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히브리어 구약성서는 외형상 하나의 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토라’, ‘느비임’, 케투빔’이라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 정경적 집합체이며, 동시에 이 세 부분은 다시 39권(히브리어 성서 24권)에 이르는 개별 문서들의 총체 로서 장구한 세월에 걸쳐 기록, 수집, 편찬된 신앙의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이 시대적 정황을 반영하듯이 고대 이스라엘의 족장 시대, 사사 시대, 왕정 시대, 포로기 및 포로 이후에 형성된 구약성서 문헌들은 각기 상이한 문학적 특징과 신학적 주제를 드러낸다.
예를 들면, 족장 시대에는 하나님 의 부르심과 언약(땅, 자손, 복)에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사사 시대에는 언 약 공동체의 반복적 배교와 구원의 순환, 그리고 ‘왕 없음’에서 비롯된 신 앙적, 사회적 무질서가 핵심 주제로 부각 되었다.
이어 왕정 시대에는 왕 권의 정당성과 더불어 언약의 제도화, 특히 다윗 언약이 중요한 신학적 주 제가 되었다.
이어 포로기에는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더불 어 신앙의 재정립이 요청되었고, 포로 이후에는 공동체의 재건과 토라 중 심의 신앙 질서 확립이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알베르츠(R. Albertz)는 바빌론 포로기라는 역사적 위기 상황 속에서 문학적 장르 또한 시대적 요 구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백성의 탄식과 국 가 멸망에 대한 탄식”(Klage des Volkes und Stadtuntergangsklage), “공동 체 시편과 개인 시편 장르의 혼합체”(Mischungen von kollektiven und indi viduellen Psalmengattungen), “구원의 말씀”(Heilsworte), “이방 민족 경고 말씀”(Völkerworte), 그리고 “설교”(Predigten)와 같은 장르들이 고대 이스 라엘의 포로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한다.1
또한 이 시기에는 유 다 왕국의 멸망으로 국가기관과 제의체계가 붕괴함에 따라 다양한 신학적 집단들이 등장하여 이러한 위기를 해석하고,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문학 적, 신학적 작업을 전개했다.2
1 R. Albertz, Die Exilszeit 6. Jahrhundert v. Chr. (Biblische Enzyklopädie 7; Stuttgart: Kohlhammer, 2001), 117-162. 2 라이너 알베르츠, 『포로시대의 이스라엘』, 배희숙 옮김 (고양: 크리스챤 다이제스트, 2006), 190.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응보신학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되자 지혜문학 내부에서는 기존 패러다임을 비판적 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지혜 이해를 모색하려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편 다 윗 왕조의 몰락으로 왕정 체제가 붕괴한 상황 속에서 시문학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과거의 신앙 전통을 새로운 역사적 현실에 부합하 도록 재해석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나아가 선민 이스라엘이 바빌론으로 강제 이주되고,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던 예루살렘 성전이 폐허로 전락 한 상황에서 예언문학은 백성의 죄와 불신앙을 고발하는 한편, 이방 민족 에 대한 심판 경고와 이스라엘의 회복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함으 로써 공동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본 연구는 바빌론 포로 이후 시기에 최종적으로 편집되어 형성된 문헌들, 곧 지혜문학에 속한 욥기, 잠언 1-9장, 전도서와 시문학을 대표하는 시편과 예언문학에 해당 하는 제3이사야서, 학개, 스가랴, 말라기를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특 히 고대 이스라엘이 바빌론 포로기를 거친 이후 페르시아 시대에 전개된 새로운 문학적 흐름과 신학적 특징을 규명하는데 연구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Ⅱ. 페르시아 시대에 구약성서의 신학적 전환들
1. 페르시아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
페르시아 시대 예후드 속주의 사회적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3은 이 시기 구약성서 문학 전통에 나타나는 신학적 변화를 해석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라 할 수 있다.
카터(C. E. Carter)의 사회-인구학적 연구에 따르면, 페 르시아 시대 예후드의 인구는 약 13,350명에서 20,650명 사이로 추정되며, 이는 포로 이전 유다 왕국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4
이러한 급격한 인구 감소와 사회 구조의 축소는 공동체 정체성과 신학적 자기 이해에 중대 한 영향을 미쳤다.
고고학적 연구 역시 이와 같은 상황을 뒷받침한다.
핀켈 슈타인(I. Finkelstein)은 예루살렘이 포로 이전 규모의 약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 페르시아 시대 속주 사회가 주로 성벽이 없는 소규모 농촌 촌락들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한다.5
3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하라. 소형근, “고대 이스라엘의 포로 시대와 페르시아 시대 ‘골라’ 공 동체와 디아스포라 유다인에 대한 연구,” 「구약논단」 95집 (2025), 51-80; 소형근, “바빌론 포로 이후 초 기 ‘골라’(golah) 공동체의 신학적 흐름에 대한 연구,” 「구약논단」 85집 (2022), 129-153.
4 C. E. Carter, The Emergence of Yehud in the Persian Period: A Social and Demographic Study (JSOTSup 294;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9), 195-248.
5 I. Finkelstein, “Jerusalem in the Persian (and Early Hellenistic) Period and the Wall of Nehemiah,” JSOT 32 (2008), 501-520. 핀켈슈타인은 고고학적 증거에 기초하여 페르시아 시대 예루살렘의 규모에 대한 최소주의적 평가를 제시한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최소주의적 경향을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으나, 예후드 공동체의 제한된 규모와 열 악한 도시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조건은 신학적 사유의 재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왕정 체제 가 소멸된 상황에서 야훼 신앙의 제도적 중심은 점차 성전 제사장직과 서기 관 계층으로 이동했으며, 땅의 백성(ץרֶאֶה־םעֹ)과 귀환 공동체 사이의 긴장은 ‘참 이스라엘’(wahre Israel)의 정체성을 둘러싼 신학적 논쟁으로 표출되었 다.6
이러한 논쟁은 단순한 사회적 갈등을 넘어 공동체의 경계 설정과 정체 성 규정을 둘러싼 문학적, 신학적 생산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근 연구는 페르시아 시대를 보다 넓은 ‘국제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필요 성을 강조한다.
바빌로니아, 이두메, 엘레판틴 등지에서 발견된 야훼 신앙 공동체 관련 문헌들은 구약성서 문헌의 형성이 예후드 내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페르시아 제국 전역에 흩어진 디아스포라 공동체들과 상호 소통 과 논쟁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크라츠(R. G. Kratz) 는 페르시아 시대를 야훼 종교가 성전과 왕권 중심의 전통에서 점차 경전 중심의 종교로 재편되는 전환기로 이해한다.7
그리고 게르슈텐베르거(E. S. Gerstenberger)가 지적하듯이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 아래에서 형성된 사상 적 환경 속에서 조로아스터교적 세계관(세계의 통일성, 선과 악의 이원적 긴장, 역사에 대한 목적론적 이해 등)과 고대 이스라엘 신학 사이에 일정한 공명 관계 가 형성되었을 가능성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8
6 B. Becking, “The Return from Exile: A Proposal,” Judah and the Judeans in the Persian Period, ed. O. Lipschits and M. Oeming (Winona Lake: Eisenbrauns, 2006), 3-18.
