라, 행동과 환경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 역시 유전자의 효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확 장된 표현형 개념은 몸 밖에서 관찰되는 현상을 통해 몸 안의 유전자의 인과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고 전환을 요청하는 것이다.30)
27) Dawkins, The Selfish Gene, 18-25. 도킨스는 이러한 구조를 책장·책·페이지의 비유로 설명하지 만, 본고에서는 지면의 한계상 이를 요약하여 제시하였다.
28) Dawkins, The Selfish Gene, 18-25.
29) Dawkins, The Extended Phenotype: The Gene as the Unit of Selection, 1.
30) Dawkins, The Selfish Gene, 31-34, 303 참조.
그러나 철학자이자 진화비평가인 커닝헴(Conor Cunningham, 1972~) 은 도킨스가 DNA 설계 과정에서 정신적 원인을 배제하고 자연선택과 유 전자 중심으로 인간과 세계의 의미를 환원하려는 시도를 비판한다.
그는 이러한 입장이 창조주 개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형이상학적 전제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31)
그러나 도킨스는 창조론 설명에서 주장하듯 특정 개체의 형질이 단번에 출현한 것이 아니라, 매우 작은 단위의 변화가 축적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이는 적절한 수의 원자에 외부 에너 지를 가하여 올바른 패턴이 완성될 때까지 흔든다고 해서 아담이 ‘뿅’ 하 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32)
즉, DNA-유전자는 오랜 시간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자기 복제와 변이, 그리고 종 분화를 통해 확장된다는 생물학적 유전 단위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33)
도킨스는 그렇다고 유전 자가 선견지명이 있거나, 의식이 있거나, 미래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할 뿐이라고 언급한다.34)
31) Conor Cunningham, 『다윈의 경건한 생각』, 배성민 옮김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2), 148; Cunningham, Darwin’s Pious Idea: Why the Ultra-Darwinists and Creationists Both Get It Wrong (Grand Rapids, MI: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 2010), 127.
32) Dawkins, The Selfish Gene, 15-17.
33) Dawkins, The Selfish Gene, 15-17.
34) Dawkins, The Selfish Gene, 30, 259.
그러나 그의 설명 전체는 ‘안 정성’을 지향하는 유전자가 거의 오류 없이 스스로 복제하고 분열하며 확 장되는 것처럼 서술된다. 이러한 은유는 진화의 주체가 자연선택이 아니 라 유전자 자체인 것처럼 오해될 가능성을 낳으며, 경우에 따라 라마르크 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문제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은유적 서술 방식이 독자로 하여금 유전자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점 은 부인하기 어렵다.
도킨스는 더 나아가 인간 혈액 속에 존재하는 대표적 단백질 분자인 헤모글로빈(hemoglobin)을 예로 들며, 단백질이 아미노산 (amino acid)이라는 더 작은 분자들의 사슬로 구성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헤모글로빈의 한 분자에는 약 574개의 아미노산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헤모글로빈의 분자 모형이 겉으로는 빽빽한 가시덤불처럼 보이지만, 실 제로는 불규칙하거나 임의적인 패턴이 아니라 잔가지 하나 없이 일정하 고 변함없는 구조를 지닌다고 언급한다.
즉 헤모글로빈과 같은 단백질 분 자의 가시덤불 형태가 ‘안정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35)
도킨스는 최초의 분자가 원자들의 화학 반응 과정에서 스스로 ‘안정한 분 자’로 형성된 것이며, 이를 설명하는 데 어떤 설계자나 목적론적 방향성을 가정할 필요는 없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역시 신비로운 것으로 이해될 필 요가 없다고 본다.36)
35) Dawkins, The Selfish Gene, 16.
36) Dawkins, The Selfish Gene, 64-65.
도킨스에게는 모든 원자와 유전물질의 분자는 기본 적으로 ‘안정성’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유전자는 신적 개입 없이 도 이러한 ‘안정성’을 유지하며 스스로 지속성과 불멸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그가 제시한 밈 정체성을 해명하는 데 하나 의 거울 역할을 한다.
2. 자연선택에 의해 창조된 불멸의 유전자
도킨스는 DNA-유전자를 ‘자기 복제자(self-replicator)’라는 은유로 설 명하면서, 유전자가 복제를 통해 지속성과 불멸성을 획득한다는 점을 강 조한다.
이러한 개념은 완전히 독창적인 제안이라기보다 다윈의 ‘생존경 쟁’과 ‘자연도태’ 개념을 유전자 수준에서 재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 제로 다윈의 종의 기원 제3장에서도 생존경쟁은 자연도태와 밀접하게 연결된 핵심 원리로 제시된다.37)
또한 다윈은 종의 기원 제4장에서 ‘자 연도태’와 ‘적자생존’을 은유적으로 사용하여, 개체와 종의 변이 과정 속 에서 환경에 더 적합한 형질은 보존되고 그렇지 않은 형질은 제거되는 과 정을 설명한다. 이는 생물이 경쟁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나타나는 자연 적 과정임을 보여준다.38)
37) Darwin, 『종의 기원』, 138.
38) Darwin, 『종의 기원』, 154-156.
이러한 개념은 곧 ‘자연선택’으로 이해되며, 종 의 분화는 자연선택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자연선택은 종분화와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 원리이며, 종의 기원에서 제시된 진화 설 명 역시 이 관점에서 전개된다.39)
39) Darwin, 『종의 기원』, 210. 자연선택 이론은 환경에 따른 변이가 발생하고 그 변이가 유전된다는 점에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일정한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용불용설이 개체의 목적적 변화를 강조한다면, 다윈의 자연선택은 자연환경 속에서 발생한 변이가 선택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실 제로 다윈은 날지 못하는 새 역시 천적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러한 개체가 존재했을 가 능성을 언급한다.
다윈은 당시 멘델의 유전법칙을 알지 못 했지만, 그의 자연선택은 오늘날 생물학 연구의 모체가 되었다.
도킨스 는 이를 확장하여 자연선택을 통해 살아남는 과정을 ‘자기 복제자(self replicator)’ 개념으로 설명하며, DNA와 유전자를 그 대표적 사례로 제시 한다.
그의 변종 중심 진화 설명은 주로 동소적 진화, 곧 소진화 수준에 해 당하며 관찰 가능한 시간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초점을 둔다.
이러 한 유전자는 자연선택 속 경쟁을 통해 자기 복제를 반복하며, 다양한 종의 몸이라는 운반체를 통해 후손에게 전달되어 사실상 불멸성을 획득한다.
여기서 핵심은 유전자가 자연선택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생명 현상을 설 명하는 중심 단위로 설정된다는 점이다.
도킨스에게 유전자는 목적이나 의도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우연적 과정의 산물이며, 이러한 불멸성 개념 은 문화 단위인 밈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즉 밈 역시 문화적 매개를 통 해 생존을 반복하며 지속성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유전자와 동일한 논리 를 따른다.
3. 복제의 오류 변이
그렇다면 이 세상의 생물들은 어떻게 저마다 독특한 형질을 지니고 수 많은 종으로 탄생했을까?
생물학자들은 종의 반복적인 변이와 변종을 통 해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지형적 변화에 따 른 성 선택(sexual selection)이며, 이는 다윈의 자연선택으로 이해된다.
또 하나의 증거는 결과 자체인데, 변이와 변종이 있어야 다양한 생물이 탄 생할 수 있다.
도킨스는 오랜 시간을 거쳐 나타나는 변이와 변종, 즉 동소적 진화를 ‘복제의 오류’로 설명한다.
이는 인간이 종과 변종을 이해할 때 쓸 수 있는 은유적 표현으로, 도킨스는 인쇄술 발명 이전 신약성경이 필사 로 복제되던 예를 들어 설명한다.40)
도킨스는 어떤 책이든 오자가 없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 하며, 신약성경 복음서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여러 차례 사본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역은 본래 의미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는데, 그는 이를 변종 가운데 자연선택을 통해 강한 것은 살아남고 약한 것은 도 태되는 과정과 유사한 현상으로 비유한다.
또한 그는 구약성경의 그리스 어 번역 전통에서 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원문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단 어를 ‘처녀(동정녀)’로 번역한 것을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번역이 예언으 로 연결된 점을 문제적 사례로 평가하며, 그리스도 이전 구약의 70인 역자 들이 (젊은 여성)를 그리스어 (처녀)로 번역하면서, 돌연변 이가 생겨났다고 꼬집는다.41)
여기서 도킨스의 예시는 밈을 통해 종교가 변이되는 과정을 설명하려는 의도를 함께 드러낸다. 이는 밈 개념에 대한 설명을 예시적으로 선행한 측면이 있지만, 도킨스에게 중요한 점은 이러 한 변종이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자체적인 ‘안정성’을 향해 나아가며 확산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러한 돌연변이를 ‘오류’라고 부르면서도 동시에 일종의 개량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DNA 복제 오류는 결국 진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
즉 진화는 지질학적 요인이나 성 선택 등에 의 해 발생하는 오류, 돌연변이, 그리고 이소적·동소적 종 분화를 통해 이루 어진다.
