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기독교 신학은 구원과 성화의 구조를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 이라는 긴장 속에서 이해한다.
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구원을 받았 으나, 그 완전한 실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해는 신약성경, 특히 바울 신학에 근거하며, 이후 조직신학 전통 속에서 널리 수용되었다.1
이미-아직 구조는 종말론적 구원의 시간성과 현재적 경험 사이의 긴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틀이다. 이러한 긴장은 하나님 나라가 현재성과 미래성 을 동시에 지니는 이중적 구조로 이해되어 왔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2
1 Oscar Cullmann, Christ and Time: The Primitive Christian Conception of Time and History, 3rd ed. (Eugene, OR: Wipf and Stock, 2018), 82–84. Cullmann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구속사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이해하며, 이를 기준으로 이미 성취된 구원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원 사이의 종말론적 긴장이 형성된다고 본다.
2 Young-Ho Park, “Hana-nim Nara-wa Bokji [The Kingdom of God and Its Welfare],” Bokum-gwa Silcheon Sinhak 17 (2008), 161–162.
그러나 이러한 이해만으로는 신자의 삶 속에서 경험되는 실존적 긴장 과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를 충분히 조명하기 어렵다. 오늘날 신자의 삶은 단순한 개인적 결단의 문제를 넘어, 왜곡된 욕망과 구조적 제약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현실은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미 주어진 은혜는 왜 신자의 삶 속에서 자동적으로 실 현되지 않는가?
기존 논의는 이 문제를 주로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응 답 사이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다루어 왔다.3
이러한 설명은 은혜의 주권성 과 변화의 근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이미-아직 구조는 단순한 종말론적 시간 구분만이 아니라, 신자의 삶 속에서 경험되 는 실존적 긴장과 존재론적 함의를 포함하며 다양한 신학 전통 속에서 논 의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의 주된 관심은 이미-아직의 종말론적·구속사적 의미를 해명하는 데 있었으며,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실 제 삶 속에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현실화되는가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져 왔다. 최근 연구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실존적 의미를 조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권연경은 바울의 하나님 나라 이해를 분 석하면서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강조한다.4
그러나 이러한 논의 역시 이 미 주어진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현실화되는가를 구 조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 지점에서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개념 중 하나가 제자도(discipleship)이다.
제자도는 자기부인 과 헌신,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강조하며 신자의 실천적 삶의 방 향을 제시한다.5
3 John Murray, Redemption Accomplished and Applied (Grand Rapids: Eerdmans, 2015), chap. 2. Murray는 구원의 적용이 인간의 노력 이전에 하나님의 부르심에서 시작된다고 보며, 변화의 가능성 과 근거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둔다.
4 권연경, “바울과 하나님 나라 - 로마서 14장 17절,” 「신약논단」 제28권 제1호 (2021), 114–115. 권연경 은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강조하며, 이미-아직 구조의 현재적 차원을 조명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논 의를 바탕으로 은혜 현실화의 문제를 보다 구조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5 Dietrich Bonhoeffer, The Cost of Discipleship (New York: Macmillan, 1995), 43. 특히 ‘값비싼 은혜’ 개 념은 은혜가 제자도의 삶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제자도 논의의 주된 관심은 신앙의 방향성과 실천적 요청에 있으며, 은혜 현실화 과정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문제는 상대 적으로 적게 다루어져 왔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주어진 은혜는 왜 실존적으로는 ‘아직’으로 남아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이미-아직 구조를 종말론적 시간 구분이 아니라, 신자의 삶 속에서 경험 되는 실존적 긴장 구조로 재해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해석을 통 해 드러나는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개념으로서 “대가 지불”(costly appropriation)을 제시한다.
이는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신 자의 삶 속에서 실제로 드러나는 과정과 관련된 개념으로, 제자도 논의에 서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져 온 ‘변화가 지연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틀로 제시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청교도 전통과 준비교리의 논의와도 구별된다. 이러한 전통은 주로 은혜 이전의 상태와 준비 과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 역시 은혜의 수용 과정을 인간 의 정서와 의지의 변화로 이해하는 중요한 통찰을 제시하였다.6
이러한 논 의는 은혜의 수용과 인간 존재의 변화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통찰을 계승하면서도,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 서 어떻게 현실화되는지를 구조적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연구에서도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구별하면서도 분리되지 않는 구조 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김경아는 루터, 칼빈, 부써의 주석 을 비교하면서, 칭의와 성화가 개념적으로는 구별되지만 신자의 실존적 삶 안에서는 분리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은혜의 주어짐과 그 결과적 연속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유효하지만, 은혜의 현실 화 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본 연구 는 바로 이 지점을 보완하고자 한다.7
6 Jonathan Edwards, A Treatise Concerning Religious Affection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59), 93-100. 7 김경아, “루터, 칼빈, 부써의 칭의론 비교 연구: 로마서 1:16-17 및 8:29-30 주석을 중심으로,” 「한국기독 교신학논총」 138집 (2025), 80-82.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려는 것은 아니다. 본 연구의 관심은 이미-아직 논의를 ‘시간적 긴장’에서 ‘실존적 구현’의 문제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 과 정에서 대가 지불 개념은 은혜의 현실화 과정을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Ⅱ. 이미-아직 구조에 대한 신학적 논의
기독교 신학에서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의 구조는 구원과 성 화의 긴장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 구조는 신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구원의 실재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그 완전한 성취는 아직 미래에 속해 있다는 이중적 상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긴장은 특히 바울 서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미-아직의 긴장 구조는 오스카 쿨만(Oscar Cull mann)에 의해 정식화된 개념이다.8
권연경은 이를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 과 미래성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며, 이미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9
8 Oscar Cullmann, Christ and Time, 82–84.
9 권연경, “능력으로 상속하는 하나님 나라(고전 4:20),” 「신약논단」 제15권 제4호 (2008), 991–993.