7 R. G. Kratz, “Where to Put Biblical Yahwism in Achaemenid Times?,” Yahwism under the Achae menid Empire: Professor Shaul Shaked in Memoriam (BZAW 548; Berlin: De Gruyter, 2024), 267 278. 크라츠는 페르시아 시대를 야훼 종교가 성전과 왕권 중심의 전통에서 경전 통제 중심의 종교로 진화한 시기로 규정한다.
8 E. S. Gerstenberger, Israel in the Persian Period: The Fifth and Fourth Centuries B.C.E. (Biblical En cyclopedia 8; Atlanta: SBL Press, 2011), 224-256. 다만, 조로아스터교의 직접적 영향과 유사한 정신적 토양에서의 병행 발전을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유사성은 조 로아스터교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동일한 역사적, 지성 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 병행적 발전으로 신중히 구분하여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전제로 본 연구는 페르시아 시대에 나타난 구약성서 지혜문학, 시문학, 예언문학의 신학적 변화를 순차적 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페르시아 제국의 종교 정책이 구약성서 문헌 형성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주의 깊은 검토가 요구된다.
페르시아 제국은 피정복 민족의 전통적 종교를 일정 부분 보존, 후원하는 동시에 이를 제국 의 행정 질서 안에 편입시키는 정책, 이른바 ‘제국의 허가’ 가운데 두었다.
프라이(P. Frei)가 제안하고 블렌킨소프(J. Blenkinsopp)가 발전시킨 이 이론 에 따르면, 에스라가 페르시아 지역에서 가져온 “하늘의 하나님의 율법”(스 7:12, 21, 26)은 페르시아 행정 체계의 맥락 속에서 토라의 공적 권위가 제 도적으로 승인된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다.9
그러나 이 이론의 타당성에 대 해서는 학계에서 여전히 비판적 논의가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그래 브(L. L. Grabbe)는 페르시아 제국이 토라를 공식적으로 승인했다는 직접적 인 증거가 부족하며, 에스라 7장에 나오는 “하늘의 하나님의 율법”을 문자 그대로 수용하는 것에 반대한다.10
하지만, 페르시아 제국의 정치적 맥락이 구약성서 토라의 권위 확립과 문학 전통의 재구성에 중요한 외적 조건을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당한 합의가 있다. 바인베르크(J. Weinberg)의 ‘시민-성전 공동체’(Bürger-Tempel Gemeinde) 모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페르시아 시대 예후드 공동체는 더 이상 주권국가가 아니 었으며, 성전을 중심으로 조직된 반자치적(semi-autonomous) 시민 공동체 로서 페르시아 제국의 행정 체계 안에서 제한된 자율성을 누렸다.11
이 모델 은 카터의 고고학적 연구에 의해 부분적으로 수정되었으나,12
9 P. Frei, “Zentralgewalt und Lokalautonomie in Achämenidenreich,” Reichsidee und Reichsorganisa tion im Perserreich, ed. P. Frei und K. Koch (OBO 55; Freiburg: Universitätsverlag, 1984), 7-43. 이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로는 와츠의 글을 보라. J. W. Watts, Persia and Torah: The Theory of Impe rial Authorization of the Pentateuch (SBL SymS 17; Atlanta: SBL Press, 2001).
10 L. L. Grabbe, “The Law of Moses in the Ezra Tradition,” Persia and Torah: The Theory of Imperial Authorization of the Pentateuch, ed. J. W. Watts (SBL Symposium Series 17; Atlanta: Society of Bib lical Literature, 2001), 91-114.
11. J. P. Weinberg, The Citizen-Temple Community, trans. D. L. Smith-Christopher (JSOT Sup 151; Sheffield: Sheffield Academic Press, 1992), 30-35, 49-61, 132-135.
12.C. E. Carter, Emergence, 195-248.
성전이 단순 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중심지로서 복합적 기능을수행했다는 기본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성전의 다중적 기능은 예 언문학에서 성전신학 재구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2. 지혜문학의 신학적 전환
1) 전통적 응보신학의 위기와 변화
전통적 응보신학의 위기는 단순히 특정 교리의 붕괴라기보다, 이스라 엘 지혜 전통이 전제해 온 세계의 도덕적 질서에 대한 신뢰 자체가 근본적 으로 흔들린 사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잠언이 전제하는 인과응보의 질서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본질적으로 도덕적 합리성과 질서 속에 있으며, 인간의 행위와 그 결과가 일정한 대응 관계를 가진다는 확신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바빌론 포로라는 역사적 경험은 이러한 전제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 게 하였다.
의로운 공동체가 집단적으로 심판을 받고, 악한 제국이 번영하 는 현실은 전통적 지혜가 가정해 온 윤리적 인과 질서의 보편성과 예측 가 능성을 붕괴시키는 사건이었다.13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욥기와 전도서는 각 각 상이한 방식으로 지혜 전통을 재구성한다.
욥기는 전통적 응보신학을 단 순히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이 지니는 설명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다.
욥의 친 구들이 대변하는 전통적 지혜—고난을 죄의 결과로 환원하는 논리—는 신 학적으로 정합성을 지니지만, 현실의 고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 에 대해 야훼의 폭풍우 가운데 연설(욥 38–41장)은 고난의 원인을 직접 해명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인식론적 한계를 드러내고, 창조 질서 전반 속에서 신적 지혜의 불가해성을 제시한다.14
13 L. G. Perdue, Wisdom Literature: A Theological History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2007), 88-142. 퍼듀는 욥기의 편집을 포로기로 평가하며, 예루살렘 멸망, 바빌론 포로 생활, 메소포타미아 지혜 전통의 영향으로 분석한다. 참고. 이종근, “메소포타미아와 잠언의 운명관에 대한 연구 – 신앗시 리아 제국의 에살핫돈의 불길예감을 중심으로,”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07집 (2018), 61-103.
14 S. E. Balentine, “Job,” The Oxford Handbook of Wisdom and the Bible, ed. W. Kyn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21), 519-537.
이는 신적 정의를 인간 중심의 인과 논리로 환원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응보 원리를 폐기하기보 다는 그것을 하나님의 주권과 창조 질서의 신비 속에 재위치화하는 신학적 전환을 의미한다.
전도서는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응보신학에 도전한다.
히 브리어 ‘헤벨’(לבְה)이라는 핵심 개념은 단순한 허무주의(nihilism)가 아니라, 인간 경험의 불확정성과 세계 질서의 비가시성을 드러내는 신학적 언어이 다.
전도자는 의인과 악인의 운명이 일치하지 않는 현실, 인간의 노력과 결 과 사이의 불균형, 그리고 죽음의 보편성을 관찰함으로써 전통 지혜가 전제 해 온 질서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근본적으로 문제 삼는다.15
그러나 이러한 회의는 단순한 부정으로 귀결되지 않고, 오히려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 앞 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현재의 삶을 수용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전도 서의 신학은 응보 질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체계를 제시하기보다 불확실성 속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실존적 지혜를 제안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16
이처럼 포로기 및 포로 이후 지혜문학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전통적 응 보신학이 폐기되었다기보다, 그것이 더 이상 단선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로 작동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에서 다층적이고 긴장된 신학으로 재구성되었 다는 점에 있다.