이러한 오류는 누적되며, 일부는 자연선택을 통해 지속성이 강화 되고 일부는 도태되면서 진화적 경향이 나타난다고 도킨스는 설명한다.42)
40) Dawkins, The Selfish Gene, 21.
41) Dawkins, The Selfish Gene, 21, 362. 신약성경 마태복음 1:23에서 ‘처녀( 다. 이사야 7:14절에서 원문은 처녀가 )라고 되어 있 로 되어 있다. 즉 ‘젊은 여성’이다. 이는 어원이 데 그저 ‘젊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도킨스는 구약성서에서 ‘처녀’라고 하고 싶다면 인 를 사용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42) Dawkins, The Selfish Gene, 18-19.
이러한 진화는 안정한 분자를 향해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다른 유전자가 방해하더라도 일어난다.
또한 다른 분자들과 경쟁하면서 때로는 경쟁 상 대의 안정성을 낮추기도 한다. 도킨스는 이와 같은 메커니즘 역시 자연선 택의 한 과정으로 설명한다.43)
43) Dawkins, The Selfish Gene, 17-19, 35-36.
결과적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생물의 기원은 성경에 나타나는 창조주 하나님이 아니라 ‘자연선택’이며, 그 자연선택의 과정 속에서 다양한 형태 로 나타나는 DNA-유전자는 지속적인 자기 복제를 통해 사실상 불멸성을 획득한다고 본다. 이러한 도킨스의 생물학적 전개는 이후 제시되는 밈 개 념을 이해하는 거울로 기능하고 있다.
4. 밈을 위한 준비: 생존기계를 탄 유전자
도킨스는 DNA-유전자가 불멸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담을 운반 자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초기에는 단순한 외피에 불과했지만,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더 크고 정교한 생존 기계로 발전하였으며, 이 과정은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되어 왔다44)
44) Dawkins, The Selfish Gene, 24-25.
이는 도킨스의 독특한 은유 로, 유전자가 자신을 운반할 몸이라는 형질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유전자 는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아 종의 분기가 일어나듯,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 들은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다양한 형질로 구성된다.
그러나 도킨스는 유 전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생존 기계를 먼저 만드는 것일 뿐, 이후에는 그 생존 기계인 몸과 독립적인 존재로서 수동적으로 그 안에 자리 잡는다 고 비유한다.
이제 그들은 거대한 군집을 이루어 떼 지어 다니며, 크고 둔중한 로봇 안에 서 안전하게 보호된 채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되어 있다. 그들은 복잡하고 간 접적인 경로를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며, 원격 조종으로 그것을 조작한다.
그들은 당신 안에도, 나의 안에도 있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 들어 냈으며, 그들의 보존이 곧 우리의 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근거이다.
그 복제자들은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이제 그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이다.45)
필자의 눈에 들어온 단어는 ‘원격조정기’와 ‘생존 기계’이다. 즉, 우리 의 몸은 복제자를 운반하는 기계이며, 복제자는 한쪽 뇌에서 다른 쪽 뇌로 원격 조정되며 전달된다.
이 부분은 도킨스가 밈을 염두에 두고 한 설명 으로도 보인다.
도킨스는 DNA라는 유전단위가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복제자가 존재하며, 이를 밈의 개념에 적용한 다. 실제로 DNA-유전자보다 밈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킨스는 밈 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뉴런과 뇌의 신경계를 언급하며, 밈으로 가 는 길에서 가능한 한 근거를 확보하려 한다.46)
도킨스의 이 설명은 다윈의 초기 노트와 유사하다. 굴
드는 풀 하우스에서 다윈 초기 노트를 소개하 며, “신에 대한 우리의 경외감이 우리의 뇌신경 조직의 어떤 특성에서 생 겨난 것”47)이라고 밝힌다.
달리 말해, 신은 외부로서 계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뉴런과 신경 물질의 인과적 작용으로써 전기적 활동을 통해 나타 난다.
이런 이해는 1872년 다윈의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제1장에서, 마음 상태가 특정 습관적 행동과 연결되고, 감각 기관의 과도한 흥분이 신 경 반응을 유발한다는 원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48)
45) Dawkins, The Selfish Gene, 25.
46) Dawkins, The Selfish Gene, 122-123.
47) Gould, Full House, 189. 48) Darwin,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김홍표 옮김 (서울: 올재, 2022), 36.
결국 도킨스는 다윈의 이론을 근거로, 인간의 뇌에서 발생하는 이성과 감정, 사고가 뉴런의 인과적 작용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왜곡하여 주장한다.
그의 밈 이론과 진화심 리학은 이러한 관점 위에서 발전하였으며, 도킨스는 뇌 안의 복제자가 학습, 미래 예측, 의식까지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도킨스가 이해한 종교와 신은 신경 물질에서 비롯된 인간 의 감성으로 형성되며, 다양한 문화 속에서 원격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 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도킨스는 밈을 신경 물질 자체로 보지 않는다.
밈은 신경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문화 발생 이론과 다르며, 유전 진화를 통해 축 적된 문화와도 구분된다. 필자의 관점에서 도킨스의 밈은 유전자적 문화 화와 유사하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또 다른 복제자라 할 수 있다.
즉, 밈은 뉴런이나 신경 물질에서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숙주로 삼 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른바 ‘원시 수프’와 같은 형태로 이해된다.
5. 이기적 유전자의 ESS 전략
도킨스는 ‘이기적’이라는 용어를 유전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은 유로 제시한다.
그는 유전자가 원시 수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고 유 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복제를 수행하며, 동시에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ESS,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을 구현한다고 설명한다.49)
ESS 는 “상대를 공격하라 그가 도망치면 쫓아가고, 그가 보복해 오면 도망쳐 라”50)와 같이 은유적으로 설명된다.
동시에 그는 중요한 주의점을 강조한 다. 즉, 개체가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 의식이나 계획이 개입한다고 생각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근육을 제어하는, 이미 프로그램화 된 컴퓨터가 조정하는 로봇과 같은 생존 기계로 이해하면 된다.51)
49) 도킨스는 이 이론을 메이너드 스미스(John Maynard Smith, 1918-2004)에서 가져왔지만, 스 미스 역시 이 개념을 해밀턴(William D. Hamilton, 1936–2000)과 맥아더(Robert MacArthur, 1930–1972)에게서 따왔다고 하면서, “전략이라는 것은 미리 프로그램된 행동 방침”이라고 언급 하였다. Dawkins, The Selfish Gene, 90.
50) Dawkins, The Selfish Gene, 90.
51) Dawkins, The Selfish Gene, 90.
개체는 점차 자신을 확장하며 풀(pool)을 형성한다. 비록 개체군이 구성되더라도 ESS 전략은 변하지 않으며, 환경 변화에도 여전히 유지된다.
도킨스는 이 를 “자연선택은 ESS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벌(배제)한다”52)라는 은유로 표 현한다.
그는 개체군 간 다양한 경쟁 사례를 상세히 제시하며, ESS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개체들이 풀을 이루어 싸우거나 근연 관계에 있는 개체끼 리 협력하는 양상을 보여 준다.
또한 이기적 유전자 제6장에서 도킨스 는 유전자가 자신의 ESS를 유지하기 위해 혈연 또는 근연(近緣) 집단 내에 서 이타주의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한다.53)
52) Dawkins, The Selfish Gene, 91.
53) Dawkins, The Selfish Gene, 110-113
사실 도킨스는 이기 적 유전자 제1장~10장까지 핵심 내용을 ESS 전략의 은유를 중심으로 설 명한다.
그러나 그는 이 설명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현상을 반영함 을 강조한다. 이러한 의도는 밈 역시 독자적으로 자신을 복제하며 ESS를 수행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결과적으로, 밈의 거울 역할을 하는 유전자는 영혼(밈)을 담기 이전에 물리적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밈은 뇌라는 숙주 에 거주하며, 처음에는 존재가 드러나지 않지만, 또 다른 복제자로서 세상 에 빠른 속도로 등장하여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생존한다.
그러나 도킨스의 이러한 유전자 중심 설명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통찰을 제공하지만, 모든 현상을 유전자 수준으로 환원하려는 경 향을 내포한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이후 제시되는 밈 개념에서도 동일하 게 반복되며, 복잡한 문화와 종교 현상을 단일 복제자의 논리로 해석하려 는 이론적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도킨스의 논의는 설명적 유비를 넘어 설 때 환원주의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지닌다.
