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目 次
1. 서론
2. 선행연구 검토 및 분석틀
2.1. 선행연구 검토
2.2. 이론적 고찰과 분석틀
3. 한일 AI 국가전략 비교: 산업전략, 법・제도, 거버넌스
3.1. 산업전략
3.2. 법・제도
3.3. 거버넌스
4. 한국 AI 전략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
4.1. 전략문화 인식의 조정
4.2. 제도화 방식의 변화
4.3. 민관 거버넌스의 개선
4.4. 한미일 기술안보 협력의 보완
5. 결론
Key Words : 전략문화(Strategic Culture), 구성주의(Constructivism), AX(AI Transformation), AI 국가전략(National AI Strategy), AI 법・제도(AI Law and Institutions), 거버넌스(Governance), 한일 비교(Korea-Japan Comparison)
1. 서론
21세기 중반에 이르러 인공지능(AI) 기술은 국제정치와 안보 환경을 재편하 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미중을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각국은 AI를 국가 전략자산이자 포괄적 안보의 필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동아시아 의 기술 선도국인 한국과 일본 또한 AI를 경제혁신과 국가안보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으나, 그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두 나라는 공통적으로 저성장과 인구구조 변화 등의 도전에 직면하여 AI를 국가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지 만,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AI 정책 추진 경로가 분기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전략문화(strategic culture)는 AI 국가전략에 독자적인 색채 를 부여한다.
전략문화란 한 국가의 대내외 안보 환경 인식, 기본 가치와 목표 설정, 대외정책 선택에 있어 공유되는 전략적 사고와 행동 체계를 의미하며, 국가의 정체성과 규범, 정치문화가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형성된 산물이다.
전략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고 국가 정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협과 환경 변화에 따라 변용될 수도 있다.1)
1) 온대원(2008) 「유럽전략문화와 EU의 안보역할」 국가전략 14권 2호, pp. 13-21.
본 연구는 이러한 전략문화 개념을 토대로,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시각에서 한국과 일본의 AI 정책을 분석한다. 구성주의 이론에 따르면 국가는 주어진 객관적 조건만이 아니라 사회 적으로 구성된 정체성과 규범에 의해 행위가 규정되며, 기술에 대한 국가전략 역시 이러한 사고 틀의 영향을 받는다.
본 연구는 한일 AI 국가전략의 차이를 단순한 기술 수준이나 산업 규모의 차이가 아니라, 국가가 기술을 이해하고 제도화하는 방식에 내재한 전략문화의 차이로 해석한다.
따라서 본 연구가 사용하는 ‘한국형 속도전’과 ‘일본형 지구전’ 은 한국과 일본의 국민성을 본질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아니라, 양국의 AI 정책 문서와 제도 설계, 거버넌스 운영 방식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정책 스타일 을 분석적으로 요약한 개념이다.
보다 학술적으로는 각각 ‘신속・집중형 제도 화 모델’과 ‘원칙・유연형 운영 모델’로 부를 수 있으며, 이하에서는 두 표현 을 병용한다. 한국은 압축성장과 추격형 산업화, 고강도 안보 환경 속에서 국가 주도의 신속 한 동원과 집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 왔으며, 일본은 합의와 조정, 장기적 축적을 중시하는 정책 전통 속에서 점진적이되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를 발전시 켜 왔다.
본 연구는 이 같은 차이가 AI 산업전략, 법・제도 설계, 거버넌스 구조에 서 어떠한 방식으로 구체화되는지를 검토한다.
본 연구의 핵심 연구질문은 “동일한 외부 압력(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왜 한국 과 일본은 서로 다른 AI 국가전략 경로(신속・집중 vs 원칙・유연)를 선택하는 가?”이다.
본 연구는 이에 대한 답을 전략문화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2019년 이후 양국의 주요 AI 국가전략 문서, 기본법 및 관련 시행 규범, 거버넌스 조직 개편, 정책 담론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문헌 분석과 사례 연구를 병행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전략, 법・제도, 거버넌스라는 세 차원에 서 정책 설계 양식을 비교하되, 그 차이가 단순히 산업구조나 정치제도, 관료 조정 방식의 차이만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물론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차이, 개발국가 경험의 유무, 산업 생태계의 성숙도 역시 유의미한 설명 변수다.
그러나 본 연구는 그러한 제도적・구조적 요인들이 실제 정책 선택 으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전략문화가 해석의 틀과 우선순위 설정 기준으로 작동 한다는 점을 논증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이 논문은 전략문화를 유일한 원인으로 상정하기보다, 정책 설계의 방향과 리듬을 규정하는 상위의 인지・규범적 조건 으로 파악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2장 이론적 고찰과 분석틀에서 선행연 구 검토와 함께 전략문화 개념과 구성주의 이론을 검토하고, AX 시대의 포괄안 보 개념까지 통합한 분석틀을 제시한다.
이어 제3장에서는 분석틀에 따라 산업전 략, 법・제도, 거버넌스 측면으로 나누어 한국과 일본의 AI 국가전략을 비교분석 한다.
제4장 전략적 시사점에서는 이러한 비교분석을 토대로 한국 AI 전략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함의를 네 가지로 제언한다. ① 전략문화 인식의 조정, ② 제도화 방식의 개선, ③ 민관 거버넌스 개선, ④ 한미일 기술안보 협력 보완이 다.
마지막으로 제5장 결론에서는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본 연구의 학술적 기여 와 향후 과제를 논의한다.
2.1. 선행연구 검토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에 따르면 국가의 안보 전략은 물리적 권력이 아닌 역사적 경험・규범・정체성 같은 관념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전략문화연구 역시 이 같은 접근을 공유하여 국가별 고유한 역사・문화・인식이 안보 정책의 목표와 수단을 규정한다고 본다.
예컨대 김지율(2014)에 따르면 한국의 전략문화 는 ‘부강과 강군’ 노선, 북핵 위협 대응, 그리고 한미 동맹 강화라는 3대 축 위에 구축되어 있으며, 역사적 민족 정체성과 ‘구축된 무(武) 유산’이 이를 지탱해 왔다.2)
반면 오로스(2014)는 일본의 전략문화가 19세기 고립주의와 군국주의를 거쳐 전후에는 철저한 반(反)군사주의로 특징지어진다고 분석하였다.3)
이들 연 구는 모두 전략문화를 규범과 인식에 기반한 문화적 변수로 보고, 국가별 전략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주로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전략문화 나 개별 국가 분석에 치중해 왔으며, 한일 양국의 전략문화를 구성주의 이론틀로 비교 검토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인공지능(AI) 국가전략에 관한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사람 중심 AI’ 기틀을 마련한 이래, 문재인 정부는 2019년 말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 아래 2030년까지 3대 분야에 걸친 9대 전략을 제시하였다.4)
이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한국의 AI 기술정책 현황과 도전과제를 정리하는 데 집중해 왔다. 예컨대 김송죽(2021)은 알파고 이후 주요국들이 국가적 AI 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한국이 2019년 9개 전략을 발표하여 본격 실행에 들어갔다고 전하였다.5)
2) Jiyul Kim(2014) Strategic Culture of the Republic of Korea, Contemporary Security Policy 35(2).
