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Ⅱ. 『화엄일승법계도』의 구조와 사상적 특성
Ⅲ. 양자중력의 주요개념과 특성
Ⅳ. 『화엄일승법계도』와 양자중력과의 관련성
Ⅴ. 결론
I. 머리말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 668년, 이하 법계도)는 의상(義湘, 625~702) 의 대표적인 저술로 반시(盤詩)1)와 의상이 이것에 대해 직접 간략히 해석한 내 용인 법계도기(法界圖記)를 말한다.
1) 법성게와 법계도인을 합친 것이다. 흰바탕 위에 붉은 줄과 검은색으로 글씨를 적어서 그림문양으 로 표현했다. 일승법계도합시일인(一乘法界圖合詩一印)이라고도 한다.
의상은 한국화엄의 시작이자 끝으로 법계 도(法界圖)는 의상의 화엄경관 뿐만 아니라 한국 화엄의 주류인 의상 문하의 화 엄사상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화엄일승법계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의상은 화엄의 세계, 즉 화엄일승의 법계를 화엄경의 내용을 210자 로 축약한 법성게(法性偈)와 구불구불 한 줄로 이어진 법계도인(法界圖印)을 합하 여 반시라는 시각적인 도형으로 나타냈다.
일승원교의 화엄의 세계는 법계이고, 그 법계의 핵심 내용은 법성임을 의미한다. 의상이 말하는 법성은 무분별, 부주(不 住)의 원융중도이다.
즉, 법계도에서 말하는 의상의 화엄사상은 중도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것을 이(理)와 사(事)가 걸림이 없는 연기로써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의상 화엄의 원융무애한 중도사상을 담고 있는 법계도는 신라, 고려, 조선 시대를 지나오면서 이것에 대한 해석인 주석서가 계속 저술 편찬되었다.
신라시대의 법계도기총수록, 고려시대 균여의 일승법계도원통기, 조선시대 설 잠의 대화엄일승법계도주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꾸준히 시대를 관통하면서 주석서가 저술된 데는 법계도가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며, 모 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영향을 주고 받는 즉, 우주는 존재와 현상이 상 호의존하며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2)일 것이다.
이것은 현대에서도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 생기는 대립과 갈등의 문제3)들을 해결 할 방안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계도의 중도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사람들이 의상화엄의 중도사상을 이해하도록 하여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 상이라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그 시대의 지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항상 새롭게 해석해야 함이 필수이다.
현대는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이다.4)
그것은 과학이 정답을 내놓아 서가 아니라 방대한 실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찾아낸 최선의 대답을 주 기 때문이다.5)
타당하다면 우리는 그것을 갖다 쓸 수 있어야 한다.6)
다양한 해석 과 발상이 문화와 지식과 교차하면 새로운 사고와 공간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불교의 사상과 교리를 과학과의 조화를 통한 현대의 용어와 개념으로 재해석 하는 것은 불교를 바르게 체험하고 이해하며 이용하기 위 해서 필요한 일이며 이를 현대의 자연과학 중 물리학과 비교 검토해 보고자 한다.
물리학은 모든 자연현상을 탐구 대상으로 삼아 보편지식을 추구한다. 그래 서 자연과학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적 설명체계를 구축하려는 학문으로 이해될 수 있다.
계절이 돌아오고,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등의 사실인 특정 지식들을 묶 어 단일한 보편적인 이론 체계를 만들어 내며 이것을 이론(Theory)이라고 한 다.7)
2) 華嚴一乘法界圖(H2, 1a): 一中一切多中一。一即一切多即一
3) 김성구, 지창규 2011, 18.
4) 이원선 2019, 333.
5) 카를로로벨리, 이중원역 2019, 170.
6) 위의 책 2019, 115.
7) 최무영 2019, 45.
생물학이나 지구과학이 자연의 특정 부분에 집중하는 거라면 물리학은 물질들이 운동과 상호작용 하는 중에 다양한 자연현상이 생긴다보고, 가장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자연현상과 거기에 적용되는 운동의 보편법칙(역학)을 찾아 통합적으로 설명한다. 일상적인 운동의 세계, 즉 거시세계는 대부분 뉴턴의 운 동법칙으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으로 충분히 설명되고, 미시세계는 양자역학, 빛과 같이 빠른 세계나 중력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는 세계(은하, 우주)는 상대 성 이론이 각각 적용된다. 나아가 보이지는 않지만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블 랙홀 내부나 빅뱅 직후의 우주 같은 경우를 연구하기 위해 최근에는 중력과 양 자역학을 결합한 양자중력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양자중력이론(Quantum gravity)은 물리적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 중 최선의 이론이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자연 세계의 현상들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만으로도 충분히 기술 가능했지만 우주에 관해서는 이 이론들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양자와 중력에 관한 이론을 합해서 우주 를 포함한 모든 세계에 대한 보편적 설명체계를 구축하고자 양자중력이론이 생긴 것이다. 고전역학에서 현대물리학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시간 순서로 정 해진 것이 아니라 이론의 변화로 인한 전환이고, 이 전환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 는 관점을 변하게 만들었으며 사회를 발전시켰다. 나아가 현재는 기존 세계관 에서 우주관에 대한 확장을 위해 양자중력 이론까지도 고려되고 있다. 의상은 법계도로 화엄경의 세계를 그려 보이며, 그것을 법계라 이름하고 법성을 통해 화엄의 일승법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화엄에서 말하는 법 계는 무엇일까? 화엄교학에서 법계는 우주만유로 차별이 없는 우주의 일체 존 재를 삼종세간으로 나타냈다. 삼종세간중 기세간은 범부중생이 있는 곳으로 인간들이 발딛고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 이것을 현상계의 언어로 표현하 면 이 지구와 우주 전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우주공간을 다루는 양자중력 이론은 지금 현재 가장 종합적인 물리학 이론이다.
그래서 한국 화엄의 정수인 의상의 원융무애한 궁극의 중도사상을 담고 있는 화엄법계를 다루는 법계도 와의 접목을 과감히 시도해 보고자 한다.
불교는 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항상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영감(Inspiration)을 주었다.
아인슈타인, 쇼펜하우어, 니체, 로벨리등 시대의 지성들은 불교에서 영 감을 얻었고 그렇기에 불교는 시대를 지나오면서도 지금까지 우리 마음속 깊 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지식인 과학, 그 중 세계관의 변화 를 가져오는 물리학, 그 중에서도 모든 것의 이론인 양자중력이론으로 1400년 전 의상의 법계도를 재해석 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기존의 연구는 양자론과 불교를 중심으로 살펴 봤을 때, 천태의 원융삼제사 상과 양자역학,8) 원융중도사상과 양자인지심리학,9) 법계연기의 자연과학적 해석10) 등이 있다.
특히 양자중력과 불교와의 관련 연구는 더욱 드물다. 화엄사 상이나 법성게에 관련된 연구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양자론 또는 양자중력 과 화엄이나 법계도에 관련한 연구는 아직 미미하다.
본 연구는 법계도에 드러난 의상의 원융적 중도사상에 주목해서 전개하고 자 한다. 대승불교의 연기-공-중도 개념은 현상계의 모든 사물들이 서로 상호 의존하고 있다고11) 생각하게 하였고, 동북아시아로 전개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었다. 동북아 대승불교의 근간은 원융사상이다.12)
8) 김성구, 지창규 2011, 218.
