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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이야기

정치 사회적 해방과 생태 환경적 해방의 상관관계 연구― 존 캅의 신학을 중심으로/오진철.한국침례신학大

Ⅰ. 서론

 

오늘날 현대 신학은 사회적 불의와 생태계 파괴라는 이중적 위기에 직면하여, 정치·사회적 해방과 생태·환경적 해방이라는 두 가지 중대한 시대적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존 B. 캅 주니어(John B. Cobb Jr.) 는 이 두 해방의 영역을 상호 분리된 것으로 보지 않고, 과정철학에 기반 한 한 비이원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서로를 긴밀하게 연계시킨 대표적인 신학자이다.

본 연구는 정치신학과 생태신학 사이에 불가분의 관계가 있 다는 캅의 주장에 깊이 동의하며 그 신학적 공헌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태적 해방이 정치·경제적 해방을 포섭하거 나 생태적 해방이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는 캅의 견해에 대해서는 비판적 조망을 시도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거시적인 생태 위기를 절대화하여 정치·경제적 억압의 구체성을 생태적 범주 아래로 환원하려는 시도가 여 전히 서구 중산층 중심의 신학적 틀에 갇혀 있음을 지적하고, 정치·사회 적 해방과 생태·환경적 해방의 영역이 어떠한 위계적 질서 없이 동등하 게 결합하는 궁극적이고 통합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정치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사이의 유기체적 관계성을 심 도 있게 규명하기 위하여,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향으로 논의 를 전개한다.

  첫째, 과정신학과 해방신학 간의 대화 역사를 추적하고, 과 정신학이 지닌 ‘서구 백인 중산층’이라는 사회적 자리에 기인한 접촉점 논쟁을 분석한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캅의 열린 대화 신학 방법론을 상 고한다.

  둘째, 두 신학 간의 핵심 쟁점인 이론과 실천의 관계성을 분석한 다. 과정신학과 해방신학 모두 이론과 실천의 불가분성을 주장하지만, 그 방향성에 있어서 '이론에서 실천이 출발하는가' 아니면 '실천에서 이론 이 출발하는가'라는 논쟁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셋째, 정치적 해 방과 생태적 해방 사이의 관계성 및 우선성 이슈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사이의 불가분성을 강조하면서도, 긴급 한 위기 상황 시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중 어느 것이 실천적 우선성을 지녀야 하는지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상고한다.

   넷째, 실천 중 심의 해방신학이 역사적으로 직면했던 이론적 기반의 취약성 문제를 비 판적으로 검토하며, 캅과의 대화를 통해 과정신학이 해방신학에 어떻게 보다 건설적이고 궁극적인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제안한 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이 하나의 생 태-정의(Eco-Justice)로 통합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이러한 통합적 생 태-정의를 향한 캅의 예언자적 통찰이 지니는 현대적 의의를 고찰할 것 이다. 

 

Ⅱ. 과정신학과 해방신학의 대화

 

캅의 과정 생명 사상은 크게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 사이 의 불가분적 관계성이라는 두 영역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캅이 과정신학 을 정치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전개한 영역이며, 후자는 생태신학 혹은 생 명신학이라는 이름으로 확장한 영역이다.

초기의 과정신학은 주로 우주 론의 형이상학적 문제에 깊이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회 문 제나 억압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캅은 과정신학의 역사적 뿌리가 결코 사회적 실천과 무관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그는 “과정신학은 원래 사회 복음(social gospel)의 맥락에서 형성된 미국 사유 전통의 오늘날 명칭이다.

따라서 과정신학은 신학이 정의에 봉사하 는 것으로 이해되었던 맥락에서 발생했다”라고 주장한다.1)

그럼에도 불 구하고 오랜 기간 과정신학자들은 구체적인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적 의구심을 받아왔다.

과정신학의 형성기에는 주로 화이트헤드의 형이상학에 바탕을 두고 신개념이나 기독론 등과 같은 전통적 신학적 개념의 재해석에 초점을 맞 추었으나, 점차 현존하는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로 관심 을 넓혀갔다.

1980년대 초에 캅은 『정치신학으로서의 과정신학』 (Process Theology as Political Theology)을 출간하고 자신을 정치신학자로 규정하 면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해방의 문제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참여하 기 시작했다.2)

 

     1)  John B. Cobb, Jr., “The Political Implications of Whitehead's Philosophy,” In Process Philosophy and Social Thought, ed. John B. Cobb, Jr., and W. Widick Schroeder (Chicago: Center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1981), 11.

     2)  Cobb, Process Theology as Political Theology (Philadelphia, PA: Westminster Press), 1982. 

 

캅은 남미에서 새롭게 발현된 해방신학의 사회운동에 열 린 마음을 지니고 해방신학자들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대화를 도모하였 다. 특히, 1983년에 자비에르(Xavier) 대학에서 개최된 해방신학과 과정신학과의 콘퍼런스에서 두 신학은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론과 실천의 관계성 이해, 그리고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환 경적 해방 사이의 강조점 차이에서 상호 간의 미묘한 견해차를 드러냈 다.3)

 

     3)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Process Studies 14, no.2, 124-141. 

 

과정신학자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달리, 해방신학자들은 과정신학자 들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부정적 태도는 과정사상 의 사회적 자리와 접촉점 논쟁에 기인한다.

해방신학자들은 과정신학이 여타 서구 신학들과 마찬가지로 주류 서양 사회의 기득권자들을 돕는 역 할을 하고, 결국 제3세계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또한, 해방신학자들 사이에는 과정신학의 우선적 관심은 형이상학적 이론에 집중되어 있으며 해방적 실천에는 관심이 적 다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다른 한편, 과정신학자들은 해방신학 자체 의 이론적 기초 결여에 주목하였다. 과정신학자인 조셉 브라켄(Joseph A. Bracken)은 해방신학과 과정신학 사이의 긴장감을 인지하면서 다음과 같 이 예리하게 지적한다.

역설적으로, 현존하는 사회 질서에 대한 창조적 변혁에 대한 그들의 공통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두 신학의 주요 학자들은 서로 간에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

과정사상가들은 아마도 하나님과 세계의 새로운 관계의 창조와 연계된 광범위한 형이상학적 질문들의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해 왔다.

반면, 과정사상가들은 현존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 람들의 일상적 문제들에 대하여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한 편, 해방신학자들은 자신들의 공동체가 경험하고 있는 자유와 평등 을 위한 고난에 깊이 헌신해 왔기 때문에, 실제로 자신들의 새로운 실천 중심의 신학적 근거에 대한 더 깊은 이론적 의미들을 무시해 왔다.4)

과정사상의 주된 사회적 자리는 미국 사회 안의 “백인, 중산층, 그리 고 남성 학자들”이다.5)

이러한 사회적 자리는 해방신학자가 과정신학자 와의 열린 대화에 참여하는 데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캅은 과정신학의 사회적 자리가 단순히 우연 발생적이라고 치부하 거나 변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정사상의 서구 중심적 한계를 신중하게 인식하고 과정신학의 사회적 자리를 내부로부터 비판한다.