3) Andrew L. Oros(2014) Japan’s Strategic Culture: Security Identity in a Fourth Modern Incarnation?, Contemporary Security Policy 35(2).
4) 김송죽(2021) 「인공지능 기반 사회에 대비한 한국의 현황과 전략」 한국과 국제사회 제5권 제4호, pp. 171-202.
5) 김송죽, 위의 논문.
윤정현(2025) 연구는 미중 AI 패권 경쟁과 AI 복합안보 시대의 맥락에서, 한국이 AI 공급망 주요 부문 에서의 비교우위와 ‘AI 중견국’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해야 함을 강조했다.6)
또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이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능동적 중견국 전략을 수행하 기 위해 컴퓨팅 인프라 확보, 인적자원 강화, 책임 있는 거버넌스 형성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하였다.
일본의 AI 국가전략에 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으나, 최근 출범한 일본 정부 의 AI 기본계획(2025)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AI’를 강조하며 “세계에서 AI 개 발・활용이 가장 용이한 국가”를 목표로 두고 있다.7)
선행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특히 고성능컴퓨팅(HPC)과 기초연구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여 AI 전용 슈퍼컴퓨터 (ABCI 3.0)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8)
예를 들어 INSS 보고서는 일본이 AIST 주도로 초대형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해 국가 AI 인프라를 내재화하고, AI 거버넌스 법제화를 통해 산업 표준과 규범을 선점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9)
한일 AI 전략 연구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주로 정책 보고서와 정부 자료를 기반으로 국가적 추진 전략을 제시하는 실증적 접근이 많다. 반면 일본 연구는 정부 발표 자료 해설이나 기업・산업 차원의 논의가 주를 이루며, 학술지에 게재 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두 나라의 AI 전략 비교를 다룬 연구에서는 양국 정부가 단계적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되 전략적 초점이 상이함을 지적한 바 있다.10)
6) 윤정현(2025) 「한국형 소버린 AI 국가전략의 모색」 INSS 전략보고 제349호.
7) 内閣府 人工知能基本計画~「 閣議決定), 第1章「基本構想」 信頼できるAI」による「日本再起」 ~(令和7年12月23日
8) 国立研究開発法人 産業技術総合研究所(産総研) 「大規模AIクラウド計算システムABCI 3.0の一般提供を開始」(2025年1月20日).
9) 윤정현, 앞의 논문.
10) 말리폴 시라 외 2명 (2025) 「Comparison of AI Transformation Policy Directionality in Korea and Japan」 경영학 연구 제54권 제6호, pp. 1989-2016.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반도체 제조업 기반의 ‘수직적 통합’형 산업전 략을 구사하는 반면, 일본은 고령화・재해 대응 등 사회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사회 중심적’ 접근을 취한다.
이러한 분석들은 양국 전략이 공통된 발전단계를 밟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각국의 역사・정체성에 뿌리를 둔 전략문화 측면까지는 살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포괄안보 관점에서 AI 전략을 조명한 기존 문헌들은 대부분 이론 적 틀 제시에 그쳤다.
신치범・최재혁(2025)은 ‘AX 시대’라는 개념 아래 AI가 불러온 안보 구도의 변화를 알고리즘 전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정립하 고자 했지만, 이 연구는 미중 중심의 거시적 논의로서 한일 양국 비교분석에는 미치지 못한다.11)
전반적으로 기존 연구는 AI 기술의 안보적 영향력을 DIME(외 교・정보・군사・경제) 모델 등에서 종합하려 했지만, 국가별 전략문화나 구성 주의적 인식 변수가 어떻게 전략에 투영되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선행연구는 미중 패권 경쟁과 기술・규범 경쟁 같은 구조적 차원에 집중됐으며,12) 국가별 전략문화의 비교분석이나 한일 간 차이를 밝히는 데는 공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11) 신치범・최재혁(2025) 「AX 시대의 알고리즘 전쟁과 한국형 포괄안보 전략」 한국군사 학논총 제14권 제4호, pp. 33-56. 12) 김상배(2025) 「미중 인공지능 패권경쟁과 한국: 국제정치의 전환과 중견국의 국가전략」 � �국가전략 제31권 제2호(통권 112호), pp. 101-132.
따라서 본 연구는 전략문화를 독립변 수로 조작화하여 한일 AI 국가전략의 정책 설계 양식을 체계적으로 비교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정책 중심 비교 연구를 보완하는 해석적 비교틀을 제시한다 는 점에서 독창성이 있다.
다만 본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기보다, 기존의 전략문화론과 구성주의 이론을 AI 국가전략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적용・ 확장한 연구임을 밝혀둔다.
특히 기존 연구들은 한일 AI 전략의 차이를 산업구조, 정책 우선순위, 정부의 추진체계 차원에서 기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왜 유사한 외부 압력과 기술경쟁 환경 속에서도 양국이 상이한 제도화 경로를 선택하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본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 문제의식을 두고 논의를 전개한다. 동일한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외생적 조건 아래에서도 한국이 비교적 신속하고 집중적인 제도화 경로를 택하고, 일본이 원칙 중심의 유연한 운영 체계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지 정책 선택의 차이가 아니라, 국가가 기술과 위험, 정부의 역할을 인식하는 방식의 차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전략문화는 단순한 보충 설명 변수가 아니라, 한일 AI 전략의 차이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데 유용한 분석 틀이다.
2.2. 이론적 고찰과 분석틀
①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과 전략문화 개념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은 국가 행동을 물질적 힘이나 구조로만 설명하는 실증 주의 이론들과 달리, 국가 정체성과 사회적 규범, 관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Wendt를 비롯한 구성주의 학자들은 국가가 서로에 대해 갖는 위협 인식과 이해 관계가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13)
다시 말해 “적과 동 지, 위협과 이익은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식에 따라 만들어진다”라 는 관점이다.
이러한 구성주의 시각에서는 기술에 대한 국가전략 역시 단지 경 제・안보의 객관적 논리만이 아니라, 그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 역사적 서사의 영향을 받는다.
기술을 바라보는 집단 기억과 담론이 정책 선택을 규정한 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략문화 개념이 유용하다.
전략문화란 한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집단적 사고와 행동 양식의 패턴을 의미한다.
초창기 전략문화 연구를 제기한 Snyder 등의 정의에 따르면, 전략문화는 “한 국가가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학습한 안보 개념과 군사적 행동 양식의 총체”이 다.14)
13) Alexander Wendt(1992) “Anarchy is what states make of it: the social construction of power politics,”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46, No. 2, pp. 391-425.; Peter J. Katzenstein (ed.)(1996) The Culture of National Security: Norms and Identity in World Politics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pp. 1-32.