Ⅲ. 분석: 유전자 거울에 비친 밈
도킨스는 유전자를 지배하는 복제자 개념을 바탕으로, 문화를 매개로 등장하는 또 다른 복제자인 밈을 소개한다. 전제할 점은, 도킨스에게 ‘밈’ 역시 ‘이기적인 복제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밈 자체를 옹호하기보다, 밈 이 어떻게 나타나고 기능하는지를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에 필자는 이기적 유전자 제11장에 등장하는 밈의 개념과 정의를 자 세히 분석하고 비판하고자 한다.
1. 모호한 밈 개념
도킨스는 ‘밈(meme)’이라는 용어를 이기적 유전자 제11장에서 처 음 소개한다.
이 용어는 그리스어 ‘미메시스(μίμησις)’에서 유래하였으 며, ‘의태’, ‘유사성’, ‘모방’이라는 뜻을 가진다.
도킨스는 이를 ‘mimeme’ 이라 발음할 수 있으며, 단음절 ‘gene’과 발음이 유사한 점에서 ‘meme’으 로 축약하여 사용하였다54)
도킨스는 밈에 대해 아직 정리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우선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 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풀 내에서 퍼져나갈 때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다닌다.55)
54) Dawkins, The Selfish Gene, 249.
55) Dawkins, The Selfish Gene, 249.
도킨스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 등의 유행과 같은 인기를 얻은 밈이 인간의 한쪽 뇌에서 다른 쪽 뇌로 전달되며 수적으로 확장된다고 설명한 다.
얼핏 보면 밈의 개념과 정의가 단순해 보이지만, 이는 유전자라는 거 울에 비친 밈의 표면적 모습만을 본 것이다. 실제로 도킨스의 밈 이론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된다.
유전자가 유전자형을 통해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밈은 표현형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생물 학적 유전단위인 유전자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킨스는 밈이 유전적 진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그 변화 양상은 진보적 유전적 진 화 과정과 유사하다고 언급한다.56)
상기한 바, 이 부분이 그의 확장된 표 현형에서 구체적으로 보완하여 언급한 부분이다.
도킨스는 이기적 유 전자에서 밈 단위를 설명하며,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를 믿고 B를 믿 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B를 믿고 A를 불신한다면, A와 B는 서로 다른 밈 으로 간주된다. 반대로 A를 믿는 사람이 B도 믿고, B를 믿는 사람이 A도 믿는다면, 유전학적 유사성을 차용하여 하나의 밈으로 간주할 수 있다.57)
56) Dawkins, The Selfish Gene, 249, 368-369.
57) Dawkins, The Selfish Gene, 245.
즉, 믿음 자체가 밈의 유전단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킨스의 밈 이론을 옹호한 블랙모어는 그의 저서 밈 제5장 에서 밈과 관련된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 밈 단위를 명확히 규 정하기 어렵다는 점,
둘째, 밈이 복사되고 저장되는 메커니즘이 불분명하 다는 점,
셋째, 밈의 진화가 라마르크식 진화와 유사하다는 점이다.58)
블 랙모어가 지적한 첫째와 둘째 문제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즉, 밈은 유전 단위를 갖지 않고 표현형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는 이러한 이 유로 전문가들조차 밈 이론을 무시했다고 밝히며, 자신 또한 유전자와 연 관 지어 밈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블랙모어는, 유전자 역 시 짧은 단위는 유전 단위로 설명하기 어려우나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밈 또한 유전 단위를 전제하지 않은 표현형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실 제로 존재한다고 강조한다.59)
셋째 문제인 밈이 라마르크식 진화와 유사 하다는 지적에 대해, 블랙모어는 밈을 라마르크식으로 표현할 수는 있으 나, 그 적용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제시한다.60)
58) Blackmore, The Meme Machine, 53-66.
59) Blackmore, The Meme Machine, 54-56.
60) Blackmore, The Meme Machine, 59-62.
라마르크식 진화는 자연 선택을 받은 개체가 주체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며 획득형질을 유전한다는 이론으로, 현대 진화론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밈이 주도적인 복제자로 작용한다는 이유로, 비판자들은 밈을 라마르크식 진화에 비유한다.
블랙모 어는 밈을 ‘문화 진화’로 설명할 수 있으나, 이를 라마르크식 진화와 비교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라마르크식이라는 용어는 ‘유성생식’ 하는 생물의 진화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61)라고 언급한다.
즉 밈 의 특성과 진화 양상을 적절히 반영할 새로운 개념적 틀과 표현이 요구된 다는 의미다.
반면, 도킨스는 “현대인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만이 진 화의 기초라는 입장을 버려야만 된다는 사실에 관한 것”62)임을 강조하며, “유전자는 하나의 유추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63)라고 전제한 다.
도킨스에게 있어서 진화란, 유전자형과 표현형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처럼, 유전자와 밈이 함께 고려될 때 성립된다.
그러나 대부분 도킨스의 의도와 달리 밈이 유전자형은 없고 표현형만 나타난 것에 문제를 제기하 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형이 없고 표현형만 있을 경우 과학적인 입 장에서 정의하기란 어렵다. 물론 도킨스는 이러한 용어 문제에 대해 인식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단지 구현해 낼 시간과 표현이 부족했을 뿐이다. 도킨스는 후속작 확장된 표현형 제6장에서 밈을 유전자형인지 표현형 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며, 밈에 대한 정의를 보다 확고히 한다.64)
61) Blackmore, The Meme Machine, 62-63.
62) Dawkins, The Selfish Gene, 248.
63) Dawkins, The Selfish Gene, 248.
64) Dawkins, The Extended Phenotype, 109.
그러면서 밈에 대해 정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 한다. 밈은 뇌에 사는 정보 단위로 볼 수 있다(클로크의 용어로는 i-문화). 밈은 일 정한 구조를 지니며 정보를 저장하고자 뇌가 사용하는 물리적 매개체 어떤 것에든 실현된다.
뇌가 시냅스를 연결하는 유형으로 정보를 저장한다면, 원 리상 밈은 시냅스 구조의 일정 유형으로서 현미경으로 확인 가능하다.
뇌가 정보를 분산된 형태로 저장한다면, 밈을 현미경 슬라이드에 한정할 수야 없 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밈을 물리적으로 뇌에 사는 실체로 보려한다.
이는 밈 을 그 표현형 효과, 외부 세계에 내는 결과(클로크의 용어로는 ‘m-문화’)와 구별하는 것이다.65)
상술한 바, 도킨스는 밈을 뇌에서 뇌로 전달하는 뉴런의 시냅스, 즉 신 경계 물질의 활동을 타고 다니는 존재로 정의한다.66)
종합하면 도킨스는 밈을 다윈의 ‘자연선택’ 속 또 다른 유형으로 분류한 셈이다.
달리 말해, 모든 생물종에 유전 복제 메커니즘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한쪽에는 ‘생물학적 유전진화’를, 또 한쪽은 ‘문화진화’, 즉 유전단위는 보이지 않지만, 표현형 효과로 밈은 드러난다.67)
그러나 도킨스는 밈이 ‘뇌’라는 숙주 안에 거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68)
도킨스는 이 외에 블랙모어의 밈 서문에서, 밈에 대한 이해는 블랙모어를 통해 이해할 것을 부탁한다.69)
그럼에도 블랙모어는 밈을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그 이유 로 ‘밈 표현형’이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70)
65) Dawkins, The Extended Phenotype, 109. 클록(F. T. Cloak)의 용어로는 i-문화는 ‘단위 문화’를 말하고, ‘m-문화’는 ‘표현형 문화’를 말한다.
66) Dawkins, The Extended Phenotype, 109.
67)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에서 유전자형과 개체 진화를 넘어, 세계의 모든 생물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은유적 진화를 설명한다. 그는 1장에서 네커의 정육면체 비유를 통해 “사실은 두 개가 있 지만 우리는 하나만 본다”라고 하면서, 유전단위라는 작은 요소가 세계 전체의 생물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이처럼 『확장된 표현형』은 밈 또한 유전자의 물리적 진화와 연계되어, 뇌 시냅스 에 거주하며 문화를 진화시키는 존재임을 설명한다. Dawkins, The Extended Phenotype, 109.
68) 뉴런, 즉 뇌신경을 통한 밈이 신경 물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본 연구는 밈 을 통한 종교와 신을 부정한 도킨스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69) Blackmore, 『밈』, 25. 지면 할애 상 구체적으로 다 열거할 수 없다. 그의 책 『밈』을 보면 블랙모어 가 밈 에 대해 매우 많은 연구가 있었음을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참고하길 바란다.
70) Blackmore, The Meme Machine, xvi-xvii. 도킨스의 밈-문화를 통한 종교 비판에 관하여 ┃ 임영동 133
밈 에는 대립 유전자, 유전자좌, 유사분열, 감수분열 등 유전적 구조에 대응 하는 요소가 없다.