1. 성경적 근거: 바울 신학
바울은 신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새로운 생명에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동시에 여전히 죄와 죽음의 현실 속에 놓여 있음을 함께 진술한다(롬 6:4; 고후 5:17).
이러한 이중적 진술은 구원이 미래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적 실재이면서 동시에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 다.
이와 관련하여 바울의 하나님 나라 이해 역시 현재성과 미래성을 동시 에 포함하는 구조로 나타난다.
하나님 나라는 현재 속에서도 부분적으로 경험되는 실재이지만, 동시에 아직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10
이러한 점에서 이미-아직 구조는 단순한 시간적 구분이 아니라, 신자의 존재 자체가 놓여 있는 긴장 상태를 드러내는 신학적 틀로 이해된 다.
2. 조직신학적 전개
이러한 성경적 통찰은 이후 조직신학 전통 속에서 종말론적 구조로 체 계화되었다.
Cullmann은 그리스도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미와 아직 사이 의 긴장을 설명한다.11
이와 더불어 최근 신약신학 연구에서도 바울 신학을 “이 세대와 오는 세대”라는 이중적 구조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가 지속되 고 있다.12
10.앞의 논문, 992–993. Oscar Cullmann, Christ and Time, 83–84, 92.
11.김두석, “묵시적 바울이란 무엇인가?,” 「신약논단」 제30권 제4호 (2023), 656–657. 12
이러한 관점은 바울 신학이 본질적으로 종말론적이며, 현재와 미래 사이의 긴장을 구조적으로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 한 조직신학적 및 성경신학적 전개는 주로 구원의 객관적 구조와 시간적 전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자의 실제 삶 속에서 경험되는 변화의 양상이 나 그 지연의 문제를 분석하는 것은 그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3. 청교도 전통과 준비교리: Jonathan Edwards의 이해
한편 청교도 전통은 은혜와 인간의 상태 사이의 관계를 보다 실천적인 차원에서 탐구하였다.
이들은 회심 이전의 준비 상태(preparation)에 주목 하면서, 인간이 은혜를 받기 전 어떠한 내적 변화와 과정을 경험하는지를 분석하였다.13
이러한 흐름은 준비교리로 정식화되었으며, 은혜 이전의 인 간 상태를13 설명하는 중요한 틀로 기능하였다.
특히 개혁주의 전통 안에서 준비교리는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과 인간의 책임 사이의 긴장을 조율하려 는 시도로 이해된다. 인간은 스스로 은혜를 생성할 수 없지만, 동시에 은 혜를 향한 준비와 응답이 요구된다는 점이 강조된다.14
이러한 흐름 속에서 Edwards는 인간의 정서와 의지의 변화를 중심으로 은혜의 수용 과정을 분석하면서, 신앙 형성에 있어 내면의 변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 을 강조하였다.15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여전히 회심 이전 혹은 은혜의 수용 과정에 초 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최근 연구는 회심 자체 역시 인간의 자 발적 결단이라기보다, 선행하는 은혜의 작용 속에서 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이어스(Benjamin Myers)는 『실낙원』 (Paradise Lost)의 회심 장 면을 분석하면서, 인간의 회개와 변화가 자연적 과정의 결과가 아니라 하 나님의 선행은혜가 먼저 작용한 결과임을 지적한다.16
13 Jonathan Edwards, A Treatise Concerning Religious Affections, 93–100. Edwards는 인간의 정서와 의지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은혜의 수용과 관련된 내적 변화 과정을 설명한다. 14 김효남, “개혁파 언약사상과 청교도 회심준비교리,” 「역사신학논총」 제42권 (2023), 72–74. 15 Jonathan Edwards, A Treatise Concerning Religious Affections, 93-100. 16 Benjamin Myers, “Prevenient Grace and Conversion in Paradise Lost,” Literature & Theology 21, no. 1 (2007), 22–24. Myers는 인간의 회심과 변화가 인간의 결단 이전에 작용하는 하나님의 선행은 혜에 근거한다고 설명한다. 박병관 | 이미–아직 구조의 실존적 재해석 – 은혜 현실화 문제와 대가 지불 개념의 신학적 재구성 217
이러한 논의는 회심 이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본 연구 는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이미 주어진 은혜가 이후 신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현실화되는지를 구조적 관점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살 펴보고자 한다.