14) Jack Snyder(1977) The Soviet Strategic Culture: Implications for Nuclear Options, RAND, p. 8.
다시 말해 오랜 시간 누적된 역사 경험과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 신념 체계로서, 국가의 위협 인식과 대응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전쟁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국가는 공격에 민감한 경향의 전략문 화를 갖게 되고, 평화로운 환경을 경험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신중하거나 방어적 인 전략문화를 가질 수 있다.
전략문화는 국가 정체성의 일부로서 안보 딜레마에 대한 태도, 군사력 사용 선호도, 동맹과 국제규범에 대한 인식 등에 영향을 미친 다.
또한 전략문화는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쉽게 변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위협이 나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점진적 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전략문화 개념을 구성주의 이론과 결합하여, 한국과 일본의 AI 국가전략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변수로 활용한다.
구성주의 이론과 전략 개념으로 한일 양국을 비교분석하면, 한국은 산업화와 대외 안보 위협의 역사 속에서 국가 주도형 발전 전략과 신속한 위기관리를 선호하는 문화가 형성되었고, 일본은 장기간 안정과 조화를 중시하며 점진적 변화를 선호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본 논문은 이 전제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② AX 시대의 포괄안보 개념과 기술안보
‘AX’란 AI 기반의 대전환(AI Transformation)을 가리키는 용어로, AI 기술이 사회 전반에 촉발하는 총체적 변화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AI 발전은 단순히 정보 처리 효율을 높이는 도구적 수준을 넘어, 군사・안보 영역까지를 포괄하는 “알고 리즘 전쟁”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이는 전통적 안보 개념의 범위를 기술・경제・ 사회 영역까지 확장하며,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다.
포괄안보란 이러한 안보 개념 확장의 맥락에서 국가 생존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광의의 안보 개념을 말한다.
냉전 시기 일본 오히라 수상이 주창한 포괄안보는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경제, 자원・식량, 기술・사이버, 환경・인구 등 비전통적 위협까지 포괄하는 접근이다.
오늘날 AX 시대의 도래로 AI 기술이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사이버 안보, 여론전, 심리전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AI는 국가안 보 전략의 핵심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시 말해 AI 정책은 과거의 ICT 진흥 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생존과 번영을 좌우할 안보 전략의 한 축으로 진화하 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AI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기술로 규정하고, 최고 정책문서에서 AI 분야를 핵심 안보 이슈로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한국 「국가AI전략」(2019)이나 일본 「AI전략」(2019~2022) 등에서 AI를 안보와 연결된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AI 윤리와 신뢰성 확보, 한일 전략문화와 AI 국가전략 / 신치범 59 AI 인재 확보를 안보적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③ 연구 분석틀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연구 분석틀을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본 연구는 전략문화를 독립변수, AI 국가전략의 정책 설계 양식을 종속변수로 설정한다.
여기서 전략문화는 추상적 문화 서술이 아니라, 국가가 기술정책을 설계할 때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인지・규범적 성향으로 조작화한다.
구체적으로 는
① 기술과 국가발전에 대한 정체성 인식(Katzenstein 1996의 정체성—이익 연계 논의에 근거),
② 정책 결정에서 우선시되는 규범(Wendt 1992의 규범—행위 구성 논의에 근거),
③ 속도・축적・합의에 대한 시간지향(Snyder 1977의 전략문 화 경로의존성 논의에 근거),
④ 국가와 민간의 역할 배분에 관한 국가 역할관 (Mazzucato 2015의 기업가적 국가 논의에 근거),
⑤ 위험 통제와 혁신 촉진의 균형을 둘러싼 규제철학(Abbott & Snidal 2000의 하드・소프트 로우 논의에 근거) 의 다섯 차원으로 구분한다.
종속변수인 AI 국가전략의 정책 설계 양식은 ① 산업전략, ② 법・제도 설계, ③ 거버넌스 구조로 나누어 분석한다.
산업전략에서는 정책 목표의 제시 방식, 자원 배분의 집중도, 인프라 구축의 우선순위를 본다. 법・제도 설계에서는 규율 의 정밀도, 의무 부과 방식, 위험관리와 혁신 촉진의 균형을 살핀다.
거버넌스 구조에서는 컨트롤타워의 위상, 부처 간 조정 방식, 민간 참여의 제도화 수준을 비교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정책문서와 제도자료의 표현, 구조, 집행체계를 읽어냄으로써, 전략문화의 차이가 정책 설계 양식의 차이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해석적으로 검증한다.
본 연구는 전략문화의 다섯 차원 중 정체성・규범・시간지향은 산업전략의 목표 설정과 자원 배분 방식에, 국가 역할관과 규제철학은 법・제도 및 거버넌스 설계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된다고 본다.
<표 1> 연구 분석틀 :생략 (첨부논문파일참조)
<표 1>은 전략문화를 추상적 문화 범주가 아니라 정책문서와 제도 설계에서 관찰 가능한 비교 지표로 전환하기 위한 조작화 틀이다. 본 연구는 이 표를 기준 으로 한일 AI 국가전략의 차이를 문헌과 제도자료를 통해 해석적으로 비교한다.
3. 한일 AI 국가전략 비교: 산업전략, 법・제도, 거버넌스
본 장은 분석틀에 따라 독립변수인 한일 전략문화의 유형이 AI 국가전략의 정책 설계 양식(산업전략, 법・제도, 거버넌스)을 어떻게 분기시키는지 비교한 다.
비교의 핵심은 ‘투자와 육성(산업전략)’—‘규율과 위험관리(법・제도)’—‘조 정과 책임 배분(거버넌스 구조)’의 3축이 어떻게 제도화되는가에 있다. 물론 한일 AI 전략의 차이는 전략문화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양국의 산업구조, 정치제도, 관료제 전통, 기술기업 생태계, 대외전략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본 장의 관심은 그러한 구조적 조건 자체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외부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국이 어떠한 정책 언어와 제도화 방식, 조정 메커니 즘을 선택하는가에 있다.
즉 본 연구는 구조적 변수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도, 그 구조가 실제 정책 설계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전략문화가 방향과 리듬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분석한다.
3.1. 산업전략
한국은 AI 산업 육성에 있어 국가 주도의 전략적 투자와 정책 패키지를 통해 민간 혁신을 견인하는 경로를 강화해 왔다. 이는 국가가 목표・인프라・제도・ 수요를 결합해 시장 형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적 국가(Entrepreneurial State)’ 논의와 접점을 갖는다.15)
실제로 2019년 발표된 인공지능 국가전략은 비전으로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를 제시하고, 목표를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로 인한 지능화 경제효과 창출’, ‘삶의 질 제고(세계 10위권)’ 등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3대 분야・9대 전략・100대 실행 과제를 제시해 인재, 데이 터・컴퓨팅 등 인프라, 제도 기반, 사회 전반 활용 확산을 포괄하는 범정부 정책 틀을 구성하였다.16)
15) Mariana Mazzucato(2015) The Entrepreneurial State: Debunking Public vs. Private Sector Myths (Anthem Press), pp. 23-27.