이 부분이 밈 설명에 있어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그 러나 밈 추종자들은 유전자와 밈의 공통점을 몸이라는 운반 기계로 설명 하고자 했다.
블랙모어는 밈을 정보 단위로 정의하며, 뇌가 유발한 행동, 책, 의미, 모방 등 형태와 무관하게 복사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포함한다 고 밝힌다.
다만 그는 “‘사회형’이나 ‘밈 표현형’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으며, 필요시 다른 연구자가 용어를 정리할 것”71)이라고 덧붙인다.
블랙 모어는 밈의 유전 단위형은 생물학적으로 추론할 수 없어도 실제로 존재 한다고 본다. 도킨스는 동료 험프리(N. K. Humphrey, 1943~)를 인용하 여, “밈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있는 구조로 간주해야 한다”72)라고 강조한다.
또한 밈이 뇌에서 뇌로 전달되는 과정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의 유전 기구를 이용해 번식하듯, 뇌를 밈의 번식을 위한 운반자로 이해해 야 한다고 설명한다73)
71) Blackmore, The Meme Machine, 66.
72) Dawkins, The Selfish Gene 249.
73) Dawkins, The Selfish Gene, 248.
이러한 밈 개념의 불명확성은 단순한 정의상의 문 제가 아니라, 밈을 과학적 설명 단위로 정당화하려는 시도 자체에 인식론 적 한계를 드러낸다 하겠다.
하지만, 밈이 유전자형에 해당하는 안정된 정 보 구조를 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형으로서 모방을 통해 나타 나는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일정한 설명력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론적 긴장이 발생한다.
2. 문화와 또 다른 문화
밈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제11장에서 밈을 다룰 때, 표제를 ‘문화, 문화적 돌연변이’로 설정한다.74)
74) Dawkins, The Selfish Gene, 245-246.
즉, 밈은 문화 속에서 등장한 독자적 복 제자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특이성을 ‘문화’로 요약하며, 문화적 전달 이 유전적 전달과 유사하기 때문에, 문화를 생물학적 진화의 전송 메커니즘으로 보는 시도가 있었다고 지적한다.75)
도킨스에 따르면, 일부 열렬한 다윈주의자들은 인간 문화에서 생물학적 이점을 찾으려 했다. 예를 들어, 부족 종교는 집단 일체감을 높이고, 협동 사냥과 같은 종의 메커니즘을 반 영한다고 본다.76)
다시 말해, 인류는 혈연집단 단위로 살아오며 문화가 함 께 축적되어 왔으며, 문화는 과거 발명과 경험의 인과가 누적된 진보적 산 물로 이해할 수 있다.
블랙모어는 밈 제3장에서 다윈주의 초창기부터 생물학적 진화 와 문화 진화를 비유해 왔다고 언급한다.77)
그는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 루이스 모건(Lewis Henry Morgan, 1818-1881), 아 놀드 토인비(Arnold Toynbee, 1889-1975), 카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 제임스 볼드윈(James Mark Baldwin, 1861-1934) 등 이 자연선택의 법칙을 생명과 정신을 다루는 모든 과학에 적용하려 했음 을 지적한다.78)
그러나 블랙모어는 문화가 단순히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 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보고, 밈학의 독자적 적용을 강조한다. 즉 “밈 선택은 유전자의 복제가 아니라 밈이 스스로 복제되며 사상의 진화를 이 끈다는 점에서 기존 ‘문화 진화’ 이론과 차별화된다”79)라고 지적한다. 또 한 그는 언어학자들이 언어를 변이의 축적 결과로 보는 접근에 비판적이 며, ‘농업 문명’을 예로 들어, 언어와 문화가 인간의 안전과 공동체를 위해 시작되었지만, 수렵 생활보다 부정적 요소가 많았음을 언급한다.80)
75) Dawkins, The Selfish Gene, 246.
76) Dawkins, The Selfish Gene, 247.
77) Blackmore, The Meme Machine, 23.
78) Blackmore, The Meme Machine, 24-25.
79) Blackmore, The Meme Machine, 27.
80) Blackmore, The Meme Machine, 24-27.
블랙 모어에 따르면, 문화는 단순히 다윈주의적 진화나 부족·혈연 집단을 통 해 축적된 발명이 아니다. 밈은 인간에게 이익을 주지 않아도, 단지 뇌가 모방하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전파될 수 있으며, 그 확산은 발명이 인간의 유익이나 유전자 적합도와는 무관하다.
즉, “발명이 인간의 행복이나 유 전자를 얼마나 이롭게 하는가가 아니라, 발명 자체가 자신을 얼마나 이롭 게 하는가”81)를 고려해야 한다.
블랙모어의 이 말은 도킨스가 강조하려는 점을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도킨스는 “언어가 유전자가 아 닌 수단에 의해 ‘진화’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게다가 그 속도는 유전적 진 화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82)라고 설명한다.
즉, 밈도 유전자처 럼 우발적으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퍼져나가며, 문화 이론에서 말하는 긍 정적 방향과는 무관하다.83)
블랙모어 역시 인간이 말을 많이 하는 이유는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밈을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한 다. 또한 도킨스는 밈과 문화의 독자성을 강조하며, 문화는 유전적 진화 의 개체가 아닌 주체로 작동한다고 언급한다.84)
그는 젠킨스(P.F. Jenkins, 1952~)가 관찰한 뉴질랜드 앞바다 섬의 안장새(saddleback)를 한 예로 든 다.
안장새는 약 10가지 방언으로 노래하며, 부모 새로부터 유전적으로 노래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체의 노래를 모방한다. 젊은 수컷은 기 존 노래를 배우면서도, 모방 과정에서 새로운 노래를 창작하기도 한다. 이 사례는 문화가 유전자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변화하고 전파될 수 있음 을 보여준다.85)
도킨스는 언어나 이러한 소리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며, 이 는 인간의 의복, 음식의 유행, 의식과 관습, 예술과 건축, 기술과 공학 등 매우 빠른 속도로 자연선택에 의한 유전적 진화와 같은 양식으로 진보적 으로 진화해 왔다고 설명한다.86)
81) Blackmore, The Meme Machine, 27.
82) Dawkins, The Selfish Gene, 245.
83) Dawkins, The Selfish Gene, 259-260.
84) Blackmore, The Meme Machine, 83-84.
85) Dawkins, The Selfish Gene, 245-246, 359-361.
86) Dawkins, The Selfish Gene, 247.
도킨스는 유전적 진화의 변화가 진보한 것처럼 문화적 진화도 독자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보하는 갑작스러운 변 화가 일어났다고 언급한다.87)
여기에는 문화도 자연선택을 받는다는 것을 포함한 설명이다. 위에서 상술한 바, 현대인의 진화를 이해할 때 유전자만 이 진화의 기초라는 입장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도킨스의 지론이다.88)
유 전자적 진화가 존재하지만, 문화는 생물학적 유전단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밈을 통해 나타난다. 즉 기존의 축적된 문화가 아니라, 돌연변이적 형태의 문화로서 밈이 새롭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인류학자 보이드와 환경과학자 리처슨은 밈을 통해 문화가 유전자와 유사하게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지만 독립적으로 작동함을 강조한다. 보 이드는 밈이 뇌에서 뇌로 전파되면서, 전달 과정에서 언어와 소리가 변 형되어 새로운 변이가 생긴다고 언급하며, 이를 문화적 자연선택으로 설 명 가능하다고 한다.89)
보이드가 강조하는 핵심은 문화가 오랜 시간 유전 적 요인으로 축적된 결과가 아니라, 밈이라는 독립적 복제자를 통해 나타 난다는 점이다.
즉, 밈은 기존 발명품이나 축적된 문화에서 비롯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전파·형성된다. 보이드와 리처슨은 문화가 유전자와 독립적 으로 진화한다는 점에서는 도킨스와 견해를 공유하지만, 문화 변화를 설 명하는 단위로서의 밈 개념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보며 보다 복합적인 문화 진화 메커니즘을 제시한 것이다.
반면, 신경과학자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느낌의 진화에서, 문화의 기원을 마음과 느낌에서 찾는 기존 관점을 비판하고, 인간의 무의 식과 문화적 경험이 박테리아와 같은 초기 생명체의 감각적 움직임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박테리아에는 의식이나 관념이 없지만, 그들의 기 초적 감각적 느낌이 인간 문화와 무의식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90)
87) Dawkins, The Selfish Gene, 248.
88) Dawkins, The Selfish Gene, 245-248.
89) Peter J. Richerson and Robert Boyd, Not by Genes Alone: How Culture Transformed Human Evolution, 82-83.
90) Antonio Damasio, 『느낌의 진화』, 임지원·고현석 옮김 (경기: 아르테, 2021), 29-36.