잠언이 제시하는 규범적 지혜, 욥기가 드러내는 신적 신 비, 그리고 전도서가 강조하는 실존적 회의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신앙이 경험한 역사적 현실의 복합성을 반 영하는 상호 보완적 지혜 담론의 스펙트럼을 형성한다.
이러한 신학적 전 환은 이후 유대교 및 초기 기독교 전통에서 고난과 정의,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17
15 T. L. Forti, “Ecclesiastes,” The Oxford Handbook of Wisdom and the Bible, ed.
16.W. Kyn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1), 538-550; L. Schwienhorst-Schönberger, “Order: Wisdom, Retribu tion, and Skepticism,” 같은 책, 89-107을 보라. L. G. Perdue, Wisdom Literature, 175-228. 전도서의 기록 시기를 페르시아 시대 후기로 보는 견해는 서브의 글을 참고하라. C. L. Seow, Ecclesiastes (AB 18C; New York: Doubleday, 1997), 102-107.
17.J. L. Crenshaw, Old Testament Wisdom: An Introduction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2010), 130-165.
2) 토라 중심 지혜의 등장
페르시아 시대 지혜 전통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토라(Torah)가 지 혜 사유의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주제의 확장이 아니 라, 지혜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이해 자체가 재구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전 통적으로 지혜(המכְח)는 창조 질서에 내재된 보편적 원리로 이해되었으며, 인간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이를 발견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포로 이후의 역사적 현실 속에서 이러한 경험적 지혜는 그 자체로 충분한 권위를 지니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혜는 점차 계시된 율법, 곧 토라와 긴밀히 결합되기 시작했다.18
이러한 변화는 잠언 1–9장에서 두드러 지게 나타난다. 잠언 1-9장에서 ‘의인화된 지혜’는 단순한 삶의 기술이 아 니라, 창조 이전부터 존재하며 세계 질서를 형성하는 우주적 원리로 제시된 다(잠 8:22–31). 이러한 지혜 개념은 단순한 자연 질서의 관찰을 넘어 하나님 의 창조 행위와 긴밀히 결부된 신적 질서로 승격된다.
특히 후기 지혜문헌 인 벤 시라의 지혜(집회서)와 솔로몬의 지혜(지혜서)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 욱 발전하여 지혜와 토라가 명시적으로 동일시되는 단계에 이른다.19
여기 서 토라는 더 이상 단순한 법전이 아니라, 창조 질서를 구현하고 유지하는 신적 지혜의 구체적 표현으로 이해된다.
퍼듀(L. G. Perdue)는 페르시아 시 대에 이르러 토라가 유대 지혜의 신학적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규 범적 지침을 넘어 우주론적, 윤리적 원리로 재해석 되었다고 말한다.20
18 R. C. van Leeuwen, “Theology: Creation, Wisdom and Covenant,” The Oxford Handbook of Wis dom and the Bible, ed. W. Kyn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21), 63-88.
19.B. G. Wright III (ed.), Praise Israel for Wisdom and Instruction: Essays on Ben Sira and Wisdom, the Letter of Aristeas and the Septuagint (Leiden: Brill, 2008), 45-67.
20 L. G. Perdue, Wisdom Literature, 160.
즉, 토라는 창조 질서를 반영하는 신적 의지의 계시로써 인간이 의로운 삶을 살 아갈 수 있는 기준일 뿐 아니라, 세계 질서 자체를 이해하는 해석학적 열쇠 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지혜가 더 이상 경험과 관찰의 산물이 아 니라, 계시된 질서에 참여하는 신학적 행위로 이해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토라 중심의 지혜 형성은 시문학, 특히 시편의 편집 과정과 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시편 1편, 19편, 119편과 같은 이른바 ‘토라 시편’은 토라를 묵상하고 준수하는 삶을 지혜로운 삶의 전형으로 제시하며, 지혜 전 통과 토라 신학의 통합을 분명히 드러낸다.
특히 시편 1편이 시 편집 전체 의 서문으로 배치된 것은 시편 전체를 토라 중심의 신앙과 지혜의 틀 안에 서 읽도록 유도하는 정경적 의도를 반영하는 것이다.21
이러한 정경적 배열 은 지혜문학과 시문학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며, 두 전통이 페르시아 시 대에 이미 상호 침투적 관계 속에서 재구성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토라 중심의 지혜 등장은 포로 이후 이스라엘 신앙이 경험한 위기 속에서 지혜의 근거를 인간 경험에서 하나님의 계시로 이동시키는 신학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지혜를 단순한 삶의 기술이나 윤리적 통찰 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와 언약 질서에 참여하는 신앙 행위로 재정의하 는 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후 유대교 전통에서 토라 연구와 지혜 추구 가 동일한 신앙 행위로 이해되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22
21 G. H. Wilson, The Editing of the Hebrew Psalter (SBLDS 76; Chico: Scholars Press, 1985), 204-210. 참고. 김진규, “전략적 배열의 관점에서 본 시편 110편 1절의 메시지,”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03집 (2017), 37-61.
22 J. L. Kugel, The Idea of Biblical Poetry: Parallelism and Its History (Baltimore: Johns Hopkins Uni versity Press, 1981), 133-150.
3) 지혜문학 범주 자체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최근 구약 지혜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학술적 전환은 ‘지혜문학’ (Wisdom Literature)이라는 범주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이다.
카인즈(W. Kynes)는 그의 책에서 지혜문학이라는 장르 개념의 사망을 선언했다.23
23 W. Kynes, An Obituary for Wisdom Literature: The Birth, Death, and Intertextual Reintegration of a Biblical Corpu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9), 270-280.
그 는 욥기, 잠언, 전도서를 하나의 독립적 지혜문학 범주로 묶는 관행은 고대 이스라엘의 자기 인식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계몽주의 이후 19세기 독일성서학에서 ‘교양 있는 경멸자들’(cultured despisers)로부터 편의상 고안된 것이라고 본다.24
카인즈가 제안한 대안은 분류학적 장르 접근을 버리고, 상 호텍스트적 접근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욥기, 잠언, 전도서는 배타적 범주 안에 격리되는 대신, 정경 전체의 복잡한 상호텍스트적 네트워 크 안에서 다차원적으로 읽혀야 한다.25
이 논쟁은 현재 진행 중이며, 비테 (M. Witte)와 같은 학자는 장르 개념 자체를 폐기하기보다 장르를 이해하는 방식의 전환을 옹호한다.26
지혜문학 범주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광범위한 합의에 이르렀으나, 그것을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 해서는 아직 논쟁 중이다. 이 패러다임 전환 논의가 페르시아 시대 지혜 연 구에 갖는 함의는 상당하다. 종전의 접근에서 욥기, 잠언, 전도서는 지혜학 파(wisdom school) 또는 지혜자 그룹(sage class)이라는 상정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해석되었다.