4. 기존 논의의 구조와 한계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아직 구조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성경적, 조직신학적, 그리고 실천적 차원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이러한 논의들은 대체로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지닌다. 첫째, 이미-아직 구 조를 주로 시간적 긴장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둘째, 은혜와 인간의 응답 을 순종 혹은 제자도의 범주에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셋째, 변화의 필요성 은 강조하지만, 변화가 실제 삶 속에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점이다. 특히 선행 은혜에 대한 논의는 회심이 인간의 자발적 결단처럼 보이지 만 실제로는 은혜의 선행적 작용에 의해 가능해진다는 점을 밝힌다.17
그러 나 이러한 설명은 회심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며, 이미 주어진 은혜의 지속적 현실화 과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한계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미 주어진 은혜는 왜 신자의 삶 속에서 충분히 현실화되지 않는가? 이 질문은 기존 논의가 주로 다루어 온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넘어, 변화가 삶 속에서 어떻게 실 제로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할 필요를 제기한다. 따라서 이미-아직 구조는 단순한 시간적 틀이 아니라, 신자의 삶 속에서 경험되는 실존적 긴장 구조 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신약신학 연구에서도 부분적으로 확인된 다. 제임스 D. G. 던(James D. G. Dunn)은 바울 신학을 이미와 아직 사이 의 긴장 구조 속에서 이해하면서, 구원이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성령 안에 서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특히 그는 그리스도의 사건 을 기점으로 ‘현재 시대’와 ‘오는 시대’가 중첩된다고 보며, 신자가 이 두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존재론적 긴장 속에 놓여 있음을 설명한다.18
17.Ibid., 24–26.
18.James D. G. Dunn, The Theology of Paul the Apostle (Grand Rapids: Eerdmans, 1998), 463-464. Dunn은 그리스도의 사건을 기점으로 ‘현재 시대’와 ‘오는 시대’가 중첩되는 구조를 설명하며, 신자가 이 두 시대 사이의 종말론적 긴장 속에 존재한다고 본다.
Ⅲ. 이미-아직의 실존적 재해석과 은혜의 비실현성
이미-아직(already-not yet)의 구조는 전통적으로 구원의 시간적 긴장 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즉, 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구원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그 완전한 성취는 아직 미래에 속해 있다는 종말론적 이중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성경적 근거와 조직신학적 전개를 통해 널리 수용되어 왔으며, 구원과 성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틀로 기능해 왔다.19
이러한 긴장은 성화가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점 에서도 확인된다.20
그러나 이러한 시간적 이해만으로는 신자의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를 충분히 조명하기 어렵다.
신자는 구원받은 존재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복 되는 죄와 습관, 그리고 변화의 지연을 경험한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내적 상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자는 왜곡된 욕망의 구조와 다양한 억압 적 조건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현실은 이미 주어진 은혜가 삶 속에서 실제로 드러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기존 신학은 이미-아직 구조를 통해 구원의 시간적 긴장을 설명해 왔 으며, 제자도와 순종을 통해 신자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21
19 Oscar Cullmann, Christ and Time, 82–84, 92. Cullmann은 그리스도의 사건을 구속사의 중심으로 이해하며, 이미 성취된 구원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원 사이의 종말론적 긴장이 형성된다고 본다.
20 James D. G. Dunn, The Theology of Paul the Apostle, 466. Dunn은 “already–not yet” 개념을 통해 구원이 이미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신자가 이미 주어진 구원에 참여하면 서도 그 완전한 성취를 기다리는 종말론적 긴장 속에 있음을 설명한다. Dietrich Bonhoeffer, The Cost of Discipleship, 44.
21 박병관 | 이미–아직 구조의 실존적 재해석 – 은혜 현실화 문제와 대가 지불 개념의 신학적 재구성 219
그러나 이 두 축은 각각 구조와 윤리의 차원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이미 주어 진 은혜가 왜 현재의 삶 속에서 충분히 실현되지 않는가를 설명하는 통합 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그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미-아직 구조는 단순한 시간적 긴장이 아니라, 신자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험되는 실존적 긴장으로 재이해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실 존적 긴장이란 단순한 심리적 갈등이 아니다.
신자의 존재 자체가 이미와 아직 사이에 구조적으로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22
즉, ‘이미’와 ‘아직’은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라기보다 동일한 현재 속에서 공존하는 두 차원의 현실이다. 이 긴장은 신앙의 삶 전체를 규정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은혜의 비실현성”이라는 문제 이다. 여기서 비실현성이란 은혜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미 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실제 삶 속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가 리킨다. 이는 신학적으로 이미-아직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는 현상이지 만, 기존 논의에서는 주로 미래적 완성의 지연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되어 왔을 뿐, 현재적 삶의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 다. 기존 논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인간의 응답을 강조해 왔다. 순종, 헌신, 그리고 제자도는 신자의 삶에서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 었으며, 이러한 요소들은 신앙의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 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제시하 는 데에는 유효하지만, 은혜가 삶 속에서 어떻게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지 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23
최근 연구들은 바울 신학의 핵심을 그리스도와의 ‘참여(participation)’ 로 이해하면서, 신자의 존재가 그리스도 안에서 규정된다는 점을 강조한 다. 이러한 참여 개념은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구현되 는가를 이해하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구현 과정을 구조적 으로 설명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24
22 권연경, “능력으로 상속하는 하나님 나라(고전 4:20),” 991–993.
23 류길선,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본 조나단 에드워즈의 준비교리,” 「한국개혁신학」 제74권 (2022), 135 138.
24 Karl Inge Tangen, “Leadership as Participation in Christ,” Journal of Biblical Perspectives in Leader ship 8/1 (2018), 276–277.
이러한 한계는 이미-아직 구 조가 주로 시간적 범주로 이해되어 온 데에서 기인한다. 시간적 이해는 구 원의 단계와 완성의 지연을 설명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현재적 삶 속에 서 경험되는 긴장의 역동성과 그 작동 방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져 왔다.
따라서 이미-아직을 구조적 차원에서 재해석하는 것은 단 순한 개념 수정이 아니라, 신자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의 전환을 의미 한다.
