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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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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주응규 임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 향해 솟구쳐 불꽃으로 타올라라 한 뼘 한 뼘 기다린 세월에 남모르게 살피살피 피운 열정의 사랑 불이 여름 한낮 볕보다도 뜨거워라 마디마디 사무친 임 그리움 얼마큼, 그 얼마큼 불살라 놓아야 깡그리 태우려나 열두 폭 청라 치맛자락 한 올 한 올 풀어 불붙인 외사랑 꺼질 줄 몰라라.
7월의 시/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 이해인
여름이 오면/이해인 ★여름이 오면★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는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나의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 이해인 -
모두 다 꽃이야/류형선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류형선 ‘모두 다 꽃이야’
어머니 詩/cafe.daum.net/creativeessay 어머니 詩 10편] 1, 송수권/자수 2, 엄마의 품/박철 3, 바다에 가면 엄마가 있다/곽성숙 4,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5, 법성암/공광규 6, 옻닭/이창수 7, 나는 뒤통수가 없다/정영애 8, 정채봉/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9, 저녁 한때/임길택 10,어머니의 언더라인/박목월 자수/송수권 어머님 한 땀씩 놓아가는 수틀 속에선 밤새도록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매운 선비 군자란 싹을 내듯 어느새 오동꽃도 시벙글었다 太史신과 꽃신이 달빛을 퍼내는 북전계하 말없이 잠든 초당 한 채 그늘을 친 오동꽃 맑은 향 속에 누가 唐音을 소리내어 읽고 있다 그려낸 먹붓 폄을 치듯 고운 색실 먹여 아뀌 틀면 어머님 한삼 소매끝에 지는 눈물 오동잎새에 막 달이 어린다 한 잎새 미끄러뜨리면 한 잎새 ..
따뜻한 봄날/김형영 따뜻한 봄날 ―김형영 시 (장사익 노래)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 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내리사랑은 하나님 사랑과 같을까. 자식은 내리사랑을 모른다. 어른이 되면 조금 알기나 할까 모르겠다. 자식을 위해 목 놓아 운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자식은 부모의 사랑과 염려를 모르리라...
향수/정지용 향수 ―정지용 시 (박인수와 이동원 듀엣)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명태/양영문 명태 ―양영문 시 (오현명 노래, 변훈 작곡) 감푸른 바다 바닷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고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원산(元山)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왕(王)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단상] 어제는 친구가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당대 사학자 장의식 교수(저서: 역사 이야기 등) 이다. 내가 시를 쓴다기에 명태 노래를 얘기하면서 나를 위해 불러주었다. 그의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