그러나 카인즈와 이에 동조하는 학자들의 비판은 이러 한 지혜학파의 존재 자체가 19세기 구약학의 투영일 가능성을 제기한다.27
반 리우웬(R. C. van Leeuwen)은 이러한 해체적 접근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도 창조, 지혜, 언약이라는 신학적 주제들이 지혜 전통의 핵심을 이루며, 이 주제들이 페르시아 시대에 토라 중심의 새로운 종합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28
24 W. Kynes, “The Nineteenth-Century Beginnings of Wisdom Literature, and Its Twenty-first Centu ry End?,” Perspectives on Israelite Wisdom: Proceedings of the Oxford Old Testament Seminar, ed. J. Jarick, (LHBOTS 618; London: Bloomsbury T & T Clark, 2016), 83-108.
25 참고. C. Smith, “Review of W. Kynes, An Obituary for Wisdom Literature,” Bulletin for Biblical Research 30(2) (2020), 314-316. 스미스는 카인즈의 작업을 토마스 쿤(Th. Kuhn)의 패러다임 전환 모 델에 비유하며, 위기 국면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동시에 수행하려는 시도로 평가한다.
26 M. Witte, “Literary Genres of Old Testament Wisdom,” The Oxford Handbook of Wisdom and the Bible, ed. W. Kyn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1), 353-370. 비테는 장르 분류의 유의미한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그 적용 방식의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다.
27 M. R. Sneed(ed.), Was There a Wisdom Tradition?: New Prospects in Israelite Wisdom Studies (AIL 23; Atlanta: SBL Press, 2015). 이 논문집은 지혜 ‘전통’의 존재 여부에 대한 다양한 학자들의 논쟁을 수 록하고 있다.
28 R. C. van Leeuwen, “Theology,” 63-88.
이 두 관점(해체적 상호텍스트주의 & 신학적 종합주의) 사이의 생산 적 긴장은 현재 지혜 연구의 핵심 역동을 이루고 있다. 잠언 1-9장의 편찬 문제는 이 논의와 직접 관련된다.
잠언 1-9장은 잠언의 나머지 부분(잠 10-31장) 보다 후대의 편집으로 널리 인정되며, 대부분의 학자들은 페르시아 시대 또는 초기 헬레니즘 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이해한다.29
29 M. V. Fox, Proverbs 1-9 (AB 18A; New York: Doubleday, 2000), 6-9. 폭스는 잠언 1-9장의 편집을 기 원전 5세기 후반에서 4세기 전반으로 추정한다.
의인화 된 지혜(잠언 1:20-33; 8:1-36; 9:1-6)와 ‘이방 여인’(הרֶזִ השאֶ, 잠 2:16; 7:5) 사이 의 대조적 병행은 지혜의 선택이 단순한 인식론적 결단이 아니라, 야훼에 대한 충성과 이방 문화에 대한 거부라는 정체성 결단의 성격을 띠게 됨을 보여준다. 이는 페르시아 시대 예후드 공동체의 경계 유지 문제와 직접 연 관되며, 지혜 담론이 사회적, 종교적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 방식을 드러낸 다.
3. 시편의 신학적 전환
1) 제의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
시편의 최종 편집은 페르시아 시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널리 인정되며, 이 편집 과정은 단순한 문헌 수집이 아니라, 의도적인 신학적 구성을 전제 한다.30
30 G. H. Wilson, Editing, 204-210. 윌슨은 시편 전체 구조의 의도적 배열로, 다윗 왕권의 언약적 위기 (시 89편)에서 야훼 왕권(시 90-100편)으로 전환을 입증하려 했다.
포로 이전의 시편이 성전 제의와 왕실 의례의 맥락에서 기능했다 면, 페르시아 시대의 시편 편집은 왕정 없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과거의 전통을 새로운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또한 윌 슨(G. H. Wilson)의 분석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시편 89편과 90편 사이의 단절이다.
시편 89편은 다윗 언약의 위기(“그러나 주께서 주의 기름 부음 받은 자에게 노하사 물리치셔서 버리셨으며”[38절])로 끝나며, 이는 바빌론 포로에 의한 왕정 종말의 신학적 반영이다. 그 직후 시편 90-100편(제4권)에서는 야훼 자신이 왕으로 선포되며(시 93; 96-99편), 인간 왕의 실패 이후에 야 훼의 직접적 왕권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편집적 구조는 포로 이후 공동 체의 핵심적인 신학적 응답을 반영하는데, 즉 포로 이후 다윗 왕조의 부재를 야훼 왕권의 재확인으로 극복하려 했던 것이다.31
나아가 시편의 마지막 단락(시 146-150편)이 할렐루야 찬양으로 구성된 것은 시편 전체가 반복되 는 위기와 회복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 찬양으로 수렴하는 신학적 구 조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브루그만(W. Brueggemann)은 이를 ‘질 서’(orientation) - ‘무질서’(disorientation) - ‘새로운 질서’(new orientation) 의 구조로 설명하며, 시편의 편집구조 자체가 포로기의 위기와 그 극복이 라는 이스라엘의 신앙 여정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32
특히, 포로 이후에 시편의 최종 틀 짜기(framin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라를 묵상하는 의 인의 행복을 다루고 있는 시편 1편이 시편 전체의 서문으로 배치된 것은 시편 전체를 ‘기도의 책’에서 ‘묵상(meditation)의 책’으로 전환하려는 편집 적 의도를 반영한다.
이러한 전환은 성전 제의 중심의 종교 구조가 경전 중심의 종교 체계로 재편되는 페르시아 시대의 거시적 종교 변동과 밀접 하게 맞물려 있다.33
31 G. H. Wilson, “The Use of Royal Psalm at the ‘Seams’ of the Hebrew Psalter,” JSOT 35 (1986), 85 94.
32 W. Brueggemann, “Psalms and the Life of Faith: A Suggested Typology of Function,” JSOT 17 (1980), 3-32.
33 J. C. McCann Jr., “The Psalms as Instruction,” Interpretation: A Journal of Bible and Theology 46(2) (1992), 117-128. 맥캔은 시편 편집에서 토라 강조와 교육적(didactic) 기능의 부상을 분석한다.
2) 트라우마 언어와 문화적 기억
바빌론 포로 이후 시편의 중요한 신학적 변천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의 고통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포 로 이전 시편에서 탄원은 주로 현재의 위기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개입을 요청하는 제의적 언어로 기능했다면, 포로 이후 시편에서는 과거의 파괴 경험(특히, 예루살렘의 멸망과 성전의 붕괴)이 공동체의 신앙 정체성을 형성하 는 중심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탄원시가 단순한 현재적 호소를 넘어, 역사적 재난의 기억을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전승하는 매체로 기능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34
이러한 신학적 변화는 최근 트라우마 연구의 관점에서 보다 분명하게 설명된다.
베르데(D. Verde)는 인지언어학 과 트라우마 이론을 결합하여 시편의 공동체 탄원시가 페르시아 시대 예 후드 공동체의 문화적 트라우마를 형성하고 전승하는 기능을 수행했음을 논증한다.35
여기서 ‘문화적 트라우마’란 단순한 개인적 고통을 넘어 공동 체가 경험한 집단적 파괴 사건이 기억과 서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구성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편의 탄원시는 더 이상 단순한 치유의 언어가 아니라, 공동체가 겪은 고통을 반복적으로 상기시 키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함으로써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 행한다.36
특히, 시편 74편, 79편, 89편과 같은 포로기 및 포로 이후 공동 체 탄원시는 이러한 신학적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편들은 성 전 파괴, 집단적 죽음, 그리고 신적 침묵을 묘사하는 강렬한 은유와 극적 언어를 통해 공동체의 집단적 고통을 형상화한다.37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러한 언어가 단순히 고통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고통을 기억하고 재현함으로써 공동체의 신앙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 한다는 데 있다.