9) 이원선 2019, 330.
10) 양형진 2016, 355.
11) 고승학 2013, 104.
12) 지창규 2014, 149.
원융사상과 결합된 중도는 궁극의 원융적 중도 사상이 되어 화엄교학에서 정점을 찍는다.
화엄의 중도는 단순한 중도가 아니다.
화엄특유의 일즉다 다즉일 개념을 기존의 중도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자 오교십종판에서 보듯이 화엄가들이 자신들의 교학 사상은 원교와 원종이며 원융의 중도를 최상의 교설로 선언, 강조한다.
이것은 동북아 불교에서만 보이는 중도로서, 용수나 인도의 논사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진속을 단순히 뛰어넘는 중도가 아니고, 일체를 아우르는 원융 적 중도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중도사상은 중도가 아닌 것과 구분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동북아 불교의 화엄중도사상은 ‘중도즉비중도(中道卽非中道)’로 서 중도는 일정한 것이 아닌 일체라는 뜻이다.
한국 화엄의 초조인 의상은 법계도를 만들어 일승화엄법계의 내용을 응축 해 담았으며 그것의 요체는 중도이다.13)
13) 선행연구로는 佐藤厚 1999, 「의상의 中道義」, 불교학연구, 佐藤厚 2002, 「의상의 진리관: 중도와 그 향방」, 의상만해연구, 이병욱 2006, 「의상화엄사상의 중심개념으로서 중도」, 정신문화연구, 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양자중력 이론으로 설 명하고자 한다. 양자중력이론은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이 결합된 이론으로 본 연구에서는 법계도를 양자중력이론으로 이해해 볼 것이다.
II. 화엄일승법계도의 구조와 사상적 특성
1. 법계도의 구조와 특성
신라 의상은 방대한 화엄경의 내용과 사상을 7언 30구 210자로 요약하여 화엄일승법계도에 담았다.
화엄일승법계도란 7언 30구의 시(詩)인 법성게 (法性偈)와 그것을 해석한 법계도기(法界圖記), 그리고 법계도인(法界圖印)이다.14)
법계도인(法界圖印)과 법성게(法性偈)를 합한 것을 일승법계도합시일인(一乘法 界圖合詩一印) 또는 반시(盤詩)라고 부른다.15) 주석서인 법계도기(法界圖記)는 자서(自敘), 석문(釋文), 발문(跋文)으로 구성되는데, 자서(自敍) 다음에 반시(盤 詩)를 두고 있다.16)
14) 수미해주 2022, 58.
15) 앞의 책 2022, 107.
16) 이기영 1990, 288.
이것을 나타내면 <표 1>과 같다.
<표 1> : 생략(첨부논문파일참조)
의상은 법성게를 크게 진리의 실재를 서술한 ‘자리행(自利行)’, 진리의 공덕 을 서술한 ‘이타행(利他行)’, 진리를 증득한 과정인 ‘수행방편득이익(修行方便 得利益)’의 세 부분으로 나눈다.17)
‘자리행’을 다시 증분(證分)과 연기분(緣起分) 으로 나누고, 연기분은 다시 여섯으로 나눈다. 여기서 증분이란 성인의 깨달음 이 갖는 절대적 측면이고, 연기분은 중생교화를 위한 상대적 측면이다.18)
17) 무비스님 2018, 20.
18) 강호진 2019, 160. 19) 수미해주 2022, 127.
이것 을 나타내면 <표 2>와 같다.
<표 2> : 생략(첨부논문파일참조)
일승원교 화엄의 세계인 법계를 반시로 나타내고 그 핵심은 법성이라고 노 래한 법계도는 의상이 중국에서 그의 스승이 입적하던 670년에 지었다.
이것 은 원문 끝에 총장원년(總章 元年 670)7월 15일 기(記)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법성게를 지은 저자인 의상의 이름은 없다.
이것에 대해 의 상은,
문: 왜 글을 모은 사람의 이름자를 적지 않는가?
답: 연생의 제법엔 주인이 없음을 표시한 까닭이다.
문: 그러면 어찌하여, 연월일(年月日)일 있는가?
답: 일체제법은 연(緣)에 의해 생(生)한다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서이다.20)
라며, 연은 전도된 마음에서 오고, 전도된 마음은 무명에서부터 오며, 무명은 여여(如如)에서 오고 여여는 자신의 법성에 있는데 이 법성은 무분별을 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모든 것은 중도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자서에서 의상이 직접 밝힌 법계도를 지은 목적에서도 알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무릇 대성의 선교는 일정한 처방이 없고 근기에 응하고 병을 따르는 것 이 동일하지 않다. 미혹한 자는 자취에 집착하여 본체를 잃는 줄 모르므 로 부지런히 닦고 정진하여도 종(宗)에 돌아갈 기약이 없다. 그리하여 이 (理)에 의지하고 교(敎)에 근거하여 간략히 반시를 지어서 이름에만 집착 하는 무리들로 하여금 이름없는 참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고자 한다.21)
20) 華嚴一乘法界圖 (H2, 8b): 問何故不看集者名字。答表緣生諸法, 無有主者故。又問。何故在年月名。 答示, 一切諸法依緣生故
21) 華嚴一乘法界圖 (H2, 2a): 夫大聖善敎無方。應機隨病非一。迷者3)字迹不知失體。懃而歸宗 末5日。 故依理據敎。略制槃詩。冀以執名之徒還歸無名眞源
의상은 이름이나 자취 등 현상계에 집착하지 말고 참된 근원인 본체, 즉 중도 를 깨닫기를 말하고 있다. 이는 반시를 읽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면서 거듭 강조 하고 있다.
시를 읽는 방법은 중앙의 법(法)자에서 시작해 번다한 굴곡을 돌아 중앙 의 불(佛)자에서 마치도록 도인의 길을 따라 읽는다.22)
22) 華嚴一乘法界圖 (H2, 6b): 讀詩之法。宜從中法爲始
반시에 적힌 법성게를 읽으려면 도인의 길을 따라 읽어야 한다.
첫 글자와 마 지막 글자는 중앙에 있는데 이는 시작과 끝이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서 무분별 인 것이고 이것은 제법이 연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 상호간의 관계를 나 타내는 문자의 처음과 끝이 중앙에 위치하는 것은 차별적 제법이 모두 중도에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니 이는 단순히 시를 읽는 방법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 고 그것 또한 중도를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2. 법계도에 나타난 중도사상
법계도는 법성게와 법계도인을 합해서 반시라는 독특한 그림형태로 화엄 법계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흔히 경전의 내용을 한눈에 알기 쉽게 그림으로 나 타낸 것을 변상도라고 한다. 법계도인은 의상이 60권 화엄경의 전체 내용을 한 눈에 알기 쉽게 그려 보인 것이긴 하나 변상도와는 많이 다르다.