캅은 “회개” (repentance)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를 두 신학 사이의 접촉점으로 삼고 자 했다. 캅은 “과정신학과 해방신학 사이의 하나의 접촉점은 과정신학 자들의 회개에 달려있다”라고 강조한다.6) 이 회개는 과정신학자들의 자 발적 회개를 의미하며, 제3세계 사람들의 억압받는 현실과 상황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캅은 과정신 학이 단지 사회의 지배자들을 지지해 주었던 이전 서양 신학의 또 다른 한 형태라고 이해하지 않는다.

캅은 “경험들은 현실적 세계들을 통해 그 리고 그 세계들에 의해 한정된다.

그러나 이 세계들에 의해 단순히 결정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초월적 요소와 자기 결정의 순간이 존재한다” 라고 역설한다.7)

현실적 존재는 주어진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현실적 존재의 자기 결정의 힘이 사회적 환경들을 넘어서는 초월적 요인 이 된다는 의미이다.8)

 

    4)  Joseph A. Bracken, “Faith and Justice: A New Synthesis? The Interface of Process and Liberation  T heologies.” Process Studies 14, no.2 (Summer 1985), 73.

    5)  John B. Cobb Jr.,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 ters of Faith and Justice,” 124.

   6)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26.

   7)  Ibid.,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26.

    8)  Alfred North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ed. David Ray Griffin and Donald W. Sherburne  (New York: Free Press, 1978), 85, 116. 화이트헤드는 현실적 존재가 주어진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작용인(efficient causation)이란 용어로 설명하고, 동시에 ‘자기 원인’(causa sui)으로서의 현실적 존재가 사회적 환경을 넘어선다는 개념을 ‘주체적 지향’(subjective aim)을 달성함으로 써 창조적 세계로 나아가는 초월적 창조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초월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세상 안에서 사회적 정의를 지향 한다고 선언한다. 데이비드 그리핀(David Ray Griffin) 역시 “개인은 주로 그 사회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창조적 개인들, 특별히 자신의 사회 적 영향을 초월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다”라고 부연한다.9)

인간의 사고와 행동양식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사회적 배경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현실 적 존재는 언제나 일정한 정도로 자신과 환경을 넘어서는 초월적 요소를 지닌다.

캅은 과정사상의 사회적 위치가 빈곤국의 억압받은 사람들의 고 통을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주류 서구 사회적 환경 안에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적 존재와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화이트헤드의 유기체적 개 념에 기초하여, 과정신학은 자신의 사회적 자리를 극복하고 억압받는 세 계의 고통받는 사람들과 연대성을 형성하고자 함을 천명한다.

과정신학과 해방신학의 대화에 대한 캅의 신학 방법론은 열린 방법 론이라 불리는 “듣고 배우는 방법론”(hearing and learning methodology) 이다.

이것은 해방신학과의 대화뿐 아니라 타종교, 여성신학, 현대과학 과의 대화 등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캅은 다른 학문과 전통, 그리고 문화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배우기를 열망 한다.

이러한 듣고 배움의 방법론은 단지 다른 전통을 더 잘 이해하기 위 함만이 아니라 “상호 변혁”(mutual transformation)을 지향한다.10)

다른 전통에 대한 열린 대화의 방법론은 자신과 대화 상대자 양자 모두에게 변혁의 기회를 제공한다.

캅은 “진정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이 우리를 가 르쳐야만 하는 진리를 듣는다는 것은 그 진리에 의해 변혁되는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11)

 

     .  9)  David Ray Griffin. “Values, Evil, and Liberation Theology.” Encounter 40, No. 1 (Winter 1979), 4.

       10)  Cobb, Beyond Dialogue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2), 48.

       11)  Cobb, Beyond Dialogue,ix.

 

상호 변혁은 모든 전통은 새로움(novelty)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자리를 현실적 존재들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유기체적 관념에 기인한다.12)

상호 변혁은 미래를 향해 문을 여는 것이고 다른 전통 안에서 또 다른 전 통을 통하여 창조성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캅은 “만약에 우리가 우리 자 신이 보는 것을 절대화하는 것을 피하고 다른 사람이 본 것으로부터 배 울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견해를 크게 만들고 풍요롭게 하는 가능성 을 가지고 앞으로 볼 수 있는 더 커다란 충분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라고 단언한다.13)

과정신학과 해방신학의 열린 대화를 통해 캅은 각각의 전통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이해하며, 겸손한 태도로 해방신학자들이 본 것들을 듣고 배워 스스로를 변혁하고자 한다.

캅은 해방신학에 대하여 우호적 태도를 보이지만 자신을 해방신학자 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제3세계에 속한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온전히 경험할 수 없음을 인정하기에, 겸손하게 서구 주류사회의 오래된 태도를 회개하고 듣고 배우기를 원한다.

캅은 “억압받는 자들과의 동일 시(identification with the oppressed)는 그들에게[해방신학자들에게] 일면 진정한 선택지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미국 신학 자에게 있어서 그렇지 않다”라고 고백한다.14)

 

    12)  Whitehead, Religion in the Making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1996), 90.

    13)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6.

    14)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27. 

 

이 언급에 따르면, 캅이 해 방운동에 열린 마음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억압받는 자들과의 동일시가 자신들의 진정한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타 문화와 세계에 속한 사람들과 완벽히 동일시할 수 없다는 한계에 대한 겸손한 표현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억압받는 자들과 동일시하지 않는다면, 고 통받는 자들의 상황에 과연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겠느냐 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파생된다: 과정신학자들은 과연 억압받는 자들과의 동일시 없이 그들과의 진정한 연대가 가능한가?

그 대답은 명백해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캅은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단체들로부터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신중하게 수용하 고,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들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며, 우리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우리가 배운 것으로부터 더 적절하게 조절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정치적인 신학자 들이 될 수 있다”라고 응답한다.15)

 

     15)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27.

 

캅이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품 고 있으며, 자신의 생각과 행동들을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캅의 방법론인 “듣고, 배우 고,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자신을 착취당하는 나라들의 억압받는 사람들과 온전히 동일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기에 억압받는 자들의 해 방에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참여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비평을 피 할 수 없다.

 

Ⅲ. 이론과 실천의 관계성: 방향성 논쟁

 

과정신학과 해방신학 사이에 지속되어 온 주요 쟁점 중의 하나는 이 론과 실천의 관계성이다.

과정신학과 해방신학 모두 이론과 실천의 불가 분성을 강조하지만, 이론으로부터 실천을 도출할 것인가, 아니면 실천으 로부터 이론을 정립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방향성 논쟁이 제기된다.

이 러한 맥락에서 해방신학자들은 캅의 방법론인 “듣고 배우기”(hearing and learning)라는 용어 대신에 “경험하고 배우기”(experiencing and learning) 혹은 “실천하고 배우기”(practicing and learning)라는 표현을 채택하기를 더 선호할 것이다.  해방신학은 이데올로기 비판의 입장에서 서구 신학이 고수해 온 “개 념적 형이상학 방법론” (conceptual metaphysical method)을 강력히 비판 한다.16)

이 개념적 형이상학 방법론은 하나의 개념적 이론을 먼저 제시하 고 그 이론을 구체적 현상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형이상학은 세계에 대한 정교한 체계를 제안하고, 우주론적 형이상학 체 계를 개별적 상황들에 적용한다.