이는 탄원시가 치유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기억을 보존하 는 매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시편의 신학이 제의적 기능을 넘어 역사적 기억과 공동체 정체성의 형성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브루그만에 따르면, 시편의 탄원은 단순한 고통의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가 경험한 “무 질서”(disorientation)를 하나님 앞에서 언어화하는 신앙 행위이며, 이는 이 후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신학적 과정과 긴밀히 연결된다.37
34 E. S. Gerstenberger, Psalms, Part 2, and Lamentations (FOTL XV; Grand Rapids: Eerdmans, 2001), 1-25.
35 D. Verde, “From Healing to Wounding: The Psalms of Communal Lament and the Shaping of Ye hud’s Cultural Trauma,” Open Theology 8 (2022), 345-361. 베르데는 시편의 트라우마 언어가 치유 도구로서뿐 아니라, 공동체에 ‘상처를 입히는’ 기능, 즉 이전 세대의 고통을 잊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수행했다고 주장한다.
36 윗글, 352-358.
37 N. L. deClaissé-Walford, R. A. Jacobson, and B. L. Tanner, The Book of Psalms (NICOT; Grand Rapids: Eerdmans, 2014), 592-600, 618-625, 665-680.
나아가 게르슈텐베르거(E. S. Gerstenberger)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이러한 탄원 전통 은 포로 이후 공동체가 처한 정치적, 사회적 현실 속에서 집단적 기억을 보존하고 신앙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매개로 기능하였다.39
38 W. Brueggemann, The Message of the Psalms (Minneapolis: Augsburg, 1984), 19-21.
39 E. S. Gerstenberger, Psalms, Part 2, 10-20.
따라서 포로 이후 시편에서 나타나는 트라우마 언어는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나 제의적 요소를 넘어 공동체의 역사적 경험을 신학적으로 재해석 하고, 기억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나아가 위기 속에서 신앙 을 지속하게 하는 핵심적인 신학적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트라우마 언어의 등장은 포로 이후 시편 신학이 경험 중심의 탄원에서 기 억과 정체성 중심의 신학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평 가할 수 있다.
3) 지혜 시편과 토라 시편의 부상
페르시아 시대 시편 편집의 중요한 신학적 특징 중에 하나는 이른바 ‘지혜 시편’(Wisdom Psalms)과 ‘토라 시편’(Torah Psalms)의 전략적 배치를 통해 시편 전체의 해석학적 방향이 재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분류를 넘어 시편이 더 이상 제의적 찬양과 탄원의 모음집에 머물 지 않고, 지혜와 토라를 중심으로 재해석된 신앙의 교본으로 자리 잡게 되 었음을 시사한다.40
특히, 시편 1편은 시편 전체의 서문으로서 결정적인 역 할을 수행한다.
이 시편은 ‘복 있는 사람’을 토라를 즐거워하며, 주야로 묵 상하는 자로 정의함으로써 시편 전체를 토라 중심의 신앙과 지혜의 틀 속 에서 읽도록 유도한다.41
40 W. H. Bellinger Jr., “Wisdom Psalms,” The Oxford Handbook of Wisdom and the Bible, ed. Will Kyn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21), 555-569.
41 G. H. Wilson, The Editing, 204-210.
이러한 서두의 배치는 시편이 단순한 기도서가 아 니라, 토라 묵상 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정경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편 19편과 119편 역시 토라를 창조 질서와 연결시키며, 하나님 의 율법을 우주적 질서와 윤리적 삶을 매개하는 중심 원리로 제시한다.42
한편 시편 37편, 49편, 73편과 같은 ‘지혜 시편’은 전통적 응보신학의 문 제를 다루면서 지혜문학과 시편 전통의 접점을 형성한다.
이 시편들은 의 인과 악인의 운명, 부와 성공의 문제, 그리고 신적 정의의 지연과 같은 주 제를 다루며, 잠언, 욥기, 전도서와 같은 지혜문학의 주요 논제와 긴밀하 게 연결된다.43
특히 시편 73편은 의인의 고난과 악인의 번영이라는 문제 를 성소 경험을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전통적 응보신학을 단순히 부정하기 보다 신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논의 한 바와 같이 포로 이후 지혜문학에서 나타나는 ‘토라 중심화’ 경향과 긴밀 히 맞물린다.
즉, 지혜는 더 이상 인간 경험에 의해 획득되는 독립적 지식 이 아니라, 토라를 통해 계시된 하나님의 뜻에 참여하는 신앙적 행위로 재 정의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편의 지혜 시편들은 단순히 지혜문학의 영 향을 받은 결과라기보다, 토라와 지혜가 통합된 새로운 신학적 패러다임 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카인즈(W. Kynes)의 상호 텍스트적 접근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카인즈에 따르면 ‘지혜 시편’은 지혜문학이라는 독립된 장르가 시편 안으로 유입된 결과가 아니라, 오히 려 지혜적 사유가 이스라엘 문학 전통 전반에 걸쳐 유동적으로 작용해 왔 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44
이는 지혜와 시편, 나아가 율법과 예언 사이의 경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페르시아 시대에 이르러 더욱 상호 침투적으 로 재구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관점은 이후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 지를 받았다.
즉, 포로 이후에 지혜와 예언 전통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 어 있으며, 특히 이 두 전통 사이의 경계가 점차 유동화된 연구들이 나오 게 되었다.45
42 J. L. Mays, Psalms (Interpretation: A Bible Commentary for Teaching and Preaching; Louisville: Westminster John Knox, 1994), 40-62, 382-400.
43 W. H. Bellinger Jr., “Wisdom Psalms,” 560-565.
44 W. Kynes, An Obituary, 1-5, 270-280.
45 M. J. Boda, R. L. Meek, and W. R. Osborne, Riddles and Revelations: Explorations into the Relationship between Wisdom and Prophecy in the Hebrew Bible (LHBOTS 634; London: Bloomsbury T & T Clark, 2018), 1-20.
이러한 신학적, 문학적 상호작용은 시편에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지혜 시편과 토라 시편의 부상은 단순한 장르적 변화가 아니라, 포로 이후 이스라엘 신앙이 경험한 신학적 재구성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 다.
결국 포로 이후 지혜 시편과 토라 시편의 부상은 시편이 더 이상 제의 적 상황에 제한된 문학이 아니라, 토라 묵상, 지혜 추구, 공동체 정체성 형 성을 통합하는 신학적 문헌으로 재편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포로 이후 공동체가 정치적 주권을 상실한 상황 속에서 토라와 지혜를 중 심으로 새로운 신앙의 기반을 형성하려 했음을 반영하며, 시편 전체가 이 러한 신학적 전환을 정경적 구조 속에서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4. 예언문학의 신학적 전환
1) 예언에서 묵시로 전환
페르시아 시대 예언문학에서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신학적 변화 가운 데 하나는 고전적 예언(classical prophecy)에서 묵시적(apocalyptic) 사유로 의 점진적 전환이다.