변상도가 글 자를 모르는 사람도 경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그 뜻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라 면, 법계도는 글자를 이용해서 도형을 만들어 의상 화엄의 원융중도사상을 한 눈에 더 깊고 자세하게 이해하기 쉽게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의상이 경전의 내 용을 함축하여 도형의 형태로 나타낸 뜻은 누구나 쉽게 화엄경의 뜻을 알 수 있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반시와 같은 형식을 선 호했을 가능성이 있다.23)
또 반시는 의상의 직계 제자들에게는 증득의 증표로 서 전해지기도 하였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법계도인은 그 자체가 선교방편의 훌륭한 도구였음이 틀림없다.
법계도에서 법성게를 반시의 형식을 취해 나타낸 이유24)는 화엄경의 3종 세간 즉 ①기세간(물질세계, 흰색), ②중생세간(수행의 주체, 검은색), ⓷지정 각세간(깨달음의 세계, 붉은색)25)을 나타내기 위함이며 이 삼세간이 부처님께 서 해인삼매(海印三昧)26)에 의해 펼친 화엄법계의 일체 모든 존재이기 때문이 다.
23) 해주스님 1998, 296.
24) 이기영 1990, 290.
25) 무비스님 2018, 21.
26) 화엄경에는 10종 삼매에 거두어지는 백천삼매가 있는데 해인삼매는 그 모든 삼매를 포섭하는 총 정이다.
첫 글자인 법성원융무이상의 ‘법’자와 마지막 글자인 구래부동명위불의 ‘불’자, 그리고 중간에 중생수기득이익의 ‘중’자를 합치면 불·법·승 삼보가 구 족되게 한 것도 그러한 뜻이다.
각각의 글자는 흰 바탕 붉은 줄 위 검은색의 글 자로 나타냈는데, 이것은 기세간, 중생세간, 지정각세간을 한 자리에 나타낸 것 으로 융삼세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법성게에서의 융삼세간은 전체가 법 성신, 즉 부처님의 마음과 몸을 뜻하며 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상이 진성수연의 연기, 즉 중도로써 법성을 증득할 수 있도록 시설하고 있다.
의상은 법계도에서 도인의 모양을 통해서 삼승별교, 일승원교의 중도를 전개하고 있다.
도형과 글자의 모양을 각각 살펴보면 먼저 법계도인에 글자들 이 한 줄(一道)로 배열된 이유는 부처님이 일음(一音)으로 설법하시는 것을 나타 내는 것이고 굴곡이 많은 것은 중생의 욕망과 근기과 다양해서 삼승의 가르침 을 보이는 것이다.
또 도인은 시작과 끝이 없는데 이것은 부처님의 선교방편에 허점이 없어서 법계와 십세에 원융만족함을 보인 것으로 화엄일승의 원교를 나타낸다.
54각에 대해서는 의상이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상의 제자 들에 따르면 선재동자가 만난 54 선지식을 의미한다.27)
글자 모양은 시작과 끝 이 있는데 이것은 원인과 결과가 같지 않음이고, 첫 글자(法)와 마지막 글자(佛) 를 그림의 한 가운데 같이 둔 이유는 원인과 결과의 두 자리가 성의 진실한 덕용 이며 그 성품이 중도에 있다라는 것이다.28)
그러면서 의상은 문자 중에 시작과 끝의 두 글자를 한 가운데에 둔 이유를 밝 히고29) 도형이 갖는 모양의 의미, 즉 중도에 대해 더 자세히 드러내고자 세친의 육상(六相)으로 설명한다.
육상이란 법성이 보여지는 여섯가지 모양들이다.
각 총상(總相), 별상(別相), 동상(同相), 이상(異相), 성상(成相), 괴상(壞相)으로, 전체 인 모양, 각각인 모양, 다른 모양, 같은모양, 이루는 모양, 무너지는 모양이다.30)
27) 이기영 1990, 350. 28) 전호련 2011, 298.
29) 해주스님 1998, 300.
30) 여기서 육상을 다루는 명분은 화엄경 십지품과 그 별행경에 해당하는 십지경에서 나옴이다.
의상은 이 육상이 모두 원융한 육상원융이고 일체 연생법이 육상으로 이루어 져 있다며 다음과 같이 도인의 모양을 설명한다.
총상은 근본인이고, 별상은 나머지의 굴곡들이니 따로따로 인에 의지해 서 그 인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동상이란 인이기 때문이니, 이른바 굴 곡은 다르지만 한 가지 인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늘어나는 상이기 때문 에 이를테면 첫째, 둘째 등 굴곡이 하나씩 늘어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 다.31)성상이란 간략히 설명하기 때문이니 이른바 인을 이루기 때문이 다.괴상이란 광범하게 설하기 때문이니 이른바 번다하게 도는 굴곡들이 각각 서로 달라서 본래 짓지 아니하기 때문이다.소위 총상이란 그 뜻이 원교에 해당하고, 별상이란 그 뜻이 삼승교에 해당한다. 총상, 별상, 성 상, 괴상등이 일치하지 않고, 또 분리 되지 않는것이며, 동일하지 않고, 또 상이하지 않은 것이며, 항상 중도에 있듯이 일승과 삼승도 또 그와 같 은 것이다. ... 첫 번째 굴곡은 인(因)과 같고, 마지막 굴곡은 과와 같은 것 이다 처음과 끝이 같지 않지만 오직 중도에 있을 뿐인 것과 같이 인, 과의 뜻은 비록 다르다 할 망정 오직 스스로 여여한데 머무르는 것이다. 삼승 의 방편교문에 의하기 때문에 높고 낮은 차이가 있지만 일승원교에 의하 기 때문에 전후가 없음을 이로써 알게 된다.32)
의상은 도형이 갖는 중도의 의미를 육상설로 시설하며 총상은 일승원교에 해당하고 별상은 그 뜻이 삼승에 해당하니 일승은 삼승을 총괄적으로 포함하 는 것이므로 주(主)가 되고, 삼승은 반(伴)이나 일승으로 인해 삼승이 있고 삼승 으로 인하여 일승이 있기 때문에 주반상성(主伴相成)이 된다라 했다.
이처럼 일 승·삼승이 주·반이 서로 도와 부즉불리(不卽不離), 불일불이(不一不異)해서 항상 중도에 있다고 하며, 도인의 모양이 시작과 마지막, 원인과 결과가 한 자리인 것 과 같이 의상은 육상원융의 도리, 즉 중도의 도리도 그와 같으니 중생과 보살, 보살과 부처, 중생과 부처도 본래 다른 자리가 아님을 통찰하게 한다.33)
31) 이기영 1990, 290.
32) 위의 책, 294-297.
33) 華嚴一乘法界圖(H2,1c): 如總相別相成相壞相等。不卽不離。不一不異。常在中道。一乘三乘。亦復 如是。主伴相資。不卽不離。不一不異。雖利益衆生。而唯在中道。主伴相成。顯法如是。
의상은 법계도의 내용이 자리행, 이타행, 수행의 내용이라며 그것을 과분하고 있다(<표 2> 참조).
처음부터 18구는 자리행이고,34) 다음 4구인 19구부터 22구까지는 이타행35)을 다루고 있으며, 마지막 8구인 23구부터 30구까지는 수 행자의 방편과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36)
자리행 에서 의상은 연기의 체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위에서 말한 육상방편으로 그 뜻 을 이해하라고 한다.