이런 점에서 도킨스의 밈 이론과 구별된다. 그러나 도킨스는 밈을 생물학적 유전 진화와 구별된 독립적 복제자로 본다.
밈은 유전적 진화와 유사하게 전 파될 수 있으나, 그 출처는 불분명하며 뇌의 신경을 숙주로 삼아 거주할 뿐이다. 이로써 그는 전통적 생물학적 문화와 밈을 통한 문화의 차이를 설 명한다.
즉, 문화가 인간 사상의 산물인 반면, 밈은 유전자와 무관하게 자 체 논리에 따라 사상의 문화를 이끌어 간다고 본다. 대닛은 도킨스의 밈을 언급하면서, “문화 전파는 ‘때때로’ 유전적 전달 과 유사하게, 경쟁하는 변이체들의 특성을 점진적으로 수정하는데, ‘이 수 정에는 의도와 선견력을 가진 저작자가 전혀 없다’는 것이”91)라고 언급한 다.
대닛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자신이 이해한 문화와 도킨스의 밈을 같 게 본다. 밈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때로 모호하지만, 유전진화와 유사하 면서도 또 다른 제2의 복제자라는 것이다. 장대익은 블랙모어의 밈과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소개하면 서, 문화가 유전적·심리학적으로 진화하는 복제자라면, 밈은 또 다른 ‘문 화’를 낳는 복제자임을 구분하여 설명했다.92)
결과적으로 도킨스는 문화를 유전적 진화와 유사하지만 독립적인 복 제자로 보고, 이를 ‘밈’이라 명명한다.
즉 밈은 자연선택을 통해 자신을 복 제하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은유적 설명 이다. 하지만 실제로 밈도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는다 말할 수 있다. 상술 한 바와 같이, 블랙모어가 말한 ‘독자적’이라는 표현은, 밈이 주도적이라 는 의미가 아니라 유전자 및 기존 문화와 구별되는 별개의 존재임을 강조 한다.
도킨스는 밈 이론 반대자들의 비판, 즉 밈이 다윈주의적 자기 복제 자로서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만들어진 신에서 해명한다.93)
91) Dennett, 『주문을 깨다』, 김한영 옮김 (경기: 동녘사이언스, 2012), 119.
92) 장대익, 『다윈의 서재』, (서울: 바다출판사, 2020), 296-297.
93) Dawkins, The God Delusion, 222-225.
밈 이 뇌 안에만 존재한다면 다윈주의적 자기 복제자로 논할 수 있으나, 도킨 스가 예로 든 시나 복사 용지 등 외부 매체에 존재하는 밈은 복제 신뢰도가 낮아 그러한 범주에 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밈은 돌연변이처럼 사라지 거나 변형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94)
도킨스는 한 예로, 석기 제작 장인과 견습생의 사례에서 장인의 손놀림을 재현하는 밈이 세대를 거치 며 변형되거나 소멸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핵심은 세부 기술이 아니라 목표이며, 견습생은 그 목표를 모방함으로써 기술을 계승한다.95)
즉, 일 부 밈은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고 도킨 스는 설명한다. 도킨스는 밈의 모방이 장구할 수 있는 사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뜨개질의 코, 밧줄이나 그물의 매듭, 종이접기의 접기 패턴, 목공이나 도예 의 유용한 비결들: 이 모든 것들은 변형 없이 무한한 모방 ‘세대’를 거쳐 전 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가진 이산적(discrete) 요소들로 환원될 수 있 다. 세부 사항들은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본질은 돌연변 이 없이 전승되며, 밈과 유전자의 유비(analogy)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은 오직 이것뿐이다.96)
94) Dawkins, The God Delusion, 224-225.
95) Dawkins, The God Delusion, 144-145.
96) Dawkins, The God Delusion, 63-65.
도킨스는 다윈의 자연선택에 의한 개체 진화, 유전 진화, 밈의 진화로 이어지는 복합적 과정을 제시한다.
밈은 풀을 이루어 개체군처럼 영향력 을 행사하며, 이 과정에서 종교가 밈의 복합체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밈 이 결합해 신과 같은 복합체를 형성함을 의미한다. 밈이 복합체를 이루었 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생명력과 생존력을 지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아무리 생물학적 진화와 연관지어 합리성을 추론하더라도, 이는 도 킨스의 상상력이 개입된 은유적 설명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 나 이러한 논의는 밈 이론이 기존 문화이론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요구한다.
필자가 보기에 도킨스와 블랙모어는 밈 문화를 유전적 진화와 구별되 는 독립적 복제자의 산물로 설명하며, 문화의 형성과 전승을 ‘자기 복제’ 라는 단일 원리로 환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의미, 상징, 공동체, 역사적 맥락과 같은 문화의 핵심 요소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
특히 밈이 인간의 목적이나 유익과 무관하게 확산된다고 보는 관 점은 문화의 규범적·의미론적 차원을 배제한다.
따라서 밈 이론은 문화 현상의 일부를 설명하는 유비적 모델로는 유효하지만, 이를 문화의 본질 을 해명하는 이론으로 확장할 경우 환원주의적 한계를 드러낸다.
나아가 전승과 변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문화 진화론과 연속성을 지니지만, 인간 행위와 사회적 맥락을 배제하고 복제자의 생존 중심으로 문화를 재 구성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밈 이론은 이러한 이중성 속에서 이론적 불안정성을 드러내며, 문화 설명의 중심 원리라기보다 제 한적 모델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3. 복합체로서의 밈 신의 종교
도킨스는 ‘신이라는 밈’ 즉, 밈 신을 소개하며, 이를 유전자 은유와 유 사한 방식으로 이해시키고자 한다.
그는 유전자를 설명할 때 ‘이기적’, ‘잔 인한’ 등의 형용사 은유가 효과적이었음을 지적한다.
밈도 마찬가지로 은 유를 활용해야만 그 작동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97)
97) Dawkins, The Selfish Gene, 254-255.
도킨스 는 이기적 유전자 제3장과 제5장에서 소개한 ‘유전자 복합체’와 ‘안정 한 유전자 세트’를 재소환한다. 유전자 복합체란 다수의 유전자가 동일 염 색체상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기능적 단위처럼 작용하는 현상 을 의미한다.
또한 ‘안정한 세트’는 육식동물의 이, 발톱, 장기, 감각기관 등 여러 기관이 서로 적합하게 진화하여 하나의 통합적 기능을 이루는 집 합체를 뜻하며, 초식동물은 또 다른 구성 요소로 형성된 각기 다른 안정 한 세트를 갖는다는 설명이다.98)
본 논문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여러 개 체는 ‘안정한 유전 형질’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처럼 밈도 ‘안정한 세트’를 유지하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어쩌면 우리는 건축, 의례, 규범, 음악, 예술, 그리고 문서화된 전통을 갖춘 조직화된 교회를, 서로를 보완하며 안정적으로 결합된 밈들의 공적응된 유전 집합체(co-adapted gene complex)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99)라고 언급하며, 이를 한마 디로 밈 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킨스는 종교, 특히 기독교를 예로 들 어, 사람들이 종교 의식에 몰입하는 이유 중 일부는 ‘지옥’, ‘불의’, ‘협박’ 과 같은 강압적 요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율법을 따르지 않으면 사후에 고통을 겪는다는 믿음으로 사람들은 종교적 행동을 따른다.
도킨스는 이 를 교리적 설득 기술의 간악성으로 비판하면서, 이러한 영향력은 성직자 의 지능 때문이 아니라 의식을 갖지 않은 밈이 지닌 준(準)-잔인성(semi cruelty)이라는 특성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확보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즉 이러한 밈은 심리적 충격을 유발함으로써 지속성을 획득한다.100)
성직자 는 똑똑한 밈에 의해 조종당한 것과 같다.
도킨스는 이러한 현상이 맹신 주의로 이어지며, 이 맹신이 밈의 복합체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 어, 예수의 제자 의심 많은 도마는 증거를 요구하지만, 다른 제자들은 이 미 맹신하고 있어 증거가 필요 없다고 본다.
교회는 이러한 신앙 공동체의 믿음을 강화하며, 밈의 복합체가 사회적 차원에서 유지·확산되도록 한다 는 것이다.
도킨스는 “맹신이라는 밈은 이성적인 물음을 꺾어 버리는 단 순한 무의식적 수단을 행사하여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101)이라며 맹신의 정당화를 언급한다.
98) Dawkins, The Selfish Gene, 256.
99) “공적응된 상태란 복제자들이 단순히 모여 있는 것을 넘어, 서로가 서로의 생존 환경이 되어주 며 진화적으로 안정한 세트(Evolutionarily stable set)를 이룬 상태를 뜻한다” Dawkins, The Selfish Gene, 256.
100) Dawkins, The Selfish Gene, 256-257.