포로 이전의 예언자들이 주로 현재 역사 속에서 발생 하는 사회적 불의와 언약적 불순종에 대한 야훼의 심판을 선포했다면, 포로 이후 예언문학은 점차 역사적 현실을 초월하는 차원에서 하나님의 구원과 심판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나갔다.46
46 P. D. Hanson, The Dawn of Apocalyptic: The Historical and Sociological Roots of Jewish Apocalyp tic Eschatology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79), 1-30. 핸슨의 연구는 이사야 56-66장과 스가랴 9-14장에서 묵시적 종말론의 기원을 추적한다. 참고. 이윤경, “제2성전시대 묵시문학 장르에 나타난 참회기도 연구 – 이사야 63:7-64:11과 다니엘 9:3-19를 중심으로,” 「한국기독교신학논총」 99집 (2016), 5-27.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주제의 확장 이 아니라, 계시 이해와 역사 인식, 그리고 신학적 세계관 자체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포로 이전 예언은 기본적으로 역사 내적(intra-historical) 틀 안 에서 작동했었다.
즉,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은 주로 이스라엘의 역사적 시 간과 공간 속에서 실현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포로 이후 상황은 이러한 역사 내적 기대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그 결과 예언 전통은 점차 역사 초월적(trans-historical) 종말론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의 구원은 단순한 정치적 회복이 아니라, 우주적 질서의 재창조와 연 결되는 종말론적 사건으로 재해석 된다.47
이러한 전환의 초기 형태는 스가 랴 1–8장에 나타나는 ‘밤 환상’(night visions)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이 환 상들에서 예언자는 더 이상 야훼의 말씀을 직접 선포하는 전통적 중개자가 아니라, 천사(ךאֶלמ)의 해석을 통해 계시의 의미를 이해하는 존재로 등장한 다.
이는 계시 전달 방식의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곧, 계시는 더 이상 직 접적인 신탁의 형태로 주어지기보다, 상징과 환상, 그리고 중재적 해석 과 정을 통해 전달된다.
이러한 구조는 후기 묵시문학, 특히 다니엘서와 에녹 문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며, 예언적 권위의 본질이 ‘말씀의 직 접 선포’에서 ‘계시의 해석과 해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48
이와 함 께 종말론의 성격 역시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
고전적 예언에서 종말은 주 로 역사적 사건의 절정으로 이해되었으나, 묵시적 사유에서는 종말이 현재 세계 질서의 근본적 단절과 새로운 창조의 도래로 이해된다.
이러한 이원론 적 세계관(현재 시대와 장차 올 시대의 구분)은 포로 이후 공동체가 경험한 정 치적 무력감과 역사적 좌절 속에서 형성된 신학적 응답으로 볼 수 있다.49
이 사야 56–66장과 스가랴 9–14장은 이러한 묵시적 종말론이 형성되는 과도 기적 단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본문으로 평가된다.50
47 J. J. Collins, The Apocalyptic Imagination: An Introduction to Jewish Apocalyptic Literature (3rd ed.) (Grand Rapids: Eerdmans, 2016), 1-20.
48 윗글, 11-15.
49 P. D. Hanson, Dawn of Apocalyptic, 10-15.
50 윗글, 143-233.
한편, 묵시적 사유의 사회적 기원에 대한 논의는 학계에서 중요한 논쟁을 형성해 왔다.
핸슨(P. D. Hanson)은 묵시문학이 제사장 중심의 권력 구조에서 소외된 예언적 비전 그룹(visionary group)에서 발생했다고 주장 했다.51
그러나 핸슨 이후 연구는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를 수정한다.
특히, 쿡(S. L. Cook)은 묵시적 사유가 반드시 성전에서 소외된 집단의 산물이 아 니라, 오히려 제사장적 전통 내부에서도 발전할 수 있음을 논증하고 있 다.52
51 윗글, 25-30.
52 S. L. Cook, Prophecy and Apocalypticism: The Postexilic Social Setting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5), 21-45.
그는 에스겔서와 스가랴서를 분석하면서 환상과 상징, 그리고 우주 적 전쟁 모티프가 제사장 신학과 긴밀한 연관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연구는 묵시문학을 단순한 사회적 저항 문학으로 치부하기 보다 성전 중심 신학과 계시 전통의 내적 발전 과정 속에서 이해해야 함을 시사한다.
결국 예언에서 묵시로 전환은 단순한 문학 장르의 변화가 아니 라, 포로 이후 이스라엘 신앙이 경험한 역사적 위기 속에서 형성된 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전환은 계시의 방식, 역사 이해, 그리고 종말론적 기대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며, 이후 제2성전기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 종말론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 성전 신학의 재구성
페르시아 시대 예언문학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신학적 변화 가운데 하 나는 성전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점이다.
포로 이전 시대 에 성전은 야훼의 임재와 왕권 신학이 결합된 중심 제도로 기능했으나, 예 루살렘의 멸망과 성전 파괴 이후 성전은 더 이상 자명한 신학적 중심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적 단절 속에서 포로 이후 예언자들은 성전 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해야 했으며, 그 결과 성전은 단순한 제의 공간을 넘어 공동체 회복, 종말론적 기대, 그리고 정체성 형성의 상징적 중심으로 재해석되었다.53
학개서는 이러한 재구성의 가장 직접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학개에게 성전 재건은 단순한 건축 행위가 아니라, 야훼의 임재와 축 복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학개는 성전 재건의 지연을 공동체의 경제적 궁핍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며(학 1:6–11), 성전이 하나님의 축복이 회복되는 매개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성전은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결정하는 신학적 중심으로 제시된다.
반면, 스가 랴 1–8장은 성전 재건을 보다 확장된 종말론적 틀 속에서 이해한다.
특히, 스가랴의 환상들 속에서 성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야훼의 통치가 회복되는 과정의 일부로 나타난다.
대제사장 여호수아의 정결(슥 3장)과 스 룹바벨의 역할(슥 4장)은 성전 재건이 단순한 물리적 복원이 아니라, 공동 체의 영적 정화와 신적 통치 회복의 상징을 보여준다.54
이러한 맥락에서 성전은 제사장적 질서와 종말론적 희망이 결합된 신학적 상징으로 기능한 다. 제3이사야(사 56–66장)는 성전 신학을 더욱 급진적으로 확장한다.
제3 이사야서에서 성전은 더 이상 특정 민족의 배타적 중심이 아니라, 모든 민 족이 참여하는 보편적 예배의 공간으로 제시된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 는 집이라 일컬음이 될 것이라”(사 56:7)는 선언은 성전의 의미가 민족적 경계를 넘어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55
이는 성전이 단순한 제의 공간을 넘 어 하나님의 보편적 통치와 구원의 상징으로 재해석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포로 이후 예언문학에서 성전은 다양한 층위에서 재구성된다.
