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인도철학에서 서구적 의미의 ‘인격’에 정확히 대응하는 용어나 표현을 설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산스크리트어의 지바-아트만(jīva-ātma), 푸루샤(puruṣa), 사람(manuṣya), 불교의 푸드갈라 (pudgala) 등은 때로 인간 존재를 가리키지만, 그 의미는 폭넓어 특정한 인격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다(Chadha, 2024: para.1).
이러한 용어적 불확실성은 서구적 ‘인격’ 개념 자체가 인도 사상 의 범주 체계와 정합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베다 문헌에는 육체와 구별되는 단일한 ‘영혼’이 전제되지 않으며, 인간은 우주적 요소들의 결합과 분산 속에서 이해된다. 서구 학계가 우파니샤드의 자아(ātman) 개념에 주목한 이유는 그것이 그들이 이해하는 ‘영혼’과 유사한 것으 로 여겨졌기 때문이다(Werner, 1978: 275).
그러나 우파니샤드의 논의는 서구적 의미의 인격 개 념을 정립하려는 시도라기보다, 윤회(saṃsāra)의 조건 속에서 존재의 궁극적 실재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적 문제의식에 의해 전개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아는 인격 동일성의 근거로 제시되며, 시간과 생의 반복을 넘어 지속하는 원리로 사유된다.
이는 인격의 핵심을 환원 불가능한 자아 에 두는 비환원주의적 관점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현대의 과학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논쟁적이며, 비물질적 자아의 존재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형이상학적 논의들은 인격이 사회적․제의적 질서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충분 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따라 인격과 자아의 문제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조 명하려는 연구들이 전개되었으며, 특히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고전적 논의는 이 분야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Mauss, 1938). 모스는 ‘인격’으로서의 페르소네(personne)와 ‘자아’로 서의 모이(moi)를 구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페르소네는 사회가 부여한 공적 범주와 역할을 가 리키는 반면, 모이는 개인이 경험하는 내면적․심리적 차원을 지칭한다. 이러한 구분은 인격을 선험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 실천과 제도 속에서 구성되는 범주로 이해하는 논의의 결정적 토 대를 제공하였다.
모스의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를 계승하면서도 이를 구체적인 사회 구조 내에 서의 위치성으로 발전시킨 인물이 카리더스(M. Carrithers)이다. 그는 자아라는 내면적 층위보다 는 사회적 맥락에서의 페르소네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국가 체제나 법적 구조 속에서 ‘의미 있고 질서 있는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개인’으로 규정한다(Carrithers, 1985: 235, 251). 즉, 카리더스에게 페르소네는 개별적 자아의 내면성보다는 집단 내에서의 공적 지위와 권리․ 의무를 체현하는 사회적 주체를 의미한다. 나아가 올리벨(P. Olivelle)은 이 페르소네 개념을 고대 인도의 특수한 바르나(varṇa) 질서와 제의적 구조 속으로 가져와 재해석한다.
그는 고대 인도의 위계적 질서 속에서 상층 바르나에 속한 기혼 남성 가장(家長, gṛhapati)을 규범적 페르소네의 전형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인격적 자아’를 새롭게 정의한다(Olivelle, 1997: 429).
이때 올리벨이 상정하는 ‘자아’는 근대적 의미의 단일하고 폐쇄적인 내면적 실체(moi)가 아니다. 오히려 생식과 계보, 그리고 반복되는 제식을 통해 지속되는 ‘인격의 사회적 재생산’을 핵심 논점으로 삼는 관계적 자아이다.
본 연구는 모스와 카리더스의 논의를 이론적 출발점으로 삼되, 고대 인도 맥락에서 이를 본 격적으로 확장․재구성한 올리벨의 인격론을 주요한 분석 틀로 활용한다. 올리벨에 따르면 인 격은 자율적 실체가 아니라 가족․혈통․카스트와 계보적 재생산의 구조 속에서 지속되는 관계 적 범주이며, 그 규범적 전형은 상층 세 바르나의 기혼 남성 가장에게 집중된다. 이러한 관점 은 베다 문헌에서 의례 수행의 핵심 주체인 제주(祭主, yajamāna)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통찰 을 제공한다.
특히 중기 베다의 슈라우타(Śrauta) 의례에서 제주는 단순한 사회적 가장의 위상 을 넘어, 제의적 실천을 통해 우주적 질서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존재론적 차원의 ‘제의적 주체’로 재구성된다. 쿠루 왕조 시기 이 의례를 주관하고 후원했던 왕족 및 부유층에게 제의는 현세적 성취의 연장을 넘어, 천상(svarga)에서의 영속적 존속을 확보하는 핵심 기제였다(Witzel, 2005: 84; Norelius, 2023: 502-503).
즉, 제주의 인격은 현세의 향유와 성취를 사후 세계로 확장 하고자 하며, 불사(amṛta)에 대한 열망을 동력으로 천상적 삶을 지향한다. 이 과정에서 슈라우 타 의례는 제주의 인격을 사후적으로 재구성하고 지속시키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따라서 본고는 슈라우타 제주의 사회적 인격과 제의적 구조가 결합되는 양상을 정밀하게 고 찰함으로써, 베다의 제의적 인격론이 공적 범주로서의 ‘페르소네’를 넘어 사후적 주체성의 형 성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슈라우타 제식 의 내용과 제의적 사유가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주요 브라흐마나 문헌, Jaiminīya-Brāhmaṇa, Śatapatha Brāhmaṇa, Aitareya Brāhmaṇa1)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문헌군은 Witzel(2005: 81) 의 분류에 따르면 각각 북인도 남부, 동부, 서북부 펀자브 지역을 대표하며, 고대 인도 문헌사 에서 중․후기 산문 층위를 형성하는 핵심 자료들이다.
아울러 제의적 인격론이 자아철학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성격의 Jaiminīya-Upaniṣad-Brāhmaṇa2)도 분석대상에 포함한다(Fujii, 1997: 89-90).
1) Jaiminīya-Brāhmaṇa는 JB로, Śatapatha Brāhmaṇa는 ŚB로, Aitareya Brāhmaṇa는 AB로 표기함.