해방신학자들은 해방운동의 견고한 이 론적 기초가 필요함을 인식하면서도, 개념적 형이상학 방법론은 해방신 학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견해임을 견지한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Gustavo Gutierrez)는 “해방신학은 부정의를 철폐하고 새로운 사회를 세 우고자 하는 헌신에 기초하여 믿음의 의미와 경험을 회고하는 시도이다.

해방신학은 착취당한 사회적 계급들이 자신들의 억압자들에 대항하여 행 한 활동적이고 효과적인 참여와 헌신적 실천으로 증명돼야만 한다”라고 역설한다.17)

즉, 해방신학은 해방을 위한 실천과 참여를 신학적 성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해방신학자들이 이론에서 시작하여 실천에 적용하 려는 시도를 거부하는 것에는 충분한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실천에 앞선 어떤 형이상학 체계나 이데올로기 체계는 지배자들과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기능으로 전락해 왔기 때문이다.

브라켄은 “이성은 사회의 구조를 더 나은 인간과 의로운 사회 질서의 방향으로 변혁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성은 다양한 이익의 힘을 정당화하여 현 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쉽게 사용되었다”라고 타당하게 지적한다.18)

 

     16)  Jincheol O, “The Shadow of the Process of the Universe: A Whiteheadian Approach toward  Process Praxis Theodicy,” (Ph.d Diss., Claremont School of Theology, 2007), 154. 

    17)  Gustavo Gutierrez, The Theology of Liberation: History, Politics, and Salvation. trans Caridad  Inda and John Eagleson (Maryknoll, NY: Orbis Books, 1973), 307.

    18)  Bracken, “Faith and Justice,” 74. 248

 

실제로 특권을 가진 통치 세력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견고하게 하기 위 한 목적으로 이론적 체계를 이용하여 대중을 억압해 온 것은 부인할 수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캅을 비롯한 과정신학자들 역시 이러한 형이상학 의 역기능을 깊이 인식한다.

그러나 이들은 과정사상이 사회의 지배층을 돕는 역할을 하던 전통적 형이상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고 주장 한다.

캅은 “해방신학자들과 과정신학자들 양자 모두가 원하는 사회는 건강함과 성장이 아래로부터 발전되는 사회로서 소작인의 공동체가 도시 화 및 산업화의 발전이란 명목으로 이용당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회”라고 강조한다.19)

전통적 형이상학과 달 리, 화이트헤드의 형이상학은 신으로부터 아주 작은 미립자에 이르기까 지 우주를 구성하는 현실적 존재들이 서로 간에 연계된 유기체적 관계의 비전을 투영하고 있으므로, 현실적 존재가 창조적 변혁을 위한 능동적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20)

해방신학자와 과정신학자 모두 해방의 이론적 토대와 실천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사실상 이론과 실천은 서로 대립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해방신학자들에게 가장 중 요한 지점은 이론에 앞서 억압받는 자를 해방하는 실천적 우위성이 담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마튜 램 (Matthew L Lamb)은 실천에서 출발하지 않 은 전통적인 시도는 모두 “개념적 자기애”(conceptualistic narcissism)라고 비판한다.21)

 

     19)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7-138.

     20)  Whitehead, Process and Reality, 21.

     21)  Matthew L Lamb. “Liberation Theology and Social Justice,” Process Studies 14, no.2 (Summer  1985), 104.

 

해방신학이 과정신학과의 대화를 주저하였던 이유는 과정신 학이 세상의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 라, 이성이나 이론에서 출발하여 고통받는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려는 관 념적 경향이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다.

해방신학자들은 이론보다는 실천 을 강조하기 위해 해방신학 대신 해방운동(liberation movement)이라는 표 현을 자주 사용한다. 램은 “운동으로서의 해방신학들은 어떤 폐쇄적인 개념주의 체계가 아니라 운동의 한 측면들인 것을 강조해야 한다”라고 천명한다.22)

해방운동은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성찰하는 실천 지향적 태 도를 의미한다. 캅도 “오히려 해방신학자는 사회적 상황을 분석하고 정 의를 지향하는 행동(실천)에 나서는 과정에서 이러한 [신학적] 주제들이 제기될 때, 비로소 신, 그리스도, 그리고 교회에 대해 사유한다.

교리는 실천 속에서 시험되며, 그 교리가 낳는 효과와 그것이 지닌 깨우침 및 동 기 부여의 힘에 비추어 재구성된다”라고 올바르게 진술하고 있다.23)

해 방신학자들은 신학적 또는 철학적 체계의 이론을 고통받는 상황에 일방 적으로 적용하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하며 해방의 실천으로부터 출발하는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구티에레즈는 “말씀에 비추어 기독교 의 실천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서의 신학은 지혜와 이성적 지식과 같은 신학의 다른 기능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전제하고 필요로 한다”라고 말한다.24)

해방신학자들 역시 해방운동을 강화하기 위 한 이론적 근거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실천의 우선성이 전제되지 않고 서는 결코 대화의 자리에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램은 “해방신학들은 우리 의 현대 세계(그리고 그 세계 내의 교회)를 실제로 전환하거나 변화시키는 자유롭고 변혁적인 실천만이 신학적 개념이 가질 수 있는 어떤 적절한 것과 진실에 대한 기준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라고 강조한다.25)

 

     22)  Lamb, “Liberation Theology and Social Justice,” 104.

     23)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28.

     24)  Gutierrez, The Theology of Liberation, 13.

    25)  Lamb, “Liberation Theology and Social Justice,” 104. 

 

어떤 해방신학자도 이론보다 앞서는 실천의 우선성 없이는 그 어떤 대화의 시 도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서구 사회의 일반적 학자들이 실천보다 이론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캅은 사회정의를 위한 해방의 실천이 이론적 노력보 다 먼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캅은 다음과 같이 명확히 밝히고 있다:

 

지적 신뢰성은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사유하는 사람들이 몸 담은 생활방식이 초래하는 구체적 고통을 외면하는 대가를 치르고 그것을 얻는다면, 뭔가 심각한 잘못이 생긴 것이다. 기독교인이 분명 하게 생각하는 것과 인간의 고통을 올바르게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마땅히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전자에 몸을 바치는 이유는 결국 후자의 과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26)

 

해방신학과 마찬가지로 캅은 이론과 실천의 불가분 관계를 전제하면 서 동시에 실천의 우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신학은 구체적 실천의 현장 에 ‘상황화’(contextualization) 되어야 한다.

상황화는 어떤 대상이나 개념 을 독립된 것이나 선행적인 것으로 이해하지 않고 구체적인 배경, 환경, 시대적 상황과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Lamb은 “과정신학과 해방신학을 비교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문제는 해방신학에서 상황화의 근본적인 중요성일 것”이라고 평가한다.27)

 

     26)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28.

     27)  Lamb, “Liberation Theology and Social Justice,” 115. 