한 편으로 성전은 공동체 회복과 경제적 안정의 중심으로 이해되며(학개), 다 른 한편으로는 종말론적 통치의 상징으로 확장되고(스가랴), 나아가 보편주 의적 신학의 중심으로 재해석된다(제3이사야).
이러한 다층적 성전 이해는 페르시아 시대의 역사적 현실과 긴밀히 연결된다.56
53 J. J. Collins, Introduction to the Hebrew Bible (3rd ed.)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18), 426 432.
54 C. L. Meyers and E. M. Meyers, Haggai, Zechariah 1-8 (AB 25B; Garden City: Doubleday, 1987), 16-45.
55 J. Blenkinsopp, Isaiah 56-66 (AB 19B; New York: Doubleday, 2003), 150-160.
56 안근조, “The Temple in Post-Exilic Prophetic Tradition: Ideology and Reality in Building Contex tual Theology,” Madang: Journal of Contextual Theology 15 (2011), 75-96.
실제로 제2성전은 페 르시아 제국의 허가 아래 재건된 제한된 자율성의 제도였으며, 경제적, 행정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적 기관이었다.
따라서 예언자들이 제 시하는 성전의 신학적 이상은 현실의 제2성전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형성 할 수밖에 없었다.
성전은 한편으로는 야훼의 임재와 종말론적 통치의 상 징으로 이해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 질서 안에 편입된 제한된 종 교 제도로 존재했다.
이러한 이상(ideal)과 현실(reality) 사이의 긴장은 페르시아 시대 예언 문학의 핵심적 역동성으로 작용했다.
예언자들은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성전을 종말론적 희망의 상징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공동체가 경험하는 역 사적 한계를 신학적으로 극복하려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전 신학은 묵 시적 종말론과 연결되며, 현실 속에서 실현되지 않은 하나님의 통치가 미 래의 종말론적 사건 속에서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게 되었다.57
57 P. D. Hanson, Dawn of Apocalyptic, 143-170.
결국 포로 이후 예언문학에서 성전 신학의 재구성은 단순한 제의 회복이 아니 라, 역사적 위기 속에서 공동체가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를 어떻게 이해하 고 재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신학적 응답이었다.
이는 성전이 더 이상 고정 된 제도가 아니라, 회복, 종말론, 보편주의, 그리고 공동체 정체성을 통합 하는 신학적 상징으로 재정의되었음을 보여준다.
3) 예언의 문서화와 해석학적 전환
말라기는 이 시기 예언적 성전신학의 또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말라기 는 제사장의 의례적 태만과 백성의 십일조 불이행을 비판하면서(말 1:6-14; 3:7-12) 동시에 정화하는 심판자로서 야훼의 ‘사자’(יכְאֶלמ)와 ‘언약의 사자’ (תירֶבְה ךאֶלמ)의 도래를 예고한다(말 3:1-4).
여기서 성전의 정화는 종말론적 사건으로 제시되며, 현재의 불완전한 성전 제의와 미래의 완전한 정화 사이 의 긴장이 예언적 기대의 핵심을 이룬다.58
58 A. E. Hill, Malachi (AB 25D; Garden City: Doubleday, 1998), 261-288.
제3이사야는 이 시기 예언적 성전신학에서 가장 급진적인 보편주의적 비전을 제시한다. 이사야 56장 6-7 절에서 야훼께 연합한 이방인과 고자들에게 성전 접근권이 부여되며, 성전 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םימעֹה־לכְל הלפְת תיבְ)으로 재정의된다.
이 비전은 포 로 이후 문서인 에스라-느헤미야서의 분리주의적 순수성 요구와 뚜렷한 대 조를 이루며, 페르시아 시대 예후드 공동체 내부의 신학적 다원성(보편주의 적 성전 비전과 특수주의적 공동체 경계 강화 사이의 긴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59
페르시아 시대 예언문학의 또 다른 결정적 변화는 예언 활동 자체가 ‘구두 선포’에서 ‘문서 편집과 해석’으로 전환된 것이다. 제2성전 시대에 예언자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변형되었다.
말라기 이후 고전적 예언이 침묵에 들어갔 다는 전통적 관점은 이제 재검토되고 있다.
아타스(G. Athas)가 지적했듯이 예언의 ‘침묵’은 예언활동의 소멸이 아니라, 그 형태의 변환을 의미한다.
즉, 구두 선포에서 문서 해석으로, 신탁 전달에서 기존 예언 텍스트의 재해석으 로 전환된 것이다.60
이 해석학적 전환은 이사야서, 예레미야서, 에스겔서 등 대예언서의 최종 편집 과정에서 가장 분명하게 관찰된다.
기존의 예언 자료에 새로운 주석적 층들이 추가되면서 과거의 예언은 현재의 상황에 맞 게 변형되었다.
예를 들면, ‘이사야 묵시록’에 해당하는 이사야 24-27장과 ‘위로의 책’에 해당하는 예레미야 30-33장과 ‘후대 종말론적 확장’으로 볼 수 있는 에스겔 38-39장 등이 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문헌학적 작업이 아 니라, 깊은 신학적 성찰의 산물이었다.
포로 이전 예언자의 심판 선포는 포 로기의 경험에 의해 성취된 것으로 재해석 되고, 동시에 회복과 종말론적 완성의 약속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예언의 해석학화’는 후기 유대교의 미 드라쉬(Midrash)와 페쉐르(Pesher) 전통의 선행 단계로 이해될 수 있다.61
59 P. D. Hanson, Isaiah 40-66 (Interpretation: A Bible Commentary for Teaching & Preaching; Louis ville: John Knox, 1995), 177-195. 제3이사야의 사회적 배경에 대한 고전적 논쟁으로는 핸슨의 다음 글을 참고하라. P. D. Hanson, Dawn of Apocalyptic, 32-208.
60 G. Athas, Bridging the Testaments: The History and Theology of God’s People in the Second Temple Period (Grand Rapids: Zondervan Academic, 2023), 45-78.
61 M. A. Fishbane, Biblical interpretation in Ancient Israel (Oxford: Clarendon, 1985), 350-380. 특히, 제4부 Mantological Exegesis를 참고하라.
Ⅲ. 나가는 말
지금까지 분석한 지혜문학, 시문학, 예언문학의 신학적 변화는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페르시아 시대라는 공통 토양 위에서 상호 연관 된 통합적 흐름을 형성한다. 이 흐름을 세 가지 축으로 종합할 수 있다.
첫 째, 토라 중심성의 강화이다.
지혜문학에서 지혜와 토라의 동일시, 시편에 서 토라 시편의 전략적 배치(시 19; 119편), 예언문학에서 기존 예언의 해석 학적 재독해는 모두 하나의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즉, 야훼의 의지가 기록된 경전으로서 토라를 이스라엘 신앙의 중심에 놓는 것이다.
이 변화 는 이스라엘 왕정과 독립 국가의 부재라는 정치적 현실에 대한 신학적 응 답이며, 디아스포라 상황에서도 유지 가능한 종교적 정체성의 기반을 구 축하는 작업이었다.62
둘째, 보편주의와 특수주의의 긴장이다.