이러한 재해석은 이미-아직을 단순히 시간적 병존이 아니라 하나의 “통과 구조”로 이해하게 한다.
즉, 은혜는 이미 주어졌지만, 그것이 실제 삶 속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신자의 존재와 삶의 구조가 변형되는 과정 을 요구한다.
이 과정은 자동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바로 이 지점에서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가 발생한다.25
25 Benjamin Myers, “Prevenient Grace and Conversion in Paradise Lost,” 22–24.
이러한 비실현성은 윤리적 실패나 개 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이는 은혜가 현실 속에서 작 동하기 위한 구조적 조건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질문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떠한 구 조 속에서 변화가 실제로 발생하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의식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이미 주어진 은혜 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실제 삶 속에서 구현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변화는 자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은혜와 인간의 관계를 윤리적 요청이나 순 종의 문제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변화가 발생하는 구조 자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청은 은혜의 현실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적 틀을 요구한다.
이를 “대가 지불(costly appropriation)”이라는 개념 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Ⅳ. 대가 지불 개념의 신학적 재구성
앞선 논의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미-아직 구조를 실존적 긴장으로 이해할 때 드러나는 핵심 문제는 “은혜의 비실현성”이다.
이는 은혜가 주 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서 충분히 구현되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대가 지불’을 은혜의 조건이나 공 로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존재와 삶 속에서 현실화되는 과 정에서 경험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는 해석적 개념으로 재정의한다.
기 독교 전통에서 ‘대가 지불’은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이미 완 결된 구속적 행위를, 다른 한편으로는 제자도의 삶 속에서 요구되는 헌신 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이중적 사용은 두 의미 사이 의 관계를 명확히 요구한다. 이는 그리스도의 대가 지불이 은혜의 근거라 면, 신자의 대가 지불은 그 은혜가 현실화되는 과정이라는 구조를 전제한 다.
이와 같은 오해는 특히 금욕이나 헌신이 일정한 ‘대가’로 인식되면서, 신앙의 행위가 은혜를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조건처럼 이해되는 경향 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이해는 은혜의 무조건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은혜 현실화 과정을 적절하게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대가 지불은 은혜를 획득하기 위한 공로나 조건이 아니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교환 구조로 이해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해석될 수 없다. 또한 이 는 단순한 윤리적 노력이나 종교적 열심으로 환원될 수 없다.
이 개념은 신앙의 실천이 긴장과 희생을 수반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논의들과 접점 을 가지면서도, 이를 단순한 윤리적 결단의 차원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 에서 구별된다.26
26.Dietrich Bonhoeffer, The Cost of Discipleship, 43.
이는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제자도의 대가를 윤리 적 결단의 차원에서 강조한 것과 구별된다.
본 연구는 대가 지불을 윤리적 요구가 아니라, 은혜 현실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는 개 념으로 이해한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대가 지불은 영적 훈련이나 제자도와 같은 기존 의 실천 개념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실천 개념이 아니다.
또한 이는 성 화의 새로운 원리나 조건을 제시하려는 시도도 아니다. 대가 지불은 이미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 용을 설명하는 해석적 개념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관심은 무엇을 실천해 야 하는가를 규정하는 데 있지 않으며, 왜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실제 삶 속 에서 자동적으로 현실화되지 않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긴장과 저항, 상실과 절제가 수반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가 지불은 성화론이나 영성신학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것들을 보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개혁주의 전통이 강조 하듯 성화의 전 과정은 하나님의 은혜와 성령의 주도적 사역 안에서 이루 어진다. 본 연구 역시 이러한 전제를 공유한다. 다만 본 연구는 성화의 가 능성이나 근거를 설명하기보다, 이미 주어진 은혜가 삶 속에서 현실화되 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긴장과 지연의 문제에 주목한다.
따라서 대가 지불 은 은혜를 획득하기 위한 조건이나 공로가 아니라, 은혜 현실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는 보완적 개념이다. 이러한 관점은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연구는 칭의와 성화의 불가분성을 강조하면서,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주로 칭의와 성화의 교리적 관계 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며,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어떠한 과 정을 통해 현실화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27
27 김경아, “루터, 칼빈, 부써의 칭의론 비교 연구: 로마서 1:16-17 및 8:29-30 주석을 중심으로,” 80-82.
대가 지불 개념의 핵심은 “전환”에 있다.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삶의 방식, 욕망의 구조, 그 리고 존재의 방향성이 변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의지적 결단만으 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일정한 포기와 절제가 수반될 수 있다.
이때 경험 되는 긴장은 대가로 인식될 수 있다. 제임스 K. A. 스미스(James K. A. Smith)에 따르면 인간은 단순히 사고를 통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반 복된 실천과 욕망의 형성 속에서 자신을 구성해 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관 점은 은혜 현실화를 단순한 인지적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와 관 련된 문제로 이해하게 한다.28
따라서 변화는 단순한 인지적 동의나 결단만 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기존에 형성된 욕망과 습관의 구조를 통과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주어진 은혜가 삶 속에서 현실화 되는 과정 역시 단순한 의지적 선택으로 설명될 수 없다.
본 연구가 말하 는 대가 지불은 바로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저항, 그리고 구조적 재배열의 비용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러한 이해는 청교도 전통에서 논의된 준비교리와 일정한 연속성을 지닌다. 준비교리는 은혜 이전의 인간 상태를 설명하면서, 은혜를 향한 내 적 변화와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29
그러나 이는 주로 은혜 이전의 상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계승하면서도, 은혜 이후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문제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이를 확장 한다.