2) Jaiminīya-Upaniṣad-Brāhmaṇa는 JUB로 표기함.- 150 Chinyoung Kim
또한 Werner가 베다 인격론을 논의하며 주로 사용하는 personality는 근대적 의미의 ‘인 격’이라기보다 생명적․제의적․우주론적 요소들이 결합된 구조화된 개체성을 지칭한다. 따라 서 본고에서는 personality는 ‘개체성’으로 번역하며, person은 ‘인격’, personhood는 ‘인격성’로 구분하여 표기한다. 또한 별도의 고정된 정의를 추가하기보다는, human personality(인간적 개체 성), man(인간/사람) 등을 문맥에 따라 구별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Ⅱ. 베다적 인격의 구조와 해체
베다 전통에서 인격은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구성요소들의 결합으로 성립하는 복합적 존재로 이해된다(Gardner, 1998: 311-2).
인간 역시 통일된 개체라기보다 신체적 기능과 생 명력, 감각과 호흡, 그리고 우주적 대응물들과의 상응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구성적 집합체로 파악된다.
이러한 이해는 인격을 고정된 동일성이 아니라 분할과 재결합이 가능한 역동적 구 조로 해석하게 한다.
이 점에서 베다적 인격은 Flower가 제시한 ‘분할된 인격성’(dividual personhood)의 관점과 접점을 갖는다. 즉 인격은 신체에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신체 내부와 외 부를 가로질러 유입되고 방출되는 요소들의 과정적 배열로 이해되며, 신체 역시 다층적 구성요 소들의 복합체로 파악된다(Flower, 2004: 8; Norelius, 2023: 389 재인용). 이러한 존재 이해는 죽음에 대한 해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베다 전통에서 죽음은 단순 한 생물학적 종결이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던 생명력과 기능들이 각자의 우주적 근원으로 환원 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죽음은 개인을 이루던 요소들이 불, 바람, 태양, 물 등 거시적 존재론 적 대응물로 되돌아가 우주적 상태로 복귀하게 한다. 이러한 상응의 논리는 리그베다 (Ṛg-Veda)의 장례찬가에 명확히 나타난다. 예컨대 리그베다는 죽은 자의 눈이 태양으로, 숨 이 바람으로, 몸은 대지로 귀속되는 과정을 노래한다. 시각은 태양으로, 아트만은 바람으로 갈 것이다. [당신의] 기초에 따라 하늘과 땅으로 가라.
아 니면 당신이 거기가 마음에 든다면 물로 가라. 식물 속에 몸(또는 뼈, śarīraiḥ)으로 굳건히 서라 (Ṛg-Veda, 10.16.3).
소우주로서의 인간이 대우주로서의 신격으로 복귀하는 이 과정은, 리그베다(10.90)의 푸루 샤숙타(Puruṣasūkta)에서 서술되는 푸루샤(Puruṣa)의 해체와 우주적 재구성의 서사를 반복하는 것이다.
푸루샤숙타에서 암시된 소우주와 대우주의 동일성은 이후 브라흐마나 문헌에서 보다 체계적인 대응 구조로 확장되며,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우주적 존재들 사이의 상응 관계가 점차 구체화된다.
JUB(1.28-30)에서는 말, 마음, 시각, 청각, 호흡, 생기, 음식 등의 소우주와 불, 달, 태양, 방위, 바람, 주(īśāna), 물 등의 대우주가 대응된다.
JUB(1.46-49)는 16개의 소우주 항 목으로 심장, 행위, 음식, 정액, 들숨, 날숨, 퍼지는 숨, 마음, 언어, 열, 시각, 머리, 팔다리, 체 모, 살, 골수 등을 배치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우주 항목으로 해(년), 계절, 달, 반달, 낮과 밤, 새벽, 달, 바람, 가축, 자손, 방위, 바다, 불, 태양, 하늘, 나무, 식물, 새, 땅 등을 제시한다(Fujii, 2011: 111-112).3)
3) 이 구조는 우파니샤드에 이르러서는 Bṛhadāraṇyaka-Upaniṣad(3.2.13)의 “… 말은 불, 호흡은 공기, 시각 은 태양, 마음은 달, 청각은 방위, 아트만은 허공, 털은 식물, 머리털은 나무, 피와 정액은 물 등이다. …”라는 대표적인 문구로 정형화된다.
Werner는 베다 문헌에서 소우주적 요소들, 즉 현상적 개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완전히 일관된 체계로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사고 전반을 관통하는 기본적 패턴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한다(Werner, 1978: 277).
그는 개체성을 형성하는 주요 구성요소로 마음 (manas), 생기(asu), 아트만(ātman), 호흡(prāṇa), 말(vāc), 시각(cakṣu), 청각(śrotra) 등과 더불어 머리카락, 뼈, 피, 정액과 같은 생리적 요소들을 언급한다.
이 가운데 생리적 요소들은 필멸적 차원에 속하고, 생기․아트만․말․호흡․마음․시각․청각 등 생명의 핵심 기능은 상대적으로 불멸성과 연결된다.
이에 따라 베다의 인격은 독립된 영혼이나 단일 자아로 환원되지 않으며, 신체적 요소와 미세한 생명 기능이 결합된 복합적 구조로 이해된다.
초기 문헌이 아수와 아트 만에 주목했다면, 점차 마음과 호흡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중기에 이르면 말․마음․호흡․시 각․청각이라는 다섯 생명 요소가 중심을 이룬다(Norelius, 2023: 55).
이러한 인격 구성 요소들이 사후에 대우주로 환원된다는 초기 베다의 사유는, 특히 아타르바 베다(Atharva-veda) 시대에 이르러 각 생명력이 저마다의 신적 기원으로 분산된다는 관념과 결합되면서, ‘나’라는 통합적 존재가 완전히 해체될 수 있다는 실존적 불안으로 심화되었다 (Norelius, 2023: 389).
그러나 JB(1.1-2)는 제식의 불(Agni)이 사후세계에서 제주의 생명력을 복 원해 준다는 믿음을 제시하고, 슈라우타 제식이 제주를 천상으로 인도한다는 확신을 부여함으 로써 이러한 해체의 위협을 방어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ŚB(10.3.3.8)은 지식의 소유자가 신격 내부에서 구가하는 특권적 상태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이렇게 아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그는 [자신의] 말이 불에 들어가고, [자신의] 시각이 태 양에 들어가고, [자신의] 마음이 달에 들어가고, [자신의] 청각이 방위로 들어가고, [자신의] 호흡 이 바람에 들어간다. 단지 이것에서 그는 원하는 신격이 된다.