16) 관계부처 합동(2019) 「인공지능 국가전략(National Strategy for Artificial Intelligence)」, pp. 11-44.
이후 한국은 디지털 전환 정책을 통해 데이터 구축과 클라우 드・디지털 인프라 확대를 병행하며 AI 산업 기반을 넓히는 방식으로 정책을 진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전략 분야를 특정하고 자원을 집중하여 ‘단기간 스케일업’ 을 노리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다만 예산 규모의 국제 비교는 집계 범위(‘AI 관련 예산’ vs ‘첨단기술/디지털 예산’), 회계연도, 환율 적용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본 연구에서는 단순 달러 환산치보다 정책 설계(집중 분야・수단・집행 구조)의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2026년 「대 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인공지능 기본계획 2026~2028)을 공식화하면서, 정 책 프레임을 “AI 3대 강국 도약”으로 명시하고 실행체계 중심의 행동계획을 제시 하였다.
해당 계획은 ‘AI 혁신 생태계 조성—범국가 AI 기반 대전환—글로벌 AI 기본사회 기여’의 3대 정책축과 12대 전략 분야 등으로 구성되며, GPU 인프 라・데이터센터・클러스터 등 대형 인프라 및 산업 AX(전환) 촉진의 방향성을 분명히 한다.17)
요컨대 한국의 산업전략은 국가 목표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대형 프로젝트・ 인프라・제도 정비를 결합해 민간의 투자・개발・활용을 ‘끌어당기는’ 형태로 제도화되어 왔다.
이에 반해 일본의 AI 산업전략은 민관협력 하의 점진적 발전 모델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일본은 「AI戦略 2022」에서 Society 5.0의 구현과 SDGs 기여를 전제로 인재・산업경쟁력・기술체계・국제・위기대응 등 전략목표를 설정하고, 사회 구현 중심의 확산과 조정에 무게를 두었다.18)
즉 최첨단 모델 개발 경쟁만을 전면에 세우기보다, 산업 전반・지역・중소기업 등 ‘저변’에서의 활용역량을 끌 어올리는 방향으로 설계가 강조된다. 또한 일본은 2025년 「AI Basic Plan」에서 “세계에서 가장 AI 활용하기 좋은 나라(the most AI-friendly country in the world)”를 목표로 제시하고, “Trustworthy AI”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성장・혁신과 위험관리의 균형을 정책 원리로 명확히 하였다.19)
17)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2026)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인공지능 기본계획 2026~ 2028)」.
18) 内閣府(2022) 「AI戦略2022」(統合イノベーション戦略推進会議決定). pp. 1-39.
19) Cabinet Office, Government of Japan(2025) Artificial Intelligence Basic Plan (Cabinet Decision, Dec 23, 2025).
이는 일본이 민간이 안심하고 투자・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신뢰・ 안전・가이드라인・조정 메커니즘)과 사회문제 해결(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 등) 에서 AI의 활용을 전략적으로 결합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종합하면 한국의 산업전략은 국가가 목표를 선명하게 설정하고 자원을 집중 투입하여 단기간 내 산업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압축형 성장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일본의 산업전략은 사회문제 해결과 산업 저변 확산을 병행하면서, 민간이 활용하기 쉬운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구축하려는 ‘축적형 성장 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정책 기법의 차이가 아니라, 기술혁신을 둘러싼 시간지향과 국가 역할관의 차이, 곧 한국의 ‘속도・동원 지향’과 일본의 ‘지속・합의 지향’이 산업정책 영역에서 제도화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3.2. 법・제도
AI 기술을 규율하는 법・제도 영역에서 한일 양국은 모두 국가 차원의 제도화를 본격화하고 있으나, 규율의 방식과 운영 철학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기본법과 시행 규범을 통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제도적 틀을 구체화하고, 이를 산업 진흥 및 안전 확보와 결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법률을 통해 국가 추진체계를 정립하되, 구체적 적정성 확보는 기본계획과 지침, 이해관계 자 조정을 통해 유연하게 운영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한일 법・제도 차이는 단순한 하드 로우(Hard Law) 대 소프트 로우(Soft Law)의 이분법이라기보다, ‘관리 형 제도화’와 ‘원칙형 운영’의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20)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은 2025년 1월 제정되어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되었고, 현행 법령 기준으로는 2026년 1월 일부개정 사항까지 반영되어 있다.21)
정부는 이 법을 국가 인공지능 거버넌 스의 법제화, 산업 활성화와 인프라 조성, 그리고 안전・신뢰 기반 확보를 함께 담은 기본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시행 단계에서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의 구성・운영, 인공지능책임관 협의회, 지원단 등 거버넌스 구조와 함께, 고영향 AI・생성형AI 관련 고지・표시・안전성 확보 의무가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되었 다.
다만 정부는 최소 1년 이상 규제 유예, 지원데스크 운영, 기업 대상 컨설팅을 병행함으로써, 법률의 강행성과 시장의 적응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22)
20) Kenneth W. Abbott & Duncan Snidal(2000) “Hard and Soft Law in International Governance,” International Organization, Vol. 54, No. 3, pp. 421-456. 여기서 하드 로우 (hard law)는 국제규범이 의무성(obligation), 명확성(precision), 위임성(delegation)의 세 차원에서 모두 높은 수준으로 제도화된 형태를 의미한다. 반면 소프트 로우(soft law)는 이들 세 차원 가운데 하나 이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규범적 배열을 가리킨다.
21)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시행 2026.1.22.] [법률 제20676호, 2025.1.21., 제정; 법률 제21311호, 2026.1.20., 일부개정] (https://www.law.go.kr/LSW/lsRvsDocListP.do?chrClsCd=010202&lsId=014820&lsRvsGub un=all, 검색일: 2026.2.22.).
22) 과학기술정보통신부(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인공지능기본법’ 22일 시행…생성형 AI 결과물 ‘워터마크’ 표시 의무」, 2026.1.21.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 newsId=148958380, 검색일: 2026.2.22.).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최신 AI 법제는 단순한 경직적 규제가 아니라, 기본법— 시행령—가이드라인—지원체계가 결합된 ‘관리형 하드 로우’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2026년 1월 제9차 운영위원회와 2026년 2월 제2차 전체회의에서 「대한민 국 인공지능행동계획(인공지능 기본계획 2026~2028)」, 관련 입법과제, AI정부 인프라 거버넌스가 함께 논의・의결되었다는 점은, 한국의 법・제도가 독립된 규범 체계라기보다 최신 행동계획의 이행을 뒷받침하는 통치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23)
반면 일본은 2025년부터 AI 법제를 본격 제도화했지만, 그 설계 방식은 한국과 결이 다르다. 일본의 AI법, 즉 「인공지능 관련 기술 연구개발 및 활용의 추진에 관한 법(人工知能関連技術の研究開発及び活用の推進に関する法律)」은 2025년 6 월 4일 공포・일부 시행되었고, 같은 해 9월 1일 전면 시행되었다.