또한 선행은혜에 대한 논의는 은혜가 인간의 결단 이전에 먼저 작용한 다는 점을 강조한다.
Myers는 인간의 회심이 자발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행하는 은혜의 결과임을 지적한다.30
28 James K. A. Smith, You Are What You Love (Grand Rapids: Brazos Press, 2016), 33–37.
29 류길선,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본 조나단 에드워즈의 준비교리,” 135–138.
30 Benjamin Myers, “Prevenient Grace and Conversion in Paradise Lost,” 22–24.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주 된 관심은 변화의 가능성과 근거를 설명하는 데 있으며, 그 변화가 지속적 으로 현실화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져 왔다.
본 연 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대가 지불 개념을 통해 은혜의 작용을 보다 구조적 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바울 신학에서 고난은 단순한 부수적 요 소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에 포함된 요소이다.
따라서 변화의 과 정에서 경험되는 긴장과 상실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이러한 삶에서 자연 스럽게 나타나는 삶의 조건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대가 지불은 단순한 윤리적 요구를 넘어서는 구조 적 성격을 지닌다. 전통적인 이해에서는 변화가 개인의 선택과 결단에 달 려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본 연구는 변화가 특정한 구조적 전환 속에서발생하는 사건으로 이해하려 한다.
대가 지불은 외적인 행위의 양이나 강 도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방향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비용이 다. 문제는 개인의 내적 상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자는 왜곡된 욕망과 다양한 제약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현실은 이미 주어진 은혜가 삶 속 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이해는 초기 사막 영성과 중세 신비주의 전통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에바그리우스 폰 티쿠스(Evagrius Ponticus)는 인간 내면의 정념을 분석하면서, 금욕과 영적 훈련을 통해 왜곡된 욕망이 정화되고 변화된다고 보았다.31
이는 인간 존재 의 변화가 단순한 인지적 결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미 형성된 욕 망 구조와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대가 지불은 단순한 행 위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욕망 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 이다. 이러한 흐름은 중세 신비주의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아빌라의 테레 사(Teresa of Ávila)는 인간 내면의 변화를 단계적 구조로 이해하면서, 하나 님과의 연합에 이르는 과정이 정화와 전환을 수반한다고 보았다. 테레사 는 초기 단계에서 영혼이 여전히 세상의 유혹과 욕망에 쉽게 흔들리며, 그 과정에서 내적 갈등과 지속적인 투쟁을 경험한다고 설명한다.32
31 Evagrius Ponticus, Praktikos, §§6–14, in The Praktikos & Chapters on Prayer, trans. John Eudes Bamberger (Kalamazoo, MI: Cistercian Publications, 1981). Evagrius는 이 구간에서 인간 내면의 여 덟 가지 정념(logismoi)을 분석하며, 금욕과 영적 훈련을 통해 이러한 정념들이 다스려지고 정화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32 Teresa of Ávila, The Interior Castle, trans. E. Allison Peers (New York: Image Books, 1961), 29–36. Teresa는 영혼의 여정을 단계적 구조로 설명하면서, 영적 성장이 점진적인 정화와 변화의 과정을 통 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는 변화 가 점진적 전환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 과정에서 비용과 긴장이 필 연적으로 수반됨을 보여준다.
따라서 고행은 공로 개념으로 이해되기보 다, 이미 주어진 은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으로 이해하 는 것이 더 적절하다. 대가 지불은 은혜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개념적 틀을 제공 한다. 이는 은혜를 조건화하지 않으면서도, 은혜의 현실화가 자동적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은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 로 주어진다.
그러나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존재의 전 환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이 바로 대가 지불이다.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대가 지불은 기존 신학 논의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은혜 현실화의 문제를 보다 구조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보완적 개 념이다.
이는 은혜와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기보다, 은혜가 현실 속 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 관점은 은혜의 비실 현성 문제를 단순한 윤리적 실패로만 보지 않고, 구조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Ⅴ. 대가 지불의 신학적 위치와 구분
앞 장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대가 지불(costly appropriation)은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서 현실화되기 위해 수반되는 전환 과정이 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은 전통적인 신학 범주들과 혼동될 가능성을 내포 하고 있다. 특히 공로, 노력, 은혜의 조건과 같은 개념들과의 구분이 명확 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가 지불은 기존의 신학적 틀로 환원되거나 오 해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대가 지불 개념의 신학적 위치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이러한 개념들과의 차이를 밝히고자 한다.
1. 공로와의 구분
기독교 신학에서 공로(merit)는 인간의 행위가 하나님 앞에서 일정한 가치를 지니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나 은혜를 획득할 수 있다는 개념이 다.
이러한 이해는 중세 신학에서 체계화되었으며, 종교개혁 전통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근거함을 강조하였 다.33
특히 루터는 인간이 자신의 행위와 능력을 신뢰하는 한 참된 변화에 이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는 인간이 자기 의존적 상태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변화는 인간의 공로 축적이 아니라, 십자가를 통한 존재의 전환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34
33 Martin Luther, “Heidelberg Disputation” (1518), in Luther’s Works, vol. 31, ed. Harold J. Grimm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57), Theses 16–18. 루터는 인간의 행위나 공로를 통해 의롭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비판하며,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근거함을 강조한다.
34 Michael Bräutigam, “Luther’s Heidelberg Disputation and Identity Formation,” Dialog 58/1 (2019), 70–71.
대가 지불 개념은 이러한 공로 사 상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대가 지불은 은혜를 얻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실존적 전환을 의미한 다.