그렇게 된 후, 그는 안식한다 (Killingley, 1997: 2-3). 위 인용구에서 “그는 원하는 신격이 된다(yā́ṃ-yāṃ kāmáyate)”와 “그는 안식한다(ilayati/èlayati)” 라는 부분은 대우주와 소우주의 상동성을 아는 자의 특별한 지위를 나타낸다. 이는 사후 신격 과의 ‘동일화(identification)’를 경험한 슈라우타 제주가 누리는 안주(安住)의 상태를 말한다. 요 컨대 이 단계는 개별적 아트만이 완전히 정립되기 이전, 신격의 장 안에서 분산된 인격적 요소 들이 신적 차원으로 수렴되어 일시적으로 통합되는 과도기적 국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슈라우 타 제주들이 지향한 사후는 후대 우파니샤드적 존재론적 합일이나 소멸을 통한 안식과는 달리, 생전의 번영과 향유가 사후에도 지속되는 상태였다. 이를 위해서는 ‘사후 신체’의 재구성이 필 수적이다. 죽음으로 인한 신체의 우주적 해체는 곧 향유를 가능케 하는 신체성(corporeality)의 상실이라는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후 인격은 천상의 복락을 담아낼 신체적 형상 을 회복할 때에야 비로소 신적 향유를 수행하는 완성된 주체로 성립한다. 이러한 신체성의 회 복은 베다적 신체 개념의 구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가시적이고 생리적인 유기체로서의 몸 이 ‘샤리라(śarīra)’라면, 인격의 동일성을 담지하는 보다 근원적인 신체성은 ‘타누(tanū)’를 통해 - 152 Chinyoung Kim 사유된다. 타누는 사후 대우주로 분산되는 마음과 생기와 같은 생명의 요소들을 다시 응집하여, 개별적 존재감을 지닌 신적 형상으로 재구성하는 구조적 틀로 기능한다(Werner, 1978: 20). 그러나 제주가 사후 신체인 타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주적 신격들에게 귀속된 자신 의 생명력을 회수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 천상의 문(dvāra)을 통과하는 시험을 필수적으로 거쳐 야 했다. 이는 JUB(3.14.1-5)에서의 ‘태양’과의 대화에 등장한다. 그는 열기를 주는 이곳으로 온다. [태양은] 새로 온 사람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인가?’ 이 질문 에 새로운 신입자(제주)가 자신의 이름과 씨족명으로 답하면 태양은 내 안의 너의 것을 가져가라 고 말하고 제주는 이를 돌려받는다. 그리고 계절이 다가와 그의 발을 잡고 낮과 밤이 그를 잡아채 간다. 그(제주)는 자기자신과 그(태양)에게 이렇게 답해야 한다. ‘나는 누구(Ka)이다’. ‘누구는 프라 자파티다’. 그를 아는 자는 천상으로 간다. 왜냐하면 그는 천상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는 그에게 말한다. “너는 나이다. 그리고 누구가 나이다. 그가 너이고, 그것이다. 자, (내게) 오라!” (Norelius, 2023: 406-7). 태양의 질문에 올바르게 응답한 자만이 천상에 진입할 수 있다. 이에 실패한 자는 계절의 순 환 속으로 편입되어 낮과 밤이 교차하는 시간적 질서 안으로 되돌아간다. 그 영역은 충만한 광 명의 천상과 구별되는, 카르마의 인과가 지배하는 세계이다(van den Bosch, 1990: 264). 그러나 슈라우타 제식을 수행한 제주는 태양의 관문에서 요구되는 응답을 수행할 자격을 갖춘 존재로 상정된다. 그는 개인적 이름이나 혈통이 아니라, 프라자파티․태양․인간 사이의 거시적 상동 성을 인식하는 제의적 지식을 지닌 자이다. 생전에 아그니차야나제와 같은 의례를 통해 우주로 해체된 프라자파티의 신체를 복원함으로써, 그는 사후 신체의 재구성을 선취적으로 수행해왔다. 따라서 태양 앞에서 현세적 신분과 계보를 유보하는 행위는, 기존의 사회적 동일성을 넘어 우 주적 질서 속에서 새롭게 구성될 제의적 인격을 수용하는 전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제 태양 의 관문을 통과한 이후, 제주는 신격들로 흩어졌던 자신의 본질적 요소들을 다시 회수하는 과 정에 들어선다. 다음 장에서는 이 회수의 구체적 전개를 살펴본다.