내각부의 법률 개요에 따르면, 이 법은 국민생활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AI전략본부(본부장: 내각총리대신)와 AI기본계획을 중심으로 국가 추진체계를 제도화한다. 동시에 연구개발, 인프라, 인재, 국제규범 참여, 지침 정비, 사업자 협력의무 등을 규정하지만, 한국식의 상세한 사전규제・제재 구조를 전면에 두 지는 않는다.24)
이 일본식 접근은 2025년 12월 각의에서 결정된 「인공지능 기본계획(人工知能 基本計画)」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이 문서는 “신뢰할 수 있는 AI(信頼できるAI)” 를 축으로 삼아 “세계에서 가장 AI를 개발・활용하기 쉬운 나라”를 지향하고, “이노베이션 촉진과 리스크 대응의 양립”, “기민한(agile) 대응”, “내외 일체의 정책 추진”을 3원칙으로 제시한다.
또한 인구감소, 투자 부족, 노동시장 문제 등 일본의 구조적 난제를 AI 활용과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한다.
즉 일본의 법제는 위험을 세세히 법문으로 통제하기보 다, 활용 확대와 위험 대응을 병행하는 운영 체계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둔다.25)
23) 대통령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26.1.8.) 제9차 운영위원회」(https://aikorea.go.kr/ web/board/brdDetail.do?menu_cd=000022&num=273, 검색일: 2026.2.22.).
24) 内閣府 「人工知能関連技術の研究開発及び活用の推進に関する法律(AI法)の概要」, 2025, p. 1.(https://www8.cao.go.jp/cstp/ai/ai_hou_gaiyou.pdf, 검색일: 2026.2.22.).
25) 内閣府 「人工知能基本計画(概要)~信頼できるAIによる日本再起~」(令和7年12月 23日 閣議決定), pp. 1-2 (https://www8.cao.go.jp/cstp/ai/ai_plan/aiplan_g_20251223.pdf, 검 색일: 2026.2.22.).
이 경향은 AI법 제13조에 근거한 2025년 지침, 즉 「인공지능 관련 기술 연구개 발 및 활용의 적정 확보에 관한 지침(人工知能関連技術の研究開発及び活用の適 正性確保に関する指針)」에서 구체화된다.
이 지침은 “신뢰할 수 있는 AI” 실현 을 위해 사업자와 국민 등 모든 주체의 자주적・능동적 노력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각 주체가 자신의 규모・지위・AI 리스크와 당시의 기술・지식 수준을 고려해 적절한 수준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일본이 일률적 강행규범보다 리스크 기반의 상황에 부합한 대응을 제도 원리로 삼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26)
26) 内閣府(人工知能戦略本部) 「人工知能関連技術の研究開発及び活用の適正性確保に関 する指針」(令和7年12月19日 人工知能戦略本部決定), p. 1 (https://www8.cao.go.jp/cstp/ ai/ai_guideline/ai_gl_2025.pdf, 검색일: 2026.2.22.).
요컨대 한국의 AI 법・제도는 국가가 책임과 질서의 틀을 비교적 선명하게 설정한 뒤, 지원체계와 유예 장치를 통해 시장 적응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 다.
반면 일본의 AI 법・제도는 국가가 기본 방향과 정책 원칙을 제시하고, 실제 적용의 적정성은 지침과 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유연하게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자가 선제적 명문화와 통치 인프라 구축에 강점을 가진다면, 후자는 제도 운용의 탄력성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에 강점을 가진다. 이 차이는 곧 한국의 ‘명문화・선제 지향’과 일본의 ‘원칙・유연 지향’이라는 전략문화적 차이가 법 제 설계에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3. 거버넌스 구조
AI 정책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 측면에서도 한일 간에 뚜렷한 대비가 나타난다.
한국의 거버넌스 모델은 중앙집권적 일원화로 요약된다.
대통 령 혹은 국무총리 산하에 범정부 컨트롤타워 위원회를 설치하고, 모든 부처의 전략과 예산을 이 위원회가 조율・통합하는 구조다.
AI 분야에서도 2017년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태스크포스(위원회 기반 범정 부 조정)의 경험이 누적된 가운데,27) 2019년에는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관계부 처 합동 체계를 가동해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수립・발표했고,28) 이후 2024년 8월 대통령령으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설치되었다가,29) 2025년 9월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로 재정비되는 변천을 보였다.30)
이러한 일원화 구조 하에서 부처 간 이견 조정은 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이루어 지며, 탑다운(top-down) 의사결정으로 정책에 속도가 붙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한국은 AI 정책에서 과기정통부를 중심으로 산업부, 교육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를 묶어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단기간에 도출해냈다.31)
27)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8250호, 2017.8.22. 제정; 현행), 제2조(설치 및 기능).(https://www.law.go.kr/LSW/lsInfoP. do?lsId=012976, 검색일: 2026.2.23.)
28) 관계부처 합동(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AI) 국가전략 발표」(보도자료, 2019. 12.17.) (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366736, 검색일: 2026. 2.23.)
29)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 령 제34787호, 2024.8.6. 제정)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264599, 검색 일: 2026.2.23.)
30)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 통령령 제35735호, 2025.9.4. 제정; 종전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규정’ 폐지), 제2조(설치 및 기능) 등 (https://www.law.go.kr/LSW/lsInfoP.do?lsiSeq=273611, 검색일: 2026.2.23.)
31) 관계부처 합동(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AI) 국가전략 발표」.
2019년 AI 국가전략 수립 시에도 관계부처 합동 방식으로 3대 분야・9대 전략・100대 실행과제를 담은 종합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중앙집권・탑다운 방식은 민간의 직접적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위원회에는 민간 전문가도 일부 위촉되나, 결정권은 주로 정부 측에 있고 의사결정 속도상 폭넓은 민간의견 수렴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전략문화상 국가 주도 정책 추진에 대한 신뢰와도 관련이 있는데, 정부 주도로 빠르게 추진하고 사후에 보완하는 방식이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거버넌스는 위기 시 기민한 대응을 가능케 하나, 정책의 사회적 합의와 현장 적용성 면에서 부족을 초래할 수 있어 최근 민관협력 거버넌스 보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한국의 AI 규범 기반은 2025년 1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제정(2026년 1월 시행)으로 제도화되면서, 거버 넌스가 ‘진흥’뿐 아니라 ‘신뢰・안전’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책무가 강화되 었다.32)
일본의 거버넌스 모델은 다중중심적 분산 구조로 특징지어진다.