 

이런 의미에서 상황화, 즉 이 론에 앞선 실천의 강조는 과정신학과 해방신학의 대화에서 가장 실질적 인 접점이 될 수 있다.

마조리 수하키(Marjorie Hewitt Suchocki)는 화이트헤드의 느낌(feel ing) 개념을 사용하여 이론과 실천의 관계에서 실천의 우위성을 효과적 으로 설명한다: 관계는 그 자체로 느낌을 매개하기 때문에, 느낌이 사유를 낳는다고 도 말할 수 있다.

우리의 깊은 곳에 있는 많은 감정들의 강렬함과 복잡함으로부터 사유는 존재 속으로 밀려들어 간다.

예를 들어, 사랑과 비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나의 경험 으로부터 추상화할 것이 아니라, 사유의 근원인 나의 감정안으로 들 어가는 나의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느낌으로부터 사유가 출현한 다.28)

수하키는 느낌의 경험이 사유의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사유는 느낌 의 경험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므로, 사유 이론은 구체적인 경험인 느 낌의 경험 즉, 실천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화이트 헤드의 감정 개념은 실천과 이론의 관계에서 형이상학적 이론에 앞선 해 방적 실천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램 역시 “이해가 개념적 표현에 선행하 고 근거를 둔다면, 일차적 관심사는 개념적 표현이 정교화되는 구체적 상황에 지적이고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입장을 같이 한다.29)

 

     28)  Marjorie Hewitt Suchocki. “Weaving the World,” Process Studies 14, no.2 (Summer 1985), 78.

     29)  Lamb, “Liberation Theology and Social Justice,” 115.

 

실천과 이론 사이에 불가분 관계를 인식하면서도, 캅의 과정 생 명 사상은 이론적 토대에 앞선 실천의 우선권을 확고히 보장하고 인정한 다.

 

Ⅳ. 정치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의 관계성: 우선성 논쟁

 

해방의 차원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성적, 생태 적 영역 등으로 다양하다.

과정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해방신학자들은 다른 생명체들을 포함하여 인간 삶의 여러 국면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해방의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해방신학자들이 주로 해방의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 집중해 온 반면, 과정신학자들은 해방의 문화적, 생태적 차원에 많은 헌신을 기울여 왔다.

캅은 “문화와 종교에 관한 관심이 대부분 과정 신학자의 중산층 사회적 위치를 대변하는 반면, 정치적, 경제적 문제에 관한 관심과 그에 수반되는 정의에 대한 요구가 해방신학의 영광인 가난 한 사람들과의 동일시를 표현한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라고 진단한다.30)

두 신학 모두 해방의 다양한 측면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 도, 이러한 해방 차원에 대한 강조점의 차이는 신학적 대화에서 긴장과 어려움을 초래했다.

캅은 “근본적 문제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착취로 보는 사람들과 환경 파괴를 강조하는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있었으며, 전자는 후자가 대부분 중산층이라고 올바르게 보았다”라고 인정한다.31)

그러나 캅은 이어서“우리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 특히 모든 생명 체가 인간에게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와 관계없이 그들 자신과 신에게 모 두 가치가 있다는 우리의 확신을 증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중산층 이라는 비난 때문에 이 관점을 포기할 수 없다”라고 역설한다.32)

 

    30)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3.

     31)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7.

    32)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8.

 

캅을 비 롯한 과정신학자들은 해방신학이 해방의 정치적,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 는 것을 넘어서서 문화적 생태적 해방의 차원들을 보다 폭넓게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해방신학자들에게도 해방의 생태적 측면에 대한 강조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다.

이들은 이 세상이 저개발국의 고통받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와 모든 생명체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생태적 문제는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3세계를 포함한 모든  인류의 공동 과제이다.

사실상 해방의 유일한 측면이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해방이라고 주장하는 해방신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구티에레즈는 자신의 초기 저서에서부터 해방의 다양한 차원에 대해서 언급한다.33)

해방신학자 램 역시 “계급주의, 성차별, 인종차별, 기술 중심주의, 군국주의의 사회적 부당성”등과 같은 다각적인 차원의 해방을 이야기한다.34)

특히, 기술 중심주의적 사회에 대해 설명하면서 램은 생태적 해방의 차원이 지니는 위기를 깊이 우려한다. 이처럼 해방 신학자들은 처음부터 경제적, 정치적 해방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 해방을 모두 아우르는 해방의 전체적 차원을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사이의 근본적 문제는 해방 신학자들이 해방의 다양한 측면을 간과한 것에 있지 않다. 생명의 해방 은 원칙적으로 모든 종류의 억압적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 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신학자들은 해방의 정치·경제 적 측면에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캅은 해방 신학자들이 생태적 해방을 포함하는 보다 통합적인 해방의 관점을 고려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캅은 “가난한 사람들의 해방에 대한 강조와 그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살아야 하는 땅의 보존과 복원 사이에는 갈등이 없다”라고 단언한다.35)

 

    33)  Gutierrez, The Theology of Liberation, 36-37.

    34)  Lamb, “Liberation Theology and Social Justice,” 111.       

    35)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7.

 

캅은 나아가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사회와 정의로 운 사회를 우리의 목표로 채택할 때, 가난한 사람들과 생물권 전체의 이 익 사이에 현저한 반대가 존재하는 경우는 훨씬 적다”라고 강조한다.36)

 

   36)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9.

 

물론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사이의 불가분의 협력 관계에 대 한 캅의 견해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사이에서 충돌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결국 해방의 우선성 문제에 직 면하게 된다.

즉 다양한 해방의 차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때, 억압받 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중 어느 것에 실천적 우선성을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는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 중 어느 하나를 취사선택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갈등 상황에서의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상황에 서는 갈등 없이 함께 해결되지만,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는 때로 정치·경 제적 해방이 생태적 해방에 우선되어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의 큰 산에서 화재가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소방관들은 산에 있는 사람들, 그들의 재산, 살아있는 동물들, 그리고 나 무를 비롯한 숲 자체를 구하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그들은 화마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재산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살아있는 자연을 보 호하기 위해 소방의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이 자명하다.

인간뿐만 아 니라 살아있는 생명체 모두를 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해방의 우선성이라는 첨예한 문제를 만나게 된다.

수하키 는 “확실히 그 효과는 영향력과 중요성에서 가변적이고, 우리는 우리 자 신의 목적과 근접성에 따라 중요성의 순서를 매긴다.

예를 들어, 우리에 게는 어느 대륙에 있는 한 나무보다 우리의 어머니가 훨씬 더 중요하다” 라고 적절하게 지적한다.37)

소방관들은 기꺼이 자연을 보전하려고 하지 만, 사람들을 구하는 것과 등가적으로 살아있는 동물이나 식물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려는 노력을 우선시하거나 동시에 하지는 않는다.

철저히 우 선성과 긴급성이 기준이 되어 인명 구출에 총력을 기울인 후, 기회가 있 다면 다른 생명체를 위한 탈출로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캅은 정치·경제적 해방보다 생태적 해방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강조 하기 위해 일등칸과 삼등칸이 존재하는 배의 서사를 제시한다.38)

 

     37)  Suchocki, “Weaving the World,” 81.