페르시아 시대의 세 문학 전통은 모두 이스라엘 신앙의 보편적 지평 확대와 공동체 경계의 특수주의적 강화 사이의 긴장을 반영한다. 지혜문학에서 욥기의 비이스라엘적 배경(우스 땅)과 전도서의 보편적 인간 경험에 대한 성찰은 보편주의적 방향을, 그리고 잠언 1-9장의 토라 중심 지혜는 특수주의적 방향을 대표한다.
시편에서는 야훼의 우주적 왕권 찬양(시 93; 96-99편)과 이스라엘 특수 역사의 기억(시 78; 105-106편)이 공존한다.
예언문학에서는 제3이사야의 보편주의적 성전 비전(사 56:1-8)과 에스라-느헤미야서의 분 리주의적 순수성 요구가 대조된다.63
62 J. W. Watts, “Torah and Wisdom in the Persian Period,” Covenant in the Persian Period: From Genesis to Chronicles, ed. R. J. Bautch and G. N. Knoppers (University Park: Penn State University Press, 2015), 217-236.
63 E. S. Gerstenberger, Israel in the Persian Period, 289-318. 게르슈텐베르거는 이 긴장을 페르시아 제 국 내 소수 종교 공동체의 사회적 생존 전략으로 분석한다.
셋째, 종말론적 지평의 확대이다.
예 언문학에서 묵시적 종말론의 부상은 가장 명시적이지만, 지혜문학과 시문 학에서도 종말론적 사유의 확대가 관찰된다. 전도서의 ‘하나님의 심판’ 언 급(전 3:17; 11:9; 12:14), 잠언의 의인화된 지혜의 우주론적 차원(잠 8:22 31), 시편에서 야훼 왕권의 종말론적 실현에 대한 기대(시 96-99편)는 모두 현재의 불완전한 현실을 넘어 야훼의 궁극적 통치를 향한 지평 확대를 공 유한다.
이는 포로기의 트라우마적 경험(성전 파괴, 왕정 종말, 토지 상실)에 대한 신학적 응답으로써 현재의 고난이 역사의 최종적 목표가 아니라는 확신의 표현이다.64
이 세 가지 통합적 흐름 외에도 페르시아 시대의 세 문학 전통은 공통 적으로 ‘문서화’(textualization)와 ‘정경화’(canonization)의 과정을 공유한 다.
지혜 전통은 잠언의 최종 편집과 잠언 1-9장의 첨가를 통해, 시편 전 통은 다섯 권으로 최종 구성을 통해, 예언 전통은 기존 예언 자료의 편집 과 해석학적 확장을 통해 모두 ‘기록된 텍스트’의 권위를 확립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슈텍(O. H. Steck)은 이 시기에 예언의 종결이라는 의식이 형성 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정경 형성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65
64 B. H. Reynolds III, “Apocalyptic and Wisdom Literature,” The Oxford Handbook of Wisdom and the Bible, ed. W. Kyn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21), 473-490.
65 O. H. Steck, Der Abschluss der Prophetie im Alten Testament: Ein Versuch zur Frage der Vorges chichte des Kanons (BThSt 17; Neukirchen-Vluyn: Neukirchener Verlag, 1991), 15-32, 120-135.
이러 한 문서화와 정경화 과정은 단순한 문헌학적 현상이 아니라, 앞서 분석한 토라 중심성 강화의 제도적 표현이며, 구두 전통에서 문자 전통으로 종교 적 권위의 이행을 의미한다.
페르시아 시대가 ‘경전의 종교’로 전환기였다 는 점에서 세 문학 전통의 정경화 과정은 각각의 신학적 특수성을 넘어 공 통적인 문화적 역동을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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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초록
본 연구는 바빌론 포로 이후 페르시아 시대에 나타난 문학적, 신학적 발전을 고찰한다.
이를 위해 역사신학적 및 문학적 접근 방법을 사용하여 지혜문학(욥기, 잠언, 전도서), 시편, 그리고 예언서(이사야 56–66장, 학개, 스 가랴, 말라기)의 대표적인 본문들을 분석하고, 페르시아 시대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공통의 신학적 경향을 규명하고자 한다.
분석 결과, 이들 다양한 문학 전승은 몇 가지 중요한 발전 양상을 공 유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첫째, 토라 중심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지혜, 예배, 예언은 점차 토라의 권위 아래에서 이해되었으며, 토라는 왕정의 상 실과 정치적 독립의 부재 속에서 종교적 정체성의 핵심 근거로 자리 잡게 되었다.
둘째, 구약성서의 해당 본문들은 보편주의와 특수주의 사이의 긴 장을 반영한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언약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인 류 전체와 열방, 그리고 야훼 예배에 관한 보다 보편적인 관심을 함께 드 러낸다.
셋째, 종말론적 지평이 확대되었다.
본문들은 하나님의 심판과 회 복, 그리고 현재의 역사적 현실을 넘어 궁극적으로 실현될 하나님의 통치 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전승들은 편집 활동과 해석적 확장을 통해 텍스트화 와 정경화의 과정에 참여하였다.
본 연구는 페르시아 시대의 신학적 변화 가 개별적이고 단절된 현상이 아니라, 상호 연관된 발전 과정이었으며, 이 것이 포로 이후 유대교 형성과 텍스트 중심 종교 전통의 출현에 중요한 기 여를 했다고 보게 된다.
주제어 페르시아 시대 예후드, 토라 중심성, 보편주의와 특수주의, 종말론적 지평 확대, 문서화, 정경화
Abstract
A Study on the New Theological Trends in the Wisdom Literature, Poetic Literature and Prophetic Literature of the Old Testament during the Persian Period
Hyeong Geun So(Dr. theol. Associate Professor, Old Testament Seoul Theological University )
This study investigates the literary and theological developments that emerged in the Persian period following the Babylonian exile. Employing a historical-theological and literary approach, it examines representative texts from wisdom literature (Job, Proverbs, and Ecclesiastes), the Psalms, and prophetic writings (Isaiah 56–66, Haggai, Zechariah, and Malachi) in order to identify common theological trends shaped by the Persian-period context. T he analysis demonstrates that these diverse literary traditions share several significant developments. First, they reveal an increasing emphasis on Torah centeredness. Wisdom, worship, and prophecy are progressively interpreted through the authority of the Torah, which becomes a central source of religious identity in the absence of monarchy and political independence. Second, the texts reflect an ongoing tension between universalistic and particularistic perspectives. While affirming Israel’s covenantal identity, they also engage broader concerns regarding humanity, the nations, and the worship of YHWH. Third, they exhibit an expanded eschatological horizon, expressing hope for divine judgment, restoration, and the ultimate realization of God’s rule beyond present historical realities. Furthermore, these traditions participated in processes of textualization and canonization through editorial activity and interpretive expansion. The study concludes that the theological transformations of the Persian period werenot isolated phenomena but interconnected developments that contributed significantly to the formation of postexilic Judaism and the emergence of a text centered religious tradition.
Keywords Yehud in the Persian Period, Torah-centeredness, Universalism and Particularism, Expansion of the Eschatological Horizon, Textualization, Canonization
접수일: 2026년 05월 09일, 심사완료일: 2026년 06월 08일, 게재확정일: 2026년 06월 13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4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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