Ⅲ. 사후 인격의 제의적 재통합
베다인들에게 죽음은 인간의 생명력과 신체적 기능들이 우주로 분산되어 해체된다는 두려움 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슈라우타 제식을 수행한 제주의 경우, 죽음은 단순한 해 체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신격적 질서 속으로 진입하는 전환의 계기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전환은 그가 죽음 이후 신격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생명력과 신체적 요소들을 다시 회수- 153 Korean Journal of Religious Education, Volume 84 (2026)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한다. 제주는 대우주의 신격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그들로부터 분 산되었던 자신의 생명력과 신체 요소들을 회복한다. JUB(3.20-28)에서 제주가 신격들을 만나는 순서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대지(땅) → 불 → 바람 → 중간지역 → 방위 → 낮과 밤 → 반달 → 달 → 계절 → 해(年) → 천상의 간다르바 → 압사라스 → 하늘 → 신들 → 태양 <←> 달 제주는 각 신격을 방문할 때마다 그 신격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몫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것을 돌려받은 뒤 다음 신격으로 이동한다. 이 여정에서 등장하는 신격들은 대체로 자연신격, 공간 및 시간의 신격, 천상계의 신들, 그리고 태양과 달과 같은 우주적 존재들로 구성된다. 그 가운데 JUB(3.20.6-9)에서는 제주가 처음으로 조우하는 자연신격으로 대지(땅)가 제시된다. 제 주는 대지가 간직하고 있는 자신의 신체적 요소를 언급한 뒤, 그것의 반환을 요청한다. 대지는 자신에게 다가온 제주를 기쁘게 맞이하며 말한다. “이 세상은 너의 것이다. 이 세상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에 제주는 응답한다. “당신 안에 나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묻 습니다. 그것을 제게 돌려주십시오.” 대지가 묻는다. “내 안에 너의 무엇이 있는가?” 제주는 말한 다. “나의 이름, 나의 몸, 나의 기초입니다. 나의 그것이 당신 안에 있습니다. 그것을 제게 돌려주 십시오.” 그러자 대지는 그것을 그에게 돌려준다. 이후 제주는 말한다. “저를 데리고 가주십시오.” 대지가 묻는다. “어디로?” 그가 답한다. “불로.” 이에 대지는 그를 불에게로 인도한다(Fujii, 2011: 106-7). 제주는 여러 신격과의 반복된 문답을 거치며 관문을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력과 신체적 요소를 회수한다. JUB(3.20-28)에서 제주가 만나는 신격들과 되찾는 생명력, 신체 요소 들을 도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신격들에게 생명력과 신체요소를 회수하는 순서 (Fujii, 2011: 107) Order of Recovering Life Force and Physical Elements from the entities (Fujii, 2011: 107) 신격들(entities) 1 2 땅(prthivī) 불(agni) 생명력/신체 요소들 이름(nāman), 몸(śarīra), 기초(pratiṣṭhā) 열(tapas), 광휘(tejas), 음식(anna), 말(vāc) 3 4 5 바람(vāyu) 중간 영역(antarikṣaloka) 방위(diśaḥ) 날숨과 들숨(prāṇāpānau), 학습(śruta) 허공(ākāśa) 청각(śrotra)- 154 Chinyoung Kim <표 1> 신격들에게 생명력과 신체요소를 회수하는 순서 (Fujii, 2011: 107) (계속) Order of Recovering Life Force and Physical Elements from the entities (Fujii, 2011: 107) (continued) 신격들(entities) 6 7 낮과 밤(ahorātre) 반달(ardhamāsāḥ) 8 (한) 달(māsāḥ) 생명력/신체 요소들 불괴(不壞, akṣiti) 작은 관절(kṣudrāṇi parvāṇi) 큰 관절(sthūlāni parvāṇi) 9 10 11 12 13 14 15 16 계절(rtavaḥ) 해(년)(saṃvatsara) 천상의 간다르바(divyā gandarvāḥ) 압사라(apsarasaḥ) 하늘(div) 신들(devāḥ) 태양(āditya) 달(chandramas) 주요 관절(jyāyāṃsi parvāṇi) 신체(ātman) 향기(gandha), 즐거움(moda), 기쁨(pramoda) 웃음(hasa), 놀이(krīḍa), 결합/성교(mithuna) 만족(tṛpti) 불멸(amṛta) 활력(ojas), 힘(bala), 시각(cakṣus) 마음(manas), 정액(retas), 자손(prajā), 재존재(punarsambhūti) 16개의 신격 가운데 6번부터 10번까지에 해당하는 시간의 신격들은 낮과 밤, 반달(보름), 한 달, 계절을 거쳐 약 일 년에 이르는 주기를 형성한다. 이 시간적 주기 속에 인간의 주요 관절 (parvāṇi)이 배치되면서 골격이 결합되고 물리적 신체가 점차 형성되는 과정이 구상된다. 곧 제 의적 시간 단위인 해(saṃvatsara)를 통해 제주는 사후 신체를 재구성한다. 이때 아트만(ātman)은 형이상학적 ‘근원 자아’라기 보다 재통합된 신체적 요소들을 하나의 동일성으로 결속시키는 통 합 원리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아트만은 사후 신체의 완성을 통해 비로소 실현되는 ‘완전 한 자기’의 조건을 가리킨다. 이러한 통합의 완성은 제주가 신들과 함께 천상의 복락을 누리는 인격적 주체로 확립됨을 의미한다. 천상의 향유는 추상적 영혼의 상태가 아니라, 일정한 형상과 기능을 갖춘 신체성을 전제한다. 사후세계에서의 인격은 신체적 형태의 회복을 통해서만 실현되며, 이때의 신체성은 주로 타누(tanū)와 아트만이라는 두 개념을 통해 설명된다. 타누는 죽음으로 인해 분산되었던 생명력과 신체요소들을 다시 결합하여 개체성을 형성하는 ‘신체적 담지체(擔持體)’이다(Werner, 1978: 20). 이에 비해 아트만은 그 형상이 온전함을 유지하도록 하는 ‘자기’라는 동일성 원리이 다. 다시 말해, 아트만은 sarvāṅga(모든 사지가 완비됨), sarva-tanū(신체가 결함 없이 구비됨), sātman(자기 자신으로 충만함)으로 표현되듯이, 완성된 신체상태가 ‘완전한 자기’로 성립하도록 하는 통합의 근거를 제공한다(Norelius, 2023: 348–349). 따라서 타누가 해체된 현상적 자아의 요소들을 다시 모아 세우는 구조적 재구성의 차원이라면, 아트만은 그 재구성이 자기 동일성을 - 155 Korean Journal of Religious Education, Volume 84 (2026) 갖춘 완전한 존재로 성립하게 하는 존재론적 조건을 가리킨다. 