     38)  Cobb, Is It Too Late? (Denton: Environmental Ethics Books, 1994), 11-13. 

 

그는 일등칸과 삼등칸 사이에 불평등과 부조화로 인한 긴장과 갈등이 존재하더라도, 거대한 허리케인이 다가와 배 전체가 침몰할 위기에 처한 상황 에서는 갈등을 중단하고 우선적으로 배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가 침몰할 경우, 배 안의 사람들은 사회적 계층과 무관하게 모두 죽음에 이 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를 통해 캅은 생태적 해방이 다른 해방 의 과제들에 선행하는 긴급성과 필요성을 지닌다고 인식한다. 캅은 “물 이 아래층 갑판을 덮치고 나서야 승객들은 침몰하는 배의 문제에 너무 늦게 관심을 돌릴 것이다.

그들은 격렬한 상호 비난 속에서 부족한 구명 정의 자리를 놓고 싸울 것이고, 침몰하는 배는 그들 대부분을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다”라고 말한다.39)

정치·경제적 문제를 비롯한 다른 사회적 해방의 과제들도 역시 시급한 중요성을 지니지만, 캅에 따르면 생태적 해방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피할 수 없는(imperative) 성격을 지닌다. 그러 나 이러한 주장에는 추가적인 검토가 요구된다.

캅의 서사를 확장하여 가정해 본다면, 일등칸과 삼등칸 사이의 갈등이 단지 음식 분배나 편의 제공의 불평등에 그치지 않고, 폭력과 억압으로 삼등칸의 사람들이 이미 죽임을 당하거나 아사에 이른 상황이라면, 희생당한 이들에게 다가오는 허리케인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40)

 

    39)  Cobb, Is It Too Late?, 12.

    40)  정치·경제적 해방이 생태적 해방과의 우선성 문제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보다  심층적인 논의와 숙고가 필요하다. 캅의 생태적 해방의 우위성과 중심성에 대한 논의는 후속 연 구인 “과정 생명 사상의 형이상학적 이론과 실천 John B. Cobb Jr.의 사상을 중심으로”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동일시와 긴급함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경제 적 관심과 생태적 관심을 무조건적으로 동등한 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은 산불의 위기에서 인간을 구하는 것과 나무를 옮기는 것을 등가적 방식으 로 수행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결코 생태적 해방이 중요하지 않 다거나, 생태적 해방과 정치·경제적 해방이 상호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은 본질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있기 에 많은 경우 정치·경제적 해방과 생태적 해방이 동시적으로 수행된다.

그러나 때때로 정치·경제적 해방은 해방의 다른 측면들과 비교해 불가피 한 우선성을 지닌다. 특히, 빈곤국의 억압받는 사람들과의 동일시와 연 대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부당한 정치·경제적 폭압으로부터의 해방에 우선성을 두고 실천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존 소브리노(Jon Sobrino)는 다음과 같이 예리하게 통찰한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프로이트가 성욕을 인간의 근본적인 에너지로 파악했을 때, 에른스트 블로흐는 프로이트가 배가 불렀기 때문에 그 렇게 말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자신의 회고록에 서 시몬 바일의 비슷한 관찰에 대해 말한다.

시몬 바일은 그녀에게 그들 시대의 역사적 과제가 '모든 사람에게 먹을 만큼 충분한 것을 줄 혁명'이라고 말했다.

드 보부아르는 문제는 그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녀는 바일이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나를 침묵시켰다고 보고한다.

 

‘나 는 당신이 결코 배고픈 적이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41)

 

    41)  Jon Sobrino. Where Is God? : Earthquake, Terrorism, Barbarity, and Hope, trans. Margaret Wil de (Maryknoll, New York: Orbis Books, 2004), 126. 

 

제3세계의 억압받는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과 고통을 직시할 때, 정 치·경제적 위기와 생태적 위기를 같은 기준과 무게로 취급하는 것은 수 용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캅은 억압받는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위기 에 관심이 있지만, 그의 주된 신학적 관심은 우주적 차원의 생태적 해방 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해방신학자들은 아마도 이런 생태적 해방의 강 조를 제3세계 사람들의 고통과 동식물의 고통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지구촌을 위해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생태적 해방의 노력이 중요하지 않거나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정치적 경제적 고통에 대한 우선성과 긴급성을 가 지고 제3세계의 고통받는 자들과 연대하여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브라켄은 “[과정사상가들이] 현대 사회에 진정한 영향을 미치려면 해방 신학자들이 제기한 긴급한 사회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타당하 게 지적한다.42)

정치·경제적 상황의 위기와 생태적 위기를 동일한 기준 으로 대하는 것은 빈곤 국가의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실천적 책임에서 후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과정신학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는 현실적 존재로서의 한 인간은 제3세계 국가의 고통받는 목소리를 타자의 목소리가 아닌 공동체의 목소리로 받아들이고 능동적으 로 대처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화이트헤드가 본래 의도하였던 모든 존재하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유기체적 우주론으로의 진정한 회 귀이다.43)

 

    42)  Bracken, “Faith and Justice,” 75.

    43)  Whitehead, Science and the Modern World (New York: Free Press, 1967), 91. 화이트헤드는 우주 의 모든 위치나 시공간적 관점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의 측면을 자신  안에 포함하여 서로 연결된 존재로 이해한다. “어떤 의미에서, 모든 것은 항상 모든 곳에 존재한 다”라는 화이트헤드의 표현은 유기체적 우주론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해방의 차원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구체적 고통 앞에서는 때때로 생태적 해방의 차원보다 정치·경제적 해방의 차원 이 실천적 우선성을 지녀야만 할 때가 분명히 존재한다.

 

Ⅴ. 해방신학의 이론적 기반 문제

 

해방신학에 대한 주요 비판 중 하나는 해방운동을 뒷받침하는 견고 한 이론적 토대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해방신학자들은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해방의 실천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학적 이론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무시한 경향이 있다.

해방운동 초기에는 이러한 실천 우위의 적극적 전략이 억압받는 자들과의 연대를 가속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해방신학자들은 이론에 앞선 해방의 실천을 주 장하며 억압받는 자들을 위해 헌신했으며, 해방운동에서 실제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해방신학의 취약한 이론적 토대는 결국 해방운 동의 지속적 발전을 저해하는 한계로 작용했다.

해방운동에 참여한 사람 들은 점차 운동의 활력을 잃고 영성 혹은 정신성이 고갈되는 등의 문제 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해방운동의 어려움은 주로 그 근저에 자리 한 미약한 이론적 토대에 기인한다. 슈베르트 오그덴(Schubert M. Ogden) 에 따르면, 해방신학의 문제는 “[믿음과 정의 사이의] 적절한 관계에 관 한 질문의 형이상학적 측면에 불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다”라는 데 있 다.44)

또한, 브라켄은 “해방신학자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해방운동의 ‘우주론적’ 차원에 너무 적은 주의를 기울였다”라고 타당하게 지적한 다.45)

해방신학자들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위한 지속적 헌신을 가 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해방운동의 신학적 근간을 적극적으로 성찰했어 야만 했다.