육상의 의미는 무엇인가? 육상으로 인하여 경이 7처 8회로 나뉘고 많은 품으로 되었더라도, 오직 지품이 중심인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이 다.
그 이유는 지품이 기본이 되어 모든 법을 다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 지 중에서 다른 요소들이 많으나 그 모든 것들은 다 일념에 달려있다.
삼세와 구 세가 곧 일념이고, 일체가 곧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념이 그러하듯 다념이 또한 그렇다.
일즉일체와 일념즉다념의 서로 반대되는 대구가 서로 옳은 것이니 이 러한 까닭에 다라니법에 주와 반이 성립되는 것이다.
일법을 들어보이니 일체 가 모두 일법에 포섭된다.
만약 회(會)에 관련해 이야기 하면 한 회 한 회가 일체 를 다 포함하고, 만약 품(品)에 관련해 이야기 하면 한 품 한 품이 모든 품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문귀와 관련해서 말한다면 한 문귀 한 문귀가 모 든 문귀를 다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이 없다면 저것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육상방편으로 연기에 대해 설명한 것을 두고, 의상은 “예시를 들면 응당 깨달을 수가 있게 되기 때문이다” 라며37) 일체 연생법이 육상으로 이루어져서 법성가 에 들어가는 좋은 방편이므로 육상의 도리로 연기, 무분별, 원융중도의 도리를 나타내고 있다.
34) 華嚴一乘法界圖(H2,1a): 法性圓融無二相。諸法不動本來寂。無名無相絕一切。證智所知非餘境。眞 性甚深極微妙。不守自性隨緣成。一中一切多中一。一即一切多即一。一微塵中含十方。一切塵中亦如 是。無量遠劫即一念。一念即是無量劫。九世十世互相即。仍不雜亂隔別成。初發心時便正覺。生死涅 槃常共和。理事冥然無分別。十佛普賢大人境。 35) 華嚴一乘法界圖(H2,1a): 能入海印三昧中。繁出如意不思議。雨寶益生滿虛空。衆生隨器得利益。
36) 華嚴一乘法界圖(H2,1a): 是故行者還本際。叵息忘想必不得。無緣善巧捉如意。歸家隨分得資糧。以陀 羅尼無盡寶。莊嚴法界
37) 이기영 1990, 302.
이타행에서 의상은 반시 자체를 해인삼매와 연결시키는데 반시로 보여준 화 엄법계의 삼세간이 그것이다.
해인이란 잔잔한 바다에 도장을 찍은 듯 온갖 물건 의 상들이 다 비치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해인삼매는 법성을 완전히 깨달은 삼매 라서 여기서 말하는 이타행은 깨달은 후의 정각행이다. 해인은 보리이고 바다는 부처님 정각의 보리심 바다이며, 해인은 무분별, 무심이다. 물은 분별이 없으나 비치는 모양이 차별을 따라서 나타내듯이 부처님께서 인연 따라 자재하게 삼세 간을 펼치시는 것이 바로 이타행이고 그 이타행38)이 화엄의 중도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 8구39)는 수행하는 방편과 그것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 강조하며 수행 이란 망상이 없는 경계인 본제로 돌아가는 것이고, 수행을 하면 나의 분상만큼 법성가에서 자량40)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38) 해주스님 1998, 320.
39) 華嚴一乘法界圖(H2,1a): 是故行者還本際。叵息忘想必不得。無緣善巧捉如意。歸家隨分得資糧。以 陀羅尼無盡寶。莊嚴法界實寶殿。窮坐實際中道床。舊來不動名爲佛。
40) 보리를 돕는 덕목
본제 또는 법성가는 법계실보전으 로 표현되며 중도라고도 말해지기도 한다.
즉 법계 장엄이 중도임을 강조하며 구래불로 나타내고 있다. 화엄 행자가 도달한 궁극의 자리는 옛날부터 부처인 본래자리, 즉 중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법성원융의 증분세계로 그 세 계가 화엄중도의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상은 “‘실제’란 법성을 끝까지 다하는 것이고, ‘중도’란 두 변을 원융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하 며, 중도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일체를 다 포섭하여 지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II. 양자중력의 주요개념과 특성
1. 양자중력이론의 등장배경
양자역학이 등장한 이후 세상의 모든 물질은 대부분 양자역학에 의해 기술 되었다.
전자는 전자기파로, 전자기파는 광자로 양자화 되어 기술되었고, 중력 은 중력파(Gravitation wave)로 중력파는 중력자(graviton)41)로 양자화 되어 기술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41) 중력파는 실험으로 증명되었지만 중력자는 아직까지는 실험중인 가상입자이다.
양자역학의 물질이라는 것이 양자화 된다면, 중력이론의 곡률도 양자화 되어서 기술되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그래 서 공간의 왜곡이 전달되는 현상이 중력파라면 중력파도 역시 양자화되서 기 술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자기파의 광자가 대응되듯이 중력파에 대응되는 양 자화된 입자를 중력자라고 부른다.
이것은 중력자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중력을 양자화한 이론을 양자중력이론(Quantum gravity)이라고 한다.
자연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은 양자역학적이다. 하지만 곡률만 고전 역학적 이라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봤을 때 정합42)적이지 않다. 더해서 중력이론인 상 대성 이론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불리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 특이점43)은 반드시 존재하고 그 끝에는 자연스럽게 중력붕괴가 와서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42) 물리학에서 정합이란 여러 이론, 법칙, 실험결과 등이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 전체체계가 논리적으 로 조화롭게 설명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43)특이점이 존재하려면 4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일반 상대성이론, 인과구조, 에너지 조건, 초기 조건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자연을 설명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고, 인과구조는 과거가 미래를 얼마나 결정할 수 있는지 아니면 미래가 과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 한 가정인데, 즉 외부에서 난입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에 대한 가정이다. 에너지 조건은 물질을 얼마나 뭉치게 할 수 있는지, 특히 중력이 항상 서로 당기는 쪽으로만 작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초기조건은 시공간이 전반적으로 수축하고 있거나 또는 전반적으로 팽창하고 있거한 하는 상태에 놓어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특이점이란, 예를 들면 바구니 안에 여러 물질들을 집어 넣었는데 여기는 서로 끌어당기기만 하는 힘이 작용한다.
그럴 경우 서로 끌어당기는 물질을 어디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뭉치게 만들면 생기는 것이다.
우리 우주는 기본적으로 팽창하고 있는데 우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우주 는 수축하기 시작하면서 그 끝에는 블랙홀이 생긴다. 따라서 우주의 시작점과 블랙홀의 미래에서는 반드시 이 특이점이 존재한다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그 특이점을 이해해야만 우주 전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따 라서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일반상대성 이론의 한계가 존재해서 좀 더 근 본적인 이론에 의해 이것이 해결 되어야함을 의미하고 이런 한계를 상호보완 하기 위해 양자중력이론이 생긴 것이다.
양자중력이란 현대물리학의 두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합한 것으 로 물질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의 이론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중력과 양자 역학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없다.