이러한 이해는 Renou가 제시한 아트만 규정에서 재확인된다. 브라흐마나 문헌에서 아트만은 단일하거나 단순한 개념이 전혀 아니다. 그것은 몸도 아니고 사 람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고 호흡도 아니지만 이 모든 요소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체가 부 분을 완성하는 것처럼 주어진 요소를 완성하는 것이다. 사지를 취하면 몸통이 되고, 몸을 취하면 사람 전체가 된다. 어떤 경우든 그것은 사람에게 더해져 그에게 생명이나 신성한 개성을 부여한 다. 저승에서 ‘전체’라는 개념은 제주가 획득한 아트만 개념의 기초가 된다. 이 아트만은 ‘영혼’이 아니라 제식을 통해 생산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준비’(sam kṛ)된다고 한다. 제주는 죽은 후 에 그것이 ‘된다’([abhi] sambhū)(Renou, 1957: 156; Norelius, 2023: 300 재인용). 아트만은 일련의 제의적 ‘준비’ 과정을 거쳐 비로소 ‘된다’고 말해진다. 여정의 끝에서 달로 부터 마음, 정액, 자손, 그리고 재존재(punarsambhūti)까지 회수함으로써 제주는 자신의 생명력 과 신체 요소를 완전히 되찾는다. 이러한 요소들의 재통합을 통해 비로소 아트만이 완전한 ‘자 기’로 성립한다. 여기서 재존재란 지상으로 다시 태어나는 재생(punarjanman)과는 구별되는 개 념으로, 사후세계에서 새로운 신체적 형상을 갖추어 다시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ŚB(10.4.3.10)에서는 이러한 재존재의 원리를 “이것을 아는 자들, 또는 이 제주들은 사후에 재존재하게 된다. 재존재하게 되면 그들은 불멸로 존재하게 된다.”라고 한다. 이처럼 재존재는 단순히 죽음 이후의 연장이 아니라, 제의적 앎과 실천을 통해 획득되는 새로운 존재의 층위이 다. 아트만을 회수한 이후 제주는 JUB(3.25~3.26.4)에서 간다르바, 압사라, 하늘, 신들을 차례대 로 만나 신격들에게서 쾌감, 웃음, 결합, 만족 등과 같은 긍정적 즐거움을 돌려받는다. 천상에 서 제주가 누리는 즐거움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남자(제주)는 간다르바의 세계로 나가 그곳에서 자신의 향기와 기쁨들을 회수한다. 비록 이 용 어들의 미묘한 뉘앙스를 확정하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감각적 향유와 직결된 즐거움의 범주를 의 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어 그는 압사라의 세계로 진입하여 웃음, 놀이, 그리고 결합을 회수한 다. 여기서의 결합은 단순한 성적 행위를 넘어, 천상적 충만과 우주적 생성의 원리를 상징하는 요 소로 읽힌다. 마침내 하늘은 그에게 만족의 상태를 되돌려주며, 이로써 완전한 아트만이 회복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인격적 요소들이 온전히 재조립된 이후에야 제주가 천상의 향유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Norelius, 2023: 79–80). 슈라우타 제주의 목적지인 천상(svarga)은 우파니샤드적 의미의 해탈(mokṣa)이 실현되는 초월 적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제의적으로 재구성된 신체를 바탕으로 감각적 향유(bhoga)가 지속되 는 역동적 공간이다. 천상의 즐거움은 욕망의 소멸이 아니라, 해체되었던 생명력과 신체 기능- 156 Chinyoung Kim 이 재결속됨으로써 성취되는 인격적 지속성의 완성에 있다. 따라서 제주가 지향한 궁극적 목표 는 신체적 요소들의 우주적 재배치를 통해 ‘향유 가능한 신적 삶’을 영속시키는 데 있다. 이러한 제주에게 JUB(3.27.15–3.28.5)는 재생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구절은 베다 전통 내부에서 사후 운명에 대한 상상력이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주며, 후대 힌두교 윤회 론의 초기 형태를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Bodewitz, 2019: 120). …… 달이 그것들을 그에게 돌려준다. 그는 그에게 말한다. “나를 옮겨주세요!” “어디 로?” “브라만의 세계로.” 그는 그를 태양으로 옮겨준다. 그는 태양에게 말한다. “나를 옮 겨주세요!” “어디로?” “브라만의 세계로.” 그는 그를 달로 옮겨준다. 이렇게 그는 이 두 신격 사이를 움직인다. 이것이 끝이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옮겨 다닐 수 없다. 우리 가 말한, 여기서 더 멀리 있는 세상은 모두 도달했고 모두 정복당했다. 그 모든 세상에 서 그는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데, 누가 알겠는가. 그가 “다시 이곳에서 태 어나게 해 주세요.”라고 바란다면, 그는 브라만 가문이든 왕족이든, 그가 마음먹은 가문 에서 태어난다. 지식을 소유한 그는 다시 올라가 이 세상으로 간다. 이에 대해 샤티아야 니(Śāṭyāyani)는 말했다: “이 세상은 여러 가지 수많은 고통을 갖고 있다. 그것을 위해 그들은 말하거나 수고한다. [말하기를] : 누가 이것을 버리고 거기로 돌아갈 것인가? 저 세상[저승]에만 있어야 한다(Norelius, 2023: 513). 브라만 세계를 향한 여정의 끝에서 제주는 해와 달을 경유하며 지상에 재탄생할 수 있는 가 능성을 마주한다. 여기서 제주는 제식적 성취의 보상으로 ‘의지대로 이동하는 능력(kāmacāra)’을 부여받는다. 이는 문자 그대로 ‘의지대로 이동’(moving at will), 곧 이동의 자유(freedom of movement)를 의미하는 특권적 역량이다.4) 따라서 kāmacāra는 단순한 공간적 이동을 넘어 천상 과 지상을 아우르는 자율적 주체성을 의미한다. 특히 재생의 기회가 혈통적 상속 원리를 넘어 브라만과 왕족이라는 최상위 계층으로까지 확장된 점은, 슈라우타 제식이 새로운 인격적 경로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샤티아야니가 “누가 고통스러운 지상을 선택하겠는가?”라고 반문하 며 이를 회의적으로 표현하지만, 내세에서 주체의 의지와 선택을 상정한다는 발상의 전환 자체 가 중요하다. 이는 제의적 페르소나가 규범적 질서의 기능적 요소를 넘어 욕망과 선택의 주체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카마차라가 제의적 보상으로서의 이동성에서 아트 만 지식에 근거한 존재론적 자유로 전환되는 우파니샤드적 재해석과도 긴밀히 연결된다.5)
4) ‘의지대로 이동’은 Proferes(2007: 146) 참조. Schmithausen(1993-1994: 144-5)은 두 가지 재생 방식 중 에 하나인 의지로 선택되는 재생이 카마차라이고, 다른 재생방식은 신의 테스트에서 탈락하여 지상으 로 추락하는 비자발적 재생으로 구분한다.