캅은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이 해방신학의 이론적 토대에 효과적인 형이상학적, 신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캅은 “과정신학자 들은 [해방신학에] 철학적 기초와 풍부함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힌다.46)

그러나 캅의 이러한 이론적 성찰에 대한 제시는 실천에서 이 론으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니다. 오히려 그 성찰은 해방적 실천의 지평 위에 확고히 뿌리내리고 있다.

브라켄은 “해방신학자들은 과정신학에 의 해 암묵적으로 그들에게 제공되는 실천 중심의 신학을 위한 형이상학적 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올바르게 진술하고 있다.47)

 

     44)  Schubert M. Ogden. “The Metaphysics of Faith and Justice,” Process Studies 14, no.2 (Summer  1985), 87.

    45)  Bracken, “Faith and Justice,” 74.

    46)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9.

    47)  Bracken, “Faith and Justice,” 75. 

 

수하키 역시 “해방신학의 세 가지 양태 [여성신학, 흑인신학, 해방신학] 모두에 서 신학은 올바른 행동으로부터 나온다는 실천 의식이 있지만, 올바른 행동은 정의에 대한 선행적 비전에 기초한다는 인식도 있다”라고 언급한 다.48)

 

    48)  Suchocki, “Weaving the World,” 77. 

 

즉, 행동하는 것 자체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올바 르다고 규정해 주는 선행적인 정의의 비전이 전제되어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과정신학자들은 해방신학의 실천적 우선성을 견지하면서도 해 방의 실천을 위한 견고한 이론적 기초를 제안하고자 한다.

실천의 우선 성을 유지하면서도 해방신학자들은 해방운동의 더 강력하고 근본적인 동 력을 위해 이론적 성찰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방신학의 이론적 취약성 문제는 크게 ‘해방신학의 내적 정합성 부 족’과 ‘해방된 사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의 부재’라는 두 측면에서 나타났 다. 사실 해방신학의 내적인 이론적 취약성은 해방운동 자체에 큰 어려 움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해방신학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불의한 정권에 대항하는 정치적 해방에 우선적으로 매몰되다 보니, 정치적 해방 이후 만들어 갈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적시에 제시하지 못한 점에 있다.

그 결과 해방운동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점차 그 동력을 상실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방신학은 해방운동의 신학적 토대보다 해방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 고 강조하였기에 신학적 체계가 정교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있 다.

예를 들어, 해방신학자들은 신이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에 참여하고 해방운동의 최종적 승리를 가져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큰 숙고 없이 신의 전능과 통제적 힘을 강조한다.

그리핀은 해방신학의 형성에 영향을 준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과 해방신학의 동류인 흑인신학의 제 임스 콘(James Cone)의 신관을 비평하면서,

“몰트만은 앞서 쓴 자신의 『희망의 신학』에서 신의 전능함(omnipotence)에 대한 의심을 불신으로 규 정했다. 제임스 콘은 이후에 쓴 『억압받는 자들의 신』에서 우리는 신을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를 통제하는(controlling) 자’로 보아야 한다”

라고 설명한다.49)

과정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전능함이나 통제하는 힘의 개념 은 현실적 존재의 자율성과 상치되는 근본적인 논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핀은 계속해서

“이것은 분명히 불만족스럽다; 신은 진리를 발 견하기 위한 우리의 통상적 논리적 절차를 포함하는 진리의 신이면서 동 시에 정의의 신이다”

라고 비평한다.50)

해방신학자들은 충분한 이론적 숙 고 없이 해방운동을 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통적 신개념을 차용한 면이 있는 것이다.

그리핀은 전능한 신에 대한 전통적 개념이 현실적 존 재의 진정한 자유와 논리적 충돌이 생기기 때문에, 신의 힘은 현실적 존 재의 자율성과 합치되는 방식으로 재해석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51)

즉, 신적 힘은 강제적인(coercive) 힘이 아니라 설득적인(persuasive) 힘이 다.52)

 

     49)  Griffin. “Values, Evil, and Liberation Theology,” 10.

     50)  Griffin. “Values, Evil, and Liberation Theology,” 11.

     51)  Griffin, God, Power, and Evil: A Process Theodicy (Philadelphia: The Westminster Press, 1976),  264. 그리고, 오진철. “Alfred North Whitehead’s Notion of God as the Ground of Morality,” 「신 학과사회」 34(1), 79.

     52)  Whitehead, Adventures of Idea (New York: The Free Press, 1961), 213. 그리고, 이경호. “화이트 헤드주의 진화 신학 소고 - 존 호트(John F. Haught)의 진화 신학,” 「신학사상」 188 (2020/봄),  381.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내적인 정합성 부족 문제는 그리핀이 우려 하였던 것과 달리 해방운동 자체에 큰 흠집을 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해방신학이 해방된 사회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적시에 제시 하지 못한 점이 신학적으로 견고한 이론적 토대를 갖추지 못한 것보다 더 치명적인 문제를 만들어 냈다.

1980년대 중후반 제3세계의 많은 국가 는 동시다발적으로 정치적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해방신학자들 은 눈에 쉽게 보이는 공격 대상이었던 비합법적 군정의 전복을 위해 시 민사회와 함께 정치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그러나 해방운동에 참여 한 사람들은 정치적 해방을 얻은 후 다음 단계의 해방을 위해 무엇을 해 야 할지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해방신학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 지도자들은 정치적으로 해방된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적인 새로운 비전을 적시에 제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많 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만 했다.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이전 군사정부 로부터 많은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얻었던 보수세력의 강한 저항이 있 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실패의 이유는 정치적 해방 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그 이후 정치적으로 해방된 사회를 이끌어 갈 새로운 비전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에 있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 제시의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해방운동의 일원론적 세계관에 기인한다.

해방신학자들은 해방운동 초기부터 서구 기독교 신학에 내재한 전통적 이원론을 강력히 부정하였다.

전통적 이원 론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강조하여 현실 세계에 대한 변화와 책임을 약 화하는 경향이 있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방신학자들이 이원론을 대 체하는 수단으로서 일원론적 유물론에 근거한 칼 마르크스(Karl Marx)의 사회분석을 직간접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캅은 “해방신학은 지배계 급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사고방식으로 마르 크스주의 이데올로기 비판에 동참해 왔다”라고 설명한다.53)

문제는 마르 크스의 이데올로기 비판은 물질주의적 일원론으로 귀결된다는 지점이 다.

물질주의적 일원론의 세계관은 공동체 전체의 삶에 대한 포괄적 비 전을 제시하는데 충분하지 않은 지점이 있다.

해방신학에서 차용한 마르크스주의 유물론적 세계관은 해방운동의 최종 목표가 이른바 ‘가난한 자와의 연대’인지, 아니면 ‘모든 생명체와의 조화’인지를 질문하게 한다.54)

 

     53)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4.

     54)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2.

 

해방운동은 가난한 자들과의 동일시에 초 점을 두지만, 과정신학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체들 모두를 아우르는 전체와의 조화를 제시한다.