양 자역학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미시세계를 다루며, 세상의 모든 사물을 유한한 크기를 지닌 매우 작은 양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이런 양자 들의 불연속적이고 불확정적인 움직임이 사물의 변화를 야기한다고 본다.44)
상대성이론은 거시적 세계를 정밀하게 설명, 중력을 시공간45)의 곡률로 해석하 며, 우주의 물질 분포에 따라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르고 공간도 다르게 휘게 되 며, 우주에는 유일한 시간 대신 수 많은 시공간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44) 카를로 로벨리, 이중원 역 2019, 126.
45)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공간과 시간은 따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발표 했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서로 철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불가분의 전체인 ‘시공 간’을 형성한다. 이것은 공간이 질량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변화되듯, 시간 역시 그러하다 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는 방식 또한 물체의 존재와 움직임에 종속 되어있다는 것이다.
양자 와 중력의 세계는 직관적으로 묘사하자면 양자의 세계는 뾰족한 세계가 여러 층위로 이루어진 모양이고 중력의 세계는 부드러운 곡선의 세계이다.
즉, 물질 과 공간에 대한 다른 이해는 중력을 양자역학적으로 다루기가 까다롭다는 것 을 의미한다.
이에 양자중력이론으로 상호보완 하면서 우주전체를 기술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을 찾고자 하는 하는 것이다.
2. 양자중력이론의 특성
양자중력은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합친 이론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의 특성 을 포섭하고 있다.
그 중 두드러진 특징은 ①입자성(양자성)과 ②미결정성이 다.
입자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측정한 시간은 양자화된다는 것이다.
특정한 값 만 취하고 다른 값들은 없는 것이다.46)
시간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알갱 이로 나눈 것과 같다.
모든 현상에는 최소규모가 존재하는데 중력장에서는 이 것을 ‘플랑크 규모’라고 부르고 최소시간을 ‘플랑크 시간’이라고 한다.47)
46) 위의 책, 45.
47) 카를로 로벨리, 김정훈 역 2023, 48.
플랑 크 시간은 10⁻⁴⁴초, 즉 10억분의 10억분의 10억분의 1억분의 1초로 현재의 그 어 떤 시계로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극도로 짧은 시간이지만 이 속에서 양자효과가 나타난다.
시간의 ‘양자화’는 시간의 모든 값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시간의 ‘최소’간격이 존재하는데 이 간격 이하로 내 려가면 시간으로서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간격은 연속적으 로 균일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미결정성이라는 것은 불확정성을 의미하고 이런 상황들을 중첩48)이라고 부 른다.
이것은 전자가 어디에서 나타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으로 전 자가 한 번 나타났다 곧 다시 나타나는 동안에 정확한 위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49)
시공간 역시 전자처럼 물리적 물체라서 파도처럼 다양한 형태로 중첩될 수 있고 또 한 입자가 공간에서 널리 퍼지듯이 과거와 미래의 차이도 흔 들릴 수 있으며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의 전과 후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대표 적인 실험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50)을 들 수 있다.
실험내용은 완전히 밀 폐된 상자에 고양이와 독가스가 든 병이 들어있고 병은 망치와, 망치는 가이거 계수기와 연결되어 있다. 계수기에 방사선이 감지되면 망치를 내려치는 기계 가 작동해서 병이 깨지고, 고양이는 가스에 중독되어 죽는다.
계수기 위에는 1 시간에 절반의 확률로 핵이 붕괴하여 알파선을 방출하는 우라늄 입자가 놓여 있다.
1시간 뒤 상자를 열었을 때, 고양이는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가? 살아있는 상태인가? 아니면 죽어있는 상태인가?
여기서 핵심은 밀폐된 상자안이다.
그래 서 상자를 열어 고양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고양이는 상자안에서 중첩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중첩의 의미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가 아니라 단 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것은 관측이 발생함으로 해소된다.51)
48) 이것을 로벨리는 마치 확률구름속으로 사라지는 듯하다라고 표현했는데 확률구름이란 파동방정 식을 만족하는 확률밀도 함수에 의해 정해지는 전자의 존재영역이다.
49) 위의 책, 50.
50) 1935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실행함.
51) 카를로 로벨리, 김정훈역 2023, 76.
이러한 미결정성은 관측자가 있어서 서로 상호작용하면 해소된다.
이는 하 나의 대상이 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과 상호작용하며 존재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관측에 따라 우리는 죽은 고양이를 볼 수도 있고 살아있는 고양이를 볼 수도 있다.
다시, 고양이의 입장에서 관측자가 되어 생각해 보자. 고양이의 입장에서 장치에서 독가스가 나올 확률은 1/2이다. 이 때 고양이 는 독가스가 방출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독가스가 방출되면 죽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기 때문이다. 즉 고양이에게 독가스가 방출되었거나 아니거나이 고, 고양이로서는 죽었거나 살아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동시에 둘 다 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관측자는 상자 밖에 있고 독가스 병이나 고양 이와도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나중에 관측자는 ‘죽어있는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사이의 간섭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관측자에게 고양이는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중첩상태에 있다. 고양이에게 독가스는 방출되었거나 방출되 지 않았으며, 고양이는 죽었거나 살아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렇게 관측자에 게는 서로 다른 상태 사이의 중첩이 생긴다. 고양이에게는 살아 있거나 죽었거 나가 실재이다. 중도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두 가지는 모두 사실이다. 왜냐하면 고양이와 관 측자라는 서로 다른 관측자들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각각의 대상 이 자성(自性)이 있어서 고정된 상태로 정해져 있는게 아니라 각자에게 벌어지 는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독가스(대상A)의 속성이 고양이(대상B)에 게 실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꼭 관측자(대상C)에 대해서도 실재하는 것은 아니 기 때문이다. 즉 절대적인 인(因)과 과(果)는 없으며, 서로가 서로의 인(因)과 과 (果)가 되어 작용하는 것으로 어떠한 대상도 스스로의 성질을 가지고 독자적으 로 존재할 수 없으며 다만 서로 상의상관하며 드러낼 뿐이다. 모두가 일체이지 만 상호작용으로 인해 이와 같은 차별의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IV. 화엄일승법계도와 양자중력과의 관련성
1. 법계도와 양자중력과의 관련성 연구
기존의 연구는 양자론과 불교를 중심으로 살펴 봤을 때, 천태의 원융삼제사상과 양자역학,52) 원융중도사상과 양자인지심리학,53) 법계연기의 자연과학적 해석54) 등이 있다.
특히 양자중력과 불교와의 관련 연구는 더욱 드물다.
화엄사 상이나 법성게에 관련된 연구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양자론 또는 양자중력 과 화엄이나 법계도에 관련한 연구는 아직 미미하다.
본 연구에서는 법계도에 드러난 의상 화엄의 원융적 중도사상에 주목하고 자 한다.
대승불교의 연기-공-중도 개념은 현상계의 모든 사물들이 서로 상호 의존하고 있다55)고 생각하게 하였고, 동북아 불교로 진행되면서 대승의 원융 사상과 결합되어 화엄교학에서 원융중도로 궁극의 정점을 찍는다.
한국 화엄 의 초조인 의상은 법계도를 만들어 일승화엄법계의 내용을 응축해 담았는데 그것의 요체는 중도이다.