5) Bṛhadāraṇyaka-Upaniṣad(4.4.5)에서는 업과 윤회의 구속을 초월한 해탈의 상태, Chāndogya- Upaniṣad - 157 Korean Journal of Religious Education, Volume 84 (2026)
그러나 이러한 변화 역시 제의적 맥락을 떠난 것이 아니다. 슈라우타 제식에서 사후의 신체 통합은 생전에 수행된 제의적 실천과 불가분하게 연결된다. Fujii(2011: 112)가 지적하듯, 제주 의 사후 아트만 형성은 단순히 해체된 요소의 재결합이 아니라 생전 제의가 발휘하는 ‘제식의 효력’이 실현되는 과정이다. 이에 다음 장에서는 제주가 제의를 통해 구축하는 아트만의 성격 과 그 상징적 의미를 검토하고, 이러한 행위가 궁극적으로 제주의 인격 형성과 어떻게 결합되 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Ⅳ. 슈라우타 의례와 제의적 인격론
슈라우타 제식 전통 성립 이전의 베다 제식은 제주의 아트만을 생식(生殖)적 원리에 따라 제 작한다.
AB에 나타난 자아 생성의 원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AB에 따르면, 소마제 사제들의 찬가 낭송은 제주의 정액(retas) 방출과 생식(prajanayati)을 유도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사제들이 아트만을 질서 있게 배열(saṃskaroti)함으로써 제식 은 완성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제주는 정액을 붓고 구별하며 생성하는 단계적 공정을 통해 자아를 ‘제작’하며, 이때 발화되는 만트라(mantra)는 분산된 신체 기능과 우주적 신격을 결속(dr̥ḍhám)시키 는 핵심 매개가 된다(Fujii, 2011: 112–113). 전통적인 소마제가 비교적 단순하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아트만을 제작했다면, 슈라우타 제식 의 정수인 아그니차야나제는 정교한 상징 체계와 의례적 기술을 통해 이를 구체화한다. 후기 베다 시기에 정립된 슈라우타 제식은 사후세계인 천상을 약속하는 정교한 의례 체계로 등장했 다. 제식의 범위 또한 가장 단순한 우유 공양제인 아그니호트라(Agnihotra)부터, 가장 정교한 제단 축조 의례인 아그니차야나(Agnicayana)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장되었다(Witzel, 2005: 90). 소마제를 보완하는 부가 의례로 출발한 아그니차야나는 쿠루 왕조가 약 50여 개의 씨족과 부족을 통합하며 국가적 기틀을 마련하던 시기에 새롭게 형성되었다. 기존의 왕실 의례인 라자 수야(Rājasūya)나 아슈바메다(Aśvamedha)가 전통적 형식을 복잡한 슈라우타 방식으로 변형․확 장한 것이라면, 아그니차야나는 의도적으로 창출된 새로운 의례다(Witzel, 1995: 6, 12). 이 제 식은 대규모 인력과 정밀한 설계 기술을 전제로 했으며, 그 수행 과정에서 브라만 사제 집단의 고도화된 전문성이 요구되었다. 동시에 막대한 자원 투입이 불가피해지면서, 왕족과 상층 계급 의 후원을 기반으로 한 화려한 과시형 의례로 자리 잡았다.6) 이렇게 강력한 아그니차야나제의 (8.1.6; 7.25.2)에서는 심장 안의 아트만을 발견한 자가 자기 세계를 획득하는 자유로운 상태나 무한 (bhūman)의 인식과 결부되어, 충만한 존재가 갖는 자유 등으로 사유된다.- 158 Chinyoung Kim 제주7)는 “모든 공간을 채우는” 태양의 아그니로 재탄생하여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칭송된다. 제 주는 창조주 프라자파티가 자기희생제에서 아그니에게 했던 말을 동일하게 반복하며, 자신의 제의적 변형과 재구성을 선언한다. 창조주 프라자파티가 아그니에게 말했듯이, “saṃdhehi!”(“나를 다시 하나로 만들어 주소서!”)라 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프라자파티처럼 아그니시트(agni-cit), 즉 자신의 존재 자체가 “아그니에 의해 (재)구성(또는 쌓아 올려짐)된” 존재가 된다(Robertson, 2024: 84). ŚB(10.1.3.7)에서 아그니차야나제의 제단은 총 다섯 개 층으로 축조된다. 제주가 다섯 번째 층을 완성하면 그는 천상으로 진입한다(Tull, 1989: 98). 제단 건축에는 총 10,800개의 벽돌이 필요하며, 1층에서 4층까지는 각각 1,950개, 다섯 번째 층에는 3,000개의 벽돌이 소요된다. 이 벽돌들은 프라자파티의 신체 부위(손가락, 발가락, 생명력 등) 또는 우주의 구성요소(계절, 방 위, 세계, 신들 등)로 식별된다. 따라서 제단은 프라자파티의 소우주적 신체(발, 다리, 허리, 가 슴, 머리)와 대우주적 영역(대지, 중간 공간, 하늘)이 상응하면서 구축된다(Tull, 1989: 93). 완성 된 제단은 흩어진 프라자파티의 신체를 재구성하는 우주적 신체이자, 제주가 사후의 신체성과 인격적 통합을 선취적으로 형성하는 의례적 장이다. 제단 건축 과정에서 타누(tanū)는 프라자파티의 해체된 신체를 상징하는 자갈(śarkarā)이나 모 래(siktā)의 형태로 구현된다. 제단의 벽돌(iṣṭakā)이 뼈대를 이룬다면, 자갈은 그 내부를 채우는 요소로서 신체의 밀도를 구성한다(Staal, 1983: 495, 498). 제단 최상부인 다섯 번째 층에는 약 118개의 자갈이 벽돌 사이에 끼워 넣어지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벽돌을 단단히 고정하는 동시 에 상징적으로는 뼈대 안에 신체적 충만함을 채워 넣어 ‘살아있는 몸’을 형성한다. 다시 말해 프라자파티의 몸은 벽돌 구조 속에 자갈을 채움으로써 재건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드라의 타누(Indra-tanū)와 제식의 타누(Yajña-tanū)에 각각 22개와 33개의 자갈을 배치하는 행위는, 신 과 제식의 몸이 상호 결속되어 하나의 완전한 신체적 통합체가 구성되는 중요한 국면을 드러낸 6) 슈라우타 제식은 쿠루 왕조가 사제와 귀족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발전시킨 복잡한 시스템에 기반한다. 사제 집단은 16~17개의 전문 역할로 세분화되며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고, 이를 통해 제의적 권 위와 정치적 권력의 재배치가 이루어졌다(Witzel, 1995: 12). 또한 정착(kṣema)과 이주(yoga)가 반복되 던 시대에 ‘벽돌 제단’이라는 영속적 구조물을 축조했고(Proferes, 2012: 19-28), 공개적 지식토론회 (brahmodya)의 주제로 이 제식이 등장하면서 크샤트리아들에게 상당히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Witzel, 1989: 205; Bodewitz, 2019: 129 재인용). 