따라서 여기서의 “대가”는 어떤 보상을 얻기 위한 교환적 개념이 아니 라, 존재의 변화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가 지 불은 인간의 행위가 은혜를 유발하거나 정당화한다는 주장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은혜가 먼저 주어졌다는 전제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2. 노력과의 구분
대가 지불은 인간의 노력(effort)과도 동일시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노력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입되는 의지적 행위나 에너지의 양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변화는 개인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지속 적인 실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대가 지불은 이러 한 양적 개념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더 많이 노력하거나 더 강 한 의지를 발휘하는 문제가 아니다.
대가 지불은 존재의 방향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성 화를 단순한 인간의 노력 축적이 아니라 은혜 안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로 이해하려는 신학적 논의에서도 확인된다.35
대가 지불은 단순한 노력의 축 적이 아니라, 삶의 구조가 재편되는 전환 사건과 관련된 개념이다.
영적 실천은 이 과정에 포함될 수 있으나, 대가 지불은 그러한 실천 자체를 의 미하지는 않는다.
3. 은혜의 조건과의 구분
또한 대가 지불 개념은 은혜의 조건(condition)으로 오해될 위험이 있 다.
만약 대가 지불이 은혜를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이해된다면, 이는 은혜의 무조건성과 선행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본 연구 에서 말하는 대가 지불은 은혜 이전의 조건이 아니라, 은혜 이후의 구현 과정에 속한다.
이는 은혜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 진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작동하기 위해 수반되는 과정이다.
개혁신학 전 통에서도 은혜는 단순한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신자의 삶 속에서 실제적 인 변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특히 칼빈은 그리스도와의 연합 을 통해 신자가 은혜에 참여하며, 이로부터 변화가 발생한다고 보았다.36
35 James D. G. Dunn, The Theology of Paul the Apostle, 466. Dunn은 하나님의 구원 사역이 이미 결정 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신자가 이미 주어진 구원에 참여하면서도 그 완전한 성취를 기다리는 종말론적 긴장 속에 있음을 설명한다.
36 John Calvin, 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trans. Ford Lewis Battles, ed. John T. McNeill (Philadelphia: Westminster Press, 1960), 3.1.1; 3.3.1–3. Calvin은 그리스도와의 연합(unio cum Christo)을 구원의 핵심으로 이해하며, 이 연합을 통해 신자가 칭의와 성화를 함께 누리고 새로운 삶 으로 변화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의 주된 관심은 은혜의 근거와 변화의 가능성을 설명 하는 데 있으며, 은혜 현실화의 지연 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상 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져 왔다.
대가 지불은 은혜의 전제가 아니라, 은혜 현실화 과정에서 경험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는 해석적 개념이다.
4. 실천 개념과의 구분
대가 지불은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신앙의 실천 개념들과 일정한 연 관성을 가지지만, 그 기능에 있어서는 구별된다.
전통적 실천 개념은 신자 의 삶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둔다.37
37 Dietrich Bonhoeffer, The Cost of Discipleship, 44. Bonhoeffer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 순종과 결 단을 요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은혜와 제자도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반 면,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대가 지불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규범적 개념 이 아니라, 은혜 현실화 과정에서 경험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는 해석적 개념이다.
즉, 전통적 실천 개념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요청을 중심으로 한다면, 대가 지불은 “어떠한 구조 속에서 변화가 발생하는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점에서 대가 지불은 기존 실천 개념을 대체하기보다,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는 조건을 설명하려는 보완적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로써 대가 지불은 기존 논의로 환원되지 않으면서도, 그 한계를 보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Ⅵ. 이미-아직과 대가 지불의 구조적 관계
앞선 논의에서 이미-아직 구조는 단순한 시간적 긴장을 넘어, 신자의 삶 속에서 경험되는 실존적 긴장으로 재해석되었다. 또한 대가 지불은 이 러한 긴장 속에서 이미 주어진 은혜가 현실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해석 적 개념으로 제시하였다. 본 장에서는 이 두 개념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살 펴보고,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를 보다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미-아직 구조는 신자가 이미 은혜 안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직 그 은혜가 완전히 구현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이미’는 은혜의 객관적 주어짐을, ‘아직’은 그 은혜가 주관적 삶 속에서 충분히 드 러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이러한 긴장은 시간의 경과만으로는 해소 되지 않고, 신자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가 지불은 이미-아직 구조를 관통하는 하나의 전환을 매개하는 구조이다.
즉,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전환 과정을 필요로 하며, 이 과정은 자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 점에서 대가 지불이 등장한다.
대가 지불은 은혜를 획득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비용이다. 따 라서 이미-아직 구조는 단순한 시간적 구분을 넘어, 은혜의 주어짐과 그 구현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설명하는 틀로 이해될 수 있다.
이 구조에서 ‘이미’는 출발점을, ‘아직’은 아직 구현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대가 지 불은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전환 과정에서 경험되는 비용을 설명하는 개 념이다.
이러한 관계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정리된다. 은혜의 주어짐(이미) → 전환 과정(대가 지불) → 현실화의 진행(아직의 해소) 이 구조는 은혜가 단순한 선언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 이 자동적이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 는 이 구조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즉, 대가 지불이 결여되 거나 회피될 경우, 이미 주어진 은혜는 여전히 ‘아직’의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이러한 이해는 이미-아직 구조를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역동적인 과정으로 재구성한다.