일본 역시 2023년 내각부를 중심으로 전문가 중심의 “AI전략회의(AI戦略会議)” 및 관계부 처 “AI전략팀”을 축으로 정책을 논의・조정해 왔으나, 2025년 AI법 전면 시행 (2025.9.1)과 함께 내각(총리) 산하의 법정기구인 “인공지능전략본부(人工知能戦 略本部)”를 가동하여 총리 중심 조정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였다.33)
그럼에도 운영 방식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중요한 정책 사안에 관련 부처들이 합의제 형태로 참여하 는 회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며, AI 정책도 내각부의 종합적인 조정 아래 경제산업 성, 총무성, 문부과학성, 방위성 등 여러 부처가 각자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를 취한다.34)
예를 들어 산업 진흥은 경제산업성이, R&D 예산은 문부과학성이, AI 윤리와 교육은 총무성과 문부과학성이, 군사적 활용은 방위성이 각각 소관하 며, 내각부가 이를 전반 조율하는 식이다. 또한 주요 정책 형성 과정에서 산・ 학・연 전문가 협의, 통일적 가이드라인 마련, 이해관계자 연계(멀티스테이크홀 더) 등을 중시하여, 정책 결정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점진적 정책 형성을 선호한다.35)
32)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법률 제20676호, 2025.1.21. 제정; 2026.1.22. 시행) (https://www.law.go.kr/lsInfoP.do?lsiSeq= 268543, 검색일: 2026.2.23.) 33) 内閣府 「統合イノベーション戦略2023」(令和5年6月9日 閣議決定) (https://www8.cao.go.jp/ cstp/tougosenryaku/togo2023_honbun.pdf, 검색일: 2026.2.23.)
34) 内閣府 「AI法 全面施行―次なるフェーズへ―」(2025.10.3.) (https://www.cao.go.jp/press/ new_wave/20251003.html, 검색일: 2026.2.23.)
35) 総務省・経済産業省 「AI事業者ガイドライン(第1.0版)概要」(令和6年4月19日) (https://www. meti.go.jp/shingikai/mono_info_service/ai_shakai_jisso/pdf/20240419_2.pdf, 검색일: 2026. 2.23.); 内閣府(人工知能戦略本部) 「人工知能関連技術の研究開発及び活用の適正性確 保に関する指針」(2025.12.19.) (https://www8.cao.go.jp/cstp/ai/ai_guideline/ai_gl_2025.pdf, 검색일: 2026.2.23.)
이러한 바텀업(bottom-up) 거버넌스는 조정에 시간이 소요되고 부처 간 이해 조율이 어려울 수 있으나, 일단 합의된 정책은 현장 수용도가 높고 일관성 있게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거버넌스를 요약하면, “합의를 통한 지속”에 방점이 찍힌 구조로, 이는 “속도를 통한 돌파”를 중시하는 한국과 대비된다. 일본의 AI 정책문서가 “관계자 와 연계한 공창(共創)을 통해 이노베이션 촉진과 리스크 완화를 양립”하는 틀을 강조하고, 실제 정책 집행도 업계・아카데미아・시민사회의 참여를 전제하는 것은 이러한 거버넌스 문화의 반영이다.
한편, 미중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도 보다 신속한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2025년 AI법 전면 시행과 인공지능전략본부 가동을 통해 총리 중심 조정 체계를 강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일본 정책 결정은 “합의제 민주주의” 전통 속에 이루어진다. 종합하면 한국의 AI 거버넌스는 대통령 직속 또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중심 으로 한 일원화・집중조정 구조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과 집행을 추구하는 경향 이 강하다.
반면 일본의 AI 거버넌스는 총리 중심 조정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부처 간 역할 분담과 이해관계자 협의를 중시하는 분산・협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자가 정책 추진의 속도와 명령 일관성에서 강점을 보인다면, 후자는 정책의 사회적 수용성과 지속성에서 강점을 가진다.
이 차이는 단지 조직구조의 차이가 아니라, 국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인식 차이, 곧 ‘속도를 통한 돌파’와 ‘합의를 통한 지속’이라는 전략문화의 차이가 거버넌스 구조로 번역된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분석은 산업구조나 정치제 도와 경쟁하는 배타적 설명이 아니라, 그러한 제도적 조건들이 정책 리듬과 운영 방식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분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상의 비교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표 2>와 같이 한국과 일본의 AI 전략 설계 양식은 전략문화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다음 장에서는 한국 AI 전략에 대한 실천적 시사점을 도출한다.
<표 2> 한일 AI 국가전략 정책 설계 양식 비교: 생략(첨부논문파일참조)
4. 한국 AI 전략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
한국은 속도와 집중, 국가 주도의 강점을 통해 초기 추진력과 자원 동원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경직성, 사회적 합의 부족, 현장 적응성 의 한계가 병존한다. 반대로 일본은 조정과 지속, 원칙 중심 운영을 통해 제도의 안정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장점을 보이지만, 대응의 신속성과 과감성에서는 제 약을 받는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전략적 시사점은 일본 모델의 단순 모방이 아니라, 한국형 속도전 모델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장기성・유연성・참여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도출되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네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이 네 가지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제도화 방식의 유연화와 민관 거버넌 스의 개선이며, 전략문화 인식의 조정은 이를 뒷받침하는 상위 조건이라 할 수 있다.
4.1. 전략문화 인식의 조정
한국 AI 전략의 첫 번째 과제는 ‘속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 중심 전략문화가 장기 혁신 정책에서 어떤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 있는지를 성찰하고 이를 조정하는 데 있다.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로 대변되는 속도전 전략문화를 통해 단기간 성과 창 출과 선도적 입지 확보에 유리한 면이 있다.
그러나 과도한 속도 추구는 과속으로 인한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법과 제도를 세계 최초로 빨리 만들었지만 정작 기술 변화에 뒤처져 경직성이 발생하거나 혁신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이미 제기된다.36)
따라서 전략문화 자체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위기 시 동원력과 결단력을 강점으로 삼았지만, AI와 같은 지속적 혁신 분야에서는 장기 적 안목과 유연한 사고가 필수적이다.
일본의 “지구전”식 문화가 지닌 호흡의 길이와 세밀한 사회적 조율의 지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 전략문화의 장점인 민첩한 추진력을 살리되, 과도한 속도 압박을 자제하고 장기 비전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보다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문화적 인식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AI 정책은 수년간의 프로젝트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과제인 만큼, 초기 속도가 중요하더라도 꾸준한 시민적 신뢰와 참여 속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현명하다.
4.2. 제도화 방식의 변화
두 번째 과제는 기본법 중심의 선제적 제도화라는 장점을 유지하되, 기술 변화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적 운영 장치를 제도 내부에 구조화하는 것이다. 한국은 하드 로우 중심의 법제화 전략으로 AI 거버넌스의 틀을 신속히 갖추었 으나, 앞서 논한 대로 그 경직성으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도 내포한다. 이를 보완 36) 「AI기본법 세계 첫 전면 시행…현장은 적용 기준 주시」 연합뉴스2026.1.22. (https:// www.yna.co.kr/view/AKR20260121145100017, 검색일: 2026.2.24.). 한일 전략문화와 AI 국가전략 / 신치범 71 하기 위해 제도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신기술의 시험적 적용을 보장하고, 기업들이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실험공간을 넓혀주어야 한다.