7) 제주(yajamāna)는 문자 그대로 ‘자기 이익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자’를 의미한다. Witzel(2005: 79)에 따르면, 제주의 자격은 학생기와 가주기를 거쳐 결혼한 가장, 즉 재생족(dvija) 아리안 남성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오직 이들만이 슈라우타 제식을 통해 천상에 도달할 자격을 얻었으며, 바르나 질서가 고착화 됨에 따라 슈드라(śūdra) 계급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결과적으로 베다 인격론에 관한 논의 역시 자연스 럽게 이들 재생족 남성 가장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159 Korean Journal of Religious Education, Volume 84 (2026) 다(Staal, 1983: 498). 이러한 신체 재구성은 단순히 뼈대와 조직을 결합하는 구조적 상징에 그치지 않는다. 제단은 제주가 사후에 회복해야 할 생명력과 신체 기능을 모두 포함하는 ‘완전한 몸’으로 구축된다. 예 컨대 제주는 자신을 상징하는 작은 황금 인형(Hiraṇya-puruṣa)에 정력(vīrya)을 불어넣고, 고환을 상징하는 벽돌(retahsic)을 배치함으로써 제단을 생식 능력을 갖춘 신체로 완성한다. 또한 자연 적으로 구멍이 뚫린 벽돌(svayamātṛṇṇa)을 사용하여 천상으로 상승할 수 있는 통로도 확보한다 (Tull, 1989: 91-92). 또한 제단은 제주가 하늘로 상승하는 제의적 경로를 형상화한 장치이기 때문에, 주로 소마를 가져온 신비한 새인 매(śyena)로 표현된다. 매는 제주를 운반하는 상징적 이동수단이자, 제의적 변형을 통해 사후세계로 나아가는 통로를 표상한다. 제주가 제식을 통해 구축하는 가장 핵심적 이자 최종적인 결과는 아트만(ātman)이라 불리는데, 이는 매의 정사각형 몸통에 해당한다(Staal, 1983: 65-66). 새의 몸통은 하늘로 상승하는 제의적 정수이자, 사후에 지속될 신체적․기능적 통합체의 중심을 형상화한 것이다. 반면 제식이 수행되는 전체 제단은 총 일곱 개의 구획으로 나뉘며, 이때 각 구획은 푸루샤(puruṣa)로 지정된다(Staal, 1983: 65-66). 따라서 제단은 상승하는 매의 형상인 동시에 구획된 푸루샤의 신체로 구성되며, 제의적 인격의 재구성을 시각화하는 구 조를 이룬다. 제의 공간이 푸루샤의 신체로 분절됨에 따라, 푸루샤는 단순한 인간 형상을 넘어 제단 전체를 포괄하는 우주적 신체로 확장된다. 다시 말해, 아트만이 제주의 내적 정수라면, 푸루샤는 그 정수가 배치되고 실현되는 외적․ 우주적 신체의 틀이 된다. 그러나 푸루샤는 거대한 제단 구조로만 남지 않는다. 제례에서는 제 주를 상징하는 작은 황금 인형이 함께 제작되며, 이는 사후 태양에 거주할 제주의 형상을 미니 어처로 구현한 것이다. 따라서 아그니차야나제에서 푸루샤는 제단 전체로서 우주적 신체를 이 루는 동시에, 황금 인형으로 응축된 제주 인격의 최소 단위를 나타낸다. 결국 아트만이 제주의 통합된 중심으로 새의 몸통에 자리한다면, 푸루샤는 그 중심이 우주적으로 확장되고 축소되는 신체적 스케일로서 제단과 인형을 매개한다. 이러한 구조는 아그니차야나제가 제주의 사후 인격을 단순히 다른 영역으로 ‘이동’시키는 의 례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것은 아트만과 푸루샤의 상호구성을 통해 통합된 자기와 우주적 신체 를 동시에 형성하는 다층적 인격 구조를 구현하는 제의적 틀이다. 제단은 상징적 도상이나 천 계로의 통로에 그치지 않고, 죽음 이후 제주가 완전한 신체성을 회복하도록 우주적 신체를 재 조립하는 공간적 모델로 기능한다.
프라자파티의 흩어진 신체를 재건축하는 아그니차야나제는, 따라서 제주에게 자신의 사후 신체 재구성을 선취적으로 체현하는 장이 된다. 제주는 이 제식 에 참여하고 이를 후원함으로써, 죽음 이후에 이루어질 신체 통합을 현재의 제의 공간 안에서 미리 수행한다. 아그니차야나는 사후를 준비하는 의례가 아니라, 사후 존재를 현세 속에서 미 리 구조화하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Ⅴ. 결론
현대 서양철학에서 자아(self)와 인격(person)은 종종 동일한 범주로 이해되지만, 이러한 개념 적 틀은 고대 인도, 특히 베다 전통의 인간 이해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
베다 문헌에서 인 간은 단일하고 자족적인 실체라기보다 우주적 질서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과 분산을 반 복하는 복합적 존재로 파악된다. 따라서 베다적 인격은 근대적 개인이라기보다 신체적․우주적 요소들의 흐름과 관계적 결속 속에서 성립하는 ‘분할된 인격성’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러 한 관점에서 죽음은 단순한 생물학적 종말이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던 생명력과 신체 기능들이 우주로 흩어지며 해체되는 사건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해체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죽음 이후 불, 바람, 태양, 물과 같은 거시적 대응물로 분산되어 우주적 상태로 복귀한다. 그러나 후 기 베다의 제의적 사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신체가 해체되고 존재 요소들이 흩어진다면, 사후세계에서 인격의 지속성과 충만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실천 적 응답이 바로 슈라우타 제식이다. 그것은 단순한 종교 의례가 아니라 죽음 이후 인격의 재구 성과 통합을 현세에서 구조화하는 제의적 장이었다. 특히 아그니차야나와 같은 의례는 우주로 해체된 프라자파티의 신체를 재구성하는 상징적 행위이자 제주의 사후 인격을 재통합하는 장면 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제단은 천계로 나아가는 통로이면서 동시에 해체된 신체 요소들이 새 롭게 배열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베다 문헌에 나타나는 제의적 인격론을 고대 인도 인격 이해의 중요한 기원으로 조명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다음의 세 가지 결론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슈라우타 제식은 죽음으로 분산된 제주의 신체적 기능을 회수․재배치함으로써 사후 신 체성을 구성하는 실천적 토대이다. 아그니차야나와 같은 의례는 파편화된 존재를 우주론적으로 재구성하는 창조적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제단은 제주의 사후 존재를 가능하게 할 예비적 신 체로 기능한다. 즉, 제식은 단순한 공덕 축적을 넘어 제주 자신의 존재론적 인격 자체를 새롭 게 구축하는 행위다.