101) Dawkins, The Selfish Gene, 257.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신을 믿고 있거나 같은 신을 믿더라도 다른 의식을 행한다면 맹신은 그 사실만으로도 그가 죽어야 한 다고 선고할 수 있다”102)라는 것이다.
도킨스는 밈이 이 맹신의 정당화를 타고 인류 역사 가운데 어떻게 번식해 왔는지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맹신은 그 무엇이든 정당화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다른 신을 믿거나, 심지어 같은 신을 숭배하면서 다른 의식을 사용하기만 해도, 맹신은 그가 죽 어야 한다고 판결할 수 있다. 십자가형을 당하거나, 화형대에서 불타거나, 십자군의 검에 꿰뚫리거나, 베이루트의 거리에서 총에 맞거나, 벨파스트의 술집에서 폭사당하는 것 말이다. 맹신의 밈은 스스로를 번식시키기 위해 그 들만의 무자비한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종교적 맹신뿐만 아니라 애국적, 정치적 맹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103)
이러한 맹신적 밈은 자신이 속한 풀을 확장하면서 타인을 경계하거나 배제하는 성격을 갖는다.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모세오경을 예로 든다.
약속의 땅을 빼앗기 위해 벌어진 대량 학 살, 신의 명령을 어긴 집단의 전멸, 심지어 백성이라도 십계명과 모든 율 법을 어기면 죽이라는 명령 등은 실제 사건 여부와 관계없이, 사악한 밈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104)
도킨스는 구약 성서를 누구나 불쾌히 여긴다고 보며, 신약에서 예수가 이를 바로잡은 듯 하지만 실제로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105)
102) Dawkins, The Selfish Gene, 257.
103) Dawkins, The Selfish Gene, 257.
104) Dawkins, The God Delusion, 280-282.
105) Dawkins, The God Delusion, 281-282.
즉 도킨스는 신약성서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언급하고 있다. 여전히 성서는 자신을 위해 타인을 배 제하는 ‘대립 유전자’처럼 작용한다.
예를 들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 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대인을 사랑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한다.
도킨스는 이를 미국 의사이자 신화 인 류학자인 존 하텅(John Hartung, 1943~)의 말을 인용해 이처럼 맹신적 밈 들은 유전자 풀처럼 집단적·복합적 형태를 이루며, 자기 이익을 위해 진 화적으로 확산한다고 강조한다.106)
106) Dawkins, The God Delusion, 288-289.
4. 경쟁하면서 ‘안정한’을 갖는 밈 신 그렇다면 ‘밈 신’은 어떻게 세력을 확장하며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 을까?
도킨스는 바로 경쟁하는 밈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유전자가 대 립 유전자로서 경쟁하여 다양한 생명체를 낳듯, ‘밈 신’ 또한 대립 구조를 지니며 서로 경쟁함으로써 더 강한 형태로 발전한다. 마치 “밈이 라디오 와 텔레비전의 방송 시간, 광고 게시판의 공간, 신문 기사의 길이, 그리고 도서관 서가 공간 등과 같은 상품에서도 경쟁하듯”107)이, 그렇게 밈 신은 ‘풀’ 속에서 경쟁한다.
107) Dawkins, The Selfish Gene, 255-256.
그리고 동시에 ‘밈 신’은 ‘안정한’을 향해 나아간다.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밈 신은 일정한 목적성을 지니며 자기 복제를 수행 한다. 도킨스는 ‘신이라는 밈’이 이렇게 강력하게 자기 복제를 할 수 있었 던 이유를, “위대한 음악과 예술의 도움을 받은 말과 글을 통해서”108)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것들이 밈의 운반이자 밈 단위라는 것이다. 유전학적으 로 보면 자연선택을 받은 논리와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생존 가치를 높이는가?
그것은 “유전자 풀 속 유전자로서의 값이 아닌, 밈 풀 속 밈으 로서의 값”109)이라고 설명한다.
108) Dawkins, The Selfish Gene, 250.
109) Dawkins, The Selfish Gene, 250.
즉 유전자 ‘풀’처럼, 밈 또한 실제적인 풀 을 지닌다. 도킨스는 ‘그렇다면 문화 환경 속에서 신의 관념이 안정성과 침투력을 갖는 것이 도대체 어떤 성질 때문인지’ 독자들에게 묻는다. 도킨 스는 이에 “밈 풀 속에서 신의 밈이 나타내는 생존 가치가 그것이 갖는 심 리적 매력의 결과”110)라고 답한다.
도킨스에 따르면, 밈 신의 심리적 매력 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대신 구원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사후 세계의 존재 라는 확신에 비롯된다.
이는 마치 가짜 약을 처방받은 환자가 상상력으로 효능을 경험하는 것과 유사하며, 이러한 관념이 세대를 거쳐 뇌에 쉽게 복 제되는 이유가 된다.
결국, 밈 신은 인간의 환경과 문화 속에서 생존 가치 와 감염력을 지닌 밈으로 실재한다고 볼 수 있다.111)
이 밈들은 주위에 어 떤 밈들이 있든 관계없이 살아남는다.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일부 종교 개념들은 이미 밈 풀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는 다른 밈들과 화합하며 밈 복합체 일부가 된다고 언급한다.112)
결과적으로 밈 신도 자연선택을 받아 서로 경쟁하면서 안정한 풀을 형 성하여 확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킨스는 생물진화로 모든 것을 환원 하여 해석하고 있다. 즉 방법론 자체를 문제 삼을만한 대목이다. 맥그래 스는 다윈의 진화론이 목적성이나 진보를 암시하지 않지만, 장기적인 관 점에서 그 목적성과 방향성을 논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음을 언급 한 바 있다.113)
110) Dawkins, The Selfish Gene, 250.
111) Dawkins, The Selfish Gene, 250. 112) Dawkins, The Selfish Gene, 231.
113) 임영동, “창조론에서 본 기독교 자연신학의 문제와 비전”, 「조직신학연구」 49 (2025): 92-135; McGrath, Science & Religion: A New Introduction, 3rd ed. (Oxford: Wiley Blackwell, 2017), 57 참조.
이는 곧 맥그래스와 도킨스가 서로 다른 인식론적 방법론 위에서 진화론을 해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 밈의 세력에 반역하는 우리
도킨스는 밈 이론의 결론에서, 밈의 단위가 결국 생물학적 유전 단위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함을 강조한다.
그는 “유전자가 재빠른 모방 능 력을 가진 뇌를 그 생존 기계에 만들어 주면, 밈은 자동적으로 세력을 얻 을 것”114)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밈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뇌가 모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만 하면 밈은 그 능력을 십분 이용하면서 진화해 나갈 것”115)이라고 밝힌다.
이를 통해 도킨스는 밈을 단순히 옹호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 복제자처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또 다른 복제자로 서의 밈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대익은 밈이 역사, 정치, 경제 등의 가치와 무관하게 자기 복제를 위 해 행동한다고 언급하며, 종교적 밈 역시 인간의 평화, 사랑, 자비와 같은 가치와 관계없이 자기 멋대로 전파된다고 설명한다.
즉, 밈은 유전자 복제자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복제자 그 자체로서만 의미를 갖는다.116)
도킨스는 복제자 밈이 생존을 위해 온갖 폭동과 갈등을 일으키지만, 순수하 고 사욕 없는 이타주의가 이러한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 황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117)
그러나 그는 현실적으로 그러한 이타주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글을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의 엔딩 과 같은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 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118)
114) Dawkins, The Selfish Gene, 259.
115) Dawkins, The Selfish Gene 259.
116) 신재식 외 2명, 『종교전쟁』, 458.
117) Dawkins, The Selfish Gene, 260.
118) Dawkins, The Selfish Gene, 260.
도킨스의 이러한 설명은 마치 인간이 밈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들린 다. 동시에, 이는 우리가 그동안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점령된 채 살아 왔고 여전히 그 영향 아래 경도되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맥 그래스는 이와 관련하여, 위 글의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도킨스의 낙관 적 결론이 실제로 그에 앞서 있던 주장에 의해 반박되거나 뒤집히지 않았 는지 의아했다”119)라고 언급한다. 신재식은 만들어진 신이 이기적 유 전자나 확장된 표현형에 비하면 논리적 엄밀성에서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장대익은 이러한 평가를 인정하면서도, 독자가 도킨스 내부의 긴장감을 체험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즉, 장대익에 따르면, 만들 어진 신에서 도킨스는 종교를 일종의 바이러스로 보고, 이기적 유전자 를 전제로 혹은 연결하여 종교 비판을 수행했음을 보여 준다.120)
119) McGrath, 『리처드 도킨스, C.S. 루이스 그리고 삶의 의미』, 이현미 외 2명 옮김 (경기: 템북, 2021), 112.
120) 신재식 외 2명, 『종교전쟁』, 528-529.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밈 이론은 문화 현상의 일부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측면이 있으나, 문화 전체를 복제자의 자기 확산 논리로 환원하려 는 한계를 드러낸다.
