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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1244)
오월의 그리움 오월의 그리움 초록 물결 위에 쪽배를 띄워 님 오실 것 같아 막연히 기다려지는 날 햇살이 건네는 샛말간 사랑이야기가 꽃보라로 가슴에 떨어지누나 다홍색 꽃물 져 곱다시 흐르는 마음의 창가에 초록빛 그리움 출렁이는 오월.
역광/정복순 정 복 선 역광 속에 그가 앉아 있다 등 너머로 떨어지는 햇살 세상은 언제나 대숲에 던진 칼바람 소리 몇 천 밤을 걷고 걸었던가 다산茶山 기슭엔 정석丁石 자만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영하 밖에서 안쪽으로 퍼져오는 살얼음 안은 밖보다 어둡고 밖 또한 안보다 어둡다 어둠을 씻는 그는 책 한 수레 싣고 어디로 그 긴 유배의 죽음보다 더한 시퍼런 강줄기 어둠 속에 있었으나 못다 편 사랑 들끓으며 마음 속마저 어두웠겠는가 여유당 뜨락은 텅 비어 저물녘 쪽배를 저어간다 강화도에서 석모도쪽 겨울바다는 노을을 받아 찬란한 만큼 깊은 속 더욱 쓰라리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스스로 열지 않고서는 그 밤 안으로 죽을 것만 같은 고독 그곳엔 하루 종일 낙엽이 졌다 어제도 지고 오늘도 내일도 졌다 부끄럽고 부끄럽게 물든 속살 시..
유언/타라스 셰프첸코 나의 시 '유언' 나 죽거든 부디 그리운 중앙아시아 초원 대평원 위에 나를 묻어 주오 그 무덤에 누워 끝없이 펼쳐진 선조의 고향과 강 기슭 험한 벼랑 바라보며 바이칼의 거친 파도 소리 듣고 싶네 악의 무리 검은 피 중원의 들에서 대호수의 파도에 실려 하늘로 떠나면 벌판을 지나 산언덕을 지나 하늘나라로 올라 신께 감사드리겠네 내 비록 신을 알지 못하나 이 몸을 땅에 묻거든 그대들이여 떨치고 일어나 예속의 사슬을 끊어 버려라 거악의 피로써 우리의 자유를 굳게 지키라 그리고 위대한 가정 자유의 새 나라에서 잊지 말고 기억해다오 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날 가끔 기억해주오. 좌우의 기득권 이익 추구를 타파하고 통일한국만이 앞으로 살 길 한국 지도자 제 일의 사명이라 요즘 우크라이나사태를 보며 우크라이나 민족 시인 ..
봄비에게/이해인 봄비, 꽃비, 초록비 노래로 내리는 비 우산도 쓰지 않고 너를 보러 나왔는데 그렇게 살짝 나를 비켜가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가만 가만 속삭이면 어떻게 알아듣니? 늘 그리운 어릴적 친구처럼 얘, 나는 너를 좋아한단다 조금씩 욕심이 쌓여 딱딱하고 삐딱해진 내 마음을 오늘은 더욱 보드랍게 적셔주렴 마음 설레며 감동할 줄 모르고 화난 듯 웃지 않는 심각한 사람들도 살짝 간질여 웃겨주렴 조금씩 내리지만 깊은말 하는 너를 나는 조금씩 달래고 싶단다 얘, 나도 너처럼 많은 이를 적시는 고요한 노래가 되고 싶단다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거든 / 주응규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거든 소식을 주오 오래전에 세상과 등져버린 그 님을 꽃 마중하리다 통도사에 봄소식 있거든 불러주오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오래오래 담은 그리움이 홍매화로 찬연히 핀다 하오 통도사에 홍매화가 필 적에 연락하오 몇 해를 벼르고 벼르다 올해는 아픈 마음 달래주고픈 사람이 있다오 통도사에 홍매화가 피거든 불러주오 서서히 사위어가는 가슴에 고결한 숨결을 깃들어 발갛게 꽃불 놓으리다.
한겨울 강추위/우종국 한겨울 강추위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칼바람 눈보라 거느린 동장군의 위풍당당한 기세에 산과 들은 벌벌 떨며 숨을 죽이고 흐르던 강물도 추위를 못 이겨 얼음 이불 덮었다 그러나 이 강추위도 산다는 것의 한 부분 추위야 오너라 눈보라야 몰아쳐라 그대들 기세등등할수록 오는 봄 더욱 따뜻하고 더욱 찬란할지니 꽃향기에 취해 꽃길 노니는 그날 올 때까지 내 마음의 군불 활활 지피며 한겨울 기꺼이 보내리라
사랑 하나/손숙자 아무도 모르게 그리움으로 묻어둔 사랑 하나 살며시 꺼내어 미련 속에 묻어본 사랑 하나 헛된 꿈 같아 마음에서 지우고픈 사랑 하나 이 만큼만 욕심내고 싶었던 사랑 하나
꽃무릇 사랑/박종흔 잠시 머물다 흩어지는 안개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그대여 깊어가는 밤 무뎌진 촉수 치켜세우고 어둠 속 홀로 배회하네 언어로 표현 못하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낯선 향기에 마비된 그리움 영원히 만날 수 없어 핏빛으로 물든 꽃무릇 사랑 행여, 내가 보고 싶거든 언제든 달려 오시오 그대와 거닐던 강변 다시 걷고 싶으니