의상은 화엄의 성기와 연기개념에 차별을 두지 않고 그 자체로 봤으며 무분별 연기, 부주, 원융중도를 말하고 있다.
의상은 법계도로 화엄경의 세계를 그려 보이며, 그것을 법계라 이름하고 법성을 통해 화엄의 일승법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화엄에서 말하는 법 계는 무엇일까?
화엄교학에서 법계는 우주만유이다.56)
52) 김성구, 지창규 2011, 218.
53) 이원선 2019, 330.
54) 양형진 2016, 355.
55) 고승학 2013, 104.
56) 수미해주 2022, 395.
이는 차별이 없는 우주 의 일체 존재를 삼종세간으로 나타냈다. 삼종세간중 기세간은 범부중생이 있 는 곳으로 인간들이 발딛고 살고 있는 세계를 의미한다.
이것을 현상계의 언어 로 표현하면 이 지구와 우주 전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우주공간을 다루는 양자중력이론은(Quantum gravity)은 지금 현재 물리적 세 계를 설명하는 이론 중 최선의 이론이다.
그래서 궁극의 중도사상을 담고 있고 화엄법계를 다루는 법계도와의 접목을 과감히 시도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 에서는 법계도의 원융중도 사상을 양자중력이론으로 설명해보고 양자중력 이 원융중도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것이다.
2. 법계도의 양자중력적 해석
세상은 낮과 밤, 위와 아래, 어제와 오늘, 있다와 없다 등의 개념들로 관계를 정의하여 그것들을 서로 다르게 대하고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취 할 것과 버릴 것, 좋은 것과 나쁜 것들 이라고 분별하고 차별한다.
그러나 대승 에서는 세상을 상즉불이(相卽不二)로 보며, 특히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의 동북아 화엄의 원융중도적 태도는 세상은 일정한 것이 아닌 일체라는 의미 로 매우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우리는 이 우주 누구에게나 24시간이 동등하게 균일하게 흐르고, 그 흐름 에서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익숙한 시간의 관념을 가지고 있다.
과거로부터 현 재를 지나 미래로 흐르고 있는 것이 시간의 기본 구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양 자 중력의 세계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사건들이 과거-현재-미래 순으로 진행되 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순서가 있고, 온 우주에 공통된 지금 즉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 내 주위에는 현재가 있지만, 저 멀리 있 는 은하계에서는 그것이 ‘현재’가 아니다. 즉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은 같지 않 아서 절대적 시간이라고 할게 없다는 것이다.
나와 너의 공통된 절대적 시간이라는게 없다는 것은 시간을 어떻게 화엄의 원 융중도적 관점으로 볼 수 있는지 고려하게 한다. 대개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과거 는 지나갔고 미래는 열려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각각의 과거-현재-미래 라는 것은 그것을 절대적 입장에서 볼 때는 분별이 가능하지만 화엄의 중도적 관 점에서는 서로 상의상관(相依相關)으로 성립할 뿐, 각각 자성(自性)을 갖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은 마치 빛과 물이 만날 때 무지개가 생기는 것과 같이 사건 들의 종합이고 고정된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이 없이 상호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의상은 법계도에서
“모든 연생법은 그 어느 것도 일정한 모습으로서 실재 적인 것이 없다. 자성이 없기에 자재하지 않으니 생하나 불생의 생이다. 불생의 생은 생하나 생하지 않은 것이므로 머무르지 않는 부주이다. 그러므로 부주는 중도라는 뜻이며 중도는 무분별의 의미이다”57)
라 했다.
중도의 뜻은 실로 이해 하기 어렵다 하며 이것을 연기로서 설명하고 있는데 10개의 동전을 세는 법(수 『화엄일승법계도』와 양자중력과의 관련성 연구 107 십전법)이 그 중 하나이다.
법장의 화엄사상에서는 비유에 불과했던 것을 의상 은 속제(俗諦, 世俗諦)와 제일의제(第一義諦, 眞諦, 勝義諦)의 중도 개념으로 도출 한다.
소위 일전에서 십전까지 세는 것으로 동전을 세는 방식에 따라 인연(속 제)과 연기(제일의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방식은 크게 2가지인데
첫째 는 10개의 동전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이지만 각각 개성이 있다며 동전을 세는 관점이고,
둘째는 10개의 동전이 각각 개성이 있다기보다는 유기적 관계 속에 있다며 동전을 세는 관점이다.58)
첫 번째 관점으로 동전을 세어 갈 때 2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1에서 10까지 순차대로 세는 것이고, 두 번째는 10에서 1로 역으로 세는 것이다.
1은 근본수로 10까지 세는데 있어 출발점이고, 다른 9개의 숫자도 그렇다.
10은 1이 없으면 존 재할 수 없기 때문에 1과 관계맺은 10이다.
그렇다고 해서 10이 개성이 없는 것 은 아니다.59)
의상은 이를 일중십(一中十)이라 표현했다. 두 번째 관점에서도 2 가지 방식으로 동전 10개를 세어간다.
하나는 1에서 10까지 순차대로 세는 것이 고, 두 번째는 10에서 1로 역으로 세는 것이다. 우선 1은 다른 9개의 동전과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10은 1과 관계 속에서 존재하므로 나머지 동전 포함해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의상은 이것을 일즉십(一卽十)이라 했다.60)
57) 해주스님 1998, 310.
58) 이병욱 2006, 37.
59) 위의 논문, 39.
60) 華嚴一乘法界圖(H2,6b): 一卽十。十中一。二者。一卽十。十卽一。初門中有二。一者向上來。二者 向下去言向上來中。有十門不同。一者一。何以故。緣成故。卽是本數。乃至十者一中十。何以故。若 無一。十卽不成。仍十非一故。餘門亦如是。准例可知。言向下去中。亦有十門。一者十。何以故。緣 成故。乃至十者十中一。何以故。若無十。一卽不成。仍一非十故。餘亦如是生變如是。勘當卽知。一 一錢中。具足十門。如本末兩錢中具足十門。餘八錢中。准例可解。問現言一者。何得一中名爲十也。 答大緣起陀羅尼法若無一。一切卽不成定知如是其相。如所言一者。非自性一緣成故一。乃至十者。非 自性十。緣成故十。一切緣生法。無有一法定相有性 無自性故卽不自在者。卽生不生生。不生生者。卽 是不住義。不住義者。卽是中道 道義者。卽通生不生。
의상은 동전을 세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동전을 세어나가는 것은 인연(因緣) 의 의미가 있고, 동전을 세어 나가더라도 동전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위치가 바 뀐 것이 없기에 연기(緣起)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연(因緣)은 속제 (俗諦)’에, 연기(緣起)는 ‘제일의제(第一義諦)’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속제’란 모 든 존재는 인연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자성(自性)이 없다는 것이고, ‘제일의제’ 란 성품에 근거하므로 분별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속제’와 ‘제일의제’는 다른 뜻을 가지기도 했지만 중도를 말하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는데61) 다 르지만 같다라는 것은 중도의 다른 표현 방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62)
시간의 양자화된 특성은 화엄의 일즉다 다즉일의 원융무애한 중도사상이 가 능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법계도에서 중도란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며,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우주는 존재와 현상이 상호 의존하며 드러나며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임을 나타낸다.