특히 의미, 목적, 공동체와 같은 문화의 핵심 요소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존 문화이론과 긴장을 형성한다.
따 라서 밈 개념은 독립적 설명 원리라기보다 제한적 유비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Ⅳ. 맥그래스의 논박
맥그래스는 그의 저서 도킨스의 신에서, 도킨스가 주로 종교를 비판 한 저작들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만 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중심으로 엮어, 도킨스의 종교 비판을 반박한다.
그중 제5장 ‘문화적 다윈주의’에서는 밈을 다루며, 제6장 만들 어진 신에서도 밈을 언급하지만, 맥그래스는 비평가들이 이 책에 대해, 이기적 유전자와 달리 학문적 기초가 부족하며 반종교적 주장을 담은 생떼 에 불과하다고 혹평했음을 지적한다.121)
121) McGrath, Dawkins’ God, 145.
1. 밈은 표현형 문화적 등가물
맥그래스는 본 논문 「II. 분석: 밈의 거울 유전자」에서 논의한 바와 같 이, 여타 생물학자들과 유사하게 밈이 유전자형이 아니라 표현형적 결과 만을 산출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 설득력이 약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도 킨스가 제시한 밈의 사례들이 모두 지시사항 자체(유전자형)가 아니라 지 시사항의 결과(표현형)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122)
특히 맥그래스는 도킨 스가 밈을 문화적 단위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념적 문제를 비 판하면서, 도킨스가 확장된 표현형에서 클록(F. T. Cloak)의 문화 개념 을 차용하여 이를 수정하려 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클록이 구분한 i 문화(i-culture)와 m-문화(m-culture)의 개념을 먼저 제시한다.123)
122) McGrath, Dawkins’ God, 123-124.
123) McGrath, Dawkins’ God, 124-125.
요컨대 도킨스가 말하는 밈-문화는 문화적 지시 단위(i-culture)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나는 문화 표현형(m-culture)에만 해당한다는 것이 다.
이는 유전자형과 표현형의 관계를 문화 영역에 유비적으로 적용한 것 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맥그래스의 핵심 비판은 표현형이 본래 유전 단위의 매개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도킨스의 이론에서는 그러한 구체적 유전 단위의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도킨스의 밈-문화는 문화 지시사항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물로 환원되며, 이러한 설명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암묵적으로 i-문화의 존재를 전제하도 록 만드는 문제를 낳는다.
또한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확장된 표현형에서 밈 개념을 수정하였다고 평가한다.124)
124) McGrath, Dawkins’ God, 124-125.
이 는 밈을 뇌에 상주하는 정보 단위로 이해하려는 초기 입장을 조정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대중적 저술에서는 수정된 정의 보다 1976년에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의 초기 정의를 계속 사용하고 있 다고 지적한다.
결국 도킨스는 특유의 은유적 설명 전략을 유지하는 과정 에서 개념적 오해 가능성을 스스로 증대시켰다는 것이 맥그래스의 평가 이다.
2. 도킨스의 신-밈의 딜레마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밈을 문화적 관점에서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여 전히 지시사항, 즉 유전자형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난 표현형만 제 시된다는 점에서 밈을 가설적 존재로 간주한다.
그는 이어 이러한 가설 적 개념이 신앙 비판과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지 문제를 제기한다.125)
또 한 도킨스가 종교 비판을 전개하는 방식이 마르크스와 지그문트 프로이 트(Sigmund Freud, 1856-1939)의 무신론적 전통을 새로운 형태로 계승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마르크스와 프로이트가 종교를 인간이 형이상 학적 위안을 얻기 위해 만들어 낸 산물, 혹은 마음의 기생적 현상으로 이 해했다고 설명하면서, 도킨스 역시 이러한 전제를 공유하는 무신론적 입 장에 서 있음을 강조한다.126)
125) McGrath, Dawkins’ God, 124-126, 131.
126) McGrath, Dawkins’ God, 125.
이러한 맥락에서 도킨스의 밈 이론은 종교 를 비합리적 문화 현상으로 환원하는 강력한 논증 도구로 기능한다.
그러 나 맥그래스는 동일한 논리를 적용한다면 무신론 역시 밈을 통해 설명되 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즉 도킨스가 무신론의 확산 과정에 대해서는 밈 개 념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론적 일관성의 결여를 비판 한다.127)
따라서 밈 이론이 타당하다면 무신론과 유신론 모두 동일한 기준 아래 평가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이론 자체의 타당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128)
나아가 맥그래스는 도킨스의 종교 비판이 결국 객관적 과학 이 론이라기보다 개인적 가치 판단을 반영한 논증에 가깝다고 평가한다.129)
127) McGrath, Dawkins’ God, 126.
128) McGrath, Dawkins’ God, 126.
129) McGrath, Dawkins’ God, 127.
결과적으로 그는 도킨스가 밈 개념을 통해 무신론적 관점에서 종교를 비 판하는 방식에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함을 지적한다.
3. 밈-문화는 라마르크주의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밈-문화를 다윈주의에 입각하여 설명한 것에 대 해, 문화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관찰하면, 이는 다윈주의가 아니라 라마르 크주의가 더 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한다.130)
맥그래스는 우선 다윈주의나 라마르크주의에 접목시켜 문화를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한 다.
특히 문화를 다윈주의와 연결하여 보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유전자 가 진보적인 성향을 향해 나가는 것처럼, 문화도 일정하게 발전을 거듭하 였다는 점에서 같다.
맥그래스는 문화를 유전형인 다윈주의보다는 표현 형인 라마르크주의에 더 가깝다고 본 것이다.
왜냐하면, 다윈주의는 진화 를 자연선택으로 설명하고 라마르크주의는 자연선택을 받았다 하더라도 개체 자체가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맥그래스는 “문화적 진화를 생물학적 유추로 묘사하거나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거리”라고 지적한다.131)
130) McGrath, Dawkins’ God, 128-129.
131) McGrath, Dawkins’ God, 128-131.
그러나 맥그래스는 이 부분에서 도킨스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 한 부분이 없지 않다.
필자는 본문 ‘각주 번호 72번’ 이하로부터 도킨스의 밈-문화에 대한 서설을 자세히 상술한바, 도킨스는 밈-문화를 기존의 문화 이론과 구분하는 것을 볼 수 있음을 논했다.
또한 도킨스는 밈-문화는 진 화론적 문화보다 그 속도가 매우 빠르며, 부족의 종교나 혈연적 관계로부 터 발전한 문화와 달리 진보와 도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필자가 보기에 도킨스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밈이 마치 독자적으로 움 직이는 것처럼 묘사하기 때문인데, 이는 은유적 표현이며, 또 하나는 그러 다 보니 다윈주의나 라마르크주의로 융합하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도킨스가 다윈주의의 문화와 밈-문화를 이미 이기적 유전자에서 구분하 고 있으나 맥그래스는 세밀하게 이 부분을 다루지 않고, 단지 밈을 문화의 일종으로 규정하여 설명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4. 밈은 실제로 존재하는가의 문제
맥그래스는 밈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도킨스가 밈을 표현형으로 내세우면서도 또한 뇌 에 수프처럼 상주하는 물질적 존재로도 관찰 가능하다고 한 부분 때문이 다.132)
그러나 이 부분은 맥그래스의 말대로 충분히 오해할만한 여지를 남 긴다.
따라서 맥그래스는 밈이 관찰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즉 유전자는 오늘날의 과학으로 관찰 가능한 것이지만, 밈은 관찰 불가능하며, 다른 관 찰 사실로부터 추론한 가설적 존재에 불과하며 설명 부분에서도 거의 쓸 모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다.133)
132) McGrath, Dawkins’ God, 131-132.
133) McGrath, Dawkins’ God, 131.
5. 신은 마음의 바이러스라는 문제
본 논문 텍스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맥그래스는 “1990년대에 도킨스는 밈 개념을 ‘마음의 바이러스’라는 이미지를 사용해 다른 방향으로 발 전시켰다”134)라고 밝힌다.
즉 도킨스는 밈 바이러스는 사람 간에 전염병을 옮기는 바이러스처럼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밈과 바이러스 가 복제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맥그래스는 생 물학적 바이러스는 과학적 관찰이 가능하지만, 마음의 바이러스는 가상 적 바이러스로 관찰이 불가능하다며 일축한다.135)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종교가 심신을 쇠약하게 하고 생존 잠재력과 건강 잠재력을 떨어뜨린다 는 것은 과학계에 공공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실이라고 전제”136)하면서 신 바이러스의 존재를 주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킨스는 신을 마음의 바 이러스로 보려는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도킨스는 밈 신의 존재성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
그러나 맥그래스는 도킨스가 “마음의 바이러스 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는 모든 논증은 ‘무신론 또한 마음의 바이러스’라는 주장으로 대등하게 논박할 수 있다”137)라고 비판한 다.