둘째, 제식으로 형성되는 ‘아트만’은 내면적 자아가 아니라 사후세계에서 향유될 ‘완전한 신체(sarva-tanū)’를 의미한다. 이는 후기 베다에서 아트만이 제식을 통해 구축 되는 불멸적 인격의 완성 형태로 이해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죽음으로 분산된 ‘분할된 인격’은 제의적 절차를 거쳐 통합된 사후 인격으로 전환된다.
셋째, 슈라우타 제주의 재통합된 인격은 해탈과 같은 초월적 목적이 아니라 천상에서 기능적 삶을 지속하려는 지향과 연결된다.
특히 아그니차야나는 제단이라는 외부적 신체를 구축하는 기술을 제주의 내적 지식으로 전이시 키는 의례이며, 제주는 이 ‘조합의 기술’을 통해 죽음 이후 해체된 생명 기능을 재통합함으로써 사후에도 연속성을 지닌 ‘제의적 인격’으로 성립한다.
이러한 논의는 슈라우타 제식과 베다 인격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함의를 제시한다.
첫째, 슈 라우타 제식을 우주론적 상징체계나 신화적 재현을 넘어 인간 존재를 조직하는 실천적 장으로 재해석하였다.
둘째, 아트만을 우파니샤드적 자아론의 전조로만 보지 않고 후기 베다 제의 맥 락에서 사후 신체성과 인격의 재구성을 가능케 하는 존재론적 범주로 규정하였다.
셋째, 슈라 우타 제주를 의례의 후원자를 넘어 사후 지속성을 기획하는 ‘제의적 주체’로 조명함으로써, 베 다 제의를 죽음 이후 존재의 통합성을 유지하려는 실존적 실천으로 파악하였다.
결론적으로 후기 베다에서 인격은 제의적 통합을 통해 지속되는 ‘신체적 주체’로 이해된다. 슈라우타 제식이 사후 신체의 재통합과 우주적 재배치를 통해 인격의 연속성을 구성하는 장치 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체된 존재 요소들이 제의적 맥락 속에서 다시 결속되는 이 구 조는 후기 베다 인격이 본질적으로 ‘제의적 인격(Ritual Person)’임을 보여준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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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약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슈라우타 제식 체계를 중심으로 베다적 인격이 어떻게 해체되 고 다시 통합되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근대적 자아가 단일하고 폐쇄적인 주체로 이해된다면, 베다적 인격은 우주적 요소들의 분산과 결합 속에서 성립하는 ‘분할된 인격성’으로 특징지어 진다. 다시 말해, 베다적 인격은 죽음이라는 존재론적 해체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겪는 존재가 아니라, 슈라우타 제식이라는 실천적 장치를 통해 자신의 구성 요소들을 재조직함으로써 지속 성을 확보하고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제의적 주체’로 정립된다.
[연구 내용]
본 연구는 다음의 세 단계를 통해 베다의 제의적 인격론을 고찰한다.
첫째, 생명 력과 신체 요소의 복합체로 이해되는 베다적 인간관을 검토하고, 죽음을 이러한 요소들의 분 산 과정으로 정의한다.
둘째, 사후 신체성의 재구성을 통해 통합적 아트만을 성취하고 천상의 삶을 지속하려 했던 제주의 주체적 열망을 분석한다.
셋째, 아그니차야나 제식을 사례로 슈라 우타 의례가 인격의 통합과 존속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실천 기반임을 논증한다.
[결론]
첫째, 슈라우타 제식은 사후 인격을 재통합하는 실천 체계이다.
둘째, 베다적 인격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제의를 통해 형성․유지되는 과정적 존재이다.
셋째, 이러한 분석은 슈 라우타 제식을 인격을 기획하고 완성하는 ‘제의적 기술’로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관점을 제 시한다.
[주제어] 베다 인격론, 슈라우타 제식, 사후 인격, 아트만, 인격, 아그니차야나.
Abstract
Vedic Ritual Personhood: Śrauta Rituals and the Reconstitution of the Post-mortem Person
Chinyoung Kim(Dongguk University WISE )
[Objective]
This study aims to explore the mechanisms through which Vedic personhood is deconstructed and reintegrated within the Śrauta ritual system. While the modern self is often conceptualized as a singular and enclosed agent, the Vedic person is characterized by a dividual personhood formed through the dispersion and synthesis of cosmic elements. Ultimately, the Vedic person is established as a ritual subject that secures its continuity and undergoes reconstitution through the sophisticated practical processes of the Śrauta rituals in the face of ontological deconstruction by death.
[Contents]
The study consists of three parts. First, it analyzes Vedic conceptions of the person as a composite of vital and bodily elements, with death understood as their dispersion. Second, it argues that the sacrificer(祭主) sought to retrieve dispersed corporeality(tanū) after death and realize it as ātman in complete integration, thereby sustaining an “enjoyable divine life” in heaven. Third, focusing on the Agnicayana, it demonstrates how Śrauta ritual functions as a practical means of securing personal unity and post-mortem continuity.
[Conclusions]
Śrauta ritual operates as a system for reintegrating the person after death. Vedic personhood is not a fixed substance but a processual formation constituted through ritual practice. This study thus proposes a perspective that understands Śrauta ritual as a ritual technology for constructing and completing personhood.
[Keywords] Vedic Personhood, Śrauta Ritual, Post-mortem Person, Ātman, Person, Agnicayana.
종교교육학연구 제84호 2026
Received February 22, 2026 / Revised March 15, 2026 / Accepted March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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