각각의 대상은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성을 갖지 않기에 상의상관의 관계 속에 서만 성립한다.
따라서 자성이 없는 과거, 현재, 미래는 절대적 관계가 아닌 상 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고르고왕비(Gorgo, BC~508추정, 고대 스파스타의 왕비로 레 오니다스 1세의 부인)는 레오니다스(스파르타의 왕)와의 사이에서 플레이스타 르쿠스(Pleistarcus, ?~BC458)를 낳았다.
레오니다스는 고르고 아버지인 클레오 메네스(Cleomenes, BC 520~BC 489)의 이복형제, 즉 고르고의 삼촌이었다.
여기 서 레오니다스와 ‘같은세대’인 사람은 누구일까?63)
61) 華嚴一乘法界(H2,7a): 圖問因緣與緣起何別。答亦別亦同。所謂別義者。因緣者隨隨俗義別。卽是因 緣相望。顯無自性義。正俗諦體也緣起者隨性無分別。卽是相卽相融。顯平等義。正隨第一義體也。俗 諦無自性故。順第一義。是故經云。隨順觀世諦卽入第一義諦。卽4)其也。別義如是。
62) 위의 논문, 42.
63) 카를로 로벨리, 이중원 역 2019, 54.
고르고일까, 이복형제인 클 레오메네스일까? 하지만 이 질문은 양자중력적으로 봤을 때 잘못된 질문이다.
왜냐하면 ‘같은 세대’에 대한 통합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레오니다스와 클레오메네스가 아버지가 같으니 ‘같은세대’라고 하거나, 레오니다스와 고르고 왕비가 같은 아 들을 두었으니 ‘같은세대’라고 한다면 고르고와 아버지인 클레오메네스도 ‘같 은세대’라고 봐야 한다.
대개 자손관계가 서열을 정하기도 하지만 모든 인간관 계에 적용되지 않는다.
몇 가지 조건들 간의 선, 후 관계를 정할 수는 있지만, 모든 서열을 정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몇가지 요소들이 모여 서 친족 집합을 형성하고 선, 후 서열을 정한다. 고르고의 조상들이 포함된 과거원뿔, 후손들이 포함된 미래원뿔, 그리고 두 원뿔 밖으로 조상도 후손도 아닌 사람들 모든 인간은 이런 과거 조상과 미래 후 손의 원뿔64)을 갖고 있다.
64) 원뿔모양은 아인슈타인이 깨달은 시공간의 구조와 유사하다.
이는 우주의 시간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이것은 시간 적으로 선행된 관계도 우주의 시간 구조와 마찬가지로 원뿔형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확장된 현재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사건들 전체 를 뜻하며, 이것은 우리가 우주의 모든 사건들간의 시간 관계를 나타내고 싶어 도 흔히 생각하는 과거, 현재, 미래를 일직선 상에 표현하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는 나타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림 1>과 같이 모든 사건(점A, 점B) 위아래 에 미래와 과거 사건의 원뿔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원뿔의 꼭지점은 우리가 지금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이다.
<그림 1> 모든 사건의 위아래의 미래와 과거사건의 원뿔 즉, <그림 1>에서 보듯이 각 뿔들이 겹치는 곳은 한 곳만 존재하고 원뿔들은 각각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공통적인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시공간의 구조가 시간의 층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원뿔의 모양으로 존재한 다는 것은, 시간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듯이 일방향으로 흐르는 어떤 것이 아 니라 부분적인 순서는 존재하지만 결국에는 사건들의 종합이라는 것이다. 그 리고 이것들이 시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작동하는 것이다. 양자중력의 세계에서 보면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은 일시적인 시간 구조 일 뿐이다. 따라서 공통적인 현재라고 할 시간이라는 것은 없지만 과거와 현 재가, 현재와 미래가 상호의존적으로, 즉 상호관계속에 존재하고 있고 그것 이 지금 나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을 현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온 우 주의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동안 생각했던 개념의 시간이 아니라 사건들 의 종합이고 고정된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이 없이 상호관계 속에 존재한다. 즉 어떠한 대상도 자성을 지닌 독립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가 상대적인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일방 향적인 인과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인(因)이 되거나 과(果)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모든 연생법은 그 어느 것도 일정한 모습으로서 실 재적인 것이 없다. 자성이 없기에 자재하지 않으니 생하나 불생의 생이다. 불생 의 생은 생하나 생하지 않은 것이므로 머무르지 않는 부주이다.
그러므로 부주 는 중도라는 뜻이며 중도는 무분별의 의미이다”65) 라고 의상이 연기 무분별로 써 중도를 설명하는 것처럼 중도로서 존재하는 시간인 것이다.
대승불교의 연 기-공-중도사상은 현상계의 모든 사물들이 상호의존하고 있다고 직관하게 하 였고, 연기의 시간성을 무시되게 만들었다.66)
65) 해주스님 1998, 310.
66) 고승학 2013, 133.
이것은 화엄학에서 정점을 보여 주는데, 의상은 법계도에서 궁극의 자신만의 화엄중도사상을 내보이며, 그 에 대한 통찰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V. 결론
불교는 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항상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영감(Inspiration)을 주었다.
아인슈타인, 쇼펜하우어, 니체등 시대의 지성들은 불교에서 영감을 얻 었고 그렇기에 불교는 시대를 지나오면서도 지금까지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항상 그 시대의 지배적인 지식과 조화를 이루며 항상 새롭게 해석되어 전해졌기 때문이다.67)
따라서 대승불교 화엄의 원융적 중도 사상을 담고 있는 1400년전 의상의 법계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사람들 이 의상화엄의 원융중도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 무리 훌륭한 사상이라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그 시대의 지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항상 새롭게 해석해야 함이 필수이다.
현대는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이다.
과학적 진리가 힘을 발휘하 는 것은 과학이 정답을 내놓아서가 아니라 방대한 실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지 금까지 찾아낸 최선의 대답을 주기 때문이다.68)
67) 김성구 2019, 7.
68) 카를로 로벨리, 이중원 역 2019, 170.
따라서 인간의 행복을 위해 불 교의 사상과 교리를 과학과의 조화를 통한 현대의 용어와 개념으로 재해석 하 는 것은 불교를 바르게 체험하고 이해하며 이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 이다. 법계도에 드러난 의상의 중도사상은 화엄의 원융적 중도 사상이다.
대승 불교의 중도 개념은 동북아시아 불교로 전개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었 다.
동북아 대승불교의 근간은 원융사상이다. 원융사상과 결합된 중도는 궁극 의 중도 사상이 되어 화엄교학에서 정점을 찍는다.
화엄의 중도는 단순한 중도 가 아니다. 화엄특유의 일즉다 다즉일 개념을 기존의 중도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자 오교십종판에서 보듯이 화엄가들이 자신들의 교학사상은 원교와 원종 이며 원융의 중도를 최상의 교설로 선언, 강조한다.
이것은 동북아 불교에서 보 이는 중도로서, 용수나 인도의 논사들에게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진속을 단순히 뛰어넘는 중도가 아니고, 일체를 아우르는 원융적 중도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중도사상은 중도가 아닌 것과 구분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동북 아 불교의 화엄중도사상은 ‘중도즉비중도(中道卽非中道)’로서 중도는 일정한 것이 아닌 일체라는 뜻의 원융중도이다.