이미 도입된 AI 분야의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법이 커버하지 못하 는 새로운 기술도 자유롭게 시험해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37)
둘째, 단계적・탄력적 규제 시행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AI 기본법상의 일부 의무 조항에 대해 유예기간(grace period)을 부여하거나 벌칙 적용을 순차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시장에 적응 시간을 제공하고 혁신 위축을 방지해야 한다.
이는 규제를 졸속으로 완화하라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충격을 완화하는 운영상의 지혜를 발휘하자는 뜻이다.38)
셋째, 현행 법・제도의 주기적 업데이트를 제도화해야 한다. AI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므로 1~2년 주기의 정례 평가와 법령 개정을 통해 ‘살아있는 규제’ 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법률 부칙에 “시행 후 지속적 검토・개선”을 명문화한 것처럼, 한국도 AI 기본법 시행 이후 후속 입법 보완과 개정을 계획적으 로 추진해야 한다.39)
37) ICT 규제샌드박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제도 안내(신속처리・임시허가・실증특례 등)(https://www.sandbox.or.kr/, 검색일: 2026.2.25.).
38) 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제정책자료) 「AI G3의 기틀인 ‘인공지능기본법’ 시행」, 2026. 1.21.(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76147, 검색일: 2026.2.25.).
39) 参議院 立法と調査 「AI法案をめぐる国会論議」(No.478, 2025.9.), pp. 6-7. (https://www. sangiin.go.jp/japanese/annai/chousa/rippou_chousa/backnumber/2025pdf/20250929003.pdf, 검색일: 2026.2.25.).
이러한 제도적 유연화 노력은 한국 전략문화의 본질주의적 규제관에 일부 반하는 것일 수 있으나, 기술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적 적응력을 기르는 차원에서 필수적이다.
4.3. 민관 거버넌스의 개선
세 번째 과제는 국가 주도형 거버넌스의 집행력은 유지하되, 민간의 창의성과 현장 지식을 정책 형성 과정에 제도적으로 흡수하는 다층적 거버넌스로 진화하 는 것이다.
한국 AI 정책 거버넌스의 톱다운 일원화 모델은 초기 추진력 면에서 효과적이 었으나, 민간의 창의성과 현장 지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지적되었 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관 소통 채널을 다층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산・학・연 협의체를 공식 거버넌스 구조에 연결해야 한다.
현재도 국가 AI전략회의 등에 일부 민간위원이 참여하지만, 이해당사자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할 별도 협의 플랫폼이 부족하다.
일본의 경우 각 부처 및 지역 단위에 산학 관계협의회(産学官連携協議会) 등의 형태로 지속적인 의견수렴 창구가 운영된다.
한국도 AI 윤리, 데이터 거버넌스, 인재 양성 등 세부 분야별로 산업계・학계・시 민대표가 참여하는 분과위원회를 상설화하여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직접 투입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40)
둘째, 지역 거버넌스와의 연계를 높여야 한다. 한국은 전국적 AI 클러스터(광주 등)를 구축 중인데, 중앙위원회 결정이 현장에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방식이 아니 라 지역별 자율성과 창의를 반영하도록 권한 이양이 요구된다.
예컨대 지역 AI 혁신거점에는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특례나 사업 권한을 부여하고, 그 운영 결과를 중앙 정책에 피드백하는 양방향 거버넌스를 고려할 수 있다.41)
40) 総務省・経済産業省 「AI事業者ガイドライン(第1.0版)概要」(2024.4.19.)(https://www.meti. go.jp/shingikai/mono_info_service/ai_shakai_jisso/pdf/20240419_2.pdf, 검색일: 2026.2.25.); 内閣府 「中間とりまとめ」(AI制度研究会 관련), p. 4 (https://www8.cao.go.jp/cstp/ai/interim_ report.pdf, 검색일: 2026.2.25.)
41)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지역혁신사업(광주 인공지능(AI)집적단지 등) 현장방문」(2021. 6.16.)(https://www.korea.kr/briefing/pressReleaseView.do?newsId=156456798, 검색일: 2026. 2.25.).
셋째, 국민 참여와 소통 강화도 중요하다.
AI 정책은 기술적 사안일 뿐 아니라 사회 변혁을 수반하므로, 일반 국민의 인식과 수용도가 성공의 관건이다.
일본이 AI 정책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와 윤리원칙 공개 토론회 등을 병행하며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한국도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참여형 거버넌스를 도입함으로써, 정책의 정당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42)
42) 内閣府 「中間とりまとめ」, pp. 4-5. (https://www8.cao.go.jp/cstp/ai/interim_report.pdf, 검색 일: 2026.2.25.); 総務省・経済産業省 「AI事業者ガイドライン(第1.0版)本編」(2024.4.19.) (https://www.meti.go.jp/shingikai/mono_info_service/ai_shakai_jisso/pdf/20240419_1.pdf, 검색일: 2026.2.2.5).
요컨대 민관협력의 제도화가 한국 AI 전략의 내실을 다지는 열쇠이며, 이를 통해 속도전의 빈틈을 메우는 창의・협력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4.4. 한미일 기술안보 협력의 보완
네 번째 과제는 한미일 기술안보 협력을 단순한 외교적 구호가 아니라, 국내 AI 전략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제도적 외부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AI 시대의 전략 환경은 국제적 협력과 경쟁이 교차하는 장으로서, 한국이 미일 과의 기술안보 동맹을 어떻게 활용・발전시킬지도 중요하다.
한일 간 전략문화 차이는 때로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해왔지만, AI라는 공통 과제 앞에서는 상호보 완적 협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우선, 한미일 3국 공조체제 내에서 한국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 기여하고 약점은 동맹의 지원을 통해 보완하는 전략이 요구 된다.
예컨대 한국이 빠른 기술 적용과 인프라 구축 능력을 제공한다면, 일본은 윤리 적・사회적 합의 형성 경험을 공유하고, 미국은 첨단 R&D 역량과 글로벌 표준 영향력을 제공하여 삼자 간 상생(win-win)을 도모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3국이 AI를 포함한 첨단기술의 안전 하고 신뢰성 있는 활용을 위해 협력하고 국제 규범 형성에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43)
43) 외교부 “ROK-U.S.-Japan Summit at Camp David”(공동성명/결과 문서)(https://www.mofa. go.kr/eng/brd/m_5674/view.do?seq=320862, 검색일: 2026.2.25.).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은 AI 거버넌스 국제협력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다자간 AI 윤리 기준과 표준 논의에서 한국이 한미일 간 조율자로서 의견을 종합하고, 3국 공동의 기술보호 메커니즘(수출통제, 사이버 방어 등)을 구축하는 데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44)
44) 미국 상무부(DoC) “Joint Statement: Japan-Republic of Korea-United States Commerce and Industry Ministerial Meeting”(2024.6.26.)(https://www.commerce.gov/news/press-releases/2024/06/ joint-statement-japan-republic-korea-united-states-commerce-and, 검색일: 2026.2.25).