전통적인 이해에서 이미-아직이 두 시점 사이의 긴 장으로 설명되었다면, 본 연구에서는 이를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이해한다.
즉, 은혜는 이미 주어졌으나, 그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구현되기까지는 전환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신자의 삶 속에서 경험되는 긴장의 구체적 내용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화는 단순한 상태가 아니라 지 속적인 참여와 전환의 과정으로 이해된다.38
38 James D. G. Dunn, The Theology of Paul the Apostle, 463-464. Dunn은 그리스도의 사건 이후 ‘현재 시대’와 ‘오는 시대’가 중첩된다고 보며, 신자의 삶이 이 두 시간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과정 임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구조적 이해는 은 혜와 인간의 관계를 보다 설득력 있게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은혜는 전적 230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41집 으로 하나님의 주권적 선물로 주어진다.
그러나 그 선물이 현실 속에서 드 러나기 위해서는 신자의 삶의 구조가 변화되어야 하며, 이 변화는 대가 지 불을 동반한다. 따라서 은혜와 인간의 응답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으며, 하나의 과정 속에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미-아직과 대가 지불의 관계는 은혜의 현실화 과정을 설명하는 하 나의 통합적 모델로 이해될 수 있다.
이 모델은 변화의 지연과 은혜의 비 실현성 문제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틀을 제시한다. 또한 신자의 삶을 보 다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하게 한다.
이러한 이해는 이후 신학적 함의를 도출하는 데 중요한 기초이다. 특히 성화와 영성, 그리고 신앙 실천에 대 한 이해는 이 틀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며, 이는 다음 장에서 보다 구체적 으로 논의할 것이다.
Ⅶ. 신학적 함의
앞선 논의에서 이미-아직 구조는 실존적 긴장으로 이해되었으며, 대 가 지불은 이 긴장 속에서 은혜가 현실화되는 전환 과정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통합적 이해는 기존 신학 논의에 몇 가지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1. 성화 이해의 재구성
전통적으로 성화는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과 정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본 연구는 성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동적으로 진전되는 과정이 아니라, 은혜가 실제로 구현되는 구조적 과정으 로 이해한다.
이 과정에서 변화는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특정한 구조 속 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성화를 보다 역 동적인 과정으로 설명한다.39
39 Ibid., 466. Dunn은 ‘already–not yet’ 개념을 통해 구원이 이미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이러한 긴장 속에서 신자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2. 영성 이해의 재구성
전통적으로 금식, 절제, 기도와 같은 영적 실천들은 경건의 훈련이나 신앙 성숙의 수단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본 연구의 관점에서 이러한 실천들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은혜가 삶 속에서 현실화되는 과 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실천적 맥락으로 이해된다.
즉, 영적 실천은 윤리적 요구를 수행하는 행위라기보다,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서 구 현되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전환 비용과 긴장이 드러나는 장(場)으로 이해 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욕망과 습관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실천은 단순한 행위의 반복이 아니라 기존 삶의 구조를 재배열하고 존재 의 방향성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40
40 James K. A. Smith, You Are What You Love (Grand Rapids: Brazos Press, 2016), 33–37.
3. 은혜와 인간의 관계 재이해
기존 논의는 은혜와 인간의 응답을 주로 대립적이거나 병렬적인 관계 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 관계를 하나의 통합된 과정으로 이 해하고자 한다. 은혜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지지만, 그 현실화 는 신자의 삶 속에서 특정한 전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대가 지불은 은혜를 조건화하지 않으면서도, 은혜의 비실현성을 설명한 다.
이러한 이해는 은혜의 선행성과 인간의 변화 사이의 관계를 보다 역동 적으로 설명하려는 신학적 전통과도 연결된다.41
41 Benjamin Myers, “Prevenient Grace and Conversion in Paradise Lost,” 22–24.
4. 신앙 실천에 대한 재이해
한국교회는 한편으로 은혜를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실 천적 요구를 함께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두 요소는 때로 긴장 관계 속에 서 이해되거나, 실천이 단순한 윤리적 요구로 환원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긴장을 실천의 차원에서 작동하는 구조로 이해할 때, 신앙 실천은 은혜가 삶 속에서 현실화되는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실천적 맥 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실천은 은혜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은 혜가 삶 속에서 현실화되는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 실천적 맥락으로 이 해될 수 있다.
이러한 전환 과정은 모든 신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 다.
개인이 처한 삶의 조건과 경험, 그리고 다양한 제약적 환경에 따라 그 강도와 양상은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향후 보다 구 체적인 연구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와 같이 이미–아직 구조와 대가 지불 개념은 성화, 영성, 그리고 신 앙 실천 전반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석 틀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논 의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변화의 지연과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를 구 조적으로 조명하는 하나의 해석 틀을 제공한다.
Ⅷ. 나가는 말
본 연구는 이미-아직 구조를 실존적 긴장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은혜의 비실현성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대가 지불(costly appropriation)’ 개 념을 제시하였다.
기존 논의는 이미-아직을 주로 시간적 긴장으로 이해하 고, 은혜와 인간의 관계를 윤리적 요청의 범주에서 설명해 왔다.