해방신학의 동류라 할 수 있는 여성신학과 과정신학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수하키는 “어떤 진영에 있든지 간에 모든 페미니스트는 이 땅에서 모든 사람의 상호의존성과 완전성의 기준에서 일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라고 강조한 다.55)

가난한 자와의 연대나 가난한 자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심각한 정 치적 억압이나 부의 분배 문제 때문에 제3세계 국가들에서 필요한 전술 적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자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은 모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 전체를 포괄하지 않기 때문에 정의로운 미래 사회 의 궁극적 비전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과정신학은 해방운동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 있는 ‘전체성의 비전의 아름다움’(the beauty of a vision of the wholeness)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56)

캅은 “과정사상 에서 조화(harmony)를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근본적 실재의 비전 이 이익[이해당사자]의 충돌을 압도하는 비전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한 다.57)

세계에 대한 과정신학의 비이원론적 비전은 결국 가난한 자뿐만 아니라 부유한 자들도 포함하며,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포괄한 다.58)

수하키도 “하나님의 정의는 자연의 안녕이라는 맥락 안에서 모든 사람의 안녕을 본다. 온 땅은 신의 정의의 영역이다”라고 첨언한다.59)

이 것이 소위 “전체 세계의 불가분적 구원”(indivisible salvation of the whole world)에 대한 비전이다.60)

 

     55)  Suchocki, “Weaving the World,” 78.

     56)  Suchocki, “Weaving the World,” 76.

     57)  Cobb,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132. 김희헌, “조화로운 투쟁 그리고 조화를 향한 투쟁: 과정사상의 미학적 진 리론에 담긴 사회윤리학적 함축성,” 「신학사상」 145 (2009/가을), 54-55. 

    58)  전철, 우희종. “포스트휴먼 사회의 동물권,” 「신학사상」 193 (2021/여름), 67.

    59)  Suchocki, “Weaving the World,” 78.

    60)  Cobb, Process Theology as Political Theology, 117.  

 

이는 인간 사회만의 좁은 해방의 개념이 아니 라, 인간의 역사와 정치, 사회, 인종과 지역을 넘어 자연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캅을 비롯한 과정신학은 이 론에 앞선 실천의 우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체성에 대한 비이원론적 실 천의 통합적 비전을 제시하여 해방운동의 지향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현대 신학이 마주한 사회적 불의와 생태계 파괴라는 이중 적 위기 속에서, 정치·사회적 해방과 생태·환경적 해방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캅의 과정 생명 사상을 중심으로 심도 있 게 고찰하였다.

기독교 신학이 좁은 아카데미즘이나 서구 백인 중산층의 이데올로기적 한계에서 벗어나 고통받는 사람들과 피조 세계 전체를 껴 안기 위해서는 과정신학과 해방신학의 유기적 결합이 필수적이다.

본 논 문은 캅이 제시한 비이원론적 관점에 기초한 생태적 해방과 정치적 해방 의 통합이라는 신학적 공헌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생태적 위기를 절대화하여 정치·경제적 억압의 구체성을 그 범주 아래로 포섭하려는 일 각의 시도에 대해 비판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정신학과 해방신학의 대화는 캅의 ‘듣고 배우는 방법론’과 서구 기득권적 시각에 대한 자발적인 ‘회개’로부터 출발한다.

무엇보다 두 신학은 이론과 실천의 관계에 있어서 이론에 앞선 ‘실천의 우위성’에 동의함으로써 중요한 상호 변혁의 접촉점을 형성한다.

해방신 학이 현존하는 불의한 체제를 정당화하던 전통적 형이상학을 거부하고 억압받는 자를 위한 실천적 참여를 최우선으로 삼았듯이, 캅 역시 화이 트헤드의 ‘느낌’(feeling) 개념을 수용하여 사유와 이론은 구체적인 감정과 경험, 즉 실천에 깊이 뿌리를 두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는 지적 신뢰성 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인간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되며, 사회정 의를 향한 해방의 실천이 언제나 이론적 선언보다 선행되어야 함을 강력 하게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신학이 온전한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방의 우선성과 긴급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캅을 위시한 과정신학자들은 생물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치·경제적 해 방과 생태적 해방 사이에 본질적인 갈등이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제3 세계의 억압받는 자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을 직시할 때, 두 위기를 동일 한 기준과 무게로 취급하는 것은 구체적인 고통 앞에서의 실천적 책임을 방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진정한 동일시가 결여된 서구 중심의 생태적 접근은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는 부당한 정치·경제적 폭압으로부터의 해방이 생태적 해방에 앞서 실천적 우선성을 지녀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신학은 해방신학이 역사적으로 노정했던 이 론적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보완하고 궁극적인 사회적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해방신학은 억압 구조 철폐를 위해 마르크 스주의의 유물론적 일원론에 부분적으로 기대어 실천에 매진한 결과, 정 치적 해방 이후의 사회를 이끌어갈 ‘통합적이고 새로운 비전’을 적시에 제시하지 못해 운동의 동력을 상실하는 뼈아픈 한계를 경험했다.

반면, 과정신학은 단순히 가난한 자와의 연대라는 전술적 목표에 머무르지 않 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와 자연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전체성 의 비전의 아름다움’을 그 대안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사상의 유기체 적 세계관은 파괴적인 경제 세계화를 극복하고 ‘전체 세계의 불가분적 구 원’이라는 완성된 청사진을 해방운동에 부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 치·경제적 해방과 생태·환경적 해방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일방적 으로 종속시키는 위계적 질서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 보완적인 하나의 ‘생태-정의’(Eco-Justice)로 긴밀하게 직조되어야 한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과거의 정치·경제적 후발국에서 선진국 형태로 진입하며 일차원적인 정치적 억압 문제는 일정 부분 극복되었으나, 오히 려 성장 지상주의가 낳은 환경적·생태적 위기가 훨씬 더 중대하고 긴급 한 생존의 요청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변화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여전히 잔존하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긴급성에 면밀하게 대응하면서도 피조 세계 전체를 품어내는 캅의 전체적 해방 비전은 대단히 유효하다.

정치·사회적 억압의 구체적 현실에 뿌리를 둔 실천(Praxis)과 우주적 생 명 공동체를 지향하는 과정신학의 거시적 비전(Vision)이 위계 없이 결합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참된 정의에 대한 참여를 통해 지속 가능성이 보장 되는 평화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61) 

 

    61)  본 연구는 한국 연구 재단의 3개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전 연구는 “과정 생명 사상의 기초가  되는 과정 사상의 신개념 연구: John B. Cobb Jr.의 신개념을 중심으로,” 「신학사상」 209 (2025/ 여름), 163-92에 수록되어 있다. 