맥그래스는 밈이 도킨스가 의도했던 것과 달리 산업광고나 소셜 네트 워크상에서 확산하도록 하는 단어, 이미지, 행동을 가리키는 것일 뿐, 밈 의 본래 의미에서 많이 변질하였다고 한다.
물론 그럼에도 밈이라는 단어 는 살아남았지만, 이제 밈 개념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찾을 수 없다고 언급한다.138)
134) McGrath, Dawkins’ God, 139.
135) McGrath, Dawkins’ God, 141.
136) McGrath, Dawkins’ God, 141-142.
137) McGrath, Dawkins’ God, 142.
138) McGrath, Dawkins’ God, 143.
결과적으로, 맥그래스가 도킨스의 밈을 통한 종교와 신 폄하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여타의 생물학자들처럼, 생 물학적 접근에서 볼 때, 유전형과 표현형을 근거로 한 도킨스의 밈이 표현 형에만 국한된 것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을 비판한다.
둘째, 도킨스의 밈-문화는 다윈주의나 라마르크주의 입장에서도 설명할 수 없는 문화이론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셋째, 밈 이론을 통해 무신론적 근거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면, 동일한 논리로 무신론 역시 밈 이론 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모순을 제시한다.
나아가 이러한 비판은 밈 이론의 과학적 지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장된다.
따라서 밈 개념은 경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과학적 이론이라기보다 설명적 은유 또는 가설 적 구성물에 머무르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맥그래스 의 논박은 도킨스의 종교 비판이 과학적 필연성에 근거한 결론이라기보 다, 특정 세계관적 전제를 반영한 해석일 가능성을 제기한다는 데 의의를 갖는다.
결국 도킨스의 밈 이론은 유전자 중심 설명을 문화 영역으로 확 장한 시도로 이해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의미와 종교적 차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종교를 단순한 문화 복제 현상으로 환원하는 해석이 갖는 문제를 보여 주며, 보다 통합적 인 이해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Ⅴ. 나가는 글
지금까지 본 연구는 이기적 유전자를 중심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밈’ 이론이 종교 비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본 논문은 밈 개념 분석을 통한 비판에 초점을 두었으며, 이를 통해 도킨스가 종교를 밈 의 한 유형 혹은 수단으로 이해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도킨스는 유전자를 ‘복제자’라는 은유로 설명하며 신다윈주의의 성과를 강조하고, 유전자 진화와 문화 진화를 밈 개념으로 연결하였다.
이는 그의 중요한 공헌이지만, 동시에 무신론적 목적과 결합되어 종교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점은 한계 로 지적된다.
이러한 배경에는 종교가 전쟁과 폭력, 망상의 원인이 되었 다는 그의 인식이 자리하며, 이는 만들어진 신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난 다.
둘째, 도킨스의 밈 개념은 수전 블랙모어의 정의에 일정 부분 의존하 면서도 여전히 개념적 모호성을 지니며, 이는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에서 용어 사용의 일관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점에서도 드 러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블랙모어는 밈 개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체계화하였으며, 이는 도킨스의 이론에 중요한 이론적 지 원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생물학적 근거를 통해 문화와 종교를 설명하고 특정 종교를 폄하한 부분은 신학적 관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셋 째, 맥그래스의 논박을 통해, 도킨스의 밈 개념은 경험적 실재라기보다 가설적 구성에 가까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밈을 유전자와 유사한 문화 복제자로 간주하고 무신론의 근거로 활용하는 논증에 대한 비판은 핵심 적인 반론을 제공한다.
밈이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한다고 보는 도킨스의 주장에 대해, 맥그래스는 이제 밈을 지지할 학문적 기반을 찾기 어렵 다고 지적한다.139)
그럼에도 필자는 밈 개념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재등장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문화적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 타나는 사례들은 밈 개념의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만들어진 신에서 제시된 종이배 접기 사례는 밈이 일시적으로 약화되었다가도 기 억과 모방을 통해 재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140)
139) McGrath, Dawkins’ God, 143.
140) Dawkins, The God Delusion,
또한 최근 대중매체와 학계에서도 밈을 긍정적으로 다루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종교 를 또 다른 복제자 유형으로 이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 다.
국내에서도 진화생물학자 장대익과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등도 외국 의 몇몇 밈 전문가들처럼 이 밈 연구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 다.
비록 맥그래스가 도킨스의 환원주의적 한계를 명확히 규명하였음에 도, 그의 비판은 여전히 과학적 방법론의 배타성을 고수하는 현대인들을 설득하기에는 인식론적 간극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밈 이론이 지닌 과학적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디지털 문명 속에서 발휘하는 ‘실재적 영 향력’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는 문화·신학적 논의가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도킨스의 밈 이론을 분석하고 맥그래스의 비판 을 통해 그 한계와 논리적 모순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밈 개념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특정 환경과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밈과 종교, 그리고 문화 간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도킨스 비판에 머무르 지 않고, 현대 과학과 신앙, 문화 연구가 만나는 교차점에서 의미 있는 학 문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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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초록]
본 연구는 현대 과학기술 문명 속에서 기독교 신앙의 합리성을 부정 하려는 생물학적 시도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며, 특히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1941~)가 제안한 ‘밈(meme)’ 이론의 한계를 규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 이후 확산 된 생물학적 종교 무용론은 도킨스에 이르러 종교를 문화적 복제자의 기 생 현상으로 간주하는 밈 담론으로 구체화했으며, 본 논문은 이러한 관점 이 지닌 논리적 결함과 인식론적 근거의 취약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도킨 스는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은유적 설명 전략을 통해 유전자 중심 진화론을 대중적으로 서술하고, 문화 복제 단위로서 밈 개념을 제안하였다. 그는 밈을 ‘마음의 바이러스’에 준하는 변이적 문화 단위 로 규정하며 이를 실재적 문화 복제자로 해석한다. 이에 사회적 수용 양상은 대체로 두 방향으로 나타난다. 첫째, 생물학 연구자들은 유전자 논의 자체를 기존 연구의 연장선으로 평가하면서도 밈 개념은 독창적 제안으로 이해한다. 둘째, 이와 달리, 인문·사회 및 문 화 연구 영역에서는 이를 현대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해석 틀로 수용한다. 그러나 도킨스의 밈 이론은 종교를 비합리적 문화 산물로 환원하려는 학 술적·심리학적 기획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도킨스의 밈 이론과 종교 비판을 분석하고, 그 인식론적 전제와 환원주의적 한계를 규명하며, 종교를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논제의 문제점을 밝히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 생물학적 환원주의를 단순히 거부하 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도전을 계기로 기독교 신앙이 공적 마당에서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주제어: 이기적 유전자, 밈 문화, 유전형, 표현형, 리처드 도킨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Abstract
On Dawkins’ Criticism of Religion through Meme-Culture
Young-Dong Lim (Pastor, Shalom Church Adjunct Professor, Baekseok Culture University)
This study critically examines biological attempts to deny the rationality of Christian faith within the context of modern techno scientific civilization, with a particular focus on identifying the limitations of the “meme” theory proposed by Richard Dawkins (1941~). Since 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 biologically grounded arguments for the dispensability of religion have developed further, culminating in Dawkins’s formulation of memetics, which construes religion as a parasitic phenomenon of cultural replicators. This paper analyzes the logical flaws and epistemological weaknesses inherent in such a perspective. In The Selfish Gene, Dawkins employs a metaphorical explanatory strategy to popularize gene-centered evolutionary theory and introduces the concept of the meme as a unit of cultural replication. He characterizes memes as mutable cultural entities analogous to “viruses of the mind,” interpreting them as real replicators operating within human cognition and culture. The reception of this theory has generally taken two forms. On the one hand, biological researchers tend to regard gene-centered discussions as an extension of established research while viewing the meme concept as an original proposal. On the other hand, scholars in the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have adopted it as an interpretive framework for understanding contemporary cultural phenomena. However, Dawkins’s meme theory is closely linked to an academic and psychological project that seeks to reduce religion to an irrational cultural byproduct. Accordingly, this study analyzes Dawkins’s memetics and his critique of religion, elucidating their epistemological presuppositions and reductionist limitations, while exposing the problems inherent in arguments that unilaterally disparage religion. Furthermore, rather than merely rejecting biological reductionism, this study aims to explore how such challenges may open new possibilities for a deeper and broader engagement between Christian faith and the contemporary intellectual world.
[Key words: Selfish Gene, Meme Culture, Genotype, Phenotype, Richard Dawkins, Alister E. McGrath]
논문 투고일: 2026.02.23. 수정 투고일: 2026.04.03. 게재 확정일: 2026.04.04.
조직신학연구 제52권 (202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