이러한 접근은 신학적 균형을 제공하지만, 변화의 지연과 비실현성의 문제를 구 조적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이미 주어진 은혜가 현실 속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전환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험되는 전환 비용을 ‘대가 지불’로 이해하였다. 이 개념은 공로, 노력, 은혜의 조건으로 이해되는 방식과 명확히 구별되 며, 은혜의 무조건성과 선행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변화의 비실현성 문제를 설명하는 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은혜와 인간의 응답 을 대립이나 병렬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따라서 본 연 구는 ‘대가 지불’을 은혜의 조건이나 공로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혜가 삶 속에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는 해석적 개념으로 이해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아직 구조는 다음과 같이 재구성된다.
은혜는 이 미 주어졌으나, 그 현실화는 대가 지불이라는 전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 며, 이 과정을 통해 ‘아직’의 상태는 점진적으로 해소된다. 이 구조는 은혜 의 비실현성 문제를 이해하는 하나의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은 성화, 영성, 그리고 신앙 실천에 대해서도 새로운 함의 를 제공한다. 성화는 단순한 점진적 과정이 아니라 변화가 실제로 발생하 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영적 실천은 은혜 현실화 과정에서 전환 비용 이 경험되는 장이 된다.
이에 따라 신앙 실천은 단순한 의무나 규범이 아 니라, 존재의 변화 과정에 참여하는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인간의 독자적 능력이나 의지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 아 니다.
기독교 전통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바와 같이, 은혜는 전적으로 하 나님의 선물이며 성화의 전 과정은 성령의 주도적 사역 안에서 이루어진 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전제 위에서 은혜 현실화의 문제를 탐구하고자 하였 다.
본 연구가 제시하는 대가 지불 역시 은혜를 획득하기 위한 조건이나 공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이미 주어진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 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기 위한 해석적 개 념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관심은 은혜의 주권성을 약화시키는 데 있지 않 으며, 오히려 은혜가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경험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데 있다.
향후 연구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가 남는다.
대가 지불 개념이 구체 적인 영성 실천과 공동체적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실천적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대가 지불 개념과 이미–아직 구조의 연관성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는 신학적 연구가 요청된다.
나아가 다양한 교회 전통에 서의 수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비교 연구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후속 연구 는 본 연구의 신학적 적용을 더욱 구체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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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초록
기독교 신학은 구원과 성화를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의 긴장 속에서 이해한다. 이 구조는 종말론적 구원의 현재성과 미래성 사이의 긴 장을 설명하는 중요한 틀로 이해되어 왔다. 이는 구원이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주어졌지만, 그 완전한 성취는 여전히 미래에 속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존 논의의 주된 관심은 이미-아직의 종말론적 의미를 해명하는 데 있었으며, 은혜가 신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현실화되는가를 구조적으 로 설명하는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져 왔다. 이미-아직 구조를 시간적 구분이 아니라 실존적 긴장으로 재구성하 면, 이미 주어진 은혜가 현실 속에서 구현되기까지 하나의 전환 과정이 필 요하다. 이 과정은 자동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신자의 삶 속에서 일정한 비용을 수반한다. 대가 지불은 은혜를 획득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 비용을 설명하는 해석 적 개념이다. 이 관계는 ‘은혜의 주어짐(이미)-전환 과정(대가 지불)-현실화 의 진행(아직의 해소)’이라는 구조로 정식화된다. 이 구조는 은혜가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신자의 삶 속에서 점진적으로 현실화된다는 점을 보여준 다. 이 논의는 이미-아직을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적·구조적 실현의 문제로 전환한다. 이 관점에서 성화는 신자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전개 되는 전환의 과정으로 이해된다. 또한 영적 실천은 은혜 현실화 과정 속에 서 나타나는 전환 비용과 밀접하게 관련된 실천적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 다.
주제어 이미-아직, 대가 지불, 성화, 은혜의 현실화, 실존적 긴장
Abstract
An Existential Reinterpretation of the Already–Not Yet Structure — The Problem of the Actualization of Grace and a Theological Reconstruction of the Concept of Costly Appropriation
Byeongkwan Park(Ph.D. Lecturer, Department of Christian Leadership Soongsil Cyber University )
Christian theology understands salvation and sanctification within the tension of the “already” and the “not yet.” This framework has traditionally served as a central theological category for understanding the tension between the present and future dimensions of salvation, affirming that salvation is already granted in Christ while its complete fulfillment remains in the future. However, this understanding falls short of fully accounting for the existential tension experienced in the believer’s life and the issue of the non-realization of grace. By reframing the “already–not yet” structure as an existential tension rather than a mere temporal distinction, it becomes clear that a process of transition is required for given grace to be realized in lived experience. This process is not automatic; it entails a certain cost within the believer’s life. This study introduces “costly appropriation” as an interpretive concept for understanding the process through which grace becomes actualized in the believer’s life. It is understood not as a prerequisite for obtaining grace but as a way of explaining the transitional cost involved in that process. This dynamic is formulated into the following structure: the givenness of grace (already)–the process of transition (costly appropriation)–the progression of realization (the resolution of the “not yet”). This model suggests that grace does not remain merely at the level of declaration but becomes progressively actualized in the believer’s lived experience. T his study offers a theological reconstruction of the concept of costly appropriation by reinterpreting the “already–not yet” framework not merely as a temporal issue but as one of existential and structural actualization. From this perspective, sanctification is understood as an ongoing process of transformation, while spiritual practices are understood as practical contexts in which the actualization of grace is experienced.
Keywords Already–Not Yet, Costly Appropriation, Sanctification, Grace Actualization, Existential Tension
접수일: 2026년 05월 09일, 심사완료일: 2026년 06월 08일, 게재확정일: 2026년 06월 13일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4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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