 

 

참고문헌

김희헌. “조화로운 투쟁 그리고 조화를 향한 투쟁: 과정사상의 미학적 진리론에 담긴 사회윤리학적  함축성.” 「신학사상」 145 (2009/가을), 35-64. 오진철. “과정 생명 사상의 기초가 되는 과정 사상의 신개념 연구: John B. Cobb Jr.의 신개념을 중 심으로.” 「신학사상」 209 (2025 여름), 163-192. _______. “Alfred North Whitehead’s Notion of God as the Ground of Morality.” 「신학과사회」  34(1), 57-87. 이경호. “화이트헤드주의 진화 신학 소고 - 존 호트(John F. Haught)의 진화 신학.” 「신학사상」 188  (2020/봄), 355-387. 전철, 우희종. “포스트휴먼 사회의 동물권.” 「신학사상」 193 (2021/여름), 61-85. Bracken, Joseph A. “Faith and Justice: A New Synthesis? The Interface of Process and Liberation  T heologies.” Process Studies 14, no. 2 (Summer 1985), 73-75. Cobb, John B., Jr. Beyond Dialogue.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2. _______. Is It Too Late? Denton: Environmental Ethics Books, 1994.  _______. “Points of Contact between Process Theology and Liberation Theology in Matters of  Faith and Justice.” Process Studies 14, no. 2 (Summer 1985), 124-141. _______. Process Theology as Political Theology. Philadelphia, PA: Westminster Press, 1982. _______. “The Political Implications of Whitehead's Philosophy.” In Process Philosophy and Social T hought, edited by John B. Cobb, Jr. and W. Widick Schroeder. Chicago: Center for  the Scientific Study of Religion, 1981. Griffin, David Ray. God, Power, and Evil: A Process Theodicy. Philadelphia: The Westminster  Press, 1976. _______. “Values, Evil, and Liberation Theology.” Encounter 40, no. 1 (Winter 1979), 1-15. Gutierrez, Gustavo. The Theology of Liberation: History, Politics, and Salvation. Translated by  Caridad Inda and John Eagleson. Maryknoll, NY: Orbis Books, 1973. Lamb, Matthew L. “Liberation Theology and Social Justice.” Process Studies 14, no. 2 (Summer  1985), 102-123. O, Jincheol. “The Shadow of the Process of the Universe: A Whiteheadian Approach toward Pro cess Praxis Theodicy.” PhD diss., Claremont School of Theology, 2007. Ogden, Schubert M. “The Metaphysics of Faith and Justice.” Process Studies 14, no. 2 (Summer  1985), 87-101. Sobrino, Jon. Where Is God?: Earthquake, Terrorism, Barbarity, and Hope. Translated by Marga ret Wilde. Maryknoll, NY: Orbis Books, 2004. Suchocki, Marjorie Hewitt. “Weaving the World.” Process Studies 14, no. 2 (Summer 1985), 76-86. Whitehead, Alfred North. Adventures of Ideas. New York: The Free Press, 1961. _______. Process and Reality. ed. David Ray Griffin and Donald W. Sherburne. New York: Free  Press, 1978. _______. Religion in the Making. New York: Fordham University Press, 1996. _______. Science and the Modern World. New York, NY: Free Press, 1967. 

 

한글초록

본 연구는 존 B. 캅 주니어의 과정 생명 신학을 중심으로 사회적 불 의와 생태계 파괴라는 이중적 위기 속에서 정치·사회적 해방과 생태·환 경적 해방의 상관관계를 심도 있게 고찰한다. 캅은 과정철학의 비이원론 적 관점을 바탕으로 두 해방 영역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천명하며 해방신학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모색했다. 무엇보다 과정신학과 해방신 학은 구체적인 억압의 상황과 고통에 응답하기 위해 이론에 앞서 ‘실천의 우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중요한 신학적 접촉점 을 형성한다. 그러나 본 논문은 거시적인 생태적 위기를 절대화하여 정 치·경제적 해방의 구체성을 생태적 범주 아래로 포섭하려는 캅의 시도가 지닌 한계를 비판적으로 지적한다. 제3세계의 빈곤과 억압이라는 구체적 이고 긴급한 고통의 현장 앞에서는 때로 정치·경제적 해방이 생태적 해 방에 앞서 실천적 우선성을 지녀야만 함을 역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신학은 해방신학이 마르크스주의적 일원론에 기대어 노정했어야만 했던 이론적 취약성을 극복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중대한 신학적 공헌을 남긴다. 해방적 실천에 치중한 나머지 정치적 해방 이후의 통합적 비전 을 적시에 제시하지 못했던 해방신학에, 과정신학은 단순한 계급적 연대 를 넘어 자연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전체 세계의 불가분적 구원’이라 는 궁극적이고 거시적인 비전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정치· 경제적 해방과 생태·환경적 해방이 위계적 질서나 종속적 관계없이, 동 등하고 상호 보완적인 하나의 ‘생태-정의’(Eco-Justice)로 온전히 통합되 어야 함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사회 구조적 억압에 능동적으로 대응하 는 해방적 실천(Praxis)과 우주적 생명 공동체를 지향하는 과정신학의 거 시적 비전(Vision)이 결합할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지속 가능한 사회 를 담보하는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규명한다. 

 

주제어 존 캅, 과정철학, 과정신학, 해방신학, 생태신학 

 

Abstract

A Study on the Relationship Between Socio-Political Liberation and Eco-Environmental Liberation — Focused on the Theology of John B. Cobb Jr.

Jin-Cheol, Oh (Assistant Professor, Systematic Theology Korea Baptist University)

This study profoundly examines the correlation between political-social liberation and ecological-environmental liberation amidst the dual crisis of social injustice and ecological destruction, focusing on the process-life theology of John B. Cobb Jr. Based on the non-dualistic perspective of process philosophy, Cobb declared that these two realms of liberation are inseparable and sought an active dialogue with liberation theology. Above all, the two theologies form a significant theological point of contact by sharing the recognition that the “primacy of praxis” over theory must be presupposed in order to respond to concrete situations of oppression and suffering. However, this paper critically points out the limitations of Cobb’s attempt to subsume the concreteness of political-economic liberation under the ecological category by absolutizing the macroscopic ecological crisis. It emphasizes that in the face of the concrete and urgent sites of suffering—namely, poverty and oppression in the third world - political-economic liberation must sometimes take practical priority over ecological liberation. Nevertheless, process theology provides a crucial theological contribution by helping liberation theology overcome the theoretical vulnerabilities it is inevitably exposed to through its reliance on Marxist monism. To liberation theology, which focused so heavily on emancipatory praxis that it failed to present an integrative vision following political liberation, process theology offers the ultimate and macroscopic vision of the “indivisible salvation of the whole world,” transcending mere class solidarity to encompass the entire natural ecosystem. In conclusion, this study proposes that political-economic  liberation and ecological-environmental liberation should be fully integrated into a single, equal, and mutually complementary “Eco-Justice,” without any hierarchical order or subordinate relationship. Through this approach it argues that only when the emancipatory praxis actively responding to socio-structural oppression is combined with the macroscopic vision of process theology aiming for a cosmic community of life, can it become the ultimate alternative that guarantees true peace and a sustainable society.

 

Keyword  John B. Cobb Jr., Process Philosophy, Process Theology, Liberation Theology, Ecological Theology

 

 

논문접수일: 2026년 3월 18일 논문수정일: 2026년 5월 23일 논문게재확정일: 2026년 6월 20일

 神學思想 213집 · 2026 여름

 

정치 사회적 해방과 생태 환경적 해방의 상관관계 연구 - 존 캅의 신학을 중심으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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