또한 한미일이 공동으로 AI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인력 교류 플랫 폼을 만들면, 각국의 자원을 결집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서는 이러한 협력 과정에서 일본의 장기적・안정적 접근을 학습하는 한편, 자국 의 속도전식 강점을 활용해 협력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나아가 한국이 한미일 협력 틀을 활용해 국제 AI 거버넌스의 규범 형성에 참여함 으로써, 향후 글로벌 AI 규범이 자국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게 형성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한미일 기술동맹은 한국 AI 전략에 안보적 후방지원과 시장 확대, 표준 주도의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한국은 전략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능동적 협력자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5. 결론
본 연구는 한국과 일본의 AI 국가전략을 구성주의 국제정치이론과 전략문화 개념을 결합한 분석틀로 비교함으로써, 기술패권 경쟁과 국가전략을 물질적 역량이나 산업구조만으로 설명하는 기존 접근을 보완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한국은 속도・동원・성과를 중시하는 전략문화에 기반하여 국가 주도의 집중 투자, 선제적 제도화, 일원화된 거버넌스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속도전’, 즉 신속・집중형 제도화 모델을 보였고, 일본은 합의・지속・안정을 중시하는 전 략문화에 기반하여 장기 축적형 산업전략, 원칙 중심의 유연한 규율, 분산・협 의형 거버넌스를 특징으로 하는 ‘일본형 지구전’, 즉 원칙・유연형 운영 모델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한일 AI 전략의 차이가 단순한 정책 수단의 선택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기술과 위험, 정부의 역할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와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점에서 본 연구의 학술적 기여는
첫째, 전략문화를 AI 국가전략 분석에 적용함으로써 기술안보 연구에 문화・제도적 설명을 도입한 데 있다.
둘째, 산업전략・법제도・거버넌스라는 정책 설계 양식을 통해 전략문화를 관찰 가능한 비교 항목으로 전환함으로써, 전략문화 논의를 보다 구체적인 정책분석 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셋째, 한국 AI 전략의 발전 방향을 논의함에 있어 속도와 집중의 장점을 유지하되, 장기성・유연성・참여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정책적 함의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다만 본 연구는 문헌과 제도자료를 중심으로 한 해석적 비교연구로서, 정량적 검증이 다소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향후 연구에서는 예산 집행 데이터, 규제 집행 건수, 정책 담당자 인터뷰, 민간기업 반응 등 계량적・질적 자료를 함께 활용하여 전략문화와 정책 성과 간 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AX 시대 한일 AI 전략을 이해하는 데 있어, 기술경쟁의 표면 아래에 놓인 국가별 전략문화의 작동 방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이론적・정책적 의미를 가진다.
특히 본 연구는 정책 성과의 인과 효과를 계량적 으로 입증하려는 연구라기보다, 국가전략 문서와 제도 설계에 내재한 인지・규 범적 패턴을 비교・해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해석적 비교연구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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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본 연구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를 맞아 한국과 일본의 AI 국가전략을 구성주 의 국제정치이론과 전략문화 개념을 결합한 분석틀로 비교・분석한다. 전략문화는 국 가의 정체성, 규범, 시간지향, 국가역할관, 위험관리 및 규제철학이 결합된 비교적 안정 적인 인지・규범적 토대로 개념화되며, 본 연구는 이러한 전략문화의 차이가 AI 정책 설계 양식의 차이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양국의 AI 국가전략 문서, 법・제도 자료, 거버넌스 구조, 정책 담론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문헌 분석과 사례 연구를 병행하였다. 분석 결과, 한국과 일본은 AI 강국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전략문화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정책 설계 양식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속도와 성과, 국가 주도의 집중 조정을 중시하는 전략문화에 기반하여, 신속한 산업 육성, 선제적 제도화, 중앙집중적 거버넌스를 특징으로 하는 ‘신속・집중형 제도화 모델’을 보였다. 반면 일본은 지속성 과 조정, 원칙 중심의 운영을 중시하는 전략문화에 기반하여, 장기 축적형 산업전략, 원칙 중심의 유연한 규율, 분산・합의형 거버넌스를 특징으로 하는 ‘원칙・유연형 운영 모델’을 보였다. 본 연구는 AI 국가전략을 기술력과 산업 기반만으로 설명하는 기존 접근을 넘어, 국가가 기술과 위험, 정부의 역할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전략의 방향과 제도 설계를 규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기술 거버넌스와 안보 연구의 접점에 서 한일 AI 전략을 해석하는 문화・제도적 분석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키워드:전략문화, 구성주의, AX, AI 국가전략, 산업전략, AI 법・제도, 거버넌스, 한일 비교
Abstract
Strategic Culture and National AI Strategies in South Korea and Japan―A Constructivist Analysis of Korea’s rapid and concentrated institutionalization model and Japan’s principle-based and flexible governance model
Shin, Chibum(Gyeonyang Univ.)
This study compares the national AI strategies of South Korea and Japan in the era of AI transformation (AX) through the lens of constructivist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and the concept of strategic culture. Strategic culture is conceptualized as a relatively stable cognitive and normative foundation composed of identity, norms, time orientation, state role preferences, and risk management and regulatory philosophy. On this basis, the study examines how cross-national differences in strategic culture shape distinct patterns of policy design in the AI domain. The analysis draws on national AI strategy documents, legal and institutional materials, governance structures, and policy discourses in both countries, while combining document analysis with case-study methods. The findings reveal a clear divergence between the two countries. South Korea displays a rapid and concentrated institutionalization model characterized by accelerated industrial promotion, proactive institutionalization, and centralized coordination. By contrast, Japan exhibits a principle-based and flexible governance model marked by long-term capacity building, principle-based regulation, and dispersed, consensus-based governance. By explaining national AI strategies through the interaction between strategic culture and policy design, this study moves beyond materialist accounts centered solely on technological capabilities or industrial resources. It argues that national AI strategy is also shaped by culturally embedded normative and institutional logics. In doing so, the study offers a cultural-institutional framework for understanding AI governance and contributes to broader discussions in technology governance and security studies.
Key Words : strategic culture, constructivism, AI transformation (AX), national AI strategy, industrial strategy, AI law and institutions, governance, South Korea-Japan comparison 80
◆접 수: 2026. 02. 20. ◆수 정: 2026. 04. 01. ◆게재확정: 2026. 04. 24.
韓日軍事文化硏究 第46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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