‘일중다 다중일’, ‘일즉다 다즉일’, ‘일 미진중함시방’, ‘일념즉무량’, ‘초발심시정각’. ‘생사열반’ 같은 개념들은 의상 의 원융중도사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의상은 법계도를 만들어 일승화엄법계의 내용을 응축해 담았으며 그것의 요체는 중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양자중력 이론으로 고찰해 보았다.
양자중력이론은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이 합쳐진 이론이다. 양자중력의 이론 의 특성중 하나인 미결정성은 중첩현상을 나타내며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실 험을 보면69)(3-2), 대상 A에 대한 실험의 관측자를 원래 관측자인 대상 C외 한명 추가하여 다른 관측자, 즉 고양이를 대상 B라고 봤을 때 대상A의 속성이 대상 B(고양이)에게 실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꼭 대상C(기존관측자)에 대해서도 실 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상호작용으로 인해 이와 같은 차별의 현 상이 벌어지지만 또 그 상호작용으로 조화롭고 모순되지 않고 원만하게 융화 되어 있기 때문에 원융중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자중력의 시간개념은 일방 향으로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부분적인 순서가 존재하는 사건들의 종합이고 이러한 것들이 시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면서 작동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 우주의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동안 생각했던 개념의 시간이 아 니라 마치 빛과 물이 만날 때 무지개가 생기는 것과 같이 사건들의 종합이고 고 정된 과거, 현재, 미래라는 것이 없이 상호관계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연생법은 그 어느 것도 일정한 모습으로서 실재적인 것이 없다. 자성이 없기에 자재하지 않으니 생하나 불생의 생이다. 불생의 생은 생하나 생하지 않 은 것이므로 머무르지 않는 부주이다. 그러므로 부주는 중도라는 뜻이며 중도 는 무분별의 의미이다”70)
69) 원래 실험은 관찰자가 고양이를 관측하는 것이다.
70) 해주스님 1998, 310.
라고 의상이 연기 무분별로써 중도를 설명하는 것처럼 우주적 시간개념으로 봤을 때는 시간이란 중도로서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화엄의 중도는 원융무애한 중도로서 완전한 가르침이다.
그래서 같은 대승 이라도 기존의 사상으로는 불충분했기에 원교를 설정, 중도도 기존의 중도와 는 다른 원융중도의 사상을 수행 실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의상은 법계도를 만들어 일승화엄법계의 내용을 응축해 담았고, 그것의 요 체는 화엄의 중도임을 알 수 있다. 양자중력과의 관련성 연구를 통해서 살펴본 바 양자중력은 원융중도의 원리를 기반으로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교와 과학은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달라 보이지만 불교와 과학 둘 다 현상 계의 다양한 차별적 모습에서 보편성 내지 통일성을 찾고자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법계도가 대승의 중도가 아닌 화엄의 원융중도사상을 있는 그대로 나 타내고 양자중력이론이 원융중도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행을 통해 깨달은 보편적 진리를 보편적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현대 의 지식으로 이해해 보았다.
이 둘의 접목 또한 원융무애하여 현시대를 살아가 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불교적 혜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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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본 연구는 법계도에 드러난 의상의 중도사상에 주목해서 전개하고자 한다. 대승 불교의 중도사상은 동북아시아로 전개되면서 동북아 대승불교의 근간인 원융사상 과 결합되어 원융중도 사상으로 발전해 화엄교학에서 정점을 찍는다. 화엄의 일즉다 다즉일의 개념은 기존의 중도로서는 계합할 수 없는 도리라서 화엄가들은 화엄의 교 판인 오교십종판에서 자신들의 교학사상은 원교라 선언하고, 원교와 원종의 중도는 원융중도임을 바로보였다. 화엄원교는 화엄사상의 최상승 교설로 모든 존재와 현상 이 하나로 화합·융합하는 원융중도를 바탕으로 퍼져 나갔다. 또 이 중도는 동북아 불 교에서만 보이는 것으로, 용수나 인도의 논사들 에게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진 속을 단순히 뛰어넘는 중도가 아니고, 일체를 아우르는 원융적 중도이다. 한국 화엄의 시작이자 끝인 의상은 법계도를 만들어 일승화엄법계의 내용을 응 축해 담았으며 그것의 요체는 중도이다. 화엄의 중도를 나타내고자 의상은 독특하게 『화엄일승법계도』와 양자중력과의 관련성 연구 89 도장의 모형으로 법계도를 그려 보였고, 일즉다 다즉일, 일중다 다중일, 구세십세, 초발심시변정각등 시공간과 사물의 현상들을 파격적으로 표현하였다. 화엄의 기세 간은 현상계의 언어로 표현하면 나를 포함한 온 우주가 된다. 온 우주 자연 세계와 시 공간에 대한 가장 최선의 이론인 양자중력이론과 법계도를 접목해 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법계도에 나타난 의상의 화엄사상이 원융중도임을 밝히고 양자중력이 기 존의 중도가 아닌 화엄의 원융중도의 원리에 기반한다는 것을 확인하며 법계도와 조화를 이루고자 한다.
주제어 의상, 화엄일승법계도, 원융중도, 중도, 양자중력, 우주, 자연세계
Abstract
The Hwaeom Ilsŭng Pŏpkyedo and Quantum Gravity HEO
Ha-Yan (Ph.D Student Dongguk University)
This study focuses on the idea of the Middle Way as revealed in the Hwaeom Ilsŭng Pŏpkyedo. As the Middle Way thought of Mahāyāna Buddhism developed in Northeast Asia, it became integrated with the ideology of Wonyung, which formed a major basis of Northeast Asian Mahāyāna Buddhism, and further developed into the ideology of Wonyungjungdo, reaching its fullest expression in Hwaeom thought. The founding master of Korean Hwaeom, the monk Uisang, composed the Hwaeom Ilsŭng Pŏpkyedo as a concise representation of the Hwaeom dharma-realm system, and its essential principle is the Middle Way. Although the concept of perfect interfusion is distinctive to Hwaeom, its underlying basis remains the idea of the Middle Way. In order to represent this idea, Uisang presented the Hwaeom Ilsŭng Pŏpkyedo in the form of an unconventional seal diagram and expressed, in an equally unconventional manner, the phenomena of time, space, and things, including the instantaneous and the multiple, multiple days, ninety-three days, and the initial and final moments. This study aims to identify the original Middle Way in Uisang’s Hwaeom Ilsŭng thought, to confirm that quantum gravity is grounded in the principle of the Middle Way, and to place it in dialogue with the Middle Way thought expressed in the Hwaeom Ilsŭng Pŏpkyedo.
Keywords Hwaeom Ilsŭng Pŏpkyedo, Hwaeom, Pŏpkyedo, Quantum gravity, Mahayana Buddhism, Ui-sang, gravity
2025년 11월 10일 투고 2025년 12월 13일 1차 심사완료 2026년 03월 14일 2차 심사완료 2026년 03월 23일 게재확정
불교학연구(Korea Journal of Buddhist Studies) 제86호(2026.3) pp. 8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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